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애의 책(문학동네포에지057)
도서정보 : 유진목 | 2022-12-28 | EPUB파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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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편집자의 책소개
“한국 최고의 연애 시집”(황현산)이라는 찬사를 받은 유진목 시인의 첫 시집 『연애의 책』을 문학동네포에지 57번으로 새롭게 복간한다. 『연애의 책』은 2016년, 시집 한 권 분량의 시를 투고받아 검토한 다음 펴내는 삼인시집선 1번으로 세상에 처음 선을 보인 바 있다. 평론가 황현산과 시인 김정환, 김혜순 세 선정위원의 3년여에 걸친 엄밀한 선정과정의 첫 열매였다. 유진목 시인은 문예지나 신춘문예에서 몇 편의 시를 발표하며 등단한 것이 아닌 처음부터 완결된 고유한 한 권의 세계로 등장한 것이다. 초판 해설을 쓴 조재룡 평론가에 따르면 유진목 시인은 사랑의 자취와 행위, 그 순간 피어오르는 제 마음을 적는 데 몰입하는 것처럼 보인다. 시인은 그가 지나온 ‘저기-삶’을 ‘여기-현실’로 붙들어 매며 장면과 장면(scene)에 밴 사랑의 자국과 상흔을 탁월하게 연출해낸다. 그의 시가 우리에게 내비추어 보여주는 것은 삶의 슬퍼서 찬란한 어둠이고, 삶의 저 즐거워서 컴컴한 빛이다. 그는 상징을 어루만지며, 타인을 호명하는 방식에 각별한 의미를 부여한다. 그렇게 ‘그리움’이라고 부르기에 부족한, 그 어떤 말로도 표현하기 어려운, 특이하고도 독특한 시적 순간을 연애의 사건으로 시로 만들어낸다. 이렇게 아직 우리에게 존재하지 않았던 연애시는 도착한다. 어느새 우리를 다른 곳으로 데려다놓고, 다른 곳을 보게 하는, 그런 시를.(조재룡)
구매가격 : 10,000 원
나팔꽃 피는 창가에서(문학동네포에지058)
도서정보 : 김홍성 | 2022-12-28 | EPUB파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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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편집자의 책소개
1984년 『반시』 8집에 「강」 외 5편의 시를 발표하며 “소박하면서도 현실문제를 간결 선명하게 표현해”낸다는 평을 들으며 작품활동을 시작한 김홍성 시인의 두번째 시집 『나팔꽃 피는 창가에서』를 문학동네포에지 58번으로 새롭게 복간한다. 2006년 6월 초판을 발간했으니 그로부터 꼬박 16년 만이다. 초판 출간 당시 편집부에서 이를 김홍성 시인의 첫 시집으로 소개했으나 사실 1991년에 하락의 흐름 8번으로 『바람 속에 꽃씨 하나』라는 시집을 500부 소량 찍은 일이 있다. 이후 15년 만에 53편의 시를 실어 두번째 시집을 펴낸 것이다.
초판 발문을 쓴 유성용 시인은 김홍성을 가리켜 상처를 피할 길 없는 이 세상에서 함부로 굴러다니는 작은 돌멩이가 되고 싶었으리라 말한다. 그의 시를 읽으면 말 못할 슬픔과 고운 것들이 수시로 여리게 반짝인다고, 그의 경륜은 함부로 깊이를 드러내지 않으나, 그 폭은 참으로 넓고 쓸쓸하다고. 시인은 “왔는가 했더니 벌써 가버리는 여기”(「희망가」), 슬퍼할 겨를 없이 바쁜 사람들 틈에서 어디서 왔는지 모르는 슬픔을 느낀다. 그는 노래하려 한다. 삶이란 우리가 걸린 거미줄이며, 허공에 걸려 메말라 껍데기만 남은, 바람에 부서져 날리는 먼지일지도 모른다는 것을. 슬픔을 담기엔 충분하지 못해 이 자리에서 늘 다시 시작해야 하는 노래를(「남자와 여자, 적과 동지」). 그는 ‘참고 견디며 살아야 하는 땅’, 이 사바세계(堪忍國土)에 하얀 설산이 내다보이는 창을 하나 내달고자 한다(「나팔꽃 피는 창가에서」). 햇빛과 바람이 들어오고, 달빛과 별빛이 스며들고, 새소리 빗소리가 넘어오는 신성한 창을. 그 창에는 떠나간 임이 돌아오기를 기다리는 그리움이 기대어 자란다. 밤중에 오롯한 등잔불이 켜지는 그 창이 그리워서 누군가가 돌아온다. 오랫동안 이 땅을 헤매고 있던 누군가가.
