결혼 고발
도서정보 : 사월날씨 | 2020-01-16 | PDF파일
지원기기 : PC / Android / iOS
“오늘의 결혼은 왜 여성에게만 나쁜가?”
기막힌 가부장제에 대한 생생한 고발과 더 나은 결혼에 대한 새로운 제안
◎ 도서 소개
“아들 안색에 따라서 며느리가 미웠다가 예뻤다가 해”
“명절이 좋긴 좋네, 며느리한테 떡국도 얻어먹고.”
“아들집 놔두고 카페에 왜 가냐.”
결혼 일상에 스민 차별과 폭력에 대한 촘촘한 고발
어느 날 저자는 남편과 시부모의 대화를 듣고 그 자리에서 얼어붙는다. “며늘애가 그러라고 하디?” 결혼으로 변화된 관계 설정을 직감한 순간이었다. 그 이후에도 시부모는 주말 나들이에서 “아들집 놔두고 카페에 왜 가냐”며 불쑥 찾아와 공경을 강요하고, 명절에는 으레 며느리의 명절노동으로 자신들의 권위를 인정받으려 하는 등 결혼은 줄곧 저자를 며느리라는 이유로 곤경에 빠뜨리고 숨 막히게 만들기 일쑤였다.
저자는 며느리로서 시가의 행사를 챙기고 남편의 신변잡기 문제를 담당하는 남편의 부속품이 되길 요구받는다. 제사, 명절, 김장 등 소위 ‘시가 스타트업’이라고 불리는 시가 행사에 언제 불려갈지 몰라 전전긍긍한다. 가사노동의 일차 책임자라는 부담감에 시부모의 방문을 앞두고 집을 쓸고 닦고 치운다. 반면 남편에게는 가사노동이 아내가 시켜서 하는 일, 아내를 돕기 위해서 하는 일, 이 순간만 임시로 하는 일, 어쩌다 보면 안 할 수도 있는 일일 뿐이다. 저자가 남편에게 제공하는 돌봄노동 또한 돌려받지 못한다. 임금노동에 있어서도 “결혼했는데 왜 입사하셨어요?”라며 저자에게 건네진 질문이 함의하듯 임시로 일하는 잠재적 퇴사자 취급을 받는다.
별 탈 없어 보이는 결혼 일상에서
여성은 왜 숨이 막히는가?
문제는 가부장제다
결혼이 사랑의 완성이 아니라는 것쯤은 알지만 결혼을 하면서 ‘아내’와 ‘며느리’라는 역할로 자신을 한정해버렸다고 생각하지는 않는다. 결혼으로 인해 의무와 책임이 늘어날 것이라고 예상은 하지만 여성이라는 이유로 보수도 없고 퇴직도 없는 가사노동, 돌봄노동이 의무로 당연시될지 따져보지 않는다. 주변 사람들과 온라인 정보를 통해 결혼을 간접 경험하면서도 ‘설마 내 일이 되겠어?’라며 선량한 사람들과 상식에 기반을 둔 안전한 결혼이 있다고 믿는다. 하지만 결혼 후 여성이 맞닥뜨리는 일상은 상식적이지도 안전하지도 않다. 『결혼 고발』의 저자가 낱낱이 진술한 것처럼.
결혼 후 채 1년이 지나지 않아 저자의 마음 안에는 불덩이가 생긴다. 그리고 저자는 이 불덩이를 만드는 본질적 원인이 바로 ‘가부장제’임을 깨닫는다. 상식적이고 합리적인 사람들이 결혼 제도 안에 들어서면 자동인형처럼 가부장제 역할놀이에 갇혀버린다. 효자 아들, 자상한 시모, 근엄한 시부로서 가부장제의 꼭두각시가 되어 아내이자 며느리에게 예의를 지키는 척하며 무례를 범하고, 배려하는 듯하면서 부당한 요구를 일삼는다. 5년이라는 짧지 않은 연애 기간 동안 수많은 대화를 통해 상식을 검증하고 시부모의 인격을 신뢰한 것이 모두 가부장제 앞에선 무용했고, ‘가부장제’라는 ‘아내와 며느리에게 예비된 고통’은 피할 수 없었다고 저자는 말한다. ‘가부장제’로 인해 현재까지도 결혼은 모든 여성을 배신하고 있는 것이다.
더 자유롭고 더 안전할 수 있도록!
개인과 개인의 결합에 대한 새로운 제안들
가부장제로 대표되는 오늘의 결혼을 거부하면서 저자가 바라보는 곳은 어디일까? 『결혼 고발』에서는 결혼이 여성만을 배신하는 가부장제의 전수 현장도, 안전과 경제력 및 주거를 볼모로 한 성인의 의무도 아닌, 동반자가 만나 함께 꾸려나가는 진일보한 제도가 되기를 바란다.
성인이 독립적으로 생활하기 위한 최소한의 안전, 경제력, 주거 환경은 ‘성별에 관계없이’ ‘결혼이 아니어도’ 보장되는 사회가 되어야 한다는 것이다. 또한 프랑스나 독일의 ‘생활동반자법’처럼 개인과 개인이 일상을 함께 꾸리고 싶은 ‘동반자’로서 만날 때 보호를 받을 수 있는 법적, 제도적 장치도 필요하다. 성적 지향에 따른 동반자, 경제적 여건을 나누는 동반자, 비성애적 관계의 동반자 등을 다양하게 법적으로 인정한다면 결혼 제도는 누구에게나 더 자유롭고 더 안전할 수 있지 않을까 기대해본다.
◎ 책 속으로
씻긴 과일들과 칼이 내 앞에 자동으로 놓이자, 나는 스스로 나서서 “제가 과일 깎을게요”라고 했던 것은 잊어버리고 약간 어리둥절한 기분이 되고 말았다. 내가 왜 지금 이 집에서 이걸 앞에 두고 있어야 하지? 남편과 시부는 거실 소파에 앉아 있는데? 저들도 지금 아무 할 일이 없고 그저 텔레비전을 보는 중인데? 나는 왜 종종거리며 하는 일 없이 바쁘고 불편한 마음으로 시모 곁을 따라다녀야 하는 거지? 시모가 부엌을 벗어나지 않는 이상 나도 절대 어디로도 가지 못할 것 같은 기분은 뭐지? 과일 접시를 앞에 두고 왜 나는 불편해하면서도 한편으로는 할 일이 생겼다는 사실에 안도하는 거지? 거대한 부조리에 갇힌 것만 같았다.
