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 날리는 소녀

도서정보 : 박청용 | 2024-01-19 | EPUB파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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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판 세상과 치열하게 싸울 내 노년이 그려지자,
온몸의 핏줄이 흥분하며 벌떡였다. 점박이에게 맞서던 소년의 심장처럼 둥둥둥.”

폭력의 역사를 환기하며 과거와 오늘을 잇는
박청용의 첫 소설집

“왜냐하면 결함 많은 우리가 가장 인간다워지는 순간은
우리의 비인간적인 비극을 고심하고 자각할 때이기 때문이다.”
_임현(소설가)

· 2023 경기예술지원 문학창작지원 선정작

박청용의 첫 소설집이 나왔다. 2020년 〈소설미학〉 신인 소설상에 단편소설 「아버지의 거울」이 당선되어 작품활동을 시작한 작가는 〈소설미학〉 등에 작품을 발표하며 독자와 만나고 있다. 이번 작품집에 모은 3편의 단편에 대해 소설가 임현은 “박청용이 그려낸 세 편의 소설들은 하나같이 체제에 의한 폭력의 비극성을 환기시키고, 동시에 그로부터 희생된 개인의 일면을 포착한다”고 말한다. 역사의 원체험자가 아닌 현대를 살아가는 인물들의 시선으로 그리는 이번 작품집에서 작가는 과거와 현재를 이으며 지워지지 않은 역사의 흔적을, 그리고 그 기억의 중요성을 환기한다.


역사는 과거가 아니라 현재진행형

한몸으로 붙으려고 발버둥질하는 닭의 몸에서 피가 철철 뿜어나왔다. 선홍색의 닭 피와 붉은 고춧가루로 뒤범벅이 된 황토 마당은 피바다였다. ‘빨갱이는 죽여도 좋아’라는 머리띠를 동여맨 왕머슴은 자기 세상인 양 춤추면서 고춧가루를 뿌리고 또 뿌려댔다. 닭의 머리와 몸통이 붙으려고 빙빙 돌자, 회리바람이 일어났다. 몸통과 머리가 맞닿았지만, 고춧가루 때문에 연거푸 실패하고 축 늘어졌다. 다시 합쳐지는 것이 불가능함을 알았는지 닭은 회리바람 속으로 들어갔다.
_「회리바람 타는 닭」에서


표제작 「연 날리는 소녀」는 어린 시절 베트콩과의 전투 무용담을 할리우드 히어로물 이야기를 대하듯 긴장감 넘치게 듣고 자란 ‘나’의 호찌민 여행기이다. ‘나’는 관광상품화된 전쟁의 상흔을 ‘체험’한다. 당시 체험자의 시선이 아닌 그 시간을 바라보는 후세들의 시선이 작품 속에 그려진다. ‘나’는 꾸찌터널에 본 “여군 한 명이 해먹에 걸터앉아서 남자 군인을 그윽하게 바라보는 모형”을 보면서 “소풍 나온 젊은이의 연애 현장 같다”고 말한다. “앳된 남녀를 피가 튀는 전쟁터로 내몰았던 시대적 상황”의 안타까움에서 오는 바람 같다. 다양한 국적의 사람들이 함께 전쟁을 체험하는 내용은 베트남과 미국의 전쟁보다는 인간과 전쟁을 생각하게 한다. 작품 말미에 함께 각국의 언어로 반복하는 “더이상 전쟁은 안 됩니다!”라는 말은 작가의 목소리이리라.
두번째 작품 「회리바람 타는 닭」에 등장하는 민철은 역사학을 가르치는 대학 강사이다. 민철은 우연히 서울역광장에서 보수단체 노인들로 이루어진 시위대를 만난다. 그 무리 중에서 어린 시절 한 동네에 살았던 “왕머슴”을 발견한다. 왕머슴이 도끼로 닭의 목을 내리치던 광경은 그에게 정신질환과 만성두통을 일으킬 정도로 트라우마로 남아 ‘닭’으로 만든 음식은 모두 꺼린다. 민철은 시위대와 논쟁을 하는 젊은 청년을 보며 감히 나설 용기가 없어서 적당한 거리에서 지켜만 보는 자신에 대해 자괴감을 느낀다. 스스로를 “민주화 시대를 열정으로 살아온” “자신을 자못 진보적인 사람이라고 여”기고 있었던 탓에 “대학 강단에서 메마른 학문이나 가르치는 나약한” 자신의 모습이 한없이 부끄러운 것이다. 그날 이후 민철은 왕머슴이 그랬던 것처럼 머리와 몸통이 떨어져 회리바람을 타는 닭의 꿈을 꾼다. 그리고 오랜 시간 자신을 두통에 시달리게 한 원인에 대해 결단을 내리기 위해 손도끼를 가방 깊숙이 숨기고 집을 나선다.
마지막 작품 「개와 걔」 역시 역사의 한 장면을 떠오르게 한다. 젊은 시절 노동운동을 했던 ‘나’는 노동자회를 찾아왔던 견호를 잊을 수가 없다. 견호는 빛고을 출신이라 저항 의식이 스며 있으리라 믿었던 순해 보였던 청년이었다. 하지만 조직원들이 공안당국에 줄줄이 잡혀가던 때 견호는 사라졌다. 언론은 노동자회를 북의 지령에 따라 움직이는 국가 전복을 목적으로 한 지하 세력이라고 보도했다. 조직은 무너졌고 회원들은 체포되어 혹독한 조사와 고문을 당했다. 그런데 이상했다. 부천 지역 총책인 견호만이 알고 있어야 할 하부 조직도를 공안당국이 훤히 꿰뚫고 있었다. 그 견호가 새로운 치안국장이 되어 뉴스에 나온다. ‘나’는 ‘걔’를 보면서 어린 시절 자신을 사납게 쫓던 ‘개’를 떠올린다. 하교 때면 언덕을 지키고 서 있던 사나운 그 개 때문에 어린 ‘나’는 항상 불안했다. 개에게 쫓겨다니며 동네 사람들에게 웃음거리가 되곤 하던 어느 날, ’나‘는 개를 향한 역습을 준비한다.

