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음을 다쳐 돌아가는 저녁
도서정보 : 손홍규 | 2018-12-12 | EPUB파일
지원기기 : PC / Android / iOS
2018 이상문학상 대상 수상
손홍규 작가의 본격 산문집
“무화과 씨는 경계에 선 담에서도 살아남았고
세월이 흘러 기어이 무화과나무로 자랐다.
그러나 꿈을 이룬 순간 스스로 무너져야 했다.
우리는 살아남았다. 살아남았으니 이제 인간이 되어야 한다.”
문학은 소다!
이 책은 2018년 이상문학상 대상을 수상한 손홍규 작가의 산문집이다. 슬픔은 어디에서 태어나는가, 절망한 사람들은 왜 절망한 사람처럼 보이지 않는가, 운명을 이해해보려는 시도는 왜 늘 실패하는가, 언어란 무엇이며 문학은 무엇을 할 수 있는가. 우직하면서도 치열하게 이 땅에 발을 딛고 사는 사람들의 이야기를 풀어내는 소설가이자 탐독가인 저자가 안으로 짊어온 물음과 세상을 향해 던지는 질문들, 그리고 이에 대해 지금까지 찾아낸 자신만의 대답을 아름다운 문장에 담았다. 더불어 사는 우리네 삶을 바라보는 따뜻한 눈, 현대 사회의 숨겨진 야만성을 지적하는 냉철한 시선으로 빚어낸 개성 넘치는 문장은 이번 산문집에서도 차분히 만날 수 있다. 문학에 대한 존중과 글쓰기에 대한 진지한 태도, 책 읽는 사람의 준비된 마음과 자세, 그리고 인간성에 대한 깊은 사유의 흔적을 이 산문집에서 확인할 수 있다.
“세상이 들려준 이야기를 받아 적는 것만으로도
소설이 되는 비장하게 희극적인 삶을 삭제할 수 없는
나로서는 여전히, 문학은 소다.”
‘산문 정신이란 무엇인가’를 보여준다
저자는 내심 이번에 낸 두번째 산문집이 독자들에게 첫 산문집으로 불리기를 바란 만큼 무척 공을 들였다. 3년 전에 출간한 『다정한 편견』에 대해 신형철 평론가는 “이문구 소설의 한 대목처럼, 잘 감추어 더 환해진 불빛이 두근거리고 있”다고 평했고, 신용목 시인은 “그가 말하는 사랑에는 도취가 없고 희망에는 미래가 없다. 그때 사랑과 희망은 세속적 인생론이 덧씌워놓은 윤리와 초월의 영토에서 해방되어 비로소 최대치의 사랑과 희망에 이른다”며 추천했다. 독자들은 저마다 추천인이 되어 책 속 문장을 자신의 SNS에 기록하고 전파할 정도로 사랑을 받은 산문집이었다. 하지만 발표 지면상 원고지 4.5매라는 짧은 형식에 담은 소품이라 자신의 문학 세계를 제대로 보여주기에는 부족했다고 여기고, 다음 산문집을 벼려오던 터였다. 산문이 범람하는 시절이지만, 이번 산문집은 산문 정신이란 무엇인가를 여실히 보여주는 묵직한 작품이다.
책 속으로
드문드문 선 가로등 아래 놓인 목탄화 같은 골목을 걸었다. 딸아이가 물었다. 아빠, 괴물은 숲속에 있지? 나는 고개를 저었다. 숲속에는 네가 잃어버린 것들, 두고 온 것들이 있어. 잃어버린 걸 찾고 싶으면 깊은 숲으로 들어가야 해. 그렇게 대답하고 나니 정말로 그런 것 같았다. 아이는 무얼 잃어버렸는지 곰곰이 생각하는 눈치였지만 속내를 들키지 않기 위해서인 듯 아빠는 무얼 잃어버렸냐고 물었다. 나는 무얼 잃어버렸는지 알 수 없어서 숲으로 들어가야 하는 경우도 있다고 말해주었다. _‘작가의 말’에서
그래, 소설이라는 걸 쓸 테냐. 아버지는 이 말을 하고 싶었던 거다. 이래도 소설이라는 걸 쓸 테냐. 나는 고개를 저었는데 무엇을 부정하는 거였는지는 아버지 역시 확신할 수 없었으리라. 쓰고 말고 할 게 있나요. 나는 이렇게 대답했으나 이 말을 하고 싶었던 거다. 제기랄, 소설은 이미 저 소가 다 써버린걸요. 세상이 들려준 이야기를 받아 적는 것만으로도 소설이 되는 비장하게 희극적인 삶을 삭제할 수 없는 나로서는 여전히, 문학은 소다. _‘문학은 소다’에서
단어를 발음하는 순간 그 목소리의 떨림마저 기록할 수 있는 사전이 나온다면 누구보다 먼저 반기겠지만 그런 사전은 앞으로도 영영 나오지 않을 것이며 그러기에 소설은 스스로 사전이 되어야 한다. 역사에 매장된 숱한 언어들은 사전이 아닌 삶에서 발굴되어야 하고 사전이 아닌 소설에 등재되어야 한다. 소설은 그와 같은 방식으로 하나의 사전이 된다. 그리고 그 사전은 어떤 사전보다 독특한 형태일 것이다. _‘불멸하는 진심의 언어’에서
오랜 세월 많은 이들이 이 세상에서 사랑은 안전하지 않다고 말해왔다. 사랑이란 본래 불가능하다고 말해왔다. 나도 그 말에 수긍한다. 그러나 이 세상에서 안전하지 않고 불가능하기에 사랑은 실현할 가치가 있고 설령 그것이 실현된다 해도 그러한 사실을 우리가 알아볼 수 없는 노릇이므로 우리가 알지 못하는 영역에서 우리의 시선을 벗어난 그곳에서 언제나 사랑은 안전하게 실현되고 있다고 간주해야 함을 잊지 말아야 한다고 당신은 눈빛으로 일러주었다. _‘노인에 관한 명상’에서
나는 절망을 말하고 싶다. 절망한 사람을 말하고 싶다. 절망한 사람 가운데 정말 절망한 것처럼 보이는 사람이 많지 않은 이유를 말하고 싶다. 멀쩡하게 웃고 떠들고 먹고 마시고 즐거워하고 슬퍼하고 사랑을 나누는 사람인데 깊이 절망한 사람이기도 하다는 걸 말하고 싶다. 어떻게 말해야 할지 몰라 이토록 진부하게 구구절절 사연을 늘어놓고 있다. _‘절망한 사람’에서
내게 독서는 괴로운 행위였다. 그게 괴로운 이유는 창작이 그런 것과 같은 이유였다. 활자는 시선을 타고 거슬러온다. 눈길을 주면 읽지 않을 수 없다. 바라보는 것과 읽는 것이 일치하는 순간을 독서라고 부른다. 잠을 잘 때 눈을 감는 이유는 시선을 거두기 위해서다. 그건 누군가를 바라보는 일이 무엇보다 힘들기 때문이다. 하물며 독서란 얼마나 많은 노력을 기울여야 하는 행위던가. 오랫동안 공들여 독서한 사람이 타인의 해석에 무심한 이유는 그 때문이다. 자만해서도 오만해서도 아니다. 책과 하나가 되어서다. 그 순간의 책은 다른 누구의 것도 아닌 그이의 것이다. _‘대출기록부’에서
몸이 멀쩡해도 마음이 아프다는 걸 짐작은 할 수 있겠지만 마음을 어떻게 다쳤는지에 대해서는 말하지 않을 것이므로 결국 마음을 치유하는 일도 전적으로 아이에게 속하고 말 것이다. 아이는 혼자 고통과 불안을 감내해야 하고 이 모든 걸 홀로 감당해야 할 것이다. 그러다보면 아이도 알게 되겠지. 같은 방향으로 걷거나 스쳐지나가는 사람들을 비롯해 같은 지하철이나 버스를 탄 사람들 모두 저마다의 고통과 불안을 안고 견디는 중임을. 타인의 오른손에 나의 왼손을 살풋 얹어 서로에게 기대는 일의 아름다움도. _‘귀가’에서
