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메트로폴리탄 미술관의 경비원입니다
도서정보 : 패트릭 브링글리 | 2023-11-21 | EPUB파일
지원기기 : PC / Android / iOS
★ 아마존 40주 연속 베스트셀러 ★
★ 『랩 걸』 호프 자런, 곽아람 기자, 김소영 대표 추천 ★
★ 《뉴욕타임스》, 《워싱턴포스트》, 《파이낸셜타임스》, 《가디언》의 압도적 찬사 ★
“나의 결혼식이 열렸어야 했던 날, 형의 장례식이 거행되었다.
그해 가을, 나는 다니던 《뉴요커》를 그만두고
메트로폴리탄 미술관의 경비원으로 지원했다.
그렇게 한동안은 고요하게 서 있고 싶었다”
뉴욕 메트로폴리탄 미술관의 경비원으로 10년,
인류의 위대한 걸작들을 가장 가까이서 지켜본 한 남자의
삶과 죽음, 인생과 예술에 대한 우아하고 지적인 회고
『나는 메트로폴리탄 미술관의 경비원입니다』는 뉴욕 메트로폴리탄 미술관에서 경비원으로 근무했던 패트릭 브링리의 독특하면서도 지적인 회고를 담은 에세이다. 가족의 죽음으로 고통 속에 웅크리고 있던 한 남자가 미술관에서 10년이라는 시간을 보내며 상실감을 극복하고 마침내 세상으로 나아갈 힘을 얻는 여정을 섬세하게 그려냈다.
선망 받는 직장에서 화려한 성공을 꿈꾸며 경력을 쌓아가던 저자는 어느 날 갑자기 찾아온 가족의 죽음을 겪게 된다. 이를 계기로 삶의 의욕을 완전히 잃은 끝에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공간에서, 가장 단순한 일을 하며 스스로를 놓아두기로 결심한다. 그렇게 도피하듯 메트로폴리탄 미술관의 경비원이 된 브링리는 매일 다른 전시실에서 최소 여덟 시간씩 조용히 서서 경이로운 예술 작품들을 지켜보는 ‘특권’을 누리게 된다. 거장들의 혼이 담긴 그림과 조각부터 고대 이집트 건축물에 이르기까지 인류의 위대한 걸작들과 오롯이 교감하고, 푸른 제복 아래 저마다의 사연을 지닌 동료 경비원들과 연대하는 동안 서서히 삶과 죽음, 일상과 예술의 의미를 하나씩 발견해나가며 멈췄던 인생의 걸음을 다시 내딛기 시작한다.
저자의 첫 번째 저서인 이 책은 영미권 유수 언론으로부터 ‘잊을 수 없을 만큼 눈부시게 아름다운 이야기’, ‘슬픔까지도 포용하는 삶에 대한 빛나는 서사’라는 극찬을 받으며 40주 연속 아마존 베스트셀러에 올랐다. 상실의 아픔 속에서 길어 올린 삶과 예술의 의미, 그리고 다시 앞으로 나아갈 용기를 들려주는 저자의 내밀한 고백은 예기치 못한 인생의 소용돌이 앞에서 발걸음을 멈춰버린 이들, 소란한 세상에 지쳐 완벽한 고독을 꿈꾸는 이들에게 잔잔하지만 묵직한 사색의 시간을 선사한다.
구매가격 : 12,200 원
만한 이곳저곳
도서정보 : 나쓰메 소세키(夏目漱石) | 2023-11-20 | EPUB파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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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저본: 『夏目漱石全集10』(1988)(ちくま文庫, 筑摩書房)
『滿韓ところどころ』는 1909년 가을 소세키의 오랜 친구였던 남만주철도공사 나카무라 제코(中村是公)의 초청으로 만주와 조선을 약 1개월 반 동안 다롄, 뤼순, 영구(營口), 봉천(현 심양), 푸순, 장춘, 하얼빈, 경성(현 서울), 부산 등 만주와 조선 각지를 여행하고, 그때의 견문을 바탕으로 창작한 기행문이다. 하지만 이 작품에 기술된 것은 51회차로 연재를 중단하고 푸순 견학까지로 마감되었다. 제목과 달리 아쉽게도 조선의 내용은 포함되지 않고 만주에 대한 묘사만 기술했을 뿐이다. 이 작품은 같은 해 10월부터 12월까지 간헐적으로 51회에 걸쳐 도쿄와 오사카의 『아사히신문』에 게재되었다.