“결함 많은 우리가 가장 인간다워지는 순간은”

이번 작품집의 특징은 표상으로 그려지는 과거 이야기가 직설적으로 표현하는 현재를 더욱 극대화하고 있다는 점이다. 머리와 몸통이 두 동강 난 닭이 한몸이 되고자 하는 몸부림, 공포를 만드는 사나운 개 등에서 현시대의 전쟁, 폭력, 분단 상황 등이 떠오른다. 문학평론가 김현은 인간이 보여주는 폭력성에 대해 “그것은 오직 ‘개’ 같은 ‘그들’에게만 문제되는 것이 아니라, 인간인 우리 모두에게 속한 보편적인 결함일 것이”라고 지적하며 “이 때문에 서로를 혐오하고 증오하면서도 어딘가 비슷한 논리로 닮아가는 것”일지도 모른다고 말한다.

어쩌면 바로 이 점이 그의 소설을 다시 곱씹어 읽어야 할 이유일지도 모른다. 왜냐하면 결함 많은 우리가 가장 인간다워지는 순간은 우리의 비인간적인 비극을 고심하고 자각할 때이기 때문이다.
_「해설」에서

“역사와 가려진 사회의 이면을 파헤치면서 비판과 저항의 글을 주로 썼다”는 작가는 “합평할 때마다 독자들이 외면할 것이라면서 시큰둥한 반응이었다”고 한다.(「작가의 말」) 하지만 찾는 이가 없어도 여전히 “점박이에게 맞서던 소년의 심장”으로 나아가고자 하는 역사에 대한 작가의 의지를 온전히 만날 수 있는 작품집이다.

구매가격 : 6,000 원

나는 먼지를 날려보냈어요

도서정보 : 문은지 | 2024-01-19 | PDF파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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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처 치유의 아름답고 따뜻한 이야기
사람들에게 상처를 받고 자기 방에서 나가지 않는 주인공 소녀
설상가상으로 먼지공포증까지 생겼습니다.

한장 한장 연필로 정성스럽게 그린 일러스트는
방 안의 공간은 소녀의 내면, 즉 마음의 공간을 상징하기도 합니다.
분위기 있는 소묘와 함께 주인공의 이야기를 들어봐주세요.

구매가격 : 12,000 원

사랑에 관한 농담 혹은 거짓말

도서정보 : 박성경 | 2024-01-19 | EPUB파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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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 앞으로 우리……
사랑 갖고 농담도 거짓말도 하지 말자.”

웃기 위해 농담하는 여자와
살기 위해 거짓말하는 여자의 이야기,
박성경의 여섯번째 장편소설


“웃어보기 위해 농담하는 여자와 살아남기 위해 거짓말하는 여자의 워맨스.
이 소설에서 할리우드식 해피 엔딩 같은 건 기대하지 말기를 바란다.”
_정민아(영화평론가)

· 2023 경기예술지원 문학창작지원 선정작

박성경의 네 번째 장편소설이 나왔다. 장편소설 『쉬운 여자』 『나와 아로와나』 『피우리 미용실』, 청소년소설 『나쁜 엄마』 『날마다 크리스마스』 외에도 작가는 영화 〈S다이어리〉, 〈소년, 천국에 가다〉의 각본을 썼다. 작가의 전작 인물들은 부조리한 현실과 당당하게 싸우며 읽는 이에게 희망을 준다. 하지만 이번 작품에서는 색깔을 달리하고 몹시도 아픈 두 여자, 달희와 신정을 그린다. 달희는 자신 때문에 자식을 잃었다는 죄책감에, 신정은 자신의 고통 때문에 자식을 버려두었다는 죄책감에 웃지 못한다. 슬픔은 슬픔을 알아본다는 말이 있다. 달희와 신정은 말하지 않아도 서로의 아픔을 느끼고 그 공감은 우정을 넘어선 감정으로 이어진다. 영화평론가 정민아는 이번 작품에 대해 “여성의 목소리로 발언하는 서사이며 여성의 시선으로 바라보는 세상을 그린다. 플롯이 진행되면서 여성의 눈에 비친 가족, 이웃, 사회가 생생하게 다가온다. 그러는 가운데 비범하지 않은 인물들이 연대와 우정으로 문제를 직시하며 서로의 성장을 돕는다”(「해설」)고 말한다. 시나리오작가이기도 한 작가는 오랜 시간 놓지 못했다는 두 여자의 아픔을 한 편의 영화 이야기를 들려주듯 전한다.

