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이지 않는 이야기
도서정보 : 조현대 | 2020-05-20 | EPUB파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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좀 더 나은 사회를 만드는 특별한 공감체험. 조현대 작가가 전맹 시각장애인으로 서울에서 살며 매일 부딪치며 살아갈 수밖에 없는 일상의 장벽을 비시각장애인 독자들에게 구체적이고 생생하게 전해 주는 6편의 글을 엮은 책이다. 주민센터에서, 버스와 지하철에서, 도서관과 투표소와 은행에서, 컴퓨터 앞에서 전맹 시각장애인이 어떤 경험을 하게 되는지, 무엇이 문제인지, 어떤 해결책이 필요한지에 대한 작가의 생각을 읽을 수 있다. 저자는 시각장애인의 기본권이 온전히 보장되는 정상 사회로 나아가는 데에는 우리 사회의 건강한 개인들의 힘이 필요하다고 말한다. 책의 부록에는 비시각장애인이 시각장애인을 대할 때 알아두면 좋은 기본 매너가 수록되어 있고 점자 일람표도 실려 있다. 이 책은 국회도서관에 마련되어 있는 시각장애인실에서 수년에 걸쳐 완성된 각고의 원고를 바탕으로 만들어졌다.
※ 본 도서의 출간 취지는 다음과 같습니다.
“비시각장애인이 시각장애인의 입장을 구체적으로 상상할 줄 알게 되고, 자신이 제공/제작하는 서비스/제품의 이용자에 시각장애인이 있음을 상시로 인지할 수 있어야, 악의 없는 시민이 차별에 동참하지 않을 수 있고, 나아가 우리 사회가 장애인접근성이 높은 사회에 이르는 시기를 한발 크게 앞당길 수 있다.”
<보이지 않는 이야기>는 오트르랩 출판사의 베러 소사이어티 클럽 시리즈(better society club series)의 첫 번째 도서로 출간되었습니다. 본 시리즈는 타자에 대한 존중, 평등, 공정의 가치가 개인의 자유와 조화롭게 공존하는, 품위 있는 시민사회를 지향하며 자신이 지닌 편견, 불평등성, 불공정성, 비합리성을 발견하고 개선하는 일에 관심을 기울이는 독자들에게 양질의 읽을거리를 제공하는 연속 기획물입니다.
구매가격 : 10,000 원
나답게 살아갈 용기
도서정보 : 이현진 | 2020-05-20 | PDF파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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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절대 누구도 너를 슬프게, 힘들게, 아프게 하지 못 하도록 해
"자신이 잘못 살았다고 생각하는 사람이 많더라고요. 기준이 뭐길래 잘못 살았다는 거죠?"
"직업은 기능일 뿐이에요. 그걸로 내 가치를 매길 수는 없어요."
좋은 대학에 가면 다 해결될 거라고 믿었다. 대학 문 하나를 열고 들어왔더니 이젠 문이 여러 개였다. 그중 하나를 선택해서 돈을 벌었다. 다른 사람은 당신보다 더 좋은 직장에 다닌다. 더 많이 벌고 더 행복해 보인다. 그런 사람이 뭐라고 말하면 그게 다 맞는 말 같다.
하던 일을 멈추고 새로운 걸 선택해야 할 때 이게 옳은 선택인지 자신이 없다. 어디에도 소속되지 않은 불안감이 언제 끝날지 모르겠다. 당장은 그렇다 쳐도 앞으로가 문제다.
앞으로 우리는 누굴 믿고 이 세상을 어떻게 살아가야 할까?
많은 사람이 책을 읽고 자기계발을 한다. 일련의 그런 활동은 이젠 당연하기까지 하다. 그러나 여전히 타인의 시선과 기대에 부응하며 매일 매일 살아간다. 하고 싶은 게 있는데 늦은 것 같고, 잘 안되면 사람들이 욕할 것 같다. 다른 사람한텐 칭찬도 해주고, 비위도 맞춰주고, 응원도 해주는데 스스로에겐 그렇게 하지 못한다.
