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성우 변호사의 변론외전
도서정보 : 이성우 | 2021-04-30 | EPUB파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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변호사로서는 신문지상에 오르내렸던 대규모 금융스캔들과 관련된 여러 사건을, 특히 다수 피해자를 대리한 소송을 적지 않게 수행하였습니다. 또한 해당 사건들은 모두 종결(승소 및 승소금의 지급) 시까지 3~4년이 걸리다 보니 저에게도 참으로 의미가 있었기에 더더욱 기록으로 남기고 싶었습니다. 이 책이 바로 그런 기록의 일부로, 판결문이나 준비서면 혹은 변호인 의견서에 기록되지 않은 ‘변론외전(辯論外傳)’ 같은 것입니다.
- 「프롤로그」 중에서
변호사와 변론이 어떤 의미인지 제게 물어본다면, ‘변호사란 제가 가장 듣고 싶은 말이고 의뢰인들이 저를 당신의 사건을 누구보다도 열심히 수행하고 있는, 수행하였던 변호사로 기억해 주는 것, 새로운 사건을 하는 즐거움, 법정에서 변론하는 것은 항상 긴장되고 힘들지만 제일 보람된 순간이라는 것, 앞으로도 당신의 변호사로 남고 싶은 것’이라고 대답하고 싶습니다.
- 「에필로그」 중에서
구매가격 : 7,200 원
담대한 진보
도서정보 : 홍영표 | 2021-04-30 | EPUB파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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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도서 소개
시대의 용접공 홍영표,
대한민국의 분열과 균열에 대한 해법을 제시하다
4선 국회의원이자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를 지낸 홍영표 의원, 그가 출간한 〈담대한 진보〉는 흔히 볼 수 있는 정치인들의 자서전과는 다른 형태를 가진 책이다. 개인사 혹은 자전적인 이야기도 일부 포함되어 있으나 이 책의 초점은 저자 본인의 이야기가 아니라 철저하게 대한민국의 미래 비전에 맞추어져 있다. 최근 더불어민주당 당대표 출마를 선언한 저자는 “대한민국의 지속가능한 미래를 위해 더 과감한 개혁이 필요한 과제들을 사회적 대타협을 통해 이뤄내겠다”며 더 나은 대한민국을 만들고자 하는 본인의 의지를 밝히기도 했다. 어떤 사회든 개혁이 필요하고 지속가능한 미래를 만들 수 있으냐 마느냐 하는 것이 그 사회의 존립을 결정한다. 그렇기에 ‘개혁’이나 ‘지속가능한 미래’와 같은 말들은 미래 비전을 이야기할 때 빼놓을 수 없는 키워드가 된지 오래되었고 그만큼 자주 사용되었으며 흔하게 사용되고 있다. 하지만 ‘개혁’이나 ‘지속가능한 미래’만큼 공허한 말이 또 어디 있을까. 이것은 흡사 알맹이 없는 구호와 같아서 누구의 마음도 얻을 수 없는 김빠진 말이 된지 오래 되었다. 알맹이가 없는 구호는 빛이 바래 있지만 그 알맹이가 채워지는 순간 사람들의 마음을 움직이는 강력한 무기가 된다. 홍영표의 말이 그렇다. 이 책에는 사회구조에 대한 깊은 이해를 바탕으로 만들어진 빛나는 아이디어들이 그득하다. 그의 말이 단지 구호에 그치지 않고 살아 숨 쉬는 이유다.
‘개혁’과 ‘지속가능한 미래’에 대한 빛나는 아이디어들
총 2부와 부록으로 구성된 이 책에서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하는 것은 〈1부 담대한 진보〉로 우리 사회에 대한 진단과 그에 관한 해결책이 제시된다. 저자는 좀처럼 주도권을 잡지 못하는 한반도 외교 생태, 불평등과 양극화, 노동시장의 단절, 지속 가능하지 않은 연금 체계, 화석연료와 원전에 치우친 에너지 체계, 저출산과 고령화, 지방의 소멸 등 지난 70여 년간 차곡차곡 쌓여왔지만 제대로 된 해결책을 찾지 못했던 난제들을 수면 위로 끌어올린다. 우리 앞에 놓인 이 수없이 많은 문제들은 갈등이 극심해 해결하기 어려워 방치되었거나 합의를 보기 어려워 다음 세대로 미뤄지기만 했던 문제들이다. 과감한 개혁, 적극적인 해법으로 문제를 풀고 지나왔어야 했지만 정치적 이해득실에 밀려 서랍 속에 넣어 두기만 했던 이 문제들을 해결할 적기가 바로 지금이라고 저자는 말한다. 포스트 코로나19 이후를 본격적으로 준비하는 이때가 위기이자 기회이며 이런 대전환의 시기야말로 답보 상태에 빠진 문제들을 해결할 수 있는 최적기라는 것이다.
“지난 2020년은 누가 방역전쟁에서 승리하느냐의 경쟁이었다면, 2021년 이후는 누가 더 빨리 일상으로 되돌아가느냐의 속도전이다. 또한, 누가 경제·사회 등 국가 전반의 시스템을 먼저 정비하고, 디지털과 기후변화 등 새로운 변화의 흐름을 주도하느냐의 경쟁이다. 포스트 코로나 시대의 세계 질서 재편이 바로 이 지점에서 시작될 것이다.” _본문 7p
코로나19는 많은 것들을 바꿔놓았다. 코로나19 이전과 이후는 기원전과 기원후, 산업혁명 이전과 이후처럼 먼 훗날 세계사의 대변혁 중 하나로 기억될 수도 있다. 이러한 큰 분기점을 거치고 나면 사회는 더 이상 예전 상태로 돌아갈 수 없다. 과거의 생활방식과 사고방식으로 새로운 세상을 살아나갈 수도 없다. 구시대의 과제들은 빨리 해결하고 새로운 시대를 대비해야 한다는 저자의 지적은 타당하고 또 시의적절하다. 현재의 대응이 앞으로의 100년, 1000년을 결정지을 수도 있기 때문이다.
〈2부 더 담대한 진보〉에서는 진영 논리에 빠진 우리 정치를 상생과 통합의 정치로 이끌고자 하는 저자의 담론이 제시된다. 정치가 사회의 걸림돌로 여겨지지 않고 새로운 대한민국의 100년을 이끌 수 있는 정치로 탈바꿈 할 수 있는 단초들을 조목조목 제시한다.
정치는 제조업도 아니며 서비스업도 아니다. 정치가 없어진다고 해서 실물 경제에 어떤 타격이 있을 리도 없다. 한 마디로 말해서 사회의 ‘필요악’을 넘어 ‘불필요악’으로까지 여겨지고 있는 것이 우리 정치의 현실이다. 하지만 정치는 많은 것을 해낼 수 있다. 〈1부 담대한 진보〉에서 저자가 풀어놓은 과제들 역시 정치를 통해서 해결될 수 있고 우리 사회의 룰을 정하는 것도 정치의 몫이다. 정치의 존재감은 정치인들 스스로가 풀어야 할 문제이지만, 그 정치인들을 선출하는 유권자들에게도 큰 숙제로 남는다.
