타락론
도서정보 : 사카구치안고(坂口安吾) | 2023-12-06 | EPUB파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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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저본: 『堕落論』(1947) 銀座出版社
요컨대 천황제라는 것도 무사도(武士道)와 같은 것으로 여자의 마음은 변하기 쉽기 때문에 ‘절개가 굳은 부인(節婦)은 두 남편이 갖지 않는다’는 말이 있다. 이 금지 자체는 비인간적이고 인간성에 반하는 것이지만, 통찰의 진리에서 보면 인간적이다. 그러나 천황제 자체는 진리가 아니며 자연에도 맞지 않는 것이다. 그러나 역사적 발견과 통찰을 통해 가볍게 부정할 수 없을 정도로 심각한 의미를 가지고 있다. 피상적인 진리나 자연법칙만으로는 설명할 수 없다.<본문 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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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는 내년에도 사랑스러울 예정입니다(문학동네시인선 205)
도서정보 : 변윤제 | 2023-12-06 | EPUB파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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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한 번도 너 같은 종류의 가만히는 원한 적 없어.
나 혼자만으로 충분한 가만히 동호회.”
순진하고 귀여운 표정 아래 숨겨진,
어디로든 뻗어나갈 수 있는 크고 단단한 힘
변윤제 첫 시집 『저는 내년에도 사랑스러울 예정입니다』 출간!
문학동네시인선 205번으로 변윤제 시인의 첫 시집 『저는 내년에도 사랑스러울 예정입니다』를 펴낸다. 2021년 문학동네신인상을 수상하며 작품활동을 시작한 변윤제는 “과거와 현재와 미래를 이음매 없이 아우르는 시의 확장성”과 “발랄한 상상력” “말들의 좌충우돌이 빚어내는 시적 활기”(시인 김언희)가 괄목했다는 극찬을 받았다. 그로부터 2년여 동안 활발한 작품활동을 펼친 시인이 발표한 시 38편을 엮는다.
총 4부로 이루어진 이번 시집 중 1부의 부제는 ‘They’이다. 「음악의 편리와 료칸의 별」에서 “너와 있을 땐 불행의 편이고 싶다”라고 말하는 시인은 “어딘가에서 울고 있”는 너를 통해 “한 명이 아니라 무수한 사람의 발소리”를 듣는 귀를 지닌 자이다. ‘나’가 아니라 ‘너’를, ‘자아’가 아니라 ‘타자’를, “위로하는 나”가 아니라 “누구를 보살피느라 위로 자신을 돌보지 못한” “위로”(「게스트 하우스에서의 한 달」) 그 자체를 헤아리는 시인의 시선은 내면으로 침잠하는 대신 주변 상황과 바깥세상을 향해 있다. “시가 사람의 일, 삶의 일임을, 자기 몰두를 넘어 현실과 타자에 깊숙이 연루되는 일임을”(김언희) 보여준다는 심사평을 떠올리게 하는 대목이다.
인도에서 온 케밥 판매원 “아디타”(「체류자들」), “끔찍함이라는 단어를 번역 못하는 언어”에 대해 생각하는 “번역가 친구”(「것들」), 민박집을 운영하는 “친절한 노부부”(「인도식 키친―눈물이 마음으로부터 눈으로 나온다면, 모든 물은 아래로 흐르는데 왜 유독 눈물만은 그렇지 않은가」) 등은 모두 ‘타자(They)’이지만, 시인은 그들이 살아내는 고된 하루하루를 살피면서 이들의 “매일이 선물이 아니”(「내일의 신년, 오늘의 베스트」)라 할지라도 “우린 노을빛을 스스로 만드는 사람”이라고 말한다. “적당히 우스워지며 실패를 사로잡는 법”(같은 시)을 터득한 시인은 “저는 내년에도 사랑스러울 예정입니다”라고 능청스럽게 의지를 다잡으면서 읽는 이에게도 삶을 살아낼 힘을 전해준다.
이 동물은 햇살을 담기 위해 길러집니다. 그 속엔 거울이 있고, 고원이 있고, 머리카락이 흘러내리고, 다시 바라보면.
안개 속입니다. 안데스 고원을 가로지르며. 날아가는 알파카. 흉곽에 구름을 충전하고 싶습니다. 손금이 달라질 때마다.
(……)
몽실한 머리를 보세요. 귀여움이고, 그러니 잔인함이고.
블랙홀을 예수라 믿으며 자신을 파고든 사람들처럼.
소용돌이칩니다. 사라지지 마세요. 모두 다 우연이니까.
알파카의 털 속으로 파도가 치고. 복슬복슬 물살을 들이마시면.
