타인의 슬픔을 마주할 때 내 슬픔도 끝난다
도서정보 : 이미령 | 2017-11-09 | EPUB파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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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칼럼니스트 이미령의 인간적인 책 읽기
불교계에서 다독가이자 애독가로 알려진 북칼럼니스트 이미령이 작품 속 인물을 중심으로 그들이 우리에게 건네는 위로에 대해 풀어낸 독서 에세이. ‘우리는 왜 문학을 읽는가?’라는 물음에 저자는 ‘위로’라는 화두를 붙들고 문학 속 인물을 좇는다. 작품 속에서 인간의 고통이 어떻게 그려지고 있으며, 그들이 고통을 극복하는 과정이 우리에게 전하는 메시지가 무엇인지 사유한다. 이 책에 등장하는 문학작품 속 인물들은 하나같이 삶의 고통과 대면하며 치열하게 살아간다. 그들의 웃고 우는 모습 속에서 우리의 모습을 발견하고 사유하는 힘에 대해 말한다.
존재하지 않는 타인에게 위로받는 시간
불교학을 전공하고 글과 강의로 불교 세계를 알리는 일을 하는 저자는 ‘삶이 고통’이라는 불교적 사유를 바탕으로 문학작품 속 인물들이 맞닥뜨린 삶의 고통을 하나하나 불러낸다. 저자가 불러낸 문학 속 인물의 자화상은 우리가 잊거나 외면한 인간 본연의 고통과 맞닿아 있다. 빠르게 변하는 세상 속에서 자신만의 가치를 지키려 고군분투하는 인간의 모습, 무소불위의 권력 앞에서 나약해질 수밖에 없는 범부의 속성, 허술하기 짝이 없는 현대의 익명성에 묻힌 자존감을 지키려는 노력 등 문학이 그려낸 삶의 다양한 모순은 우리의 현실과 너무도 닮아 있다.
저자는 “책 속 세상에는 영웅도 악한도 모두가 저마다 자기 사연을 늘어놓습니다. 거인처럼 여겨졌던 이들에게도 탄식이 쏟아지고, 위선으로 똘똘 뭉친 악인에게도 수줍음이 있으며, 세상에서 가장 선량한 자에게도 교활한 눈빛이 숨어 있고, 명석한 철인에게도 생명에 대한 무지가 서려 있음을 알게 됩니다”라고 말한다. 책 속 세상이 하나같이 ‘작고 여린 존재’의 울림과도 같단다. 비록 작품 속 인물이지만 그들이 고통을 극복하기 위해 치열하게 살아내는 삶과 마주하는 것은 그 자체로 우리들에게 위로가 된다. 이 책은 “각박한 일상을 살아가느라 딱딱하게 굳은 감성을 어루만지고 엄숙한 철학을 논하느라 지쳐버린 이성을 부드럽게 녹여내는” 문학 읽기의 즐거움을 느끼게 한다. 책을 읽고 싶게 만드는 책이라고 말할 수 있다.
구매가격 : 9,100 원
유연한 지성의 단련법
도서정보 : 사이토 다카시 | 2017-11-09 | EPUB파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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혼란하고 불안할수록
지식의 축적을 넘어
지성의 단련이 필요하다
“지성은 고난과 냉혹한 현실에 직면했을 때
원인을 파악하고 선택지를 찾아 대처하는 힘이다.
지성은 ‘살아가는 힘’ 그 자체이다.
지성을 갖춘 사람은 쉽게 꺾이지 않고
집착하지 않고 흔들리지 않는다.
이 책은 지성을 단련하는 효과적인 방법을 알려준다.”
* 철저히 고민하여 단련하는 지성
* 변화를 두려워하지 않는 지성
* 신체에 깃드는 지성
* 자아를 해방시키는 지성
* 탐구하는 사람이 깨닫는 지성
정보와 지식이 넘치는 오늘날, 지성은 왜 필요한가?
사이토 다카시 교수가 제안하는 ‘지성의 단련법’
이제는 ‘지성’이나 ‘지성인’이라는 단어가 어색하게 느껴질 수도 있다. 대학 졸업자는 흔해졌고, 원하는 정보는 인터넷에서 검색할 수 있고, 스마트폰과 SNS가 실시간으로 의견과 정보를 공유해주는 오늘날에 굳이 지적 능력이 뛰어난 사람을 구분하려는 경향은 줄었다.
지성은 지각된 것을 정리하고 통일하여, 이것을 바탕으로 새로운 인식을 낳게 하는 정신 작용이다. 지성은 결론을 도출하고 결정하는 능력이며, 변화 앞에서 사고를 통해 문제를 해결하고자 하는 태도이기도 하다. 즉 지성은 지식과 정보의 양과는 별개이다.
사이토 다카시 교수는 선진국과 개발도상국을 가리지 않고 반(反)지성주의가 대두되고 있다고 말한다. 자신들은 정의롭고, 대립하는 국가나 민족, 집단은 언제나 옳지 못하다고 주장하며 대중의 인기를 얻는 지도자들이 선택받는 현실은 지성의 결핍과 무관하지 않다고 말한다.
그 어느 때보다 지식과 정보는 넘치지만, 선택은 실망스럽고 개인의 불안은 더 깊어지는 시대이다. 검색은 우리의 고민을 해결해주지도 않고, 결정은 언제나 당사자의 몫이다.
사이토 다카시는 《유연한 지성의 단련법》을 통해 시시각각 변하는 상황에서 유연하게 대응할 수 있는 판단력, 즉 지성을 단련하기를 권한다. 그는 혼란하고 불안할수록 지식의 축적을 넘어 지성의 단련이 필요하다고 강조하며, 그 효과적인 방법을 담아 출간했다.
변혁의 시대를 헤쳐 간 지성인에게 배우는
다섯 가지 지성의 단련법
《유연한 지성의 단련법》은 지성의 단련에 표본이 될 만한 다섯 부류의 지성인을 소개한다. 그들은 변화의 시기에 현실을 넘어 새로운 현실을 일구어낸 인물들이다. 자신 앞에 닥친 고난과 불안을 지성으로 이겨낸 과정과 강한 지성을 단련할 수 있었던 비결을 하나씩 살펴 소개한다.
저자 사이토 다카시는 독자가 이들 중 기질적으로 합치하는 사람을 골라내어, 인생에서 추구할 지성의 방식을 완성하는 데 도움이 되길 바라고 있다.
1장 ‘철저히 고민하여 단련하는 지성’에서는 일본을 대표하는 소설가이자 영문학자 나쓰메 소세키가 겪은 고뇌의 과정을 소개한다. 소세키는 근대 일본이 처한 개화의 시기에 영어 교육법 연구를 하라는 문부성의 지시를 받고 영국으로 유학을 떠난다. 메이지시대의 국비 유학생으로서 그가 짊어진 책임은 무거웠다. 그의 지성은 영국인이 가르치는 대로 받아들이기를 거부하고 있었다.
‘문학이란 무엇인가’라는 물음을 끝까지 놓지 않았던 그는 영국의 하숙방에서 스스로 깨닫는다. 즉, 서양이 아니라 자신을 근거로 삼아 자신의 머리로 ‘문학이란 무엇인가’를 생각해야 한다는 것이었다. 그럼으로써 자신 안에 있던 불안을 잠재울 수 있었고, 스스로 무엇을 해야 할지 명확히 알 수 있었다.
이후 그는 영국의 대작가를 흉내 내지 않고 일본인의 생각에 충실한 작품을 쓰겠다는 각오를 다졌고 《나는 고양이로소이다》, 《도련님》 등 오늘날 우리가 익히 알고 있는 명작들을 남겼다. 저자는 소세키를 통해 끝까지 고민하여 자신이 정착할 자리를 찾는 지성의 단련법을 소개한다.
2장 ‘변화를 두려워하지 않는 지성’에서는 계몽 사상가 후쿠자와 유키치가 겪은 변혁의 순간들을 소개한다. 하급 무사의 아들로 태어난 그는 네덜란드어 공부에 전력을 다했다. 하지만 시대의 흐름이 바뀌어 영어가 대두되고 네덜란드어는 소용이 사라졌다. 그는 낙담하지 않고 영어를 익히고자 고군분투했고, 그 과정에서 네덜란드어를 배운 것이 큰 도움이 되었음을 알게 된다. 서양 언어와 관련해서는 모든 것이 처음이었던 당시로서 강인한 정신력과 각오가 없었다면 어려운 일이다.
그의 지성은 일상을 정리하여 마음의 두려움을 없애는 과정에서 단련되었다. 그렇기에 변화 앞에서도 냉정하게 한 걸음씩 나아갈 수 있었다. 저자는 후쿠자와 유키치가 자신을 관리하여 오히려 속박이 아닌 자유를 얻게 된 과정을 소개하며 지성의 단련법을 전한다.
3장 ‘신체에 깃드는 지성’에서는 일본 개화기의 정치가, 사이고 다카모리의 담력을 소개한다. 신체적 위험이 줄어든 현대에는 크고 작은 스트레스가 일상의 주요 장애이기도 하다. 사이고 다카모리는 등불 하나만 있으면 밤길을 무서워할 필요가 없다고 말했다. 그는 목숨이 위태롭고 도저히 희망이 없던 상황에서도 자신의 신념을 등불 삼아 나아갔고, 메이지유신을 성공으로 이끈다.
저자는 이와 같은 담력은 정신뿐 아니라 신체에서 나오는 힘이라고 말한다. 동양에는 오래전부터 명상을 통해 마음을 다스리는 문화가 발달했었지만, 이제는 오히려 서양에서 역수입되고 있는 실정을 안타까워한다. 정신문화는 신체문화와 밀접하며, 신체의 수양을 통해 지성을 단련할 필요가 있음을 전한다.
4장 ‘자아를 해방시키는 지성’에서는 근대 일본의 철학자 니시다 기타로를 소개한다. 그는 독자적인 철학 세계를 확립하고자 하였고 대표작 《선의 연구》를 남겼다. 그는 자타의 경계가 사라지는 ‘순수경험’을 주장했다.
저자는 니시다 기타로의 사유를 소개하며, 어중간한 자의식이 세상 속으로 온전히 들어가고자 하는 자신을 방해한다고 말한다. 현실에서는 맑은 것과 탁한 것을 모두 삼켜야 할 때가 있으며, 한쪽으로 치우친 사고로는 올바른 판단을 하기 어렵다. 경직되지도 않고 현실문제에 좌우되지도 않는 모습이 지성이며, 그런 유연성과 강인함이 지성적 삶이라고 말한다. 자아와 세상 사이에서 균형을 잡을 수 있는 지성의 단련법을 전한다.
5장 ‘탐구하는 사람이 깨닫는 지성’에서는 일본 민속학의 창시자인 야나기다 구니오 그리고 그의 제자이지만 독자적 학파를 창설한 오리구치 시노부를 소개한다.
