몰락의 시간
도서정보 : 문상철 | 2023-12-15 | EPUB파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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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투 사건은 트리거일 뿐,
정치인 안희정의 몰락은 오래전부터 예견된 것이었다!”
‘안희정 성폭력 사건’ 피해자의 첫 조력자였던 ‘문 선배’, 그는 정치인 안희정을 오랫동안 지근거리에서 수행해온 비서 문상철 씨다. 안 전 지사와 가장 가까운 곳에서 있었던 그는 성폭력 피해를 막지 못한 자신 또한 공동의 가해자라는 생각에 말과 글을 잃고 칩거해왔다. 그런 그가 오랜 침묵을 깨고 안희정 몰락의 전말 혹은 진실을 들려준다.
안 전 지사와 함께한 7년 동안의 기록을 담은 이 책은 촉망받는 정치인 안희정의 성장 과정과 성장을 멈춘 순간부터 권력의 맛에 취하며 점차 변질되어가는 과정을 가감 없이 들려준다. 권력을 쥔 자가 어떻게 몰락하는지를 교과서처럼 보여주는 이 책은, ‘미투’ 사건은 정치인 안희정의 ‘몰락의 시간’을 가속화한 결정적 사건이었을 뿐 그의 몰락은 오래전부터 예견된 것이었으며, 정치권력을 쥔 누구라도 제2, 제3의 안희정이 될 수 있음을 강력하게 경고한다.
구매가격 : 13,600 원
가짜 이념의 나라
도서정보 : 류순열 | 2023-12-13 | EPUB파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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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녁을 향해 직선으로 날아드는 통렬한 시사비평
편 가르기 진영논리에 질식된 우리 사회에 대한 가차없는 비판
2023년이 저물어가는 12월 초순, 십수 년째 정치·시사 칼럼을 써 오고 있는 기자 류순열의 글을 모아 한 권의 책으로 꾸몄다. 책 제목 『엉터리 보수 무늬만 진보 가짜 이념의 나라』에서 그대로 드러나듯, 이 책은 좌와 우 혹은 보수와 진보로 편을 가르는 우리 시대의 진영논리와 그 허구성을 정면으로 겨냥하고 있다. 그래서 과녁을 향해 일직선으로 날아가 화살처럼 일점돌파하는 저자 류순열의 글은 신랄하다. 또 우회나 한치의 머뭇거림도 없이 정치권력과 가짜 이념을 양산하며 권력 다툼에 여념 없는 거대 양당을 향해 묵직한 돌직구를 날린다. 저자가 향하는 직설의 날카로운 칼끝은 기득권 정치의 밥그릇 싸움을 하는 현재진행형의 정치 현실이다.
저자는 이 책에서 분명한 어조로 말한다. 좌와 우 혹은 보수와 진보 둘 중 하나를 강요하는 이분법 과 이를 지탱하는 이데올로기는 거대한 폭력이라고. 저자의 이 같은 진단은 양극단의 이념전쟁과 두 진영 간의 소모적 정쟁이 백해무익한 기만일 뿐이라는 현실인식과 맞닿아 있다. 저자는 또 얘기한다. 정치의 최종 결과물은 이념이 아닌 정책이어야 한다고. 그러면서 시민의 삶을 개선하고 사회적 불평등을 해소할 수 있는, 빛 바랜 진영 논리에서 벗어나 상식과 실용이 균형 잡힌 세상으로의 지향점을 제시한다.
구매가격 : 20,000 원
세상은 이야기로 만들어졌다
도서정보 : 자미라 엘 우아실, 프리데만 카릭 | 2023-12-12 | EPUB파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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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시 시대 동굴 속에서 나누던 이야기에서부터 디즈니의 애니메이션까지, 『일리아드』와 같은 고전에서부터 정치인 트럼프의 거짓말까지. 강력한 이야기는 삶을 구할 수 있고, 투표 결과를 좌우할 수 있으며, 사회를 바꿀 수 있다. 또한 전쟁을 일으킬 수 있고 사람들을 영원히 반목시킬 수도 있다. ‘이야기하는 원숭이’인 우리들은 이야기의 힘 덕분에 진화적 이점을 얻고, 문명을 이룰 수 있었다. 2022년 독일 독서문화진흥재단에서 선정한 최고의 논픽션 중 한 권에 들어갔던 이 책에서 저자들은 이야기가 지닌 상반된 영향력을 추적한다. 그들은 어떤 이야기가 오늘날 우리를 위험에 빠뜨리는지 그리고 우리 세상을 유지하기 위해 새로운 이야기가 왜 절박한지를 잘 풀어놓고 있다.
구매가격 : 18,900 원
정원기 변호사의 특별법 이야기
도서정보 : 정원기 | 2023-12-12 | EPUB파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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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연된 정의는 정의가 아니다”
법 위의 법, 특별법 이야기
◎ 도서 소개
어제의 세상, 오늘의 특별법
시대를 반영하는 특별법은 어떻게 진화해왔나
김영란법, 특검법, 채무자회생법…
사회 변화 속 정의 실현을 위한 특별한 법의 변천
법이란 통념과 달리 고정불변하지 않고 늘 변화하는 것이어서, 사회가 변하면 그에 따라 법도 바뀌기 마련이다. 그러나 법의 개정에는 시간이 걸린다. 기술이 빠르게 발전하고 사회적·문화적 분위기가 급변하는 요즘 세상에, 과거의 법 조항을 적용하기에는 재산상의 손해나 기본권의 측면에서 사회구성원들에게 미치는 피해가 막심하다. 이럴 때 우리는 특별법이라는 제도적 장치로 이 문제를 해결한다. 특별법이라고 반드시 “특별법”이라는 명칭이 붙지는 않기 때문에 우리는 어떤 특별법이 있고 어떤 법적 보호를 받는지 잘 모르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지난 40년간 법조인으로 활동해온 정원기 변호사는 이런 특별법을 모아 일반인들이 알기 쉽게 풀어썼다. 딱딱한 법조문이나 판결문을 소재로 하지 않고, 실생활과 관련이 크거나 근래에 사회적으로 화제가 되었던 법들을 추렸다. 특별법마다 법률이 제정된 배경부터, 이해관계자들의 문제제기나 사회 변화를 반영해 진화해온 법의 변천을 다룬다.
이 책을 구성하는 10가지 특별법은 살면서 범죄를 저지르거나 소송에 휘말리지 않더라도, 시민이자 경제활동인구로서 잘 모르면 큰코다칠 수 있는 중요한 법들이다. 김영란법부터 성매매방지특별법, 성폭력처벌법, 특별검사제도, 5·18 특별법, 근로기준법, 집시법, 채무자회생법, 출입국관리법, 헌법재판소법이 그것이다. 이 법들의 이름만 보아도 특별법이 실생활에 얼마나 큰 영향을 끼치고 있는지 알 수 있다. 더 나아가 법의 본질이라 할 수 있는 사회 정의를 좀 더 유연하고 빠르게 실현하는 도구로써 특별법에 대한 이해와 관심은 매일매일을 사는 사회구성원들에게 꼭 필요하다고 할 수 있다.
◎ 책 속으로
또한 일반적인 사람을 처벌하는 일반적인 형법이 있는데, 거기에 대해서 특별하게 성매매라든지 성에 관한 범죄에 대해서만 특별히 따로 몰아서 특별법을 적용한다고 해서 ‘성매매에 관한 특별법’이라고 할 수 있는 것이다.
우리나라는 지역으로 제한하는 경우는 적은 편이고, 사람을 특정하거나 범죄행위를 특정하는 특별법은 많이 있는 셈이다. 실질적으로 우리나라는 일반법이 지배하는 나라라기보다는 어떤 필요성이 발생하고 나면 그때그때 수많은 법을 만들어서 적용하는 사례가 많기 때문에 특별법의 천국인 나라다.
