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안한 용기
도서정보 : 류명순 | 2023-02-03 | EPUB파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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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안한 용기
인간은 늘 지나온 것을 그리워하며 살아간다. 어떠한 어려운 순간에도. 삶을 사랑하고 삶을 거역하지 않고 한 여자의 주변과 고향의 소소한 이야기를 적은 글이다, 모르는 길을 찾아보는 것, 다른 이의 삶을 들여다보는 것, 내 마음의 보석 상자 같은 즐거움과, 마음을 풍성 하게 해주는, 자연 치유의 그 무엇이 있지 않을까? 주인공은 무슨 일을 하고, 무슨 생각을 하고, 무슨 일을 겪으며, 살았을까? 마치 고향과 부모님 형제들이 있던, 누군가 살던 그곳을 구경하는 재미를 더해주는, 그런 글이 아닐까 독자에게 미안한 마음을 가지고 용기를 내본다. 이 책은 다음과 같이 4부로 나눠져 있다
제1부 쉼이 필요한 방
필자가 쉬고 싶을 때“누구나 추억은 있어도 바쁘게 살아가다 보면 일기장처럼 꺼내서 들여다보기 쉽지 않다. 잠 간 멈추고 쉼을 얻기 위해 그 속으로 빠져서 남의 삶에 젖어보는 것도 치유가 된다고 생각한다.”
2부 추억이 필요 한방
“우리는 한 번 쯤 추억이 필요할 때가 있다 삶이 팍팍 할 때도 추억은 우리에게 편안함을 준다. 유년 시절은 추억과 낭만에 젖게 하는 원동력으로 작용한다.
3부 소통의 방
시골에서 이주하여 도시에 살면서 필자가 겪은 소소한 소통의 문제들을 짚어 본 사례다
“소통 한다는 것, 도시 아파트에서 살다 보면 이웃을 잘 모르고 지나간다. 고독 사니 혼자 사는 사람 아래 층 간 소음 때문에 살인 까지 일어나는 시대에 살고 있다 이것은 모두가 소통의 문제다
4부 사랑과 그리움의 방
“가족과 자식들은 사랑을 아무리 주어도 부족하다 늘 그립고 보고 프고 살아가는 존재다 가족이 있기에 아픔도 슬픔도 견디고 기쁨은 함께 나누는 소중한 사이 아무리 힘든 세상일지라도 사랑할 가족이 있다는 것은 행복이다. 가족이라는 인연을 소중히 여기며 가족에 대해 한 번 쯤 깊이 생각해 보는 방이다”
구매가격 : 7,000 원
감옥으로부터의 소영
도서정보 : 정소영 | 2023-02-01 | EPUB파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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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재 정권하의 대학 캠퍼스에서, 감옥에서, 교도소에서 그리고 다시 감옥에서……
43년에 걸쳐 도착한 스물세 통의 편지
폭압의 시대를 관통한 소영의 생애로 보는 사회사, 정신사
‘소영’은 삼남매 중 둘째, 외딸로 자랐다. 오빠만을 떠받들며 집안을 호령하는 어머니를 두려워도 하고 원망도 하며 크는 동안 모두가 ‘에미야’ 하고 부르는, 매일을 혹사하듯 집안일에 매달리는 다른 여인이 진짜 엄마라는 것을 알았다. 항시 양모의 눈치를 살피며 자정이 지나도록 부엌 시멘트 바닥을 거울처럼 닦고 있는 생모의 존재는 그의 첫 번째 큰 슬픔이었다. “너는 여자라서 안 돼.” 양모의 말로 서울 대학에 가려는 꿈은 좌절되었지만 부친의 뜻에 따라 가까운 국립대에 진학했다. 독재 정권의 통제하에 놓인 강의실 대신 공부 모임과 조직을 통해 진짜 역사의 진실을 배워나갔고, 그로 인해 옥살이와 고문을 겪었다. 군사정권의 폭력과 시대의 아픔으로, 운동권 내부의 분열과 성범죄로, 사랑의 죽음과 배반으로 그의 슬픔은 강인하게 벼려진다. “소영이 네 인생은 참 파란만장해. 너처럼 똑똑한 사람이 왜…….” 지나온 고난을 재단하는 그런 말들에는 동의하지 않는다. 다만 원 없이 살아낸 젊은 날을 뒤로하고 현재에 이르러, 연못에 연뿌리를 마당에 초목을 심으며 세상을 내다본다. “생각하기에 따라 여전히 이 세상은 커다란 감옥일 수도 있습니다. 남아 있는 이 감옥에서도 탈출하는 날 당신을 꼭 안아드리고 싶습니다. 멀리 가지 마시고 조금만 더 기다려주세요.”
