꽃 한송이 잊는데 평생이 걸린다

도서정보 : 서정윤 | 2019-05-20 | PDF파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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겨운 삶과 아픈 사랑에 대한 깊은 성찰, 『꽃 한 송이 잊는데 평생이 걸린다』
-300만 독자가 선택한 『홀로 서기』 서정윤 시인 등단 35주년 연인M&B 특별기획!


투박하면서도 따뜻한 어조, 담담(淡淡)하면서도 진솔함이 묻어나는 시대를 뛰어넘는 서정!

시집 『꽃 한 송이 잊는데 평생이 걸린다』는 『홀로 서기』 서정윤 시인의 10번째 시집으로, 1984년 『현대문학』에 「서녘 바다」, 「성」 등이 김춘수 선생님의 추천으로 등단한 이후 많은 사랑을 받아온 서정윤 시인의 등단 35주년을 기념하는 시집입니다. “1부 그린다, 너를, 3부 꽃 지면서 사랑도 데려갔다”에서는 진솔하게 드러나는 서정으로, “2부 노을 묻은 낙엽, 4부 경계의 유리 조각”에서는 보다 세밀한 묘사를 통한 신서정으로 구성되어 있어, 이 시대의 대표 서정시집이라 할 수 있습니다.

“내 기다림은 별이 된다.
사막의 지평선 그 너머에서 별이 떠오르면
기다림은 꽃으로 피어난다.
사막이 아름다운 건
그 어디에선가 별이 나를 기다리는 걸 알기 때문이다.
별이 혼자 눈물 흘리는 걸 본 적이 있다.
참 어설픈 삶이지만
마음에 등불 하나 켜고 살기로 했다.”는 <시인의 말>에서처럼

시인은 우리의 겨운 삶과 아픈 사랑에 대한 깊은 성찰을 보여 주고 있는데, 서정윤 시인 특유의 투박하면서도 따뜻한 어조, 담담(淡淡)하면서도 진솔함이 묻어나는 시대를 뛰어넘는 서정이 별처럼 다가와 우리를 다시 꿈꾸게 한다. 위로와 치유로 달래 주려 손 내미는 시집입니다.

구매가격 : 6,000 원

이런 얘기는 좀 어지러운가 (문학동네시인선 119)

도서정보 : 유계영 | 2019-05-20 | EPUB파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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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9 작가가 선정한 오늘의 시’ 선정 「미래는 공처럼」 수록

“내가 나를 지나가버린 것을 끝까지 모른다”
―‘나’에게 잘 도착하는 길은 ‘나’를 잃는 과정 중에 있는지 모른다

2010년 등단 이래 깊고도 낯선 시세계를 구축해온 시인 유계영. 첫 시집 『온갖 것들의 낮』(민음사, 2015)과 현대문학 핀시리즈에 포함된 시집 『이제는 순수를 말할 수 있을 것 같다』(2018)에 이어 세번째 시집 『이런 얘기는 좀 어지러운가』를 펴낸다. 첫 시집에서 우리가 만났던 “스타카토풍의 불안과 공포를, 시간과 공간이 어긋나는 건조한 밤을, 입체파 회화처럼 단절되면서 동시에 연결되는 몸과 얼굴”(이장욱)에 더해 시인 유계영의 더 깊숙한 곳이 침착히 꺼내 보여진 시집이 되겠다.
시인은 “왜 과거의 어떤 나로부터 현재의 나에 이르기까지는, 내가 살던 시간 같지 않을까. (…) 오늘의 나는 오늘 태어난 나”(『나는 매번 시 쓰기가 재미있다』, 서랍의날씨, 2016, 공저)라고 말한 바 있다. 조연정 평론가가 쓴 이번 시집 해설 가운데 “유계영 시가 현재의 시간 속에서 쓰고 있는 것이 바로 ‘죽은 나’의 ‘미래일기’(「미래일기」) 같은 것이 아닐까”라는 대목 또한 맥이 통할 터이다. 과거-현재-미래의 연속성이 말처럼 당연한 것이 아닐지 모른다. 과거를 떠올렸을 때 거기 남은 내가 낯설고 그 시간이 내 것 같지 않다면, 오늘의 나는 오늘 태어난 나이자 죽은 나의 미래라는 감각이, 그 사이에서 ‘나’가 느끼는 곤란함과 혼란함, 상실감을 우리가 맞닥뜨리는 것이 이상한 일이 아닐는지 모른다. 이런 얘기는, 좀 어지러운가.