당신이 뭘 좋아하는지, 뭐가 되고 싶은지, 저 사람이 하는 말이 기분 나쁜 이유가 뭔지 당신은 잘 모른다. 당신 성격이 모난 것 같고, 당신 환경이 나쁜 것 같겠지만 아무것도 문제가 아니다.
이 책은 드러머, 교육가, 사업가, 강사, 바리스타 등 다양한 일을 하며 해외를 여행해온 저자가 자신의 가치를 폄하하는 주변으로부터 연약한 ‘나’를 지키기 위해 자신답게 살아가는 방법을 쓴 책이다. 이 책은 일하고, 사람을 만나고, 미래를 걱정하는 우리 모두의 이야기이며, 누구나 나다운 모습으로 살아갈 인생의 의무가 있다고 전하는 메시지이다. 저자는 타인의 말 한마디에 지레 꿈을 포기하고 거의 10년을 닥치는 대로 좋아하는 것들만 하며 방황했다. 그러다 뜻하지 않게 그 방황의 길에서 자신과 조우한다. 서서히 자신을 알아가고, 손을 내밀었더니 강해질 수 있었다. 자신을 믿는가? 행복을 좇아가지 말고 내가 누군지 알아가는 노력을 하라고 한다. 그러면 행복은 따라온다고 말한다. 거기엔 돈도 필요 없고, 타인의 인정도 필요 없다. 나를 위한 하루 사용법을 알고, 나를 위한 기준을 세우며, 나를 위한 인간관계를 맺고, 나를 위한 작은 성공을 하는 것. 본인에게 집중하며 사는 것이 나답게 사는 거라고 말한다. 이 책이 당신이 떳떳이 당신다운 모습으로 살아갈 수 있도록 도와줄 것이라 확신한다.
▶ 당신을 의심하지 마라
우린 다른 사람에겐 칭찬도 하고, 웃어주죠. 그런데 스스로에게는 어떤가요?
더 잘할 수 있었어. 나는 왜 이 정도밖에 안되지. 더 잘할 수는 없는 거야? 하면서 타인이 나를 보는 것처럼 자신도 그렇게 스스로를 바라봐요. 그러지 말아요.
우리가 인간관계 책을 읽고 실천해야 할 대상은 남이 아니라 바로 나예요.
당신이 하는 선택, 당신이 가진 피해 의식, 그건 모두 당신 자신이 스스로를 드러내는 하나의 표현이다. 그 소리에 귀를 기울여야 한다. 내 소리에 귀를 기울이지 않으니까 나답게 못 살고 상대방에게 나를 허용하게 되는 거다. 천사처럼 살려니까 힘든 거다. 우리는 뭘 좋아하는지 모르는 게 아니다. 이게 뭐 특별하냐고 생각하는 ‘묵살’이 진짜 문제다. 소원이 있는가? 그럴 이룰 수 있겠는가? 자신을 아는가? 나를 안다는 게 무엇일까? 바로 내 생각을 아는 거다. 타인에게 화가 난다면 상대가 어떤 행동을 했기 때문이라고 하지 말아라. 무슨 감정이 떠올랐기에 화가 났는지 자신에게 물어라. 상대 말투가 짜증 나면 ‘쟤 말투 왜 저래? 화나네’ 하지 말란 말이다. 그 대신 ‘저런 말투가 화나는 이유가 뭐지? 음, 나를 무시한다고 생각해. 그게 아니면 저렇게 말할 수 있을까? 아, 나는 무시당하는 게 싫은 거구나. 무시당한 거 같아서 화가 난 거구나.’ 그럼 자신의 연약함이 보일 것이다. 맞다. 직면하는 거다. 당신의 연약함을. 그게 보이는 즉시 안아주고 이해해줘라. 당신의 연약함을 받아들일 줄 아는 사람이 가장 강한 사람이다. 무시당한 기분에 화나는 사람이 당신이란 사실을 알았다면 거기에 유연히 대처할 방법도 찾을 수 있다. 화내는 대신 더 현명한 방법을. 누가 당신의 가치를 의심해도 스스로는 절대 그래선 안 된다. 그래야 더 큰 꿈을 꿀 수 있고, 이룰 수 있다는 걸 믿을 수 있고, 당당하게 살 수 있다. 나를 믿어야 상대를 믿을 수 있다. 나를 이해해야 상대를 이해할 수 있다. 그래, 그게 자존감이고 인간관계고 본인 삶에 충실할 길이다.