구매가격 : 12,800 원
아무튼, 현수동
도서정보 : 장강명 | 2023-02-01 | EPUB파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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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떤 동네에서 살고 싶은지 생각해본 적 있나요
소설, 에세이, 논픽션을 오가며 새로운 사회와 사상에 대한 상상력을 집필의 원동력으로 삼았던 장강명 소설가가 이번에는 자신이 살고 싶은 동네에 대해 썼다. 55번째 아무튼 시리즈 『아무튼, 현수동』에서 장강명 작가가 던지는 질문은 이것이다.
“당신의 동네를 좋아하고 있습니까?”
“당신은 어떤 동네에서 살고 싶나요?”
늘 생각하고 있는 것 같으면서도 진지하게 생각해본 적은 없는 질문이다. 보통 교통이 편하고 교육 여건이 좋은 이른바 ‘비싼’ 동네가 살기 좋은 동네로 여겨지는 것이 현실이다. 어쩌면 집세 시세에 따라 보따리를 쌌다 풀었다 하는 현대인에게 ‘내 동네’, ‘우리 동네’라는 마음을 품는 일 자체가 애당초 어색한 일일지도 모른다.
“현수동이라는 동네는 실존하지 않는다”라는 첫 문장의 당황스러움에 이어, ‘어떻게 작가는 존재하지 않는 동네를 애호한다는 것일까’ 의문이 떠오른다. 사실 장강명 작가는 ‘현수동’에 대해 오래 생각해왔다. 다시 말해, 상상했다. 작품에도 자주 현수동을 출연시켰다. 아예 제목에 현수동이 들어가 있기도 하고 현수동에 사는 청년이 주인공인 소설을 쓰는가 하면 작품 속 가상의 소설 제목에 현수동을 넣기도 했다. 작가는 현수동에 대해 생각할 때마다 점점 더 그 상상에 빠져들고, 마침내 현수동을 사랑하게 되었다. 장강명 작가는 이 작은 책에서 도시공학자와 향토사학자와 인문주의자, 무엇보다 이야기 수집가의 옷을 부지런히 갈아입으면서 꿈과 가능성으로서의 동네를 현수동이라는 이름으로 차근차근 펼쳐 보인다.
구매가격 : 8,500 원
우리는 비슷한 얼굴을 하고서
도서정보 : 김달님 | 2023-02-01 | EPUB파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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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군가가 있던 자리를 알아채는 사람, 앞모습보다 뒷모습에 마음을 기울이는 사람, 《나의 두 사람》, 《작별 인사는 아직이에요》를 통해 많은 사람들에게 올해의 책으로 불리며 큰 감동과 여운을 남겼던 작가 김달님이 3년 만에 신작 산문집으로 돌아왔다.
김달님은 언제나 다정하고 따뜻한 마음으로 사람을 본다. 가족들이 지나왔을 혼자만 알 법한 시간을, 남모르게 숨겨둔 친구의 마음을, 전하지 못해 아쉬움만 가득한 날들을 사려 깊은 태도로 헤아린다. 그렇기에 “외로워질 때면 옆을 봐. 아마도 우리는 비슷한 얼굴을 하고서 어둠 속에 함께 서 있을 거야”라는 그의 말은 진심이 되어 곁으로 파고든다.
구매가격 : 10,000 원
꽃의 일생
도서정보 : 양성우 | 2023-01-31 | EPUB파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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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재에 대한 저항시집 〈겨울공화국〉으로 우리나라 민주화에 불을 지핀 양성우 시인이 18번째 신작 시집 〈꽃의 일생〉을 펴냈다. 팔순을 맞아 펴낸 이 시집에는 자연과 한 몸이 되어 쓴 생태 시편들과 함께 삼라만상이 자연스레 어우러지는 도에 이르는 원숙한 시편들이 실려 있다.