구매가격 : 7,000 원
적도의 한낮 : 문장시인선020 (서태일 시집)
도서정보 : 서태일 | 2023-11-20 | PDF파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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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장시인선> 스무 번째 시집은 서태일 시인의 『적도의 한낮』이다.
2009년 《문학공간》으로 등단한 서태일 시인이 ‘영원한 화두, 그리움의 대상’인 시를 만난 지 20년 만에 펴내는 첫 시집이다. 시인은 첨단소재 공학을 연구하는 공학자이자 교수, 국제적 산업기술자, 경영인으로 산업발전에 공헌해 온, 시인으로서는 남다른 이력을 갖춘 “산업과 문학의 접목을 통해서, 특이한 체험의 소산으로 시를 형상화하고 있는 주목할만한”(박종해 시인) 시인이다.
구매가격 : 8,400 원
코르시아 서점의 친구들
도서정보 : 스가 아쓰코 | 2023-11-20 | EPUB파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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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60년대 일본과 유럽, 두 공간을 살아낸
1세대 코즈모폴리턴
스가 아쓰코 에세이 국내 첫 출간
예순이 넘어 비로소 첫 작품을 발표했고 팔 년 후 세상을 떠나기까지 단 다섯 권의 에세이를 출간했음에도 세월이 지날수록 재평가되며 꾸준히 새로운 독자들에게 사랑받고 있는 작가가 있다. 1960년대 패전의 흔적이 가시지 않은 일본을 뒤로하고 유학길에 올라 십삼 년간 이탈리아 밀라노에 거주했고, 귀국 후에는 연구자이자 번역가, 에세이스트로 왕성히 활동했던 스가 아쓰코다. 『코르시아 서점의 친구들』 『베네치아의 종소리』가 전자책으로 출간되었다. 모두 낯선 땅에서 새로운 사상과 문화를 받아들이며 끊임없이 사유한 한 청춘의 기록이자, 2차대전 직후 유럽 대륙을 휩쓸었던 가톨릭 학생운동에 대한 생생한 경험담이다.
“발에 꼭 맞는 신발만 있다면, 나는 어디로든 갈 수 있을 것이다.”
끝없는 사유 속에서 의연하게 정체성을 찾아가는 청춘의 기록
비행기를 이용한 해외여행조차 일반적이지 않고, 여학교 졸업 후에는 신부수업에 전념하고 가정을 꾸리는 것이 미덕으로 여겨지던 시절. 도쿄의 유복한 사업가 집안에서 유년 시절을 보낸 스가 아쓰코는 타고난 환경에서 당연하게 여겨지던 가치관과 생활방식이 자신과 맞지 않음을 일찍부터 깨달았다. 가톨릭계 고등학교에 진학하면서 그런 이질감은 더욱 뚜렷해져, 결국 부모의 반대를 무릅쓰고 당시 일본 최초의 여자대학으로 문을 연 세이신 여자대학에 1기로 입학한다. 이어서 사회학부 대학원에 진학한 뒤에도 삶과 진로에 대한 고민은 계속되었다.
