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음속 아이를 부탁해

도서정보 : 한영임 | 2020-11-10 | PDF파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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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 『마음속 아이를 부탁해』는 우리 모두가 살면서 경험하는 ‘고통’을 어떻게 다스려야 하는지 차근차근 도와주는 수필이자 실용서이다. ‘우리의 삶은 우리가 마음먹기에 달려있다’는 단순한 진리를 통해 얼마든지 현재의 고통을 벗어날 수 있다는 것을 몸소 체험한 저자는 일상 속에서 체험한 작고 소중한 깨달음, 그리고 평범한 이야기들과 함께 ‘내 마음을 알아가고 보듬는 방법’을 따뜻하게 풀어낸다.

구매가격 : 9,750 원

페어플레이

도서정보 : 이에리사 | 2020-11-10 | EPUB파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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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한민국 스포츠 역사에 기록된 ‘사라예보의 전설’

세상은 그의 이름 앞에 ‘사라예보의 전설’이라는 타이틀을 붙였다. 1973년 사라예보에서 ‘우리나라 구기 종목 사상 최초의 세계 제패’라는 엄청난 업적을 달성했을 때, 이에리사의 나이는 겨우 만 열아홉 살이었다. 대한민국이 어디에 있는 나라인지 모르는 유럽인들은 세계지도를 가지고 그를 찾아와, 대한민국의 위치를 묻고 그 자리에 사인을 요청할 정도였다. 당시 그의 빛나는 활약으로 국내에서는 탁구공이 품절되고 각 학교마다 탁구부가 창단될 정도로 탁구 열풍이 불었다. 그는 세계에 대한민국 스포츠의 위용을 알린 ’70년대의 국민 여동생 스포츠 스타였다.
이에리사는 이미 중3 때 실업선수와 국가대표들을 제치고 ‘전국남녀종합탁구선수권대회’ 우승을 차지하며 파란을 일으켰고, 이후 이 대회 개인단식 7연패는 지금까지 깨지지 않는 기록으로 남아있다. 사라예보 세계탁구선수권대회 우승 후에도 두 번의 세계탁구선수권대회 준우승과 수많은 국제대회 우승 전력은, 개인의 기록을 넘어 대한민국 스포츠 역사의 빛나는 한 페이지를 장식하고 있다.

구매가격 : 11,000 원

쓰지 않을 이야기

도서정보 : 조수경 | 2020-11-09 | EPUB파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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팬데믹 재난부터 ‘n번방’이 표상한 사회적 병증까지…
반복하지 않기 위해, 오래 기억되어야 할 이야기들





◎ 도서 소개

전염병 아래 감춰진 이 시대의 진짜 얼굴을
선명하게 포착한 네 편의 소설

2020년의 시작부터 WHO에 의해 감염병 최고 등급으로 선포된 코로나19는 전 세계 인류를 동시에 공포와 혼란에 빠뜨리며 유례없던 ‘팬데믹 시대’를 열었다. 그 속에서 한국 사회가 경험한 사회적 병증은 코로나19로 알려진 생물학적 병증만이 아니었다. 2019년 하반기에 서서히 알려지기 시작했던 ‘텔레그램 n번방’의 실체가 낱낱이 드러난 것이다. 운영자 16명, 2차 유포자 50명뿐만 아니라 구매자까지 포함하면 총 26만 명으로 추산되는 성착취 범죄에 가담한 가해자의 숫자는 우리 사회 보이지 않는 곳곳에 퍼진 사회적 병증에 대한 경각심을 넘어 공포를 느끼게 했다.
네 명의 젊은 작가 조수경, 김유담, 박서련, 송지현의 시선으로 코로나19로 시작된 팬데믹 재난부터 n번방이 표상한 사회적 병증까지 우리가 살아가고 있는 지금 이 시대를 선명하게 담아낸 팬데믹 테마 소설집 『쓰지 않을 이야기』가 아르테에서 출간되었다. 『쓰지 않을 이야기』의 네 편의 소설은 앞으로 반복하지 않기 위해 우리가 반드시 기억해야만 하는 이 시대적 병증의 실체를 마주하게 하면서도, 이토록 공포에 질린 순간에도 우리가 서로에게 어떤 존재가 되어주었고 앞으로도 되어줄 수 있는지를 따뜻한 시선으로 담아내고 있다. 그리고 그 과정 속에서 이미 우리 각자가 내재한 힘만으로 일으키는 변화를 보여주면서 지금 이 시대가 결코 공포의 시간으로만 기록되지 않을 것이라는 희망을 전한다.

“일찍이 인류는 위기를 피하기 위해 기억하고, 기억하기 위해 이야기를 만들었다.
전염 사회에 관한 한 어떤 형식의 글보다도 이야기가 필요한 것은 이야기야말로 낮은 위기관리 능력을 지닌 인간이 만든 유일한 무기이기 때문이다. [……] 소설가들은 결코 승리의 역사로 끝나지 않을 이 감염의 시간을 살고 있는 ‘코로나 시대의 인간’을 다층적이고 다면적으로 바라본다. 바이러스의 공격에 멈춤으로 응수하는 개인에서부터 이후를 상상하고 준비하는 개인에 이르기까지, 각자 다른 세계에 뷰파인더를 맞추고 있는 네 편의 소설은 저마다의 방식으로 우리가 모르거나 충분히 알지 못하는 ‘전환 시대의 인간’을 기록한다.”_박혜진(문학평론가)



아르테S는 하나의 주제Subject를 둘러싼 다양한 이야기Story로 구성된 시리즈입니다. 가벼움과 무거움 사이의 경계를 허물고, 삶의 다양한 관심사들을 담아내며 새로운 흐름을 만들어갑니다.


지금 우리가 앓고 있는 병,
우리가 견뎌야만 했던 부조리한 세계의 실체
‘전염병’은 개체 간 전이가 가능한 하나의 병원체로 시작해 집단적으로 유행하는 병을 일컫는다. 코로나19 바이러스는 인간의 신체에 직접적인 영향을 끼쳤지만, 실제로는 인간 신체를 속박할 뿐 아니라 전 세계의 사회경제적인 기능을 모두 마비시켰다. ‘n번방’ 사건은 어떤가. 직접적인 피해는 법리적으로 명백히 인정되는 범죄 피해자뿐이겠지만, 이 사건은 이 시대 한국을 살아가는 모든 이들에게 쉽게 치유될 수 없는 트라우마를 남겼다. 이렇듯 전염병은 그것 자체가 가지고 있는 기능의 단순함을 넘어 점차 복잡다단한 현상을 거듭 일으키며 공동체를 마비시키고 순식간에 모든 사회를 집어삼킨다. 그리하여 우리가 일상에서 볼 수 없던 사회 구조가 내포하고 있는 위험성의 실체를 드러나게 한다.
조수경 소설 「그토록 푸른」은 여행사에서 비정규직으로 일하다 집단 감염병 때문에 1순위로 해고되어 새벽배송 물류센터에서 아르바이트를 시작한 평범한 30대 여성 주소영의 이야기이다. 전염병의 확산으로 배송 업무가 늘고 주인공은 다행히 일자리를 얻게 되지만, 전국 각지로 식품을 배송하는 물류센터는 확진자가 나오면 업장이 폐쇄되어 매출에 치명적인 악영향을 받기 때문에 기업은 시간과 비용을 들여 시간제 근무자를 보호하거나 관리하지 않고 형식적이고 간단한 문진표로 대신하며, 생계를 위협받아 한계에 내몰린 개인은 자신과 공동체에 닥칠 수 있는 위험성을 감지하고도 은폐하며 거짓을 선택하게 된다. 「그토록 푸른」은 전염병으로 인해 순식간에 취약해진 사회경제적 시스템 속에서 삶의 기반을 잃고 안정성마저 송두리째 빼앗긴 개인의 삶을 실감 나게 보여준다.
김유담 소설 「특별재난지역」은 실제 코로나19 사태 초기에 확진자가 무더기로 나왔던 지역 경북 청도에 사는 60대 여성 일남의 이야기를 담고 있다. 일남은 요양병원에 모신 아흔두 살의 아버지를 통해 코로나19 재난을, 이혼한 아들이 맡긴 초등학생 손녀를 통해 미성년자 성착취 재난을 동시에 경험한다. 일남이 맞닥뜨린 거대한 두 개의 재난은 이 세계에 버젓이 존재하고 있는 현실이지만, 일남이 가진 기존의 상식과 윤리로서는 절대로 이해할 수 없고 상상할 수도 없는 영역이다. 그럼에도 아버지의 장례를 치르고 손녀의 어깨를 힘주어 안으며 끝까지 지켜줄 것을 다짐하는 일남의 모습은 우리가 가진 일상을 지키려는 의지가 재난을 어떻게 견뎌내는지, 이런 보통의 마음이 어떤 능력을 발휘하는지 목도하게 한다.