손목이라는 벼랑에 앉아 젖은 날개를 말리는
캄캄한 메추라기

미래를 쥐여주면 반드시 미래로 던져버리는
오늘을 쪼고 있다

울고 있는 눈사람에게 옥수수수프를 내어주는 여름의 진심
죽음의 무더움을 함께 나누자는 것이겠지
얼음에서 태어나 불구덩이 속으로
주룩주룩 걸어가는

경쾌하고 즐거운 자, 그는 미래를 공처럼 굴린다
침대 밑에 처박혀 잊혀질 때까지

미래는 잘 마른 날개를 펼치고 날아간다
한때 코의 목적을 꿈꾸었던
당근 꽁지만을 남기고
―「미래는 공처럼」 부분

100명의 시인?문학평론가?출판편집인의 추천으로 ‘2019 작가가 선정한 오늘의 시’에 선정된 시 「미래는 공처럼」의 일부다. 선정 당시 ‘비가시적인 속성을 가시적으로 포착하는 능력이 탁월’ ‘공의 탄성과 역동성을 미래의 시간성으로 표현하고 삶의 태도와 내밀한 관계성의 문제를 철학적 시간성에 실어 흥미롭게 노래한 시편’이라는 평을 받았다. 눈물로 녹아내리는 눈사람과 뜨거운 여름의 이미지, 공처럼 굴리고 구르는 미래, 녹아 사라진 자리에 남은 당근 꽁지. 유계영 특유의 기묘한 시간성이 잘 드러난 시다.
“오늘의 나를 목격했다는 사람이 있었는데/ 그것이 진짜라고 말하는 사람은 없었다”(「미래일기」), “너 자신과 멀어지면 멀어질수록/ 훌쩍 자라게 되는 거란다”(「반드시 한쪽만 유실되는 장갑에 대하여」), “나보다 오래전에 살았던 사람들이 우르르 구경 온다”(「환상통」)라는 감각 또한 그러하다. 오래전 살았던 나들을 상실감 속에서 확인하고, 태어남과 동시에 죽음을 향해간다는 자명한 사실을 확인하다보면, 매일 반복적으로 경험하는 낮과 밤, 그 반복이 꾸려가는 어제와 오늘과 내일 역시 ‘나’가 제시간에 ‘현재’에 도달할 수 없음을 되새기게 된다.


“삶의 반대는 죽음이 아니라 살 수 없음입니다”
―만날 수도, 그렇다고 이별할 수도 없는 이를 잃는 일에 대하여

유계영의 시에서 과거를 기억하는 일이 어떤 안온함, 다정함, 따뜻함 등의 긍정적 감정들보다는 언제나 얼마간의 서늘함, 먹먹함, 슬픔 등의 부정적 감정들을 동반하게 된다면, 그것은 과거를 거쳐 미래로 흘러가며 결국 죽음을 향해 가는 인간 삶에 내재한 보편적 상실감 때문만은 아닐 것이다. 그것은 “살 수 없음”이라는 사태로 인해 과거의 특정 시간 속에 갇혀 현재라는 미래에는 결코 당도할 수 없게 된, 수많은 “죽은 애”들에 대한 어떤 윤리적 책임감이 그녀에게 강하게 작동하고 있기 때문이어서 그럴 것이다. _조연정, 해설 「‘못다 한 이야기’」에서

과거의 ‘나’에 대한 생경함을 의식하고, 과거로 사라진 ‘나’에 대한 애도 불가능에 집중하는 유계영의 ‘나’들. 한낮에도 잠에서 깨어나지 못하고 “난 살아 있지, 살아 있구나/ 외워놓지 않으면 잊어버릴 수 있는지(「잠을 뛰쳐나온 한 마리 양을 대신해」)” 주문처럼 외우고, 잠들지 못하는 밤에 일어나는 ‘밤의 이야기들’에 대해 말하는 그의 ‘나’들은, 이렇듯 밤을 품은 채 낮을, 죽음을 품은 채 삶을 살아간다. 그것은 나아가 ‘살 수 없음’으로 가버려 스스로를 애도할 수 없는 사람들에 대한 이야기로 이어지는 바, 죽은 애가 참석한 동창회의 풍경을 따라가보면 좋겠다.

죽은 애도 온 것 같다 죽은 애가 와서
자신이 죽었다고 귓속말을 흘리는 것 같다
(……)

죽은 애가 죽은 것은 모두가 아는 얘기
들어줄 수 없는 얘기

(……)
여기에서
우리가 다시 만났습니다
그러고도 다시 만났습니다
산 사람처럼 어울려 떠들고 마신다.