내가 살아온 모든 날을 껴안을 수 있게 되었다.
지난 모든 날을 안고 앞으로 나아가라!
구매가격 : 10,000 원
시를 꿈꾸다 2
도서정보 : 임숙희 외 | 2020-05-19 | PDF파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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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발간사 중>>
문학은 절망 속에서도 빛을 내고 희망을 안겨주는 긍정적인 힘이 있다고 생각합니다. 어려운 상황에서 한 줄의 글, 시 한 줄에도 용기와 위로를 받듯이 힘들고 어려운 여건 속에서 진솔하게 시를 쓰고 각기 다른 삶을 살아가는 생면부지(生面不知)의 사람들이 한마음으로 펴낸 “시를 꿈꾸다 2”는 각양각색(各樣各色)의 생명력 있는 긍정의 빛을 발하리라 봅니다.
시를 꿈꾸다 문학 밴드가 견고하고 단단한 문학 공간으로 자리매김을 할 수 있도록 보이지 않는 곳에서 신뢰와 믿음으로 묵묵히 자리를 지켜주시는 회원들과 포근하게 보듬어 주시는 독자에게 감사의 마음을 전하며 아낌없는 격려와 사랑 부탁드립니다.
늘 건강과 행복을 기원합니다.
구매가격 : 8,400 원
가끔 이렇게 허깨비를 본다 (문학동네시인선 129)
도서정보 : 김형수 | 2020-05-19 | EPUB파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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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년 만에 펴내는 김형수 네번째 시집!
『가끔 이렇게 허깨비를 본다』
문학동네시인선 129 김형수의 시집 『가끔 이렇게 허깨비를 본다』를 출간한다. 신동엽문학관 상임이사로 그의 안팎을 살뜰히 살피느라 제 그늘 아래로는 안 서는가 하였는데 간만에 수줍게 내미는 그것이 있어 열어보니 올올이 시였다. 쓰고 있던 그였다. 보고 있던 그였다. 한층 고요해진 목소리로 한층 말을 먹은 심중으로 침묵 속 그가 내민 시편들은 손에 들어간 힘이 아니라 펼친 손 사이로 빠져나가는 바람만 같았다. 향기가 났다. 좇을 수는 있었으나 그조차도 잡으려 하면 연기처럼 사라지던 있다 없음이었다. 회한이란 무엇일까. 김형수 시인의 시편들을 읽다 문득 그 단어가 내 밖으로 불려나왔다. 뉘우치고 한탄함. 시끄럽고 요란할수록 꽉 차지 않았다 할 그 말, 회한. 땅을 치거나 가슴을 뜯음 같은 미련한 후회가 아니라 그저 차분히 거꾸로 돌아보고 있구나 함을 알게 하는 뒤안걸음 속의 손 탈탈 턺. 와중에 고마운 일은 고맙다고 미안한 일은 미안하다고 화가 나는 일은 화난다고 슬픈 일은 슬프다고 말하는 여전한 소년으로서의 얼굴을 유지하고 있는 시인 김형수. 그 솔직함이 아직은 유효하여 그의 시는 더 쓰일 수 있겠다 싶은데 모두의 눈에 공평히 보이는 것이 아니라 보이는 사람에게만 보이고 들리는 사람에게만 들리는 그 허깨비, 그 시라는 무시무시한 허상을 가끔 본다고 하니 그 ‘가끔’에서 묘하게도 진실된 참상을 느끼게 된다. 그가 이고 진 주제들이 무거운 듯해도 그의 지게에서 내릴 때는 그 물 먹음이 다 빠진 뒤라 우리에게는 사뭇 가볍게 이고 갈 수 있게 함이다. 그의 내공이라 하겠다.
예나 지금이나 김형수의 시는 주마등 같은 노래라는 생각이다. 시라고 적혀 있지만, 사실상 삶의 굽이굽이를 돌아 나오는 가락이 그의 시를 빚어낸다. 과거에 대한 노스탤지어가 아니라 지금 여기에서 다시 그 과거의 의미를 되살려내려는 결기가 묻어난다. 그렇다고 오직 날 선 긴장이 팽팽하게 시위를 당기고 있는 것은 아니다. 오히려 그의 음조는 자장가처럼 울린다.