이미 우리 안에 존재하는 힘과 희망에 대하여
우리는 태어날 때부터 저마다의 몸속에 외부 병원체에 저항할 면역 물질을 생성하는 면역 체계를 가지고 태어난다. 빠르게 변이하는 바이러스만큼이나 우리 몸의 면역 체계 또한 그 변화에 기민하게 대응하는데, 우리가 병원체에 감염되었을 때 흔히 느끼는 열과 통증은 파괴적인 바이러스의 작용임과 동시에 우리의 면역 체계가 바이러스에 대처하며 발생하는 자연스러운 현상이기도 하다. 때때로 인체의 자연스러운 치유 과정은 그렇게 기이한 열과 통증을 필연적으로 동반한다.
박서련 소설 「두痘」는 1990년대를 배경으로 전교생이 열여덟 명뿐인 시골의 작은 분교로 첫 발령을 받은 교사 진화의 시선으로 이야기를 시작한다. 한 아이의 몸에 돋아난 빨간 돌기를 발견한 진화는 이어 다른 아이들의 몸에서도 같은 돌기를 발견해 수두라고 생각하고 보건소를 찾았다가, 이 돌기가 수두가 아닌 성병을 암시하고 있음을 알게 된다. 조용한 시골 풍경 아래 은폐된 폭력의 세계를 마주한 진화는 충격에 빠지지만, “누가 함부로 만진 자리에 돋는 게 아닐까. 더 만지지 말라고”라는 동료 교사 채은의 말에 이 증상은 병이 아니라 경고일 수 있음을 가슴 아리게 깨닫는다. 그리하여 천진난만하게 피구를 하는 아이들의 몸에 돋아난 돌기가 마치 “크리스마스트리를 수놓은 전구처럼” 빛나는 모습을 보며, 더 이상 아이들이 처한 고통과 진실이 감춰지지 않고 드러날 것이라는 믿음을 마주하게 된다.
송지현 소설 「쓰지 않을 이야기」는 20년 동안 중국과 홍콩을 오가며 살다가 전염병으로 인해 귀국한 아빠의 모습과 남자 친구를 만나기 위해 어린 시절 살던 소도시를 방문하는 일상의 풍경을 보여준다. 20년이라는 시간이 지나는 동안 가족들은 이미 저마다의 방식으로 변해버린 각자의 일상을 살아가고 있다. 이미 변해버린 일상의 풍경은 과거로 돌이킬 수 없음을 체감하게 하고, 그 감각은 덤덤하지만 아릿하다. 문학평론가 박혜진은 해설을 통해 “이 상실의 감각을 비관적 체념으로만 읽지는 않는다. 오히려 다가올 미래를 위해 반드시 필요한 감각”이라고 말한다. 왜냐하면 “떠나갔기 때문에, 혹은 떠나왔기 때문에 작별했던 그 시절은 분명 지금은 존재하지 않는 사라진 세계이지만 사라졌기 때문에 다시 나타날 수 있는 ‘가능한 세계’”가 되었기 때문이다.
우리의 면역 체계는 한 번 감염된 병원체를 세포의 형태로 몸속에 기록하고 살아 있는 동안 평생을 기억한다. 평생을 기억하기 때문에 같은 병에 걸렸을 때 통증도 느끼지 못하는 채로 지나갈 수 있는 것이다. 『쓰지 않을 이야기』는 이렇게 지금 우리 사회가 앓고 있는 전염병이 안겨준 통증이 결코 작지 않았다 하더라도, 우리는 그 시간을 단지 감염의 시간으로만 기록하지 않게 될 것임을, 우리가 함께 지나가는 거대한 면역의 시간이 될 것임을 담담하고도 따뜻하게 보여주고 있다.


◎ 책 속으로

바이러스에 감염된 사람들 중에 신체 말단을 시작으로 온몸이 푸르게 변하는 증상을 보이는 사례가 늘고 있다는 내용이었다. 모자이크 처리된 사진만 봐도 환자의 팔과 얼굴은 사람의 것이라기보다 한여름의 식물처럼 짙은 녹색을 띠고 있었다.
_ 조수경 「그토록 푸른」 p.15

최근에 깨달은 나의 가장 큰 장점은 질기다는 거였다. 강하다기보다 질긴 것. 어쩌면 강한 것과 질긴 것 중 살아가는 데 더 필요한 건 질긴 것인지도 몰랐다. _
조수경 「그토록 푸른」 p.20

미래는 온통 새까맣고 불확실했지만, 어쨌든 이 힘든 시기에 새벽배송 물류센터가 있어서 다행이었다. 일터에서 쫓겨난 사람들, 가게 문을 닫아야만 했던 사람들이 모두 이곳에 몰려들었다.
_ 조수경 「그토록 푸른」 p.24

“원래는 이렇지 않았어.”
여자는 마스크를 쓰고도 손으로 입을 가리며 은밀하게 속삭였다. 허공에 떠 있는 시선은 어딘가 불안해 보였고, 오래 쓴 탓인지 마스크에서는 퀴퀴한 냄새가 풍겼다. 나는 그녀가 바짝 다가오는 게 신경 쓰여 상체를 뒤로 뺐다.
“원래 여기서 일하는 사람들이 이렇게까지 많지는 않았다고.”
나는 여자의 말에 귀 기울이는 대신 들숨과 날숨에 미세하게 꺼졌다 부풀어 오르는 마스크를 바라봤다. 눈에 잘 보이지 않는 구멍들, 그 틈으로 사람의 눈으로는 볼 수 없는 것들이 새어 나와 내게 들러붙지 않을까 염려했다.
_ 조수경 「그토록 푸른」 pp.31~32

팀장이 멈췄던 손을 다시 움직여 마스크를 벗겨냈다. 매끈하고 뽀얀 얼굴 아래로 마스크를 썼던 자리만 다른 빛을 띠고 있었다. 푸르게 변해버린 뺨과 코와 턱에 파운데이션 얼룩이 남아 있었다.
_ 조수경 「그토록 푸른」 p.50

좁은 동네에 확진자가 대거 쏟아지면서 길거리에 사람 찾아보기가 힘들었다. 어차피 가게에 찾아올 사람이 없다는 걸 알면서도 경호는 초조하고 불편한 기색이었다. 이렇게 오래 쉬어본 것은 가게를 개업한 이래로 처음이었다.
_ 김유담 「특별재난지역」 p.70

일남은 가영의 휴대전화를 낚아채 카카오톡 대화창을 열었다. 누군가 젊은 여자의 사진을 프로필로 내걸어 놓고 가영에게 친근하게 말을 걸어왔다. 자신을 엄마라고 밝힌 후 그간 너무 보고 싶었다는 말까지 하면서 가영의 약한 심리를 교묘하게 건드리는 낯선 사람에게 가영이 홀랑 넘어간 것이다. 처음에는 얼굴 셀카, 전신 사진을 보여달라고 하다가 점점 이상한 요구를 해왔지만 가영은 오히려 엄마와 연락이 끊길까 봐 두려워했다.
_ 김유담 「특별재난지역」 pp.87~88