이 거짓말은 전부 겪은 일입니다. 눈 뜨면 변기 위에서의 주절주절. 커피숍에서 안데스 고원으로. 새로워지라니 참 진부한 얘기였군요. 다시 눈 뜨면 으악으악.
_「알파카의 세계」 부분
한편, 2부 ‘알파카 공동체’는 ‘아웃 복서 알파카 양’ ‘주식회사 알파카 건설의 직원’ ‘대필 작가 알파카’ 등 다양한 ‘알파카’가 등장하는 연작시이다. “몽실한 머리”를 지닌 알파카는 언뜻 귀여워 보이지만, 시인은 알파카에게서 “잔인함”(「알파카의 세계」)을 발견한다. 알파카들이 살아가는 세계는 “오해가 산사태를” 만드는 위태롭고 부조리한 “안데스의 꼭대기”(「못된 알파카 친구들에게」)이고, “연민은 나를 싫어”(「우리의 명랑한 얼룩무늬」)하는 비정한 세상이며, “보이는 것만 믿고 있”는 “모두가 사이비 종교”(「알파카 공동체」)인 무대인 것이다. 특유의 명랑한 어조로 진행되는 알파카 연작시에서 독특한 비애감과 날 선 비판의식으로 인한 긴장감이 느껴지는 이유는 이러한 시의 특성 때문일 것이다.
그렇다면 ‘알파카’는 어떤 의미일까? 문학평론가 최선교는 해설에서 ‘알파카’를 “의미가 발생하기 직전의 무의미한 기표 상태”라고 해석한다. ‘알파카’는 구체적인 외양을 지녔음에도 의미를 유추하기 어려운, 마치 의미가 담기지 않은 듯한 텅 빈 기표라는 것이다. 하지만 이 때문에 ‘알파카’는 역설적으로 모든 의미가 될 수 있다.
슬픔이나 절망은 시인의 전유물이 아니지만, 시인은 시인의 방식으로 그것을 다루는 방법을 찾는다. 언어는 시인의 방식이며 변윤제는 바로 그 방식을 사유함으로써 존재를 가두는 모든 종류의 힘에서 벗어날 수 있는 방법을 생각한다. 2부의 부제인 ‘알파카 공동체’가 한 마리의 알파카(단수)로 완성될 수 없듯이, ‘알파카’라는 기표가 단 하나의 의미로 예속되지 않기 위해서는 그것을 최대한 다양한 방식으로 읽으려는 독해가 요청된다. 읽는 사람의 수만큼 다양한 의미가 개입할 때 비로소 시가 아름다워지듯이, ‘공동체’라는 말이 암시하는 정치적이고 사회적인 연대가 완성되는 방식 역시 이와 크게 다르지 않다. 변윤제는 ‘알파카’라는 텅 빈 장소를 제공하며 반드시 한 명분 이상의 몫이 개입될 때만 비로소 완성되는 시적인 정치성, 정치적인 시성(詩性)을 그려내는 것이다. _최선교(문학평론가), 해설에서
3부 ‘변연계―Nothing About Us Without Us’는 내밀한 자기고백적인 시들로 채워져 있다. “대학 병원에 혼자” 있으면서 “아픈 사람보다 평범한 것”(「평범한 일 1」)에 눈길을 주는 시적 화자는 “일기 속 상처는 특권이지만,/ 역시 평범한 일”이라고, “절망 이후에 기어코 다정할 수 있다는 사실” 또한 “평범한 일”(「평범한 일 2」)이라고 여기면서 스스로의 고통을 과장하지 않는다. “신보단 나를 잘 그리는”(「자화상」) 화자는 “위력이 넘치는 세상”(「평범한 일 3」)에서도 “삶이 아름답다는 오래된 믿음을 소중히” 여기면서 “제외된 삶의 이파리를 바라”(「평범한 일 4」)본다. 이와 같은 시편들에서 고립을 자처하지 않고 주위를 부지런히 살피면서 자기긍정성을 발견해내려는 이의 고요한 안간힘이 아름답게 넘실거린다.