[들어가면서 | 9~10쪽]
일반 시민들이 정확하게 알아야 할 내용이 바로 이 지점입니다. 뇌물죄는 돈을 주면서 그 대가, 즉 반드시 직무와 관련성이 있어야 합니다. 돈 받고도 ‘직무와 관련성이 없다. 친구와 만나서 개인적으로 도움을 받은 것뿐이다’라고 한다면 예전에는 처벌하기도 어렵고, 기소하기도 어려웠습니다. 또 정치인들의 경우 몇 년간 법정 공방 끝에 무죄로 풀려난 경우도 많았죠. 그런데 국민의 입장이나 특히, 검찰의 입장에서 봤을 때는 처벌할 필요성이나 제한할 필요성이 있었던 거죠. 그래서 직무 관련성을 뺀 것이 김영란법입니다.
[1장 김영란법: 뇌물은 얼굴이 스무 개 | 31~32쪽]
특별법에 관심을 가져야 합니다. 예를 들어 성폭력 범죄 같은 경우도 수시로 개정되기 때문에 항상 관심을 두고 살펴봐야 하는 거죠. 조금 전 언급한 ‘친고죄’만 보더라도 당시 피해자가 처벌을 원하지 않으면 처벌하지 않는다는 것이 사회적으로 용인되던 시기였던 거죠. 성폭행을 당해도 피해자가 성폭행으로 법정에 서는 걸 처벌보다 더 중요하게 여겼던 겁니다. 그러다 인식이 변하면서 상황이 달라진 거죠. 그리고 예전에 없던 새로운 범죄, 예를 들어 몰래카메라 같은 경우가 대표적입니다. 남의 성관계 장면을 몰래 촬영해 협박용으로 활용하는 사례가 늘어나면서 처벌할 필요성이 대두되었던 거죠. 그래서 특별법으로 처벌할 수 있도록 한 것입니다. 이렇듯 개정된 특별법에 주목해야 하는 겁니다.
[3장 성폭력처벌법: 반성이 아니라 각성이 필요하다 | 73~74쪽]
삼성 비자금 특검법은 ‘삼성 비자금 의혹 관련 특별검사의 임명 등에 관한 법률[제정 2007. 12. 10. 법률 제8668호]’입니다. 2007년 10월 29일 삼성그룹 법무팀장을 지낸 김용철 변호사가 비자금을 폭로한 사실이 기폭제가 되었지요. 2008년 1월 조준웅 특검팀이 가동되면서 삼성그룹의 검사 후원 의혹 및 비자금 조성, 에버랜드 CB(전환사채) 불법 증여 의혹 등을 규명하기 위한 105일간의 수사 과정이 이어졌습니다. 2008년 4월 특검팀은 이건희 회장이 불법적 경영권 승계 과정에 개입하고, 4조 5,000억 원에 달하는 차명 자산을 보유하면서 세금 1,128억 원을 포탈한 사실을 확인했습니다. 이에 따라 이건희 삼성 회장 등 임직원 8명을 배임과 조세 포탈 혐의로 불구속 기소 했습니다. 그 결과 4월 22일 이건희 회장이 퇴진하고 삼성 경영 쇄신안이 발표되었습니다.
[4장 특별검사제도: 권력형 비리를 엄단하라 | 112~113쪽]
물론입니다. 24년 동안 1년에 1.5번의 개정이 있었다는 것이지요. 이는 이 법의 미비점을 보완하려는 법적 노력으로도 볼 수 있지만, 어찌 보면 근로자의 근로조건 향상이라는 관점에서 아직도 헌법적 기본권에 미흡하다는 반증이 아닌가 생각됩니다. 특히 주목할 만한 사항은 개정 때마다 신설 조항이 상당히 축적되었다는 사실입니다. 다행인 것은 이러한 현상은 근로조건 향상이라는 ‘법적 수요’에 대응하기 위한 정부의 절차탁마적 노력이라 볼 수 있는 긍정적인 측면도 포함하고 있지요.
[6장 근로기준법: 임금과 근로 시간 | 155쪽]
“표현의 자유가 제 기능을 발휘하기 위하여 그 생존에 필요한 숨 쉴 공간, 즉 법적 판단으로부터 자유로운 중립적인 공간이 있어야 하기 때문이다.” 이 구절은 대법원이 선고한 전원합의체 판결 내용입니다. 여기서 눈에 띄는 대목은 생존에 필요한 ‘숨 쉴 공간(breathing space)’이라는 문구입니다. 이 구절은 2011년 광우병 파동을 보도한 〈PD수첩〉 사건의 판결, 2018년 10월 전 통합진보당 대표 이정희 부부 사건, 2020년 전 경기도지사 이재명의 공직선거법 위반 사건에서 인용된 적이 있지요.
(…) 여기서 숨 쉴 공간이란 생존에 필요한 최소한의 여유이며, 사람의 언어 표현 능력의 한계를 이해하는 공간을 의미합니다. 재판 과정에서는 이해관계자의 의사 표명의 맥락을 이해하여야 하며, 재판관 자신만의 판단 잣대가 아닌 사건의 정확성, 진위 여부에 숨결을 불어 넣어야 한다는 의미이지요. 즉 일상생활에서 벌어지는 법정의 이해관계자의 절박한 경험을 법리적으로 유연하게 승화시킬 수 있는 진지한 노력이 있어야 한다는 말입니다.
[7장 집시법: 모든 국민은 집회·결사의 자유를 가진다 | 202~203쪽]
구매가격 : 15,200 원
가르친다는 마법
도서정보 : 안드리아 자피라쿠 | 2023-12-10 | EPUB파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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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가 가르치는 이유는 가르쳐야만 하기 때문이다”
‘교육계의 노벨상’ 세계 교사상Global Teacher Prize 수상자 안드리아 자피라쿠의 첫 책!
전 세계 모든 교사를 대상으로 바키 재단이 매년 시상하는 ‘세계 교사상’(https://globalteacherprize.org/)의 2018년 수상자로 선정된 안드리아 자피라쿠의 첫 책. 영국의 중고등학교 미술 교사인 안드리아 자피라쿠는 2018년 전 세계 173개국 3만5000명의 후보들 중에서 심사를 통해 ‘세계 교사상’ 수상자로 선정되었다. 자피라쿠는 영국 런던에서 빈곤하고 이민자가 많으며 범죄율이 높은 곳으로 손꼽히는 브렌트 구의 미술 교사 및 부교장 교사로 근무하며, 학생들이 소외되거나 고립되지 않으면서 자신의 역량을 최대한 펼치도록 했고, 과중한 업무에 시달리는 교사들이 좋은 환경에서 교육에 임할 수 있도록 목소리를 높였다. 또한 사회복지센터와 협력하고, 폭력배들부터 아이들을 보호했으며, 각각의 수업을 학생들에게 맞추어 변화시켰다. 2003년부터 교사로 일해온 자피라쿠는 교육 당국이 예산과 시험성적에만 몰두하는 동안, 학생들은 학교 안팎에서 다양한 위협에 노출되고 있으며, 교사들은 학생 보호의 최전선으로 내몰리고 있다고 말한다. 그러한 현실을 비추는 이 책은 오늘날 학생들이 마주하는 실제 삶이 어떠한지 보여주는 경고이며, 다음 세대를 길러내는 사람들에 대한 감동적인 통찰이다.
구매가격 : 12,600 원
언어와 존재
도서정보 : 퀴브라 귀뮈샤이 | 2023-12-10 | EPUB파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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퀴브라 귀뮈샤이는 이민자 여성 출신으로 독일에서 가장 영향력 있는 언론인 중 한 명이다. 그녀는 “내 언어의 한계는 내 세계의 한계를 의미한다”고 말한 비트겐슈타인의 말을 인용하면서, 언어가 우리에게 세계를 열어주는 동시에 우리를 그 안에 가둔다고 말한다. ‘누가 세상을 설명하는가? 누가 서술하고, 누가 서술되는가? 누가 이름을 붙이고, 누구에게 이름이 붙여지는가?’ 언어가 우리가 인식하는 세계에 영향을 준다는 것은 더 이상 논쟁할 필요가 없는 사실이다. 그녀는 오랜 시간 언어가 어떻게 우리의 생각을 형성하고 우리의 처세와 정치를 결정하는지 탐구해왔는데, 이런 주제를 파고든 건 부당함에, 사회가 개인에게 가하는 부조리에 익숙해지지 않기 위해서였다. 사람들은 이름 붙여지지 않은 자들에게 존재의 배경을 묻지 않는다. 증오는 의견으로 받아들여지고, 극단주의는 인터넷에서 지속적인 여론으로 나타난다. ‘정치적으로 올바르지 못한’ 언어를 사용하는 사람들은 정의에 저항하고 있으면서도 자신들을 보수주의자쯤으로 여긴다.