구매가격 : 10,100 원
나답게 산다
도서정보 : 신희지 | 2018-12-10 | PDF파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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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답게 사는 방법 #01
남 눈치 보지 말고 소신껏
개그우먼 김미화 / 묘비명에 ‘웃기고 자빠졌네’를 새기는 그날까지
나답게 사는 방법 #02
그래도 늘 착한 마음으로
판화가 이철수 / 한결같은 마음 길을 새기다
나답게 사는 방법 #03
유머는 힘, 웃어라
만화가 박순찬 / 세상의 허를 찌르고 유쾌하게 꼬집는 장도리처럼
나답게 사는 방법 #04
쫄지 말고 당당하게
시인 류근 / ‘상처적 체질’을 가진 낭만시인
나답게 사는 방법 #05
힘들수록 함께 어깨동무하고 갈 것
무용가 안은미 / 스쿠터 타는 멀티미디어댄서
나답게 사는 방법 #06
모든 경계를 없애고 틀을 깨라
설치미술가 최정화 / 생활예술의 달인, 모든 하찮은 것의 쓸모를 찾다
나답게 사는 방법 #07
그냥 놀아라, 즐겨야 산다
작곡가 임동창 / ‘그냥’ 살며 소리 짓는 풍류객
나답게 사는 방법 #08
처음 가는 길이라도 두려워 말 것
몸짓(마임)작가 유진규 / 말로 다 할 수 없는 심정, 몸짓으로
나답게 사는 방법 #09
비겁하지 않게, 부끄럽지 않게
배우 권해효 / 부끄럽지 않게 살기 위하여
나답게 사는 방법 #10
내 뜻대로 살 자유를 양보하지 말 것
가수 안치환 / 꽃보다 아름다운 사람의 노래
나답게 사는 방법 #11
우린 모두 별 같은 존재, 당신이 스타다
영화감독 이준익 / 웃고 있다면 스타로 만들어드립니다, 문화수평주의를 꿈꾸는 사람
나답게 사는 방법 #12
작게, 낮게, 느리게
작곡가 백창우 / ‘게으른 개’가 되고픈 ‘잡곡가’이자 노래 창고지기
나답게 사는 방법 #13
혐오 대신 연민으로
사진가 김홍희 / 한 눈의 순례자
나답게 사는 방법 #14
성실함은 모든 일의 밑천
화가 김동유 / 농사꾼이 농사를 짓듯이 그림 그리는 그림쟁이
나답게 사는 방법 #15
누구도 흉내 내지 말고, 단순하게 순수하게
기타리스트 김광석 / 살아있는 전설의 기타리스트
나답게 사는 방법 #16
집착 없는 사랑
MBC 전 PD 이채훈 / 음악을 사랑하고 모차르트를 닮은 방송인
나답게 사는 법 #17
나이는 이제 그만 잊어요
재즈피아니스트 신관웅 / 연주를 해야만 사는 영혼
나답게 사는 법 #18
‘왜 안 돼?’라고 묻기
개그맨 · 문화발명가 전유성 / ‘꿀쏘맥’ 낮술로 하루를 두 번 사는 남자
나답게 사는 법 #19
자기 자신에게 십일조하며 스스로 위로할 것
민속학자 조용헌 / 사주명리학을 탐구하다
나답게 사는 법 #20
‘우리 것’을 알아야 남의 것도 알지
배우 김명곤 / 우리 시대의 큰 광대廣大
구매가격 : 8,400 원
(월간 정여울) 도란도란
도서정보 : 정여울 | 2018-12-10 | EPUB파일
지원기기 : PC / Android / iOS
월간 정여울은 당신의 잃어버린 감각과
감수성을 깨우는 12개월 프로젝트입니다
2018년, 자신의 상처를 담담히 드러내면서도 따뜻한 에세이로 무수한 독자의 마음을 어루만져온 작가 정여울과 총 3명으로 이루어진 작은 출판사 천년의상상이 만나 새로운 실험이자 커다란 모험을 시작한다. 12개의 우리말 의성어·의태어 아래 1년간 매달 한 권의 읽을거리가 풍성한 잡지이자 소담한 책을 내는 기획이다. 매체의 성향이나 단행본의 통일된 형식이나 주제에 구애받지 않고, 작가 정여울 스스로가 하나의 주제가 되어 자유롭고 창조적인 글쓰기를 펼치고 싶다는 목마름에서 시작되었다. 지금 이 순간 작가가 고민하고 사유하는 지점을 현장감 있게 보여줄 것이며, 영화, 시, 음악, 그림, 소설 등을 소재 삼아 일상에서의 다채로운 에세이가 담길 예정이다.
책의 편집 요소 또한 흥미롭다. 매달 글과 어울리는 화가의 그림으로 책의 안팎이 꾸며지고, 2017년 올해의 출판인 디자인 부문상에 빛나는 심우진 디자이너의 의성어·의태어 레터링 작업을 통해 책의 감성을 고스란히 전한다. 한편, 독자들과 ‘아날로그적 소통’을 꿈꾸는 작가의 마음을 담아, 책의 끄트머리에는 ‘우편 요금 수취인부담’ 엽서를 수록하였다. 그동안 작가에게 하고 싶었던 말이나, 궁금한 점 등을 손 글씨로 담아 보낼 수 있다. 정기구독 신청: http://imagine1000.shop.blogpay.co.kr
또한 네이버 오디오 클립 「월간 정여울: 당신의 감성을 깨우는 글쓰기 프로젝트」를 통해 직접 작가의 목소리로 ‘월간 정여울’의 뒷이야기와 글쓰기에 대한 모든 것을 만날 수 있다. http://audioclip.naver.com/channels/621
구매가격 : 7,840 원
(월간 정여울) 토닥토닥
도서정보 : 정여울 | 2018-12-10 | EPUB파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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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간 정여울은 당신의 잃어버린 감각과
감수성을 깨우는 12개월 프로젝트입니다
2018년, 자신의 상처를 담담히 드러내면서도 따뜻한 에세이로 무수한 독자의 마음을 어루만져온 작가 정여울과 총 3명으로 이루어진 작은 출판사 천년의상상이 만나 새로운 실험이자 커다란 모험을 시작한다. 12개의 우리말 의성어·의태어 아래 1년간 매달 한 권의 읽을거리가 풍성한 잡지이자 소담한 책을 내는 기획이다. 매체의 성향이나 단행본의 통일된 형식이나 주제에 구애받지 않고, 작가 정여울 스스로가 하나의 주제가 되어 자유롭고 창조적인 글쓰기를 펼치고 싶다는 목마름에서 시작되었다. 지금 이 순간 작가가 고민하고 사유하는 지점을 현장감 있게 보여줄 것이며, 영화, 시, 음악, 그림, 소설 등을 소재 삼아 일상에서의 다채로운 에세이가 담길 예정이다. 책의 편집 요소 또한 흥미롭다. 매달 글과 어울리는 화가의 그림으로 책의 안팎이 꾸며지고, 2017년 올해의 출판인 디자인 부문상에 빛나는 심우진 디자이너의 의성어·의태어 레터링 작업을 통해 책의 감성을 고스란히 전한다.