“정치는 ‘각자도생’의 반대말이다. 국민 개개인이 혼자서는 어쩌지 못하는 문제를 함께 해결하는 것이 정치의 존재 이유다. 민주주의의 실력이 여기에 달려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개인이 어쩌지 못하는 문제, 공동체 차원의 관여가 없다면 각자도생과 그 결과로써 야기될 아비규환(요즘 말로 ‘헬’)을 막는 것이 국회의 일이다. ‘일하지 않는 국회’라는 국민의 고정관념은 국회가 중요한 문제에서 답을 제때 내지 못하거나, 아예 외면함으로써 오는 답답함과 실망감이 누적된 결과라고 생각한다.” _본문 226p
공수처법과 선거법 개정안, 검경 수사권 조정 타결의 주역
〈부록 1 패스트트랙 보고서〉에서는 국회선진화법에 있는 패스트트랙 절차를 활용해 지지부진한 공수처법과 선거법 개정안, 그리고 검경 수사권 조정에 관한 법률안을 통과시키는 긴박했던 과정을 한 편의 영화를 보듯 생생하게 그리고 있다. 2018년 12월 6일, 선거제도 개혁을 요구하는 일부 야당 대표들의 농성으로 촉발되어 급물살을 타게 된 일련의 상황들은 2020년 1월 13일 검경 수사권 조정 법안이 국회에서 가결되면서 마침표를 찍게 된다. 여당인 더불어민주당의 원내대표로, 정개특위 위원장으로 이 과정을 진두지휘한 저자의 고민과 갈등, 그에 따른 뒷이야기들이 무척이나 흥미롭다. 공수처법과 선거법 개정안, 검경 수사권 조정 등은 문재인 정권의 정치 분야 최대의 성과라 할 수 있는 것으로 이를 밀고나가 타결에 이르게 한 저자의 뚝심이 돋보인다.
〈부록 2 시대의 용접공〉에 이르러서야 저자는 자신의 개인적인 이야기를 풀어 놓는다. 다니던 대학을 중퇴하고 대우자동차에 취업한 저자는 자동차의 소재와 소재를 이어붙이는 용접공으로 일한다. 이곳에서 사용하던 용접 방식은 백비드 용접으로 이 백비드 용접이란 단어는 그의 생을 관통하는 하나의 키워드로 부를 수 있을 만큼 절묘하게 그의 인생역정과 맞아떨어진다.
“서로 다른 재료의 금속을 녹여서 접합하는 게 용접이다. 백비드 용접은 두 개의 철판을 열과 압력을 가해 이어 붙이는 작업이다. 생김새와 기능이 다른 철판을 붙이면 새로운 물체가 탄생한다. 내가 용접으로 만든 것은 자동차였다. 세상의 모든 일은 백비드 용접과 비슷하다. 용접은 노동운동가로서, 협상가로서 평생을 살아온 나에게는 매우 상징적이다. 서로 다른 생각과 가치를 연결해 하나로 만드는 일. 용접공이 된다는 것. 그것은 매우 힘든 일이지만 시대적 사명이다.”_본문 336p
노동자이자 용접공으로 사회생활을 시작한 저자가 어떤 생각을 가지고 어떤 과정을 거쳐 국회의원의 자리에 오르게 되었는지를, 간략하지만 진심이 담긴 이 글을 통해 충분히 이해할 수 있게 된다. 시대의 용접공으로 대한민국의 분열과 균열, 갈등과 상처를 봉합하고자 하는 그의 의지도 엿볼 수 있다. 이 책은 결국 그가 평생을 걸쳐 실현하려고 했던 진보의 가치가 무엇인지에 대한 답이 될 것이다. 또한 ‘사람 사는 세상’과 ‘나라다운 나라’를 꿈꾸는 고민을 국민 모두와 함께 나누고자 하는 의미 있는 시도가 될 것이다.
◎ 추천사
2009년 국회로 들어간 이후로 홍 의원은 언제나 제가 의지하는 정치적 동지였습니다. 문재인 대통령을 만들기 위한 두 번의 대선에서 그는 대체 불가능한 존재였습니다. 그리고 2018년 원내대표를 맡으면서 유능한 전략가의 면모도 선보였습니다. 129석의 소수 여당을 이끌며 4개의 야당을 상대로 곡예에 가까운 정치적 기동으로 선거법·공수처법을 패스트트랙에 올렸고, 유례없는 정치적 승리를 안겼습니다. _ 이해찬(전 더불어민주당 당대표)
정치인 홍영표가 갖고 있는 단단함 속의 따뜻함과 진정성도 좋지만, 저는 두 가지 점에 특히 주목합니다. 하나는 유연성입니다. 다른 의견을 존중하며 대화와 타협, 나아가 협치에까지 이르려는 의지입니다. 다수당이 갖기 쉬운 경직성이 아니라 겸손을 강조합니다. 다른 하나는 실천 의지입니다. 자신이 지닌 가치와 철학에 정책이란 옷을 입혀 현실정치 속에서 실천하려는 열정입니다. _ 김동연(전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장관)
홍영표 의원은 이 책에서 진보의 이러한 현실을 날카롭게 간파하고 새로운 대안을 설득력 있게 제시하고 있다. 성장과 불평등, 기술진보와 일자리, 저출산·고령화 사회, 지방의 소멸 등 우리 사회가 당면한 문제점들을 차분하게 분석하고 노동 대개혁, 적극적 복지, 혁신성장, 한국형 청년 보장, 그린 뉴딜, 지방의 부활 등 ‘담대한 진보’의 창의적 대안들을 생동감 있게 설파하고있다. _ 문정인(연세대학교 명예특임교수)
제가 아는 홍 의원은 이상과 현실의 차이를 어떻게 좁힐 수 있을지 끊임없이 고민하는 정치인입니다. 그와 30여 년간 인연을 맺어오며 그가 정치인으로서 했던 고민의 진정성을 저는 잘 알고 있습니다. 홍 의원의 정치적 고민을 담은 이 책에 많은 독자분이 공감하기를 기대합니다. _ 서정진(셀트리온 명예회장)
구매가격 : 15,200 원
아이들이 사회를 만날 때
도서정보 : 이현정 | 2021-04-28 | EPUB파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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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들은 자신을 이해해주는 사회 안에서 건강히 자란다”
사회성이 뛰어난 아이의 뇌 발달을 위한 아홉 가지 습관
사회성의 주춧돌은 어떻게 만들어지는가?
아이들의 사회성 발달에 대해 A부터 Z까지 정리
소아청소년정신건강의학과 의사들의 생애주기에 따른 사회성 돕기
생애 단계마다 아이의 사회성을 북돋우는 방법
아이들은 흔히 ‘사회적인 아이’ ‘비사회적인 아이’로 나뉘곤 한다. 사회적이라는 말은 다른 사람과 눈을 잘 맞추고, 말을 잘하며, 무리에 잘 섞일 뿐 아니라 이따금 리더십도 보이고, 친구도 많다는 뜻이다. 자녀를 바라보는 부모의 마음은 온통 아이가 사회에서 관계를 잘 맺어갈지에 쏠려 있다. 하지만 ‘사회성’만큼 내 뜻대로 되지 않는 일도 없다. 진료실에 오는 엄마들은 이렇게 말한다. “아이가 학교에서 친구들하고 노는 것보다 혼자 노는 걸 좋아해요. 혼자서 책만 봐요.” “친구를 정말 사귀고 싶어하는데 자기를 안 좋아한대요. 친구들 눈치도 많이 보고, 어떤 때는 먹을 것도 사줘요.” 아이들이 직접 자기 마음을 털어놓기도 한다. “친구를 어떻게 사귀어야 하는지 잘 모르겠어요.” “친구한테 서운한 게 있어도 말 안 해요. 관계가 멀어질 것 같아서요.” “애들이 저만 따돌리는 것 같아요. 왜 그런지는 잘 모르겠어요.” 혼자 놀거나 말을 거의 안 하거나 무리와 섞이지 못해 외로워하는 자녀를 둔 부모는 마음이 가시밭길이다.
이 책의 저자들은 소아청소년정신건강의학과 의사로, 오랫동안 진료실에서 아이들과 부모를 만나왔다. 수많은 상담과 치료 속에서 느낀 것은 부모든 자녀든 ‘사회적인 아이’에 대한 열망이 매우 컸다는 점이다. 물론 사회성에 한 가지 정답만 있는 것은 아니며, 어른이 되어서는 모두 자기 취향과 개성, 성격대로 사귀며, 혼자인 것(고독)의 필요를 절감하고 혼자여서 좋은 점도 하나둘 깨달아가기도 한다.
