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아시아 세계질서의 종막
도서정보 : 김기혁 | 2022-03-10 | EPUB파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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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선을 국제 세계로 이끈 중국과 일본의 정책과 행동은
동아시아의 기존 세계질서에 어떤 영향을 줬는가?
고故 김기혁 UC데이비스 교수의 『동아시아 세계질서의 종막』이 번역되어 나왔다. 저자의 박사논문이기도 한 이 책은 1980년대 미국에서 출간돼 관련 학계의 많은 관심을 불러모았다. 이 책은 기존과는 달리 개항기 동아시아에서 조선을 사이에 두고 청과 일본이 벌인 경쟁, 외교적 공격과 방어의 디테일을 극사실주의적으로 살핀 수작이다. “동아시아 세 나라의 언어에 모두 능통해 다양한 자료를 충분히 파악하면서 그 시대의 정책을 살펴본 외교사 연구의 전범”이다. 저자는 1860년부터 1882년까지 20년간 조선, 청, 일본 세 나라의 외교정책이 입안되는 과정과 그에 영향을 미친 국내 정치세력의 동향과 움직임을 밀접하게 연관시켜 고찰했다.
저자가 볼 때 이 시기에 대한 기존의 연구는 “조선을 국제 세계로 이끈 중국과 일본의 정책과 행동은 동아시아의 기존 세계질서에 어떤 영향을 줬는가?”라는 질문에 대답한 것은 없다. 저자는 우선 제도에 초점을 맞추고 여러 나라를 포괄적으로 검토했다. 서양의 국제체제가 도입되면서 동아시아에서 형성된 이원적 세계질서-전통적 세계질서의 마지막 국면-가 끝나는 과정을 대표하는 부분으로서 조선의 국제적 위치 변화를 살펴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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싸구려의 힘
도서정보 : 웬디 A. 월러슨 | 2022-03-10 | EPUB파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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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싸구려들에 둘러싸여
우리가 싸구려가 된 건 아닐까?”
값싸다고 사들인 물건들은 어떻게 현대인의 일상을 지배했는가
시장과 저가품, 인간의 욕망에 대한 기념비적인 연구
집 안을 둘러보자. 인테리어 소품, 팬시한 식기류, 칫솔이나 비누 같은 생필품은 혹시 저가품 매장에서 산 것 아닌가? 옷걸이, 문구류, 공구는 또 어떤가? 계란 찜기나 저렴한 믹서기는? 만족스러울 만큼 잘 작동하는가? 수집 중인 인형이 있진 않은가? 어릴 때 물을 주면 자라나는 장난감이나 플라스틱 가짜 거미, 뱀을 갖고 논 적이 있는가? 그리고 그 모든 것이 어디서 왔는지, 언제부터 우리 주변을 가득 채웠는지를 궁금해해본 적 있는가? 별생각 없이 사들인 물건들 뒤에 책략과 기만이 숨어 있는 건 아닌지, 그 물건들로 말미암아 우리는 어떤 존재가 되어가고 있는지, 고민해본 적 있는가?
『싸구려의 힘』은 현대인들의 일상에 싸구려 물건들이 넘쳐나게 된 경위와 원리, 그리고 싸구려의 본질을 역사적, 문화적, 경제적으로 연구해낸 보기 드문 책이다. 저자는 도서관, 박물관, 학회, 대학, 기업 자료실을 찾아다니며 수집한 엄청난 양의 자료를 바탕으로 싸구려에 대한 거의 모든 것을 자세하게 그려내고 거기서 의미심장한 통찰을 이끌어내는 데 성공했다. 책에는 카탈로그, 광고 지면, 팸플릿, 상품의 흑백 사진과 컬러 사진 등 100여 컷의 도판이 수록되어 있으며 19세기 판매자와 소비자의 글이나 발언까지 생생하게 인용되어 있다.
성 기능을 향상시켜준다는 요상한 전기 장치나 112가지 도구를 합쳐서 배보다 배꼽이 더 커져버린 기괴한 스위스 아미 나이프 등 물신주의적 창의성으로 무장한 온갖 기기, 공짜라는 달콤함 이면에 음흉한 대가를 숨기고 있는 각종 싸구려 경품과 광고용 판촉물, 소비자의 고상한 취향을 대변해주는 것 같지만 사실 역사나 서사 따위는 없는 공장제 선물용품, 수집품으로 통용될 목적으로 일부러 만들어진 인형이나 접시, 주화 따위의 의도적인 수집품, 이 모든 것이 저자가 이야기하는 ‘싸구려crap’다. 싸구려는 값이 저렴하다는 뜻일 수도 있고 품질이 저급하다는 뜻일 수도 있다. 구체적인 사물의 범주가 아니라 어떤 존재 방식 혹은 정신, 사물 이면에 있는 음모와 위선, 그 타락의 정도를 지칭하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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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처는 언젠가 말을 한다
도서정보 : 박래군 | 2022-03-02 | EPUB파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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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땅 곳곳에서 아직도 아물지 못한 상처들이
용기 내 입을 열도록, 소리쳐 말을 하도록
수풀이 무성하지만 어쩐지 음험해 보이는 깊은 산골짜기. 무슨 일이 벌어졌을 것만 같은 분위기의 표지 사진은 거창 박산골 민간인 학살터다. 1950년, 517명의 남녀노소 주민들이 이곳에 모여 총살당했다.
이 책 <상처는 언젠가 말을 한다>는 역사적 상처가 된 장소들을 인권운동가 박래군이 직접 찾아가 인권의 시각으로 정리해낸 답사기이다. 2년 전 출간된 인권기행 1권 <우리에겐 기억할 것이 있다>는 한 번쯤 가보았거나 알고 있는 장소들을 방문해 그곳의 의미를 뒤집어보거나 이면에 숨겨진 사연을 찾아내는 여행이었다면, 이 책에서는 주로 현지인들도 잘 모르는 곳, 아예 길이 없는 곳에 남겨진 인권의 현장들을 탐사했다.
이번 기행은 대한민국의 근대와 시민을 탄생시킨 민중의 항거 동학농민혁명의 호남과 충청 지역 현장부터 시작한다. 천주교 순교성지에서 죽음으로 지켜낸 종교와 신념의 자유를 짚어보고 나서, 백정 차별 철폐 운동에 앞장선 한국 최초의 인권운동단체인 진주 형평사의 잘 알려지지 않은 흔적을 따라간다. 이어서, 전국에 퍼져 있는 한국전쟁 시기 민간인 학살터 중 대표적인 몇 곳을 찾아 그 참혹한 실상을 파헤치고 ‘골로 간다’라는 말의 기원을 곱씹는다. 형제복지원과 선감학원 터에서는 사회복지시설의 끔찍한 현실을 마주하고, 동두천 미군 기지촌에서는 미군 위안부 여성들의 삶을 조명한다. 그리고 현지 주민들을 내쫓는 방식으로 진행되는 재개발 사업의 전형을 성남 광주대단지 사건과 용산참사 현장에서 발견한다. 마지막으로, 전태일 열사의 모친으로 유명하지만 스스로 노동 인권운동가이기도 했던 이소선이 청계천, 구로, 창신동을 배경으로 한평생 보여준 연대 정신을 되새긴다.