pp. 14-15
여성의 신체에 대한 권리는 본인보다도 그를 ‘소유’한 남자와 남자의 가족, 넓게는 사회에까지 속하는 모양이다. 아이를 낳을지 말지, 아이를 누구와 언제 어떻게 낳을지를 결정하는 가장 기본적인 권리까지 침해한다. 가임기 지도를 만들어 출생률을 높이려는 국가는 말할 것도 없고, 나이가 많으니 하루라도 빨리 임신하라고 재촉하는 시가, 임신을 위해 자궁 질병을 당장 치료하거나 치료를 미루라고 하는 시가가 그렇다. 건강상 제왕절개가 필수적인 며느리에게 태아의 지능이 낮아진다는 비과학적인 이유로 자연분만을 고집하는 시부모가 텔레비전에 떡 하니 나오는 지경이다.
pp. 49-50
‘시가 스타트업’은 본질적 필요 때문이 아니라 도구적 필요에 의한 것이다. 바로 가장의 권위를 세우는 일이라는 면에서 그렇다. 남성의 집에 남성 혈연을 중심으로 모이고, 이에 부수적으로 묶인 여성들이 남성들을 위해 노동한다. 많은 수의 조상에게 제사를 지낼수록, 많은 수의 친척이 명절에 모일수록 남성은 가부장으로서의 권위를 획득한다. 부엌은 여자들로 북적이고, 방마다 아이들이 모여 놀고, 거실에서는 남자들이 여자들이 차려낸 음식과 술을 들며 이야기를 나누는 것. 어쩌면 모든 가부장의 로망일지도 모른다.
p. 64
순간 나는 도리며 효라고 불리는 것의 실체를 똑똑히 마주한 기분이었다. 남자가 겉보기에 효자 노릇을 하는데 알고 보면 단지 갈등을 만들기 싫어서, 또는 갈등을 대면하고 처리해야 할 자신의 임무가 피곤하고 번거로워서 아내에게 무리한 요구를 하는 것. 부모를 위한다는 명분을 내세우지만 실상은 자기의 편의가 목적인 비겁함. 부모의 안녕에 전보다 큰 관심이 생겼다기보다 부모를 설득하거나 이해시키기 위해 자신의 에너지를 조금도 쓰지 않은 채 편안한 상태를 유지하고 싶은 마음. 이것이 남편의 효였다.
p. 87
관계에서 더 노력해야 할 사람,
더 적은 노력으로 더 큰 변화를 가져올 수 있는 사람은
자식보다는 부모, 학생보다 교수, 직원보다 사장,
가부장제에서는 며느리보다 남편과 시가일 것이다.
우리가 노력하라고 외쳐야 할 방향은
아래가 아니라 위라고 믿는다.
약자들은 이미 최선의 노력을 하고 있다.
그들의 안녕과 생존이 달려 있기 때문이다.
p. 159
나는 가부장제가 요구하는 며느리가 되겠다고 동의한 적이 없다. 결혼에 당연히 따라오는 것이니 결혼했으면 책임을 지라고 한다면 결혼으로 따라오는 것 중에 왜 유독 며느리 역할에만 나쁜 것들을 왕창 집어넣어 놓았는지 묻겠다. 결혼은 집안과 집안의 결합이고 모두가 한 가족이 된다는 말은 이제 지긋지긋하다. 가족이 되는 데에 필요한 노력과 희생이 한 사람에게만 과도하게 요구되고 그 요구가 모멸감을 내재한다면 나는 그것을 가족이라 부르기를 거부하겠다. 나는 인생의 동반자로서 한 사람을 선택했을 뿐이다. 내가 선택한 한 사람과의 결합이 결혼의 본질이라고 알았다. 그러나 그것이 아니라면 그리고 동반자와의 관계를 보호받는 다른 방법이 있다면 더 자유로운 방법을 선택하지 않을 이유가 없다.
pp. 191-192
법적 보호자이자 운명을 나누는 삶의 파트너를 스스로 선택할 권리는 누구에게나 보장되어야 한다. 반드시 여성 1명, 남성 1명의 이성애자 커플이 아니더라도, 혹은 로맨틱하거나 섹슈얼한 관계가 아니더라도, 어쩌면 꼭 둘씩 짝짓지 않더라도, 내가 선택한 사람들과 법적 보호 관계를 맺을 수 있는 것. 국가의 복지 혜택을 받는 범위 안에 들어가는 것. 누구나 ‘정상’ 가족이 될 수 있는 것. 이러한 사회라면 여성이 가부장적 결혼 제도에서 벗어나 보다 자유롭고 안전한 삶을 영위할 수 있을 거라 기대한다.
pp. 194-195
사랑하는 이를 마음껏 사랑하기 위해 나는 가부장제가 아닌 다른 게 필요하다. 손잡고 걸어가는 삶의 길 위에서 누구도 착취당하지 않는 방식을 고민한다. 여성이 더 이상 며느리도, 아내도 아닌 세상. 그저 나 자신으로 존재하며, 일상을 함께 꾸리고 싶은 사람의 ‘동반자’라는 이름과 역할로 충분한 세상. 어디에도 종속되지 않고 하나의 독립된 인간으로 존중받는 세상. 그리하여 여성이 더 자유롭게 살아가고, 더 자유롭게 사랑할 수 있는 세상이 되기를 간절히 바란다.
p. 199
구매가격 : 10,400 원
나이 60 다 그런거야
도서정보 : 시네모 요코 | 2020-01-14 | EPUB파일
지원기기 : PC / Android / iOS
이제 인생길을 내려오고 싶었고 내려와 터벅터벅 걷고 싶었다. 대부분의 인간은 천재도 엘리트도 아니다. 나에게는 체력적으로도 정신적으로도 쇠퇴해간다는 자각 밖에 없었다. “죽을 때까지 현역!!”하고 외치며 스커트를 넓게 퍼뜨리며 빙그르 돈 동갑 친구도 있었다. ‘난 이제 됐다!!’ 쉰밖에 안 먹어 보이는 그 친구를 보면서 생각했다. 나는 삶의 의미를 발견할 수 없었다. 자식들이 성장하고 나서 나는 아무런 역할도 없었다. 나는 갈팡질팡 할뿐이며 그래도 그날그날을 살고 먹고 싸고 잔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나는 깔깔대며 웃고 시선을 하늘보다 지면을 향하며 봄의 징조인 머위대를 찾으러 가서 감동하고 도둑처럼 머위대를 모아다 조림을 만들어 밥에 얹고는 ‘맛있다.’고 신음하는 것이었다. 지면에 활짝 핀 팬지와 이름 모를 작은 흰 꽃을 쭈그리고 앉아 언제까지고 바라보고 있다. 그 때 나는 깊고 절실하게 몸 속 가장 깊은 곳에서 행복하다 이런 행복 태어나서 처음이야 언제 죽어도 좋다만 오늘이 아니어도 좋아 라고 생각했다. 의미 없이 살아도 인간은 행복한 것이다 감사한 일이다 감사한 일이다 하며 실실 웃으며 왔다. 목숨이 굴러 떨어지고 있는 판에 실실 웃다니 깜짝 놀랄 때도 있지만 얼굴은 여전히 실실댔다. 일 따위 하고 싶지도 않다. 돈 걱정하면서 아흔까지 살면 어쩌나 치매에 걸리면 어쩌나 암흑에 갇혀버린 것 같았지만 심하게 자주 갇혀 고민해 봤자 어떻게 되는 것도 아니었다. 열심히 걱정한다고 치매에 안 걸린다는 보장도 없고 102살까지 사는 걸 막을 수도 없고 지금 운 좋게 심장 발작이 덮칠지도 모른다. 하지만 그것은 인간의 힘을 초월한 일이다. 어느날 정신을 차려보니 65살 내가 설마 65살? 당연하고 아무 일도 없는데 어디선가 어 설마 거짓말이야 라고 생각하는 것이 이상하다. 지나고 나니 모는 게 욕심이다. 지금까지 살아온 것들이 타인의 삶과 같다. 아무 것도 몰랐다. 나를 찾아가는 길 그곳엔 돈도 명예도 다 부질없는 것이다. 이 책은 저자가 바라본 시선과 유머가 빛나는 아름다운 에세이이다.