기차역 앞을 막아선 군인들과 적막한 도시의 살풍경한 모습을 뉴스로 볼 때만 해도 이웃 나라에 닥친 재앙이라고만 여겼다. 상희는 청도가 봉쇄될 일은 없을 거라고 아이를 안심시켰지만, 앞으로 예상할 수 있는 일은 아무것도 없다고 일남은 생각했다. 아니, 이미 일남은 처절하게 버려지고 고립된 기분이었다. 일남은 한 팔로 무릎 위에 올려진 부친의 유골함을 세게 끌어안았고, 나머지 팔로는 곤하게 잠든 가영의 어깨를 부여잡았다.
_ 김유담 「특별재난지역」 pp.99~100

열면 안 돼요.
들릴락 말락 한 소리로 채은이 말했고 진화는 엉겁결에 고개를 끄덕였다. 문을 땅, 땅, 두드리는 소리는 그 뒤로도 서너 번 더 이어졌다.
_ 박서련 「두痘」 p.106

증세를 보인 아이들의 오빠나 남동생 중에 이 병을 앓는 아이는 단 하나도 없었다. 셋이나 되는 고 씨 자매들이 싹 나았다가 다시 증세를 보일 동안에도 막내 진호에게는 아무 이상도 나타나지 않았다.
_ 박서련 「두痘」 pp.148~149

그래, 그러자 얘들아. 사실은 아무도 잘못되지 않았으니까, 피구를 해도 괜찮아. 채은과 진화는 주전자에 물을 채우고 배구공을 챙겨 아이들을 몰고 운동장으로 나갔다. 물주전자로 피구 코트를 그리고 가위바위보로 편을 갈라 아이들에게 공을 넘기고 그늘에 앉아 아이들을 지켜봤다. 아이들은 금세 소란을 피우며 공을 주고받기 시작했다. 눈이 부셨다.
_ 박서련 「두痘」 p.152

7월 한낮의 운동장 위에서도 아이들 몸에 고인 빛은 또렷이 보였다. 고 씨네 맏이 진아의 등허리에서, 둘째 진선의 어깻죽지에서, 셋째 진희의 종아리에서, 까만 머리카락으로 뒤덮인 명애의 머리통에서 수포가 빛을 뿜었다. 크리스마스트리를 수놓은 전구처럼 깜빡거렸다. 수포가 밀집한 곳일수록 더욱 격렬하게 빛났다.
_ 박서련 「두痘」 p.153

소설 속에서 가족을 골고루 죽였다. 엄마를 죽인 것은 다섯 번, 할아버지를 죽인 것은 세 번, 삼촌을 죽인 것도 세 번, 동생을 죽인 것은 두 번이다.
_ 송지현 「쓰지 않을 이야기」 p.157

중국과 홍콩을 오가며 살던 아빠는 전염병이 돌자 곧장 귀국했다. 아빠가 20년 동안 뭘 하면서 살았는지는 모르겠다. 하지만 한 가지 사실은 확인할 수 있었는데, 그건 이제 아빠 명의로 통장을 개설할 수 없다는 것이었다.
_ 송지현 「쓰지 않을 이야기」 pp.158~159

아빠가 만약 깡패라면…… 깡패는 자신의 명의로 통장을 갖지 못하는 사람. 동물 다큐멘터리를 하루 종일 보는 사람. 집을 깔끔하게 유지하고 빨래를 색깔별로 나누어서 빠는 사람. 그런 사람을 말하는 게 아닐까.
_ 송지현 「쓰지 않을 이야기」 p.177

우리 가족은 이제 훌라의 룰도 잊었다. 가족은 모두 각자의 일을 하러 오래도록 집을 나가 있는다. 돌아온 아빠를 거실에 혼자 두고.
_ 송지현 「쓰지 않을 이야기」 p.183

나는 가만히 p의 오른손을 잡았다. 우리가 마음만 먹으면 언제든 가족이 될 수도 있다는 사실이 이상했다. p를 닮은 못생긴 아이를 낳고, 그 아이는 여러 도시를 오가며 살다가, 나를 닮은 사람을 만나서, 언젠가 누군가와 이런 차를 타고 가면서 생각하는 것이다. 마음만 먹으면 언제든 가족이 될 수도 있다는 사실이 이상하다고.
_ 송지현 「쓰지 않을 이야기」 p.188

구매가격 : 8,800 원

기본소득 시대

도서정보 : 홍기빈 | 2020-11-09 | EPUB파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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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기를 견디고 인간성을 지키는 일
불평등을 넘어 모두가 안전하고 자유로운 시대를 그리다





◎ 도서 소개

세계적 재난이 드러낸 자본주의 체제의 한계,
우리가 재건할 재난 이후의 사회는 어떤 모습일까?

2020년과 함께 시작된 코로나19는 순식간에 세계 경제와 사회를 지탱하는 자본주의 시스템을 전면적으로 멈춰 세웠고, 이에 현 체제에 대한 사람들의 믿음은 뿌리부터 흔들렸다. 이런 혼란 한가운데, 위기를 돌파할 긴급 처방이자 미래를 대비할 정치적 비전으로써 ‘기본소득’이 논의 테이블 위에 본격적으로 올랐다. 정치권뿐만 아니라 시민의 여론도 크게 변했다. 기본소득은 코로나19를 거치는 동안 70퍼센트에 육박하던 기존의 반대여론을 뒤집고 60퍼센트 가까운 찬성이란 여론의 지지를 얻었고, 이에 힘입어 기본소득에 가까운 형태의 ‘긴급재난지원금’이 일시적으로 시행되어 성공적인 평가를 받았다. 이에 기본소득은 한국 사회의 고질적인 저성장과 불평등을 타개할 정치적 가능성을 가진 정책으로 주목을 받으면서, 2022년 차기 대선을 판가름할 가장 뜨거운 정책 공약으로까지 떠올랐다. 과연 기본소득은 지금의 위기를 돌파할 강력한 대안이 될 수 있을까?
자본주의의 흐름 속에서 발달한 기존 사회정책과 기본소득의 본질적인 차이를 짚어보고, 현재의 논의 속에서 반드시 주목해야 할 주요 쟁점들까지 한 권에 담은 책 『기본소득 시대』는 현재 기본소득 논의에서 가장 핵심적인 관점으로 담론을 주도하고 있는 다섯 전문가의 시선을 통해 기본소득을 깊이 있게 들여다본다. 또한 그 어느 때보다 힘겨운 팬데믹 시대를 통과하는 우리가 재난 이후의 사회를 이전보다 더욱 자유롭고 공정하고 안전하게 만들 수 있다는 현실적인 믿음을 가질 수 있는 정책적 토대를 우리에게 보여준다.

“요컨대, 기본소득은 또 하나의 복지정책이 아니라,
코로나19와 기후 위기로 특징되는 오늘의 세계에 대한,
인간성의 한계와 가능성에 대한 근원적인 물음으로 연결되는 단초가 되어야 하는 것이다”_홍세화(장발장은행장, 소박한자유인 대표)



아르테S는 하나의 주제Subject를 둘러싼 다양한 이야기Story로 구성된 시리즈입니다. 가벼움과 무거움 사이의 경계를 허물고, 삶의 다양한 관심사들을 담아내며 새로운 흐름을 만들어갑니다.