구매가격 : 10,000 원
적멸의 즐거움(문학동네포에지059)
도서정보 : 김명리 | 2022-12-28 | EPUB파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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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편집자의 책소개
23년 만에 새롭게 다시 만나는
한국 서정시의 어떤 극점!
정갈한 시어로 존재의 비극적 아름다움을 빚어내는 김명리 시인의 세번째 시집 『적멸의 즐거움』을 문학동네포에지 59번으로 새롭게 복간한다. 1999년 초판 발간으로부터 꼬박 23년 만의 일이다. 1984년 『현대문학』으로 작품활동을 시작한 김명리 시인은 『물 속의 아틀라스』(1988), 『물보다 낮은 집』(1991) 두 권의 시집을 발표하면서, 깊은 상처와 강한 자의식을 시인 특유의 격정적 리듬으로 표출해왔다. 그후 8년여 만에 펴낸 그의 세번째 시집 『적멸의 즐거움』에서는 보다 정련되고 정화된 시세계를 보여준다.
총 63편의 시들로 짜여진 『적멸의 즐거움』에는 세월의 두께 위에서 피워올린 환한 세계가 존재한다. 그러나 그 환한 세계는 순진무구한 세계가 아니라 상처 속에서, 그 상처를 딛고 일으켜 세운 환함이다. 폐허의 유적들을 답사하는 시인의 눈길은 쓸쓸하고 적막하지만, 그 폐허들은 시인의 언어에 의해 소멸에서 신생의 차원으로 거듭난다. 이것이 바로 김명리 시인이 이번 시집에서 펼쳐보이는 새로운 서정의 진경(眞景)이다.
정과리 평론가는 김명리에게서 “가장 본질적인 시를 빚어내려는 시인의 뜨거운 노동”과 “오직 언어에만 작용하는 형이상학적 고행”을 읽어내며 김명리 시인이 지닌 가장 큰 중력이 시임을, 그 숙명을 감당하며 온몸으로 수행(修行)하며 비의의 바위를 세운다고 보았다. 이것은 “한국 서정시의 어떤 극점에 가 닿았다는 느낌을 준다”.(『문학과사회』 2000년 봄). 『적멸의 즐거움』에는 “시의 제단에 바친 지극한 공(恭)이 편편마다 깊이 묻어 있다”(고진하). 격조 있는 서정시의 미덕을 골고루 갖춘, “우리 시에서 오랜만에 만나는 이 처연하고도 아름다운 서정” 앞에서는 “상처도, 그늘도 다 환해진다”(안도현).
그런가 하면 김수이 평론가는 폐허에 대한 순례자이자 소멸을 살아내야 하는 유약한 개별자라는 존재의 한계를 그려내는 한 마리의 새로 시인을 읽어낸다. 어둡고 한적한 폐허에서 김명리 시인이 발견한 소멸의 진정한 이면을 언급하며 적멸의 끝에는 아무것도 없음을 말한다. 오직 “어둡고 텅 빈 새조롱”이 하나 매달려 있을 뿐이다, 이것을 모르는 세상의 존재들은 그 초라한 기착지를 향해 쉼없이 “날아간다”(『문학과사회』 2000년 여름).
