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동미륵반가상
도서정보 : 고유섭 | 2019-11-01 | PDF파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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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체로 ‘미륵(彌勒)’이란 것은 범어(梵語)로 Maitreva라고 하며 Metteyya라고 하는 것으로 음역하여 매원여사(梅垣麗耶)라 하고 의역하여 자씨(慈氏)라 하고 아일다(阿逸多)(무능승無能勝)라 한다. 금동미륵반가상(金銅彌勒半跏像)은 얼굴이 둥근 것에 가까운 풍만한 모습으로 몸통은 작고 머리를 큰 한(恨)이 다소 서려있다. 눈썹에 봉안(鳳眼)을 반쯤 뜨고 콧마루가 첨예하고 코 양쪽 콧방울(廷尉)(蘭台)이 단아하다. 입 모양은 방형에 가깝고 입아귀에는 다소 완화된 아르카익 스마일(archaic smile)*을 가졌으며 인중은 깊고 크다.<본문 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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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만희 희곡집 1 - 가벼운 스님들
도서정보 : 이만희 | 2019-10-31 | EPUB파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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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간과 공간을 견디는 정전(正典)의 힘”
일상의 즐거움부터 삶의 깊이까지, 인간 본연의 모습을 다각도로 고찰하는 거장의 세계
한국 연극의 거장 ‘극작가 이만희’의 40년 작품 세계를 집대성하다!
◎ 도서 소개
고단한 일상을 경쾌하게 풀어내며
독자와 관객들에게 다시 살아갈 힘을 전하는
시대를 관통해 살아 숨 쉬는 명작 18편, 이만희 희곡 전집
작품성과 대중성을 모두 좇으며 일상의 비애를 발랄하고 유머러스하게 풀어내온 극작가 이만희가 등단 40주년을 맞아 희곡 전작 18편을 한 번에 묶어냈다. 1992년 초연 당시 3년 6개월간 공연하며 20만 명의 관객을 동원한 〈불 좀 꺼주세요〉는 서울시 정도(定都) 600주년 기념 타임캡슐에 수장되기도 했으며, 〈용띠 개띠〉는 10년간 장기 공연된 작품이기도 하다. 그 외에도 잊거나 묻어버린 삶의 세목에서, 가장 중요한 인간에 대한 애정을 잔잔하게 일깨워주는 작품이 많다. 미학적 완성도를 자랑하는 작품 〈돌아서서 떠나라〉는 영화 〈약속〉으로 만들어져 당시 최고의 흥행 기록과 더불어 지금까지 한국의 대표적인 멜로영화로 꼽히고 있다. 아울러 1993년 국립극단에서 초연된 이래 지속적으로 공연되고 있는 〈피고 지고 피고 지고〉는 인생을 달관한 자가 아니면 보여줄 수 없는 맑은 경지를 보여주고 있다.
1979년 《동아일보》 장막 희곡상을 받으며 등단하여 올해로 등단 40주년을 맞아. 2004년 10편의 작품으로 출간되었던 전집에 새로운 작품 8편이 더해져 새로운 전집으로 출간되었다. 이 작품집이 시간과 공간의 압력을 견디는 정전의 힘으로 또 다른 무대와 장면을 새롭게 연출해낼 것을 기대한다.
이만희 작가의 작품은 1년 내내 공연됩니다. 때로는 대학로에서, 때로는 지방의 크고 작은 극장에서, 혹은 연극영화학과의 실습 작품으로 끊임없이 공연되고 있습니다. 그런데 간혹 그의 작품이 엉뚱한 대본으로 개작되어 공연되는 걸 본 적이 있습니다. 그래서 저는 늘 정본(定本)이 필요하다는 의견을 드렸고, 그 결과 네 권의 ‘이만희 희곡집’이 나오게 되었습니다. 여기에 수록된 18편의 작품은 모두 정전(正典, canon)입니다. 공연은 시대 상황이나 사회문화적 배경에 따라 조금씩 달라질 수 있지만, 정전은 그러한 시간과 공간의 압력을 견디는 힘을 가지고 있습니다. 그래서 본래의 자리로 되돌아오게 합니다. _ 이종대(교수, 평론가)
◎ 지금, 이만희 희곡집이 필요한 이유
희곡의 목적은 무대에 오르고 관객을 만나는 것이다. 극작가 이만희를 한국 연극의 거장이라 부르며 연극과 함께한 그의 40년을 특별히 기억하는 이유는 바로 여기에 있다. 그의 작품은 과거에 남겨져 있지 않고, 여전히 무대에 올라 현재의 관객을 웃기고 울리기 때문이다.
지난해 말, 경남 김해에서 문을 연 ‘명배우 봉하극장 콜로노스’의 첫 번째 작품은 〈언덕을 넘어서 가자〉였다. 이 작품은 70을 바라보는 초등학교 동창생들의 이야기로, 철없고 오해 많던 시기를 지나 뜻대로 풀리지 않는 인생을 살아온 세 명의 초등학교 동창생의 우정과 사랑을 또 다른 희망의 모습으로 그려낸 작품이다. 초연은 2008년. 이후 10년 동안 꾸준히 상연되어왔다. 또한 그에 앞서 지난해 9월에는 열악한 환경에서 오랜 시간 무대를 지켜온 원로들의 업적을 기리고자 만들어진 ‘늘푸른연극제’가 3회째를 맞아, 연극제의 마지막 공연으로 〈피고 지고 피고 지고〉를 무대에 올렸다. 이 작품은 젊은 시절 각종 범죄로 이름을 날렸던 세 명의 남자가 한 몸 누일 곳도 마땅치 않은 처지가 되자, 우연히 만난 혜초 여사의 제안에 따라 신라 시대 유물이 묻힌 돈황사 절터에서 도굴을 하는 이야기이다. 왕오, 천축, 국전으로 개명한 이들은 아무리 파도 나오지 않는 유물에 실망하지 않고 서로 부딪치고 화해하면서 인생을 이야기한다. 1993년에 초연되어 국립극단 최고 흥행작으로 꼽히는 이 작품은 여전히 관객들의 사랑을 받고 있다.
이처럼 이만희의 희곡은 의미 있는 연극 무대에 빠지지 않고 등장하는, 명실상부 한국 연극의 정전이다. 그러니 그의 작품에 출연한 배우들 역시 주목을 받는 것은 당연한 일이었다. 특히 2009년 〈돌아서서 떠나라〉에는 공상두 역에 유오성, 채희주 역에 진경?송선미가 출연하여 화제가 되기도 했다. 영화 〈약속〉을 기억하는 많은 관객은 가슴 아픈 남녀의 사랑이 영화와 어떻게 다르게 전달될지 많은 관심을 가졌다. 2013년에는 〈그것은 목탁구멍 속의 작은 어둠이었습니다〉 공연에서 오현경이 방장스님 역을, 최종원이 망령 역을 맡았다. 특히 오현경, 박팔영, 이문수, 민경진 네 명의 배우는 스님 역할을 위해 조개사에서 삭발을 해서 이 연극에 대한 각별한 마음을 보여주었다. 한편 이만희 작가의 작품으로 데뷔를 한 유명 배우도 있다. 송새벽은 1998년 〈피고 지고 피고 지고〉에 출연하며 연기를 시작했다고 잘 알려져 있다.
이만희의 작품이 배우들에게만 특별한 것은 아니다. 극작과 연출을 하는 후배들에게도 이만희는 멘토이자 롤모델로 존경을 받고 있으며, 그의 작품들은 훌륭한 가르침이 된다. 특히 어둡고 진지한 이야기로 관객들의 외면을 받고 장르적 변화를 꾀하는 과정에서 고민을 하는 후배들에게는 ‘코미디’가 우리 삶에 어떤 힘이 되는지, 그 위대함에 대해 조언을 아끼지 않는다. 과연 그의 작품은 삶의 비루와 고통을 무겁게 품고 있으면서도 유머와 희망을 잃지 않는다. 바로 이러한 점이 시간의 흐름이 무색하리만치 그의 작품이 오랫동안 ‘지금’의 이야기로 관객들 곁에서 사랑받을 수 있는 이유이다.
때문에, 교수이자 평론가로 활동하는 이종대가 발문에서 밝히고 있듯이 이만희의 작품은 1년 내내 공연이 된다. 앞서 예로 든 의미 있는 무대뿐만 아니라 대학로의 소극장에서, 지방의 크고 작은 극장에서, 연극영화학과의 실습 작품으로 여러 학교에서. 하지만 읽는 책보다는 공연을 위한 대본으로 연극판을 떠도는 인쇄물 위주로 볼 수 있는 희곡의 특성상, 연출 과정에서 개작을 거치면서 원본이 아닌 엉뚱한 대본이 그 자리를 대신하게 되는 경우도 생기게 되었다. 2004에 출간한 전집 이후 발표된 작품의 경우에는 더욱 어려움이 있었을 것이다. 이렇게 정본의 필요성이 꾸준히 제기되었고, 비로소 이만희의 극작 40년을 맞아 지금까지 발표한 희곡 18편을 네 권의 책으로 엮어내기에 이르렀다. 이것은 관련 전공자들은 물론 연극을 사랑하는 이들에게도 반가운 일이 아닐 수 없다.
또한 이 네 권의 책에 담긴 18편의 작품은 동시대의 한국 희곡을 극장에서 연극의 형태로 관람하는 것을 넘어서 문학 작품으로 읽는 새로운 재미와 감동을 독자들에게 선사해줄 것이다.
◎ 본문 소개
견숙 내기할까예?
용두 내기? 내…… 내가 말입니더, 친구들하고 먹기 내기해서 져가, 달성공원을 알몸으로 한 바퀴 돈 사람입니더. 신문에 난 거 못 봤습니꺼? 달밤에! 달성공원! 스트리킹!
견숙 내기라면 내 앞에서 언급을 말아주세요. 내도요, 짜장면 다섯 그릇 먹기 내기에 져서 불침을 한꺼번에 아흔아홉 방 맞은 사람입니더. 그 흉터가 이겁니더.
용두 잘 만났심니더.
견숙 (수첩과 볼펜을 꺼내며) 쓰소 마.
