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생에 서툴지 않은 날은 없습니다
도서정보 : 전형인 | 2020-09-28 | PDF파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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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단 내 마음부터 챙기고 싶습니다”
마음에 위로가 되어 평안함을 주는 글들을 모았다. 그렇게 수년간, 마치 보물을 다루듯 소중하게 간직하며 모은 글들을 삶이 힘들 때, 지칠 때, 슬플 때 마다 꺼내보며 마음의 위안, 위로, 평화, 깨달음을 얻을 수 있는 글들이다.
누구에게나 그 무엇보다 위로가 필요한 순간, 당신 스스로에게 전해야 할 말들, 비록 짧은 글들이지만, 이 글들을 통해 일상생활에 한줄기 희망의 빛이 되어 삶의 버팀목이 될 수 있다면, 그리고 아팠던 마음이 조금이라도 따뜻한 위로를 받을 수 있다면, 지금까지 걸어온 길에는 무엇이 있는지 살펴보는 계기가 되어 바쁜 생활 속에서 악보의 쉼표처럼 잠시나마 여유와 위로가 되었으면 한다.
구매가격 : 9,000 원
베토벤 에세이
도서정보 : 오홍렬 | 2020-09-28 | PDF파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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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은 클래식 음악 해설서가 아니고, 음악 이론서 또한 아니다.
이 책은 베토벤 애호가가 베토벤을 찾는 이들에게 진심을 담아 보내는 한 편의 에세이다.
책의 구성은 크게 4장으로 ‘1장 음악 속의 휴머니티, 2장 베토벤 연주자들, 3장 베토벤과 여인들, 4장 불멸의 연인’으로 나뉘어 있다. 베토벤 음악을 듣고 내면에 일어난 문학, 철학을 담은 1장을 시작으로, 베토벤을 연주하였던 수많은 연주자 중에 가장 큰 감동을 선사하는 연주와 연주자들에 대한 구체적인 평을 베토벤 애호가의 입장에서 서술한 2장, 베토벤의 삶과 러브스토리를 담은 3장, 아직도 밝혀지지 않은 베토벤의 불멸의 연인에 대한 연구 결과를 저술한 4장으로 이어진다.
“시인이나 철학자만이 인간 정신을 드러내고 고양할 수 있다는 생각은 잘못된 것이다. 인간 정신은 회화, 음악, 수학적 기호, 조각, 건축물 등으로 얼마든지 표현이 가능하다. 베토벤은 인간 정신의 특정한 영역을 음악으로 표현해내 위대한 예술을 이뤄 우주에서 인간의 차원을 드높여 특별한 지위에 서게 한 단 한 사람의 인간이라고 말한다면 이는 지나친 과장일까.
클래식 애호가나 베토벤을 흠모하는 분들이 이 책을 읽고서 베토벤의 음악을 더 깊게 이해하고, 새로운 영감을 받으며 삶 속에서 용기를 얻고 삶의 신선한 활력소가 될 수 있다면 나의 기쁨과 보람은 더할 나위 없겠다.”
- 머리말 中-
구매가격 : 15,000 원
책, 이게 뭐라고
도서정보 : 장강명 | 2020-09-28 | EPUB파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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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읽고 쓰는 것으로 좋은 사람이 될 수 있을까?”
순수한 독서 공동체를 꿈꾸는 작가 장강명의 즐거운 상상
◎ 도서 소개
현실에 발을 딛고, 더 멀리 더 깊이 세상을 보고 싶은
‘읽고 쓰는 인간’ 장강명의 책에 대한 생각들
“우리는 읽으며 과거와 대화한다. 우리는 쓰면서 미래로 메시지를 보낸다.
지금의 상식 대부분을 고작 50년 전 사람들이 듣는다면 격분할 것이다.
같은 원리로 50년 뒤 독자들에게 존중받으려면
우리 시대 사람들 다수를 불편하게 만들어야 할 테다.” _ 228쪽
책, 팟캐스트, TV 프로그램 등 다양한 미디어를 통해 누구보다 적극적으로 책을 중심에 둔 소통을 시도해온 작가 장강명의 에세이 『책, 이게 뭐라고』가 아르테에서 출간되었다.
장강명은 2011년 장편소설 『표백』으로 한겨레문학상을 수상하며 작품 활동을 시작한 후 10년간 장편소설 『댓글부대』 『그믐, 또는 당신이 세계를 기억하는 방식』 『한국이 싫어서』, 연작소설집 『산 자들』 등 여러 작품을 선보이면서 당대와 그에 속한 인간 존재에 대한 날카로운 현실 인식과 그만의 깊은 사고로 지금 이 시대를 대표하는 한국 작가로 자리매김했다. 결혼에 대한 솔직하고 유머러스한 모습을 가감 없이 보여주었던 첫 번째 에세이 『5년 만에 신혼여행』 이후 4년 만에 펴낸 장강명의 두 번째 에세이 『책, 이게 뭐라고』는 독서 팟캐스트 〈책, 이게 뭐라고?!〉를 2년여간 진행하면서 만난 책과 사람, 직접 만든 작은 독서 공동체에 대한 경험 그리고 전업 작가의 현실적인 고민과 미래를 향한 작가적 야망까지 진솔하게 써 내려간 40편의 글로 엮었다.