신생과 훼멸의 눈부신 접목,
존재를 초탈하는 깊고 드넓은 적요의 세계
『적멸의 즐거움』을 관통하는 주된 정서는 ‘적요’이다. 인간의 소박한 소망과 헛된 욕망이 천년의 세월에 씻겨 텅 빈 절터로 남은 공간에서 만나는 “물소리 바람소리 새소리”. 그 고요의 소리로만 남겨진 세월의 무게가 빚어낸 적멸의 공간에서 시인은 “삐걱대는 맨 뼉다귀에 바람소리나 들이고 있는 저/적멸” “저 가득가득 옮겨앉는/햇빛부처, 바람부처, 빗물부처”(「적멸의 즐거움」)와 같은 폐허의 아름다움을 발견한다. 저 사어(死語)의 공간에서 시인은 과거로, 그러니까 저 절터의 준공 시기로 돌아가는 듯하지만, 시인은 과거에서 되돌아나와 현재의 삶의 안쪽으로 파고든다.
김명리 시 곳곳에 무르녹아 있는 “천년을 기어 뻘밭을 통과한/진흙게“(「먼길」)의 고통은, 바로 시인 자신의 고통이다. 시간과 공간을 온몸으로 폐허를 통과하는 자의 고통은 그러나 생을 견디는 도저한 힘으로 전환되고, 그것은 다시 자기 자신, 그리고 세계와의 화해를 거쳐 초탈의 경지를 향해 환하게 열려 있다. “저 어둠들을 비추기 위해/겨울산 바위 벼랑끝은 저다지 환하고” “노래는 다시 시작되지”(「다시 부르는 노래」). 이 시집은 한마디로, 폐허 위에서 신생을 위해 ‘다시 부르는 노래’인 것이다.
구매가격 : 10,000 원
조금 쓸쓸했던 생의 한때(문학동네포에지060)
도서정보 : 권대웅 | 2022-12-28 | EPUB파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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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편집자의 책 소개
1988년 조선일보 신춘문예로 작품활동을 시작한 권대웅 시인의 두번째 시집 『조금 쓸쓸했던 생의 한때』를 문학동네포에지 60번으로 복간한다. 2003년 초판 발간으로부터 꼬박 19년 만의 일이다. 첫 시집 『당나귀의 꿈』(1993) 이후 10년 만에 묶은 시집이며 총 3부 55편의 시들로 짜여져 있다. 초판 해설에서 이승하는 권대웅의 시에서는 “슬픔의 핵 혹은 비애의 정수”가 느껴진다고 말한다. 권대웅은 ‘외로움’과 ‘그리움’을 기본적인 정신세계로 하여 독자의 마음에 파동을 일으킨다. 그가 그려낸 풍경화 앞에 서면 마음이 울적해지지만 시간이 지나면 영혼이 정화되는 개운함을 느끼게 된다. 그렇게 쓸쓸함과 슬픔이 지나간 자리에 남는 감동이 권대웅의 시가 지닌 가장 큰 매력이 아닐지 이승하 시인은 묻는다. 이문재 시인은 그의 시를 읽는 동안 도무지 배가 고프지 않았다며, 순정한 언어들을 따라가다보면 꽃이 피어나고, 뿌리가 깊어지며, 저기 산맥까지 늠름해진다 한다. 그런가 하면 말간 눈물과 환한 햇빛이 부둥켜안고 있는 그의 마음속 황금여울은 아름답다고 말하고 싶은 슬픔이자, 따뜻하다고 말하고 싶어지는 적요로움이다.(정끝별) 시집을 복간하며 시인은 말한다. 어딘가 두고 온 생, 그 기억과 감정과 풍경들이 살아 다시 돌아온 것 같다고, 파란 신호등이 켜져도 건너지 못했던 그 생의 한때를 당신에게 바친다고(개정판 시인의 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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달밤의 제주는 즐거워
도서정보 : 차영민 | 2022-12-27 | PDF파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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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서 와, 이런 편의점은 처음이지?