-정기구독 신청: http://imagine1000.shop.blogpay.co.kr
또한 네이버 오디오 클립 「월간 정여울: 당신의 감성을 깨우는 글쓰기 프로젝트」를 통해 직접 작가의 목소리로 ‘월간 정여울’의 뒷이야기와 글쓰기에 대한 모든 것을 만날 수 있다. http://audioclip.naver.com/channels/621
구매가격 : 7,840 원
나는 울 때마다 엄마 얼굴이 된다
도서정보 : 이슬아 | 2018-12-07 | EPUB파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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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드모델, 기자, 글쓰기 교사...
그리고 결국, 연재노동자!
매일 구독자들의 마음을 훔친
파격의 이메일 연재 <일간 이슬아>
SNS 세계의 셰에라자드 이슬아 작가의 그림에세이
“복희는 알려주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고난에 지지 않고 살아간다는 것의 의미를.”
신문과 잡지 하나 정기구독하는 이가 드문 젊은층 사이에서 최근 폭발적인 화제를 모은 ‘일간지’가 있다. 매체명 <일간 이슬아>.
아무도 청탁하지도, 플랫폼을 활짝 열어주지도 않았지만, 한 20대 작가가 ‘이 글을 써서 2500만 원의 학자금 대출을 갚아보겠다’며 매일 한 편의 수필을 구독자의 이메일로 전송해주는 셀프 연재 프로젝트를 시작한다. 한 달 만 원, 글 한 편에 500원. 거리의 붕어빵이나 오뎅만큼 저렴하지만, 하루하루 고단한 이들의 마음을 데워주는 이야기들이 메일함에 쌓였다. ‘이 언니, 패기 쩐다!’ ‘출퇴근길엔 일간 이슬아’ 등의 놀람과 감탄이 SNS상에서 술렁였고, <일간 이슬아> 프로젝트는 6개월간 성황리에 이어졌다.
<일간 이슬아>의 발행인 ‘인간 이슬아’는 어떤 사람일까? 누군가에게 반드시 선택받거나 청탁받지 않아도 스스로 판을 만들어 작가로 살아갈 수 있음을 입증한 이 사람은 왜 글을 쓰기 시작했을까?
매일 구독자들의 마음을 훔친 파격의 이메일 연재 <일간 이슬아>의 이슬아 작가의 그림에세이가 문학동네에서 출간되었다. 이 책은 ‘인간 이슬아’의 작은 자서이자 그와 눈물샘과 삶이 연결된 복희라는 여성에 대한 이야기이다. 대학을 나오지 않은 60년대생 여자와, 등록금과 생활비를 스스로 벌어 대학을 다녀야 했던 90년대생 여자가 한국 사회에서 어떻게 노동하고 삶을 견디고 우정을 나누는가에 대한 기록이기도 하다.
누드모델, 기자, 만화가, 글쓰기 교사 등의 직업을 거쳐 마침내 독자들에게 자신의 이름이 박힌 책을 안고 다가온 작가, 이슬아. 연필로 슥슥 그린 듯한 만화와 함께 자신의 평범하고도 비범한 가족사를 담담한 문장으로 묘사한 이슬아 작가의 필력이 어우러진 이 책은, 지금 우리 시대 새로운 유형의 작가가 탄생하고 있음을 예고한다.
전화기 너머로 엄마 목소리를 듣자 엄마가 덮고 있을 이불이 생각났다. 그 이불에 묻은 커피 자국도 생각났고, 엄마의 배꼽 아래에 생긴 주름들이랑 엄마 발가락에 난 얇은 털도 생각났다. 그리고 엄마를 앓게 만들었을 일들을 생각했다. 그런 걸 생각할 때마다 나는 꼭 돈이 아주 많아지고 싶었다.
내가 돈이 많아지면 엄마에게 가장 주고 싶은 것은 시간이었다.
일을 멈춰도 되는 시간을 엄마에게 선물하고 싶었기 때문이다. (207~208쪽)
태어나보니 가난이 디폴트!
숭고하지도 비참하지도 않은, 두 여성의 돈벌이 역사
가난한 집에서 태어난 우리의 엄마들은 왜 이다지도 비슷한 역사를 지닌 것일까. 공부하고 싶었고 그만한 재능이 있었지만, ‘가난이 디폴트 상태’인 집안에 태어난 60년대생 복희는 합격증을 받고도 대학 등록을 포기해야 하는 순간이 오자, 다락에 올라가 운다. 그리고 3일 뒤 부은 눈으로 양푼비빔밥을 한가득 비벼먹고 돈벌이 전선에 나선다. 복희는 수많은 직업을 전전한다. 이 사회가 아무런 배경도, 권력도 없고 학력조차 변변치 않은 여성에게 허락하는 돈벌이의 영역이란 비좁고 험하다. 부품 공장 경리, 식당 주방일과 서빙, 보험회사 직원, 소매점 카운터…… 복희는 수많은 직업을 전전하면서 자신의 삶을 지탱하고 결혼하고 마침내 자신의 아이를 낳는다. 복희의 딸 슬아는 때론 귀엽고 때론 감동적인 엄마 복희와 함께 울고 웃으며 유년기를 보낸다.
복희는 자신의 인생에서 가장 슬픈 순간을 슬아에게 대물림하지 않는다. 아프리카에까지 가서 일자리를 구하는 분투 끝에 복희는 어린 슬아의 삶을 지켜내고, 슬아는 무사히 성장해서 대학에 입학한다.
그러나 스스로 등록금과 생활비를 벌기 위해 각종 알바를 전전하던 슬아는 자꾸만 ‘시간’을 잃어간다.
‘돈이 없는 것보다 불행한 것은 시간이 없는 일’이라고 생각한 딸 슬아가 선택한 아르바이트는 시간 대비 고수익이 가능한 ‘누드모델’. 이 사실을 엄마 복희에게 말할까 말까 망설이던 슬아는 엄마에게 담담하게 자신이 하려는 누드모델 일에 대해 털어놓고, 엄마 복희는 새로운 일을 시작하려는 슬아에게 놀라운 선물을 건네는데……
구제 옷을 파는 엄마가 남들 앞에서 옷을 벗는 일로 돈을 벌겠다는 딸에게 준 선물은 무엇이었을까.
