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미노 구라파식 이층집

도서정보 : 박선희 | 2017-09-11 | EPUB파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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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계절 1318 문고' 68권. <파랑 치타가 달려간다>로 제3회 블루픽션상을 수상한 박선희의 신작으로, 30년 된 구라파식 이층집에 모여 사는 어느 '문제적 가족'에게 일어난 마술 같은 이야기를 그렸다. 도미노처럼 연쇄적으로 무너져 가는 낡은 집과 그 집에 사는 가족에게 소리 없이 찾아든 균열과 갈등을 절묘하게 연결시킨 작가의 역량이 돋보이는 작품이다.

여고생 몽주는 할머니의 생신 선물로 멋진 마술을 보여 주기 위해 학교 마술 동아리에 가입한다. 점점 마술의 매력에 빠져드는 몽주, 하지만 달콤하고 짜릿한 마술의 세계와 달리 현실은 쓰고 팍팍하기만 하다. 야동 마니아 아빠와 에스프레소 중독자 엄마, 일흔 넘어 독립을 선언한 할머니, 흑인 이슬람교도와 사랑에 빠진 언니까지…. 몽주는 당최 답 안 나오는 가족을 위해 모두가 깜짝 놀랄 만한 마술쇼를 계획한다.

구매가격 : 6,300 원

모래도시의 비밀

도서정보 : 김남일 | 2017-09-11 | EPUB파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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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의 실크로드를 배경으로 1900년대 초 서구 열강들이 중국의 빗장을 마구 열어젖히던 시기, 신비의 호수 롭 노르와 모래 속에 사라진 고대도시 누란에 대한 이야기를 '팩션' 형식으로 풀어낸 작가 김남일의 청소년 소설이다.

작품의 화자인 소설가는 자신의 책이 최악의 평을 받고, 그것으로 만든 영화마저 흥행에 참패하자 무작정 사막으로 떠난다. 집안 대대로 욜치(사막의 길 안내인)를 지내왔던 위구르인 노인을 만난 소설가은 1900년대 초 모래도시를 찾아가던 탐험가의 여정을 기록한 노트를 받고, 자신이 직접 이야기를 꾸며나간다.

1900년대로 돌아간 이야기에서, 중국 카슈가르에 위치한 호텔 차이나가든에는 전세계의 모험가들이 몰려드는 것으로 시작한다. 조선에서 미국으로 입양된 소설가 킴, 고고학자 라즐로 요제프, 영국의 귀족 셰필드 경, 세계적인 탐험가 에릭 스벤손, 두타르를 켜는 장님 예언자 등 다양한 등장인물들은 각자의 목적과 우연한 만남을 통해 함께 모래도시를 향한 여정을 계속해 나간다.

1980년대를 대표하는 민족문학.노동문학 작가였고, '베트남을 이해하려는 젊은 작가들의 모임'을 주도하며 민족문학의 경계를 넓혀온 작가 김남일은 다양한 인문학적 지식과 더불어 20세기 초 서구 열강의 등쌀에 속수무책으로 자신들의 소중한 문화유산을 빼앗길 수밖에 없었던 중국의 모습을 통해 당시의 우리 역사에 대해서도 되짚어보게 한다.

구매가격 : 5,900 원

바람이 사는 꺽다리 집

도서정보 : 황선미 | 2017-09-11 | EPUB파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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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당을 나온 암탉>의 작가 황선미의 첫 청소년소설. 2011년 극장 개봉을 앞두고 있는 장편 애니메이션의 원작소설이기도 하다. 황선미 작가의 자전적 이야기가 고스란히 담겨 있는 작품으로, 1970년대 중반, 경기도 평택의 작은 마을을 배경으로 한다. 열한 살 소녀의 눈에 비친 시대상과 그 시대를 헤쳐 나가는 한 가족의 이야기를 담고 있다.

구매가격 : 6,300 원

아무도 대답하지 않았다

도서정보 : 배봉기 | 2017-09-11 | EPUB파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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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시를 향한 학교 교육의 집단 광기를 정면으로 바라본 소설. 한 남자고등학교에서 학생이 자살했다. 그런데 아이들 사이에서조차도 그 아이가 왜 죽었을까, 집안에 무슨 문제가 있나, 성적을 비관한 자살인가 등등 충분히 예상 가능한 설왕설래가 벌어지지 않고 그저 쉬쉬하는 분위기가 압도적이다.

인터넷 학교신문 '목소리'가 있는데도 어쩐지 이 사건을 보도하는 것조차 꺼리는 분위기다. 학생 기자들로 이루어진 편집진의 맹숭맹숭한 회의가 지속된 끝에 지도교사인 서용현 선생이 물꼬를 터서 단순 보도 기사를 내보내자는 결정이 났는데, 회의 내내 입을 다물고 있던 영우가 불쑥 나선다.

김찬오의 자살은 취재기사 정도로 끝낼 일이 아니니 기획특집 기사를 내보내자고 주장한 것이다. 서용현 선생은 이미 일이 커지지 않도록 편집회의를 단속해 달라는 교감의 당부를 받았지만 논의가 자연스럽게 흘러 영우의 주장이 받아들여지는 것을 조용히 지켜본다.

소설은 2학년 기자인 민제와 영우, 승욱이가 기획특집을 각자 1회씩 작성하여 모두 3회 내보내기로 한 후 벌어지는 일을 통해 학교 사회가 얼마나 폐쇄적인지, 선생들이 얼마나 서로 다른 자기 확신으로 학생들을 이끌어 가는지, 그리고 학생들은 일상의 90%를 차지하는 학교에서 얼마나 소외되어 움츠리며 살아가는지가 서서히 드러난다.

구매가격 : 6,600 원

안녕, 베타

도서정보 : 최영희 | 2017-09-11 | EPUB파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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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계절 1318 문고 103권. 제1회 한낙원과학소설상 작품집. 1회 수상작 최영희 작가의 「안녕, 베타」를 비롯해 수상 작가 신작 「전설의 동영상」과 우수 응모작 5편이 실려 있다. 우주여행, 인조인간, 홀로그램, 만능 고글 등 과학이 불러낸 새로운 세상에서는 과연 어떤 일이 일어날지 미리 체험하고 낯선 세계로 떠나는 모험은 청소년 독자들에게 미래세계를 상상하는 즐거움을 안겨 줄 것이다.

표제작 「안녕, 베타」. 자신이 해야 할 궂은일들을 ‘대체 인간’이 대신 하는 동안 시민 등급을 높여 좀 더 나은 삶을 살아야 하는 열여섯 살 진아. 아빠가 주문한 로봇 ‘베타진아’는 ‘원인간’인 진아를 본떠 복제됐고 시민 등급 테스트가 끝나면 리뉴얼 작업을 거쳐 또 다른 대체 인간으로 복제될 예정이다.

진아는 베타진아가 자신을 대체하는 로봇이 아니라 베타라는 또 다른 자아를 가진 존재임을 깨닫게 되면서 혼란을 겪는다. 베타를 자유롭게 해 주려면 자신은 높은 시민 등급을 포기해야 하는 상황에 놓이는데, 과연 진아는 어떤 선택을 하게 될까?