2009년에 쓰기 시작했는데 2023년이 되었으니 셈이 약한 나로선 지난 세월을 헤아리기가 힘들다.
나보코프였나? 작가란 자기가 하고 싶은 이야기와 매달리고 싶은 주제를 평생에 걸쳐 집요하게 써나가야 한다고. 이 소설을 붙들고 있는 내내 나는 이 말에 줄곧 마음이 갔다.
_「작가의 말」에서


웃기 위해 농담하는 여자

서른일곱의 달희는 남편 오재의 꽃이 되어 그녀와 관계된 모든 것들과 함께 그의 삶에 공생한다. 달희는 남편 오재 덕에 오픈카와 호텔 피트니스회원권을 가졌고 백화점에서 명품을 현금으로 결제할 수 있다. 그러나 이것은 그녀가 ‘의도한 불행’이다. 그녀는 화장실 장식장에 손목을 한 번에 그을 수 있는 면도칼을 숨겨두고 있다. 스스로를 더 불행하게 만들기 위해 죽지 않고 사는 인물이다. 죽음은 쉬우니까. 불행을 숨기고 웃을 일이 없는 달희는 웃기 위해 농담을 한다. 달희의 불행이란 교통사고로 죽은 딸 희아다. 어린이집에서 체험학습을 갔던 날 빗길 교통사고로 희아를 잃었다. 운전기사의 무리한 끼어들기 탓이었다. 운전기사는 탈출했지만 창문을 깨지 못한 아이들은 모두 불타는 버스에서 빠져나오지 못했다. 그날은 달희와 소우의 결혼기념일이었고, 둘은 오래전 예매해둔 콘서트에 가기로 한 날이었다. 전날 밤 미열이 있던 희아를 억지로 어린이집으로 보낸 건 달희였다. 달희는 희아의 사고 이후 버스를 타면 비상용 망치부터 찾았다. 타고 있던 버스에서 비상용 망치를 들고 집으로 온 날, 달희는 소우와 이혼했다. 그날부터 달희는 불행만을 쫓아다녔다. 불행만이 삶의 이유였던 달희는 스스로가 경멸해오던 삶을 좇기 위해 오재와 재혼한다. 달희의 농담은 “불행한 자가 불행을 견디다못해 택한, 삶을 연명해나가는 아주 비참하고도 처절한 방식”이었다.

하지만 달희는 오재와도 불행해지지 않았다. 달희가 원한 건 한 줌의 잡티도 없는 완전무결한 불행이었지만, 지리멸렬하고 나태한 일상 속에서 달희는 무감각해져만 갔을 뿐이다. 나태한 삶은 불행한 삶이 아니라 무감각한 삶이다. 타인과 더불어 불행해진다는 건, 타인을 통해 불행해질 수 있다는 건 달희의 배부른 생각이었다. 도대체 아이를 잃은 엄마가 누구와 함께 무얼 할 수 있다고, 그게 가능할 거라고 생각했단 말인가.
_「농담과 거짓말」에서


살아남기 위해 거짓말하는 여자

미혼모로 어렵게 신정을 키워온 엄마는 딸이 레즈비언이란 걸 알았을 때 하늘이 노래졌다. 신정이 학교에서 강제로 아웃팅을 당하고 아이들에게 ‘따’가 된 날, 교복 치마가 온통 애들이 던진 급식 반찬으로 얼룩덜룩해진 채 머리는 산발이 되어 운동화까지 뺏기고 맨발로 돌아온 날, 신정이 학교를 때려치우겠다고 선언하자 신정의 엄마는 거의 실성한 상태에서 신정을 때렸다.
_「농담과 거짓말」에서

신정은 학교에서 강제로 아웃팅을 당한 이후 집밖에서도 집안에서도, 그 누구에게도 위로받지 못했다. 신정이 열여섯에 엄마의 남자 친구에게 성폭행을 당하고 임신을 했을 때 엄마는 신정을 쫓아냈다. 미혼모로 신정을 낳아 기른 엄마는 항상 자신이 아픔이 더 컸다. 신정은 엄마에 대한 복수심으로 미혼모 시설에서 혼자 마리아를 낳았다. 마리아를 업고 집을 나온 신정은 7년 동안 돌아가지 않았다. 신정은 아이를 미혼모 쉼터에 맡긴 채 배달이나 대리운전을 하며 딸 마리아에게 꼭 데리러 가겠다고 했던 약속을 가슴에 새기고 살아간다. 그 약속은 미안하게도 1년마다 한 살씩 늘어났다. 짧은 머리에 언제나 모자를 푹 눌러쓰고 다니는 신정은 자신을 숨기기 위해 거짓말이 필요했다. 가난한 사람들이 거짓말을 하는 이유는 살아남기 위해서고 신정은 그것이 생존 전략이라고 생각했다.


