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 년 전 영국, 조선을 만나다
도서정보 : 홍지혜 | 2022-08-05 | EPUB파일
지원기기 : PC / Android / iOS
서로 다른 문화의 만남, 문화란 모름지기 서로 흐르는 것,
영국에서 근대 조선으로, ‘그쪽’에서 ‘이쪽’으로 건너온 것만이 전부가 아님을…
‘이쪽’에서 ‘그쪽’으로 건너간 흔적을 통해
새롭게 다시 보는 영국과 근대 조선의 만남의 순간들
그리고 조선의 호랑이……
백여 년 전, 일제강점기로 요약되는 그 시대 근대 조선은 서양 여러 나라와 무수히 많은 접점이 만들어졌다. 이들과 우리의 최초의 만남은 어디에서 어떻게 이루어졌을까. 이 책에서 주목하는 것은 1876년 강화도조약 이후 앞다퉈 이루어진 서양 여러 나라와의 통상조약 무렵이다. 미국을 비롯한 서양의 여러 나라와 연이어 이어진 통상 조약으로 인해 흥선 대원군의 쇄국 정책으로 인해 굳게 닫혔던 문이 열리고 바닷길을 통해 서양의 온갖 문물들이 근대 조선의 세상으로 건너왔다. ‘그쪽’에서 ‘이쪽’으로 전해지는 다양한 문물들은 우리의 일상과 사고를 변화시켜 이전에 없던 새로운 세상을 접하게 했다.
시기적 특성이 그러한 만큼 그동안 우리의 주된 관심사는 근대 조선에 유입된 서양 문물에 관한 것, 즉 ‘그쪽’ 세계에서 ‘이쪽’ 세계로 건너온 것들을 둘러싼 이야기였다. 그리고 주로 ‘그쪽’은 주로 미국이 대상이었다. 그런데, 과연 그쪽에서 이쪽으로만, 미국에서만 흘러온 것이 다일까. 서로 다른 문화권이 만날 때는 힘이 있는 쪽에서 없는 쪽으로 흘러오는 것이 전부인 것처럼 보이는 까닭에 그 방향으로 시선이 쏠리게 마련이다. 하지만 자세히 들여다 보면 그 양과 영향력의 범위의 우위를 따지지만 않는다면 상호작동하는 지점이 반드시 존재하게 마련이다. 서양의 세상과 조선의 접점에도 이런 일반적인 원리는 동일하게 적용되었고, 미국만이 아닌 영국과의 관계에서도 그러했다.
그렇다면 그동안 우리가 눈여겨보았던 일방의 방향이 아닌, 이쪽에서 저쪽으로 향하는 서양과 조선의 접점, 나아가 영국과 조선의 접점은 어디에서 어떻게 무엇으로 시작이 되었을까.
이 책은 바로 그런 점에 주목하여 오늘날 영국에 남아 있는 여러 경로의 자료, 즉 매우 다양하고 포괄적이면서 동시에 매우 구체적인 조선에 관한 흔적과 자취를 통해 당시 영국인들이 조선을 만나게 된 경위, 이들의 눈에 비친 조선의 풍경, 나아가 이들에 형성된 조선에 관한 이미지까지를 아우르고 있다. 나아가 시대적 배경의 이해를 위해 시누아즈리, 자포니즘, 황화론 등 서양으로 전해진 동양 문화의 흔적과 의미, 그리고 영국인들의 일상 속에 드러난 현상까지를 꼼꼼하게 살피고 있다. 그런 이해를 전제로 지금까지 우리에게 익숙한, 그쪽에서 이쪽으로 건너온 문화적 흐름과는 사뭇 다른 방향으로 그 시대를 바라보도록 안내하고 있다는 점은 이 책이 가진 각별함의 하나로 꼽을 만하다.
그리고 빼놓을 수 없는 것이 이 책에서 다루고 있는, 조선의 호랑이를 둘러싼 제국주의자들의 태도다. 전통적으로 친근한 이미지, 또는 수호신의 이미지로 여겨졌던 조선의 호랑이는 제국주의자들에 의해 수탈과 침략, 정복의 상징으로 대상화되었는데, 저자는 이를 동물원과 영국 황제의 호랑이 사냥, 나아가 일제에 의해 집행된 해수구제정책, 호랑이 가죽 수출 현황을 통해 있는 그대로 서술하고 있다. 그러나 있는 그대로 써내려간 역사적 사실이 당시 조선의 현실과 맞물려 읽는 이로 하여금 당대의 시대적 정서를 고스란히 공유하게 만드는 것 또한 이 책에서 눈여겨보아야 할 지점이다.
이른바 ‘K-컬처’라는 이름으로, 전방위로 주목 받는 한국의 문화,
그러나 백 년 전, 영국에서 바라본 조선의 모습은?
그들 사이에 만들어진 조선의 이미지,
생각보다 일찍 시작된 조선을 향한 그들의 관심에 대한 탐구의 총합
우리가 미처 의식하지 못한 사이, 이름하여 ‘K-컬처’라는 이름으로 한국의 문화 예술이 전방위로 주목을 받고 있다. 이런 흐름은 한국 안에 있는 우리보다 나라 밖에 살고 있는 이들에게 더 강렬한 경험을 갖게 한다. 우리보다 선진국이라고 여겨지던 서양의 대중들이 한국의 다양한 문화 예술을 향유하고 일상의 즐거움으로 선뜻 받아들이는 모습은 미디어를 통해 보고 있긴 하지만 여전히 과연 실제인가 싶을 만큼 비현실적인 풍경이기도 하다. 그도 그럴 것이 이런 풍경은 우리에게 익숙해진 지 그리 오래되지 않았으며, 불과 몇십 년 전만 해도 그들이 한국에 대해 관심을 가질 것이라고 여긴 이들은 많지 않았다.
그러나 이미 오래전 서양의 많은 여행가나 학자들이 한국의 역사와 문화에 대한 책을 집필했으며, 관광 홍보용 자료에도 이미 조선은 가볼 만한 여행지로 자주 등장하고 있었다. 또한 다양한 직업을 가진 영국인 수집가들은 직접 한국을 찾아 골동상을 다니며 고려청자와 조선백자와 가구 등을 비롯한 다양한 유물들을 사들였으며, 나아가 영국의 주요 박물관에서는 조선에 거주하는 자국인들을 통하거나, 직접 큐레이터들이 한국을 찾아 여러 점의 유물을 구입해 박물관에 소장하거나 수집가들로부터 기증을 받기도 했다.
물론 한국에 관한 당대의 문헌과 자료들이 정확한 정보를 담고 있다고 말하기는 어려우며, 이 가운데는 한국에 대한 몰이해로부터 비롯한 엉뚱한 내용도 포함되어 있다. 나아가 다분히 일본 편향적인 정보는 물론 일본을 통해 제공된 정보만을 바탕으로 서술된 것들도 상당수다. 이 책은 이러한 당대의 오류와 인식의 미흡함, 정치적 편향성 등의 현황을 있는 그대로 드러내고, 보여줌으로써 동양의 한 나라를 바라보는 서양 지식인들의 시선을 직접적으로 접할 수 있게 한다.
저자는 또한 영국인 수집가와 박물관 큐레이터들이 조선에서 구입한 물품의 영수증부터 쇼핑 목록, 경매 도록까지 그들이 남겨둔 수많은 자료를 통해 영국으로 건너간 조선의 흔적들을 고스란히 책에 담아냈고, 영국과 한국 나아가 일본의 여러 수집가와 골동상들의 활동 반경까지 샅샅이 살펴 한국의 유물이 어떤 맥락으로 그들의 관심 대상이 되었는가의 경위를 소상히 밝혀냈다. 여기에 더해 경성에서 서양인 수집가들을 상대하던 서양인 골동상들의 다양한 활동상, 한국인 골동상과 일본인 골동상 등의 활약에 대해서도 깊이 있게 다루고 있다.
말하자면 이 책은 지난 10여 년 동안 저자가 달항아리 한 점으로 시작한 물음표를 좇아 오랜 시간 영국 아카이브의 목록으로 존재하던 수많은 자료들을 섭렵하여 일군, 그야말로 탐구의 총합이라고 할 수 있다.
백 년 전 영국, 조선, 그리고 삼각 관계를 이룬 또 하나의 꼭지점 일본……
시공간을 초월하여 넘나든 그때 그 시절,
자유자재로 활용한 거시와 미시의 줌인 줌 아웃
당시 조선을 향한 새로운 시선의 획득!
백 년 전 영국과 조선의 만남의 현장과 자취를 찾는 일은 곧 이제 막 서양을 향해 문을 열기 시작한 근대 조선의 시공간으로 거슬러 올라가는 것을 뜻한다. 오늘날 영국은 물론 전 세계인들에게 한국은 힙하고 세련된 문화 예술의 전진 기지로 여겨지지기도 하지만, 그때는 낯설고 이질적인 먼 나라의 세상이었다. 게다가 영국과 조선의 만남에는 또다른 꼭지점, 일본이 마치 삼각 관계의 한 축처럼 존재하고 있었다.