제주도 바닷가 마을 편의점에선 밤마다 ‘이야기’가 만들어진다!
『달밤의 제주는 즐거워』는 제주에 사는 젊은 작가가 편의점 아르바이트를 하며 겪은 에피소드를 모은 에세이다. 최소한의 ‘밥벌이’와 ‘글쓰기’라는 두 마리 토끼를 잡기 위해 시작한 편의점 아르바이트. 밤 10시부터 다음 날 아침 9시까지 그는 다양한 사람들을 만났다.
편의점에 이렇게 기기묘묘한 사람들이 찾아올 줄 누가 알았을까? 24시간 편의점에는 물건도 많고, 이야기도 많다. 술을 따르라고 하면서 “내가 왕년에 말이야”로 시작되는 자신의 과거사를 풀어놓는 ‘진상 1호’, 고물 자전거를 싸게 팔겠다며 매일같이 찾아오는 화가 아저씨, 본인의 오해로 고성과 욕설을 퍼붓고도 사과 한 마디 없는 아저씨, 중요 부위에 소시지를 숨겨 도망가려던 청년, 이른 새벽부터 편의점에 찾아와 자신들의 교리를 세뇌시키려던 모 종교 열혈 신자들, 편의점 안에서 격정적인 입맞춤을 하는 커플 등. 작가는 자신의 알바 경험을 녹여내 편의점에서 펼쳐지는 에피소드를 생생하게 그렸다. 제주에서의 삶도 그려지는데, 고기국수와 흑돼지를 먹는 장면은 정말이지 침을 꿀꺽 삼키게 만든다.
작가는 우리가 삭막하게 스쳐 지나갔던 편의점의 순간들에 온기를 채워 넣었다. 도시의 편의점에서는 인간미를 찾아보기 어려운데, 이곳 제주도 바닷가 마을에서 펼쳐지는 편의점의 일상은 역동적이면서 따뜻하다. 한 성깔 하지만 열혈 알바생인 ‘차 작가’는 손님들의 친구가 되기도 하며 기발한 방법으로 진상 손님들로부터 편의점을 지켜낸다.
누군가의 눈에는 하찮게 보일 수 있는 편의점 알바. 흔히 편의점 알바생을 ‘편돌이’나 ‘편순이’로 낮춰 부르기도 하지만, ‘차 작가’는 자신의 꿈을 위해 오늘도 편의점에 출근한다. 눈에 띄지 않는 한구석에서 열심히 살아가는 그를 보며 삶의 의욕을 되찾게 되는 건 보너스! 위트 있는 일러스트와 함께 펼쳐진 ‘사람 냄새, 바다 냄새’ 가득한 이야기는 누구라도 공감하며 읽을 수 있는 유쾌한 이야기가 될 것이다.
구매가격 : 8,000 원
갈수록 자연이 되어가는 여자(문학동네시인선 183)
도서정보 : 김상미 | 2022-12-27 | EPUB파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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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엇이 두려운가
장미꽃이 활짝 피려면 한참을 더 기다려야 한다”
뒤돌아보는 시선에서 비로소 피어나는
두려움 없는, 지지 않는 내일의 시
문학동네시인선 183번으로 김상미 시인의 다섯번째 시집을 펴낸다. 1990년 『작가세계』를 통해 등단한 이래 박인환문학상, 지리산문학상, 전봉건문학상 등을 수상하며 “자신의 개인적 체험을 공적인 차원으로 전환하여 생의 진실과 비밀에 마주치게 하는 능력을 갖고 있다. 자유로우면서도 절제된 시인의 화법, 유사한 시어의 반복을 통해 리듬과 변화를 창조하는 그의 매혹적인 표현법은 이제 어떤 경지에 이른 듯하다”(전봉건문학상 심사평에서)는 평을 받은 시인은 삼십여 년의 시력 동안 한시도 시의 곁을 떠나지 않고 자신의 시세계를 공고히해왔다. 그런 시인이 이번 시집 『갈수록 자연이 되어가는 여자』에 이르러 “설사 시가 아니라 해도/ 삐뚤삐뚤, 비틀비틀, 넘어지고, 엎어지면서도/ 나는 계속 시를 써왔다”(‘시인의 말’에서)는 말을 증명하듯, 메마른 어제의 생에서 기어코 건져올린 시어들로 어느 때보다 절실하고 순정하게 시쓰기와 ‘시인 됨’에 대해 이야기하고자 한다.
