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병옥과 이기붕 (개정판)
도서정보 : 이형 | 2024-01-26 | PDF파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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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은 대한민국 정부 수립부터 4.19 혁명까지 12년간의 정치사를 조병옥과 이기붕이라는 두 정치인의 역정, 정치행태, 그들의 정치환경을 고찰함으로써 한국의 정치문화의 기원과 바탕을 살펴본다. 여당이었던 자유당과 야당이었던 민주당의 형성과 변천과정을 통해 당시 이승만 정권이 낳은 정치적 독소와 한국 정치에 끼친 영향을 기술했다. 그 시기 저자는 서울의 일간신문사 정치부 기자로, 국회와 정당 담당 팀장으로 재직하면서 취재한 밝혀지지 않은 정가의 비화와 뒷이야기를 소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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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면정권과 민주당 (개정판)
도서정보 : 이형 | 2024-01-26 | PDF파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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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은 과소평가되고 잊혀진 한국의 제2공화국을 재평가하기 위해 쓰여진 것이다. 5〮16 군사 구데타로 정권을 탈취한 군부세력은 군사 구데타의 명뷴과 필연성을 주장하기 위해 의도적으로 제2공화국을 폄훼하고 그의 무능함, 허약성, 부패상을 과대하게 부각시켰다. 저자는 잘못된 제2공화국에 대한 인식을 바로잡고자 장면 내각이 어떤 정치이념 아래 무엇을 추구하려 했고 또 어떤 정책을 구현하려 했으며 그 목적을 위해 어떤 노력을 경주했는지 살펴본다. 특히 군사정권에서 그대로 복사한 제2공화국의 경제정책을 상세하게 다룬다.
구매가격 : 18,000 원
제3공화국과 유신정치 (개정판)
도서정보 : 이형 | 2024-01-26 | PDF파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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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은 박정희 정권 18년의 공과 과를 논한 책이다. 저자는 박정희와 그 정권이 한국의 근대화와 산업화를 이끌어내는 데 공이 있다는 것을 인정하지만 군사독재 정권은 헌정을 파괴했고 민주주의를 역행시켰다는 점에서 박정희의 공은 과를 상쇄시킬 수 없음을 주장한다. 5〮16 군사 구데타로 합헌정부를 타도하고 정권을 잡은 후 10월 헌법을 만들어 영구집권에 집착한 나머지 비명으로 세상을 떠난 박정희의 정치를 논한다,
구매가격 : 18,000 원
정부가 없다
도서정보 : 정혜승 | 2024-01-25 | EPUB파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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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태원 참사가 남긴 질문을 따라가는 365일의 기록
서울 한복판에서 159명의 청년들이 아까운 목숨을 잃은 이태원 참사가 일어난 지 어느새 1년의 시간이 흘렀다. 귀가하지 않는 아이를 찾기 위해 사고현장을 찾았던 저자는 왜 정부가 이런 참사를 막지 못했는지 도저히 이해가 되지 않았다. 명백히 정부의 잘못인데도 불구하고 정부 관계자 어느 누구도 사과하지 않는 상황, 사회적 애도와 관계없이 피해자 탓을 하는 여당과 언론의 태도에 분노가 솟구쳤다. 그 분노와 ‘왜?’라는 질문에서 이 기록은 시작되었다.
전직 기자 출신으로 기업과 정부에서 홍보와 소통을 담당했던 정혜승 저자는 이 책에서 전 정부와 현 정부의 실무진, 참사 유가족, 전문가 32명을 인터뷰했다. 그들의 의견을 경청하고 아픔을 공유하고, 어디서 정부의 실패가 비롯되었으며, 정부의 존재 이유는 무엇이고 좀 더 좋은 정부를 가지려면 어떻게 해야 하는지 그 해답을 탐색한다. 이 기록은 모두의 트라우마를 치료하고 분노와 절망 대신 해답, 희망을 찾기 위한 일이었다. 앞으로 이런 참사가 다시 일어나는 것을 막기 위해서는 무엇이든 해야 하니까.
구매가격 : 15,200 원
푸틴을 죽이는 완벽한 방법
도서정보 : 김진명 | 2023-12-31 | EPUB파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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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크라이나 키이우 북쪽의 도시 부차. 미하일은 생일을 맞아 가족과 저녁 식사를 하던 중 갑자기 나타난 러시아군에 의해 칼에 찔려 의식을 잃고, 아내와 딸은 끔찍한 일을 당한 후 목숨을 잃는다. 미하일은 러시아군이 시체를 파묻어놓은 구덩이들을 돌아다니며 아내와 딸의 시신을 찾아 헤매지만, 결국 찾지 못하고 자살을 시도한다. 그마저도 실패하자 그는 어느 날 마을에서 자취를 감춰버린다.
러시아의 핵 공격에 대비해 만들어진 극비 오퍼레이션 ‘네버어게인’. 미국 대통령이 이끄는 이 작전 팀의 일원인 스토니는 러시아인 여성 구호 활동가가 납치되었다는 사실을 알게 된다. 푸틴과의 대결에 온 신경을 쏟고 있던 바이든은 러시아 여성을 미국이 구출한다는 것의 정치적 효과를 노려 구출 명령을 내린다. 스토니는 작전에 도움을 줄 사람을 한 명 떠올린다. 미국 해군사관학교 시절 동기 케빈 한이다. 한국계 미국인으로 에티오피아 아둘랄라에서 주민들을 도우며 살고 있던 케빈 한은 기상천외한 계책으로 스토니를 돕고, 스토니의 보고를 받은 ‘네버어게인’은 케빈 한을 영입한다.