볼 수 없다는 건
어두운 까닭이 아니라
마음이 마음으로 가득차 있기 때문이란 걸 알아버리는
그런,
평범한 날
사람에 실망했으므로
나는 더욱 사랑스러울 것이지
_「평범한 일 3」 부분
“무거운 문제들을 자연스러운 어투로 다루는 솜씨, 어디로 튈지 모르는 독특한 상상력, 한 톨의 억지 없이 순식간에 세계를 넓게 확장해 현실을 ‘새로이’ 보게 하는”(시인 박연준) 변윤제의 개성은 4부 ‘Make Your Death’에서도 유감없이 펼쳐진다. “빠져버리자 머리머리/ 머저리들아”라며 상대에게서 느껴지는 “미움”에 신랄한 유머로 맞서는 「탈모 예방법」, “쑥 하고 들어가는 칼끝”처럼 번뜩이는 감각을 드러내는 「수박 만드는 사람」, 애틋한 그리움을 담아 존재론적인 질문을 특유의 경쾌한 어조로 건네는 「한때 우리집 고양이와」, 민트초코 유행을 따라 라면에 치약을 넣고 끓이다가 “자꾸 그렇게 곁눈질하지 말아요/ 세상에 대한 안목이 생겨버릴 것 같잖아요?”라며 “참신하다는 말”이 도리어 “모욕”이 된 세태를 풍자하는 듯한 「민트초코가 유행이라서」 등이 실려 있다.
가만히 멈춰라.
그 말을 들은 순간부터 시작된 동호회.
(……)
나는 한 번도 너 같은 종류의 가만히는 원한 적 없어. 나 혼자만으로 충분한 가만히 동호회.
가만히 부르는 순간 가만히 있던 그림자가 떨어져나가고.
제 털을 가만히 기르던 먼지떨이가 부서져버리고.
벽에 가만히 스며들고 있던 제 등이 제 척추에서 떨어져나가서.
사방이 저로 가득한.
동호회라기보다는 가만히 의회에 가까워집니다. 가만히로 구성된 제국일지도 모릅니다. 가만히. 가만히 다가오는 비명에 대해.
(……)
그대여.
가만히 멈추라고요?
가만히야.
나는 나의 가만히를 끌어안습니다.
가만히의 기다란 코가 내 목을 살며시 조릅니다.
아, 가만히.
그리하여 우리는 가만히 있을 수가 없는 가만히 동호회.
_「가만히 있을 수 없는 가만히 동호회」 부분
「가만히 있을 수 없는 가만히 동호회」는 시인의 데뷔작으로, “시 아니고서는 다른 말로 표현할 길 없어 쏟아부은 에너지”(시인 박연준)가 여실히 드러나는 작품이다. ‘가만히’란 “묵은 것, 퀴퀴한 냄새가 나는 것, 구린 것, 탐욕 때문에 가려져 있던 것, 유행하는 것, 자본주의의 등잔 밑에 있는 것, 폭언과 침묵 사이를 오가는 것”(시인 오은) 등을 의미하는 말로 읽히지만, 더 나아가 한국에서 2014년을 지낸 이들에게 동일한 사건을 떠올리게 하는 단어로 다가오기도 한다.
최선교는 해설에서 ‘가만히’라는 말이 “가만히야”라는 사랑스러운 호명으로 인해 하나의 주어가 되는 순간 의미의 감옥에서 벗어나 스스로 움직인다고 짚어낸다. ‘가만히 있으라’라는 명령, 그리고 ‘가만히 있으라’라는 말이 발화된 2014년의 그날로 시를 해석하려는 의도조차 시는 거부하고 있다고, “삶이 언어를 초과하는 것처럼, 언어 역시 삶의 맥락에 귀속되지 않는다. 변윤제는 이 말장난 같은 삶과 언어의 관계를 통하여 삶이 말에 잡아먹히지 않도록, 말이 삶에 잡아먹히지 않도록 한다”고 강조한다.
변윤제는 타자의 얼굴을 외면하지 않고, 자기 자신의 내면을 돌보는 일도 게을리하지 않으며, 사회 부조리를 서슬 퍼런 시선으로 감지하는 믿음직한 신인이다. 우리 개인을 향한 속 깊은 위안과 이 사회를 향한 재치 있는 일갈을 번갈아 건넬 줄 아는 그의 첫 시집 『저는 내년에도 사랑스러울 예정입니다』는 묵은해를 보내고 맞이할 새해를 그려보게 되는 이 시기, 우리의 마음을 다잡을 수 있게 하는 힘을 건네는 시집이 되어줄 것이다.
구매가격 : 8,400 원
시간은 두꺼운 베일 같아서 당신을 볼 수 없지만
도서정보 : 권민경 외 9인 | 2023-12-06 | EPUB파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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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게 없는 당신이
여전히 내게 머물고 있는 걸 알게 하기 위해
묻어놓고 간 것이 저 나무가 아닌가 한다”
아렴풋한 진실이 일렁일 때
그 너머로 나아가는 존재의 몸짓
우리 세계에 숨은 진실을 탐사하는
시인 10인의 시적 모험
이 시집에 수록된 시인들의 개별 작품이 지닌 독창적 목소리의 심연에는 낯선 세계를 향한 모험적 만남과 그 세계의 비의성을 탐색하는 험난한 도정을 마다하지 않는 시인의 숙명이 자리하고 있다.
