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심리학
도서정보 : 더글러스 켄릭, 스티븐 뉴버그, 로버트 치알디니 | 2020-01-09 | EPUB파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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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00만 밀리언셀러 『설득의 심리학』 로버트 치알디니와
세계적 석학 더글러스 켄릭, 스티븐 뉴버그가 말하는 사회심리학의 모든 것
인간과 사회에 관한 근원적이고도 중요한 물음에 세계적인 심리학자 로버트 치알디니와 더글러스 켄릭, 스티븐 뉴버그가 신작 『사회심리학』으로 답한다. 이 책은 방대한 이론과 연구를 바탕으로, 한 사람의 생각과 감정, 행동이 다른 사람에게 어떻게 영향받는지 과학적으로 밝혀낸다.
이 책은 연구 경력 총합 130년에 이르는 최고의 심리학자들의 손에서 탄생했다는 점에서 눈길을 끈다. 400만 밀리언셀러 『설득의 논리학』을 쓴 로버트 치알디니는 50년 넘게 설득과 순응, 협상 분야에 몰두해온 ‘설득의 대부’다. [하버드 비즈니스 리뷰]에서 “오늘날 경영 이슈에 최적화된 획기적인 아이디어를 주는 연구자”라고 호평했을 정도로, 그는 뛰어난 실력과 현실 감각을 두루 갖춘 전문가로 손꼽힌다. 나머지 두 저자들도 독보적인 명성을 자랑한다. 더글러스 켄릭은 연구 논문만 200편이 넘을 정도로 왕성한 저술 활동을 이어오며 ‘데이비드 버스를 잇는 진화심리학계의 총아’로 불린다. 스티븐 뉴버그 역시 남다른 실험 구상으로 심리학자들의 신임을 한 몸에 받는 주역이다. 오랜 기간 사회심리학에 천착해온 권위자들이 머리를 모은 만큼, 이 책은 사회심리학의 역사부터 핵심 이론과 연구, 인물 중심의 다양한 사례에 이르기까지 사회심리학의 모든 것을 망라한다. 나아가 인지심리학, 진화심리학 같은 심리학의 영역뿐 아니라, 경제학, 정치학, 경영학 등 심리학 바깥의 학문까지도 아우르고 있어, 여러 학문을 연결하는 통섭 학문으로서 사회심리학의 입지를 다진다.
『사회심리학』은 2009년 원서(5판)가 출간된 이래 판을 거듭하며 미국과 유럽의 대학에서 교과서와 교양 입문서, 참고 도서로 애용되고 있다. 2014년 개정 증보판(6판)을 내면서 300편에 달하는 연구 논문을 추가로 참고했고 그중 대부분이 2011년 이후 새로 발표된 것들이라 사회심리학의 최신 동향과 현주소를 살피기에도 안성맞춤이다. 아주대학교 심리학과 김경일 교수가 추천의 글에서 “몇 번이나 밑줄을 그어가며 탐독했는지 모른다”라고 극찬했을 정도로, 이론서로는 드물게 대중적 흥미와 학문적 완성도를 겸비한 수작이다. 구체적이고 엄밀한 지식과 탁월한 스토리텔링, 탄탄한 구성으로 사회심리학의 100년 연구를 집대성한 이 책은 심리학 전공자뿐 아니라 입문자들에게도 ‘사회적 존재’ 인간의 심리와 행동을 깊고 폭넓게 이해하게 해주는 통찰을 건넬 것이다.
“100% 사람 탓, 상황 탓인 행동은 없다”
흑백논리를 걷어내고 세상을 정확하게 읽는 법
1940년 여름, 200여 명의 유대인들이 리투아니아의 일본 영사관으로 몰려들었다. 자신들을 짓밟은 나치와 동맹 관계였던 일제에 망명을 요청한 것이다. 놀랍게도 한 일본 외교관은 당국의 명령을 무시하면서까지 밤낮으로 이들에게 비자를 발급해주었다. 그는 ‘일본의 쉰들러’라고 불리는 스기하라 지우네(杉原千畝)다. 자신의 경력과 목숨, 가족의 생계를 건 그의 선택을 단순히 “착하기 때문”이라고 단정할 수 있을까? 오히려 그가 굶주린 사람들을 돕는 데 앞장섰던 부모 아래서 자랐고, 우연히 한 유대인 소년과 친분을 맺었다는 ‘상황’이 뒷받침될 때 수수께끼 같던 그의 행동이 온전히 이해될 것이다. 이렇듯 인간의 행동은 개인적 요인과 상황적 요인이 절묘하게 어우러져 만들어진 산물이다.
『사회심리학』은 ‘사람과 상황의 상호작용’의 관점에서 사회적 행동의 비밀을 밝힘으로써 세상을 보다 정확하고 균형 있게 바라보게 해준다. 여느 사회심리학 개론서들이 특정 태도나 행동을 판단할 때 성장 환경이나 집단의 규범, 문화 같은 외적 요소에 크게 의존하는 것과는 차별화되는 지점이다. 예컨대 생모에게 사랑받지 못하고 자란 찰스 맨슨과 침례교 목사 가정에서 유복하게 자란 마틴 루서 킹 목사는 희대의 살인마와 시민권 운동의 영웅이라는 상반된 길을 걸을 정도로 성장 과정이 달랐다. 하지만 방치된 채 자란 아이들이 전부 잔혹한 흉악범이 되지 않고, 행복하게 자란 아이들이 전부 위대한 사회운동가가 되지는 않는다. 인간의 심리와 행동을 깊고 폭넓게 이해하기 위해, 이 책에서는 사회심리학의 여러 논제를 사람(Person)과 상황(Situation), 상호작용(Interaction)의 관점에서 다각도로 분석한다. 해당 부분은 [사람]과 [상황], [상호작용]이라는 기호로 표기되어 있어, 긴 독서의 여정에서 독자들이 길을 잃지 않게 해주는 이정표가 된다.
“사람과 상황의 복잡한 상호작용을 왜 이렇게 깊이 파헤쳐야 할까? 단순한 설명은 정확하지 않을 때가 많다. 인지 자원을 아끼기 위해 우리는 단순한 흑백논리에 따른 대답에 만족할 때가 많지만 진실은 훨씬 많은 생각을 불러일으키는 다양한 색조가 모여 회색이 되는 소용돌이 안에 있다. 이러한 복잡성을 신중하게 탐색할수록 개인에게 너무 많은 책임을 돌리거나 거꾸로 사람을 상황의 수동적인 장기말로 보는 오류를 범하지 않는 데 도움이 된다.” (687쪽)
마틴 루서 킹, 프리다 칼로, 힐러리 클린턴…
14가지 흥미로운 실화로 열어젖힌 사회심리학의 세계
관계 맺기부터 결혼과 섹스, 설득과 협상, 리더십까지
우리가 몰랐던 인간 심리와 행동의 비밀을 과학적으로 밝히다
이 책은 총 14장으로 구성된다. 1장에서는 사회심리학을 소개하고, 2장에서는 개인과 사회적 상황에 대해 살펴본다. 3~13장에서는 사회심리학의 주요 논점을 살핀다. 이를테면 남들의 호감을 사는 법(4장), 입장의 변화를 부르는 설득 메커니즘(5장), 성적 매력 어필과 짝 선택에 영향을 미치는 요인(8장), 도움 행동과 공격적 행동이 나타나는 이유(9 ? 10장), 집단의 속성과 유능한 리더의 조건(12장) 등이다. 관계 맺기부터 결혼과 섹스, 설득과 협상, 이타성과 공격성, 차별과 편견, 집단생활과 리더십에 이르기까지, 각 장에서 다뤄지는 14가지 주제들은 하나같이 우리의 실생활과 직결되는 것들이다. 여기에 더해 본문 중간마다 배치된 [BOX]에서는 여러 실험 내용을 현실에 어떻게 적용할 수 있는지 보여준다. 이를테면 연구를 통해 얻은 통찰이 덜 불공평한 학급 분위기를 만들고, 부부 생활을 지속하도록 돕고, 폭력을 줄이는 데 어떻게 활용되는지 알아본다. 이외에도 건강과 교육, 경영, 정치 같은 영역과 사회심리학 내 주요 논점의 연관성을 살피고 있어, 사회심리학의 원리가 우리의 평범한 일상과 필연적으로 이어져 있다는 것을 시사한다.
다양한 논제를 폭넓게 다루고 있는 만큼 이를 뒷받침하는 이론과 연구 자료도 탄탄하다. 개인의 생각과 행동이 주변 사람의 생각과 행동에 의해 정반대로 바뀐다는 걸 밝힌 솔로몬 아시의 동조 실험(270쪽), 인간이 권력을 갖게 되면 상상할 수 없을 정도로 잔인해질 수 있음을 입증한 필립 짐바르도의 공격성 실험(56쪽), 권위 앞에서는 한없이 비정해지기도 하는 게 인간이라는 걸 밝힌 스탠리 밀그램의 복종 실험(276쪽)은 사회적 존재로서 인간이 얼마나 타인에게 영향받는지 적나라하게 보여준다. 그 밖에도 ‘내가 하면 로맨스, 남이 하면 불륜’이라는 말이 인지적으로 타당하다는 걸 입증한 기본적 귀인 오류(128쪽), 좋아하는 연예인이 광고하는 물건을 사게 되는 원리를 밝힌 균형 이론(249쪽), ‘평균 이상의 시민’이라는 언급만으로 유권자들의 투표율을 높인 꼬리표 붙이기 전략(312쪽) 등, 우리의 삶에 변화를 일으켰던 놀라운 이론들이 소개된다. 일련의 연구에는 100여 년에 걸친 사회심리학자들의 시행착오와 성과가 담겨 있어 연구적으로도 의미가 깊다.
방대한 이론과 연구 내용을 담고 있지만, 이 책은 일반 독자도 재미있게 읽을 수 있도록 구성되었다. 각 장의 도입부에 배치된 실존 인물들의 사례는 심리학을 처음 접하는 입문자도 부담 없이 사회심리학의 세계에 진입하게 해준다. 평범하다 못해 불륜까지 일삼았던 마틴 루서 킹이 어떻게 약자들을 대변하는 영웅이 되었는지, 프리다 칼로가 어쩌다 20살 연상인 디에고 리베라와 사랑에 빠졌는지, 왜 힐러리 클린턴에 대한 평가가 상반되는지 등. 논쟁적인 화두를 중심으로 문제의 단서를 찾아가다 보면, 복잡하게 보였던 인간의 심리와 행동의 비밀도 금세 풀리게 된다.
“우리에게 더 나은 세상은 얼마든지 가능하다”
불편한 진실을 밝히고 현실의 문제를 푸는 열쇠, 사회심리학
20세기 초 독립된 학문으로 자리 잡은 사회심리학은 전쟁과 경제난, 국가 간 갈등으로 점철된 격동의 시기를 관통하며 현대 사회의 문제들을 해결할 실마리를 제공해왔다. 공격성, 편견, 자기도취적 이기심 같은 부정적인 사회적 행동에 동기를 부여하는 힘을 과학적으로 증명해낸 것이다. 『사회심리학』에서도 여러 연구 결과를 바탕으로 나치 독일이 자행한 홀로코스트와 흑인들을 향한 KKK의 잔혹한 린치, 여러 나라들의 무분별한 자원 남획 등에 감춰졌던 불편한 진실을 밝혀낸다. 이러한 문제들은 한 세기가 지난 후에도 다양한 형태로 되살아나 우리를 끊임없이 시험대에 오르게 만든다는 점에서 오늘을 살아가는 현대인들에게 중요한 통찰을 건넨다.
그렇다고 해서 사회심리학이 인간의 허점을 파헤치고 병리적 행동들을 합리화하는 음습한 학문은 아니다. 본문에서 저자들도 언급했듯, 사회심리학에는 세상을 긍정적으로 바꿔나갈 “실질적 잠재력 또한 상당하다.” 어떻게 하면 사람들이 사회적 관계에서 더 행복해지는지, 그리고 영웅적 행동, 친절, 사랑의 출현을 촉진하는 요소가 무엇인지를 과학적으로 탐구하는 것이다. 감정 이입과 공감
구매가격 : 23,000 원
장소가 만들어낸 과학
도서정보 : David N. Livingstone | 2020-01-08 | PDF파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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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윈이 진화론을 처음 발표했을 때 인종주의 사고가 팽배했던 미국 남부와 뉴질랜드에서 상이한 반응이 나타났다. 미국 남부의 인종주의자들은 진화론을 인종에 따라 지능이 다르다는 지역적 신념에 대한 위협 요소로 이해했고, 그들과 다른 지리적 상황에 처해 있었던 뉴질랜드의 인종주의자들은 원주민들에 대한 자신들의 지배를 정당화하는 과학적 근거로 여겼다. 이와 같이 과학 지식의 생산, 유통, 소비의 과정에서 지역과 장소의 영향력이 강하게 나타난다. 이 책에서 데이비드 리빙스턴은 16세기와 20세기 초반 사이에 발생했던 여러 가지 과학적 사건을 살피며 보편타당성을 가진 진리로서의 과학에 대한 통념을 비판적으로 검토한다. 과학사학자, 과학철학자, 과학사회학자도 과학 지식의 상대성과 맥락성에 관심을 가지고 탐구하지만, 그들과 다르게 리빙스턴은 인문지리학자의 입장에서 지리적 요인과 공간적 과정을 중심에 두고 과학 지식의 문화와 역사를 고찰하여 서술한다.