이 책에 등장하는, 이 땅 곳곳의 상처들은 아무리 가려져 있어도 언젠가 입을 열고 말을 하기 시작했다. 그렇게 아픔을 딛고 용기를 내 자신의 존재를 드러낸 사람들이 결국 세상을 변화시켜왔다. 아직 아물지 못한 상처들이 직접 말을 할 수 있도록 연대하고, 그 말에 귀를 기울이자는 것이 이 책 전반에 진하게 배어 있는 저자 박래군의 절실한 메시지다.
구매가격 : 15,000 원
병자호란: 그냥 지는 전쟁은 없다
도서정보 : 임용한 | 2022-02-24 | EPUB파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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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구나 알고 있었지만 아무도 막지 못했던 두 번의 호란
난리가 아닌 전쟁으로, 치욕이 아닌 현재의 거울로 재조명한다!
◎ 도서 소개
치열하게 살고 있는 당신을 위해
임용한 박사가 쉽게 풀어주는 ‘시간순삭 전쟁사 시리즈’의 시작!
‘임용한의 시간순삭 전쟁사’는 〈토크멘터리 전쟁사〉에서 많은 사랑을 받았던 임용한 박사와 대본을 쓴 조현영 작가가 뭉쳐서 쓴 전쟁사 시리즈이다. 한 권만 읽으면 전쟁사를 전부 이해할 수 있도록 쉽게 풀어쓰고, 인포그래픽을 도입했다. 전쟁사, 밀리터리 덕후, 역사 독자는 물론 치열하게 하루하루를 전쟁처럼 살아가고 있는 사람이라면 누구나 삶의 통찰을 배워갈 수 있다.
시리즈의 첫 권인 《병자호란: 그냥 지는 전쟁은 없다》는 패배한 전쟁인 병자호란을 다룬다. 배경인 후금의 성장, 정묘호란부터 시작해서 병자호란의 세세한 진행 과정과 결과를 임용한 박사 특유의 통찰로 묶었다. 이 책을 읽으면 병자호란을 이해하는 것은 물론, 조선이 패배로 이르는 과정을 통해 역설적으로 현재 위기가 닥쳤을 때 어떻게 극복해야 하는지도 알 수 있다.
◎ 출판사 서평
한 권으로 지식과 재미, 통찰을 동시에 잡는 ‘임용한의 시간순삭 전쟁사’ 시리즈
8,000만이 열광한 〈토크멘터리 전쟁사〉의 재미를 이어 가다!
“보기도 전에 기대된다!”
“임용한이라면 믿고 본다!”
“사이사이 새롭게 깨우치게 하는 것들이 정말 많다!”
“치열한 것이 살아남는다!”
전쟁 같은 일상에서 역사를 내 편으로 만들어라
우리는 왜 전쟁사를 배워야 할까? 전통적인 의미에서 전쟁이 일어날 확률은 희박한 것이 사실이다. 하지만 전쟁은 형태를 바꿔 여전히 세계적으로, 그리고 우리의 일상 속에서 진행 중이다. 코로나라는 전인류적 위기에 겹쳐, 미국과 중국은 패권을 두고 힘싸움을 하고 있고 여기에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위기까지 겹치면서 세계정세는 다시 혼란스러워졌다. 이런 거시적인 전쟁은 주식 투자, 정치, 물가 등 당연히 우리의 일상에도 영향을 끼친다.
또한 우리의 일상이 이미 전쟁이다. 코로나 위기로 인해 사회의 양극화가 심해졌고 급속한 디지털화로 인해 양질의 일자리 숫자는 줄어가고 있다. 이로 인해 세대갈등, 빈부갈등, 남녀갈등 등 수많은 ‘내부전쟁’이 함께 일어나고 있다. 이는 명백한 현상이며 여기서 살아남으려고 치열하게 노력하는 것은 필수이다. 병자호란은 실패의 역사지만, 역설적으로 전쟁에서 ‘지지 않으려면 어떻게 해야하는지’를 가르쳐준다. 혹독한 지금, 살아남으려면 역사를 당신의 편으로 만들어야 한다.
하락 횡보 중인 전통 우량주 ‘명’ VS 상한가 갱신 중인 신흥 성장주 ‘후금’
조선은 ‘야수의 심장’이었나?
명나라와 청나라가 주식이었다면 조선은 무엇을 택해야 했을까? 척화파는 단순히 생각하면 합리적 분석 없이 투자하는 ‘야수의 심장’을 가진 투자자로 보일 수 있지만 오히려 당시에는 확고한 ‘가치투자자’에 가까웠다. 명나라는 전통적인 강대국이었기에 당시에는 잠시 주춤했을 뿐 믿을 만한 주식이었던 셈이다. 척화파 입장에서 주화파는 현실 정보를 근거로 판단하긴 했어도 미미한 하락률에 연연하는 소심한 한탕주의자로 보였을 것이다.
인조의 입장은 어땠을까? 척화파는 명이 망할 리는 없다고 했고, 주화파는 당장 손실이 너무 크니 명을 정리하자고 했다. 현대 경제심리학을 끌어들여 보면 인조 또한 현대의 우리처럼 ‘손실 회피 편향’을 가지고 있었을 것이다. 인조는 일단 팔지 말고 기다려 보자는 척화파의 주장에 더 힘을 실었다. 결과는 좋지 않았지만 왜 그런 판단을 내렸는지는 이해할 수 있다.
다가오는 ‘선택의 순간’
병자호란이 알려주는 리더의 조건은?
병자호란과 관련된 가장 유명한 리더는 광해군과 인조로 모두 실패한 군주다. 이는 절대로 선택하면 안 되는 리더는 어떤 리더인지 알려준다. 광해군은 중립외교를 펼쳤지만, 가짜뉴스에 휘둘려 폐위를 당한 안타까운 왕으로 알려져 있다. 하지만 이는 역설적으로 가짜뉴스에도 흔들릴 만큼 지지기반이 약했다는 것을 의미한다. 외교적 시야는 넓지만 내부의 지지는 약한, 리더쉽이 없는 리더였다는 말이다. 한편 인조는 내부의 지지도는 높았지만 중요한 순간에 본인의 책임과 의무를 저버린 리더였다. 항전을 할지 화친을 할지 반드시 결정해야 하는 순간에 눈치를 보며 이를 신하들에게 떠넘겼다. 이처럼 균형감각이 없거나, 책임감이 없는 리더는 위기 시 큰 위험에 직면할 수 있다.
병자호란에서 벌어진 여러 전투에서도 중요한 병자호란 전투 중에는 대표적으로 훨씬 적은 수의 청군에게 패한 ‘쌍령전투’와 중요한 적장을 죽이고 승리한 ‘광교산전투’가 있다. 두 전투에서 승패를 가른 것은 확실한 계획에 따른 전투와 돌발 상황에 대한 위기 대응이었다. 여기서 우리는 치밀한 계획 수립과 실행, 그리고 위기 대응력이 좋은 리더와 나쁜 리더를 가르는 필수 조건이라는 것을 다시 상기할 수 있다. 이렇듯 병자호란은 ‘선택의 순간’이 다가온 지금 독자들에게 리더를 판단할 수 있는 훌륭한 기준을 제공해준다.
◎ 추천사
“조선이 왜 아팠는지 알게 되는 진단서 같은 책.”
- 허준(MC, 방송인)
“조선의 비극인 병자호란을 다채롭고 새로운 시각에서 다루고 있는 책이다.”
- 김인호(광운대학교 인제니움학부 교수)
“당장 영상 만들러 갑니다.”