_고명철(문학평론가, 광운대학교 국문과 교수)
10인의 다채로운 시를 엮은 앤솔러지 『시간은 두꺼운 베일 같아서 당신을 볼 수 없지만』이 교유서가에서 출간됐다. 앤솔러지의 제목은 김안의 시 「맏물」에서 가져왔다. 경기도에 거주하는 뛰어난 문인들에게 창작지원금과 함께 출간 기회를 제공하는 경기문화재단의 사업으로 10인의 시인들이 한 시집에 모였다. 특정 주제를 중심으로 작품들을 모은 게 아니라 각기 다른 개성을 지니고 있는 시인들의 시편을 엮으니 뚜렷한 특징 대신 독특한 모양새를 지닌 한 권의 책이 탄생했다. 권민경, 김개미, 김안, 노국희, 손택수, 윤의섭, 이유운, 이재훈, 임지은, 전영관 등 세대와 성별의 제한 없이 오로지 ‘시’로 연결된 이들이 모여 만들어낸 (불)협화음이 찬란하게 빛나는 시집이다.
낯선 세계를 향한 모험과 험난한 도정을
마다하지 않는 시인의 숙명
세계에 대한 인식에 운율을 부여한 것이 시라지만, 『시간은 두꺼운 베일 같아서 당신을 볼 수 없지만』에 실린 시들을 보면 이것이 정말 시의 본질이구나, 하고 느끼게 된다. 저마다의 관점으로 세계를 바라보고 상상력을 더해 표현한 10인의 시 세계가 그것을 잘 보여주기 때문이다.
창밖으로 불빛도 보이지 않는 밤이 오면 블라인드를 내려 밑줄을 만든다 이건 한겨울에도 여름 이불을 덮은 시야 배가 차가워지지 않게 살살 문지르는 시야 방충망에 달라붙은 윙윙윙처럼 되돌아오는 시야
_임지은, 「창문으로 쓰는 여름 시」 부분
시는 일상적 사물을 전혀 다른 관점으로 보게 만들기도 한다. 임지은은 창문을 종이로 삼고 블라인드로 밑줄을 그어 그 위에 시를 쓴다고 표현했다. 일상에서 자주 접하는 창문과 그것을 덮은 블라인드를 활용해 상상력을 발휘한 것이다. 이처럼 일상의 소재로 통통 튀는 창의력을 발휘한 시가 있는가 하면, 본질적인 의문을 파고든 시도 있다.
심장에 상처가 새겨진 듯도 하다 가끔 아프고 가끔 무너져 내리는 것 같고 그러나 희미해지고 아물고 지워지면 그러니까 해변의 발자국이 파도에 쓸려 가면 새벽별이 아침 햇살에 녹아버리면 봉분 올린 무덤이 폭우에 가라앉으면 내게 남아 있는 상흔이 남아 있지 않게 된다면
나는 잠깐 부풀어 올랐던 거품이었다
_윤의섭, 「기억흔적」 부분
윤의섭의 시 「기억흔적」에서 심장에 새겨진 상처는 이따금 고통을 유발하며 오히려 살아 있음을 확인하게 한다. 반면, 파도에 쓸려 가는 해변의 발자국이나 아침 햇살에 녹아버리는 새벽별이나 폭우에 가라앉는 봉분 올린 무덤은 흔적 없이 사라짐으로써 삶의 유한성을 부각한다. 심장의 상흔이 남아 있지 않게 된다면 ‘나’ 역시 “잠깐 부풀어 올랐던 거품”일 뿐이라는 인식은 삶과 죽음, 인간 존재의 현존에 대한 시인의 통찰을 잘 보여준다.
시인은 얼굴을 감싸 쥐고 있는 힘껏 울기 시작했다. 이 세상에 자기보다 가여운 것이 없다는 듯, 시라는 것이 물속의 말인 듯. 그러나 그에게 허락된 것은 그저 흐르지도 멈추지도 않는 물뿐이었다. 시인은 잠시 울음을 멈추고 양손을 책상 위에 내려놓으려 하는데, 도통 얼굴에서 손이 떨어지질 않았다. 아무것도 흐르지 않은 탓이었다. 어찌할 바를 모르는 시인은 두려움에 몸을 떨었고, 객석의 뒤통수들이 키득거리기 시작했다.