그렇지만 태어나서 성인이 될 때까지 자아가 성장하는 것은 모두 타인과의 관계 속에서다. 따라서 생애 주기마다 나를 알고 남을 알아가는 것은 인간이 맞닥뜨리는 가장 중요한 과제다. 특히 부모는 자녀의 마음이 단단하게 자라도록 아이의 몸과 마음에 귀 기울이면서 마음 근육과 사회 근육을 만들어주는 역할을 하게 된다.
이 책은 영유아기부터 시작해 10대 아이들까지, 즉 엄마 배 속에서부터 독립된 성인이 되기까지 자녀의 사회성을 북돋울 수 있는 방법을 보여준다. 저자들은 진료실에서 만났던 아이와 부모들의 상담 및 치료 내용을 공유하는데, 특히 놀이치료, 정신분석학, 뇌과학 등의 연구와 연계돼 독자가 자기 자녀를 이해하거나 혹은 사회성의 출구를 마련할 수 있도록 돕는다. 저자들 모두 의사이면서 자녀를 키우고 있는 까닭에 엄마, 아빠 그리고 아이들의 마음을 들여다보는 방식이 한결 더 섬세하고 신뢰성 있다.
저자들은 부모와 가족상담을 하기도 하고, 긴 안목에서 아이들의 강한 힘을 발견해준다. 저자들은 또 ‘행복한 아이의 건강한 뇌 발달을 위한 9가지 습관’을 일러주기도 하고, 타인의 마음을 읽는 방법을 알려주기도 하며, 왜 도덕적인 아이가 더 행복한지, 청소년기에는 뇌가 어떻게 리모델링되는지 등등 사회성에 관한 모든 것을 차근차근 밝혀나간다.
아이들이 자기 존재 자체를 즐기게 하려면
이 책에는 생후 몇 개월밖에 안 된 아이부터 청소년기까지 진료실에서 만나온 다양한 아이들과 그들의 부모 이야기가 펼쳐진다. 자폐스펙트럼장애를 앓고 있는 30개월 된 봄이, 예민하고 불안이 높은 다섯 살짜리 여름이, 엄마의 불안을 자기 것으로 삼은 여섯 살의 지호, 새학기를 유난히 힘들어하는 선우, 엄마도 친구도 필요하지 않다는 중3 지윤이, 우울함과 무기력감에 휩싸인 고2 혜진이…… 이들 모두의 고민을 한마디로 압축하자면 ‘나는 왜 사회성이 부족할까? 우리 아이는 왜 다른 아이들과 잘 어울리지 못할까?’이다.
상담을 받으러 왔던 지호의 상황을 잠깐 보자. 지호는 놀이치료에 들어오면서 자신을 슈퍼 히어로로 여기며 불난 집의 가족들을 구하고 사자에게 쫓기는 토끼를 구하러 다녔다. 위험에 처한 사람을 보면 구하려고 안간힘을 쓰는 게 지호의 특징이었다. 언뜻 보면 어른스러운 이 같은 성격은 칭찬받을 만하지만, 아이는 시간이 흐를수록 점점 힘겨워하고 지친 기색을 내비치기도 했다. 어느 날 지호는 진료실 소파 밑에 몸을 누일 공간을 발견하고는 치료 시간에 주로 그곳에 웅크려 장난감 트럭을 이용해 빵이며 과자를 받아 먹기 시작했다. 영웅 역할에 지쳤던 터에 아늑한 공간을 발견하자 그곳에서 배부름을 느끼며 자기 마음을 추스르기 시작한 것이다.
가족상담을 해보니 저자는 아이의 마음이 한결 이해됐다. 지호의 엄마 아빠는 부부싸움이 잦았고, 엄마는 만성 우울증을 앓고 있었다. 지호는 부모님이 싸울 때마다 어린 동생의 귀를 막아주고는 다른 방으로 피신시켰다. 또 앓아누운 엄마한테는 물을 떠다주고 머리에 물수건을 올려주는 등 든든한 의지처가 돼주었다. 그런 아들에게 엄마는 이런 말을 했다. “네가 남자니까 여자아이들을 보호해줘야 되는 거야. 지호가 엄마도 지켜줘야 돼.” “지호는 엄마처럼 되지 말고 공부 열심히 해서 훌륭한 사람이 되어야 해.”
사실 이 시기에 지호는 자신이 제공받아야 할 안전감을 오히려 베푸는 위치에 놓여 있었다. 인간은 태어나면서부터 부드러운 신체 접촉을 필요로 한다. 또한 아기들은 주위의 환대, 평화롭고 따뜻한 목소리를 듣고 자라야 그것이 자신의 안전을 보장해준다고 확신하게 된다. 하지만 지호는 공포스런 상황에 자주 놓였고, 그럴 때마다 스스로 와해될 것 같은 불안은 인지하지 못한 채 책임감에 짓눌려왔다. 이런 와중에 놀이치료가 시작되자 지호는 가상의 안전기지를 만들어 탯줄을 통해 엄마에게 영양을 공급받듯이 트럭을 통해 과자를 공급받으며 안전함을 느꼈다.
사실 엄마 먼저 자기 필요를 충족하고 스스로를 아껴야 아이 또한 자기 존재 자체를 즐기게 된다. 이것이 바로 ‘진짜 자기’인데, 만약 자녀가 지나치게 어른스럽고 의젓하다면 그 속에 ‘거짓 자기’를 두고 있지나 않은지 부모로서 한번 들여다봐야 할 것이다.
봄이는 30개월에 처음 진료실에 왔다. 봄이 부모는 아이가 그냥 좀 느린 줄로만 여겼는데 22개월에 문화센터에 갔을 때 또래에게 아무 관심을 보이지 않아 걱정됐다. 24개월경에도 이름을 부르면 열 번 중 한두 번 돌아볼 뿐 혼자서 장난감을 일렬로 나열하며 놀았다. 봄이는 자신의 기분이나 감정을 부모에게 표현한 적도 없었고, 어린이집에서도 혼자 놀고 또래에게 관심을 보이지 않았다.
저자는 이 경우 자폐스펙트럼장애가 우려되는데, 만약 자기 아이에게서 이런 모습이 비친다면만 3세 이전, 가능한 한 만 18~24개월부터 장애를 찾아내 조기 집중 프로그램을 시행하는 것이 좋다고 말한다. 응용행동분석, 상호작용증진 놀이치료, 언어·인지·작업·감각통합치료를 포함한 집중적인 특수교육 및 치료 프로그램을 가능한 한 많이 하는 것이 필요하다. 이 시기에 아이들의 뇌는 아직 가소성이 있어서 주어진 교육적 자극에 따라 발달이 잘 이뤄지므로 또래의 뇌 발달을 빨리 따라잡는 것이 중요하다. 만 5~6세경의 표현 언어와 인지 기능 수준이 아이의 평생의 예후를 결정하게 되는데, 만약 치료 타이밍을 놓치면 인지 및 사회성 발달의 차이는 점점 더 벌어진다. 다행히 봄이는 30개월에 검사하고 진단을 받은 뒤 집중 치료를 계속해 IQ도 98로 또래와 비슷한 수준이 되었고, 더 이상 자폐스펙트럼장애가 아닌 것으로 진단되었다. 봄이는 현재 일반 초등학교에 적응하며 잘 다니고 있다.
사회성 때문에 우울과 불안을 겪는 학령기 아동과 십대들
학령기가 되면 아이들은 타인과 만나면서 자신의 능력을 이전과는 비교도 안 될 만큼 성장시켜나간다. 이것은 바로 확장된 대인관계로 인해 가능해지는데, 안타깝게도 진영이, 선우, 영서는 친구관계에서 어려움을 겪었다. 진영이는 부모님 직업 때문에 전학을 자주 다녀 친구를 오래 사귀지 못하는 편이었고(특히 친구의 단점을 발견하면 곧 흥미를 잃었다), 선우는 낯가림이 심해서 처음 만난 친구가 자신을 어떻게 생각할지에 대해 밤새 고민했다. 영서는 갈등관계가 있는 두 친구 사이에 끼어 조율해야 하는 것 때문에 스트레스가 컸다.