전자는 분석형 탐구자로 역사 속에 묻힐 평범한 백성의 삶에 대한 자료를 모아 방대한 기록으로 남겼다. 후자는 빙의형 탐구자로 이제는 해석할 수 없는 고대의 노래를 작은 실마리에 의지해 직관으로 해석하여, 최초로 《만엽집》을 구어체로 번역하였다.
둘의 탐구 방식은 극명하게 대비되지만, 직접 부딪쳐 새로운 분야를 자신의 방식으로 개척했다는 점에서는 같다. 검색으로 찾고 해결하는 데 익숙한 오늘날에는 검색으로 나오지 않는 정보는 세상에 없는 것으로 간주되기도 한다.
직접 탐구하고 밝혀가는 지식은 결과보다 과정에서 더 놀라운 일들이 일어난다. 살아 있는 정보를 얻기 위해 직접 사람을 만나고 듣는다면 유별난 탐구심을 갖춘 것이다. 저자는 거기에 ‘실재감’이 있으며 이는 탐구에 깊이를 더해주는 지성의 단련법이라는 점을 강조한다.
구매가격 : 9,100 원
트립도기
도서정보 : 권인영 | 2017-11-08 | PDF파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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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장 완벽한 여행 메이트
반려견과 함께한 30일 유럽여행,
그 찬란한 순간의 기록
◎ 도서 소개
아름다운 오후에 개와 함께 언덕에 앉아 있으면 에덴동산에 돌아와 있는 듯 한 기분이 든다.
아무것도 하지 않아도 지루하지 않던 그때, 진정 평화롭던 그때로.
- 밀란 쿤데라
시작은 ‘유럽에는 개들이 지하철도 타고, 음식점에도 편하게 들어갈 수 있던데.’라는 한마디였다. 유럽여행을 다녀온 친구들의 말에 마음이 흔들렸고, 세상에서 가장 소중한 털북숭이 친구와 여행을 하고 싶다는 마음은 점점 강력해졌다. 그래서 주변의 만류를 뒤로하고 일단 떠나보기로 결심했다. 털북숭이 친구 페퍼와 함께라면 못할 것이 없었다. 그렇게 저자인 권인영과 그의 솔메이트이자 여행 메이트 페퍼는 유럽 여행길에 올랐다.
스스로도 ‘정말 괜찮을까?’라는 걱정이 있었지만, 결과적으로 여행은 완벽했다. 함께 봤던 반짝이는 에펠탑, 낮선 언어를 쓰지만 마음이 통하는 예쁜 눈빛과 다정한 손길을 나누어주던 다른 나라의 사람들, 자유롭게 뛰놀았던 스위스의 초원, 침대에 누워 꼭 안고 잠들었던 시간까지. 떠났기에 느낄 수 있었던 모든 감정과 만들 수 있었던 둘만의 추억을 공유하게 되었다.
『트립도기』는 파란만장한 유럽 여행기이다. 반려동물 사진작가인 저자가 찍은 사진은 개가 얼마나 다양한 표정을 지을 수 있는지, 그들이 행복을 어떻게 표현하는지 보여준다. 여기에 여행 메이트가 개이기에 발생하는 사건들은 읽은 이를 자연스럽게 웃고, 울게 만든다. 그러다 어느 순간, 행복한 미소를 짓고 있는 스스로에게 놀라게 될 것이다.
◎ 출판사 서평
"개에게 행복은 무엇일까?"
반려동물과 함께 살고 있는 이들이 한 번쯤 하게 되는 생각이다. 그만큼 우리보다 짧은 수명을 가진 반려동물과 함께 하는 방법에 대해 고민하는 이들이 많다. 『트립도기』의 저자 권인영 역시 늘 같은 생각을 하고 또 했다. 그녀가 찾은 답은 최대한 많은 경험을 하게 해주는 것. 구속 없이 자유롭게 달리며 풀과 바람의 냄새를 맡고, 새로운 공간과 사람을 만나 함께 어울리는 일 등 단순하지만 견주의 노력이 있어야만 가능한 경험들을 하나씩 늘려 주었다. 페퍼와의 유럽 여행도 그 연장선이었다.
"어렵지 않은 반려견과의 유럽 여행"
『트립도기』는 단순한 여행 에세이로 끝나지 않는다. 여행의 과정에서 만난 장소, 가장 어려울 수 있는 여행 준비 과정을 세세하게 설명한다. 직접 경험하고 좌충우돌 준비과정을 보낸 저자의 설명이기에 쉽고 간단하지만, 꼭 필요한 내용은 다 들어있다. 반려동물과 여행을 계획 중이거나 한번쯤 여행을 떠나고 싶다고 생각하는 이들에게 가이드 역할을 해 줄 것이다.
"반려동물의 행복한 얼굴을 보기 위해, 여행은 -ing"
사람이 아니라도, 동물에게도 행복한 권리가 있다. 그들도 생명을 가진 존재들이기 때문이다. 그렇기에 최대한 함께 행복하고, 함께 시간과 추억을 나눌 수 있었으면 좋겠다. 그들에게 주어진 시간은 우리보다 짧고, 마음껏 뛰어놀 수 있는 시간도 길지 않으니. 그래서 저자와 페퍼는 오늘도 새로운 여행을 떠날 준비 중이다. 더불어 더 많은 반려동물이 행복한 기록을 남길 수 있었으면 좋겠다는 마음을 이 책을 통해 전한다. 그들이 함께할 여러 모습의 여행들이 벌써 궁금하다.
◎ 저자 소개
권인영
고사리 같은 작은 손으로 처음 일회용 카메라를 쥐었을 때도, '내 카메라'를 처음 갖게 되었던 중학생 때도, 주변의 좋아하는 것들을 촬영하고, 기록했다. 변덕 많은 내가 꾸준하게 좋아한 일이었기에, 서울예대에 진학해 사진을 전공했다.
태어날 때부터 곁에 있던 내 개들을 기록하는 것이 나에게는 가장 자연스러운 일이었다. 그 생각의 연장으로 2013년부터 현재까지 땡큐 스튜디오에서 동물 포트레이트 촬영을 하고 있다. 누군가의 소중한 털북숭이 친구, 가족, 동생의 사진을 찍는 것은 말로 다 설명할 수 없을 정도로 의미 있고 행복한 일이다.
내가 찍은 사진에서 느껴지는 사랑이 좋다는 이야기를 듣고, 앞으로도 꾸준히 보는 것만으로도 사랑이 느껴지는 사진을 찍어야겠다고 다짐했다. 물론 내 옆에 있어주는 털북숭이 친구 페퍼는 영원한 내 영감의 원천이며, 가장 완벽한 모델이다. 이 책을 통해 그 친구와의 수 많은 추억을 조심스레 꺼내보려고 한다. 유럽에서 우리가 함께한 시간이 털북숭이 친구와 추억을 만들고 싶은 이들에게 응원이 되길 바란다.
가장 완벽한 친구이자 영감의 원천, 솔메이트 페퍼
안녕하세요. 페퍼에요. 저는 익산의 어느 동물 농장에서 태어났어요. 엄마와 아빠가 사고를 쳐서 태어난 예상치 못했던 아이였죠. 목장에서 살려면 양을 모는 쇼(제가 보더콜리라 그렇다고 해요)를 해야 했는데, 사실 전 양을 무서워하거든요. 다행히 언니가 저를 구해주었죠. 그리고 무서운 양이 아닌 언니의 사랑을 받으며 벌써 네 번째 생일도 지나도록 건강하게 살고 있어요.
언니가 늘 언니보다 빨리 할머니가 될 거라고 걱정했는데, 그래도 아직 튼튼하고 건강하니까 걱정을 좀 덜 했으면 좋겠어요. 대신 언니와의 여행을 많이 하고 싶어요. 유럽에서는 정말 완벽한 여행 파트너였죠. 제가 좀 아파서 걱정을 시켰지만, 우리는 엄청난 추억을 공유하게 됐거든요. 그래서 걸을 수만 있다면 언니와 함께 여행을 할 거예요.
지금도 호수공원에 달려가고 싶어요. 언니에게 애교를 부려야 할 타이밍이네요. 그럼 다음에 또 만나요. 안녕!
◎ 본문 중에서
파리 여행의 첫 장소는 무조건 에펠탑이었다. 짐을 빠르게 정리하고 페퍼와 함께 에펠탑으로 향했다. 길눈이 밝아서 오는 길에 보았던 길을 머리 속에 그려놓았다. 숙소에서 충분히 걸어갈 수 있는 거리였기에 페퍼와 함께 파리를 느끼며 걷기 시작했다. 주변에 보이는 건물들, 그림과 잡다한 소품을 파는 사람들, 조금은 더러운 길거리마저 나를 행복하게 했다. 여전히 잘 믿겨지지 않았다.
“페퍼, 우리 지금 파리야! 너도 느끼고 있지?”
[파리라는 새로운 세상 중]
그것만으로도 나에게는 새로운 경험이었다. 개들을 함께 살아가는 존재로 인정하는 느낌이랄까. 물론 이곳 파리에도 개를 싫어하는 사람이 살고있을 것이다. 그러나 누구도 내가 싫다는 이유로 생명과의 공존을 거부하지는 않는 것 같다. 파리 지하철 안에서 개를 대하는 그들의 모습에 공존이라는 의미를 한 번 더 생각해 보았다.
[개도 편하게 탈 수 있는 파리 지하철]
페퍼는 새로운 영역을 탐험하듯 나에게서 좀 멀리 떨어져 자기만의 시간을 가졌다. 그러다가도 크게 부르면 페퍼는 나를 향해 달려왔다. 아름다운 베르사유 궁전이 정면으로 보였고, 그 앞으로 펼쳐진 빼곡한 푸른 수풀 사이로 회색 개가 나를 향해 달려오고 있는 모습이라니. 그 순간은 시간이 멈춘 듯 한 장면 한 장면 내 가슴 속에, 머릿속에 영원히 각인되는 기억으로 남았다. 그 순간과 그 장면, 특히 아름답고 사랑스러운 페퍼의 얼굴은 평생 잊지 못할 것이다.
[평생 잊을 수 없는 너의 얼굴]
사실 내 요구에 지붕 밑에 앉아 참고 기다리긴 했지만 페퍼에게 비가 내리고 몸이 젖는 것 따위가 그리 중요했을 리 없다. 페퍼는 비를 맞으며 풀과 들꽃 사이를 뛰어다녔다. 엉덩이를 쳐들고 같이 놀자 꼬드기기도 하고, 뛰어도 뛰어도 끝이 없는 이곳을 미친 듯이 달리기도 했다. 온 얼굴과 다리, 입혀놓은 우비마저 진흙탕과 비로 잔뜩 젖어 꼴은 엉망이었지만 행복한 표정을 보니 그것으로 충분했다. 지붕 아래 쪼그려 앉아 난장판이 된 페퍼의 모습을 바라보며 웃음이 터졌다. 그 날 페퍼는 발바닥 패드가 다까질 때까지 열심히 뛰어놀았다. 그리고 나는 더 없이 행복한 추억을 마음 가득 선물 받았다. 그것으로 우리는 이곳에 온 충분한 의미를 얻었다.