_김안, 「문학 특강」 부분
수많은 사람 중에 시를 쓰는 사람은 어떤 특출난 재능을 갖고 있을까? 아니면 신에게 선택받았다는 사명감을 갖고 있기라도 한 걸까? 시를 읽는 사람들은 무언가 깊은 뜻이 있겠지, 하며 파고들지만 시인은 내가 뭐라고 시를 쓰고 있나, 생각한다. 자신에 대한 환멸과 시인으로 살아가는 어려움, 정직하게 시를 쓸 수 있는가에 대한 시적 화자의 고뇌는 곧 시인의 숙명일 것이다.
시인은 가려진 것을 보려고 하는 사람이다. 가려진 저편의 것에 관심을 갖고, 호기심을 시로 바꾸어내는 사람이다. 우리의 앞을 “간밤의 폭우”(「맏물」)나 “어떤 절취선”(「무빙 이미지」)이 가로막고 있다면, 시인은 그 너머에 “흰빛을 발하는 거대한 외눈들”(「문학 특강」)이 빛나고 있을지라도 한 걸음 내딛는 사람일 것이다. 그리고 “명백한 장면을 투명하게 지나치지”(「근린공원, 5 am」) 않고 “밤보다 더 깊고 푸르게 격렬해지는”(「문학 특강」) 사람일 것이다. 10인의 시인이 떠나는 시적 모험과 그들이 걷어낸 진실의 장막 너머를 마주하다보면 아렴풋이 지나쳤던 또다른 진실도 발견할 수 있지 않을까.
구매가격 : 8,400 원
스무 살의 에튀드
도서정보 : 하라구치 토우조우(原口統三) | 2023-12-04 | EPUB파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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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저본: 『二十歳のエチュード』(1952) 角川文庫, 角川書店
하라구치 토우조우(原口統三)의 유고집!!
유고를 지인, 친구들이 엮어 출판한 책이다.
1946년 즈시(逗子) 해안에서 심야에 자살한 불문학 학생인 그는 친구에게 대학 노트를 남겼다. 이 작품 제목의 수기는 이후 뛰어난 문학적 유서로 알려져 전후 문학자나 많은 젊은이들에게 영향을 미치고 ‘청춘의 신화’로 읽혀 왔습니다. 현대에는 쉽게 죽음을 선택하는 젊은이들의 문제가 논의되는 가운데 이 책은 조용히 시간을 넘어 우리의 ‘삶과 죽음’을 묻고 있습니다.
“오, 인생이여 ――이 고독한 시여, 이 알려지지 않은 기념비여! 너의 냉랭한 돌 위에 스무 춘추를 끝마치고 나는 지금 떠나가는 것이다.”
*에튀드
1. 음악
주로 기악의 연습을 위하여 만든 악곡. 연습곡.
2. 그림이나 조각 등에서, 습작(習作)·시작(試作)
구매가격 : 7,000 원
은강집
도서정보 : 이정용 | 2023-12-04 | EPUB파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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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구 옥보석에 있는 동안에, 꽃과 나무와 강과 산과 바다라는, 감탄의 신기함들이 저를 살도록 도와줬습니다!라고
고백하겠습니다.
그래서 너무 황홀한 환경 속에서, 그들과 늘 아름다운 삶들을 살고 있습니다.
거기에 온갖 노래와 춤과 마음 위안해주는, 새와 물고기들과 천지 조화내는 모든 것들이 모여 사는, 환상의 나라에서
고운 마음의 노래들을 불러가며 행복하게 살고 있습니다! 라고 창조주님께 보고 드릴 수 있는 환경들입니다.
너무 아름다운 황홀경 속에서 존재하고 있는 덕분에, 감사함과 기쁨과 행복감에 온통 둘러싸여져진 신비감이라 말씀 올리겠습니다.
어쩌면 이렇게도, 더 이상을 아름답게 할 수 없을 정도 함에의, 가장 극치의 가치롭고 고귀함들의 빛들을 만듦해 놓으셨는지가, 정말 신비로움 그 자체함들의 감탄이라 말씀 올리겠습니다.
이 같은 감격함에의 경탄성으로, 경외스럼에의 존경심과 위대성에 , 진실로 숨이 막혀 정신이 없어질 지경이라고 칭송해도 될 것인지요.. 라고, 스스로에게 자문자답 반문해 가보는 환희적 내용들인 것입니다.
이 보석 보물들의 생명력들 때문에, 날마다 빛 광채나는 태양과 달과 별들의 합창소리들과 함께 더불어서, 어울림 속의 빛 무늬들로, 함께 모두가 심령적으로 소속되어 가는, 참신함의 존재임을 또한 큰 경외스런 감사함으로 느끼고 있다고요.