지독하게 슬픈 두 여자의 ‘워맨스’

신정의 키스는 격렬했지만 달희의 입술은 붓지 않았다. 신정의 혀는 달희의 입술에 아무런 자국도 흔적도 남기질 않았다. 달희의 가슴에 아무런 생채기도 남기지 않은 것처럼.
_「농담하는 여자의 거짓말」에서

달희의 오픈카와 신정의 배달 오토바이의 접촉사고로 둘은 처음 만난다. 사고현장에 떨어진 신정의 지갑에서 달희는 대리운전회사 명함을 발견하고 신정에게 연락을 한다. 슬픔을 온몸으로 토해내는 달희와 슬픔을 고스란히 감춘 신정의 만남이지만 실없는 농담과 거짓말에서 둘은 서로의 아픔을 발견하고 이끌린다. 그들이 서로를 이해하는 법은 “누구나 각자 삶을 견디는 방식”을 인정하고 “농담에 기대어 살거나, 부러 거짓말만 일삼는다 해도, 그 방식이 나의 상식에 어긋난다고 해서 나무라지” 않는 것이다. 달희와 신정은 마지막 만남에서 거짓말게임을 한다. 장난처럼 오가던 말 속에 그들은 각자의 아픈 진실을 꺼내놓기 시작한다. 달희는 신정의 이야기를 들어주고 신정은 달희의 이야기를 들어준다. 그리고 달희는 신정의 눈물을 닦아준다. 그들이 아픔을 꺼내놓을 수 있었던 것은 들어주고 함께 아파해줄 이가 있었기 때문이 아닐까. 그들은 그들 아픔의 피해자였지만 죄책감으로 스스로 자신을 벌하면서 살아왔다. 누군가 당신은 가해자가 아니라는 말을 건네고 눈물을 닦아줄 이는 없었던 것일까.

그녀들의 아픔은 개인의 아픔이 아니다. 우리 사회가 가진 모순과 무책임함에서 기인한 것임을 알기에 그녀들의 슬픈 비밀은 더더욱 가슴을 아리게 한다. 개인의 서사에서 사회공동체의 서사로 나아가는 소설의 구성은 그래서 더욱 큰 울림을 준다.
_「해설」에서

구매가격 : 9,800 원

인간생활의 모순

도서정보 : 오카사지로(丘浅次郎) | 2024-01-19 | EPUB파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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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본: 『現代日本思想大系26 科學の思想2)』(筑摩書房)
현대 사회가 과거의 어느 시대보다 서로 모순되는 인간의 행위들로 가득 차 있다는 사실은 부인할 수 없다. 신문이 사회의 거울로 여겨진다면 일상적으로 발행되는 기사들을 살펴볼 때 그 속에서 드러나는 모순은 놀랍기만 하다. 예를 들어 경찰이 도박판을 급습해 사람들을 체포하는 기사 옆에는 불과 10엔짜리 채권으로 1천 엔을 벌어들인 행운아의 이야기가 실리곤 한다.<본문 중에서>

구매가격 : 2,000 원

칠죄종, 그 죄악의 시작

도서정보 : 이봉환 | 2024-01-19 | EPUB파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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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작품은 호러, 미스테리 장르로 악은 사람의 자유의지에서 탄생한다. 라는 철학에서 출발했다. 거기에 인간 스스로가 만들어낸 악의 근원에 도달할 수 있다면? 그리고 그곳에서 인간이 상상할 수 없는 대죄악이 깨어난다면? 이란 상상력이 더해지며 이 소설의 세계관이 완성되었다.
현대 시대는 SNS의 발달로 손쉽게 정보를 얻을 수 있다. 반대로 손쉽게 타인의 일방적인 정보에도 쉽게 노출된다. 이 수많은 정보는 좋든 싫든 우리에게 많은 영향을 주고 있다. 이는 긍정적인 면도 존재하지만 반대로 부정적인 면도 존재한다. 이러한 영향력을 미스테리한 힘과 연결, 그 중 칠죄종(분노,자만,시기,탐욕,인색,색욕,나태)이란 인간의 대표적인 죄악으로 표현을 시도한 작품이다.
악의 근원에서 깨어난 대죄악이 SNS를 통해 인간의 내면에 숨겨진 죄를 건드리자 이는 러브크래프트의 크툴루 신화처럼 인간의 힘으로 통제할 수 없는 아주 강력한 영향력을 행사하는 세계가 열리며 이 이야기는 시작한다.
이 소설은 칠죄종 중 분노를 말하고 있다.

구매가격 : 3,000 원

오버소울(Oversoul)

도서정보 : 김서윤 | 2024-01-19 | PDF파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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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눈물’을 찾기 위한 여정과 자아도취성에서 알게 된 비밀, 내면여행을 통한 자아성찰·자아실현을 체험하고 제작된 독자참여형 장편 그림책으로 어려운 타인과의 관계, 삶에 대한 회의감에서부터 시작된 이야기로 천천히 스스로를 되돌아보며 늘 불행하다고 생각하는 자신이 원하는 게 무엇이고, 행복을 찾을 수 있는지에 대해 이야기하고 있습니다.