[함께이기에 충분한 의미, 피르스트]
그때야 마음이 놓이면서 지난 하루 동안 페퍼와 나를 도와줬던 사람들이 떠올랐다. 그 사람들이 아니었다면 페퍼는 이 낯선 도시에서 어떻게 되었을까? 호텔 직원분들과 택시 기사님 그리고 코르테시 선생님과 간호사선생님. 모두 모두 너무 감사한 마음뿐이다. 사실 로마라는 도시 자체는 나에게 큰 감동을 주는 곳이 아니었다. 하지만 그 도시에서 살고 있는 사람들은 나에게 엄청난 감동을 주었다. 다른 시선으로 바라보면 잘 모르는 개 한 마리가 아팠을 뿐인데, 모두 나와 같은 마음이 되어 도와주었다. 아마도 이 사람들이 살고 있는 도시 로마를 평생 잊지 못할 것이다.
[지옥 같은 로마에서의 하루]
페퍼의 변화만큼 나에게도 변화들이 생겼다. 페퍼가 어떤 상황인지 먼저 파악하고, 미리 해주려고 한다. ‘이쯤이면 페퍼가 목이 마르겠지, 이제는 쉬어야 할 타이밍이지, 빨리 나가야겠구나’ 등등 페퍼의 입장에서 생각하려고 노력했다. 몇 년을 함께 살았지만 여행길에서 서로의 새로운 모습을 보고, 서로를 더 이해하게 되었다. 그렇게 우리는 점점 더 가까운 사이가 되어 갔다. 이 모든 변화 역시 여행이 선물이라고 생각하니, 떠나길 참 잘했다는 생각이 들었다.
[우리, 떠나오길 참 잘했다]
페퍼와 한 달간 여행하며 나는 내 개가 얼마나 다양한 표정을 짓는지 보았다. 그 표정들을 한 번 더 보고 싶어서, 내 개의 행복한 얼굴이 고마워서 자꾸만 페퍼와의 여행을 꿈꾸는지도 모르겠다. 그들도 온전하게 행복하다는 것, 즐겁다는 것, 아름답다는 것을 느낄 수 있다. 나와 함께한 순간들이, 우리의 여행이 나에게 잊을 수 없는 기억이듯 내 예쁜 친구에게도 오래도록 행복하게 남을 기억이라 믿는다.
[에필로그. 내 개의 찬란한 순간의 기록]
구매가격 : 16,000 원
나에게 가는 길
도서정보 : 바람꽃 임서희 김도경 | 2017-11-03 | PDF파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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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루하루 지쳐가는 우리들,
지친 일상과 별볼일 없는 현실은
때때로 기억나는 괴로운 과거를 떠올리게 한다
이 모든것을 떨치고 나가기 위해선
우리들 각자의 마음으로 여행을 떠나야 한다
그 여행에 이책이 도움이 됬으면 좋겠다
구매가격 : 9,000 원
자유로운 영혼
도서정보 : 최길용 | 2017-11-03 | EPUB파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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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길용 시인의 10번째 전자북 시집이다. 자유로운 영혼 외 70편의 주옥같은 시가 수록 되어 있다. 저자가 직접 찍은 사진을 시와 함께 실었다. 제1부 .자유로운 영혼 제2부. 허리 굽은 소나무 제3부. 매미는 소리치기 , 제4부. 생기로 넘쳐 로 구성되어 있다.
구매가격 : 6,000 원
삶의 경험을 통한 인생 마케팅 인문학
도서정보 : 친구들 | 2017-11-03 | EPUB파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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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름다운 고통! 글을 쓰며 든 생각이다. 꽃을 버려야 열매를 얻고, 푸름이 진 후에야 단풍이 든다. 빛나던 시절을 그리는 것은 추억으로 족하다. 저마다 기꺼이 자리잡고 앉아 인내로 얻은 한편의 글을 모아본다. 뜨는 해가 아름답지만, 지는 태양도 아름답다.
구매가격 : 10,000 원
크리스천 시리즈
도서정보 : 이석환 | 2017-11-03 | EPUB파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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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디어 세 번째 시집 『크리스천 시리즈』의 외출이 시작되었다.
하여 크리스천이 되어가는 믿음의 과정을 시로서 줄지어 보았고
시의 수가 적어도 강렬한 신앙의 메시지를 띄운다 할 수 있다.
아울러 인사 시, 크리스천 리와 10편의 시를 보너스로 실었다.
이상 잠든 영혼을 깨우는 믿음의 소리가 고요히 들려오는
의미를 되새겨본다.
구매가격 : 4,200 원
괜찮아 애송이 1
도서정보 : 진아 | 2017-10-31 | PDF파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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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카오페이지 60만 독자를 울고 웃긴 인기 웹툰
번번이 연애에 실패하고 원치 않는 살만 찌는
보통의 당신에게 보내는 웃음 펀치!
◎ 도서 소개
혼자라도 신나게! 외로워도 꿋꿋하게!
어디서 좀 웃길 줄 아는 싱글러들을 위한 꿀잼 공감만화!
매주 수요일, 금요일 카카오페이지에서 인기리에 연재되고 있는 웃음 유발, 공감 유발 일상툰 〈괜찮아 애송이〉가 출간되었다. 2014년 4월에 연재를 시작해 현재까지 카카오페이지 구독자 60만, 댓글 11만을 넘어선 화제의 웹툰이다. 〈괜찮아 애송이〉는 서른 살 진입과 함께 본격적으로 시집가라는 잔소리를 듣기 시작한 웹툰 작가 애송이의 개그 충만한 일상생활을 다루고 있다. 계란 한 판이 꽉 차는 나이가 되었지만 결혼은커녕 남자 친구의 그림자조차 보이지 않고, 다이어트는 결심했지만 운동은 싫은, 흔한 삼십대에게 이 책을 권한다.
웃긴 데 가슴까지 따뜻해진다!
소녀 같은 엄마, 철부지 아빠, 염장 지르는 남동생이 펼치는 시트콤 일상!
짝사랑에 웃고 울고, 몸무게의 앞자리가 바뀌어도 오늘도 행복한 우리 모두의 서른을 위하여!
꽃처녀 시기는 지나갔고, 노처녀라 불리기엔 아직은 어설픈 나이, 서른. 덩치만 컸지, 아직 일도, 연애도, 인간관계도 다 어렵기만 한 애송이다. 이름마저도 애송이인 그녀는 다이어트가 생활이지만 치킨을 사랑하고, 만화를 그리는 것이 행복한 웹툰 작가이다. 실제로도 긍정적이고, 사랑스러운 진아 작가 그 자체가 투영된 캐릭터라고 할 수 있다.
애송이뿐 아니라 그녀의 가족들도 귀엽기는 마찬가지이다. 하루 빨리 딸이 시집가는 날만을 손꼽아 기다리는 엄마, 옛날에는 딸 바보였지만 지금은 고양이 바보가 된 아빠, 엄친아를 능가하는 스펙 부자, 얼굴 부자 남동생까지! 물고 뜯다가도 한마음이 되고, 진지하다가도 배꼽 잡게 만드는 그들의 유쾌한 언변은 우리네 모습과 너무 닮아서 어깨를 들썩이게 만든다. 마치 CCTV로 우리 집을 들여다본 듯한 에피소드들로 인해, 항간에서는 ‘민간 사찰 만화(?)’로 불리기도 한다. 오늘이 어제 같고, 내일도 오늘 같은 일상에 지쳤다면, 오늘 메마른 내 삶에 웃음을 뿌려 보자.
〈괜찮아 애송이〉에서 더 주목할 만한 것은 자기 살을 깎아 먹으며 웃기던 애송이가 때때로 자신의 자존감을 돌아보는 대목이다. ‘난 오징어야!', ‘난 뚱뚱해!'를 입에 달고 살던 애송이가 스스로를 위로할 때 ,우리 자존감도 안녕한지를 묻게 된다. 나아가 엄마 집밥, 아빠의 아재개그, 남동생의 짓궂음 등 드러내놓고 사랑이라고 말하지는 않지만 사랑 그 자체인 소박한 마음들은 이 작품을 따뜻하게 만드는 요소들이다.
단행본에서만 만날 수 있다!
웹툰에 담지 않은 스폐셜 만화 2편 수록!
특별선물, 애송이 일러스트 컬러링 도안!
연재 웹툰에서 볼 수 없었던 스폐셜 만화 〈29, 그리고 30〉, 〈30대가 되어도 바뀌지 않는 것〉 및 '애송이 컬러링 도안' 등을 담아 더욱 알차게 구성했다. 주2회 연재에 갈증을 느낀, 만화가 고픈 독자들에게 큰 선물이 될 것이다. 공감하며 같이 웃으며 이제 곧 서른한 살이 될 애송이를 살포시 기대해 보자.
구매가격 : 8,800 원
청춘시대 시즌2 - 상
도서정보 : 박연선 | 2017-10-31 | EPUB파일
지원기기 : PC / Android / iOS
“그 시절, 세상 모든 것은 나를 사랑하기 위해 존재했다”
드라마 화제성 1위! 매 회 자체 최고 시청률 경신!
당신이 상상한 그 이상의 극사실주의 셰어하우스
새 하메와 함께 돌아온 〈청춘시대〉 1년 후 이야기
◎ 도서 소개
드라마 화제성 1위, 매 회 자체 최고 시청률 경신!
1년을 기다렸다! 베일을 벗은 〈청춘시대 시즌2〉 순항 알림!
2017년 8월, JTBC 드라마 〈청춘시대2〉는 첫 방송부터 시즌1 최고 시청률을 웃도는 2.2%를 달성하며 순조로운 시작을 알렸을 뿐 아니라 굿데이터코퍼레이션에서 집계한 화제성 드라마 부문에서 1위를 차지하며 1년을 기다린 애청자들의 파워와 팬심을 증명했다. 시즌1에 이어 『청춘시대 시즌2 대본집』이 아르테팝에서 출간된다. 〈청춘시대〉는 여성 캐릭터가 주축이 되는 이야기로, 여대생들끼리 공생하며 생기는 미묘한 감정의 흐름과 상처를 치유해가는 과정을 감동적으로 그려냈다. 삼각관계도, 신데렐라 코드도 없이 다섯 여대생들이 셰어하우스에서 살아가는 이야기를 다룬 〈청춘시대〉 시리즈는 ‘현재의 20대를 가장 훌륭히 대변했다’, ‘인생작’, ‘웰메이드 드라마’라는 평가를 받고 있다.