구매가격 : 10,500 원
철도가 그린 동아시아 풍경
도서정보 : 저자 : 이용상;저자 : 사카자키 모토히코;저자 : 최영수;저자 : 김성수 | 2020-01-08 | PDF파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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머리말
철도의 도입이 가져온 지역의 변화를 그려보다
이 책은 그동안의 연구 경험과 자료수집의 결과이다. 필자는 철도연구를 1990년부터 시작하여 우리나라뿐만 아니라 일본과 영국 등에서 수행하였다.
때로는 좋아하는 여행을 하면서 조사를 병행하기도 하였다. 그간 짧은 시간은 아니었지만 지금까지 재미있게 계속할 수 있음이 감사할 따름이다.
그동안 필자는 ‘철도가 무엇일까’를 늘 생각하면서 다양한 기능에 주목하였다. 철도는 가치중립적으로, 누가 이를 어떠한 목적에서 사용하는가에 따라 달라진다. 우리 역사를 보면 철도가 근대화의 도구, 산업화의 추진, 전쟁과 피난, 관광과 문화 등 여러 가지 목적으로 사용되었음을 알 수 있다.
필자는 철도의 다양한 관점을 접하게 된 후 ‘우리나라에서 철도가 도입되기 전은 어떤 모습이었을까? 도입 된 이후에는 어떤 모습을 하고 있을까? 이러한 철도는 각 국에서는 어떤 모습으로 나타나고 나라 사이의 공통점과 다른 점이 무엇일까’를 줄곧 생각하게 되었다.
우리나라 수운에서 철도라는 내륙교통이 발달하여 그 지역은 어떤 변화를 겪고 있는지가 궁금하였다. 이에 조선시대의 길과 수운 그리고 근대 철도망이 부설되어 발전한 도시 등이 흥미로운 연구 주제가 되었다.
이러한 의문은 국내에 그치지 않고 동아시아까지 자연스럽게 확장되었다. 일본, 중국, 타이완의 철도조사를 하면서 철도가 사회와 지역에 어떤 역할을 했으며, 그 후의 변화는 무엇이고 지금 무엇이 남아있는가에 관심을 가지게 되었다.
이웃 일본도 철도가 들어와서 근대화를 촉진하고 사회를 변화시켰다. 1872년 철도가 부설된 후 이동의 자유와 근대적인 의식의 도입, 물자의 이동, 표준시의 도입 등 급격한 변화가 일어났다. 중국의 상해, 북경, 타이완 지역도 예외가 아니었다.
이러한 철도의 도입이 가져온 지역의 변화를 그려보는 것이 이 책의 기본적인 집필 의도이다.
시간적인 범위는 철도부설 이후로 그리고 나라는 동아시아로 삼았다. 부족한 부문이 많이 있지만 제1장과 제2장에서는 동아시아 철도에서 매우 중요한 부문을 차지하는 일본을 중심으로 설명하였다. 일본은 철도가 이제 모두 민영화되었고 역사적으로 도시와 지역에서 사설철도의 영향이 매우 컸다. 필자는 이러한 철도의 모습과 특징을 그려보고 싶었다. 제3장은 재미있고 역사가 깊은 일본 철도의 모습을 철도 전문가의 시각에서 작성되었다. 제4장은 최근 철도의 새로운 모습인 지방 철도의 모습을 상세하게 기록하였다. 제5장은 일제강점기 우리나라 사철의 특징에 대해서 살펴보았다. 제6장은 우리나라에서 운영되었던 지방 사설철도의 모습을 자세하게 설명하였다. 제7장은 사진으로 본 동아시아 철도 스케치로 중국과 타이완 철도의 모습을 담았다. 그리고 끝으로 부록으로는 ‘사진으로 본 동아시아 철도’를 담았다.
이것을 통해 조금이나마 동아시아 철도의 공통점과 차이점 그리고 철도가 가진 역사성과 지역성을 그려보려고 하였다.
이 책의 출간을 위해 제3장은 일본철도동호회의 김성수 선생님이 그리고 부록의 ‘사진으로 본 동아시아 철도’는 우송대학교 사카자키 교수님이 제공해 주었다. 또한 전반적인 자료번역과 정리는 우송정보대학의 최영수 교수님이 수고해 주었다. 이 지면을 통해 감사의 인사를 드린다.
그리고 일본 초기의 사설철도 사진은 일본의 오랜 역사가 있는 철도잡지 <철도 픽토리얼>의 이마즈(今津直久) 편집장이 제공해 준 것이다. 이마즈 편집장은 다카마쓰(高松) 씨가 소장하고 있었던 귀한 자료를 이 책을 위해 사용하게 해 주었다. 이 자리를 빌려 심심한 감사를 드린다.
이 책을 통해 동아시아 철도연구가 본격적으로 진행되었으면 하는 바람이다. 여러 가지 면에서 주목하는 동아시아는 긴 철도의 역사와 변화를 가지고 있어 앞으로도 좋은 연구 주제가 될 것이다. 아울러 함께 연구하고 공부하고 있는 후학들과 늘 든든한 힘이 되는 가족들에게 깊은 사랑과 감사의 마음을 전한다.
2019년 11월 5일
가을의 햇살이 정겨운 연구실에서
집필자를 대표하여 이용상
구매가격 : 14,000 원
아무도 내게 꿈을 묻지 않았다
도서정보 : 하금철, 홍은전, 강혜민, 김유미 | 2020-01-06 | EPUB파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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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용시설, 청산되지 않은 일제 잔재
강제수용시설의 역사는 일제강점기로 거슬러 올라간다. 선감학원 역시 일제의 부랑아 단속 및 수용 조치를 위한 감화정책과 함께 등장했다. 선감학원이 설립된 1942년은 일제가 태평양전쟁에 매진하던 시기로, 전시 군수물자를 확보하기 위해 강제수용된 부랑아들을 참혹한 강제노역에 동원했다. 선감학원도 그런 필요에 의해 세워졌다. 1940년 경기도지사로 부임한 일본인 스즈카와의 지휘하에 경기도가 현 안산시 소재의 선감도 전체를 매수하고, 선감도 주민 전체를 도외로 철거시킨 후 공식 개원한 곳이 바로 선감학원이다. 선감학원은 ‘총후의 꿋꿋한 황국신민’을 연성하겠다는 의지를 내걸고 수용된 원생들에게 일제에 대한 충성심을 강제하는 교육을 실시했다. 극심한 인권 유린과 노역을 견디지 못한 원생들 다수가 탈출을 시도하고, 그 과정에서 사망하는 일이 빈발했지만, 선감학원은 굴하지 않고 ‘전시 동원’에 매달렸다.
일제의 악법은 해방 이후에도 쉽사리 사라지지 않았다. 일제가 물러간 후에도 부랑인 단속을 위한 법령들의 효력이 유지되었는데, 사회적 불안을 잠재울 필요가 있다는 게 그 이유였다. 구호정책은 진지하게 고민되지 않았고, 오로지 추방에 초점이 맞춰졌다. 1947년 서울 사직공원 안에 설치된 부랑아보호소가 이를 단적으로 보여준다. 당시 서울시는 시청 사회과 직원으로 하여금 경관을 대동시켜 부랑아를 ‘취체’하는 활동을 벌였다. 서울의 미화를 위한다며 부랑아와 거지 900명을 한꺼번에 시내에서 300리 떨어진 철도 없는 곳으로 추방하기까지 했다.
이 보호소는 이후 1960년 서울시립아동보호소로 재개소해 대대적인 수용을 시작하게 된다. 무엇보다도 충격적인 것은, 당시 아동보호소에 수용된 인원 중 약 50퍼센트에 달하는 아이들의 실제 부모가 생존해 있었다는 사실이다. 그러나 행정 당국은 부모를 찾아 아이들을 돌려보내기보다 지방에 분산 수용하는 데 열을 올렸다. 특히 1961년에는 목포, 광주, 대전, 충주, 인천 등으로 아동들을 대거 분산시켰다.
죄 없는 소년들을 납치해 가둔 국가
피해생존자들의 증언도 이러한 정황들을 뒷받침한다. 그들은 국가가 부모 등 이렇다 할 보호자 없이 떠도는 부랑아뿐 아니라 단순히 길을 잃은 미아까지 강제로 납치해 시설에 수감했다고 입을 모은다. 꾀죄죄한 차림으로 거리를 배회하는 소년들을 보면 묻고 따지지도 않은 채 마구잡이로 납치했다는 것이다. 길을 잃은 아이를 발견하면 경찰이 신원을 확인해 보호자를 찾아주는 것이 상식이건만, 그런 절차는 전혀 이루어지지 않았다. 서울에 있던 작은아버지 댁을 찾아가다가 경찰의 불심검문에 걸려 선감학원까지 잡혀왔다는 한일영 씨는 당시의 상황을 이렇게 전한다.
“파출소에 있는 순경 같았어요. 저한테 ‘집 어디냐’ ‘어디 가냐’ 하면서 집 주소를 대라고 했어요. 나는 주소는 몰라서 모른다고 했어요. 가평에 살고 가평국민학교에 다닌다고 했는데, 자기네가 확인을 하려고 하면 학교에 연락해서 얼마든지 확인할 수 있잖아요. 그런데 혼자서 왔다고 하니까 아예 믿지를 않았던 거 같아요. 저를 파출소에 데리고 있다가 바로 응암동 아동보호소로 넘겼어요. 자기들도 할당이 있었는지 어쨌는지 모르겠지만. 나중에 아동보호소 가서 알고 보니까 다 그렇게 잡혀온다고 하더라고요. 웬만큼 꾀죄죄하고 그러면.”
가족들이 버젓이 살아 있던 오광석 씨 역시 길거리를 돌아다닌다는 황당한 사유로 경찰에 납치되었다. 그는 자신의 스케치북에 이렇게 썼다. “박정희 정권 때 어린 나이에 길거리를 돌아다니다가 일명 양아치 차라는 차에 끌려가게 되었습니다. 멀정이 아머니가 있고, 여동생이 있는대도 또한 어린 간난아이 동생도. 있었는대 전 길거리에 돌아다닌다는 이유로 고아가 된 것입니다.”
이처럼 아무런 죄 없이 경찰의 손에 끌려간 아이들은 아동보호소와 이런저런 고아원, 선감학원 등의 시설을 전전하게 된다. 그 과정에서 성과 이름이 바뀌고, 생일이 조작되고, 소년들은 그렇게 자신의 모든 것을 잃고 완전히 다른 사람이 되어갔다. 경찰 혹은 공무원이 납치해간 까닭에, 가족이 실종신고를 내더라도 별반 소용이 없었다.
그렇다면 거리의 소년들을 납치 감금한 국가의 그 기준은 무엇이었을까? 도대체 어떤 기준이었길래 공권력의 이름으로 그런 잔악한 폭력을 휘두를 수 있었을까? 선감학원과 관련된 각종 역사 기록들은 우리에게 뜻밖의 사실을 전해준다. 명확한 기준은커녕 아이들을 납치해 수용한 원인이 너무나 모호하게 기재되어 있는 것이다. “생활고, 엄격한 생활, 악우 관계, 허영심, 주위 환경의 불순” 등 국가는 어린아이들에게서 흔히 나타나는 특성들을 과도하게 부풀려 부랑아의 성질로 분류했고, 그 얼토당토않은 분류를 수용의 근거로 삼았다. 고민의 흔적이라고는 찾아볼 수 없는 이 기막히고 ‘손쉬운’ 분류가 누군가의 귀중한 인생 전체를 파괴한 셈이다.
기억은 기록을 의심하고, 기록은 기억을 부정하고
지금은 엄연히 ‘국가폭력 피해’로 받아들여지는 이 ‘선감학원’ 사건에 대해 털어놓기까지 피해생존자들은 이루 말할 수 없는 고통을 겪어야 했다. ‘선감학원 출신’이라는 낙인, 평생을 가도 지워지지 않는 그 부끄러움을 당당히 드러내면서 그들이 전하고자 했던 경험은 과연 무엇일까? 이들이 끌려간 선감학원에서는 도대체 어떤 일들이 일어났던 것일까?
이 책에 등장하는 아홉 명의 피해생존자들은 하나같이 선감학원에서 보낸 지난날을 ‘자기 자신을 상실한 시간’으로 기억한다. 기본적으로 인적사항이 완전히 조작돼 호적이 말소되는 경우가 많았는데, 다수의 생존자들은 이런 사실조차 퇴소 혹은 탈출 이후 성인이 되어서야 알게 되었다고 한다. 심지어 선감학원 측은 모든 원생들의 생일을 선감학원 개원 기념일인 5월 29일로 기재하는 등 원아대장을 날조해왔다. 시설 내부에는 그 흔한 시계와 달력도 없어서 원생들은 시간에 대한 감각조차 가질 수 없었다. 선감학원에서 시간은 오로지 명령의 형식으로 고지되었다. 아침 점호와 취침 점호, 그것이 선감학원에 존재하는 유일한 시계였다.
대부분의 피해생존자들이 자신의 (선감학원) 입소 시기와 퇴소 시기조차 정확히 기억하지 못하는 것은 바로 그 때문이다. 이를테면 김성곤 씨는 입소 시기와 퇴소 시기를 매번 다르게 증언하거나, 아동보호소의 기록과 전혀 다르게 증언했다. 한마디로 자신의 생生에 대한 기억 자체가 완전히 망가져 있었다. 이렇듯 사회에 나와서야 자기 자신의 존재를 증명해줄 수 있는 모든 공적 기록/서류가 부재하거나 왜곡되어 있다는 사실을 접한 피해생존자들은 또 한 번 무너졌다. ‘나’라는 존재가 거기(선감학원)에 있었다는 것을 누구도 증명해줄 수 없고, 나조차도 내가 누구인지 모르는 이 상태를 어떻게 설명할 수 있을까.