- 건들건들(유튜버)
◎ 본문 중에서
병자호란은 치욕의 역사이고 누가 보아도 짜증나는 이야기만 가득하다. 하지만 우리 역사상 가장 교훈이 풍부한 사례이기도 하다. 지난 300년간 우리의 지성을 옥죄어 온 국수주의, 주관적 애국, 정신승리와 마녀사냥의 풍조에서 빠져나오지 못하면 우리에게 미래는 없다.
【작가의 말 : 5쪽】
누르하치가 명의 보호관찰을 뚫고 비상하자 남은 여진족들이 속속 그에게 귀순했다. 1588년 9월 누르하치는 지금의 하얼빈 유역을 정복했다. 이는 무엇을 의미하는가? 바로 1115년 정복왕조인 금을 세웠던 전설의 여진족장 ‘아골타(아쿠타)’의 재림이었다. 심지어 아골타를 넘어섰다. 아골타는 거란족의 세력권 밖이던 만주 동쪽 깊숙한 땅에서 힘을 모아 나라를 세웠지만 누르하치는 명의 눈과 이빨 바로 아래에서 만주와 간도를 제패했다.
【1부 | 01 누르하치의 등장 - 만주 땅에 중원을 노리는 자가 있었다 : 16쪽】
홍타이지가 거의 노골적으로 드러냈던 명의 망조, 천명이 명을 떠나 후금으로 왔다는 의견에 대애서 조선은 시치미로 일관했다. 그럴 수밖에 없었던 것이 편지에 대놓고 쓰지는 못했지만 척화파의 논리는 한결같았다. 부모가 범죄자에 주정꾼이라 해도 부모는 부모다. 자식은 자식의 도리를 다할 뿐이다.
조선의 국서를 본 홍타이지가 벌떡 일어나 소리를 질렀는지, 주먹으로 탁상을 내리쳤는지, 아니면 냉혹한 미소를 지었는지는 기록이 없어 알 수 없다. 어떤 반응을 보였든 그는 마지막 시도를 해보기로 했다. 홍타이지는 시종을 돌아보며 말했다.
“다시 전쟁이다! 용골대(잉월다이)와 마부대를 호출하라!”
【1부 | 18 조선의 전쟁준비 ? 막다른 골목 : 142쪽】
소복은 그들과 어울리며 새로운 사실을 알게 되었다. 자신은 비록 종이지만 서울 사람이었다. 그런데 산성에 와서 시골 농부, 시골 종놈, 역졸, 품팔이꾼, 나무꾼들과 뭉쳐 살아보니 자신이 하는 노동은 노동도 아니었다. 이 사람들은 정말 강인했다. 금방 흥분하고, 억울해하고 말로는 당장이라도 무슨 일을 저지를 듯 온갖 불경스러운 소리를 다 퍼부어댔지만 막상 다음날 관에서 지시라도 떨어지면 곤죽이 된 몸으로 시키는 일을 다 했다. 양반들 욕을 하다가도 산길에서 양반이 휘청거리며 쓰러지면 두말없이 들쳐업고는 산성의 가파른 산길을 땀 뻘뻘 흘리며 올랐다.
【2부 | 05 산성의 강인한 병사들과 백성들 ? 혹한 속에 핀 야생화 : 222쪽】
왕과 대신들은 그렇게 살아서 한성으로 돌아갔지만, 산성에 남은 사람들은 사냥감이 되었다. 청 군사에게 사로잡힌 주민들은 울부짖었다.
“왕이여 우릴 버리고 가십니까!”
【2부 | 19 삼전도의 항복 ? 회한의 귀경행렬 : 358쪽】
현대의 우리와 달리 정치적으로 항상 극도로 조심할 수밖에 없었던 당시의 군지휘관들은 돌아가는 상황과 명령서의 내용에서 분명한 정치적 신호를 읽을 수 있었을 것이다. 그 증거가 김준룡의 신도비명에 적혀 있는 “죽산의 아군을 구하는 것보다 왕이 먼저다.”라는 기록이다. 이것이 삼남 근왕군이 불나방처럼 청군이 기다리고 있는 사지로 하나씩 달려 들어가야 했던 비극적 전사의 이면이다.
【2부 | 20 에필로그 ? 병자호란, 그 후 : 363쪽】
구매가격 : 17,600 원
반전의 한국사
도서정보 : 안정준 | 2022-02-24 | EPUB파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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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결된 세계, 흐름과 맥락으로
새롭게 읽는 한국사
최근 러시아가 우크라이나를 침공했다. 8년 전 러시아에 크림반도를 뺏긴 우크라이나는 이번 침공에도 무방비로 당하는 중이다. 나토 회원국 간 의견이 엇갈리는 가운데 우크라이나가 기대했던 서방 국가의 지원은 아직까지 없는 상황. 결국 힘도, 동맹도 없는 우크라이나의 평화 호소만으로는 러시아 탱크를 막기 역부족이었다.
문제는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이 동북아 정세에 영향을 줄 수 있다는 점이다. 미국의 관심이 우크라이나에 쏠려 있는 사이 북한이 미사일을 발사하거나 핵 실험을 재개할 수도 있지 않을까? 그로 인해 미국이 북한에 대한 압박 수위를 높이면 그 틈을 타서 이번에는 중국이 대만을 공략하지 않을까? 이처럼 우리가 사는 세계는 서로 긴밀하게 연결되어 있다.
특히 지리적으로 강대국들 사이에 위치한 우리나라 특성상 외교는 국가의 운명을 결정짓곤 했다. 그럼에도 우리가 배우는 국사란 한반도라는 특정 공간, 한민족이라는 특정 민족을 중심으로 과거부터 현재까지 시간순대로 서술된 것이었다. 이런 상황에서 『반전의 한국사』는 동아시아 무대 위에서 우리나라를 포함해 동시대 다양한 지역과 국가 간 관계성에 주목하는 ‘새로운 한국사’를 보여준다.
경계와 이즘 너머
동아시아 속 관계성에 주목하다
오늘날 우리는 글로벌 공동체에 속해 있음에도, 역사를 쓰고 읽을 때만큼은 바깥 세계와 우리를 분리하려 든다. 예를 들어 3세기 고구려가 위나라 관구검의 침입으로 멸망할 뻔한 이야기는 교과서에 실려 있을 정도로 잘 알려져 있지만, 당시 이 사건이 중국의 위·촉·오 삼국시대와 관련 있다는 것을 아는 사람은 많지 않다. 사실 위나라가 요동 변방의 한 신흥 세력에 불과한 고구려까지 쳐들어온 배경에는 촉나라 승상 제갈량의 죽음과 오나라 황제 손권의 무모한 외교적 행보가 있었다.(☞「1부 오나라 손권과 고구려의 비극적 로맨스」 참조)
이렇게 동아시아라는 지리적·역사적 범주 속에서 한국사를 조망하면 국가주의와 민족주의에 가려진 새로운 면들이 발견되기도 한다. 한 예로, 이 책에서 다루고 있는 몽골제국과 고려 간 관계를 생각해보자. 당시 고려는 세계사적 대격변의 한가운데에 있었다. 몽골제국은 중앙아시아를 거쳐 동유럽까지 정복하면서 유라시아 대륙의 강력한 지배자로 우뚝 섰다. 이 와중에 무조건 몽골제국과 대립각을 세우는 것만이 능사였을까? 심지어 고려 왕실은 몽골제국의 힘을 빌려 고려 내정에 간섭하고 사리사욕을 챙기는 몽골 장수와 일부 고려인 세력들도 견제해야 했다. 이렇게 보면 고려왕이 먼저 나서서 몽골제국의 부마국이 되겠다고 자처한 것은 자주성의 포기가 아니라 당시 동아시아 내 고려 왕실의 지위를 상승시킴으로써 국가의 존립을 위협하는 여러 세력들에 대응해 정국을 안정시키려는 전략적 선택이었다고 할 수 있다. (☞「7부 고려의 진짜 주인은 누구인가」 참조)
오해와 욕망을 걷어낸
진짜 우리 역사와 만나다
관계성에 주목하는 역사 서술은 오늘날 역사 분쟁의 배경과 본질을 이해하는 데도 도움을 준다. 이 책은 일본의 임나일본부설과 백제의 요서진출설을 근거로 당시 국제 정세와 다양한 외교적 행위의 이면을 살피지 않고 사료를 있는 그대로 믿는 것을 경계해야 함을 보여준다.