『청춘시대 시즌2 대본집』은 멜로, 코미디, 미스터리 등 장르를 총망라하는 집필 경력의 박연선 대본집이기도 하다. 박연선 작가는 로맨틱 코미디 〈동갑내기 과외하기〉로 데뷔한 뒤 남녀노소가 감정이입한 명품 멜로 〈연애시대〉를 비롯, 드라마스페셜의 새로운 지평을 열었다고 평가받는 8부작 미스터리 〈화이트 크리스마스〉 외에도 〈백야행〉, 〈얼렁뚱땅 흥신소〉, 〈그녀를 믿지 마세요〉 등을 집필했다.
“그 시절, 모든 것은 나를 사랑하기 위해 존재했다”
더 이상 세상의 중심이 될 수 없음을 깨달은 상처투성이 다섯 여자의 맨몸 분투기
리얼심리 상처 치유 드라마 〈청춘시대〉
“언제는 지 몸처럼 만졌으면서… 이제는 손 좀 닿았다고 미안이래?” - 미친X 널뛰듯 실연 중 유은재
“딱지 떼는 그날! 일간지에 광고 낼 거예요. ‘축 송지원 여자 되다!’” - 취직보다 섹스! 송지원
“나 그렇게 착한 사람 아니에요. 착한 사람이면 이렇게 미움받을 리가 없잖아요.”
- 집에선 핑크 다람쥐, 밖에선 다크 포스 정예은
“말해봐요. 더 좋아하는 사람 생기면 또 버리고 떠날 거냐구요." - 키 큰 애 조은
“왜 하필 그 기적이 당신에게 일어나야 하죠? 노력하는 모든 사람에게 기적이 일어나진 않아요.”
- 이제는 정규직, 벨 에포크 최종 보스 윤진명
센 언니 강이나가 떠나고 10개월 후, 하메들은 어떻게 지내고 있을까? 〈청춘시대2〉는 연남동 셰어하우스 벨 에포크에 새 하메 조은이 섬뜩한 증오가 담긴 ‘분홍 편지’를 들고 등장하면서 벌어지는 일들을 그렸다. 1년 6개월 만에 과 선배와의 첫 연애에 종지부를 찍고 감정기복이 널뛰듯 하는 유은재, 데이트 폭력을 당한 후, 집 밖에선 상복처럼 노출 없는 검은 옷만 입는 정예은, 생존만을 꿈꾼 끝에 마침내 정규직의 성지에 입성한 윤진명, 강박적인 거짓말이 점점 심해지자 자신이 어디 아픈 게 아닐까 불안한 송지원. 짧은 머리만큼 까칠한 태도로 하메들과 거리를 두는, 도무지 속을 알 수 없는 조은. 조은이 벨 에포크에 온 이유는 바로 ‘분홍 편지’의 수신인을 찾기 위해서다. 이토록 강렬한 증오를 살 만큼 나쁜 사람은 대체 누구인가? 누가 남의 인생을 망가뜨려놓고 하하호호 웃고 있는가? 삶을 돌아보기 시작한 하메들은 편지의 주인이 자신일지도 모른다는 생각에 두려워지는데….
살아 숨 쉬는 캐릭터, 심금을 울린 명대사, 한 편의 시와 같은 에피소드
‘보는 맛’을 넘어 ‘읽는 맛’을 극대화하다!
시즌1보다 한층 강력해진 코미디와 로맨스 그리고 미스터리!
〈청춘시대2〉는 한층 강력해진 코미디와 로맨스, 미스터리를 자랑한다. 송지원 자신도 기억 못 하는 과거와, 무시무시한 증오가 담긴 ‘분홍 편지’의 주인, 정예은에게 협박성 문자를 보내는 범인의 정체 등은 극을 흥미진진하게 이끌면서도 하메들이 삶을 돌아보게 만드는 계기가 된다. 또한 시청자들이 ‘이번엔 제발 사귀게 해달라’고 외쳤던 송지원과 임성민의 코믹한 ‘썸&쌈’도 담겼다. 일상의 소소한 디테일과 미스터리를 엮어내는 능력이 탁월한 박연선 작가의 진면목을 볼 수 있다.
대본집은 작품성과 시청률, 두 마리 토끼를 모두 잡은 작품에게 주어지는 기회라고들 한다. 무엇보다 대본집의 매력은 작품의 빈 공간이 새롭게 다가온다는 점이다. 영상에서는 보지 못한 설정과 지문에서 작가의 필력을 느끼고, 반대로 대본에 표현되지 않은 빈 공간에서는 연출의 상상력을 읽을 수 있다.
『청춘시대 시즌2 대본집』은 ‘읽는 맛’이 남다른 박연선 작가의 대본을 지면에 맛깔나게 살려냈다. 〈청춘시대〉의 시그니처가 된 재치 있는 에필로그 뿐 아니라, 소지문 역시 대사만큼이나 감각적이어서, 드라마에 나타나지 않았던 인물의 속마음을 엿보는 재미가 쏠쏠하다. 배경음악, 날씨, 옷차림과 화장, 벨 에포크의 공간까지 다방면에 걸쳐 섬세하고 치밀하게 창조한 작가의 내공이 느껴지는 대본으로, 영상의 ‘보는 맛’을 넘어 글로 ‘읽는 맛’을 선사한다.
◎ 책 속에서
14. 조은의 방(밤)
조은이 침대에 누워 핸드폰을 본다. 노크 소리 들린다. 또냐? 귀찮다. 일어나서 문을 연다. 윤진명이다.
윤진명 잠깐 나와볼래요.
조은 왜여?
․인서트 ≫
맥주와 안주를 세팅하던 세 명의 하메, 놀란다. ‘왜요? (유)’ ‘왜요? (정)’ ‘왜요라고라. 어디서 감히 (송)’
윤진명 (역시 윤 선배다. 흔들리지 않는다) 첫날이잖아요. 간단하게 맥주 한잔해요.
․인서트 ≫
아, 역시 윤 선배… 믿음직스럽다. 유, 정, 송은 고개를 끄덕인다.
조은 (싫은 티를 감추지 않는다) 아… 좀 피곤한데…
․인서트 ≫
세 명의 하메… 저런 시건방진. 유은재는 윤진명을 향해 주먹을 불끈 쥔다. ‘지지 마요. 윤 선배!’
윤진명 (여유 있다) 잠깐이면 돼요. 할 말도 있구.
15. 거실(밤)
윤진명이 돌아 나온다. ‘아아! 윤 선배!’ 유은재가 존경의 념을 가득 담아 바라본다. 송지원은 양손 엄지 척을 한다. 조은이 나오자 얼른 표정, 시선 수습한다.
․점프 ≫
어쨌거나 네 명의 하메와 조은이 모여 앉았다. 건배한다.
윤진명 셰어하우스 해봤어요?
조은 아뇨.
윤진명 형제는?
조은 (도전적이다) …왜여?
윤진명 또래랑 어울리는 걸 잘 못하는 거 같애서… 형제 없죠?
조은 에… 뭐…
조은의 밀어내는 듯한 단답형 대답에 대화가 이어지질 않는다. 분위기 싸해진다. 조은은 의자 앞다리를 들게 해서 까딱까딱 몸을 흔들며 딴청 피운다. 이런 자리에 관심 없다는 걸 노골적으로 보여주듯. 조은의 시야에서 벗어나자 하메들은 자기들끼리 눈짓하고 입으로 의견 교환한다.
윤진명 (입으로) 물어볼 거 많다며?
송지원 (입으로) 키?
유은재 (그건 곤란하다는 듯 고개 흔든다. 입으로) 그거 물어봐요. 비욘세.
조은 (그 순간 유은재를 본다) …
유은재 (헉! 얼떨결에) 비욘세… 좋아해요?
조은 (뭐냐 그 질문은? 물끄러미 쳐다보다가) ………………아녀!
유은재 (왠지 패배감이… 고개를 떨군다) …
송지원 (그렇다면 매뉴얼을 사용할 수밖에… 맥주를 원샷한다) 오빠 있어?
조은 (바보냐) 형제 없다고 방금 그랬는데…
송지원 아, 맞다… 삼촌은 있지? 막내 삼촌 몇 살이야?
조은 (빤히 본다) …
송지원 아니, 이게 되게 재밌는 농담이거든. 네가 뭐라고 대답을 해야 내가 소개시켜달라거나 나가라거나… 그럼 빵 터지면서…
조은 (한숨 쉰다) …
왠지 부끄러움은 정예은과 유은재의 몫이다.
윤진명 (평점심을 유지한다) 처음엔 부딪힐 일이 많을 거예요. 생판 모르는 사람들이니까… 꼭 할 말은 해야겠지만, 참기도 해야겠죠. 아무튼 잘 지내봐요.
조은 (통한 걸까) 에, 뭐… (그러나 곧바로 일어나며) 다 됐죠?
하메들, 어이없다. 뭐냐? 쟤.
윤진명 저기요.
조은 (돌아본다) …?
윤진명 (빠직 했다) 같이 먹은 건 같이 치우는 거예요.
조은 (그런 거였어) 아… (자기 맥주를 헹궈서 재활용 쓰레기통에 버린다. 퉁!)
네 명의 하메는 눈으로 조은의 동선을 쫒는다. 조은이 방으로 들어간다. 아! 네 명의 하메들, 입 벌린 채 한동안 말을 잇지 못한다.
1회 - 겁쟁이가 난폭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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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6. 조은의 방(낮)
조은이 수첩에 쓴다. 수첩에는 윤진명, 정예은, 송지원, 유은재란이 있다. 유은재 페이지를 펼쳐서 ‘손바닥의 상처, 칼로 그은 듯한’을 쓴다.
․인서트 ≫
소파에 자고 있는 유은재. 손바닥의 상처.
조은이 『당신은 나의 분노를 갖을 수 없다』책을 꺼낸다. 그 안에서 반으로 접힌 분홍색 편지지를 꺼낸다. 급하게 연남로 22번지 2층이라는 주소가 적혀 있다. 이것은 조은이 맨 첫날 이곳에 왔을 때 들고 있던 그 종이다. 반으로 접힌 편지지를 펼친다. 분홍색 편지에는 전체적으로 희미하게 크리스마스트리의 모습이 인쇄되어 있고, 편지지 아래쪽에는 水&秀라고 인쇄되어 있다. 즉, 회사나 가게에서 고객들에게 보내는 성탄 편지지 같은 느낌이다. 그러나 편지의 분위기와는 상관없이 그 위에 쓰여진 글씨는 난폭하고 정신없다.
‘그래, 내 인생을 망가트린 건 너야. 너였어. 내가 이 모양 이 꼴이 된 게 다 너 때문이었어. 근데 넌 하하호호 웃더라. 행복하니? 행복하겠지. 앞으로도 잘 먹고 잘 살겠지. 하하호호 웃겠지. 너 때문에 망가진 사람이 있다는 것도 모른 채. 개 같은 년. 개 같은 년. 개 같은… 가만 안 둘 거야. 다시는 그렇게 웃지 못하게 만들 거야. 웃고 있는 네 입을 찢어놓을 거야. 내가 당한 고통 그대로… 널 죽여버릴 거야.’
편지는 그렇게 뚝 끝났다.