아시아를 벗어나 서양의 세력과 동등한 존재로 스스로를 부각시키기 위해 노력하던 일본은 서양의 여러 나라와의 관계 구축에 매우 공을 들였다. 그러나 이 무렵 부각되던 황화론의 영향으로 유럽과 러시아 여러 나라에서는 일본을 향한 경계가 점차 고조되고 있었다. 유럽의 다른 나라와는 조금 다른 미묘한 입장을 취하고 있던 영국은 일본이 서방 세계와 가까워지는 데 교두보로 삼을 만한 나라였다. 때마침 개최하게 된 1910년 일영박람회는 일본이 영국을 발판 삼아 세계에 스스로를 알릴 절호의 기회였다. 그리고 그 무렵 근대 조선은 전달자 일본을 통해 영국 대중과의 본격적인 접점이 마련되었다. 이러한 시대적 배경 속에 펼쳐지는 조선을 향한 영국의 관심은 어쩔 수 없이 시대적, 국제적 관계 지형의 영향을 받을 수밖에 없었고, 이를 전제하지 않은 상태에서 양국의 만남이 갖는 의미를 제대로 설명할 수 없음은 자명했다.
이 책은 이러한 시대적 배경을 날줄로 두고, 구체적인 양국 간의 만남의 현장을 씨줄로 삼아 영국과 조선, 나아가 서양과 동양의 접점의 풍경을 종합적이면서 동시에 세부적으로 조망한다.
이런 과정에서 일본인들의 고려청자 애호의 근원, 야나기 무네요시로 상징되는 조선 예술을 바라보는 또다른 일본인들의 인식 배경, 일본으로부터 영국으로 건너가는 조선 예술을 둘러싼 오해와 억측의 양상이 드라마틱하게 펼쳐지고 있는 것 또한 이 책의 특징이다.
이를 위해 저자는 1851년 개최한 세계 최초의 박람회인 영국 수정궁 박람회장으로 우리를 안내하기도 하고, 일영박람회장에서 조선이 서양인들의 눈앞에 어떤 모습으로 등장했는지를 세세하게 살피기도 하며 서양 제국주의자들과 나란히 구경꾼이 되고 싶었으나 스스로도 구경거리가 되었던 일본의 모습을 구체적으로 들여다보기도 한다. 이뿐만 아니라 비슷한 시기 조선에서 문을 연 이왕가박물관과 미술관, 조선총독부박물관, 야나기 무네요시의 활약으로 문을 연 조선민족미술관, 일본민예관의 성격과 의미까지를 구체적으로 들여다봄으로써 단순히 한국과 일본 양국의 범주 안에서 바라보던 당대 조선의 문화사를 전 세계적인 맥락 속에 자리하게 한다. 이로써 독자들은 일본과의 관계 속에서만 바라보던 당대 조선의 모습을 조금 더 확장된 세계 속에서 바라볼 수 있게 될 뿐만 아니라 일본이라는 필터를 통해 전달된 조선의 이미지가 서양인들 사이에서 어떻게 받아들여졌는가에 관한 새로운 시선을 획득할 수 있게 된다.
싸구려 왜사기가 조선 도자기로 둔갑한 사연,
구경꾼이 되고 싶었으나 구경거리가 되었던 일본,
도쿄에서 열린 조선 도자기 전시 도록이 영국으로 건너간 의미,
고려청자값의 폭등과 조선백자 애호의 상관 관계……
물건이면 물건, 사람이면 사람, 장소면 장소, 공간이면 공간,
국경과 대상을 종횡무진 누비며 일궈낸 그때 그 시절!
이 책이 들여다보는 것은 더 있다. 제국주의자들의 권력 게임의 또다른 주인공이 되고 싶었던 일본을 바라보는 유럽인들의 시선, 그런 시선 속에 등장한 황화론, 철도와 증기선의 보급으로 일어난 세계 여행의 붐, 이를 매개로 한국을 찾은 영국인들의 다종다양한 여행 동기 등 다루는 이야기는 넓고도 깊고, 다양하고도 흥미롭다.
아울러 그렇게 직접 조선 땅을 밟은 서양인들은 누구인지, 이들이 어떤 물건을 어디에서 얼마에 구입하여 자국으로 어떻게 가지고 갔는지를 샅샅이 훑어냄으로써 시대적 맥락을 읽는 큰 흐름 속에 구체적인 정보를 아울러 독자로 하여금 전 세계를 조망함과 동시에 마치 그들과 함께 경성 정동의 거리를 걸으며 골동상을 다니고, 물건들을 직접 보는 것 같은 생생함을 전하기도 한다.
이러한 생생함과 아울러 그 당시 일본의 싸구려 왜사기가 한국의 유물로 둔갑했다는 것, 중국의 영향을 받은 초기 청자들이 고려청자로 오인되어 영국의 골동상과 큐레이터들의 혼란을 야기했다는 것, 이러한 오해와 혼란으로 한국 도자기에 대한 그릇된 인식이 형성되기도 했다는 것, 일본인 골동상들을 통해 입수한 한국 도자기의 품질에 대해 의구심을 가진 이들이 한국에 직접 방문하여 물건을 구매함으로써 점차 제대로 된 평가를 받게 되었다는 것, 고려청자 못지 않게 영국에서는 조선백자에 대해서도 일찌감치 관심을 가져왔다는 것 등 구석구석 감춰진 수많은 이야기들이 독자로 하여금 시대적 흐름에 깊이 몰입할 수 있게 한다.
달항아리의 마지막 행보로 마무리한 한 권의 책,
영국에서 영국과 한국의 만남의 순간에 주목한 연구자의 탁월한 성취,
영국 주요 박물관의 아카이브를 샅샅이 뒤져 찾아낸 탐구의 집성,
이 책의 마지막은 이 책의 시작점에 서 있는 달항아리의 영국에서의 족적에 관한 리포트로 꾸려졌다. 저자는 이를 위해 버나드 리치 이후 오랜 시간 달항아리를 간직해온 세계적인 도예가 루시 리와의 인연을 살피고, 영국박물관 한국관에 입성하기 전까지 달항아리를 사랑하고 아낀 이들과의 인터뷰를 통해 영국 도예가들 사이에 달항아리가 어떤 의미를 가졌는지에 대해 서술한다.
또한 이런 과정을 통해 백 년 전 한국의 유물이 여러 겹의 인연이 겹쳐져 그들의 세계에서 새로운 문화적 영감의 근원으로 받아들여지고 있음도 확인한다.
한국에서 건축을 전공했으나, 영국으로 건너가 골드스미스 런던 대학교에서 현대미술사를 공부하고 영국 왕립예술대학에서 디자인사를 공부한 저자는 오래전 달항아리와의 짧은 인연을 그대로 흘려보내지 않고, 그것을 매개로 10여 년에 걸쳐 영국에서의 조선의 흔적을 찾아냈다. 이를 위해 영국의 주요 박물관에 이미 백 여 년 전부터 소장되어온 다양한 유물에 관한 수많은 문헌 자료를 살피고, 그것을 수집하고 박물관에 기증해온 이들의 기록을 분석하고 이를 바탕으로 마침내 한 권의 책을 한국 독자들 앞에 내놓았다.
그의 이러한 시도는 그간 이 시기를 둘러싼 연구가 한국과 일본과의 관계에만 주목하여 진행된 것과는 달리 당시 한국과 일본을 대상으로 적극적으로 유물 수집에 나선 영국 본진의 기록을 본격적으로 살핀 결과물이라는 데 의의가 있는 것은 물론, 영국박물관의 큐레이터들이 어떤 의도와 경로로 조선의 유물을 접하고 이를 박물관에 소장하기 위해 어떤 노력을 했는지에 관해 우리가 미처 알지 못했던 숱한 이야기를 건네준다는 것 또한 이 책의 성과라 할 수 있다.
구매가격 : 16,000 원
징비록
도서정보 : 저자명 : 유성룡 역자명 : 장준호 | 2022-08-05 | EPUB파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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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00년 전 조선의 유성룡이 우리에게 말하려는 것은
과연 무엇인가?
임진왜란에 관한 뼈아픈 반성의 기록
◎ 시리즈 소개
―수천 년 지혜를 만나는 가장 손쉬운 길,
클래식 아고라
고전을 읽어야 한다는 말은 우리 누구나 귀에 못이 박히도록 들어왔다. 그러나 고전 읽기를 권하는 사람이나 이를 듣는 사람 모두 고전이 읽기 힘들고 머리에 잘 남지 않는 이유에 대해서도 잘 알고 있다. 케케묵은 중역(重譯)에, 요즘의 언어 감각에는 도무지 어울리지 않는 문장들이 과연 지금에 와서 어떤 지혜와 가르침을 담고 있는지 알기 힘들기 때문이다.
