네가 웃어야 세상이 예쁘다
도서정보 : 문지영 | 2019-11-15 | EPUB파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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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의 아름다움을 한 다발씩 묶어
너에게 선물처럼 보내고 싶다
세상 모든 소음 묵음된 곳에서
세상 시선 삭제된 곳에서
내 마음소리 울려 퍼져도
마냥 좋을 팍팍하지 않은 세상에서
온갖 좋은 소리, 좋은 색깔만 너에게 입히고 싶다
그 자체로 사방이 향기로울 곳에서
널 사심 없이 오래도록 들여다보고 싶다
구매가격 : 6,000 원
여자로 살아가는 우리들에게
도서정보 : 요조 임경선 | 2019-11-14 | EPUB파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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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정하고 감동적인 침범
이토록 무례하고 고단한 세상에서 여자로 살아가는 우리들
―여자로 일하고 사랑하고 돈 벌고 견디고 기억하고 기록하며 우리가 나눈 모든 것
여기, ‘낙타와 펭귄’처럼 서로 다른 두 여자가 있다. 한 여자는 솔직하고 ‘앗쌀하다’. 다른 여자는 자신이 대외적으로 하는 말과 행동에 가식이 많다고 생각한다. 그러나 이 두 여자는 서로가 재미있고 흥미롭다. 이들은 어린 시절 다른 이들이 침범할 수 없는 우정을 나누던 단짝소녀들이 그랬듯이 ‘교환일기’를 쓰기 시작한다. 완연한 어른 여성이 되어 여자로 살아가며 보고 느끼고 경험한 모든 것에 대해 낱낱이 기록한 교환일기를 주고받은 두 여자, 바로 요조와 임경선이다.
2005년부터 글쓰는 사람으로 살아가며 어느덧 개정판 포함 이 책으로 꼭 20권째의 책을 출간한다는 베테랑 ‘저술업자’ 임경선. 그리고 뮤지션, 작가, 도서 팟캐스트의 진행자, ‘책방 무사’의 주인에 이르기까지 다방면으로 이야기와 자신을 연결하고 있는 여자, 요조. 이 두 여자의 내밀한 속이야기는 어쩌다 수다의 울타리를 넘어 책으로 묶였을까. 무엇이 그들로 하여금 ‘여자로 살아간다는 것’에 대한 이토록 기나긴 수다를 이어가며, 웃다가도 울고, 울다가도 다시금 폭소하게 했을까.
일과 사랑, 삶, 생리, 섹스, 여행, 돈, 자유 그리고 이 모든 것을 얻어내기 위해 지불해야 하는 매일의 고통과 싸움에 이르기까지―두 사람의 경계 없는 여자일기가 자물쇠를 풀고 세상에 나왔다.
우리가 막역한 사이라고 말하면 사람들은 대체로 놀라워했다. 마치 어떻게 낙타와 펭귄이 친구가 될 수 있냐는 듯 이해가 잘 되지 않는 표정을 짓곤 했다.
임경선과 신요조는 어쩌다 막연히 ‘아는 사이’였다가 편의상 서로를 ‘친구’라고 소개하던 시절을 거쳐서 지금은 ‘정말로 친구’가 되었다. 정말로 친구가 된다는 것은 서로의 왔다갔다하는 모습을 봐야만 하는 사이가 되었다는 뜻이다. 나 이번엔 진짜 살 뺄 거야, 라고 어젯밤에 분명히 말해놓고 새벽에 또 뭔가 먹었다는 고백을 듣는 일, 정말 아무것도 안 하고 쉬겠다더니 기어이 일을 붙잡는 고집을 보는 일, 엉엉 울었다는 말을 푸하하 웃으면서 말하는 일. (…)
우리에게는 확실히 타인의 이야기가 필요하다. 우리는 그 이야기를 보며 우리가 모는 배의 키를 조절한다. 저렇게 살아야지, 혹은 저렇게 살지 말아야지, 하면서 말이다.
이 책을 읽으며 부디 우리처럼 살아야지 하고 생각해주기를, 그리고 우리처럼 살지 말아야지 하고도 생각해주기를 바란다. _요조의 말, 7~9쪽
오디오로 연재하고 책으로 완결하다!
―두 여성 작가의 신선하고 과감한 도전!
