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람이 지나가면

도서정보 : 이근화 | 2020-01-17 | EPUB파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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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야기를 하고 싶었습니다.
고민하는 현 시대에 다른 각도의 미래를 같이 꿈꾸고 싶었습니다. 무엇이든 다 할 수 있을 것 같다고 생각했었던 시기가 지나가면서 희망의 씨앗을 뿌리고 싶었습니다.

가장 많은 시간 고민하던 부분이 교육입니다. 교육을 배우기 위해 각종 학교를 돌아다녔습니다. 교육적인 공동체에 대한 고민은 아직도 진행형이고 발전 중에 있습니다. 개혁과 혁신에 대한 물음도 오랫동안 던져 보았습니다. 이번 기회를 통해 지금까지의 가치관을 정리하고 공동체를 고민하며 우리가 꿈꾸는 미래 공동체는 어떤 사상을 가져야 하는지 물음을 던져 보고 싶었습니다. 감히 기회가 된다면 국제적인 감각과 시대를 아우르는 공동체를 이루고 싶습니다. 자율이 이끄는 공동체는 어떤 모습을 할지 상상해 봅니다. 나이가 들어 산책하며 인생을 같이 이야기하는 현자들의 깊은 나눔의 공간을 상상합니다. 다양한 문화를 넘어 사상이 깊은 사람은 더욱 존경받고, 섬기는 곳에 기쁨의 시대와 기회가 오길 희망합니다. 바람은 원하는 바람(Want)이지만 잡을 수 없는 바람(wind)이기도 합니다. 꿈꾸던 바람이 이루어 제 인생을 지나갈 때 다시 이 시간을 뒤돌아 볼 수 있을 것 같습니다.

구매가격 : 7,200 원

새벽을 쓰고, 아침을 전하다

도서정보 : 박얼서 | 2020-01-17 | EPUB파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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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둠 속에서 새벽의 소리를 듣는다. 작은 풀벌레의 미세한 소리들이 어쩜 저리도 신비롭던지! 나도 모르게 그 소리의 진원지를 찾다가 초롱초롱한 하현달과 눈빛을 마주쳤다. 엉겁결에 눈인사를 나눴다. 얇아진 눈썹달이다. 방금 전의 풀벌레 소리는 그새 잊은 채로 “음력으론 오늘이 며칠이지?” 웬걸, 본질을 이탈해 있었다.
?
바람 부나, 눈이 오나, 눈 뜨면 세월이다. 아무런 표정도 없고, 거침도 없는 세월이다. 그런 세월의 흐름 앞에서 그것의 정체를 안다는 이는 아무도 없다. 그냥 하늘의 권능이라고 쉽게 인정해 버리면 그만이다. 세월은 그렇게 눈치도 보지 않고, 단 한 번의 고장도 없이 흐르고 또 흐른다. 생성과 소멸을 주도하는 셈이다.

구매가격 : 7,800 원

혜민 스님의 따뜻한 응원

도서정보 : 혜민 | 2020-01-17 | PDF파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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힘이 되고 위안이 되는, 혜민 스님 잠언을 365일 만나세요
두고두고 보는 혜민 스님 만년 달력!

많은 이에게 용기와 지혜, 고요의 시간을 선물한 혜민 스님의 잠언을 엮은 365일 달력. SNS 3백만 팔로워들의 아침을 열어주는 <혜민 스님의 따뜻한 응원>을 책상이나 머리맡에 두고 한 장 한 장 넘기며 하루를 시작하는 마음을 정돈할 수 있다.
“혜민 스님의 따뜻한 응원은 우리 가족의 하루의 시작을 알리는 글입니다”, “사람이나 일 때문에 감정 소모가 심한 날이면 혜민 스님의 따뜻한 응원을 읽으며 마음을 다스립니다” 등 이미 많은 이의 집에, 일터에 자리한 혜민 스님 만년 달력이 2020년을 맞아 보다 알차게 개정됐다. 혜민 스님의 최근 글까지 두루 살펴 많은 공감을 불러일으킨 글들로 엄선해 수록했으며, 매 장마다 순수함과 해학이 담긴 이영철 화백의 그림도 함께 감상할 수 있다. 마음의 흐름이나 중요한 일을 기록할 수 있도록 메모패드도 함께 넣어 구성했다.
두고두고 평생 볼 수 있는 혜민 스님의 만년 달력은 소중한 나 자신에게, 사랑하는 사람에게, 존경하는 분께 연말연시 마음을 전하는 선물로 더없이 좋다.

구매가격 : 11,000 원

굴곡진 인생, 그 안에 행복이 있다

도서정보 : 김학원 | 2020-01-17 | PDF파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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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로운 세대들과 지나간 옛것에 대한 추억을 공유하는 것, 이것이 회고록을 쓰게 된 가장 큰 이유다. 비록 ‘나’라는 인물을 중심으로 쓰인 회고록이지만, 이 안에는 내가 겪었던 그 시절의 배경이 담겨 있다. 그 시대 사람이라면 ‘아!’ 하고 공감할 만한 환경과 상황들이 가득하다. 바로 그런 그 시절의 이야기를 솔직하게 나누고 싶은 것이다. 그만큼 젊은 세대로 하여금 지나간 역사의 한 자락을 간접적으로나마 되새기고 추억하는 계기가 되게 하지 않을까?

--프롤로그 中

구매가격 : 6,000 원

나는 용감한 마흔이 되어간다

도서정보 : 윤지영 | 2020-01-17 | EPUB파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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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인이자 대학에서 문학을 가르치고 있는 윤지영 교수의 첫 단독 에세이. 그는 자신이 다니는 대학 기숙사(게스트 룸)에서 산다. 연구나 프로젝트를 위해 잠시 머물거나, 주중에만 지내다 주말에는 진짜 집으로 떠나는 것이 아니라 기숙사가 그의 유일한 집이다. 마흔 무렵, 연구년을 맞아 1년여간 해외를 떠돌며 세상을 구경하고, 한국에 돌아와서는 지금까지 줄곧 이곳에서 혼자 살고 있다. 그는 이 시간들을 '자기 탐색'의 과정이라고 말한다.