이번에 아르테에서 시작하는 CA(클래식 아고라, Classic Agora) 시리즈는 그런 의미에서 무척 반갑다. 젊은 감각의 동시대 학자들이 새롭게 발굴된 사실을 반영하여 구시대의 번역에 반기를 들고 새로운 문체로 써내려갔기 때문이다. 그뿐 아니라 기존의 번역서에 의례적으로 들어가는 해설을 뛰어넘는 연구 수준의 디테일한 해설을 함께 수록해 난해한 고전을 쉽고 재미있는 공략집처럼 읽을 수 있도록 했다.
[지성의 광장, 클래식 아고라]
지루하기만 한 고전은 가라!
흥미진진한 몰입감을 선사하는 새로운 품격의 고전 시리즈!
중역과 낡은 번역으로 점철된 고전이 아니라 젊은 학자들의 새로운 시각으로 바라보는 고전의 새 시대가 열립니다.
01 징비록
유성룡 지음│장준호 번역·해설
02 삼국유사(출간 예정)
일연 지음│서철원 번역·해설
03 의산문답·계방일기(출간 예정)
홍대용 지음│정성희 번역·해설
(계속 이어집니다)
◎ 도서 소개
CA 시리즈의 시작을 알리는 『징비록』은 임진왜란이 끝난 후 전란의 잿더미 속에서 유성룡이 직접 쓴 책이다. 유성룡은 이 책으로 반대파들의 많은 비난을 받았다. 그러나 『징비록』이 임진왜란에 관한 대단히 귀중한 사료임은 누구도 부인할 수 없다. 말 그대로 ‘징비(懲毖, 지난 잘못과 비리를 경계하여 삼감)’를 위해 지나간 전쟁을 되돌아보며 쓴 이 책이 오늘날 우리에게 주는 교훈은 명백하다.
젊은 사학자 장준호가 번역한 이번 판본은 기존에 나온 번역본들과 궤를 달리한다. 우선 본권 분량을 뛰어넘는 해설은 깨알 같은 분석으로 징비록을 흥미진진한 영화처럼 우리 앞에 새롭게 펼쳐 보인다. 임진왜란 전후(前後) 중국과 일본, 조선을 둘러싼 국제관계를 기술해 전쟁의 발발 원인과 경과, 전쟁 후 동아시아 역학의 변화 등을 입체적으로 보여줌으로써 ‘고전’ 『징비록』을 현대판 전쟁 서사극으로 볼 수 있게 해준다.
원전만으로는 잘 드러나지 않는 유성룡의 집필 의도를 간파하여 우리에게 길잡이가 되어주는 것은 물론, 그의 불행했던 가족사를 드러내 저술가로서의 유성룡뿐 아니라 시대를 짊어지고 고민하는 지성인의 고뇌를 풀어냄으로써 지금의 독자들에게 공감을 선사하기도 한다.
『징비록』은 편년체로 쓰인 기록물로 지금까지 나온 구간들이 시간적 기술을 따를 수밖에 없지만 시간을 넘나들며 원인과 결과를 재구성하는 번역자의 해설은 이 책의 가치를 더욱 빛나게 한다. 이 책에는 유성룡이 함께 저술한 『녹후잡기』 또한 함께 수록되어 있다. 그리고 두 저작의 공통점과 차이점이 무엇인지를 잘 보여주고 있다. 제목에는 ‘잡기’라는 말을 붙였지만 그 이상의 내용을 포함하고 있는 이 저작에 대해 이토록 상세히 그 의의를 되살리는 번역은 일찍이 없었다.
‘새 술은 새 부대에 담는다’는 오랜 격언처럼 낡은 글이라 치부해 버리는 ‘고전’을 현대인들이 새로운 시각으로 반드시 읽어야 하는 책으로 만들어 놓은 장준호 번역·해설의 『징비록』은 앞으로 나올 고전들도 겁내지 않고 편안하고 흥미롭게 읽을 수 있는 초석이 될 것으로 생각된다.
오늘날 일본과의 관계에서 긴 시간 동안 좀처럼 해결책을 찾지 못하고 있다. 이러한 상황을 타개하는 데에도 번역서이자 해설서인 이 책이 새로운 방향을 제시할 수 있지 않을 것인가. 우리가 고전을 읽어야 하는 이유도, 고전을 대해야 하는 태도도 우리의 현재와 미래에 응용하려고 하기 때문이다. 그런 의미에서 고전은 영원한 ‘처세’를 제시하는 책이고, 이번에 새롭게 번역된 『징비록』은 그런 의미에서 답답한 현재 상황을 풀어줄 물꼬가 될 수도 있겠다.
◎ 책 속에서
『징비록』이란 무엇인가? 임진왜란이 일어난 후의 일을 기록한 것이다. 이 책에 이따금 전란 전에 있었던 일도 기록한 것은 난의 전말을 밝히기 위해서다. 아아, 임진년의 전화는 참혹했다. 수십 일 동안에 삼도(한양·개성·평양)를 지키지 못했고, 조선 팔도가 무너졌으며, 임금은 피난을 떠나셨다. 오늘이 있는 것은 하늘이 도왔기 때문이다. 더욱이 선대 임금들의 어질고 두터운 은덕이 깊게 백성들의 마음을 굳게 연결시켜, 백성들이 나라를 사모하는 마음이 다하지 않았기 때문이고, 임금께서 명나라를 섬기는 정성이 황제(명 신종)를 감동시켜 구원군이 여러 차례 파견됐기 때문이다. 이러한 것들이 없었더라면 우리나라는 위태로웠을 것이다.
_『징비록』 권1, 자서, 9쪽
신립은 비록 날쌔어서 이름을 얻었지만 전략을 세우는 것은 그의 장점이 아니었다. 옛 사람이 말하기를 “장수가 군사를 쓸 줄 모르면 그 나라를 적에게 주게 되는 것이다”라고 했는데, 지금 후회한다고 하더라도 소용은 없으나 뒷날의 경계가 되는 것이므로 자세히 적어 두는 것이다.
_제4장 충주의 패전과 파천 논의, 48쪽
이때 일본군 장수는 경성에 머물러 있었던 우키다 히데이에[宇喜多秀家]였는데, 그는 도요토미 히데요시의 조카였다. 혹은 그 사위라고도 말하는데, 그는 나이가 어려서 모든 일을 주관할 수가 없었다. 이에 군사에 관한 일은 고니시 유키나가가 맡고 있었다. 그리고 가토 기요마사는 함경도에서 돌아오지 않았다. 만일 우리 군사가 고니시 유키나가, 소 요시토시, 겐소 등을 사로잡았다면 경성에 있는 일본군은 저절로 무너졌을 것이다.
그렇게 되었다면 가토 기요마사는 돌아올 길이 끊어졌겠고, 군사들의 마음은 흉흉하여 두려워서 반드시 바다를 따라 도망간다 해도 스스로 빠져나갈 수 없었을 것이다. 한강 남쪽에 주둔했던 왜적도 차례로 무너졌을 것이며, 명나라 군사가 북을 울리며 천천히 가기만 했어도 또 부산에 도착해서 싫도록 물을 마셨을 것이고, 잠깐 동안이라도 온 나라의 일본군은 숙청되었을 것이니 어찌 몇 해 동안 어지러웠겠는가? 한 사람 김경로의 잘못으로 사태가 나라의 운명에 관계되었으니 진실로 통분하고 애석한 일이다.
_제6장 의병의 활동과 명군의 평양성 탈환, 119~120쪽
나는 생각해보니, 그때 갑자기 칡을 준비한 것이 많지는 않았으나, 다시 더 구하여 30가닥 정도를 만들었다면 밧줄이 더 잘 엮어져서 늘어지는 일이 없었을 것이다.
후에 『남북사』을 읽어보니, 제나라 군사가 양나라 왕 규(?)를 치니, 그는 주나라 총관 육등과 이를 막았다. 주나라 사람들은 협구의 남쪽 언덕에 안촉성을 쌓고서 가로 큰 새끼줄을 강 위에 당겨 매고 갈대를 엮어 다리를 만들어 군량을 운반하여 건넜다고 하니 그것이 바로 이 방법이었다. 나는 스스로 생각하기에 “나는 우연히 생각하여 이 방법을 알게 됐는데 옛날 사람은 이미 행하고 있던 일을 알지 못했구나” 하면서 크게 웃었다. 이내 이 일을 기록하여 뒷날 갑자기 대처할 때 도움이 될 것이라 생각한다.
_녹후잡기 제4장 정유재란, 207쪽
유성룡은 1586년 일본 사신 다치나바 야스히로의 내빙 기사를 시작으로 『징비록』을 시작했다. 그는 조선이 개국 초부터 일본과 선린 우호 관계를 잘 유지해왔다고 지적하면서, 성종과 신숙주의 일화를 소개했다. 그는 신숙주가 임종 때 성종에게 “일본과 실화(失和)를 하지 마시옵소서”라고 했다는 점을 기술했다. 이것은 유성룡이 일본과의 관계에 있어서 평화 관계를 유지하는 것이 중요함을 강조한 것이라 할 수 있다.