구매가격 : 17,000 원

버스 민폐녀

도서정보 : 남킹 | 2024-01-19 | EPUB파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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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어의 마법사 남킹의 슬픈 이야기 모음

구매가격 : 4,400 원

화이트, 블랙

도서정보 : 은연필 | 2024-01-18 | EPUB파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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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계 안을 허락하지 않는 ‘평범’의 폭력

걔네들 생머리하고 화장 싹 지운 다음, 얌전한 청바지에 흰 티셔츠 입고 오빠, 오빠 하면 누가 그런 애들인지 알겠어요. 남성분들 정말이지 조심해야 합니다. 인생 망치고 싶지 않으시면 우리들처럼 먼저 나서야 합니다. 뻔뻔스레 일반인인 것처럼 나오니 다른 방법 없잖아요.
_「화이트: 화인」에서

첫번째 작품 「화이트: 화인」의 등장인물 화인은 성노동자이다. 으레 까다로운 고객을 만났고, 만취상태였던 화인은 “평소와 다를 것 하나 없던 어느 퇴근길”, 불법 택시인 ‘나라시’에 오르기 무섭게 밀려드는 답답증에 숨이 막힐 것 같았다. 화인은 택시에서 내려 충동적으로 지하철을 탄다. 두 정거장이면 되는 거리이지만 그녀는 지금까지 대중교통을 이용하지 않았다. “두 정거장을 통과하는 일이 사막 한가운데를 통과하는 것처럼 기약 없이 막막하거나, 좁고 컴컴한 골목을 지나는 것만큼 위험한 시간”으로 느껴졌기 때문이다. 그날 화인은 “일종의 뿌듯함”을 느낀다. 그 감정은 무엇을 해낸 것에서 오는 성취감만이 아니었다.

첫차를 타고 자신만의 목적지로 향하는 사람들, 하루의 시작대 위에 당당히 올라서 아침을 여는 그들과 함께 보내는 시간들이 화인에게 무엇인가를 환기시켰다. 오래전에 잃어버린 무엇이었다. 놓쳐서는 곤란한, 반드시 붙잡아야 할, 아마도 이제는 화인 자신과 멀어진 무엇.
_「화이트: 화인」에서


처음으로 자리에 앉았던 날, 화인이 잠깐 조는 틈을 타 그녀의 무릎 위에 누군가 영화 티켓을 올려놓는다. 화인은 평소 흑백영화를 좋아하는 주홍에게 티켓을 전한다. 주홍은 오래전부터 화인과 같은 일을 하고 있었다. 화인이 보기에 주홍은 “세상에 더이상 존재하지 않는 시간과 풍경, 특히 인물들이 흑백의 화면에서 건네는 말들, 예사롭지 않은 눈빛, 지금에서는 은막에 생의 흔적으로만 남은 격한 몸동작을 바라보면서 일종의 안정감을 되찾는 것” 같았다.

주홍은 영화를 보러 나갔던 그날 밤 집으로 돌아오지 못한다. 주홍의 실종신고를 내고 수소문하다 옛 고객이었던 검사를 찾아간 화인은 한 인터넷 사이트에 대한 이야기를 듣는다. 여성의 알몸 사진과 심지어 노골적인 성행위가 담긴 동영상이 실시간으로 오르는 그 사이트에서 ‘직업여성란’을 클릭한다. 그곳에는 첫차에 올랐던 자신의 모습이 가득한다. 그리고 익명성 뒤에 숨어 달린 욕설들.


아아, 아침마다 정말 짜증납니다, 향수 냄새 너무 심해요. 얼굴과 몸매로 보면 돈은 충분히 벌겠군요. 저도 3번 칸으로 가야겠네요, 주위에도 막 추천중. 누가 그년 좀 안 말려주나요. 왜 하필 첫차를 타는 건지 이해할 수 없습니다. 안 그래도 새벽 출근길이라 힘든데 하루일 시작하기도 전에 술이나 향수 냄새 장난 아니니, 꼭 사람들 발정 일으키려고 작정한 것 같아요. 죽여버리고 싶어.
_「화이트: 화인」에서

끝내 주홍은 처참한 모습의 주검으로 돌아왔다. 화인은 잠시 원했던 일상적인 삶, 그리고 그 삶이 가능할지도 모른다는 기대와 함께 다시 무너지기 시작한다. “출입문 사이를 지나는 사소한 발걸음이나 차분히 내릴 때를 기다리는 누군가의 일상적인 모습이 눈부”셨던 화인은 그들과 함께하고 싶었을 뿐이다.