책 읽을 시간조차 내기 쉽지 않은 여성들의 귀에 꽂힌 공감의 언어
이 책은 요조와 임경선 두 작가가 네이버 오디오클립에 ‘요조와 임경선의 교환일기’라는 제목으로 서로에게 교환일기를 녹음해 보내는 프로젝트에서 시작되었다. 최근 출판계에 오디오북 제작과 유통이 점점 활성화되어가는 상황에서 두 작가는 과감하게 오디오 콘텐츠를 우선 제작하고, 그후에 책으로 묶어내는 방식을 택한 것이다. 임경선의 낮고 단단한 목소리와 요조의 느릿하고 나른한 목소리가 오가며 만들어내는 우정과 공감의 대화는, 고단한 하루 속에서 책장 한 장 넘길 시간조차 쉽지 않지만, 귀는 활짝 열려 있었던 수많은 여성들로부터 뜨거운 호응을 모았다.
“요즘 육아로 인해 친구들과 수다도 어려웠는데, 애기 재워놓고 두 분의 일기로 대리만족했어요. 즐거운 시간 다정한 위로의 시간들이었어요.”
“제 쓸쓸한 출근길을 늘 외롭지 않게 해주었던 클립이었습니다. 들으면서 삶에 대한 생각들을 공유받고 더불어 공감받으며 제게 풍족한 시간들을 선물해주셨어요.”
“전 주로 산책할 때 들었는데 피식피식 웃음이 튀어나와 걷다가 입술에 힘을 꾹 주며 호흡을 조절한 적이 얼마나 많았던지. 이렇게 웃길 일인가 싶었고, 그뒤에 쉬 사라지지 않는 뒷맛에 또 한번 다음 에피소드를 기다렸습니다. 오후쯤 굉장히 피곤할 때 한 조각 먹는 초콜릿 같았어요. 그리고 멀리 있는 친구와 수다 떠는 기분이 들어 한동안 따뜻했습니다.”
“저한텐 두 분의 짧은 목소리가 가끔씩 ‘하루를 구원’하는 순간으로 만들어줬어요.”
_네이버 오디오클립 ‘요조와 임경선의 교환일기’ 댓글에서 발췌
두 작가가 오디오클립에 교환일기를 연재하는 동안, 청취자들은 좋은 문장들이 너무 많아 받아 적기가 힘드니 스크립트를 올려달라고 꾸준히 요청해왔다. 이에 두 사람은 각자 충분한 시간을 갖고 문장을 가다듬은 뒤, 30편의 녹음파일에 여섯 편의 긴 글을 추가하여 마침내 책으로 완성했다. 비로소 활자가 된 그녀들의 이야기에는 마치 ‘음성지원’ 기능이 내장돼 있는 듯하다. 행간마다 다사다난했던 하루를 서로에게 전하는 가쁜 숨소리와 시트콤처럼 좌충우돌했던 자신의 소소한 일상을 전하는 경쾌한 웃음소리가 들린다. 또 ‘엉엉 울었다는 이야기를 푸하하 웃으면서 말하는’ 친구 앞에서 배꼽 빠지게 웃어주고는, 뒤돌아 서로의 ‘무사’와 안녕을 간절히 빌어주었던 나지막한 기도와 눈물도 책갈피마다 배어 있다.
작가는 돈 얘기 하는 거 아니라고요?!
―솔직한 그 여자, 임경선의 페이 협상법
이 책에서 두 작가는 글쓰기와 말하기, 인간관계와 관용, 멋, 몸과 마음의 건강, 좋아하는 책, 싫어하는 것들의 리스트 등 다양한 주제들에 대해 각자의 노하우와 경험을 적극적으로 공유한다. 그중에서도 특히 인상적인 건, 이 세계에서 살아남기 위해 이들이 지불해야만 했던 노력과 고통에 대한 이야기이다. 일하면서 맞닥뜨리는 온갖 난감하고 당혹스러운 상황들에 대해서도 이들은 솔직하게 토로한다. 임경선은 작가로 살아가기 시작한 이래 전국 방방곡곡 자신을 찾아주는 곳에서 137번의 강연을 해왔다. 그러나 작가의 시간과 노동력을 내달라 요청하면서도 ‘돈’ 얘기는 쏙 빼놓고 의뢰하는 일의 가치와 의미부터 냅다 주입시키려 하는 이들은 너무나 많았다. 당신에게 줄 적합한 페이는 예산에 책정해 두지 않았지만, 당신이 만약 좋은 작가라면, 반드시 여기 와야 한다고 강권하는 사람들과 수없이 상대해야 했다. 이런 기묘한 청탁에 대해 임경선은 이렇게 신랄하게 꼬집는다.