피해생존자들의 증언이 종종 신빙성을 요구받는다는 점으로 미루어볼 때 이는 분명 중대한 문제다. 선감학원의 운영 주체였던 경기도가 당시 서류를 온전히 공개하지 않고 있는 상황에서, 피해자임을 증명할 수 있는 수단은 오로지 본인의 증언뿐이기 때문이다. 피해자 자신이 입소 시기를 정확히 기억하지 못한다면 (피해 사실에 대해) 사회구성원들의 인정을 이끌어내는 데 어려움이 따를 수밖에 없다.
씻을 수 없는 상처로 남은 폭력과 구타
소년들이 선감학원에서 당했다는 잔혹행위와 폭력의 목록을 보고 있으면, 기억을 회복하는 문제는 오히려 부차적으로 느껴진다. 피해생존자들이 증언한 선감학원의 일상은 참혹하고 끔찍했다. 취학 나이의 소년들은 학교도 가지 못한 채 하루 종일 강제노역에 동원됐다. 그 이후로 배움의 길은 영영 막혀버렸다. 기록상 선감학원은 ‘직업교육’의 명목으로 소년들을 양잠(누에고치 키우기), 축산(소 키우기), 이용 활동에 투입했다고 알려져 있다. 그러나 그것을 온전한 ‘직업교육’으로 이해하기에는 석연치 않은 구석들이 너무나 많다. 실제로 그것이 ‘작업의 능률’을 확보하는(그럼으로써 경제적 이윤을 추구하는) 방향으로 전혀 이루어지지 않았기 때문이다.
“소를 키웠어요. 20마리, 30마리 키웠어요. 소들이 겨울에 먹을 게 있어야 되잖아요. 억새풀을 잘게 썰어서 큰 통에다가 재워놔요. 그걸 하는 게 다 우리 같은 어린애들이에요. 낫도 안 줘요. 손으로 하던가, 우리가 돌로 만들어요. 돌 두 개를 갖고 다니면서 억새풀을 꺾어서 짓이겨서 하루에 40킬로씩 해야 돼요”(이○○)
“농사에 관한 건, 웬만한 건 다 했어요. 보리밭이 되게 넓은 게 있었어요. 추운데 양말도 없이 고무신 하나 신고. 바람도 엄청 차가워요. 그 넓은 데를 어린애들이 매야 하죠.”(한일영)
10세 전후의 어린아이들에게 낫조차 주지 않고 일을 시켰다는 것은, 그것이 강제노역임을 감안한다 하더라도 쉽사리 납득되지 않는 처사다. 작업의 능률을 높여 생산량을 늘리고, 거기에서 경제적 이윤을 추구하는 것이 진짜 목적이었다면 최소한의 의복이나 낫 정도의 도구는 지급해야 하지 않았을까. 선감학원의 모든 규율이 사실상 원생들을 인간 이하로 격하하고 존엄을 파괴하기 위한 장치에 지나지 않았음을 확인할 수 있는 대목이다.
심지어는 급식조차 제대로 이루어지지 않았다. 어떤 아이는 생식을 시도했고, 또 다른 아이는 배가 고파 먹을 것을 찾다가 콜라병에 들어 있던 농약을 마시고 죽었다.
“거기서는 항상 배가 고팠어요. 반찬도 맨날 새우젓하고 무 같은 걸 심어서 짠지를 만들어줬어요. 새우젓도 구데기가 끓어서 도저히 못 먹어요. 호박도 큼직하게 잘라서 익지도 않은 걸 주고. 그래서 내가 사회 나와서도 젓갈 종류랑 호박을 잘 안 먹어요. 생식도 엄청 많이 먹었어요. 논에 가면 벼가 있잖아요. 벼를 손으로 훑어다가 바닥에다 놓고 신발로 막 비비면 껍질이 까져요. 그럼 그걸 손에다 놓고 호호 불어서 입에 털어넣는다구요. 생쌀을.”(이대준)
“어떤 아이는 배가 고파서 사무실에 들어가 콜라병 같은 게 있길래 그걸 마셨대요. 근데 그게 사실은 농약이었던 거예요. 어처구니없게, 농약을 먹고 죽은 거죠.”(현정선)
더욱 참담한 것은, 폭력이 일상 구석구석을 지배하는 원리였다는 사실이다. “빠따를 한 대라도 안 맞은 날은 오히려 불안할 정도”라고 말하는 생존자도 있을 정도로 매일매일 잔인한 가혹행위가 이어졌다. 특히 생활공동체인 숙소 안에서 폭력은 원생이 원생을 때리는 구조로 작동했다.
“일렬로 원생들을 엎드려뻗쳐 시킨 뒤 원생이 원생을 때리는 ‘줄빠따’라는 게 있었다. 원생 열 명이 누워 있으면 맨 앞 원생이 일어나 아홉 명의 원생을 때린 뒤 맨 뒤로 가서 엎드린다. 그다음 원생이 일어나 또 아홉 명의 원생을 때린 뒤 맨 뒤로 가서 엎드린다. 맨 첫 번째로 때린 사람의 순서가 되면 줄빠따는 끝난다. 이불 뒤집어씌운 한 사람에게 여러 사람이 달려들어 대리는 ‘다구리’도 있었다.”(오광석)
“더 끔찍한 건, 사장 놈들이 원생끼리 권투를 시키는 거예요. 권투장갑을 만들어서. 권투 못하겠다면 또 짓밟아버리는 거지. 가혹하게. 거기서 사장 놈들은 재미를 보는 거예요”(현정선)
이런 폭력은 내 옆에 있는 동료의 존재를 완전히 지워버린다는 점에서 매우 위험하다. 내 옆의 동류가 나를 때리는 가해자이거나 내가 밟고 올라서야 하는 대상에 지나지 않게 될 때, 오직 ‘자기가 살아남는 것’만이 중요해지기 때문이다. 원생들 간의 관계를 일부러 와해하려 한 선감학원의 의도가 다분히 드러나는 지점이다.
“우리 집에 가서 있을래? 선감원으로 도로 돌아갈래?”
극도의 굶주림과 폭력을 견디다 못해 탈출을 시도한 원생들도 있었다. 주민들의 감시 때문에 배를 탈 수조차 없었던 소년들은 헤엄쳐 바다를 건너는 모험을 감행했다. 일주일을 헤엄쳐 대부도까지 이른, 탈출에 성공한 경우도 있었지만, 더 이상 나아가지 못하고 싸늘한 주검으로 돌아온 아이들도 있었다. 선감학원은 그 작은 시신들을 야산에 아무렇게나 암매장했고, 그마저도 살아 있는 동료 원생들을 시켰다. 아이들의 죽음과 관련해 경찰 조사나 검시가 이루어진 적은 없었다.
“도망가다 물에 빠져 죽은 사람은 퉁퉁 불어가지고 소라, 낙지 이런 게 다 붙어 있어요. 거기다 빨간 소독약을 그냥 뿌리는 거예요. 냄새난다고. 한번은 장마가 크게 온 뒤에 뽕 따러 올라가다보니까 시체가 다 드러나 있는 거예요. 아이들 시신을 얼마나 아무렇게나 내버렸는지. 그런 아이들을 내가 직접 묻기도 했어요 선생이 준 빨간 고무장갑을 끼고.”(이대준)
경찰의 집요한 추적으로 또다시 잡혀온 소년들도 물론 있었다. 서로가 서로를 때리는 것이 탈출에 대한 벌이었다.
“서로 마주 보고 서로의 뺨을 한 대씩 때렸다. 내가 널 때리고, 네가 날 때리고. 이상했다. 난 이렇게 세게 안 때린 거 같은데. 점점 화가 났다. 올려붙이는 손에 힘이 들어갔다. 볼이 씨뻘게졌다. 오른손이 아플 때쯤이면 왼손을 치켜들어 때렸다. 전날만 해도 함께 도주를 계획했던 우리인데 오늘의 우리는 죽일 듯이 서로의 뺨을 휘갈기고 있었다.”(김성환)
탈출에 성공한 소년들의 사정도 결코 좋지 않았다. 선감학원이 사라진 자리에 또 다른 약탈과 폭력이 비집고 들어왔다. 선감학원의 소년들을 익히 알고 있던 주변 어섬의 주민들이 탈출하는 소년들을 붙잡아 머슴살이를 시키고, 강도 높은 굴양식에 부린 것이다. 간판에 복지와 교육을 내건 또 다른 시설에 붙들려간 소년들도 있었다. 형제복지원과 삼청교육대가 바로 그곳이다.
“나는 거기서 붙잡힐 거라고 상상도 못했는데 붙잡혔어요. 그 사람들 입장에선 우리를 보는 사람이 임자예요, 완전 ‘심 봤다’지. 우리는 공짜로 쓸 수 있는 머슴 아니면 노예였어요. 주민 하나가 나를 앉혀놓고 자기 집에 가서 있을래? 선감원으로 도로 돌아갈래? 협박을 하는 거예요. 저는 당연히 있는다고 그러죠. 목숨 걸고 간신히 탈출해 나왔으니까.”(한일영)
“마산포 앞에 보면 어섬이라고 있어요. 작은 섬인데 거기에도 부락민들이 살아요. 그 마을 사람들이 도망가는 아이들을 숨겨줘요. 그러고 나서 그 집에서 머슴살이를 시켜요. 거기서도 엄청 때리죠. 만약 말 안 들으면 다시 선감학원에 보낸다고 그러고. 마을 사람들이 도망가는 아이들을 잡아다 선감학원에 보내주면 밀가루 한 포대씩 받았어요. 그때 당시 밀가루 한 포대가 얼마나 비쌌는데.”(이대준)
“선감학원에서 4년 정도 살다가 폐쇄될 때 나왔습니다. 집사람 통해서 선감학원에 대한 기사를 찾아봤는데, 1982년에 폐쇄되었다고 나오더라고요. 그런데 제 기억엔 1980년입니다. 제가 선감학원 폐쇄될 때 나왔거든요. 그리고 그해에 바로 형제복지원으로 잡혀갔습니다.”(김창호)
“아무도 내게 꿈을 묻지 않았다”: 인간답게 꽃피기도 전에 저버린 삶
선감학원이나 형제복지원 같은 시설들이 역사 속으로 사라진 지도 이미 오래다. 그러나 2019년 현재에도 피해생존자들은 여전히 그 트라우마를 안고 살아간다. 고생 끝에 어렵사리 시설을 나왔지만, 시설 밖 사회는 이들에게 또 다른 감옥과도 같았다. 삶의 모든 가능성을 박탈당한 채 수용소에 갇혀 살아온 이들이 설 자리는 어디에도 없었다.
학교를 다니거나, 다양한 사람들을 만나 관계를 맺거나 하는, 보통 사람들에게는 지극히 당연한 경험들을 습득하지 못한 이들로서는 정상적인 삶을 영위하는 것 자체가 무모한 도전이었다. 껌팔이, 구두닦이, 신문팔이로 생계를 유지한 이들은 그나마 나은 경우에 속한다고 할 수 있다. 어렵게 생계를 유지하다가 범죄의 길로 빠진 이들이 적지 않기 때문이다. 어떤 경우에든 범죄 그 자체는 용인될 수 없지만, 이들의 범죄에 도덕적 잣대를 들이대는 것만큼이나 무의미한 일이 또 있을까?
피해생존자 김성환 씨는 “아무도 내게 꿈을 묻지 않았다”고, “누구도 나의 미래를 궁금해하지 않았다”고 이야기했다. 그게 그가 기억하는 유년 시절이다. 선감학원에 끌려간 소년들은 왜 저 흔하디 흔한 질문조차 받지 못했던 것일까? 아니, 질문을 바꿔 왜 아무도 그들에게 꿈을 묻지 않은 것일까? 아무도 그에게 하지 않았던 그 질문을 이제야 비로소 스스로에게 던지고 답해본다고, 그는 말했다.
“‘성환아, 넌 커서 뭐가 될 거야?’
‘운동 좋아하니깐 운동선수, 아니면 체육 교사. 혹은 형사, 혹은 고아원장.’
내게도 좋아하는 것이라는 게 있었다. 나는 정의롭게 살고 싶었고, 나처럼 부모가 없는 아이도 이 사회에서 뿌리내리며 살아갈 수 있도록 돕고 싶었다.”
만약 선감학원에 잡혀들어가지 않았다면 그는 어떤 사람이 되었을까? 저 많은 꿈들 중 무엇을 이루었을까? 자신처럼 부모가 없는 아이들에게도 꿈을 심어주는, 그런 일들을 하게 되었을까?
답할 수 없게 된 이 질문들을 이제는 우리가 함께 곱씹어볼 때다.
구매가격 : 10,500 원
공연의 사회학
도서정보 : 최종렬 | 2020-01-06 | EPUB파일
지원기기 : PC / Android / iOS
한국사회를 지배하는 문화구조를 파헤치다
민주주의_ 한국은 어떤 민주주의 나라인가?
성장주의_ 왜 보수, 진보 할 것 없이 성장을 갈망하는가?
민족주의_ 이주여성은 어떻게 한국사회에 편입되는가?
젠더주의_ 여자 말뚝이, 어떻게 할 것인가?
한국사회는 무엇을 어떻게 성찰했을까?
한국 시민들은 ‘민주주의’를 외치며 거리로 나선 경험이 많다. 여당이든 야당이든 정치인들 또한 ‘민주주의’를 들먹이며 늘 정쟁을 벌인다. 이제 한국사회에서 민주주의는 누구라도 최종적으로 의지할 수 있는 가장 일반화된 상징으로 확고히 올라섰다. 문제는 그 상징이 지닌 의미이다. 한국의 민주주의는 과연 어떤 의미를 지니고 있는가? 한국은 어떤 민주주의 나라인가?