_이택광 해설 「통속성의 미학화」 중에서
구매가격 : 7,000 원
그녀는 내 그림 속에서 그녀의 그림을 그려요 (문학동네시인선 133)
도서정보 : 김참 | 2020-05-19 | EPUB파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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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상하다. 이곳에 와본 적은 없지만 나는
이 길이 끝나는 곳에 무엇이 있는지 알 것 같다.”
문학동네시인선 133 김참 시집 『그녀는 내 그림 속에서 그녀의 그림을 그려요』가 출간되었어요. 1995년 『문학사상』을 통해 등단한 이후 시집 『시간이 멈추자 나는 날았다』 『미로 여행』 『그림자들』 『빵집을 비추는 볼록거울』을 펴낸 시인이 4년 만에 선보이는 다섯번째 시집이기도 하지요.
앞선 시집들의 제목을 제 소개를 좇아 읽어보셔서 짐작들 하시겠지만요, 김참 시인은 제 시의 출발점에서부터 환상의 축지법을 제 특기로 잘도 써온 이여요. 혹여 환상이라 하면 헛꿈 같은 것이 아니겠나, 혀부터 끌끌 차는 분도 있으실 수 있겠으나 허무와 맹랑함을 기저로 하는 데서 환상이 불러오는 상상의 그 ‘역(力)’은 공깃돌을 지구로 지구를 공깃돌로 순식간에 부풀렸다가 부지불식간에 오므라뜨릴 줄도 알지요.
무모한 일일 수 있음에도 시도해보는 일의 아름다움, 그 의지의 빠름, 그 빠름의 뜨거움, 그 뜨거움의 쏟아짐, 그 쏟아짐의 어찌할 수 없음, 그 어찌할 수 없음의 앎, 그 앎의 이상함, 그 이상함의 계절은 바야흐로 언제나 오늘. 김참 시인의 시들이 줄곧 묘하다 할 만큼 잡히지가 않고 고이지가 않고 절로 빠져나가고 절로 흐르는 데는 그 ‘오늘’만을 담보로 그 ‘오늘’만의 힘으로 살아가는 ‘청춘’을 도통 놓을 줄 몰라서라 하겠지요.
시인은 왜 이토록 나이를 안 먹을까요. 시인은 어쩌면 이렇게도 나이를 안 먹을 수 있을까요. 새삼 시인의 시 안으로 뛰어들고 보니 바로 또 알겠는 것이 일단은 나이의 정의라는 것부터 주룩주룩 미끄러지고 있는 거예요. 누가요? 시인이요. 미끄덩미끄덩 밀쳐내고 있는 거예요. 훌렁훌렁 벗어버리는 거예요.
그도 말해요. 이 세상이 “아주 이상한 계절”이라고요. “이토록 이상한 계절”일 수가 없다고요. 이상하여 수상하다 말할밖에 확실한 게 없는 이 계절에 그는 제가 본 것만 말하고 제가 들은 것만 말하고 제가 맡은 것만 말하고 제가 만진 것만 말해요. 뜬 이불처럼 그도 떴다 가라앉곤 하지만 그런 그가 단언하는 것은 이 하나의 문장이라지요. 그러니까 “그가 죽은 이유는 그가 태어났기 때문이”고 “태어나지 않았더라면 그는 죽지도 않았을 것”(「알데바란」)이라는 어찌 보면 너무 빤함에 기댄 전언이요. 그렇잖아요. 이건 아니다 아니라 하며 빠져나갈 구멍이란 구멍에 죄다 뜨거운 물로 갠 시멘트를 부어 굳힌 단단한 명제잖아요.