실제로 6세기 전반 백제 사신은 유창한 중국어와 외교적 수완을 발휘해 ‘신라는 백제의 속국’이라는 거짓을 고하고 중국 황제로부터 높은 책봉호와 사여품을 얻어내는데, 그 거짓 증언이 고대 사료 중 하나인 〈양직공도〉에 남아 전해지고 있다. (☞「2부 백제 사신의 뻔뻔한 거짓말」 참조) 이를 그대로 믿는다는 건 북한의 김정은이 미국을 향해 던진 위협 발언을 미래의 역사가가 그대로 믿고 북한이 미국과 견줄 정도의 국력을 지닌 나라였다고 판단하는 것과 다를 바 없다.
역사학은 기록에 의존하는 학문이지만 기록은 누가 어떤 의도로 작성했느냐에 따라 얼마든지 달라질 수 있으며, 그 기록을 읽어낼 때 현재의 필요에 따라 해석하려는 욕망이 개입해 진실을 왜곡하기도 한다. 『반전의 한국사』는 최신 연구 결과를 바탕으로 각종 가치관과 이데올로기에서 벗어나 객관적이고 균형 잡힌 시각으로 바라본 우리 역사를 선보인다.
『삼국지』보다 재미있고 『대망』보다 실용적인
흥미진진한 역사 스토리텔링
『반전의 한국사』의 또 다른 매력 중 하나는 문학적 재미가 살아 있다는 점이다. 이 책은 정치문화나 사회·경제적 구조 같은 거시적인 힘의 변화에 따라 연도별로 무미건조하게 서술하는 형식을 지양한다. 대신 개인의 선택과 상황, 우연 등이 복잡하게 상호작용하며 예상치 못한 반전과 충격적인 결말로 이어지는 과정에 주목한다. 그 안에는 한순간의 잘못된 선택이 공동체의 운명을 바꾸고, 형제 간 앙금이 동아시아 전쟁으로 확대되는 흥미진진한 이야기가 가득하다.
오늘날 역사의 쓸모란 인간의 본성과 그 인간들이 모여 이룬 사회의 성향을 탐구함으로써 현재 우리 주변에서 벌어지는 다양한 현상과 갈등을 이해하는 데 있다. 이 책은 다양한 성격의 인물들이 의리와 명예를 지키기 위해 힘을 합치기도 하고 권력과 생존을 위해 처절한 투쟁을 벌이기도 하는 다채로운 이야기를 통해 개인의 처세부터 국가의 전략까지 도움이 될 만한 교훈과 통찰을 제공한다.
구매가격 : 12,000 원
다이어트의 역사
도서정보 : 운노 히로시 | 2022-02-21 | EPUB파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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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인은 어째서
극단적으로 날씬한 몸매를 추앙하게 되었을까?
오늘날의 ‘다이어트’는 별것 없는 키워드다. 동시에 이슈의 중심에 있는 키워드다.
별것 없는 이유는, 다이어트가 우리의 일상에 너무도 흔한 키워드이기 때문이다. 우리는 하루도 빠짐없이 언제 어디서든 다이어트와 관련된 무언가를 접할 수 있다. 이슈의 중심인 이유 역시 동일하다. 수많은 사람들이 언제 어디서나 다이어트를 욕망하고 있기 때문이다.
수많은 사람이 다이어트를 갈망한다. 끊임없이 시도하고, 실패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또다시 도전한다. 수많은 다이어트법, 수많은 식단관리법과 운동, 미용성형이 새로이 쏟아져 나온다. 기업은 다이어트 식품을 생산하고, 매스미디어는 다이어트법을 소개한다. 원하든 원하지 않든, 누구나, 일상적으로, 자신의 의지와 무관하게 다이어트를 만난다. 실제 적극적으로 다이어트를 하는 사람이 아니라도 음식을 먹을 때 잠시라도 칼로리나 당분에 신경을 쓰고, 낮은 층수는 엘리베이터를 타지 않고 계단을 오른다.
‘다이어트’는 어떻게 이토록 자연스러운 형태로 현대인의 일상에 스며들었을까?
현대인은 어째서 이토록 극단적으로 날씬한 몸매를 추앙하게 되었을까?
우리가 생각하는 ‘다이어트’라는 개념은 언제부터 시작된 것일까?
구매가격 : 13,000 원
근대도시 공주의 탄생
도서정보 : 충청남도역사문화연구원 | 2022-02-21 | EPUB파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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근대의 기억, 공주의 또 다른 얼굴을 만나다
우리가 몰랐던 공주의 근대 이야기
서울 같은 대도시, 혹은 부산이나 대전, 인천 같은 개항지 혹은 교통요지가 아닌 지역 도시들은 어떻게 근대를 맞이했을까? 《근대도시 공주의 탄생》은 조선시대까지 충청지역을 대표하던 공주가 어떻게 ‘근대’를 맞이했는지 그 구체적인 이야기를 살핀다. 호서의 수부도시였던 공주는 근대의 도전에 직면해 변화를 강요받고 원하지 않는 모습을 수용해야 했다.
근대는 여러 속도, 여러 모습으로 왔다. 경부선과 호남선 철도가 공주를 지날 수 있었지만 20세기 초의 격변하는 국제정세에서 러시아와 대립하고 만주와 중국대륙을 노리던 일본은 단 1미터라도 대륙과 더 빨리 연결되는 노선을 원했다. 철도가 비켜 간 후 교통상의 이점을 놓친 공주는 충남도청과 지방법원이 대전으로 옮겨가는 것을 지켜봐야 했다. 이전의 번성함에는 미치지 못했지만 신작로와 신식 건물이 들어서고, 신식 교육을 받은 새로운 사람들이 탄생했다. 3.1운동의 상징과도 같은 유관순도 공주에서 근대 시민의 기초 자질을 익히고 민족의식을 가진 여성 독립운동가가 되었다. 그리고 공주는 ‘교육도시’ ‘역사도시’로 도시 브랜드를 만들어가며 내실을 다졌다. 사랑스러운 문화도시 공주는 이 근대 시간의 위에 서있다.