저자는 이 아이들에게 타인을 존중하는 방법, 감정을 표현하는 방법(특히 부정적인 정서에 솔직하게 대응하는 법), 그리고 자기 행동과 실수와 잘못에 따른 결과를 인정하는 법을 하나하나 일러준다. 이런 와중에 자존감과 자기통제 능력을 키우는데, 이들 사례 속에서 내 아이의 문제도 대입해볼 수 있을 만큼 예시가 풍부하게 나와 있다.
사회성 문제가 심각하지 않아 기존에는 진단을 받지 않다가 청소년기에 병원을 찾는 이들도 있다. 중3 성진이가 처음 진료실에 왔을 때는 학교 상담 선생님과 상담하던 중에도 화내면서 자리를 박차고 나온 터였고, 몹시 화가 난 눈빛인 데다 의사에게도 경계심을 보였다. 부모님과 이야기해봤더니 성진이는 어릴 때부터 사회성이 부족하다는 말을 들었다고 했다. 하지만 혼자서도 잘 지내는 편이라 별문제 없이 지나왔다. 특히 성진이 부모님이 부드러운 말로 아이와 대화를 많이 나눠준 것이 힘이 되었다. 하지만 병원의 검사 결과 성진이에게는 의외의 진단명이 나왔다. 그것은 무엇이었을까? 책에서는 이후 성진이가 소량의 약물치료와 정기적인 외래 면담을 이어나가는 내용이 자세히 나온다.
저자는 “늘 살짝 편애하는 마음으로 즐겁게 진료하던 성진이와의 경험은 내게 중요한 임상 경험이 되었다”고 말한다. 특히 사회성 결핍이 발견된다면 이를 정확히 감별해야 하며, 재빠른 개입이 필요하다는 것을 강조한다. 이때 적절한 치료가 들어가면 빠른 회복과 안정적인 적응이 가능하기 때문이다. 사회성에 문제가 있지 않아도 청소년기에는 관계에서 오는 어려움 때문에 우울이나 불안이 생기는데, 이것을 잘 해결하지 못하면 성인이 되었을 때 대인기피증이 생기기도 한다. 청소년기 아이들의 사회생활에서 현재 어려움은 없는지, 아이가 느끼는 정서적 고통은 없는지, 특별히 힘들어하는 관계는 없는지 부모가 늘 관심을 갖고 지켜보며 필요한 시점에는 빠르게 도움을 주어야 하는 이유다.
이 책의 7장 ‘공격과 피해를 주고받으며 성장하는 아이들’에서는 학교폭력 문제를 다룬다. 인간은 누구나 공격성을 가지므로 학창 시절 가해자가 되거나 피해자가 될 가능성이 상당히 높다. 학교폭력을 경험한 아이들은 다양한 정신적 후유증을 겪고, 인생에 긴 그림자를 드리우게 된다. 자녀가 가해자나 피해자가 되지 않도록 어떻게 개입하면 좋을지, 부모들은 이 책에 나오는 사례로 도움을 받을 수 있을 것이다. 책의 마지막 글은 잔잔하지만 마음에 긴 여운을 남긴다. 사회성이 부족한 아이를 키우고 있는 의사 엄마의 마음이 잘 드러난 글인데, 아무리 사회성이 중요하다고 해도 그게 잘 안 될 때 어떤 마음가짐을 해야 하는가를 진솔하게 내보인다. 저자는 말한다. “우리는 아이들에게 너무 거대한 사회성을 요구하고 있는 것은 아닌가 돌아봐야 한다. (…) 사회성은 중요하다. 그러나 가장 가치 있고 필요한 것은 자기 자신임을 확실히 한 후에 사회성을 고려해야 한다. 내가 중요해서 남도 중요함을 깨우치는 것이 올바른 사회성의 시작이고 끝이라고 감히 말하고 싶다.”
추천사
이 책은 8명의 소아청소년정신건강의학 전문의들이 그들의 생생한 임상 경험을 담아 ‘사회성’에 대해서 이론적으로 꼼꼼하고도 현실적으로 친절하게 설명하고 있다. 사회성에 대해 다각도로 접근해 전문적인 정보와 함께 양육에 대한 근본적인 물음을 던지며, 다양한 시선과 명쾌하고 따뜻한 조언까지 담고 있다. 아이의 사회성이 걱정이라면 첫 장부터 마지막 장까지 꼭꼭 씹어 정독하기를 간곡히 권한다. 책 속의 많은 아이 가운데 내 아이 혹은 내 아이의 친구들을 발견할 수 있을 것이다. 사회성에 대한 해답은 물론, ‘어떻게 아이를 키워야 하는가’에 대한 커다란 혜안도 얻을 수 있을 것이다. 사회성에 대해서 때로는 심도 있게, 때로는 재미있게, 때로는 마음 울리게, 때로는 통쾌하게 다룬 이 책이 나는 참으로 고맙다. 이 책의 글귀처럼 어떤 상황에서도 아이에게는 ‘부모는 나의 힘’이라는 사실을 많은 부모가 기억해줬으면 좋겠다._오은영(소아청소년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 『어떻게 말해줘야 할까』 저자)
구매가격 : 11,300 원
거래소
도서정보 : 막스 베버 | 2021-04-23 | EPUB파일
지원기기 : PC / Android / iOS
“거래소는 자본주의 사회에 없어서는 안 되는 제도다.”
거래소에 관한 기초 지식과 거래소 제도의 순기능을 역설한 고전
1894년 프라이부르크대학교 경제학 교수 취임 전후 발표한
〈거래소의 목적과 외적 조직〉(1894), 〈거래소 거래〉(1896) 수록
1890년대 독일에서는 거래소를 통해 유입되는 외국자본과 일반 대중의 투기적 거래가 독일 경제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것이라는 의혹이 팽배했다. 이러한 여론이 거래소에 대한 몰이해에서 나온다고 생각한 막스 베버는 논문 〈거래소의 목적과 외적 조직〉을 발표해 거래소 거래에 관한 기초 지식을 제공하고 “거래소는 자본주의사회에 없어서는 안 되는 제도”라고 강조했다. 그로부터 2년 후에 발표한 논문 〈거래소 거래〉에서는 국가의 정치적·경제적 이해관계 측면에서 거래소의 순기능을 역설했다. 거래소 거래가 없다면 국제적인 경제 권력 투쟁에 뛰어들 수 없으므로, 투기가 증가하면서 발생하는 손실까지도 국가 간 전쟁 비용의 일부로 감수해야 한다는 것이다. 이 책은 금융 경제 발흥기의 거래소 거래가 어떻게 이루어지는지를 살펴봄으로써 현대 주식시장의 핵심 메커니즘을 밝힌다. 뿐만 아니라 베버의 민족주의 정치사상의 실마리를 담고 있어 그 학술적 의미가 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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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운의 부녀 대통령
도서정보 : 솔창의향기 | 2021-04-23 | EPUB파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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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솔창의향기’는 필명이다. 10여 년 전부터 인터넷 사이트에 글을 올리면서 놀라운 정보와 혜안을 제공해준 어느 논객의 닉네임이다. 그는 박근혜 대통령이 탄핵을 당하기 3년 전에 이 사태가 일어나리라고 정확히 예측한 사람이다.
더욱이 그는 박정희 대통령 시해사건인 10·26과 12·12사태, 5·18, 87민주화 체재, 세월호 참사에 이르기까지 근 40년간의 한국사를 방대한 분량의 관련 자료를 찾아보며 진실을 찾아 나선 사람이었다.