구매가격 : 5,000 원
우리의 사랑은 언제 불행해질까
도서정보 : 서늘한여름밤 | 2020-01-14 | EPUB파일
지원기기 : PC / Android / iOS
사랑의 민낯을 아름답고 예리하게 드러낸
작가 서밤의 7년의 기록
10만 독자의 마음을 응원한,
작가 서밤이 써내려간 사랑의 기록
◎ 도서 소개
사랑의 순간 맞닥뜨리게 되는 무수한 질문들……
사랑은 사랑으로 시작될까?
평생 너만 사랑할 수 있을까?
사랑할 때 밑바닥을 보이면 안 되는 걸까?
10만 독자의 마음을 응원한,
작가 서밤이 써내려간 사랑의 기록
『어차피 내 마음입니다』『나에게 다정한 하루』를 통해 10만 독자의 마음을 응원한 서밤(서늘한여름밤)이 『우리의 사랑은 언제 불행해질까』라는 제목의 에세이로 찾아왔다. 한 사람을 만나 연애/동거/결혼하면서 느꼈던 감정을, 작가 특유의 솔직하고 위트 있는 화법과 아름다운 문체로 풀어냈다.
이 책은 ‘사랑의 시작(1부 사랑은 사랑으로 시작될까)’에서부터 ‘연애와 동거(2부 독립적인 건 지긋지긋해)’, ‘결혼이라는 관례의 모순(3부 결혼해도 어디 가지 않아)’, ‘사랑의 미래(4부 우리는 언제 불행해질까)’를 조망해보기까지 작가가 20대 중반에서 30대 초반에 경험한 7년간의 사랑의 기록을 담았다.
19만 SNS 팔로워가 사랑한 〈서늘한여름밤의 내가 느낀 심리학 썰〉의 웹툰에서 보다 더 과감하고 내밀하게 감정을 풀어낸 작가의 글은, 사랑의 순간에 맞닥뜨리게 되는 무수한 질문에서부터 시작한다. ‘사랑은 사랑으로 시작될까?’와 같은 경쾌한 질문에서부터 ‘어떻게 있는 그대로 사랑할 수 있겠어?’ ‘일주일에 섹스는 몇 번이나 해야 할까?’ ‘평생 너만 사랑할 수 있을까?’와 같은 금기의 질문까지, 터놓기 힘든 물음을 좇아 민낯의 모습을 한 사랑에 대해 고백한다.
이 고백이 낯설지 않은 까닭은, 모든 걸 벗어던진 몸으로 한 사람 앞에 서게 되는 경험이 얼마나 용기가 필요한 일인지, 한 사람을 사랑하는 마음이 평생 지속하지 못하게 되는 연유란 얼마나 많은지, 그래서 사랑이 얼마나 쉽게 깨져버릴 수 있는지, 우리는 경험칙으로 알고 있기 때문이다. 실패한 사랑의 과거들이 자꾸 우리를 찾아올 때, 작가가 들려주는 외로움과 조바심, 고통과 실수의 이야기가 어쩌면 우리를 아주 다른 곳으로 나아갈 수 있게 해줄지도 모른다.
“너와 함께하며 나는 처음으로 내 모습을 있는 그대로 발견할 수 있었다. 좋은 사랑을 해보겠다고 지치고 피로한 날에도 꾸역꾸역 대화를 이어가는 나를, 섹스가 시들해지면 권태기가 찾아온 게 아닌가 싶어 안절부절못하는 나를, 자꾸 사랑에 점수를 매기려는 나를 발견했다. 이상하게도 그런 나를 발견할 때마다 나는 자꾸 편안해졌다. 나를 사랑하는지 백 번을 물어보면 너는 사랑한다고 백 번을 대답해줬다. 그래서 나는 불행이 모퉁이 너머에서 기다리고 있을까 봐 두려워 서성이기를 멈췄다. 그렇게 멈추니 네가 보였다. 내가 보였다. (……)
우리는 더 많은 사랑을 보고 자랐어야 했다는 생각이 든다. 그래서 내가 경험한 사랑의 이야기를 나눠본다. 나의 외로움과 조바심, 고통과 실수들도 함께. 우리가 겪어온 과거는 자꾸 우리를 찾아올 것이다. 그러나 나는 우리가 시작했던 곳과는 아주 다른 곳으로 나아갈 수 있으리라 믿는다.”_「프롤로그」에서
"사랑하면서 우리는 결국 바닥을 보이게 된다."
예리하고 아름답게 드러낸 사랑의 민낯
어린 시절 작가에게는 두 종류의 밤이 있었다. “별일 없이 무사한 밤과 엄마 아빠가 싸우는 밤.” 엄마 아빠의 불행한 관계의 시작은 모순적이게도 “애끓는 사랑”이었다. 작가의 부모는 스무 살 때 만난 서로의 첫사랑이었고, 가족의 반대를 무릅쓰고 결혼한 로미오와 줄리엣이었다. 열렬히 사랑했던 연인이 싸움에 지친 중년 부부로 늙어가는 걸 보면서 작가는 부끄러울 정도로 외로웠고 사랑이 필요했다. 동시에 사랑이 두려웠다.
부모님처럼 되지 않기 위해, 사랑에서 100점을 맞기 위해, 자꾸만 성숙한 사랑에 집착했다. “넌 나를 더 좋은 사람이 되고 싶게 해”라는 말은 오랫동안 그를 지배한 사랑의 만트라였다. 사랑이 불행해지지 않기 위해 억지로 좋은 사람이 되려고 했다. 사랑은 작가를 성숙한 사람으로 만들어줬지만, 그렇게 유지하는 사랑은 그 자신의 모습과는 동떨어진 길로 향하고 있음을 뒤늦게 알았다.