구매가격 : 8,260 원
사춘기 딸 갱년기 엄마는 성숙해지는 중입니다
도서정보 : 남현주 | 2023-01-30 | EPUB파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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갱년기 부모와 사춘기 자녀의
전쟁 같은 일상을 극복하는 방법은 없을까?
최대한 참고 인내하며 서로를 인정하는 것,
싸움은 정중하게, 상대방에게 험하고 거친 말은 삼가며,
혹시 실수했다면 사과는 되도록 빨리 해야 한다는 것,
성적보다는 과정에 칭찬하고 용돈은 항상 넉넉하게 줘야 한다는 것,
그리고 가끔 마주 앉아 자신의 감정을 솔직하게 말할 것.
사춘기와 갱년기가 부딪치면 어떤 일상이 펼쳐지는지, 아이와 부모는 어떻게 서로에게 상처 입히고 그 상처를 어떻게 극복해 나가는지 들려주고 싶었다. 저자의 글을 읽으며 힘들고 고달픈 긴 여행을 마치고 이제 소파에 편하게 누운 부모와 자녀는 “그땐 그랬지”라며 웃으며 읽을 것이며, 현재 사춘기와 갱년기가 충돌하며 일어난 폭풍 속을 걸어가고 있는 부모와 자녀라면 자신의 이야기라며 복받치는 울음으로 읽을 그 시절의 이야기들을 이 책에 담았다.
구매가격 : 16,000 원
내 인생의 주인공으로 살고 싶어
도서정보 : 강은영, 박혜진, 배윤경, 전혜련 저 | 2023-01-30 | EPUB파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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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신은 인생의 주인공인가요?”
“하루하루 후회 없이 살고 있나요?”
“나만의 시간이 있나요?”
이런 물음에 한숨이 나오거나 바로 답이 나오지 않는다면, 이 책의 여정과 함께할 자격이 충분하다. ‘하루하루 살기도 바쁜데 나만의 시간이라니! 그럴 정신이 어디 있어?’ 하는 생각이 든다면, 인생의 주인공 자리를 뺏기고 시간과 환경의 노예로 살아가는 것과 다름없다. 스스로 인지하지 못하거나 외면하고 있을 뿐.
이 책은 ‘내’가 사라진 팍팍한 일상에서 새벽 기상과 글쓰기, 정리 정돈, 독서, 시간 관리 등으로 숨 쉴 구멍을 찾은 사람들의 이야기다. 나아가 여유롭고 행복하게 사는 시간 부자, 마음 부자가 되어 각자의 삶에서 인생의 주인공으로 새로 고침한 비법이 담겨 있다.
시중에 즐비한 뛰어난 사람들의 위대한 성공 스토리가 와 닿지 않는다면 이 책을 보기 바란다. 엄마와 아내로 살다 ‘나’를 잃어버린 40대 여성이라면 우리의 이야기가 공감될 것이다. ‘그럴 수 있어. 괜찮아.’ 하며 토닥토닥 안아주듯 위로도 해줄 것이다. 특별한 노력이 아닌 일상의 작은 실천이 하루를 어떻게 바꾸고 인생을 변화시키는지 여정을 따라가다 보면 무릎을 ‘탁’ 칠 만한 깨달음이 올지도 모른다. 자기 계발서를 아무리 봐도 실천이 안 된다면 각 장의 체크리스트를 작성해서 그대로 해보자. 누구나 따라 할 수 있는 방법들로 구성되어 있다.
결혼과 육아로 자신을 잃어버린 40대 여성들이여, 우리는 바쁜 일상에서도 충분히 나를 찾아 변화하고 성장할 수 있다. 하루하루 주인공으로 살다 보면 시간 부자, 마음 부자로 충만하고 여유로운 삶을 살아갈 수 있다. 이 책의 공저자인 우리와 함께 일상을, 나아가 인생을 새로 고침하여 주인공으로 거듭나자!
구매가격 : 16,000 원
파울 첼란 전집 3
도서정보 : 파울 첼란 | 2023-01-30 | EPUB파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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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수경 시인의 번역으로 만나는
파울 첼란 전집 완간!