1회 - 겁쟁이가 난폭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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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 클럽 화장실 입구(밤)
송지원이 화장실에서 나오다가 팔찌선배를 발견한다.
송지원 (웨이터처럼, 혹은 마술사처럼 두 손으로 휘저어 한쪽을 가리키며) 남자는 저쪽! (지나가려는데)
팔찌선배 (화장실에 가려던 게 아니다) 너 그거 진짜냐?
송지원 (해맑다) 뭐가요?
팔찌선배 취직보다 더 급한 게 남자랑 자는 거라는 거?
송지원 (헤헤 웃는다) …
팔찌선배 진짜면 …나갈래?
송지원 (여전히 해맑다) 어딜요?
팔찌선배 하러.
송지원 (그제야 상황 인식이 되었다. 눈을 깜박인다) …
팔찌선배 난 너 괜찮은데…
송지원 (당황한 걸까? 웃는 얼굴 그대로 눈만 깜빡이는데) …
팔찌선배 가자. (송지원의 손을 잡아끈다) …
너무 좋아서 그런 걸까? 송지원은 넋을 반쯤 유실한 것 같다. 팔찌선배가 끄는 대로 따라간다.
13. 클럽 앞, 엘리베이터(밤)
팔찌선배가 송지원의 손목을 잡고 나온다. 엘리베이터 버튼을 누른다. 그때까지도 송지원은 아까와 같은 표정이다. 웃는 모습 그대로 굳어버린 얼굴! 팔찌선배가 송지원을 끌어당겨 어깨에 손을 얹는다. 엘리베이터 문이 열린다. 팔찌선배가 가볍게 송지원을 엘리베이터 쪽으로 미는데, 줄이 끊어진 마리오네트처럼 송지원이 풀썩 쓰러진다. 팔찌선배가 가까스로 바닥에 부딪치려는 송지원을 받는다. 엘리베이터에 타려던 사람, 내리던 사람들이 주춤대며 그들을 에워싼다. 송지원은 기절한 게 아니다. 모든 감각이 희미해진 거다. ‘119… 야야… 송지원… 뭐야, 왜 이래?’ 사람들의 말소리가 아득하다. 시야도 마찬가지다. 송지원은 한곳을 응시하고 있지만 눈동자는 열려 있다. 천장의 불빛이 순간순간 블랙아웃된다.
웨이터가 나오고, 임성민과 동료들, 선배들이 달려온다. 임성민이 팔찌선배를 밀어내고 송지원을 받아 안는다. ‘지원아, 지원아, 송지…’ 아득하던 목소리가 갑자기 터진다. 마치 고막에 찼던 물이 갑자기 빠진 듯.
임성민 …원! 누가 119좀…
송지원 (중얼거린다) 예쁜 구두!
임성민 뭐?
송지원 (정신이 들었다. 주변을 둘러본다) 어… ?
임성민 괜찮어? 정신 들어?
송지원 (고개를 끄덕인다. 팔찌선배와 눈이 마주친다) …
팔찌선배 (안도하면서도 어이없다)
상황은 끝났다. 임성민이 송지원을 일으키고, 사람들은 흩어진다.
-2회, 나는 널 미워하기로 마음먹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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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서트 ≫
밑에 지나가던 사람들이 소리 나는 곳을 본다.
윤진명 (사람들의 시선이 향하자 얼른 주저앉는다)
헤임달 원래 이런 건 32층 옥상에서 해야 폼이 나는데… 그런덴 문이 잠겨 있어서…(밑을 확인한다. 사람들의 시선이 흩어졌다. 일어난다) … 이건 1호 팬한테만 특별히 해주는 애긴데. 나 데뷔하고 첫 무대 망쳤을 때… 그땐 진짜 속상해서 확 죽어버릴까 그런 생각도 했거든요. (걱정 말라는 듯) 아, 아주 살짝 잠깐… 근데 그때 죽어봤자 <연예가중계>엔 안 나올 거 같더라구. 그래서 안 죽었어요. 억울하잖아. 죽었는데 아무도 모르면. (혼자 낄낄댄다) 나중에 성공하면 이 얘기 할 거예요. 예능 프로 나가서. 그때 누나 얘기도 할게요.
윤진명 진짜… 성공할 거라 생각해요?
헤임달 또, 또 그런다. 누난 왜 그렇게 부정적이에요? 무슨 팬이 그래? 걱정 말아요. 반드시 성공하니까… 내가 아직 성공 못 한 건 노력이 부족해서예요. (뭔가 깨달은 듯 갑자기 조그만 수첩을 꺼내서 적는다)
윤진명 (너 뭐 하니) ?
헤임달 이 말 멋있죠? ‘내가 아직 성공 못 한 건 노력이 부족해서다…’ 나중에 인터뷰할 때 써먹어야지. (수첩 들어 보이며) 내 명언집인데요… ‘꿈이 없으면 인간은 아무것도 아니다’ 또… ‘꿈꾸는 사람은 늙지 않는다’ 또…
윤진명 (헤임달을 보고 있기가 괴롭다. 외면한다) …
헤임달 그만 가야겠다. (부른다) 누나!
윤진명 (보면) …
헤임달 (막대사탕 하나를 내민다) 이거 먹고 힘내요.
윤진명 (얼떨결에 받는다) …
헤임달 (가다가 돌아서서 특유의 포즈 해 보이며) 파이팅, 1호 팬!
윤진명 (막대사탕을 바라본다) …
-5회, 나는 기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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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4. 임성민 차 안(밤)
송지원이 조용하다. 송지원은 어린 시절 문효진과 함께 찍은 사진을 본다. 임성민이 송지원을 흘깃 본다. 조용한 송지원은 적응이 안 된다.
임성민 자?
송지원 아니.
임성민 뭐라고 좀 주절거려봐. 심심하잖아.
송지원 (침묵을 덜어내기 위해 한숨을 쉰다. 가볍게) 더는 찾을 방법이 없겠지?
임성민 뭐, 흥신소를 고용하지 않고서야…
송지원 (장난스럽게) 예쁜 구두의 비밀은 이렇게 묻히는 건가요. 영원히!
임성민 예쁜 구두… 진짜 구두가 예뻐서 그런 걸 수도 있잖아.
송지원 그렇지.
송지원 예쁜 구두라고 말한 그 기억 자체가 왜곡된 걸 수도 있구.
송지원 그럴 수도 있구…
임성민 진짜 기억해야 되는 거면 기억하고 있을 거야. 잊어버려.
송지원 잊어라. 레드썬. (자신을 향해 최면을 걸듯 손가락을 튕기면서 잠깐 기절했다가 깨어나는 시늉한다. 라디오에서 흘러나오는 노래에 맞춰 흥얼거리며 창밖을 본다. 창밖이 어둡다. 송지원 노랫소리는 점점 작아지고. 표정은 점점 어두워진다. 문득 몸을 떤다)
임성민 추워?
송지원 응.
임성민 (에어컨을 끄며 송지원을 슬쩍 본다) …
(송지원) (창밖을 보며 팔뚝을 쓸어내린다. 오소소 돋은 소름을 잠재운다) 사실은 겁이 났다. (어린 시절 사진을 본다) 두 아이는 비슷하다. 생긴 것도 비슷하고, 키도 비슷하고 옷 입은 것도 비슷하고… 웃는 것까지 비슷한 아이 둘.
65. 들판(낮-과거)
(소리) 자, 여기 보고, 하나, 둘, 셋!
사진을 찍은 아이 두 명이 움직인다. 서로 뛰어가고 쫓아가고, 깔깔 웃는다.
(송지원) 그중 하나는 겪어서는 안 될 일을 겪고. 그게 소문이 나고, 쫓기듯이 이사를 가고, 아마도 그 일이 계기가 되어 엄마를 잃고 고아가 된다. 친척집에 얹혀살다가 구박을 당하고 가출을 하고, 소식이 끊겨버렸다. 아마도 그 아이는 지금도 힘든 삶을 살고 있을 것이다. 그리고 또 한 아이는 초등학교를 졸업하고, 중학교를 졸업하고. 고등학교를 졸업하고 대학생이 됐다. 그 아이는 앞으로도 평범하고 무난하게 살아갈 것이다. 비슷한 두 아이. 같은 시간, 다른 삶! 그 차이는 뭘까? 도대체 무슨 이유로 두 아이의 운명이 갈린 걸까?
두 아이가 민들레 홀씨를 후욱 분다. 홀씨가 날아간다. 누군가 불렀나 보다. 두 아이가 뛰어가다가 한 아이가 돌아본다. 카메라를 유심히 본다.
(송지원) 그 이유가 뭔지는 모르겠지만 아주 사소한 것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아주아주 사소한 것. 누구도 알아차리지 못한 아주 작은 이유로 내 인생이 지금과는 전혀 다른 곳으로 치달았을 수도 있다는 생각에 겁이 났다. 그리고 안도하는 내가 있다.
66. 임성민 차 안(밤)
송지원이 사진 속 문효진을 본다.
(송지원) 그 사소한 이유가 내 것이 아니어서 다행이구나! 안도하면서 나는 또 다른 아이에게 미안해졌다.
-5회, 나는 기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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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0. 회의실(낮)
윤진명이 토르의 이력서를 본다. 확실히 성격 있게 생겼다. 노크 소리가 난다. 윤진명이 고개를 든다. 테이블 너머 문을 응시한다.
윤진명 (기합을 넣듯 짧은 심호흡한다) 예!
문이 열리고. 들어오는 건 토르다. 키가 크다. 근육도 상당하다. 토르가 맞은편에 앉는다. 테이블 위로 두 손을 올려놓고 주먹을 쥔다. 힘줄이 불거진다. 토르가 윤진명을 바라본다. 눈싸움하듯, 윤진명 역시 시선을 돌리지 않는다. 토르의 표정이 점점 무서워진다. 윤진명이 책상 밑에서 핸드폰의 긴급전화 버튼에 손을 댄다. 여차하면 전화할 셈이다. 갑자기 토르의 얼굴이 일그러지더니 눈물을 뚝뚝 흘린다.
토르 (오열하며) 한 번만 봐주시면 안 돼요? 열심히 할게요. 진짜 열심히 할 수 있어요. 뭐든 할 수 있어요. 저 이거 아니면 할 줄 아는 거 아무것도 없어요. 중3때부터 지금까지 이것만 했는데… 7년 동안 이것만 했는데… (흐느끼느라 말이 안 나온다) …
윤진명 (냉정한 얼굴을 허물어트리지 않는다. 책상 위 휴지를 밀어준다) …
토르 (아예 테이블에 엎어져 흐느낀다) 나 이제 어떡해요? 내 인생 다 끝났어요. 엄마 아빠한테는 뭐라 그래요? 친구들한테는 또 뭐라 그래요? (주먹으로 책상을 쿵쿵 두드리며 운다)
윤진명…
․점프 ≫
퉁퉁 부은 얼굴로 토르가 나간다. 윤진명이 ‘토르의 전속계약해지서’ 서류를 철한다. 토르와 엇갈려 발두르가 들어온다. 곱게 생겼다. 생긴 거와는 딴판으로 입이 거칠다.