복희가 준 선물들, 복희와 나눈 모든 순간과 대화로 인해 슬아는 씩씩하게 돈을 벌고 읽고 쓰고, 계속해서 살아간다. 시급 4천 원짜리 서빙 알바를 하다가 시급 3만 원의 누드모델 일을 하기 위해 전국을 돌아다니면서 슬아가 겪은 일들에 대한 묘사는 이 책의 가장 빛나는 대목 중 하나다. 백화점 문화센터 누드모델 일을 하면서 아주머니들의 수다와 그녀의 ‘궁둥이’에 감탄하는 강사를 견딘 뒤, 슬아는 백화점 화장실에서 조금 운다. 그리고 마치 그 언젠가의 복희처럼, 눈물을 닦고 백화점 푸드코트에 내려가 열심히 밥을 먹는다.
온몸이 못 견디게 뻐근해질 즈음. 타이머가 울립니다. 드디어 네 시간짜리 일이 끝났습니다. 진이 빠집니다. 저는 무대에서 인사한 뒤 탈의실로 가서 옷을 입습니다. 탈의실이 무척 싸늘하다는 걸 이제야 실감합니다.
강의실을 빠져나오자 일하느라 잠시 구겨놨던 민망함과 서러움이 슬쩍 고개를 듭니다. 변덕스러운 저는 백화점 화장실로 가서 잠깐 눈물을 훔칩니다. 넓고 쾌적한 백화점 화장실에서는 울 맛이 나니까요. 더러운 화장실이라면 절대 안 울었을 것입니다. 아까 무대 위에서 모른 척하며 잠시 곱게 접어놓았던 느낌들을 다시 쫙쫙 펴서 곱씹습니다. 골반뼈의 통증과 어깨와 무릎의 뻐근함과 톡톡 튀는 다리 저림과 으스스한 추위와 중간에 지루한 듯 붓을 내려놓던 아줌마의 표정과 강사가 내 엉덩이보고 궁둥이라고 말할 때의 입모양 같은 것들을 떠올리며 닭똥 같은 눈물을 흘립니다. 엄마가 보고 싶어져서 조금 더 웁니다.
이제 대충 다 울었습니다. 울고 나니 서러울 거 하나 없습니다. 오늘 번 돈만으로도 이번 달 전기세와 도시가스비와 인터넷 요금을 내고도 남는다고 생각하니 기분이 조금 점잖아집니다. (…)
“돈 때문에 누드모델이 돼요. 그리고 무엇보다도, 시간 때문에 누드모델이 돼요. 시간을 버는 일이기도 하잖아요.”
(…) 상인들 중에서도 가장 높은 곳에 있는 사람은 빌딩을 가진 사람도 아니고 자동차를 가진 사람도 아닌, 시간을 가진 상인이라고 믿는 우리. 시급 3만 원짜리 모델들. 비참한 마음 없이 벗은 몸을 팔 수 있는 상인들. (227~232쪽)
엄마 복희는 딸 슬아의 인생에 그 어떤 간섭도, 거짓말도, 잔소리도, 허황된 희망도 말하지 않는다. 그저 삶을 씩씩하게 견디고 살아내는 딸에게 ‘나는 그저 영원한 짝사랑을 하고 있어’라고 애틋한 말을 속삭여줄 뿐이다.
사람마다 나를 영원히 짝사랑하는 엄마가 등뒤에 있다는 것은 인생의 빛나는 축복이자 아련한 슬픔이다. 『나는 울 때마다 엄마 얼굴이 된다』는 문득 나의 유년기와 내가 돈을 벌기 위해 해내야 했던 일들, 그리고 그런 내 등 뒤에 조용히 서 있는 엄마를 돌아보게 하는 책이다.
책의 마지막 장면. 오토바이를 타고 책장 밖 거친 세상을 향해 달려나가는 듯한 슬아의 뒤에 복희가 올라타 있다. 복희는 슬아의 허리를 꼭 끌어안고 있다. 책장 밖에서 여전히 만만치 않은 삶을 이어갈 두 모녀의 삶을 독자들은 가만히 응원하게 될 것이다.
숭고하지도, 비참하지도 않은 돈벌이를 이어오며 이 삶을 살아낸 나의 엄마와 우리 각자의 삶도.
태어나보니 제일 가까이에 복희라는 사람이 있었는데, 그가 몹시 너그럽고 다정하여서 나는 유년기 내내 실컷 웃고 울었다.
복희와의 시간은 내가 가장 오래 속해본 관계다. 이 사람과 아주 많은 이야기를 나누며 자라왔다. 대화의 교본이 되어준 복희. 그가 일군 작은 세계가 너무 따뜻해서 자꾸만 그에 대해 쓰고 그리게 되었다. 엄마와 딸, 서로가 서로를 고를 수 없었던 인연 속에서 어떤 슬픔과 재미가 있었는지 말하고 싶었다.
무엇보다 우정에 관한 이야기라고 생각한다. 우연히 만난 두 사람의 우정.
나를 씩씩하게 만든 이야기니까 누군가에게도 힘이 된다면 좋겠다.
_작가의 말에서
구매가격 : 9,700 원
걷는 사람, 하정우
도서정보 : 하정우 | 2018-12-07 | EPUB파일
지원기기 : PC / Android / iOS
걸어서 출퇴근하는 배우, 하정우
그에게 걷기란,
두 발로 하는 간절한 기도
나만의 호흡과 보폭을 잊지 않겠다는 다짐
아무리 힘들어도 끝내 나를 일으켜 계속해보는 것
영화배우, 감독, 그리고 그림 그리는 사람. 스크린과 캔버스를 넘나들며 자신만의 활동을 펼쳐온 배우 하정우가 이번엔 새 책을 들고 에세이 작가로 찾아왔다. 문학동네에서 출간된 하정우 에세이의 제목은 『걷는 사람, 하정우』.
이 책에서 하정우는 무명배우 시절부터 트리플 천만 배우로 불리는 오늘에 이르기까지 서울을 걸어서 누비며 출근하고, 기쁠 때나 어려운 시절에나 골목과 한강 변을 걸으면서 스스로를 다잡은 기억을 생생하게 풀어놓는다. 이 책에는 ‘배우 하정우가 지금까지 그가 걸어온 길’과 ‘자연인 하정우가 실제로 두 발로 땅을 밟으며 몸과 마음을 달랜 걷기 노하우와 걷기 아지트’, 그리고 걸으면서 느낀 몸과 마음의 변화’에 대한 이야기가 모두 담겨 있다.
배우 하정우는 하루 3만 보씩 걷고, 심지어 하루 10만 보까지도 기록한 적 있는 유별난 ‘걷기 마니아’로 알려져 있다. 손목에 걸음수를 체크하는 피트니스밴드를 차고서 걷기 모임 친구들과 매일 걸음수를 공유하고, 주변 연예인들에게도 ‘걷기’의 즐거움과 효용을 전파하여 ‘걷기학교 교장선생님’ ‘걷기 교주’로도 불린다.