어떤 경악은 있었던 언어로는 말해질 수 없다는 것을 나는 파울 첼란으로부터
배웠다. 그의 언어는 그가 바위를 지고서 이미 지나간 자리에 남겨진, 뚝뚝 흘린
핏방울들처럼 짙고 비리고 생생하다. 한 방울 독처럼 미량으로도 강력하다.
김소연(시인)
아우슈비츠 이후 독일어권 문학에서 가장 중요한 시인이며, 2차세계대전 이후를 대표하는 유럽 시인이자, 20세기 가장 중요한 시인 중 한 명인 파울 첼란. 그의 시와 산문, 연설문을 묶은 『파울 첼란 전집 3』, 부코비나, 부쿠레슈티, 빈 시절의 초기작을 묶은 『파울 첼란 전집 4』, 파리 유고에서 나온 시를 묶은 『파울 첼란 전집 5』가 문학동네에서 출간되었다. 이로써 지난 2020년, 첼란의 탄생 100주년 사망 50주기를 맞이해 대표 시집을 네 권씩 묶은 1, 2권으로 첫선을 보였던 한국어판 파울 첼란 전집이 완간에 이르렀다. 대표작은 물론 초기 시와 유고시, 산문과 연설문까지 모두 아우른 것으로 이제 독자들은 선집이나 단권으로 접해왔던 첼란과 그의 작품세계를 보다 폭넓게 조망할 수 있게 되었다.
한국어판 파울 첼란 전집은 2000년 독일 주어캄프 출판사에서 총 일곱 권으로 출간된 『파울 첼란 전집Gesammelte Werke in sieben B?nden』을 저본으로 삼아 (첼란이 랭보, 발레리, 오시프 만델스탐, 셰익스피어, 페소아 등의 작품을 독일어로 번역한 것을 묶은 두 권을 제외한) 다섯 권으로 구성되었다.
이 전집은 허수경 시인의 유고이기도 하다. 이십대 후반 독일로 떠나 2018년 뮌스터에서 생을 마감하기까지 생의 절반 이상을 ‘실향’ 상태로 지내며 모국어로 쉼없이 작품을 발표해왔던 시인이, 루마니아에서 태어나 파리에서 생을 마감하기까지 고향을 잃은 채 독일어로 시를 썼던 첼란의 세계를 우리말로 옮겼다. 몇몇 갈피 첼란의 시와 함께한 시간이 배어 있는 유고집 『가기 전에 쓰는 글들』에서 허수경 시인은 ‘시의 수많은 이미지가 첼란의 유대인의 존재에서 나오지만 첼란의 언어는 다만 첼란이라는 시인의 절대적인 언어라는 것을 염두에 두어야 함’을 말한다. 시인은 “삶의 순간순간에서 나온” 첼란의 언어 그 자체에 집중해 있는 그대로 우리에게 옮겨놓는다.
“무시무시 섬뜩 아름다움”
홀로코스트를 심장에 새긴 첼란의 시
파울 첼란은 1920년 부코비나 체르노비츠의 유대인 집안에서 태어났다. 그가 태어난 부코비나는 18세기 후반까지 오스만제국, 그후로는 합스부르크가의 오스트리아제국, 오스트리아-헝가리 제국의 지배를 받았으며, 1차세계대전 후 루마니아에, 2차세계대전중 소비에트연방에 편입되었다. 첼란이 태어날 당시에는 루마니아 영토였으나 유대정신을 계승하길 바랐던 아버지의 뜻에 따라 유대인 학교에 다니며 히브리어를 배웠고, 독일문학에 심취했으며 표준독일어 교육을 중시했던 어머니의 영향으로 집안에서는 독일어를 썼다.
십대 시절 남몰래 시를 쓰기 시작하지만 대학자격시험을 치른 후 의학 공부를 위해 프랑스 투르로 떠났고 일 년 후 고향으로 돌아와 문학 공부를 시작했다. 1940년 소련이, 일 년 후 루마니아가 재점령하면서 파시스트 정부와 나치 독일에 의해 게토가 된 체르노비츠에서 첼란은 시를 쓰고 셰익스피어의 소네트를 번역했다. 그리고 곧 나치에 의해 유대인 학살수용소 추방이 시작되었다. 수용소로 끌려간 첼란의 아버지는 병사하고 어머니는 총살형으로 비참한 죽음을 맞고, 첼란은 탈출했다가 다시 루마니아의 강제노동수용소로 끌려간 뒤 그 소식을 듣게 되었다. 홀로코스트의 경험과 함께 부모의 죽음은 이후의 삶과 시 세계에 영구히 각인되었다.
