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는 주행 중
도서정보 : 박상준, 송화, 이지수 | 2022-12-31 | PDF파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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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삶은 남들과는 다른 삶이었겠거니 생각했다. 그래서 기꺼이 내 삶의 흔적, 깨달음을 남기는 것이 나의 사명이라 받아들였다. 별로 어렵지 않을 것이며, 오히려 ‘쓸 내용이 너무 많으면 어떻게 하지?’하는 쓸데없는 염려를 했다. 하지만 막상 컴퓨터 앞에 앉아서는 검정 테두리 속, 네모난 모니터 안의 하얀색 화면에 깜빡이는 커서만 한참을 보다가 컴퓨터를 끄고 나를 합리화했다.
‘아, 나한테는 컴퓨터로 글을 쓴다는 게 어색해서 그럴 거야.’
종이와 펜을 챙겨 들고 침대에 최대한 편한 자세로 등을 기대고 앉아서 또 한참을 종이만 ‘뚫어져라’ 바라보았다. 이제는 댈 핑계도 없었고 조용히 종이를 내려놓았다. 그렇게 며칠, 몇 달, 몇 년이 지났다. 인고의 시간은 진즉에 지났고 무감각의 시각이 도래했다. 밥 먹고 양치하듯 수시로 ‘쓸 거야’를 되뇌고 주변에 널리 알렸으나 이를 행동으로 옮기지는 않았다. 늦게나마 무감각의 시대를 극복해보겠다고 다짐했지만, 여전히 글을 시작하는 첫 단어조차 떠오르지 않았다.
지인을 통해 알게 된 글쓰기 프로젝트에서 어쩌면 한 번도 마주칠 일이 없었을지도 모를 나와 같은 목적을 가진 9명의 ‘동료’를 만났다. 첫 만남부터 왠지 모를 동질감을 느꼈다. 내 악필을 섬세하게 다듬어줄 선생님도 만났다. (현해원 선생님께 다시금 감사의 말씀을 올린다) 온라인상이긴 했지만 매주 만나며 선생님의 도움으로 미약하나마 필력을 키울 수 있었고, 아홉 동료의 아홉 가지 삶의 단편을 들여다볼 수 있었다.
각기 다른 삶이었다. 소소했지만 담백했고, 평범했지만 특별했다. 특별하다고 느꼈던 내 것이 특별하지 않게 느껴지기까지 했다. 주제도, 문체도, 각자의 삶도 모두 달랐지만, 특정 시간, 사건에 머물러 있지 않고 이를 오히려 자양분 삶아 계속 나아갔으며, 지금도 나아가고 있다는 점에서 우리는 모두 같았다.
지금 내가 가고 있는 이 길이 맞는 길인지 잘못된 길인지도 아직은 잘 모른다. 잘못된 길로 들어설 수도 있을 것이다. 한참을 걷고 나서야 잘못 왔음을 깨닫고 낙담하고, 좌절할 수도 있을 것이다. 그러면 나는 크게 숨을 들이쉬고, 내쉰 후 다시금 길을 걷겠다. 앞만 보고 오느라 보지 못했던 높고 푸른 하늘을 볼 것이며, 길가에 핀 이름 모를 꽃을 보고 향을 맡겠다.
내가 놓쳤던 광경, 내음, 소리까지 모두 하나하나 느끼며 걷겠다. 비록 멀리 돌아갈지라도 멈추지 않고 묵묵히 걸어가겠다. 인생의 길 위에서 계속 주행하고 있고 앞으로도 주행하고 있을 나와 우리 9명의 팀원, 그리고 이 글을 읽는 여러분을 응원하고 바란다.