구매가격 : 7,000 원

장다리꽃

도서정보 : 문선희 | 2017-09-11 | EPUB파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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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제 말기에서 해방 직후, 6.25 전쟁, 그리고 그 뒤 혼란했던 우리의 현대사를 배경으로 다섯 살배기 영아의 성장과 격동기를 살아간 사람들의 파란만장한 삶을 다뤘다.

이 작품의 큰 축은 큰 어려움 없이 곱게 자란 양조장 집 딸 영아와 양조장 집에서 부엌일을 하는 엄마를 둔 복실이의 대비되는 삶이다. 작가는 여리고 순수해서 세상풍파에 쉽게 꺾이는 영아와 강인한 생명력으로 고난을 헤쳐 나가는 복실이를 각각 붓꽃과 장다리꽃으로 상징화하여 이들의 인생 역정을 펼쳐 보인다.

해방 전부터 전쟁 발발 10년 뒤까지 15년 간이라는 비교적 긴 시간을 끌고 가면서 영아라는 아이의 성장사는 물론 각각의 시기에 이 땅의 사람들은 어떻게 살아왔는지 다양한 인생사를 들려준다. 그리고 이러한 인물 군상들을 통해 오늘의 우리는 어떻게 살아야 할 것인가를 되묻는다.

구매가격 : 7,300 원

어쩌다 영웅

도서정보 : 이남석 | 2017-09-11 | EPUB파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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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계절 지식소설 15권. 마블 히어로 영화와 게임을 사랑하는 서준과 준석 형제가 영웅에 대해 자기만의 비판적인 시각을 가지게 되는 성장소설이자 우리 시대의 문제적 현상인 영웅을 통해 마음을 들여다보는 심리학 교양서이다. 이 책은 청소년인 두 형제의 시선으로 영웅을 둘러싼 신화, 영화, 게임, 사회 현상들을 탐험하며 나와 세상의 심리를 파헤친다.

특히, 동네 북카페와 마을학교 ‘꿈의 학교’ 이야기를 중심으로 한 구성은 리얼하고 생생한 현장감을 주며, 독자들이 바로 그 장소에 함께하는 것 같은 효과를 낸다. 꿈의 학교에서 이루어지는 강의와 토론, 그리고 작품 분석을 따라 가며, 독자들은 우리 주변의 대중문화와 문화 현상들을 비판적으로 읽을 수 있는 능력도 기를 수 있다.

저자는 단번에 뭔가를 바꿀 수 있다는 비현실적인 생각을 자신감이라고 여기는 소위 ‘중2병’ 아이들, 때로는 주목받기 위해 학생 신분에 어울리지 않는 나쁜 일을 하는 아이들, 불만족스러운 현실이나 사회 문제를 해결해 줄 영웅을 바라는 어른들에게 해 주고 싶은 이야기를 떠올렸고, 이 책을 썼다. 저자 역시 한때 영웅 심리에 사로잡힌 적 있었다는 진솔한 고백과 함께, 영웅을 둘러싼 폭넓은 문화·심리학적 분석에 기반한 대답을 담았다.

구매가격 : 8,400 원

타임캡슐 1985

도서정보 : 홍명진 | 2017-09-11 | EPUB파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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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계절 1318 문고 시리즈 89권. <우주 비행>으로 제10회 사계절문학상을 수상한 홍명진 작가의 두 번째 청소년 장편소설이다. 서울 남산 자락에 타임캡슐을 묻은 해, ‘해방촌’을 터전으로 살아가던 사람들의 이야기를 작가 특유의 세밀한 묘사와 정갈한 문체로 그려냈다. ‘1985년의 해방촌’이라는 특수한 시공간을 배경으로, 그 시대를 지나온 ‘보통 사람들’의 삶을 청소년의 시선으로 담아냈다는 점에서 주목할 만하다.

이 작품은 여느 청소년소설들처럼 가볍고 경쾌하게만 흘러가지 않는다. 소설 속 인물들은 저마다의 삶의 무게를 견뎌내고 있고, 그것을 바라보는 작가의 시선은 깊고 묵직하다. 그럼에도 홍명진 특유의 명징한 묘사와 삶을 바라보는 유머러스한 태도, 물 흐르듯 자연스러운 전개 방식 때문에 ‘문학적인 재미’를 충분히 만끽할 수 있다.

무엇보다 이 소설이 빛나는 가장 큰 이유는 주오를 비롯한 해방촌 사람들의 캐릭터 때문이다. 겉으로는 위악적으로 굴지만 내면에는 순수함을 간직한 롯데 미용실의 난희, 아픔을 감춘 채 신비로운 분위기를 자아내는 미라, 실향민 연백 할머니와 옥탑방 은둔 청년 태평이 형까지. 소설 속 모든 인물들은 저마다의 인생에서 살아 펄떡이며, 주오는 그런 그들을 통해 조금씩 성장한다.

작가는 마치 스모그로 뒤덮인 서울 하늘처럼 불투명한 미래 앞에서 열일곱 살 주오가 이웃들과 부대끼며 그들을 이해하고 성장해 나가는 모습을 섬세하고도 맑은 시선으로 그리고 있다. 도무지 이해할 수 없는 것투성이인 세상 앞에 선 주오와 그 풍랑을 온몸으로 견뎌내는 주변 인물들의 모습을 통해 ‘인생이라는 망망대해에서 우리가 믿고 의지해야 할 불빛은 과연 무엇인지’ 찬찬히 곱씹어 보게 한다.

구매가격 : 7,000 원

페닉스

도서정보 : 디온 메이어 | 2017-09-11 | EPUB파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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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 세계 19개 장르문학상을 석권한 스릴러 작가의 본능적이고 야생적인 범죄소설이 온다!
★전 세계 20개국 출간!
★ 프랑스 그랑프리문학상 수상
“디온 메이어, 이 남자는 정말 뛰어나다!”-마이클 코넬리



디온 메이어가 남아공 범죄 소설의 왕이라는 사실은 누구도 반박할 수 없다._ 「더 타임스」

유머와 비통함을 동등하게 써서, 자존감을 찾아가는 한 남자를 감동적으로 그렸다. _ 「북리스트」

지구상 최고의 범죄 소설 작가 중 하나. -「더 메일 온 선데이」

거미줄처럼 엉킨 팽팽한 이야기는 페이지가 얼마 남지 않을 때까지도 독자들로 하여금 추측을 거듭하게 한다. _「히트」

뜨겁고 격동적인 남아공이 생생히 느껴지고 등장인물의 캐릭터가 역동적이다. _「크라임 타임」




◎ 도서 소개

전 세계 20개국 독자가 열광한 새로운 아프리카 소설!
19개 장르문학상을 석권한 스릴러 거장 디온 메이어의 역작
미국 배리상, 독일 추리문학상, 스웨덴 마르틴베크상, 프랑스 미스테르비평문학상, 영국추리작가협회(CWA) 인터내셔널대거상 외 전 세계 19개 장르문학상을 석권한 스릴러 거장 디온 메이어의 작품 『페닉스』가 아르테 누아르에서 출간된다. 디온 메이어는 남아프리카공화국의 정치, 인종 문제를 범죄를 통해 사실적으로 풀어내며, 수렁에서 막 건져낸 주인공이 펼치는 치열한 이야기와 탄탄한 플롯을 자랑하는 작가다. 숀 빈 주연의 3부작 영화로 제작 중인 형사 베니 시리즈『악마의 산』, 『13시간』, 『세븐 데이즈』를 통해 국제적 베스트셀러작가 반열에 올랐다. 디온 메이어의 작품들은 아프리칸스어라는 소수 언어의 한계를 딛고 전 세계 28개국에 번역 출간될 만큼 해외 문단에서 호평 받고 있으며, 첫 장편소설인『페닉스』는 프랑스 그랑프리문학상을 수상했다.