“모두에게 실질적인 자유를!”
자본주의적 질서에 정면으로 도전하는 아이디어
기본소득이 전 세계적인 주목을 받은 것은 코로나19 사태가 처음이 아니다. 가까운 역사를 짚어보자면,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때 전 세계적으로 진보와 보수 등 정치적·경제학적 입장을 불문하고 각자의 관점에서 기본소득을 시대에 맞게 재정의하고 제안했으며, 이후 실제 미국, 캐나다, 핀란드와 같은 국가에서 실험적으로 도입하기도 했다. 그때까지만 해도 한국에서 기본소득은 좌파 진영의 ‘꿈같은 이야기’ 혹은 ‘존재감 없는 비전’으로만 여겨졌으나, 4차 산업혁명이 본격적으로 시작되자 흐름이 달라졌다. 2016년 3월 구글 딥마인드가 개발한 인공지능 ‘알파고’와 세계적인 바둑기사 이세돌의 대국에서 이세돌이 패배한 사건은 인공지능에 의해 사회경제체제에서 소외될 인간의 미래를 극명하게 보여주는 사건으로 ‘알파고 쇼크’라는 단어로 명명되기도 했다. 그 전후의 한국은 비정규직과 정규직, 세습되는 부와 가난 등 심화되는 불평등의 양극화라는 심각한 사회적 문제를 안고 있었다. 여기에 ‘알파고 쇼크’는 거의 모든 직업이 기계로 치환될 수 있음을 암시하며 가속화하고 있는 자본주의의 흐름 속에서는 누구도 영원히 안정된 삶을 보장받지 못한다는 사실을 체감했고, 그렇게 기본소득에 대한 관심은 한국에서도 점차 고조되기 시작했다.
기존의 사회정책이 그 대상을 ‘절박한 가난에 처한 이들’로 국한하고 그들의 ‘근로 의욕’을 줄이지 않는 선에서 선별적이고 제한된 지급을 지향한다면, 기본소득은 모두에게 ‘보편적’으로, ‘현금’을, ‘개인’에게, ‘무조건’ 지급하는 정책이다. 이런 정책적 아이디어를 뒷받침하는 전제는 바로 ‘공유재산’인데, 원래는 ‘신의 것’이었으나 개인이 울타리를 치는 바람에 공동체가 영위하지 못하고 특정 계층이 독식하게 된 ‘토지’는 물론, 인류가 발전시킨 금융, 지식재산, 전파, 데이터까지도 바로 이 공유재산의 시각에서 다시 바라봐야 하는 것이다. 즉 기본소득은 ‘공유재산’ 개념을 기반으로 ‘노력으로 얻은 개인의 재산’ 이전에 존재하는 ‘누구도 소유할 수 없는 공공의 재산’에 주목하게 한다. 그리고 기존 자본주의사회에서 상식처럼 통용되었던 ‘소유’에 대한 생각을 근본적으로 뒤집어 우리 모두가 안전한 생계를 보장받고, 이제 그 이상의 삶을 함께 상상할 수 있다는 새로운 가치를 그려내고 있다.


관점에 따라 달라지는 기본소득의 방향성
우리가 함께 새롭게 정의하는 ‘공정하고 자유로운 사회’
―기본소득은 같은 현안을 공유하면서도 각자의 관점에 따라 필요성에 대한 판단이 크게 달라지는 정책이다.
정치경제학자이자 전환사회연구소 공동대표인 홍기빈은 『기본소득 시대』를 통해 기존 자본주의사회에서 대규모로 등장한 비정규직 시대를 넘어, 4차 산업혁명과 함께 더욱 불안정한 일자리로 내몰린 ‘프레카리아트’의 출현을 짚으며 “완전고용의 노동시장과 안정된 자본?노동 관계를 전제로 마련된 사회복지 정책이 사실상 무의미”해졌기에 합당한 사회정책으로 기본소득이 도입되어야 한다고 말한다. 한편, 경제학자 김공회는 코로나19 사태에서의 긴급재난지원금이 보여준 효용성과 “인구 대다수의 삶의 안정성이 크게 흔들릴 때마다 기본소득 요구가 집중적으로 터져나왔다”는 점에 동의하면서도, 삶의 기반을 잃은 사람들이 사실상 ‘즉각적’인 반응으로 국가에게 요구할 수 있는 것이 재난 지원 방식의 현금이라는 점과 코로나19가 심화될 때 유엔개발계획(UNDP)이 복지 체계가 제대로 갖춰지지 않은 저개발국들에게 한국식 긴급재난지원금을 권고한 것과 달리 발달한 복지국가에서는 보편적 현금 지원책을 쓰지 않았음을 지적하며, 더욱 강력하고 효율적인 복지국가의 구현이 필요하다고 주장한다.

―기본소득은 ‘어떻게 시행할 것인가’에 따라서 극명하게 방향성이 달라지는 정책이기도 하다.
한국에서 ‘재난 기본소득’을 최초로 제안한 정책 연구자 윤형중은 『기본소득 시대』에서 한국에서의 기본소득 논의가 주로 찬반 논쟁의 구도로만 진행되었음을 짚으며, “기본소득은 찬반 논쟁으로 충분히 논의되기 어려운 주제”라고 말한다. 기본소득을 ‘어떻게’ 현실화할 것인지에 따라 사회가 나아갈 방향성이 완전히 달라질 수 있다는 점에 주목하며, 지금의 논의에서 중요한 것은 기본소득을 시행할지 말지에 대한 결정보다, 우리가 어떤 사회를 만들어나갈지에 대한 솔직하고 구체적인 대화와 선택이라고 말한다. 이는 한국만의 상황이 아니다. 미국 정치학자인 안병진은 1960년대 미국 뉴딜 시기에 구체적으로 논의되었던 ‘모든 시민의 품위 있는 삶의 권리’를 위한 기본소득 논의부터 2020년 4차 산업혁명 흐름 속에서 ‘양갱 신드롬’을 일으킨 앤드루 양의 기본소득 논의까지 훑으며, 실제 기본소득 논의가 등장한 시대와 아이디어를 제기한 인물의 정치적 소신이나 철학에 따라 사회정치적 방향성이 얼마나 첨예하게 달라졌는지를 보여준다.

―그러나, 기본소득은 그동안 상상도 해보지 못했던 삶과 공동체를 구체적으로 논의하게 하는 토대이다.
기본소득청‘소’년네트워크 운영위원인 백희원은 기본소득 정책의 수혜자가 될 평범한 시민의 눈높이에서 기본소득이 삶을 어떻게 변화시키는지를 보여준다. 탈가정 청소년들이 참여한 기본소득 실험에서 불안을 딛고 일어나 자립심과 자존감을 회복하는 청소년의 사례와 일반 시민을 대상으로 한 기본소득 워크숍에서 안정성에 대한 욕망 너머에 있는 관계지향적인 내면을 스스로 발견한 한 시민의 목소리를 생생하게 들려주며, 우리 모두의 삶을 변화시킬 단초로서의 기본소득을 하나의 ‘관점’으로 제안한다. 동시에 “여성이 가정에서 돌봄을 책임져야 한다는 압박이 여전한 사회에서 기본소득은 여성의 노동시장 진출 의욕을 꺾고 오히려 성별 분업을 강화할 것”이라는 의심을 타당하게 받아들이며, 기본소득이 선한 방향으로 흐르도록 하기 위해서는 “무엇이 선한 사회인지에 대한 규범적인 토론을 우선해야 한다”고 말한다.

『기본소득 시대』는 우리 사회가 지금 기본소득 논의에서 비중을 두고 있는 시행 여부의 결정보다 논의 과정에서 발견하게 될 다른 요소들이 더욱 중요하다고 말한다. 기본소득의 가장 주요한 개념인 ‘공유재산’에 대한 사회적 합의뿐만 아니라, 기존 정책들의 효용성에 대한 철저한 검증과 토론을 거치는 동안 우리가 판단하게 될 사회적 현안들 그리고 우리 각자가 영위하고 싶은 삶을 구체적으로 그려보고 사회적 권리를 상상해보고 대화하는 과정에서 우리는 지향하는 사회와 공동체를 알게 될 것이기 때문이다. 그렇게 우리는 오늘날의 기본소득 논의를 딛고 기본소득을 넘어선 더욱 값진 사회적 가치를 발견하게 될 것이다.