여자가 여자다움이나 인간의 존엄을 희생하지 않고 학문을 계속하려면, 혹은 결혼만을 목표로 두지 않고 사회에서 살아나가려면 어떻게 해야 하는가. (……) 꾸물거리지 말고 어서 시집이나 가. 싫으면 수도원에 들어가든가. 한 선배가 그런 말을 했을 때도 반발심이 들었다. 스스로 길을 만들어가지 않으면 아무것도 할 수 없다. 당시 읽었던 생텍쥐페리의 문장이 나를 동요시켰다. “스스로 대성당을 짓지 않으면 의미가 없다. 완성된 대성당에서 편하게 자신의 자리를 얻으려는 사람이 되어서는 안 된다.”(「대성당까지」, 『베네치아의 종소리』에서)
보다 넓은 세계에 대한 동경과 학문적 호기심을 안고 파리, 뒤이어 로마로 향한 스가 아쓰코에게 이번에는 이국에서 필연적으로 맞닥뜨려야 할 여러 고민이 닥친다. 경제적 곤란부터 종교와 문화의 차이, 이론만으로는 이해하기 힘든 서구식 개인주의 등 지금까지의 가치관을 뒤엎는 격랑 속에서 그녀는 여성으로서, 외국인으로서 혼자 힘으로 설 자리를 찾아가는 수밖에 없었다. 그리고 신앙에 기초한 사회개혁을 목표로 하는 공동체에 감명받아 밀라노로 건너간 뒤, 당시 가톨릭 학생운동의 활동 거점이었던 ‘코르시아 데이 세르비 서점’과 운명 같은 연을 맺는다.
코르시아 데이 세르비 서점에는 주위에서 이들을 떠받치는 커다란 우정의 고리가 있었다. 오후 여섯시가 지나면 하루 일과를 마친 사람들이 차례차례 서점으로 찾아왔다. 작가, 시인, 신문기자, 변호사, 대학교수, 고등학교 선생, 성직자 등. 그중에는 가톨릭 사제도, 프랑코의 압정을 피해 밀라노로 망명한 카탈루냐 수도승도, 왈도파 프로테스탄트 목사도, 유대교 랍비도 있었다.(「은빛 밤」, 『코르시아 서점의 친구들』에서)
이상적인 사회를 꿈꾸는 젊은이들이 모인 코르시아 서점의 일원으로 청춘의 한 자락을 보내며, 스가 아쓰코는 비로소 밀라노라는 낯선 땅에 정착하고 국적을 넘어 기쁨과 슬픔을 공유할 수 있는 이들을 만난다. 비록 교회 당국의 탄압과 내부 분열로 코르시아 서점이 문을 닫고, 서점 동료이자 남편이었던 페피노와의 결혼생활이 그의 갑작스러운 죽음으로 오 년 만에 막을 내렸지만, 십삼 년간의 밀라노 생활은 스가 아쓰코에게 ‘지울 수 없는 궤적’을 남겼으며 귀국 후에도 꾸준히 학문과 연구를 이어나갈 수 있는 문학적 자양분을 안겨주었다. 상실과 좌절의 경험 역시 귀중한 자산이 되었음은 물론이다. 예순이 넘어 정식으로 등단했을 당시 ‘이미 완성된 작가’라는 평을 들은 것은, 언젠가 글로 쓰이기를 기다리던 기억과 사색의 문장들이 오랜 침묵 속에서 무르익어갔던 덕분인지도 모른다.
병명을 안 뒤로 나는 밤낮없이 브레이크가 고장난 자전거를 타고 언덕길을 내려가는 듯한 그를 어떻게 막을 수 있을까 하는 생각뿐이었다.