용두 당신도 틀리면 내 하라는 대로 다 하는 깁니더.
견숙 걱정 마소.
용두 무조건!
견숙 나 프롭니더.
어둠 속에서
「결혼행진곡」이 우렁차게 울려 퍼진다.
_(「용띠 개띠」, pp. 22~23)
지월 그럼 워치켜. 종팔이는 니 두 눈 읎인 뭇 살겄다고 하고, 넌 죽어도 종팔이하구는 뭇 살겄고 하니, 그 냥 니 두 눈을 뽑아서 줘버리면 다 되는 거 아녀. 두 눈이 읎다고 중노릇 뭇 하는 것도 아니고, 또 보 는 게 보는 게 아니고, 또 본다고 해서 다 보이는 것도 아닌디, 그냥 쓸데읎는 거 달고 다닐 필요 읎 이 줘버리자니깨.
우남 진짜루유?
지월 이.
우남 알았슈. 생각 좀 해보구유.
지월 생각허구 말 것도 읎다니깨. 당장 햐.
우남 아, 그래도 워치케 아무런 각오도 안 하고 막 뽑아 준대유? 안 그류?
지월 죽으면 다 먼진디, 먼지 주제에 뭔 각오를 하고 말고 그랴.
우남 아, 그래두유.
지월 그려 그럼. 각오가 끝나면 곧바로 실행하는 겨.
우남 예. 헌디 이 두 눈을 워치케 뽑을 뀨?
지월 그건 걱정 말어. 손으로 푹 찌르면 그냥 튀어나와.
우남 ……예?
지월 막상 뽑았는디, 후회되면 말햐. 도로 넣어줄 테니깨.
_(「가벼운 스님들」, pp. 188~189)
민두상 아프리카는 처음이신가요? 선생님 나이가 쉬흔서넛쯤? 저도 선생님 나이에 이곳에 와 정착했지요. 저한테도 선생님 같은 친구가 있었습죠. 행운의 숫자 7을 끔찍이도 좋아하는. 세수할 때도 얼굴을 일곱 번 문대고, 양치질은 일흔일곱 번, 밑도 일곱 번 닦는 친구였어요. 하여 그 친구를 칠칠이라 불렀습니다.
안광남 뭐어? 칠칠이?
민두상 예, 칠칠이요. 자 한번 써보시라니깐요? (씌워준다.)
안광남 (내던진다.)
민두상 (구석에 떨어진 모자를 주우며) 선생님 성깔 참 대단하십니다. 이게 일명 아프리카 모자라는 겁니다. 칠칠이가 선물한 거죠. 비행기를 타야만 아프리카를 가는 게 아닙니다. 전 이 모자를 썼다 하면 그냥 가요, 아프리카로. 순수의 땅입죠. (조심스럽게 다시 씌워준다.)
안광남 미친놈.
민두상 너무하십니다그려. 제 나이가 일흔일곱입니다. 못 돼도 스무 살은 위인 이 늙은이한테 놈 자라니. ……너무 상심하지 마세요. 아직도 제 나이에 비하면 앞날이 창창하신 양반께서 돈 몇 푼 때문에 기죽고 그러십니까. 아, 사람 나고 돈 났지 돈 나고 사람 났답니까. 자 툴툴 털고 일어서십시다. 내 아프리카에 온 기념으로 술 한잔 사겠습니다.
_(「아름다운 거리(距離)」, pp. 139~140)
월명 뽀뽀만 해도 그래요. 순진한 나로서는 전혀 이해가 안 가지만요, 뽀뽀할 때 상대방의 침을 쪽쪽 빨아 먹는다고 합디다.
탄성 예끼 이 녀석.
월명 그 뽀뽀를 이렇게 해보자 이 말입니다.
탄성어떻게?
월명 서로 주둥이만 살짝 갖다 대고 침은 각자 사발에 칵칵 뱉어 건네준 다음 상대방의 것을 핥아 먹는 거죠. 똑같은 재료에 똑같은 양인데도 병신이 아닌 다음에야 누가 그것을 핥아 먹겠어요. 역시 마음의 조화라 이거죠.
탄성 옳고 옳고. 그 아름답고 추한 것이 다 지 마음속에 있는 것을…….
월명 결국 사람들은 똥이라면 더럽다고 오두방정 다 떨면서, 밑 닦은 다음 똥을 확인하고 휴지를 접고, 닦고 보고 접고, 닦고 보고 접고 하는 엉망진창 괴물 단지라 이겁니다. 더럽다면서 뭘 그리 쳐다본답니까요?
탄성 그래 그래. 네놈 말이 맞다.
월명 일체유심조라. 해가 떠서 밝다고 보는 것도 한때의 마음이며 해가 져서 어둡다고 보는 것도 한때의 마음인 것이니라. 탄성아, 알아듣겠느냐?
탄성 예, 큰스님.
월명 둥근 그릇엔 둥근 물, 각진 그릇엔 각진 물. 그런데도 너는 그 사실을 잊고 물의 모양에만 마음을 팔고 있어. (바닥을 세 번 치고 나서) 돼지 궁둥짝에 목련이야, 할!
탄성 큰스님의 말씀 명심하겠습니다.
월명 말씀 낮추시게. 손님이 가고 없다고 하여 여관이 없어진 것은 아닌 것처럼 자네와 나와의 나이 차이야 어디 가고 없어진 것이 아니지 않는가?
탄성 무진 법문이옵니다. 하오면 (월명의 허벅지를 세게 꼬집으며) 이젠 안 아프시옵니까?
월명 (꾹 참으며) 그 아픔과 안 아픔이 다 이 마음속에 있느니라.
탄성 관세음보살.
월명 니미에미티불.
_(「그것은 목탁구멍 속의 작은 어둠이었습니다」, pp. 240~241)
천축 난 노인 호텔을 지을 거다. 만 60세 이상만 투숙할 수 있는. 미래의 주역은 노인이야. 이젠 노인들도 자식들한테 하도 당해서 유산을 미리 주지 않는다고. 자연 노인들이 갑부지. 그들을 위해 멋진 호텔을 지을 거야. 수영장, 골프장, 목욕탕, 이발소, 소극장, 도서관을 모두 갖춘 일류 호텔을. 거기서 인생을 정리하게 만들 거야.
국전 제발이지 골골거리지 말고 그때까지 호호야처럼 살아남아 있거라.
천축 사람은 세 번 태어나. 살기 위해 태어나고 살아남기 위해 태어나고 고쳐 살기 위해 다시 태어나는 거야.
왕오 고쳐 살다니?
천축 묘지를 봐두고 수의를 장만하며 인생을 정리하는 거지. 까짓거 회개도 한 번쯤 해보고.
국전 그게 죽을 준비 하는 거지 고쳐 사는 거냐?
천축 그게 그거지 뭘 그래?
국전 제대 말년에 고칠 건 또 뭐 있누?
왕오 고칠 거야 많지. 나발나발대기 좋아하는 니놈의 말버릇 입버릇 고쳐야지, 그 알쏭달쏭한 손버릇 고쳐야지, (똥 누는 시늉) 명중 못 하는 사격술 고쳐야지.
천축 대저 인생은 공수래공수거 아니던가. 백일홍이 피었다 진다 한들 어찌 세월을 탓할 쏘며, 이 몸 죽어 무소귀면 산천 또한 더불어 황천행이 아니던가.
국전 미친놈, 자기 비문을 자기가 쓰는 놈이 어딨냐?
_(「피고 지고 피고 지고」, pp. 139~140)
구매가격 : 12,000 원
이만희 희곡집 2 - 언덕을 넘어서 가자
도서정보 : 이만희 | 2019-10-31 | EPUB파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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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간과 공간을 견디는 정전(正典)의 힘”
일상의 즐거움부터 삶의 깊이까지, 인간 본연의 모습을 다각도로 고찰하는 거장의 세계
한국 연극의 거장 ‘극작가 이만희’의 40년 작품 세계를 집대성하다!
◎ 도서 소개
고단한 일상을 경쾌하게 풀어내며
독자와 관객들에게 다시 살아갈 힘을 전하는
시대를 관통해 살아 숨 쉬는 명작 18편, 이만희 희곡 전집
작품성과 대중성을 모두 좇으며 일상의 비애를 발랄하고 유머러스하게 풀어내온 극작가 이만희가 등단 40주년을 맞아 희곡 전작 18편을 한 번에 묶어냈다. 1992년 초연 당시 3년 6개월간 공연하며 20만 명의 관객을 동원한 〈불 좀 꺼주세요〉는 서울시 정도(定都) 600주년 기념 타임캡슐에 수장되기도 했으며, 〈용띠 개띠〉는 10년간 장기 공연된 작품이기도 하다. 그 외에도 잊거나 묻어버린 삶의 세목에서, 가장 중요한 인간에 대한 애정을 잔잔하게 일깨워주는 작품이 많다. 미학적 완성도를 자랑하는 작품 〈돌아서서 떠나라〉는 영화 〈약속〉으로 만들어져 당시 최고의 흥행 기록과 더불어 지금까지 한국의 대표적인 멜로영화로 꼽히고 있다. 아울러 1993년 국립극단에서 초연된 이래 지속적으로 공연되고 있는 〈피고 지고 피고 지고〉는 인생을 달관한 자가 아니면 보여줄 수 없는 맑은 경지를 보여주고 있다.
1979년 《동아일보》 장막 희곡상을 받으며 등단하여 올해로 등단 40주년을 맞아. 2004년 10편의 작품으로 출간되었던 전집에 새로운 작품 8편이 더해져 새로운 전집으로 출간되었다. 이 작품집이 시간과 공간의 압력을 견디는 정전의 힘으로 또 다른 무대와 장면을 새롭게 연출해낼 것을 기대한다.