이 책은 복잡성 속에서 살아가는 우리 모두가 인간으로서 동등한 권리를 갖고 존재할 수 있고, 그 길로 가기 위한 성찰이자 더 나은 사회를 건설하겠다는 우리의 이상을 실현하기 위한 언어를 찾아가는 과정을 담았다. 우리의 언어, 생각, 느낌, 삶의 구조와 한계를 인식할 때 우리 모두는 동등한 권리를 갖고, 말하고, 존재할 수 있다는 퀴브라 귀뮈샤이의 주장은, 혐오가 뉴노멀이 된 오늘날 꼭 필요한 목소리가 아닐 수 없다.
구매가격 : 13,200 원
미국이 만든 가난
도서정보 : 매슈 데즈먼드 | 2023-12-06 | EPUB파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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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동안 우리가 알던 가난은 진실이 아니다!
사람을 섬기는 자본주의는 가능한가?
◎ 도서 소개
≫ 빈곤층을 착취하는 미국 부유층의 민낯
≫ 끊임없이 이어지는 가난에 대한 예리한 분석과 통찰
≫ 퓰리처상 수상 사회학자가 밝히는 빈곤의 해결책
≫ 뉴욕타임스 베스트셀러 ★ 1위
≫ 아마존 분야 ★ 1위
“한 사람의 가난은 다른 누군가의 이윤”이라는 저자의 통렬한 지적에서
평범한 한국인들은 얼마나 자유로울까? ― 조문영 해제
데즈먼드는 특유의 신선한 솔직함으로 빈곤 문제에 접근하며,
그의 분노를 정당한 곳으로 향하게 만든다. ― 록산 게이 추천
프린스턴대학교 사회학 교수이자 문화인류학자인 매슈 데즈먼드는 도시빈민가의 주거 문제를 다룬 『쫓겨난 사람들』을 통해 《워싱턴포스트》 등 매체 20여 곳에서 2016년 최고의 작가로 극찬받으며, ‘지난 100년간의 최고 논픽션’ ‘역대 최고의 사회정책 도서’라는 수식어로 논픽션 부문 퓰리처상을 받았다.
“가난의 원인을 이해하려면 가난한 사람들 너머를 들여다봐야 한다”는 전작의 문제의식을 이으며, “어째서 이 풍요한 나라에 그토록 많은 가난이 있을까?”라는 질문으로 빈곤 문제를 사회 전반으로 넓혀 예리하게 분석하고, 이에 대한 해결책을 명쾌하게 제시한 『미국이 만든 가난』이 드디어 아르테 필로스 시리즈 25번 도서로 출간되었다.
이 책은 출간 즉시 《뉴욕타임스》 베스트셀러 1위, 아마존 사회학 분야 1위를 석권했으며, 《이코노미스트》《가디언》《타임》《네이션》《뉴요커》 등 유수 매체의 추천을 받았다. “빈곤이 꽤 쉽게 사라질 수 있음을 설명하고, 그 방법에 대해 매우 구체적이고 놀랍도록 현명하게 제시한다! 매우 어려운[사실상 회피해 온] 질문을 던지나, 진보·보수적 정치 지향을 막론하고 우리 모두 그 해답을 충분히 새겨들어야 한다”라는 극찬을 얻었다.
해제를 붙인 인류학자이자 빈곤 전문가 조문영에 따르면, 저자 데즈먼드는 전작 『쫓겨난 사람들』의 “연구 스케일”에서 보다 더 확장해 사회 전반을 정조준하고, “연구 방법” 또한 기존의 특정 도시를 중심으로 가난한 가족들의 삶을 따라가는 문화기술지(ethnography) 접근 대신, 그간에 축적된 현장연구 자료(사례), 각종 보고서(통계수치) 등 사회과학 연구를 결합해 개괄적 설명을 시도한다. 주장의 근거로서 연구 자료를 주석에 소개함으로써 ‘학술서’로서 뛰어나다는 평을 얻고 있는 한편, 저자의 통렬한 도덕적 고발은 가난 종식을 위한 ‘선언문’으로도 역할하며 《폴리티코(Politico)》가 선정했듯 정계에도 큰 반향을 일으켰다.
“빈곤의 문제를 개선하려는 노력이 계속 있었음에도 왜 여전히 답보 상태인가?” “무엇이 가난한 사람들의 불리한 환경을 지속시키는가?” 이 질문에 대해 저자는 명징하게 응답하며, 특유의 솔직함으로 빈곤 문제를 다각도로 조명한다. 빈곤의 사회학적 해석(계급 전쟁의 측면)에서 나아가 가난을 겪는 이의 신체적·심리적 상처, 부유한 사람들의 가식에 대한 문제 제기, 실질적 행동을 촉구하는 빈곤의 해결책까지. “분노를 자아냄과 동시에 희망 또한 불러일으키는” 이 책은 록산 게이, 앤 패칫도 평했듯 필치 또한 우아하고 섬세하다.
◎ 책 속에서
가난의 원인을 이해하려면 가난한 사람들 너머를 들여다봐야 한다. 특권과 풍요의 삶을 살아가는 우리가 스스로를 살펴봐야 한다. 우리—안정되고 보장된 삶을 사는 사람들, 집이 있고 대학을 나온 사람들, 보호받고 운이 좋은 사람들—가 이 모든 불필요한 시련에 연결되어 있는 게 아닐까? 이 책은 이 “우리”를 중심에 놓고 이 질문에 대한 대답을 찾으려는 나의 시도다. -39~40쪽
가난은 물질적 결핍과, 만성통증과, 투옥과, 우울증과, 중독 등등이 겹겹이 누적된 형태일 때가 많다. 가난은 직선이 아니다. 사회적 병폐들이 단단하게 엉킨 매듭이다. 가난은 범죄, 건강, 교육, 주택 등 우리가 관심을 갖는 모든 사회문제와 관계되어 있다. 그러므로 미국에서 가난이 끈질기게 이어진다는 것은 수백만 가정이 세계 역사상 가장 부유한 나라에서 안전과 안정, 품위를 거부당한다는 뜻이다. -62쪽
오늘날의 기업들은 이제 독립적인 계약자에게 업무를 외주화한다. 마이크로소프트에서 바닥 청소를 하거나, 셰러턴에서 침구를 세탁하거나, 아마존을 위해 배달 일을 하는 노동자는 보통 마이크로소프트나 셰러턴이나 아마존의 직원이 아니다. 구글에서 소프트웨어엔지니어들은 구글 직원이지만, 채용 담당자, 제품검사원, 행정 직원 들은 구글에 고용된 계약 업체 소속이다. 구글은 전일제 직원보다는 임시직과 계약직 노동자에게 더 많이 의지한다. 전 세계에서 애플 제품을 만들고 판매하는 데 기여하는 약 75만 노동자 가운데 애플에 직접 고용된 사람은 약 6만 3000명 정도뿐이다. -105~106쪽
소비자 역시 노동자 착취의 혜택을 누린다. 이제 우리는 클릭 몇 번만 하면 차량과 식료품과 배달 음식과 심부름꾼을 부를 수 있다. 모두 특가로. 우리는 이제 익명화된 저임금 노동력이 부자들의 분부를 따르는 새로운 하인 경제(servant economy)의 주인이 됐다. 이제 “우버”는 동사다. 미국인들은 아마존을 미국에서 가장 믿을 만한 기관 중 하나로 꼽는다. 그보다 상위는 군대밖에 없다. 이런 회사들이 계속 승승장구하는 것은 우리가 그들을 사랑하기 때문이다. 나는 이렇게 많은 시간이 흘렀는데도 내가 떠올리는 어떤 물건이든 24시간이면 문 앞까지 오게 만들 수 있다는 사실에 아직 적응이 잘 안 된다. 이건 우리가 가진 것 중에서 마법에 가장 가깝다. -114쪽