_해설 제2장 중용 속에서 대안을 찾은 재상, 유성룡, 266쪽
유성룡과 이순신은 문관과 무관으로 그 역할과 임무는 달랐으나, 정치적 운명을 함께하는 사이였다. 공교롭게도 1598년 11월 19일 이순신이 노량 해전에서 전사하던 날에 유성룡도 파직되었다. 유성룡은 이순신의 전사 소식을 전해듣고 그의 죽음을 애도하는 시를 쓰기도 했다. 유성룡은 『징비록』을 저술하면서 이순신에 대해서는 상당히 자세하게 다루었다. 『징비록』으로 인해 이순신은 임진왜란에서 지워지지 않을 영웅으로 부각되었다. 특히 유성룡은 이순신의 한산도 대첩을 전세를 역전시킨 전투, 명에 구원병을 요청하는 외교를 가능하게 했던 최고의 전투로 평가했다. 유성룡에 의해 이순신은 임진왜란이 회자되는 한 지워지지 않을 영웅으로 평가되었던 것이다.
_해설 제2장 중용 속에서 대안을 찾은 재상, 유성룡, 323~324쪽
그는 『징비록』을 서술하면서 임진왜란을 보다 잘 이해하기 위해 그 원인을 제시했다. 그는 임진왜란의 원인을 조선 내부의 문제에서 찾고자 했다. 임진왜란이 일본의 침략에 의해서 일어난 것이지만, 전쟁 원인을 외부로만 돌릴 경우 반성적 고찰은 제대로 이루어지지 못한다. 따라서 유성룡은 임진왜란을 막지 못한 가장 큰 원인을 조선의 내부에서 찾았고, 침략국인 일본을 객관화하여 그들의 용병술과 조총에 대해 매우 냉정한 시각에서 접근하고 있다. 이러한 점에서 『징비록』은 ‘반구저기’ 즉 ‘잘못을 자신에게서 찾는다’의 반성적 고찰이 잘 담겨 있는 작품이라 할 수 있다. 유성룡은 조선을 침략했던 일본군의 능력을 냉정한 시선으로 응시했고, 우리가 어떻게 방어 태세를 갖추어야 하는지에 대한 현실적은 대응 방법을 제시했다. 이러한 점이 우리가 『징비록』을 통해 깊이 읽어내야 할 부분이라 생각한다.
_해설 제4장 왜 지금 『징비록』일까, 361쪽
구매가격 : 19,200 원
백 년 전 영국, 조선을 만나다
도서정보 : 홍지혜 | 2022-08-05 | EPUB파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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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35년에 건너간 뒤 영국박물관 한국관의 아이콘이 된 달항아리 한 점,
그곳으로부터 시작한 20세기 초 서양 세계와 근대 조선의 첫 만남을 둘러싼 물음표의 출발, 문화 접점을 둘러싼 이전에 없던 새로운 문화사의 등장!
지난 2013년은 1883년 조선과 영국의 통상조약(조영수호통상조약)이 맺어진 지 130주년이 되는 해였다. 이를 기념할 만한 아이템을 찾고 있던 저자의 눈에 달항아리 한 점이 들어왔다. 1935년, 영국 현대 도예의 아버지라 불리는 버나드 리치에 의해 반닫이에 실려 조선에서 영국으로 건너간 뒤 그곳에서 한국 문화의 상징이 되었고, 오늘날 명실상부 영국박물관(The British Museum, 대영박물관) 한국관의 대표적인 아이콘으로 일컬어지는 바로 그 달항아리였다.
낯선 영국 땅에서 백 년 가까운 시간을 보내고 있는 조선의 달항아리는 존재 자체로 영국과 근대 조선의 만남의 순간은 물론 만남 이후 오늘날까지의 시간을 말해주고 있었다. 우연한 기회에 이를 들여다보기 시작한 저자 앞에 백여 년 전 영국에 가닿은 조선의 흔적이 꼬리에 꼬리를 물듯 여기저기에서 그 존재를 드러내기 시작했고, 저자는 그 흔적과 자취를 따라 한 걸음 한 걸음 따라 걷기 시작했다. 그렇게 약 10년 가까운 시간 동안 걸어온 길이 닿은 곳이 바로 이번에 출간한 이 책이다.
달항아리 한 점을 매개로 삼아 그 대상을 점차 확장, 확대함으로써 백여 년 전 영국과 근대 조선, 나아가 서양과 동양의 만남의 구체적 장면을 포괄하는 이 책의 서술대상은 유물이면서 동시에 시대이며, 매우 거시적인 문화 담론의 해설인 동시에 그 시대를 살았던 인물들의 관찰기이자, 과거를 다루는 동시에 그 과거가 현재를 어떻게 만들었는지까지를 아우르는 새로운 방식의 문화사이다.
구매가격 : 16,000 원
징비록
도서정보 : 저자명 : 유성룡 역자명 : 장준호 | 2022-08-05 | EPUB파일
지원기기 : PC / Android / iOS
400년 전 조선의 유성룡이 우리에게 말하려는 것은
과연 무엇인가?
임진왜란에 관한 뼈아픈 반성의 기록
◎ 시리즈 소개
―수천 년 지혜를 만나는 가장 손쉬운 길,
클래식 아고라
고전을 읽어야 한다는 말은 우리 누구나 귀에 못이 박히도록 들어왔다. 그러나 고전 읽기를 권하는 사람이나 이를 듣는 사람 모두 고전이 읽기 힘들고 머리에 잘 남지 않는 이유에 대해서도 잘 알고 있다. 케케묵은 중역(重譯)에, 요즘의 언어 감각에는 도무지 어울리지 않는 문장들이 과연 지금에 와서 어떤 지혜와 가르침을 담고 있는지 알기 힘들기 때문이다.
이번에 아르테에서 시작하는 CA(클래식 아고라, Classic Agora) 시리즈는 그런 의미에서 무척 반갑다. 젊은 감각의 동시대 학자들이 새롭게 발굴된 사실을 반영하여 구시대의 번역에 반기를 들고 새로운 문체로 써내려갔기 때문이다. 그뿐 아니라 기존의 번역서에 의례적으로 들어가는 해설을 뛰어넘는 연구 수준의 디테일한 해설을 함께 수록해 난해한 고전을 쉽고 재미있는 공략집처럼 읽을 수 있도록 했다.
[지성의 광장, 클래식 아고라]
지루하기만 한 고전은 가라!
흥미진진한 몰입감을 선사하는 새로운 품격의 고전 시리즈!
중역과 낡은 번역으로 점철된 고전이 아니라 젊은 학자들의 새로운 시각으로 바라보는 고전의 새 시대가 열립니다.
01 징비록
유성룡 지음│장준호 번역·해설
02 삼국유사(출간 예정)
일연 지음│서철원 번역·해설
03 의산문답·계방일기(출간 예정)
홍대용 지음│정성희 번역·해설
(계속 이어집니다)
◎ 도서 소개
CA 시리즈의 시작을 알리는 『징비록』은 임진왜란이 끝난 후 전란의 잿더미 속에서 유성룡이 직접 쓴 책이다. 유성룡은 이 책으로 반대파들의 많은 비난을 받았다. 그러나 『징비록』이 임진왜란에 관한 대단히 귀중한 사료임은 누구도 부인할 수 없다. 말 그대로 ‘징비(懲毖, 지난 잘못과 비리를 경계하여 삼감)’를 위해 지나간 전쟁을 되돌아보며 쓴 이 책이 오늘날 우리에게 주는 교훈은 명백하다.
젊은 사학자 장준호가 번역한 이번 판본은 기존에 나온 번역본들과 궤를 달리한다. 우선 본권 분량을 뛰어넘는 해설은 깨알 같은 분석으로 징비록을 흥미진진한 영화처럼 우리 앞에 새롭게 펼쳐 보인다. 임진왜란 전후(前後) 중국과 일본, 조선을 둘러싼 국제관계를 기술해 전쟁의 발발 원인과 경과, 전쟁 후 동아시아 역학의 변화 등을 입체적으로 보여줌으로써 ‘고전’ 『징비록』을 현대판 전쟁 서사극으로 볼 수 있게 해준다.
원전만으로는 잘 드러나지 않는 유성룡의 집필 의도를 간파하여 우리에게 길잡이가 되어주는 것은 물론, 그의 불행했던 가족사를 드러내 저술가로서의 유성룡뿐 아니라 시대를 짊어지고 고민하는 지성인의 고뇌를 풀어냄으로써 지금의 독자들에게 공감을 선사하기도 한다.
『징비록』은 편년체로 쓰인 기록물로 지금까지 나온 구간들이 시간적 기술을 따를 수밖에 없지만 시간을 넘나들며 원인과 결과를 재구성하는 번역자의 해설은 이 책의 가치를 더욱 빛나게 한다. 이 책에는 유성룡이 함께 저술한 『녹후잡기』 또한 함께 수록되어 있다. 그리고 두 저작의 공통점과 차이점이 무엇인지를 잘 보여주고 있다. 제목에는 ‘잡기’라는 말을 붙였지만 그 이상의 내용을 포함하고 있는 이 저작에 대해 이토록 상세히 그 의의를 되살리는 번역은 일찍이 없었다.