윤지영 작가는 이 책에서 마흔의 시기를 통과하며 경험한 서툴고 불안하지만 뜨거웠던 자기 탐색의 과정과 기숙사와 학교를 오가며 보내는 담담한 일상을 솔직하게, 때론 유머러스하게 그려낸다. 그리고 자신이 그 시간을 보내며 비로소 자유로워지고 용감해지고 있다고 고백한다. 오직 자기 안의 목소리에 집중하고 온전히 자신과 마주하는 시간을 가져봤기 때문이리라.

인생을 송두리째 흔든 실연과 방황, 20대에나 할 법한 배낭여행에 가까운 1년간의 세계여행, 서툴지만 하고 싶은 일을 시도하고 기꺼이 실패하는 과정들, 시인의 정체성과 가르치는 일에 대한 고민, 매일 기숙사 작은 방에서 혼자 잠들고 혼자 깨는 조금 쓸쓸하지만 홀가분한 일상까지…….

이 책을 읽다 보면, 아담한 기숙사 방이 떠오르고, 오직 자신에게만 집중하는 마흔의 단단한 일상이 머릿속에 그려진다. 그의 삶이 누군가에게는 조금 쓸쓸해 보이겠지만 어떤 이에게는 자유롭고 홀가분하게 살아보고픈 충동을 불러일으킬 것이다.

구매가격 : 9,800 원

글친구들과 함께 글을 쓴 2014년으로 수필여행

도서정보 : 염해일 | 2020-01-17 | EPUB파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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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올해 부모님으로부터 물려받은 보물(?), 내가 소중하게 아끼고 보관하고 있는 보물(?), 그리고 내가 쓴 1,279편(2020.1.1일 현재)의 수필 원고와 출간한 열여덟 권의 수필집 원고들을 고향의 부모님 산소 옆에 타임캡슐로 묻기 위하여 작은 컴퓨터라고 불리는 ‘TOURO’에 담는 작업을 하고 있다. 이 작업을 하면서 2014년에 내가 쓴 수필에 글 친구들의 주옥같은 댓글과 그 댓글에 대한 나의 답 글이 달려 있는 것을 발견하였다. 그래서 이번 설 명절에 출간할 <염해일의 열여덟 번째 수필집>은 ‘글 친구들과 함께 글을 쓴 2014년으로 수필 여행’을 출간한다.

구매가격 : 6,000 원

나랑 안 맞네 그럼, 안 할래

도서정보 : 무레 요코 | 2020-01-16 | EPUB파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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눈치 볼 거 있어? 나랑 안 맞으면 ‘패스’해!
무레 요코가 말하는 ‘내 기준’으로 살아가는 방법

『카모메 식당』의 무레 요코가 쓴 ‘하지 않기’로 결심한 것들에 관한 에세이. 원제는 ‘しない(시나이, 하지 않을래)’다. 독신 여성의 삶을 섬세하고 위트 있게 포착해내는 작가는 온갖 편견과 고정관념 중에서 자신에게 불편한 것들을 ‘정중하게, 그렇지만 단호히’ 거부하며 자신만의 평온한 삶을 꾸려가는 모습을 보여주고 있다.
60대를 맞은 무레 요코는 순종적이고 수동적인 여성상이 강요되었던 일본 사회에 나타난 돌연변이 같은 존재다. 그는 경제적인 독립을 가장 중요하게 여기고, 외모나 패션같이 전통적인 여성들에게 강요되었던 덕목들은 자신과 맞지 않는다며 ‘패스’하며 살아왔다. 그래서 “여자로서 어떻게 그런 생각을 할 수 있어?”와 같은 말을 들어왔지만, 그는 “나랑 안 맞아.”라며 쿨하게 한마디를 던진다.

그녀가 하기를 거부하는 목록은 결혼과 출산부터, 하이힐, 화장과 같이 여성들에게 강요된 덕목부터 스마트폰, 신용카드, 인터넷쇼핑, SNS와 같은 새로운 문화에 이르기까지 다양하다. 이 목록만 놓고 보면 사회에 대한 비판이나 거창한 신념이 있는 것처럼 보일 수도 있다. 그러나 무레 요코가 이런 것들을 안 하는 이유는 그냥 본인에게 불편하고 안 맞기 때문이다.

바로 이게 무레 요코가 자신이 원하는 삶을 만들어가는 방식이다. 자신의 인생을 살기 위해서는 어떤 신념이 아니라, 자신에게 맞는 것과 안 맞는 것을 구분할 줄 알아야 한다는 것이다. 아무리 좋은 생각이나 제품, 서비스라고 해도 나와 맞지 않는 것을 남들이 한다고 따라 하면 결국 자신만 피곤해진다는, 평범한 진리다. 남들이 한다고 다 좋은 게 아니고 남들이 안 하는 게 다 나쁜 게 아니다. 남들이 안 하는 것도 내게 좋을 수도 있고 그 반대가 될 수도 있다. 결국 모든 선택의 기준은 자신이 되어야 하지만 눈치를 보느라, 대세에 따르느라 무작정 따라 하는 사람들이 많다. 이런 이들에게 무레 요코는 이렇게 말한다.

“나랑 안 맞으면 하지 마. 눈치 보지 말고.”