이만희 작가의 작품은 1년 내내 공연됩니다. 때로는 대학로에서, 때로는 지방의 크고 작은 극장에서, 혹은 연극영화학과의 실습 작품으로 끊임없이 공연되고 있습니다. 그런데 간혹 그의 작품이 엉뚱한 대본으로 개작되어 공연되는 걸 본 적이 있습니다. 그래서 저는 늘 정본(定本)이 필요하다는 의견을 드렸고, 그 결과 네 권의 ‘이만희 희곡집’이 나오게 되었습니다. 여기에 수록된 18편의 작품은 모두 정전(正典, canon)입니다. 공연은 시대 상황이나 사회문화적 배경에 따라 조금씩 달라질 수 있지만, 정전은 그러한 시간과 공간의 압력을 견디는 힘을 가지고 있습니다. 그래서 본래의 자리로 되돌아오게 합니다. _ 이종대(교수, 평론가)
◎ 지금, 이만희 희곡집이 필요한 이유
희곡의 목적은 무대에 오르고 관객을 만나는 것이다. 극작가 이만희를 한국 연극의 거장이라 부르며 연극과 함께한 그의 40년을 특별히 기억하는 이유는 바로 여기에 있다. 그의 작품은 과거에 남겨져 있지 않고, 여전히 무대에 올라 현재의 관객을 웃기고 울리기 때문이다.
지난해 말, 경남 김해에서 문을 연 ‘명배우 봉하극장 콜로노스’의 첫 번째 작품은 〈언덕을 넘어서 가자〉였다. 이 작품은 70을 바라보는 초등학교 동창생들의 이야기로, 철없고 오해 많던 시기를 지나 뜻대로 풀리지 않는 인생을 살아온 세 명의 초등학교 동창생의 우정과 사랑을 또 다른 희망의 모습으로 그려낸 작품이다. 초연은 2008년. 이후 10년 동안 꾸준히 상연되어왔다. 또한 그에 앞서 지난해 9월에는 열악한 환경에서 오랜 시간 무대를 지켜온 원로들의 업적을 기리고자 만들어진 ‘늘푸른연극제’가 3회째를 맞아, 연극제의 마지막 공연으로 〈피고 지고 피고 지고〉를 무대에 올렸다. 이 작품은 젊은 시절 각종 범죄로 이름을 날렸던 세 명의 남자가 한 몸 누일 곳도 마땅치 않은 처지가 되자, 우연히 만난 혜초 여사의 제안에 따라 신라 시대 유물이 묻힌 돈황사 절터에서 도굴을 하는 이야기이다. 왕오, 천축, 국전으로 개명한 이들은 아무리 파도 나오지 않는 유물에 실망하지 않고 서로 부딪치고 화해하면서 인생을 이야기한다. 1993년에 초연되어 국립극단 최고 흥행작으로 꼽히는 이 작품은 여전히 관객들의 사랑을 받고 있다.
이처럼 이만희의 희곡은 의미 있는 연극 무대에 빠지지 않고 등장하는, 명실상부 한국 연극의 정전이다. 그러니 그의 작품에 출연한 배우들 역시 주목을 받는 것은 당연한 일이었다. 특히 2009년 〈돌아서서 떠나라〉에는 공상두 역에 유오성, 채희주 역에 진경?송선미가 출연하여 화제가 되기도 했다. 영화 〈약속〉을 기억하는 많은 관객은 가슴 아픈 남녀의 사랑이 영화와 어떻게 다르게 전달될지 많은 관심을 가졌다. 2013년에는 〈그것은 목탁구멍 속의 작은 어둠이었습니다〉 공연에서 오현경이 방장스님 역을, 최종원이 망령 역을 맡았다. 특히 오현경, 박팔영, 이문수, 민경진 네 명의 배우는 스님 역할을 위해 조개사에서 삭발을 해서 이 연극에 대한 각별한 마음을 보여주었다. 한편 이만희 작가의 작품으로 데뷔를 한 유명 배우도 있다. 송새벽은 1998년 〈피고 지고 피고 지고〉에 출연하며 연기를 시작했다고 잘 알려져 있다.
이만희의 작품이 배우들에게만 특별한 것은 아니다. 극작과 연출을 하는 후배들에게도 이만희는 멘토이자 롤모델로 존경을 받고 있으며, 그의 작품들은 훌륭한 가르침이 된다. 특히 어둡고 진지한 이야기로 관객들의 외면을 받고 장르적 변화를 꾀하는 과정에서 고민을 하는 후배들에게는 ‘코미디’가 우리 삶에 어떤 힘이 되는지, 그 위대함에 대해 조언을 아끼지 않는다. 과연 그의 작품은 삶의 비루와 고통을 무겁게 품고 있으면서도 유머와 희망을 잃지 않는다. 바로 이러한 점이 시간의 흐름이 무색하리만치 그의 작품이 오랫동안 ‘지금’의 이야기로 관객들 곁에서 사랑받을 수 있는 이유이다.
때문에, 교수이자 평론가로 활동하는 이종대가 발문에서 밝히고 있듯이 이만희의 작품은 1년 내내 공연이 된다. 앞서 예로 든 의미 있는 무대뿐만 아니라 대학로의 소극장에서, 지방의 크고 작은 극장에서, 연극영화학과의 실습 작품으로 여러 학교에서. 하지만 읽는 책보다는 공연을 위한 대본으로 연극판을 떠도는 인쇄물 위주로 볼 수 있는 희곡의 특성상, 연출 과정에서 개작을 거치면서 원본이 아닌 엉뚱한 대본이 그 자리를 대신하게 되는 경우도 생기게 되었다. 2004에 출간한 전집 이후 발표된 작품의 경우에는 더욱 어려움이 있었을 것이다. 이렇게 정본의 필요성이 꾸준히 제기되었고, 비로소 이만희의 극작 40년을 맞아 지금까지 발표한 희곡 18편을 네 권의 책으로 엮어내기에 이르렀다. 이것은 관련 전공자들은 물론 연극을 사랑하는 이들에게도 반가운 일이 아닐 수 없다.
또한 이 네 권의 책에 담긴 18편의 작품은 동시대의 한국 희곡을 극장에서 연극의 형태로 관람하는 것을 넘어서 문학 작품으로 읽는 새로운 재미와 감동을 독자들에게 선사해줄 것이다.
◎ 본문 소개
견숙 내기할까예?
용두 내기? 내…… 내가 말입니더, 친구들하고 먹기 내기해서 져가, 달성공원을 알몸으로 한 바퀴 돈 사람입니더. 신문에 난 거 못 봤습니꺼? 달밤에! 달성공원! 스트리킹!
견숙 내기라면 내 앞에서 언급을 말아주세요. 내도요, 짜장면 다섯 그릇 먹기 내기에 져서 불침을 한꺼번에 아흔아홉 방 맞은 사람입니더. 그 흉터가 이겁니더.
용두 잘 만났심니더.
견숙 (수첩과 볼펜을 꺼내며) 쓰소 마.
용두 당신도 틀리면 내 하라는 대로 다 하는 깁니더.
견숙 걱정 마소.
용두 무조건!
견숙 나 프롭니더.
어둠 속에서
「결혼행진곡」이 우렁차게 울려 퍼진다.
_(「용띠 개띠」, pp. 22~23)
지월 그럼 워치켜. 종팔이는 니 두 눈 읎인 뭇 살겄다고 하고, 넌 죽어도 종팔이하구는 뭇 살겄고 하니, 그 냥 니 두 눈을 뽑아서 줘버리면 다 되는 거 아녀. 두 눈이 읎다고 중노릇 뭇 하는 것도 아니고, 또 보 는 게 보는 게 아니고, 또 본다고 해서 다 보이는 것도 아닌디, 그냥 쓸데읎는 거 달고 다닐 필요 읎 이 줘버리자니깨.
우남 진짜루유?
지월 이.
우남 알았슈. 생각 좀 해보구유.
지월 생각허구 말 것도 읎다니깨. 당장 햐.
우남 아, 그래도 워치케 아무런 각오도 안 하고 막 뽑아 준대유? 안 그류?
지월 죽으면 다 먼진디, 먼지 주제에 뭔 각오를 하고 말고 그랴.
우남 아, 그래두유.
지월 그려 그럼. 각오가 끝나면 곧바로 실행하는 겨.
우남 예. 헌디 이 두 눈을 워치케 뽑을 뀨?
지월 그건 걱정 말어. 손으로 푹 찌르면 그냥 튀어나와.
우남 ……예?
지월 막상 뽑았는디, 후회되면 말햐. 도로 넣어줄 테니깨.
_(「가벼운 스님들」, pp. 188~189)
민두상 아프리카는 처음이신가요? 선생님 나이가 쉬흔서넛쯤? 저도 선생님 나이에 이곳에 와 정착했지요. 저한테도 선생님 같은 친구가 있었습죠. 행운의 숫자 7을 끔찍이도 좋아하는. 세수할 때도 얼굴을 일곱 번 문대고, 양치질은 일흔일곱 번, 밑도 일곱 번 닦는 친구였어요. 하여 그 친구를 칠칠이라 불렀습니다.
안광남 뭐어? 칠칠이?
민두상 예, 칠칠이요. 자 한번 써보시라니깐요? (씌워준다.)
안광남 (내던진다.)
민두상 (구석에 떨어진 모자를 주우며) 선생님 성깔 참 대단하십니다. 이게 일명 아프리카 모자라는 겁니다. 칠칠이가 선물한 거죠. 비행기를 타야만 아프리카를 가는 게 아닙니다. 전 이 모자를 썼다 하면 그냥 가요, 아프리카로. 순수의 땅입죠. (조심스럽게 다시 씌워준다.)
안광남 미친놈.
민두상 너무하십니다그려. 제 나이가 일흔일곱입니다. 못 돼도 스무 살은 위인 이 늙은이한테 놈 자라니. ……너무 상심하지 마세요. 아직도 제 나이에 비하면 앞날이 창창하신 양반께서 돈 몇 푼 때문에 기죽고 그러십니까. 아, 사람 나고 돈 났지 돈 나고 사람 났답니까. 자 툴툴 털고 일어서십시다. 내 아프리카에 온 기념으로 술 한잔 사겠습니다.
_(「아름다운 거리(距離)」, pp. 139~140)
월명 뽀뽀만 해도 그래요. 순진한 나로서는 전혀 이해가 안 가지만요, 뽀뽀할 때 상대방의 침을 쪽쪽 빨아 먹는다고 합디다.
탄성 예끼 이 녀석.