‘새 술은 새 부대에 담는다’는 오랜 격언처럼 낡은 글이라 치부해 버리는 ‘고전’을 현대인들이 새로운 시각으로 반드시 읽어야 하는 책으로 만들어 놓은 장준호 번역·해설의 『징비록』은 앞으로 나올 고전들도 겁내지 않고 편안하고 흥미롭게 읽을 수 있는 초석이 될 것으로 생각된다.
오늘날 일본과의 관계에서 긴 시간 동안 좀처럼 해결책을 찾지 못하고 있다. 이러한 상황을 타개하는 데에도 번역서이자 해설서인 이 책이 새로운 방향을 제시할 수 있지 않을 것인가. 우리가 고전을 읽어야 하는 이유도, 고전을 대해야 하는 태도도 우리의 현재와 미래에 응용하려고 하기 때문이다. 그런 의미에서 고전은 영원한 ‘처세’를 제시하는 책이고, 이번에 새롭게 번역된 『징비록』은 그런 의미에서 답답한 현재 상황을 풀어줄 물꼬가 될 수도 있겠다.
◎ 책 속에서
『징비록』이란 무엇인가? 임진왜란이 일어난 후의 일을 기록한 것이다. 이 책에 이따금 전란 전에 있었던 일도 기록한 것은 난의 전말을 밝히기 위해서다. 아아, 임진년의 전화는 참혹했다. 수십 일 동안에 삼도(한양·개성·평양)를 지키지 못했고, 조선 팔도가 무너졌으며, 임금은 피난을 떠나셨다. 오늘이 있는 것은 하늘이 도왔기 때문이다. 더욱이 선대 임금들의 어질고 두터운 은덕이 깊게 백성들의 마음을 굳게 연결시켜, 백성들이 나라를 사모하는 마음이 다하지 않았기 때문이고, 임금께서 명나라를 섬기는 정성이 황제(명 신종)를 감동시켜 구원군이 여러 차례 파견됐기 때문이다. 이러한 것들이 없었더라면 우리나라는 위태로웠을 것이다.
_『징비록』 권1, 자서, 9쪽
신립은 비록 날쌔어서 이름을 얻었지만 전략을 세우는 것은 그의 장점이 아니었다. 옛 사람이 말하기를 “장수가 군사를 쓸 줄 모르면 그 나라를 적에게 주게 되는 것이다”라고 했는데, 지금 후회한다고 하더라도 소용은 없으나 뒷날의 경계가 되는 것이므로 자세히 적어 두는 것이다.
_제4장 충주의 패전과 파천 논의, 48쪽
이때 일본군 장수는 경성에 머물러 있었던 우키다 히데이에[宇喜多秀家]였는데, 그는 도요토미 히데요시의 조카였다. 혹은 그 사위라고도 말하는데, 그는 나이가 어려서 모든 일을 주관할 수가 없었다. 이에 군사에 관한 일은 고니시 유키나가가 맡고 있었다. 그리고 가토 기요마사는 함경도에서 돌아오지 않았다. 만일 우리 군사가 고니시 유키나가, 소 요시토시, 겐소 등을 사로잡았다면 경성에 있는 일본군은 저절로 무너졌을 것이다.
그렇게 되었다면 가토 기요마사는 돌아올 길이 끊어졌겠고, 군사들의 마음은 흉흉하여 두려워서 반드시 바다를 따라 도망간다 해도 스스로 빠져나갈 수 없었을 것이다. 한강 남쪽에 주둔했던 왜적도 차례로 무너졌을 것이며, 명나라 군사가 북을 울리며 천천히 가기만 했어도 또 부산에 도착해서 싫도록 물을 마셨을 것이고, 잠깐 동안이라도 온 나라의 일본군은 숙청되었을 것이니 어찌 몇 해 동안 어지러웠겠는가? 한 사람 김경로의 잘못으로 사태가 나라의 운명에 관계되었으니 진실로 통분하고 애석한 일이다.
_제6장 의병의 활동과 명군의 평양성 탈환, 119~120쪽
나는 생각해보니, 그때 갑자기 칡을 준비한 것이 많지는 않았으나, 다시 더 구하여 30가닥 정도를 만들었다면 밧줄이 더 잘 엮어져서 늘어지는 일이 없었을 것이다.
후에 『남북사』을 읽어보니, 제나라 군사가 양나라 왕 규(?)를 치니, 그는 주나라 총관 육등과 이를 막았다. 주나라 사람들은 협구의 남쪽 언덕에 안촉성을 쌓고서 가로 큰 새끼줄을 강 위에 당겨 매고 갈대를 엮어 다리를 만들어 군량을 운반하여 건넜다고 하니 그것이 바로 이 방법이었다. 나는 스스로 생각하기에 “나는 우연히 생각하여 이 방법을 알게 됐는데 옛날 사람은 이미 행하고 있던 일을 알지 못했구나” 하면서 크게 웃었다. 이내 이 일을 기록하여 뒷날 갑자기 대처할 때 도움이 될 것이라 생각한다.
_녹후잡기 제4장 정유재란, 207쪽
유성룡은 1586년 일본 사신 다치나바 야스히로의 내빙 기사를 시작으로 『징비록』을 시작했다. 그는 조선이 개국 초부터 일본과 선린 우호 관계를 잘 유지해왔다고 지적하면서, 성종과 신숙주의 일화를 소개했다. 그는 신숙주가 임종 때 성종에게 “일본과 실화(失和)를 하지 마시옵소서”라고 했다는 점을 기술했다. 이것은 유성룡이 일본과의 관계에 있어서 평화 관계를 유지하는 것이 중요함을 강조한 것이라 할 수 있다.
_해설 제2장 중용 속에서 대안을 찾은 재상, 유성룡, 266쪽
유성룡과 이순신은 문관과 무관으로 그 역할과 임무는 달랐으나, 정치적 운명을 함께하는 사이였다. 공교롭게도 1598년 11월 19일 이순신이 노량 해전에서 전사하던 날에 유성룡도 파직되었다. 유성룡은 이순신의 전사 소식을 전해듣고 그의 죽음을 애도하는 시를 쓰기도 했다. 유성룡은 『징비록』을 저술하면서 이순신에 대해서는 상당히 자세하게 다루었다. 『징비록』으로 인해 이순신은 임진왜란에서 지워지지 않을 영웅으로 부각되었다. 특히 유성룡은 이순신의 한산도 대첩을 전세를 역전시킨 전투, 명에 구원병을 요청하는 외교를 가능하게 했던 최고의 전투로 평가했다. 유성룡에 의해 이순신은 임진왜란이 회자되는 한 지워지지 않을 영웅으로 평가되었던 것이다.
_해설 제2장 중용 속에서 대안을 찾은 재상, 유성룡, 323~324쪽
그는 『징비록』을 서술하면서 임진왜란을 보다 잘 이해하기 위해 그 원인을 제시했다. 그는 임진왜란의 원인을 조선 내부의 문제에서 찾고자 했다. 임진왜란이 일본의 침략에 의해서 일어난 것이지만, 전쟁 원인을 외부로만 돌릴 경우 반성적 고찰은 제대로 이루어지지 못한다. 따라서 유성룡은 임진왜란을 막지 못한 가장 큰 원인을 조선의 내부에서 찾았고, 침략국인 일본을 객관화하여 그들의 용병술과 조총에 대해 매우 냉정한 시각에서 접근하고 있다. 이러한 점에서 『징비록』은 ‘반구저기’ 즉 ‘잘못을 자신에게서 찾는다’의 반성적 고찰이 잘 담겨 있는 작품이라 할 수 있다. 유성룡은 조선을 침략했던 일본군의 능력을 냉정한 시선으로 응시했고, 우리가 어떻게 방어 태세를 갖추어야 하는지에 대한 현실적은 대응 방법을 제시했다. 이러한 점이 우리가 『징비록』을 통해 깊이 읽어내야 할 부분이라 생각한다.