다른 이의 기준에 휩쓸리지 말고,
자신의 삶을 살아라

이 책을 처음 봤을 때는 무레 요코의 가벼운 에세이라고 판단했다. 독신 여성 무레 요코가 사회적 편견에 맞서 자신만의 삶을 개척해 나가는 법을 위트 있게 묘사하는, 비슷한 상황에 있는 여성들에게 위안이 되는 책이 우리의 기대였다.

그런데 출간을 준비하면서 뜯어보니 출판사의 판단이 조금 틀렸다는 것을 인정해야 했다. 무레 요코는 흔히 말하는 ‘힐링’보다 한 차원 더 높은 것에 관한 이야기를 하고 있었다. 바로 나답게 사는 법에 관해서다. 우리는 어쩌면 자기 위안의 과잉 시대에 살고 있다. 누구나 여행을 가야 하고, 열심히 일하는 건 바보 같고, 남다른 취미를 가져야 ‘나답게’ 사는 것처럼 여겨진다. 그러나 정말 누구나 그런 삶을 원하는 것일까?
누군가는 더 열심히 일하고 싶고, 여행이 귀찮을 수도 있고, 주말에는 그냥 집에서 쉬는 게 편할 수도 있다. 우리 사회에 여유가 없으니, 나름의 균형을 맞추기 위해 힐링이 유행하는 것일 수도 있다. 그러나 정말 중요한 것은 나 자신이다. 무엇이 됐든 나와 맞느냐가 기준이 되어야 한다. 은연중에 ‘힐링’을 위한 활동 그 자체에도 피로감을 느끼는 사람이 있다면, 자신을 위한 그 힐링이 정말 자신이 원해서 하는 것인지를 돌아볼 필요가 있다. 남들이 다 한다는 이유로 따라 하면 결국은 탈이 나게 마련이다. 누구에게나 자신에게 맞는 것과 맞지 않는 것이 있다.

무레 요코는 『나랑 안 맞네 그럼, 안 할래』를 통해 자신만의 기준을 세울 것을 이야기한다. 모든 기준은 나한테 맞느냐이다. 아무리 좋고, 편하고, 예쁜 거라고 해도 나와 맞지 않으면 쿨하게 이별을 고한다. “발볼이 넓으니, 맞지도 않는 하이힐에 발을 우겨넣기보다는 편한 신발을 찾아서 신으면 된다”는 식이다.
어쩌면 까다롭고 까칠해 보일 수도 있지만, 사실 이게 정상이다. 나와 안 맞는 이유가 확실하다면 무리해서 따라 할 필요가 없다. 내가 이유가 있어서 안 하는 걸 남들이 뭐라고 하는 게 이상한 거니까. 그래서 이 책을 보고 나면 그동안 알게 모르게 불편했던 것들이 하나씩 생각날 것이다. 그리고 당당하게 이야기할 수 있게 될 것이다. “나랑 안 맞네. 그럼, 안 할래.”라고.

구매가격 : 9,700 원

결혼 고발

도서정보 : 사월날씨 | 2020-01-16 | PDF파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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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의 결혼은 왜 여성에게만 나쁜가?”

기막힌 가부장제에 대한 생생한 고발과 더 나은 결혼에 대한 새로운 제안





◎ 도서 소개

“아들 안색에 따라서 며느리가 미웠다가 예뻤다가 해”
“명절이 좋긴 좋네, 며느리한테 떡국도 얻어먹고.”
“아들집 놔두고 카페에 왜 가냐.”
결혼 일상에 스민 차별과 폭력에 대한 촘촘한 고발

어느 날 저자는 남편과 시부모의 대화를 듣고 그 자리에서 얼어붙는다. “며늘애가 그러라고 하디?” 결혼으로 변화된 관계 설정을 직감한 순간이었다. 그 이후에도 시부모는 주말 나들이에서 “아들집 놔두고 카페에 왜 가냐”며 불쑥 찾아와 공경을 강요하고, 명절에는 으레 며느리의 명절노동으로 자신들의 권위를 인정받으려 하는 등 결혼은 줄곧 저자를 며느리라는 이유로 곤경에 빠뜨리고 숨 막히게 만들기 일쑤였다.
저자는 며느리로서 시가의 행사를 챙기고 남편의 신변잡기 문제를 담당하는 남편의 부속품이 되길 요구받는다. 제사, 명절, 김장 등 소위 ‘시가 스타트업’이라고 불리는 시가 행사에 언제 불려갈지 몰라 전전긍긍한다. 가사노동의 일차 책임자라는 부담감에 시부모의 방문을 앞두고 집을 쓸고 닦고 치운다. 반면 남편에게는 가사노동이 아내가 시켜서 하는 일, 아내를 돕기 위해서 하는 일, 이 순간만 임시로 하는 일, 어쩌다 보면 안 할 수도 있는 일일 뿐이다. 저자가 남편에게 제공하는 돌봄노동 또한 돌려받지 못한다. 임금노동에 있어서도 “결혼했는데 왜 입사하셨어요?”라며 저자에게 건네진 질문이 함의하듯 임시로 일하는 잠재적 퇴사자 취급을 받는다.