그는 흡사 고무줄과 같은 사유를 갖고 노는 이 같아요. 그 고무줄을 늘이거나 그 고무줄에 묶이거나 그 고무줄의 유연한 탄성 안에서 재미를 찾는 순응이란 순함도 와중에 천성처럼 갖고 있다 싶은데요, 그래서인지 제 사유의 단면을 가위로 짤똑 끊거나 칼로 싹둑 자르거나 하는 적나라함은 감행하지도 않고 단행하지도 않아요. 정확하게 적어나간 단문의 문장이 몹시도 리드미컬하게 읽혀나가는 가운데 그가 움직이는 방향성에 연둣빛 싹이 보이는 건 그가 기댄 자연, 그 서정을 그가 사랑하기도 하는 까닭이 아닐까 짐작도 가요.
침대가 뜨고 이불이 뜨고 얼굴이 뜨고 팔다리가 뜨면 어딘가 이상한데 자연이 뜨면 결단코 이상할 것이 없는 이야기. “이상하다. 이곳에 와본 적은 없지만 나는 이 길이 끝나는 곳에 무엇이 있는지 알 것 같다. 마을 한복판에 서서 나는 멀리 있는 산을 본다. 갑자기 울고 싶은 생각이 든다”(「구름 속의 산책」)라고 할 때의 익숙하면서도 낯설게 이해되는 슬픔의 감정, 이 공감은 어디에서부터 비롯하는 걸까요.
그가 만든 ‘몽환’의 세계는 퍼져나가는 음악으로 달팽이들이 즐거울 수 있는 세상이지요. 숲으로 돌아간 기린들이 쭉쭉 길어져서 꽃목걸이 대신 구름을 목에 건 기린들이 우리들과 뒤섞여 있는 세상이지요. 왜 이렇게 꿈만 같을까요. 꿈에서 깨었다고 우리는 꿈이 아닌 세상 속을 살고 있는 건 맞을까요. “죽은 사람들이 신발을 벗고 구름 위로 올라오는 계절”(「가을」), 실은 그러지 않는 날들이 없고 그 ‘나선’ 속에서 살고 사라짐을 매일같이 계속 반복하는 게 우리라 할 때 높디높고 가볍디가벼운, 어쩌면 그것이 진리가 아니겠느냐 할 ‘구름’에게 닿기 위해 늘이면 늘어나는 목을 가진 ‘기린’으로 저 자신이 분해보는 과정, 그 시라는 행위의 가동 가운데의 건강성. 어쩌면 우리가 시를 쓰고 시를 읽는 이유를 이런 능동성의 와중에서도 찾아볼 수가 있지 않을는지요.
「기괴한 서커스 3」의 이 두 문장, “이미 다 알고 있는 레퍼토리지만 그래도 온다”라는 것이, “예정된 시간에 시작되고 예고 없이 끝날 것이”란 게 비단 ‘서커스’만의 정의에 그치는 것이 아니라 그 담장을 넘어 생과 사를 넘실대는 함의임을 다들 모르시지는 않겠지요. 우리들의 발아래로 성난 황소처럼 구름이 흘러가는 계절, 가을은 아니지만 구름이 자주 뜨고 사물이 뜨고 우리들이 뜨는 이야기가 또 자주 떠서요, 글쎄요, 나는 것을 타고난 운명처럼 삼은 시들이랄까요.
맥 잡기보다 맥 놓고 싶을 때, 의미부여 같은 데서 맘껏 놓여나고 싶을 때, 그냥 뭐 멍하게 가만있어보고 싶을 때, 아무려나 흘러가는 구름처럼 책장을 넘기면 함께 흘러가고 있구나, 실감도 하게 하는 시집이 아닐까 하여요. 거기 나 있고요, 거기 우리 있고요. 멈춘 듯해도 빠른 속도로 흘러가는 구름처럼, 우리 오늘도 그런 '맴돌곤'의 자기장 속에 스스로에게 속고 스스로를 속이며 있겠지요. 시인의 말마따나 "누구나 다 알고 있는 사실이"겠지만요.
이상하게 그림이 그리고 싶어질 때, 그림 그리고 있는 나를 보고 싶을 때, 그 내 그림에 그 네 그림을 더하고 싶을 때, 그리하여 내 그림 속에서 그녀의 그림을 그리고 있는 그녀를 볼 수 있을 때, 그렇게 펼치면 펼칠수록 역전에서 나아가 새로운 풍경과의 조우를 더없이 빈번하게 만들어줄 그런 시집이 아닐까 해요. 심심한 듯한데 간이 어려운 걸 보니 지금 이대로의 여기에 있음이 필요한 시들이 맞는가도 싶네요. 김참 시인의 이름이 낯설다면 생소하다면 이 시집부터 시작해보심이요. 날기 좋은 봄이고 연두니까요.