(……)

무슨 말이 더 필요해
너무 많은 말이 필요하니까지금껏 그래왔듯이 죽은듯이 살아가자산 사람처럼 또 만나자
창밖의 사거리에는 급정거하는 소나타, 클랙슨 소리 위로 미끄러지는 중학생들이 또
횡단보도를 지우고
내가 나인 것이 치욕스러웠던 날들과 떳떳했던 날들을
마구 흘리며
달아난다

그러나 쇠고랑 끝에 매달린 금속 추처럼
죽은 애의 죽음을 끌고 간다 우리는
후렴구를 연거푸 반복하면서
―「동창생」 부분

평범한 일상이 전혀 평범하지 않게 느껴지는 순간, 장례식장에서 신고 온 구두가 아무래도 내 것 같지 않게 느껴지는 순간(「밤의 이야기」), 자나깨나 자신만을 비추는 거울을 문득 극복해보고 싶다 느껴지는 순간(「은둔형 오후」)이 있다면, 언어와 세계의 흔들림 없는 경직성을 깨고, 생경하고 불가해한 순간을 생경하고 불가해하게, 그러니까 어떻게든 이해 가능한/사회가 공유한 언어체계로 그려내려 애쓰지 않는, 요컨대 ‘시적으로’, ‘시답게’ 밀고 나간 이 시들을 즐길 수 있으리라. 이런 얘기는 좀 어지러운가? 무심한 듯 차분한 얼굴로 말하며 그가 내민 이 시집을 받아들지 않을 도리가 없다.

구매가격 : 8,400 원

이번 주 금요일에 시간 어때요?

도서정보 : 이우람 | 2019-05-20 | EPUB파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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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주 금요일에 시간 어때요? 내일에 대한 부담감도 적고 설렘과 행복이 가득한 금요일에 대한 다섯 가지 에피소드! 이번 주 금요일에 시간 어때요? 를 통해서 사람과 행복에 대한 생각과 이야기가 있는 행복한 금요일을 만들어 보는 것은 어떨까?

구매가격 : 500 원

인생의 세 스승

도서정보 : 김희중 | 2019-05-17 | EPUB파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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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들의 삶에 대한 시 100편

구매가격 : 7,000 원

바다로 퇴근하겠습니다

도서정보 : 이미진 | 2019-05-17 | EPUB파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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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행복을 위해 기꺼이 불안하기로 결심한 카피라이터 미아가 좋아하는 것을 찾아다니며 넓힌 세계가 담겨 있다. 간절히 원했던 직업을 얻었을 때 찾아온 감정은 행복이 아니라 초조였다. 직장과 일상, 양쪽에서 생긴 균열은 결국 마음에 상처를 내고 말았다. 그리고 상처에서 배어나온 우울한 마음은 어느 때보다 절실하게 '좋아하는 것'을 찾도록 만들었다.

미아가 찾아 쥔 것은 '서핑'이지만 이 책은 우울증을 앓던 직장인이 서핑을 만나 구원을 받는 드라마틱한 이야기는 아니다. 그는 이 책에서 좋아하는 것을 알기 위해 했던 시도들, 마침내 좋아하는 것을 알게 되었을 때의 설렘, 그리고 좋아하는 것을 계속 해나가며 조금씩 행복해진 과정을 솔직한 문장으로 써내려갔다.

좋아하는 것으로 채워간 일상이라고 해서 불안과 괴로움이 없는 것은 아니었다. 하지만 암초에 긁히고 거친 물살에 휩쓸려 다쳐도 가끔 잡은 파도에서 손끝까지 짜릿한 희열을 얻을 수 있다면 그 삶은 얼마나 활기차고 생생한가. 저자 미아는 <바다로 퇴근하겠습니다>를 통해 진짜 좋아하는 것을 발견하고 빠져들면서 삶이 얼마나 반짝이게 되었는지 보여준다.

구매가격 : 9,800 원

반짝, 반짝

도서정보 : 김희정 외 | 2019-05-17 | EPUB파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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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눈빛을 초롱초롱하게 했던 때가 있었나요? 그 때가 언제였나요? 눈빛이 초롱초롱해진다는 것은 보고있는 대상에 대해 호기심이 충만할 때 생기는 반짝임이 아닐까 합니다. 사랑하는 사람을 볼 때, 새로운 것을 배울 때, 기쁘거나 행복할 때, 때론 행복한 상상을 할 때도 눈빛이 초롱초롱해 진답니다. 이렇듯 눈빛이 초롱초롱하다는 것은 긍정적인 단어와 짝을 이루지요. 여기 다양한 반짝임들을 만나보세요. 그리고 이곳에 당신의 이야기도 더
해 주세요.

구매가격 : 8,000 원

홀로 서기

도서정보 : 서정윤 | 2019-05-15 | PDF파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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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로움과 사랑, 투명한 눈물의 서정시, 『홀로 서기』
-300만 독자가 선택한 『홀로 서기』 서정윤 시인 등단 35주년 연인M&B 특별기획!


사랑에 대한 정신적 가치와 삶의 예지가 담겨 있는 시대를 뛰어넘는 서정!

시집 『홀로 서기』는 1984년 『현대문학』에 「서녘 바다」, 「성」 등이 김춘수 선생님의 추천으로 등단한 이후 많은 사랑을 받아온 서정윤 시인의 시집입니다. 올해로 등단 35주년을 기념하며 다시 펴낸 그의 시편들은 시대를 뛰어넘는 이 시대의 대표 서정시라 할 수 있습니다. “1부 홀로 서기, 2부 소망의 시, 3부 슬픈 시, 4부 목동”으로 재구성된 시집으로, 1987년 첫 출간 후 300만 부가 넘게 팔린 초대형 베스트셀러 시집으로 사랑받고 있습니다.