_해설 제4장 왜 지금 『징비록』일까, 361쪽
구매가격 : 19,200 원
미쳐버린 배
도서정보 : 줄리언 생크턴 | 2022-08-02 | EPUB파일
지원기기 : PC / Android / iOS
A급 고전._『선데이타임스』
생생한 호러 스토리. 스릴 넘치는 이야기._『뉴욕리뷰오브북스』
책을 덮으면 다시 읽고 싶어질 것이다._『데일리메일』
생크턴은 주어진 재료를 빈틈없이 요리했고, 불완전한 관찰들을 해독했으며, 꺼려지는 것도 조사하는 데 최선을 다해 마침내 빈틈까지 채워넣었다. 『미쳐버린 배』는 매력적이다._『월스트리트저널』
저자의 치밀한 조사로 몰입할 수밖에 없는, 그리고 지독하게 뒤틀린 초기 극지 탐험에 관한 실화 기반 서바이벌 스토리._『뉴욕타임스』
야망, 어리석음, 영웅주의, 생존에 관한 엄청난 이야기가 생크턴의 손에서 탄생했다. 훌륭하고 아름답게 쓰인 책이다._『스펙테이터』
읽기 시작하자 멈출 수 없었다. 모험소설 같으면서 너무나 디테일해 현장의 냄새와 맛까지 느낄 수 있다._『본아페티』
완전히 빠져들어, 위험한 모험을 탐닉했다. 벨지카호의 1897년 남극 모험은 그야말로 순수 호러물이다. 어설픈 선장, 쥐로 가득한 배가 얼음, 괴혈병, 어둠, 굶주림, 광기 속에 갇혀 있다._『뉴스테이츠먼』
매혹적인 생존 이야기인 데다 무시무시한 심리 스릴러인 이 책은 독자를 매혹시켜 읽는 걸 멈출 수 없게 만든다. 가히 앨프리드 랜싱이 쓴 불멸의 고전 『인듀어런스』에 견줄 만하다._너새니얼 필브릭, 『하트 오브 더 시』 작가
논픽션계의 드문 보물이다. 중요한 역사적 사실이 치밀한 조사와 기록에 기반한 스토리텔링을 통해 전통적인 스릴러로 탈바꿈했다. 이 책을 읽기만 해도 모험을 직접 겪는 것과 같다._월터 아이작슨, 『스티브 잡스』 저자
이 책엔 모든 게 들어 있다. 이상주의, 창의력, 야망, 폭발성, 가십성, 다채로운 인물, 채워지지 않은 지도, 석 달간의 긴 밤, 펭귄 고기…… 매혹적인 이야기가 훌륭하게 펼쳐진다._스테이시 시프, 퓰리처상 수상자
섀클턴의 인듀어런스호보다 앞선 세대의 모험이 매초 지구의 가장 밑바닥에서 대담하고도 무섭게 전개된다. 상상을 초월하게 다양하고 결연한 탐험가 무리가 이 모험을 이끈다. 거친 이야기를 아주 잘 풀어냈고, 디테일한 사실은 몰입감이 있다._햄프턴 사이드스, 『얼음의 왕국에서』 저자
치밀한 조사와 소설가의 날카로운 눈으로 생크턴은 최근 들어 가장 매혹적이고도 비참한 모험 이야기를 써냈다._스콧 앤더슨, 『아라비아의 로렌스』 저자
생크턴은 주어진 재료를 가지고 빈틈없는 내러티브를 만들어냈다. 배에 탄 사람 중 한 명은 완전히 미쳤고, 나머지는 지쳐 나자빠지고 멍해졌으며, 태양이 다시 떠올라 눈이 녹고 희망과 새로운 위험에 맞닥뜨렸을 때는 갇힌 상태에 다시 맞서 싸워야 했다. 그들은 살아남으려 했으리란 걸 우린 알고 있다. 하지만 어떻게 거기까지 가는지 궁금하지 않은가?_『가디언』
구매가격 : 16,500 원
임진왜란 1592
도서정보 : KBS 〈임진왜란 1592〉 제작팀 , 양선비 | 2022-07-28 | EPUB파일
지원기기 : PC / Android / iOS
임진왜란을 모르고 동아시아 삼국의 역사를 논할 수 없다!
철저한 고증과 생생한 서사로 재구성한 최초의 삼국 대전
“내가 쓰고 싶었던 책을 도둑맞은 기분이다. 자신 있게 추천하는 임진왜란 교양서!”
-황현필(『이순신의 바다』 저자)
V 제44회 한국방송대상 대상! 화제의 프로그램 KBS 〈임진왜란 1592〉를 책으로 만나다
V 『동아시아, 해양과 대륙이 맞서다』 김시덕 ㆍ “한국사 큰별쌤” 최태성 ㆍ 『이순신의 바다』 황현필 추천
V 명장면 70여 컷 수록! 원작의 화려한 영상미와 진한 감동까지 더한 “비주얼 임진왜란 史”
“수신료의 가치를 증명한 웰메이드 사극”이라는 찬사를 받으며 뜨거운 인기를 자랑했던 국내 최초 팩추얼 드라마 KBS 〈임진왜란 1592〉가 도서로 출간된다. 원작 〈임진왜란 1592〉는 전문가 자문을 거치며 대본을 228회나 수정했을 만큼, 철저한 역사적 고증에 입각해 임진왜란을 사실적이면서도 극적으로 연출한 수작으로 평가받는다. 이후 제44회 한국방송대상 대상, 휴스턴 국제영화제 심사위원 특별상, 뉴욕 TV&필름 페스티벌 작품상 금상 및 촬영상을 수상하며 세계의 주목을 한 몸에 받았다.
방송을 단행본으로 재구성한 『임진왜란 1592』는 21가지 핵심 사건을 중심으로 임진왜란의 시작과 끝을 한눈에 보여준다. 16세기 동아시아 정세에서부터 이순신 장군과 조선 수군의 비장한 사투, 조선과 일본, 명나라가 정면충돌을 일으킨 평양성 전투, 거짓으로 점철된 강화 회담, 전쟁의 재개와 종결에 이르기까지 길고도 짧은 임진왜란의 역사가 한 편의 드라마처럼 펼쳐진다. 무엇보다 임진왜란은 조선과 일본, 명나라의 정규군이 맞붙은 동아시아 최초의 국제전이었다. 전쟁은 7년간 이어졌지만 그 불씨는 무려 200년에 걸쳐 천천히 피어올랐다. 심지어 전쟁은 동아시아 삼국의 300년을 바꿔놓기도 했다. 이 책이 조선뿐 아니라 일본과 명나라의 관점과 인물들도 비중 있게 다룬 이유도 여기에 있다. 미천한 바늘 장수에서 일본 최고의 권력자에 오른 도요토미 히데요시, 울산왜성에서 처절한 수성전을 벌인 일본 장수 가토 기요마사, 적장에게 뇌물을 받지만 끝내 이순신과 노량으로 나선 명나라 수군 제독 진린 등 이제껏 임진왜란이라는 역사의 무대에서 조연으로 취급되어온 이들의 숨은 이야기를 한데 모았다.
‘임진왜란’ 하면 이순신 장군이나 거북선을 떠올리는 게 전부였던 우리에게, 이 책은 7년에 걸친 전쟁을 움직였던 수많은 사건과 인물의 이야기를 들려주며 긴박하고 치열했던 전황을 생생하게 구현해낸다. 나아가 동아시아의 삼국 간 갈등이 최초로 발화했던 임진왜란의 내력을 다각도로 조명함으로써 한ㆍ중ㆍ일 세 나라의 갈등이 어디에서부터 시작되었는지 그 실마리를 풀 열쇠를 제공한다.
구매가격 : 12,500 원
어쩌면 당신이 원했던 세계사를 흔든 사랑
도서정보 : 수다몽 | 2022-07-27 | EPUB파일
지원기기 : PC / Android / iOS
역사는 특별할 것이 없다. 그저 지금의 인간보다 먼저 살다간 인간들의 이야기이다. 지금 이 순간도 몇 십 년, 몇 백 년, 몇 천 년 후에는 역사로 기록될 것이기에 지금을 더욱 소중히 하며 살아가자고 이야기한다. 역사를 이야기할 때 우리가 알고 있는 역사 속 사건이나 인물은 동서고금을 막론하고 평범한 삶을 누리지 못했다. 늘 사랑과 갈등, 야망과 권력 속에서 자신 또는 누군가를 위해 애썼다.
[어쩌면 당신이 원했던 세계사를 흔든 사랑]에는 역사 속 다양한 이야기들, 사람과 사람이 만들어내는 이야기에 관심이 많아서 역사 유튜브 채널을 운영 중인 수다몽의 역사 수다를 담았다. 특히 세대를 막론하고 늘 관심사이기도 한 24가지의 ‘역사 속 스캔들, 사랑 이야기’를 담아내며 그들의 사랑이 세계사에 미친 영향에 대해 다루었다. 현실은 더한 ‘막장’이라는 말처럼 충격적이고 놀라운 역사 속 사랑을 통해 역사적 흐름을 쉽고 재미있게 살펴보는 계기가 되고 현재를 살아가는 원동력이자 반면교사가 되기를 바란다.
구매가격 : 14,700 원
당신이 몰랐던 결투의 세계사
도서정보 : 저자명 : 하마모토 다카시, 스가노 미치나리 역자명 : 노경아 | 2022-07-20 | EPUB파일
지원기기 : PC / Android / iOS
“이것도 결투에서 온 거였어?”
책을 덮는 순간까지 이 말을 반복하게 될 것이다!
결투의 흥망성쇠부터 결투가 스포츠가 된 사연까지
결투의 어제와 오늘을 한 권에 담았다!