◎ 책 속으로

기본소득은 궁핍에 처한 이들을 사회가 돕는다는 도덕 경제(moral economy)의 원리를 배경으로 한 공공 부조(public aid)와 분명히 다르며, 수혜 당사자들이 자신들이 미래에 당하게 될 각종 리스크를 공유하기 위해 십시일반으로 기금을 마련하는 사회보험(social insurance)과도 분명히 다른 것이다. 이는 가난한 이들의 고통을 덜어주는 것 혹은 미래의 불안에 집단적으로 대처하는 것 등의 목적이 아니라 말 그대로 ‘모든 이들에게 실질적 자유를’ 확장하는 것을 목표로 하는 새로운 개념의 사회정책 범주이다.
_홍기빈 pp.22~23

20세기에 들어와 2차 산업혁명을 거치며 산업자본주의의 물질적 생산력이 가히 경악할 만한 지경에 도달하자 이야기가 달라진다. 그야말로 ‘한 줌도 안 되는’ 자본가들과 투자자들이 과연 이 어마어마한 부를 다 만들어낸 것인가? 그 부를 만들어내는 데에 집단적으로 달려들었던 대다수의 근로 민중들은 부를 전혀 향유하지 못하고 이루 말로 다할 수 없는 빈곤 상태에 있다는 것이 말이 되는가?
_홍기빈 p.33

현재의 기술혁신은 2차 산업혁명 당시 만들어지고 정착한 자본?노동의 관계와는 전혀 다른 종류의 새로운 일자리들을 양산하였다. 종신 고용은커녕 하루 단위로 고용계약이 갱신되고, 고용의 주체도 애매하며, 업무의 성격이나 일하는 사람의 지위도 불확실하기 짝이 없는 상태인데다 심지어 피고용자로 제대로 파악조차 되지 못하는 이들이 폭발적으로 늘어나고 있다. 오늘날의 지배적인 고용 형태로 부상하고 있는 프레카리아트에게는 예전과 같은 완전고용의 노동시장이나 안정된 자본?노동 관계를 전제로 마련된 사회복지 정책은 사실상 무의미하다.
_홍기빈 pp.37~38

코로나19 사태는 기본소득 주장에 절실한 필요성과 현실성을 갖게 했다. 코로나19라는 바이러스의 창궐은 사회와 경제의 작동을 누구도 예측하지 못한 정도와 방향으로 교란 혹은 중지시켜버렸기에 그에 대한 대책 또한 기존 상식을 넘어서는 것이 될 수밖에 없었다.
_홍기빈 p.39

보통의 경제 위기가 규모가 큰 금융기관이나 대기업의 도산에서 시작되는 것과는 달리, 코로나19발(發) 경제 위기는 우리 주변의 골목상권 침체로부터 시작되었다. 동네 카페에서부터 크고 작은 규모의 여행사나 식당 등에서 노동자들이 줄줄이 잘려나갔다. 도·소매업에서 교육 관련 분야에 이르기까지 고객 응대에 종사하는 노동자들이 특히 피해를 많이 봤다.
_김공회 pp.54~55

기본소득론의 주장대로 자본주의 발달 과정에서 삶의 기반이 파괴된 것은 명백하다. 하지만 그것이 역사적으로 끊임없이 재구축된 것도 사실이다. 어떻게 되었는가? 자본주의 발전 초기에 기본소득론이 주로 문제 삼은 것은 자본주의 이전의 소농적 기반의 해체였다. 자본주의가 본격적으로 발전하기 위해서는 다른 기반이 필요했다. 보편적 임노동 체제가 그것이다.
_김공회 p.73

국가는 ‘자본가들의 공동위원회’이기도 하지만, 동시에 대다수 인민의 이해관계를 구현해야 하는 근대적인 공화국이기도 하다. 이렇게 상충하는 의의를 갖게 된 국가는 그 자체로 하나의 (계급)투쟁의 장이며, 복지국가는 그러한 투쟁의 잠정적 결과물이다. 성숙한 자본주의하에서는, 경제와 사회의 안정적 재생산, 특히 임노동 관계의 안정적 재생산을 도모하는 것이 국가의 핵심적 기능이다. 여기엔 임노동 체제에 불완전하게 편입되었거나 편입되지 못한 이들을 적정 수준에서 ‘관리’하는 것도 포함된다.
_김공회 pp.75

임노동 체제란 그것을 구성하는 두 축인 자본가계급과 노동자계급 간 관계의 제도화이기도 해서, 임노동 체제가 성숙했다는 것은 곧 양자 관계의 제도화 수준이 높음을 의미한다. 이런 제도를 갖춘 나라에 코로나19와 같은 위기가 닥친다면 어떨까? 무엇보다 그 충격의 상당 정도는 바로 그 제도에 의해 흡수될 것이다. 이런 위기 상황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대다수 국민들에게 최소한의 소득을 보장해 그들이 필수적 소비에서 배제되지 않게 하는 것이다.
_김공회 p.79

이번 코로나19 위기에 대응해 발달한 복지국가에서 우리와 같은 보편적 현금 지급 정책을 시행했다는 소식이 들리지 않는 것은 거기에선 그런 정책이 불필요하기 때문일 가능성이 높다는 얘기다.
_김공회 p.79

최근 유엔개발계획(United Nations Development Programme, UNDP)은 복지 체계가 제대로 갖춰지지 않는 저개발국들로 코로나19가 확산되어감에 따라 해당국들에게 한국의 긴급재난지원금과 같은보편적 현금 지급책의 시행을 권고하기도 했다(UNDP,2020). 그렇다면 긴급재난지원금은 본격적인 기본소득 사회로의 이행이 아니라 보다 강력하고 효율적이고 스마트한 복지국가 도입의 필요성을 가리키는 것은 아닐까?
_김공회 p.80

“모든 민주주의 국가에서 사람들은 그들 수준에 맞는 정부를 가진다(Every nation gets the government it deserves)”는 명언이 있다. 여기엔 두 가지 의미가 내포돼 있다고 본다. 하나는 사람들이 자신들 수준에 맞는 집권자들을 직접 선출했다는 의미고, 다른 하나는 사람들이 참여하는 공론장에서 논의가 이뤄진 수준만큼 정부의 정책이 실행되고 효과를 낸다는 것이다. 후자의 측면에 국한하면 저 발언에 대한 이런 해석도 가능하다. ‘정책 의제는 제대로 된 논의가 축적된 만큼 현실과 정합성을 가지고, 사회 문제를 개선할 수 있다.’
_윤형중 pp.87~88

한국에서의 기본소득 논의는 주로 찬반 논쟁의 구도로 진행됐다. 하지만 기본소득은 찬반 논쟁으로 충분히 논의되기 어려운 주제다. 기본소득은 지지자들조차 서로 다른 생각과 가치관을 품고 있는 ‘동상이몽’의 의제이기 때문이다. 보수주의자뿐 아니라 진보주의자도 기본소득을 지지하거나 반대하고, 정부의 역할을 중시하는 이들뿐 아니라 민간의 자율이나 개인의 자유를 중시하는 이들도 기본소득을 찬성하거나 비판한다. 기본소득이 이처럼 이념 지형을 교란하는 이유는 여러 가치관을 담을 수 있는 그릇과 같은 특징이 있기 때문이다.
_윤형중 p.92

오래된 담론인 기본소득이 최근에 부상하는 이유는 크게 두 가지다. 하나는 불평등이 심화되고 있는 데다 다른 어떤 수단으로도 불평등을 개선시킬 수 없었다는 점이다. 또 다른 이유는 인공지능 등 일자리를 사라지게 할 우려가 있는 기술의 발달이다.
_윤형중 p.107

결국 기본소득이 현실화되려면 오늘의 문제인 불평등을 다루는 데 효과적인 정책인지를 증명해야 한다. 이는 기본소득의 기능적인 특징과도 관련이 깊다. 기능에만 집중해서 본다면 기본소득은 세금과 재정으로 기존의 시장 소득을 조정하는 재분배의 수단일 뿐이다. 특히 기존의 복지 체계와는 다르게 미리 똑같은 금액을 모두에게 지급한 다음 시장소득을 과세해 재원을 확보하기 때문에 사후적 재분배라기보단 사전 분배의 성격도 지니고 있다. 그런데 사전 분배든 사후 재분배든 기존 시장의 분배를 재조정하는 것이란 점에서는 동일하다.
_윤형중 p.109

많은 경우 정책은 양자택일의 문제가 아니고, 기본소득이 만병통치약이 아닌 것처럼 다른 복지 정책도 모든 문제의 해법일 순 없다. 결국 사회와의 정합성이 높은 정책 대안을 만드는 방법은 각 정책의 한계를 명확히 인식한 뒤에 여러 정책의 장점들을 조합하는 것이다.
_윤형중 p.114