죽음에 대항하며, 죽음의 손에서 그를 떼어놓으려다 지쳐버린 나를 남겨놓고, 나보다 더 지친 그는 어느 초여름 밤 아무 말 없이 홀로 떠나버렸다. (「아스포델 들판을 지나」, 『베네치아의 종소리』에서)
독립적인 삶을 꿈꾸며 바다 건너 이국으로 향했다가 다시 제자리로 돌아오기까지의 과정을 담담하게 그려낸 스가 아쓰코의 에세이는 몇십 년이 지난 지금도 비슷한 인생의 고민을 하고 있는 독자들에게 공명하기 충분하다. 전통과 구습에 얽매인 고국에서의 생활에 갑갑함을 느끼고 보다 자유롭고 개방적인 세계를 향해 동경을 품었던 이들이라면 1960년대에 이미 유학과 국제결혼이라는 파격적인 선택을 감행했던 작가의 이야기에 매료되지 않을 수 없을 것이다. 그림을 그리듯 섬세하게 기억을 더듬어가는 문장들은 단순히 근대의 ‘신여성’이라는 정체성을 피로하는 데 그치지 않고, 한 인간으로서 삶을 개척해나가고자 했던 의지를 행간 곳곳에 드러낸다. 그것은 움베르토 사바, 알레산드로 만초니 등 스가 아쓰코가 젊은 날 심취하고 동경했던 문호들이 다루었던 주제와 일맥상통하는 부분이기도 하다. 이상과 현실 사이, 어디로도 선뜻 발을 디딜 수 없는 중간지대에서 나다움을 지키며 살아가려면 어떻게 해야 하는가? 앞서간 이들의 발자취에서, 혹은 책 속에서 그 답을 찾으려는 이들에게 나지막하고도 의연한 목소리로 지난 시간의 이야기를 풀어놓는 스가 아쓰코의 에세이는 훌륭한 길잡이가 되어줄 것이다.
“코르시아 데이 세르비 서점은 작은 등대이자 하나의 기적이었다.”
1960년대 밀라노, 가톨릭 신부이자 시인 다비드 투롤도를 중심으로 이상적인 공동체를 꿈꾸며 코르시아 서점에 모인 젊은이들. 시내 번화가의 산카를로 성당 한구석을 빌려서 문을 연 이 서점은 계급적인 중세 교회제도를 쇄신하려는 ‘새로운 신학’ 사상과 2차대전 당시의 저항운동 경험을 바탕으로 기존의 수도원과 구별되는 종교적 공동체를 모색하던 이들이 모여 활발히 교류하던 장이었다. 십여 년간 서점의 일원으로 활동했던 작가는 이방인의 감각으로 관찰한 그들의 순수한 열정과 자유, 소박한 일상 사이로 엿본 이탈리아 귀족사회의 일면 등을 담담하게 펼쳐놓는다. 서점의 비밀스러운 후원자였던 상류층 노부인 테레사(「입구 옆 의자」), 출판 분야를 도맡으며 사상적인 중추 역할을 했지만 개인 사정으로 서점을 떠나야 했던 가티(「어린 여동생」), 교회 당국의 압박으로 결국 이름을 바꾸고 이전한 뒤에도 서점의 정신을 이어가려 애썼던 루치아(「보통의 짐」) 등, 젊은 날의 꿈같은 공간에서 만나고 헤어진 이들의 이야기 열한 편이 하나하나 단편영화처럼 섬세하게 그려진다.
젊은 우리는 각자 마음속 서점의 모습이 미묘하게 다르다는 사실을 무시하고 외곬으로 나아가려고만 했다. 우리의 차이는 인간이라면 누구나 궁극적으로 지니고 살아야 하는 고독과 이웃하고 있으며, 각자가 자기 자신의 고독을 확립해야만 인생을 살아갈 수 있다는 것을, 적어도 나는 오랫동안 이해하지 못했다. 젊은 날 마음속에 그린 코르시아 데이 세르비 서점을 서서히 잃어감으로써, 우리는 조금씩, 고독이 한때 우리가 그토록 두려워했던 황야가 아님을 깨달았던 것 같다. _본문에서
『코르시아 서점의 친구들』은 슬픈 이야기다. 한 사람 한 사람 나이를 먹으며, 어떤 이는 죽고 또 어떤 이는 새로운 터전을 찾아 뿔뿔이 흩어진다. 그래도 스가 아쓰코는 그리운 얼굴들을 품안 가득 껴안고 삶에 대한 기쁨을 곱씹는다. 인간은 결코 혼자가 아니라는 목소리를 문장 구석구석에서, 행간에서 들을 수 있다. 몇십 년의 세월을 거쳐 그녀의 기억에서 불려나온 이들의 모습은 더없이 단단하고 눈부시다.