‘불화한 가정에서 자란 아이는 커서 어떤 사랑을 하게 될까?’라는 작가의 오랜 조바심은 ‘나를 있는 그대로 보여주면서(서로의 밑바닥을 인정하면서) 사랑을 지속할 수 있을까?’라는 물음으로 옮아갔다. 작가는 말한다. 사랑하면서 보이게 되는 이 밑바닥을 굳이 감추지 않기로 하자 “네가 보이고, 내가 보였다”고.
작가는 장소와 시간에 구애받지 않고 사랑에서 파생되는 분노, 슬픔, 기쁨의 감정을 마음껏 표현하며, 한 사람에게 깊숙이 들어간다. 그 관계의 결을 따라가다 보면 우리가 뼛속까지 두려워했던, 그러나 차마 입 밖으로는 꺼내지 못했던 사랑의 진실을 한 조각 발견할 수도 있을 것이다. 작가가 보여준 마음의 풍경은 사랑과 관계의 모범 답안을 늘 찾아 헤매며 ‘우리의 사랑은 언제 불행해질까?’라는 질문으로 초조한 우리에게 어떤 답, 혹은 위안을 줄 수 있을 것이다. 때로는 격앙되고 울분에 찬, 때로는 중학생 소녀처럼 발랄한 작가의 목소리를 따라가다 보면, 지금 겪고 있는 이 사랑 안에서 ‘온전한 나 자신’으로 존재할 힘을 얻을 수 있을 것만 같다.
“내가 짐승처럼 울 때면 너는 나를 몇 번이고 꽉 안아주었다. 울음이 그치면 우리는 함께 쪼그려 앉아 나의 바닥을 토닥였다. 진흙탕처럼 질척이던 나의 바닥은 그렇게 조금씩 단단하게 굳었다.
사랑하면서 우리는 결국 바닥을 보이게 된다는 걸 알았다. 왜냐하면 우리에게는 천장만 있지 않기 때문이다. 네가 내 바닥을 인정해줬을 때 나는 너를 내 마음 안으로 다 들여놓을 수 있었다. 내가 너의 바닥을 바라보았을 때 비로소 나는 너를 이해할 수 있었다. 우리의 사랑은 허공에 떠 있지 않았다. 우리의 사랑은 서로의 바닥에 발을 디딜 수 있는 관계의 시작이었다.”_「최악의 나와 최고의 나」에서
◎ 책 속에서
사랑에 빠지는 순간의 반짝임을 기억할 수 없다는 건 아쉽다. “아, 그때 우리 진짜 미친 듯이 사랑했었잖아”라고 시작하는, 우리 둘만 아는 바보 같은 이야기들이 없는 건 두고두고 아쉬울 것이다. 이 사랑의 시작이 어디서부터인지 모른다. 어쩌면 오늘이 시작인지도 모른다. 첫눈에 반하지는 않았지만 내일 너에게 새삼스레 반하게 될지 모른다. 나는 너와 사랑에 빠진 적이 없다. 그 대신 나는 오늘도 한 걸음 한 걸음 자박자박 걸어 들어가고 있다. 어디가 제일 깊은 지점인지는 아직 모른다. _24쪽(나는 첫눈에 반하는 사랑을 믿는다)
남 부끄러운 것도 모르고 길가에서 소리 지르며 싸우는 사람들의 마음을 이해하게 된 것도 이즈음이었다. 스스로에 대한 자괴감도, 너에 대한 죄책감도 나를 막을 수 없었다. 오래 숨죽여왔던 나의 일부가 더이상은 참을 수 없다는 듯 비명을 질렀다. ‘떠날 테면 떠나. 하지만 제발 이대로의 나를 사랑해줘.’ 최악의 나를 사랑해달라는 건 이기적인 마음이었다. 그리고 나는 이기적인 사람이었다. 나는 이기적인 사람이어서 내가 좋아하는 사람이 아닌, 나를 좋아하는 너를 택했다. _28쪽(최고의 나와 최악의 나)
깨진 마음을 벗어던진 나는 알몸으로 세상에 서 있었다. 그 앞에 네가 있었다. 놀라고 당황스럽고 미안한 얼굴로 나를 안으며 어디에도 가지 않고 있었다. 그때 나는 알았다. 이 관계에서 나는 무엇이든 될 수 있다는 걸. _33쪽(내가 태어난 날의 일기)
나는 삶에서 사랑이 중요하다. 그리고 사랑만큼이나 나의 가치관도 중요하다. 내가 중요하게 생각하는 이 둘이 서로 갈등하게 되는 절망적인 상황은 만들고 싶지 않다. 사랑하는 사람과 취향이 달라 영화를 같이 못 보는 건 상관없지만, 가치관의 차이로 퀴어 퍼레이드에 함께 가지 못하는 건 참을 수 없다. 싫어하는 사람이 다를 수는 있지만, 소수자를 혐오하는 사람을 같이 욕하는 사람이어야 한다. 싸우는 방식은 다를 수 있지만 나와 함께 가부장제에 맞설 사람을 원한다. 사랑과 가치관 둘 다 나의 삶과 분리할 수 없다. _41쪽(동성애에 대해 어떻게 생각해?)