구매가격 : 10,500 원
이한우의 태종 이방원(상)
도서정보 : 이한우 | 2022-02-16 | EPUB파일
지원기기 : PC / Android / iOS
창업과 수성을 함께 이룬 조선 최고의 리더, 태종 이방원
혼탁한 시대를 향해 던지는 새로운 통찰
◎ 도서 소개
16년에 걸친 집요한 인물 탐구
이방원의 인생과 내면을 종횡으로 엮어낸 총체적 접근
『이한우의 태종 이방원』(상·하권)은 이방원이라는 불세출의 인물에 대해 총체적으로 접근하는 특별한 책이다. 이방원의 생애를 역사적 배경과 함께 나열하는 단면적 방식 대신 그의 내면세계를 들여다보며 사상적 배경을 파고드는 한 입체적 분석을 시도했다. 이 작업을 통해 태종 이방원이라는 인물의 진면목을 생생하고 매력적으로 드러내었다.
『이한우의 태종 이방원』 상권은 이방원의 출생과 성장에서 시작하여 격동기의 역사 속에 선 아버지를 보좌하여 건국에 큰 공을 세우는 과정과 즉위 초반부의 이야기를 다룬다. 이와 함께 그와 대립하거나 뜻을 함께했던 사람들과의 관계도 소개된다. 이방원은 고려 재상 정몽주를 살해하는 그릇된 도리로 나라를 세웠고 1, 2차 왕자의 난으로 아버지 태조 이성계를 몰아내고 왕위에 올랐다. 이 점은 부인할 수 없는 명백한 사실이다. 후세에 비난의 대상이 되기도 했다. 세 차례나 도리를 거슬러 마침내 나라를 차지하는 동안 이방원은 어떤 뜻과 의지를 품었을까? 그를 이끈 생각들은 무엇이었을까? 그의 내면을 좇으며 해답을 찾아간다.
혼돈이 깊을수록 위대한 리더가 절실해진다. 태종 이방원이 말하고 일했던 방식을 복원하여 시대를 관통하는 전범(典範)을 세워야 할 때이다. 지금 이 책이 필요한 이유가 이것이다.
*『이한우의 태종 이방원』은 상권과 하권으로 발간됩니다.
◎ 출판사 서평
태종 이방원에 대한 독창적 해석
그의 ‘말하는 스타일’, ‘일하는 스타일’에 주목한 새로운 평전
태종 이방원은 누구인가? 평가는 엇갈린다. 그는 아버지 태조를 도와 새로운 나라를 열고 난세를 치세로 바꾼 현명하고 강인한 지도자이다. 세종대왕의 찬란한 업적도 태종이 닦아놓은 토대 위에서 이루어졌다. 하지만 정적(政敵)을 잔인하게 짓밟고 골육상잔의 비극을 일으켜 왕위를 차지한 무자비한 냉혈한의 모습도 부인할 수 없다. 현대인에게는 후자의 모습이 더 강하게 남아 있다. 그러나 호불호로 나뉘는 해석은 모두 단편적이다. 이러한 접근으로는 태종 이방원이라는 인물의 진면목을 제대로 발견할 수 없다. 여기에 덧붙여 그의 선택과 행적을 끌어낸 생각 즉, 가치와 지향을 함께 살필 때 이방원을 온전히 이해하고 그로부터 이 혼탁한 시대를 헤쳐나갈 통찰에 도달하게 된다.
저자 이한우는 태종 이방원에 깊은 매력을 느끼고 그의 생애와 사상에 대해 집요하리만큼 천착해왔다. 이미 2005년 『태종, 조선의 길을 열다』를 썼고, 그 이후 16년간이나 태종 이방원에 가까이 가려는 고투(苦鬪)를 벌였다. 그렇지만 겉돌기만 한다는 아쉬움을 이길 수 없었다. 고전을 번역하며 특별히 『이한우의 태종실록』(전 19권)을 완역하며 이해의 지평을 넓혔고 16년 만에 새로운 방향을 설정할 수 있었다. 태종의 내면을 들여다보기 위해 그가 영향받은 책들을 탐구하는 쪽으로 공부의 방향을 바꾼 것이다. 『논어』, 『주역』, 『한서』등이 그 책들이다. 이 과정을 통해 예전에는 보지 못했던 태종 이방원의 면모가 눈에 들어왔고 그의 행적이 어디서 비롯되었는지 설득력 있는 해석을 내릴 수 있게 되었다. 저자는 머리말에 이렇게 썼다.
“그때와 지금의 필자는 다르다. 그때는 태종이 수련한 학문 내용을 제대로 알지 못했고, 태종의 깊은 심사(深思) 즉 그의 정신세계(精神世界)를 명료하게 이해하지 못했다. 한 예로, 태종이 2차 왕자의 난 때 맞섰던 형 이방간(李芳幹)을 끝내 살려준 진짜 까닭이다. 피상적으로는 그가 방간을 끝까지 살려준 이유를 그냥 형제애(兄弟愛)로 설명할 수 있다. 그러나 그의 정신세계를 파고들어 냉철하게 살펴보면 ‘왕권 강화 차원에서의 왕실 사람 보호’가 더 결정적인 이유였다. 왕실의 존엄을 높이는 일은 곧바로 왕권 강화를 위한 기반이었다. 이것이 이번에 다시 만난 태종의 한 면모다.” - 본문 중에서
태종 이방원을 이해하는 키워드
통치 철학과 가치로써 지공(至公) 추구
공자가 『논어』에서 역설한 ‘부부자자(父父子子) 군군신신(君君臣臣)’에서 주안점은 군군신신에 있다. 이는 공(公)의 영역으로 왕권중심주의의 토대를 이룬다. 그러나 주희(朱熹)의 해석은 공자와 정치관의 근본적인 차이를 보였다. 즉 성리학이나 주자학에 반(反)왕권 사상이 담긴다. 우리 역사에서도 송익필, 김장생, 송시열 등은 주자의 방향으로 갔다. 그들은 신하들이 판결권을 쥐고서 임금을 얼마든지 바꿀 수도 있다는 신권중심주의를 추구했다.
주자학의 영향을 본격적으로 받기 이전의 인물인 태종은 공자의 원래 뜻에 가깝다. 부부자자가 중요하지만, 군군신신이 훨씬 중요하다고 보았다. 그것이 공(公)이다. 그는 종묘사직을 위해서라면 아버지, 아내와 처남들, 장남 같은 혈친과의 대립과 충돌과 갈등도 꺼리지 않았고, 신하들 가운데 1등 공신들과의 대립도 꺼리지 않았다. 태종과 정도전 대결은 공자의 왕권중심주의 사상을 철저하게 소화한 태종과 주희의 신권중심주의를 구현하려 한 정도전의 대결이었다고 해석할 수 있다. 태종은 전적으로 자신이 정변을 주도했기에 태종과 공신들 간에 팽팽한 긴장이 감돌곤 했어도, 결국 공(公)과 사(私)의 논리에 입각해 공신을 공이 아닌 사로 간주하면서 다시 한번 자신을 위한 신하가 될 것을 요구했다.
이를 위해 태종 자신부터 매사 공(公)에 입각해 말하고 행동했다. 이를 미처 이해하지 못하거나 의도적으로 거스를 경우 태종은 냉정하게 그리고 무자비하게 제거했다. 민씨 형제들이 당한 참화도 그런 경우 중 하나다. 이처럼 태종은 통치 철학과 가치로써 지공(至公)을 추구했다. 그리고 『논어』에 담겨 있는 ‘사람 보는 법’으로서의 직(直), 즉 곧음이라는 개념에 주목해 이를 체화했다.