_마쓰야마 이와오(평론가)
구매가격 : 10,500 원
베네치아의 종소리
도서정보 : 스가 아쓰코 | 2023-11-20 | EPUB파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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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60년대 일본과 유럽, 두 공간을 살아낸
1세대 코즈모폴리턴
스가 아쓰코 에세이 국내 첫 출간
예순이 넘어 비로소 첫 작품을 발표했고 팔 년 후 세상을 떠나기까지 단 다섯 권의 에세이를 출간했음에도 세월이 지날수록 재평가되며 꾸준히 새로운 독자들에게 사랑받고 있는 작가가 있다. 1960년대 패전의 흔적이 가시지 않은 일본을 뒤로하고 유학길에 올라 십삼 년간 이탈리아 밀라노에 거주했고, 귀국 후에는 연구자이자 번역가, 에세이스트로 왕성히 활동했던 스가 아쓰코다. 『코르시아 서점의 친구들』 『베네치아의 종소리』가 전자책으로 출간되었다. 모두 낯선 땅에서 새로운 사상과 문화를 받아들이며 끊임없이 사유한 한 청춘의 기록이자, 2차대전 직후 유럽 대륙을 휩쓸었던 가톨릭 학생운동에 대한 생생한 경험담이다.
“발에 꼭 맞는 신발만 있다면, 나는 어디로든 갈 수 있을 것이다.”
끝없는 사유 속에서 의연하게 정체성을 찾아가는 청춘의 기록
비행기를 이용한 해외여행조차 일반적이지 않고, 여학교 졸업 후에는 신부수업에 전념하고 가정을 꾸리는 것이 미덕으로 여겨지던 시절. 도쿄의 유복한 사업가 집안에서 유년 시절을 보낸 스가 아쓰코는 타고난 환경에서 당연하게 여겨지던 가치관과 생활방식이 자신과 맞지 않음을 일찍부터 깨달았다. 가톨릭계 고등학교에 진학하면서 그런 이질감은 더욱 뚜렷해져, 결국 부모의 반대를 무릅쓰고 당시 일본 최초의 여자대학으로 문을 연 세이신 여자대학에 1기로 입학한다. 이어서 사회학부 대학원에 진학한 뒤에도 삶과 진로에 대한 고민은 계속되었다.
여자가 여자다움이나 인간의 존엄을 희생하지 않고 학문을 계속하려면, 혹은 결혼만을 목표로 두지 않고 사회에서 살아나가려면 어떻게 해야 하는가. (……) 꾸물거리지 말고 어서 시집이나 가. 싫으면 수도원에 들어가든가. 한 선배가 그런 말을 했을 때도 반발심이 들었다. 스스로 길을 만들어가지 않으면 아무것도 할 수 없다. 당시 읽었던 생텍쥐페리의 문장이 나를 동요시켰다. “스스로 대성당을 짓지 않으면 의미가 없다. 완성된 대성당에서 편하게 자신의 자리를 얻으려는 사람이 되어서는 안 된다.”(「대성당까지」, 『베네치아의 종소리』에서)
보다 넓은 세계에 대한 동경과 학문적 호기심을 안고 파리, 뒤이어 로마로 향한 스가 아쓰코에게 이번에는 이국에서 필연적으로 맞닥뜨려야 할 여러 고민이 닥친다. 경제적 곤란부터 종교와 문화의 차이, 이론만으로는 이해하기 힘든 서구식 개인주의 등 지금까지의 가치관을 뒤엎는 격랑 속에서 그녀는 여성으로서, 외국인으로서 혼자 힘으로 설 자리를 찾아가는 수밖에 없었다. 그리고 신앙에 기초한 사회개혁을 목표로 하는 공동체에 감명받아 밀라노로 건너간 뒤, 당시 가톨릭 학생운동의 활동 거점이었던 ‘코르시아 데이 세르비 서점’과 운명 같은 연을 맺는다.