월명 그 뽀뽀를 이렇게 해보자 이 말입니다.
탄성어떻게?
월명 서로 주둥이만 살짝 갖다 대고 침은 각자 사발에 칵칵 뱉어 건네준 다음 상대방의 것을 핥아 먹는 거죠. 똑같은 재료에 똑같은 양인데도 병신이 아닌 다음에야 누가 그것을 핥아 먹겠어요. 역시 마음의 조화라 이거죠.
탄성 옳고 옳고. 그 아름답고 추한 것이 다 지 마음속에 있는 것을…….
월명 결국 사람들은 똥이라면 더럽다고 오두방정 다 떨면서, 밑 닦은 다음 똥을 확인하고 휴지를 접고, 닦고 보고 접고, 닦고 보고 접고 하는 엉망진창 괴물 단지라 이겁니다. 더럽다면서 뭘 그리 쳐다본답니까요?
탄성 그래 그래. 네놈 말이 맞다.
월명 일체유심조라. 해가 떠서 밝다고 보는 것도 한때의 마음이며 해가 져서 어둡다고 보는 것도 한때의 마음인 것이니라. 탄성아, 알아듣겠느냐?
탄성 예, 큰스님.
월명 둥근 그릇엔 둥근 물, 각진 그릇엔 각진 물. 그런데도 너는 그 사실을 잊고 물의 모양에만 마음을 팔고 있어. (바닥을 세 번 치고 나서) 돼지 궁둥짝에 목련이야, 할!
탄성 큰스님의 말씀 명심하겠습니다.
월명 말씀 낮추시게. 손님이 가고 없다고 하여 여관이 없어진 것은 아닌 것처럼 자네와 나와의 나이 차이야 어디 가고 없어진 것이 아니지 않는가?
탄성 무진 법문이옵니다. 하오면 (월명의 허벅지를 세게 꼬집으며) 이젠 안 아프시옵니까?
월명 (꾹 참으며) 그 아픔과 안 아픔이 다 이 마음속에 있느니라.
탄성 관세음보살.
월명 니미에미티불.
_(「그것은 목탁구멍 속의 작은 어둠이었습니다」, pp. 240~241)
천축 난 노인 호텔을 지을 거다. 만 60세 이상만 투숙할 수 있는. 미래의 주역은 노인이야. 이젠 노인들도 자식들한테 하도 당해서 유산을 미리 주지 않는다고. 자연 노인들이 갑부지. 그들을 위해 멋진 호텔을 지을 거야. 수영장, 골프장, 목욕탕, 이발소, 소극장, 도서관을 모두 갖춘 일류 호텔을. 거기서 인생을 정리하게 만들 거야.
국전 제발이지 골골거리지 말고 그때까지 호호야처럼 살아남아 있거라.
천축 사람은 세 번 태어나. 살기 위해 태어나고 살아남기 위해 태어나고 고쳐 살기 위해 다시 태어나는 거야.
왕오 고쳐 살다니?
천축 묘지를 봐두고 수의를 장만하며 인생을 정리하는 거지. 까짓거 회개도 한 번쯤 해보고.
국전 그게 죽을 준비 하는 거지 고쳐 사는 거냐?
천축 그게 그거지 뭘 그래?
국전 제대 말년에 고칠 건 또 뭐 있누?
왕오 고칠 거야 많지. 나발나발대기 좋아하는 니놈의 말버릇 입버릇 고쳐야지, 그 알쏭달쏭한 손버릇 고쳐야지, (똥 누는 시늉) 명중 못 하는 사격술 고쳐야지.
천축 대저 인생은 공수래공수거 아니던가. 백일홍이 피었다 진다 한들 어찌 세월을 탓할 쏘며, 이 몸 죽어 무소귀면 산천 또한 더불어 황천행이 아니던가.
국전 미친놈, 자기 비문을 자기가 쓰는 놈이 어딨냐?
_(「피고 지고 피고 지고」, pp. 139~140)
구매가격 : 12,000 원
이만희 희곡집 3 - 돌아서서 떠나라
도서정보 : 이만희 | 2019-10-31 | EPUB파일
지원기기 : PC / Android / iOS
“시간과 공간을 견디는 정전(正典)의 힘”
일상의 즐거움부터 삶의 깊이까지, 인간 본연의 모습을 다각도로 고찰하는 거장의 세계
한국 연극의 거장 ‘극작가 이만희’의 40년 작품 세계를 집대성하다!
◎ 도서 소개
고단한 일상을 경쾌하게 풀어내며
독자와 관객들에게 다시 살아갈 힘을 전하는
시대를 관통해 살아 숨 쉬는 명작 18편, 이만희 희곡 전집
작품성과 대중성을 모두 좇으며 일상의 비애를 발랄하고 유머러스하게 풀어내온 극작가 이만희가 등단 40주년을 맞아 희곡 전작 18편을 한 번에 묶어냈다. 1992년 초연 당시 3년 6개월간 공연하며 20만 명의 관객을 동원한 〈불 좀 꺼주세요〉는 서울시 정도(定都) 600주년 기념 타임캡슐에 수장되기도 했으며, 〈용띠 개띠〉는 10년간 장기 공연된 작품이기도 하다. 그 외에도 잊거나 묻어버린 삶의 세목에서, 가장 중요한 인간에 대한 애정을 잔잔하게 일깨워주는 작품이 많다. 미학적 완성도를 자랑하는 작품 〈돌아서서 떠나라〉는 영화 〈약속〉으로 만들어져 당시 최고의 흥행 기록과 더불어 지금까지 한국의 대표적인 멜로영화로 꼽히고 있다. 아울러 1993년 국립극단에서 초연된 이래 지속적으로 공연되고 있는 〈피고 지고 피고 지고〉는 인생을 달관한 자가 아니면 보여줄 수 없는 맑은 경지를 보여주고 있다.
1979년 《동아일보》 장막 희곡상을 받으며 등단하여 올해로 등단 40주년을 맞아. 2004년 10편의 작품으로 출간되었던 전집에 새로운 작품 8편이 더해져 새로운 전집으로 출간되었다. 이 작품집이 시간과 공간의 압력을 견디는 정전의 힘으로 또 다른 무대와 장면을 새롭게 연출해낼 것을 기대한다.
이만희 작가의 작품은 1년 내내 공연됩니다. 때로는 대학로에서, 때로는 지방의 크고 작은 극장에서, 혹은 연극영화학과의 실습 작품으로 끊임없이 공연되고 있습니다. 그런데 간혹 그의 작품이 엉뚱한 대본으로 개작되어 공연되는 걸 본 적이 있습니다. 그래서 저는 늘 정본(定本)이 필요하다는 의견을 드렸고, 그 결과 네 권의 ‘이만희 희곡집’이 나오게 되었습니다. 여기에 수록된 18편의 작품은 모두 정전(正典, canon)입니다. 공연은 시대 상황이나 사회문화적 배경에 따라 조금씩 달라질 수 있지만, 정전은 그러한 시간과 공간의 압력을 견디는 힘을 가지고 있습니다. 그래서 본래의 자리로 되돌아오게 합니다. _ 이종대(교수, 평론가)
◎ 지금, 이만희 희곡집이 필요한 이유
희곡의 목적은 무대에 오르고 관객을 만나는 것이다. 극작가 이만희를 한국 연극의 거장이라 부르며 연극과 함께한 그의 40년을 특별히 기억하는 이유는 바로 여기에 있다. 그의 작품은 과거에 남겨져 있지 않고, 여전히 무대에 올라 현재의 관객을 웃기고 울리기 때문이다.
지난해 말, 경남 김해에서 문을 연 ‘명배우 봉하극장 콜로노스’의 첫 번째 작품은 〈언덕을 넘어서 가자〉였다. 이 작품은 70을 바라보는 초등학교 동창생들의 이야기로, 철없고 오해 많던 시기를 지나 뜻대로 풀리지 않는 인생을 살아온 세 명의 초등학교 동창생의 우정과 사랑을 또 다른 희망의 모습으로 그려낸 작품이다. 초연은 2008년. 이후 10년 동안 꾸준히 상연되어왔다. 또한 그에 앞서 지난해 9월에는 열악한 환경에서 오랜 시간 무대를 지켜온 원로들의 업적을 기리고자 만들어진 ‘늘푸른연극제’가 3회째를 맞아, 연극제의 마지막 공연으로 〈피고 지고 피고 지고〉를 무대에 올렸다. 이 작품은 젊은 시절 각종 범죄로 이름을 날렸던 세 명의 남자가 한 몸 누일 곳도 마땅치 않은 처지가 되자, 우연히 만난 혜초 여사의 제안에 따라 신라 시대 유물이 묻힌 돈황사 절터에서 도굴을 하는 이야기이다. 왕오, 천축, 국전으로 개명한 이들은 아무리 파도 나오지 않는 유물에 실망하지 않고 서로 부딪치고 화해하면서 인생을 이야기한다. 1993년에 초연되어 국립극단 최고 흥행작으로 꼽히는 이 작품은 여전히 관객들의 사랑을 받고 있다.
이처럼 이만희의 희곡은 의미 있는 연극 무대에 빠지지 않고 등장하는, 명실상부 한국 연극의 정전이다. 그러니 그의 작품에 출연한 배우들 역시 주목을 받는 것은 당연한 일이었다. 특히 2009년 〈돌아서서 떠나라〉에는 공상두 역에 유오성, 채희주 역에 진경?송선미가 출연하여 화제가 되기도 했다. 영화 〈약속〉을 기억하는 많은 관객은 가슴 아픈 남녀의 사랑이 영화와 어떻게 다르게 전달될지 많은 관심을 가졌다. 2013년에는 〈그것은 목탁구멍 속의 작은 어둠이었습니다〉 공연에서 오현경이 방장스님 역을, 최종원이 망령 역을 맡았다. 특히 오현경, 박팔영, 이문수, 민경진 네 명의 배우는 스님 역할을 위해 조개사에서 삭발을 해서 이 연극에 대한 각별한 마음을 보여주었다. 한편 이만희 작가의 작품으로 데뷔를 한 유명 배우도 있다. 송새벽은 1998년 〈피고 지고 피고 지고〉에 출연하며 연기를 시작했다고 잘 알려져 있다.
