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리운 징검다리 : 백인자 시집
도서정보 : 백인자 | 2020-04-10 | EPUB파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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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천 출신 백인자 시인이 등단 5년 만에 첫 번째 시집인 <그리운 징검다리>를 발간하였다.
가족 사람 자연을 소재로 한 96편의 시편을 수록한 이번 시집은 ‘봄볕’같이 따사로운 마음으로 세상을 온온하게 데워주는, 원숙한 노년의 시인이 들려주는 향기로운 이야기 시 모음이다.
손자 딸 며늘아기 엄마 등 소중한 가족과의 소소한 일상의 행복, 나아가 큰일 당한 이웃이나 무료급식소 사람들, 전쟁미망인 같은 가난한 곳에 서 있는 이름 모를 사람들에 대한 ‘바닷물’ 같은 사랑과 연민을 보여주는 시편, 대왕바위 간월암 희양산 같은 장소와 그림자 태풍 구름 딱따구리 등의 자연물이 들려주는 관조의 속삭임을 담은 시편, 능소화 노루귀꽃 베고니아 돌나물꽃 등 꽃의 생명성을 다룬 시편 등이 있는데 전편의 시가 안온하게 읽히면서도 은은한 감동을 주고 있다.
“참된 마음이 깃든 시, 삶에서 우러나온 진정성 있는 진솔한 시로 세상을 향기롭게 하는 일에 보탬이 되고 싶다.”는 시인의 다짐처럼 시집 <그리운 징검다리>는 읽는 이의 가슴에 봉숭아꽃물처럼 곱게 스며든다.
구매가격 : 7,000 원
아들아! 너는…
도서정보 : 정병갑 | 2020-04-10 | PDF파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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힘들고 어려운 시기에 태어나서 여러 가지를 포기하면서 이 땅을 살아가는 20대 젊은이들이 이 책을 통해서 지혜를 배우고 삶의 철학을 깨달을 수 있기를 바라는 아버지의 마음으로 책을 쓰게 되었다. 아들이 미국에 유학 중이었기때문에 아들과 함께한 추억이 많지 않은 현실에서 30년간 대학생들을 가르치면서 터득한 know-how를 아들에게도 전해주고 싶었고 아버지의 진심과 진솔한 마음을 책에 담으려고 하였다. 20대 젊은 청년의 때에 무엇을 배우며 어떠한 가치관을 가지고 살아야 하는지, 열정 가득한 청년의 삶이 어떠해야 하는지를 성경을 통해서 배우고 깨닫기 바라는 마음으로 이 책을 쓰게 되었다.
아들에게 쓰는 편지 형식을 통하여 책을 읽는 독자의 아버지가 자신에게 전해주는 느낌을 가지도록 집필하므로 아버지의 가르침과 경험을 배우고 있다고 느낄 수 있도록 하였다.
구매가격 : 9,000 원
킬트, 그리고 퀼트 (문학동네시인선 131)
도서정보 : 주민현 | 2020-04-10 | EPUB파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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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울어진 채로 걸어가는 이 길은 흔들리고
나는 이렇게 이마에 멍이 드는 시간이 좋아”
-그리고 하나의 말을 던질 수 있다면 ‘미래의 여자들은 강하다’라고 할 거야
“세계를 바라보는 시선에 역동성이 있고 의욕이 넘친다”는 평을 받으며 2017년 한국경제 신춘문예로 등단한 주민현 시인의 첫 시집을 선보인다. 페미니즘 리부트 이후 “역사는 이야기하고자 하는 욕망이 가장 강한 자의 것이므로, 이제 문학의 역사는 지금 말하는 당신들의 것이 될 것”(문학평론가 강지희, 「이 밤이 영원히 밤일 수는 없을 것이다」 『문학동네』 2016년 겨울호)이라 여기며 새로운 목소리를 기다려온 이들에게 반가운 소식일 것이 분명한 시집. 오래 겪고 오래 응시한 자만이 가질 수 있는 언어로 정치하게 꾹꾹 눌러쓴 55편의 시를 4부-1부 우리는 계속 사람인 척한다, 2부 이곳의 이웃들은 밤잠이 없는 것 같아, 3부 코를 고는 사람을 코만 남은 것처럼, 4부 사랑은 있겠지, 쥐들이 사는 창문에도-로 나눠 담았다. 생명이라고 다 같은 생명이 아니고, 인간이라고 다 같은 인간이 아니며, 여성이라고 다 같은 여성이 아님을, 부러 이목을 집중시키는 큰 목소리 하나 내지 않고 치열하고 올곧게 쓰는 그다. 이소연?이서하 시인, 전영규 평론가와 함께 창작동인 ‘켬’을 꾸렸으며 ‘켬’에서는 에코페미니즘을 기조 삼아 입장료 대신 쓰레기를 받아 진행한 ‘쓰레기 낭독회’ 등을 통해 독자와 함께 새로운 방식의 시 쓰기, 시 읽기 활동을 이어가고 있다.