공통점이라고는 없는 연쇄살인의 여섯 피해자,
성공한 CEO, 주얼리 디자이너, 절름발이 실업자, 어부, 목사까지… 단서는 오직 100년 된 골동품 총이 이마에 남긴 총상뿐!
한때 촉망받던 형사 맷 주버트는 아내가 경찰 임무수행 중에 살해된 뒤로 자살 충동에 시달리며 하루하루를 보낸다. 새로 부임한 상사가 정신 건강을 들먹이며 압박하는 통에 심리상담가 한나를 만난 주버트는 그녀에게 호감을 갖지만, 해괴한 연쇄살인 사건을 맡는 바람에 데이트 신청할 짬조차 나지 않는다. 연쇄살인의 피해자들은 성공한 CEO, 주얼리 디자이너, 절름발이 실업자, 폭력적인 어부 그리고 가난한 목사다. 여섯 번째 살인이 일어날 때까지 변변찮은 단서 하나 없이 막다른 벽에 부딪히던 주버트는 마침내 겨우 찾은 증거 사진에서 익숙한 얼굴을 맞닥뜨리고 충격에 빠지는데….

당신의 심장을 뛰게 할 이국적 무대의 아프리칸 스릴러!
남아공 경찰의 떠오르는 별에서 비운의 형사로 추락한 맷의 추적이 시작된다
작가 디온 메이어는 ‘책이 세계를 투영하는 창이라면, 범죄 소설은 주로 도시와 나라의 가장 취약한 부분과 뒷골목을 보여준다’고 말한 바 있다. 『페닉스』에서는 살인, 강도, 강간 등의 강력범죄를 통해 극도로 빈곤하고 치안이 무너진 남아프리카공화국의 사회상을 엿볼 수 있다. 두 핵심사건이 등장하는데, 부당한 대출 이자를 갚던 소시민이 은행 강도로 나선 ‘다정한 강도 사건’은 금융 권력이 어떻게 편파적인 약정으로 힘없는 개인의 삶을 얽어매고 기만하는지 증언한다. 또한 100년 된 ‘마우저 총 연쇄살인 사건’은 결말에서 충격적인 반전을 선사하며 이면에 숨어 있던 또 다른 범죄를 드러낸다. 사건이 해결되는 동시에 그 범죄를 야기했던 문제를 독자에게 던져줌으로써 장르소설을 넘어 사회파 스릴러로 자리매김한 디온 메이어의 작품 세계를 첫 장편소설 『페닉스』에서도 만나볼 수 있을 것이다.
『페닉스』는 ‘형사 베니 시리즈’ 『악마의 산』과『13시간』의 프리퀄이랄 수 있는 이야기로, 베니의 상사 맷 주버트가 주인공으로 등장한다. 아내가 살해된 뒤로 자살 충동에 시달리는 맷 주버트와, 사건 해결력은 탁월하지만 알코올중독 금단 증세를 겪는 베니 그리설은 상사와 부하직원인 동시에 남아공 형사로 일하는 고충과 상처를 서로 이해하는 친구이다. 케이프타운을 배경으로 두 형사가 현장에서 뛰며 사건을 해결하는 에피소드는 한국 형사물 영화 속 명콤비들을 떠올리게 한다.


◎ 본문 발췌

주버트는 뒤척이다 일어나 창문을 열었다. 몸통에 흐르는 땀이 가로등 불빛에 희미하게 빛났다. 주버트는 다시 등을 대고 누워 갈망과 굴욕감에 맞서는 약을 찾았다.
가랑이와 머리에서 이는 갈망은 똑같이 고통스러웠다.
회오리바람이 휘몰아쳐 생각이 울타리 위로 흘러넘쳤다.
감정과 욕정, 기억이 뒤섞였다. 라라. 고통 때문에 그녀가 그립고 미웠다. 제길, 하지만 라라는 아름다웠다. 유연한 몸, 휙 하는 채찍 소리, 거센 폭풍, 지분거림, 배신자.
팔꿈치에 닿던 이웃의 딸의 부드러운 가슴.
그를 주차료 징수기로 만든 라라, 죽은 라라.
라라는 죽었다.
주버트의 정신은 이 사실을 마주하자 암울하지만 안전한 잿빛 우울 속에서 탈출구를 찾아 생각을 옮기려 했다. 지난 몇 달간 그가 살아남는 방법으로서 얻은 잿빛 탈출구였다.
하지만 2년 3개월 만에 처음으로 맷 주버트는 그 탈출구를 원하지 않았다. 거대한 운전축은 거칠어진 볼 베어링 사이에서 돌아가고 실린더의 밸브들은 닫혔다. 기계는 이본 스토프버그와 동맹을 맺고 다가오는 잿빛 어둠에 맞섰다.
이본 스토프버그의 혀가 다시 그의 입속에서 살살 움직였다.
라라는 죽었다. 주버트는 자신도 모르게 잠이 들었다. 승자 없는 결투, 새로운 경험이었다.
잠의 경계선 어딘가에서 그는 삶이 돌아오고 싶어 한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두려움이 주버트를 뒤덮기 전에 삶이 그 경계선을 넘었다.
15-16p