구매가격 : 7,000 원
거의 블루
도서정보 : 임선기 | 2020-05-19 | EPUB파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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말은 번역되지 않아
나는 너를 만나려 한다
1994년 『작가세계』로 등단한 임선기 시인의 네번째 시집 『거의 블루』가 출판사 난다에서 출간되었다. 『항구에 내리는 겨울 소식』 이후 5년 만에 발표하는 신작 시집이다. 등단 12년 만에 선보인 첫 시집 『호주머니 속의 시』에서 세련된 감각과 진실성이 돋보이는 ‘나무의 시’를 쓰며 세상에 아직 존재하지 않는 ‘시의 나무’를 조성했던(최현식) 임선기. 그 나무가 드리운 그림자가 운치 있게 감돌던 두번째 시집 『꽃과 꽃이 흔들린다』의 지극한 섬세함과 고요함, 절제된 단순함과 순수함은 외려 세상의 만상이 놓인 한 폭의 수채화 같았다(류신). 등단 20주년을 맞아 펴낸 『항구에 내리는 겨울 소식』에서는 절제된 언어와 풍부한 여백의 시편으로 ‘흰 바탕’ 혹은 투명한 비움에 대한 시적 탐구를 보여주었다(강경석). 총 4부 72편으로 구성된 『거의 블루』에서 임선기 시인의 화두라 할 만한 호흡과 여백에 대한 탐구는 더 깊고 넓어졌다. 편안하고 평이하게 읽히지만 수수께끼와도 같은 압축된 시어와 그에 담긴 철학적 깊이는 자꾸만 읽어 지나온 뒤편을 돌아보게 한다. 처음에는 글을 읽고 단어를 읽지만 두 번 읽을 때엔 구두점이 보이고 그 점이 맺고 푸는 여백이 보인다. 그의 시를 읽으며 독자들은 그가 마련한 무한한 여백에 감도는 바람을, 그것이 불어온 저 너머를 꿈꾸게 될 것만 같다.
꿈인 줄 알고 누워 있으니
여름인 줄 알고 강아지가 온다
강아지인 줄 알고 눈을 뜨니
눈인 줄 알고 발을 밟는다
풀인가 하여 저녁을 보니
서둘러 꽃인가 하여 드러눕는다.
아득한 시간이어서 주워서
독서해보니 지나가버렸다...
―「이미지」 전문
프랑스에서 언어학을 전공한 임선기 시인은 말이 합성되고 파생될 때 전광석화처럼 일어나는 의미의 술래잡기를 계속하며 말의 해변에서 쓸려나가는 모래 같은 언어들을 줍는다. 리듬과 호흡을 화두로 삼고 발전시켜온 그이기에 이번 시집에서 사용되는 다양한 구두점의 의미 역시 특별한 이유가 있다. 각기 다른 모양과 높낮이를 가진 구두점들은 마치 음표처럼 작동해 시를 읽는 호흡에 개입하고 의미의 자리를 만드는 시어가 된다.
시인은 어제가 오늘을 비추고 있는(「이태원에서」) 이번 시집에서 물의 마을을 찾아가며 거처가 없는 꿈을, 나무에서 나무까지, 나무에서 배경까지 이어지는 투명보다 더 투명한 투명을 이야기한다(「베른」). 검은 적도 푸른 적도 없는 밤의 그곳에서는 고요도 네 어깨에 묻어 있고(「풍경(風景)」) 흰 꽃잎은 눈물로 투명해진다(「산하엽」). 따라갈 수 없어서 보낼 수도 없는 밤은 “수북하다/홀로”(「밤이 간다」).
표지 그림은 하이경 작가의 <을왕리>를 사용했다. “우리는 만나지 못하더라도/ 슬퍼하지 말자”(「을왕리 詩」 『항구에 내리는 겨울 소식』) 했던 그이기에 더 특별한 만남이기도 하다.