코르시아 데이 세르비 서점에는 주위에서 이들을 떠받치는 커다란 우정의 고리가 있었다. 오후 여섯시가 지나면 하루 일과를 마친 사람들이 차례차례 서점으로 찾아왔다. 작가, 시인, 신문기자, 변호사, 대학교수, 고등학교 선생, 성직자 등. 그중에는 가톨릭 사제도, 프랑코의 압정을 피해 밀라노로 망명한 카탈루냐 수도승도, 왈도파 프로테스탄트 목사도, 유대교 랍비도 있었다.(「은빛 밤」, 『코르시아 서점의 친구들』에서)
이상적인 사회를 꿈꾸는 젊은이들이 모인 코르시아 서점의 일원으로 청춘의 한 자락을 보내며, 스가 아쓰코는 비로소 밀라노라는 낯선 땅에 정착하고 국적을 넘어 기쁨과 슬픔을 공유할 수 있는 이들을 만난다. 비록 교회 당국의 탄압과 내부 분열로 코르시아 서점이 문을 닫고, 서점 동료이자 남편이었던 페피노와의 결혼생활이 그의 갑작스러운 죽음으로 오 년 만에 막을 내렸지만, 십삼 년간의 밀라노 생활은 스가 아쓰코에게 ‘지울 수 없는 궤적’을 남겼으며 귀국 후에도 꾸준히 학문과 연구를 이어나갈 수 있는 문학적 자양분을 안겨주었다. 상실과 좌절의 경험 역시 귀중한 자산이 되었음은 물론이다. 예순이 넘어 정식으로 등단했을 당시 ‘이미 완성된 작가’라는 평을 들은 것은, 언젠가 글로 쓰이기를 기다리던 기억과 사색의 문장들이 오랜 침묵 속에서 무르익어갔던 덕분인지도 모른다.
병명을 안 뒤로 나는 밤낮없이 브레이크가 고장난 자전거를 타고 언덕길을 내려가는 듯한 그를 어떻게 막을 수 있을까 하는 생각뿐이었다.
죽음에 대항하며, 죽음의 손에서 그를 떼어놓으려다 지쳐버린 나를 남겨놓고, 나보다 더 지친 그는 어느 초여름 밤 아무 말 없이 홀로 떠나버렸다. (「아스포델 들판을 지나」, 『베네치아의 종소리』에서)
독립적인 삶을 꿈꾸며 바다 건너 이국으로 향했다가 다시 제자리로 돌아오기까지의 과정을 담담하게 그려낸 스가 아쓰코의 에세이는 몇십 년이 지난 지금도 비슷한 인생의 고민을 하고 있는 독자들에게 공명하기 충분하다. 전통과 구습에 얽매인 고국에서의 생활에 갑갑함을 느끼고 보다 자유롭고 개방적인 세계를 향해 동경을 품었던 이들이라면 1960년대에 이미 유학과 국제결혼이라는 파격적인 선택을 감행했던 작가의 이야기에 매료되지 않을 수 없을 것이다. 그림을 그리듯 섬세하게 기억을 더듬어가는 문장들은 단순히 근대의 ‘신여성’이라는 정체성을 피로하는 데 그치지 않고, 한 인간으로서 삶을 개척해나가고자 했던 의지를 행간 곳곳에 드러낸다. 그것은 움베르토 사바, 알레산드로 만초니 등 스가 아쓰코가 젊은 날 심취하고 동경했던 문호들이 다루었던 주제와 일맥상통하는 부분이기도 하다. 이상과 현실 사이, 어디로도 선뜻 발을 디딜 수 없는 중간지대에서 나다움을 지키며 살아가려면 어떻게 해야 하는가? 앞서간 이들의 발자취에서, 혹은 책 속에서 그 답을 찾으려는 이들에게 나지막하고도 의연한 목소리로 지난 시간의 이야기를 풀어놓는 스가 아쓰코의 에세이는 훌륭한 길잡이가 되어줄 것이다.