그는 진실이 핍박받고 거짓이 승리하는 참담한 현실 속의 이 나라에 거짓의 장막을 떨쳐버리고 진실과 번영의 길로 나아갈 수 있을 것이라는 신념으로《비운의 부녀 대통령》을 세상에 내놓았다. 이 책은 2018년 2월 미국의 출판사에서 영문으로 출간되었는데 출간한지 오래지 않아 인터넷 쇼핑물인 아마존에서 한국 역사 부분 베스트셀러에 선정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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왜! 지방자치인가
도서정보 : 정해동 | 2021-04-15 | EPUB파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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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방자치 시민교육으로 자치문화를,
신뢰받는 시민사회로 사회자본을 쌓아야 한다.
지방자치에 관심을 가지고 자료를 챙겨 본 지 10여 년이 지났다. 지방행정 현장에서 직접 체험하고 자치의 관점에서 들여다본 한국 지방자치는 빛과 그늘이 공존한다. 그늘을 걷어 내려면 시간과 노력이 필요하다. 생활문화로서의 지방자치는 경제성장처럼 시간 단축이 어렵기 때문이다. 근본적인 자치 패러다임을 혁신해야 한다.
지방자치는 권한과 일과 돈과 정보의 전향적인 지방이양이 전제조건이다. 쉽게 주어지지 않기에 얻어 내야 한다. 지방분권은 중앙 기득권 세력과의 투쟁에서 이루고 시민참여는 성숙한 시민사회 조성을 통해 이루어야 한다. 지방 간 연대와 협력으로 분권을, 지방자치 시민교육으로 참여를 이끌어 내야 한다. 제대로 된 지방자치 없이 선진국이 된 나라는 단 한 곳도 없다는 사실은 역사가 증명하고 현실이 보장한다. 경쟁과 갈등을 넘어, 신뢰와 품격사회로 가야 한다.
구매가격 : 7,200 원
법철학 (교유서가 첫단추 시리즈 42)
도서정보 : 레이먼드 웍스 | 2021-04-13 | EPUB파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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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철학 전반을 아우르는 소축척 지도
법이란 무엇이며, 무엇이어야 하는가?
법은 사회에서 어떤 기능을 하며 정의, 권리, 도덕의
문제와 어떻게 연관되는가?
자연법론, 법실증주의, 정의론, 법사회학 등을 포괄하는 법철학 입문서
인간의 삶을 지탱하는 가치와 이상을 밝히고 지키는 데 일조하는 법철학
이 책은 법이란 무엇이며 무엇이어야 하는지, 법은 사회에서 어떤 기능을 하고 정의나 권리, 도덕의 문제와는 어떻게 연관되는지를 간명하게 서술한 법철학 입문서다. 인간의 사회적·정치적 생활의 중심에는 법이 있는데, 이 개념이 무엇을 의미하고 사회에서 어떤 역할을 하는지를 탐구하는 학문이 법철학이다. 이 책은 법과 법체계가 어떤 본질을 가지고 무슨 목적을 위해 존립하는지를 조망한다. 저자 레이먼드 웍스는 이번 개정판에서 법실증주의, 법현실주의, 인권에 관한 최신 이론을 소개하고 로널드 드워킨의 최근 저작까지 조명한다. 아울러 법의 본질, 정의, 법적 개념들의 의미를 명료하게 분석하고 법철학적 숙고를 철저하게 밀고 나가야 한다고 강조한다. 그러면서 법철학과 관련되는 네 갈래의 주된 질문을 던진다. 첫째로 ‘법이란 무엇인가’라고 물으면서 유명한 자연법론자들과 법실증주의자들을 불러낸다. 현대 법철학의 거장 로널드 드워킨의 기여도 다룬다. 둘째로 ‘권리와 정의란 무엇인가’라고 물으면서 권리론과 정의론을 정립한 대가들을 초대한다. 셋째로는 ‘법만 들여다본다고 법을 이해할 수 있는가’라고 물으면서 사회학의 렌즈로 법을 관찰한 학자들을 호명한다. 넷째로 ‘기존의 법과 법학으로 충분한가’라고 물으면서 법 자체에 대한 비판적 음미와 함께 법과 법학이 나아갈 방향을 제시하려는 논의들을 소개한다.
구매가격 : 10,800 원
연호(年號)와 제호(帝號) 제도
도서정보 : 문일평 | 2021-04-12 | EPUB파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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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선의 고어(古語)로 주권자를 무엇이라 칭하였는지, 혹은 육당(六堂) 최남선의 학설과 같이 ‘얼검’이었는가? 칭제건원(稱帝建元)은 형태의 관계와 마찬가지로 서로 따라다니는 것이며, 정작 사실에 나가보면 반드시 그런 것도 아니다. 제호를 칭하고 연호(年號)를 세우지 않는 수도 있다. 연호(年號)를 세우고 제호를 칭하지 않는 수도 있으니 진대(晋代)의 5호16국 중에 이러한 실례를 발견할 것이다.
함흥 황초령비(黄草嶺)와 양주 북한산 가파른 산에 있어 시야가 좋았을 가능성이 높지만, 그 위치는 불분명하다. 이원군(利原郡)의 연역에 대해서는 <동국여지승람(東國輿地勝覽)>(권49), 이성현(利城縣)에 실린 연역조에 옛날에는 ‘시리(時利)’라고 하였다<‘조선 금석고(朝鮮 金石攷) <황초령신라진흥왕순수비> / 카스라기 스에지(葛城末治) 저 참조>
진한(秦漢)에서 제호나 연호가 생겨난 이래 반드시 중원(中原)의 정통천자(正統天子)는 건원칭제(建元稱帝)로 하였다. 위(魏)의 조비(曹丕)와 촉한(蜀漢)의 유비(劉備)와 오(吳)의 손권(孫權)이 거의 동시에 병립하여 건원칭제(建元稱帝)로 하였다. 춘추(春秋) 이전에는 왕호(王號)가 가장 존귀한 것으로 주왕(周王) 이외에 맨 먼저 왕호(王號)를 칭한 이가 형만(荊蠻)의 영토에 일어난 초(楚)이었다. <본문 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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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량 판결문
도서정보 : 최정규 | 2021-04-12 | EPUB파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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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판결은 유죄입니다.”
대한민국 법조계 마지막 남은 특권의식에 반기를 들다!
부조리하고 비상식적인 법정에 날리는 작심 비판
MBC·SBS·CBS·한겨레21·경향신문·AP통신 등 주요 언론 기자들,
인권/사회 단체 대표들이 극찬한 2021년 화제의 책!
오늘도 뉴스에서는 대다수의 국민이 주목했던 사건의 판결 기사가 쏟아진다. 하지만 납득할 수 있는 판결이 많지 않다. 피해자보단 가해자 편인 법 해석, 말도 안 되는 선처, 어쩐지 초범이기만 하면 집행유예가 내려지는 듯한 판결…. 그뿐인가? 패소한 이유가 생략되었거나 이유 같지 않은 이유가 버젓이 기록된 판결문, 판례를 기계처럼 복사 붙여넣기 하고 권고 기준보다 낮은 양형을 내린 판결문까지, 믿을 수 없지만 지금도 법정에서는 이렇게 분노할 수밖에 없는 판결이 꽤 자주 탄생하고 있다.
『불량 판결문』은 ‘상식에 맞지 않는 법’과 싸우는 최정규 변호사가 부조리하고 비상식적인 법정을 향해 일침을 날리는 사회 고발서다. 불의를 보면 물불 가리지 않고 싸움을 거는 탓에 검경 블랙리스트에 오른 저자는 이번엔 누구도 쉽게 건드릴 수 없었던 대한민국의 마지막 특권, 재판부에 거침없이 반기를 든다. 입 꾹 닫은 법조계를 대신해 사법부의 부끄러운 민낯을 낱낱이 드러내고, 악한 법과 불량한 판결에 함께 맞서는 법을 소개한다.
2014년 신안군 염전 노예 사건을 비롯해 자신이 지나온 부당한 사건을 예로 들며 법정의 뒷모습을 생생히 포착해낸 최정규 변호사. 그는 오늘도 국민의 공분을 일으킨 불공정하고 불량한 판결을 향해 “그 판결은 유죄”라고 당당히 외친다. 기득권의 논리로 가득한 판례 대신 상식에 부합하는 법 해석을 기대하며, ‘진짜 공정과 정의’란 무엇인지 심도 있는 질문을 던진다.