성장에 대한 한국인들의 믿음은 거의 절대적인 신앙에 가깝다. 시장 성장주의자 이명박을 대통령으로 뽑았고, 이어서 국가 성장주의자 박근혜를 대통령으로 뽑았다. 촛불혁명으로 탄생했다는 문재인 정부마저도 국민 성장과 소득 주도 성장을 말한다. 도대체 왜 한국인은 이렇게나 성장하지 못해 안달인 것일까? 왜 보수, 진보 할 것 없이 성장을 갈망하는가? 성장하려는 진짜 이유는 무엇인가?
한국의 혈족적 민족주의는 일상에 뿌리 깊게 박혀 있다. 그렇다면 과연 한국사회는 이주자들을 어떻게 받아들이고 있을까? 이주여성이 한국사회에 편입되는 과정을 분석해보면 그 답이 나온다. 결국 이주여성은 남성 가부장의 혈족 재생산 프로젝트와 연결되어야 한국사회에 편입될 수 있다. 이러한 혈족적 민족주의는 도대체 어디에서 나왔고 그 작동 원리는 무엇일까? 또 거기에 담긴 의미는 무엇일까?
몇 년 전 폭발적으로 인기를 끌었던 【나는 꼼수다-가카 헌정 방송】은 어떻게 사라졌을까? 네 ‘잡놈’이 골방에서 시시덕거리던 이야기가 수많은 청취자들의 열렬한 호응에 힘입어 막강한 영향력을 발휘했지만, 어느 시점부터 급속도로 대중의 관심에서 멀어졌다. 그 원인은 과연 무엇일까? 여기에서는 ‘비키니 사건’을 분석해보며 나꼼수의 하락 원인을 살핀다. 비키니 사건은 공연 과정 중에 우발적으로 한국사회에 새로운 여성 캐릭터의 등장을 알렸다. 그 이전에는 이런 캐릭터가 등장한 적이 없었으니 한국사회에 여러 말들이 오갔다. 한국사회에서 생물학적 여성은 과연 어떻게 받아들여지고 있는가? ‘여자 말뚝이’의 출현을 어떻게 봐야 하는가?
민주주의: 한국은 어떤 민주주의 나라인가
2016년 촛불집회 때 수백만의 한국 시민들은 광장으로 뛰어나와 한목소리를 냈다. “이게 나라냐?” 계급, 젠더, 나이, 지역, 교육, 직업, 지위, 종교, 몸, 섹슈얼리티 등 지금까지 한국인들을 갈라놓았던 온갖 사회적 범주들을 뛰어넘어 너 나 할 것 없이 광장에 나와 촛불을 들었다. 왜 이렇게 많은 사람들이 광장으로 뛰쳐나온 것일까?
1장은 2016년 촛불집회를 통해 한국의 민주주의를 성찰한다. 극도로 세속화되고 고도로 분화된 한국사회를 가치 차원에서 결속시키는 성스러운 중심은 시민 영역이다. 시민 영역은 민주주의를 정당화하는 성과 속의 담론구조로서 보편적 연대를 가능하게 만든다. 2016년 촛불집회는 시민 영역의 성스러운 상징의 구체적인 아이콘인 대통령 박근혜를 중심으로 벌어진 사회적 공연이다. 이 공연은 보편적 연대를 가능하게 하는 민주주의 코드를 대본으로 해서 벌어졌는가? 2016년 촛불집회는 민주주의 담론뿐만 아니라 한국사회의 일상의 삶에 깊이 새겨져 있는 유교주의 담론까지 활용하여 벌어진 사회적 공연이다.
한국인들은 상황에 따라 어떨 때는 민주주의 담론을 또 다른 때는 유교주의 담론을 활용해 자신들의 행위를 정당화한다. 그러다가 두 담론이 충돌하게 되면 민주주의와 유교주의의 대동사회 이상이 모두 해를 입는다. 특히 군사주의로 왜곡된 유교주의 담론이 민주주의 담론을 무력화시키면 그 폐해가 막대하다. 반대로 민주주의 담론과 유교주의 담론이 서로를 강화하여 긍정적인 시너지 효과가 발생하기도 한다.
시민사회의 제도에 대한 불신이 극심한 한국사회에서 제도를 민주적으로 조절하는 힘은 두 담론의 시너지 효과에서 나온다. 민주주의 담론과 유교주의 담론은 각 담론이 지닌 이상적 가치와 부합하지 않는 현실을 교정하는 ‘초월적 윤리 언어’로 만난다. 한국인들이 이러한 초월적 윤리 언어를 사용하여 행위의 ‘동기’를 정당화할 경우 민주주의 ‘제도’에 대한 신뢰가 부족하다 해도 한국의 민주주의는 발전한다. 이 경우 민주주의 담론이 유교주의의 대동사회 이상을 더욱 민주적으로 만들고, 유교주의 담론이 한국 민주주의를 더욱 대동사회의 이상에 근접하도록 만든다.
성장주의: 왜 보수, 진보 할 것 없이 성장을 갈망하는가
2008년 4월 17일 이명박 정부가 미국 정부와 맺은 한미 쇠고기 협정에서 촉발된 촛불집회는 그해 초여름 한국사회를 뜨겁게 달궜다. 당시 2개월 동안 총 200여만 명이 참여하는 총 59회의 촛불집회가 열리리라는 걸 그 누구도 예상하지 못했다. 그때 한국인들은 왜 광장에 나왔고, 무엇을 주장했는가?
2장은 2008년 쇠고기 촛불집회를 통해 성장주의에 대해 성찰한다. 한국인은 보수와 진보 할 것 없이 모두 성장을 열렬히 갈망한다. 촛불집회에서 사람들은 이명박 대통령이 성장 가치를 지녔기 때문에 분노한 것이 아니다. 오히려 성장을 추구하는 방식을 조절하는 규범을 위반했기 때문에 광장으로 뛰쳐나온 것이다. 이명박 대통령은 국민 전체를 위해 성장을 이끈다고 했지만, 대통령이 된 후 그가 성장을 추구하는 ‘방식’은 국민들이 보기에 자신들을 무시하는 오만한 것으로 보였다. 강력한 평등주의를 지닌 한국인들은 이명박 대통령마저도 굴곡 많은 한국사를 함께 통과해온 한 명의 동등한 동료로 본다. 그런 그가 한국사회의 온 열망인 성장을 가져온다고 했을 때 한국인들은 모두 열광하며 그를 대통령으로 뽑았다. 그런데 대통령이 된 후 이명박이 성장의 과실이 일부 소수자의 것인 양 오만하게 행동한다. 그러니 성장을 추구하는 방식에 대해 혼내주어야겠다고 생각한 것이다.
그러나 사회운동론의 관점으로 보면 촛불집회의 결과는 허망하기 그지없었다. 이루어낸 실질적 성과가 거의 없었기 때문이다. 우선 협정문은 한 글자도 바뀌지 않은 채 민간 자율로 30개월 이상 쇠고기 수입을 막는다는 것으로 마무리되었다. 광우병 특정 위험물질(SRM)에 대한 안전권도, 검역 주권도 해결된 것이 없었다. 민영화도, 대운하 사업도 막지 못했다. 민영화는 선진화로, 대운하 사업은 4대강 살리기로 이름을 바꾸어 다시 실행되었다. 그럼에도 이 싸움의 과정에서 한국인들은 도대체 한국사회가 성장하려는 진짜 이유가 무엇인지 스스로 의문을 품게 되었다. 성장하려는 진짜 이유가 무엇인가? 그렇게나 성장에 매달려서 고작 생존하고 유용성을 축적하기 위해서인가? 그러다가 죽어 사라지면 그만인가? 그것이 두려워 자식이 필연성의 노예로 떨어지지 않도록 또는 유용성을 충분히 누리도록 가진 모든 것을 혈족에게 세습하려고 발버둥치는 것인가? 쇠고기 촛불집회는 이 질문을 던졌다는 것만으로도 충분히 가치 있다.
성장하는 이유는 필연성과 유용성의 세계를 벗어나와 탁월성의 세계로 가기 위한 것이라는 것을. 그 세계에서 행위하는 자유인이 되기 위해서라는 것을. 조만간 한국인은 다음과 같이 적극적으로 물을지도 모른다. “한국사회는 이미 충분히 성장했다. 그런데도 행위하는 자유인이 보편화되지 않는 이유는 무엇인가?”
민족주의: 이주여성은 어떻게 한국사회에 편입되는가
한국사회에 이주자가 급증하면서 이주자 사회 통합이 이슈로 떠오르고 있다. 특히 이주여성은 한국 국민의 재생산 도구로서 가부장적 핵가족 안에서 살아가야 한국 정부의 지원을 받는다. 에스닉 섹슈얼리티라는 저열한 ‘사회적 형식’을 유지하고 있어야만 한국사회의 성원으로 살 수 있다.
3장은 이주자가 한국사회에 통합되는 과정을 통해 민족주의를 성찰한다. 이주여성 이자스민은 에스닉 섹슈얼리티라는 저열한 사회적 형식을 뚫고 멜로드라마 장르의 사회적 공연을 통해 한국 시민사회에 진입했다. 시민사회의 제도 중 하나인 미디어에 등장한 이자스민은 전통적인 코드를 통해 성스러워진다. 자신보다 공동체를 먼저 고려하고, 끊임없이 성장하려 하며, 생산적으로 활동하면서 공동체를 보존하려 한다. 이때 이자스민에게 최고의 공동체는 가족이다. 시민사회로 나왔음에도 여전히 비시민사회인 가족의 성원으로서 평가받는 것이다. 이자스민은 또한 가부장적 한국사회에서 남성이 여성에게 지니는 환상, 즉 ‘지적이고, 성적이며, 희생적인 여성상’을 모두 충족시킨다. 이주여성이 한국사회의 시민사회에 진입할 수 있는 자질이 모두 비시민사회적 속성을 통해 이루어지는 셈이다. 국민국가는 남편을 잃고 열녀 역할을 충실히 수행하는 이자스민에게 보상함으로써 작게는 이주여성 전체, 크게는 한국 여성 모두에게 자신의 섹슈얼리티를 국민을 재생산하는 데 쓰라고 부추긴다. 이 역할을 충실히 수행한 이자스민은 결국 국회의원으로 보상받는다.
하지만 국회의원이 된 후 이자스민은 한국의 국민국가를 뛰어넘는 보편적 연대를 추구한다. 이 과정에서 한국 관객으로부터 민족에 대한 배신자로 낙인찍히지만 역설적으로 민족과 국가의 자연적 연계를 흩뜨려놓는다. 이러한 이자스민의 삶의 행로는 한국의 민족주의가 열녀의 희생을 토대로 해서 완결성을 보장받는 ‘남성 혈족적 민족주의’라는 점을 명확히 드러내준다. 이자스민의 사례는 한국사회에서 여성이 친밀성 영역에서 효를 실천하는 것이 곧 국민국가에 대한 충의 실천으로 연결된다는 점을 분명히 보여준다. 효는 가부장의 혈족을 재생산하는 것이며, 이는 곧 국민국가의 성원을 재생산하는 것과 같다. 이자스민은 혼인을 통해 법적으로 한국의 국민이 되었지만, 가부장의 혈족을 재생산하는 효를 실천해야만 비로소 시민사회에 진정한 국민으로 편입될 수 있다. 대한민국 자체가 하나의 거대한 남성 혈족 사회이기 때문이다. 이것이 한국 민족주의의 본모습이다.
젠더주의: 여자 말뚝이, 어떻게 할 것인가
4장은 2012년 벌어졌던 ‘나꼼수 비키니 사건’을 통해 젠더주의를 성찰한다. 나꼼수 비키니 사건은 서울 구치소에 수감된 정봉주 전 의원의 석방을 요구하는 시위를 하던 중 우발적으로 한국사회의 젠더주의를 전면적으로 드러내 보여주었다. 보수와 진보 모두 여성이 공적 영역에 성적 대상으로 출현해서는 안 된다는 젠더주의를 공유한다. 하지만 관능을 희화화하고 풍자의 도구로 사용하는 여자 말뚝이가 출현함으로써 이러한 젠더주의에 치명적인 타격을 가한다. 여자 말뚝이는 섹슈얼리티는 남성 혈족의 재생산을 위해 가족 안에만 있어야 한다는 성기 중심의 이성애적 가족주의를 해체시킨다. 성장하려고 해도 더 이상 성장할 수 없는 시대에 이성애 중심의 섹슈얼리티에 갇혀 있던 에로티시즘이 공적 영역과 사적 영역의 경계를 넘나들며 번져나가고 있다. 에로티시즘에 빠지는 순간 일상의 삶에서 합리적 자아로 나뉘어 있던 사람들이 하나의 융합된 세계로 소멸되는 체험을 한다. 이는 신성의 체험이기도 하지만 두려운 체험이기도 하다. 자신의 합리적 자아를 타자와의 연속성 속에서 소멸시키는 엄청난 에너지 소모를 요구하기 때문이다.
나꼼수 비키니 사건을 둘러싸고 벌어진 사회적 공연은 여자 말뚝이가 남성 성기 중심으로 결합되어 있던 에로티시즘을 풀어헤쳐 다양한 형태로 재구성하려고 시도하는 선구자라는 점을 보여준다. 이를 통해 여자 말뚝이는 한국인으로 하여금 에로티시즘과 성聖이 하나라는 인간 실존의 진실과 마주치게 만든다. 여자 말뚝이가 남성 성기 중심의 섹슈얼리티를 탈본질화시켜 실존적 상황으로 만들어버렸기 때문이다. 여자 말뚝이는 여성도 남성과 마찬가지로 평등한 성적 주체가 되어야 한다는 정치적 올바름의 언어를 넘어서 인간의 실존과 마주할 수 있는 문화적 역량이 필요하다는 점을 잘 보여준다.