그러나…… 그럼에도
머리에서 발끝까지 제대로 입히고 먹여줄 게 시밖에 없어
뜬구름 잡듯 또다시 펜을 집어든다
(……)
허기지고 굶주린 시 속으로
미치고 미치다 꺼꾸러진 희디흰 뼛가루
그 위에 던져진 한 떨기 백합처럼
결코 나를 놓아주지 않을 시 속으로……
_「시인 앨범 7」 부분
시인이 지나온 어제는 그리 녹록지 않다. 그곳은 아이들이 “굶주려 죽어가”거나 “매맞고 버림받”은 채 “현실에 등돌”(「보이지 않는 아이들」)리고, “싸구려 환상들이 푸른 나무들을 좀먹고 분노한 바다들이 다정한 배들을 삼키고 있”(「거기, 누가 있나요?」)는 곳이다. 고단하고 거친 어제를 겪어낸 시인에게 세상은 “절대 영혼에 기대지 말고 내면의 모든 불협화음을 잠재”운 채 “그저 살아 있는 시체처럼”(「살아 있는 시체들의 나라」) 살 것을 종용한다.
그러나 “온몸과 온 마음에 비통과 회한뿐일 때”(「문학이라는 팔자」) 시인이 택하는 것은 영혼에 기대어 내면의 모든 불협화음을 다시금 일으키는 일, 다시 말해 문학을 정면으로 마주하는 일이다. 점심값을 아끼고 처음 받은 용돈을 털어가며 사 읽었던 책들(「그리운 아버지」)과 지옥에 살고 있는 것만 같은 순간에 마주하게 된 시집들(「동네 서점에서」), “문학이라는 팔자”(「문학이라는 팔자」)를 타고난 이들이 남기고 간 작품들은 시인에게 시인으로서의 운명을 일깨워준다. “문학에 있어서나 삶에 있어서나 더럽게 불운하고, 더럽게 치열하고, 더럽게 품격 있고, 더럽게 자존이 강했던” 어제의 문인들은 하나같이 불우한 삶을 겪어냈음에도 불구하고 시인에게 “그 지독한 불운과 죽음을 훌쩍 뛰어넘어 지금도 반짝반짝 빛이 나는” 문학을 건네준다. 그 바통을 넘겨받은 시인은 “내 팔자 또한 더럽게 춥고, 어둡고, 외롭고, 고달파도” “계속 문학 속에서 살아갈 수 있다는 희망에 뜨거운 피가 솟구친다”(「문학이라는 팔자」)고 말한다. 시인에게 “시를 모른다는 건 존재의 가장 큰 비극”(「내일의 시인」)이기 때문이다.