마침내 네가 끄윽끄윽 비명을 토하고 상처받았다고 화를 낸다. 나는 그제야 안도한다. 웃음이 터질 것 같다. 너는 나와 함께 있다. 여전히 나를 사랑하고 있다. 이건 사랑을 확인하는 최악의 방법이다. _65쪽(그래, 상처 주려고 그랬어)
너의 모든 면을 사랑할 수는 없다는 건 처음부터 알았다. 그렇다고 너의 일부만 잘라서 사랑할 수는 없다는 건 천천히 깨닫게 되었다. 엷게 난 주근깨가 햇살에 반짝이는 너의 볼을 사랑한다. 얇고 비어 보이는 입술을 싫어한다. 하지만 입을 가리고 볼만 볼 수는 없는 노릇이다. 내가 사랑하는 너의 면과 그렇지 않은 면은 볼과 입술처럼 연결되어 있다. 재미없고 무던한 공대생 타입이어서 내가 불평해도 크게 흔들리지 않는 사람이라는 걸 안다. 독하게 살을 빼지 못하는 너의 무르고 허술한 면을 사랑한다. 밑도 끝도 없이 아버님 은퇴에 대해 장황하게 늘어놓는 너의 모습도 내가 사랑하는 어떤 모습과 이어져 있을 것이다. _71쪽(어떻게 있는 그대로 사랑할 수가 있겠어)
사랑은 너였다. 너의 숨소리, 너의 웃음, 너의 눈. 누구든 나를 바라보는 너의 눈을 본다면 사랑을 모른다 할 수 없을 것이다. 나는 더이상 사랑이 무엇인지 궁금하지 않았다. 사랑을 알려 하거나, 이해하거나, 분석하거나, 의심하거나, 확인할 필요가 없었다. 사랑은 비 오는 날 잊지 말고 챙겨 가라며 문고리에 걸어놓고 간 우산과 함께 걸려 있었고, 내가 울 때마다 떠다준 미지근한 물 한 잔에 녹아 있었고, 나를 보러 올 때면 늘 달려온다는 너의 발걸음에 묻어 있었다. _97쪽(사랑은 하나 남은 귤이야)
결혼해서 ‘시월드’도 ‘유부월드’도 가지 않는다. 그곳에서는 내가 원하는 내 모습을 찾을 수 없다. 결혼했다고 해서 내가 아닌 무언가가 되려 노력하고 싶지 않다. 결혼에서 내가 가고 싶은 곳이 있다면 나와 너의 가장 깊은 마음, 사랑이라는 미지의 세계, 진실한 마음의 영역이다. 나는 내 모습 있는 그대로 그곳에 갈 것이다. 그러니 결혼해도 나는 어디 가지 않아. _134쪽(결혼해도 어디 가지 않아)
너와 함께 있으면 예의 바른 사람들을 만날 확률이 증가했다. 부동산 사장님도, 집주인도, 이웃집 할아버지도, 택시 기사도. 나는 너를 통해 내가 일상적으로 만나왔던 것이 당연함이 아니라 무례함이라는 걸 알았다. 너는 갑자기 성폭행을 당했을 때 어떻게 대처해야 하는지 한 번도 생각해본 적이 없었다. 콘돔을 쓰지 않겠다고 어깃장을 놓는 애인 때문에 속 끓이는 친구도 가져본 적 없었다. 너의 여자인 동기들이 자꾸 외국으로 외국으로 떠나갈 때 너는 건축계가 ‘남초’인 걸 당연하게 받아들였다. 나도 너의 여자 동기들처럼 차별을 피하기 위해 먼 나라로 떠나고 싶었는데, 네 삶 속에서는 차별이 먼 나라의 이야기였다. 나는 내가 경험했던 것들이 ‘인간의 경험’이 아닌 ‘여성의 경험’이라는 걸 너를 통해 배우게 되었다. _138쪽(나와 함께 세상에 맞서줘)
어떻게 매일 아주 많이 사랑할 수 있겠어? 미지근한 사랑에 조용히 뺨을 댄다. 매일 햇볕이 쨍쨍하다면, 매일 물을 흠뻑 준다면, 이 사랑은 말라버리거나 썩어버리겠지. 지금 우리를 스치는 바람이 사랑을 살아 있게 해줄 것이다. _164쪽(사랑이 어떻게 늘 최고점일 수 있니?)
사랑하는 사람에게는 너그러워야 한다. 잘못을 해도 괜찮다고, 별일 아니라고 다독여줄 수 있어야 한다. 소중한 이에게는 예외를 허락할 수 있는 것이다. 그러니 실수를 하더라도 “좀 봐달라”는 한마디에 용서할 수 있어야 한다. “좀 봐달라”라는 말을 내 마음 안에서 몇 번이고 굴려본다. 너를 찔렀던 내 마음속 뾰족한 가시들이 물러진다. 그래, 어쩌다 지각하는 일도 있는 거지. 너를 용서했는데 어쩐지 내가 용서받은 느낌이 든다. _175쪽(사랑하는 것들에 너그러워지기)
우리는 아무 이야기나 서로에게 할 수 있다. 스스로 생각해도 낯 뜨거운 욕심이나 남들이 들었다면 재수 없다고 혀를 찼을 생각, 별로 재미없지만 꼭 하고 싶은 농담 같은 것을 얼마든지 들어준다. 네가 소철 화분에 물을 많이 줘 죽인 것에 두고두고 죄책감을 느낀다는 건 누구에게도 중요하지 않지만, 나는 알고 싶다. _189쪽(오늘도 소파에서 수다)
나는 자주 고백했고 자주 차였다. 그래서 하는 수 없이 나는 상대가 아니라 나를 사랑하는 법을 천천히 배워야 했다. 나의 부적절함과 서투름을 끌어안는 법을 연습해야 했다. 내가 결코 갖지 못할 것들을 갖지 못한 채로 살아가야 한다는 걸 아주 엉성하게 이해하며 살아가고 있다. _211쪽(내가 사랑하는)
내가 아닌 타인의 삶을 끌어안을 수 있는 여분의 마음과 능력을 기르려고 노력한다. 상대가 보드랍고 섬세한 아이 같은 마음으로 살 수 있도록 듬직하고 단단한 어른이 되려 한다. 그래서 이 집에는 두 명의 어른과 두 명의 아이가 살고 있다. _235쪽(서로를 책임지며 사는 삶)
구매가격 : 12,400 원
마흔, 완전하지 않아도 괜찮아 : 어느 날 불쑥 찾아온 마은을 살아가는 당신에게
도서정보 : 박진진 | 2020-01-13 | EPUB파일
지원기기 : PC / Android / iOS
불쑥 마흔이 찾아왔다
내 안에서 아주 많은 것들이 변해간다
괜찮지만 괜찮지 않고 죽을 것 같지만 죽지는 않는,
아직 낯선 마흔을 사는
오늘, 우리의 이야기
톡톡 튀는 경쾌한 문체, 독창적인 표현력을 선보이며, 날카롭게 핵심을 파고드는 관계심리학 도서를 출간하여 많은 사랑을 받은 북칼럼니스트이자 연애칼럼니스트 박진진이 이번에는 마흔에 대한 에세이를 들고 독자들을 찾아왔다. 인생에서 가장 어려운 문제, 즉 인간관계에 대해 늘 자신만만하고 명쾌하게 나름의 해법을 제시하던 그녀가 이제 한층 더 성숙하고 성찰적인 시선으로 삶과 사랑을 바라본다. 그녀에게도 까마득하게 느껴졌던 마흔이라는 나이가 어느 날 불쑥 닥쳐온 것이다.
‘마흔.’ 불혹이라 불리는 나이. 흔히 인생의 많은 부분이 선명해지리라 믿는 나이. 인생의 새로운 기점이 되어야 할 것만 같은 나이. 하지만 ‘마흔’이라는 나이가 가진 이러한 타이틀과 이미지는 그저 막연하고 관습적인 기대에 불과하고 가만히 있어도 저절로 찾아오는 특정한 숫자의 나이가 자동적으로 가져다주는 것이란 세상에 없다. 뭔가를 이루어내기 위해 죽도록 애쓰며 산 사람에게도 그렇지 않은 사람에게도 불현듯 찾아오는 마흔은 그렇게 선명하거나 분명하지 않고, 인생의 대부분의 시기에 가지고 있던 문제도 여전히 미해결인 상태로 남아 있다.