‘경감님, 그 마우저는 오래되고 희귀한 거예요. 총기류 기록상으로 케이프타운에 그걸 소지한 사람이 그렇게 많지 않아요.’
“얼마나 오래됐는데?”
‘거의 100년요, 경감님. 1896년이나 1898년제예요. 독일인이 만든 것 중 가장 아름다운 거죠. 하지만 이 점을 아셔야 해요, 경감님. 브룸핸들은 나무로 된 날렵한 개머리판이 있어요. 보어족 장교들이 가지고 다녔죠. 총열이 길고 방아쇠 앞에 탄창이 있어요.’
주버트는 그 무기를 그려 보려고 시도했고, 머릿속 어딘가에서 어떤 이미지가 흔들렸다. 막연한 기억이었다. “루거(독일 육군에서 쓰던 자동 권총)와 비슷한가?”
‘루거의 할아버지죠, 경감님. 바로 그겁니다.’
“그 총의 탄약은 어디에서 구하지? 100년이 지났는데?”
‘토카레프 탄약으로도 쏠 수는 있지만, 상처밖에 입힐 수 없죠. 압력 비율이 달라요. 하지만 그 사내는 아직도 탄약 공급원을 갖고 있어요. 경감님의 살인범요. 사용한 탄약도 오래됐거든요. 1899년, 어쩌면 1900년제요. 경감님, 꼭 잡아야 합니다. 그가 아프리카너를 지옥으로 보내 버리 고 있어요.’
“탄약도 100년 됐다는 말이야?”
‘믿기 어려울 정도죠, 안 그런가요?’
“그걸 아직 사용할 수 있다고?”
‘당시에 마지막으로 만든 거죠, 경감님. 때때로 불발되기도 하지만 대부분 아직도 정상적으로 작동해요. 그 사내는 케이프타운 전역을 파괴할 수 있어요.’
“남자라고 생각해?”
‘확실해요, 경감님.’
“그래?”
‘마우저는 효과가 지독히 강력합니다, 경감님. 말에 올라타서 녀석을 잡으세요.’
152-153p

드 비트가 문을 열어 포스를 부르고 다시 앉았다. 포스는 주버트의 옆에 앉았다.
“주버트 경감과 난 방금 마우저 건 수사를 경감에게 넘기기로 합의했습니다.” 드 비트가 말했다.
공황상태에 빠진 주버트의 생각들이 두개골 벽 사이에서 출구를 찾아 허둥지둥했다. 이 상황을 중단시켜야 했다. 생존을 위한 충동이자 마지막 기회였다. 하지만 근거가 없었다. 비로소 주버트는 침착해졌다.
“아뇨, 경무관님.” 주버트가 말했다.
포스와 드 비트가 그를 쳐다봤다.
“우린 합의하지 않았습니다, 경무관님.” 주버트는 감정을 통제하며 신중하게 말했다.
드 비트의 입이 열렸다 닫혔다.
“경무관님, 수사에서 절 배제시키겠다고 말씀하신 이유를 받아들일 수 없습니다.” 주버트가 포스를 향해 몸을 돌렸다. “난 심리 치료를 받고 있어, 헤리. 부끄럽지만, 아마도 좋은 일일 거야. 경무관님은 언론에서 그 사실을 알아낼지도 모른다고 걱정하시지. 그래서 날 숨기려는 거야. 하 지만 전 올바른 경로를 통해 공식적으로 임무에서 해임될 때까지 계속 수사할 겁니다, 경무관님.”
“경감…….” 드 비트가 동요하는 얼굴로 입을 열었지만 적절한 말을 찾지 못했다.
포스가 활짝 웃었다. “마우저 건이 사람을 우라지게 미쳐 버리게 하는군요, 경무관님. 전 맡고 싶지 않습니다.”
“자네…….” 드 비트는 포스를 못미덥게 쳐다본 뒤 주버트와 포스를 번갈아 봤다.
노크 소리가 들렸다.
“안 돼!” 드 비트가 고함을 쳤다. 소리 지르다 목소리가 갈라졌다. 드 비트는 앞에 있는 간부들을 다시 쳐다봤다. “자네는…….”
노크 소리가 더 크게 들렸다.
“지금은 안 돼!” 드 비트는 누가 봐도 히스테리로 보일 고함을 질렀다. 마치 거미줄 속으로 걸어 들어간 것처럼 고개를 젓고는 평소 사마귀를 문지르는 손가락을 들어 주버트와 포스를 향해 흔들었다. “자네들 작당 모의해서 내게 반항하는군.” 손가락이 흔들리고 목소리도 흔들렸다.
노크 소리가 고집스럽게 계속됐다.
드 비트가 튀어 오르듯 일어나자 의자가 뒤로 넘어졌다. 그가 문으로 걸어가 문을 홱 열어젖혔다. 헤리트 스니만이 서 있었다.
“자네 귀 먹었나?” 드 비트의 목소리는 소프라노 같았다.
“경무관님…….”
“내가 지금은 안 된다고 말했지.” 드 비트는 문을 닫으려 했다.
“살인 사건이 또 일어났습니다, 경무관님.” 스니만이 나무 문이 틀에 닿기 전에 재빨리 말했다. 문은 갑작스럽게 멈췄다. 셋은 모두 스니만을 쳐다봤다. “주버트 경감님을 찾는 무전이 오고 있습니다. 후트베이에서 남자 사망자입니다, 경무관님. 총격 두 발 모두 7.63밀리미터 탄피 두 개 입니다.”
그들은 스니만이 농담이라고 말하기를 기다리는 듯 응시했다. 드 비트는 거의 알아차릴 수 없을 정도로 천천히 흥분을 가라앉혔다.
228-239p