외로움과 사랑, 그리움 등 삶의 일면을 투명한 눈물의 언어로 노래한 서정시로 사랑의 세계를 평이한 시어로 풀어내면서 결과적으로는 삶에 대한 통찰이라든가 어떤 깨달음, 일종의 인식과 각성을 전달하는 측면을 지니고 있습니다. 눈물이 이룩한 순수한 홀로 있음의 자리에서 진정한 홀로 서기가 가능한 것을 이 시집은 보여 주고 있습니다. 그리고 별을 통해서 우리에게 보여 주고자 하는 것은 일반적인 사랑 감성의 반짝임이 아니라, 웬만한 극기와 인고를 거치지 않고서는 다다를 수 없는 사랑의 지고지순함이라는 사실도 보여 주고 있습니다.

30여 년이라는 세월이 흘렀지만 “기다림은 만남을 목적으로 하지 않아도 좋다. 가슴이 아프면 아픈 채로, 바람이 불면 고개를 높이 쳐들면서-”로 시작하는 「홀로 서기」를 비롯해 「사랑한다는 것으로」, 「눈 오는 날엔」, 「소망의 시」, 「나의 어둠을 위한 시」, 「겨울 해변에서」, 「목동」, 「가을 저녁에」 등은 여전히 생명력이 넘치고 독자들의 가슴에 애잔한 파문을 일으키고 있음을 확인할 수 있습니다. 특히 「사랑한다는 것으로」는 김난도 교수의 『아프니까 청춘이다』에 「사랑 따윈 필요없어 2.0」에 인용되어 젊은 세대들에게도 큰 사랑을 받는 시이기도 합니다.

구매가격 : 6,000 원

바닷가 작업실에서는 전혀 다른 시간이 흐른다

도서정보 : 김정운 | 2019-05-15 | EPUB파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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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도서 소개

불안 없이 내가 진짜 하고 싶은 일을
내 마음대로 할 수 있는 최소한의 공간, 슈필라움!
—문화심리학자 김정운이 몸으로 제안하는 슈필라움의 심리학
그리고 새로운 삶의 가능성을 꿈꾸게 해주는 24개의 키워드와 통찰

2012년, 문화심리학자 김정운 교수는 돌연 자신이 ‘지난 50년’ 동안 떠밀려 살아왔음을 깨닫고 ‘앞으로의 50년’ 동안에는 ‘내가 하고 싶은 일만 하겠다!’고 결심한다. 그러고는 교수라는 안정적 고위직을 박차고 그림 공부를 하러 일본 유학길에 오른다. 그가 ‘나름 화가’로 다시 돌아와 머무르기로 선택한 곳은 서울이 아니라 여수다. 왜 여수여야 했을까?
『바닷가 작업실에서는 전혀 다른 시간이 흐른다』는 김정운이 여수에서 바다를 마주한 채 쓰고 그린 에세이를 모은 책이다. 이 책에서 그는 타인에게 방해받지 않는 자기만의 공간 ‘슈필라움’에 대해 언급한다. 독일어에만 있는 단어인 슈필라움(Spielraum)은 ‘놀이(Spiel)’와 ‘공간(Raum)’의 합성어로, ‘내 마음대로 할 수 있는 자율의 주체적 공간’을 뜻하는데 ‘물리적 공간’은 물론 ‘심리적 여유’까지 포함하는 말이다. 자기만의 슈필라움이 있어야 우리는 인간으로서의 자존감과 매력을 만들고 품격을 지키며 제한된 삶을 창조적으로 재구성할 수 있다. 우리가 밀집 장소에서도 본능적으로 자신을 위한 최소한의 공간을 확보하려 하고, ‘내 공간’을 어떻게든 마련하여 정성껏 가꾸며 필사적으로 지키려는 이유이다. 이는 현대인이 나만의 ‘케렌시아’를 추구하는 트렌드를 해석하는 중요한 키워드이기도 하다.
김정운은 여수에서 자신이 꿈꾸던 바닷가 작업실 ‘미역창고(美力創考)’를 찾기까지의 여정을 들려준다. 그리고 24개의 키워드(‘시선’과 ‘마음’, ‘물때’와 ‘의식의 흐름’, ‘미역창고’와 ‘바닷가 우체국’, ‘불안’과 ‘탈맥락화’, ‘열등감’과 ‘욱하기’, ‘삶은 달걀’과 ‘귀한 것’, ‘기억’과 ‘나쁜 이야기’, ‘감정 혁명’과 ‘리스펙트’, ‘민족’과 ‘멜랑콜리’, ‘아저씨’와 ‘자기만의 방’, ‘저녁노을’과 ‘올려다보기’, ‘관대함’과 ‘첼로’)를 통해 그 슈필라움이 현대인에게 무슨 의미를 지니는지, 얼마나 중요한 역할을 하는지, 그리하여 우리는 어떤 삶을 새롭게 꿈꿀 수 있는지에 대해 통찰한다.