표제 ‘킬트, 그리고 퀼트’는 수록작 「킬트의 시대」의 시구에서 따왔다. 비슷한 듯 다른 2음절 단어 둘과 그 연결이 주민현 시인의 시세계를 잘 드러낸다. ‘킬트’는 스코틀랜드의 남성이 전통적으로 착용하는 치마이며, ‘퀼트’는 천과 천 사이에 심이나 솜을 넣고 기워 무늬를 두드러지게 하는 기법 혹은 그렇게 박음질한 천을 일컫는다. 「킬트의 시대」의 화자는 치마를 입고 스코틀랜드 어느 광장에서 킬트 차림의 남자들과 춤을 춘다. 치마가 넓게 퍼지며 돌고 그것이 만들어내는 새로운 무늬가 시야에 들어오는데, 그렇게 ‘돌면서’ 화자는 자신에게 ‘돌았니’ 하고 묻던 사람, 조용히 하라고 하던 사람들을 떠올린다. “치마를 입고 상스럽게 앉은 어느 날의 일이었”다. “치마를 입고 함께 춤을 춘다고 해서/ 우리의 성이 같아지는 건 아니지만” 그 광장에서 그와 ‘나’는 “모호하게 기워져 있”다. “깁다, 라는 것은 깊다는 것과 별 관계”는 없지만, “허리나 엉덩이 주변을 감싸는 천/ 또는 그런 손에 대하여” 복고풍 치마를 입은 ‘나’는 타탄무늬 킬트 차림의 그와 함께 춤을 추며 생각에 잠긴다.
「킬트의 시대」가 치마를 입고 함께 춤추는 다른 두 성(性)을 보여준다면, 「철새와 엽총」은 같은 음식을 먹으며 티브이를 보고 있는 두 여성을 내세운다.
오늘은 나의 이란인 친구와
나란히 앉아 할랄푸드를 먹는다
그녀는 히잡을 두르고 있고
나는 반바지 위에 긴 치마를 입고
우리는 함께 앉아서 텔레비전을 본다
(…)
오늘 친구와 나는 나란히 앉아 피를 흘리고
우리는 가슴이 있어서 여자라 불린다
마치 생각이 없다는 것처럼
그녀는 검은 히잡을 두르고 있고
철새를 사냥하듯이 총을 들고 숲을 뒤졌다고 했다
그녀의 친구가 옆집 남자와 웃으며 대화했다는 이유로
(…)
그녀의 히잡은 검고
내 치마는 희고
우리는 나란히 앉아
이 세계에 허락된 음식을 먹는다
_「철새와 엽총」에서
‘나’와 나의 ‘이란인 친구’는 “나란히 앉아 피를 흘리고” “가슴이 있어서 여자라 불린다”. ‘우리’는 둘 다 여성이지만, 남편 아닌 남자와 이야기했다는 이유로 살해당할 수도 있는 건 친구이지 ‘나’가 아니다. 친구 역시 그 이야기를 할 수 있는 비교적 안전한 상황에 ‘나’와 함께 있는 것으로 보이므로, 친구와 친구의 다른 친구들 역시 같은 상황이라 할 수 없으리라.
김상혁 시인이 발문에서 지적한 바, 주민현 시인은 주체와 타자를 한 프레임 안에 ‘더블’로 놓으며 두 존재의 연대의식을 그리는 동시에 둘의 차이를 드러내는 데까지 골몰해 나아간다. “그렇게 다르면서도 그들은 같다. 아니, 둘이 그토록 다르기에 그들은 오히려 같음을 주장할 수 있다. 서로 그토록 다름에도 불구하고 (…) 둘은 오직 여성이라는 이유만으로 똑같이 위태롭다. (…) 주민현의 주체는 남성이 여성에게 심어둔 찢긴 자아와 ‘운집/분열’ ‘동등/위계’ ‘갱신/왜곡’ 등의 요소로 대응하면서, 전혀 폭력적이지 않은 ‘둘’, 권력 차이 없이 같은 공간에 존재할 수 있는 ‘둘’이 가능함을 보여준다.”(김상혁, 발문 「우리는 하지, 돌이켜 하지」에서)
주민현 시인의 시 속 여성들은 능동적으로 대처하거나 분노하거나 복수하지 않는다. 광기 어린 시어들로 억압해왔던 것들을 낱낱이 표출하거나 칼을 들고 맞서지 않는다. 그는 이란인 친구와 함께 할랄푸드를 먹고 나란히 앉아 티브이를 보며 그의 이야기를 들어주는 쪽이다. 감시와 위계가 없는 교감을 통해서만이 회복될 수 있는 관계를 응시하는 쪽이다.