명백하게 ‘읽고 쓰는 인간’ 장강명이 팟캐스트 〈책, 이게 뭐라고?!〉를 통해 말하고 듣는 세계에서 펼치는 고군분투가 퍽 실감 나게 그려져 있다. 장강명은 ‘읽고 쓰는 세계’와 ‘말하고 듣는 세계’를 대비하면서 “맥락과 교감에 주의를 기울”여야 하는 소통 방식을 배워가는 과정이 “꽤나 분열적인 작업”이었다고 고백하면서도, 마치 묘기를 부리는 듯한 재치와 우애가 한껏 담긴 대화는 예술의 경지와도 같았다고 말한다. 두 세계의 균형을 익혀가는 성숙의 과정을 솔직하게 풀어냈다.
말하고 듣는 세계의 한가운데서 시작된 작은 독서 공동체
“처음에는 책 이야기가 우리 자신에 대한 이야기로 번지는 것에 당황했다.
우리가 너무 수다스럽고 사생활 털어놓기를 좋아하는 사람들이라 이런 일이 벌어지는 건가 궁금했다.
그러다 머지않아 이게 여러 독서 모임에서 흔히 일어나는 현상이라는 사실을 알게 되었다.” _ 97쪽
2016년 12월, 모든 이슈를 블랙홀처럼 집어삼키던 박근혜-최순실 게이트가 터진 그때 새로운 소설을 발표한 작가 장강명은 ‘책 홍보에 도움이 된다면 어디든 어지간하면 다 나간다는 자세’로 〈책, 이게 뭐라고?!〉에 출연하게 된다. 이후 〈책, 이게 뭐라고?!〉 시즌 2의 진행자 역할을 제안받아 수락하게 된 그는 작게는 프로필 사진 촬영부터 크게는 서울국제도서전 등 대형 행사로까지 ‘말하고 듣는 세계’를 본격적으로 종횡무진 누비며 알아가기 시작한다.
그 과정에서 장강명은 말하고 듣는 사람 사이에서는 예의가, 읽고 쓰는 사람 사이에서는 윤리가 중요하다는 중요한 차이를 발견하게 된다. 보편성과 일관성을 지향하는 읽고 듣는 세계의 원칙인 ‘윤리’와 달리 맥락에 좌우되는 ‘예의’는 문화와 주관의 영역에 속해 있기 때문에 비판 의식보다는 그 상황에 필요한 적절한 감수성을 더욱 필요로 한다. 말하고 듣기에 능숙한 이들은 상대의 비언어적인 표현을 빠르게 알아채고 그에 적절히 대응할 줄 아는데, 그런 감수성이 만들어내는 우아한 대화에 강한 인상을 받는다.
하지만 읽고 쓰듯이 말하고 들으려 했던 장강명에게 말하고 듣는 세계에서의 고군분투는 필연적이었다. 독서를 지극히 개인적인 일로 여기며 독서 모임조차 회의적인 시선으로 바라보았던 그가 먼저 팀원들에게 ‘구글 스프레드시트’를 이용한 온라인 독서 토론을 제안하기에 이른다. 스스로가 팟캐스트 분위기에 적응하기 위해 제안한 일이었기에 다른 사람의 참여는 기대하지 않았지만, 그의 예상을 깨고 모든 팀원들이 적극적으로 독서 토론에 뛰어들었다. 그들은 작은 독서 공동체 안에서 한 사람의 질문에 서로의 생각과 느낌을 간단히 나누기도 하고, 때로는 각자의 사적인 이야기를 깊게 나누기도 했다.
그 경험 속에서 장강명은 읽고 쓰는 세계뿐 아니라 말하고 듣는 세계의 소통에서도 책이 중요한 무게중심이 되어주었다는 것을 알게 된다. ‘좋은 삶은 무엇이라고 생각하느냐’와 같이 일상 속에서는 쉽게 나눌 수 없는 대화를 책은 존재 자체로 강하게 질문하고 있기 때문이다. 그렇게 누구보다 현실에 단단히 발붙이고 냉정하게 세상을 바라보고자 하는 작가 장강명은 ‘책이 중심에 있는 사회’를 구체적으로 상상할 수 있었다.
같은 꿈을 꾸는 ‘읽고 쓰는 인간’들을 향한 나지막하고도 단단한 응원의 메시지
“내게 독서는 호흡이다. 나는 이미 읽고 쓰는 세계에서 살고 있다. 소크라테스가 경고한 그 세계다.
나는 물을 벗어난 물고기들처럼 몇몇 용감한 선조들이 2,400년 전에 그 땅으로 올라왔다고 생각한다.
그들은 깨달음을 얻은 어류가 되기보다 서툴게 걸으며 공기를 직접 들이마시는 양서류가 되기를 택했다.