부차에서 사라졌던 미하일은 의외에 곳에서 다시 등장한다. 가족을 두고 혼자 살아남는 비극을 겪은 그는 한시바삐 죽어 가족들 곁으로 가고자 바흐무트 공방전에서 목숨을 내놓고 싸운다. 하지만 죽기는커녕 전쟁영웅이 되어버린 그는 연이은 전투 끝에 세 발의 총상을 입고 통합병원으로 강제 후송된다. 몸과 마음의 고통을 이기지 못한 그는 병원에 숨겨져있는 치료용 마약을 훔치려 하나 번번이 실패한다. 그때 그의 눈앞에 한 환자가 나타나 마약 훔치는 것을 돕는다. 그는 바로 케빈 한이다. 두 사람은 그 뒤로도 대화를 나누며 우정을 쌓는다. 케빈은 미하일에게 전쟁 통에 사리사욕을 챙기는 친러 무기 암거래상이 갖고 있는 전설의 다이아몬드를 훔쳐 그 돈으로 우크라이나 난민들을 돕자고 제안한다. 그들은 작전을 위해 우크라이나인 범죄자들을 모으기 시작한다.
한편 러시아 대통령 푸틴은 지지부진하게 이어지는 전쟁 속에 서방 국가들을 상대로 내건 그 어떤 휴전 조건도 받아들여지지 않자 고뇌하기 시작한다. 이대로 물러나며 휴전을 한다면 성난 러시아 국민은 겁쟁이에게 완벽히 속았다고 생각할 테고, 자신의 권력도 종말을 맞을 것이다. 푸틴은 전쟁에 실패한 지도자들이 맞는 비참한 최후를 떠올리며 절치부심한다.
푸틴은 비밀리에 만난 시진핑이 휴전을 종용하던 겉모습과 달리 은밀히 핵을 쓰도록 부추기는 것을 듣고 마음이 동하기 시작한다. 실은 미국과 적대 관계에 있는 중국 입장에서는 러시아가 핵을 써 미국의 월등한 재래식 전력을 무력화시킬 방법이 필요하다 판단한 것이었다. 그러나 푸틴은 상황을 타개하기 위해서 어떤 수단이든 가리지 않아야겠다고 결심한다.
미국 잠수함사령부에서는 다량의 핵탄두를 탑재한 전략핵잠수함 로드아일랜드를 흑해에 잠항시킨다. 이 작전의 핵심은 러시아 해군의 앞마당인 흑해에 침투한 로드아일랜드의 사진을 찍어 공개하는 것만으로 응징 효과를 주는 것이었다. 그러나 로드아일랜드는 러시아 측으로부터 추적을 받던 중 암초와 충돌하고야 마는데…….
구매가격 : 11,760 원
몰락의 시간
도서정보 : 문상철 | 2023-12-15 | EPUB파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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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투 사건은 트리거일 뿐,
정치인 안희정의 몰락은 오래전부터 예견된 것이었다!”
‘안희정 성폭력 사건’ 피해자의 첫 조력자였던 ‘문 선배’, 그는 정치인 안희정을 오랫동안 지근거리에서 수행해온 비서 문상철 씨다. 안 전 지사와 가장 가까운 곳에서 있었던 그는 성폭력 피해를 막지 못한 자신 또한 공동의 가해자라는 생각에 말과 글을 잃고 칩거해왔다. 그런 그가 오랜 침묵을 깨고 안희정 몰락의 전말 혹은 진실을 들려준다.
안 전 지사와 함께한 7년 동안의 기록을 담은 이 책은 촉망받는 정치인 안희정의 성장 과정과 성장을 멈춘 순간부터 권력의 맛에 취하며 점차 변질되어가는 과정을 가감 없이 들려준다. 권력을 쥔 자가 어떻게 몰락하는지를 교과서처럼 보여주는 이 책은, ‘미투’ 사건은 정치인 안희정의 ‘몰락의 시간’을 가속화한 결정적 사건이었을 뿐 그의 몰락은 오래전부터 예견된 것이었으며, 정치권력을 쥔 누구라도 제2, 제3의 안희정이 될 수 있음을 강력하게 경고한다.
구매가격 : 13,600 원
가짜 이념의 나라
도서정보 : 류순열 | 2023-12-13 | EPUB파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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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녁을 향해 직선으로 날아드는 통렬한 시사비평
편 가르기 진영논리에 질식된 우리 사회에 대한 가차없는 비판
2023년이 저물어가는 12월 초순, 십수 년째 정치·시사 칼럼을 써 오고 있는 기자 류순열의 글을 모아 한 권의 책으로 꾸몄다. 책 제목 『엉터리 보수 무늬만 진보 가짜 이념의 나라』에서 그대로 드러나듯, 이 책은 좌와 우 혹은 보수와 진보로 편을 가르는 우리 시대의 진영논리와 그 허구성을 정면으로 겨냥하고 있다. 그래서 과녁을 향해 일직선으로 날아가 화살처럼 일점돌파하는 저자 류순열의 글은 신랄하다. 또 우회나 한치의 머뭇거림도 없이 정치권력과 가짜 이념을 양산하며 권력 다툼에 여념 없는 거대 양당을 향해 묵직한 돌직구를 날린다. 저자가 향하는 직설의 날카로운 칼끝은 기득권 정치의 밥그릇 싸움을 하는 현재진행형의 정치 현실이다.