미국에서 뇌에 여유 공간이 있고 목소리가 큰 일부 대중은 빈곤에서 벗어나려면 당사자들이 행동을 바꿔야 한다고 믿는 듯하다. 더 좋은 일자리를 얻어라. 아이를 그만 낳아라. 돈 문제에 대해 더 똑똑한 결정을 내려라. 하지만 실은 그와 정반대다. 더 나은 선택의 발판은 경제적 안정이다. -118쪽
어째서 가난한 동네의 임대주들이 돈을 더 많이 버는 걸까? 이들의 고정비(특히 주택담보대출과 부동산세)는 잘사는 동네에 비해 상당히 적은 반면 이들에게 들어오는 임대료는 아주 조금 적을 뿐이기 때문이다. 주택 비용이 평균 또는 그 이하인 많은 도시—보스턴보다는 버펄로 같은—에서 극빈층 동네의 임대료는 중간층 동네에 비해 아주 파격적으로 싸지 않다. 2015년부터 2019년까지 인디애나폴리스 대도시 지역의 침실 두 개짜리 아파트의 중위 월세는 991달러였던 반면, 빈곤율이 40퍼센트 이상인 동네는 그보다 겨우 17퍼센트 적은 816달러였다. -126쪽
빈곤은 단순히 충분한 돈이 없는 상태만이 아니다. 충분한 선택지가 없고, 그 때문에 이용당하는 상태다. 사람들이 빈곤의 수렁에서 헤어나지 못하도록 착취가 어떤 역할을 하는지를 간과할 때 우리는 기껏해야 부실하고 최악의 경우에는 아무런 실효성이 없는 정책을 설계하게 된다. 주거 위기는 해결하지 않고 입법을 통해 밑바닥층의 소득을 증대할 경우—가령 아동 세액공제를 확대하거나 최저임금을 인상함으로써—결국에는 그 입법이 도움을 주고자 했던 가족이 아니라 집주인에게만 좋은 일일 때가 많다. -142쪽
오늘날 연방보조금에서 가장 큰 이득을 보는 수혜자는 부유한 가정이다. 고용주가 지원하는 의료보험의 혜택을 누리려면 좋은 직업, 보통은 대학 학위가 필요한 직업이 있어야 한다. 주택담보대출 이자 감면의 혜택을 누리려면 집을 구매할 능력이 있어야 하고, 가장 큰 규모의 주택담보대출을 감당할 능력이 있는 사람은 가장 큰 규모의 감면을 받는다. 529플랜의 혜택을 누리려면 자녀의 대학 학자금으로 현금을 따로 모아 둘 정도의 여유가 있어야 한다. 그리고 저축액이 많을수록 세금 감면 혜택이 커지는데, 이 보조금을 이용하는 사람들이 거의 전적으로 부유층인 건 이 때문이다. -164쪽
오늘날 우리는 가난한 미국인들을 어떤 식으로 가난에 빠뜨리고 있을까? 최소한 세 가지 방법이 있다. 첫째, 우리는 그들을 착취한다. 우리는 가난한 사람들의 임금을 끌어내려 놓고 주택, 그리고 현금과 신용에 접근할 때는 과도한 비용을 지불하게 함으로써 노동시장과 주택시장, 금융시장에서 그들의 선택과 권력을 제한한다. 가난하지 않은 우리는 이런 상황에서 이득을 본다. 기업들은 노동자 착취를 통해 당연히 이득을 얻지만, 노동 빈곤층이 생산한 저렴한 물건과 서비스를 구매하는 소비자들 역시, 그리고 주택시장에 직간접적으로 투자한 우리 역시 이득을 본다. 주거 착취에서 이득을 얻는 건 임대주만이 아니다. 주택을 아무나 살 수 없는 값비싼 물건으로 만들기 위한 집단의 노력 때문에 자신의 집값이 떨어질 일 없어진 많은 주택 소유주 역시 이득을 본다. 금융업과 소액 대출업은 가난한 사람들을 대상으로 한 금융 착취에서 이득을 얻지만, 뱅크오브아메리카(Bank of America)나 웰스파고에 무료 계좌를 가진 우리도 이득을 본다. 이런 계좌는 초과 인출 수수료로 들어온 수십억 달러 덕에 무료일 수 있기 때문이다. -204~205쪽
소비자운동은 다른 사람들의 희생을 바탕으로 우리에게 저렴한 상품과 서비스를 안겨 주었다. 그리고 다시 소비자운동을 통해 이 흐름을 역전시켜 빈곤을 양산하는 기업들을 엄단하고 우리가 더 이상 그들의 착취적인 방식을 용인하지 않으리라는 메시지를 보낼 수 있다. 착취는 수익에 도움이 되므로 이런 행동은 우리 포트폴리오의 주식 수익률에는 악영향을 미칠 수 있다. 빈민과의 연대를 드러내는 방식으로 금융 활동과 구매 활동을 한다는 것은 우리가 더 많은 돈을 내게 된다는 의미일 수 있다. 그리고 우리는 이런 비용들을 인정함으로써 우리가 공모자였음을 인정한다. 우리가 서로를 등쳐 먹고 강탈할 때 우리 자신의 일부 역시 빼앗긴다. 바른 일을 하는 것은 종종 대단히 불편하고, 시간이 많이 걸리고, 심지어는 돈도 많이 드는 과정이다. 나는 시도하고, 실패하고, 다시 시도한다. 하지만 인간성을 회복하기 위해 그 정도의 대가는 치러도 되지 않을까. -260~261쪽
구매가격 : 25,600 원
별 다섯 개 부탁드려요!
도서정보 : 유경현, 유수진 | 2023-12-01 | EPUB파일
지원기기 : PC / Android / iOS
별점 하나에 울고 웃는, 나는 플랫폼 노동자다!
배달, 가사 서비스, IT 아웃소싱, 강사, 전문직 프리랜서….
다양한 분야에서 일하는 플랫폼 노동자들의 생생한 이야기를 듣는다!
손가락만 까딱하면 주문한 물건이 이튿날 새벽에 배송되고, 외출한 사이에 가사 서비스 매니저가 집안을 깨끗하게 청소해 주며, 펫시터가 예약된 시간에 강아지와 놀아 주고, 늦은 밤 클릭 몇 번이면 1시간도 안 돼 따끈따끈한 야식이 배달되는 편리한 시대다. 이 모든 것이 가능한 것은 4차 산업혁명이 가져온 플랫폼 경제의 발전 덕분이다.
하지만 자유롭게 시간을 선택해 일하고, 일한 만큼 돈을 벌 수 있다는 광고에 이끌려 플랫폼 노동에 뛰어든 사람들의 삶은 모두 장밋빛만은 아니다. 2020년 찾아온 코로나19 팬데믹은 많은 사람을 실업 상태로 만들었으며, 이로 인해 플랫폼 노동 시장에 일하려는 사람이 넘쳐나면서 노동자끼리 출혈 경쟁을 해야만 살아남을 수 있는 열악한 구조를 만들었다. 여기에 보이지 않는 AI 인공지능 시스템은 고객의 별점과 후기만으로 노동자를 평가해 등급을 매긴다. 즉 고객의 별점은 노동자의 수익과 직결될 정도로 영향력이 크기에 플랫폼 노동자들은 이에 목을 맬 수밖에 없지만, 정작 별점의 기준이나 잣대는 모호하기만 하다.
『별 다섯 개 부탁드려요!』는 KBS [다큐 인사이트-별점인생]에서 미처 보여 주지 못한 플랫폼 노동자들의 이야기를 모두 담은 책이다. 저자인 유경현 PD와 유수진 작가는 1년 동안 동행 취재를 통해 플랫폼 노동자들의 고충을 생생하게 기록한 [다큐 인사이트-별점인생]으로 ‘이달의 좋은 프로그램상’과 ‘이달의 PD상’을 동시에 수상하기도 했다. 이 책은 배달, 가사 서비스, 대리 운전, 펫시터, IT 아웃소싱, 강사 등 각각 다른 분야에서 일하는 10명의 플랫폼 노동자들에게 ‘별점 평가’ 제도가 어떤 영향을 미쳤는지 그들의 이야기를 생생하게 담았다.