“삶이란 지극히 구체적인 공간 경험들의 앙상블…
공간이 문화이고, 공간이 기억이며, 공간이야말로 내 아이덴티티다!”
—귀농, 귀촌, 텃밭이 우리 슈필라움의 전부일 수는 없다

아무리 드넓은 공간을 물리적으로 소유해도 그곳이 슈필라움이 되는 것은 아니다. 값비싼 과시용 가구들로 그 공간을 가득 채운다고 해도 슈필라움은 만들어지지 않는다. 주체적 개인의 아이덴티티가 취향과 관심으로 구체화돼야 비로소 진정한 슈필라움의 역할을 할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런 곳에서라면 아무리 보잘것없이 작은 공간이라도 내가 진짜 하고 싶은 일은 하고, 정말 하기 싫은 일은 하지 않으면서 즐겁고 행복할 수 있다. 하루 종일 혼자 있어도 전혀 지겹지 않다. 무엇보다 온갖 새로운 삶의 가능성을 꿈꿀 수 있다.
나만의 슈필라움에서는 타인의 시선이 함부로 나에게 개입할 여지가 없다. 나를 관찰하는 타인의 시선을 의식하지 않고 오롯이 내 시선으로 관찰하는 일이 가능해져야 삶과 사회를 주체적으로 조망하고 행복의 지평을 자율적으로 개척할 수 있다. 타인의 시선은 ‘감시’로 작동하는 순간 내 몸과 마음을 불안하게 옥죄는 치명적 공포에 지나지 않는다. 내 존재는 나를 감시하는 타인의 시선 속에서 초라하게 쪼그라든다. 타인의 시선에 대한 고려는 “언제나 나와는 다른 생각을 하는” 타인을 이해하고 싶을 때 전제돼야 할 요소일 뿐이다.
자기 자동차 앞을 양보하면 인생 끝나는 것처럼 절대 비켜주지 않으려는 한국 남성들이 〈나는 자연인이다〉에 채널을 고정하는 이유는, 타인의 감시에서 벗어나 자신만의 슈필라움에서 ‘시선의 자유’를 쟁취한 자연인들이 부럽기 때문이다. 스스로 ‘자연인’이 될 용기도 없는 그들은 현재 유일한 슈필라움인 자동차 운전석에서 자기 존재를 확인하며 그마저 부정당하지 않으려고 아득바득 내 앞을 지키는 데 사력을 다한다. 은퇴 후 ‘귀농, 귀촌, 텃밭’을 꿈꾸면서. 그러나 그게 슈필라움의 전부일 수는 없다. “삶이란 지극히 구체적인 공간 경험들의 앙상블”이라고 생각하면 나의 ‘아이덴티티’이고, ‘기억’이며, ‘문화’인 공간을 언제까지나 자동차 운전석이나 텃밭으로만 한정할 수는 없는 노릇이다.