나는 늘 페이 문제를 중요하다고 생각해왔어. 페이는 그냥 ‘상대가 생각하는 나의 가치다’라고 못박고 시작해야 프리랜서로서 돈을 냉철하게 바라보고 자신의 가치를 지킬 수 있는 것 같아. 가령 강연 등의 행사 청탁이 들어올 경우, 일 얘기는 하는데 돈 얘기를 안 하면 바로 “그런데 이 일은 비용이 발생하나요?(번역: 돈 안 줘요?)”라고 확인부터 해. 공교롭게도 돈 얘기를 먼저 안 하거나 맨 나중에 하는 회사일수록 페이가 적을 확률이 크지. (…) 영리목적이 아닌 행사임을 강조하거나 자기들이 비영리단체임을 강조하면서, 너 역시도 돈 욕심내지 말고 군말 없이 이 가치 있는 프로젝트에 동참해야 한다고 설파하는 분들도 계셔. 마치 우리가 너에게 일을 맡기는 것 그 자체에 자부심을 가지라는 듯이. 물론 내가 돈을 받든 안 받든 진심으로 그 일에 동참하고 싶으면 그렇게 하면 되는 건데, 그게 아니라면 이런 식으로 ‘죄책감’ 안겨가면서 일을 날로 시켜먹으려는 처사는 너무 못됐잖아. 야박한 쪽은 내가 아니라고. _임경선, ‘즐겁게 워커홀릭’ 134~135쪽
40대쯤 되면 잘났건 못났건 간에, 주위에 민폐 끼치지 않고 자신에게 주어진 역할쯤은 거뜬히 해내는 ‘유용한 인간’이 되어야 한다고 믿는다는 임경선. 그렇기에 그녀는 한 개인으로서는 대중 앞에서 나서길 두려워하는 내향적인 여자이지만, 적어도 작가로 나서는 자리에서는 가장 유용하고 적극적인 모습으로 임하기 위해 노력해왔음을 고백한다. 더불어 글쓰고 책을 낸 이후에 필연적으로 부딪쳐야 하는 ‘말하기’의 어려움과 그것을 훌륭하게 돌파해내는 과정의 디테일도 책에 상세히 적어두었다.
그러나 이러한 저술노동자의 노력과 시간을 ‘행사의 고매한 취지’와 ‘독자의 사랑’으로 ‘후려치려는’ 기관과 단체들은 대체 얼마나 많은가. 작가는 돈보다 더 훌륭한 명분을 쫓아야 한다고 강권하는 이들의 속내는 얼마나 폭력적인가.
그리하여 임경선이 정당한 페이를 받기 위해 조율하고 협상하는 기술을 망라한 ‘임경선의 페이 협상법’은 비단 친구 요조에게만 푸념처럼 속삭이는 이야기가 아니라, 불안하고 위태로운 생활을 이어가는 동료작가들에게 건네는 연대의 이야기로도 들린다. 또한 이것은 작가의 시간과 노동력을 필요로 하는 모든 사람과 기관들에게 그녀가 건네는 곡진한 당부이기도 하다.
작가인 우리에게도 최소한의 생활을 이어갈 수 있는 돈, 그리고 노동할 때 마땅히 지켜져야 할 최소한의 예의나 원칙이 필요하다고. 아니, 비단 작가가 아닐지라도 모든 ‘일하는 사람’에겐 ‘보람’이나 ‘선의’, ‘뜻’을 강권하기에 앞서 그 사람이 들이는 시간과 노력에 걸맞은 최소한의 대가가 주어져야만 한다고.
프리랜서 겸 책방 주인의 이메일 화법 수련기
―노력하는 그 여자, 요조가 자신과 책방을 지키기 위해 하는 일들
한편, 요조는 책들 사이에서 그저 하루씩만 무사하게 살고 싶다는 소망으로 작은 책방을 열었지만, 폭발적인 이메일과 무수한 말과 요청들에 둘러싸인 채 바삐 살아가고 있다. “책을 서점에 들이고 싶다는 입고 요청 메일부터 왜 정산을 해주지 않냐는 항의 메일, 무슨무슨 책이 있느냐는 문의 메일, 그 외 이런저런 메일들을 매일같이 받고” 또 회신을 보내며 살고 있다. 이 북새통 속에서 그녀가 세운 업무 이메일 회신의 원칙은 두 가지.