“그 길이 어떤 길이든지 네(내)가 걷는 그 길이 너(나)에게는 꽃길이기를…”
구매가격 : 9,450 원
우린 별이 되려 노래하는지
도서정보 : 정찬식, 김태임, 이상, 김영환 | 2022-12-31 | PDF파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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삶을 살아가다 보면 우리는 지나친 성숙함을 요구받을 때가 있습니다. 사랑하는 관계의 단절이나 지고한 노력의 배신, 혹은 망망대해와 같은 앞길의 불안함 속에서도 태풍의 눈과 같은 고요함을 바라는지 모릅니다. 가끔은 그 가혹한 대가와 함께 짓쳐오는 반항심에 몸을 맡길 때도 있습니다. 삶이란 바다에 둥둥 떠다니며 보이지 않는 길을 헤매기도 합니다. 간신히 헤쳐 나간 그곳에서 우리는 현실을 마주하곤 합니다. 시선은 여전히 손에 잡을 수 없는 동경이나 선망, 비교와 질투, 때론 사랑의 감정을 향해 있지만 쓸쓸한 결말을 고하기도 하지요. 여기, 순수가 어울렸던 어릴 적의 모습은 사막의 모래성처럼 흩어지고, 어느새 현실을 조율하며 살아가는 4명의 어른이 있습니다. 한때 세상이란 바다에 정처 없이 표류하던, 그 상처들로 조금은 성숙해진 그런사람들입니다. 그들은 이제 각자만이 걸어온 독특한 빛을 조심스레 이야기하려 합니다. 흘러간 시간에도 바래지 않은 눈빛들은 마치 길을 잃은 뱃사공을 비춰주는 별처럼 아른거립니다.
옛날 뱃사람들은 항해할 때면 밤하늘의 별자리를 보며 길을 찾아내었다고 합니다. 그들이 모여 만들어진 방위는 드높은 하늘의 이정표였습니다. 우리 역시 누군가에게는 시리도록 빛나는 별이며, 또한 그리 될지도 모릅니다. 지금은 비록 지난 후회들에 엉겨 붙어있지만 더 이상 흔들리지 않는 우리의 모습을 보여주고 싶습니다. 본연의 모습으로 묵묵히 완성해나가는 그날이 올 때까지 삶을 노래하려 합니다. 이 드넓은 바다에 비친 고작 네 가지의 이야기는 어쩌면 여러분의 고요한 밤을 울리기에 충분할지도 모릅니다.
구매가격 : 9,100 원
토요일 오후는 벤치에 앉아 쉬다 가세요
도서정보 : 송산호, 김경아, 담월 | 2022-12-31 | PDF파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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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른한 햇살에 토요일 오후.
그리 멀지 않은 공원엔
종이로 만든 벤치가 하나 있습니다.
적잖은 날갯짓에 지친 참새도
도토리 숨긴 곳을 잊어 갈 길이 바쁜 다람쥐도
목이 말라 호숫가를 찾는 사슴도 쉬어가는 작은 벤치.
그곳에서 당신도 쉬어가 보는 건 어떨까요?
토요일 오후는 벤치에 앉아 쉬다 가세요.
우리들의 시로 만든 벤치는 언제나 이곳에서 기다리고 있으니까요.
구매가격 : 9,450 원
토요일에 만나요
도서정보 : 신월, 정지원, 이가은 | 2022-12-31 | PDF파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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할까 말까 할 땐 하고, 말할까 말까 할 땐 하지 말라고 했다. 책 쓰기 프로젝트에 지원하기까지 수없이 고민했다. 일과 육아 사이에서 저글링을 하며 하루하루 피곤을 달고 사는 내가 과연 시간을 내어 글을 완성할 수 있을까 싶어서였다. 하루는 내 이름이 적힌 책을 내고 싶은데 엄두가 나지 않는다고 회사 후배에게 고민 아닌 고민을 털어놓았다.
“일단 저지르고 보세요.”
후배의 직언에 정신이 번쩍 들었다. 내심 생각하고 있었던 말이지만 두 귀로 직접 들으니 당장 시작하지 못할 이유가 없다는 것이 더욱 명확해졌다.
사는 곳도 다르고 실제로 얼굴 한 번 본 적 없는 우리는 그렇게 매주 토요일 오후 12시, 각자의 컴퓨터 앞에 앉아 글을 써 내려갔다. 겉으로는 순탄했던 것처럼 보이지만 실은 크고 작은 일들로 가득했던 지난 날들을 돌아봤고, 그중 가장 세상과 공유하고 싶었던 이야기를 소설로, 그리고 에세이로 담았다.