이만희의 작품이 배우들에게만 특별한 것은 아니다. 극작과 연출을 하는 후배들에게도 이만희는 멘토이자 롤모델로 존경을 받고 있으며, 그의 작품들은 훌륭한 가르침이 된다. 특히 어둡고 진지한 이야기로 관객들의 외면을 받고 장르적 변화를 꾀하는 과정에서 고민을 하는 후배들에게는 ‘코미디’가 우리 삶에 어떤 힘이 되는지, 그 위대함에 대해 조언을 아끼지 않는다. 과연 그의 작품은 삶의 비루와 고통을 무겁게 품고 있으면서도 유머와 희망을 잃지 않는다. 바로 이러한 점이 시간의 흐름이 무색하리만치 그의 작품이 오랫동안 ‘지금’의 이야기로 관객들 곁에서 사랑받을 수 있는 이유이다.
때문에, 교수이자 평론가로 활동하는 이종대가 발문에서 밝히고 있듯이 이만희의 작품은 1년 내내 공연이 된다. 앞서 예로 든 의미 있는 무대뿐만 아니라 대학로의 소극장에서, 지방의 크고 작은 극장에서, 연극영화학과의 실습 작품으로 여러 학교에서. 하지만 읽는 책보다는 공연을 위한 대본으로 연극판을 떠도는 인쇄물 위주로 볼 수 있는 희곡의 특성상, 연출 과정에서 개작을 거치면서 원본이 아닌 엉뚱한 대본이 그 자리를 대신하게 되는 경우도 생기게 되었다. 2004에 출간한 전집 이후 발표된 작품의 경우에는 더욱 어려움이 있었을 것이다. 이렇게 정본의 필요성이 꾸준히 제기되었고, 비로소 이만희의 극작 40년을 맞아 지금까지 발표한 희곡 18편을 네 권의 책으로 엮어내기에 이르렀다. 이것은 관련 전공자들은 물론 연극을 사랑하는 이들에게도 반가운 일이 아닐 수 없다.
또한 이 네 권의 책에 담긴 18편의 작품은 동시대의 한국 희곡을 극장에서 연극의 형태로 관람하는 것을 넘어서 문학 작품으로 읽는 새로운 재미와 감동을 독자들에게 선사해줄 것이다.
◎ 본문 소개
견숙 내기할까예?
용두 내기? 내…… 내가 말입니더, 친구들하고 먹기 내기해서 져가, 달성공원을 알몸으로 한 바퀴 돈 사람입니더. 신문에 난 거 못 봤습니꺼? 달밤에! 달성공원! 스트리킹!
견숙 내기라면 내 앞에서 언급을 말아주세요. 내도요, 짜장면 다섯 그릇 먹기 내기에 져서 불침을 한꺼번에 아흔아홉 방 맞은 사람입니더. 그 흉터가 이겁니더.
용두 잘 만났심니더.
견숙 (수첩과 볼펜을 꺼내며) 쓰소 마.
용두 당신도 틀리면 내 하라는 대로 다 하는 깁니더.
견숙 걱정 마소.
용두 무조건!
견숙 나 프롭니더.
어둠 속에서
「결혼행진곡」이 우렁차게 울려 퍼진다.
_(「용띠 개띠」, pp. 22~23)
지월 그럼 워치켜. 종팔이는 니 두 눈 읎인 뭇 살겄다고 하고, 넌 죽어도 종팔이하구는 뭇 살겄고 하니, 그 냥 니 두 눈을 뽑아서 줘버리면 다 되는 거 아녀. 두 눈이 읎다고 중노릇 뭇 하는 것도 아니고, 또 보 는 게 보는 게 아니고, 또 본다고 해서 다 보이는 것도 아닌디, 그냥 쓸데읎는 거 달고 다닐 필요 읎 이 줘버리자니깨.
우남 진짜루유?
지월 이.
우남 알았슈. 생각 좀 해보구유.
지월 생각허구 말 것도 읎다니깨. 당장 햐.
우남 아, 그래도 워치케 아무런 각오도 안 하고 막 뽑아 준대유? 안 그류?
지월 죽으면 다 먼진디, 먼지 주제에 뭔 각오를 하고 말고 그랴.
우남 아, 그래두유.
지월 그려 그럼. 각오가 끝나면 곧바로 실행하는 겨.
우남 예. 헌디 이 두 눈을 워치케 뽑을 뀨?
지월 그건 걱정 말어. 손으로 푹 찌르면 그냥 튀어나와.
우남 ……예?
지월 막상 뽑았는디, 후회되면 말햐. 도로 넣어줄 테니깨.
_(「가벼운 스님들」, pp. 188~189)
민두상 아프리카는 처음이신가요? 선생님 나이가 쉬흔서넛쯤? 저도 선생님 나이에 이곳에 와 정착했지요. 저한테도 선생님 같은 친구가 있었습죠. 행운의 숫자 7을 끔찍이도 좋아하는. 세수할 때도 얼굴을 일곱 번 문대고, 양치질은 일흔일곱 번, 밑도 일곱 번 닦는 친구였어요. 하여 그 친구를 칠칠이라 불렀습니다.
안광남 뭐어? 칠칠이?
민두상 예, 칠칠이요. 자 한번 써보시라니깐요? (씌워준다.)
안광남 (내던진다.)
민두상 (구석에 떨어진 모자를 주우며) 선생님 성깔 참 대단하십니다. 이게 일명 아프리카 모자라는 겁니다. 칠칠이가 선물한 거죠. 비행기를 타야만 아프리카를 가는 게 아닙니다. 전 이 모자를 썼다 하면 그냥 가요, 아프리카로. 순수의 땅입죠. (조심스럽게 다시 씌워준다.)
안광남 미친놈.
민두상 너무하십니다그려. 제 나이가 일흔일곱입니다. 못 돼도 스무 살은 위인 이 늙은이한테 놈 자라니. ……너무 상심하지 마세요. 아직도 제 나이에 비하면 앞날이 창창하신 양반께서 돈 몇 푼 때문에 기죽고 그러십니까. 아, 사람 나고 돈 났지 돈 나고 사람 났답니까. 자 툴툴 털고 일어서십시다. 내 아프리카에 온 기념으로 술 한잔 사겠습니다.
_(「아름다운 거리(距離)」, pp. 139~140)
월명 뽀뽀만 해도 그래요. 순진한 나로서는 전혀 이해가 안 가지만요, 뽀뽀할 때 상대방의 침을 쪽쪽 빨아 먹는다고 합디다.
탄성 예끼 이 녀석.
월명 그 뽀뽀를 이렇게 해보자 이 말입니다.
탄성어떻게?
월명 서로 주둥이만 살짝 갖다 대고 침은 각자 사발에 칵칵 뱉어 건네준 다음 상대방의 것을 핥아 먹는 거죠. 똑같은 재료에 똑같은 양인데도 병신이 아닌 다음에야 누가 그것을 핥아 먹겠어요. 역시 마음의 조화라 이거죠.
탄성 옳고 옳고. 그 아름답고 추한 것이 다 지 마음속에 있는 것을…….
월명 결국 사람들은 똥이라면 더럽다고 오두방정 다 떨면서, 밑 닦은 다음 똥을 확인하고 휴지를 접고, 닦고 보고 접고, 닦고 보고 접고 하는 엉망진창 괴물 단지라 이겁니다. 더럽다면서 뭘 그리 쳐다본답니까요?
탄성 그래 그래. 네놈 말이 맞다.
월명 일체유심조라. 해가 떠서 밝다고 보는 것도 한때의 마음이며 해가 져서 어둡다고 보는 것도 한때의 마음인 것이니라. 탄성아, 알아듣겠느냐?
탄성 예, 큰스님.
월명 둥근 그릇엔 둥근 물, 각진 그릇엔 각진 물. 그런데도 너는 그 사실을 잊고 물의 모양에만 마음을 팔고 있어. (바닥을 세 번 치고 나서) 돼지 궁둥짝에 목련이야, 할!
탄성 큰스님의 말씀 명심하겠습니다.
월명 말씀 낮추시게. 손님이 가고 없다고 하여 여관이 없어진 것은 아닌 것처럼 자네와 나와의 나이 차이야 어디 가고 없어진 것이 아니지 않는가?
탄성 무진 법문이옵니다. 하오면 (월명의 허벅지를 세게 꼬집으며) 이젠 안 아프시옵니까?
월명 (꾹 참으며) 그 아픔과 안 아픔이 다 이 마음속에 있느니라.
탄성 관세음보살.
월명 니미에미티불.
_(「그것은 목탁구멍 속의 작은 어둠이었습니다」, pp. 240~241)
천축 난 노인 호텔을 지을 거다. 만 60세 이상만 투숙할 수 있는. 미래의 주역은 노인이야. 이젠 노인들도 자식들한테 하도 당해서 유산을 미리 주지 않는다고. 자연 노인들이 갑부지. 그들을 위해 멋진 호텔을 지을 거야. 수영장, 골프장, 목욕탕, 이발소, 소극장, 도서관을 모두 갖춘 일류 호텔을. 거기서 인생을 정리하게 만들 거야.
국전 제발이지 골골거리지 말고 그때까지 호호야처럼 살아남아 있거라.
천축 사람은 세 번 태어나. 살기 위해 태어나고 살아남기 위해 태어나고 고쳐 살기 위해 다시 태어나는 거야.
왕오 고쳐 살다니?
천축 묘지를 봐두고 수의를 장만하며 인생을 정리하는 거지. 까짓거 회개도 한 번쯤 해보고.
국전 그게 죽을 준비 하는 거지 고쳐 사는 거냐?
천축 그게 그거지 뭘 그래?
국전 제대 말년에 고칠 건 또 뭐 있누?
왕오 고칠 거야 많지. 나발나발대기 좋아하는 니놈의 말버릇 입버릇 고쳐야지, 그 알쏭달쏭한 손버릇 고쳐야지, (똥 누는 시늉) 명중 못 하는 사격술 고쳐야지.