첫째, 아무도 기분이 상해서는 안 된다. 둘째, 이모티콘을 문장으로 표현해본다.
‘무례하고 멍청한 메일’을 받아서 화가 날 때도 요조는 자신의 분노를 그대로 실어 보내서 일을 그르치지 않는다. 매일 다량의 메일을 보내고 받는 삶 속에서 그녀는 ‘감정을 내세우기보다 공통의 목적을 먼저 생각하는 법’을, 나와 생각이 다른 사람과 소통하면서 상대의 기분을 상하지 않게 하는 방법을 수련해가고 있다. 그리고 그런 세심한 노력들이 바로 요조라는 사람을 만든다.
제가 그런 사람이 되는 데 성공한다면, 마찬가지로 저를 아끼는 누군가가 제가 부끄러워할, 속상해할, 화가 날 말을 한다고 해도 순간적인 욱한 감정에 멍청하게 속아넘어가지 않고 상대방이 내어준 용기와 책임에 집중할 줄 아는 사람도 자연스럽게 될 거라고 생각해요.
아무리 아픈 말이라도 말하겠다는 입. 아무리 아픈 말이라도 듣겠다는 귀. 어른의 우정을 위해 꼭 단련하지 않으면 안 되는 신체기관인 것 같아요. _요조, ‘더 나은 어른이 되고 싶다면’ 162쪽
내 인생이 펼쳐지는 토양을 개간하기 위해서 시간을 어떻게 운용해야 하는가를 따져볼 때, 원고 한 장에 급급하고 노래 한 곡을 땀땀이 메꿔나가는 것이 요조라는 땅에는 가장 적절한 조치라는 것을 알게 되었어요. _요조, ‘어쩔 수 없이, 나’ 233쪽
펭귄과 낙타의 공통점
두 여자가 ‘1년 너머의 삶을 상상하지 않는 이유’
그야말로 ‘펭귄과 낙타’처럼 너무 달라서 당최 왜 그렇게 친한지 남들은 쉽사리 이해하기 어려운 두 사람이지만, 그녀들에게도 공통점은 있다. 바로 ‘1년 너머의 삶을 상상하지 않는다는 것’. 두 사람이 1년 너머의 삶을 섣불리 상상하지 않게 된 데는 각자의 이야기가 있다. 직장생활을 하던 임경선은 과거 갑상선암 진단을 받았다. 자꾸만 재발하는 암 때문에 그녀는 자신의 몸과 삶을 1년 단위로 체크하고 관리하게 되었다. 병원에서 안전하다고 진단받은 1년 치의 삶―그 시간 동안 몰두할 일을 찾고 자신이 기울일 수 있는 최선의 노력을 성실하게 이행해내가는 것이 그녀의 삶이었다.
너도 알다시피 내 병원 정기검진이 1년 단위로 있다보니 나는 모든 것을 1년 단위로 끊어서 살아. 늘 한 해 계획만 세우고 그다음 일은 생각하지도, 상상하지도 않아. 장기계획이나 그랜드 마스터플랜이나 평생을 걸 라이프워크, 이런 것도 생각 안 해봤어. 그저 현재와 향후 1년에만 관심을 가지고 그 안에서 불필요한 것들을 제거해내고 챙길 것들을 최대한 심플하게 추려놓은 후, 그것들을 하나하나 나사를 조여가고 기름칠을 해가면서 사는 느낌이야. _임경선, ‘사십대’ 206쪽
한편 요조는 사랑하는 여동생을 10년 전 전철역에서 일어난 사고로 억울하게 잃었다. 트라우마로 인해 전철을 겨우 다시 타게 된 지도 얼마 되지 않았을 만큼, 아직 슬픔은 가까이 있고, 매일 마주하던 가족이 어느 날 느닷없이 ‘만질 수 없는 사람이 되어버렸다’는 실감은 서늘하다. 그래서 그녀는 만질 수 없는 동생의 상징을 자신의 피부에 문신으로 새겼다. “가끔은 고수가 너무 맛없어서 싫다는 사소한 이유로 커다란 고수나물을 귀 아래 새기기도 하면서, 피부라는 거 그냥 죽으면 썩는 거다, 노는 땅이다”라고 여긴다.