인생을 바꾸려면 공간부터 바꿔라!
구체적으로 애쓰지 않으면 행복은 결코 오지 않는다
—김정운의 슈필라움 ‘미역창고’ 이야기

‘미역창고(美力創考)’는 김정운이 아주 어린 시절부터 로망으로 간직해온 공간으로, 여수라는 낯선 곳에서 혼자 좌충우돌하면서 만들어가는 ‘바닷가 작업실’이다. 쓰고 싶은 글을 쓰고, 그리고 싶은 그림을 그리고, 듣고 싶은 음악을 들으면서 ‘자기 이야기’를 만들 수 있는 ‘내 공간’, 바로 눈앞에서 밀물과 썰물이 오가는 슈필라움에 대한 그의 ‘공간충동’이 구현된 결과이다. 무소유를 주장하고 실천한 법정 스님조차 ‘깨끗한 빈방’에 대한 이 공간충동을 평생 어쩌지 못했다.
프랑스 철학자 앙리 르페브르는 “인생을 바꾸려면 공간을 바꿔야 한다”라고 말했다. 여기에서 공간은 물리적으로 비어 있는 ‘수동적 공간’이 아니다. 그 공간에 주인으로 머무르는 인간과 상호작용하여 그가 ‘자기 존재’를 확인하고 ‘자기 이야기’를 창조하도록 돕는 ‘적극적 공간’을 일컫는다. 그렇게 창조된 이야기는, 타인의 무책임한 평가나 애꿎은 비난에 휘둘리지 않고 주체적으로 나 자신과 세상을 관찰하고 성찰한 ‘내 이야기’일 것이다. 즉 공간이 우리의 남은 이야기들을 좌우하므로 남은 인생을 바꾸려면 공간부터 바꿔야 한다는 것이다.
김정운은 자신의 행복한 이야기를 스스로 만들어가기 위해 ‘비싼 것’이 아니라 ‘좋은 것’, ‘추상적 교환가치’가 아니라 ‘구체적 사용가치’를 찾아 서울에서 일본으로, 다시 여수로 인생의 자리를 옮겼다. 96퍼센트의 공연한 걱정은 제목을 붙여 노트에 적고 ‘가나다순’으로 정리하여 대처하고, 분명하게 알 수 있는 ‘싫은 것 ․ 나쁜 것 ․ 불편한 것’은 하나씩 제거하고, 인류의 불안 극복기로 가득한 미술관 ․ 박물관이나 삶의 시간을 여유롭게 만들어주는 음악회를 찾아가고, 귀한 ‘책’에 침을 발라가며 밑줄을 긋는다. 잘 안되는 ‘어쩔 수 없는 시간’도 있음을 받아들이고, ‘리스펙트’를 토대로 ‘나와는 언제나 다른 생각을 하는’ 타인과 의사소통의 상식적인 순서를 주고받으며, 멀리 보고 자주 올려다보면서 구불구불 돌아가며 살아가려 애쓴다.
행복한 인생에 좀 더 실천 가능한 구체적 방식으로 접근하고자 하는 김정운이 자신만의 슈필라움에서 쓰고 그리면서 최종적으로 추구하는 일은 ‘책’을 매개체로 하는 ‘자신과의 내적 대화’, 즉 ‘생각’이다. 이 책에 담긴 에세이와 그림은 그가 타인의 시선을 의식하지 않고 그 ‘생각’을 토대로 현대인의 삶과 사회에 대해 쓰고 그려간 ‘진짜 이야기’들이다. 이제 당신의 슈필라움에서 당신이 창조하는 진짜 이야기를 듣고 싶다.


◎ 책 속에서

시선은 곧 마음이다. 내 시선이 내 생각과 관심을 보여준다는 이야기다. 다른 동물들에 비해 인간 눈의 흰자위가 그토록 큰 이유는 시선의 방향을 드러내기 위해서다. 흰자위와 대비되어 시선의 방향이 명확해지는 검은 눈동자를 통해 인간은 타인과 대상을 공유할 수 있는 능력이 생겼다. ‘함께 보기’다. 인간의 의사소통은 바로 이 ‘함께 보기’에 기초한다. (…) 그래서 인간은 남의 시선이 향하는 쪽을 반사적으로 따라 보게 되어 있는 것이다. 의사소통 장애인 자폐증의 가장 두드러진 증상은 바로 ‘함께 보기’의 거부다. ‘훔쳐보기’는 자신의 시선을 드러내지 않겠다는 소통 거부의 집단적 자폐 증상이다. ―34~36쪽

모든 우려에도 불구하고 섬의 내 작업실 공사는 그해 여름부터 시작되었다. 내 고독한 결정의 기준은 분명했다. ‘교환가치’가 아니라 ‘사용가치’다. 카를 마르크스의 사회주의 이데올로기는 망했지만, ‘사용가치’와 ‘교환가치’를 구분한 경제학자 마르크스의 가치론은 여전히 유효하고 탁월하다. (…) 이른바 ‘사용가치’라는 ‘질적 가치’와 ‘교환가치’라는 ‘양적 가치’ 사이의 모순이다. ‘교환가치’는 내 구체적 필요와는 상관없는, 지극히 추상적 기준일 뿐이다. 한국 사회의 온갖 모순은 무엇보다도 주택이 ‘사는 곳(사용가치)’이 아니라 ‘사는 것(교환가치)’이 되면서부터라고 나는 생각한다. 오십 대 후반의 (…) 나이에도 내 ‘사용가치’가 판단 기준이 되지 못하고, 추상적 ‘교환가치’에 여전히 마음이 흔들린다면 인생을 아주 잘못 산 거다. 추구하는 삶의 내용이 없다는 뜻이기 때문이다. ―57~60쪽

의사소통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순서 주고받기’다. 타인의 ‘순서’를 기다릴 수 있어야 진정한 의사소통이 가능하다. (…) 그래서 아기가 태어나면 엄마는 바로 이 ‘순서 주고받기’를 제일 먼저 가르친다. 엄마가 인형 뒤에 숨었다가 갑자기 ‘우르르 까꿍’ 하며 나타나는 놀이는 인종에 상관없이 모든 문화에서 발견된다. (…) 오늘날 사방에서 ‘욱’하는 이유는 ‘성취’와 ‘경쟁’의 규칙들로만 지내온 세월 때문이다. (…) 자신의 ‘순서’를 빼앗긴 상대방은 ‘분노’할 수밖에 없다. ‘분노’는 또 다른 ‘분노’를 낳는다. 그동안 까맣게 잊고 지내온 ‘순서 주고받기’라는 의사소통의 근본 규칙을 회복하지 않으면 이 분노의 악순환으로부터 결코 헤어날 수 없다. 조금만 차분하게 기다릴 줄 알면 그렇게까지 ‘욱’할 일은 별로 없다. ―105~106쪽