발두르 쪽팔리게 울고 지랄이야. (윤진명을 향해 서류를 집어던진다) 씨발. 안 될 거 같으면 왜 뽑았어? 지들이 뽑아놓고 이렇게 하면 뜬다고 뽐뿌질 할 때는 언제고 안 되니까 관두래. 병신새끼들, 잘되면 지들이 잘해서 잘된 거고 안 되면 우리가 못나서 안 된 거구. 개새끼들. 이럴 거면 진즉 자르든가. 그 시간에 노가다라도 뛰었어봐.
윤진명 (비속어마다 삑삑이 난무하지만, 역시나 표정 변화 없다. 발두르를 바라본다) …
발두르 (의자를 걷어찬다) 씨발아, 뭘 봐!! 확 불질러버릴라. 에이, 개새끼들, 폭망해라.
쾅! 문이 부서져라 닫힌다. 윤진명이 바닥에 떨어진 서류를 집어 철한다. 우르가 들어온다. 맞은편에 앉더니 다리를 꼰다. 이 아이는 되게 쿨하다.
우르 (서류를 툭 던진다) 사인 제대로 한 거 맞죠?
윤진명 (서류를 쭈욱 훑는다) …
우르 (쿨하다) 차라리 잘됐어요. 누가 봐도 안 되는 거 붙잡고 있어봤자 뭐 해요? 돈은 돈대로 들어가고 시간은 시간대로 흘러가고. 이제 와서 얘기지만 아스가르드가 뭐야? 아스가르드! 쪽팔리게. 토르, 발두르, 헤임달… 아우, 쪽팔려. 안 뜬 게 다행이지. 자칫 떴어봐? 어쩌다 유럽 진출이라도 했다간… 아우, 쪽팔려. 아우, 창피해. (낄낄 웃으며 나간다) 아스가르드 좋아하네. 웬만해야지.
윤진명 (서류 철한다) …
노크 소리.
윤진명 예.
티르 (들어오자마자 90도 각도로 인사한다) 안녕하십니까?
윤진명 (마주 인사한다) …
티르 (두 손으로 서류를 전달한다) 이거…
윤진명 (두 손으로 받는다) …
티르 (맞은편 자리에 앉는다) …
윤진명 됐습니다.
티르 예… (일어나지 않는다)
윤진명 (당황스럽다) …그동안 수고하셨습니다.
티르 예… 힘드시죠?
윤진명 예?
티르 우리가 좀 더 잘했으면 이런 일 없었을 텐데… 다 저희 탓이에요.
윤진명 아, 그건…
티르 데뷔 무대에서 실수만 안 했어도… (자기 머리를 쿵쿵 때린다) 바보, 바보, 바보…
윤진명 저기…
티르 그동안 회사에서 정말 많이 밀어줬는데… 죄송합니다. (일어나서 인사한다) …
윤진명 (괴롭다. 마주 일어나서 인사한다) …
티르 수고하세요. 죄송합니다.
티르가 끝까지 인사하며 문을 조심스럽게 닫고 나간다. 이제까지 어떤 멤버보다도 힘이 들다. 윤진명이 물을 마신다. 마음을 다잡고 문을 바라본다. 문은 열리지 않는다.
윤진명 (핸드폰을 꺼내 아스가르드 매니저에게 전화한다) 이실장님! 경영지원팀 윤진명인데요. 헤임달이 아직 안 와서요. …(듣다가) 예, 그럼 연락 되면 저한테 전화 달라고 전해주세요.
전화를 끊는다. 숨을 크게 쉰다. 자리에서 일어난다.
-6회, 나는 세상의 중심이었다
구매가격 : 11,200 원
청춘시대 시즌2 - 하
도서정보 : 박연선 | 2017-10-31 | EPUB파일
지원기기 : PC / Android / iOS
“그 시절, 세상 모든 것은 나를 사랑하기 위해 존재했다”
드라마 화제성 1위! 매 회 자체 최고 시청률 경신!
당신이 상상한 그 이상의 극사실주의 셰어하우스
새 하메와 함께 돌아온 〈청춘시대〉 1년 후 이야기
◎ 도서 소개
드라마 화제성 1위, 매 회 자체 최고 시청률 경신!
1년을 기다렸다! 베일을 벗은 〈청춘시대 시즌2〉 순항 알림!
2017년 8월, JTBC 드라마 〈청춘시대2〉는 첫 방송부터 시즌1 최고 시청률을 웃도는 2.2%를 달성하며 순조로운 시작을 알렸을 뿐 아니라 굿데이터코퍼레이션에서 집계한 화제성 드라마 부문에서 1위를 차지하며 1년을 기다린 애청자들의 파워와 팬심을 증명했다. 시즌1에 이어 『청춘시대 시즌2 대본집』이 아르테팝에서 출간된다. 〈청춘시대〉는 여성 캐릭터가 주축이 되는 이야기로, 여대생들끼리 공생하며 생기는 미묘한 감정의 흐름과 상처를 치유해가는 과정을 감동적으로 그려냈다. 삼각관계도, 신데렐라 코드도 없이 다섯 여대생들이 셰어하우스에서 살아가는 이야기를 다룬 〈청춘시대〉 시리즈는 ‘현재의 20대를 가장 훌륭히 대변했다’, ‘인생작’, ‘웰메이드 드라마’라는 평가를 받고 있다.
『청춘시대 시즌2 대본집』은 멜로, 코미디, 미스터리 등 장르를 총망라하는 집필 경력의 박연선 대본집이기도 하다. 박연선 작가는 로맨틱 코미디 〈동갑내기 과외하기〉로 데뷔한 뒤 남녀노소가 감정이입한 명품 멜로 〈연애시대〉를 비롯, 드라마스페셜의 새로운 지평을 열었다고 평가받는 8부작 미스터리 〈화이트 크리스마스〉 외에도 〈백야행〉, 〈얼렁뚱땅 흥신소〉, 〈그녀를 믿지 마세요〉 등을 집필했다.
“그 시절, 모든 것은 나를 사랑하기 위해 존재했다”
더 이상 세상의 중심이 될 수 없음을 깨달은 상처투성이 다섯 여자의 맨몸 분투기
리얼심리 상처 치유 드라마 〈청춘시대〉
“언제는 지 몸처럼 만졌으면서… 이제는 손 좀 닿았다고 미안이래?” - 미친X 널뛰듯 실연 중 유은재
“딱지 떼는 그날! 일간지에 광고 낼 거예요. ‘축 송지원 여자 되다!’” - 취직보다 섹스! 송지원
“나 그렇게 착한 사람 아니에요. 착한 사람이면 이렇게 미움받을 리가 없잖아요.”
- 집에선 핑크 다람쥐, 밖에선 다크 포스 정예은
“말해봐요. 더 좋아하는 사람 생기면 또 버리고 떠날 거냐구요." - 키 큰 애 조은
“왜 하필 그 기적이 당신에게 일어나야 하죠? 노력하는 모든 사람에게 기적이 일어나진 않아요.”
- 이제는 정규직, 벨 에포크 최종 보스 윤진명
센 언니 강이나가 떠나고 10개월 후, 하메들은 어떻게 지내고 있을까? 〈청춘시대2〉는 연남동 셰어하우스 벨 에포크에 새 하메 조은이 섬뜩한 증오가 담긴 ‘분홍 편지’를 들고 등장하면서 벌어지는 일들을 그렸다. 1년 6개월 만에 과 선배와의 첫 연애에 종지부를 찍고 감정기복이 널뛰듯 하는 유은재, 데이트 폭력을 당한 후, 집 밖에선 상복처럼 노출 없는 검은 옷만 입는 정예은, 생존만을 꿈꾼 끝에 마침내 정규직의 성지에 입성한 윤진명, 강박적인 거짓말이 점점 심해지자 자신이 어디 아픈 게 아닐까 불안한 송지원. 짧은 머리만큼 까칠한 태도로 하메들과 거리를 두는, 도무지 속을 알 수 없는 조은. 조은이 벨 에포크에 온 이유는 바로 ‘분홍 편지’의 수신인을 찾기 위해서다. 이토록 강렬한 증오를 살 만큼 나쁜 사람은 대체 누구인가? 누가 남의 인생을 망가뜨려놓고 하하호호 웃고 있는가? 삶을 돌아보기 시작한 하메들은 편지의 주인이 자신일지도 모른다는 생각에 두려워지는데….
살아 숨 쉬는 캐릭터, 심금을 울린 명대사, 한 편의 시와 같은 에피소드
‘보는 맛’을 넘어 ‘읽는 맛’을 극대화하다!
시즌1보다 한층 강력해진 코미디와 로맨스 그리고 미스터리!
〈청춘시대2〉는 한층 강력해진 코미디와 로맨스, 미스터리를 자랑한다. 송지원 자신도 기억 못 하는 과거와, 무시무시한 증오가 담긴 ‘분홍 편지’의 주인, 정예은에게 협박성 문자를 보내는 범인의 정체 등은 극을 흥미진진하게 이끌면서도 하메들이 삶을 돌아보게 만드는 계기가 된다. 또한 시청자들이 ‘이번엔 제발 사귀게 해달라’고 외쳤던 송지원과 임성민의 코믹한 ‘썸&쌈’도 담겼다. 일상의 소소한 디테일과 미스터리를 엮어내는 능력이 탁월한 박연선 작가의 진면목을 볼 수 있다.
대본집은 작품성과 시청률, 두 마리 토끼를 모두 잡은 작품에게 주어지는 기회라고들 한다. 무엇보다 대본집의 매력은 작품의 빈 공간이 새롭게 다가온다는 점이다. 영상에서는 보지 못한 설정과 지문에서 작가의 필력을 느끼고, 반대로 대본에 표현되지 않은 빈 공간에서는 연출의 상상력을 읽을 수 있다.
『청춘시대 시즌2 대본집』은 ‘읽는 맛’이 남다른 박연선 작가의 대본을 지면에 맛깔나게 살려냈다. 〈청춘시대〉의 시그니처가 된 재치 있는 에필로그 뿐 아니라, 소지문 역시 대사만큼이나 감각적이어서, 드라마에 나타나지 않았던 인물의 속마음을 엿보는 재미가 쏠쏠하다. 배경음악, 날씨, 옷차림과 화장, 벨 에포크의 공간까지 다방면에 걸쳐 섬세하고 치밀하게 창조한 작가의 내공이 느껴지는 대본으로, 영상의 ‘보는 맛’을 넘어 글로 ‘읽는 맛’을 선사한다.
◎ 책 속에서
32. 1201호 앞(낮)
조은과 서장훈이 일단 문 앞으로 오긴 왔다.
서장훈 (나름 예리하다) 누가 있나 본데. 집 앞이 깨끗하잖아.