언젠가 우리는 보다 우아하고 빠르게 달릴 수 있을지도 모른다고 나는 상상한다.” _ 310~311쪽
팟캐스트 〈책, 이게 뭐라고?!〉를 진행하면서 장강명 작가가 꼽은 즐거움이자 특권은 바로 다양한 작가들을 직접 만나 고민과 아이디어를 나눠볼 수 있다는 점이었다. 전에 없던 새로운 길을 개척한 작가들부터 동지 의식을 느꼈던 소설가들, 특별히 더 큰 응원의 목소리를 보태고 싶었던 르포르타주 작가들과 웹소설 작가들까지 다양한 읽고 쓰는 사람들을 만났다. 장강명은 그들과의 대화를 통해 자신의 글에 대해 조금 더 뾰족하게 질문의 날을 세워 고민하게 된다. 출판 기획에 대해 생각해보기도 하고, 장강명이 추구하는 르포르타주는 어떤 방식인지도 생각해본다. 트렌디하고 가벼운 글이나 책을 손에 들었을 때는 동시대 독자의 마음을 사로잡는 일과 미래의 평가 사이에서 떠오른 갈등과 고민을 솔직하게 털어놓기도 한다.
이런 대화를 통해 장강명은 자신의 읽고 쓰는 행위에 대한 근본적인 질문을 던진다. 그는 ‘사랑하는 사람과의 식사가 주는 기쁨 이상의 것을 추구’하며, 그것을 추구하는 행위로 읽고 쓰게 되었다는 것을 알게 된다. 또 자신이 속한 읽고 쓰는 세계를 돌아보며 ‘우리 시대의 어떤 작품이 고전이 될까’ 궁금해한다. 읽으며 과거와 대화하고, 쓰면서 미래로 메시지를 보낸다고 믿고 있는 장강명은 동시대에 사랑받는 것을 넘어 미래의 독자와도 의미 있는 소통을 나눌 작품을 남기길 원한다. 그렇게 장강명은 세계문학전집에서 작가 연표를 유심히 살피며 그들이 의미 있는 작품을 마지막으로 남긴 때를 확인해본다. 그리고 자신에게 현실적으로 허락된 작가로서의 시간을 가늠해본 후 단호히 ‘읽고 쓰는 세계’로 돌아갈 것을 결심한다. 그동안 장강명의 현실적 삶의 기반을 만들어주었던 ‘말하고 듣는 세계’와의 거리 두기를 선택한 그의 작가로서의 야망과 진솔한 속내가 담겨 있다.
장강명은 ‘읽고 쓰는 사람’이 ‘말하고 듣는 사람’에 비해 훨씬 역사가 짧고 어려운 방식의 소통을 추구하는 존재들이라는 것을 알게 된다. 그들은 깨달음을 얻고 우아하게 헤엄치는 어류가 되기보다 물을 벗어나 ‘서툴게 걷고 공기를 들이마시는 양서류’와 같이 서툴게 읽고 쓰며 살아가는 존재들이다. 장강명은 그들을 같은 꿈을 꾸는 ‘동족’들이라 여기며 강한 유대감을 표한다. 그리고 ‘읽고 쓰는 세계’로 돌아가는 길목에서 그들을 향해 나지막하고도 단단한 응원의 메시지를 전한다.
◎ 책 속으로
1장. 말하는 작가의 탄생
나는 궁금하다. 왜 여섯 살짜리조차 작가라는 직업에 대해 그런 환상을 품는지. 왜 1년에 책 한 권 읽지 않는 사람조차 도서관이나 서점에 들어가면 행동이 조심스러워지는지. 책, 그게 뭐라고? _22~23쪽
나는 인세로 먹고살고 싶었다. 책을 잘 쓰면 책이 잘 팔릴 거라고 생각했다. 그래서 신문 칼럼이나 시사 프로그램 패널 출연, 외부 강연 같은 가욋일에 한눈팔지 말고, 잘 팔릴 만한 재미있는 신작을 쓰자 마음먹었다.
2017년 봄이 되자 그 결심이 아래서부터 흔들렸다. 당대 한국 소설을 읽는 사람들 사이에서 ‘저 작가 책 괜찮더라’는 평가를 받아도 판매량은 신통치 않다. 애초에 독서 인구 자체가 줄었기 때문이다. 책을 읽지 않는 사람도 사는 작가가 돼야 인세로 먹고살 만해진다. _25쪽
20세기소녀는 나를 연예인처럼 보이게 하려고 작심한 것 같았다. 그날은 말하는 장강명이 말하는 사람들의 업계에 본격적으로 데뷔하는 날이기도 했다. 사진을 찍으며 스타일리스트가 가져온 셔츠 두 벌과 재킷을 번갈아가며 입었다. 사진가는 카메라 앞에 선 내게 “편하게 하시면 돼요”라고 했지만, 그 말은 아무리 들어도 절대 편해지지 않았다. _33쪽
시간을 견디는 것이 무엇이 중요한가, 하고 물을 수 있겠다. 나는 그 질문이 어쩌면 쓰는 인간과 말하는 인간을 가르는 중요한 선이 아닐까 생각한다. 전화와 녹음기가 생기기 전까지 말하기와 듣기는 그 행위가 이뤄지는 시공간에 집중하는 의사소통 기술이었다. 실시간 메신저가 등장하기 전까지 쓰기와 읽기는 (필담이라는 예외적인 상황을 제외하면) 보통 마주하지 않은, 다른 시간에 있는 사람을 향했다 _48쪽
정치적 올바름을 둘러싼 논란의 상당수는 예의와 윤리를 혼동하는 데서 비롯된 것 아닌가 나는 생각한다. 예의와 윤리는 폭력을 줄이기 위한 두 가지 수단이다. 이 두 덕성은 서로 겹치지 않으며, 맥락과 상황의 문제(예의)를 보편적인 법칙(윤리)으로 만들고자 할 때 종종 충돌이 발생한다. _56쪽
2장. 책을 읽는 일, 책에 대해 말하는 일
‘좋은 삶이 무엇이라고 생각하느냐’와 같은 주제를 놓고 대낮에 맨정신으로 지인과 토론할 일은 거의 없다. 직장 동료와 점심을 먹다가 그런 질문을 던지면 “뭐 잘못 먹었어?”라는 대꾸를 듣기 십상이다. 또는 걱정 어린 시선과 함께 “요즘 안 좋은 일 있는 거 아니지?” 하는 말을 듣게 될 수도 있고.