그는 강남에서 홍대까지 편도 1만 6천 보 정도면 간다며 거침없이 서울을 걸어다닌다. 그에게 웬만한 이동거리의 단위는 ‘차로 몇 분 거리’ ‘몇 킬로미터’가 아니라 ‘도보로 편도 몇 분’이 더 익숙하다. 심지어 비행기를 타러 강남에서 김포공항까지 8시간에 걸쳐 걸어간 적도 있다는 그에게 ‘걷기’란 단순한 운동이 아니라, 숨쉬고 명상하고 자신을 돌보는 또다른 방식이다.
“엄청 바쁠 텐데 왜 그렇게 걸어다니나요?”
“언제부터 그렇게 걸었어요?”
희한하다 싶을 정도로 걷고 또 걷는 배우 하정우를 향한 이 질문들에, 이제 그가 이 책 『걷는 사람, 하정우』로 답하려 한다.
하정우 에세이 『걷는 사람, 하정우』는 서점에 풀리자마자 주문이 쇄도해 출간 당일 2쇄에 돌입하며, 연말 서점가와 출판계에도 훈풍을 불어넣고 있다.
글쎄, 언제부터였을까? 돌아보면 내가 할 수 있는 일이 오직 걷기밖에 없는 것만 같았던 시절도 있었다. 연기를 보여줄 사람도, 내가 오를 무대 한 뼘도 없었지만, 그래도 내 안에 갇혀 세상을 원망하고 기회를 탓하긴 싫었다. 걷기는 가진 게 아무것도 없는 것만 같았던 과거의 어느 막막한 날에도, 이따금 잠까지 줄여가며 바쁜 일정을 소화해야 하는 지금도 꾸준히 나를 유지하는 방법이다.
이 점이 마음에 든다. 내가 처한 상황이 어떻든, 내 손에 쥔 것이 무엇이든 걷기는 내가 살아 있는 한 계속할 수 있다는 것. _서문에서
강남에서 홍대까지 걷는다, 하루 3만 보, 가끔은 10만 보…
좋아하는 사람들과 나란히 걷고,
맛있는 것을 먹고, 많이 웃고, 오래 일하고 싶은
자연인 하정우의 발자국
영화 속 찰진 ‘먹방’으로도 자주 회자되는 그는 스스로 ‘걷기를 즐기지 않았더라면 족히 150kg은 넘었을 것 같다’고 말할 정도로 실제로도 잘 먹고 많이 먹는다. 그러나 그는 좀 덜 먹고 덜 움직이기보다는 좋아하는 사람들과 이 세상의 맛있는 것들을 직접 두 손으로 요리해 먹고 두 발로 열심히 세상을 걸어다니는 편을 택하겠다고 말한다. 그는 이 세상의 맛있고 아름답고 좋은 것들을 충분히 만끽하고 감탄할 줄 아는 사람이다.
그는 한강 주변을 ‘내 집 앞마당’이라 생각하고 걷는다. 이 책에는 그가 길 위에서 바라본 ‘매직 아워’의 하늘, 노을, 무지개, 그의 새벽 걷기의 쉼터이자 간이카페가 되어주는 한강 편의점, 함께 걷는 길동무, 종일 걸은 후에 그가 직접 요리해 먹는 단순하지만 맛깔나는 음식 등, 그가 채집한 일상의 조각들이 스냅사진으로 실려 있다.
영화 <터널>을 촬영할 때, 터널 안에 매몰된 ‘정수’의 초췌하고 마른 몸을 표현하기 위해 촬영중 단기간에 혹독한 다이어트를 해야 했을 때도 그가 택한 것은 역시 ‘걷기’였다. 그러나 그에게 걷기는 단지 몸관리의 수단만은 아니다.
하정우에게 걷기란 지금 손에 쥔 것이 무엇이든, 어떤 상황에 처해 있든 두 다리만 있다면 굳건히 계속할 수 있는 것이다. 슬럼프가 찾아와 기분이 가라앉을 때, 온 마음을 다해 촬영한 영화에 기대보다 관객이 들지 않아 마음이 힘들 때, 그는 방 안에 자신을 가둔 채 남 탓을 하고 분노하기보다 운동화를 꿰어신고, 그저 걷는다.
걸으면서 복기하고 스스로를 추스른다. 일희일비하지 말자고, 지금 이 순간조차 긴 여정의 일부일 뿐이라고, 그리고 결국은 잘될 것이라고.
2015년 내가 주연과 감독을 맡은 <허삼관>이 개봉했을 때, 나는 한창 <암살>의 주요 장면을 촬영하고 있었다. <허삼관>은 기이할 정도로 관객이 들지 않고 있었다. 부랴부랴 이유를 찾다가, 나 자신을 질책하다가, 눈떠보면 <암살> 촬영 시간이 닥쳐와 있었다.
촬영장에 가는 것조차 너무나 힘이 들었다. 왜냐하면 사람들이 분명 나를 위로하려 할 테니까. 어떤 사람은 별일 아닌 척 담담하게 나를 토닥일 테고, 또 누군가는 까맣게 타는 내 속마음을 눈치채고 어떤 말을 꺼내야 할지 조심스러워할 것이다. 그 모두가 고스란히 느껴져서 나는 더 불편했다.
갑자기 바보가 된 것 같았다. 사람들 앞에서 어떤 표정을 지어야 할지도 모르겠고, 나의 아픈 마음을 어떻게 털어놓아야 하는 건지, 사람들의 위로는 어떻게 받아야 하는 건지 아무것도 알 수가 없었다. 촬영장에서 유쾌하게 농담을 건네고 사람들을 웃기던 하정우는 사라져버리고, 무슨 짓을 해도 사람들과 어울리기 힘든 어둡고 우울한 남자만 거기 남아 있었다.
아침에 촬영장으로 향하는 출근길, 나는 한 시간씩 기도했다. 제발 내가 맡은 연기만은 무사히 소화하게 해달라고. _「왜 자꾸만 나를 잃어버리지?」, 35~36쪽
‘믿고 보는 배우’로 불리는 하정우에게도 성공과 실패는 해가 뜨고 지는 것처럼 거듭 찾아온다. 때론 댓글에서 “하정우씨, 감독은 하지 말고 그냥 배우만 하세요!” 같은 신랄한 평도 뜬다. 그럼에도 그는 계속 간다. 배우뿐만 아니라 감독과 제작자라는 멀고 험하지만 영화를 더 잘 이해할 수 있는 길로 조금 더 멀리 걸어가보려 한다.
사실 배우로서든 감독으로서든 새 영화를 시작할 때 나는 늘 두렵다. 그러나 그 두려움이 나를 주저앉히거나 새로운 시도를 아예 못하도록 막지는 않는다. 또한 성공과 실패란 단순히 흥행의 그래프만으로는 확정할 수 없는 것이라는 생각도 든다. <허삼관>은 흥행에는 실패했지만 ‘나의 실패작’은 아니다. 내가 <허삼관>을 연출하면서 받은 선물들은 물질로는 다 헤아릴 수 없을 정도다.