이런 아름다운 곳에 살게 해주신 분께, 감사와 감탄과 경축에의 마음 한마디라도 해드리는게 당연함의 인사치레임과 동시에, 글 내용의 기록 표현이라도 약소하게나마 해드림이, 먼저의 순서이자 도리인 것 같은, 뒤늦음에의 경각심과 깨달음이 다행히 이번에 착상 된 뜻이 되겠습니다.
이런 뜻에는 또한 역시도, 현 시대 자연생태계들이 질식되고 신음해가고 있는 시점에 대해서, 아픈 연민에의 슬픔과 눈물과 통곡함을, 그들 입장에서 역지사지 되새겨볼 필요성으로, 크게 대두하게끔 하는 현시점이기 때문에 더욱 그러하다 할 것입니다.
이 마음의 성격이 또한, 선한 진실에의 마음 가까이에, 접근해보고픈 자연보호 사랑에의 고려점 때문입니다.
인간 종인 자격된 위치함이, 그 어느때보다도 긴요하게 큰 뜻과 내용으로 사려깊게 느껴짐 해보고픈 심정입니다.
쓸쓸하고 서러운 마음속, 그들 자연 자신들인 생물계 생태계에서, 중언부언 흥얼거림들이 노래 아닌, 아스라히 눈물빛 안개로 감춰져 있는 아픈 별빛의 속 마음들이자 말들이라고, 반대의 입장에서 느껴보고 싶은, 이 안타까운 느낌이기 때문인 것입니다.
구매가격 : 4,700 원
또 못 버린 물건들
도서정보 : 은희경 | 2023-12-04 | EPUB파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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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런 순정을 잊기는 어려운 일이다"
효율과는 상관없는,
오래된 물건이 건네는 조금은 소심한 위로!
12년 만에 선보이는 은희경의 신작 산문
언제나 새로운 재미를 약속하는 소설가 은희경이 12년 만에 신작 산문 『또 못 버린 물건들』을 출판사 난다에서 펴낸다. 2022년 7월부터 12월까지 채널예스에 연재하며 독자들의 큰 사랑을 받았던 ‘은희경의 물건들’ 원고를 세심하게 매만져 책으로 묶었다. 효율과는 상관없지만 함께한 시간과 삶의 궤적이 스며 있어 쉽게 버릴 수 없는 물건들에 대한 산문 스물네 편을 직접 찍은 사진과 함께 담았다. 28년 차 소설가 은희경이 산문이라는 장르에 본격적으로 데뷔하는 작품이라고도 할 수 있겠다. 책 곳곳에 인용된 은희경 소설들의 출처와 이 물건이 어느 작품에 등장하는지 알아맞히는 재미가 쏠쏠하다. 눈 밝은 은희경의 전작주의자들에게는 더욱 반가울 이번 책이다.
술잔, 감자 칼, 구둣주걱, 우산과 달력, 목걸이 등 취향이 담긴 친근한 물건들로 은희경이 써내려가는 이야기는 일상이 지속되는 일이 얼마나 소중한지 깨닫게 한다. 비싸거나 희귀해서 특별한 것이 아니고 그것이 나의 부족했던 모습, 변하고 성장하며 통과한 추억을 담고 있기에 이 물건들과 작별하는 데엔 충분한 시간이 필요하다는 작가의 항변(?). 정리를 잘하지 못하는 이들은 어느새 그에 공감하며 함께 고개를 끄덕이고 있을지도 모른다. 살면서 피할 수 없는 변화와 상실 등 우리를 웃게 하고 울게 했던 일들을 버리지 못한 물건들을 통해 사랑스럽고 유머러스한 글맛이 살아 있는 문장으로 생생히 그려낸다. 그 활달한 태도는 무거울 수 있는 삶을 한두 걸음 비켜 가볍게 바라보게 한다. 삶이 정면에만 놓여 있지 않다는 사실을 일깨워주는 이러한 시선이 직관해낸 삶을 맛보는 기분이 시원하다.
물건을 정리(!)하려다 거기에 깃든 시절과 인연에 하염없어지는 때 나는 어떻게 지금의 내가 되었나 돌아보게 한다. “그게 왜 필요한데?”라는 질문 앞에서 이 무용한 것의 존재 증명은 언제나 인간의 편으로 같은 자리를 지켜주는, 실생활에서는 쓸모없어 보이는 예술, 문학의 위로와 닮아 있는지 모른다. 은희경은 쓴다. 우리 모두 살아본 적 없는 오늘이라는 시간의 초보자라고. 물건에 담긴 시간과 재회하며 작가는 그렇게 ‘모르는 자’로서 한 발을 내딛을 용기를 가만히 손안에 쥐여준다.