눈을 감고 걸어도 암흑과 지팡이의 세계를
이해할 수 있는 건 아니지만
기울어진 채로 걸어가는 이 길은 흔들리고
나는 이렇게 이마에 멍이 드는 시간이 좋아
_「이미 시작된 영화」에서
네가 신이라면 새들에겐 그림자
인간에겐 견딜 만한 추위와 허기를 주고
그들의 기쁨과 슬픔을 공깃돌처럼 가지고 놀겠지
나는 구멍난 공깃돌에서 흐르는
작은 슬픔을 엿보네
_「네가 신이라면」에서
이렇듯 기울어진 채 걷고, 작은 슬픔을 엿보는 시인. 그의 이마에 얼마간 더 멍이 들지라도, 쉬이 규정할 수 없는 자기만의 윤리로 기워갈 존재와 세계가, 그로부터 끊임없이 갱신되고 또한 확장될 그 존재와 세계가 벌써부터 기대된다.
■ 시인의 말
문을 열고 나오면 언제나 두 개의 길이 있다
하나는 교외의 해변으로 통하는 길, 하나는 작은 성당과 식료품점을 지나
도시로 가는 길;
놀러온 꼬마들은 신발을 벗어둔 채 해변으로 가고
동네 사람들은 반대의 길을 간다
2020년 3월
주민현
구매가격 : 7,000 원
모월모일
도서정보 : 박연준 | 2020-04-10 | EPUB파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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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삶이 1퍼센트의 찬란과 99퍼센트의 평범으로 이루어진 거라면,
나는 99퍼센트의 평범을 사랑하기로 했다.”
잊어버려서 잃어버린 것들로 가득한 날들
박연준 시인이 발견한 모월모일의 특별한 평범함
눈에 보이지도, 손에 잡히지도 않는 바이러스와의 전쟁으로 일상이 한순간에 달라졌다. 타인과의 접촉은 물론이고, 가급적 말도 섞지 않는 것이 예의인 요즘, 마스크와 에탄올 소독제가 생활의 필수품이 되었고 사람들은 가능한 한 외출하지 않는 것으로 자신을 보호하고 있다. 잠깐 집앞 카페에 들러 커피 한 잔을 사는 지극히 사소한 일상마저 이전과는 전혀 다른 것이 되었다.
평범한 일상이 그 어느 때보다 특별하게 느껴지는 때에 박연준 시인의 산문집 『모월모일』을 펴낸다. 끔찍한 날도 좋은 날도, 찬란한 날도 울적한 날도, 특별한 날도 평범한 날도 모두 ‘모월모일’이 아닐지. “빛나고 싶은 적 많았으나 빛나지 못한 순간들, 그 시간에 깃든 범상한 일들과 마음의 무늬”가 시인 특유의 깊고 섬세한 관찰을 통해 새로이 발굴된다.
시집 『속눈썹이 지르는 비명』 『아버지는 나를 처제, 하고 불렀다』 『베누스 푸디카』 『밤, 비, 뱀』과 산문집 『소란』 『밤은 길고, 괴롭습니다』 『인생은 이상하게 흐른다』 등으로 탄탄한 작품세계를 구축해온 박연준 시인. 그의 네번째 산문집 『모월모일』은 지금껏 그가 써온 작품 가운데 가장 평범하고 친근한 일상을 소재 삼았다. ‘겨울 고양이’ ‘하루치 봄’ ‘여름비’ ‘오래된 가을’ 총 네 개의 부로 구성된 것에서 알 수 있듯 계절감이 도드라지는 글이 많으며, 그 계절에만 포착되는 풍경과 소리, 맛과 감정들이 읽는 이의 감각을 활짝 열게 한다. 또한 순환하는 계절이 소환하는 과거의 기억과 그것을 바라보는 지금의 ‘나’ 사이의 간극에서 생겨나는 가만한 통찰과 그것을 감싼 경쾌하고 리드미컬한 문장이 절묘한 감동으로 밀려온다. “우리에게 주어진 모든 날은 작고 가볍고 공평하다. 해와 달이 하나씩 있고, 내가 나로 오롯이 서 있는 하루”가 있다. 거기서 모든 특별함이 시작된다. “매일 뜨는 달이 밤의 특별함이듯.”(‘서문’에서)
서문을 지나 만나는 첫번째 글에서 우리는 겨울밤, 얼려놓은 곶감을 종지에 담아 녹을 때까지 기다리는 ‘나’를 만난다. 가만히 앉아 고요한 그 시간을 그대로 누리며 낮에 ‘당신’과 나눈 짧은 대화를 떠올린다. 겨울에 나무들이 잎을 다 떨구고 회초리처럼 서 있는 게 나무들로선 겨울을 지나기 위해 할 수 있는 최선일 거라던 당신의 말. 나무의 태만이라 섣불리 여기고 말았던 것이 최대한 고요해지고자 최선을 다하는 일일 수 있다니, 곰곰 생각에 잠기는 겨울밤. 가만히 그 옆에 앉아 함께 골몰하고 싶어진다.