『별 다섯 개 부탁드려요!』는 ‘별점 평가’, ‘건당 일자리’, ‘주 80시간 노동’ 등 우리 사회에서 대두되는 다양한 키워드와, 정규직과 비정규직으로만 나뉘는 노동 구조 속에서 소외당하고 있는 플랫폼 노동자들의 문제에도 관심을 기울이는 계기를 만들어 줄 것이다. 이 책을 통해 우리의 가족, 친구, 이웃인 플랫폼 노동자들의 삶을 함께 살펴보고 우리 사회가 찾아야 할 해법에 가까이 다가가 보자.
구매가격 : 10,200 원
강대국 지정학
도서정보 : 니컬러스 존 스파이크먼 | 2023-11-30 | EPUB파일
지원기기 : PC / Android / iOS
“정부 관련자가 일 년에 한 번은 읽어야 할 고전. 80년 전에 나온 책이란 것을 믿을 수 없다!”
미국 지정학과 국제정치학의 시조 스파이크먼의 주저
·냉전 시대 봉쇄 정책의 아버지
·국제정치 분석과 대외 전략 수립에 지정학을 최초 이용
·미국이 패권을 다툴 상대는 일본이 아니라 중국이라고 강조
·한반도의 전략적 중요성에도 주목
힘의 정치는 왜 중요한가: 가장 뛰어난 국가들의 전략
지정학의 살아 있는 고전인 이 책은 제2차 세계대전의 포화 속에서 출간됐다. 1920년대에 국제연맹을 지지하며 윌슨주의자를 자처한 스파이크먼은 대공황과 계속되는 정치적 혼란을 목격하며 국제법과 집단안보에 대한 기대를 접고 각국의 힘과 지리적 토대에 집중하기 시작했다. 당시 히틀러의 팽창 정책 때문에 미국에서 ‘지정학’은 ‘힘의 정치’보다 더 나쁜 이미지를 풍겼고, 수백 년간 벌어진 유럽에서의 전쟁을 피해 신대륙으로 온 미국인들은 고립주의에 대한 열망을 갖고 있었다. 즉 당시 상황은 지정학적 주장을 하기에는 스파이크먼에게 불리했지만, 그는 전적으로 현실주의자의 입장에서 미국의 세계 전략을 제시했고, 그것이 바로 이 책이다.
스파이크먼은 고립주의가 환상일 뿐이며 미국의 국가 전략은 늘 다른 대륙에 ‘개입’하는 것이어야 한다고 설파했다. 그는 국가의 지리적 토대(크기, 천연자원, 지형과 기후, 위치)가 국가의 잠재적 국력, 안보 전략 등에 영향을 미친다고 봤다. “지리는 영속적이기 때문에 국가의 외교정책에서 가장 근본적인 요소다. 장관들은 바뀌고 심지어 독재자도 죽지만, 산맥은 동요 없이 그대로 존재한다.” 그러므로 정책 결정자들은 지리적 요건이 결정짓는 선택지 내에서 정책을 골라야 하며, 그것은 자국이 가진 힘에 부합하는 것이어야 한다. 그걸 무시하고 정책을 추진한다면 그 국가는 위태로워질 것이다.
지정학이란 지리학과 힘의 역동성이 합쳐진 것으로, “외교정책의 관점에서 국가를 지리적으로 연구하는 것” “국제정치 주체들 사이의 관계에 있어서 지리를 연구하는 학문”이라고 할 수 있다. 나치 독일의 패망으로 사라진 독일의 지정학파와 달리 영미권에서는 지정학적 특징에 따라 세계를 구획하고 이들 간의 관계를 연구하는 방식으로 학문이 발전해왔는데, 총 세 명의 대가가 있었고 그중 한 명이 니컬러스 스파이크먼이다.
1942년에 쓰인 이 책이 80여 년이 지난 지금까지 설득력을 갖는 이유는 무엇일까? 총 16개 장에 걸쳐 세계 지역 및 국가들의 지리를 분석하고, 힘의 관계를 분석하고, 그 힘의 관계와 지리의 상호작용을 보여주며, 최악의 상황을 막기 위해 취해야 할 최선의 전략이 무엇인지를 단계적이고도 유기적으로 보여주기 때문이다. 이 책은 내용 분석뿐 아니라 국가 전략을 세우는 방법을 일러준다는 면에서도 중요하다. 그것이 『강대국 지정학』이 국가 전략 입안자를 위한 바이블로 읽혀온 이유다.
현실주의자가 살아남는다
보통의 국민은 힘이 사회나 국가의 행동 목표가 되는 것을 사악하다고 여긴다. 무력 충돌 없이 세계 평화가 유지되길 바라고, 도덕적 양심으로 평화를 갈구한다. 다른 한편 현대인들은 너무 복잡하고 이해하기 어려운 현실에 맞닥뜨려서는 강력한 리더십과 때로는 독재자를 원해 그런 후보에 투표하기도 한다.
저자는 이상주의와 현실주의 사이에서 품위를 지키려는 시민들의 성향이 평화를 안겨주는 것은 아니라며, 현실적인 지리 요건과 힘의 균형 사이에서 각 국가가 전략을 취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특히 미국이 자국의 이익을 위해서뿐만 아니라 세계 정치에서 힘을 갖기 위해 그가 하는 조언은 매우 현실적이다. 스파이크먼은 외교적 언어와 만장일치의 공허한 결의문 뒤에 숨겨진 세력 경쟁 및 투쟁을 환한 빛 속으로 끌어내길 원했다. 낭만적인 경향의 정치인들은 문화적 화해를 성취하려 하고 학술적 교류도 중시하지만, 지적 협력은 정치의 도구로서 그 가치가 불확실하다. 올바른 역사적 순서는 정치적 결정에서 문화적 화해로 가는 것이며, 동맹에 대한 우호적 감정은 오로지 정치적 협력의 결과로서만 주어질 뿐이다.
지리학자 프리드리히 라첼은 “위대한 정치가들은 지리에 대한 감각이 결코 부족하지 않았다. 사람들이 건강한 정치적 본능에 대해 말할 때, 그것은 보통 정치적 힘의 지리적 기반에 대한 올바른 평가를 의미한다”고 강조했다. 스파이크먼 역시 “모든 문명화된 삶은 결국 힘에 달려 있다”고 말한다. 문제는 힘의 사용이 곧잘 비난에 직면한다는 것이다. 이런 비난은 “불행한 것”이라는 게 저자의 견해다. 왜냐하면 힘을 배제하고는 사회적 삶의 근본적인 측면을 제대로 파악할 수 없기 때문이다.
힘을 도덕적으로 불신하는 것은 보통 기독교적 양심에서 기원하는데, 사실 강제 없이 평화를 바라는 것은 현실 도피일 뿐이다. 국제사회에서는 힘을 위한 투쟁이 생존을 위한 투쟁과 동일하고, 상대적 힘의 개선이 국가의 일차적 목표이며, 다른 것은 모두 부차적이다. 저자는 외교정책을 수행하는 정치인은 힘이라는 목표에 기여하거나 이를 간섭하지 않는 한에서만 정의, 공정, 관용의 가치를 고려할 수 있다고 말한다. 즉 질서 있는 세계는 갈등이 없는 세계가 아니라, 투쟁과 갈등이 무력 충돌이 아닌 정치적·법적 통로로 이어지는 세계다.
국가의 상대적 힘은 군사력뿐만 아니라 영토의 크기, 국경의 특성, 인구의 크기, 원자재의 유무, 경제 및 기술 개발, 재정, 민족 동질성, 효과적인 사회 통합, 정치적 안정, 국민 정신 등에 달려 있다. 특히 국가의 형태를 이루는 요소로서 국민의 이주를 결정하는 해안과 강, 산맥과 평지 등 영토는 늘 변함없이 남아 있으니, 외교정책 결정의 가장 기본적인 고려는 지정학에서 나와야 한다.
나아가 한 국가의 힘의 지위는 자국의 군사력뿐만 아니라 잠재적 적들의 군사력에 달려 있다. 이는 자국의 군비 확대와 별도로 힘을 추구할 수 있는 두 번째 접근법이 있다는 것을 뜻한다. 이것의 목적은 다른 국가들의 힘의 지위에 직접 영향을 미치는 것으로, 어떤 국가를 약화시키는 반면 다른 국가는 강화시키는 것이다. 고대부터 강대국이 국경을 접한 약소국을 타국의 침략으로부터 보호해주는 관행이 있어왔다. 이 정책은 국경지대 구축을 통해 영토 방어를 발전·개선시키는 오랜 방법이다. 하지만 이는 그 지역의 안전을 걱정해서가 아니라 더 이상 성장하면 위협이 될지 모를 어떤 큰 국가의 확장을 저지하려는 욕망에서 비롯됐다.