구매가격 : 16,800 원
마지막 비상구
도서정보 : 제정임 | 2020-01-06 | EPUB파일
지원기기 : PC / Android / iOS
기후 붕괴와 원전 재앙을 피할 ‘마지막 비상구’
이런 현실에서 우리는 어떤 행동을 취해야 하나? 그 이전에 한국의 현실을 있는 그대로 파악할 수 있게 해준 책이나 자료는 있었는가? 이 책 『마지막 비상구』는 기후위기 시대의 한국의 현실을 발로 뛰며 밀착 취재해 집중 조명한다. 탈원전·탈석탄과 재생에너지 전환을 둘러싼 논란을 규명하고 에너지 정책의 대안을 모색한다. 전국 곳곳에 있는 현장을 돌아다니며 한국의 에너지 구조, 기후위기, 기후변화에 과한 문제점을 철저히 파헤치고, 대안까지 제시했다는 점에서 이 책의 가치는 크다. 특히 원자력발전이 가지고 있는 여러 문제점을 총체적으로 드러냈다는 점에서 독자적인 가치가 있다고 할 수 있다. 결론적으로 이 책은 원자력, 화석연료 같은 ‘위험한 에너지’에서 벗어나 ‘깨끗하고 안전한 에너지’로 전환할 수 있다는 것, 기후 붕괴와 원전 재앙을 피할 ‘마지막 비상구’가 있다는 것을 보여준다.
원전은 과연 값싸고 안전한 에너지일까?
1부에서는 원자력발전의 문제점을 총체적으로 드러낸다. 원전은 과연 싸고 안전한 에너지일까? 탈핵 진영과 찬핵 진영의 입장을 번갈아 전하면서 이에 대한 진실 공방을 파헤친다. 특히 찬핵 세력이 주장하는 ‘원전은 값싸고 안전한 에너지’라는 허구성을 샅샅이 추적해 ‘원전은 비싸고 위험한 에너지’라는 사실을 밝혀낸다. 게다가 한국은 세계에서 첫손 꼽히는 ‘원전 밀집 지역’이라는 위험까지 안고 있는데도 제대로 된 보호책이 없다는 사실도 짚어낸다. 결국 원전이 값싸고 안전한 에너지라는 말은 허구라는 사실을 증명한다. 사용후핵연료의 방사선량이 자연 상태로 줄어드는 데 필요한 시간은 ‘최소 10만 년’이다. 하지만 이 ‘고준위 핵폐기물’(사용후핵연료)의 안전한 영구 처분 방법은 아직 어느 나라도 찾지 못했고, 한국은 최종 처분 방식에 대한 결정을 미룬 채 각 원전 인근의 임시 저장 시설에 계속 쌓아가고 있는 현실도 추적한다. 과연 10만 년 동안 핵폐기물을 보관할 땅은 있을까? 찬핵 세력들은 이런 사실을 숨기고 있다는 사실도 밝힌다. “고준위 폐기물 처리장의 건설과 운영에 64조 1,301억 원이 소요될 전망이지만 한수원이 사용후핵연료 관리비로 적립한 금액은 4조 7,384억 원에 불과하다.” “중간 저장 비용으로 2035년까지 26조 3,565억 원, 2053년까지 영구 처분 비용으로 37조 7,736억 원이 드는데, 한수원이 계상한 사용후핵연료 관리비에는 사고 위험에 대비한 보험비만 반영돼 있다.” 이렇게 핵폐기장을 짓고 장기간 관리하기 위해서는 천문학적인 예산이 드는데도, 한수원을 비롯한 찬핵 세력은 이를 감추고 원자력발전 단가에도 반영하지 않고 있다. 그러면서 계속 원자력은 싼 에너지라고 강조하고 있는 것이다. 더군다나 핵폐기물을 어떻게 처리할 것인지에 대한 명확한 대책이 없다는 사실도 밝혀낸다.
원자력발전소와 석탄발전소로 인해 일상이 무너진 현장
이 밖에 원자력발전소와 석탄발전소로 인해 일상이 무너진 현장을 찾아간다. 원전 인근 동네에서 지진을 겪은 후 매일 ‘생존배낭’을 챙기며 불안에 떠는 초등학생, 핵발전소 부근에서 수십 년 ‘물질’을 했다가 무더기로 암에 걸린 해녀 할머니들을 만난다. 원전에 쌓인 핵폐기물 때문에 마음을 졸이다가, 자녀 몸에서 방사성 물질인 삼중수소까지 검출되자 ‘원전 가까이 산 죄’라며 가슴을 치는 어머니의 탄식을 듣는다. 원전 때문에 3번이나 이주한 마을 이장, 고기잡이나 과수원 등 생계수단을 모두 잃고 자식들이 주는 용돈으로 생활하는 할머니, 신고리 1~4호기를 지을 때는 원전 반대 운동을 했지만 5?6호기 때는 ‘그냥 짓고 우리 이주시켜달라’고 입장을 바꾼 주민협의회장의 이야기도 전한다. 공기 좋고 물 좋았던 마을에 석탄발전소가 들어선 후 생계수단이었던 조개와 게는 탄가루투성이가 되고 주민들은 줄줄이 폐질환으로 숨지는 현장도 찾아간다. 정부가 미세먼지를 내뿜는 석탄발전을 줄이고 신재생에너지를 늘리겠다고 공언했으나 문재인 정부 말까지 석탄발전의 절대량이 오히려 늘어난다는 사실도 드러낸다. 아울러 2030년이 되어도 삭탄화력이 국내 발전원 1위라는 모순된 사실도 지적한다.
‘원전 프로파간다’의 실상을 파헤치다
2부에서는 한국의 에너지 구조가 원전·석탄에 과도하게 의존하게 된 배경과 문제점을 분석한다. 또한 한국수력원자력이 사고 위험과 방사능 오염 가능성을 감춘 채 원전을 ‘싸고 안전하고 깨끗한 에너지’로 포장하기 위해 언론과 지역 주민, 전국 초중고생에게까지 막대한 돈을 뿌려온 ‘원전 프로파간다’의 실상도 파헤친다. 한수원은 생각했던 것보다 훨씬 촘촘하게 국민의 세금으로 원전을 홍보하기 위해 언론과 지역 사회를 관리해오고 있었다. 광고 협찬비와 원전 옹호 기사로 얽힌 언론사는 물론이고, 대학 학보사에까지 홍보비가 들어간 사실을 밝힌다. 드라마, 예능, 퀴즈 프로그램까지 공략해 한수원이 어떻게 ‘친원전 이데올로기’를 주입하고 있는지도 집중 취재했다. “2010년에는 한수원이 KBS 퀴즈 프로그램 [1 대 100]에 1년간 총 4억 4,31만 원을 지원하는 대가로 자막 광고 72회, 원자력 관련 문제 출제 12회(월 1회씩), 한수원 직원 출연 12회를 요구했다. 실제로 그해 이 프로그램에는 ‘원자력 에너지가 유일한 대안’이라거나 아랍에미리트·요르단 등 원전 수출 정책의 성과를 강조하는 문제들이 주기적으로 출제됐다.”
그 기사는 돈 받고 쓴 것이었다
취재진은 원전 관계 기관과 기업 취재를 하기가 특히 어려웠다고 밝힌다. 자료와 답변을 요구하면 그들은 “모른다”, “답변하기 어렵다”는 말만 반복했다. 이런 상황에서 취재진은 자료를 받아내기 위해, ‘비판 기사엔 반드시 반론도 싣는다’는 원칙을 지키기 위해 거듭 연락을 취했다. 그리고 많은 자료를 분석하면서 한수원의 실상을 낱낱이 고발한다. 결국 취재진은 한수원이 광고 외에 취재 협찬비를 언론사에 지급함으로써 여론을 관리해왔다는 사실을 밝힌다. 이 돈은 모두 국민들이 매달 내는 전기요금에서 나온 것이었다.
YTN은 2012년 3월과 2013년 9~12월 세 차례에 걸쳐 한수원에서 방송 제작 협찬비 4억 7,200만 원을 받았다. 또 2013년 12월에는 TV조선이 1억 8,000만 원, 연합뉴스TV가 1억 3,000만 원, JTBC가 1억 원, 채널A가 5,000만 원, MBN이 4,000만 원을 같은 명목으로 받았다. 2014년에는 시사교양 제작 명목으로 KBS에 7,500만 원, 한국경제TV에 두 차례 총 5,000만 원, MTN에 1,500만 원이 제공됐고, 채널A에는 특집 다큐멘터리 제작 명목으로 3,000만 원이 지원됐다. 한수원은 또 지난 2012년부터 2017년 6월까지 총 222억 2,500만여 원을 언론사 광고비로 썼다. 이 중 방송 광고가 171억 6,600여만 원, 인쇄 광고는 50억 5,867만 원이었다. 한수원으로부터 광고를 받은 언론사는 주요 방송, 신문은 물론 지역지, 각종 전문지, 잡지, 인터넷 매체, 심지어 대학 학보사까지 다양했다. 핵폐기물 처리장을 관리하는 한국원자력환경공단 역시 같은 기간 총 27억 860여만 원의 광고비를 집행했다.
SBS는 지난 2013년 한국에너지정보문화재단(전 한국원자력문화재단)으로부터도 원자력 및 에너지 정보 제공 목적으로 총 3,000만 원의 취재 지원비를 5회에 걸쳐 받았다. MBC도 2014년 같은 재단으로부터 1억 1,000만 원을 지원받아 그해 12월 11일 방영된 MBC 다큐프라임 [미래에게 말을 걸다-원자력 세대의 선택은?]을 제작했다. 이 다큐는 후쿠시마 사고 후 확산되고 있는 방사능 공포는 과도한 것이며, 원전은 경제적이고 안전하기 때문에 정부가 국민을 잘 설득해서 발전시켜야 한다는 논조로 구성됐다. 이외에 [동아일보], [국민일보], [매일경제], [조선일보], [문화일보] 등의 언론사도 돈을 받고 원전에 관한 홍보성 기사를 써준 사실이 밝혀졌다.
또한 한수원은 월성원전 1호기 수명 연장 여부를 놓고 사회적으로 논쟁이 뜨겁던 2015년 2월 산업부 출입기자단이 캐나다·미국 내 원전 지역을 시찰할 수 있도록 지원했다. 산업부기자단의 해외 원전 시찰은 2월 1일부터 8일까지였고, 원자력안전위원회가 월성 1호기의 수명 연장 여부를 결정하는 회의는 2월 12일로 예정돼 있었다. 기자단이 귀국한 직후인 2월 10일과 11일, 각 신문·방송에는 월성 1호기와 기종이 같은 캐나다 ‘포인트 레프로’ 원전의 수명 연장 가동을 긍정적으로 평가하는 기사가 쏟아졌다. 그리고 원안위는 회의를 한 차례 연기한 끝에 2월 27일 월성 1호기의 계속 운전 허가를 결정했다.
에너지 대전환은 가능하다
3부에서는 ‘위험하고 더러운 에너지’에서 ‘안전하고 깨끗한 에너지’로 전환할 수 있는 대안을 모색한다. 기후변화가 얼마나 심각한 수준까지 왔는지 국내외 상황을 살펴보고, 지속 가능한 에너지 구조로 전환하기 위한 노력을 제안한다. 특히 빠른 속도로 탈원전을 추진하면서도 태양광 등 재생에너지로 만든 전기를 원전 대국 프랑스에 수출까지 하고 있는 독일과 스웨덴, 덴마크, 스페인 등의 사례를 살핀다. 새 사옥 전체를 재생 에너지 발전소로 만든 애플 등 선진국 기업의 혁신과 태양광 고속도로·제로 에너지 하우스 등의 첨단 사례를 통해 인간의 창의성이 ‘에너지 대전환’의 원동력이 될 수 있음을 보여준다. 전국 곳곳에서 풍력과 태양광발전소 건설을 둘러싼 갈등이 벌어지고 있지만, 제주도가 ‘바람은 모두의 것’이라는 ‘공풍화 정신’을 보여준 것처럼 주민이 이익을 공유하는 구조를 만들면 극복할 수 있다는 사실도 조명한다. 이 밖에 재활용 현황과 과제, 건축물과 생산 시설, 교통수단 등의 에너지 효율화 방안 등도 제시한다. 한국도 산업용 전기료를 올려서 기업들이 전기를 아껴 쓰고 생산 시설 에너지 효율화를 서두르게 해야 하고, 그간 원전 등 기존 에너지 사업을 지원하는 데 쓰였던 전력산업기반기금도 재생에너지 산업 육성에 써야 한다는 제안도 담았다.
‘올해의 좋은 보도상’, ‘데이터저널리즘어워드’ 수상
이 책은 세명대 저널리즘스쿨대학원의 학생과 교수진이 만드는 [단비뉴스]에 2017년 9월부터 1년 4개월 동안 연재된 탐사보도 [에너지 대전환, 내일을 위한 선택]을 묶은 것이다. 취재팀은 다음과 같은 원칙을 정하고 기사를 작성했다. “현장으로 가자. 외국을 빼곤 직접 달려가 발로 뛰며 확인하자. 실명 보도를 원칙으로 하자. 익명 처리가 불가피한 경우를 빼고 모든 취재원의 이름·나이·경력 등을 최대한 드러내 독자의 이해를 돕고 기사의 신뢰성을 확보하자. 데이터로 뒷받침하자. 통계나 기록 등 근거로 쓸 수 있는 자료는 시간이 걸리더라도 모두 긁어모아 분석하자.” 기사가 연재되는 동안 ‘원전 재난의 위험성과 미세먼지 등 화석연료의 폐해, 기후변화의 심각성을 가장 생생하고 정밀하게 알려준 기사’ 등의 찬사가 쏟아졌다. 이 결과 민주언론시민연합의 ‘2018년 올해의 좋은 보도상’과 데이터저널리즘코리아의 ‘데이터저널리즘어워드’ 등 권위 있는 언론상도 받았다.