고단한 하루 끝 모두가 잠든 시간을 이용하여, 때로는 주말 밤을 꼬박 지새우기도 하며 마음을 담아 한 자 한 자 눌러썼다. 글을 쓰는 그 시간만큼은 스스로를 온전히 들여다보고 다독여주었다. 프로젝트에 참여하는 6주 간, 우리는 마음속 소중히 간직했던 것들을 기억했고, 앞으로 맞이할 날들에 대한 다짐을 했다.
글쟁이가 아닌 우리들이 책 쓰기라는 대장정을 완주한 지금, 우리는 앞으로 닥칠 새로운 여러 일들에 계속해서 도전할 용기를 얻었다. 우리 이야기를 읽는 이들에게도 이 감동이 고스란히 전해지기를 바라본다.
구매가격 : 8,750 원
평범하지만 특별한
도서정보 : 금은보화, 이상윤, 하나제이, 박효하, 조명현 | 2022-12-31 | PDF파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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흘러가버리는 감정. 번쩍 떠오르는 아이디어. 잊고 싶지 않은 지난 날들. 일순간 사라지고 마는 것을 붙잡아 되새기고자 하는 바람은 누구에게나 있습니다. 혼자서는 어렵고 막막했던 그 일이 ‘책 쓰기 프로젝트’를 통해 시작되었습니다. 이 책의 저자들은 말로 다할 수 없었던 것을 표현하기 위해 6주의 시간을 함께 걸었습니다. 머릿속에 떠돌던 문장들을 한 자 한 자 써내려 갈 때의 설렘과 두려움이 아직도 선합니다. 짧은 글을 끝낸 후 누군가 ‘다음에는 뭘 쓰고 싶냐’고 지나가듯 물었고, 저는 사람들의 마음에 다가가는 글을 쓰고 싶다고 대답했습니다.
나의 이름이 담긴 책을 내기까지 프로그램을 바른 방향으로 이끌어주신 글ego 담당자분께. 보기만해도 흐뭇해지는 디자인을 맡아주신 소정님께. 아울러 상상하고 이야기했던 우리들의 작가 ‘은률, 정재, 은영, 상윤, 명현님.’ 글의 시작과 퇴고까지 많은 도움을 주신 정성우 작가님께 감사를 전합니다.
여러 감정들을 딛고 바쁜 시간을 쪼개어 만들어 낸 이 책이, 우리가 힘들어 멈추어 섰을 때 힘을 낼 수 있는 이유가 될 거라는 것. 시간이 흐르고 나서 과거의 모습을 추억하는 매개체가 되리라는 것을 의심치 않습니다. 선생님이신 정성우 작가님이 말씀하셨던 것처럼 앞으로도 우리는 멈추지 않고 한 글자 한 글자 마다 떳떳한 마음을 담아 글을 써내려 갈 겁니다. 더 넓은 세상을. 더 많은 마음을. 더 큰 생각을 글로 담아낼 수 있도록 부단히 나아가겠습니다. 감사합니다.
2022년 단풍과 국화가 만연한 가을.
구매가격 : 9,450 원
푸른 밤의 기록
도서정보 : 봉주하, 해운, 나비 | 2022-12-31 | PDF파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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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월만큼이나 어김없이 빠르게 지나가는 것이 없습니다. 끝나지 않을 것 같았던 겨울을 보내고, 찬란한 꽃들의 향연이 펼쳐지는 봄이 오더니, 숨이 턱턱 막히는 무더운 여름을 지나 푸르름이 각양각색으로 물들며 가을이 깊어가고 있습니다.
어느 날 내 안에 있는 진정한 나를 찾고자 소망하던 우리가 함께 모이게 되었습니다. 처음에는 하고 싶은 이야기도 다르고, 각기 다른 인생을 살아왔을 우리가 어떻게 한 권의 책을 만들까 걱정이 되기도 했습니다. 하지만 6주간의 만남 속에서 우리는 모두 나만의 북극성을 찾아 헤매는 인생의 여행자라는 것을 알게 되었습니다. 수업을 통해 마음속에 각자 간직했던 다른 스토리들이 푸른 밤의 사색과 고민을 통해 따로 적은 일기장처럼 묶이는 신비함도 경험했습니다. 우리는 때로는 이 한 권의 꿈꾸는 섬에 살며 설렘과 모험 그리고 기대와 걱정을 했으며 다른 팀원들에게 휴식이 되기도 했습니다.