작가 역시 약간의 당혹스러움과 후회스러움이 뒤섞인 마음으로 마흔을 맞았다. 그리고 그 앞에서 지나간 시간을 찬찬히 살펴보고 또 앞으로 다가올 새로운 시간을 어떻게 맞을 것인지 생각해본다. 자신이 겪은 변화와 내밀한 아픔을 과장도 미화도 없이 날것의 모습 그대로 내보이기도 한다. 여전히 혼자 살아가는 삶에서 느끼는 외로움 그리고 자유로움에 대해서도 솔직하게 털어놓는다. 그러면서 한결같이, 순수하면서도 어른스러운 시선, 현실적이지만 비관적이지 않은 태도, 엉뚱하면서도 유쾌한 위트로 마흔을 겪느라 힘든 이들에게 공감과 위로의 카타르시스를 선사한다.
작가는 나 빼고 다 마음에 들지 않던 사춘기를 지나 마흔이 된 지금은 오직 나 하나만 마음에 들지 않는다고 고민스럽고 복잡한 심정을 고백하지만, 다시 온전한 있는 그대로의 자신을 받아들인다. 또 그런 과정에서 만족과 행복을 찾으며 다가올 시간에 대해 미리 겁먹지 말자고 다짐한다. 마흔을 앞두고 있거나 통과하고 있는 독자들은 작가의 이야기를 보며 자기 자신의 이야기를 만나게 될 것이다. 이 책의 한 조각에서 따뜻한 위안과 함께 오늘을 행복하게 살아낼 용기를 발견하게 것이다.
구매가격 : 9,600 원
무너지지 말고 무뎌지지도 말고
도서정보 : 이라윤 | 2020-01-13 | EPUB파일
지원기기 : PC / Android / iOS
중환자실의 ‘민폐덩어리’가 ‘터널의 불빛’이 되기까지
삶과 죽음, 그 경계에서 만난 사람들
“넌 중환자실에서 뭐가 가장 힘들어? 난 한 공간 안에 갇혀 있는 거. 감옥 같아.”
“선생님, 전 사람 죽는 게 가장 힘들어요. 죽는 걸 지켜보는 것도 힘들고, 죽은 사람 정리하는 것도 힘들고. 근무 끝나고 집에 가서 잠이 들면 꿈속에서 그 장면이 반복돼요. 그래서 잠을 자도 잔 것 같지가 않아요.” (‘애증의 관계’, 20쪽)
의식 없는 환자들이 인공호흡기를 달고 있고, 24시간짜리 투석기가 여기저기서 돌아가는 곳. 기계의 알람음과 경고등이 수시로 울려대는 중환자실에서는 사소한 실수도 허용되지 않는다. 처음 하는 일이어도 실수 없이 척척 해내야 하고, 걷지 못하고 말도 못 하는 환자들의 요구사항을 눈치껏 빠르게 해결해줘야 한다. 이 책은 바쁘고 예민한 선배들 사이에서, 위태로운 환자들 앞에서 능숙하게 대처할 줄 모르는 스스로를 진로방해만 하는 ‘민폐덩어리’라 생각했던 중환자실 신규 간호사의 기록이다. 여느 신입사원이 그렇듯 실무에 대해 잘 모르는 상태로 중환자실에 들어섰지만 눈에 거슬리거나 튀는 행동은 절대 금물이었다. 중환자실이 무서운 건 신규 간호사도 마찬가지였다.
병원은 원래 지병을 가지고 있다가 오는 사람도 있고 갑작스럽게 오게 된 사람들도 있다. 특히 중환자실은 갑작스럽게 오는 경우가 많다. 중환자실에 누워 보호자와도 같이 있지 못하고, 사회와 단절된 채 침대 밑으로는 전혀 내려오지 못하니 참 답답할 거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죽음의 최전방에서 어두운 터널을 지나가는 느낌일 것이다. 어쩌면 의료진의 역할이란 어두운 터널에서 불빛 하나가 되어주는 것이 아닐까. 어두운 하늘에 달과 별이 빛을 내 어둠을 밝혀주듯이 우리가 할 수 있는 일은 깜깜한 곳에서 손전등을 켜고 같이 걸어가는 것이 아닐까 생각했다. (‘암흑’, 235쪽)
책 속에는 저자가 중환자실에서 만난 다양한 환자들이 등장한다. 음독자살을 시도했다가 구조됐으나 정신이 들자마자 “나 좀 죽여줘, 제발 부탁이야”라며 간곡히 부탁하는 환자, 잘 적응한 듯 보였는데 면회시간에 “여보, 나 여기 무서워……”라며 아내를 붙잡는 환자, 개인물품은 소지할 수 없는 중환자실에서 “너네 내 카드로 삼겹살 회식하고 온 거 다 알아!”라고 고함지르는 환자, 이불 안에서 몰래 인절미를 먹다가 입 주위에 가루를 가득 묻혀 들켜버린 환자. 책장을 넘기다보면 차가움과 따뜻함을 넘나드는 중환자실의 온도가 그대로 전해진다. 특히, 의식이 있는지 체크하는 간호사에게 “내가 여기에 죽어 있는 거야, 살아 있는 거야?”라고 묻는 환자는 중환자실이 어떤 곳인지를 상징적으로 보여준다.
태움, 간호사 장기자랑, 의사와의 갈등, 병원의 지나친 서비스업화……
신규 간호사 눈으로 본 간호업계의 민감한 문제들
수술실에서 일하던 후배가 두 달도 못 버티고 나가면서 했던 말이 있다. 수술실은 감염 위험성을 낮추기 위해 수술실의 온도를 낮게 해두는데, 너무 추워서 카디건을 입고 싶어도 경력이 낮으면 입을 수 없다고 했다. 추워서 카디건을 입는 데도 경력이 필요한 것인가? (‘건방진 신규 간호사’, 114쪽)
왜 해외 간호사에 관련된 책만 쏟아질까? 한국에서는 인정받으며 일하지 못하고 궁지로 몰리는 탓에 간호사들이 해외로 가는 건 아닐까? 이렇게 해외로 한명 두명 가다보면 한국의 병원은 누가 지키게 될까? 머지않아 독일 같은 나라처럼 문화나 말이 통하지 않는 간호사들에게 간호받게 되는 날이 오지 않을까? (‘콩쥐 간호사’, 131쪽)
간호업계는 하루도 조용할 날이 없다. ‘영혼이 재가 될 때까지 태운다’는 태움 문제부터 신규 간호사들에게 장기자랑을 강요하는 악습, 환자와 보호자를 ‘손님’ 대하듯 서비스 경쟁을 우선시하는 병원 분위기, 의사에게 집중된 권한으로 발생하는 문제 등 꾸준히 논의되는 간호업계의 이슈들이 저자의 시선을 통해 구체적으로 언급된다. 환자의 중증도가 높은 중환자실에서는 저마다 신경이 날카롭다보니 그로 인한 태움과 폭언, 민원사건 들이 끊이지 않는다. 또한 병원은 간호사뿐만 아니라 많은 사람들이 팀을 이루어 일하는 곳이지만, 대부분의 잔업들이 간호사에게만 집중되는 경향이 있는데 이를 두고 저자는 ‘콩쥐 간호사’라 표현한다.