“돈 많은 염병할 백인 놈이 거짓말을 하잖아요, 경감님.” 페테르센의 눈 흰자위가 거대해지고 두 손은 떨렸다.
“아뇨, 아뇨.” 그 변호사가 타이르듯 손가락을 흔들며 말했다.
니나베르는 의자에 반쯤 걸터앉아 있고 얼굴은 일그러져 있었다. “홋놋.” 니나베르가 말했다. 신문 광고 속 매력적인 모습에서는 상상할 수 없는 말이었다. “이 홋놋.”
페테르센은 변호사를 뛰어넘어 단 한 번의 매끄럽고 재빠른 동작으로 니나베르의 뺨을 때렸다. 니나베르는 의자에서 뒤로 넘어갔다. 그의 머리가 둔탁하게 쿵 소리를 내며 맨 타일 바닥에 부딪힌 뒤 굴러 떨어졌다.
주버트는 니나베르가 날아가 떨어지기 전에 튕기듯 일어났지만 너무 늦었다. 주버트가 페테르센의 셔츠를 움켜잡는 동안 변호사는 재빨리 다가가 자신의 고객을 뒤로 잡아당기고 방어하듯 팔을 펼쳤다. “안 됩니다, 안 돼요, 안 돼.” 변호사는 소리치면서 마치 다시 폭력이 있을 것처럼 니나베르의 큰 머리를 어깨로 감쌌다.
페테르센은 숨을 내쉬고 주버트가 잡은 손을 풀었다. “걱정 마세요, 경감님, 다시는 안 칩니다.”
“구급차 불러요.” 변호사가 바닥에서 또 다른 공격을 막기 위해 팔을 계속 펼친 상태로 말했다. “죽은 것 같아요.”
주버트가 그들 옆에 무릎을 꿇고 앉았다. “봅시다.” 변호사는 망설이면서 고객에게서 떨어졌다. 주버트는 니나베르의 뺨이 벌써 부어오르고 색이 변한 것을 보았다. 하지만 가슴은 완벽하게 건강한 모습으로 위아래로 움직였다. “잘못된 것 없습니다.” 주버트가 말했다. “그냥 기절한 거예요.”
“구급차 불러요.” 변호사가 말했다. “그리고 당신들 경무관을 부르시오.”
주버트는 그게 무슨 의미인지 알고 있었다. 그 결과가 무엇일지도 알았다. 드 비트는 사건을 헤리에게 넘길 것이다. ‘미용실 재벌이 국가에 수백만 랜드짜리 소송을 걸다.’ 드 비트는 헤리에게 사건을 넘겨야 할 것이다. 다른 선택권은 없을 것이다. 주버트는 한숨을 쉬면서 어깨를 떨어트렸다. 페테르센은 그 몸짓이 뭘 의미하는지 이해했다.
“죄송합니다, 경감님.”
“누구든 구급차를 불러요, 당장!” 변호사는 애원하는 동시에 명령했다.
“그럴 필요 없소.” 바닥에서 한 목소리가 말했다.
셋은 모두 천천히 일어나 앉는 니나베르를 쳐다봤다.
“경찰을 고소합시다, 니나베르.” 변호사가 말했다. “우린 모든 걸 빼앗을 겁니다. 그가…….” 손가락 하나가 레온 페테르센을 가리켰다. “이 나라에서 어떤 직업도 못 찾게 할 겁니다.”
“아뇨.” 니나베르가 말했다.
정적.
“그만둬요.” 니나베르가 말했다. “그냥 다 잊어버려요.” 니나베르는 힘겹게 일어나서 오른손으로 멍든 뺨을 만졌다. 변호사는 급히 니나베르를 일으켜 세우고 그가 의자를 똑바로 세워 조심스럽게 앉는 것을 도왔다.
“이들은 가망이 없어요, 올리버. 최악의 무자비함이었어요. 새 정부 하에서…… 저들은 모두 직업을 새로 찾아야 할 거예요.”
“난 이제 그만 할 준비가 됐어요, 필.”
니나베르가 주버트를 올려다봤다. “당신은 그만둘 준비가 됐습니까?”
주버트는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머리는 돌아가지 않았고, 숨을 멈추고 그저 니나베르를 응시했다. 페테르센은 벽을 바라보았다.
“갑시다, 필.” 니나베르가 말하고 문으로 걸어갔다. 변호사는 서류가 방과 노트, 펜을 움켜잡고 짧은 다리로 황급히 쫓아갔다. 니나베르가 문을 열고 걸어 나가자 변호사는 따라 나가면서 문을 쾅 닫았다.
페테르센은 고개를 약간 들고 니나베르를 때렸던 손을 주물렀다. “죄송합니다, 경감님.”
“괜찮아, 레온.” 주버트는 책상에 앉아 담배를 꺼내 불을 붙이고 천장을 향해 얇은 연기 기둥을 내뿜었다.
“괜찮아, 나 역시 돈 많은 염병할 백인 놈이 거짓말하고 있다고 생각하니까.”
278-280p

올리버 니나베르는 짙은 빨간색 BMW 핸들 뒤에서 활짝 웃었다.
경찰은 자신을 바보라고 생각하는 게 틀림없었다. 니나베르는 전날 이미 하얀 오펠 카데트(독일 오펠 사의 승용차)가 집으로 가는 내내 그를 따라 온다는 사실을 우연히 알아차렸다. 그 멍청이는 계속 따라 붙으려고 빨간불을 무시하고 달렸다. 나중에 플래트클루프의 한적한 길에서 니나베 르는 다시 그 미행을 알아차렸다. 오늘 아침 일찍 또다시 바로 그의 집 밑 거리에 서 있는 빨간 시에라를 보았다.
지금, 아침 5시 45분, N1 고속도로에는 쓸데없이 관심 끌지 않고 미행할 수 있을 만큼 차가 많지는 않았다. 니나베르는 백미러로 저 뒤에서 쫓아오는 포드를 볼 수 있었다.
니나베르는 그들이 시간을 낭비하고 있다고 생각했다. 그는 결백하다. 사냥꾼이 아니라 먹이였다. 지금 저들은 모르는 사이에 그를 보호해 주고 있는 것이다.
작은 혼혈 경위의 일만 아니었다면 니나베르는 자신의 거짓말로 빠져 나갔을 것이다. 맙소사, 하지만 월요일에 취조실에서 그는 기민하게 머리를 굴렸다. 그게 그가 오늘의 자리에 오를 수 있었던 이유였다. 빠른 두뇌회전. 미용사였다가 6~7년 뒤에 백만장자가 되기까지.
맥도널드가 건물 일로 그에게 전화했다는 이야기는 그저 마음속에서 예상치 않게 떠오른 것이었다. 필요에 따라 못 할 일은 없는 법이다.
필요. 월요일 내내 니나베르는 필요로 가득 차 있었다. 벽에는 핏자국이 있고 바닥에 피가 흥건했던 그 한심한 목조 주택 문에 누워 있던 맥, 그리고 총탄으로 날아가 버린 맥의 목과 고환 사이의 총상을 본 순간부터 니나베르는 안전해질 필요를 느꼈다.
니나베르는 맥도널드와 이야기하고 싶었다. 맥이 몇 시에 바다에 나갈지 알지 못해서 일찍 가려고 했었다. 니나베르는 문 앞에 멈춰서 현관을 열었고, 그다음 거기 누워 있는 그, 빅맥을 보았다. 살면서 본 것 중 페니스가 가장 큰 빅맥이었다. 기억할 수 있었다.
“맥, 당신은 기둥 같은 음경을 가지고 있군.” 페르디 페레이라가 말했었다. 죽은 페르디. 죽은 절름발이 바보.
“페니스겠지.” 올리버 지그문트 니나베르는 크게 말하며 코웃음을 쳤었다. 그 작은 경위의 주의를 잡아끌었던 단어였다.
망할 홋놋 같으니. 니나베르는 볼을 문질렀다. 여전히 아팠지만 그럴 가치가 있었다. 치러야 할 작은 대가에 불과했다.
317-318p