별 탈 없어 보이는 결혼 일상에서
여성은 왜 숨이 막히는가?
문제는 가부장제다

결혼이 사랑의 완성이 아니라는 것쯤은 알지만 결혼을 하면서 ‘아내’와 ‘며느리’라는 역할로 자신을 한정해버렸다고 생각하지는 않는다. 결혼으로 인해 의무와 책임이 늘어날 것이라고 예상은 하지만 여성이라는 이유로 보수도 없고 퇴직도 없는 가사노동, 돌봄노동이 의무로 당연시될지 따져보지 않는다. 주변 사람들과 온라인 정보를 통해 결혼을 간접 경험하면서도 ‘설마 내 일이 되겠어?’라며 선량한 사람들과 상식에 기반을 둔 안전한 결혼이 있다고 믿는다. 하지만 결혼 후 여성이 맞닥뜨리는 일상은 상식적이지도 안전하지도 않다. 『결혼 고발』의 저자가 낱낱이 진술한 것처럼.
결혼 후 채 1년이 지나지 않아 저자의 마음 안에는 불덩이가 생긴다. 그리고 저자는 이 불덩이를 만드는 본질적 원인이 바로 ‘가부장제’임을 깨닫는다. 상식적이고 합리적인 사람들이 결혼 제도 안에 들어서면 자동인형처럼 가부장제 역할놀이에 갇혀버린다. 효자 아들, 자상한 시모, 근엄한 시부로서 가부장제의 꼭두각시가 되어 아내이자 며느리에게 예의를 지키는 척하며 무례를 범하고, 배려하는 듯하면서 부당한 요구를 일삼는다. 5년이라는 짧지 않은 연애 기간 동안 수많은 대화를 통해 상식을 검증하고 시부모의 인격을 신뢰한 것이 모두 가부장제 앞에선 무용했고, ‘가부장제’라는 ‘아내와 며느리에게 예비된 고통’은 피할 수 없었다고 저자는 말한다. ‘가부장제’로 인해 현재까지도 결혼은 모든 여성을 배신하고 있는 것이다.


더 자유롭고 더 안전할 수 있도록!
개인과 개인의 결합에 대한 새로운 제안들

가부장제로 대표되는 오늘의 결혼을 거부하면서 저자가 바라보는 곳은 어디일까? 『결혼 고발』에서는 결혼이 여성만을 배신하는 가부장제의 전수 현장도, 안전과 경제력 및 주거를 볼모로 한 성인의 의무도 아닌, 동반자가 만나 함께 꾸려나가는 진일보한 제도가 되기를 바란다.
성인이 독립적으로 생활하기 위한 최소한의 안전, 경제력, 주거 환경은 ‘성별에 관계없이’ ‘결혼이 아니어도’ 보장되는 사회가 되어야 한다는 것이다. 또한 프랑스나 독일의 ‘생활동반자법’처럼 개인과 개인이 일상을 함께 꾸리고 싶은 ‘동반자’로서 만날 때 보호를 받을 수 있는 법적, 제도적 장치도 필요하다. 성적 지향에 따른 동반자, 경제적 여건을 나누는 동반자, 비성애적 관계의 동반자 등을 다양하게 법적으로 인정한다면 결혼 제도는 누구에게나 더 자유롭고 더 안전할 수 있지 않을까 기대해본다.


◎ 책 속으로

씻긴 과일들과 칼이 내 앞에 자동으로 놓이자, 나는 스스로 나서서 “제가 과일 깎을게요”라고 했던 것은 잊어버리고 약간 어리둥절한 기분이 되고 말았다. 내가 왜 지금 이 집에서 이걸 앞에 두고 있어야 하지? 남편과 시부는 거실 소파에 앉아 있는데? 저들도 지금 아무 할 일이 없고 그저 텔레비전을 보는 중인데? 나는 왜 종종거리며 하는 일 없이 바쁘고 불편한 마음으로 시모 곁을 따라다녀야 하는 거지? 시모가 부엌을 벗어나지 않는 이상 나도 절대 어디로도 가지 못할 것 같은 기분은 뭐지? 과일 접시를 앞에 두고 왜 나는 불편해하면서도 한편으로는 할 일이 생겼다는 사실에 안도하는 거지? 거대한 부조리에 갇힌 것만 같았다.

pp. 14-15



여성의 신체에 대한 권리는 본인보다도 그를 ‘소유’한 남자와 남자의 가족, 넓게는 사회에까지 속하는 모양이다. 아이를 낳을지 말지, 아이를 누구와 언제 어떻게 낳을지를 결정하는 가장 기본적인 권리까지 침해한다. 가임기 지도를 만들어 출생률을 높이려는 국가는 말할 것도 없고, 나이가 많으니 하루라도 빨리 임신하라고 재촉하는 시가, 임신을 위해 자궁 질병을 당장 치료하거나 치료를 미루라고 하는 시가가 그렇다. 건강상 제왕절개가 필수적인 며느리에게 태아의 지능이 낮아진다는 비과학적인 이유로 자연분만을 고집하는 시부모가 텔레비전에 떡 하니 나오는 지경이다.

pp. 49-50



‘시가 스타트업’은 본질적 필요 때문이 아니라 도구적 필요에 의한 것이다. 바로 가장의 권위를 세우는 일이라는 면에서 그렇다. 남성의 집에 남성 혈연을 중심으로 모이고, 이에 부수적으로 묶인 여성들이 남성들을 위해 노동한다. 많은 수의 조상에게 제사를 지낼수록, 많은 수의 친척이 명절에 모일수록 남성은 가부장으로서의 권위를 획득한다. 부엌은 여자들로 북적이고, 방마다 아이들이 모여 놀고, 거실에서는 남자들이 여자들이 차려낸 음식과 술을 들며 이야기를 나누는 것. 어쩌면 모든 가부장의 로망일지도 모른다.

p. 64



순간 나는 도리며 효라고 불리는 것의 실체를 똑똑히 마주한 기분이었다. 남자가 겉보기에 효자 노릇을 하는데 알고 보면 단지 갈등을 만들기 싫어서, 또는 갈등을 대면하고 처리해야 할 자신의 임무가 피곤하고 번거로워서 아내에게 무리한 요구를 하는 것. 부모를 위한다는 명분을 내세우지만 실상은 자기의 편의가 목적인 비겁함. 부모의 안녕에 전보다 큰 관심이 생겼다기보다 부모를 설득하거나 이해시키기 위해 자신의 에너지를 조금도 쓰지 않은 채 편안한 상태를 유지하고 싶은 마음. 이것이 남편의 효였다.