조은 관리실에서 청소하는 거지.
서장훈 서울은 그래?
조은 (초인종 보며) 눌러봐.
서장훈 내가? 여자가 누르는 게 낫지 않겠어?
조은 나?
서장훈 그럼 네가 여자지. 모자 벗고 머리 넘기고. (모자 벗기지만, 자기보다 더 짧다. 넘길 머리가 없다. 모자를 거꾸로 씌운다)
조은 (피하며) …왜 이래?
서장훈 그나마 이게 낫네. 미인계라고는 도저히 못 하겠고 여자계 하자, 여자계. 립스틱 없냐?
조은 없어.
서장훈 이쁜 표정. (눈 동그랗게 뜨고 이쁜 표정 짓는다)
조은 (그게 뭔지 모른다) 됐어.
서장훈 이게 내 일이냐?
조은 (그건 그렇다. 나름 눈 똥그랗게 뜨고 이쁜 표정 짓는다) …
서장훈 (픽 웃는다) …
조은 (인상 쓴다) …
서장훈 이뻐, 이뻐…
조은 (어쨌거나 이쁜 표정 하고 누른다) …
두근두근한다. 아무 소리 없다.
조은 없나 봐.
서장훈 이사 갔나… (생각난다) 아, 우편함!
조은 갔다 와.
서장훈 (가다가) 어째 나만 바뻐?
조은 기분 탓이라니까…
33. 엘리베이터 앞(낮)
서장훈이 마침 도착한 엘리베이터에 탄다. 막 문이 닫히려는 찰나, 맞은편 임성민이 탄 엘리베이터가 열린다. 임성민이 서장훈을 봤다. 서장훈도 임성민을 본다. 서로를 의식한다. 서장훈이 탄 엘리베이터 문이 닫힌다. 임성민이 1201호 앞으로 다가간다. 조은이 다가오는 임성민을 보고 긴장해서 뒷걸음질 친다.
임성민 (조은을 스윽 본다) 1201호?
조은 ……
임성민 고두영 찾아왔어요?
조은은 고두영이라는 말에 한 발 물러서고, 임성민은 한발 다가서는데… 야아! 소리와 함께 서장훈이 부웅 날아온다. 임성민이 슬쩍 피한다. 서장훈이 날아차기가 허공을 갈랐다. 어쨌거나 임성민과 서장훈이 엉겨 붙는다. 개싸움이 벌어진다.
서장훈 (임성민을 붙잡고 붙잡힌 채로 조은에게) 야, 뭐 하고 있어. 얼른 가!
조은 어…?
서장훈 내 걱정은 말고 얼른… 윽!
그사이, 송지원이 다가온다.
임성민 (엉겨 붙은 채로 송지원을 봤다) 야! 왜 왔어? 꼼짝 말랬잖아! 윽!
송지원 (이잉? 하다가 조은을 본다) 넌 왜 여깄냐?
조은 선배는요?
송지원 너도 고두영 찾아왔냐?
조은 예…
그사이에도 임성민과 서장훈은 최선을 다해 상대를 붙잡고 꺾는 중이다.
송지원 (쭈그리고 앉는다) 야!
임성민 (여전히 흥분한 상태로) 빨리 가! 내 걱정은…
송지원 네 걱정 안 하는데… 그만해, 우리 팀이야.
임성민, 서장훈이 동작을 멈춘다. 여전히 상대를 움켜쥔 채다.
송지원 (두 사람 등짝을 툭툭 두드리며 복싱 심판처럼) 떨어져!
34. 임성민 차 안(낮)
임성민, 송지원이 앞자리에, 뒷자리에 조은과 서장훈이 앉았다. 임성민은 코피가 났고, 서장훈은 입술이 터졌다. 백미러를 통해 서로를 의식한다.
송지원 학교에도 안 나타났다?
조은 예… 봤다는 사람이 없어여.
송지원 집은 아직 고두영 명읜데…
35. 벨 에포크 앞(낮)
임성민의 차가 도착한다. 조은과 서장훈, 송지원이 내린다. 조은이 임성민에게 태워다줘서 고맙다고 꾸벅 인사한다. 서장훈이 내리다가 움찔한다.
임성민 (고개 내밀며) 어이쿠, 허리 뼜나 보네. 삔 데는 냉찜질 해주는 게 좋아요.
서장훈 (빠직하지만 웃으며) 아까 코피 터트린 거 미안해요. (하하하 웃는다) …
임성민 어깨 괜찮아요? 아까 암바가 너무 세게 들어갔어. (하하하)
서장훈 (팔을 쌩쌩 돌리며) 아무렇지도 않은데… 쌩쌩한데. (하하하하)
송지원 (임성민과 서장훈 사이로 스윽 들어오며) 왜 웃어? 같이 웃자.
임성민 (웃음 뚝 그친다) 알 거 없어. (차를 출발시킨다)
-7회, 나는 나를 부정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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송지원 조장군이 학교에 가봤는데 복학도 안 했나 봐.
윤, 유, 정 (조은을 본다) …
조은 (변명하듯) 그냥… 뭐 심심하기도 하고 해서…
유은재 예은 선배 아까 보니까 남자랑 같이 오던데, 조심해요.
정예은 응?
유은재 새 남친 생긴 거 알고 더 열 받으면 어떡해요?
윤진명 남자친구 생겼어?
송지원 누구? 권호창?
정예은 아직 사귀는 건 아니구…
송지원 아, 살기 싫다. 어떤 년은 얻어걸린 남자가 IT 천재구…
정예은 (싫지는 않다) 천재는 무슨…
송지원 복 없는 년은 남탕에서 자빠져도 고자 옆이라고… (갑자기 생각났다) 정 여사, 이러다가 잡스 마누라 되는 거 아니야?
정예은 또, 또, 과속한다.
송지원 (손바닥 비빈다) 정 여사 차 더 줄까? (자기 빵 내주며) 빵 더 먹을래?
유은재 누굴 만나든 좀 알아보고 만나요. 아무나 막 만나지 말고…
정예은 야, 내가 뭘 막 만나냐?
유은재 선배가 저번엔 그랬잖아요. 그 남자 이상하다고.
정예은 내가?
유은재 말하는 것도 이상하고 생긴 것도 이상하다고 그랬으면서…
정예은 생긴 게 이상하다고는 안 했다. (핸드폰이 진동한다) 예, 변호사님.
정예은이 전화 받는 동안 하메들 각자 할 일 한다. 윤진명은 옷을 갈아입으러 들어가는데…
정예은 (통화 중이다) 아뇨. 아직은 별일 없었어요. 예… (놀란다) 네?
하메들 (본다) …
정예은 (뭔가 놀라운 소식을 들었다. 당황했다) 예… 예… 예, 들어가세요. (전화 끊고 하메들을 하나하나 본다) 고두영이 아니래. 고두영, 출소하자마자 캐나다 갔대. 한 변호사님이 확인했대.
고두영인 줄 알았는데… 하메들은 생각에 빠지고. 조은은 그런 하메들을 보다가 방으로 들어간다.
유은재 고두영 아니면… 또 누구지?
정예은 (살짝 기분이 상한다) …
윤진명 누구 짐작 가는 사람 없어?
정예은 (고개를 흔든다) …
유은재 어떻게 모를 수가 있어요. 잘 생각해봐요.
정예은 (짜증이 난다) 너 아까부터 말 이상하게 한다.
유은재 (놀란다) 내가 뭘요?
정예은 넌 지금 내가 이 남자 저 남자 아무나 만나서 이런 일 당하는 거라고 생각하지?
유은재 (조금 찔린다. 그래서 과잉 반응한다) 아뇨, 왜 그렇게 생각해요?
조은 (분홍색 편지를 들고 다시 나왔는데) …
정예은 (점점 목소리 높아진다) 네가 그런 식으로 말하니까.
유은재 (따라서 높아진다) 내가 언제요?
정예은 고두영 아니면 또 누구냐는 말은 뭐야? 내가 아주 못돼 처먹어서 날 미워하는 사람이 한둘이 아니라는 뜻이잖아.
유은재 왜 사람 말을 그렇게 들어요? 난 그냥 걱정돼서 그런 건데… 그리고 누가 그렇게 날 미워하는데 어떻게 그걸 모를 수가 있대요.
정예은 몰라, 모른다고! 난 못돼서 여기저기서 미움받어. 그래서 모르겠어. 됐어? (방으로 들어간다) …
송지원 (쫓아가며) 정 여사, 왜 그래… 은재도 걱정돼서 그런 걸 가지고…
유은재 왜 나한테 그런대요? (생각할수록 억울하다. 말하면서 손바닥의 상처를 비벼댄다) 솔직히 말해서 우리가 누구 땜에 이 고생인데… 맘대로 돌아다니지도 못하고 더운데 창문도 못 열고… 남들 다 불편하게 해놓고선 자기만 아무렇지도 않게… 남자친구나 만들고. (방으로 들어간다) …
윤진명 (쉽지 않다. 문득 조은을 본다) 왜?
조은 (분홍색 편지를 보다가) 예, 아뇨… 뭐…
-7회, 나는 나를 부정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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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9. 오앤박 앞(밤)
퇴근 시간도 지나갔다. 회사 앞은 한적해졌다. 헤임달이 무릎 운동을 한다. 스트레칭도 한다. 가방을 챙기는데… 발소리. 올려다보면, 윤진명이다.
윤진명 이런다고 뭐가 달라져요?
헤임달 (빈정댄다) 뭔 참견?
윤진명 시위에는 목적이 있을 거잖아요. 원래 계약대로 2년 채운다고 해봐요. 그래서 좋을 게 뭐예요?
헤임달 그사이 빵 뜨지.
윤진명 5년 동안 안 된 게 왜 그때 되겠어요?
헤임달 원래 기적이란 건 마지막의 마지막의 마지막에 일어나는 거예요. 포기하지 않는 사람한테! 10년 무명이다가 한순간에 빵 뜬 사람도 있고. 어쩌다 라디오에 한 번 나왔는데 차트 역주행도 하고. 사람일 어떻게 될지 누가 알아? 싸이는 뭐 원래 월드 스타였나. 우연에 기적이 겹친 거지.
윤진명 왜 하필 그 기적이 당신에게 일어나야 하죠?
헤임달 노력하니까!
윤진명 노력하는 모든 사람에게 기적이 일어나진 않아요.
헤임달 (말에 밀리다 보니 흥분한다) 그래. 너 잘났는데, 그래도 난 한다구! 난 성공할 거라구! 그러니까 참견하지 말라고!
윤진명 (짜증난다) 한 번만 제대로 생각해봐요. 이런다고 뭐가 달라지나? 아스가르드 일곱 명 중에 여섯 명이 팀 해체를 받아들였어요. 일곱 명 중에 여섯 명이 더 이상 해봤자 소용없다고 생각한 거예요. 근데 혼자만 못 받아들이고 있잖아요. 본인한테 진짜 재능이 있다고 생각해요?