겨울밤은 야박하지 않다. 길고 길다. 먼 데서 오는 손님처럼 아침은 아직 소식이 없을 것 같으니, 느릿느릿 딴생각을 불러오기에 알맞다. 곶감이 녹으려면 더 있어야 한다. 그런데 누가, 감을 말릴 생각을 했을까? 말린 감은 웅크린 감처럼 보인다. 누구에게나 웅크릴 시간이 필요하다. 병든 자의 병도 잠든 자의 잠도 자라는 자의 성장도 비밀이 많은 자의 비밀도 겨울밤을 빌어 웅크리다가, 더 깊어질 것이다._14쪽, 「밤이 하도 깊어」에서
어느 날은 카페에서 책을 읽다가 ‘일곱 살의 나’를 내 앞에 앉혀두는 이야기를 만나기도 한다. “일곱 살의 나는 조그맣고 딱딱한, 붉은 간처럼 생긴 슬픔을 손바닥에 올려놓”은 채 그것이 아직도 붉고 싱싱하다고 말한다. 내가 할 수 있는 건 카페에서 고개를 숙인 채 앉아 우는 것. “잠잠해지도록, 슬픔을 달래”기 위해. “그도 나이고, 나도 그이”기에.(「조그맣고 딱딱한, 붉은 간처럼 생긴 슬픔」) 불시에 습격하는 건 음악도 못지않다. 대학 시절 친구와 반지하방에 앉아 문학에 대해 이야기 나누고 서로의 창작시를 비평하며 자주 다투고 치열했던 기억을 불러온 건 조용필의 노래 이다.
그 작은 방에서, 우리는 스물셋이었다. 벽에 기대앉아 목이 터져라 부르던 노래가 다. (…) 그때 우리는 우리가 청춘의 한복판에 있음을 몰랐다. 우리는 얼마나 뾰족하고 빛났던가. 청춘은 별안간 끝난다. (…) 그게 누구의 봄이든 봄날은 간다. 그리고 이따금 노래에 실려, 돌아온다._95~97쪽, 「조용필과 위대한 청춘」에서
읽는 이의 마음을 특히 충만하게 하는 것은 ‘난 지금의 내가 마음에 들어!’ 하고 스스로를 받아들이고 아끼는 대목들일 것이다. 남편과 다툰 뒤 감정에 휘말려 일상을 내팽개치지 않고 할 일을 잘 마친 뒤 짐을 싸 홀로 여행을 떠날 수 있는 나, 낯선 도시를 혼자 걷고 현재를 부정하지 않고 그대로 바라볼 줄 알게 된 나에 대한 긍정. 그 여유가 나와 타인의 관계 또한 건강하게 하리라.
둘이 되지 못해 안달인 시간이 있는가 하면 혼자이지 못해 누추해지는 시간도 있다. 인간에겐 햇빛, 음식, 타인의 사랑만큼이나 ‘혼자인 시간’ 역시 필요한 법. 지금 당신도 멀리서, 나처럼 혼자일 거라 생각하니 그조차 마음에 들었다. 아무리 좋아도 오래 붙어 있다보면 종종 상대의 빛을 보지 못한다. 혼자일 때 빛날 수 있어야 한다. 다시 둘이 될 때, 내 빛남으로 당신을 돌볼 수 있도록. 그 반대가 되어선 곤란하다._73쪽, 「호락호락하지 않은 발전」에서
‘안마기’를 ‘당나귀’로 알아듣고, 생선가게에서 ‘얼지 않은 동태’를 찾기도 하고, 벚꽃 흩날리는 풍경 앞에서 ‘장관’ 대신 ‘가관’을 외치기도 하지만 그런 스스로가 재미있어서 좋다고 말하는 박연준 시인. 그는 “이제 겨우 말할 수 있다. 나는 나를 좋아한다. 이걸 깨닫는 데 사십 년이나 걸리다니! 당신이 나보다는 좀더 빨리, 자신을 좋아했으면 좋겠다. 자신을 좋아하면서 아닌 척 딴청을 피우는 시간, 스스로를 괴롭히는 시간을 멀리 내다버렸으면 좋겠다”(‘서문’에서)며 자신의 좌충우돌과 시행착오를 진솔하고 유머러스하게 고백한다.
작가는 산문집을 엮는 동안 내내 ‘모과’를 생각했다고 한다. 딱히 예쁘다고 하기엔 조금 모자란 울퉁불퉁한 과일. 향을 맡고, 손에 쥐어보고, 무게도 가늠해보고, 모과 한 알로 무얼 할 수 있을지 고민해볼 수도 있을 테고, 아무것도 하지 않은 채 그저 두고 보기만 할 수도 있을 터이다. 그런 모과 한 알이 평범한 하루와 닮았을지도 모르겠다. ‘모월모일의 모과’ 같은 오십 편의 글이 쉽지 않은 매일을 보내고 있을 독자들에게 기분좋은 위로가 되리라 기대한다.