‘존중’과 ‘예의’에서 배제되는 도시의 저편 사람들

두번째 작품 「블랙: 개를 데리고 다니는 동안」에서 인석은 ‘개호텔’에서 아르바이트를 하고 있다. 그날, 인석은 “정성이 부족했고” “애정과 존중이 없어” 개를 불편하게 했다는 이유로 고객에게 뺨을 맞고 개에게 사과할 것을 요구받는다. 개를 태우기 위해 고객의 차를 이동하다가 그의 돌아올 수 없는 질주가 시작된다. 동물과 함께하면서 생명의 소중함을 느끼던 인석의 평범한 삶에 균열이 생긴 것은 병원에서 사라진 가난한 형 때문이다. 응급수술 중 암을 발견한 형이 인석에게 이를 말하지 않고 평소처럼 듬직한 목소리로 안심하라며 전화를 건 이후였다. 억대 치료비를 서슴없이 내는 개들이 인석의 균열을 비집고 들어왔다. 인석은 고급 외제차에 앉아 “평생 처음 느껴보는 기분. 몇 기통인지 몰라도 엔진이 부르릉 거리는 소리는 무슨 교성처럼 아찔”함을 느낀다. 다시 돌아올 생각이었지만 공사중이었고, 교통경찰이 불법을 단속하고 있었고, 휴대전화를 떨어뜨려 신호를 놓쳤기 때문에, 인석은 ‘유턴’하지 못한다. 그렇게 인석은 의전을 받기라도 하는 듯 ‘존중’과 ‘예의’ 속에서 황실에서 자랐다는 고객의 카발리에 킹 찰스 스패니얼종의 개와 “자신과는 무관한 세상” 속으로 들어간다.

왕자의 옷을 입은 거지를 대하듯 세상의 태도가 확연히 달라진 것을 인석은 차츰 인정해나갔다. 그것을 돈의 힘이라고 해야 할지, 장인과 명품에 대한 경이라고 해야 할지 알 수 없었지만 이제껏 자기와는 무관한 세계였으며, 아마 앞으로도 그럴 것이라는 것은 분명한 사실이었다. 흥분은 쉽게 가라앉지 않았다.
_「블랙: 개를 데리고 다니는 동안」에서


결국 사고를 내고 개와 함께 쫓기던 인석이 찾은 곳은 “학대당하거나 버려져 이곳저곳을 떠돌다 병들고 부상을 입은 개들이” 모여 있는 유기동물보호소였다.


흑과 백으로 도시의 지형도를 그려내는 영화적 상상력

안으로 들어가지 못하고 주변을 도는 순환선이라는 경계에서 화인은 “어쩐지 이곳에서 한 발자국도 물러서고 싶지 않았다.” “오래전부터 제자리로 돌아가기만을 소망했다는 사실을 별안간 깨달았”지만 자신이 꿈꾸었던 삶에서 너무 멀리 와버린 것을, 그리고 다시 돌아갈 수 없음을 깨닫는 순간이었다. 인석은 자신의 존재의 의미가 한없이 낮음을 느끼는 순간 “어딘가 먼 곳으로 떠나고 싶다는” 생각에 벗어나고 싶다는 생각에 급급했다. 하지만 숨 한 모금조차 힘든 지금의 현실에서 탈출하고 저쪽 세계로 넘어가는 일은 이들에게 허용되지 않는다. 사회는 그들 세계에서 그들이 이탈하는 것을 원치 않는다. 작품을 읽고 표제 ‘화이트, 블랙’을 마주하면 하얀빛과 검은빛 속으로 페이드아웃되는 화인과 인석의 모습이 그려진다.

요컨대 은연필은 이탈의 이야기를 통해 도시의 진정한 지형도를 그려내고 있다. 그는 도시에서 정해진 경로를 이탈한 청년을 뒤따라간다. 그 여정은 우리를 도시의 반대편으로 안내한다. 그러나 거기에서 우리는 뜻밖에도 도시의 양극이 서로 접합되어 있다는 사실을 발견하게 된다. 이때 도시는 이탈의 가능성으로 가득하면서도 사실은 도저히 탈출할 수 없는 시공간으로 나타난다. 여기서 은연필의 글쓰기는 진정 도시적인 이탈, 나아가 진정 도시적인 플롯을 그려내고 있다.
_「해설」에서

구매가격 : 6,000 원

해명

도서정보 : 유두진 | 2024-01-18 | EPUB파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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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돌아가십시오. 길이 아닙니다.”

직진하는 욕망, ‘속물성’에 대한 경고
유두진의 중편소설


“이렇게 예정된 파멸로 직진하는 소설을 실로 오랜만에 만났다.”
_조형래(문학평론가)

· 2023 경기예술지원 문학창작지원 선정작

작가 유두진의 중편소설이 나왔다. 2012년 〈머니투데이〉 경제신춘문예에 단편 「옵션」이 대상을 받으며 작품활동을 시작한 작가는 장편소설 『그 남자의 목욕』 『일렁이는 시절』, 단편·콩트집 『급소』, 산문집 『끼니』 등 ‘소외된 그 누군가’에 대한 애정이 담긴 작품들을 발표해왔다. 이번 작품집은 ‘가지 말아야 할 길’임을 알면서도 돌아서지 못하는 인물에 대한 이야기다. 잘못 들어선 길임을 깨달았으면서도 몸을 돌리지 못하는 순간. 그 순간에는 타인을 설득해 침묵하도록 만들고, 스스로를 이해시켜 당당히 합리화하도록 만들 ‘해명’이 필요하다. 하지만 순리를 거스르는 ‘해명’의 끝이 모두의 행복이 될 수 있을까. 비평가 조형래가 “이렇게 예정된 파멸로 직진하는 소설을 실로 오랜만에 만났다”(「해설」)고 말했듯 작가는 ‘가지 말아야 하는 길’을 선택한 이번 작품 작중인물 수희에게 ‘변명의 여지’가 없음을 그녀의 파국으로 보여준다.