헤임달 있어!
윤진명 좀 잘하는 거 말고 모두가 인정하는 재능!
헤임달 (필사적이다. 아이처럼 우긴다) 있어, 재능!! 나 재능 있다구! 네가 뭘 안다고?! 인턴 주제에. 언제 잘릴지 말지 지도 모르는 주제에. 네 걱정이나 해. 아하, 나 자르면 정직원 시켜준대? 그래? 그래서 이러는 거야?
윤진명 (발끈한다) 나 인턴 아니야. 정직원이야.
헤임달 (비꼰다) 어유, 그러셨어요. 정직원이셨구나. 훌륭하네, 정직원! (양손 엄지척까지 하며) 대단해요.
윤진명 (열 받았다) 그래, 너보다 잘났다. 지 못난 건 생각 안 하고 남 탓만 해대는 너보다 백배는 잘났다. 네가 진짜 재능이 있었어봐. 어떡해서든 살아남았겠지. 아스가르드 중에도 두 명은 살아남았잖아. 너 재능 없어. 꼴찌 아스가르드 중에서도 넌 또 꼴찌야. 그거나 알고서…
헤임달이 윤진명을 밀어버린다. 윤진명이 뒤로 넘어지면서 손을 짚는다. 아까부터 큰 소리에 나와서 지켜보던 경비가 달려온다. 헤임달이 윤진명을 쳐다보다가 가버린다.
경비 (윤진명을 부축하려 한다) 괜찮아요?
윤진명 (혼자 일어선다) 예. (바닥을 짚었던 손이 아프다) …
-8회, 나는 상처가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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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시 안으로 들어가려는데 임성민이 붙잡는다. 남자가 임성민의 멱살을 잡아 벽에 밀어붙이고 주먹을 꽂으려는데. 누군가 몸을 부딪쳐온다. 송지원이다. 충격은 거의 없다. 남자가 그냥 돌아봤을 뿐이다.
송지원 뭘 어쩌려는 거예요?
남자 그 개새끼, 죽여버릴 거야.
송지원 안 돼요.
남자 왜?
송지원 효진이가 원하는 건 그게 아니니까!
남자 네가 어떻게 알아?
송지원 (지지 않는다) 내 이름을 썼으니까! 나랑 같이 사은회 가기를 원했으니까!!
남자 …
송지원 효진이는 그 자리에 내가 있기를 원했어요. 한관영 선생과 마주하는 자리에 내가 있기를 원했다구요.
남자 (송지원을 노려보다가) 그럼 넌 네가 하고 싶은 걸 해. 난 나대로 할 테니까. (밀고 들어가려 한다)
송지원 (남자의 앞을 막아선다) 당신 맘대로 하면 내가 하려는 걸 못 해요. 내가 하려는 걸 못 하면 효진이가 하려던 일도 못 하는 거예요.
남자 …
송지원 누군 뭐 생각 안 해본 줄 알아요? 한밤중에 쫓아가서 뒤통수 내려칠까도 생각해봤고, 칼 들고 담장을 넘을까도 생각해봤어요. 나도 생각해봤다구요. 내가 생각해봤다면 효진이도 생각해봤을 거예요. 근데 안 했어요. 왜? 그게 아니었으니까. 효진이가 원한 건 그런 게 아니었으니까.
남자 …
송지원 효진이는 나하고 같이 사은회 자리에 가려고 했어요. 그리고 왜 죽어버렸는지 모르겠지만… 이제 내가 할 수밖에 없어요. 그러니까 내가 할 거예요.
-12회 나는 나를 보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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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헌경 제가 선생님한테 들은 최고의 칭찬이 생각납니다. ‘난 네가 질투 난다’ 무슨 선생님이 제자를 질투합니까?
송지원은 숨을 쉬기가 힘들다. 침을 넘기기도 힘들다. 눈에 눈물이 고인다. 이명이 들린다. 그동안에도 제자들의, 지인들의 미담은 계속 된다. 박수를 치고 웃는다.
사회자 이러다가는 밤샐 것 같으니까 우선 다음 순서로… (하다가 손을 든 송지원을 본다)
송지원 저도 꼭 드릴 말씀이 있습니다.
사회자 (잠깐 망설인다) …
송지원 (한난호와 그녀의 품에 안긴 딸을 본 다음) 부탁드립니다.
한관영 (송지원을 본다. 송지원은 지난번에 왔을 때와는 분위기가 달라서 알아보지 못한다)
한난호 (어디서 본 것 같다고만 생각한다) …
송지원 그게… 초등학교 3학년 때였습니다. 여름이었는데 수업이 다 끝나고 친구랑 운동장에서 놀고 있었습니다.
이명이 커진다. 이명은 매미 소리로 변한다.
4. 초등학교 운동장(낮-과거)
초등학교 3학년 송지원과 문효진이 땅바닥에 선을 긋는다. 사방치기를 위한 선이다. 송지원은 새로 산 구두를 신고 있다. 가끔 구두코 의 먼지를 손바닥으로 닦아낸다. 문효진이 구두코를 닦는 송지원을 보다가 시선이 마주치자 줄긋기를 계속한다. 그림자가 진다. 키가 큰 40대의 한관영이다.
(송지원) 선생님이 말씀하셨습니다.
한관영 누가 선생님 좀 도와줬으면 좋겠는데… (두 아이를 번갈아 본다)
어린 송지원과 문효진이 선생님을 올려다본다.
•인서트 - 한관영의 집 정원 〉〉
송지원 ‘저요’라고 말하고 싶었습니다. 근데 저는 숫기가 없었습니다. 그냥 속으로 선생님이 ‘너’라고 말해주기를 기다렸습니다.
한관영 (아직은 무슨 이야기인지 모른다) …
어린 송지원이 한관영을 올려다본다. 자기를 지목해달라는 염원을 담아서. 그건 문효진도 마찬가지다. 한관영이 송지원의 새로 산 신발 과 문효진의 낡은 운동화를 번갈아본다.
한관영 (누군가를 가리킨다) 너!
•점프 〉〉
어린 송지원이 멀어지는 두 사람, 한관영과 문효진을 바라본다. 부러움과 불만으로 입이 나왔다. 새 구두코로 땅바닥을 콩콩 찧는다.
•인서트 - 한관영의 집 정원 〉〉
송지원 나는 친구가 부러웠습니다. 부러워서 밉기까지 했습니다.
사람들은 송지원의 이야기가 길어지자 슬슬 잡담을 하고, 딴짓을 시작한다. 사회자는 시계를 본다.
송지원 좀 있다가 다른 친구들이 도착했고…
아이 (축구 골대나 나무기둥에 얼굴을 대고) 열하나, 열둘, 열셋…
아이들이 숨느라 소리 없이 부산을 떤다. 어린 송지원이 숨으려고 하는 곳엔 이미 누군가가 숨어 있다. 송지원이 창틀 위로 올라간다. ‘여름철 안전사고에 대비하자’ 따위의 표어가 써진 팻말을 끌어당겨 몸을 숨긴다. 두근두근한다. 건물 안은 미술실이다. 아그리파, 이젤, 아이들이 그린 그림들.
•인서트 - 한관영의 집 정원 〉〉
한관영이 맥주잔을 내려놓는다. 그는 뭔가가 생각났다.
술래가 오나 안 오나,에만 관심을 쏟던 송지원이 미술실 쪽으로 고개를 돌린다. 좀 전까지 비어 있던 커튼 틈으로 문효진이 뒷걸음질 쳐 등장한다. 문효진은 겁먹은 듯 보인다. 어린 송지원도 겁을 먹는다. 본능적으로 몸을 움츠린다. 가능하면 작게, 누구에게도 보이지 않도록. 술래에게도 문효진에게도 다른 누구에게도 보이지 않게. 문효진의 시선이 자기 쪽을 향한다. 자기 발쪽이다. 송지원은 발끝을 최대한 뒤로 물린다. 어른의 손이 문효진에게 다가온다. 어린 송지원이 몸을 떤다.
5. 한관영의 집 정원(낮)
송지원이 덜덜 떨면서도 한관영을 똑바로 본다. 한관영은 천천히 고개를 젓는다. 관심 없던 사람들이 두 사람에게 집중하기 시작한다. 한난호는 뭔가 불안을 느낀다. 사회자에게 눈으로 재촉한다.
사회자 자, 그럼 다음 순서로…
송지원 (덜덜 떨린다. 겁이 나서 그런 것만은 아니다) 그때 선생님이 무슨 짓을 했는지 기억하십니까? 그 이후에 그 아이가 어떤 일을 겪었는지 아십니까? 그 아이가 누군지는 아십니까? 문효진! 문효진입니다.
한관영 (송지원을 똑바로 바라보며 고개를 젓는다) 무슨 말을 하는 건지… (참담하다는 듯 한숨을 쉰다) 남들 보기엔 어떨지 모르겠지만 이 자리는 나에게 아주 영광되고 소중한 자립니다. 나한테 왜? 나한테 이러는 이유가 뭡니까?
송지원 (덜덜 떨고 있다) 선생님, 제발, 선생님이 한 짓을 인정하고 사과하세요.
한관영 (당당해진다. 손님들에게) 죄송합니다. 지난번에도 내 제자라고 찾아와서 이상한 소리를 하더니… 뭔가 오해를 했거나 어디가 아픈 거거나…
몇 명이 송지원을 데려가려 한다.
송지원 (반항한다) 봤어요! 내가 봤다구요. (왜 그런지 자꾸 눈물이 나려 한다) 선생님이 미술실에서 한 짓을 내가 봤어요. 그리고!
6. 초등학교 교실(낮-회상)
문효진이 전학 가는 날이다. 공식적인 인사가 끝나고 몇몇 친한 아이들과 작별한다. ‘전화할게’ ‘방학 때 놀러와’ … 드디어 송지원 앞에 섰다.
문효진 (송지원 신발을 본다. 그날의 신발이 아니다) 오늘은 안 신었네, 그 예쁜 구두…
7. 한관영의 집 정원(낮)
송지원 (끝내 눈물이 난다) 내가 봤다는 걸 효진이도 알고 있었어요.
사람들이 수군댄다. 송지원에게서 진심이 느껴진 탓이다.
송지원 (흐느끼며 소리친다) 내가 봤다는 걸 효진이도 알고 있었다구요!
순간, 송지원 뺨이 홱 돌아간다. 한난호가 송지원의 뺨을 후려쳤다. 한난호도 울고 있다. 한난호는 분해서 눈물이 난다.
한난호 (송지원을 노려본다. 조용하지만 위협적이다) 네 거짓말, 나는 안 믿어. 왜? 우리 아버지를 아니까! 여기 있는 사람 누구도 네 말 안 믿어. 다들 우리 아버지를 아니까.
사람들이 고개를 끄덕인다.
한난호 (사람들에게) 누가! 누가 경찰 좀 불러줘요.
-13회, 그들은 그들의 거울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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