표지에 쓴 사진은 구본창 사진작가의 ‘비누’ 연작 가운데 하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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꼼지락 꼼지락 치악 사랑
도서정보 : 김동철 | 2020-04-09 | PDF파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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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인의 말 중>>
햇볕을 가리고 싶을 때
그려지는 한 편의 그림 같은 시
청춘도
세월도 가고
인생도 늙어가니
절망과 좌절이 너무 아픕니다
끓는 피
불타는 정열
생명선을 변화시키는 희망
한 편의 단백한 시
한 편의 그림 같은 시
생명은 끊임없이 태어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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끝없는 강물이 흐르네 (우리나라 좋은 시 모음 50)
도서정보 : 김영랑 윤동주 권태응 이육사 정지용 | 2020-04-08 | EPUB파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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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시 참회록의 윤동주 시인 감자꽃의 권태응 시인 청포도의 이육사 시인 향수의 정지용 시인 진달래꽃의 김소월 시인 님의 침묵의 한용운 시인 선생님들의 주옥같은 시들을 모았습니다.
구매가격 : 500 원
꿈 찾아가는 길 : 최성규 수필집
도서정보 : 최성규 | 2020-04-08 | PDF파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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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전거 라이더이며 시민운동가, 베스트셀러 작가이자 파워블로거 공인중개사이기도 한 최성규 수필가의 첫 번째 수필집 <꿈 찾아가는 길>.
이 책은 12여년을 자전거로 출퇴근하며 전국 자전거 종주길 그랜드슬램을 달성할 정도로 자전거 타기에 도통한(?) 작가의 자전거를 소재로 한, 감성적이면서도 역동적인 삶의 이야기인 수필 111편을 담고 있다. 자전거 바퀴를 구르듯 인생길을 지나오며 만났던 자연 사물 사람들, 일상의 사유를 담은 수필 편을 묶은 1, 2부, 백두대간과 낙동정맥을 단독 종주하고 기록한 산행수필 편인 3부, 작가가 그간 직접 찍은 사진과 함께 자신의 블로그에 올려왔던 재미있는 운문 글과 짧은 수필을 엮은 4, 5부 등 책장을 넘길 때마다 우리 마음과 눈을 따뜻하고 편안하게 해주는 다양한 작품들을 만날 수 있다.
자전거를 타며 온몸으로 만났던 자연이 가르쳐준 아름다운 감성과 넉넉한 사유가, 아름다운 길과 낯선 도시를 달리며 가득 채운 꿈과 용기가, 지금 고난의 벼랑 끝에 선 꿈을 잃어버린 이들에게 작은 치유의 힘이 되기를 바라는 작가의 희망찬 메시지가 뜨겁다.
구매가격 : 10,500 원
꿈이 이뤄지는 집의 비밀
도서정보 : 인소영 | 2020-04-08 | EPUB파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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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3년 LH와 여성동아 공동주최 이야기가 있는 집 에세이 공모전 수상했던 작품입니다. 아빠없이 홀로 세자매를 키운 엄마의 사랑이 판잣집과 다세대 주택을 꿈이 이루어지는 공간으로 만들었습니다. 액세서리 노점상을 하면서 추운겨울 감기몸살로 아파도 매일 광명중앙시장 근처의 노점상을 펼쳐놓고 장사를 하시며 어렵게 세자매를 눈물로 키워낸 이야기가 가슴뭉클하게 감동적으로 펼쳐집니다. 경제적 지원없이 홀로 키운 엄마의 가슴 따뜻하면서도 아린 모성애의 절절함을 느끼며 80년대 감성과 분위기와 정서 그 시절의 문화를 고스란히 느낄 수 있으실 겁니다.
구매가격 : 2,800 원
라오스에 대체 뭐가 있는데요?
도서정보 : 무라카미 하루키 | 2020-04-08 | EPUB파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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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하는 작가’ 무라카미 하루키의 최신 에세이. 때로는 타지 생활의 애환과 향수를 담담하게 그려내고, 때로는 유쾌한 식도락과 모험담을 생생하게 전달하는 그의 여행기는 소설 못지않게 많은 독자들의 사랑을 받아왔다. 젊은 시절부터 해외 체류가 잦았던 작가에게 여행이란 일상의 연장이자 창작활동의 귀중한 토대가 되기도 했다. 여행 에세이로는 근 십 년 만에 선보이는 이번 신간에서는 신비로운 종교의 도시 라오스 루앙프라방, 장편소설 『노르웨이의 숲』이 탄생한 그리스의 섬, 와인의 성지 토스카나, 미식가들의 새로운 낙원 포틀랜드, 광활한 자연 속의 여유를 즐길 수 있는 핀란드와 아이슬란드, 재즈 선율이 가득한 뉴욕의 밤과 근대문학의 흔적을 간직한 일본 구마모토까지, 전 세계의 매혹적인 여행지에 대한 하루키식 리뷰를 만나볼 수 있다.