1944년 2월에야 수용소에서 나올 수 있었던 첼란은 체르노비츠를 떠나 부쿠레슈티에서 러시아 문학을 루마니아어로 번역하고 루마니아 잡지에 처음으로 시를 실었다. 1948년 빈에서 『유골단지에서 나온 모래』가 나왔지만 회수하고, 1952년 공식적인 첫 시집인 『양귀비와 기억』을 시작으로 『문지방에서 문지방으로』(1955) 『언어격자』(1959) 『누구도 아닌 이의 장미』(1963) 『숨전환』(1967) 『실낱태양들』(1968)을 펴냈으며, 사후 『빛의 압박』(1970) 『눈의 부분』(1971) 『시간의 농가』(1976) 등이 출간되었다. 1958년과 1960년에는 독일 문학계의 주요 문학상인 브레멘 문학상과 게오르크 뷔히너 상을 수상하며 시인으로서 인정받기 시작했다.
하지만 전후 반유대주의와 보수주의 경향이 만연했던 서독 문학계에서 첼란은 “관심과 경탄을 불러일으키며 이목을 끌지만 우리에게는 속하지 않고 그 자신도 그것을 원치 않는” “외래종Exot”의 존재였다. 급기야 비평가들은 ‘현실과 거리가 먼 시’ ‘이해할 수 없는’ ‘은유로만 가득한 시’를 쓰는 시인으로 손쉽게 꼬리표를 붙여버렸고, 이 ‘난해성’이라는 그릇된 평가에 대해 첼란은 단호히 저항했다. “쓰인 단어 하나하나가 현실과 직접적인 관계가 있다. 하지만 아니, 그들은 그런 말을 원하지도 이해하려 하지도 않는다.” 나치 수용소에 대해 출판된 최초의 시들 중 하나이자 20세기 유럽 시의 표준이 되었다는 평가를 받으며 오늘날 그의 시 중 가장 널리 알려진 「죽음의 푸가」조차 처음에는 혹평과 모욕을 견뎌야 했다. 독일어로 시를 쓰는 유대인 시인으로 첼란이 독일 문단에 받아들여지기까지 얼마나 어려웠는지는 ‘골 사건Die Goll Aff?re’으로 칭해지는 표절 시비를 통해서도 드러난다. 초현실주의 시인 이반 골의 시를 번역한 첼란이 그의 시를 표절했다는 이 의혹은 근거 없음으로 밝혀졌지만, 나치에게 부모를 잃고 자신도 홀로코스트에서 가까스로 살아남은 생존자로 공포와 고통에 시달린 그에게 또다른 상처를 입힌 비극적인 사건이었다.
첼란에게 남아 있는 것은, 그럼에도 언어였다. 비인간적인 역사를 살아내며 ‘리얼리스트’로 “현실에 상처 입고도 현실을 찾으면서”(브레멘 문학상 수상연설문) 그것을 말 하나하나에 새겼다. ‘미화하지 않고 시적이 되려 하지 않는’ 언어로 결코 말해질 수 없는 경악을 말했고, 시가 침묵으로 향해 가는 전후의 경향 속에서도 끊임없이 ‘이미-더이상은-아님’에서 ‘그래도-아직은’으로 돌아왔다. 그리고 오랫동안 그에게 드리웠던 난해성, 비의秘義의 그늘을 걷어낸 자리에, 언제나 ‘너’에게로 향하는 시, 대화와 만남에서 시의 본질을 찾았던 시인이 있다.
유대인 시인 파울 첼란은 부코비나를 떠나 부쿠레슈티와 빈에 머물다가 파리에 정착해 본격적으로 시를 썼고 스스로 죽음을 택해 그곳에 묻혔다. 가장 어두웠던 시대를 시로 기억하고 당대의 몰이해에 시로 저항하며 자신의 정체성과 실존을 증명했던 파울 첼란, 오십 년의 길지 않은 생애 동안 한 번도 독일에 ‘살았던’ 적 없이, “부모를 죽인 살인자의 언어”인 독일어로 시를 썼던 파울 첼란은 이제 아우슈비츠 이후 가장 중요한 독일어권 시인으로 횔덜린, 릴케와 나란히 기억되며, 그의 시는 사후에도 여전히 우리를 향해 있다.