누군가 내게 “하정우씨, 배우만 하세요”라고 말할 때 나는 예전에는 상처받았지만, 앞으로는 상처받지 않으려 한다. 그건 내가 배우로서는 대중들에게 꽤 친숙하고 그럭저럭 잘해왔다는 뜻 아닌가. 감독 하정우는 배우 하정우에게 빚졌지만, 언젠가는 감독 하정우가 배우 하정우에게 그 빚을 갚을 날도 있으리라 생각한다. 배우 하정우는 지금까지 많은 행운과 사랑을 누렸고 순탄한 길을 걸어온 편이지만, 스무 살에 연극무대에 오른 이후 서른 무렵 10년 만에 간신히 빛을 본 사람이기도 하다. 그에 비하면 영화감독 하정우는 이제 데뷔한 지 고작 몇 년밖에 안 된 신출내기다. 감독으로서의 성공과 실패를 운운하기엔 아직 가야 할 길이 멀다. _「왜 사랑받지 못했을까?」, 229~231쪽
화려한 필모그래피 너머
그가 흘린 땀과 간절한 기도의 기록―
하정우는 어떻게 영화를 선택하고 만들어가는가
<군도> <암살> <터널> <베를린> <아가씨> <신과 함께> 등 그의 화려한 필모그래피 뒤에 숨어 있는 그의 땀과 기도를 엿볼 수 있다는 것은, 이 에세이를 읽는 특별한 즐거움이자 감동이다.
많은 사람들이 그에게 영화를 고르는 안목이 범상치 않다고들 하지만, 그는 작품을 결정할 때 ‘책’(시나리오)만 보는 것이 아니라 그 ‘책’을 들고 온 ‘사람’을 들여다본다. 그가 영화를 찍는 동안 동행으로 삼아야 할 사람이 어떤 길을 걸어온 사람인지를 살피는 것이다. 실제로 배우가 처음 받아보는 단계에서 이미 완벽하게 짜인 시나리오는 드문 편이라고 그는 말한다. 영화 시나리오도 스태프와 배우들이 모두 꾸려지면, 함께 대화하고 고민하며 완성본을 만들어가는 것이다.
1편과 2편 모두가 천만 관객을 넘어선 <신과 함께>에 합류하기로 결심할 때도, 그는 전작 <미스터 고>에서 처음으로 쓴 맛을 본 김용화 감독이 자신에게 ‘가장 절실한’ 가족 이야기로 되돌아왔다는 점에 주목했다. 한국에서 판타지물이 성공을 거둔 사례가 드물고, 손익분기점이 까마득하게 높다는 점도 그의 결단에 큰 영향을 끼치진 못했다.
중요한 것은 ‘누구’와 동행이 되어 한 편의 영화라는 먼 길을 함께 걸어가느냐였다.
<신과 함께—죄와 벌>은 알고 보니 김용화 감독이 실제로 어머니와의 관계에서 못다 한 이야기를 극에 담은 것이었다. 그는 한 인터뷰에서 <신과 함께> 1편을 ‘돌아가신 어머니를 향한 진혼곡’이라 표현했다. 언뜻 일과는 직접적인 관련이 없는 부수적인 요인처럼 보이지만, 내겐 그것이 이 영화를 선택하는 무엇보다 확실하고 결정적인 요소가 되었다. 나는 이 영화가 잘될 수 있다는 확실한 느낌을 받았다. 때로 이 확실한 예감은 영화에 관계된 누군가의 ‘절실함’에서 나온다. 나는 그의 절실함에 공감했고, 그의 동행이 되어주고 싶었다.
내게는 ‘어떻게 시나리오를 고르는가?’라는 질문보다 ‘어떤 사람들과 일하길 좋아하느냐’라는 질문이 더 맞는 것 같다. 배우가 받아보는 단계에서 사실 완벽하게 짜인 시나리오는 거의 없다. 시나리오는 언제나 배우와 스태프가 모두 구성된 후 함께 이야기하고 토론하며 개선해나가는 것이다. 한 절반 정도는 바꿀 생각을 하고 들어가는 거다. 나는 현재 시나리오의 반을 더 낫게 바꾸어나갈 열린 생각과 에너지를 가진 사람, 나와 절실함을 나눌 수 있는 사람들과 일하길 좋아한다. _「내가 동행을 선택하는 법」, 239쪽
그가 걷기를 통해 배운 것은 걷기도, 일도, 인생도, ‘내 숨과 보폭을 찾는 것’이 중요하다는 것이다. 그는 남 탓을 하고, 여건을 탓하고, 대중을 탓하고, 분위기를 따지는 법이 없다. 그저 건강한 두 다리가 있다는 것에 감사하며 자신의 앞에 펼쳐진 길을 기꺼이 즐기면서 걸어간다.
사람들이 쉽게 ‘성공’과 ‘실패’의 양극단으로 나누어 단정지어버리는 순간조차 자신이 끝까지 걸어야 할 긴 여정의 일부라 믿는 그의 시야로 세상을 바라보다보면, 문득 하정우처럼 내 숨과 보폭으로 걷고 싶어진다. 살아가면서 그 어떤 조건과 시선에도 휘둘리지 않고 두 다리만 있다면 ‘계속할 수 있는 것’이 있다는 것은 든든한 일이다.
좋아하는 사람들과 나란히 걷고, 맛있는 것을 함께 먹고, 많이 웃고, 오래 일하고 싶은, 자연인 하정우의 발자국이 이 책에 활자로 남았다.
하정우에게 ‘걷기’는 두 발로 하는 간절한 기도, 그리고 어떤 경우에도 계속되어야 할 ‘삶’ 그 자체다.
삶은 그냥 살아나가는 것이다. 건강하게, 열심히 걸어나가는 것이 우리가 삶에서 해볼 수 있는 전부일지도 모른다.
살면서 불행한 일을 맞지 않는 사람은 없다. 나 또한 마찬가지일 것이다. 인생이란 어쩌면 누구나 겪는 불행하고 고통스러운 일에서 누가 얼마큼 빨리 벗어나느냐의 싸움일지도 모른다.
누구나 사고를 당하고 아픔을 겪고 상처받고 슬퍼한다. 이런 일들은 생각보다 자주 우리를 무너뜨린다. 그 상태에 오래 머물면 어떤 사건이 혹은 어떤 사람이 나를 망가뜨리는 것이 아니라 내가 나 자신을 망가뜨리는 지경에 빠진다. 결국 그 늪에서 얼마큼 빨리 탈출하느냐, 언제 괜찮아지느냐, 과연 회복할 수 있느냐가 인생의 과제일 것이다. 나는 내가 어떤 상황에서든 지속하는 걷기가 나를 이 늪에서 건져내준다고 믿는다.
티베트어로 ‘인간’은 ‘걷는 존재’ 혹은 ‘걸으면서 방황하는 존재’라는 의미라고 한다.