◎ 도서 소개
현대 스포츠 대부분의 기원은 결투다. 무슨 황당한 소린가 싶겠지만 이 책을 읽으면 고개를 끄덕이게 될 것이다. 저자는 유학생 시절 직접 경험한 진검 결투와 풍부한 그림, 사진 자료를 바탕으로 과거의 유산처럼 여겨지는 결투가 오늘날 스포츠 속에 스며들어 있다는 사실을 밝힌다.
고대인들이 재판 대신 결투로 진실을 가렸던 이유, 괴테, 푸시킨, 비스마르크 등 유명 인사들이 사사로운 다툼에 목숨을 걸고 결투했던 이유, 히틀러가 베를린 올림픽에 그토록 공을 들였던 이유, 사람들이 내일 꾸벅꾸벅 졸 걸 알면서도 새벽까지 손흥민이 나오는 경기를 챙겨 보는 이유 등 흥미로운 사례들을 짚어 나가다 보면 세계사 곳곳에 남은 결투의 흔적을 알 수 있을 것이다.
◎ 출판사 서평
사람들이 답답할 때 스포츠를 찾는 이유
뉴스 사회면을 보면 한숨이 나온다. 저런 범죄를 저지르고도 겨우 1년 6개월 형이라고? 법은 아무래도 우리 편은 아닌 것 같다. 한숨이 나오면 스포츠면을 본다. 손흥민의 선전이 헛헛한 마음을 달랜다.
스포츠를 보면 왜 통쾌한 마음이 들까? 과거 유럽인들은 법으로 해결할 수 없는 억울한 일이 생기면 결투를 신청했다. 결투의 승패는 신이 보증하므로 옳은 사람이 승리할 것이라는 믿음이 바탕에 있었다. 말하자면 이성적인 법이 해결해주지 못하는 일에 사람들은 감정적인 방식의 ‘사이다’를 찾은 것이다.
하지만 재판권이 국가에 귀속되고 결투의 잔인함이 대중의 외면을 받자 스포츠가 그 자리를 대신했다. 통치자 또한 법 제도를 뒤흔드는 결투보다는 스포츠를 장려했다. 결투와 스포츠 모두 싸움과 승부를 좋아하는 인간 본성을 자극했고, 카타르시스를 주었기에 사람들은 스포츠를 거부감 없이 받아들였다. 이것이 우리가 답답한 마음이 들면 스포츠를 찾는 이유이고, 이는 과거 유럽인들이 결투했던 것과 같은 맥락이다.
승부가 있는 곳에는 결투가 있다
모든 스포츠에는 ‘국룰’이 있다. ‘1. 경기장 안에서 2. 규칙을 준수하며 3. 겨룬다.’라는 것이다. 이 국룰은 결투에서 왔다. 정정당당하게 승부를 겨루는 스포츠와 마찬가지로 결투의 목적 또한 정정당당한 분쟁 해결이었기 때문이다. 결투를 정오에 시작하여 해가 한쪽의 눈을 가리지 않게 하거나, 복장과 무기, 머리 모양을 통일하는 등 결투 규칙을 명시한 과거 기록이 남아 있는 이유다.
한편 결투가 가리는 진실과는 별개로 ‘싸움 구경’은 오락거리가 적었던 시대에 가장 큰 볼거리였다. 결투 재판이 이루어지는 야외 원형 울타리는 오늘날 코트와 링으로 변했다. 승부는 이 울타리 안에서만 진행된다는 규칙은 오늘날에도 마찬가지다. 결투의 승패를 가리던 감독관은 심판이 되었고, 결투자 옆의 수행원들은 코치와 세컨드가 되었다.
결투가 스포츠가 된 결정적인 순간은 관객석의 도입이었다. 야외 공터에서 벌어지던 결투는 도심 속 광장에서 벌어지게 되었고, 결투 당사자와 말 등은 화려하게 치장하기 시작했다. 관객들은 편안한 자세로 남들이 피와 땀을 흘리는 모습을 구경했다. 이 구도는 오늘날 올림픽, 월드컵, 심지어는 음악 경연 프로그램의 구성과도 완전히 같다. 이처럼 스포츠와 엔터테인먼트에는 결투의 흔적이 진하게 남아 있다.
책은 이 과정을 풍부한 사례를 통해 풀어낸다. 그중에서 떡을 단숨에 삼킬 수 있느냐로 승부를 가린 고대의 결투나, 서로를 비웃는 노래를 불러 관객의 호응으로 승패가 갈린 이누이트족의 전통 결투는 웃음을 자아낸다. 하지만 수틀리면 목숨을 건 결투를 제안하여 수많은 일반인의 목숨을 앗아간 프로이센 장교의 사례는 시도 때도 없이 토론을 제안하는 오늘날 정치인의 모습이 겹쳐 보여 섬뜩한 기분이 든다.
올겨울 월드컵은 다르게 보자
마라톤에서 아테네까지 달려와 승전을 전하고 죽었다는 마라톤의 유래가 거짓이라는 걸 아는가? 이는 근대 올림픽의 핵심 종목인 마라톤의 흥행을 위해 꾸며낸 이야기였다. 하지만 이 이야기에 열광한 그리스인들은 1896년 제1회 아테네 올림픽의 마라톤 금메달을 그리스인 스피리돈 루이스가 거머쥐자 그를 국가 영웅으로 추대했다. 이것은 당연히 고대 그리스의 영광을 재현하려는 그리스의 로컬리즘와 민족주의의 발현이다. IOC(국제올림픽위원회)는 올림픽에서 정치적 제스처를 보이는 것을 금지하지만, 정치적 목적을 제외하면 올림픽을 개최할 이유가 없다는 사실을 누구보다도 잘 알고 있다.
20년 전, 2002년 한일 월드컵에서 한국은 4강에 올랐다. 이는 단순히 국제 스포츠 행사에서 4등을 했다는 의미가 아니었다. 1988년 서울 올림픽 개최가 6.25 전쟁 이후 다시 일어선 한국을 상징했다면, 한일 월드컵은 유럽 선진국들을 넘어 우뚝 선 한국의 상징으로 사용됐다. 이처럼 스포츠는 정치와 밀접한 영향이 있다. 올해 2022년 카타르 월드컵이 어떤 상징으로 쓰일지는 알 수 없지만, 적어도 《당신이 몰랐던 결투의 세계사》를 읽고 나면 태극‘전사’의 출정과 선전이 다른 시각으로 보일 것이다. 거대 스포츠 행사가 만들어 내는 열광적 에너지가 어떻게 정치적으로 사용됐는지 알게 될 것이기 때문이다.
◎ 건들건들 컬렉션
유튜브 밀리터리 채널 ‘건들건들’이 큐레이팅하는 밀리터리 역작 컬렉션
〈건들건들 컬렉션〉은 밀리터리 전문 유튜브 채널 〈건들건들〉과 레드리버가 함께 만드는 전쟁사 ․ 밀리터리 시리즈다. 최근 한국에도 밀리터리 도서들이 많이 소개되고 있지만 여전히 많은 양서가 번역되지 않아 외국어가 가능한 일부 마니아들만 즐기는 책으로 남아 있다.