이 질문은 너무나 중요하기 때문에 평소에 우리는 입 밖으로 꺼내지 못한다. 어두컴컴한 술집에서 한껏 불콰해진 얼굴을 하고서야 겨우 던질 수 있다. 물론 그런 시각에, 그런 장소에서, 그런 정신 상태로는 진지하고 생산적인 대화가 이어지지 않는다. 다음 날에는 그런 화제를 꺼낸 사실을 부끄러워한다. _97~98쪽
독서 토론을 하는 자리에서라면, 누구나 쑥스러워하지 않고 자신이 생각하는 좋은 삶에 대해, 인생의 가치와 행복에 대해 말할 수 있다. 아니, 말하게 된다. 그런 생각을 누군가 경청해주는 것은 대단히 감동적인 경험이고, 그 자리에 모인 사람들은 점점 말이 많아진다. 생산적인 대화가 오간다.
책은 우리가 진지한 화제로 말하고 들을 수 있게 하는 매개체가 되어준다. _98쪽
이성 교제 횟수를 자랑하는 학생은 이성과 우연히 만나 짧은 대화를 나눈 것조차 데이트로 간주할지 모른다. ‘1만 권’에 집착하는 독서가들은 두꺼운 책들은 피하고 읽기 쉽고 얇은 책들만 골라 읽는 건 아닐까? 그런데 우리는 사실 알고 있다. 1만 명과 교제한 사람보다 평생에 걸쳐 서너 명의 상대와 길고 깊게 연애했다는 사람 쪽이 연애의 다양한 측면을 더 잘 이해하리라는 사실을. 당신이라면 누구에게 연애 상담을 하고 싶은가. 책도 마찬가지다. _105~106쪽
내가 지키고 싶은 것은 종이책의 물성이 아니라 책이라는 오래된 매체와 그 매체를 제대로 소화하는 단 한 가지 방식인 독서라는 행위다. _113쪽
오늘날에는 정보통신 기술의 발달로 읽고?쓰기와 말하고?듣기의 경계가 흐릿해지고 있다. 소셜미디어에서 오가는 대화는 글자로 이뤄져 있고 당사자 간의 물리적 거리도 멀리 떨어져 있다. 그러나 그 대화는 말하고?듣기에 가깝다. 우리는 그 대화에 감성적으로 참여하고, 부지불식간에 상대에게 윤리보다 예의를 요구하게 된다. 그건 그것대로 큰 문제다. 상대가 펼치는 주장의 옳고 그름보다 무례함의 여부가 더 중요한 그런 공간에서 공적 논의가 제대로 이뤄질 리 없다 _137쪽
나는 오히려 ‘읽고 쓰면 더 좋은 인간이 될 수 있다’는 주장이 실제로는 편리한 면죄부로 쓰이는 것 아닐까 의심한다. 힘들게 행동하지 않으면서, 읽고 쓴다는 쉽고 재미있는 일만으로 자신이 좋은 인간이 되고 있다고 믿고 싶은 사람들에게. _156쪽
3장. 말하기-듣기의 세계에서 만난 작가들
말하고 듣는 사람들이 읽고 쓰는 사람들보다 현재를 더 많이 사는 것 같다. 읽고 쓰는 부류만이 수십 년, 수백 년 뒤를 진지하게 고민한다. 그만큼 ‘지금 이 순간’을 놓치게 된다. 현재에 집중하는 것이 행복의 비결이라고 하던데, 그렇다면 읽고 쓰는 이들은 우울해질 수밖에 없는 운명인 걸까? 대신에 우리는 외로움을 덜 탄다고 할 수 있을까? _ 201쪽
우리는 최근 1년 동안 나온 책 중 가장 뛰어난 책, 가장 가치 있는 책을 과연 알아볼 수 있기는 한 걸까? 애초에 그건 좀 아니지 않을까. 어떤 책이 시대를 앞섰다면 그 작품은 당대에 환영을 받을 수 없다. 그게 바로 시대를 앞섰다는 말의 의미다. _209쪽
지금은 말하는 일과 쓰는 일에서 오는 수입이 달리는 자전거의 양쪽 페달 같다. 두 페달을 번갈아가며 열심히 밟아야 프리랜서 글쟁이라는 자전거가 쓰러지지 않고 달린다. 회사 다닐 때보다 분명 더 자유롭고 벌이도 썩 낫지만 한쪽 페달에서 발을 떼는 것은 여전히 두렵다. ‘말하는 일도 재미있고 매력 있잖아? 너도 그럭저럭하잖아?’ 하고 자문하기도 한다. 회계의 문제가 아니라 각오의 문제이며, 바로 내가 이 상황을 선택하고 승인했음도 안다. _ 222쪽
내가 하는 일과 할 수 있는 일, 해야 하는 일이 서로 싸운다. 그러는 사이에 책은 점점 팔리지 않고, 강연 시장은 빠르게 성장하고, ‘말 좀 하는 지식인 셀럽’에 대한 수요는 늘어간다. 나는 이런 상황에서는 베스트셀러를 쓰는 것이 최종 해결책이라는 역설적인 결론에 이른다. 인세나 판권 수입을 두고는 번민하지 않는다. 그건 뭐, 눈처럼 깨끗하고 아름다운 돈이지. 펑펑 쏟아져라, 한겨울 함박눈처럼. _223쪽
4장. 그럼에도 계속 읽고 쓴다는 것