p. 87



관계에서 더 노력해야 할 사람,
더 적은 노력으로 더 큰 변화를 가져올 수 있는 사람은
자식보다는 부모, 학생보다 교수, 직원보다 사장,
가부장제에서는 며느리보다 남편과 시가일 것이다.
우리가 노력하라고 외쳐야 할 방향은
아래가 아니라 위라고 믿는다.
약자들은 이미 최선의 노력을 하고 있다.
그들의 안녕과 생존이 달려 있기 때문이다.

p. 159



나는 가부장제가 요구하는 며느리가 되겠다고 동의한 적이 없다. 결혼에 당연히 따라오는 것이니 결혼했으면 책임을 지라고 한다면 결혼으로 따라오는 것 중에 왜 유독 며느리 역할에만 나쁜 것들을 왕창 집어넣어 놓았는지 묻겠다. 결혼은 집안과 집안의 결합이고 모두가 한 가족이 된다는 말은 이제 지긋지긋하다. 가족이 되는 데에 필요한 노력과 희생이 한 사람에게만 과도하게 요구되고 그 요구가 모멸감을 내재한다면 나는 그것을 가족이라 부르기를 거부하겠다. 나는 인생의 동반자로서 한 사람을 선택했을 뿐이다. 내가 선택한 한 사람과의 결합이 결혼의 본질이라고 알았다. 그러나 그것이 아니라면 그리고 동반자와의 관계를 보호받는 다른 방법이 있다면 더 자유로운 방법을 선택하지 않을 이유가 없다.

pp. 191-192



법적 보호자이자 운명을 나누는 삶의 파트너를 스스로 선택할 권리는 누구에게나 보장되어야 한다. 반드시 여성 1명, 남성 1명의 이성애자 커플이 아니더라도, 혹은 로맨틱하거나 섹슈얼한 관계가 아니더라도, 어쩌면 꼭 둘씩 짝짓지 않더라도, 내가 선택한 사람들과 법적 보호 관계를 맺을 수 있는 것. 국가의 복지 혜택을 받는 범위 안에 들어가는 것. 누구나 ‘정상’ 가족이 될 수 있는 것. 이러한 사회라면 여성이 가부장적 결혼 제도에서 벗어나 보다 자유롭고 안전한 삶을 영위할 수 있을 거라 기대한다.

pp. 194-195



사랑하는 이를 마음껏 사랑하기 위해 나는 가부장제가 아닌 다른 게 필요하다. 손잡고 걸어가는 삶의 길 위에서 누구도 착취당하지 않는 방식을 고민한다. 여성이 더 이상 며느리도, 아내도 아닌 세상. 그저 나 자신으로 존재하며, 일상을 함께 꾸리고 싶은 사람의 ‘동반자’라는 이름과 역할로 충분한 세상. 어디에도 종속되지 않고 하나의 독립된 인간으로 존중받는 세상. 그리하여 여성이 더 자유롭게 살아가고, 더 자유롭게 사랑할 수 있는 세상이 되기를 간절히 바란다.

p. 199

구매가격 : 10,400 원

나이 60 다 그런거야

도서정보 : 시네모 요코 | 2020-01-14 | EPUB파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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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제 인생길을 내려오고 싶었고 내려와 터벅터벅 걷고 싶었다. 대부분의 인간은 천재도 엘리트도 아니다. 나에게는 체력적으로도 정신적으로도 쇠퇴해간다는 자각 밖에 없었다. “죽을 때까지 현역!!”하고 외치며 스커트를 넓게 퍼뜨리며 빙그르 돈 동갑 친구도 있었다. ‘난 이제 됐다!!’ 쉰밖에 안 먹어 보이는 그 친구를 보면서 생각했다. 나는 삶의 의미를 발견할 수 없었다. 자식들이 성장하고 나서 나는 아무런 역할도 없었다. 나는 갈팡질팡 할뿐이며 그래도 그날그날을 살고 먹고 싸고 잔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나는 깔깔대며 웃고 시선을 하늘보다 지면을 향하며 봄의 징조인 머위대를 찾으러 가서 감동하고 도둑처럼 머위대를 모아다 조림을 만들어 밥에 얹고는 ‘맛있다.’고 신음하는 것이었다. 지면에 활짝 핀 팬지와 이름 모를 작은 흰 꽃을 쭈그리고 앉아 언제까지고 바라보고 있다. 그 때 나는 깊고 절실하게 몸 속 가장 깊은 곳에서 행복하다 이런 행복 태어나서 처음이야 언제 죽어도 좋다만 오늘이 아니어도 좋아 라고 생각했다. 의미 없이 살아도 인간은 행복한 것이다 감사한 일이다 감사한 일이다 하며 실실 웃으며 왔다. 목숨이 굴러 떨어지고 있는 판에 실실 웃다니 깜짝 놀랄 때도 있지만 얼굴은 여전히 실실댔다. 일 따위 하고 싶지도 않다. 돈 걱정하면서 아흔까지 살면 어쩌나 치매에 걸리면 어쩌나 암흑에 갇혀버린 것 같았지만 심하게 자주 갇혀 고민해 봤자 어떻게 되는 것도 아니었다. 열심히 걱정한다고 치매에 안 걸린다는 보장도 없고 102살까지 사는 걸 막을 수도 없고 지금 운 좋게 심장 발작이 덮칠지도 모른다. 하지만 그것은 인간의 힘을 초월한 일이다. 어느날 정신을 차려보니 65살 내가 설마 65살? 당연하고 아무 일도 없는데 어디선가 어 설마 거짓말이야 라고 생각하는 것이 이상하다. 지나고 나니 모는 게 욕심이다. 지금까지 살아온 것들이 타인의 삶과 같다. 아무 것도 몰랐다. 나를 찾아가는 길 그곳엔 돈도 명예도 다 부질없는 것이다. 이 책은 저자가 바라본 시선과 유머가 빛나는 아름다운 에세이이다.