자꾸만 재발하는 갑상선암 때문에 매년 검진을 받아오면서 1년 너머의 삶에 대한 상상이 가능해지지 않는 언니처럼 저 역시 10년 전에 동생을 사고로 잃게 되면서 사람이 얼마나 아무 이유 없이 간단하게 이 세상에서 소멸해버릴 수 있는지, 그 부재가 너무나 깊이 각인되어버리는 바람에 장기적인 인생의 계획을 짜는 일이 불가능해져버렸거든요. 매일 죽음에 대해서 생각하게 되고, 최대한 고통받지 않는 방법으로 죽었으면 하고 소원하게 되고, 내일이라도 나는 동생처럼 갑자기 죽을 수 있다는 사실을 제법 현실적으로 감각하면서 살고 있어요. 그러다보니 어떻게 보면 ‘별수없이’ 현재에 충실해지는 사람이 되었는데, 이런 저와 언니의 태도가 깊은 곳에서 잘 맞았던 것이 아닌가 싶어요. _요조, ‘더 분발해서 방황할게요’ 213~214쪽
그녀에게 몸과 삶이란 언제 느닷없이 스러져버릴지 모르는 막막하고 먼 것이지만, 지금 이 순간 우리가 살아 있는 단 하루는 너무나 가깝고 생생하다. 그래서 어느 날 거리에 쓰러진 사람을 119대원들이 둘러싼 사고현장을 목격한 뒤 그 이름 모를 사람에 대한 염려와 불안 속에서 그녀가 써내려간 하루의 일기에는, 온 그녀의 시야에 들어온 풍경과 세상이 손에 잡힐 듯 너무도 ‘소중하고 절박하게’ 묘사되어 있다.
저는 내내 기분이 너무 이상해서, 버스에서 넋을 놓고 앉아 있다가 목적지에 도착도 하기 전에 그냥 중간에 내려버렸어요. 내리고 보니 충정로였어요. 그냥 발길 닿는 대로 처음 가보는 골목길에 들어가 헤매고 다녔어요. 오래되고 낡고 조그만 술집들, 음식점들이 골목 틈에 옹기종기 모여 있었어요.
내가 지금 아름다운 곳에 ‘살아서’ 이렇게 ‘걸으면서’ 이것들을 ‘보고’ 있다는 감각 하나하나가 너무 강하고 소중하고 절박해서, 가게마다 눈을 맞추고 골목에 아무렇게나 세워진 화분 하나하나를 들여다보고 숯불갈비 가게 옆에서 달궈지고 있는 숯 가까이 가서 그 열감을 느끼고 가게의 이름들도 발음해보았어요. 누구보다도 똑똑해진 채로 어떻게 살아야 할지 알아버린 기분으로 집에 돌아와 이 글을 써요.
그러나 그럼에도 불구하고, 저는 또 까먹게 되겠죠. 까먹기 전에 얼른 말할게요. 너무 사랑하는 언니가, 제가, 그리고 이 이야기를 듣고 있는 당신이 여기 있어요.
있을 때, 잘해야 해요. _요조, ‘있을 때 잘해야 해요’ 59~60쪽
우리가 까먹기 전에 기억해야 할 인생의 중요한 것들
―여자로 살아내기 위해, 각자의 행복의 나라에 다가가기 위해
우리는 계속 사랑하고 살아가야 한다
이렇게 장기적인 계획이나 거창한 야망보다는 자신에게 주어진 단 하루를 귀하게 여기고, ‘지금 내 옆에 있는 사람’에게 잘하고자 하는 두 여자의 마음이 아마도 ‘일기’를 쓰게 했을 것이다. 그녀들은 솔직과 가식에 대하여, 어정쩡한 유명인으로 산다는 것에 대하여, 강연하고 글쓰고 노래하며 살아가는 삶에 대하여, 그리고 그들의 주변을 둘러싸고 있는 싫어하는 것들에 대한 솔직한 뒷담화들에 이르기까지 거침없이 대화를 이어간다. 어린 시절, 자물쇠 달린 하드커버 노트에 비밀스럽게 주고받던 교환일기의 추억이 두 여성 작가의 대화에서 되살아난다.
두 사람이 핑퐁처럼 주고받는 주제와 대화들은 따뜻하고, 때론 신랄하며, 더없이 친하고 편한 두 여자가 나누는 대화는 너무 적나라해서 낄낄거리면서 읽게 되다가도, 서로에게 고백하는 내밀한 마음의 풍경은 가슴을 찌른다. 30대 요조와 40대 임경선은 서로 왜 이렇게 나이를 많이 먹었느냐고 서로 놀리고 놀라며, 과거의 기억과 현재의 삶과 앞으로의 소망을 공유한다.