천축 대저 인생은 공수래공수거 아니던가. 백일홍이 피었다 진다 한들 어찌 세월을 탓할 쏘며, 이 몸 죽어 무소귀면 산천 또한 더불어 황천행이 아니던가.
국전 미친놈, 자기 비문을 자기가 쓰는 놈이 어딨냐?
_(「피고 지고 피고 지고」, pp. 139~140)
구매가격 : 12,000 원
이만희 희곡집 4 - 피고 지고 피고 지고
도서정보 : 이만희 | 2019-10-31 | EPUB파일
지원기기 : PC / Android / iOS
“시간과 공간을 견디는 정전(正典)의 힘”
일상의 즐거움부터 삶의 깊이까지, 인간 본연의 모습을 다각도로 고찰하는 거장의 세계
한국 연극의 거장 ‘극작가 이만희’의 40년 작품 세계를 집대성하다!
◎ 도서 소개
고단한 일상을 경쾌하게 풀어내며
독자와 관객들에게 다시 살아갈 힘을 전하는
시대를 관통해 살아 숨 쉬는 명작 18편, 이만희 희곡 전집
작품성과 대중성을 모두 좇으며 일상의 비애를 발랄하고 유머러스하게 풀어내온 극작가 이만희가 등단 40주년을 맞아 희곡 전작 18편을 한 번에 묶어냈다. 1992년 초연 당시 3년 6개월간 공연하며 20만 명의 관객을 동원한 〈불 좀 꺼주세요〉는 서울시 정도(定都) 600주년 기념 타임캡슐에 수장되기도 했으며, 〈용띠 개띠〉는 10년간 장기 공연된 작품이기도 하다. 그 외에도 잊거나 묻어버린 삶의 세목에서, 가장 중요한 인간에 대한 애정을 잔잔하게 일깨워주는 작품이 많다. 미학적 완성도를 자랑하는 작품 〈돌아서서 떠나라〉는 영화 〈약속〉으로 만들어져 당시 최고의 흥행 기록과 더불어 지금까지 한국의 대표적인 멜로영화로 꼽히고 있다. 아울러 1993년 국립극단에서 초연된 이래 지속적으로 공연되고 있는 〈피고 지고 피고 지고〉는 인생을 달관한 자가 아니면 보여줄 수 없는 맑은 경지를 보여주고 있다.
1979년 《동아일보》 장막 희곡상을 받으며 등단하여 올해로 등단 40주년을 맞아. 2004년 10편의 작품으로 출간되었던 전집에 새로운 작품 8편이 더해져 새로운 전집으로 출간되었다. 이 작품집이 시간과 공간의 압력을 견디는 정전의 힘으로 또 다른 무대와 장면을 새롭게 연출해낼 것을 기대한다.
이만희 작가의 작품은 1년 내내 공연됩니다. 때로는 대학로에서, 때로는 지방의 크고 작은 극장에서, 혹은 연극영화학과의 실습 작품으로 끊임없이 공연되고 있습니다. 그런데 간혹 그의 작품이 엉뚱한 대본으로 개작되어 공연되는 걸 본 적이 있습니다. 그래서 저는 늘 정본(定本)이 필요하다는 의견을 드렸고, 그 결과 네 권의 ‘이만희 희곡집’이 나오게 되었습니다. 여기에 수록된 18편의 작품은 모두 정전(正典, canon)입니다. 공연은 시대 상황이나 사회문화적 배경에 따라 조금씩 달라질 수 있지만, 정전은 그러한 시간과 공간의 압력을 견디는 힘을 가지고 있습니다. 그래서 본래의 자리로 되돌아오게 합니다. _ 이종대(교수, 평론가)
◎ 지금, 이만희 희곡집이 필요한 이유
희곡의 목적은 무대에 오르고 관객을 만나는 것이다. 극작가 이만희를 한국 연극의 거장이라 부르며 연극과 함께한 그의 40년을 특별히 기억하는 이유는 바로 여기에 있다. 그의 작품은 과거에 남겨져 있지 않고, 여전히 무대에 올라 현재의 관객을 웃기고 울리기 때문이다.
지난해 말, 경남 김해에서 문을 연 ‘명배우 봉하극장 콜로노스’의 첫 번째 작품은 〈언덕을 넘어서 가자〉였다. 이 작품은 70을 바라보는 초등학교 동창생들의 이야기로, 철없고 오해 많던 시기를 지나 뜻대로 풀리지 않는 인생을 살아온 세 명의 초등학교 동창생의 우정과 사랑을 또 다른 희망의 모습으로 그려낸 작품이다. 초연은 2008년. 이후 10년 동안 꾸준히 상연되어왔다. 또한 그에 앞서 지난해 9월에는 열악한 환경에서 오랜 시간 무대를 지켜온 원로들의 업적을 기리고자 만들어진 ‘늘푸른연극제’가 3회째를 맞아, 연극제의 마지막 공연으로 〈피고 지고 피고 지고〉를 무대에 올렸다. 이 작품은 젊은 시절 각종 범죄로 이름을 날렸던 세 명의 남자가 한 몸 누일 곳도 마땅치 않은 처지가 되자, 우연히 만난 혜초 여사의 제안에 따라 신라 시대 유물이 묻힌 돈황사 절터에서 도굴을 하는 이야기이다. 왕오, 천축, 국전으로 개명한 이들은 아무리 파도 나오지 않는 유물에 실망하지 않고 서로 부딪치고 화해하면서 인생을 이야기한다. 1993년에 초연되어 국립극단 최고 흥행작으로 꼽히는 이 작품은 여전히 관객들의 사랑을 받고 있다.
이처럼 이만희의 희곡은 의미 있는 연극 무대에 빠지지 않고 등장하는, 명실상부 한국 연극의 정전이다. 그러니 그의 작품에 출연한 배우들 역시 주목을 받는 것은 당연한 일이었다. 특히 2009년 〈돌아서서 떠나라〉에는 공상두 역에 유오성, 채희주 역에 진경?송선미가 출연하여 화제가 되기도 했다. 영화 〈약속〉을 기억하는 많은 관객은 가슴 아픈 남녀의 사랑이 영화와 어떻게 다르게 전달될지 많은 관심을 가졌다. 2013년에는 〈그것은 목탁구멍 속의 작은 어둠이었습니다〉 공연에서 오현경이 방장스님 역을, 최종원이 망령 역을 맡았다. 특히 오현경, 박팔영, 이문수, 민경진 네 명의 배우는 스님 역할을 위해 조개사에서 삭발을 해서 이 연극에 대한 각별한 마음을 보여주었다. 한편 이만희 작가의 작품으로 데뷔를 한 유명 배우도 있다. 송새벽은 1998년 〈피고 지고 피고 지고〉에 출연하며 연기를 시작했다고 잘 알려져 있다.
이만희의 작품이 배우들에게만 특별한 것은 아니다. 극작과 연출을 하는 후배들에게도 이만희는 멘토이자 롤모델로 존경을 받고 있으며, 그의 작품들은 훌륭한 가르침이 된다. 특히 어둡고 진지한 이야기로 관객들의 외면을 받고 장르적 변화를 꾀하는 과정에서 고민을 하는 후배들에게는 ‘코미디’가 우리 삶에 어떤 힘이 되는지, 그 위대함에 대해 조언을 아끼지 않는다. 과연 그의 작품은 삶의 비루와 고통을 무겁게 품고 있으면서도 유머와 희망을 잃지 않는다. 바로 이러한 점이 시간의 흐름이 무색하리만치 그의 작품이 오랫동안 ‘지금’의 이야기로 관객들 곁에서 사랑받을 수 있는 이유이다.
때문에, 교수이자 평론가로 활동하는 이종대가 발문에서 밝히고 있듯이 이만희의 작품은 1년 내내 공연이 된다. 앞서 예로 든 의미 있는 무대뿐만 아니라 대학로의 소극장에서, 지방의 크고 작은 극장에서, 연극영화학과의 실습 작품으로 여러 학교에서. 하지만 읽는 책보다는 공연을 위한 대본으로 연극판을 떠도는 인쇄물 위주로 볼 수 있는 희곡의 특성상, 연출 과정에서 개작을 거치면서 원본이 아닌 엉뚱한 대본이 그 자리를 대신하게 되는 경우도 생기게 되었다. 2004에 출간한 전집 이후 발표된 작품의 경우에는 더욱 어려움이 있었을 것이다. 이렇게 정본의 필요성이 꾸준히 제기되었고, 비로소 이만희의 극작 40년을 맞아 지금까지 발표한 희곡 18편을 네 권의 책으로 엮어내기에 이르렀다. 이것은 관련 전공자들은 물론 연극을 사랑하는 이들에게도 반가운 일이 아닐 수 없다.
또한 이 네 권의 책에 담긴 18편의 작품은 동시대의 한국 희곡을 극장에서 연극의 형태로 관람하는 것을 넘어서 문학 작품으로 읽는 새로운 재미와 감동을 독자들에게 선사해줄 것이다.
◎ 본문 소개
견숙 내기할까예?
용두 내기? 내…… 내가 말입니더, 친구들하고 먹기 내기해서 져가, 달성공원을 알몸으로 한 바퀴 돈 사람입니더. 신문에 난 거 못 봤습니꺼? 달밤에! 달성공원! 스트리킹!
견숙 내기라면 내 앞에서 언급을 말아주세요. 내도요, 짜장면 다섯 그릇 먹기 내기에 져서 불침을 한꺼번에 아흔아홉 방 맞은 사람입니더. 그 흉터가 이겁니더.
용두 잘 만났심니더.
견숙 (수첩과 볼펜을 꺼내며) 쓰소 마.
용두 당신도 틀리면 내 하라는 대로 다 하는 깁니더.
견숙 걱정 마소.
용두 무조건!
견숙 나 프롭니더.
어둠 속에서
「결혼행진곡」이 우렁차게 울려 퍼진다.