역사를 보면, 강한 역동적 국가가 자기만족을 이뤄 팽창을 중단하거나 힘의 목표에 적절한 한계를 둔 적은 거의 없다. 따라서 성장하는 국가를 억제하는 것을 목표로 하는 세력균형 정책은 성공한 모든 국가의 외교에서 중요한 부분을 차지했다. 선의의 선언보다 세력이 균형을 이룰 때 더 안전하다는 것이 경험상 증명돼왔기에 저자는 이 책 전반에 걸쳐 세력균형의 현실성과 중요성을 살핀다. 물론 세력균형 정책이 우선 강대국들을 위한 정책임은 분명하고, 작은 나라들은 타국이 사용하는 저울의 추가 되는 운명에 놓인다. 작은 나라는 누구도 그 나라의 영토를 원치 않거나 혹은 그 나라를 완충국이나 세력균형의 추로서 관심 가질 때 살아남을 수 있다.
국가들은 언제나 다른 국가의 힘을 억제하는 데 관여한다. 문제는 모두가 자신에게 유리한 균형에만 관심 있고, 속내는 늘 충분한 우위를 원한다는 것이다.
모든 것은 지리에서 시작된다
따라서 저자는 전투의 북소리가 끊임없이 전 세계적으로 울리는 것은 놀라운 일이 아니라고 말한다. 대개는 평화를 정상으로, 전쟁을 비정상의 상태로 보는데, 이는 전쟁에 대한 감정적 반응으로 일어난 지적 혼동일 뿐이다. 전쟁은 불쾌하지만, 잘 들여다보면 이는 주권 국가들의 시스템 속에 내장된 것이다. 전 세계에서 무력 충돌의 소리가 들리지 않았던 시기는 몇 년에 불과했다. 유럽 국가들은 17세기의 75퍼센트, 18세기의 50퍼센트, 19세기의 25퍼센트에 해당되는 기간을 전쟁 속에서 보냈다. 다만 점점 길어진 평화의 기간에도 불구하고 전쟁이 국민의 삶에 미치는 피해의 총량은 줄지 않고 오히려 증가해왔다.
따라서 무정부 상태의 국제세계에서 외교정책은 무엇보다 국가의 상대적 힘의 지위 개선을 목표로 해야 한다. 잔인하게 들리겠지만 저자는 “힘은 결국 성공적인 전쟁을 수행하는 능력”이라고 말한다. 그리고 지리는 군사적, 정치적 전략에 대한 단서를 갖고 있다.
국가의 영토 크기는 세력 투쟁에서 국가의 상대적 힘에 영향을 미친다. 천연자원은 인구밀도와 경제구조에 영향을 미치고, 이것들이 봉쇄에 대한 취약성을 규정한다. 적도, 대양, 대륙을 기준으로 한 위치는 힘의 중심, 분쟁 지역, 교통로에 대한 근접성을 결정한다. 지형은 통일성과 내적 결집에 영향을 주기 때문에 국가의 힘에도 영향을 미친다. 기후는 농업 생산을 제한하고 운송과 국제 무역의 환경을 결정한다. 따라서 국가의 힘의 지위에 대한 모든 설명은 지리 분석에서 시작해야 한다.
지구의 땅덩어리는 다섯 개의 대륙 섬으로 구성되어 있다. 남반구에 위치한 세 개의 대륙 즉 호주, 남아메리카, 아프리카는 배로 주변을 돌 수 있는 진정한 섬이다. 북반구에 위치한 두 개의 대륙은 북아메리카와 유라시아다. 그러나 역사는 대체로 온대 지방에서 일궈져왔고, 남반구에는 온대 기후가 극히 적어 역사는 북반구에서 주도된다고 할 수 있다. 이는 여러 시사점을 지닌다. 경제적, 정치적, 군사적 관점에서 볼 때 세계의 북쪽 절반은 항상 남쪽 절반보다 더 중요할 것이고, 북반구 대륙 사이의 관계는 같은 대륙의 적도를 가로지르는 관계보다 세계 역사에 더 많은 영향을 미칠 것이다.
서반구의 역사는 줄곧 힘의 외교를 확인하는 과정이었다. 아메리카 대륙은 원래 영국, 스페인, 프랑스의 식민지였고, 시민들은 유럽 세력정치의 우여곡절로부터 고통받았다. 하지만 그들은 남북 아메리카에서 독립을 획득하고 유지했다. 왜냐하면 그들의 독립을 저지할 수 있는 통합된 유럽이 달성된 적이 없고, 유럽의 어떤 단일 국가도 서반구에서의 투쟁을 위해 강력한 군사력을 투사할 행동의 자유를 갖지 못했기 때문이다. 이 대륙에 정치적 발전의 기회를 준 것은 균형을 이룬 유럽이었다. 유럽이 중화된 상황에서 지리의 내재적 요소들과 경제적 잠재력은 필연적으로 미국에게 신세계에서 우월한 지위를 부여했다.
미국은 세계에서 독특한 장소를 점유하고 있다. 북반구의 거대한 육지 영역에 위치한 미국의 영토는 경제적 힘을 암시하는 모든 것을 갖춘 대륙 규모의 땅이다. 두 대양에 접해 있는 미국은 세계의 가장 중요한 무역 운송망에 직접 접근할 수 있을 뿐 아니라, 서유럽과 동아시아의 밀집된 인구 집단들 사이, 즉 경제적·정치적·군사적으로 가장 중요한 지대들 사이에 위치하고 있다.
역사 속에서 제국 영국이 300년간 세력균형을 추구해왔듯이, 미국도 관심을 갖는 것은 세력균형이다. 따라서 미국과 영국이 비슷한 정책을 추구하고 고립주의와 동맹, 그리고 전쟁이라는 동일한 악순환에 빠지는 것은 놀라운 일이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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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대한 이 책은 집필 당시 각 국가의 자원 보유 상황과 국민의 심리, 이데올로기 전략, 아시아의 세력균형에 대한 통찰, 제2차 세계대전 후 러시아에 대항할 수 있도록 독일을 강한 국가로 남겨두는 게 미국에 이익이라고 한 현실적 조언, 일본이 태평양에서 패하고 중국과 러시아가 서로 투쟁하게 될 것이라고 전망한 점, 나아가 중국이 아시아의 지배 세력이 되리라고 내다본 것 등 치밀한 분석에 기반한 통찰력을 보여주고 있다. 이것이 스파이크먼이 봉쇄 정책의 기안자 중 한 명으로 언급되며, 미국 국제관계의 원칙을 창안한 인물 중 한 명으로 거론되는 이유다.
림랜드 이론을 내놓은 스파이크먼의 학문과 정책 제안은 한반도의 지정학적 전략에 주는 함의도 적지 않은데, 그의 이론에 따르면 중요한 대륙 세력이 림랜드를 장악한다면 해양 세력이 대륙의 연안 지대에 닻을 내리는 것을 막을 수 있는 반면, 해양 세력이 동일한 지역을 장악한다면 대륙 세력의 해양 진출을 차단해 해양 세력의 확대가 이뤄진다. 그에 따라 분석해보면 한반도의 임진왜란, 청일전쟁, 러일전쟁, 한국전쟁은 모두 대륙 세력과 해양 세력 간의 전쟁이었고, 이는 곧 그의 이론의 유효성을 입증한다.