저자는 이 책에서 분명한 어조로 말한다. 좌와 우 혹은 보수와 진보 둘 중 하나를 강요하는 이분법 과 이를 지탱하는 이데올로기는 거대한 폭력이라고. 저자의 이 같은 진단은 양극단의 이념전쟁과 두 진영 간의 소모적 정쟁이 백해무익한 기만일 뿐이라는 현실인식과 맞닿아 있다. 저자는 또 얘기한다. 정치의 최종 결과물은 이념이 아닌 정책이어야 한다고. 그러면서 시민의 삶을 개선하고 사회적 불평등을 해소할 수 있는, 빛 바랜 진영 논리에서 벗어나 상식과 실용이 균형 잡힌 세상으로의 지향점을 제시한다.
구매가격 : 20,000 원
강대국 지정학
도서정보 : 니컬러스 존 스파이크먼 | 2023-11-30 | EPUB파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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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 관련자가 일 년에 한 번은 읽어야 할 고전. 80년 전에 나온 책이란 것을 믿을 수 없다!”
미국 지정학과 국제정치학의 시조 스파이크먼의 주저
·냉전 시대 봉쇄 정책의 아버지
·국제정치 분석과 대외 전략 수립에 지정학을 최초 이용
·미국이 패권을 다툴 상대는 일본이 아니라 중국이라고 강조
·한반도의 전략적 중요성에도 주목
힘의 정치는 왜 중요한가: 가장 뛰어난 국가들의 전략
지정학의 살아 있는 고전인 이 책은 제2차 세계대전의 포화 속에서 출간됐다. 1920년대에 국제연맹을 지지하며 윌슨주의자를 자처한 스파이크먼은 대공황과 계속되는 정치적 혼란을 목격하며 국제법과 집단안보에 대한 기대를 접고 각국의 힘과 지리적 토대에 집중하기 시작했다. 당시 히틀러의 팽창 정책 때문에 미국에서 ‘지정학’은 ‘힘의 정치’보다 더 나쁜 이미지를 풍겼고, 수백 년간 벌어진 유럽에서의 전쟁을 피해 신대륙으로 온 미국인들은 고립주의에 대한 열망을 갖고 있었다. 즉 당시 상황은 지정학적 주장을 하기에는 스파이크먼에게 불리했지만, 그는 전적으로 현실주의자의 입장에서 미국의 세계 전략을 제시했고, 그것이 바로 이 책이다.
스파이크먼은 고립주의가 환상일 뿐이며 미국의 국가 전략은 늘 다른 대륙에 ‘개입’하는 것이어야 한다고 설파했다. 그는 국가의 지리적 토대(크기, 천연자원, 지형과 기후, 위치)가 국가의 잠재적 국력, 안보 전략 등에 영향을 미친다고 봤다. “지리는 영속적이기 때문에 국가의 외교정책에서 가장 근본적인 요소다. 장관들은 바뀌고 심지어 독재자도 죽지만, 산맥은 동요 없이 그대로 존재한다.” 그러므로 정책 결정자들은 지리적 요건이 결정짓는 선택지 내에서 정책을 골라야 하며, 그것은 자국이 가진 힘에 부합하는 것이어야 한다. 그걸 무시하고 정책을 추진한다면 그 국가는 위태로워질 것이다.
지정학이란 지리학과 힘의 역동성이 합쳐진 것으로, “외교정책의 관점에서 국가를 지리적으로 연구하는 것” “국제정치 주체들 사이의 관계에 있어서 지리를 연구하는 학문”이라고 할 수 있다. 나치 독일의 패망으로 사라진 독일의 지정학파와 달리 영미권에서는 지정학적 특징에 따라 세계를 구획하고 이들 간의 관계를 연구하는 방식으로 학문이 발전해왔는데, 총 세 명의 대가가 있었고 그중 한 명이 니컬러스 스파이크먼이다.
1942년에 쓰인 이 책이 80여 년이 지난 지금까지 설득력을 갖는 이유는 무엇일까? 총 16개 장에 걸쳐 세계 지역 및 국가들의 지리를 분석하고, 힘의 관계를 분석하고, 그 힘의 관계와 지리의 상호작용을 보여주며, 최악의 상황을 막기 위해 취해야 할 최선의 전략이 무엇인지를 단계적이고도 유기적으로 보여주기 때문이다. 이 책은 내용 분석뿐 아니라 국가 전략을 세우는 방법을 일러준다는 면에서도 중요하다. 그것이 『강대국 지정학』이 국가 전략 입안자를 위한 바이블로 읽혀온 이유다.
현실주의자가 살아남는다
보통의 국민은 힘이 사회나 국가의 행동 목표가 되는 것을 사악하다고 여긴다. 무력 충돌 없이 세계 평화가 유지되길 바라고, 도덕적 양심으로 평화를 갈구한다. 다른 한편 현대인들은 너무 복잡하고 이해하기 어려운 현실에 맞닥뜨려서는 강력한 리더십과 때로는 독재자를 원해 그런 후보에 투표하기도 한다.
저자는 이상주의와 현실주의 사이에서 품위를 지키려는 시민들의 성향이 평화를 안겨주는 것은 아니라며, 현실적인 지리 요건과 힘의 균형 사이에서 각 국가가 전략을 취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특히 미국이 자국의 이익을 위해서뿐만 아니라 세계 정치에서 힘을 갖기 위해 그가 하는 조언은 매우 현실적이다. 스파이크먼은 외교적 언어와 만장일치의 공허한 결의문 뒤에 숨겨진 세력 경쟁 및 투쟁을 환한 빛 속으로 끌어내길 원했다. 낭만적인 경향의 정치인들은 문화적 화해를 성취하려 하고 학술적 교류도 중시하지만, 지적 협력은 정치의 도구로서 그 가치가 불확실하다. 올바른 역사적 순서는 정치적 결정에서 문화적 화해로 가는 것이며, 동맹에 대한 우호적 감정은 오로지 정치적 협력의 결과로서만 주어질 뿐이다.