구매가격 : 17,500 원
아이들의 파는 나라
도서정보 : 이경은, 전홍기혜, 제인 정 트렌카 | 2020-01-06 | EPUB파일
지원기기 : PC / Android / iOS
어떤 아이가 국제입양의 대상이 되는가? 왜 그 아이는 한국에서 뿌리내릴 수 없었는가?
이승만 정부는 대한민국 국제입양의 문을 열었다. 한국전쟁 이후 전쟁고아를 구제한다는 취지로 국제입양을 장려했으나 실제 내막은 모종의 ‘인종청소’에 있었다. 이승만 전 대통령은 국제결혼의 당사자였지만 순혈주의 전통을 강조하며 일국일민(一國一民)주의를 정치 신조로 내세웠다. 1955~1961년 국제입양된 모든 아동은 혼혈아동이었다. 혼혈아동은 그들의 부모가 엄연히 존재함에도 국가의 강제적 압력으로 자국을 떠나야 했다. 혼혈아동뿐 아니라 길 잃은 미아를 고아로 만들어 국제입양을 시키기는 일도 허다했다. 아이를 잃은 부모는 부지불식간에 아이를 잃고, 평생 죽지 않은 자식을 찾아 헤매야 했다.
정권이 바뀐 뒤에도 국제입양은 줄지 않았다. 오히려 폭증했다. 박정희 정권은 경제발전을 목표로 국제입양을 적극적으로 장려했다. 국가 주도의 경제성장 추진 과정에서 국제입양은 국가의 복지비용을 삭감하는 사실상의 추방 정책이었고, 고아입양특례법을 지정해 효율적이고 즉각적인 국제입양 시스템의 토대를 마련하기에 이른다. 이 정비된 시스템에 힘입어 전두환 정권은 국제입양의 최대치를 경신한다.
“박정희 정권에서 제도화된 국제입양은 전두환 정권하에서 급증했다. 북한 등 외부의 시선을 의식했던 박정희 정권과 달리 전두환 정권은 국제입양을 ‘이민확대 및 민간외교’라는 명분을 내세워 크게 늘렸다. 그 결과 1980년대 한국 아동의 국제입양은 최고조에 달하여 10년 동안 무려 6만 5천 511명의 아동이 해외로 입양되었다(보건복지부 통계). 한해에 8천 명이 넘는 아동이 해외로 입양된 1985년(8천 837명)과 1986년(8천 680명)을 포함해, 1984~1988년간 한해 태어난 총 출생아 중 1퍼센트가 넘는 아동이 해외로 입양되었다. 이는 아동 밀매, 납치 등 불법적인 국제입양으로 국제사회의 비난이 집중되었던 과테말라 외에는 어디에서도 찾아볼 수 없는 사례이다.”
독점적 민간 입양기관이 돈을 받고 판 아이들
: 경제발전을 이유로 민간 기관의 만행을 장려한 정부
국제입양의 최대 종주국은 미국이다. 1953년 이래로 60여 년간 해외입양 간 아동 16만 5천여 명 중 11만 1천여 명, 전체 입양인의 약 70퍼센트가 미국으로 입양되었다. 한국전쟁 이후 우리는 미국이라는 나라를 가난과 기아에서 해방될 수 있는 신천지로 인식했고, 미국은 인도적, 종교적, 인종적 동기를 내세워 국제입양을 적극적으로 수용했다. 여기에 신자유주의적 자본주의와 다문화주의의 확산에 따라 국제입양은 더욱 주목받았다.
미국은 아동을 입양하는 대가로 돈을 지불했다. 1960년대 한 아동당 국제입양의 대가로 받는 금액은 약 130달러였다. 1965년 한국의 일 인당 GDP는 106달러였다. 박정희 정권은 정부 부처의 행정 업무를 줄이고 경제적 이득을 빠르게 취하기 위해 국제입양 업무를 정부에서 허가받은 민간기관에서 하도록 명시했다. 홀트아동복지회, 동방사회복지회, 대한사회복지회, 한국사회봉사회는 정부 허가에 힘입어 국제입양 실무의 절대권력을 가진 민간기관으로 지금까지 그 영향력을 과시하고 있다.
“1988년 《프로그레시브》는 1월 커버스토리로 한국의 국제입양을 다뤘다…… 국제입양은 정부에 많은 목적을 제공한다. 우선 그들은 연간 약 1천 500만 달러에서 2천만 달러 정도의 돈을 가져다준다. 둘째, 정부는 (그들에겐 예산 낭비라고 볼 수 있는) 아이들을 돌보는 비용을 덜어준다. 셋째로, 한국 정부의 강박 관념인 인구 통제에 도움을 준다. 마지막으로 국제입양은 고아들과 버려진 아이들을 어떻게 해야 하냐는 어려운 사회적 문제도 해결한다.”
생명을 돈으로 주고 사고파는 행위에서 인권의 가치는 지켜지기 어렵다. 미국으로 입양된 아동 대부분은 낯선 땅에서 낯선 부모의 폭력으로 쓰러졌다. 《아이들 파는 나라》의 부록으로 실린 [파편들]을 보면 국제입양인의 참담하고 비극적인 현실을 날 것 그대로 마주할 수 있다.
왜 고질적인 국제입양의 악행을 근절하지 못하는가?
: 국제입양 아동 인권의 유일한 보루인 헤이그국제입양협약에 가입하지 못하는 이유
1993년 헤이그국제사법회의에서 국제입양의 인도적 절차와 필요 요건을 규정한 국제조약인 헤이그국제입약협약은 국제입양된 아동의 인권을 보호하는 최소한의 제도적 장치를 보장한다. 헤이그국제입약협약은 아동이 태어난 원가정 보호를 최우선으로 하고, 원가정 보호가 불가능할 때 국내에서 보호할 수 있는 가정을 찾고, 국제입양은 최후의 수단으로 검토함을 원칙으로 한다. 또한 국제입양으로 발생하는 경제적 이익을 엄격히 규제한다.
국제입양 10대 송출국 중 유일한 OECD 가입국인 대한민국은 2019년 현재까지 헤이그국제입양협약에 가입하지 못하고 있다. 국제입양의 주요 송출국인 루마니아와 과테말라마저도 가입을 시도한 협약이다. 루마니아와 과테말라는 한때 국제입양으로 금전적 이득을 취하기 위해 아동 인신매매가 횡횡하는 ‘아기시장’을 조성했다.
국제입양 최대 종주국인 미국과 한국의 국제적 관계, 독점적 권력을 가진 민간 입양기관의 횡포, 만성화된 국제입양의 제도적 행정적 오류, 후진적 관행을 답습하는 무능한 공권력이 대한민국의 헤이그국제입약협약 가입을 가로막고 있다. 이 책의 4부에서 그 실상을 소상히 파헤치고 있다.
자살, 약물중독, 빈곤, 폭력……
: 벼랑 끝에선 국제입양인의 현실과 그들의 귀환이 시사하는 것
입양은 인간의 운명을 뒤바꾼다. 국제입양은 개인의 근원적 정체성을 뒤흔드는 중대한 사건이다. 국제입양의 당사자인 아동은 입양의 결정 과정에 참여하지 못한 채 일방적으로 태어난 나라에서 방출된다. 국제입양아는 입양된 나라에 적응하기 위해 노력하는 과정에서 이방인의 정체성을 확립한다. 그들은 가정에서도 사회에서도 온전한 소속감을 느끼지 못한 채 살아남기 위해 감정적, 정서적 노동에 시달리며 사회적, 제도적 차별에 끊임없이 노출된다. 그렇게 국제입양인은 한 나라의 건강한 시민으로 자리하기 어려운 현실에 있다.
“2002년 스웨덴의 국제입양아동에 관한 연구에 따르면, 입양인은 현지인보다 자살률이 3.7배 높고, 약물중독은 3.2배, 범죄 이력은 1.5배 높다. 또 결혼하는 비율도 현지인 56퍼센트 대비 절반인 29퍼센트, 취업률은 현지인 77퍼센트 대비 60퍼센트, 취업하더라도 입양인의 50퍼센트는 최저임금에 못 미치는 수입으로 살고 있다.”
국제입양인은 대한민국 국가가 만든 이방인이다. 자의와 타의에 의해 그들의 모국 귀환이 이어지고 있다. 내가 누구인지, 정체성의 알 권리를 주장하며 친 생모의 행방을 찾는 이들, 입양 간 국가에서 영주권을 받지 못해 강제 추방되어 돌아온 이들, 그 모든 국제입양인들에게 대한민국 정부는 책임이 있다. 국제입양을 추동한 역대 정부의 오류를 고발하고, 국제입양인이 처한 ‘지금 여기의’ 고통 바로잡기를 촉구하며, 대한민국 현대사의 그늘진 진실을 낱낱이 파헤친 《아이들 파는 나라》의 일독을 권한다.
구매가격 : 8,960 원
우먼월드
도서정보 : 아민더 달리왈 | 2020-01-03 | PDF파일
지원기기 : PC / Android / iOS
“남자 없는 세상, 매우 재미있는 것으로 밝혀져!”
유전적 이상으로 남자가 멸종한 지구,
문명의 잿더미에서 여성들만의 세계가 새로이 생겨났다!
남자가 멸종했다
언젠부터인가 남자들의 수가 줄어들기 시작한다. 살아 있는 남자들이 일찍 죽어가고, 산부인과에서는 여자아이들만 태어난다. 급기야 세계 정상회담에 참석한 지도자 모두가 여성이 되는 날이 왔다. 수많은 남자들이 실종되었고, 남자나 정자들을 사고파는 암시장이 형성됐다. 그 와중에 자연재해가 발생해 세계를 휩쓸고, 전쟁과 폭동이 겹치며 이제 과거 문명은 무너져내렸다. 남자의 멸종, 문명의 단절… 이제 온전히 여자들만의 힘으로 일상을 꾸려나가고 세계를 유지해야 한다. 남아 있는 정자를 관리하고, 새로운 임신과 출산 방법을 연구해야 한다. 여자만 남은 세상의 ‘비욘세의 허벅지’ 마을, 이 책은 그곳에 사는 여자들의 이야기다.
여자만 남은 세상의 일상, 지구에 없는 건 남자만이 아니다
『우먼월드: 여자만 남은 세상』은 거대한 서사를 따라가지 않는다. 책 속의 주인공들은 사라진 인류의 첨단 문명을 찾으려 하지도 않고, 법체계와 경찰, 군대가 없는 세상에서 자원과 권력을 독점하려 애쓰지도 않는다. 이들은 그저 자신들의 일상을 이어갈 뿐이다. 다른 사람들과 관계를 맺고 누군가를 사랑하고 자신만의 꿈을 꾼다. 사랑을 고백할지 말지 고민하고, 아직 어른이 되지 않은 것에 괴로워한다. 하지만 그 익숙해 보이는 일상을 최신 IT 기술과 체계적인 시스템 없이 유지해가기 위해 연대하고 협력하고 우애를 나눈다. 누군가를 배제하거나 혐오하거나 차별하지도 않는다. 뛰어난 의술도 없고 빠른 교통수단도 없지만, 이들은 개인의 능력을 모아 공동의 문제를 해결해나가고, 고민과 대화를 통해 내적 성장도 이루어간다. 이렇게 ‘우먼월드’의 낯설어 보이면서도 익숙해 보이는 일상들은, 자연스럽게 현재 우리가 사는 세상이 어떻게 작동하고 있는지, 지금의 일상과 관계 속에서 시시각각 우리에게 영향을 끼치는 시스템과 제도가 무엇인지 생각하게 한다. 『우먼월드: 여자만 남은 세상』은 남자가 멸종하고 여자들만 남은 세계에서, 생존을 위해 서로 의지하는 공동체가 어떻게 유지될 수 있을지를 유쾌하게 보여주면서, 오늘의 세계를 돌아보게 하고 있는 것이다.
유쾌하고 따뜻하고 관대하며, 어쩌면 조금 더 나은 세상
‘우먼월드’에는 남자가 없는 것은 물론, 페미니즘도 없고, 가부장제도 없고, 권력관계도 없다. 옛날 잡지 속 미백 화장품 광고를 보며 기이하다고 생각하고, 우연히 발견된 하이힐을 보며 도저히 그 원래 용도를 알아내지 못한다. 과거의 유물인 인공지능 탑재 기기에서 모두 여자 목소리만 나오는 것을 이해하지 못하고, 남자의 성기 모양을 한 구름을 보고서도 그저 물고기 같다고 생각할 뿐이다. 이들은 각자의 역할과 직업이 있지만, 거기에 과거와 같은 지시와 복종의 관계는 없다. ‘비욘세의 허벅지’ 마을의 시장은 나체로 생활을 하며, 유방절제수술을 한 의사는 흉터 자국을 그대로 드러내놓고 다닌다. 시장과 의사는 누구의 눈치도 보지 않고, 실제로 눈치를 보는 사람도 없지만, 이들의 친구들은 이들이 행여 위축되지 않을까 염려하여 같이 나체로 다니기도 하고, 자기도 흉터를 좋아한다고 조용히 고백하기도 한다. 이렇게 사람들의 차이를 받아들이는 것은 새로운 세계 질서의 핵심 요소이며, 지금 우리에게 필요하기도 한 것이다.