고전은 독자에게 얌전하게 교훈을 던져주지 않는다. 그들은 독자들이 피할 수 없는 방식으로 시비를 건다. 자신을 감당할 수 있겠느냐고, 이 존재가 무슨 의미인지 알아맞혀보라고 묻는다. 그것이 고전의 힘이다. 오이디푸스는 뭘 잘못한 걸까? 햄릿은 미친 걸까? 덴비는 “고전은 사람을 기죽게 하는 점령군이 아니라 서로 싸우고, 다시 또 독자와 싸우는, 길들지 않는 야수들의 왕국”이라고 평했다. _ 240쪽
그 책들은 그런 야수성 때문에 고전이 되었다. 동시에 당대에는 격렬한 비난과 분노의 대상이 되었고 불태워지거나 고발당하거나 판매 금지되었다. 악평을 받는 작품이 모두 길이 남는 것은 아니지만, 누구의 심기도 거스르지 않는 소설은 절대로 오래 버티지 못한다. 소설가가 읽고 쓰는 세계에서 미래를 만나려면 마음속에 야수를 품어야 한다. _ 240~241쪽
나는 사랑하는 사람과의 식사나 뜨거운 물줄기 이상의 것을 추구한다. 그것들을 희생시켜가면서 구하려는 게 있다. 그걸 품위라고 부를 순 없을 거 같고, 의미? 글쎄……. 그렇게 불러야 할 테지만, 수학자나 물리학자가 발견하려는 우주적 진리, 혹은 로고테라피에서 말하는 삶의 중심과는 조금 다르다. 나는 내가 좇는 그 ‘의미’가 객관적인 것인지 주관적인 것인지도 잘 모르겠다. 나보다 크고 나의 바깥에 있으면서 내 안에도 있는 무엇. _248쪽
기자 5년 차부터 다시 혼자 소설을 쓰기 시작했다. 피곤한 날에는 집에 와서 그냥 곯아떨어졌고, 그렇지 않은 날에 밤에 한두 시간씩 원고를 썼다. 수면 시간이 줄어도 상관없었다. 원고가 잘 풀리는 날에는 기분이 통쾌할 정도로 좋았다. 그때 이미 꽤 소설가가 되어 있었다고 생각한다. _286쪽
구매가격 : 12,000 원
시나라
도서정보 : 엄두간 | 2020-09-25 | PDF파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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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득문득 떠오르는 글귀들을 버리지 못해 모으다 보니 어느덧 두 번째 시집을 내게 되었습니다. 투박한 관념들을 제대로 다듬지 못하고 세상에 선보이는 부끄러움을 다시 한번 감내하려 합니다. 삶이 주는 절망감으로 힘들어하는 모든 분들을 초라하지만 정감 있는 시나라에 초대하고 싶습니다. 그리고 혹이라도 바이러스로 인해 더욱 무거워진 삶의 무게를 짊어진 분들이 있다면 잠시 함께 쉬어 가는 버드나무 그늘이길 바라면서 이 시집을 출간합니다.
구매가격 : 6,000 원
그림 하나 한 줄 시
도서정보 : 김미선 | 2020-09-25 | PDF파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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순간순간
감정의 표현들이
그림이 되고 시가 되었다
감정이 생길 때
의미가 되든 아니든
흘려서 내 보낸다는 말이 맞을 듯하다
구매가격 : 10,000 원
스물 말입니다
도서정보 : 박지우 | 2020-09-25 | EPUB파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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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 20대는 잔소리하는 ‘꼰대’보다는 공감해 줄 어른을 원한다. 이 책은 ‘꼰대’ 소리를 듣고 싶지 않은 젊은 자녀를 둔 부모들이나 학생을 지도하는 선생님들에게 많은 도움을 줄 것이다.
- 김기석(성공회대학교 총장)
고3 교실에 늘 적혀 있는 ‘진인사대천명’ 있잖아요. ‘노력하면 좋은 결과가 있을 거야’라는 그 말이 저한테는 늘 불문율이었어요. 졸리면 화장실 가서 뺨 때리고 올 정도로 엄청 독했어요. 근데 노력하면 좋은 결과, ‘노력해도 좋은 결과가 안 나오네? 그들이 말했던 좋은 결과는 뭐였을까? 왜 아무도 과정은 안 물어 봐? 결과만 봐?’ 이런 질문들이 던져진 거예요. ‘그 명제를 받아들일 거냐’ 혹은 ‘나만의 명제를 새롭게 써 나아가서 나의 새로운 신념을 만들 거냐’를 결정지을 때가 된 거죠.