한국 사회는 여러 면에서 복지 수요가 급증하고 있고, 구조적으로 불평등이 심화되고 있으며 사회의 지속 가능성이 훼손되고 있다. 하지만 사회 구조를 바꿀 선제적 대응은 커녕 이미 악화되고 있는 상황에 대응하는 수준의 정책을 내지도 못하고 있는 형국이다. 궁극적으로 세금의 규모를 늘리는 속도가 사회 변화에 비해 지체되고 있다. 이는 정치, 세금, 복지 등에 대한 뿌리 깊은 불신 때문이다. 하지만 기존 복지 정책과 비교해 기본소득에 대한 증세 여론은 사뭇 다르다. 기본소득은 증세에 대한 새로운 인식을 주고, 기존에도 필요했던 세제 개혁의 동력을 제공하는 장점이 있다.
_윤형중 p.115

기본소득은 지금까지 제시된 대부분의 정책 모델에서 다수를 경제적 순 수혜자로 만든다. 누진적 세제 개혁이든, 정률 목적세 신설이든, 자산에 대한 조세 체계 도입이든 간에 받는 기본소득보다 내야 하는 세금이 더 많은 계층은 소수에 국한된다.
_윤형중 p.117

문제가 있는 제도를 없애는 방법은 그냥 “나쁘다”고 비판하는 것이 아니라, 이 제도가 폐지되어 발생하는 유익한 변화를 사람들이 체감하게 하는 것이 아닐까. 그런 면에서 기본소득은 역진적 세제의 폐지를 유도하고, 결과적으로 증세를 촉진하는 유용한 수단이다.
_윤형중 p.120

코로나19라는 전염병의 대유행은 역설적으로 한국 사회에 누적되었던 문제들에 대응하는 정책들이 빠르게 제시되고, 활발히 논의되는 ‘정책의 창’을 열어젖혔다. 그 정책의 창에서 기본소득, 전 국민 고용보험, 안심소득 등 한 번도 공론장의 주역이 되어본 적이 없었던 전향적인 정책들이 주요 의제로 등장했다. 이 세 의제는 구체적 정책이 나오지 않은 상황에서 방향과 목표만 먼저 제시됐다는 공통점도 있다.
_윤형중 pp.124~125

진보주의가 절정에 달한 뉴딜 시기에는 ‘모든 시민의 품위 있는 삶의 권리’를 헌법의 2차 권리장전으로 구현할 가치 어젠다로 검토되었다. 심지어 리처드 닉슨(Richard Nixon) 공화당 대통령은 1968년 대선에서 승리한 후 기본소득을 집권 후 가장 중요한 어젠다로 상정했다.
_안병진 pp.135~136

성공 직전까지 간 기본소득 아이디어는 도대체 왜 좌초되었는가? 그후 기본소득이 수십 년간 주류 정치의 테이블에 오르지 못한 이유는 무엇인가? 그럼 최근에 이 기본소득이 다시 주류 어젠다의 일부로 파고들어오는 이유는 무엇인가? 왜 아직 리버럴의 주류 세력들은 기본소득 아이디어에 대해 유보적인가? 과연 이 아이디어는 리버럴 주류들의 회의감을 뚫고 미래에 영향력을 가질 수 있을까? 이러한 질문들이 오늘날 한국의 부상하는 기본소득 논쟁에 던지는 함의는 무엇인가?
_안병진 p.136

1944년 1월 11일, 당시 미국 대통령 프랭클린 루스벨트(Franklin Roosevelt)는 기념비적인 연설을 남겼다. 이 연설에서 그는 단지 일자리의 권리만이 아니라 오락의 여유 시간을 포함한 삶의 질을 위한 충분한 임금, 품위 있는 주거와 건강권, 교육권 등 폭넓은 시민권을 제시하였다. 이는 표현의 자유와 같은 시민의 정치적 자유를 헌법적 필수불가결한 권리로 담은 1차 권리장전에 이어 삶의 품위와 인간의 자유를 도모한 ‘2차 권리장전’이라고도 할 수 있다. 캐스 선스타인(Cass Sunstein) 교수는 미국인 다수가 망각한 이 연설의 의미를 되살릴 것을 주장한다. 대공황과 2차 대전을 거치면서 인간의 취약함과 존엄함에 대한 각성, 그리고 자유세계에 새로운 비전을 제시할 필요성에서 뉴딜 초기의 진보적 아이디어가 진화한 것으로 선스타인 교수는 분석하고 있다.
_안병진 pp.139~140

뉴딜은 근대 진보주의 질서를 구축한 위대한 성취이지만 그 과정에서 국가는 인간의 존엄이란 측면에서 한계를 노정했다. 68혁명은 이러한 근대의 비인격적 지배에 대한 탈근대적 혁명으로, 개인의 존엄과 권리, 연대성을 꿈꾸었다. 이 혁명의 영향과 대다수 도시에서 발생하는 처절한 민생 시위 등으로 당시 초당적으로 제도권 정치권 담론에 큰 영향력을 가진 존 케네스 갤브레이스(John Kenneth Galbraith)등 5인의 경제학자들이 1,200명의 동료들과 함께 기본소득에 대한 공개서한을 발표하여 담론의 장을 뒤흔들었다. 이들은 서한에서 “국가가 책임을 완수하려면 공식적으로 인정된 빈곤선 이상의 소득을 국민 누구나 받을 수 있도록 보장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_안병진 p.142

뉴딜 2차 권리장전에는 일자리 보장 등 경제적 권리를 포함해 자유로운 삶 전반에 대한 기회의 제공 등의 가치가 함께 녹아 있다. 진보의 주류는 고용 보장에 더 초점을 둔다. 즉 뉴딜 노선 중에서 일자리 보장과 국가의 경제적 책임, 그리고 품위 있는 임금에 초점을 맞춘다. 그리고 그 근저에는 미래혁신에 대한 낙관주의 에토스가 전제되어 있다. 그리고 비주류는 소득 보장에 더 초점을 둔다. 즉 소득 보장을 통해 일자리 선택을 포함한 더 자유로운 삶과 기회의 보장에 초점을 맞춘다. 그리고 최종 책임자인 국가는 자유의 잠재력 확장의 촉진자 역할을 수행할 것을 강조한다. 이들은 국가에 의한 고용 보장이 좋은 의도와 달리 질 낮은 일자리로 사실상 귀결됨을 우려한다.
_안병진 p.157

코로나19와 같은 재난은 극히 일부 부자들을 제외한 많은 이들이 사실상 얼마나 불안전하고 취약한 조건하에서 살아가는지를 절실히 깨닫게 했다. 그리고 자유란 그저 추상적인 정치 권리(political right)가 아니라 여행, 이동, 식료품, 보건 의료, 교육 등에 걸쳐 우리 일상 근저에 있는 필수불가결한 문제임을 체감하게 했다. 이는 마치 루스벨트 시대에 대공황과 제2차 세계대전을 겪으면서 인간의 취약성을 더 절실히 자각해 보다 포괄적 자유와 권리에 대한 담론으로 정치적 논의가 발전한 것과도 흡사하다.
_안병진 p.162

미국의 잊힌 뉴딜 2차 권리장전과 닉슨의 실패, 그리고 오늘날 앤드루 양의 논쟁은 우리에게 결론을 내리게 하기보다는 답하기 어려운 더 많은 질문을 발생시킨다. 결국 그 질문에 대한 답은 열려 있는 자세의 실천적 행동과 정치 리더십, 그리고 계급투쟁의 역관계(力關係)에 따른 산물이다. 뉴딜 2차 권리장전에 담긴 자유로운 삶과 인간 존엄의 가치, 그리고 이를 위한 소득과 고용 보장의 아이디어는 오직 우리가 어느 수준에서 행동하는가에 따라 딱 그만큼 현실화될 것이다.
_안병진 pp.167~168