『성공하는 사람들의 일곱 가지 습관』
어쩌면 이 책을 읽어야 할지도 모른다.
『보텀 업 마케팅』
올리버 니나베르의 책들. 부와 명성을 위한 올리버 니나베르의 열쇠들. 주버트는 전화번호부를 자신 쪽으로 당겼다. 니나베르는 이 의자에 앉아서 이걸 읽었을까? 전화번호부에서 알렉산더 맥도널드의 번호를 찾아서 약속을 정했을까? 주버트는 전화번호부를 펼치고 ‘M’으로 페이지를 넘겨 맥도널드를 찾았다. ‘맥도널드 수산업’에 밑줄이 그어져 있었다. 심장 박동이 빨라졌다. ‘F’는? 페르디 페레이라의 번호를 찾았지만 밑줄이 없었다.
실망스러웠다.
월레스의 ‘W’ 역시 밑줄이 없고 빌손의 ‘D’도 밑줄이 없었다.
니나베르가 맥도널드에 대해 한 말은 사실이었을까? 주버트는 전화번호부를 닫고 ‘A’부터 다시 시작했다. 가끔씩 혀로 침을 묻히며 중지로 페이지를 넘겼다.
바시 로우브가 들어왔다. “도와드릴까요, 경감님?”
주버트가 올려다봤다. “그래.” 책상 서랍을 열려고 했지만 잠겨 있었다.
“서랍을 조사해야겠어, 바시. 가정부에게 서랍 열쇠가 있는 곳을 아는지 물어봐.”
로우브가 떠나자 주버트는 페이지를 넘겼다. 밑줄이 그어진 첫 번째 이름은 오베르홀저 C. A였다. 주소는 시포인트 예이츠 로드 넵튠스뷰 1314호였다. 그리고 전화번호가 있었다. 주버트는 그걸 바라봤다. 어째서 언제 그은 거지? 주버트는 페이지를 넘겨 다시 맥도널드 수산업을 지나쳤다. 전화기를 잡아당겨 몸 쪽으로 움켜쥐고 그 번호로 걸었다.
길고 꾸준한 삐 소리가 났다.
주버트는 문의처의 번호를 찾아 전화를 걸어 오베르홀저의 번호를 확인해 달라고 요청했다. 그들은 다시 전화를 주겠다고 했다.
‘Z’ 끝까지 페이지를 넘겼지만 아무것도 찾지 못했다.
로우브가 다시 돌아왔다. “그 여자 말로는 니나베르가 열쇠를 갖고 있었답니다, 경감님.”
“스니만에게 연락해서 알아봐, 바시. 그가 갖고 있을 거야.”
로우브가 전화기로 걸어왔다.
“아니, 차에 있는 전화를 사용하게. 급한 전화를 기다리고 있네.”
로우브가 고개를 끄덕이고는 떠났다. 주버트는 일어서서 창 쪽을 거닐었다. 다시 벽에 걸린 신문 광고에서 니나베르의 미소와 단정한 헤어스타일, 정직한 얼굴을 봤다.
“뭘 알고 있었지, 니나베르?”
주버트는 벽에 걸린 증서들을 모두 살펴봤다. 헤어디자인아카데미 황금가위상, 케이프상업전문학교 비즈니스스쿨 - 본 증서는 O. S. 니나베르가 소규모 기업 관리 과정을 수료했음을 증명합니다. 올해의 중소기업인상. 그리고 헤어투데이의 회사 등록증.
전화벨이 울렸다. 주버트는 넓은 보폭으로 두 걸음 만에 전화기에 도달했다.
“문의하신 전화번호는 서비스가 종료됐습니다, 선생님. 오늘 아침에요.”
332-334p

“안녕하세요. 불행히도 지금은 전화를 받을 수 없습니다. 삐 소리가 나면 메시지를 남겨주세요. 감사합니다.” 전자음으로 된 삐 소리가 이어졌다. 주버트는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그녀는 아마도 누군가의 일로 바쁜 것이다. 끊고 다시 전화를 걸었다.
“안녕하세요. 불행히도 지금은 전화를…….” 한나의 목소리가 매우 예쁘다고 생각했다. 마치 전화를 받을 수 없어서 진심으로 미안한 것처럼 말했다. 부드럽고 음악 같은 목소리와 입이 움직이는 모양, 예쁘고 각진 얼굴에 예쁜 입, 길고 뾰족한 코가 그려졌다. 목소리가 피곤하게 들렸던가? 그 여린 몸에 타인의 문제라는 무거운 짐을 짊어져야만 하니까. 주버트는 한나가 쉴 수 있기를 몹시 원했다. 그녀의 일들이 보다 쉬워지기를 바랐다…….
주버트는 수화기를 부드럽게 내려놓았다.
넌 사랑에 빠졌어, 바보.
주버트는 담배를 꺼내기 위해 손을 재킷 주머니에 넣으려던 중 떠올리고 멈췄다.
타이밍이 좋지 않다고 생각하며 떨리는 손을 주시했다.
오, 하늘에 계신 주여, 지금 당장 담배 한 개비가 절실했다.
그냥 양을 줄이자. 하루에 네 개비로. 세 개비도 괜찮을 것이다. 정말이지, 하루에 세 개비는 사람에게 어떤 해도 끼칠 수 없다. 커피 마시면서 한 개비……. 아니다, 수영하기 전에는 안 된다. 사무실에서 첫 번째. 가령 9시 정도에. 그리고 다이어트 점심을 먹고 나서 한 대. 그리고 저녁에 책을 읽으면서 알코올 없는 음료를 마실 때 한 대. 음료에 대해서도 생각해 봐야 한다. 더 이상 살찌는 맥주를 마실 수 없다. 위스키, 위스키 마시는 걸 배워야겠다.
맷, 금요일 저녁에 한나 노르티에르가 자기 집이나 아파트, 뭐든 간에 널 초대해서 구석에 있는 아름다운 키 큰 스탠드 불만 켜고 어둑어둑한 방에서 안락의자에 앉아 CD플레이어에 오페라 음악 같은 것을 넣고 물어본다면 뭘 마실 텐가?
위스키, 그는 말할 것이다. 위스키로 줘요, 한나.
한나.
그녀의 이름을 크게 소리 내 불러본 적이 없었다.
“한나.”
한나는 만족한 듯 고개를 끄덕일 것이다. 위스키는 교양 있는 오페라 애호가들을 위한 술이니까.
351-353p

퍼레이드 룸은 활기로 북새통을 이루었다. 주버트는 벽에 기대앉았다. 옆에는 오그레이디가 있다. 그들은 이름이 적힌 명단을 나누어 주었다. 다른 경찰서에서 도착한 보충 인력 요원들이 대기 행렬에 합류했다. 두 명이 한 팀을 이룬다. 명령은 올바른 쿠체(Coetzee)와 올바른 클라크 (Clarke)를 찾는 것이다. 유일한 단서는 이름이 적힌 명단과 마우저 희생자들의 사진, 그리고 카리나 오베르홀저였다.
“빌어먹을 전화번호부에 쿠체가 54명입니다.” 앞서 주버트의 사무실에서 회의를 열었을 때 전화번호부를 찾아본 오그레이디가 투덜거렸다.
“E가 들어간 클라크는 수백 명입니다.” 스니만이 말했다.
“니나베르는 맥도널드의 철자도 틀렸어.” 주버트가 말했었다. “E가 들어가지 않은 클라크도 따져 봐야 해.”
“백 명은 더 있습니다.” 스니만이 절망적으로 말했었다.
“그게 문제가 아니야.”가 주버트의 대답이었다. “이 일은 오늘 끝낸다.” 목소리는 단호했다.
드 비트가 들어왔었다. 주버트는 최근 수사 상황을 보고하고 증원을 요청했다. 드 비트는 뻔뻔스러울 정도로 흥분해서는 치안감과 경찰청장에게 전화를 걸기 위해 빠른 걸음으로 자신의 사무실로 돌아갔다.
로우브는 숨결에 오래된 술 냄새를 풍기면서 두 눈에 만족스러운 표정을 하고는 늦게 도착했다. 주버트는 로우브에게 사망한 희생자의 가족들에게 새 이름을 물어보는 임무를 주었다. 그 뒤 퍼레이드 룸으로 가서 참여할 수 있는 강력범죄부 경찰들에게 J. 쿠체와 H. 클라크를 추적하게 했다. 하지만 주버트는 이니셜이 의미가 없음을 알고 있었다. ‘자크’는 틀림없이 두 번째 이름일 것이고, 두 번째 이름의 이니셜은 전화번호부에서 첫 번째 이름의 이니셜 다음에 등장할 것이다. 하지만 일단 시작해야 했다.
“가족들에게 사진을 보여 주고 그 이름들을 읽어 줘. 거짓말을 할지도 모르니 잘 주시해.” 각 팀에 주어진 지령이었다. 니나베르는 맥도널드와 월레스에 대해 거짓말을 했었다. 그리고 지금 니나베르는 죽었다. 어째서 거짓말을 했을까?
369-370p