하루가 끝나면 잘못한 일을 확실히 반성하고 자책한 다음, 두려움을 제로잉한다. 제로베이스로 만드는 것이다. 불필요한 감정들을 0으로 만들기 위해서. 행여 혼이 날까 일어나지도 않은 일들을 무서워하거나, 해야 할 일을 못 하는 것을 두려워하기로 했다. 두려워하는 것을 두려워하기로 했다. (‘Zeroing’, 42쪽)
좀처럼 바뀌지 않을 것 같은 임상 앞에서 그만두거나 그냥 견디거나, 두 가지 길만이 있는 듯 보이는 현실은 절망스럽다. 하나둘 떠나는 동기와 선배들을 지켜보면서 계속 병원에 남아 간호사로 일한다는 건 어떤 의미일까? 이라윤 간호사는 자기만의 답을 조금씩 찾아가며 성장하는 중이다. 첫째로, 부당함을 직면하고 목소리를 낼 것. 건방지다는 말을 들을 지라도 문제를 개선하기 위해 작지만 필요한 목소리를 내보는 것이다. 둘째로, 하루하루의 제로잉(zeroing). 그날 있었던 일들을 찬찬히 되돌아본 후 반성할 것은 반성하고 다시 0에서부터 담담하게 시작한다. 살기 위해서는, 적어도 이 일을 계속하기 위해서는 무뎌져야 했기 때문이다.
죽음의 최전방에서 시작한 사회생활
생업을 대하는 90년대생 ‘간호초년생’의 속마음
“아니, 왜 석션을 제대로 못해?”
“선생님, 석션하는 게 무서워요. 갑자기 심장이 멈춰버릴까봐……”
“이 정도 가지고 무서워하면 중환자실에서 일 어떻게 할래?” (‘애증의 관계’, 14쪽)
2018년 12월 기준 간호사 평균 연령은 28.7세, 전체 활동 간호사의 76.4%는 20대, 평균 재직기간은 6.2년이다. 입사 시기는 빠르지만 근속 연수는 매우 낮은 편이다. 경력자가 버티지 못하고 나간 자리를 신규 간호사로만 채우는 분위기도 존재한다. 누구나 경력이 쌓이기 전에 신규 시절을 거친다. 경험을 쌓고 요령을 터득해나가는 과정에서 시행착오를 겪는 건 당연하지만, 유독 간호사에게는 그 시기가 혹독하다. 작은 실수 하나로도 환자 상태에 큰 영향을 줄 수 있다는 압박감에서 자유로울 수 없는 탓이다. 저자는 한국 간호사 평균 나이에 이 책을 썼다. 지금도 많은 간호사들이 혹독한 신규 시절을 견디지 못해 업계를 떠나고 있고, 그 역시 한 해에만 스무 명이 넘는 간호사들의 떠나는 뒷모습을 봐야 했다.
‘사회생활 5년 차’. 경력이 아주 많다곤 할 수 없지만 일을 막 시작한 단계도 아니다. 이제 손으로는 제법 능숙하게 루틴 일을 다루면서도 머릿속으로는 이직을 하느냐, 이민을 가느냐, 업계를 떠나느냐 깊이 고민하게 되는 시기다. 그는 지난 신규 시절을 돌아보며 간호사라는 직업을 미워하기만 했다면 이렇게 기록을 남기지 못했을 거라고 고백한다. 하루하루 다양한 사연이 있는 새로운 사람들을 만나 새로운 상황을 겪는 만큼 자신의 새로운 면을 계속 발견하게 되는 소득이 있다고 말한다. 이 일이 도저히 감당하기 벅차다고 느껴지면 언제든지 떠날 수 있다는 마음으로, 하지만 다른 것에 휩쓸리듯 떠나지는 않겠다는 나름의 다짐으로 마음의 중심을 잡는다. 내일도 반복될 ‘애증’의 출근길 앞에서 스스로에게, 또 저마다의 길을 치열하게 걷고 있을 이들에게 몸으로 터득한 위로의 메시지를 전하는 책이다.
누군가의 슬픔과 죽음 앞에 부디 무뎌지지 않기를, 그럼에도 무너지지 않기를.
구매가격 : 9,500 원
사랑의 목격
도서정보 : 최유수 | 2020-01-13 | EPUB파일
지원기기 : PC / Android / iOS
“사랑을 언어로 표현한다면 이 책이다.”
독보적인 감성으로 사랑받는 작가, 최유수의 ‘사랑의 완성형’
2015년, 독립출판물 『사랑의 몽타주』를 통해 품절과 재입고를 거듭 반복하며 ‘최유수 열풍’을 불러온 작가 최유수. 평생을 사랑에 대해 탐구하고 증거하고 싶다는 그는 신작 『사랑의 목격』을 통해 손에 잡히지 않는 사랑을 언어로 실체화해 나간다.
『사랑의 목격』은 실체 없는 사랑을 언어로 감각하고 담아낸 책이다. 깊이 있는 시선과 담백하면서도 정제된 문체, 독보적인 감성으로 독자들의 큰 사랑을 받은 저자는 사랑의 전 과정을 그윽이 바라보면서 사랑에 대해 끊임없이 질문을 던지고 자신만의 정의를 내린다. 사랑의 모습을 언어로 감각하고 문장으로 실체화함으로써 사랑이라는 존재 자체에 한 걸음 다가서려는 저자의 작은 시도다. “앞으로 5년 동안은 사랑에 대한 글을 쓰기 어려울 것 같다”고 말할 만큼 저자는 지나온 시간만큼이나 더욱 깊어진 ‘완성형’의 문장을 선보인다.
사랑의 본질에 다가가고자 하는 최유수표 질문과 정의는 독자로 하여금 각자의 사랑을 발견하고, 돌아보고, 자신만의 답을 찾고, 사랑을 대하는 태도를 정립하도록 하는 통로가 되어 준다. 섬세한 언어와 깊이 있는 고찰이 돋보이는 글은 곧 가벼운 사랑이 넘쳐나는 시대에 ‘최유수의 사랑을 읽어야 하는’ 이유가 된다.