또한 책에는 은희경 작가가 아이폰 11로 찍은 사진 스물네 컷을 함께 담았다. 이야기를 글로 구성하는 것과 마찬가지로, 이 이야기를 한 컷의 사진에 어떻게 담아야 할까 궁리하는 재미가 있었다고 작가는 말한다. 애정 어린 시선으로 사진에 담은 세심한 디테일들은 이야기가 끝날 무렵엔 기억과 현재, 그리고 빚어나갈 미래의 시간이 함께 깃든 애틋함을 선물한다. 책에 실린 스물네 컷의 사진에서 포인트가 되는 각각의 컬러를 뽑아 본문 바탕색을 디자인하고 이 광택감이 돋보이는 본문 종이를 사용했다. 탄탄한 양장에 가죽 질감이 살아 있는 친환경 종이를 바르고 은은히 빛나는 은색 박을 찍었다. ‘또’ 버리려다 못 버린 이 지나간 시간들이 결국 미래의 나를 상상하게 하는 것이니까. 곁에 두고 쓰다듬다 ‘단 하나의 고유한 내가 되는’ 힘을 얻고플 때 또 한번 펼쳐보는 책이 되기를 바라는 마음을 담아서.
그러고 보면 이 글을 쓰게 된 데에는 여러 가지 사적인 감정이 작용한 셈이다. 무엇보다도 내가 가볍고 단순해지려는 사심이 있었다. 무겁고 복잡한 사람이라면 한번쯤 생각해봤을 것이다. 때로 그 가벼움과 단순함이, 마치 어느 잠 안 오는 새벽 창문을 열었을 때의 서늘한 공기처럼, 삶이 우리의 정면에만 놓여 있지 않다는 사실을 일깨워준다는 것을. 신념을 구현하는 일도 중요하지만 일상이 지속된다는 것이야말로 새삼스럽고도 소중한 일임을.
(…)
오래된 물건들 앞에서 생각한다. 나는 조금씩 조금씩 변해서 내가 되었구나. 누구나 매일 그럴 것이다. 물건들의 시간과 함께하며. _「내 물건들이 나에 대해 말하기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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버려지는 시간은 없다
도서정보 : 염미솔 | 2023-12-01 | EPUB파일
지원기기 : PC / Android / iOS
신이 있다면, 왜 아무 죄 없는 인간에게 고난이 닥치는 걸까? 많은 사람이 하늘에 던지는 질문이기도 하다. 현재 12만 구독자를 거느린 유튜버 염미솔(구, 돈많은언니) 역시 같은 질문을 품고 오랜 기간 가난 속에 허덕였다. 학창 시절 부모님이 신용불량자로 전락하면서 그녀는 가난과 결핍, 이로 인한 좌절과 우울감으로 점철된 청소년기와 청년기를 보냈다. 이력서를 가득 채우고도 남을 경험과 스펙을 갖췄음에도 취업시장에서 번번이 낙방해, 비정규직으로 월 40만 원을 받으며 사회에 첫발을 내디뎠다. 하지만 이러한 결핍이 오히려 축복이 되었다. 먹고살고자 SNS 시장에 뛰어들어 본격적으로 사업을 시작한 덕분에 월 1억 원을 가져다주는 인스타마켓을 만들게 되었고, 사업 노하우를 공유하고자 만든 유튜브 채널 <돈많은언니>로 여성 창업가들의 멘토가 된 것은 물론, 온라인 강의로 수만 명의 수강생을 만나면서 사회생활 10년 차에 첫 월급의 360배인 금액이 통장에 들어오기 시작한 것이다. 현재, 동반성장 플랫폼 ‘플리크’의 대표가 된 저자는, 하나님께서 자신의 수많은 고난과 역경, 가난의 시간까지도 버리지 않고 성장을 위한 재료로 쓰셨음을 깨달았다. 그리고 자신의 경험과 깨달음을 통해 얻은 하나님 나라의 성장 원칙과 재정 원칙을 이 책에 담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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완성되지 않은 나와 당신이지만
도서정보 : 조성용(흔글) | 2023-12-01 | EPUB파일
지원기기 : PC / Android / iOS
후회 없는 인생이 있을까. 완벽한 인생을 살고 있다고 자부하는 사람이 있을까. 사람은 누구나 완성되지 않은 삶을 살아간다. 수많은 것들을 놓치고 잃어버리고 다시 사랑하며. 삶이라는 늪에 빠져 스스로가 한없이 작고 부족하게 느껴지기도 하고, 타인의 말 한마디에 휘둘려 휘청일 때도 있다. 인생에 관계에 사랑에 실패하고 아파하기도 한다. 그리고 삶에 익숙해질대로 익숙해져 어딘가 체념한 듯한 눈빛을 가진 눅눅한 어른이 되어 간다. 너무 빨리 포기해버린 일, 잡을 수 있었음에도 무심히 흘려보낸 관계, 청춘을 조금 더 빼곡히 쓸걸 후회하면서. 그럴 땐 부족해도 괜찮다고, 나도 당신과 같다고 공감하고 위로해주는 누군가의 단단한 말 한마디가 필요하다. 나를 달래는 것보다 타인을 안아주는 것에 능숙했던 조성용(흔글) 작가가 신작 『완성되지 않은 나와 당신이지만』으로 2년 만에 돌아왔다. 완벽하지 않은 인생을 살고 있더라도 불안해하지 말라고, 적어도 스스로를 믿으라고, 당신의 가능성은 지금 느끼는 불안보다 훨씬 더 크다고 말하며.