지리학자 프리드리히 라첼은 “위대한 정치가들은 지리에 대한 감각이 결코 부족하지 않았다. 사람들이 건강한 정치적 본능에 대해 말할 때, 그것은 보통 정치적 힘의 지리적 기반에 대한 올바른 평가를 의미한다”고 강조했다. 스파이크먼 역시 “모든 문명화된 삶은 결국 힘에 달려 있다”고 말한다. 문제는 힘의 사용이 곧잘 비난에 직면한다는 것이다. 이런 비난은 “불행한 것”이라는 게 저자의 견해다. 왜냐하면 힘을 배제하고는 사회적 삶의 근본적인 측면을 제대로 파악할 수 없기 때문이다.
힘을 도덕적으로 불신하는 것은 보통 기독교적 양심에서 기원하는데, 사실 강제 없이 평화를 바라는 것은 현실 도피일 뿐이다. 국제사회에서는 힘을 위한 투쟁이 생존을 위한 투쟁과 동일하고, 상대적 힘의 개선이 국가의 일차적 목표이며, 다른 것은 모두 부차적이다. 저자는 외교정책을 수행하는 정치인은 힘이라는 목표에 기여하거나 이를 간섭하지 않는 한에서만 정의, 공정, 관용의 가치를 고려할 수 있다고 말한다. 즉 질서 있는 세계는 갈등이 없는 세계가 아니라, 투쟁과 갈등이 무력 충돌이 아닌 정치적·법적 통로로 이어지는 세계다.
국가의 상대적 힘은 군사력뿐만 아니라 영토의 크기, 국경의 특성, 인구의 크기, 원자재의 유무, 경제 및 기술 개발, 재정, 민족 동질성, 효과적인 사회 통합, 정치적 안정, 국민 정신 등에 달려 있다. 특히 국가의 형태를 이루는 요소로서 국민의 이주를 결정하는 해안과 강, 산맥과 평지 등 영토는 늘 변함없이 남아 있으니, 외교정책 결정의 가장 기본적인 고려는 지정학에서 나와야 한다.
나아가 한 국가의 힘의 지위는 자국의 군사력뿐만 아니라 잠재적 적들의 군사력에 달려 있다. 이는 자국의 군비 확대와 별도로 힘을 추구할 수 있는 두 번째 접근법이 있다는 것을 뜻한다. 이것의 목적은 다른 국가들의 힘의 지위에 직접 영향을 미치는 것으로, 어떤 국가를 약화시키는 반면 다른 국가는 강화시키는 것이다. 고대부터 강대국이 국경을 접한 약소국을 타국의 침략으로부터 보호해주는 관행이 있어왔다. 이 정책은 국경지대 구축을 통해 영토 방어를 발전·개선시키는 오랜 방법이다. 하지만 이는 그 지역의 안전을 걱정해서가 아니라 더 이상 성장하면 위협이 될지 모를 어떤 큰 국가의 확장을 저지하려는 욕망에서 비롯됐다.
역사를 보면, 강한 역동적 국가가 자기만족을 이뤄 팽창을 중단하거나 힘의 목표에 적절한 한계를 둔 적은 거의 없다. 따라서 성장하는 국가를 억제하는 것을 목표로 하는 세력균형 정책은 성공한 모든 국가의 외교에서 중요한 부분을 차지했다. 선의의 선언보다 세력이 균형을 이룰 때 더 안전하다는 것이 경험상 증명돼왔기에 저자는 이 책 전반에 걸쳐 세력균형의 현실성과 중요성을 살핀다. 물론 세력균형 정책이 우선 강대국들을 위한 정책임은 분명하고, 작은 나라들은 타국이 사용하는 저울의 추가 되는 운명에 놓인다. 작은 나라는 누구도 그 나라의 영토를 원치 않거나 혹은 그 나라를 완충국이나 세력균형의 추로서 관심 가질 때 살아남을 수 있다.
국가들은 언제나 다른 국가의 힘을 억제하는 데 관여한다. 문제는 모두가 자신에게 유리한 균형에만 관심 있고, 속내는 늘 충분한 우위를 원한다는 것이다.
모든 것은 지리에서 시작된다
따라서 저자는 전투의 북소리가 끊임없이 전 세계적으로 울리는 것은 놀라운 일이 아니라고 말한다. 대개는 평화를 정상으로, 전쟁을 비정상의 상태로 보는데, 이는 전쟁에 대한 감정적 반응으로 일어난 지적 혼동일 뿐이다. 전쟁은 불쾌하지만, 잘 들여다보면 이는 주권 국가들의 시스템 속에 내장된 것이다. 전 세계에서 무력 충돌의 소리가 들리지 않았던 시기는 몇 년에 불과했다. 유럽 국가들은 17세기의 75퍼센트, 18세기의 50퍼센트, 19세기의 25퍼센트에 해당되는 기간을 전쟁 속에서 보냈다. 다만 점점 길어진 평화의 기간에도 불구하고 전쟁이 국민의 삶에 미치는 피해의 총량은 줄지 않고 오히려 증가해왔다.
따라서 무정부 상태의 국제세계에서 외교정책은 무엇보다 국가의 상대적 힘의 지위 개선을 목표로 해야 한다. 잔인하게 들리겠지만 저자는 “힘은 결국 성공적인 전쟁을 수행하는 능력”이라고 말한다. 그리고 지리는 군사적, 정치적 전략에 대한 단서를 갖고 있다.