아이슬란드, 핀란드, 이탈리아, 그리스, 미국……
하루키 씨, 그곳에 대체 뭐가 있는데요?
이 책의 제목인 ‘라오스에 대체 뭐가 있는데요?’는 본문에도 썼듯이, 경유지인 하노이에서 만난 한 베트남 사람이 라오스로 향하는 내게 했던 질문입니다. 베트남에는 없고 라오스에 있는 것이 대체 뭐냐고 말이죠. 그 질문에 나도 한순간 말문이 막혔습니다. 그러고 보니 정말로 라오스에 뭐가 있다는 걸까? 그런데 막상 가보니 라오스에는 라오스에만 있는 것이 있었습니다. 당연한 소리죠. 여행이란 그런 겁니다. 그곳에 무엇이 있는지 이미 알고 있다면, 아무도 굳이 시간과 노력을 들여 여행을 가진 않을 겁니다. 몇 번 가본 곳이라도 갈 때마다 ‘오오, 이런 게 있었다니!’ 하는 놀라움을 느끼기 마련입니다. 그것이 바로 여행입니다. _「후기」
『라오스에 대체 뭐가 있는데요?』에는 1995년부터 2015년까지 무라카미 하루키가 세계 곳곳을 여행하며 잡지에 기고한 에세이 열 편이 실려 있다. 그중 표제작 격인 「거대한 메콩 강가에서」를 비롯한 일곱 편이 일본항공(JAL)에서 발행하는 『아고라』에 연재되었는데, 당시 하루키는 단행본으로 묶기 위한 긴 버전의 글을 따로 써두었다고 한다. 매체의 특성 때문인지 이 책에서 그는 섬세한 관찰력으로 여행지의 특성과 문화를 꼼꼼하게 기록함은 물론 상당히 친절한 여행 가이드의 역할도 겸한다. 신구가 공존하는 핫 플레이스 포틀랜드와 뉴욕에서는 도시의 역사를 알기 쉽게 설명하며 각각의 여행 목적에 맞는 레스토랑과 클럽을 추천해주고, 장맛비에도 꿋꿋하게 구마모토의 관광 명소를 돌면서 착실한 리뷰를 남기고, “자동차 탱크가 텅텅 빈 채 무인 주유소 펌프 앞에서 망연자실해 있는” 돌발 상황에도 ‘아이슬란드 주유소는 무인 시스템이니 미리 기름 넣는 법을 알아가는 게 좋다’는 팁을 잊지 않고 덧붙인다. 아내 무라카미 요코가 직접 찍은 사진을 포함, 모두 스물다섯 장의 사진을 곁들였다.
“여행지에서 모든 일이 잘 풀리면 그것은 여행이 아니다.”
프로 여행자 겸 소설가가 이국의 풍경에서 엮어낸 인생의 가이드북
무라카미 하루키의 에세이를 읽는 즐거움이라면 역시 대중매체에 자주 등장하지 않는 그의 평소 생활과 인간적인 면모를 엿볼 수 있다는 점일 것이다. 여행지에서도 일상의 리듬을 잃지 않는 그는 보스턴에서 스타벅스 대신 던킨 도너츠에 가서 모닝커피를 마시고, 핀란드 출판사 직원들과의 식사 자리에서 전 세계적으로 책 판매량이 줄어드는 현실을 걱정하며, 애교 많은 그리스의 길고양이에 푹 빠져 한나절을 보낸다. 하루키 자신을 비롯한 아마추어 러너들의 축제인 보스턴 마라톤, 삼십대 후반의 어느 날 ‘먼 북소리’에 이끌려 떠났던 그리스 미코노스 섬, 재즈 마니아라면 누구나 방문을 꿈꾸는 뉴욕의 전설적인 재즈 클럽 ‘빌리지 뱅가드’ 등, 예전 작품들을 통해 독자들에게도 익숙한 장소들이 다시 등장해 반가움을 더한다.
1980년대부터 여행기, 혹은 해외 체류기로 분류되는 작품을 꾸준히 발표해온 그는 ‘이 여행에 대해 글을 써야 한다’는 의무감에서 벗어나고 싶어 언젠가부터 별로 여행기를 쓰지 않게 되었다고 한다. 한 권 분량의 글이 모이는 데 이렇게 오랜 기간이 걸린 것도 그 때문이다. “한데 모은 글을 새삼 다시 읽어보자 ‘아, 다른 여행에 대한 글도 써둘 걸 그랬다’ 하고 은근히 후회가 되었습니다. (……) 그러나 이제 와서 후회해본들 소용없습니다. 다른 글도 아니고 여행기는, 여행 직후에 마음먹고 쓰지 않으면 좀처럼 그 생생함을 살릴 수 없기 때문입니다.” 그의 말처럼 여행의 기록을 생생하게 담아낸 이 책에서는 자유롭고도 느긋한 성향의 소설가가 여행자로, 또한 생활인으로 직접 보고 느낀 풍경과 사유를 만끽할 수 있다. 무라카미 하루키가 ‘기행문의 명수’로 불리는 이유를 확인하고 싶다면, 적잖은 경력의 프로 여행자인 그가 고른 지구상의 차밍 포인트가 궁금하다면 그만의 감성과 유머가 가득한 이 여정에 동참해보는 것이 어떨까.