구매가격 : 5,000 원

우리의 사랑은 언제 불행해질까

도서정보 : 서늘한여름밤 | 2020-01-14 | EPUB파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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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의 민낯을 아름답고 예리하게 드러낸
작가 서밤의 7년의 기록

10만 독자의 마음을 응원한,
작가 서밤이 써내려간 사랑의 기록





◎ 도서 소개

사랑의 순간 맞닥뜨리게 되는 무수한 질문들……
사랑은 사랑으로 시작될까?
평생 너만 사랑할 수 있을까?
사랑할 때 밑바닥을 보이면 안 되는 걸까?

10만 독자의 마음을 응원한,
작가 서밤이 써내려간 사랑의 기록

『어차피 내 마음입니다』『나에게 다정한 하루』를 통해 10만 독자의 마음을 응원한 서밤(서늘한여름밤)이 『우리의 사랑은 언제 불행해질까』라는 제목의 에세이로 찾아왔다. 한 사람을 만나 연애/동거/결혼하면서 느꼈던 감정을, 작가 특유의 솔직하고 위트 있는 화법과 아름다운 문체로 풀어냈다.
이 책은 ‘사랑의 시작(1부 사랑은 사랑으로 시작될까)’에서부터 ‘연애와 동거(2부 독립적인 건 지긋지긋해)’, ‘결혼이라는 관례의 모순(3부 결혼해도 어디 가지 않아)’, ‘사랑의 미래(4부 우리는 언제 불행해질까)’를 조망해보기까지 작가가 20대 중반에서 30대 초반에 경험한 7년간의 사랑의 기록을 담았다.
19만 SNS 팔로워가 사랑한 〈서늘한여름밤의 내가 느낀 심리학 썰〉의 웹툰에서 보다 더 과감하고 내밀하게 감정을 풀어낸 작가의 글은, 사랑의 순간에 맞닥뜨리게 되는 무수한 질문에서부터 시작한다. ‘사랑은 사랑으로 시작될까?’와 같은 경쾌한 질문에서부터 ‘어떻게 있는 그대로 사랑할 수 있겠어?’ ‘일주일에 섹스는 몇 번이나 해야 할까?’ ‘평생 너만 사랑할 수 있을까?’와 같은 금기의 질문까지, 터놓기 힘든 물음을 좇아 민낯의 모습을 한 사랑에 대해 고백한다.
이 고백이 낯설지 않은 까닭은, 모든 걸 벗어던진 몸으로 한 사람 앞에 서게 되는 경험이 얼마나 용기가 필요한 일인지, 한 사람을 사랑하는 마음이 평생 지속하지 못하게 되는 연유란 얼마나 많은지, 그래서 사랑이 얼마나 쉽게 깨져버릴 수 있는지, 우리는 경험칙으로 알고 있기 때문이다. 실패한 사랑의 과거들이 자꾸 우리를 찾아올 때, 작가가 들려주는 외로움과 조바심, 고통과 실수의 이야기가 어쩌면 우리를 아주 다른 곳으로 나아갈 수 있게 해줄지도 모른다.



“너와 함께하며 나는 처음으로 내 모습을 있는 그대로 발견할 수 있었다. 좋은 사랑을 해보겠다고 지치고 피로한 날에도 꾸역꾸역 대화를 이어가는 나를, 섹스가 시들해지면 권태기가 찾아온 게 아닌가 싶어 안절부절못하는 나를, 자꾸 사랑에 점수를 매기려는 나를 발견했다. 이상하게도 그런 나를 발견할 때마다 나는 자꾸 편안해졌다. 나를 사랑하는지 백 번을 물어보면 너는 사랑한다고 백 번을 대답해줬다. 그래서 나는 불행이 모퉁이 너머에서 기다리고 있을까 봐 두려워 서성이기를 멈췄다. 그렇게 멈추니 네가 보였다. 내가 보였다. (……)
우리는 더 많은 사랑을 보고 자랐어야 했다는 생각이 든다. 그래서 내가 경험한 사랑의 이야기를 나눠본다. 나의 외로움과 조바심, 고통과 실수들도 함께. 우리가 겪어온 과거는 자꾸 우리를 찾아올 것이다. 그러나 나는 우리가 시작했던 곳과는 아주 다른 곳으로 나아갈 수 있으리라 믿는다.”_「프롤로그」에서