내일로 가는 기차
나도 그 기차에 올라탔다
어제의 모든 나를 버리고
오로지 내일로만 향해 간다는 기차
(……)
이제 내게는 오로지 내일만이 있을 것이다
그런데, 그럼에도……
끊임없이 뒤에 두고 온 집과 사람들
이제 막 꽃피기 시작한 라일락나무 위의 휘파람새
읽다 만 책, 쓰다 만 글들이 가슴속을 아프게 맴돌았다
_「내일로 가는 기차」 부분
끊임없이 내일을 그리는 시인은 그러므로 어제를 등지지 않는다. ‘문학이라는 팔자’를 지닌 한 어제는 아직 끝나지 않았으며, 오늘은 여태 도착하지 않았으므로 시인은 그저 “쓰고 또 쓴다”(「시인 앨범 6」). 남루하고 비정한 현실을 외면하고 내일로 도피하는 것이 아니라, 이를 직시하고 고발하는 시쓰기를 이어나가며 내일로 나아갈 채비를 한다. “무엇이 두려운가/ 장미꽃이 활짝 피려면 한참을 더 기다려야 한다”(「밖에는 비가 내리고」)고 말하며. 그렇게 내일을 기다리는 동안 시인은 저 스스로 자연이 되어가고, 그 땅 위로 꽃은 피어날 것이다.
진정한 시인은 이 세상을 버리기로 한 날 밤에 다시 태어나 버섯 향기 물씬 풍기는 비에 젖은 숲에서 달빛을 만들어내는 사람 내일이면 그 달빛에 새로 태어날 시인들의 고백이 시작될 것이다 그 고백에 안장을 얹고 이 슬픈 시대를 가로질러 달려나가자
_「내일의 시인」 부분
시인은 어떠한 존재이고 어떠한 삶을 사는가? 김상미의 시편에는 유독 이러한 질문이 많다. 그는 시인으로 살아온 자신의 시인됨을 끊임없이 되묻는다. (……) 삶과 죽음의 경계를 넘어서는 시에 대한 시인의 갈망은 불가능, 한계, 무기력, 허기의 정동에 사로잡히게 한다. 도달할 수 없는 힘으로 인하여 (……) 허무에 이르는 자가당착을 반복한다. 그러나 “머리에서 발끝까지 제대로 입히고 먹여줄 게 시밖에 없”는 존재의 조건이라면 할 수 없음이 오히려 잠재력이 되어 시작을 추동한다. 시에 들리고 시에 몰입한 시인의 삶은 “돈키호테”처럼 비대한 자아의 모습으로 비칠 수 있다. 하지만 결코 닿을 수 없는 시의 지평을 염두에 둔다면 시인은 돈키호테가 아니라 끊임없는 과정의 고행자에 가깝다. 식어버리거나 타버릴 열정이 아니라 죽음 이후에도 남을 열망을 지녔다고 하겠다. 그렇기에 모든 시편은 항상 “허기지고 굶주린 시”에 불과하다. “결코 나를 놓아주지 않을 시 속으로” 간단없이 투신할 수밖에 없다. 이처럼 김상미는 시에 생애를 기투하는 시인의 초상을 그려놓고 있다. 이는 단지 그가 경험하는 시인의 얼굴을 말함이 아니며 오히려 자기의 진실한 표정에 가깝다. 그만큼 의도한 “고백”(「내일의 시인」)의 발화 형태이다.
_구모룡, 해설에서
구매가격 : 7,000 원
처음 만나는 한시, 마흔여섯 가지 즐거움
도서정보 : 박동욱 | 2022-12-26 | EPUB파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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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시는 오늘날 우리에게 사어(死語)가 되어가는 한자로 이루어진, 오래전 쓰인 시라는 이유로 낡은 글 취급을 받아왔다. 지금 우리와는 아무 상관없는 무엇인 듯 말이다. 하지만, 그 한 편 한 편을 들여다보면 의외로 지금 우리 삶과 똑 닮은 모습을 종종 발견하게 된다. 책《처음 만나는 한시, 마흔여섯 가지 즐거움》은 오랫동안 한시를 연구한 박동욱 교수가 현대 독자들에게 한시의 진입 장벽을 낮추기 위해 우리의 일상과 맞닿은 한시를 모아 소개하는 한시 입문서이다. 이 책으로 지금 한시를 읽는 의미를 되짚어 보고, 독자들이 삶의 평범한 순간을 재발견하도록 돕는다.