“모든 사회구성원 개개인에게 조건 없이 생계에 충분한 금액을 현금으로 지속적으로 보장한다.” 이 한 줄로 요약될 수 있듯 기본소득이 매력적이었던 이유는, 이 단순한 아이디어가 복잡한 틀을 만들어놓고 그 안에 삶의 모양을 맞춰 넣으라고 요구하지 않기 때문이었다. 기본소득은 어떤 모양의 삶에든 기회와 시간, 안정감을 제공하면서 자율적으로 삶을 구상해낼 가상의 시공간을 만들어주었다.
_백희원 p.187

무조건적이고 충분하며 보편적인 기본소득은 모든 문제를 해결하지는 못하지만 모든 사람에게 버티거나, 행동하거나, 거부할 수 있는 힘을 준다. 예컨대 실업자에게는 일을 구하기 위한 학습의 기회가 될 수 있고, 반대로 노동자에게는 일을 쉬기 위한 기회가 될 수 있다. 가족 내 생계부양자에게 종속되어 있는 주부, 어린이, 노인 들에게도 직접 지급함으로써 사회 구성원으로서의 자리를 보장한다.
_백희원 pp.188~189

여성이 가정에서 돌봄을 책임져야 한다는 압박이 여전한 사회에서 기본소득은 여성의 노동시장 진출 의욕을 꺾고 오히려 성별 분업을 강화할 것이기에 반대한다는 주장도 있다. 타당한 의심이다.
즉, 기본소득은 차별을 해결할 수 없다. 다만 차별 없이 보장됨으로써 상대적 약자의 위치에 있는 구성원들에게 차별에 저항할 힘을 제공할 뿐이다. 기본소득이 차별과 배제의 기제를 내재한 남성 생계부양자 중심의 정상성(가부장제)을 강화할지 다양한 삶의 양식으로의 해방을 촉진할지는, 기본소득보다는 우리 사회가 얼마나 다양한 삶의 형태를 용인하느냐에 따라 달려 있다.
_백희원 pp.190~191

기본소득이 자원을 모두에게 고르게 흘려보내는 분배 정책이라면, 차별을 금지하고 필수적인 공공성을 강화하는 것은 기본소득이 선한 방향으로 흐르도록 하기 위한 경로를 설계하는 일이다. 그러므로 우리는 무엇이 선한 사회인지에 대한 규범적인 토론을 우선해야 한다.
_백희원 p.192

모두에게 보장되면서 지속적으로 예측 가능하게 지급되는 기본소득은 고용계약의 이해관계 바깥에 있는 시민의 사회적 자리를 만들어준다. 우리 모두에게 노동 이전의 삶, 소비 바깥의 삶의 시간을 보장한다. 이처럼 모두를 위한 기본소득은 각자에게 다른 방식으로 좋다. 물론 가능성의 언어가 갖는 정치적 힘은 약하다. 일시적 긴급재난지원금은 사용해봤지만 온전한 기본소득을 통해 자리, 시간, 권리가 주어진다는 것이 무엇인지 우리는 아직 모른다. 하지만 예측 불허의 시대, 기본소득이라는 의제를 통한 동료 시민들 간의 약한 연결고리로 구축된 사회안전망이야말로, 그 어떤 명확한 솔루션보다 강력하고 회복력 있는 시스템일 것이리라고 확신한다.
_백희원 pp.198~19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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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와 당신의 이야기, 그리고 그림

도서정보 : 신성 | 2020-11-09 | PDF파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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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솔한 일상을 담은 서정적인 단상
아름다운 수채화와 함께하는 매일매일의 기록

누구에게나 하루의 순간 중에 잠시 떠오르는 추억이나 애틋한 감정이 있다. 저자는 이러한 감정을 놓치지 않고, 그중 선명한 한 가지를 주제로 하여 차별 있는 나만의 이야기로 정리하였다. 그리고 ‘벗님 카페’라는 직장인 음악 밴드에 연재하던 글을 모아 출간하였다.

또한, 『나와 당신의 이야기, 그리고 그림』의 또 다른 볼거리인 그림은 미국에서 화가로 활동 중인 저자의 누나가 직접 그린 그림이다. 고향에 대한 그리움을 떠올리며 그린 수채화와 정물화가 저자의 일상을 더욱 풍성하게 만들어 준다.

소소한 일상이 담긴 이야기와 세심한 관찰과 고향에 대한 추억으로 그려진 그림이 아무쪼록 독자 여러분의 마음에 작은 쉼과 힐링이 되길 소망한다.

구매가격 : 7,000 원

폴레폴레 아프리카 새내기 특파원의 좌충우돌 아프리카 여행기

도서정보 : 김수진 | 2020-11-09 | EPUB파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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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책 소개 |
아프리카의 진짜 모습이 궁금한 당신에게 건네는 아프리카 8개국 방문기
많은 사람이 꼭 한번 가보고 싶은 곳으로 꼽는 아프리카는 큰마음을 먹어야 갈 수 있는 미지의 대륙이다.
《폴레폴레 아프리카》에는 저자가 아프리카 순회 특파원으로 아프리카 8개국(에티오피아, 남수단공화국, 르완다, 우간다, 케냐, 탄자니아, 짐바브웨, 남아프리카공화국)을 취재, 여행하며 겪은 희로애락이 담겨 있다. 저자는 출국 전 준비 과정에서 정보가 부족해 애를 먹었던 기억을 되새기며, 아프리카로 낯선 여행을 떠나려는 여행자에게 자신의 경험을 전하고자 이 책을 준비했다.
짧게는 2주, 길게는 2개월까지 각 나라에서 ‘폴레폴레(천천히)’ 마주한 일상은 생경하게 다가올 수 있는 낯선 아프리카의 모든 것들을 친숙하게 만들어준다. 여행자가 방문하기 어려운 남수단공화국 한빛부대 방문기까지 보태어 흥미를 더한다. 좌충우돌 여행 에피소드와 함께 담긴 140여 장 사진과 8개 동영상은 아프리카에 보지 못한 독자들에게 간접 체험과 감동을 전해준다.

아프리카 여행 덕분에 삶이 던진 질문에 답을 하나 더 찾았다. 우리의 목적지가 어디든, 폴레폴레 간다면 괜찮다는 것. 그곳이 아프리카든 또 다른 곳이든, 미지의 세계로 여정을 시작하는 모든 분들이 조금 더 가벼운 마음으로 짐을 꾸릴 수 있도록 이야기로나마 응원을 드리고 싶다.
_프롤로그 중에서

구매가격 : 10,500 원

옹달샘에 던져보는 작은 질문들

도서정보 : 박영신 | 2020-11-06 | EPUB파일

지원기기 : PC / Android / iOS

“옹달샘에 던져보는 작은 질문들”
현대인들은 고달프다. 태어나자마자 시작되는 무한 경쟁 속에서 살아가야 하기 때문이다. 피곤하고 지친 현대인들에게 설상가상으로 또 하나의 난관이 닥쳐왔다. 전 세계를 공포와 혼란의 소용돌이로 몰아넣고 있는 COVID 19 즉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 확산 현상이 그것이다. 이 현상은 엄청난 스트레스를 유발하면서 일상생활의 구석구석까지 변화시킴으로써 라이프스타일의 급격한 변동까지 초래하고 있다. 신체적인 건강과 안전에 대한 위협, 경기침체로 인한 재정적 위기감 등 현대인들의 심리는 상상할 수 없을 정도로 황폐해지고 있다. 사람 사이에 이어지는 따스한 관계와 만남마저 단절시키고 있기에 심리적 위기감이 가중되고 있다.
그러나 마냥 불안해할 수만은 없다. 이런 때일수록 담담하게 ‘내가 누구인가?’ ‘어떻게 살아야 하는가?’에 대한 진지한 성찰과 사고가 필요하다. 사람들은 누구나 행복한 삶을 영위하기 위해 발버둥 치고 있다. 어떤 삶이 행복한 것인가에는 정답이 없다. 각자 스스로에게 가장 맞는 답을 창의적으로 만들어나가야 한다.
이 책은 코로나시대를 살아가면서 심신이 지친 현대인들에게 행복한 삶을 살아가기 위한 지혜의 옹달샘을 선물하고 있다. 교육심리학 연구와 제자 양성에 일생을 바쳐온 저자는 생활하면서 마음 속에 자연스럽게 일어났던 질문들을 과장이나 미화 없이 진솔하게 기록하여 독자들과 나누고자 한다.
이 책은 「서시」, 「세상을 살아가며」, 「껍데기와 알맹이」, 「알쏭달쏭 마음」, 「거울 앞에서」, 「영원한 화두, 시간」, 「대화하는 친구, 자연」, 「하늘에 쓰는 편지」」 「에필로그」 등 총 9개의 장으로 구성되어 있다. 또 각 장은 세상→ 자기→ 주변→ 시공간→ 하늘의 구조로 연결되어 있으며 총 101개의 다양한 에피소드들이 포함되어 있다. 21개의 아름다운 삽화들은 각각의 이야기들과 시각적으로 멋지게 어우러져, 독자들에게 저자가 전하고자 하는 뜻을 더욱 풍부하고 흥미롭게 전달하고 있다. 저자는 스스로에 대한 성찰과 삶에 대한 통찰을 위한 질문들이 독자들에게 귀한 울림이 되어, 맑고 밝은 세상을 만들어나가는 한 줄기 빛이 되기를 간절히 꿈꾸고 있다.