“틀림없이 자넨 끔찍한 농담을 하는 거겠지.” 퍼레이드 룸에서 이리저리 서성거리던 치안감이 말했다. “장관님은 걱정하느라 팬티 적시게 생겼는데 자네는 상황이 아직도 말이 되지 않는다는 거지. 지금 목사의 카라반에 4만 랜드가 있었는데 자넨 그가 토요일마다 은행을 가기 때문에 그렇다는 건가? 교회가 그 대답이라고 생각하는데 자넨 가족들이 그것에 대해 들어본 적조차 없다는 건가?” 치안감은 말을 멈추고 드 비트와 주버트를 노려보았다. “틀림없이 빌어먹을 농담이겠지.”
그들은 바닥을 응시했다.
“자네 압박감이 뭔지 알기라도 하나? 경찰청장님은 전화를 받기가 겁날 지경이고, 난 사무실에서 달아나야 해. 언론이 길거리에 진을 치고 있으니까. 그 개자식들은 어디에나 있어. 여기 입구에서 제복 경찰이 그 독수리들로부터 날 구해 줘야 할 정도야. 그런데 자네는 상황이 맞아떨어지지 않는다고 하고 있어.” 치안감은 다시 팔을 휘두르며 서성거리기 시 작했다. 얼굴은 진홍빛이었고 목에 혈관이 부풀어 올랐다. “장관님은 우리가 국제적인 웃음거리가 되었다고 말씀하셨네. 단순한 보어인들은 아주 어리석어서 천리안을 가진 사람을 보내 줘야 한다고. 그게 누구 생각이었나? 자넨 그 후레자식이 죽이려 하는 사람의 명단을 가지고 있는데 사람은 여전히 파리처럼 죽어 나가지. 그런데 지금 자네 표정은 그 명단에 이름들이 바닥나고 있어서 아주 감사하는 것 같군.”
치안감은 의자를 발로 찼다. 의자는 뒤로 넘어가다 벽에 부딪혀 튕겨 올랐다가 바닥에서 달가닥거렸다.
“뭐라고 말할 사람 없나?”
“치안감님.” 드 비트가 입을 열었다. 미소는 병약하고 일그러져 있었다.
“‘치안감님’이라고도 하지 마. 경찰에서 40년을 있으면서 이렇게 어리석고 멍청한 경찰 놈들을 본 적이 없어. 자네가 내게 묻는다면, 잼 병에서 죽은 메뚜기를 잡을 수는 없다고 말해 주겠어. 그 후레자식이 또 뭘 하기를 원하나? 이곳으로 걸어 들어와서 빌어먹을 마우저를 벽에 기대 끼우고 ‘제발 날 잡아 주세요.’라고 했으면 좋겠나? 지금 모든 지역 경찰들이 와서 돕고 있어. 그밖에 또 뭘 해 줘야 하지? 하우텡 경찰들도 데려올까? 국방부는 어때? 전화해서 탱크와 폭격기를 요청하지. 빌어먹을 해군도 요청하고. 여기서 게임하지 말고 우릴 진짜 못된 놈으로 만들어 봐. 중국에 전화하게나. 그들이 아프리카를 위한 능력자를 데리고 있겠지. 일본에도 전화해. 그리고 할리우드 카메라만 빼고 다 와 있으니까 와서 영화 찍으라고 해.”
또 다른 의자가 굴러 떨어져 달가닥거렸다.
“제기랄.”
그들은 바닥을 응시했다. 드 비트, 주버트, 페테르센, 오그레이디, 스니만, 포스.
치안감의 두 손이 신호를 보냈고 그는 더 이상 연설을 할 수 없는 듯했다.
문이 열렸다. 고개들이 돌아갔다. 그리설이 들어왔다.
“신사 숙녀 여러분.” 그리설이 자랑스럽게 말했다. “우리 자기를 만나 보시죠.” 그리고 그리설은 셔츠를 잡고 ‘자기’를 방으로 잡아당겼다.
399-401p

“지미가 다른 여자와 있었다는 사실을 알고 있었죠?” 그녀는 말하고 나서 눈물을 터트렸다. 두 주먹은 자신을 방어하려는 듯 앞에 있었다. “당신 알고 있었잖아. 부인에 대해 슬픈 사연을 갖고 있는 당신은 내가 당신을 안쓰러워하게 만들었어. 이 개자식, 내가 당신에게 동정심을 느끼게 하려고. 당신은 그럴 만한 가치도 없어. 어떻게 되먹은 인간이야?” 그녀의 두 주먹이 희망이라고는 없이 지쳐 떨어졌다. 고통이 단어들을 뒤덮었다.
“난…… 난…….”
“왜 내게 말하지 않았어요?”
“난…….”
“어째서 신문사에는 말했던 거죠?”
“난 말하지 않…….”
“거짓말하지 마, 개자식.” 마거릿 월레스가 다시 다가왔다. 주버트는 고함을 쳤다. “난 신문사에 얘기하지 않았어요. 다른 누군가겠죠, 제기랄. 내가 당신한테 말하지 않았던 건…… 그건 왜냐하면…….” 제길! 주 버트는 그 사실이 마거릿 월레스에게 어떻게 느껴질지 이미 알았고 노란 앞치마를 입은 그녀와 그녀의 슬픔이 안쓰러웠었다. 그녀는 죽음의 사신, 나쁜 소식을 가져오는 사람이 되는 게 어떤 일인지 모른다…….
“난 당신을 더는 상처 주고 싶지 않았어요…….”
“상처 준다고요? 나에게 상처 주고 싶지 않았다고요? 지금은요? 지금은 상처 받지 않는다는 거야, 이 어리석은 자식아? 그게 어떤 느낌인지 알아? 당신 알아?” 그들은 이슬이 가로등 빛을 받아 다이아몬드처럼 반짝이는 잔디에 서 있었다. 주버트의 집은 어둡고 거리는 조용하고 그녀 목소리는 컸다.
“그래요, 압니다.” 주버트가 부드럽게 말했다.
“쓰레기.” 그녀는 다시 화를 냈다.
“난 알아요.” 그는 부드럽게, 아주 부드럽게 말했다.
“쓰레기, 개자식, 당신은 몰라. 알 수 없어.”
긴 하루는 아니었다. 희망과 치안감의 혹독한 질책이 있었고 살인 사건과 한나 노르티에르와의 고통스런 상담 뒤에 탈진하고 아픈 곳을 드러낸 하루였다. 마녀의 가마솥이 끓어넘쳐 내보낼 수 있기를 바라며 26개월 동안 끓여 온 그 안의 갈망이었고, 패혈증이 생겨 피부를 압박하는 고름으로 가득 찬 종기를 절개하고 깨끗해지려는 영혼의 애원이었다. 그는 분노와 공포, 안도감과 두려움 사이를 오고가는 변덕스러운 감정으로 메스를 들고 절개했다.
“나도 알아요.” 주버트가 외쳤다. “안다고요.” 그는 그녀에게 걸어가 두 어깨는 굽히고 고개를 숙였다. “당신과 똑같이 알아요. 더, 훨씬 더, 난 전부 압니다.” 그는 그녀를 향해 몸을 숙이고 고함치고 벌주고 싶었다. “난 알지만 당신에게 숨기고 싶었어요. 당신은 작별인사를 했습니까? 남편이 그날 아침 집을 떠날 때 작별 인사를 했어요? 난 못 했어요. 작별인사조차도 못 했어요. 그녀는 그냥 사라졌죠. 일어났을 때 그녀는 없었어요.”
409-411p