구매가격 : 8,750 원
나이 먹고 체하면 약도 없지
도서정보 : 임선경 | 2020-01-13 | EPUB파일
지원기기 : PC / Android / iOS
지금까지 가장 열심히 한 일은 ‘나이 먹는 일’
본격 나이 탐구 에세이
어느 날 나이를 깨닫고 깜짝 놀랐다. 마음은 아직 십 대 후반의 어느 지점을 헤매고 있는데 몸은 어느덧 나이를 먹었다. 시간의 힘과 시간의 무상함을 무엇보다 나이에서 실감한다. 누구나 일생에서 가장 열심히 그리고 꾸준히 먹고 있는 나이, 어떻게 하면 체하지 않고 잘 먹을 수 있을까.
『나이 먹고 체하면 약도 없지』는 ‘나이 먹는 일’에 관해 탐구한 유쾌 발랄 생활 에세이다. 「신세대 보고 어른들은 몰라요」, 「부부클리닉 사랑과 전쟁」 극본을 쓴 방송작가 겸 소설가 임선경이 경쾌한 일상과 뭉클한 인생사를 발랄하게 풀었다.
아들은 자기 친구들 눈치를 살짝 보는 것 같더니 빠른 걸음으로 내게 다가왔다. “왜요?” “뭐가?” “뭔데요?” “뭐라니?” 정말 뭐냐 이건? 왜 쳐다보냐 이건가? 내가 길에서 시비 붙는 불량배도 아니고 저랑 나랑 촌수로 따지면 일촌인데 아니, 왜냐니? “야, 그럼 내가 친엄만데 길에서 아들 보고 쌩까냐?” 아들은 “아아~” 하고 고개를 끄덕이더니 자기 친구들에게로 다시 돌아갔다.
-「나는 옛사랑과 한집에 산다」에서
중2처럼 격정에 사로잡히고, 그날처럼 예민하고, 사춘기처럼 왕성한 리얼 일상이 『나이 먹고 체하면 약도 없지』에 펼쳐진다. 엄마 껌딱지이던 아들이 동네에서 마주치고도 모른 척하고 지나칠 때, 더는 ‘그날’이 오지 않을 때, 길거리 조사원이 ‘어머님’이라 부를 때, 오십 대에 덜컥 고아가 되었을 때…. 부모도 애들도 모르는 ‘요즘 어른’의 마음과 일상이 솔직담백하게 담겼다. 웃음과 눈물 그리고 폭풍 공감 보장!
장래 희망은 ‘웃긴 할머니’ 마음은 18세 풍랑기
너희에게 중2가 있다면 우리에겐 중년이 있다
중년은 쇠락과 상실의 시기일까. 사회적 의무와 양육 부담, 여성성의 멍에에서 벗어난 자유와 독립의 시기는 아닐까. 작가 임선경은 중년을 “사춘기처럼 예민하게 느끼고 스펀지처럼 흡수하고 왕성하게 배우고 무한히 감동하고 그러면서 훌쩍 자랄 수도 있는 시기”라고 말한다. 생리가 멈추고, 신체 기능이 떨어지고, 건망증은 중증에 치닫지만, 꾸준히 성장하고 여전히 아름답다. 그래서 수영을 배우고, 귀걸이를 걸기 시작하고, 여행의 재미에 눈을 뜨고, 동화 작가를 꿈꾸며 새롭게 그림을 배운다.
모모가 어릴 때, 대여섯 살쯤인가? 내게 물었다. “엄마는 커서 뭐 될 거야?” “엄마는 커서 엄마가 됐잖아.” 그렇게 대답하면서 앞이 캄캄했다.
-「층계참에서 지르박을」에서
우리 삶은 커서 어른이 됐다거나, 엄마가 됐다는 데에서 끝나지 않는다. 여전히 내일을 기대하고 분주히 꿈꾼다. 『나이 먹고 체하면 약도 없지』 에는 내일을 믿으며 오늘을 사는 사람들의 모습이 생생하게 그려진다. 기타를 등에 메고 복지관에 오는 할아버지, 시원스레 벗어젖히고 깔깔 웃어대며 뽕짝 메들리에 맞춰 아쿠아로빅을 하는 할머니, 그림책 창작자를 꿈꾸며 철조망이나 달걀 따위를 그리고 또 그리는 작가…. 『나이 먹고 체하면 약도 없지』를 읽다 보면 나이 듦 속 ‘새롭게 채워지는 내일’을 만나게 될 것이다.
구매가격 : 9,660 원
모든순간은 사랑이었다
도서정보 : 이민혁 | 2020-01-12 | PDF파일
지원기기 : PC / Android / iOS
책 소개
지난 시간의 기억, 오랫동안 간직하고픈
우리의 빛나던 그 순간들을 이야기하다
우리의 인생에서 ‘사랑’이라는 감정은 무수한 느낌들을 불러온다. 기쁘고 설레고 애틋한 감정, 비참하고 슬프고 화가 나는 감정 등등 작가는 『모든 순간은 사랑이었다』에서 누구나 겪어봤음직한 사랑의 모든 순간들을 담아냈다.
죽을 때까지 많은 걸 겪으며 사는 희로애락의 인생에서 수많은 감정들의 바탕엔 사랑이 녹아있다고 생각하며 살다 보면 견딜 수 없는 괴로운 불행들이 찾아와도 결국엔 따뜻하고 평온한, 포근하게 감싸 안아주는 사랑이 이 책을 읽는 당신에게도 반드시 머물 것이라고 믿는다.
현재 진행형인 사랑을 하는 누군가에게나, 안타까운 이별을 맞은 누군가에게 지친 하루의 끝에서 공감과 위로가 되길 바란다.
구매가격 : 9,800 원
개 집사 마여사
도서정보 : 마필두 | 2020-01-10 | EPUB파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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견생에서 애완견으로 되면서 집사와 함께 살아 가는 이야기를 사진과 함께 엮어 봤습니다
애완견이 스스로 그렇게 느꼈을거라고 생각하고 대리로 적은 글이다 보니 어설 플수도 있겟지만
애완견과 나눔 교감의 덕분으로 완성 됬습니다
구매가격 : 5,000 원
아이들
도서정보 : 김종민 | 2020-01-10 | EPUB파일
지원기기 : PC / Android / iOS
아이들 이야기입니다.
태아에서부터 행불행이 갈립니다.
축복을 받으며 행복하게 태어나는 아이가 있고
먹먹하고 막막하며 불행하게 태어나는 아이도 있습니다.
부모와 친척도 그러하고
이웃과 친지도 그러합니다.
기쁜 사연과 애절한 사연들을 전합니다.
아이가 행복하면 좋겠습니다.
부모와 주변이 거두지 못하는 아이가 없으면 좋겠습니다.
부모와 주변이 버린대도 사회가 따뜻하게 거두어주면 좋겠습니다.
아이는 사랑이고 희망이고 꿈이어야 합니다.
구매가격 : 7,000 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