이 책을 읽고 나면 문득 마음을 터놓을 친구가 보고 싶어진다. “너는 멋있는 사람이야”라고 나의 미약한 빛을 알아보고 어깨를 내어줄 언니가, 그 어떤 이야기든 안심하고 끝없는 수다를 떨 수 있는 진정한 친구가 그리워진다. 그리고 내 곁에 남아 있는 친구에게 당신이 내게 그런 존재라고 문득 말을 걸고 싶어진다.
마치 이 책의 마지막에서 임경선이 ‘신수진’(요조의 본명)에게 쓴 것처럼.
깊은 우정은, 공통의 적이 있든 없든, 일에서 잘나가든 못 나가든, 실연한 상태든 목하 열애중이든, 돈이 있든 없든, 그런 것들과는 관계없이, 그 어떤 의무감 없이도 그저 보고 싶고, 그냥 ‘아무거나’에 대해 이야기할 수 있는 관계라고 생각해. 별 내용도 없는 문자나 이메일이 와도 그저 즐겁고 신나고, 만나면 서로에게서 힘을 얻고, 못 만나더라도 불안해하거나 의심하지 않는 그런 관계는 얼마나 소중한지. (…)
너는 네가 어떤 사람인지, 어떤 사람이 되고 싶은지 잘 모르겠고 매 순간 주변 환경에 휘둘린다고 했었지? 요조답다, 신수진답다, 가 대체 뭐냐고도 묻고.
내가 그 대답을 알려주어도 될까?
너는 멋있는 사람이야.
그리고 앞으로도 계속 멋있는 사람으로 남게 될 거야.
그게 신수진이야. _임경선, ‘완전한 이별은 우리 부디 천천히’ 270~271쪽
비효율의 끝을 달리는 몹쓸 습관이 생겼다. 요조와 나누는 문자대화가 그것이었다. 아침 일찍부터 밤늦게까지 트위터와 페이스북, 문자메시지와 텔레그램 등 뚫린 곳이면 그 어디서건, 우리는 서로에게 미친듯이 뭔가를 썼다. 시시콜콜한 일상 보고부터 진지하고 논쟁적인 주제까지 가리는 것도 없었다. (…)
그렇게 해서 태어난 것이 네이버 오디오클립 ‘요조와 임경선의 교환일기’와 책 『여자로 살아가는 우리들에게』이다. 나라는 고효율 추구형 인간은 덕분에 탕진의 죄책감에서 벗어나긴 했지만, 역설적으로 그제서야 비효율의 아름다움과 기쁨을 깊이 깨닫게 되었다.
산다는 건 뭘까, 우리는 여전히 궁금하기만 하다. 그러니 앞으로도 살아가는 일에 관한 우리의 이야기를 결코 멈추지 못할 것 같다. _임경선의 말, 5~6쪽 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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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린이를위한 헌신적 사랑의 시The Book of Devotional Poetry for the Children, by Various
도서정보 : Various | 2019-11-13 | PDF파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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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에세이 > 시 > 국외 시
어린이를위한 헌신적 사랑의 시The Book of Devotional Poetry for the Children, by Various
목차에 있는 시들의 내용은 어린이를 위한 사랑의 시들임.
DEVOTIONAL
POETRY
FOR THE
CHILDREN.
SECOND PART
PHILADELPHIA:
Published by the Book Association of Friends.
1870.
Electrotyped and Printed for the Association,
BY THOMAS W. STUCKEY,
403 North Sixth street, above Callowhill, Philadelphia.
구매가격 : 9,000 원
한용운 시집
도서정보 : 한용운 | 2019-11-12 | EPUB파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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님은갔습니다. 아아 사랑하는 나의 님은 갔습니다. 푸른산빛을 깨치고 단풍나무 숲을 향하야 난 적은 길을 걸어서 참어 떨치고갔습니다. 황금의 꽃같이 굳고 빛나든 옛 맹서(盟誓)는차디찬 티끌이 되야서 한숨의 미풍(微風)에 날어갔습니다. 날카로운첫 키쓰의 추억은 나의 운명의 지침(指針)을 돌려 놓고 뒷걸음쳐서사러졌습니다. 나는 향기로운 님의 말소리에 귀먹고 꽃다운 님의 얼굴에 눈멀었습니다. _ 시 님의침묵 中 한국대표시인 한용운의 시 107편을 수록하여 언제든 다시 찾아볼 수 있게 하였다.