‘침 바르기’는 ‘존재 확인’의 숭고한 행위다. 우리는 ‘귀한 것’에 꼭 침을 바른다. 뭉칫돈이 생기면 우리는 한 장 한 장 침을 발라가며 돈을 센다. 사랑하는 이가 생기면 어떻게 해서든 그에게 혹은 그녀에게 침을 바르고 싶어 안달 난다. 책도 마찬가지다. 전자책이 아무리 효율적이어도 아날로그 책 읽는 재미를 따라갈 수 없다. 침을 바를 수 없기 때문이다. (…) 침 바를 일이 없으니 그렇게들 ‘분노와 적개심의 침’만 사방에 퉤퉤 뱉는 거다! 그래서 책을 읽어야 한다! ‘침 바르기’가 동반되는 독서는 ‘성찰적’이며 ‘상호작용적’이다. ―126~127쪽

우리가 ‘나쁜 이야기’에 매번 귀가 솔깃한 이유는 바로 이 원시적 본능이 여전히 작동하기 때문이다. 그러나 이는 잠시만 한눈팔아도 목숨이 날아가던 원시시대 이야기다. 문명화된 사회란 날것의 위험들을 제어할 수 있는 안전장치가 갖춰진 상태를 뜻한다. 그런데도 사방에 ‘나쁜 이야기’들뿐이다. ‘나쁜 이야기’에 끌릴 수밖에 없는 타인의 반응을 통해 자신의 존재를 확인하려는 불안한 인간이 너무나 많은 까닭이다. 불안한 이들이 불안을 유포해 혼자만 불안하지 않으려는 아주 웃기는 현상이다. ―140쪽

화장실이나 목욕탕은 가장 사적인 공간이다. 이런 곳에서 침을 뱉거나, 깊은 신음 소리를 내는 이들은 언제나 아저씨들이다. 에드워드 홀의 ‘공간학’에 따르면 45센티미터 이내의 거리는 엄마와 아기, 혹은 부부 사이와 같은 가장 친밀한 관계에서만 허용된다. 낯선 이가 이 거리 안으로 침입하면 몹시 불편해진다. 그래서 고급스러운 장소일수록 소변기 사이의 거리가 멀고, 칸막이가 쳐져 있는 거다. 소변기 앞에서 없는 가래를 뽑아내며 소리를 내는 이유는 심리적으로 몹시 불편하다는 뜻이다. 한때 폼 나는 ‘싸나이’였던 범재가 시도 때도 없이 소리를 내는 이유도 마찬가지다. 자신의 ‘권력 공간’이 사라진 것에 대한 불안이다. ―194쪽

인간이 세상을 보는 기준은 항상 자기 몸이다. 어릴 적 그렇게 컸던 학교 운동장이 나이가 들어 찾아가보면 그렇게 작을 수가 없다. 그 넓었던 집 앞 ‘신작로’가 그렇게 좁을 수가 없다. 내 몸을 기준으로 보기 때문이다. 초등학생의 작은 몸으로 본 세상은 크고 놀라웠다. 호기심에 가득 차 세상을 올려다봤다. 그러나 성인의 몸을 기준으로 보면 죄다 시시하고, 볼품없다. 지금 내 삶이 지루하고 형편없이 느껴진다면, 지금의 내 관점을 기준으로 하는 인지 체계가 그 시효를 다했다는 뜻이다. 내 삶에 그 어떤 감탄도 없이, 그저 한탄만 나온다면 내 관점을 아주 긴급하게 상대화시킬 때가 되었다는 이야기다. ―220~221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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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의 색이 번지고 물들어

도서정보 : 정재희 | 2019-05-15 | EPUB파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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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여자가 들려주는 달콤쌉싸름한 사랑의 기록

그림 없이는 살 수 없다던 소녀가 성인이 되어 한 남자를 만났다. 그녀가 미술로 먹고살 길을 찾아 방황하던 그때 만나게 된 그와의 이야기. 이 책에는 아주 평범하지만 그래서 더욱 특별한 커플의 이야기가 담겨 있다.
처음에는 나와 다른 그 사람이 낯설어 다가가지 못했지만 어느덧 그 사람을 제대로 볼 준비가 되었다. 그렇게 만났고, 연애를 했다. 연애를 하다 보니 결혼까지 하게 되었다. 그 사람은 존재 자체가 위로되는 사람이었고, 어느새 항상 거기 있을 사람이 되어 있었다. 작가의 동화 같은 수채화 그림과 함께 그들의 따뜻한 이야기가 펼쳐진다.


사랑이 서툰 당신에게 들려주는
솔직담백한 그의 사랑법!