국가의 영토 크기는 세력 투쟁에서 국가의 상대적 힘에 영향을 미친다. 천연자원은 인구밀도와 경제구조에 영향을 미치고, 이것들이 봉쇄에 대한 취약성을 규정한다. 적도, 대양, 대륙을 기준으로 한 위치는 힘의 중심, 분쟁 지역, 교통로에 대한 근접성을 결정한다. 지형은 통일성과 내적 결집에 영향을 주기 때문에 국가의 힘에도 영향을 미친다. 기후는 농업 생산을 제한하고 운송과 국제 무역의 환경을 결정한다. 따라서 국가의 힘의 지위에 대한 모든 설명은 지리 분석에서 시작해야 한다.
지구의 땅덩어리는 다섯 개의 대륙 섬으로 구성되어 있다. 남반구에 위치한 세 개의 대륙 즉 호주, 남아메리카, 아프리카는 배로 주변을 돌 수 있는 진정한 섬이다. 북반구에 위치한 두 개의 대륙은 북아메리카와 유라시아다. 그러나 역사는 대체로 온대 지방에서 일궈져왔고, 남반구에는 온대 기후가 극히 적어 역사는 북반구에서 주도된다고 할 수 있다. 이는 여러 시사점을 지닌다. 경제적, 정치적, 군사적 관점에서 볼 때 세계의 북쪽 절반은 항상 남쪽 절반보다 더 중요할 것이고, 북반구 대륙 사이의 관계는 같은 대륙의 적도를 가로지르는 관계보다 세계 역사에 더 많은 영향을 미칠 것이다.
서반구의 역사는 줄곧 힘의 외교를 확인하는 과정이었다. 아메리카 대륙은 원래 영국, 스페인, 프랑스의 식민지였고, 시민들은 유럽 세력정치의 우여곡절로부터 고통받았다. 하지만 그들은 남북 아메리카에서 독립을 획득하고 유지했다. 왜냐하면 그들의 독립을 저지할 수 있는 통합된 유럽이 달성된 적이 없고, 유럽의 어떤 단일 국가도 서반구에서의 투쟁을 위해 강력한 군사력을 투사할 행동의 자유를 갖지 못했기 때문이다. 이 대륙에 정치적 발전의 기회를 준 것은 균형을 이룬 유럽이었다. 유럽이 중화된 상황에서 지리의 내재적 요소들과 경제적 잠재력은 필연적으로 미국에게 신세계에서 우월한 지위를 부여했다.
미국은 세계에서 독특한 장소를 점유하고 있다. 북반구의 거대한 육지 영역에 위치한 미국의 영토는 경제적 힘을 암시하는 모든 것을 갖춘 대륙 규모의 땅이다. 두 대양에 접해 있는 미국은 세계의 가장 중요한 무역 운송망에 직접 접근할 수 있을 뿐 아니라, 서유럽과 동아시아의 밀집된 인구 집단들 사이, 즉 경제적·정치적·군사적으로 가장 중요한 지대들 사이에 위치하고 있다.
역사 속에서 제국 영국이 300년간 세력균형을 추구해왔듯이, 미국도 관심을 갖는 것은 세력균형이다. 따라서 미국과 영국이 비슷한 정책을 추구하고 고립주의와 동맹, 그리고 전쟁이라는 동일한 악순환에 빠지는 것은 놀라운 일이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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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대한 이 책은 집필 당시 각 국가의 자원 보유 상황과 국민의 심리, 이데올로기 전략, 아시아의 세력균형에 대한 통찰, 제2차 세계대전 후 러시아에 대항할 수 있도록 독일을 강한 국가로 남겨두는 게 미국에 이익이라고 한 현실적 조언, 일본이 태평양에서 패하고 중국과 러시아가 서로 투쟁하게 될 것이라고 전망한 점, 나아가 중국이 아시아의 지배 세력이 되리라고 내다본 것 등 치밀한 분석에 기반한 통찰력을 보여주고 있다. 이것이 스파이크먼이 봉쇄 정책의 기안자 중 한 명으로 언급되며, 미국 국제관계의 원칙을 창안한 인물 중 한 명으로 거론되는 이유다.
림랜드 이론을 내놓은 스파이크먼의 학문과 정책 제안은 한반도의 지정학적 전략에 주는 함의도 적지 않은데, 그의 이론에 따르면 중요한 대륙 세력이 림랜드를 장악한다면 해양 세력이 대륙의 연안 지대에 닻을 내리는 것을 막을 수 있는 반면, 해양 세력이 동일한 지역을 장악한다면 대륙 세력의 해양 진출을 차단해 해양 세력의 확대가 이뤄진다. 그에 따라 분석해보면 한반도의 임진왜란, 청일전쟁, 러일전쟁, 한국전쟁은 모두 대륙 세력과 해양 세력 간의 전쟁이었고, 이는 곧 그의 이론의 유효성을 입증한다.