왜 태종은 유학(儒學)을 선택했는가
공자의 현실주의를 체현한 반(反)종교 합리주의자
주자학적 사고방식이 아직 자리 잡지 않았던 시기를 살았던 태종을 만나려면 주자학적 사고방식을 넘어야 한다. 여기에 머물러 태종을 바라본다면 그는 한갓 도덕주의적 비판의 대상 이외에 아무것도 아니다. 지금도 만연되어있는 ‘잔혹’, ‘무자비’ 등의 인상비평이 그것이다. 주자학의 본질과 주자학적 사고방식을 꿰뚫어 그것을 넘어설 때라야 태종이 살아낸 본래 모습이 오롯이 드러난다.
공자를 이상론자, 도덕주의자, 허공에 붕 떠 있는 관념론자, 고지식한 심신(心身) 수양론자 정도로 보는 오해가 광범위하게 퍼져 있다. 이는 잘못된 견해다. 공자는 철저한 현실주의자이다. 그가 말한 예(禮)는 예법에 한정되는 것이 아니라 일의 이치이자 상도(常道)이다.
이방원은 공자의 현실주의를 체현한 인물이라고 할 수 있다. 그는 권도(權道)를 적시에 제대로 쓸 줄 아는 지도자였다. 대표적인 사례가 세자 양녕을 폐하고 충녕을 세운 택현론(擇賢論)이다. 그는 현실에 집중했다. 그에게 현실은 곧 ‘정치’였다. 그는 현실주의적인 유학(儒學)을 선택했으며 무엇보다 현실정치에 자기가 가진 모든 것을 쏟았고 불교를 비롯한 여러 종교적 습속들에 비판적 태도를 지녔다. 태종 이방원은 정치를 위한 일에 초(超)인간적 영역을 끌어들인 적이 단 한 번도 없었다. 그저 인간으로서 극한치까지 최선을 다했을 뿐이다. 지공(至公)을 추구한 반(反)종교 합리주의의 현실주의자의 길. 그것이 태종 이방원의 삶이었다.
☞ 함께 읽으면 좋은 이한우 저자의 책
▶ 『이한우의 태종실록』(전 19권) | 이한우 옮김 | 21세기북스
▶ 『이한우의 주역』(전 3권) | 이한우 옮김 | 21세기북스
▶ 『완역 한서』(전 10권) | 반고 지음 | 이한우 옮김 | 21세기북스
◎ 본문 중에서
이번 작업의 핵심 관심사는 태종이 가졌던 정신세계에 대한 이해를 바탕으로 그가 ‘말하는 스타일’과 ‘일하는 스타일’을 복원하는 데 있다. 지금 시점에서 태종을 다시 불러온다고 했을 때 다름 아닌 이 2가지가 우리에게 가장 의미 있다고 보기 때문이다. (…) 지금 시점에서 그를 미화 찬양한다고 해서, 혹은 그를 비판 매도한다고 해서 무슨 의미가 있겠는가? 태종이 ‘말하고 일하는 스타일’을 탐구하는 것은 ‘말과 일을 모르는 자’들이나 일삼는 공리공담을 피하는 효과적 방법 가운데 하나라 할 수 있다. 더불어 이 같은 태종 스타일, 즉 태종풍이 바람처럼 오늘날 우리 사회 곳곳에 널리 불어 허위의식으로 가득한 공리공담 고담준론 따위를 쓸어가 버리기를 바라는 마음도 담았다.
【68쪽 ? 들어가는 말】
군주론 혹은 제왕학에 누구보다 관심이 깊었던 정안군이 건괘에 담긴 의미를 몰랐을 리 없다. 오히려 효사마다 담겨 있는 깊은 뜻을 새기고 또 새겼으리라. 그랬기에 세자 시절 처음으로 『주역』을 강하는 자리에서 이서가 하는 말을 듣자마자 “인정은 끊기가 대단히 어렵다”라는, 짤막하지만 정곡을 찌르는 답을 할 수 있었다. 말은 이렇게 했지만, 태종은 그 후 집권 내내 지공(至公) 앞에서 인정을 끊어내는 정치를 보여주었다.
【207쪽 ? 현룡 이방원: 1차 왕자의 난까지】
태종이 재위 내내 강한 왕권을 구사할 수 있었던 주요 원동력 중 하나가 바로 이 같은 학문적 우위(優位)였다. 「재재」편은 주나라 무왕(武王)이 동생 강숙(康叔)을 위(衛)나라에 봉해주면서 가르침을 전한 글이다. 대체로 이 글은 나라를 다스리는 이치를 말한 것으로, 위아래의 실상이 통하게 하고 형벌을 너그럽게 써야 한다는 메시지를 담고 있다. 신하 입장에서는 그다지 중요하지 않더라도 임금 입장에서는 중요하게 여기지 않을 수 없는 글이다. 여기에는 “신하 중에도 스승처럼 여겨야 할 신하가 있으니 삼공(三公)이 그들이다”라는 내용도 들어 있다. 이는 실제로 태종이 조준?권근?하륜에게 보여준 태도이기도 하다. 즉 그들은 태종에게 사신(師臣), 즉 스승 같은 신하였다.
【301쪽 ? 태종의 진덕수업】
이방원이 왕위에 오르고 왕권을 안정시킬 때까지 세운 공에 비하면 끝내 이숙번을 내치는 태종의 결단은 야멸차 보이기도 한다. 그러나 태종은 단지 사사로운 감정으로 신하 문제를 처리하는 법이 없었다. 무엇보다 이숙번을 그냥 두었을 때 왕실에 미칠 수 있는 위험을 내다보아야 했다. 그러면 공적인 해법은 하나다. 처남 민씨 형제들과 비교할 때, 살려둔 것만으로도 이숙번에게는 큰 은혜를 베푼 것이라 봐야 한다. 또 한 가지, 하륜과 비교해서 잘못된 그의 언사(言辭) 하나를 짚어야 한다. 2차 선위 파동이 한창이던 태종 9년(1409년) 8월 13일의 일이다.
【471쪽 ? “내가 조준을 아낌은 하륜을 아낌만 못했다”】
태종은 대간이란 어떠해야 하는지 정확히 견해를 밝혔다. “간관은 마땅히 노성(老成)하고 일을 경험한 사람으로 써야 한다. 말을 해야 할 터인데 하지 않는 것도 잘못이고, 말을 할 것이 아닌데 말하는 것도 잘못이다.” (…) 사사로움에 얽매여 공정(公正)에서 벗어나서는 안 된다는 말이다. 박신과 조용은 그 말뜻을 알아듣고서 이렇게 답했다. “신 등이 이미 명을 들었으니 어찌 감히 털 한 오라기의 사사로운 뜻이 있겠습니까!”
【587쪽 ? 동년 인재풀’ 활용과 사헌부 장악】
구매가격 : 30,400 원
이한우의 태종 이방원(하)
도서정보 : 이한우 | 2022-02-16 | EPUB파일
지원기기 : PC / Android / iOS
창업과 수성을 함께 이룬 조선 최고의 리더, 태종 이방원
혼탁한 시대를 향해 던지는 새로운 통찰
◎ 도서 소개
16년에 걸친 집요한 인물 탐구
이방원의 인생과 내면을 종횡으로 엮어낸 총체적 접근
『이한우의 태종 이방원』(상·하권)은 이방원이라는 불세출의 인물에 대해 총체적으로 접근하는 특별한 책이다. 이방원의 생애를 역사적 배경과 함께 나열하는 단면적 방식 대신 그의 내면세계를 들여다보며 사상적 배경을 파고드는 한 입체적 분석을 시도했다. 이 작업을 통해 태종 이방원이라는 인물의 진면목을 생생하고 매력적으로 드러내었다.