_(「용띠 개띠」, pp. 22~23)
지월 그럼 워치켜. 종팔이는 니 두 눈 읎인 뭇 살겄다고 하고, 넌 죽어도 종팔이하구는 뭇 살겄고 하니, 그 냥 니 두 눈을 뽑아서 줘버리면 다 되는 거 아녀. 두 눈이 읎다고 중노릇 뭇 하는 것도 아니고, 또 보 는 게 보는 게 아니고, 또 본다고 해서 다 보이는 것도 아닌디, 그냥 쓸데읎는 거 달고 다닐 필요 읎 이 줘버리자니깨.
우남 진짜루유?
지월 이.
우남 알았슈. 생각 좀 해보구유.
지월 생각허구 말 것도 읎다니깨. 당장 햐.
우남 아, 그래도 워치케 아무런 각오도 안 하고 막 뽑아 준대유? 안 그류?
지월 죽으면 다 먼진디, 먼지 주제에 뭔 각오를 하고 말고 그랴.
우남 아, 그래두유.
지월 그려 그럼. 각오가 끝나면 곧바로 실행하는 겨.
우남 예. 헌디 이 두 눈을 워치케 뽑을 뀨?
지월 그건 걱정 말어. 손으로 푹 찌르면 그냥 튀어나와.
우남 ……예?
지월 막상 뽑았는디, 후회되면 말햐. 도로 넣어줄 테니깨.
_(「가벼운 스님들」, pp. 188~189)
민두상 아프리카는 처음이신가요? 선생님 나이가 쉬흔서넛쯤? 저도 선생님 나이에 이곳에 와 정착했지요. 저한테도 선생님 같은 친구가 있었습죠. 행운의 숫자 7을 끔찍이도 좋아하는. 세수할 때도 얼굴을 일곱 번 문대고, 양치질은 일흔일곱 번, 밑도 일곱 번 닦는 친구였어요. 하여 그 친구를 칠칠이라 불렀습니다.
안광남 뭐어? 칠칠이?
민두상 예, 칠칠이요. 자 한번 써보시라니깐요? (씌워준다.)
안광남 (내던진다.)
민두상 (구석에 떨어진 모자를 주우며) 선생님 성깔 참 대단하십니다. 이게 일명 아프리카 모자라는 겁니다. 칠칠이가 선물한 거죠. 비행기를 타야만 아프리카를 가는 게 아닙니다. 전 이 모자를 썼다 하면 그냥 가요, 아프리카로. 순수의 땅입죠. (조심스럽게 다시 씌워준다.)
안광남 미친놈.
민두상 너무하십니다그려. 제 나이가 일흔일곱입니다. 못 돼도 스무 살은 위인 이 늙은이한테 놈 자라니. ……너무 상심하지 마세요. 아직도 제 나이에 비하면 앞날이 창창하신 양반께서 돈 몇 푼 때문에 기죽고 그러십니까. 아, 사람 나고 돈 났지 돈 나고 사람 났답니까. 자 툴툴 털고 일어서십시다. 내 아프리카에 온 기념으로 술 한잔 사겠습니다.
_(「아름다운 거리(距離)」, pp. 139~140)
월명 뽀뽀만 해도 그래요. 순진한 나로서는 전혀 이해가 안 가지만요, 뽀뽀할 때 상대방의 침을 쪽쪽 빨아 먹는다고 합디다.
탄성 예끼 이 녀석.
월명 그 뽀뽀를 이렇게 해보자 이 말입니다.
탄성어떻게?
월명 서로 주둥이만 살짝 갖다 대고 침은 각자 사발에 칵칵 뱉어 건네준 다음 상대방의 것을 핥아 먹는 거죠. 똑같은 재료에 똑같은 양인데도 병신이 아닌 다음에야 누가 그것을 핥아 먹겠어요. 역시 마음의 조화라 이거죠.
탄성 옳고 옳고. 그 아름답고 추한 것이 다 지 마음속에 있는 것을…….
월명 결국 사람들은 똥이라면 더럽다고 오두방정 다 떨면서, 밑 닦은 다음 똥을 확인하고 휴지를 접고, 닦고 보고 접고, 닦고 보고 접고 하는 엉망진창 괴물 단지라 이겁니다. 더럽다면서 뭘 그리 쳐다본답니까요?
탄성 그래 그래. 네놈 말이 맞다.
월명 일체유심조라. 해가 떠서 밝다고 보는 것도 한때의 마음이며 해가 져서 어둡다고 보는 것도 한때의 마음인 것이니라. 탄성아, 알아듣겠느냐?
탄성 예, 큰스님.
월명 둥근 그릇엔 둥근 물, 각진 그릇엔 각진 물. 그런데도 너는 그 사실을 잊고 물의 모양에만 마음을 팔고 있어. (바닥을 세 번 치고 나서) 돼지 궁둥짝에 목련이야, 할!
탄성 큰스님의 말씀 명심하겠습니다.
월명 말씀 낮추시게. 손님이 가고 없다고 하여 여관이 없어진 것은 아닌 것처럼 자네와 나와의 나이 차이야 어디 가고 없어진 것이 아니지 않는가?
탄성 무진 법문이옵니다. 하오면 (월명의 허벅지를 세게 꼬집으며) 이젠 안 아프시옵니까?
월명 (꾹 참으며) 그 아픔과 안 아픔이 다 이 마음속에 있느니라.
탄성 관세음보살.
월명 니미에미티불.
_(「그것은 목탁구멍 속의 작은 어둠이었습니다」, pp. 240~241)
천축 난 노인 호텔을 지을 거다. 만 60세 이상만 투숙할 수 있는. 미래의 주역은 노인이야. 이젠 노인들도 자식들한테 하도 당해서 유산을 미리 주지 않는다고. 자연 노인들이 갑부지. 그들을 위해 멋진 호텔을 지을 거야. 수영장, 골프장, 목욕탕, 이발소, 소극장, 도서관을 모두 갖춘 일류 호텔을. 거기서 인생을 정리하게 만들 거야.
국전 제발이지 골골거리지 말고 그때까지 호호야처럼 살아남아 있거라.
천축 사람은 세 번 태어나. 살기 위해 태어나고 살아남기 위해 태어나고 고쳐 살기 위해 다시 태어나는 거야.
왕오 고쳐 살다니?
천축 묘지를 봐두고 수의를 장만하며 인생을 정리하는 거지. 까짓거 회개도 한 번쯤 해보고.
국전 그게 죽을 준비 하는 거지 고쳐 사는 거냐?
천축 그게 그거지 뭘 그래?
국전 제대 말년에 고칠 건 또 뭐 있누?
왕오 고칠 거야 많지. 나발나발대기 좋아하는 니놈의 말버릇 입버릇 고쳐야지, 그 알쏭달쏭한 손버릇 고쳐야지, (똥 누는 시늉) 명중 못 하는 사격술 고쳐야지.
천축 대저 인생은 공수래공수거 아니던가. 백일홍이 피었다 진다 한들 어찌 세월을 탓할 쏘며, 이 몸 죽어 무소귀면 산천 또한 더불어 황천행이 아니던가.
국전 미친놈, 자기 비문을 자기가 쓰는 놈이 어딨냐?
_(「피고 지고 피고 지고」, pp. 139~140)
구매가격 : 12,000 원
밀례 프랑스화가.Millet, by Percy Moore Turner
도서정보 : Percy Moore Turner | 2019-10-31 | PDF파일
지원기기 : PC / Android / iOS
예술/대중문화 > 미술
밀례 프랑스화가.Millet, by Percy Moore Turner
프랑스화가 밀례에 대해서 씀.
Millet, by Percy Moore Turner
8
Millet
BY PERCY M. TURNER
ILLUSTRATED WITH EIGHT
REPRODUCTIONS IN COLOUR
IN SEMPITERNUM.
LONDON: T. C. & E. C. JACK
NEW YORK: FREDERICK A. STOKES CO.
LIST OF ILLUSTRATIONS
Plate Page
I. The Wood- Cutter Frontispiece
In the Louvre
II. The Weed- burner 14
In the Louvre
III. The Church at Gr?ville 24
In the Louvre
IV. The Gleaners 34
In the Louvre
V. The Straw- binders 40
In the Louvre
VI. Spring 50
In the Louvre
VII. The Sawyers 60
In the South Kensington Museum
VIII. The Sheep- fold 70
In the Glasgow Corporation Art
Galleries
구매가격 : 15,000 원
게인스보로그 화가.Gainsborough, by Max Rothschild
도서정보 : Max Rothschild | 2019-10-30 | PDF파일
지원기기 : PC / Android / iOS
예술/대중문화 > 미술
게인스보로그 화가.Gainsborough, by Max Rothschild
게인스보로그라는 영국화가의 그림을 설명하는 형식으로 화가에 대해서 쓴책임.
구매가격 : 16,000 원
나종혁 캘리그래피 작품집 3
도서정보 : 나종혁 | 2019-10-27 | PDF파일
지원기기 : PC / Android / iOS
이 책은 나종혁의 세 번째 캘리그래피 작품집으로서 총 100여 편의 캘리그래피 작품이 소개되어 있으며, 한글 낱말의 간체, 초서체, 궁체 등 여러 서체를 응용해서 손글씨의 예술성을 높이고자 했다.
구매가격 : 10,000 원
도화만발
도서정보 : 최석조 | 2019-10-16 | EPUB파일
지원기기 : PC / Android / iOS
‘다만, 몰랐을 뿐’
알기 쉽게 설명하고
오늘날의 눈으로 다시 보는
우리, 옛 그림
화려한 볼거리가 쏟아지는 요즘 같은 시대에 은은한 색감에 간결한 선으로 그려진 옛 그림은 다소 밋밋하고 심심하게 느껴질지도 모른다. 사정이 이러하니 무조건 ‘우리 것이 좋은 것이여!’ 하고 외칠 수도 없는 노릇. 하지만 다시금 생각해보자. 옛 그림에 대한 부정적인 생각에는 오해도 다분하지 않을까? 옛 그림에 대해 잘 몰라서 생기는 막연한 선입견은 아닐까? 어쩌면 살짝 맛만 보는 것으로 옛 그림에 대한 선입견이나 관심이 달라질지도 모를 일이다. 옛 그림을 알기 쉽게 전하는 최석조의 『도화만발』은 그런 의미에서 옛 그림 입문자들의 입맛을 돋울 상큼한 에피타이저이다.