추천사
이 책이 가진 장점과 공적 가치로 미뤄볼 때 수많은 미국 대중이 읽어야 한다. 비록 스파이크먼이 제안한 정책에 동의하지 않더라도, 정책을 책임지는 모든 정부 관리는 앞으로 20년 동안 일 년에 한 번은 이 책을 읽어야 할 것이다._아이제이아 보먼 존스홉킨스대학 총장·지리학자
독일 지정학의 철학과 방법론은 곧 미국 학자들에게 채택돼 아메리카 권역에 적용될 참이었다. 사실상 이것이 스파이크먼 교수가 이번 연구에서 한 일이다. 그의 이 책은 세계의 세력 정치에서 미국의 위치에 대한 지정학적 해석을 가장 잘 보여주고 있다._로버트 울버트, 『포린어페어』
영국의 정책에서 그랬듯이, 세력균형은 미국의 목표가 되어야 한다. 이 책의 결론은 인용될 가치가 있다. “미국의 국부들은 균형 잡힌 힘의 가치와 중요성을 진지하게 고려했다. 그들은 견제와 균형의 원리가 작동하는 정부를 미국에서 창조해냈다. 견제와 균형만이 폭정을 피할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이라는 깊은 확신에서였다. 미국 정부는 느리고 거추장스럽다는 비판을 많이 받았다. 그러나 견제와 균형의 정부는 국부들의 희망에 부응했고 아마 다른 어떤 정부보다 정치적 자유와 시민의 자유를 더 잘 보존했을 것이다. 견제와 균형의 장점은 마찬가지로 국제사회의 세력균형에까지 확장된다.”_맬컴 샤프 시카고대학 교수
이 책이 출간되고 10년 후 세계는 대체로 이 책이 말한 대로 흘러가고 있다. 국제정치학계는 1930년대 중반이 돼서야 현상을 분석하고 데이터를 분류하며 정책의 가능한 결과를 예측할 수 있는 체계적인 방법론을 만드는 데 진지한 노력을 기울이기 시작했다. 스파이크먼 교수는 바로 이 작업에 자신의 짧은 생을 바쳤다. 그가 고안한 국제정치 이론틀은 그를 연구 방법 분야의 선구자로 만들었고, 이 책이 나왔던 10년 전과 마찬가지로 오늘날에도 대부분 유효한 결론에 이르게 한다. 그의 업적이 중요한 진정한 이유는 포괄적 이론틀을 위한 기초를 세운 것이다._에드거 퍼니스 주니어 프린스턴대학 교수
1930년대와 1940년대 초 서구 문명을 심각한 위험에 빠뜨린 재앙적 경험은 정치적으로 설득력 있는 전후 대전략을 개발해야 할 필요성을 제기했다. 이 전략은 유라시아 문제에 대한 미국의 이상주의적 개입에 관한 것으로, 구체적이고 명확한 물질적 이익에 근거해야 했다. 스파이크먼은 그러한 대전략을 세우는 데 필요한 국가 이익을 정의하고 우선순위를 정하는, 쉽게 이해할 수 있는 지정학적 틀을 제공했다._패트릭 개리티 CSIS 연구위원
구매가격 : 28,500 원
피할 수 있는 전쟁
도서정보 : 케빈 러드 | 2023-11-28 | EPUB파일
지원기기 : PC / Android / iOS
평생 미중 관계를 연구한 전 호주 총리의 통찰!
“시진핑은 결국 미국과 전쟁을 일으킬 것인가?”
시진핑과 여러 고위 관료를 직접 만나며 얻은 현대 중국에 대한 이해
복잡하게 얽힌 양국의 이해관계를 들여다보는 새로운 분석 틀
오해와 불통의 역사부터 살얼음 깔린 미래까지, 미중 경쟁을 한 권에 담아내다
* 국제정치의 현실주의에 기반한 중립적, 객관적 분석
* 양국 간 골이 깊은 오래된 오해와 세계관 차이에 대한 해설
* 시진핑의 야망을 개념화하는 열 개의 동심원
* 미중 관계의 미래를 점치는 열 가지 시나리오
이 책의 저자, 전 호주 총리 케빈 러드는 “중국을 가장 잘 이해하는 서방 정치인”이라고 불린다. 서방 고위 관료들 중 가장 완벽하게 중국어를 구사한다고 알려진 그는 10대 시절부터 중국에 관심을 가진 이후 호주국립대학에서 중국학을 전공, 최우등 졸업했다. 재학 중 1년 동안은 타이완국립사범대학에서 유학생활을 하며 중국 문화와 관습을 익혔고, ‘루커원陸克文’이라는 중국 이름을 짓기도 했다. 1981년에는 호주 외교부에 입성하여 1984년부터 3년간 베이징과 상하이 등지에서 외교관으로 활동했다. 이때 중국의 고위 관료들과 만나 교류를 이어오고 있으며, 특히 시진핑과는 여덟 차례 이상 독대했다. 또한 대對아시아 외교 및 정치 싱크탱크 기관인 아시아소사이어티 정책연구소 초대 소장, 아시아소사이어티 회장 겸 최고경영자를 거치며 중국 관련 주요 분석가로 인정받았으며, 호무 외무장관과 총리직을 역임하고 현재는 주미 호주 대사로 재직 중이다.
그런 수십 년간의 경험을 바탕으로 미중 관계를 분석하고 시진핑과 그의 중국을 연구한 결과가 바로 이 책이다. 중국과의 외교 현장 한복판에서 바라본 정세는 어떤 모습일까? 미중 패권 경쟁과 시진핑의 중국을 다룬 책이 그간 수없이 많이 나왔지만, 이 책의 관점은 그 궤를 달리한다. 한 국가의 고위 관료로서 직접 국제외교를 경험해본 그는 중국이 포악한 패권주의 국가라거나 시진핑이 폭력적인 독재자라거나 하는 식으로 단편적인 주장을 내놓지 않는다. 대신 중국 내부에 얽힌 복잡한 이해관계와 그것의 균형, 시진핑이 처한 정치적 상황의 맥락, 그의 개인적 야망을 파헤치며, 외부가 아닌 내부에서 중국을 통찰한다. 그 통찰에는 시진핑을 포함한 중국 고위 관료들을 실제로 만나며 쌓아 올린 이해가 깔려 있다. 그렇다고 중국의 인권 문제에 대해서까지 눈감지는 않는 등, 미중 관계 평론가로서는 흔치 않게도 객관적이고 균형 잡힌 시선을 보여준다.