“두 나라, 두 언어의 골짜기에 끼여 발버둥치던 그 시절.”
일본에서 보낸 유년시절과 시행착오로 가득했던 유학 초기에서 예순이 넘어 글을 쓰기 시작한 현재까지, 인생의 한 시기 찾아왔다가 사라져간 사람과 장소들을 유려한 필치로 그려낸 에세이. 학회 참석을 위해 향한 베네치아의 호텔에서 아련한 종소리와 오페라의 선율을 들으며 어린 시절을 회상하는 「베네치아의 종소리」, 전쟁의 상흔이 남은 가톨릭계 기숙학교에서의 추억을 재치 있고 생생하게 그려낸 「기숙학교」, 첫 유학지인 파리의 기숙사에서 만났던 독일인 친구와 삼십 년 만에 재회하는 「카티아가 걷던 길」, 병상에서 죽음을 앞둔 아버지의 갑작스러운 부탁을 들어주기 위해 밀라노 중앙역으로 향하는 「오리엔트 특급열차」 등, 총 열두 편의 에세이로 이루어진 이 책은 스가 아쓰코의 작품 중에서도 구성적으로 가장 완성도가 높다고 평가받는다. 책 전체에 감도는 애수 어린 분위기와 함께 가족의 갈등과 화해에 대한 이야기가 긴 여운을 남긴다.
갑자기 나 자신이 큰 파도에 키가 휩쓸린 조각배같이 느껴졌다. 이곳에 존재하는 서양의 과거와도 연결되어 있지 않고 고국의 현재에도 수용되지 못하는 나는 대체 어디로 향해야 할까. 두 나라, 두 언어의 골짜기에 끼여 발버둥치던 그 시절에는 사방에 두꺼운 벽만 가로놓인 기분이라, 그저 몸을 움츠리고 시간이 지나가기를 기다릴 수밖에 없었다. _본문에서
스가 아쓰코는 예순한 살로 문단에 등장할 당시부터 이미 완성된 작가였다. 그리고 불과 팔 년 사이 왕성한 창작 의욕을 보이며 주옥같은 작품세계를 일구어냈다. 유럽과 일본에서의 시간을 부드러운 실로 자유롭게, 동시에 면밀하게 엮어낸 이 책은 ‘잃어버린 시간’과의 융화이자 인생에서 지나쳐간 사람들에게 내미는 화해의 제스처다. 또한 아버지와 딸의 관계를 그려낸 뛰어난 교양소설이기도 하다. _세키가와 나쓰오(소설가)
구매가격 : 11,200 원
사색을 벗하며
도서정보 : 최하정 | 2023-11-20 | PDF파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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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음사 시선 410, 최하정 시집
<<시인의 말 중에서>>
서서히 단풍 드는 볕 따라
대롱이 매달린 대봉감이 침샘을 자극합니다
어느덧 가을이라는 푯말 앞에
우리네 삶도 도토리 알밤처럼
딱 벌어져 익어만 갑니다
사색을 노래하며
제 시집을 벤치 삼아 다녀가실 분들께
이 글을 바칩니다
구매가격 : 7,000 원
마음속에 핀 꽃
도서정보 : 김국현 | 2023-11-20 | PDF파일
지원기기 : PC / Android / iOS
시음사 시선 411, 김국현 시집
<<시인의 말 중에서>>
詩를 쓴다는 것은 나를 내려놓고 속에 감추어진 모든 것을 펼쳐가는 것이었습니다.