‘가지 말아야 할 길’에 대한 당당한 자기변호 ‘해명’



메모장 입력을 마친 뒤 휴대폰을 핸드백에 넣었다. 그리고 해안선을 따라 계속 걸었다. 얼마 후 연한 불빛이 나타났다. 군사용 해안경계선에서 내뿜는 빛이었다. 철조망에 걸린 전등들이 안내 간판을 비추고 있었다.

돌아가십시오. 길이 아닙니다.
-「해명」에서


초등학교 교사인 수희는 “유력 공공기업체에서 중역을 역임한 남편, 미국 사립고등학교에서 유학중인 수재 아들, 시집(詩集)을 펴낸 자신의 이력까지” 누군가 물어오면 내세울 만한 게 꽤 많다고 자부하는 인물이다. 그러니 마지못해 참석한 중학교 동창회에서 “오랜만에 만난 자신에게 별 질문을 하지 않는 친구들이 얄밉기”까지 하다. 촌스러움과 음식 앞에서의 게걸스러움, 그리고 알 수 없는 그들만의 대화가 수희는 못내 불편하다. 그곳에 명주가 나타난다. 명주는 여전히 예뻤고 재일교포 재력가와 결혼했다는 그녀는 부(富)로 치장하고 있었다. 게다가 그녀는 자신처럼 시집을 출간한 시인이었다. 학창시절 자신을 동경했던 명주의 변화는 수희를 가지 말아야 할 길로 들어서게 한다. 세속적 욕망으로 달려간 그 길의 끝에서 수희는 어떤 선택을 하게 될까.

직진하는 속물성이 이르는 파멸

담담한 척 말했다. 곧바로 수락하면 값싸 보일 것 같아 확답은 안 했지만, 이미 머릿속에선 ‘어떤 시를 새기면 좋을까?’ 선별 작업을 하고 있었다. 시를 새로 쓸 필요까진 없을 것 같았다.
_「해명」에서

일부러 말끝을 흐려 상대방이 알아서 질문하도록 만드는 수희는 ‘내보이고 싶은 것이 많은’ 속물적 인물이다. 욕망은 채워지지 않으면 불안을 낳고, 그 초조함은 다른 길은 보지 못한 채 한 곳만을 향해 달려가게 한다. 그렇게 타인에게 자신을 전시하고자 하는 속물성은 빛처럼 직진한다. 작가는 수희를 통해 불을 향해 달려드는 부나비처럼 자신의 욕망을 채워줄 것만을 보고 달리다보면 그 끝에서 “돌아가시오. 길이 아닙니다”라는 삶의 경고 같은 안내판을 만나게 될 것임을 이야기한다. 몰론 안내판 앞에서 돌아설지 아니면 계속 직진할지는 각자의 몫일 것이다.
한 시절, 문학작품에서 인간의 ‘속물성’은 진부할 정도로 자주 등장했다. 하지만 이번 작품에서 그것은, 전작에서 “그래도 바람직한 방향은 있다고 믿으며 그것을 위해 노력하는 것만으로도 충분한 가치가 있다고 생각하는 소시민”이라 자신을 소개한 작가의 믿음이 더해져 진부함에 가려져 폐기되어서는 안 될 의미를 전한다.

인간의 허영과 속물성(과 부차적으로 역사 이후의 인간의 동물성의 문제)에 관해 오래전부터 지적되어왔던 문제를 다루고 있다는 것도 분명하다. 하지만 이러한 내용과 형식의 한국소설을 좀처럼 찾아볼 수 없게 된 지 오래되었다는 사실을 감안할 필요는 있겠다. 하물며 ‘작가의 말’에서 드러나는 바와 같이 이것을 오늘날의 문제의식과 결부시키려는 나름의 치열한 노력이 경주되고 있었다는 사실을 확인할 수 있었으므로 더욱 그렇다.
_「해설」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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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과 영원

도서정보 : 신주희 | 2024-01-18 | EPUB파일

지원기기 : PC / Android / iOS

현재의 시간에 충실하라
내 인생은 나의 것

“나한테 중요한 건
지금 이 순간 내가 어떤가 하는 것뿐이에요.
이제부터 제대로 0이 된 느낌이요.”