〈건들건들 컬렉션〉은 레드리버와 밀리터리 전문 유튜브 채널 〈건들건들〉이 선별한 수준 높은 밀리터리 도서를 국내에 소개하고, 때로는 국내 전문가를 섭외하여 한국 독자들을 위한 책을 출간해 밀리터리 도서 시장의 저변을 확장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 책 속에서
충격적인 이야기지만, 독일과 오스트리아에서는 2020년인 지금에도 일부 학생들이 아무렇지 않게 진검 결투를 벌이고 있다. ‘결투’라고 하면 두 남자가 서로 10미터쯤 떨어진 곳으로 걸어가 교대로, 혹은 동시에 권총을 발사하는 장면을 떠올릴지도 모르겠다. 그러나 독일 학생의 결투인 멘주어는 약 90센티미터의 예리한 진검을 한 손으로 휘두르며 마주 선 상대의 얼굴과 머리를 공격해야 한다. 여기서는 심지어 상대의 공격을 피하려고 발을 움직이거나 얼굴을 젖히는 것조차 허용되지 않는다. - 17쪽
결투 재판은 신명 재판의 일종으로, 검이나 무기를 사용한 결투의 승패에 따라 유죄와 무죄를 판단했다. 이것은 종교의 권위 위에 성립된 방식이면서도, 기독교가 기존 종교의 관습을 계승했음을 보여 주는 증거다. 신이 정의로운 사람에게 힘을 주어 검과 무기로 악을 응징하게 만든다는 것이 당대 사람들의 믿음이었기 때문이다. - 47쪽
루이 13세가 귀한 가문의 자손인 부트빌을 처형하기를 꺼리자 리슐리외가 이렇게 말했다고 한다. “폐하! 이것은 결투를 폐지하느냐 법률을 폐지하느냐 하는 문제입니다! - 62쪽
17세기 초, 스웨덴의 왕 구스타브 2세도 장교들의 결투를 막으려 노력했다. 그는 독특한 방법을 고안하여 이런 일화를 만들어 냈다. 어느 날 스웨덴의 장교 두 명이 결투를 약속하고 결투 장소로 갔더니 자국의 왕과 교수대, 교수형 집행인이 먼저 와서 자신들을 기다리고 있었다. 구스타브 왕은 깜짝 놀란 그들에게 말했다. “제군, 지금부터 결투를 개시해도 좋다. 참고로 덧붙이건대, 결투가 끝나자마자 승자까지 모두 교수형에 처할 것이다.” 물론 두 사람은 즉시 화해했다. - 107쪽
결투 재판은 보통 야외에 설치된 원형 울타리 안에서 진행되었다. 이 관습은 스포츠의 형식에도 큰 영향을 미쳤다. 이 울타리가 코트, 혹은 링으로 변했고 싸움은 그 안에서만 해야 한다는 규칙이 스포츠 경기에도 그대로 적용된 것이다. - 186쪽
베를린 올림픽은 정치로 얼룩진 올림픽이었다. 나치는 아리아 인종 우위론을 바탕으로 국위 선양을 하려 했고, 미국은 의도적으로 흑인 선수를 다수 참가시켜 자국의 자유주의를 선전하려 했다. 올림픽의 이면에서 벌어진 이런 정치적, 사상적 대립은 결국 제2차 세계 대전까지 이어졌다. 올림픽이 인종주의에 이용된 것을 보면 역시나 스포츠와 전쟁의 뿌리가 하나라는 사실을 인정할 수밖에 없다. - 237~238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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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선의 노비
도서정보 : 이마무라 토모(今村?) | 2022-07-18 | EPUB파일
지원기기 : PC / Android / iOS
? 조선풍속집(朝鮮風俗集)(1914)(斯道館) 발행, 제12부 조선의 노비(奴婢)
1908년 여름에 조선에 건너와 지방경찰부장으로 보직되어 충청, 강원의 2개 도를 역임하였다. 이 시대는 서사(庶事) 창업의 시대로 아직 법령도 완비하지 않고 행정상 단지 적당히 처리하는 사무가 매우 많은데, 어떻게 하면 직무 집행과 민도(民度)와 조화를 이룰 것인가 하는 점에 대해 고심하는 일이었다. 다시 한번 나는 이때부터 조선의 풍속과 습관을 이해하는 것이 필요한 일이라고 생각하였다.
몇 차례 조사에 착수해도 조선 풍속의 전부를 체계적으로 조사하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니다. 그는 자신이 어떻게든 초보적인 시도라는 것을 깨닫고 방침을 바꾸어 자신의 직무와 밀접한 관계가 있는 사람, 젊었을 때 자신이 흥미를 느꼈던 사항에 대해 간헐적으로 연구하고, 극히 분주한 사무의 여유를 내어 연구조사에 종사하고 그 소득분은 신문과 잡지에 게재하였다. 또한 강연을 통해 세상에 발표하기도 하였다. 조선 연구의 취지를 사회에 고취시키고 자신의 견해를 참고로 삼는 것 외에는 다른 방법이 없었다.
이제 같은 목적으로 오래된 원고를 개정하고 한국의 관습과 관습에 대한 새로운 개요를 추가하였고 《조선 풍속집》이라는 제목의 책을 편찬하였다.<자서自敍 중에서>
구매가격 : 1,500 원
삼국사기 바로알기 9
도서정보 : 김기홍 | 2022-07-15 | PDF파일
지원기기 : PC / Android / iOS
본서는 [삼국사기]에 기록된 고국원왕 시절의 이야기를 해석하고 설명한 책입니다. 고국원왕의 시절은 모용황의 연나라와 함께 하는 역사였고, 고국원왕의 미숙한 외교와 그릇된 판단으로 건국 이래 고구려가 처음으로 국새를 다른 나라에 바치는 슬픈 역사를 품고 있습니다. 국새를 바쳤다는 것은 곧 나라가 망했다는 뜻입니다. 비록 곧바로 도성을 수복하여 국새를 다시 찾았지만 어쨌든 잠깐이나마 공식적으로는 고구려가 멸망한 시기가 발생하였던 것입니다.
당시 고국원왕의 어머니 주 태후를 비롯하여 황후 및 태자들이 모두 연나라로 포로로 끌려가 인질이 되었으며, 연나라가 진나라에게 패망하기까지 줄곧 그 인질들로 인하여 고구려는 연나라에게 고개를 숙여야 했습니다. 고국원왕의 아버지 미천왕은 모용외와의 경험을 통해 모용씨가 만만치 않은 상대임을 알았기에 유언으로 아들인 고국원왕에게 모용씨와 다투지 말라고 당부하였지만 고국원왕은 그 유언을 지키지 못하였던 것입니다. 한마디로 고국원왕은 한 나라를 다스릴 능력이 부족하고 미숙한 황제였습니다. 심지어 패망하여 동쪽으로 쫓겨간 동진(東晉)에게까지 스스로 속국(屬國)을 칭하며 이루어질 수 없는 도움을 청하였던 한심한 황제였습니다. 결국 그러한 미숙한 판단은 계속 이어져 백제와의 전쟁에 무리하게 직접 뛰어들다가 죽음에 이르는 결과를 낳고 맙니다.
본서에서는 고국원왕이 어떤 미숙함으로 고구려를 위험에 처하게 했는지를 설명하였습니다. 비록 고국원왕의 미숙함이 있었지만 고구려는 천년의 부여로부터 이어져 그 시스템이 잘 갖추어진 나라였기에 위험에 대비할 능력이 있었습니다. 결국 모용씨의 연나라는 패망하지만 고구려는 굳건히 사직을 유지합니다. 그 저력이 오늘날 대한민국으로 이어진 것이 아닌가 합니다.
고국원왕의 아버지 을불은 처음으로 해씨의 고구려에서 을씨의 고구려로 만든 인물입니다. 그리고 다시 그 아들인 고국원왕은 오나라 핏줄을 타고난 어머니 주거지의 성을 따라 주씨를 사용하게 됩니다. 즉 고구려에는 해씨로 출발하여 을씨 그리고 다시 주씨의 임금이 등장하게 됩니다. 고구려가 고씨라는 단일 성씨로 이어졌다는 것은 중국 학자들의 주장으로, 이를 비판 없이 우리가 받아들이고는 있으나 이는 잘못된 주장입니다.
고구려는 해모수의 아들로 시작된 해씨들의 나라였으며, 비록 성씨는 을씨나 주씨로 이어지지만 그 근본은 모두 시조 동명성왕의 핏줄이니 해씨의 나라라고 하여야 옳을 것입니다. 본서에서는 주유의 핏줄이 어떻게 고구려로 들어와 황실의 한 축을 담당하였는지를 설명하였습니다. [삼국사기]는 차마 기록하지 못한 이러한 숨겨진 사실들에 대하여 비록 처음 접하는 분들은 거부감이 들 수 있으나, 엄연히 우리 역사에 존재했던 사실들입니다.
[삼국사기]에 대한 해석이나 해설은 시중에 셀 수 없을 정도로 많이 출간되어 있으며, 인터넷에서도 쉽게 그 해석과 해설을 접할 수 있습니다. 하지만 [삼국사기]의 부족한 기록만으로는 우리 조상들의 역사를 제대로 이해할 수 없습니다. 우리가 고대사를 마치 신화처럼 여긴다거나 확실한 이해가 되지 않는 것은 [삼국사기] 자체가 많은 사건을 삭제하고 그 앞뒤 설명을 생략하였기 때문입니다. 하여 본서에서는 [삼국사기]가 충분히 전하지 못하는 역사를 [박창화 필사본]의 도움을 받아 상식적인 해석과 해설을 통하여 우리 고대사를 상식적인 이해의 범위로 끌어들이고자 노력하였습니다.
또 하나 문제가 되는 것은 [삼국사기]에 등장하는 고대 지명들에 대한 오늘날의 위치 비정에 있습니다. 왜곡된 역사해석에 기초한 왜곡된 역사지리는 주로 청나라 시절의 학자들이 마음대로 해석한 역사지리로부터 시작되어, 조선을 거쳐 오늘에 이르고 있습니다. 우리가 저들의 동북공정이나 여러 역사 왜곡에 대응하기 위해서는 먼저 잘못된 역사지리에 대한 인식을 바로잡는 것이 보다 중요합니다. [삼국사기 바로알기]에서는 우리가 무의식중에 받아들이고 있는 잘못된 역사지리를 다양한 사서들에 기록된 내용을 통해 바로잡고자 노력하였습니다.
[삼국사기]는 기록들이 상세하지 못하여 역사의 진실을 제대로 이해하기가 상당히 난해한 책입니다. 하여 그 전후 사정을 최대한 설명하여 [삼국사기]가 전하는 바를 최대한 이해하기 쉽게 설명하고자 하는 것이 이 책을 발간하는 목적입니다.
구매가격 : 3,000 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