구매가격 : 11,200 원
공천고백기: 총선 참패와 생각나는 사람들
도서정보 : 김형오 | 2021-04-09 | EPUB파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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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서 소개>
한 번도 경험해보지 못한 ‘특별한’ 선거, 제21대 총선
미래통합당 공천 책임자 김형오 전 국회의장의 공천 징비록!
2020년 4월 15일은 제21대 총선이 치러진 날이다. 결과는 비례대표 의석수를 포함해 미래통합당이 103석, 더불어민주당이 180석으로 미래통합당(현 국민의힘)의 대참패. 그로부터 1년여가 지난 2021년 3월, 역사적으로 그 어디에도 없었고 앞으로도 없을 전무후무한 공천 징비록, '공천고백기: 총선 참패와 생각나는 사람들'이 21세기북스에서 출간되었다.
2020년 1월 17일 공관위원장에 취임한 후 3월 13일 사퇴하기까지의 56일간의 기록이자 총선 참패에 대한 참회와 반성, 21대 총선의 성격과 패인 분석, 현 공천제도의 문제점과 실효성 있는 개혁안까지 두루 담은 책이다.
은퇴한 정치인이자 '술탄과 황제' 등을 집필, 베스트셀러로 등단한 작가이기도 한 김형오 전 국회의장의, 쇠퇴하는 보수의 가치와 자유민주주의 사수에의 의지, 고민과 번뇌, 한국 정치 발전에 대한 진정 어린 소망까지 책 갈피갈피에서 엿볼 수 있다.
저자가 직접 조사, 정리한 수많은 통계와 자료, 도표, 현역의원들의 불출마 선언문과 주요 이슈에 대한 신문기사 등을 「부록」 편에 따로 실음으로써 이 책에 확장성과 정확성을 더했다.
왜 바꾸려 했는가, 왜 실패했는가, 앞으로 보수는 희망이 없는가
이 책의 내용은 ‘공천고백기’라는 제목에 한정되어 있지 않다. 공천 과정과 그 뒷이야기, 공천 과정에서의 아쉬웠던 점, 공천제도의 개혁안 제시 못지않게 자료와 통계를 바탕으로 한 21대 총선에 대한 심도 깊은 연구와 사유, 견해를 담고 있다.
1장에서는 혁신공천의 원칙과 오해들에 대한 해명, 아쉬웠던 점 등을 솔직하게 토로한다. 뿐만 아니라 역대 어느 선거보다 이상하고, 조용하고, 비정상적이었던 21대 총선에 대한 날카로운 분석 역시 빛을 발한다. 여당에 유리하도록 편파적인 결정을 계속 내린 선관위의 행태를 지적하는 것은 물론 코로나19를 이용, ‘조용한 선거’ 작전으로 야당의 무기인 입과 이슈를 원천적으로 차단한 여당의 ‘은밀한’ 전략까지도 파헤친다. 공천 과정에서 가장 아쉬웠던 것으로 저자는 당과의 소통과 공감대가 부족했다는 점을 꼽는다. 공관위가 공천에 관한 전권을 행사할수록 오히려 당(최고위)과 일정 수준 이상의 공감대를 가졌어야 했다. 하지만 그러지 못했다. 오로지 공천 업무에만 매진했다. 이로 인해 신뢰의 벽이 서서히 무너지게 되었고 그것이 끔찍한 결과를 낳았다. 최고위는 공천 막판에 6명의 공천자를 무효화시켰다. 비례정당인 미래한국당의 공천파동과 함께 유권자를 돌아서게 만든 계기 중 하나로 작용했을 것임은 자명하다.
2장에서는 서울과 수도권을 비롯, 전국의 권역별 특징과 유권자 성향 분석, 주요 지역구의 공천자 면면에 대해 상세하게 기술하고 있다. 특히 서울은 지난 16대(2000년)부터 20대(2016년)까지의 총선 결과를 바탕으로 5개 권역으로 분류한 뒤 선거구의 특성과 당락의 확률 관계를 집중 조명한다. 방대한 자료를 통계로 처리해서 변화의 흐름을 짚어낼 뿐 아니라 선거구의 특성에 따라 공천의 기준이나 잣대가 어떻게 달라져야 하는지도 제시한다.
제3장에서는 공천책임자로서 느낀 안타까움과 참담함을 격조 있게 토로하면서 공천제도의 본질적 개혁을 구체적으로 제기한다. 이 장에서 언급되는 모든 내용은 앞장에서와 마찬가지로 최초로 공개되는 것들이 대부분이다. 박근혜 대통령의 석방을 공식 제기한 사연, 정당사상 최초라 할 가장 혁신적인 경선제도 개혁을 하고도 실패한 이유 등이다. 또 연동형 비례대표제라는 악법으로 야당을 무력화시키고 국회를 장악하여 입법독재시대를 만든 내막과 향후 예상 정국, 재난지원금으로 선거에서 재미를 본 여당이 서울&부산 시장 보선에서 이를 계속 써먹을 것이라는 예측과 확고한 대응 자세를 촉구한다. 결국 내용보다는 형식, 본질보다는 심리에 말려든 야당이 이를 극복하기 위해 먼저 자신감을 회복할 것과 아울러 공천 후유증을 최소화하고 '이기는 공천'이 되기 위해서는 '시스템'으로 하는 공천을 해야 하며 이를 구현하기 위한 방안을 구체적으로 그리고 최초로 제시한다.
4장에서는 좀 더 내밀하고 솔직하게 공천 실패와 총선 패배의 원인, 앞으로 한국 정치와 보수가 나아가야 할 방향 등에 대해 밝힌다. 특히 공천과 선거의 함수관계를 과거의 비슷한 선거와 여론 조사를 통해 비교 분석하는 한편, 보수의 가장 시급한 과제가 비호감도를 줄이는 것이라고 지적한다. 반평생을 정치와 함께 살아온 저자는 보수가 다시 일어서기 위해 당장 해야 할 일은 무엇이며 역사적 인식을 어떻게 해야 하는지를 누구보다 솔직히 그리고 담대히 제시한다.
<출판사 서평>
한 번도 경험해보지 못한 ‘특별한’ 선거, 제21대 총선
미래통합당 공천 책임자 김형오 전 국회의장의 공천 징비록!
실패의 기록은 다음 세대를 위한 패배자의 쓰라린 책무
2020년 4월 15일은 제21대 총선이 치러진 날이다. 결과는 비례대표 의석수를 포함해 미래통합당이 103석, 더불어민주당이 180석으로 미래통합당(현 국민의힘)의 대참패. 그로부터 1년여가 지난 2021년 3월, 역사적으로 그 어디에도 없었고 앞으로도 없을 전무후무한 공천 징비록, '공천고백기: 총선 참패와 생각나는 사람들'이 21세기북스에서 출간되었다. 2020년 1월 17일 공관위원장에 취임한 후 3월 13일 사퇴하기까지의 56일간의 기록이자 총선 참패에 대한 참회와 반성, 21대 총선의 성격과 패인 분석, 현 공천제도의 문제점과 실효성 있는 개혁안까지 두루 담은 책이다. 은퇴한 정치인이자 '술탄과 황제' 등을 집필, 베스트셀러로 등단한 작가이기도 한 김형오 전 국회의장의, 쇠퇴하는 보수의 가치와 자유민주주의 사수에의 의지, 고민과 번뇌, 한국 정치 발전에 대한 진정 어린 소망까지 책 갈피갈피에서 엿볼 수 있다. 저자가 직접 조사, 정리한 수많은 통계와 자료, 도표, 현역의원들의 불출마 선언문과 주요 이슈에 대한 신문기사 등을 「부록」 편에 따로 실음으로써 이 책에 확장성과 정확성을 더했다.