"사랑하면서 우리는 결국 바닥을 보이게 된다."
예리하고 아름답게 드러낸 사랑의 민낯

어린 시절 작가에게는 두 종류의 밤이 있었다. “별일 없이 무사한 밤과 엄마 아빠가 싸우는 밤.” 엄마 아빠의 불행한 관계의 시작은 모순적이게도 “애끓는 사랑”이었다. 작가의 부모는 스무 살 때 만난 서로의 첫사랑이었고, 가족의 반대를 무릅쓰고 결혼한 로미오와 줄리엣이었다. 열렬히 사랑했던 연인이 싸움에 지친 중년 부부로 늙어가는 걸 보면서 작가는 부끄러울 정도로 외로웠고 사랑이 필요했다. 동시에 사랑이 두려웠다.
부모님처럼 되지 않기 위해, 사랑에서 100점을 맞기 위해, 자꾸만 성숙한 사랑에 집착했다. “넌 나를 더 좋은 사람이 되고 싶게 해”라는 말은 오랫동안 그를 지배한 사랑의 만트라였다. 사랑이 불행해지지 않기 위해 억지로 좋은 사람이 되려고 했다. 사랑은 작가를 성숙한 사람으로 만들어줬지만, 그렇게 유지하는 사랑은 그 자신의 모습과는 동떨어진 길로 향하고 있음을 뒤늦게 알았다.
‘불화한 가정에서 자란 아이는 커서 어떤 사랑을 하게 될까?’라는 작가의 오랜 조바심은 ‘나를 있는 그대로 보여주면서(서로의 밑바닥을 인정하면서) 사랑을 지속할 수 있을까?’라는 물음으로 옮아갔다. 작가는 말한다. 사랑하면서 보이게 되는 이 밑바닥을 굳이 감추지 않기로 하자 “네가 보이고, 내가 보였다”고.
작가는 장소와 시간에 구애받지 않고 사랑에서 파생되는 분노, 슬픔, 기쁨의 감정을 마음껏 표현하며, 한 사람에게 깊숙이 들어간다. 그 관계의 결을 따라가다 보면 우리가 뼛속까지 두려워했던, 그러나 차마 입 밖으로는 꺼내지 못했던 사랑의 진실을 한 조각 발견할 수도 있을 것이다. 작가가 보여준 마음의 풍경은 사랑과 관계의 모범 답안을 늘 찾아 헤매며 ‘우리의 사랑은 언제 불행해질까?’라는 질문으로 초조한 우리에게 어떤 답, 혹은 위안을 줄 수 있을 것이다. 때로는 격앙되고 울분에 찬, 때로는 중학생 소녀처럼 발랄한 작가의 목소리를 따라가다 보면, 지금 겪고 있는 이 사랑 안에서 ‘온전한 나 자신’으로 존재할 힘을 얻을 수 있을 것만 같다.



“내가 짐승처럼 울 때면 너는 나를 몇 번이고 꽉 안아주었다. 울음이 그치면 우리는 함께 쪼그려 앉아 나의 바닥을 토닥였다. 진흙탕처럼 질척이던 나의 바닥은 그렇게 조금씩 단단하게 굳었다.
사랑하면서 우리는 결국 바닥을 보이게 된다는 걸 알았다. 왜냐하면 우리에게는 천장만 있지 않기 때문이다. 네가 내 바닥을 인정해줬을 때 나는 너를 내 마음 안으로 다 들여놓을 수 있었다. 내가 너의 바닥을 바라보았을 때 비로소 나는 너를 이해할 수 있었다. 우리의 사랑은 허공에 떠 있지 않았다. 우리의 사랑은 서로의 바닥에 발을 디딜 수 있는 관계의 시작이었다.”_「최악의 나와 최고의 나」에서


◎ 책 속에서

사랑에 빠지는 순간의 반짝임을 기억할 수 없다는 건 아쉽다. “아, 그때 우리 진짜 미친 듯이 사랑했었잖아”라고 시작하는, 우리 둘만 아는 바보 같은 이야기들이 없는 건 두고두고 아쉬울 것이다. 이 사랑의 시작이 어디서부터인지 모른다. 어쩌면 오늘이 시작인지도 모른다. 첫눈에 반하지는 않았지만 내일 너에게 새삼스레 반하게 될지 모른다. 나는 너와 사랑에 빠진 적이 없다. 그 대신 나는 오늘도 한 걸음 한 걸음 자박자박 걸어 들어가고 있다. 어디가 제일 깊은 지점인지는 아직 모른다. _24쪽(나는 첫눈에 반하는 사랑을 믿는다)

남 부끄러운 것도 모르고 길가에서 소리 지르며 싸우는 사람들의 마음을 이해하게 된 것도 이즈음이었다. 스스로에 대한 자괴감도, 너에 대한 죄책감도 나를 막을 수 없었다. 오래 숨죽여왔던 나의 일부가 더이상은 참을 수 없다는 듯 비명을 질렀다. ‘떠날 테면 떠나. 하지만 제발 이대로의 나를 사랑해줘.’ 최악의 나를 사랑해달라는 건 이기적인 마음이었다. 그리고 나는 이기적인 사람이었다. 나는 이기적인 사람이어서 내가 좋아하는 사람이 아닌, 나를 좋아하는 너를 택했다. _28쪽(최고의 나와 최악의 나)

깨진 마음을 벗어던진 나는 알몸으로 세상에 서 있었다. 그 앞에 네가 있었다. 놀라고 당황스럽고 미안한 얼굴로 나를 안으며 어디에도 가지 않고 있었다. 그때 나는 알았다. 이 관계에서 나는 무엇이든 될 수 있다는 걸. _33쪽(내가 태어난 날의 일기)

나는 삶에서 사랑이 중요하다. 그리고 사랑만큼이나 나의 가치관도 중요하다. 내가 중요하게 생각하는 이 둘이 서로 갈등하게 되는 절망적인 상황은 만들고 싶지 않다. 사랑하는 사람과 취향이 달라 영화를 같이 못 보는 건 상관없지만, 가치관의 차이로 퀴어 퍼레이드에 함께 가지 못하는 건 참을 수 없다. 싫어하는 사람이 다를 수는 있지만, 소수자를 혐오하는 사람을 같이 욕하는 사람이어야 한다. 싸우는 방식은 다를 수 있지만 나와 함께 가부장제에 맞설 사람을 원한다. 사랑과 가치관 둘 다 나의 삶과 분리할 수 없다. _41쪽(동성애에 대해 어떻게 생각해?)