위트 있고 솔직한 에피소드와 귀여운 캐릭터들이 선사하는
가장 유쾌한 페미니즘 그래픽노블!
이야기는 ‘비욘세의 허벅지’ 마을에 사는 사람 중 10명을 중심으로 진행된다. 어린아이부터 노인까지 다양한 캐릭터들이 상호작용하며, 관계를 맺고 감정을 나누고 투닥거리며 성장해나간다. 남성의 멸종을 보여주는 다이내믹한 도입부 후에는 심플하면서도 위트 있는 단편들이 이어진다. 각 캐릭터의 얼굴은 단순하게 표현되어 있지만, 사람의 다양한 감정과 쪼잔한 고민들, 내면의 갈등이 놀랍도록 잘 드러난다. 페이지가 지나가면 지나갈수록 등장인물들의 감정에 자연스럽게 동화되며, 그들과 함께 성장하는 느낌을 받을 것이다.
미국 인스타그램에서 폭발적 반응! 책 출간에 이어 TV 시리즈까지!
미국 LA에서 애니메이터로 일하고 있는 저자 아민더 달리왈은 2017년 1월 ‘여성들의 행진(Women's March)’ 행사에 참여한 뒤, 이 작품에 대한 영감을 얻었다. 그리고 2017년 3월부터 2018년 4월까지 인스타그램에서 격주로 Woman World를 연재했다. 연재하는 동안 20-30대 여성들의 절대적 지지를 받은 이 작품은 회당 평균 3만~4만 개, 최고 11만여 개의 ‘좋아요’와 1000여 개의 댓글이 달렸고, 현재 그녀의 팔로워는 23만 명을 넘어섰다. 2018년에 책으로 출간된 이후, 그래픽노블/만화에 수여되는 이그나츠상(Ignatz Award 2019)을 받기도 했다. 또한 디즈니 계열사를 투자를 받아 TV 시리즈로 만드는 작업을 하고 있다.
구매가격 : 10,500 원
법의 이유
도서정보 : 홍성수 | 2019-12-30 | EPUB파일
지원기기 : PC / Android / iOS
변화의 시대, 법의 존재 이유를 다시 묻다
『말이 칼이 될 때』 저자, 홍성수 교수의 교양 법학
숙명여대·K-MOOK 9년 연속 인기 강의!
〈영화를 통한 법의 이해〉를 책으로 만난다!
◎ 책 소개
법은 어떻게 이러한 모습으로 존재하게 되었을까?
법 제정과 적용의 ‘이유’를 영화를 통해 이해한다
홍성수 교수는 2018년에 발간되어 베스트셀러에 오른 『말이 칼이 될 때』(어크로스)로 대한민국에서 가장 이름난 법학자가 되었다. 그의 전문 분야인 표현의 자유, 차별금지법, 인권법 등은 한국에서는 크게 주목받지 못한 분야였지만 상황이 바뀌었다. 2016년 이후 성폭력 문제, 미투Metoo 운동, 혐오표현, 소수자 인권과 관련된 다양한 사건들이 불거져 나오면서 다양한 영역에서 실천적인 담론이 형성되었고, 이전부터 명백하게 존재했지만 비가시화된 빈곤과 장애의 문제가 부양의무제의 변경, 장애인등급제의 철폐 등 현 정부에 요구되는 당면 과제가 되면서 사회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수단으로서의 법의 역할과 그 한계에 대한 성찰이 공론화되었다. 그리고 여전히 사법부와 관련된 이슈들은 법에 대한 시민의 관심을 끌었다. 검찰 비리 의혹과 사법부 전관예우 논란이 여전히 빈번하게 뉴스에 보도될 만큼 사법부와 검찰과 관련된 사회 문제는 여전하기 때문이다. 홍성수 교수는 이러한 법과 인권에 관련한 한국 사회의 첨예한 여러 이슈들에 대해서 꾸준히 목소리를 내 왔다.
『법의 이유』는 저자인 홍성수 교수가 숙명여자대학교에서 2011년 1학기에 개설한 〈영화를 통한 법의 이해〉, 그리고 이 강의의 우수성이 인정되어 2016년부터 K-MOOC를 통해 〈문학과 영화를 통한 법의 이해〉라는 대중 교양 강의로 일반 시민들에게 제공되면서 수천 명 수강자들이 선택한 인기 강의를 책으로 옮긴 것이다. 저자에 따르면 영화는 구체적인 상황과 이와 결부된 법적인 한계·문제·해결을 다양한 상황에서 보여 줄 수 있는 효과적인 매체이다. 이 책은 법학 연구자의 특수한 관점과 영화 속 상황이라는 풍부한 사례를 통해 법의 기본 이념과 현실과의 관계를 살피고, 우리 현실에 맞닿아 있는 법의 역할과 중요성을 드러낸다. 법은 모든 인간의 타고난 권리, 타고난 존엄성을 보장하기 위한 최소한의 약속이자 제도로서 존재한다. 저자는 법을 맹신하거나 불신하는 일각의 주장을 경계하면서, 사회의 다양한 장치와 법이 서로 보완함으로써 법이 제정된 궁극적인 목적인 평등과 정의를 실현할 수 있도록 모두 힘써야 한다는 메시지를 전달한다.
양형, 사형, 사법 개혁, 표현의 자유, 차별금지법 등
지금 가장 뜨거운 법적 쟁점을 영화와 함께 살펴본다
『법의 이유』는 영화에서 볼 수 있는 다양한 상황들에서 법적인 쟁점을 발견하고 영화가 제시하는 법적인 상황을 함께 생각해봄으로써 가까운 일상에서 법의 역할을 생각해 볼 수 있게 했다. 이 책은 크게 2부로 구성되어 있다. 1부 국가와 형벌은 국가 권력의 성립과 행사는 국민의 동의에 의해 가능하지만, 사회의 안녕이라는 목적하에 법을 집행하는 과정에서 나타날 수 있는 국가 권력의 위험성을 구체적으로 살펴본다. 1장 「법정에서 정의가 실현될 수 있을까」에서는 영화 〈소수인권〉과 이 영화의 모티프가 된 용산참사의 법적인 쟁점들을 통해 국민참여재판과 그 밖에 법정에 투명성을 높이는 방법을, 2장 「사법 불신은 어디에서 비롯되었을까」에서는 영화 〈부러진 화살〉과 이 영화의 토대가 된 실제 사건인 ‘석궁사건’을 통해 사법 불신과 사법 개혁의 문제를, 3장 「국가가 괴물이 되지 않도록」에서는 일본 영화 〈그래도 내가 하지 않았어〉라는 영화를 통해 형사 절차 과정에서 국가가 언제나 무소불위의 권력을 휘두르는 괴물이 될 수 있다는 점과 그것을 견제하고 개인을 보호하기 위해 다양한 법적 장치들이 만들어져 왔다는 것을 보여 준다. 4장 「징역, 가장 중요한 권리의 박탈」에서는 교정 시설의 진짜 목적이 교화와 교정이라면 현재의 교도소는 어떤 모습이 되어야 할지를 생각하게 한다. 이와 더불어 5장 「과연 누구를 위한 형벌일까」에서는 인권에 대한 가장 강력한 처벌로서 사형이 어떤 실효성이 있는지 법 집행의 목적과 효과의 측면에서 고찰한다. 6장 「역사 부정을 법으로 처벌할 수 있을까」에서는 홀로코스트와 5.18광주민주화항쟁을 다룬 영화의 사례를 들어 역사적인 위법 행위를 부정하는 것, 그리고 이것이 법적인 소송으로 번지는 것이 사회적으로 어떠한 논쟁을 불러일으킬 수 있는지를 생각해 본다.
2부 ‘권리와 자유’에서는 민사, 차별금지, 표현의 자유, 장애인 인권 등 좀 더 우리의 일상에 가까운 문제이자 앞으로 점차 중요해질 법적인 쟁점을 살펴봄으로써 다양한 개인들이 공존하는 데에 필요한 법적인 장치들과, 인권의 확대를 위해 개인 단위에서 노력해야 할 것들에 대해 이야기한다. 7장 「법으로 시민의 권리 찾기」에서는 영화 〈에린 브로코비치〉를 예로 들어, 개인과 개인 간의 소송(민사)이지만 ‘법인’과 ‘개인’의 갈등이 어떠한 불균형을 내포하고 있는지, 이러한 상황에서 시민의 정당한 권리를 주장하는 ‘정의’를 실현할 수 있을지를 본다. 8장 「자유로운 개인들의 약속」은 윌리엄 셰익스피어의 유명한 희곡 〈베니스의 상인〉으로 계약법의 기초를 따져 본다. 아울러 멋진 판결의 사례로 알려진 포샤의 사례가 법적으로 부당하다는 주장을 흥미롭게 전달한다. 9장 「도덕을 법으로 강제할 수 있을까」에서는 영화 〈래리 플린트〉를 통해 표현의 자유가 어디까지 허용될 수 있는지, ‘최소한의 도덕’이라고 일컬어지는 법의 역할이 표현의 자유와 어떻게 긴장 관계를 형성하는지를 보여 준다. 10장 「노동, 존엄을 지키는 투쟁」에서는 영화 〈카트〉를 통해 한국 사회의 가장 큰 논쟁의 장이 되고 있는 노동과 인권, 그리고 법의 관계를 알아본다. 11장과 12장에서는 사회의 소수자에 대한 편견이 어떻게 강화되고 소수자들은 어떤 방식으로 고립되는지를, 제도의 한계와 자유의 위험이라는 주제를 통해 장애인 인권과 영화 속에 나타난 소수자에 대한 혐오표현과 연관된 문제를 살펴본다.
자유와 권리를 지키기 위한 이 시대 새로운 교양
삶과 맞닿은 법의 근본이념에 한 걸음 더 다가간다
저자는 『법의 이유』 서문에서 ‘신체의 자유’를 규정한 헌법 제12조의 1, 3, 4항을 언급하며, 법을 이해한다는 것은 단순히 법조문을 읽고 그 의미를 해석하는 것이 아니라고 지적한다. 1215년 마그나카르타를 통해 ‘신체의 자유’에 대한 권리가 성문화된 이후, 어떻게 근대에 이르러 현실의 규범으로 살아 숨 쉬게 됐는지를 아는 것이 법을 이해하는 첫걸음이다. 즉, 투쟁을 통해 헌법에 새긴 시민의 권리가 침해받는 것을 막기 위해 부단하게 노력하는 것이 법을 공부하는 중요한 이유라고 강조한다.
이 책에서 다루는 재판, 법률가, 형사 절차, 형벌, 사형제도, 역사 부정, 민사소송, 계약법, 표현의 자유, 노동법, 혐오표현과 차별금지법 제정의 문제들은 우리 사회의 근간을 이루는 제도이기도 하지만 현재까지도 일상적으로 마주하는 크고 작은 갈등과 정치·사회·문화의 맥락에서 벌어지는 적대, 나아가 인권에 대한 심각한 침해가 공공연히 발생하는 삶의 현장에서 늘 관심을 갖고 논의해야 할 쟁점이기도 하다.
법의 중요한 기능 중 하나는 인간 사회의 평화와 안정을 보장하는 것이다. 저자의 전작 『말이 칼이 될 때』가 혐오표현과 차별금지법을 중심으로 어떻게 공존의 조건을 만들어 낼 수 있을지 고민했다면, 『법의 이유』는 일반적으로 걸쳐 있는 법의 여러 가지 개념과 정신을 영화 속의 다양한 소재로 풀어내면서, 법이 ‘시민의 자유를 보장하는 수단’이며 ‘법의 주인은 시민’이라는 법의 근본이념을 사회·문화적인 맥락 속에서 살펴본다. 이 책은 법을 어렵게만 느꼈던 독자들에게는 법에 한 발 더 다가갈 수 있는 기회를, 시민의 권리를 지키고 확대하는 데에 관심이 있는 이들에게는일상 속 투쟁의 영역을 좀 더 치밀하게 살펴볼 수 있는 가이드를 제공할 것이다.
◎ 추천사
『법의 이유』는 법을 시민의 것으로 돌려주는 작업을 한다. 익숙한 영화를 소재로 한 흥미진진한 설명을 따라가다 보면 누구든지 법을 토론의 대상으로 삼고 대안을 생각할 수 있게 만들어 준다. 이 책이 많은 사람들의 상식이 되어, 법이 억압의 도구가 아니라 자유롭고 평등한 사회를 만드는 도구로 한층 진보하게 되길 기대한다.
김지혜(강릉원주대학교 다문화학과 교수, 『선량한 차별주의자』 저자)
삶의 현실적 수단이라 여겼던 법이 이해 불가능한 허상으로 공중에 흩어질 때, 과장과 허구의 이미지를 사용하는 영화에서 해결의 실마리나 위안을 찾을 수 있을까? 원인을 알면 대책이 가능하다고 믿는 일이 어리석은 습관임에도 불구하고, 본질을 알면 세상과 친숙해질 수 있다는 태도는 제도적 인간의 불길한 운명 탓인가? 이런 의문에 대한 진지한 고민을 "법의 이유"로 써 내려간 까닭은 저자가 독자의 생각을 듣고 싶기 때문이다.
차병직(변호사, 『지금 다시, 헌법』 저자)
◎ 책 속으로
시민의 사법 참가는 무엇보다 시민들의 판단으로 더욱 공정한 판결을 이끌어 낼 수 있다는 점에 그 의의가 있습니다. 정당방위에 관한 판결에서 봤듯이 전문가의 판단이 꼭 올바른 것만은 아닙니다. 특히 사실인정이 중시되는 형사사건에서는 시민들의 판단이 더욱 공정한 결정을 이끌어 낼 수 있는 것이죠.