구매가격 : 15,800 원

오늘을 잘 살아내고 싶어

도서정보 : 채샘 | 2020-11-06 | EPUB파일

지원기기 : PC / Android / iOS

“그 사람 말야, 도박에 빠져서 폐인이 됐대!”
우리 모두는 이런 소문을 들어본 적이 있다.
볼드모트처럼 다들 알고 있지만, 모두가 쉬쉬하는 소문의 주인공인 그는 멀게는 당신의 직장 동료이거나 친구, 친척이며, 가깝게는 당신의 배우자, 자식, 혹은 형제이다.
그리고 그는 나의 쌍둥이 오빠다.

구매가격 : 9,100 원

못갖춘마디

도서정보 : 윤혜주 | 2020-11-05 | EPUB파일

지원기기 : PC / Android / iOS

2010년 《한국수필》로 등단, 2014년 평사리문학대상 수필부문 대상, 2015년 전북일보 신춘문예 당선, 대경일보 ‘열린마당’ 필진으로 칼럼 연재 등 뛰어난 필력을 갖춘 윤혜주 수필가의 첫 수필집 『못갖춘마디』.
5부로 나누어 구성했으며. 총 54편의 작품이 실려 있다.
작가에게 있어 이 책은 ‘충고도 격려도 없이 15년 키운 늦둥이’이며 ‘긴 시간 내내 통증과 함께한 자식’과 같다. 그 오랜 세월만큼 마음을 움직였던 세상사의 갖가지 슬픔과 기쁨을 온전히 보듬어 작품에 담은 작가의 정성과 공이 각별하다.
인생의 길에서 만난 여러 사람에 관한 서사나 유년의 기억, 자연과의 교감 등을 소재로 인생의 진정한 의미를 탐색하는 작품을 담았다. 전편에서 ‘사랑과 용서’라는, ‘못갖춘마디’에 비유되는 불완전한 삶을 포용하고자 하는 작가의 사람살이에 대한 깊은 깨달음이 주옥같은 아포리즘의 문장으로 형상화되어 있다.
작가의 섬세한 언어감각과 개성 있는 표현은 서정적이고 아름다워 읽는 이의 가슴을 울린다. 또 “다양한 이미지를 활용하면서 감각기관에 호소하는 묘사로 우리에게 융숭한 재미를 제공”(전정구 문학평론가)하기도 한다.
그래서 윤혜주 작가의 『못갖춘마디』는 긴 시간 의미 있는 글쓰기를 통해 스스로를 치유하고, “마음 깊은 곳을 적셔주는” 긍정과 희망의 인생철학으로 독자를 힐링하게 하는 온전하고 감동적인 노래가 되는 것이다.

구매가격 : 8,000 원

침묵과 한숨

도서정보 : 옌롄커 | 2020-11-05 | EPUB파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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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장 옌롄커가 자신의 글쓰기와 문학에 대해 말하다
가장 깊은 곳의 어둠까지 끌어내 쓴 빛나는 산문

국가도 기이하고 사람들도 기이한 중국
그 어둠 속에서 글쓰기의 유령이 된 작가
그는 문학을 통해 인간의 감정과 사물의 기억을 연장하려 애쓴다
그 무수한 기억의 하류들이 이 산문집에 담겨 있다


초조와 불안이 글쓰기가 되다

이 책은 중국 문학의 거장 옌롄커가 중국, 문학, 글쓰기에 대해 총체적으로 자기 생각을 밝힌 에세이집이다. 제목에 ‘침묵’이라는 단어가 있듯, 정치권력 아래서 그는 오랜 세월 검열을 당하며 혹시 발밑에 뱀이 있지 않나, 하늘 위에는 매가 날고 있지 않나 하는 두려움에 휩싸인 채 작품활동을 해왔다.
글을 고치는 자의 마음밭은 ‘초조’와 ‘불안’이 지배하는 검은빛이었다. 식사할 때면 옌롄커는 펜과 젓가락을 분명히 구별할 수 있었지만, 글을 쓸 때는 초조와 불안이 종이 위의 삶인지 아니면 그의 정신생활인지 구별할 수가 없었다. 그는 “글쓰기가 내 생명의 일부가 된 것처럼 두려움도 내 삶의 일부가 되었다”고 말한다. 양보와 타협이 어느새 글쓰기의 규칙처럼 되어버린 그에게 출판하려고 글을 쓰는 것은 “자신의 인격 가운데 일부를 하나하나 파내야 하는” 작업이었다.
작가들이 정부로부터 검열당하고 그에 따라 출판 금지되거나 끊임없이 수정, 도피 작업을 하면서 중국인들 대부분은 집단 기억상실에 걸리게 되었다. 중국 네티즌들은 1989년 6월 4일의 톈안먼 사태를 입에 담지 못한 채 ‘5·35’ 혹은 ‘6월의 네 번째 날’이라고 지칭한다. 그렇지만 작가들조차 ‘1989년 6월 4일’이라고 기술할 자유를 쟁취하지 못한 것은 이미 글쓰기의 독립성이 상실됐음을 의미한다. 이렇게 자신의 연약성으로 인해 자아가 점점 축소되는 것은 (루쉰의 소설에서) 아Q가 마음속으로만 욕을 내뱉으며 이를 사회와 적에 대한 반항과 반격으로 여겼던 것과 다르지 않다. 옌롄커는 “권력이 나의 독립성을 물어뜯어 한입 베어 물거나 다리를 부러뜨림으로써 불구가 되게 할 수는 있지만” 자신은 그런 불구의 독립성을 부양할 생각이 없었다.
그리하여 마침내 그는 입을 열기 시작했다. 지난 2013년 3월과 4월에 잠자리가 말 등을 타고 넘듯이 가볍고 민첩하게 미국 버클리대 밴쿠버캠퍼스에 이어 노스캐롤라이나대와 듀크대, 예일대, 하버드대를 거쳐 뉴욕대와 스워스모어대, 럿거스주립대까지 돌면서 강연을 했다. 말발굽 소리가 그치지 않았고 입은 쉴 틈이 없었다. 인위적으로 쌓아놓은 제방이 마침내 무너져 거센 물결이 다시 산천과 강으로 돌아가는 것 같았다. 옌롄커가 평소 중국에서는 말하고 싶어도 감히 말할 수 없었던, 말하고 싶지 않았던 것들이었다.
중국인들은 아주 오랫동안 침묵해왔다. 그러나 이제는 말을 할 수 없게 되어 “항상 배불리 먹고 늘어지게 잠만 자는 개와 다르지 않았다”. 당연한 결과로 그들은 점점 생각도 할 줄 모르게 되었다고 말한다. 그런 숱한 세월을 견뎌온 옌롄커는 이제 이 책에서 말문을 터뜨리면서 “자신이 개돼지와는 다른 존재임을 깨달았다”고 고백하며 문학과 글쓰기에 대해 이야기한다.

구매가격 : 12,600 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