마침내 네가 끄윽끄윽 비명을 토하고 상처받았다고 화를 낸다. 나는 그제야 안도한다. 웃음이 터질 것 같다. 너는 나와 함께 있다. 여전히 나를 사랑하고 있다. 이건 사랑을 확인하는 최악의 방법이다. _65쪽(그래, 상처 주려고 그랬어)

너의 모든 면을 사랑할 수는 없다는 건 처음부터 알았다. 그렇다고 너의 일부만 잘라서 사랑할 수는 없다는 건 천천히 깨닫게 되었다. 엷게 난 주근깨가 햇살에 반짝이는 너의 볼을 사랑한다. 얇고 비어 보이는 입술을 싫어한다. 하지만 입을 가리고 볼만 볼 수는 없는 노릇이다. 내가 사랑하는 너의 면과 그렇지 않은 면은 볼과 입술처럼 연결되어 있다. 재미없고 무던한 공대생 타입이어서 내가 불평해도 크게 흔들리지 않는 사람이라는 걸 안다. 독하게 살을 빼지 못하는 너의 무르고 허술한 면을 사랑한다. 밑도 끝도 없이 아버님 은퇴에 대해 장황하게 늘어놓는 너의 모습도 내가 사랑하는 어떤 모습과 이어져 있을 것이다. _71쪽(어떻게 있는 그대로 사랑할 수가 있겠어)

사랑은 너였다. 너의 숨소리, 너의 웃음, 너의 눈. 누구든 나를 바라보는 너의 눈을 본다면 사랑을 모른다 할 수 없을 것이다. 나는 더이상 사랑이 무엇인지 궁금하지 않았다. 사랑을 알려 하거나, 이해하거나, 분석하거나, 의심하거나, 확인할 필요가 없었다. 사랑은 비 오는 날 잊지 말고 챙겨 가라며 문고리에 걸어놓고 간 우산과 함께 걸려 있었고, 내가 울 때마다 떠다준 미지근한 물 한 잔에 녹아 있었고, 나를 보러 올 때면 늘 달려온다는 너의 발걸음에 묻어 있었다. _97쪽(사랑은 하나 남은 귤이야)

결혼해서 ‘시월드’도 ‘유부월드’도 가지 않는다. 그곳에서는 내가 원하는 내 모습을 찾을 수 없다. 결혼했다고 해서 내가 아닌 무언가가 되려 노력하고 싶지 않다. 결혼에서 내가 가고 싶은 곳이 있다면 나와 너의 가장 깊은 마음, 사랑이라는 미지의 세계, 진실한 마음의 영역이다. 나는 내 모습 있는 그대로 그곳에 갈 것이다. 그러니 결혼해도 나는 어디 가지 않아. _134쪽(결혼해도 어디 가지 않아)

너와 함께 있으면 예의 바른 사람들을 만날 확률이 증가했다. 부동산 사장님도, 집주인도, 이웃집 할아버지도, 택시 기사도. 나는 너를 통해 내가 일상적으로 만나왔던 것이 당연함이 아니라 무례함이라는 걸 알았다. 너는 갑자기 성폭행을 당했을 때 어떻게 대처해야 하는지 한 번도 생각해본 적이 없었다. 콘돔을 쓰지 않겠다고 어깃장을 놓는 애인 때문에 속 끓이는 친구도 가져본 적 없었다. 너의 여자인 동기들이 자꾸 외국으로 외국으로 떠나갈 때 너는 건축계가 ‘남초’인 걸 당연하게 받아들였다. 나도 너의 여자 동기들처럼 차별을 피하기 위해 먼 나라로 떠나고 싶었는데, 네 삶 속에서는 차별이 먼 나라의 이야기였다. 나는 내가 경험했던 것들이 ‘인간의 경험’이 아닌 ‘여성의 경험’이라는 걸 너를 통해 배우게 되었다. _138쪽(나와 함께 세상에 맞서줘)

어떻게 매일 아주 많이 사랑할 수 있겠어? 미지근한 사랑에 조용히 뺨을 댄다. 매일 햇볕이 쨍쨍하다면, 매일 물을 흠뻑 준다면, 이 사랑은 말라버리거나 썩어버리겠지. 지금 우리를 스치는 바람이 사랑을 살아 있게 해줄 것이다. _164쪽(사랑이 어떻게 늘 최고점일 수 있니?)

사랑하는 사람에게는 너그러워야 한다. 잘못을 해도 괜찮다고, 별일 아니라고 다독여줄 수 있어야 한다. 소중한 이에게는 예외를 허락할 수 있는 것이다. 그러니 실수를 하더라도 “좀 봐달라”는 한마디에 용서할 수 있어야 한다. “좀 봐달라”라는 말을 내 마음 안에서 몇 번이고 굴려본다. 너를 찔렀던 내 마음속 뾰족한 가시들이 물러진다. 그래, 어쩌다 지각하는 일도 있는 거지. 너를 용서했는데 어쩐지 내가 용서받은 느낌이 든다. _175쪽(사랑하는 것들에 너그러워지기)

우리는 아무 이야기나 서로에게 할 수 있다. 스스로 생각해도 낯 뜨거운 욕심이나 남들이 들었다면 재수 없다고 혀를 찼을 생각, 별로 재미없지만 꼭 하고 싶은 농담 같은 것을 얼마든지 들어준다. 네가 소철 화분에 물을 많이 줘 죽인 것에 두고두고 죄책감을 느낀다는 건 누구에게도 중요하지 않지만, 나는 알고 싶다. _189쪽(오늘도 소파에서 수다)

나는 자주 고백했고 자주 차였다. 그래서 하는 수 없이 나는 상대가 아니라 나를 사랑하는 법을 천천히 배워야 했다. 나의 부적절함과 서투름을 끌어안는 법을 연습해야 했다. 내가 결코 갖지 못할 것들을 갖지 못한 채로 살아가야 한다는 걸 아주 엉성하게 이해하며 살아가고 있다. _211쪽(내가 사랑하는)

내가 아닌 타인의 삶을 끌어안을 수 있는 여분의 마음과 능력을 기르려고 노력한다. 상대가 보드랍고 섬세한 아이 같은 마음으로 살 수 있도록 듬직하고 단단한 어른이 되려 한다. 그래서 이 집에는 두 명의 어른과 두 명의 아이가 살고 있다. _235쪽(서로를 책임지며 사는 삶)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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