마흔여섯 가지 일상의 단면을 친근한 소재로 나누어 소개하고, 한시 원문과 함께 해석을 달아 독자가 한시에 쉽게 다가갈 수 있도록 했다. 1장은 당장 오늘도 우리가 의미 없이 지나친 일상의 미를 발견하게 하는 한시, 2장은 유려한 문장 속에 담긴 우리 선조의 삶과 애환, 지혜를 알아가는 기쁨을 누릴 수 있는 한시를 담았다. 이 책에 담은 정약용, 김정희, 이규보, 남정일헌, 이옥봉 등 우리에게 이름이 친숙한 선인들의 180여 편의 한시를 읽으며 동양 문학의 풍부하고 깊은 멋을 느낄 수 있다.
구매가격 : 11,900 원
말하지 않아도 다 알아요
도서정보 : 기영석 | 2022-12-26 | PDF파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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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음사 시선 377, 기영석 시집
<<시인의 말 중에서>>
고생한 것을 글로 쓴다면 백 권도 더 쓴다는
옛말이 있어도 글을 쓰신 분은 참 존경스럽습니다
늘 마음에는 글을 쓰지 못한 아쉬움 때문에
노을 속에 길을 물어 어쩌다 시인이 되었습니다
저 역시도 별거 없을 거로 생각했었는데
막상 시작해 보니까 아, 이건 아니었구나!
어려워도 너무 어려워 많은 후회를 하게 되었습니다
구매가격 : 7,000 원
외씨버선길, 영덕 : 복사꽃 향기길
도서정보 : 경북북부연구원, 정해걸, 권오상, 이근미, 허영숙 | 2022-12-25 | EPUB파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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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씨버선길 복사꽃향기길 29.5km
길은 우리의 인생이다. 어제 걸은 길은 내일에는 또 새로운 의미로 다가온다. 과거에는 항일 의병장 신돌석 장군이 나라를 지키려 걸었고 오늘에는 산과 바다를 만나러 가는 길로 걷는다. 그 길 걸음마다 소복이 쌓여있는 삶의 진한 향기가 이제 ‘복사꽃향기길’의 진한 향으로 이어진다. 영월-봉화-청송-영양을 잇는 외씨버선길이 영덕으로 연결되어, 산이 곧 바다가 되었다.
영덕의 자랑인 블루로드가 외씨버선길과 만났다. 외씨버선길 복사꽃향기길은 29.5km의 팔을 벌려 영덕시장과 오십천변, 송이공원, 그리고 박점고개를 품에 안고 영양의 두들마을과 청송의 주왕산을 향해 내닫는다. 꽃향기 가득한 그 길에는 어릴 때 뛰어놀던 향이 배이고 있고, 청장년 시절을 도시에 나갔다가 돌아온 시니어의 애틋함도 깃들고 있다. 생태공원을 만들고, 캠핑장도 조성하면서 도시와 연결한다. 아름답고 유쾌한 옹기작품이 온 동네를 장식하는 그 동네로 우리를 이끈다.
구매가격 : 10,500 원
조선 산악의 시적 감상
도서정보 : 난바 센타로(難波專太郞) | 2022-12-23 | EPUB파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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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제: 조선 산악의 시적 감상_조선풍토기(朝鮮風土記)(상권)(1942) 建設社 刊
조선에 와서 인상적이었던 것은 옅은 갈색의 민둥산 봉우리였다.
그것은 수천 년 동안 비바람의 세례를 받아 검은 목뼈가 드러난 봉우리였다.
위로는 끊임없이 오르는 푸른 하늘이 가로놓여 있고 광활한 들판에 해파리나 버섯 같은 집들이 묵묵히 서 있다. 들판을 가로질러 온 산천의 하얀 길을 거닐다 보면 흰옷을 입은 선객(仙客) 같은 조선인들이 느리게 걷는다. 그것은 혼돈 속에서 고요하고 고요한 몽상으로 가득 찬 꿈, 전혀 꿈이 아니다.<본문 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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