나는 기도한다.
내가 앞으로도 계속 걸어나가는 사람이기를.
어떤 상황에서도 한 발 더 내딛는 것을 포기하지 않는 사람이기를.
_「걷는 자를 위한 기도」, 291~292쪽)
구매가격 : 10,900 원
박범부의 얘기
도서정보 : 박제윤 | 2018-12-07 | EPUB파일
지원기기 : PC / Android / iOS
왜, 시간은 갈수록 점점 더 빨라지는 걸까?
어느새
나이가 많아진 자리에 와 있게 되었고
거기에서 수시로 뒤를 돌아다보게 되고 또 앞을 바라보면서 생각하는 것 들이 예전과는 많이 달라졌는데, 전자에서는 회한과 아쉬움이 후자에서는 절망과 포기가 커지고 많아지는 건 정해진 수명을 가진 생물로서 벗어날 수 없는 일일까.
그래서
누구에겐가 부끄러움을 무릅쓰고 할 말이 많아지는 걸까.
그렇게 해서
이미 커다랗게 공허해지고 허무해진 속을 조금이나마 메울 수 있을까.
구매가격 : 6,000 원
듣고 싶은 말
도서정보 : 김희수 | 2018-12-07 | PDF파일
지원기기 : PC / Android / iOS
서로 공격하고 상처받는 혹독한 경쟁사회에서 서로 따듯한 말을 주고 받으면 어떨까 하는 생각에 듣고 싶은 말들을 찾아 보았다.
달콤한 혹은 따듯한 혹은 힘이 되는 말들을 이 책에 담았다.
구매가격 : 5,000 원
이 나이에 덕질이라니
도서정보 : 원유 | 2018-12-06 | EPUB파일
지원기기 : PC / Android / iOS
★ 업계픽! ★
현직 기자가 쓴 강다니엘 덕질 에세이
◎ 도서 소개
★ 업계픽! 현직 기자가 쓴 강다니엘 덕질 에세이
★ 40대 워킹맘 기자의 팬심충만 스토리
★ 늦덕, 성덕이 되다!
마흔 넘어 시작된 은밀한 덕질생활
“요즘 난 덕질하는 낙으로 산다”
하루라도 빨리 시작했다면
하루만큼 더 행복했을 텐데!
남편도 있고 애도 있다. 그러던 어느 날 덕통사고!
“선배, 강다니엘이 실검 1위네요.”
“강다니엘? 그게 뭔데?”
사랑은 그렇게 불쑥 찾아온다. 마치 교통사고처럼.
여기, 마흔 넘어 아이돌에 빠진 워킹맘이 있다. 일하랴 애 키우랴 하루 24시간이 모자라지만, 없는 시간을 쪼개가며 ‘강다니엘’을 검색한다. 아줌마가 웬 주책인가 싶겠지만 사실 그리 특별한 케이스가 아니다. 워너원, 그중에서도 센터 강다니엘은 30~40대 막강한 팬덤을 기반으로, 명실상부 대한민국에서 가장 핫한 스타가 되었다. 점 조직의 ‘늦덕’ 부대가 그를 최고 스타로 키워낸 것. 내 새끼 키우듯 애정을 쏟아 붓고, 그 이상의 위로를 받는다는 늦덕들의 짠내 나는 팬심 속에는 페이소스 가득한 인생 내공이 묻어난다. 가족들에게, 회사 동료들에게 웬 주책이냐는 구박을 받으면서도 그 와중에 행복한 덕질 이야기.
누구나 겪지만 제각기 특별한 3단계 입덕 과정!
‘덕통사고’부터 ‘덕밍아웃’을 거쳐 ‘어덕행덕’까지
LEVEL 1. 난데없이 덕통사고
19년차 일간지 기자이자 10년차 워킹맘인 그녀. 어느 날 회사 단톡방에서 운명의 그 이름을 맞닥뜨린다. 그건 바로 ‘강다니엘’. 원체 호기심이 많은 데다 기자라는 직업정신이 발동한 그녀, 본격 조사(?)에 돌입하게 되는데…. 단시간에 폭풍수집한 정보들은 다음과 같다.
- 부산 영도 출신 토박이
- 나이는 22세
- MMO 소속 연습생 2년차
- 분홍머리
- 고양이 두 마리 키우는 집사
- 고교 때 현대무용을 배운 비보이
현역 아이돌도 아니고 그저 연습생일 뿐인데 실검 상위권을 장악한다는 사실에 흥미를 느낀 그녀는 강다니엘에 대한 본격적인 관심을 갖게 된다. 그런데… 뭔가 묘하다. 강다니엘이 고양이 귀를 깨물고는 배시시 웃는다. 정말 귀엽다…. 너무 짧은 영상이라 여러 번 클릭을 하게 된다. 그리고 이 녀석, 웃는 게 꽤 자연스럽다. 카메라 앞에서 일부러 짓는 억지웃음이 아니라 평소 몸에 밴 자연스러운 웃음이다.
‘웃는 게 참 예쁘네.’
그걸로 합격! ‘넌 데뷔해라’라고 눈도장을 콱 찍는다.
LEVEL 2. 못참겠다 덕밍아웃
모처럼 신문사 선후배들이 모이는 자리, 오랜만에 만난 선배가 안부를 묻는다.
“요새 뭐 재미난 일은 없고?”
“…강다니엘 보는 재미는 있어요.”
“강…누구?”
“강다니엘이요, 강.다.니.엘.”
“별로 잘생기지도 않았더구만, 뭐가 그렇게 좋은 거예요?”
눈치 없는 후배 녀석이 되묻는다.
지성인답게, 논리적으로 차분히 설명해야 할 때다.
강다니엘의 매력을 꼽자면 셀 수가 없다. 귀엽고, 잘 웃고, 해맑고, 배려심 있고, 피지컬 좋고, 댕댕이 같고…. 몇 분간 장황한 설명은 이어진다. ‘잔망미’와 ‘섹시미’가 공존하는 강다니엘의 묘한 매력을 말로 다 담을 수 없는 게 아쉽다.
“아… 직캠을 봐야 이해가 돼.”
LEVEL 3. 기왕이면 어덕행덕
언니와 형부는 그녀의 아이돌 덕질을 존중은 하지만 탐탁지 않아 한다. 책을 읽거나 운동을 하면 무엇인가 얻을 수 있는데 아이돌 덕질은 그저 시간 때우기일 뿐이라는 이유에서다. ‘생산적 덕질’이 아니라고 말이다. 하지만 무슨 행동을 할 때 꼭 생산적이어야만 할까? 일상에서 우린 이미 너무 많은 것을 생산하며 살아가고 있는데. 굳이 취미까지 생산적인 활동을 해야 하는 걸까? 그녀는 말한다. 덕질을 통해 자신의 생산적 활동을 잠시나마 멈추고 싶다고.