구매가격 : 500 원
김소월 시집
도서정보 : 김소월 | 2019-11-11 | EPUB파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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못 잊어 생각이 나겠지요 그런대로 한세상 지내시구려 사노라면 잊힐 날 있으리다. 못 잊어 생각이 나겠지요 그런대로 세월만 가라시구려 못 잊어도 더러는 잊히오리다. 그러나 또 한끝 이렇지요 그리워 살틀히 못 잊는데 어쩌면 생각이 떠지나요? _ 「못잊어」 김소월 한국인이라면 누구나 사랑하는 시인 김소월의 아름다운 시 123편을 모아 엮음으로서 언제든 편하게 다시 찾아볼 수 있게 하였다.
구매가격 : 500 원
한국인의 가슴에 별이 된 한국 명시 138
도서정보 : 김소월 외 7명 | 2019-11-11 | EPUB파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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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동주 김소월 김영랑 한용운 박인환 이육사 오장환 권태응 등 한국의 시인 총 8인의 명시를 추려 한 편의 시집으로 엮었다. 한국인이라면 누구나 기억하고 사랑하는 시인 8명의 시를 통하여 서로 다른 세상을 바라보는 시선을 느껴볼 수 있기 바란다.
구매가격 : 1,200 원
악장가사 필사본―천연색 영인본
도서정보 : 박준 | 2019-11-10 | PDF파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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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나라 순수 가집 가운데 최고의 책으로, 고려 가요 24편을 그대로 전수하고 있다. 한문과 한글을 병기하는 한글 한자 겸용 저술의 사례이기도 하다. 조선 시대까지 오랜 기간 구전되어 온 고려 가요를 담고 있고, 그 외에도 조선의 속악과 궁중의 악장을 포함하고 있어서 자료적 가치가 뛰어나다.
구매가격 : 8,500 원
윤동주 시집
도서정보 : 윤동주 | 2019-11-08 | EPUB파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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별하나에 추억과 별하나에 사랑과 별하나에 쓸쓸함과 별하나에 동경과 별하나에 시와 별하나에 어머니 어머니... _ 시 별 헤는 밤 中 밤 하늘을 바라보며 삶을 노래했던 일제 강점기의 시인 윤동주의 100편이 넘는 시를 일괄 수록했다.
구매가격 : 500 원
구름 그리고 바람
도서정보 : 최신림 | 2019-11-08 | EPUB파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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켜켜이 쌓아 둔 시간
털어내는 작업 하다 보면
간혹 이런 생각을 합니다.
내가 왜 이 길을 선택했을까
의구심이 생깁니다.
숱한 방황 끝내고
마음을 詩로 표현하고
시인의 길 걸어가는 것은
돌이켜 보면 제가 이 길을
잘 선택한 것 같습니다
끝없이 얼어 있는 바다
두꺼운 얼음을 깨고
앞으로 향하는 쇄빙선 같은
묵묵한 마음으로
낡은 펜 잡아
새로운 역사의 오늘
알차게 열어 갑니다.
구매가격 : 6,000 원
편지에는 그냥 잘 지낸다고 쓴다 (문학동네시인선 127)
도서정보 : 윤제림 | 2019-11-05 | EPUB파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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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의 평범한 얼굴에 새겨진
비범한 단단함, 그 떳떳한 슬픔
―윤제림 일곱 번째 시집 『편지에는 그냥 잘 지낸다고 쓴다』
1987년 『문예중앙』을 통해 등단한 윤제림 시인이 『새의 얼굴』 이후 6년 만에 찾아왔다. 63편의 시가 담긴, 그의 일곱 번째 시집이다. 인간다움에 대하여, 상생(相生)에 대하여, 그것을 담을 언어에 대하여 30년 넘게 천착해온 그. 눈에는 눈물방울이 살짝 맺혀 있고, 입가엔 미소가 흐르는 듯한 표정의 윤제림 시 화자들은 이번 시집에서도 인간사 세상사의 틈바구니를 진중히 들여다본다.
사람으로 최상의 배역을 맡은 사람들은
배고프면 먹고
졸리면 잔다
_「저(?)씨 문중에 보내는 사과 서한」에서
생의 윤리나 진실 혹은 비의에 복잡한 수식도, 화려한 미사여구도 사실은 불필요한지 모른다. 윤제림 시에는 군더더기 없는 묘사와 진술만으로 오랜 시력(詩歷)의 은근한 힘이 드러나고, 우리는 그가 부러 비워둔 침묵의 자리마다에서 가만히 멈추어보아도 좋을 것이다.