『이한우의 태종 이방원』 하권은 태종이 일하고 말하는 방식과 그 근간이 된 내면세계를 본격적으로 다룬다. 저자가 ‘태종풍’으로 명명한 독특한 스타일이다. 태종은 군주로서 언행에 있어 일관되게 지공(至公)을 추구했다. 그가 두려워한 것은 종묘사직과 백성과 역사, 세 가지뿐이었다. 그는 ‘곧음’을 기준으로 신하를 품었으며 공(公)에 거스르면 친족과 공신을 막론하고 단호히 처결했다. 태종은 겸손하면서도 사태의 본질을 꿰뚫는 제왕다운 언변을 지녔으며 시작할 때 끝마침을 먼저 그리며 주도면밀하게 일했다.이방원은 도리를 거슬러 나라를 차지했다는 비난을 받았지만, 다스림 영역에서는 탁월함을 보여주었다. 혼돈이 깊을수록 위대한 리더가 절실해진다. 태종 이방원이 말하고 일했던 방식을 복원하여 시대를 관통하는 전범(典範)을 세워야 할 때이다. 지금 이 책이 필요한 이유가 이것이다.
*『이한우의 태종 이방원』은 상권과 하권으로 발간됩니다.
◎ 출판사 서평
태종 이방원에 대한 독창적 해석
그의 ‘말하는 스타일’, ‘일하는 스타일’에 주목한 새로운 평전
태종 이방원은 누구인가? 평가는 엇갈린다. 그는 아버지 태조를 도와 새로운 나라를 열고 난세를 치세로 바꾼 현명하고 강인한 지도자이다. 세종대왕의 찬란한 업적도 태종이 닦아놓은 토대 위에서 이루어졌다. 하지만 정적(政敵)을 잔인하게 짓밟고 골육상잔의 비극을 일으켜 왕위를 차지한 무자비한 냉혈한의 모습도 부인할 수 없다. 현대인에게는 후자의 모습이 더 강하게 남아 있다. 그러나 호불호로 나뉘는 해석은 모두 단편적이다. 이러한 접근으로는 태종 이방원이라는 인물의 진면목을 제대로 발견할 수 없다. 여기에 덧붙여 그의 선택과 행적을 끌어낸 생각 즉, 가치와 지향을 함께 살필 때 이방원을 온전히 이해하고 그로부터 이 혼탁한 시대를 헤쳐나갈 통찰에 도달하게 된다.
저자 이한우는 태종 이방원에 깊은 매력을 느끼고 그의 생애와 사상에 대해 집요하리만큼 천착해왔다. 이미 2005년 『태종, 조선의 길을 열다』를 썼고, 그 이후 16년간이나 태종 이방원에 가까이 가려는 고투(苦鬪)를 벌였다. 그렇지만 겉돌기만 한다는 아쉬움을 이길 수 없었다. 고전을 번역하며 특별히 『이한우의 태종실록』(전 19권)을 완역하며 이해의 지평을 넓혔고 16년 만에 새로운 방향을 설정할 수 있었다. 태종의 내면을 들여다보기 위해 그가 영향받은 책들을 탐구하는 쪽으로 공부의 방향을 바꾼 것이다. 『논어』, 『주역』, 『한서』등이 그 책들이다. 이 과정을 통해 예전에는 보지 못했던 태종 이방원의 면모가 눈에 들어왔고 그의 행적이 어디서 비롯되었는지 설득력 있는 해석을 내릴 수 있게 되었다. 저자는 머리말에 이렇게 썼다.
“그때와 지금의 필자는 다르다. 그때는 태종이 수련한 학문 내용을 제대로 알지 못했고, 태종의 깊은 심사(深思) 즉 그의 정신세계(精神世界)를 명료하게 이해하지 못했다. 한 예로, 태종이 2차 왕자의 난 때 맞섰던 형 이방간(李芳幹)을 끝내 살려준 진짜 까닭이다. 피상적으로는 그가 방간을 끝까지 살려준 이유를 그냥 형제애(兄弟愛)로 설명할 수 있다. 그러나 그의 정신세계를 파고들어 냉철하게 살펴보면 ‘왕권 강화 차원에서의 왕실 사람 보호’가 더 결정적인 이유였다. 왕실의 존엄을 높이는 일은 곧바로 왕권 강화를 위한 기반이었다. 이것이 이번에 다시 만난 태종의 한 면모다.” - 본문 중에서
태종 이방원을 이해하는 키워드
통치 철학과 가치로써 지공(至公) 추구
공자가 『논어』에서 역설한 ‘부부자자(父父子子) 군군신신(君君臣臣)’에서 주안점은 군군신신에 있다. 이는 공(公)의 영역으로 왕권중심주의의 토대를 이룬다. 그러나 주희(朱熹)의 해석은 공자와 정치관의 근본적인 차이를 보였다. 즉 성리학이나 주자학에 반(反)왕권 사상이 담긴다. 우리 역사에서도 송익필, 김장생, 송시열 등은 주자의 방향으로 갔다. 그들은 신하들이 판결권을 쥐고서 임금을 얼마든지 바꿀 수도 있다는 신권중심주의를 추구했다.
주자학의 영향을 본격적으로 받기 이전의 인물인 태종은 공자의 원래 뜻에 가깝다. 부부자자가 중요하지만, 군군신신이 훨씬 중요하다고 보았다. 그것이 공(公)이다. 그는 종묘사직을 위해서라면 아버지, 아내와 처남들, 장남 같은 혈친과의 대립과 충돌과 갈등도 꺼리지 않았고, 신하들 가운데 1등 공신들과의 대립도 꺼리지 않았다. 태종과 정도전 대결은 공자의 왕권중심주의 사상을 철저하게 소화한 태종과 주희의 신권중심주의를 구현하려 한 정도전의 대결이었다고 해석할 수 있다. 태종은 전적으로 자신이 정변을 주도했기에 태종과 공신들 간에 팽팽한 긴장이 감돌곤 했어도, 결국 공(公)과 사(私)의 논리에 입각해 공신을 공이 아닌 사로 간주하면서 다시 한번 자신을 위한 신하가 될 것을 요구했다.
이를 위해 태종 자신부터 매사 공(公)에 입각해 말하고 행동했다. 이를 미처 이해하지 못하거나 의도적으로 거스를 경우 태종은 냉정하게 그리고 무자비하게 제거했다. 민씨 형제들이 당한 참화도 그런 경우 중 하나다. 이처럼 태종은 통치 철학과 가치로써 지공(至公)을 추구했다. 그리고 『논어』에 담겨 있는 ‘사람 보는 법’으로서의 직(直), 즉 곧음이라는 개념에 주목해 이를 체화했다.
왜 태종은 유학(儒學)을 선택했는가
공자의 현실주의를 체현한 반(反)종교 합리주의자
주자학적 사고방식이 아직 자리 잡지 않았던 시기를 살았던 태종을 만나려면 주자학적 사고방식을 넘어야 한다. 여기에 머물러 태종을 바라본다면 그는 한갓 도덕주의적 비판의 대상 이외에 아무것도 아니다. 지금도 만연되어있는 ‘잔혹’, ‘무자비’ 등의 인상비평이 그것이다. 주자학의 본질과 주자학적 사고방식을 꿰뚫어 그것을 넘어설 때라야 태종이 살아낸 본래 모습이 오롯이 드러난다.