그 깊숙한 곳에서 잊혀지지 않는 아름다운 사랑이란 그림을 그리다 보면 그리움이 바람처럼 불어와 잠 못 이루는 밤이 되고 말았습니다
지울 수 없었던 작은 상처마저도 놓치지 않고 내려놓으면 어느새 마음속에는 평화가 강물이 되어 흘러가고 있습니다
구매가격 : 7,000 원
어른들아 울자
도서정보 : 이정희 | 2023-11-17 | EPUB파일
지원기기 : PC / Android / iOS
푸른 하늘 아래에서
무엇이든 될 것 같았던 꿈을 꾸었다
뿌연 흙먼지 일으키며 산을 돌아가는 신작로와
물속 돌들이 맑게 보이던 얕은 강물을
지금은 볼 수 없겠지만
달라진 길 위 푸른 하늘 아래에
바람과 동굴과 터널을 거친
나의 삶과 기도를 내놓는다
구매가격 : 9,000 원
시계절 2
도서정보 : 이지연 | 2023-11-17 | EPUB파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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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해요
그리워요
그런
말이 아닌
봄처럼
설레는 말
우리
오래 만나요
구매가격 : 7,200 원
세일즈 우먼의 기쁨과 슬픔
도서정보 : 전순예 | 2023-11-17 | EPUB파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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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원도의 맛』 『내가 사랑한 동물들』 전순예 작가 신작
우리를 먹여살렸던 그 시절 엄마 이야기
환갑에 글을 쓰기 시작해 70대에 작가가 되어 출판계에 ‘할머니 파워’를 선보였던 전순예 작가가 『강원도의 맛』 『내가 사랑한 동물들』에 이어 세 번째 에세이를 펴냈다.
앞의 책들이 그리운 옛 시절의 아름다운 추억을 담았다면, 이 책은 먹고살기 위해 1970~1990년대 물건을 사고팔았던 시절에 대한 이야기이다. 작가는 강원도 평창과 영월에서 문구점과 서점을 운영하며 책과 학용품 등을 팔았고 부업으로 신문지국과 주산학원을 운영하기도 했다. 틈틈이 여기저기서 생긴 사과와 배추와 더덕을 팔고, 초등학교 운동회날 운동장 바닥에서 장난감을 팔기도 했다. 그러면서 아이 셋을 돌보고 집안 살림을 했다. 1980년대 서울에 올라와 세제 방문 판매를 시작으로 빵 배달을 하고 압력솥과 분쇄기, 주방기구를 판매했다.
물건을 파는 일은 때론 체면을 구기고 모멸을 감수해야 하는 일이었지만, 가족을 위해 길가에 피는 민들레처럼 버텨냈다. 돈 버는 일은 힘들지 않은 날이 없었지만, 어디에나 좋은 사람은 있어 도움과 위로를 받을 수 있었다. 그렇다고 돈 버는 일이 늘 괴로운 것만은 아니었다. 슬픔만큼 기쁨 또한 존재했다. 일하며 얻는 보람, 노하우에 대한 자부심, 함께 일하는 여성들과 나누는 동료애 같은 것들. 작가는 세일즈 우먼으로 겪은 기쁨과 슬픔을, 밥벌이의 치열함과 숭고함을 진솔하고 담백한 문장으로 담아냈다. 빛나는 인생은 아닐지라도 자기 앞의 생을 소중하게 살아낸 사람의 자긍심이 고단한 현생을 살아가는 독자에게 담담한 위로를 건넨다. 1970~1990년대의 사회상과 여성 노동의 현실을 엿보는 것은 또 다른 재미이다.
“힘들고 고생스러웠지만 지나와 돌아보면 힘껏 살아온 내가 장하고 자랑스럽습니다. 고통도 실패도 인생의 양분이 되었습니다. 일을 통해 기쁨과 보람도 느낄 수 있었습니다. 그렇게 하루하루 살아온 날들이 나의 소중한 인생이 되었습니다.”
-작가의 말 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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