인생은 오르락내리락 회전목마처럼 우여곡절을 간직하고 있고, 빛과 그림자 모두가 필요함도 알게 되었습니다. 하지만 빛보다 강한 어둠은 없습니다. 우리는 아침이 오기 전 가장 깊은 새벽의 어둠을 가르고 다시 일어서기 위한 발자국을 ‘푸른 밤의 기록’으로 남기고자 합니다.
이 프로젝트에 참여하면서
오랜 시간 생각만 했던 여행기 집필을 드디어 실천하게 되어 뿌듯하다는 땡땡님,
걱정과 고민 속에서도 씩씩하게 멋진 글을 완성해내신 GO님, 이번 기회를 통해 새로운 용기를 갖게 되셨다는 HAM님,
동생과의 여행을 통해 자신을 돌아본 이야기를 진솔하게 써내신 하영님,
앞으로도 좋은 글을 남기며 살고 싶다는 고운 꿈을 간직하신 해운님,
무한한 상상력으로 재미난 글을 남기고, 자유의 몸으로 돌아가셨을 주하님,
반려견의 온기를 이불 삼고 심장 소리를 자장가 삼아 행복한 삶을 일구실 윤서님,
한국의 아이들이 의미 있고 재미나게 살 수 있는 세상이 될 때까지 글을 쓰고 싶다는 나비님,
오랜 기간 동안 다른 사람의 책만 읽다가 걱정과 설렘을 뒤로 한 채 첫 도전을 한다는 쏭쏭님,
모두 고생하셨습니다. 언젠가 오늘이 떠올라 미소 짓고, 서로의 행보를 확인하며 기뻐하길 소망합니다. 누구보다 우리가 가지고 있는 작은 씨앗에 물을 주고 싹을 틔워주신 현해원 작가님께 고마운 마음을 전합니다. 열정적인 수업과 코칭에 진심으로 감사드립니다.
끝으로, 우연히 이 책을 펼치신 당신이 이 책을 읽어주신다면, 이 이야기는 당신의 이야기로 한층 더 깊어질 것입니다. 부디 ‘푸른 밤의 기록’이 오늘을 견뎌내신 당신에게 위로가 되었으면 좋겠습니다.
‘푸른 밤의 기록’을 만난 당신은 참 좋겠습니다!
당신을 만나 ‘푸른 밤의 기록’도 참 좋습니다!
구매가격 : 9,100 원
해가 되지 않는 위로를 위해
도서정보 : 문해인, 박지원, 권주희 | 2022-12-31 | PDF파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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갈라진 아스팔트 속에서 자라는 풀을 보며 생각합니다.
저기에 흙과 양분이 얼마나 있다고. 아스팔트가 얇게 깔리지도 않았을텐데.
틈마다 파고드는 식물을 보면 귀엽다가도 금방 눈을 꼭 감게 됩니다.
꼭 저 모습처럼 생명력을 회복하고 싶어서요.
아스팔트 틈에서 난 풀을 보고 위로를 받을 수 있다니.
그들을 닮고 싶은 우리도 세상 틈에 옹기종기 모여 글을 썼습니다.
두꺼운 벽을 뚫기보다 조금 틈새에서 싹을 틔워 보고 싶어서요.
위로를 받고 자라난 우리의 풀들.
다른 풀들에게 틈새의 우리가 다른 위로가 될 수 있다면.
아스팔트 틈에서 풀들을 찾아보세요.
구매가격 : 9,100 원
교감샘, 뭐하세요? 1년차
도서정보 : 초보교감 | 2022-12-30 | PDF파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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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감 선생님은 하루 ' 종일 교무실에서 무슨 일을 하고 있을까요? 궁금증과 함께 교감 선생님 일상을 따라가다 보면 우리가 학교 밖에서는 알 수 없는 복잡다단한 학교 일들을 만나볼 수 있습니다. 정신없이 발생하는 학교 민원, 교원 인사, 학교폭력, 아동학대 등을 담임 선생님, 교장 선생님, 경찰관, 주민센터 직원들과 함께 해결해 나가는 교감 선생님 하루. 글을 읽다 보면 아마 초보교감을 응원하게 될지도 모릅니다.