스스로 택한 ‘죽음의 길’
미래통합당 공천 책임자로서의 56일간의 기록, 그 이후의 시간들
2020년 1월 어느 날, 베트남으로 피한을 간 저자에게 한 통의 전화가 걸려온다. 황교안 대표의 전화였고, 자유한국당(미래통합당) 공관위원장을 맡아달라는 내용이었다. 대답은 “노”. 이후 전화가 계속 걸려왔다. 결국 저자는 당파와 계보를 초월한 독립적인 공관위를 꾸린다는 조건으로 승낙한다. 비겁해지지 않기 위해서였고 당을 살리기 위한 일념에서였다. 56일간 몸이 망가지도록 전력 질주했다. 주말에도 쉴 틈 없이 영입 대상을 만나거나 일에 매진했다. 그 어떤 사감도 개입시키지 않았고, 당파도 고려하지 않았다. 원칙은 예외 없이 지켜졌다. 당에서 요구한 현역 교체율도 목표치를 달성했다. 퓨처메이커라는 제도를 도입, 지속적인 미래 인재 키우기에 대한 토대도 마련했다. 그런데 선거에서 참패했다. 보수 정당 사상 최대 참패라는 명예롭지 못한 기록을 세웠다. 온갖 비난이 공관위로 쏟아졌다. 총선 패배의 결정적인 원인을 공천 실패에서 찾는 목소리가 높아졌다. 그 어떤 계파도 배려하지 않음으로써 오히려 모든 계파로부터 공격받았다. 패한 장수는 병법을 논하지 않는 법이라고 했다. 책임에서 자유로울 수 없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실패의 기록을 남기는 이유를 저자는 이렇게 밝히고 있다.
“당에서 '총선백서'를 만든다기에 그럼 우리가 수고하지 않아도 되겠다는 생각을 했다. 그러나 두 달간 여러 사람이 참여해 만든 '총선백서'는 나름대로 의미와 한계를 다 지니고 있었다. 그래서 나는 백서와는 전혀 다른 스타일로 ‘공천고백기’를 만들기로 했다. 책임 회피나 전가하겠다는 의도는 손톱만큼도 없다. 꼭 하고 싶은 말이 있었다. 자유민주주의를 지키고 보수가 사는 길이 뭔가를 이번 총선 참패를 통해 찾아보자는 것이다. 그것이 이 책을 쓰게 된 동기요, 의미다.” (248쪽)
왜 바꾸려 했는가? 왜 실패했는가?
앞으로 보수는 희망이 없는가
이 책의 내용은 ‘공천고백기’라는 제목에 한정되어 있지 않다. 공천 과정과 그 뒷이야기, 공천 과정에서의 아쉬웠던 점, 공천제도의 개혁안 제시 못지않게 자료와 통계를 바탕으로 한 21대 총선에 대한 심도 깊은 연구와 사유, 견해를 담고 있다.
1장에서는 혁신공천의 원칙과 오해들에 대한 해명, 아쉬웠던 점 등을 솔직하게 토로한다. 뿐만 아니라 역대 어느 선거보다 이상하고, 조용하고, 비정상적이었던 21대 총선에 대한 날카로운 분석 역시 빛을 발한다. 여당에 유리하도록 편파적인 결정을 계속 내린 선관위의 행태를 지적하는 것은 물론 코로나19를 이용, ‘조용한 선거’ 작전으로 야당의 무기인 입과 이슈를 원천적으로 차단한 여당의 은밀한 전략까지도 파헤친다. 공천 과정에서 가장 아쉬웠던 것으로 저자는 당과의 소통과 공감대가 부족했다는 점을 꼽는다. 공관위가 공천에 관한 전권을 행사할수록 오히려 당(최고위)과 일정 수준 이상의 공감대를 가졌어야 했다. 하지만 그러지 못했다. 오로지 공천 업무에만 매진했다. 이로 인해 신뢰의 벽이 서서히 무너지게 되었고 그것이 끔찍한 결과를 낳았다. 최고위는 공천 막판에 6명의 공천자를 무효화시켰다. 비례정당인 미래한국당의 공천파동과 함께 유권자를 돌아서게 만든 계기 중 하나로 작용했을 것임은 자명하다. 당뿐 아니라 국민과의 소통도 문제였다. 언론과 홍보 전략이 미흡했다. 공천의 특징과 취지가 국민에게 제대로 전달되지 않았고, 공천자에 대한 배경 브리핑 역시 소홀했다. 공관위에 전략기획단과 홍보팀이 반드시 있어야 하는 이유이다. 공관위-후보-선대위, 3자 간 공조체제가 이루어지지 않은 것 역시 아쉬움 중 하나다.
2장에서는 서울과 수도권을 비롯, 전국의 권역별 특징과 유권자 성향 분석, 주요 지역구의 공천자 면면에 대해 상세하게 기술하고 있다. 특히 서울은 지난 16대(2000년)부터 20대(2016년)까지의 총선 결과를 바탕으로 5개 권역으로 분류한 뒤 선거구의 특성과 당락의 확률 관계를 집중 조명한다. 방대한 자료를 통계로 처리해서 변화의 흐름을 짚어낼 뿐 아니라 선거구의 특성에 따라 공천의 기준이나 잣대가 어떻게 달라져야 하는지도 제시한다.
제3장에서는 공천책임자로서 느낀 안타까움과 참담함을 격조 있게 토로하면서 공천제도의 본질적 개혁을 구체적으로 제기한다. 이 장에서 언급되는 모든 내용은 앞장에서와 마찬가지로 최초로 공개되는 것들이 대부분이다. 박근혜 대통령의 석방을 공식 제기한 사연, 정당사상 최초라 할 가장 혁신적인 경선제도 개혁을 하고도 실패한 이유 등이다. 또 연동형 비례대표제라는 악법으로 야당을 무력화시키고 국회를 장악하여 입법독재시대를 만든 내막과 향후 예상 정국, 재난지원금으로 선거에서 재미를 본 여당이 서울?부산 시장 보선에서 이를 계속 써먹을 것이라는 예측과 확고한 대응 자세를 촉구한다. 결국 내용보다는 형식, 본질보다는 심리에 말려든 야당이 이를 극복하기 위해 먼저 자신감을 회복할 것과 아울러 공천 후유증을 최소화하고 '이기는 공천'이 되기 위해서는 '시스템'으로 하는 공천을 해야 하며 이를 구현하기 위한 방안을 구체적으로 그리고 최초로 제시한다.
4장에서는 좀 더 내밀하고 솔직하게 공천 실패와 총선 패배의 원인, 앞으로 한국 정치와 보수가 나아가야 할 방향 등에 대해 밝힌다. 특히 공천과 선거의 함수관계를 과거의 비슷한 사례에서 찾아 비교 분석하는 한편, 보수가 다시 일어서기 위해 당장 해야 할 일과 역사적 인식을 어떻게 가져야 하는가를 솔직 담대하게 제시하고 있다.
그럼에도 지켜져야 할 보수의 핵심 가치
꼰대 말고, 공정과 정의!
저자는 자유민주주의와 보수의 가치를 지켜야 한다고 책 전반에 걸쳐 누누이 강조했다. 자유민주주의와 보수의 가치를 지키는 것이란 법과 질서를 통해 공정하고 정의로운 사회를 만드는 것에 다름 아니다. 그렇다면 어떻게, 어떤 방법으로 실천해야 하는가. 저자는 지지율 회복보다 우선해야 할 것이 보수의 비호감도를 줄이려는 노력이라고 결론 짓는다. 즉 ‘보수=꼰대’ 이미지를 탈피하려면 내 가정과 이웃, 우리 공동체로부터 인정받고 존중받는 사람이 될 것을 먼저 주문한다. 또한 우리 생활과 직결되는 문제, 즉 출산, 보육, 교육, 결혼, 취업 등을 절박한 심정으로 챙겨야 한다는 것이다. “노블레스 오블리주, 이것이 보수의 장점이며 또한 소명이다.” “한 손엔 변화의 고삐를, 또 다른 손엔 보수의 가치를 높이 들고 실천할 때”(243쪽) 비로소 공정하고 정의로운 사회가 이룩될 것이라고, 저자는 말한다.