1장 법정에서 정의가 실현될 수 있을까 ― 국민참여재판 (p. 24)
재판은 ‘법정’이라는 ‘한계’ 내에서 ‘최대한’의 진실을 찾는 과정입니다. 굳이 ‘한계’, ‘최대한’이라는 표현을 사용한 것은, 인간이 아무리 최선의 노력을 다해도 실체와 100퍼센트 일치하는 진실을 발견하는 것은 불가능하기 때문입니다. 더욱이 법정은 정해진 규칙과 제한된 시간 내에 진실을 가려내야 하는 공간입니다. 일정한 시간이 지나거나 물리적 한계에 도달하면 일단 결정을 내려야 하는 곳이기도 합니다. 이러한 한계가 엄연히 존재하는 것이 바로 현실의 법정입니다.
2장 사법 불신은 어디에서 비롯되었을까 ― 법률가 집단 (p. 44)
다르게 설명하면, 형사 절차에 관한 법은 조문 자체로는 국가에 매우 ‘불리’하게 되어 있습니다. 그렇게 불리하게 정해 놓아야 국가와 시민 사이 힘의 불균형이 해소될 수 있기 때문입니다. 영화에서 국가는 불리한 규제들을 뚫고, 한 시민을 범죄자로 만듭니다. 법이 국가에 불리하게 규정되어 있어도, 국가가 결코 불리하지 않다는 이야기입니다. 만약 그런 제한이 없다면 얼마나 국가에 유리할지를 반증하기도 합니다. 피의자와 피고인에게 변호인을 선임할 수 있게 해 주는 것도 같은 이유에서입니다. 법률 전문가의 조력을 받아야 겨우 힘의 균형을 보장받을 수 있습니다.
3장 국가가 괴물이 되지 않도록 ― 형사 절차 (p. 65)
많은 사람들이 교도소 관련 영화를 보고 “교도소를 미화하면 안 된다”라고 지적합니다. 물론 ‘미화’할 필요는 없습니다. 그런데 그런 지적에는 교도소 재소자들은 아주 힘들게 고생을 해야 한다는 생각이 깔려 있는 것 같습니다. 그런데 죄를 지었기 때문에 받아야 하는 ‘책임’은 도대체 어디까지일까요? 인간 이하의 대우를 하거나 시설을 열악하게 해야만 재소자들이 죄에 대한 책임을 졌다고 할 수 있을까요?
4장 징역, 가장 중요한 권리의 박탈 ― 형벌 (p. 103)
더욱이 인간다운 사형 집행 방법은 없습니다. 그나마 교수형이나 미국에서 자주 활용되는 약물에 의한 사형이 덜 고통스럽다고는 하는데, 잔인하다는 점에서 별다를 바 없는 것입니다.
5장 과연 누구를 위한 형벌일까 ― 사형제도 (p. 131)
저는 역사 부정죄의 정당성 근거를 크게 네 가지로 분류합니다. 첫 번째는 진실 논거입니다. 역사적 진실을 규명하기 위해 역사 부정죄가 필요하다는 것이죠. 두 번째는 피해자 논거입니다. 생존 피해자와 후손들의 명예를 보호하고 역사 부정 발언으로 또 한 번의 고통을 겪지 않도록 해야 한다는 것입니다. 세 번째는 인간 존엄 논거입니다. 홀로코스트 같은 인류의 비극에 대한 부정 발언은 그 자체로 국제 질서와 헌정 질서의 근간인 인간 존엄을 부정하는 발언이라는 것입니다. 마지막으로 차별 논거인데, 이는 역사 부정이 소수자 집단에 대한 차별을 정당화하거나 조장한다는 것입니다.
6장 역사 부정을 법으로 처벌할 수 있을까 ― 역사 부정죄 (p. 149)
민사소송의 목표는 양 당사자가 타협하여 최선의 합의를 이끌어 내는 것이지, 갈 때까지 가서 궁극의 정의를 찾는 것이 아닙니다. 실제로 민사소송이 고도로 발달한 미국에서는 95퍼센트가 소송 중간에 조정이나 화해로 재판을 끝낸다고 합니다. 나중에 살펴보겠지만, 이것은 형사소송과는 다른 민사소송의 특징이기도 합니다.
7장 법으로 시민의 권리 찾기 ― 민사소송 (p. 164)
그런데 포샤의 판결은 두 가지 측면에서 문제가 있습니다. 먼저, 샤일록의 계약 자체가 ‘살해’하려는 의도를 담고 있는 것이었다면 계약 자체를 무효로 보는 것이 합당합니다. 그렇다면 샤일록에게 자비를 베풀라고 할 것도 없었고, 피를 흘리지 않고 정확히 1파운드만 베라는 이상한 주문을 하지 않아도 되었습니다. 재판을 시작할 때 바로 계약 내용 자체를 문제 삼았어야 합니다.
8장 자유로운 개인들의 약속 ― 계약법 (p. 199)
여기서 날카롭게 구분해야 할 것이 있습니다. ‘래리 플린트의 자유가 보장되어야 한다’는 주장은 반드시 ‘래리 플린트가 옳다’는 주장과 연결되지 않는다는 점입니다. 즉, 래리 플린트의 행위가 바람직하고 옳기 때문에 자유가 보장되어야 한다고 주장하는 경우도 있는 반면, 래리 플린트의 행위가 도덕적으로 잘못되었지만 그의 자유는 보장되어야 하며 법은 개입하지 말아야 한다는 입장도 있을 수 있다는 것입니다.
9장 도덕을 법으로 강제할 수 있을까 ― 법 규제의 딜레마 (p. 211)
그러니까 우리 법은 한편으로는 노동3권을 통해서 ‘집단적’으로, 다른 한편으로는 개별 노동자의 최소한의 근로조건을 보장하여 ‘개별적’으로, 노동자의 권리를 보호하고 있는 것이죠.
10장 노동권이 보장되어야 하는 이유 ― 노동법 (p. 241)
생존조차 어려운 상황보다는 장애인 시설에서 안전하게 보호되는 것이 나을지 모르지만, 시설에서의 삶이 인간으로서 존엄한 대우를 받는 삶이라고 할 수는 없을 겁니다. 지하도 리프트를 통해 교차로를 건너갈 수 있게 되었다고 해도 길을 건널 때마다 요란한 사이렌 소리와 함께 누군가의 도움을 얻어야만 한다면, 그 상황을 두고 ‘평등하다’라고 말할 수는 없을 것입니다.
11장 영화에 비친 장애인 ― 장애인의 권리와 법 (p. 256)
사실 유럽 국가들 중에는 혐오표현을 형사처벌하는 경우도 있습니다. 예술을 그렇게 규제하는 것은 아니고요. 차별과 폭력을 선동하는 행위, 즉, 다른 사람에게 차별과 폭력에 동참하라고 유도하는 행위에 대해서 처벌을 합니다. 만약 이러한 해법에 동의한다고 해도 영화 같은 콘텐츠를 형사처벌로 해결할 수는 없습니다.
12장 영화가 편견을 조장한다면 ― 편견과 혐오표현 (p. 274)
구매가격 : 15,200 원
우리가 사랑할 때 이야기하지 않는 것들
도서정보 : 에스터 페렐 | 2019-12-16 | EPUB파일
지원기기 : PC / Android / iOS
보수와 진보는 왜 영원히 대립하는 숙명적 경쟁 관계가 되었나?
진보를 이겨내는 자유의 힘, 진정한 보수의 가치를 살펴본다
시민이 정치에 참여하게 된 이래로 보수와 진보는 늘 대립해왔으나, 최근 들어 그 대립 양상은 계층이나 계급, 지역 갈등이 아니라 극심한 세대 갈등으로 번지고 있다. 본래 보수와 진보라는 이념은 선악으로 구분될 수 없는 것이지만, 사회 갈등의 한 요소가 되면서 이념에 따라 보수는 진보를, 진보는 보수를 혐오하는 세태까지 나아가고 있다. 이 이념 경쟁은 어디로 향하고 있는가? 과연 이념 경쟁은 대한민국의 건강한 발전을 위한 방향으로 나아가고 있을까?
미국 변호사 출신의 국제 법률 권위자인 글로벌스탠다드연구원(IGS) 전성철 회장은 ?보수의 영혼?이라는 신작을 통해 한국 사회를 지배하고 있는 이념 경쟁이 발전적 방향으로 나아갈 수 있는 길을 제시한다. 이 책은 ‘보수’와 ‘진보’라는 역사의 양대 수레바퀴가 함께 굴러갈 때 국가의 진정한 발전이 이루어질 수 있다고 전제하며, 현재 대한민국의 정치·경제·사회 등 모든 분야에서 발전을 저해하고 있는 가장 큰 이유를 이념의 불균형이라는 문제에서 찾는다. 이념 불균형의 문제를 바로잡기 위해서는 보수 진영이 보수의 논리와 사상, 영혼을 갖춰야 한다는 것. 이를 위해 이 책은 보수와 진보의 근원적인 개념은 무엇이며, 이들 이념이 오늘날 숙명적인 대립의 두 축이 된 역사적인 계기가 무엇인지를 세계 정치·경제 발전사의 흐름과 함께 살펴본다. 저자의 강조점은 보수에 있다. 진보 진영의 과오를 바로잡기 위해 보수 진영이 ‘자유와 선택의 힘’을 깨닫는 것, 그것이 저자가 강조하는 이념 경쟁 시대의 해법이다.
존폐 위기에 처한 지금이 바로
보수의 이념을 명확히 해야 할 때
자유한국당은 보수 정당인가? 최근 자유한국당의 모 3선 의원이 불출마 선언을 하면서 자유한국당을 ‘좀비 정당’이라고 극단적으로 비하했다. 그런데 아무도 이를 제대로 반박하지 못하고 있다. 좀비란 영혼이 빠져버린 사람을 뜻한다. 즉, 좀비 정당이란 추구하는 가치가 사라져버린 정당이라 할 수 있다.
정통 보수 정당이라면 응당 ‘자유’와 ‘선택’의 중요성을 익히 알고 있어야 하며, 그들이 추구하는 비전을 자신 있게 설명할 수 있어야 한다. 그러나 대한민국의 보수 정당은 그들이 추구하는 이념을 국민들에게 명확히 보여주는 일을 소홀히 해왔다. 저자는 바로 이 때문에 보수 정당이 현재 고전하고 있다고 진단한다.
보수와 진보는 어떻게 탄생했으며,
왜 영원히 대립하는 숙명적 경쟁 관계가 되었나?
보수의 이념을 제대로 이해하고 보수가 되는 사람은 그리 많지 않다. 보수의 핵심 가치가 ‘자유’라는 사실을 이해하는 사람도 별로 많지 않다. 사실 상당수의 보수가 그 이념을 택하게 되는 이유는 막연히 안정적이고 편안한 느낌을 주기 때문이다. 그래서 현재의 형편에 만족하고 되도록 이 상황을 유지하고 싶은 사람들이 선호하는 경우가 많다.
그러나 생각보다 많은 사람들이 보수의 본질을 잘못 알고 있다. 보수는 안정을 추구하는 집단이 아니다. 도리어 어떤 면에서는 진보보다 더 역동성을 추구하는 집단이다. 사람들에게 자유를 주어 발전적인 경쟁을 일으켜 더 나은 미래를 꿈꾸게 만드는 이념이 바로 보수이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보수가 때로는 ‘수구’라고 비난받을 정도로 많은 오해를 사게 된 이유는 무엇일까? 저자는 대한민국의 근대화 시기에 서구권에서 정치 이념을 받아들이는 과정에서 번역상의 문제가 있었다고 설명한다. 영미권에서 보수주의를 일컫는 ‘conservative’라는 말은 ‘지킬 만한 가치가 있는 것을 지키는 자’라는 뜻이다. 즉, ‘보존’이라는 뜻에 더 가깝다. 이것을 ‘보존’이 아닌 ‘보수’라고 번역한 까닭에 ‘기득권을 지킨다’는 의미가 강한 ‘수구’ 세력이라고 종종 오인된다는 것이다. 이에 따라 젊은 세대와 개혁주의자들로부터 외면을 받는 결과가 나타났다고 말한다.
이 책에서는 그 외에도 ‘보수’가 받는 여러 가지 오해들, 즉 약자를 보호하지 않는다는 오해, 독재를 옹호한다는 오해 등을 하나씩 해명한다. 그리고 특히 젊은 세대가 ‘진보’에 호응하는 이유에 대해서도 분석하며, 보수가 세대 간 더 넓은 지지를 받기 위해 취해야 할 태도와 행동을 구체적으로 설명한다.
젊은 보수를 이끌어야 보수가 산다
자부심 넘치는 대한민국을 위해 보수가 나아가야 할 길
대한민국의 정치판이 ‘패싸움의 정치’를 그만두기 위한 답이 바로 이 책에 있다. 저자는 대한민국 현대사의 궤적을 통해 짚어보며, 서로의 이념과 정책으로 정정당당하게 승부하는 정치판을 만들기 위해 양대 정당과 정치 제도는 어떻게 변화되어야 할지 살펴본다. 또한 궁극적으로 더 나은 세상, 자부심 넘치는 대한민국을 만들기 위해 보수와 진보가 나아가야 할 길을 전망한다. 이 책이 우리나라의 모든 보수에게 ‘나는 왜 보수인가?’라는 질문에 확신에 찬 답을 주는 첫걸음이 될 것이다.
구매가격 : 10,700 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