* 초보교감 선생님들에게 도움이 될 업무시스템과 나이스 활용 방안도 꼼꼼히 담았습니다.
구매가격 : 5,000 원
교감샘, 뭐하세요? 2년차
도서정보 : 초보교감 | 2022-12-30 | EPUB파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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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감 선생님은 하루 ' 종일 교무실에서 무슨 일을 하고 있을까요? 궁금증과 함께 교감 선생님 일상을 따라가다 보면 우리가 학교 밖에서는 알 수 없는 복잡다단한 학교 일들을 만나볼 수 있습니다. 정신없이 발생하는 학교 민원, 교원 인사, 학교폭력, 아동학대 등을 담임 선생님, 교장 선생님, 경찰관, 주민센터 직원들과 함께 해결해 나가는 교감 선생님 하루. 글을 읽다 보면 아마 초보교감을 응원하게 될지도 모릅니다.
* 초보교감 선생님들에게 도움이 될 업무시스템과 나이스 활용 방안도 꼼꼼히 담았습니다.
구매가격 : 3,000 원
숲속의 사계절
도서정보 : 지숙경 | 2022-12-30 | EPUB파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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씨를 뿌리고 물을 주자
그리고, 기다리자!
흐드러진 봄날도 눈 내리던 겨울밤도
정원을 가꾸며 도자기를 빚던 나날
자연 속에서 땀흘려 일하며 발견한 아름다움
부족할수록 넉넉하다. 고단해도 뿌듯하다. 계절의 호흡에 따라 사는 한 해 한 해의 순환은 땅에 단단히 발 딛고 살아가는 실감을 주었다. 스물세 해가 흘렀다. 도예가는 숲속에 작업실을 짓고 땅을 일구며 산다.
『숲속의 사계절』은 도예가 지숙경이 23년 동안 경기도 칠장산 아래에서 도자기를 빚으며 사시사철 정원을 일군 기록을 담은 산문집이다. 그는 흙과 씨름하고 흙을 달래다 흙을 닮아간다. 산속 집을 둘러싼 그의 정원은 1000여 평이 넘어 밭에 가깝다. 양귀비, 작약, 히아신스, 튤립, 벚나무. 철철이 피고 지는 꽃을 돌보고 잡초 뽑고 채소를 가꾸다보면 하루해가 짧다. 운명처럼 이끌려 시작한 도자기 작업도 흙의 일이다. 빚고 굽고 유약을 발라 오묘한 색을 기다리는 일은 거듭할수록 미묘하고 매번 마음 떨리지만 이제는 어렴풋이 알 것도 같다. 고집 센 듯해도 결실을 안겨주는 흙의 마음을. 조급해하며 보채지 않아도 싹을 틔워 올리는 땅의 약속을.
그는 조금 고집스레 땅을 일구고 땔감을 패고 손으로 도자기 작업을 하며 자립의 삶을 이어나간다. 스물세 해 동안 그래왔으니 이제 실험이라기보단 지속 가능한 정착이다. 그가 보여주는 삶은 ‘이렇게 살아도 됨’의 작은 증명이다. 어디로 가는지 모른 채 바쁘고, 채우기도 전에 보여주고 전시하느라 자꾸 가난해지는 우리에게 시원한 샘물이 된다. 굳이 헨리 데이비드 소로의 월든 호수로 떠날 필요가 있을까.
계절이 주는 선물,
보채지 않아도
순리대로 산다. 절기를 따르며 계절과 함께 산다. 오지 않은 열매를 보채지 않고 내 할일 하며 기다린다. 넘치지도 부족하지도 않게 사랑한다.
자연 속에서는 이런 원칙이 미사여구가 아니다. 먹을 것을 얻고 꽃을 피우기 위해선 따를 수밖에 없는 생활의 습관이다. 급한 마음에 씨앗 심고 물 잔뜩 준다고 당장 내일 꽃피는 게 아니지 않은가. 기다려야 한다. 햇살과 온도와 비와 시간을.
저자는 처음, 숲속에 집을 짓고 텃밭을 마련하며 자급자족에 가까운 생활을 꿈꾸었다. 푸성귀를 심고 봄에는 나물을 채집하고 오죽하면 땔감까지 산에서 간벌한 나무를 끌고 올 정도였다. 덜어낼수록 풍요로워지는 삶을 믿었다.