‘나는 강다니엘이 고맙다. 아마추어도 프로도 아닌, 삶의 중간 지점에 있던 나에게 ‘프로’의 의미를 되묻게 했다. 40대는 도전보다는 안정을 원할 때다. 21세기 소년의 열정이 불씨가 되어 20세기 소녀의 마음에 불을 지핀다. 아마 그래서였던 것 같다. 뒤늦은 아이돌 덕질의 이유는 그의 무대 위 열정이, 그의 티 없는 웃음이 마냥 부러웠던 까닭이다. 나이와는 상관없이 ‘동경’의 의미도 된다. 내가 갈구한 것은 어쩌면 워너원의 그 뜨거운 열정, 그 청량한 청춘이었던 듯하다. 그래도 아직은 청춘이라고, 끝날 때까지 끝난 것은 아니라고 믿고 싶다. 워너원, 그리고 강다니엘처럼.’
◎ 책 속에서
‘덕통사고’라고 했던가. 집과 회사만 알던 내가 이 나이에 아이돌 덕질이라니. 10대 때도 하지 않던 덕질을 40대에 접어들어 뒤늦게 시작했다. 그래도 뭐 어떠랴. 갱년기도 다가오는데(혹은 왔거나) 가끔씩 일탈이 필요한 나이다. 아이돌 덕질은 10대들만 하는 거라고? 아이돌이 뭐 어때서. 메마른 일상 속에 오아시스 같은 이런 덕질 하나쯤 있는 것도 꽤 행복한 삶이다. 누군가에겐 덕질이 그야말로 ‘숨구멍’ 같은 거니까. 그러니까 지금부터 내가 늘어놓는 이야기는 ‘마흔 넘어 아이돌에 빠진 워킹맘의 은밀한 덕질생활’에 관한 것이다. 어쨌든 중요한 사실은, 요즘 내가 하루 한 번은 웃을 일이 생겼다는 것. 강다니엘 때문에. 사는 낙이 생겼다. 그걸로 충분하다.
- ‘프롤로그’ 중에서
“선배, 강다니엘이 실검 1위네요.”
회사 단톡방. ‘강다니엘’이란 이름이 처음 등장했다. 강다니엘? 포털 실시간 검색어에 민감한 부서 소속이다 보니 잽싸게 노트북 자판에 ‘강다니엘’ 단어를 두들겼다. 타다다다다다닥. 분홍머리가 눈에 확 들어온다. (…) 그의 존재를 반나절 전에야 알았지만, 문득 우리 아들이 강다니엘처럼 잘 웃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든다. 나중에 크면 키 180센티미터에 어깨 넓이가 60센티미터였으면 좋겠다. ‘해피 바이러스’를 품은 건강한 청년이었으면 좋겠다. 11년 후면 그리 멀지도 않았다.
- ‘우리 아들이 강다니엘 닮았으면 좋겠다!’ 중에서
유튜브만큼 훌륭한 동영상 공급처도 없다. 유튜브 세상에서는 다양한 각도와 시선에서 〈프듀〉 참가 연습생들의 모습을 보여준다. 프로그램 참가 전 연습생들의 과거 모습도 종종 볼 수 있다. 강다니엘의 비보이 시절 모습도, 고교 1학년 때 선보였던 현대무용 모습도 다 유튜브 안에 있다. 아예 〈프듀 2〉 강다니엘 출연분만 편집해서 보여주는 영상도 따로 있다. 분명 팬들이 만들었을 텐데 참 고퀄이다. 꼬리에 꼬리를 물고 이어지는 영상들은 아이돌 세계에 흠뻑 빠져들게 하는 마중물이 된다. 보고 또 보고. 절대 멈출 수 없는 중독이다.
- ‘모든 것은 직캠으로부터 시작된다’ 중에서
헉! 강다니엘, 참 야하다. 눈 화장이 신의 한수다. 과하지도 모자라지도 않게 눈두덩에 아이섀도를 했다. 촉촉하게 적신, 금빛이 감도는 머리도 찰떡궁합이다. 핏빛 입술과 하얀 얼굴의 절묘한 조화로 서늘한 뱀파이어 분위기까지 연출해낸다. (…) 그리고, 이미 온라인상에서 회자되며 실검 상위권에 올랐던 허벅지 쓸기 장면이 나온다. ‘온종일 나를 설레게 해’라는 노래 가사에 맞춰 왼손으로 오른쪽 허벅지를 쓸어 올린다. 스물한 살 청년의 몸짓에순간 움찔한다. 머릿속의 온갖 상상을 자극한다. 순진무구할 것 같은 ‘댕댕이’가 무대 위에서는 ‘으른 섹시’를 뽐낸다. 침이 꼴깍 넘어가면서 ‘허!’ 하는 감탄마저 나온다.
- ‘잠자던 욕망 아줌마를 깨우다’ 중에서
나는 강다니엘이 고맙다. 아마추어도 프로도 아닌 삶의 중간 지점에 있던 나에게 ‘프로’의 의미를 되묻게 했다. 무엇이든 완벽할 필요는 없을 것이다. 그냥 주어진 여건에서 최선만 다하면 된다. (…) 40대는 도전보다는 안정을 원할 때다. 21세기 소년의 열정이 불씨가 되어 20세기 소녀의 마음에 불을 지핀다. 아마 그래서였던 것 같다. 뒤늦은 아이돌 덕질의 이유는 그의 무대 위 열정이, 그의 티 없는 웃음이 마냥 부러웠던 까닭이다. 나이와는 상관없이 ‘동경’의 의미도 된다.
- ‘덕질이 우리 삶에 가르쳐주는 것들’ 중에서
구매가격 : 11,200 원
파페포포 리멤버
도서정보 : 심승현 | 2018-12-06 | EPUB파일
지원기기 : PC / Android / iOS
#추억 #향수 #공감 #아날로그……
‘파페포포’가 불러 낸 2002년의 기억
“기억하나요?
그때 그 시절, 반짝이던 당신의 모습들”
어릴 적 교과서 속에 숨겨 읽던 그 책. 뽀글뽀글한 머리, 동그란 눈, 어딘지 모르게 어설퍼서 더 사랑스러웠던, 우리를 웃기고 울렸던 공감 가득한 이야기. [파페포포 시리즈]가 한 시대를 건너 『파페포포 리멤버』로 돌아왔다.
2002년 이후, 16년 만에 돌아온 이 책은 출간마다 베스트셀러를 기록해 온 [파페포포 시리즈]를 단 한 권으로 압축한 ‘파페포포 완결판’이라 할 수 있다. 심승현 작가는 ‘그때는 있었지만 지금은 잃어버린 것’이라는 주제로, 앞만 보고 달려오느라 소중한 것을 놓치고 살아가는 현대인에게 선물해 주고 싶은 에피소드 50가지를 직접 선별해 한 권으로 엮었다. 뿐만 아니라 이 책에서만 만나볼 수 있는 새로운 에피소드를 수록해 소장 가치를 더했다.
순수한 파페와 사랑스러운 포포의 이야기를 따라가다 보면 작은 일에도 까르르 함박웃음 지었던, 무엇이든 할 수 있을 것만 같았던, 모든 일에 호기심 가득했던 그때 그 시절의 반짝이던 나를 만날 수 있을 것이다.
구매가격 : 10,000 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