비슷하게 한세상 살아온 사람들이
비슷비슷 뜨고 붓고 눋고 타고
그을린 얼굴로
솔밭에 차일을 치고 막걸리 여러 말 받아놓고
오래전에 이고 살던
구름의 안색과 하늘 낯의 인상을
대조하며
서로의 잔을 채우고 있었다
넘치게
_「면민회(面民會)」 전문
“뜨고 붓고 눋고 타고” 네 어절로 요약되는 “이고 살던” 삶의 굴곡들. 서로의 그것을 아는 ‘면민회’이기에 서로의 잔을 넘치게 채워도 좋은 것이리라. 내 삶을 네가, 네 삶을 내가 알아주는 일. 그것이 결국 너와 나를 ‘계속 살아감’으로 이끄는 일이라는 것을 아는 시인이기 때문일 것이다, 이번 시집 곳곳에서 눈물 흘리는 이를 마주하게 되는 것은. 그 시들이 유독 빛나는 것은.
슬퍼서,
온종일
구두 한 켤레도 완성하지 못하고
울기만 하는
동료 곁에서
눈물쯤은 그냥 흐르게 놔두고
바늘 끝에 떨어지게 내버려두고
콧물이나 가끔
토시 낀 소매로 훔치며
결국은
오늘의 구두를 다 짓고 있는 사람
_「슬픈 날의 제화공」에서
말이 끝나기 무섭게 운다 짐승처럼 운다
17호실에…… 가면
울지 않으려고
백주대로에서 통곡을 한다
이 광경을
김종삼 시인이 물끄러미 바라보고 있었다
길을 건너려다 말고
_「장편(掌篇)」에서
저것은,
두보가 강변 주막에다
조복(朝服)을 저당잡히고
아침부터 취해 울던 날에
그의 술잔 속을 들락거리던 허연 수염이거나,
거기 매달려 흔들리던
그 무엇이다
그것이, 지금
짜장면을 먹다가 느닷없이 엉엉 울기에
왜 우느냐 했더니
“단무지가 너무 맛있어서”라고 하고는
다시 또 울더라는 이 고장 시인
박용래처럼
내 앞에서
울고 있다
_「억새―금강의 가을」 전문
우는 사람과 그를 바라보는 사람. 슬픔의 이유를 쉽게 묻지 않고 또 쉽게 연민하거나 이해했다 말하지 않는 자세는 윤제림 시에 한결같이 흐르는 정서이기도 하다. 두보나 박용래, 김종삼, 강우식 등과 같은 시인이나 화가 이중섭, 효봉 스님, 명창 김연수, 산악인 박영석 실존 인물을 호명하고 기리는 것 역시 지난 시집과 맥이 통한다. 실존했던 이의 삶이 소재가 되었을 때 생기는 또렷하고 구체적인 감정과 감각들이 그에게 중요했으리라. “이 땅의 시는 이 땅의 굴곡진 역사만큼 개개인의 삶에 작용한 압력과 그로 인한 고통과 슬픔을 기록했다. 이 기록에 깊음이 없다고 말할 수 없지만, 윤제림 시의 깊이는 좀 다른 데서 출현한다. 가령, 우리의 평범한 얼굴에 새겨진, 비범한 단단함 같은 것.”(문학평론가 송종원, 해설에서)
불온한 생각도 아직은 더러 있는데
꺼내놓을 용기가 없다,
대부분 옛사람 옛글이 시키는 대로
다소곳이
상부의 명령과 지시에
고분고분
고향에 보내는 편지에는 그냥
잘 지낸다고 쓴다
_「근황」 전문
떠나보내는 이들이 점점 많아지고, 시인은 자신이 선 자리를, 자신의 쓸모를 돌아본다. “또 벌레가 되더라도 책벌레는 되고 싶지 않”으며, “무당벌레나 자벌레만 되어도 당신을 위해/ 할 일이 있을 것 같”다고(「다음번에는」). 모종의 허허로움을 품은 시인에게 지난 시간들은 어떤 의미가 되었을지. 다가올 시간은 또 그에게 어떻게 새겨질지. 뭉근한 화롯불처럼 지긋이 타오를 그의 시세계가, 어디로 어떻게 이어갈지 또한 기대하며 기다리지 않을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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