미중 패권 경쟁의 이면에는 오해와 불통 그리고 근본적인 세계관 차이로 점철된 오랜 역사가 있다. 저자는 그런 균열을 잘 ‘관리’할 수 있다면 분명 전쟁 없이도 경쟁할 수 있다고 주장한다. 패권 경쟁은 필연일 수 있겠지만 전쟁은 절대 필연이 아니며, 전쟁을 피하기 위해서는 이해와 안전장치가 필요하다. 이를 위해 저자는 한 권의 분량만으로 미중 갈등의 역사를 섬세하게 정리해내고, 시진핑이 품은 야망과 그가 직면한 도전을 들여다보며, 중국이 처한 조건을 공식화하고, 미중 관계의 미래를 점친다. 대체로 평화로웠던 수십 년이 지나 다시금 전쟁의 불길이 세계 곳곳에서 솟아오르고 있는 지금, 이 책은 미중 전쟁이라는 파국을 막기 위해 쏘아 올린 반전의 신호탄이다.
“이유 없이 난장을 치는 악당은 없다”
양국 관료의 인식 틀과 세계관 분석
“중국을 대하는 데 있어 전략적 신뢰를 기대하는 것은 중국을 매우 과대평가하는 것이다.” 저자가 전하는 한 미군 고위 관료의 말이다. 하지만 이는 중국 입장에서도 마찬가지다. 저자는 두 강대국 사이 불신이 어디서 시작되었는지를 먼저 역사적으로 면밀히 짚어낸다.
미국은 독일 점령지 반환을 조건으로 중국을 제1차 세계대전에 끌어들였으나, 정작 종전 후에는 일본을 달래기 위해 산둥성 일부를 마음대로 일본에 양도했다. 제2차 세계대전 때는 일본을 견제하기 위해 전쟁 내내 일본군이 중국을 병탄하도록 방치했다. 냉전기에는 소련을 봉쇄하는 데 중국을 이용하기도 했다. 역대 미 행정부는 공산당 통치 체제를 무너뜨리는 데 관심이 없다고 주장했지만, 타이완과 방위조약을 맺어 중국의 타이완 흡수를 견제하는 등 중국 정치와 사회에 계속해서 개입해왔다. 미국 주도하의 국제 질서에 중국이 순순히 따르기를 내심으로는 바라면서 겉으로는 체제를 존중한다는 식의 위선과 기만이 중국공산당의 불만을 고조시키는 것이다.
물론 미국의 입장에서도 할 말은 있다. 중국은 레닌주의 정치 체제의 특성상 외부에서 보면 그 의도가 불투명할 수밖에 없다. 더군다나 2014년 남중국해에 군용 인공 섬을 만드는 행태를 보고 미 관료들은 경악했다. WTO에 가입하면서 자유로운 시장 개방을 약속했던 것과 달리 보호주의, 권위주의 모델을 고수하는 것을 보면 미국 입장에서 중국은 칼을 숨긴 채 거짓말을 일삼고 있을 뿐이다.
저자는 양국 관료들이 이러한 인식 틀과 세계관 차이를 이해해야 하며, 이해할 수 있다고 말한다. 외교의 세계에서 아무런 이유 없이 난장을 치는 악당 같은 건 없다. 국제정치의 현실은 그보다 훨씬 복잡하다. 상대의 메시지가 무엇인지, 상대가 어떤 조건에 처해 있는지, 내 메시지가 상대에게 어떻게 들릴지를 항상 생각해야만 한다. 양국 간의 전쟁이 세계대전에 맞먹는 파국적인 결과를 불러올 수 있기에, 서로의 가치 체계와 세계관을 유념하는 일은 필수적이다.
2020~2030년은 시진핑 장기 집권의 시험기
점점 커지는 10개의 동심원으로 중국을 이해하는 독특한 관점
그런 맥락에서 저자는 시진핑과 그의 중국을 더 자세히 이해하기 위해 책의 반절 이상을 할애한다. 현대 중국은 시진핑과 당이 처한 국내 문제에서부터 시작해 타이완과 동중국해, 태평양, 북극, 더 크게는 국제 체제까지 아우르며 직경을 넓혀가는 열 개의 동심원으로 공식화된다.
특히 ‘국가 통합’이라는 과제를 두 번째 동심원으로 제시하고 타이완 문제를 거론한 대목에서는 외교관으로서 그리고 중국통으로서 저자가 실감한 바가 잘 드러난다. 조국의 통일은 시진핑과 중국공산당에 있어 정당성과 직결되는 중차대한 문제다. 그리고 타이완은 중국을 ‘완성’하는 마지막 단추다. 게다가 최근 타이완의 국내 정세가 독립주의적인 방향으로 변해가는 와중에 홍콩에서 민주화 시위까지 일어나는 등, 중국을 실질적인 군사 행동으로 내모는 흐름이 점점 강해지고 있다. 저자가 워싱턴을 방문했던 2008년, 당시 타이완 총통이었던 천수이볜은 공개적으로 타이완 독립을 주장하고 다녔다. 부시 대통령은 그런 천수이볜에게 “계속해서 불장난을 한다면 전쟁이 나더라도 제82공수사단이 타이완을 구조하러 가지 않을 것”이라며 경고했다. 타이완을 둘러싼 긴장이 점점 고조되어가는 장면을 정확하게 묘사하는, 인상적인 일화다. 타이완 문제에는 시진핑의 개인적 야망도 결부되어 있다. 저자가 분석한 바에 따르면 시진핑은 계속 일인자로서 중국을 이끌어 역사에 남으려는 야망을 품고 있다. 그런 시진핑에게 2020년대는 향후 권력과 지도자적 면모를 검증받는 중차대한 시기이며, 다음 당대회를 앞두고 흐름을 굳히기 위해 타이완에 대한 실질적인 행동에 나설 가능성이 아주 높다.