구매가격 : 9,800 원
수리부엉이는 황혼에 날아오른다
도서정보 : 무라카미 하루키, 가와카미 미에코 | 2020-04-08 | EPUB파일
지원기기 : PC / Android / iOS
전 세계에 광범위한 독자층을 지닌 스타 작가이면서, 데뷔 당시부터 자국 문단에서는 늘 변방에 속해왔던 무라카미 하루키. 십대 시절부터 그의 작품을 읽어온 오랜 팬이자 아쿠타가와 상과 다니자키 준이치로 상을 수상한 소설가 가와카미 미에코가, 2015년에서 2017년에 걸쳐 네 차례의 길고도 심도 있는 인터뷰를 통해 그간 밝혀지지 않았던 무라카미 하루키의 내밀한 이야기들을 끄집어낸다. ‘이데아’와 ‘메타포’란 대체 무엇인가? 소설 속의 비현실적인 등장인물과 눈이 번쩍 뜨이는 비유들은 어디서 나오는가? 노벨문학상 시즌마다 쏟아지는 관심이 부담스럽지는 않은가? 첫 장부터 독자들을 끌어들이는 흡인력의 비결은? 『기사단장 죽이기』를 비롯한 장편소설 구상 과정의 에피소드부터 창작의 원천이 된 유소년기의 경험, 일상적인 작업방식, 페미니즘적 비판에 대한 생각 등, 누구나 알고 싶었지만 묻지 못했던 의문들에 대한 답을 숨김없이 펼쳐놓는다.
이보다 솔직할 수는 없다!
작품만큼 미스터리한 작가, 무라카미 하루키의 거의 모든 것
무라카미 하루키가 지금까지 인터뷰 형식으로 구성한 책으로는 옴진리교 사건을 취재한 논픽션 『언더그라운드』를 비롯해 평론가 가와이 하야오와의 대담집 『하루키, 하야오를 만나러 가다』, 지휘자 오자와 세이지를 인터뷰한 『오자와 세이지 씨와 음악을 이야기하다』 등이 있지만, 질문을 받는 인터뷰이 입장에서 장시간에 걸친 대화 내용을 단행본으로 묶어낸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평소 공식석상과 대중매체에 거의 등장하지 않아 신비주의라는 말까지 듣는 그로서는 이례적인 일이다. 원래 단발성으로 끝날 예정이었던 잡지 인터뷰가 총 네 차례로 이어지고 한 권의 책으로 완성되기까지는 인터뷰어 가와카미 미에코의 역할이 컸다. 파격적인 문체로 생생한 여성성을 그려낸 소설 『젖과 알』로 2008년 아쿠타가와 상을 수상하며 일본 문단에 신선한 충격을 던진 가와카미 미에코는 가수 출신이라는 특이한 이력에 더해 배우와 방송인으로 활발히 활동하는 엔터테이너이자 시인으로도 인정받은 작가다. 최근 한국과 일본에서 사회적 이슈로 떠오른 젠더 문제에 대해 적극적으로 발언하며 지난 5월 옥천에서 열린 정지용국제문학포럼에서는 문학작품 속 페미니즘적 관점에 대한 발제와 토론을 맡기도 했다. 십대 시절부터 무라카미 하루키의 작품을 즐겨 읽으며 독자로서, 작가로서 큰 영향을 받아왔다는 가와카미 미에코는 때로는 동경 어린 시선으로, 때로는 날카로운 지적이 담긴 질문으로 대화를 이끌어간다. 애정과 존경에 기반한 인터뷰어의 질문에 무라카미 하루키 역시 전에 없이 솔직하고 신선한 대답을 내놓으면서 소소한 일상 속 에피소드부터 소설에 대한 철학까지 폭넓게 아우르는 대담집이 완성되었다.
1장 「뛰어난 퍼커션 연주자는 가장 중요한 음을 치지 않는다」 두 사람의 첫 대담은 2015년, 글쓰기에 대한 무라카미 하루키의 소회와 철학이 담긴 에세이 『직업으로서의 소설가』가 출간된 직후 이뤄졌다. 고등학생 시절 고베에서 열린 그의 낭독회에 참석해 사인까지 받았다는 일화를 앞서 밝힌 가와카미 미에코는 최근 작품에서 드러나는 문체적 변화를 중심으로 무라카미 하루키의 작품세계를 폭넓게 훑어나간다. 등장인물을 비현실적 공간으로 이끄는 ‘벽 뚫고 나가기’, 외부에서 접한 소재를 작가의 내면에서 한번 걸러내는 ‘담갔다 건지기’ 등의 글쓰기 기술을 비롯해, 데뷔 당시 일본 문단의 상황과 현재 작가들에게 요구되는 사회적 역할에 대한 생각을 전공투 세대의 경험을 토대로 이야기한다.