구매가격 : 9,800 원
영원한 인연-나종혁 시집
도서정보 : 나종혁 | 2020-05-18 | PDF파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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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인의 두 번째 시집으로, 충청도 설화를 바탕으로 한 설화시, 우리말 시들이 담겨 있다. 커피, 카페, 바나나, 아파트, 신문, 책 등을 소재로 한 현대시들이 돋보인다.
구매가격 : 7,000 원
결국 삭이겠지 또 삼키겠지
도서정보 : 김선영 | 2020-05-18 | PDF파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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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의 첫 책의 제목은 "결국 삭이겠지, 또 삼키겠지." (줄여서 결삭또)라고 지었습니다.
이 책은 스무 살부터 지금까지, 제가 여기저기에 끄적거리고 찍었던 글과 사진들을 한 데 모은 에세이입니다. 목차로는 다음과 같습니다. 제1막은 날것의 감정이라고 적었으며, 20대 초반의 감정들을 옮겼습니다. 중,후반 보다는 양이 적은데, 그 이유는 너무 날것의 감정이라 순화시킬 수 없는 것들은 과감히 삭제했기 때문입니다. 제2막은 20 대 중반의 감정들로, 초반보다는 표현력과 느끼는 부분이 순화되었다고 생각하여 목차의 이름을 순화의 감정이라고 정했습니다. 제3막이 아닌 마지막이라고 표현한 성숙의 감정은 20대 후반, 즉 현재까지의 감정들을 적었습니다.
지금도 진행 중인 감정들이라 끝을 맺을 수가 없기에 198번째에서 감정을 마무리하였습니다.
구매가격 : 9,500 원
여름의 사계절
도서정보 : 최다연 | 2020-05-15 | PDF파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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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억이 있는 사람은 글쓰기를 멈출 수가 없다. 캄보디아에서의 천일, 그 시간들을 떠올리며 쓴 몇 편의 시와 어느새 중년이 된 나의 일상 이야기…
이주민들과 함께 만든 "계절의 다섯 가지 색"이라는 시집 중 캄보디아 중심의 내 이야기를 '여름의 사계절'이라는 이름으로 세상에 선보인다
구매가격 : 2,000 원
우리, 먹으면서 얘기해요
도서정보 : 성수선 | 2020-05-15 | EPUB파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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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때로는 개점휴업을 할 때도 있어야 합니다.”
더 열심히 노력하라는 말이 아닌, 남같이 해서는 남보다 앞설 수 없다는 질책이 아닌, 늘 자신을 단련하고 개발하라는 충고가 아닌, 때로는 ‘개점휴업’을 하라는 말. 이래도 저래도 안 될 때는 쉬라는 말, 하지만 그만두지는 말라는 말, 쉬어도 길 위에서 쉬라는 말. 직장 생활을 하며 들어본 수많은 조언 중에 가장 진심 어린 말이었다. 강의 중간이었는데 나도 모르게 박수를 쳤다. 나만 감동한 게 아니었는지 여러 명이 따라서 박수를 쳤고, 그녀는 그날 강의 중간에 박수 세례를 받은 유일한 강사였다.
_23쪽, <물 안 들어올 때는 놀아라> 중에서
누군가가 다정하게 이름을 불러줄 때, 사랑하는 사람이 나지막한 목소리로 이름을 불러줄 때, 우리는 사랑받고 있음을 느낀다. 그리고 자신의 이름을 사랑하게 된다. 그 이름을 가진 나라는 존재도 사랑하게 된다. 어쩌면 자존감의 시작은 자신의 이름을 사랑하는 일부터인지도 모른다. 어렸을 때는 툭하면 ‘구두 수선’, ‘어수선’이라고 놀림 받는 내 이름이 싫었다. 어른이 되면 무난하고 튀지 않는 이름으로 바꾸고 싶다는 생각도 했다. 하지만 지금의 나는 처음 만난 누군가에게 이렇게 인사할 때가 참 좋다.
“안녕하세요, 성수선입니다.”