- 권수연 p.101
겨울에는 딱히 뭘 하지 않았는데 그냥 25살이 되어 갔죠. 곧 3학년이 되고 조금 있으면 졸업을 하니까 이제 현실에 대한 생각을 할 수밖에 없더라고요. 저는 제가 뭔가가 되어 있을 줄 알았어요. 저에 대한 환상에 빠져 있었죠. 근데 그게 그 겨울방학에 깨진 거예요. ‘내가 지금까지 생각만 하고 실제로 노력한 건 없었구나, 나도 그냥 평범한 사람이구나’ 이런 생각이 들어서 굉장히 우울했고 좌절감이 많이 들었어요. 제 평범함을 받아들이는 시기였죠.- 한효희 p.75
구매가격 : 7,800 원
알프스의 노래
도서정보 : 박민희 | 2020-09-25 | EPUB파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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눈 덮인 알프스
봉우리마다 시간이 멈추어 있다
수백 년을 그래 왔을
눈 내린 길목마다
눈이 켜켜이 쌓여 능선이 되고
봉우리가 되었다
저기 눈 덮인 봉우리마다
수많은 세월이 멈추어 있다
구매가격 : 7,800 원
옹달샘 올챙이 날개까지 달았네
도서정보 : 임보경 | 2020-09-25 | EPUB파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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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의 과도기에 진입한 엄마들은 난국의 해결사인 양 흉내를 낸다. 아이는 턱없이 부족한 인격체라며 문제점도 나열한다. 그러나 봄 여름 가을 겨울이 지날 무렵 아이는 본바탕 위에 더 좋은 인격체로 성장하여 나를 기쁘게 하였다.
반면에 엄마들은 거꾸로 악동가들이었다. 자신의 우월감에 동분서주하며 아이의 문제점이 자신의 문제점임을 깨닫지 못한 채 악동들만의 괴롭힘으로 공격을 한다. 분명 나와 아이는 행복해하며 다음을 향해 웃고 있었다. 지나고 봐도 현재에도 엄마들은 카멜레온의 능력을 가진 악동들이었다.
내가 성장하며 기뻐할 수 있었던 인연은 악동들의 욕심이 한 덩이 두 덩이씩 아이들에게 달아 놓은 돌덩어리를 내려주며 나눴던 소통으로 다져진 예쁜 학생들이었다.
너희들을 보면 주변은 늘 부는 바람이었어~ 까만 먹구름이 똘똘 뭉쳐 나를 콩닥거리고 뛰게 했지만, 한바탕 쏟아 내리는 소나기를 맞고 보니 가슴 저 밑바닥까지 개운하게 하는 청량한 소나기로 너희는 나의 힘을 받쳐 주는 동행자였어.
말 한마디에도 절차와 예의가 있듯 사람 관계에도 과정과 예의가 있잖아. 비록 지금은 올챙이의 몸짓이지만 그 어느 날 멋진 어른으로 웃고 있겠지~ 나 또한 이젠 옹달샘에서 뛰어오를 수 있단다.
구매가격 : 9,000 원
서른아홉 행복가능보고서
도서정보 : 박재희 | 2020-09-25 | EPUB파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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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0대 후반, 보통 어른의 고민과 성장을 담은 이야기
직장과 가정, 그리고 나. 함께 행복할 수 있는 방법은 무엇일까?
삶과 책을 통해 추적한 행복의 단서들을 전한다
[텀블벅 펀딩 독자들의 후기]
"내가 중요하고 소중한 것을 많이 놓치고 살았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좋은 책 고맙습니다!"
"비슷한 고민을 하는 나이대라 격한 공감에 너무 재밌게 책을 읽었습니다^^"
[작가의 말]
우리는 행복을 갈구하지만 정작 행복하게 사는 법을 배우지 못했다. 인생의 성공을 향해 열심히 뛰어왔을 뿐인데 삶은 종종 눈물 범벅이다. 나는 어떻게 해야 행복할 수 있을지 삶과 책을 들여다보기 시작했다. 서른아홉, 길지 않은 인생이다. 내가 알고 느끼고 이야기할 수 있는, 딱 거기까지 행복에 대한 글모음을 내어 놓는다. 당신과 똑같이 행복한 삶을 위해 울고 웃으며 고민하는 사람이 또 한 명 있다는 사실, 그것이 내가 말하려는 전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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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를 향한 비상
도서정보 : 벤 크레인 | 2020-09-25 | EPUB파일
지원기기 : PC / Android / iOS
◎ 도서 소개
“나는 그 매들을 자유롭게 놓아주고 싶어 안달이 날 지경이다.
부디 다시는 못 만나기를.”