옛 그림, 어떻게 생각하세요?
2008년과 2009년은 옛 그림에 대한 사람들의 관심이 대단했던 해였다. 신윤복의 삶을 모티프로 삼은 「바람의 화원」이라는 드라마가 히트를 치면서 화가에 대한 관심은 물론, 그의 작품을 보고자 하는 관람객들의 발걸음이 연일 성북동에 위치한 간송미술관으로 향한 것이다. 「미인도」 한 점을 보기 위해 먼 길 마다하고 미술관을 찾은 사람들은 입장을 하는 데만도 오랜 시간을 필요로 했지만, 그런 것 따위 개의치 않고 설렘 가득한 얼굴로 실물 작품을 보기 위해 고행을 자처했다.
어디 그뿐일까. 국립중앙박물관에서 열린 <한국 박물관 개관 100주년 기념 특별전>에 현재 일본의 덴리 대학교에 소장되어 있는 안견의 「몽유도원도」가 전시된다는 소식을 들은 사람들은 그 한 점을 보기 위해 서너 시간이나 되는 기다림을 견디고 꿈결처럼 펼쳐진 무릉도원과 마주했다.
이쯤 되면 우리 옛 그림으로 눈길을 돌릴 만한 어떤 매개체가 부족했던 것은 아닐까 하는 생각마저 든다. 과거, 「미인도」나 「몽유도원도」가 크게 관심을 끌었던 것은 작품과 작가에 얽힌 스토리텔링이 주요했음을 짐작할 수 있다. 결국, 옛 그림 한 점을 놓고 그 작품에 대한 사소하지만 재미있는 이야기를 풀어줄 이야기꾼이 있다면 옛 그림으로 향하는 걸음걸음이 한결 가볍고 즐거울 것이다.
조선 500년 동안 그린 수천 점의 꽃 그림(꽃은 물론 풍속화, 산수화, 초상화, 사군자 등 옛 그림)이 남아 있건만, 많은 사람들이 몰라줍니다. 어쩌다 바라보는 눈길도 그리 달갑지 않지요. ‘고리타분하다, 케케묵었다’는 분들까지 있거든요. 단언컨대, 그렇지 않습니다. 그건 옛 그림을 잘 모르는 데서 생긴 오해일 뿐이지요. 살짝만 맛본대도 생각이 달라질 겁니다. ‘여태 왜 몰랐지?’ 하는 자책감이 들지도 모르고요. 이 책은 그래서 썼습니다. 우리 옛 그림을 맛볼 수 있는 기회를 만들어주기 위해. _「시작하며」에서
무엇보다 지은이는 그림들 속에 숨은 수수께끼 같은 이야기를 끄집어내어 당시 역사와 문화를 연결 짓는가 하면, 옛 그림에 대해 새롭게 밝혀지거나 논란이 된 이야기들까지 다뤄 시의성을 높이고 있다.
쉽고 재미있게 전하는
옛 그림의 매력
옛 그림이 지닌 매력을 파헤치되 철저하게 쉽게 쓴 『도화만발』은 이제 막 우리 옛 그림에 입문하는 독자들에게 세심하고 다정한 옛 그림 안내서로서의 역할을 톡톡히 한다.
책은 총 4장으로 구성되어 있다. 첫번째 장은 우리 그림에 대한 오해를 푸는 걸로 연다. 많은 이들이 옛 그림에 대해 ‘잘 모르기 때문에’ 달가워하지 않는다는 점을 간파한 지은이는 가장 유명하고 친숙한 화가 김홍도의 멋진 그림 한 점을 소개하면서 그런 편견을 깨뜨린다. 또 반대로 우리가 너무 잘 안다고 여기기에 그냥 지나치는 신윤복의 「월하정인」, 김홍도의 「씨름」을 꼼꼼히 뜯어보면서 그림 속에 숨은 깊숙한 의미를 다시 한번 되새겨보기도 한다. 특히 「월하정인」에 그려진 달의 모양에서 수백 년 전 날씨를 유추하고, 「서당」을 놓고서는 당시의 시대 변화를 읽어내는 등 다 알기에 더이상 볼 필요 없다고 제쳐둔 그림 한 점에 숨겨진 무궁무진한 이야깃거리를 끄집어내어 그림에 대한 이해와 더불어 흥미를 돋운다.
두번째 장에서는 우리 옛 그림을 서양 미술과 비교해가면서 재료, 기법, 심미안이 어떻게 다른지 펼쳐놓으면서 우리 그림의 맥을 짚어간다. 가령, 장 오귀스트 도미니크 앵그르의 「오송빌 백작부인」과 신윤복의 「미인도」를 함께 놓고, 바탕 재질은 물론, 표현 방법을 면밀히 살펴보고, 그 오묘한 차이를 알기 쉽게 설명해 자연스레 우리 그림만의 특징을 짚어볼 수 있게 한다.
세번째 장은 우리 그림의 멋에 관한 이야기다. 지은이는 우리 옛 그림을 잘 분석해보면 특유의 매력이 눈에 밟힌다고 말한다. 보는 이에 따라 수십 가지가 될 수도 있겠지만 책에서는 우리 그림의 멋을 ‘은근-익살-핍진-상징-사의-심심’이라는 여섯 단어로 압축했다. 여기서 ‘은근’은 ‘함부로 드러내지 않고 은밀하되, 깊고 그윽한 멋’을, ‘심심’은 ‘곱씹을수록 우러나는 감칠맛’이 깃든 그림을 의미한다. 여기에 조선 시대 유머러스함을 느낄 수 있는 ‘익살’, 터럭 한 올도 똑같이 그린 정확한 사실’에 입각해 그린 ‘핍진’, 생동하는 자연물 하나하나에 깊은 의미를 부여하고 화폭으로 옮겨 감상한 ‘상징’, 또 마음의 뜻을 그림으로 표현한 ‘사의’까지 우리 옛 그림들이 지닌 치명적인 매력들을 자세히 다룬다. 이 여섯 가지 멋이 잘 드러나 있는 풍부한 도판과 친절한 설명은 옛 그림 초심자도 그림이 갖는 멋을 음미하도록 돕는다.
마지막 네번째 장은 앞서 다룬 여러 특징을 종합해 옛 그림을 온전히 작품으로서 느끼고 감상하는 장이다. 4장에서는 풍속화에서부터 진경산수화, 어진, 책거리, 꽃 그림 그리고 조금은 낯선 도석인물화에 이르기까지 우리 그림의 멋과 특징이 가장 잘 드러난 여섯 개의 장르를 소개한다. 특히 예술은 현실이 아니라 이상을 반영하는 것이라는 생각이 짙게 깔려 있던 시대에 욕망하고, 질투하고, 울고, 웃고, 화내는 인간 본연의 감정을 담아낸 ‘풍속화’와 머릿속에 든 상상의 풍경만을 줄기차게 그렸던 과거와 달리 우리 땅에 실재하는 풍경을 화폭으로 옮긴 ‘진경산수화’의 태동은 이후 한국 미술을 이해하는 데도 도움이 된다. 뿐만 아니라 전쟁 통에 유실되어 겨우 몇 점밖에 남아 있지 않아 역사적으로도 가치가 높은 ‘어진’을 비롯해 장식성이 우수한 ‘책거리’와 ‘꽃 그림’ 등 책에는 꼭 한 번은 봐야 하는 옛 그림들이 종합선물세트처럼 가득 차 있다. 이 한 권의 옛 그림 안내서를 보는 것만으로도 눈앞에 꽃이 만발한 듯 그림 보는 눈을 한층 밝혀줄 것이다.
도화만발(圖花滿發)! 이번에는 복숭아 ‘도(桃)’ 대신 그림 ‘도(圖)’자를 넣어봅니다. 그랬더니 ‘복사꽃’이 ‘옛 그림 꽃’으로 변했습니다. 옛 그림 꽃이 활짝 핀 거지요. 알고 보면 우리 옛 그림 모두는 진짜 꽃 못지않게 향기롭고 아름답습니다. 단지 그걸 몰라보았을 뿐이지요. 이 책 여기저기에 옛 그림 꽃이 활짝 피어 있습니다. 책을 읽는 동안 옛 그림 꽃이 여러분 마음속에도 꽂히면 좋겠습니다. _「시작하며」에서
구매가격 : 12,000 원
대중문화의 겉과 속
도서정보 : 이재열 | 2019-10-15 | EPUB파일
지원기기 : PC / Android / iOS
#책소개
수능이 변별력을 잃음으로써 논술의 비중이 훨씬 커진 지금 논술의 바탕이 되는 책읽기는 그 중요성을 새삼 강조할 필요가 없다. 논술이 주어진 제시문을 비교 분석하고 통합하는 능력을 측정하는 시험이어서 꼭 책을 많이 읽어야 대비할 수 있다고는 할 수 없다. 하지만 독서를 통해 얻은 지식과 사고력은 논술의 기초체력이 된다. 체계적이고 논리적으로 글로 풀어내는 능력도 분명히 독서를 통해서 얻을 수 있는 큰 소득이다. 더구나 제시문이 자신이 이미 읽어본 내용이라면 논지를 파악하고 글의 체계를 잡아 나가기가 한결 수월할 것이다.
베리타스 알파의필독서 따라잡기시리즈는 각 대학의 논술고사에서 제시문으로 인용된 책 중에서 비교적 오래되지 않았으나 고전 반열에 오른 책, 새로운 사조를 반영한 ‘신고전’이라 할 만한 책들을 위주로 선정하여 논술과의 연계성을 떠나 지식의 보물창고와 생의 지침서 역할을 하고도 남는 책들이 대상이 될 것이다.
* 본 eBook은 원본(번역본)이 아닌 해설본입니다. 즉, 원문 내용 전체를 싣고 있는 것이 아니라 원문의 해제, 주요 핵심 포인트 및 키워드, 대입 논술 출전 등을 담아 짧게 요약한 책입니다. 즉, 논술을 준비하는 학생과 시사 상식을 넓히려는 직장인들이 간편하게 읽을 수 있도록 구성된 책입니다. 참고하시기 바랍니다.
구매가격 : 1,000 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