그 장면은 그녀를 사로잡았다. 역겨움과 분노는 그에 비하면 덜 심각한 다른 걱정에 의해 다소 희석되었다. 월레스는 유부남이다. 아이들이 있다. 그리고 카리나 오베르홀저는 그 사실을 알고 있었다. 헤스터는 두 눈을 감고 그들이 창의 뒤쪽으로 시야를 벗어날 때까지 기다렸다. 그리고 다시 눈을 뜨고 그림자들, 이제는 죽어 버린 곳을 응시했다.
그들은 자제력과 문명화된 행동이 결여되어 있었다. 그리고 헤스터가 몹시 괴로웠던 것은 작은 충성심이 결여되어 있었다는 것이었다. 외면하는 자신의 무능력도 괴로웠다.
그 밤에 또 다른 움직임이 있었다.
이 사람들은 뭘 하고 있는 거지?
그 관중들은 커플을 쫓아 재빨리 움직이고 있었다. 술에 취해 어설프고, 눈들은 말없이 고정되었다. 그들의 뇌에는 원시 모드가 켜졌다.
맥도널드와 페레이라, 쿠체, 그리고 뒤에서 머뭇거리는 니나베르와 빌손이었다.
헤스터는 그들(민첩하지 못한 그림자들)이 월레스와 카리나가 간 방향으로 걸어가는 것을 보았다. 맥도널드는 비틀거리고 있었다. 전부 만취 상태라는 걸 알 수 있었다.
그녀는 달빛이 완전히 가려질 때까지 조용히, 조심스럽게 커튼을 쳤다. 암흑 같은 방의 창가에서 몸을 돌렸고, 그들이 그녀의 평화를 방해했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그녀는 이 기억을 원하지 않았다. 잊으려면, 지금 잊은 채 잠을 자려면 노력이 필요할 것이다. 그녀는 침실용 램프를 켜고 다시 음악을 틀었다. 그녀가 깨어 있다는 걸 그들에게 알려 주자. 제 정신으로 돌아오게 하자.
그녀는 침대에 앉았다.
그들은 무엇을 하고 있을까? 그들은 아이 같았다. 일어서서 다른 창문의 커튼을 열자 틈이 생겼다.
그들은 작은 별채의 창문 바깥, 안에서 새어 나오는 빛의 웅덩이 속에 서 있었다. 조용하고 열정적인 관중들이었다. 카리나의 침실 밖이었고, 헤스터는 손에 페니스를 쥐고 있는 페르디 페레이라를 보기도 전에 그들이 무엇을 보고 있는지 이미 알았다. 그녀는 커튼을 닫았다. 숨을 쉬기 힘들어졌고 욕지기가 올라와 구토가 느껴졌다. 지금 토해서는 안 됐다. 좀 더 일찍 걸어가 단호하게 행동했어야 했다. 다시 침대에 앉았다. 그들의 성욕의 끝을 거기 두게 하자. 주여, 인간은 얼마나 원초적이란 말인가. 그녀는 음악 소리를 높였다.
알코올 때문이었다. 알코올은 다시 허락해서는 안 된다.
책을 집어 들고 베개에 기대앉아서 최대한 집중하려고 애썼다. 그 이미지들을 지우기는 아주 힘들 것이다. 한 문장의 반을 읽었지만 여전히 욕지기가 느껴졌다. 밖에서 발걸음 소리가 들렸다. 결국 그들이 지금 가고 있다. 진절머리가 났다.
맥도널드는 문을 부서질 듯 열었고 누워 있던 헤스터가 겁에 질린 얼굴로 책을 홱 치우는 모습을 보았다. “자, 헤스터. 한판 하자.” 맥도널드는 빌손 역시 안으로 끌어당겼다. 맥도널드는 그녀 위에 올라타 책을 옆으로 던졌다. 그의 손이 담요에 닿았다. 그녀는 갑작스러운 분노와 두려움으로 비명을 질렀다. 두 손으로 맥도널드를 멈추려고 노력했지만 그의 붉은 얼굴을 보고 술에 취해 완전히 흥분했다는 사실을 깨달았고, 그의 숨에서 시큼한 악취를 맡았다.
453-454p

구매가격 : 12,800 원

디어 랄프 로렌

도서정보 : 손보미 | 2017-09-11 | EPUB파일

지원기기 : PC / Android / iOS

젊은작가상 대상, 한국일보문학상 수상작가
손보미 첫 장편소설

손보미의 첫 장편을 기다린 사람이 나만은 아닐 것이다.
예상대로 근사하고 예상보다 다정하다. _정이현(소설가)

단 한 권의 소설집 『그들에게 린디합을』(문학동네, 2013)로 "지나치게 능숙해서 가끔 의심스럽다는 비평가의 불평을 아무나 들을 수 있는 건 아니다"(문학평론가 신형철)라는 평과 함께 문단과 독자의 전폭적인 지지를 받아온 젊은 작가의 기수 손보미의 첫 장편소설.
2015년 여름부터 2016년 봄까지 계간 『문학동네』를 통해 연재된 『디어 랄프 로렌』은 인생에서 크게 실패한 젊은 물리학도가, 까맣게 잊고 있었던 청첩장을 발견하면서 시작된다. 십 년 전 고등학생 시절과 현재를 오가는 기억의 활동을 통해, 어떤 기억은 오랜 시간 잠복해 있다 정확한 순간에 찾아와 우리를 비참 속에서 건져올리기도 한다는 것을 이 벅찬 기억의 서사는 증명해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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