새가 일깨워준 자유와 사랑의 이야기
저자인 벤 크레인은 ‘아스퍼거 증후군’을 앓고 있다. 하루를 지배하는 감정은 대혼란과 두려움, 불안이다. 그는 늘 불규칙하게 세상을 경험한다. 머릿속에는 형편없이 조율된 그래픽 이퀄라이저가 들어 있는 기분이다. 어느 날 아들이 태어났다. 저자는 공황상태에 빠졌고 아들로부터 도망쳤다. 직업, 가족, 결혼 생활 모두를 잃었다. 그가 숨어든 곳은 작은 오두막이었다. 그곳에서 매를 만났다. 늘 현재를 살며, 어중간하게 애매한 면이 없으며, 타고난 본능에 따라 행동하고 반응하는 새. 그는 상처 입은 매를 돌보고 훈련시킨 뒤 자연으로 돌려보내면서 점차 아들과의 관계를 회복해간다. 저자는 매잡이인 동시에 사진작가이고 미술교사다. 그의 특별한 감각과 언어로 그려낸 자연은 가까이서 들여다본 맥박의 고동처럼 생생하고 뜨거우며, 은밀하고 아름답다. 이 책은 자연이 주는 치유의 이야기이다. 결국 떠나버릴 것들을 사랑하는 법에 대하여 잔인하고도 아름다운 이야기가 시작된다.
◎ 출판사 서평
태생적인 아웃사이더,
그의 눈으로 바라본 터질 듯 충만한 자연의 세계
저자는 태생적인 아웃사이더다. 마음을 편하게 먹는 것 자체가 불가능하다. 타인과 의미 있는 유대감을 쌓는 일에 번번이 실패한다. 마흔두 살이 되어서야 ‘아스퍼거 증후군’ 진단을 받는다. 자신이 겪어온 숱한 혼란과 외떨어진 기분을 저자는 그제서야 비로소 이해할 수 있게 된다.
분명 저자의 문체는 독특하다. 하나의 대상을 설명하기 위해 끝도 없는 열거가 이어진다. 시각, 촉각, 후각 등 오감을 깨우는 문장은 전혀 새로운 방식으로 우리를 야생과 본능의 세계로 이끈다.
그의 표현을 빌리자면 건강한 새에게서는 ‘시들어가는 복숭아 냄새’가 나고, 아침 햇살은 ‘회색 안개’를 뚫고 ‘오렌지 불빛’으로 찾아온다. 에타(저자가 키우는 개의 이름)의 자궁에서 강아지 한 마리가 세상을 향해 부드러운 수란처럼 퐁당하고 나온다.
저자는 말한다. “가까운 인간관계는 늘 실패하면서도 자연 세계와는 성공적으로 관계를 맺어가는 유형이 있다면, 그게 바로 나다.”
우리는 저자의 눈을 통해 그동안 잊고 있던 눈부신 세계, ‘살고 죽고, 생존하고, 사라지는 수십 억 개의 아이디어들이 다양한 형태로 펼쳐지는 그 무한한’ 자연 세계와 재회하게 된다. 그리하여 쉬이 동요하지 않고, 괴롭힘을 당하거나 억압당하지 않으며 타협도 하지 않는 매의 비상을 통해 자유를 향한 용기, 온전히 나로 살아가는 기쁨을 배우게 된다.
새와 소년이 보낸 사랑과 연대,
그렇게 아버지가 된다
영리한 매, ‘보이boy’는 천진하고 명랑하다. 아무리 멀리 있어도 저자가 신호를 보내면 단숨에 날아와 곁에 앉는다. 아들도 그랬다. 다시 만났을 때, 어린 아들은 혼자 차문을 열고 나와 전속력으로 달려 아빠를 꼭 안았다. 의심도, 책망도 없이 웃고, 말하고 아빠와 보내는 시간을 즐긴다. 매와 함께하는 삶은 늘 놀라운 경험이었지만, 아내와 아들에게는 달아나고 싶은 강렬한 충동만 또렷이 느껴졌다. 늘 혼란과 두려움, 외떨어진 존재의 불안을 지배적으로 느끼는 저자 벤은 마흔이 넘어서야 자폐성장애 진단을 받는다.
이 책에는 두 이야기가 서로를 비추며 나란히 흘러간다. 상처입은 새를 치유하여 자연으로 돌려 보내는 매잡이 벤과 오랜 단절 끝에 아들을 만나는 아버지 벤의 이야기.
“아들은 내가 누군지, 어떤 존재인지를 나 자신보다 더 잘 알고 있는 것 같다. (중략) 이는 놀라운 신뢰와 생존 행위에서 비롯한다. 아이의 애착이 지닌 힘은 놀랍다.”
저자는 새와 아들을 통해 비로소 자신이 가치 있는 사람임을 느낀다. 그들이 보낸 사랑과 연대가 한 사람을 ‘아버지’로 성장시킨다. 이 책의 원제는 ‘피로 맺어진(Blood Ties)’이다. 상처로 흘린 피가 다시 두 존재를 잇는다.
◎ 책 속에서
모든 매의 깃털은 보호용 광택이 건강하게 흐르며, 비에 젖지 않는 방수 기능을 장착하고 있다. 완벽한 깃털을 지닌 매의 활기는 신성하다.
꼼꼼하게 치료를 마친 두 매는 이제 묵직한 곰팡냄새, 부드러운 흙냄새, 시들어가는 복숭아 냄새, 마른 나뭇가지에 달라붙은 이끼 냄새를 풍긴다. 이렇게 좋은 냄새를 풍긴다는 것은 의심할 여지없이 두 매가 건강을 회복했고 자유롭게 떠날 준비가 되었다는 의미다.