자연에 기대어 살려면 기다림을 배워야 했다. 사람들은 쉽게 말한다. “다 때가 있다”고. 도시인에겐 한낱 수사에 지나지 않을 수도 있는 이 말이 땅을 일구는 그에겐 진실이다. 때가 되면 씨앗 심고 풀 뽑아야 한다. 어느 하나 때를 놓치면 안 되기에 거무튀튀한 촌부의 얼굴이 됐지만 하나 억울하지 않다. 땅은 시간이 지나면 때맞춰 선물을 돌려준다.
흙을 빚다
도자기를 굽다
그는 버튼 하나만 누르면 작업에 알맞게 흙이 반죽되는 토련기 대신 직접 흙을 밟아서 꼬막을 밀어서 쓰고, 디지털 설정으로 온도를 조절하는 전기 가마나 기름 가마 대신 도끼로 장작을 패고 그 장작 하나하나를 집어넣어 작업자의 눈과 경험으로 가마 온도를 결정하는 장작 가마를 땐다.
매년 10월 가을 가마 소성(도자기를 가마에 넣고 불을 때는 일)은 어쩌면 1년 도자기 농사를 마무리하는 의식에 가깝다. 가마 안에 요철이 생기도록 도자기를 하나하나 놓은 다음 패놓은 소나무 장작을 가마 칸에 던져넣으며 서른 시간 동안 뜬눈으로 도자기 곁을 지킨다. 가마를 열어 완성된 도자기를 보면 흡족할 때도 있고 마음에 차지 않을 때도 있지만 모든 게 예측대로 되지 않는다는 것도 자연의 이치 아닐까? 대신 작가인 내 마음엔 안 들어도 다른 누군가에겐 마음에 쏙 드는 작품이 나올 수 있다는 점!
토마토 수프를 먹는 밤
자발적 은둔자의 위트 넘치는 숲속 생활
홀로 있지만 적막하지 않다. 숲속 생활엔 어려움도 있지만 대개 생기와 위트가 넘친다. 너푸리, 나비, 짝눈이…… 함께하는 개, 고양이가 나눠주는 온기로 포근하다. 눈 내린 겨울 산비탈에서 썰매도 무엇도 없이 엉덩이로 폭신한 눈을 미끄럼 타고 내려오는 재미는 숲속 생활자만 아는 즐거움 아닐까?
서로 의지하고 도울 수밖에 없는 이웃의 이야기도 정겹다. 나보다 더 풀 매기를 독려하는 지연이 할머니는 내가 잠시 허리라도 펼라치면 “아니, 그래가지고 언제 다 할겨, 사장님! 해 떨어지기 전에 빨리빨리 혀야지” 꾸지람이 호되다. 알고 보면 홀로 자식들 건사하며 쉼없이 일해야 했던 사연 있는 속 깊은 분이다. 손끝 매운 앞집 장금이 김명자 선생도 막역한 이웃사촌. 종종 손 야문 그분의 협찬을 받아 식탁을 차려낸다. 김치에서 떡볶이까지 정말 끝내준다. 고추김치와 초여름 참외장아찌는 그분 레시피다.
때로는 고립이 주는 기쁨을 마음껏 누린다. 눈이 무진 내린 어느 새해에는 폭설을 핑계 삼아 고향 방문도 취소하고 집에서 홀로 따끈한 떡국을 먹었다. 숲에 산다고 인간 보편의 근심이 어찌 없을까. 그러나 눈 치우고 정원 일 하고 하루종일 물레와 씨름하며 육체노동을 하고 나면 맛있게 밥 먹고 이내 잠든다.
처음, 도로가 포장돼 있지 않아 길도 분간하기 힘든 이곳에 집을 지어 홀로 살겠다고 나섰을 때 어머니는 걱정하셨다. 어느 날 해질녘 걸려온 전화. “좋으냐? 행복하니?” 엄마의 나직한 음성이었다. “내가 복이 참 많은가봐요, 이런 곳에서 살고 있으니 말이유.” 엄마는 전화를 내려놓으며 말했다. “그래, 그럼 됐다. 니가 행복하면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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