그들의 연애는 평범했다. 거친 삼각관계 속에서 정열적인 사랑이 피어나거나, 어린 친구들처럼 풋풋하고 가슴 설레는 일만 있는 것은 아니었다. 그저 평범한 일상 속에서 따뜻한 마음과 잔잔한 행복이 다가왔다. 작가는 그 남자가 솔직하고 표현력이 좋아 감개무량했고, 자신을 대단한 사람으로 만들어준다며 행복해했다. 사랑을 적극적으로 표현하기 어려운 남자 나이 서른일곱. 하지만 그는 그녀를 “예쁘다”, “귀엽다”며 칭찬해주었고, 멋진 그림을 그리는 대단한 사람으로 만들어주었으며, 늘 집까지 바래다주고 기념일을 챙기며 배려해주었다. 작가는 ‘그’라는 사람을 만나 감사하고 다행이라고 말한다.


그의 모양은 한결같았고 색깔은 자유로웠다.
“넌 그거 모를 거야.
내가 널 데리러 갈 때 어떤 마음인지.”

그가 풍긴 불안은 비교하지도, 지치지도,
걱정하지도, 두려워하지도 않는 불안이었다.
아, 웃을 수도 있구나.
옅은 분홍색이 입가로 퍼져나갔고
핸드폰을 귀에 바짝 대고 그의 목소리에 귀 기울였다.
그 불안, 또 듣고 싶었다.
_ 본문 중에서

그림을 그리고 미술 심리를 공부하는 작가는 그와의 만남을 다양한 색으로 표현한다. 그는 그녀에게서 노랑을 보았고, 그녀는 그의 불안에서 분홍빛을 보았다. 여느 연인처럼 별것 아닌 일로 다투기도 하고 언성을 높이며 싸울 때도 있지만, 그런 시간들 속에서 서로를 인정해주고 따스한 온기를 주고받는 관계가 되었다. 특별할 것이 없어서 평범하지만 오히려 특별한 이유가 없어 좋은 날들이었고, 앞으로도 그런 날들이 계속 이어질 거라고 그녀는 말한다. 이 책을 읽다 보면 서로에게 번져가는 그들의 색이 우리에게도 물드는 느낌을 받을 수 있을 것이다.

구매가격 : 8,800 원

태어난 김에 잘 살아

도서정보 : 청년괴짜 | 2019-05-15 | EPUB파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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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0개의 시형식으로 쓴 자신을 찾아가는 글.

창영이는 수학을 잘했다.
혜인이는 항상 일어를 만점 받아서 내가 일만이라 불렀다.
연제는 컴퓨터를 잘 만져서 홀로그램 기술자로 미래를 그렸다.
누구는 글을 잘 썼고, 다른 누구는 운동을 잘 했다.
또 누구는 무엇이든 뚝딱 고치고 만들 줄 알고
또 다른 누구는 자신의 키만 한 악기로도 우리의 마음을 갈대밭 억새동산에 눕혀 노래하게 했다.

하지만 내 인생은 교과서에 없었다.
주입식이니 암기식이니 우리나라 교육을 비판하면서도
그 많은 과목 중에 내가 좋아하고 잘 하는 게 있기를 원했고
학생을 쓸모 있음과 없음으로 나눈다며 선생님을 비난하면서도
누군가 나에게도 태어난 이유와 쓰임새를 찾아주기를 바랐다.

그 칼자루의 끝에는
내가 왜 태어났는지 이유를 알고 싶어 하는
내가 서 있었으니까.

그런데
조금 늦게 알았지만
나는 태어난 이유가 애초부터 없었다.

연필은 태어난 이유가 있다.
스마트폰 거치대도 태어난 이유가 있다.
천장에 붙인 야광스티커도 태어난 이유가 있다.

하지만 우리 인생은 누가 태어난 목적을 부여하지 않는다.
누가 내 인생에 끝이 있는 쓰임새를 정해놓을 수 있을까?
그러니 태어난 김에 덤으로 살지 말고
바람처럼 왔다고 바람처럼 사라지지 말고
태어난 김에 잘 살아
마음껏
나답게
나처럼

좋은 일도
슬픈 일도
힘든 일도
서툴러 넘어져도
포기하는 것도
다시 시작하는 것도

내 인생이니까

부끄럽지만
이런 자신감이 소소하게 쌓여가는 글 속에서도
나는 가끔 움츠려 있거나 후퇴할 때가 있다.
인생은 자기주도라며 외치는 중에도
세상의 기준과 시선이 벗어날 수 없는 숨을 막고 있을 때가 있다.
나처럼 오르락내리락하며 점점 빛바래져가는
우리의 삶 속에서

이 졸저가
가끔은 그 가운데 항상 서 있는 당신을 찾을 수 있기를
뜨겁게 안아 지쳐있는 나에게 인사를 건넨다.
태어나줘서 고마워
태어나길 잘 했어
태어난 김에 잘 살자

구매가격 : 3,900 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