_31쪽, <이름을 불러주세요> 중에서
나이가 들면서 생긴 변화 중 하나가 ‘절대’, ‘결코’, ‘영원히’라는 말들을 어렸을 때처럼 쉽게 쓰지 않는다는 것이다. 잘 알지도 못하면서 누군가의 삶을 단정하거나 함부로 말하는 것을 조심하게 되었다. 모든 사람에게는 사연이 있고, 눈에 보이는 모든 현상에는 이면이 있으므로. 그 과정에서 내게 가장 큰 깨달음을 준 건 수많은 소설이다. 사람을 이해하는 데 소설만큼 좋은 게 없다.
_106쪽, <아무것도 해줄 게 없어서> 중에서
오래전에 엉뚱하기로 유명했던 남자 선배가 이런 질문을 했다.
“회사 여자 화장실에는 사물함이 있다며? 그거 열쇠로 잠그고 다니는 거야?”
잠그고 다니는 사람은 없다고 하자 그 선배가 어깨를 으쓱하며 말했다.
“그런데 다들 칫솔을 사물함에 두고 다니는 거야? 뭘 믿고? 나를 싫어하는 누군가가 내 칫솔로 변기를 닦았으면 어쩌려고?”
워낙 엉뚱한 선배였기에 그냥 웃고 말았지만, 영화나 드라마에서 소심한 복수를 볼 때마다 이런 생각을 하게 된다. 오늘 하루 누군가에게 상처를 주지는 않았는지, 내 생각 없는 말 한마디가 누군가를 아프게 하지는 않았는지. 내가 복수하고 싶은 사람이 있다면, 내게 복수하고 싶은 사람도 있을 수 있다는 걸 대부분의 사람들은 알지 못한다. 어쩌면 나도, 당신도, 누군가가 뱉은 침이 들어 있는 커피를 마셔 봤을지 모를 일이다. 지구는 둥글고, 상처는 되돌아온다.
_132쪽, <상처는 되돌아온다> 중에서
몸이나 마음이 허할 때, 우리에겐 가끔 진한 고깃국물이 필요하다. 그리고 고깃국물을 처방해 주거나 사줄 친구가 필요하다. 힘없는 손에 수저를 쥐여 주며 어서 먹으라고 말해줄 누군가가. 식당의 매출고가 객당 단가와 좌석 회전율로 결정된다면 행복한 인생은 좋은 친구들과 좋은 만남의 선순환으로 만들어지는 것 같다. 요즘 부쩍 지치고 힘없는 친구에게 고깃국물을 사주자. 당신도 누군가의 명의가 될 수 있다.
_207쪽, <명의의 처방> 중에서
미슐랭 별을 3년 연속 받은 레스토랑이라고 하면 인테리어가 화려하고 럭셔리할 거라고 짐작하는 사람이 많을 텐데, 진진의 인테리어는 꽤나 소박하다. 원가를 절감해서 호텔 수준의 음식을 대중적인 가격으로 판매하는 것이 진진의 경영철학이기 때문이다. 인테리어, 메뉴, 가격 그 어디에도 거품은 없다. 천장에 휘황찬란한 샹들리에를 달거나 리노베이션 공사를 하는 대신 왕육성 사부는 이렇게 말한다.
“최고의 인테리어는 좋은 손님입니다.”
_246쪽, <내 인생의 스승> 중에서
잘되는 식당에 가면 자주 느끼는 건데, 마케팅을 전문적으로 배우지 않고도 그저 열심히, 정성을 다해 꾸준히 해온 일들이 마케팅 성공 사례가 되어 책에도 나오고 널리 알려지는 경우가 많다. 모르고 했는데 알고 보니 그게 마케팅의 정석인 경우도 많다. 서귀포 올레시장 안의 작은 횟집이 스마트폰도 보급되기 전에 SNS 마케팅을 미리 알고 준비했을 리 없다. 그저 손님들이 좋아해서 힘들어도 꽁치 뼈 발라가며 하다 보니 이런 성공을 거두게 된 것이다. 꽁치김밥을 먹고 나오며 “잘 먹었습니다”라는 말 대신 나도 모르게 이렇게 인사했다.
“많이 배우고 갑니다.”
_296쪽, <꽁치김밥에서 배우는 마케팅> 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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