―9쪽
나는 태생적인 아웃사이더다. 마음을 편하게 먹는 것 자체가 불가능하고 의미 있는 유대감을 쌓는 일이 대단히 힘들다. 하지만 자연은 내게 평화의 공간이자 내 감정을 어루만져주는 아늑한 통로이며 끊임없이 중재자 역할을 해준다. 그 공간에서 나는 있는 그대로의 내 모습을 드러내고 소통할 수 있다.
―14쪽
내가 맹금류를 발견한 것은 계시였다. 처음 매를 잡았을 때의 그 놀랍도록 강렬하고 선명한 느낌은 충격적이었다. 내면에 금이 가는 소리가 들리는 듯했다. 내가 그토록 찾아 헤매던 그 느낌이었다.
―15쪽
나는 자연을 향한 나의 감정을 이해했고, 맹금류를 향한 감정과 내 아들에 대한 감정이 나란히 흘러가고 있다는 걸 느꼈다. 나는 그 감정들이 동전의 양면과도 같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하나를 향해 품은 깊은 사랑과 따스한 관찰은 또 다른 대상을 향한 깊은 사랑을 깨우쳐주고 열어주었다. 이 깨달음을 통해 나는 내 아들과 그의 어머니와의 관계를 조심스럽게 재정립하기 시작했다. 아버지가 된다는 것에 대한 두려움을 극복하는 법을 배웠고 내 아들을 통해 그리고 아들을 위해 나 자신을 긍정적으로 표현하는 법을 알게 되었다. 어쩌면 이것이 내 이야기의 핵심인지도 모른다.
―19쪽
인간의 키보다 높은 신선한 공기층에서 만들어진 눈이 굵게 뭉쳐 내리기 시작한다. 땔감도 구하고 우물에서 물도 길을 겸 아침 숲속을 거닌다. 폐쇄공포증을 유발할 정도로 빽빽한 숲에서 맑은 소나무 향기가 스며 나온다. 발아래로 눈이 뽀드득 소리를 내며 뭉개지고 희미한 햇빛 줄기가 나뭇가지들을 가로질러 눈 위에서 분홍색, 겨자색, 파란색, 녹색으로 반사된다. 산토끼며 여우, 사슴, 밍크, 담비 등이 눈밭 위에 어지러이 남긴 흔적과 발자국이 나무들 사이로 흩어져 있다. 이곳은 독수리를 위한 최고의 사냥터이며 근사한 고독감이 오롯이 느껴지는 공간이다.
- 99쪽
겉으로 보기에 나는 정상처럼 보인다. 내 머릿속에는 형편없이 조율된 그래픽 이퀄라이저가 들어 있는 기분이다. 나는 이 사실을 은폐하기 위해 오랜 시간을 뒤죽박죽 겉치레를 하며 보냈다.
내 기억이 가장 멀리 닿는 지점부터 생각하자면, 나는 세상을 불규칙하게 경험했다. 내 발달 과정의 모든 면들이 어딘가에 구속당했거나 정상 궤도를 크게 벗어난 지점으로 엉뚱하게 던져진 것 같았다. 내가 매일 지배적으로 느끼는 감정은 늘 대혼란과 두려움, 불안이다.
- 133쪽
아들이 생겼다는 혼란스러운 상황과 맞서 악전고투하던 나는 다니던 직장을 잃고, 집에서 480킬로미터나 떨어진 곳에서 물리적으로 고립된 채 홀로 내 마음속을 떠다녔다. 출구가 보이지 않았다. 앞으로 나갈 곳도 뒤로 물러설 곳도 없었다. 나는 공황상태에 빠져 꽁꽁 얼어붙은 채 끊임없이 밀려드는 원초적 불안과 자멸적이고 파괴적인 분노를 느꼈다. 지독히도 불안스레 헤매다가 무력하게 길을 잃었다. 머물고 싶지도 않았고 떠날 수도 없었다. 존재와 불안한 분리 사이의 좁은 공간에 갇혔다.
―141쪽
자유와 비행은 떼려야 뗄 수 없는 관계다. 비행은 중력으로부터의 순간적인 탈피다. 변덕스럽고 어느 방향으로나 움직이며, 자유롭게 이동하고, 이주하고, 방랑한다. 비행은 자유로운 영혼이며, 빙글빙글 돌고, 질주하고, 사냥하고, 그저 재미로 날기도 하는 행위다. 매잡이인 나는 그저 은유나 상징적 비유가 아닌 구체적 경험으로서의 비행을 잘 알고 있다.
―156쪽
“나 아주 진지하게 실망했어.”
아들의 말에 웃음이 터진다. 내 심정과 완전히 똑같기 때문이다. 솔직한 말이다. “완전히 부적당해.” 나도 이렇게 말하고 싶었다. 아들은 모른다. 자신이 지금 나를 얼마나 행복하게 해주었는지.
문득 깊은 생각이나 고민 없이도 예기치 못했던 감정의 물결이 나를 휩쓸고 지나간다. 나는 이 자연스러운 힘에 충격을 받는다. 그 감정을 제어하려고, 억지로 누르려고 애쓰다가 결국 포기하고는 그것이 흐르는 대로 내버려둔다. 나는 고개를 돌리고 이렇게 말한다.
“사랑해.”
아이에게 사랑한다고 말한 건 처음이다. 아들이 이 말을 알아들을 만큼 큰 것도 처음이다.
―228쪽
구매가격 : 12,800 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