2장 「지하 2층에서 일어나는 일」 2017년 출간된 장편소설 『기사단장 죽이기』의 구상 과정, 화자의 위치와 선악구도 등의 변화에 주목하며 작가 대 작가로 흥미로운 대화를 이어나간다. 작가의 이름만 보고 책을 사주는 독자와 일종의 신용관계가 형성한다는 것, 소설을 쓰고 읽기 위해 거쳐야 하는 무의식의 세계를 단독주택의 ‘지하 2층’에 비유할 수 있다는 해석이 참신하고도 알기 쉽게 와닿는다. 『기사단장 죽이기』를 읽은 사람이라면 누구나 궁금했을 법한, ‘이데아’와 ‘메타포’가 대체 무슨 뜻이냐는 질문에 대한 뜻밖의 답변도 확인할 수 있다.
3장 「잠 못 이루는 밤은 뚱뚱한 우편배달부만큼 드물다」 무라카미 하루키가 꾸준히 존경과 애착을 보여온 작가, 스콧 피츠제럴드와 레이먼드 챈들러에게서 배운 문장 쓰기와 인물 조형 방식의 핵심을 밝힌다. 읽는 이의 흥미를 유발하는 재치 있는 비유와 누구도 따라 할 수 없는 개성적인 문체가 어떻게 만들어지는지 엿볼 수 있다. 작가의 성별에 따라 문체에 대한 평가가 달라진다는 지적과 함께, 소설 속 여성 캐릭터가 너무 성적으로만 소모된다는 비판을 대변하는 가와카미 미에코의 질문이 특히 인상적이다. 나아가 그간 무라카미 하루키의 작품에 등장했던 여러 타입의 여성들을 재조명해본다.
4장 「설령 종이가 없어져도 인간은 이야기를 이어갈 것이다」 마지막 인터뷰에서는 『기사단장 죽이기』의 시간별 작업 과정을 상세히 살펴보며 전업작가로서 매일 꾸준히 글을 써나간다는 것의 의미를 논한다. 또한 출판업계에서 지니는 국제적인 영향력을 ‘무라카미 인더스트리즈’라고 표현하며 전 세계에 작품이 번역 출판되는 소감, 현실 문제에 대해 소설이 할 수 있는 역할, SNS 시대에 생각하는 이야기의 본질 등에 대해 보다 깊은 대화를 나눈다. “예전에 쓴 글은 다시 읽지 못한다”는 솔직한 발언의 이면에서, 무라카미 하루키가 사십 년 가까이 쉬지 않고 달려오며 독자적인 작품세계를 만들어온 작가임을 새삼 느낄 수 있다.
● 책 속에서
처음 준비할 때는 ‘수많은 독자를 대변한다’는 책임감 비슷한 것 때문에 이런저런 생각이 많았다. 그러다 어느 순간 ‘묻고 싶은 걸 묻고 싶은 대로 물으면 된다’는 사실을 문득 깨달았다. 그렇다, 누구도 신경쓸 것 없이, 십대 중반부터 꾸준히 읽어온 작품의 작가에게 지금의 내가 정말로 묻고 싶은 것을 마음껏 물어보면 된다. 무라카미 씨의 우물을 위에서 엿보며 이리저리 상상하는 대신 직접 우물 속으로 들어가는 것이다. 가능하다면, 무라카미 씨와 함께. _가와카미 미에코, 「시작하며」에서
“따분하고 재미없는 대답만 해서 미안합니다만, 따분하고 재미없는 질문에는 그런 대답밖에 나오지 않는 법이죠.” 어니스트 헤밍웨이는 어느 인터뷰에서 말했다. 나 역시 지금까지 작가 생활을 해오면서 적지 않은 인터뷰를 했는데, 자기도 모르게 그렇게 말하고 싶어지는 상황을 몇 번인가 경험했다(물론 예의바른 나는 입 밖으로 꺼내지 않았지만).
그러나 이번에 가와카미 미에코 씨와 총 네 번에 걸쳐 인터뷰를 하면서 그런 생각이 든 적은, 정말이지 솔직하게, 단 한 번도 없었다. 오히려 신선하고 날카로운(때로는 묘하게 절실한) 질문이 속속 날아오는 통에 무심결에 식은땀을 흘릴 때가 잦았다. 아마 독자 여러분도 이 책을 읽으며 그런 ‘끊임없는 공세’를 피부로 느끼셨으리라 생각한다. _무라카미 하루키, 「인터뷰를 마치고」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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