시, ‘유리병 속의 편지’
당신에게 가닿고자 한 시인의 소망
『파울 첼란 전집 3』은 1948년 빈에서 출간된 시집 『유골단지에서 나온 모래』와 1976년 사후 출간된 『시간의 농가』, 그 밖에 흩어져 있는 시들을 묶은 것과 산문, 연설문을 아우르고 있다. 『유골단지에서 나온 모래』가 출간되었을 때는 첼란이 빈을 떠나 파리에 자리잡은 후였고 나중에 오자를 발견하고 회수했다. 그리고 이중 절반에 가까운 이십오 편을 약간의 변화를 더해 『양귀비와 기억』에 다시 실었다. 그럼에도 첼란은 처음 나온 이 시집의 존재를 중요하게 여겼고, 그에 따라 그가 수기로 오류를 바로잡은 판본이 전집에 포함되었다. 『시간의 농가』는 유고에서 나온 오십 편의 시로 사후 출간되었으며, 흩어져 있는 시들은 첼란이 개별적으로 출판한 것이다.
산문으로는 초현실주의 화가이자 깊은 우정을 나누었던 에드가르 즈네의 작품을 소개하는 팸플릿에 실은 「에드가르 즈네와 꿈들의 꿈」, 아도르노와의 어긋난 만남을 계기로 쓰게 된 「산속에서의 대화」, 그리고 「역광」과 함께, 출판인이자 서적상 플링커의 설문에 대한 두 차례의 답변, 『슈피겔』지 설문에 대한 답변, 한스 벤더에게 보내는 편지가 실려 있다. 특히 「산속에서의 대화」는 유대계 헝가리인 문헌학자이며 친구인 페테르 손디의 주선으로 아도르노와 만날 예정이었으나 무산된 후 첼란이 아도르노에게 보낸 글로, 엥가딘의 실스마리아에서 실제로는 이루어지지 못했던 “우리, 유대인들, 너 큰 사람과 나 작은 사람”의 대화를 담고 있다. 아도르노가 에세이를 통해 “아우슈비츠 이후 시를 쓰는 것은 야만적이다”라고 주장한 후였고, 이에 대해 “아우슈비츠 이후 어떤 시도 불가능하다, 아우슈비츠를 바탕으로 한 게 아니라면”이라고 반박한 손디였다. 아도르노는 첼란이 죽기 일 년 전 “첼란의 시는 침묵으로 극도의 경악을 말하고자 한다. 아우슈비츠 이후 더이상 시는 쓰일 수 없다는 것은 잘못이었을 수도 있다”라고 다시 말했다.
아우슈비츠 이후 시를 썼던 첼란이 시와 시인의 존재에 대해 어떤 입장을 견지하고 있었는지는 플링커와 한스 벤더에게 보내는 글에서뿐만 아니라 브레멘 문학상 수상 연설문, 게오르크 뷔히너 상 수상 연설문인 「자오선」을 통해서도 엿볼 수 있다. 특히 현실과 역사에서 동떨어진 시가 아닌 ‘날짜를 기억하고자 하는’ 문학을 지향하는 첼란이 두드러진다. 뷔히너의 작품 『렌츠』를 시작하는 문장에 나오는 “1월 20일”은 특히 첼란에게 중요했다. 바로 반제회담에서 나치가 유대인 절멸 정책을 결정한 것이 1942년 1월 20일이었고 이로써 그에게 “1월 20일”은 유대인의 고통이 새겨진 상징적 날짜가 된다. 유대인으로서의 정체성을 고민하고 있는 「산속에서의 대화」를 설명하면서도 그는 “1월 20일”을 말한다.
구매가격 : 11,900 원
파울 첼란 전집 4
도서정보 : 파울 첼란 | 2023-01-30 | EPUB파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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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수경 시인의 번역으로 만나는
파울 첼란 전집 완간!
침묵으로 시간을 통과한 말은 언어가 될 수 있습니다.