제 삶을 손에 쥔 세 여자
해나와 마나, 경희 이야기

“인공지능 시대 소설로 쓴 파르헤시아의 시도로 읽혀야 마땅하다고 생각한다.
이 현재의 순간에 충실하라. 그리고 네 인생의 주인이 되어라라는. ”
_고영직(문학평론가)

· 2023 경기예술지원 문학창작지원 선정작

신주희 작가의 첫 장편소설이 출간되었다. 작가는 2012년 〈작가세계〉 신인문학상에 단편 「점심의 연애」로 등단한 이후 『모서리의 탄생』, 『허들』 등을 발표하며 꾸준히 작품 활동을 이어오고 있다. 작가는 이번 장편소설을 “과거와 현재, 미래를 살아가고 있을 오리너구릿과, 오리너구릿속, 오리너구리종 같은 여자들의 이야기”라고 평한다. 오리너구리가 오리에게서도, 너구리에게서도 자유로워져 오롯한 자기 자신의 종(種)이 되기를 바라는 마음이 등장인물에 투영되어 있다.
작가는 크기도, 모양도 정해지지 않은 점과 그것이 움직인 선의 시간, 시간으로 채워진 면을 통해 등장인물의 복잡한 삶을 입체적으로 그린다. 그러면서 문학평론가 고영직이 말한 바와 같이 “살던 대로 살아온 지금까지의 시간을 ‘회전(revolution)’하는 것의 중요성을 환기”한다.

“결국에 이 모든 것을
관통하는 것은 현실”

현재를 살아가는 우리의 의식은 종종 과거에 얽매여 후회로 점철된 고통 속에서 살아간다. “우울한 사람은 과거에 살고, 불안한 사람은 미래에 살며, 평안한 사람은 현재에 산다”고 한 노자의 말처럼 각기 과거의 삶에 얽매여 벗어나지 못하는 해나와 마나, 그리고 시대를 너무 앞서간 경희의 삶은 불안하기만 하다. 마음이 과거나 미래에 있을 경우 결코 평안하지 못한 현재를 살아갈 수밖에 없음을 해나와 마나, 경희가 여실히 보여준다.

“고통이 그런데요. 그건 위기의 순간을 여러 장의 사진을 찍는 것처럼 기억하는 인간의 뇌 때문이래요. 뇌가 그 상황의 시간을 늘리는 거지요. 고통을 확대해서 기억하는 거예요. 나중에 같은 일이 벌어졌을 때 기억해두었다가 조심하려고요. 그런데 그 과정에서 오류가 발생해요. 뇌는 그 순간을 실제보다 더 크고 길게 기억하니까. 고통이 확대되어 영원히 지속될 것 같은 느낌을 갖는 거죠.”

과거나 미래가 아닌 현재의 나로 오롯이 행복하게 살아가는 것. 그것은 현재의 나를 있는 그대로 인정하고 내면의 고통을 직시하는 것이다. 그러려면 위험을 감수하고 진실을 말할 용기가 필요하다. 이는 미셸 푸코가 말한 자기 배려에서의 파르헤시아다. 이에 대해 문학평론가 고영직은 이 작품을 인공지능 시대 소설로 쓴 파르헤시아의 시도로 읽혀야 마땅하다고 한다. 그리고 그는 이렇게 말한다. “이 현재의 순간에 충실하라. 그리고 네 인생의 주인이 되어라.”

“삶이란
‘0과 1 그 사이에 셀 수 없는 것’들 사이에
존재하는 것”

나경희와 최승구의 일화를 통해 이야기하는 점과 선, 면은 다층적인 사고로 인간 내면의 고통을 입체적으로 그려낸다. 해나는 말을 할 수 없다는 엄마가 집을 나간 이후 엄마를 찾아 헤매다 생을 마감한 아버지를 증오하는 과거에서 비롯된 고통으로 인해 현재는 물론 미래에 대해서도 부정적이다. 현재에 안주하지 못하는 삶에서 비롯된 밝고 명랑한 미래는 자신의 것이 아닌 듯이 느낀다. 마나는 과거에 친구 영서의 사건에서 받은 충격으로 생긴 조현병 때문에 자신의 딸 해나를 죽이려 했다는 끔찍한 기억에 사로잡혀 스스로를 정신병원에 가두는 징역형과 같은 삶을 산다. 경희가 “사람들의 관심은 늘 과거나 미래에 있지요. 나는 현재에 관한 이야기가 하고 싶은데 말입니다”라고 이야기한 바와 같이 그녀는 과거에서도, 1920년대를 떠난 지금의 미래에서도 현재의 삶을 이야기하지 못한다.

“오늘이 없다는 말은 존재하기 힘들다는 것이고, 그 존재에게 미래는 없는 것이나 다름없다.”

점은 각기 고유의 방향으로 움직여 선을 만들고, 그 선은 다시 면을 만들어 새로운 방향으로 나아간다. 무수한 점이 이어지는 그 과정은 매 순간 현재였고, 그 현재 속에서의 고통은 극복하는 것이 아니라 받아들이고 이해하는 것이다. 결국 해나와 마나는 서로 화해하고 시공간을 뛰어넘어 경희를 이해한다.
문학평론가 고영직은 마나와 해나가 서로의 상처를 이해하며 작고 희미한 이야기공동체를 구성했다는 점에서 연대의 가능성을 예감하며 다음과 같이 말했다. “어쩌면 마나와 해나가 비로소 지상에 구현한 작은 이야기공동체는 자기 배려의 시공간이자 타자 배려의 시공간일지도 모르겠다. 그리고 어쩌면 신주희가 발견한 삶의 이니시에이션일지도 모르겠다. 그들은 이제 ‘세속의 영역’이 아니라 ‘본질의 영역’을 추구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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