일기를 쓰라고 하면 매일 똑같은 글을 쓰는 아이들이 있다. 어디 이뿐인가. 답을 뻔히 알면서도 시험시간이면 칸을 채우지 못하는 아이, 독서 감상문을 쓰라고 했더니 이야기의 줄거리만 쭉 늘어놓기도 한다. 앞뒤가 전혀 맞지 않는 문장을 연결하기도 하고, 뭔가 글을 길게 쓰지만 전혀 감동이 없는 참고서 같은 문장만 나열하는 아이들도 있다. 글쓰기에 서투른 아이들에게서 나타나는 가장 놀라운 문제는 잘 쓴 글과 못 쓴 글을 구분하지조차 못한다는 사실이다.
이렇게 시작이 좋지 않은 아이들에게 글쓰기는 두려움의 대상이 된다. 처음부터 글과 친해질 기회를 갖기 못한 채 글쓰기의 필요성만 강요받기 때문이다. 대학입시부터 입사시험, 넘어서 사회적 리더로서의 자질로도 필요하게 된 글쓰기. 우후죽순으로 생겨나는 논술학원과 학습지에 맡겨두면 해결이 될 수 있는 문제일까? 과연 우리 아이들이 글쓰기와 친해질 방법은 없을까? 맛있는 음식도 먹어본 사람이 아는 것처럼, 글도 써본 사람이 잘 쓰는 법이다. 생활 속에서 아무렇지도 않게 글쓰기를 시도하고 있는 아이라면 어떤 장면에서 글쓰기와 마주쳐도 당황할 이유가 없어진다. 당장 글을 못 쓰는 아이를 걱정하고 탓할 것이 아니라, 아이가 원하는 방법으로 글쓰기와 친해질 기회를 만들어주는 것이 10년 뒤, 아이의 미래를 만드는 힘이 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