그러니 파울 첼란과 허수경과 우리는 언어가 모두 같습니다.
박준(시인)
아우슈비츠 이후 독일어권 문학에서 가장 중요한 시인이며, 2차세계대전 이후를 대표하는 유럽 시인이자, 20세기 가장 중요한 시인 중 한 명인 파울 첼란. 그의 시와 산문, 연설문을 묶은 『파울 첼란 전집 3』, 부코비나, 부쿠레슈티, 빈 시절의 초기작을 묶은 『파울 첼란 전집 4』, 파리 유고에서 나온 시를 묶은 『파울 첼란 전집 5』가 문학동네에서 출간되었다. 이로써 지난 2020년, 첼란의 탄생 100주년 사망 50주기를 맞이해 대표 시집을 네 권씩 묶은 1, 2권으로 첫선을 보였던 한국어판 파울 첼란 전집이 완간에 이르렀다. 대표작은 물론 초기 시와 유고시, 산문과 연설문까지 모두 아우른 것으로 이제 독자들은 선집이나 단권으로 접해왔던 첼란과 그의 작품세계를 보다 폭넓게 조망할 수 있게 되었다.
한국어판 파울 첼란 전집은 2000년 독일 주어캄프 출판사에서 총 일곱 권으로 출간된 『파울 첼란 전집Gesammelte Werke in sieben B?nden』을 저본으로 삼아 (첼란이 랭보, 발레리, 오시프 만델스탐, 셰익스피어, 페소아 등의 작품을 독일어로 번역한 것을 묶은 두 권을 제외한) 다섯 권으로 구성되었다.
이 전집은 허수경 시인의 유고이기도 하다. 이십대 후반 독일로 떠나 2018년 뮌스터에서 생을 마감하기까지 생의 절반 이상을 ‘실향’ 상태로 지내며 모국어로 쉼없이 작품을 발표해왔던 시인이, 루마니아에서 태어나 파리에서 생을 마감하기까지 고향을 잃은 채 독일어로 시를 썼던 첼란의 세계를 우리말로 옮겼다. 몇몇 갈피 첼란의 시와 함께한 시간이 배어 있는 유고집 『가기 전에 쓰는 글들』에서 허수경 시인은 ‘시의 수많은 이미지가 첼란의 유대인의 존재에서 나오지만 첼란의 언어는 다만 첼란이라는 시인의 절대적인 언어라는 것을 염두에 두어야 함’을 말한다. 시인은 “삶의 순간순간에서 나온” 첼란의 언어 그 자체에 집중해 있는 그대로 우리에게 옮겨놓는다.
“무시무시 섬뜩 아름다움”
홀로코스트를 심장에 새긴 첼란의 시
파울 첼란은 1920년 부코비나 체르노비츠의 유대인 집안에서 태어났다. 그가 태어난 부코비나는 18세기 후반까지 오스만제국, 그후로는 합스부르크가의 오스트리아제국, 오스트리아-헝가리 제국의 지배를 받았으며, 1차세계대전 후 루마니아에, 2차세계대전중 소비에트연방에 편입되었다. 첼란이 태어날 당시에는 루마니아 영토였으나 유대정신을 계승하길 바랐던 아버지의 뜻에 따라 유대인 학교에 다니며 히브리어를 배웠고, 독일문학에 심취했으며 표준독일어 교육을 중시했던 어머니의 영향으로 집안에서는 독일어를 썼다.
십대 시절 남몰래 시를 쓰기 시작하지만 대학자격시험을 치른 후 의학 공부를 위해 프랑스 투르로 떠났고 일 년 후 고향으로 돌아와 문학 공부를 시작했다. 1940년 소련이, 일 년 후 루마니아가 재점령하면서 파시스트 정부와 나치 독일에 의해 게토가 된 체르노비츠에서 첼란은 시를 쓰고 셰익스피어의 소네트를 번역했다. 그리고 곧 나치에 의해 유대인 학살수용소 추방이 시작되었다. 수용소로 끌려간 첼란의 아버지는 병사하고 어머니는 총살형으로 비참한 죽음을 맞고, 첼란은 탈출했다가 다시 루마니아의 강제노동수용소로 끌려간 뒤 그 소식을 듣게 되었다. 홀로코스트의 경험과 함께 부모의 죽음은 이후의 삶과 시 세계에 영구히 각인되었다.