공자를 이상론자, 도덕주의자, 허공에 붕 떠 있는 관념론자, 고지식한 심신(心身) 수양론자 정도로 보는 오해가 광범위하게 퍼져 있다. 이는 잘못된 견해다. 공자는 철저한 현실주의자이다. 그가 말한 예(禮)는 예법에 한정되는 것이 아니라 일의 이치이자 상도(常道)이다.
이방원은 공자의 현실주의를 체현한 인물이라고 할 수 있다. 그는 권도(權道)를 적시에 제대로 쓸 줄 아는 지도자였다. 대표적인 사례가 세자 양녕을 폐하고 충녕을 세운 택현론(擇賢論)이다. 그는 현실에 집중했다. 그에게 현실은 곧 ‘정치’였다. 그는 현실주의적인 유학(儒學)을 선택했으며 무엇보다 현실정치에 자기가 가진 모든 것을 쏟았고 불교를 비롯한 여러 종교적 습속들에 비판적 태도를 지녔다. 태종 이방원은 정치를 위한 일에 초(超)인간적 영역을 끌어들인 적이 단 한 번도 없었다. 그저 인간으로서 극한치까지 최선을 다했을 뿐이다. 지공(至公)을 추구한 반(反)종교 합리주의의 현실주의자의 길. 그것이 태종 이방원의 삶이었다.
☞ 함께 읽으면 좋은 이한우 저자의 책
▶ 『이한우의 태종실록』(전 19권) | 이한우 옮김 | 21세기북스
▶ 『이한우의 주역』(전 3권) | 이한우 옮김 | 21세기북스
▶ 『완역 한서』(전 10권) | 반고 지음 | 이한우 옮김 | 21세기북스
◎ 본문 중에서
태종은 신하들에게 최우선으로 곧음을 요구했다. 특히 뒤에 보게 되겠지만 승정원 대언들에 대해서는 공신에 준하는 대우를 하되 결코 털끝만큼의 속임을 용납하지 않겠다는 것이 태종 생각이다. 앞서 살펴본 대로 『논어』에 대한 이해가 깊었던 태종은 스스로 강명(剛明)한 군주를 지향하며 신하들을 평가하는 잣대를 『논어』의 곧음에서 가져왔다. (…) 이는 태종 스스로도 이상적으로 생각한 바람직한 군신(君臣)관계의 모범이기도 하다. 물론 태종도 간언을 물리친 적이 있고 널리 듣지 못한 적이 있지만 적어도 곧은 말을 하는 신하를 좋아하는 진정성은 조선 어떤 다른 임금들도 따라오기 힘들 정도였다.
【96쪽 ? 제1장 신하를 품는 잣대는 곧음】
태종을 위한 변명이 필요하다. 겉으로 드러난 실상은 거기까지였다고 하더라도 일이 앞으로 어떻게 전개될지를 판단하는 문제는 당시 살았던 인물 간 역학관계에 따라 달라진다. 물론 태종은 막강한 힘을 갖고 있었다. 태종과 민무구 형제 간 충돌은 당대 문제가 아니라 아직 오지 않은 미래에 대한 주도권 문제였다. 태종은 당장 보기에는 죄가 아닌 것 같아도 조선이 지향해야 하는 미래 그림을 해치는 결과를 초래한다면 죄라는 논리였다. 태종은 ‘현재 하는 꼴을 보아하니 얼마 안 가서…’라는 심정으로 일을 밀어붙이고 있었고 민무구 당파는 ‘지금 당장 우리가 뭘 했다고…’라는 억울한 심정으로 당하고 있었다.
【315쪽 ? 제가 정치학: 세자 외척에 대한 태종풍 제가의 겉과 속】
태종은 묻기를 좋아했다. 태종이 묻는 경우는 크게 2가지다. 하나는 정말로 몰라서 묻는 경우이고 또 하나는 신하들 마음속을 살피기 위해 묻는 경우다. 스승 같은 신하로 여기던 하륜이나 권근에게 물을 때는 대부분 전자에 속한다. 이런 물음들을 통해 태종 제왕학 연마 수준과 관심사를 엿볼 수 있다. 반면 어떤 정치적 사건이 발생했을 때 하는 질문은 질문받는 신하 속내를 알아내기 위함이었다. 이럴 때 신하들은 긴장하지 않을 수 없다.
【418쪽 ? 태종풍 일하기】
영의정 유정현이 홀로 “지금은 뛰어난 사람을 고르는 것이 마땅하다”라며 택현론(擇賢論)을 제시했다. (…) 좌의정 박은도 이에 동의했다. 그러자 일부 신하들도 이에 동의했다. 상도보다는 권도가 맞다는 의견이었다. 문제는 태종의 결정이었다. 결국 “이번에는 뛰어난 사람을 고르는 것이 마땅하다”라고 결심을 굳히고 신하들에게 누가 뛰어난지 골라 보고하라고 명했다. 상도에서 권도, 정(正)에서 중(中)으로 선회하는 순간이다.
【545쪽 ? 태종풍 지공의 완성: 폐세자와 택현】
실록은 그 생애를 간략하게 압축했다. 태상왕은 귀 밝고 눈 밝고 특출나며 일에 밝았고 굳세고 튼튼하며 너그럽고 어질었다. 경전과 역사를 널리 읽어 고금의 일을 밝게 알고 어려운 일을 많이 겪어 일의 진위(眞僞)를 훤히 알며 한 가지 재주와 한 가지 선행이 있는 자라면 등용하지 않은 일이 없었다. (…) 상줄 데 상주고 벌줄 데 벌주되 친소(親疎)로 차등을 두지 않았고 관직을 임명하되 연조로 계급을 올려주지 않았다. 문교(文敎)를 숭상하고 무비(武備)를 닦으며 검박한 덕을 행하고 사치와 화려함을 없앴다. 20년 동안 백성이 편안하고 물산이 풍부해 창고가 가득 찼다. 해적들이 와서 굴복하고 예의가 바르고 음악이 고르며 (모든 법의) 강령이 서고 조목이 제정되었다.
【674쪽 ? 신왕에게 병권을 가르치고 떠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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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어와 한글로 읽는 교양세계사
도서정보 : 박찬영 | 2022-02-04 | PDF파일
지원기기 : PC / Android / iOS
교과서가 가르쳐 주지 않는 세계사 이야기
영어 세계사로 시각을 넓히다
『영어와 한글로 읽는 교양 세계사』는 교육적이면서도 흥미롭다. 다른 역사책에서는 볼 수 없는 깨알 같은 정보들이 가득하다. 세계사의 기본 지식을 알려주면서 즐거움까지 선사한다. 이 책은 당신이 몰랐던, 그러나 꼭 알아야 할 역사 지식을 제공한다. 또한 세상에서 가장 재미있는 역사적 사건과 이야기를 쉽게 소화할 수 있도록 스토리텔링 방식으로 독자들에게 들려준다. 세상을 바라보는 눈을 넓히고 지나간 시대를 전체적으로 조망할 수 있는 능력을 기를 수 있을 것이다. 영어로 배우는 역사책은 학생은 물론 성인들에게도 최고의 역사 지침서이다. 세계 역사를 여행하면서 온 세상이 공부의 마당이라는 깨달음을 얻게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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