구매가격 : 12,250 원
우주에서 전합니다, 당신의 동료로부터
도서정보 : 노구치 소이치 | 2023-12-01 | EPUB파일
지원기기 : PC / Android / iOS
2020년 11월 17일, 지구 400km 위 국제우주정거장(ISS)에 4명의 우주비행사를 태운 우주선 ‘크루 드래건 리질리언스호’가 도킹했다. 일론 머스크의 스페이스X가 세계 최초로 민간 유인우주선을 지구궤도에 보낸 역사적인 날이었다. 우주선 이름인 ‘리질리언스(resilience, 회복력)’에는 코로나바이러스로 물든 지구의 회복을 바라는 마음을 담았다. 리질리언스호 우주비행사 4인은 ISS에서 166일간 임무를 수행해 당시 미국 유인 우주탐사 최장기간을 기록했다.
그런데 그 이면에 알려지지 않은 이야기가 있다. 인류 최초로 우주선 밖 우주 공간에서 브이로그를 찍은 유튜버, 우주에서 기네스 세계 기록 인증서를 받은 사람, 우주에서 바질을 키워낸 우주비행사가 그 주인공이다. 이 모든 일을 해낸 우주비행사 노구치 소이치(전 일본 우주항공연구개발기구 소속)는 리질리언스호의 유일 아시아 우주비행사로, 우주 비행을 세 번 달성한 베테랑 미션 스페셜리스트로서 임무를 이끌며 유쾌한 모습으로 우주 생활을 즐겼다. 우주를 소재로 한 인기 만화 《우주형제》 주인공의 실제 모델이기도 한 그는 우주인의 비범한 생활, 지구에서 벗어나고 나서야 비로소 얻은 깨달음, 그리고 보통의 인간으로서 느끼는 공감 어린 이야기들을 이번 신간(국내 첫 출간작)에서 처음 고백한다. NASA 공식 자료에도 없는 우주비행사의 ‘가장 인간적인 우주 체류 기록’을 접할 기회다.
전 세계가 우주로 향하는 지금, 민간 주도로 우주개발이 이루어지는 현 ‘뉴스페이스 시대’에는 스페이스X를 비롯한 우주 기업들이 민간 우주여행을 현실화해 나가고, 미국 및 각국이 힘을 합쳐 50여 년 만의 유인 달 착륙과 새로운 우주정거장 건설을 목표로 하는 아르테미스 계획이 진행 중이다. 우리나라 또한 2023년 상반기에 독자 발사체 누리호의 3차 발사가 예정되어 있고, 올해부터 달 탐사선 다누리호도 본격적으로 임무를 수행하며 훗날 우주 탐사를 위한 포석을 닦는다. 저자는 세계가 우주를 무대 삼을 가까운 미래엔 연결과 공감, 그리고 ‘함께’의 힘이 더욱 필요하다고 말한다. 몸은 떨어져 있지만 늘 지구와 연결되어 있다고 느끼며 사람들과 소통해 온 그의 메시지에서는 그만큼 공감과 연결의 인류애가 느껴진다. 이제 지구인 동료로서 보내는, 우주비행사 노구치 소이치의 다정한 교신을 받아볼 차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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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와 반시 2023. 겨울
도서정보 : 시와반시편집부 | 2023-12-01 | PDF파일
지원기기 : PC / Android / iOS
계간 시전문 문예지 「시와반시」 겨울호.
구매가격 : 6,000 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