추천사
이 책이 가진 장점과 공적 가치로 미뤄볼 때 수많은 미국 대중이 읽어야 한다. 비록 스파이크먼이 제안한 정책에 동의하지 않더라도, 정책을 책임지는 모든 정부 관리는 앞으로 20년 동안 일 년에 한 번은 이 책을 읽어야 할 것이다._아이제이아 보먼 존스홉킨스대학 총장·지리학자
독일 지정학의 철학과 방법론은 곧 미국 학자들에게 채택돼 아메리카 권역에 적용될 참이었다. 사실상 이것이 스파이크먼 교수가 이번 연구에서 한 일이다. 그의 이 책은 세계의 세력 정치에서 미국의 위치에 대한 지정학적 해석을 가장 잘 보여주고 있다._로버트 울버트, 『포린어페어』
영국의 정책에서 그랬듯이, 세력균형은 미국의 목표가 되어야 한다. 이 책의 결론은 인용될 가치가 있다. “미국의 국부들은 균형 잡힌 힘의 가치와 중요성을 진지하게 고려했다. 그들은 견제와 균형의 원리가 작동하는 정부를 미국에서 창조해냈다. 견제와 균형만이 폭정을 피할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이라는 깊은 확신에서였다. 미국 정부는 느리고 거추장스럽다는 비판을 많이 받았다. 그러나 견제와 균형의 정부는 국부들의 희망에 부응했고 아마 다른 어떤 정부보다 정치적 자유와 시민의 자유를 더 잘 보존했을 것이다. 견제와 균형의 장점은 마찬가지로 국제사회의 세력균형에까지 확장된다.”_맬컴 샤프 시카고대학 교수
이 책이 출간되고 10년 후 세계는 대체로 이 책이 말한 대로 흘러가고 있다. 국제정치학계는 1930년대 중반이 돼서야 현상을 분석하고 데이터를 분류하며 정책의 가능한 결과를 예측할 수 있는 체계적인 방법론을 만드는 데 진지한 노력을 기울이기 시작했다. 스파이크먼 교수는 바로 이 작업에 자신의 짧은 생을 바쳤다. 그가 고안한 국제정치 이론틀은 그를 연구 방법 분야의 선구자로 만들었고, 이 책이 나왔던 10년 전과 마찬가지로 오늘날에도 대부분 유효한 결론에 이르게 한다. 그의 업적이 중요한 진정한 이유는 포괄적 이론틀을 위한 기초를 세운 것이다._에드거 퍼니스 주니어 프린스턴대학 교수
1930년대와 1940년대 초 서구 문명을 심각한 위험에 빠뜨린 재앙적 경험은 정치적으로 설득력 있는 전후 대전략을 개발해야 할 필요성을 제기했다. 이 전략은 유라시아 문제에 대한 미국의 이상주의적 개입에 관한 것으로, 구체적이고 명확한 물질적 이익에 근거해야 했다. 스파이크먼은 그러한 대전략을 세우는 데 필요한 국가 이익을 정의하고 우선순위를 정하는, 쉽게 이해할 수 있는 지정학적 틀을 제공했다._패트릭 개리티 CSIS 연구위원
구매가격 : 28,500 원
피할 수 있는 전쟁
도서정보 : 케빈 러드 | 2023-11-28 | EPUB파일
지원기기 : PC / Android / iOS
평생 미중 관계를 연구한 전 호주 총리의 통찰!
“시진핑은 결국 미국과 전쟁을 일으킬 것인가?”
시진핑과 여러 고위 관료를 직접 만나며 얻은 현대 중국에 대한 이해
복잡하게 얽힌 양국의 이해관계를 들여다보는 새로운 분석 틀
오해와 불통의 역사부터 살얼음 깔린 미래까지, 미중 경쟁을 한 권에 담아내다
* 국제정치의 현실주의에 기반한 중립적, 객관적 분석
* 양국 간 골이 깊은 오래된 오해와 세계관 차이에 대한 해설
* 시진핑의 야망을 개념화하는 열 개의 동심원
* 미중 관계의 미래를 점치는 열 가지 시나리오
이 책의 저자, 전 호주 총리 케빈 러드는 “중국을 가장 잘 이해하는 서방 정치인”이라고 불린다. 서방 고위 관료들 중 가장 완벽하게 중국어를 구사한다고 알려진 그는 10대 시절부터 중국에 관심을 가진 이후 호주국립대학에서 중국학을 전공, 최우등 졸업했다. 재학 중 1년 동안은 타이완국립사범대학에서 유학생활을 하며 중국 문화와 관습을 익혔고, ‘루커원陸克文’이라는 중국 이름을 짓기도 했다. 1981년에는 호주 외교부에 입성하여 1984년부터 3년간 베이징과 상하이 등지에서 외교관으로 활동했다. 이때 중국의 고위 관료들과 만나 교류를 이어오고 있으며, 특히 시진핑과는 여덟 차례 이상 독대했다. 또한 대對아시아 외교 및 정치 싱크탱크 기관인 아시아소사이어티 정책연구소 초대 소장, 아시아소사이어티 회장 겸 최고경영자를 거치며 중국 관련 주요 분석가로 인정받았으며, 호무 외무장관과 총리직을 역임하고 현재는 주미 호주 대사로 재직 중이다.
그런 수십 년간의 경험을 바탕으로 미중 관계를 분석하고 시진핑과 그의 중국을 연구한 결과가 바로 이 책이다. 중국과의 외교 현장 한복판에서 바라본 정세는 어떤 모습일까? 미중 패권 경쟁과 시진핑의 중국을 다룬 책이 그간 수없이 많이 나왔지만, 이 책의 관점은 그 궤를 달리한다. 한 국가의 고위 관료로서 직접 국제외교를 경험해본 그는 중국이 포악한 패권주의 국가라거나 시진핑이 폭력적인 독재자라거나 하는 식으로 단편적인 주장을 내놓지 않는다. 대신 중국 내부에 얽힌 복잡한 이해관계와 그것의 균형, 시진핑이 처한 정치적 상황의 맥락, 그의 개인적 야망을 파헤치며, 외부가 아닌 내부에서 중국을 통찰한다. 그 통찰에는 시진핑을 포함한 중국 고위 관료들을 실제로 만나며 쌓아 올린 이해가 깔려 있다. 그렇다고 중국의 인권 문제에 대해서까지 눈감지는 않는 등, 미중 관계 평론가로서는 흔치 않게도 객관적이고 균형 잡힌 시선을 보여준다.
미중 패권 경쟁의 이면에는 오해와 불통 그리고 근본적인 세계관 차이로 점철된 오랜 역사가 있다. 저자는 그런 균열을 잘 ‘관리’할 수 있다면 분명 전쟁 없이도 경쟁할 수 있다고 주장한다. 패권 경쟁은 필연일 수 있겠지만 전쟁은 절대 필연이 아니며, 전쟁을 피하기 위해서는 이해와 안전장치가 필요하다. 이를 위해 저자는 한 권의 분량만으로 미중 갈등의 역사를 섬세하게 정리해내고, 시진핑이 품은 야망과 그가 직면한 도전을 들여다보며, 중국이 처한 조건을 공식화하고, 미중 관계의 미래를 점친다. 대체로 평화로웠던 수십 년이 지나 다시금 전쟁의 불길이 세계 곳곳에서 솟아오르고 있는 지금, 이 책은 미중 전쟁이라는 파국을 막기 위해 쏘아 올린 반전의 신호탄이다.
“이유 없이 난장을 치는 악당은 없다”
양국 관료의 인식 틀과 세계관 분석
“중국을 대하는 데 있어 전략적 신뢰를 기대하는 것은 중국을 매우 과대평가하는 것이다.” 저자가 전하는 한 미군 고위 관료의 말이다. 하지만 이는 중국 입장에서도 마찬가지다. 저자는 두 강대국 사이 불신이 어디서 시작되었는지를 먼저 역사적으로 면밀히 짚어낸다.
미국은 독일 점령지 반환을 조건으로 중국을 제1차 세계대전에 끌어들였으나, 정작 종전 후에는 일본을 달래기 위해 산둥성 일부를 마음대로 일본에 양도했다. 제2차 세계대전 때는 일본을 견제하기 위해 전쟁 내내 일본군이 중국을 병탄하도록 방치했다. 냉전기에는 소련을 봉쇄하는 데 중국을 이용하기도 했다. 역대 미 행정부는 공산당 통치 체제를 무너뜨리는 데 관심이 없다고 주장했지만, 타이완과 방위조약을 맺어 중국의 타이완 흡수를 견제하는 등 중국 정치와 사회에 계속해서 개입해왔다. 미국 주도하의 국제 질서에 중국이 순순히 따르기를 내심으로는 바라면서 겉으로는 체제를 존중한다는 식의 위선과 기만이 중국공산당의 불만을 고조시키는 것이다.