이외에도 공산당의 지지 기반 유지를 위한 경제 성장, 외부로 전력을 투사하기 위한 군 현대화, 러시아와 인도를 포함한 인접국 관리, 동아시아와 서태평양, 유럽, 개발도상국에 대한 영향력 확대 등 중국의 여러 동심원이 제시된다. 저자가 이 모든 것을 집대성할 수 있었던 가장 큰 원동력은 역시 현장에서 얻은 경험이다. 저자는 시진핑이 샤먼시 부시장이었던 1986년에 그를 만나 계속 관계를 이어왔다. 시진핑이 후진타오의 후계자로서 부주석 직에 오른 2010년에는 캔버라 총리 관저에서 모닥불 앞에 둘러앉아 그와 중국어로 대화를 나누기도 했다. 시진핑이 총서기 겸 주석이 된 2013년 이후에도 전화를 주고받았으며, 총리 퇴임 이후에도 베이징에서 열린 여러 회의에 시진핑과 동석했다. 시진핑 외에도 저자는 후진타오, 원자바오, 후야오방, 자오쯔양, 장쩌민, 주룽지, 셀 수 없이 많은 중국 고위 관료들을 직접 만나보며 중국의 세계관을 더욱 구체적으로 알게 되었다.
전쟁을 포함한 10개의 시나리오
미중 관계의 역사, 현황, 전망을 한눈에 조망
‘미국과 중국이 평화롭게 지낼 수 있다’는 이상론이 아니라 패권 경쟁이 꼭 전쟁일 필요는 없다는 게 저자의 요지다. 살벌했던 냉전 시기, 미국과 소련의 관계는 지금의 미중 관계보다 훨씬 나빴다. 그런데도 미국과 소련은 불화가 부지불식간에 전쟁으로 치닫지 않게끔 서로가 넘지 말아야 할 선을 합의하고 그 선을 지켰다. 저자는 그때처럼 오해와 불통으로 인해 지엽적인 작은 사건이 전쟁으로 번지지 않도록 하는 것이 급선무라고 주장한다.
저자는 미중 갈등이 앞으로 어떻게 전개될지를 점치는 열 가지 시나리오를 제시한다. 중국이 미국의 견제 없이 타이완을 손에 넣을 수도 있고, 중국과 미국 및 동맹국들이 동중국해에서 맞붙을 수도 있다. 그중에는 한반도를 배경으로 하는 시나리오도 있다. 북핵이 겨냥하는 것은 중국이 아닌 중국의 적대국일 것이라는 전망, 한반도 통일이 중국에 미칠 불확실한 영향 때문에 중국은 북핵 문제에 직접적으로 개입하지 않을 것이다. 다만 북한이 본격적인 핵 보유국이 되면 아시아의 미 동맹국들이 독자적으로 핵 개발에 동참할 여지가 있기에, 아이러니하게도 미국이 아닌 중국이 북핵의 개발을 어느 정도 견제해 한국의 안보를 지키게 될 수 있다. 그러나 미국이 대북 강경 외교를 재개하거나, 핵 개발을 막기 위해 북한을 선제 타격한다면, 곧바로 2차 한국전쟁이 발발한다.
하지만 저자의 해석에 따르면 두 강대국은 전쟁의 가능성을 현실적으로 받아들이고 있을 뿐, 전쟁을 하고 싶어하는 것은 아니다. 미국은 세계 최고의 강대국으로서 잃을 게 너무 많으며, 중국은 아직 큰 피해 없이 승리할 수 있다는 확신을 얻지 못했다. 중국 내부에 남은 정치적, 경제적 문제도 망설임에 한몫하고 있다. 문제는 해상에서 양국 간 선박이 충돌하는 작은 사건이 큰 전쟁으로 번질 위험 등, 양국 간 규약이 확립되지 않은 상황에서 발생하는 불확실성이다. 실제로 저자가 제시하는 시나리오는 전쟁 없이 양국 간 관계가 정리되는 경우도 포함한다. 전쟁 없이 경쟁하는 시스템을 구축할 시간은 분명 조금이라도 남아 있는 것이다.
이 책의 미덕은 복잡하게 얽힌 미중 관계의 역사와 현황 및 전망을 한 권으로 명쾌하게 정리했다는 것, 고위 외교관 특유의 객관적이고 중립적인 시선이 드러난다는 것, 서방 최고의 중국통으로서 가장 자세하고 신빙성 있는 중국 내부 사정을 전한다는 것이다. 오랜 평화 끝에 다시 국제 전쟁의 그림자가 드리우는 요즘, 이 책은 불확실한 정세를 가늠할 수 있게 해주는 지침서이자 평화를 위한 좁은 문을 일러주는 해법서가 될 것이다.
구매가격 : 22,500 원
한국과 아시아 국제관계 사료집
도서정보 : EastLander | 2023-11-27 | PDF파일
지원기기 : PC / Android / iOS
국제관계의 중요성이 증대되는 가운데, 강대국들과의 관계를 가지고 국제관계로 통칭할 순 없다. 아시아 여러 국가들이 발전 가능성을 보여주면서 발전의 잠재력이 있는 국가들로 인식되고 있는 가운데, 아시아 국가들과의 국제관계를 맺는 것도 굉장히 중요해진 상황이다. 이에, 현재 학계에서 잘 연구되지 않은 아시아 전반과 한국과의 국제관계를 조망하고자 이 책을 서술했다.
구매가격 : 11,000 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