<책 속으로>
황교안 대표의 위촉을 받고 공관위원장에 1월 17일 취임해서 3월 13일 사퇴하기까지 56일간과 총선 직후 한동안은 나의 70여 인생을 통틀어 가장 분주하고, 고통스럽고, 압박이 강했던 시기였다. 현역의원 물갈이에 희생하신 분들께 한없이 죄송하고, 유능한 후보들이 아깝게 낙마한 것에 대해서도 절절히 무거운 책임을 느끼고 있다. 불찰과 실책을 생각하면 지금도 마음을 진정시키기 쉽지 않다. 결코 변명이나 회피할 생각도 없다. 그러나 확실하게 말할 수 있는 것은 단 하루의 예외도 없이 혁신공천을 위해 공관위원 전체가 전력 질주해왔다는 사실이다. 혁신공천을 구체적으로 들어가 보면 첫째, 과감한 물갈이를 통한 인적 쇄신, 둘째, 계파별 나눠먹기 없는 구태 청산, 셋째, 청년 여성과 신인을 위한 문호 개방 등 세 가지로 요약할 수 있다. 총선 직후 공천책임론이 거세게 일었지만 몇 달이 지나니 좀 수그러들었다. 공천에 대해 무한 책임감을 느끼는 사람으로서 한마디 하자면 공천 과정보다 공천 관리가 문제였다. 남 탓을 하자는 게 아니다. 공관위는 공천자를 발표만 하고는 끝이었다. 이른바 공천자 ‘띄우기’를 전혀 못 했다. 공관위가 못 하면 당(또는 선대위)에서 해야 했다. 그런 차원에서 공관위와 당(선대위)이 유기적으로 협력해야 한다.
_27~28쪽
공관위원장으로 취임하자마자 내 집을 찾아오겠다는 사람이 갑자기 많아졌다. 공천 때만 되면 유력자의 집을 찾는 후보군들이 줄을 잇는다는 말이 거짓이 아님이 드러났다. 단연코 거절했지만 몇몇은 끈질겼다. 일절 만나지도 않고 문도 안 열어줬지만 특단의 대책이 없는 한 점점 더 늘어날 추세였다.
며칠 후 아예 공개적으로 작심 발언을 했다. “이 시간 이후 내 집을 찾는 사람의 명단을 공개하겠다. 공천에도 분명 불이익을 받을 것이다!” 말에 무게가 있었는지 먹혀들었다. 아파트 앞이 다시 평정을 찾았다.
_46쪽
가장 아쉬웠던 점은 당과의 소통과 공감대가 부족했다는 점이다. 이것은 공관위가 공천에 관한 전권을 행사하는 것과 별개의 문제다. 오히려 전권을 가질수록 당(최고위)과 일정 수준 이상의 공감대를 가졌어야 했다. 공관위가 역할을 잘할수록 당이 잘되고 대표를 비롯한 지도부가 칭송받을 것 아닌가. 계파를 초월한 공관위가 사실상 처음인데 당 지도부의 지지가 시간이 흐를수록 흐려져 갔다. 내가 정치적 후각이 무뎠기 때문이다.
_58쪽
격론은 있었지만 얼굴을 붉히거나 회의장을 박차고 나간 경우는 한 번도 없었다. 예년 같으면 문밖으로 새어나오는 고성 덕분에 특종을 낚았는데 이번에는 그런 게 없어서 실망(?)이라는 기자의 농弄을 들을 정도였다. 역대 어떤 공관위보다 격무에 시달렸지만 다들 버텨낼 수 있었던 것도, 민감하고 미묘한 수많은 사안들이 외부에 유출되지 않은 것도 이런 상호 신뢰에 기반한 책임감 때문이리라. 엄격한 보안 유지가 그 바탕이었기에 가능했다고 생각한다. 사실 신뢰가 본질이고 보안은 현상일 뿐인데 본말이 뒤집혀야 기사가 되는 모양이다. ‘언론을 실망시킨’ 위원들 덕분에 가십에 시달리지 않게 되었다.
_64쪽
공관위가 선거시장에서 팔 만한 상품을 만드는 일이라면 선대위는 만들어놓은 상품을 잘 파는 일이다. 따라서 공관위와 선대위는 역할은 다르지만 상품의 완판이라는 최종 목표는 동일하다. 그런데 이번 총선은 상품을 만든 공관위와 상품을 파는 선대위 간에 인수인계가 원만치 않았다. 그동안 역대 선거에서는 이런 문제가 별로 불거져 나온 적이 없었다. 공관위와 선대위가 강력한 리더십에 의해 한 몸처럼 움직였기 때문이다. 그런데 이번에는 공관위와 선대위가 당내 인사가 아닌 사실상 외부 인사로 구성되었고 이를 치고 나가지도 못했다. 황 대표는 종로에 발이 묶여 있었고 공을 들였던 김종인 위원장은 참여를 거절했다. 선거운동이 시작될 즈음, 뒤늦게 합류했지만 마케팅 파워를 발휘하기에는 시간이 부족했다. 코로나 팬데믹 태풍을 막기에는 공당의 선대위 전열이 급조된 모양새였다.
_68~69쪽
언론의 관심은 당연히 황 대표 종로 출마 문제였다. 비공개를 전제로 위원들 간에 자유토론도 해봤다. 진행 방식에 불만이 있었던지 이 부위원장은 라이언 일병 구하기에 빗대어 황교안 일병 구하기 회의라고 평가했다. 이 문제가 결론 나지 않고 다른 일을 할 수는 없다는 생각에서 박완수 총장 의견을 들어 며칠 공관위를 쉬기로 했다. 대표에게는 공관위의 압박으로 비쳤을 것이다.
_85쪽
서울의 간판스타는 단연 나경원과 오세훈이었다. 이들의 선전善戰에 따라 주위의 선거구에도 영향을 크게 미치게 된다. 첫 발표는 그런 주문의 의미가 담긴 것이다. 그러나 두 사람은 패배했다. 서울 전체 의석수도 문제였지만 두 사람에 대한 관심은 이것을 넘어서는 것이어서 더 큰 충격이었다. 상대는 정치 신인이 아니라 정권이었다. 정권의 집중포화와 무기력한 중앙당의 대응에 속절없이 무너져버렸다. 이런 스타들이 쓰러지는데 다른 후보들이 살아남는다는 건 기적을 바라는 일이다.
_91~92쪽
누구에게도 알리지 않고 혼자서 일요일 아침 경남 밀양으로 향했다. 아직 2월 초순이지만 훈풍이 콧잔등에 상그럽다. 저 멀리 고향 하늘을 본다고 생각하니 마음이 푸근해진다. 도착 한 시간 전쯤에 홍 대표에게 전화해서 지금 있는 곳으로 가겠다고 했다. 자기 사무실에서 만나자고 한다. 제법 많은 지지자와 당원들이 모여 있었고 기자도 와 있는 듯했다. 한 50여 분간 여러 얘기를 나눴다. “고향을 지키겠다”는 그와 “고향은 안 되니, 서울 지역구 두 개쯤 제시하라”는 주장이 엇갈렸다. 분위기는 좋았지만 당연히 합의에 이르지는 못했다. 나는 “고향은 절대 안 된다. 그러면 배제할 수밖에 없다”며 대화를 마쳤다. 지지자들에게도 같은 취지로 간단히 말하고 사무소를 나섰다. 웃음소리가 문밖으로 들려 합의가 되는 줄 알았다는 기자의 후문도 있었다. 돌아오는 길에 메시지가 왔다. “목을 베기 위한 수순일지 몰라도 (찾아와줘) 기분은 좋았다”고 했다. 홍준표다운 인사였다.
_159쪽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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