물론 미국의 입장에서도 할 말은 있다. 중국은 레닌주의 정치 체제의 특성상 외부에서 보면 그 의도가 불투명할 수밖에 없다. 더군다나 2014년 남중국해에 군용 인공 섬을 만드는 행태를 보고 미 관료들은 경악했다. WTO에 가입하면서 자유로운 시장 개방을 약속했던 것과 달리 보호주의, 권위주의 모델을 고수하는 것을 보면 미국 입장에서 중국은 칼을 숨긴 채 거짓말을 일삼고 있을 뿐이다.
저자는 양국 관료들이 이러한 인식 틀과 세계관 차이를 이해해야 하며, 이해할 수 있다고 말한다. 외교의 세계에서 아무런 이유 없이 난장을 치는 악당 같은 건 없다. 국제정치의 현실은 그보다 훨씬 복잡하다. 상대의 메시지가 무엇인지, 상대가 어떤 조건에 처해 있는지, 내 메시지가 상대에게 어떻게 들릴지를 항상 생각해야만 한다. 양국 간의 전쟁이 세계대전에 맞먹는 파국적인 결과를 불러올 수 있기에, 서로의 가치 체계와 세계관을 유념하는 일은 필수적이다.
2020~2030년은 시진핑 장기 집권의 시험기
점점 커지는 10개의 동심원으로 중국을 이해하는 독특한 관점
그런 맥락에서 저자는 시진핑과 그의 중국을 더 자세히 이해하기 위해 책의 반절 이상을 할애한다. 현대 중국은 시진핑과 당이 처한 국내 문제에서부터 시작해 타이완과 동중국해, 태평양, 북극, 더 크게는 국제 체제까지 아우르며 직경을 넓혀가는 열 개의 동심원으로 공식화된다.
특히 ‘국가 통합’이라는 과제를 두 번째 동심원으로 제시하고 타이완 문제를 거론한 대목에서는 외교관으로서 그리고 중국통으로서 저자가 실감한 바가 잘 드러난다. 조국의 통일은 시진핑과 중국공산당에 있어 정당성과 직결되는 중차대한 문제다. 그리고 타이완은 중국을 ‘완성’하는 마지막 단추다. 게다가 최근 타이완의 국내 정세가 독립주의적인 방향으로 변해가는 와중에 홍콩에서 민주화 시위까지 일어나는 등, 중국을 실질적인 군사 행동으로 내모는 흐름이 점점 강해지고 있다. 저자가 워싱턴을 방문했던 2008년, 당시 타이완 총통이었던 천수이볜은 공개적으로 타이완 독립을 주장하고 다녔다. 부시 대통령은 그런 천수이볜에게 “계속해서 불장난을 한다면 전쟁이 나더라도 제82공수사단이 타이완을 구조하러 가지 않을 것”이라며 경고했다. 타이완을 둘러싼 긴장이 점점 고조되어가는 장면을 정확하게 묘사하는, 인상적인 일화다. 타이완 문제에는 시진핑의 개인적 야망도 결부되어 있다. 저자가 분석한 바에 따르면 시진핑은 계속 일인자로서 중국을 이끌어 역사에 남으려는 야망을 품고 있다. 그런 시진핑에게 2020년대는 향후 권력과 지도자적 면모를 검증받는 중차대한 시기이며, 다음 당대회를 앞두고 흐름을 굳히기 위해 타이완에 대한 실질적인 행동에 나설 가능성이 아주 높다.
이외에도 공산당의 지지 기반 유지를 위한 경제 성장, 외부로 전력을 투사하기 위한 군 현대화, 러시아와 인도를 포함한 인접국 관리, 동아시아와 서태평양, 유럽, 개발도상국에 대한 영향력 확대 등 중국의 여러 동심원이 제시된다. 저자가 이 모든 것을 집대성할 수 있었던 가장 큰 원동력은 역시 현장에서 얻은 경험이다. 저자는 시진핑이 샤먼시 부시장이었던 1986년에 그를 만나 계속 관계를 이어왔다. 시진핑이 후진타오의 후계자로서 부주석 직에 오른 2010년에는 캔버라 총리 관저에서 모닥불 앞에 둘러앉아 그와 중국어로 대화를 나누기도 했다. 시진핑이 총서기 겸 주석이 된 2013년 이후에도 전화를 주고받았으며, 총리 퇴임 이후에도 베이징에서 열린 여러 회의에 시진핑과 동석했다. 시진핑 외에도 저자는 후진타오, 원자바오, 후야오방, 자오쯔양, 장쩌민, 주룽지, 셀 수 없이 많은 중국 고위 관료들을 직접 만나보며 중국의 세계관을 더욱 구체적으로 알게 되었다.
전쟁을 포함한 10개의 시나리오
미중 관계의 역사, 현황, 전망을 한눈에 조망
‘미국과 중국이 평화롭게 지낼 수 있다’는 이상론이 아니라 패권 경쟁이 꼭 전쟁일 필요는 없다는 게 저자의 요지다. 살벌했던 냉전 시기, 미국과 소련의 관계는 지금의 미중 관계보다 훨씬 나빴다. 그런데도 미국과 소련은 불화가 부지불식간에 전쟁으로 치닫지 않게끔 서로가 넘지 말아야 할 선을 합의하고 그 선을 지켰다. 저자는 그때처럼 오해와 불통으로 인해 지엽적인 작은 사건이 전쟁으로 번지지 않도록 하는 것이 급선무라고 주장한다.
저자는 미중 갈등이 앞으로 어떻게 전개될지를 점치는 열 가지 시나리오를 제시한다. 중국이 미국의 견제 없이 타이완을 손에 넣을 수도 있고, 중국과 미국 및 동맹국들이 동중국해에서 맞붙을 수도 있다. 그중에는 한반도를 배경으로 하는 시나리오도 있다. 북핵이 겨냥하는 것은 중국이 아닌 중국의 적대국일 것이라는 전망, 한반도 통일이 중국에 미칠 불확실한 영향 때문에 중국은 북핵 문제에 직접적으로 개입하지 않을 것이다. 다만 북한이 본격적인 핵 보유국이 되면 아시아의 미 동맹국들이 독자적으로 핵 개발에 동참할 여지가 있기에, 아이러니하게도 미국이 아닌 중국이 북핵의 개발을 어느 정도 견제해 한국의 안보를 지키게 될 수 있다. 그러나 미국이 대북 강경 외교를 재개하거나, 핵 개발을 막기 위해 북한을 선제 타격한다면, 곧바로 2차 한국전쟁이 발발한다.
하지만 저자의 해석에 따르면 두 강대국은 전쟁의 가능성을 현실적으로 받아들이고 있을 뿐, 전쟁을 하고 싶어하는 것은 아니다. 미국은 세계 최고의 강대국으로서 잃을 게 너무 많으며, 중국은 아직 큰 피해 없이 승리할 수 있다는 확신을 얻지 못했다. 중국 내부에 남은 정치적, 경제적 문제도 망설임에 한몫하고 있다. 문제는 해상에서 양국 간 선박이 충돌하는 작은 사건이 큰 전쟁으로 번질 위험 등, 양국 간 규약이 확립되지 않은 상황에서 발생하는 불확실성이다. 실제로 저자가 제시하는 시나리오는 전쟁 없이 양국 간 관계가 정리되는 경우도 포함한다. 전쟁 없이 경쟁하는 시스템을 구축할 시간은 분명 조금이라도 남아 있는 것이다.
이 책의 미덕은 복잡하게 얽힌 미중 관계의 역사와 현황 및 전망을 한 권으로 명쾌하게 정리했다는 것, 고위 외교관 특유의 객관적이고 중립적인 시선이 드러난다는 것, 서방 최고의 중국통으로서 가장 자세하고 신빙성 있는 중국 내부 사정을 전한다는 것이다. 오랜 평화 끝에 다시 국제 전쟁의 그림자가 드리우는 요즘, 이 책은 불확실한 정세를 가늠할 수 있게 해주는 지침서이자 평화를 위한 좁은 문을 일러주는 해법서가 될 것이다.
구매가격 : 22,500 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