1944년 2월에야 수용소에서 나올 수 있었던 첼란은 체르노비츠를 떠나 부쿠레슈티에서 러시아 문학을 루마니아어로 번역하고 루마니아 잡지에 처음으로 시를 실었다. 1948년 빈에서 『유골단지에서 나온 모래』가 나왔지만 회수하고, 1952년 공식적인 첫 시집인 『양귀비와 기억』을 시작으로 『문지방에서 문지방으로』(1955) 『언어격자』(1959) 『누구도 아닌 이의 장미』(1963) 『숨전환』(1967) 『실낱태양들』(1968)을 펴냈으며, 사후 『빛의 압박』(1970) 『눈의 부분』(1971) 『시간의 농가』(1976) 등이 출간되었다. 1958년과 1960년에는 독일 문학계의 주요 문학상인 브레멘 문학상과 게오르크 뷔히너 상을 수상하며 시인으로서 인정받기 시작했다.
하지만 전후 반유대주의와 보수주의 경향이 만연했던 서독 문학계에서 첼란은 “관심과 경탄을 불러일으키며 이목을 끌지만 우리에게는 속하지 않고 그 자신도 그것을 원치 않는” “외래종Exot”의 존재였다. 급기야 비평가들은 ‘현실과 거리가 먼 시’ ‘이해할 수 없는’ ‘은유로만 가득한 시’를 쓰는 시인으로 손쉽게 꼬리표를 붙여버렸고, 이 ‘난해성’이라는 그릇된 평가에 대해 첼란은 단호히 저항했다. “쓰인 단어 하나하나가 현실과 직접적인 관계가 있다. 하지만 아니, 그들은 그런 말을 원하지도 이해하려 하지도 않는다.” 나치 수용소에 대해 출판된 최초의 시들 중 하나이자 20세기 유럽 시의 표준이 되었다는 평가를 받으며 오늘날 그의 시 중 가장 널리 알려진 「죽음의 푸가」조차 처음에는 혹평과 모욕을 견뎌야 했다. 독일어로 시를 쓰는 유대인 시인으로 첼란이 독일 문단에 받아들여지기까지 얼마나 어려웠는지는 ‘골 사건Die Goll Aff?re’으로 칭해지는 표절 시비를 통해서도 드러난다. 초현실주의 시인 이반 골의 시를 번역한 첼란이 그의 시를 표절했다는 이 의혹은 근거 없음으로 밝혀졌지만, 나치에게 부모를 잃고 자신도 홀로코스트에서 가까스로 살아남은 생존자로 공포와 고통에 시달린 그에게 또다른 상처를 입힌 비극적인 사건이었다.
첼란에게 남아 있는 것은, 그럼에도 언어였다. 비인간적인 역사를 살아내며 ‘리얼리스트’로 “현실에 상처 입고도 현실을 찾으면서”(브레멘 문학상 수상연설문) 그것을 말 하나하나에 새겼다. ‘미화하지 않고 시적이 되려 하지 않는’ 언어로 결코 말해질 수 없는 경악을 말했고, 시가 침묵으로 향해 가는 전후의 경향 속에서도 끊임없이 ‘이미-더이상은-아님’에서 ‘그래도-아직은’으로 돌아왔다. 그리고 오랫동안 그에게 드리웠던 난해성, 비의秘義의 그늘을 걷어낸 자리에, 언제나 ‘너’에게로 향하는 시, 대화와 만남에서 시의 본질을 찾았던 시인이 있다.
유대인 시인 파울 첼란은 부코비나를 떠나 부쿠레슈티와 빈에 머물다가 파리에 정착해 본격적으로 시를 썼고 스스로 죽음을 택해 그곳에 묻혔다. 가장 어두웠던 시대를 시로 기억하고 당대의 몰이해에 시로 저항하며 자신의 정체성과 실존을 증명했던 파울 첼란, 오십 년의 길지 않은 생애 동안 한 번도 독일에 ‘살았던’ 적 없이, “부모를 죽인 살인자의 언어”인 독일어로 시를 썼던 파울 첼란은 이제 아우슈비츠 이후 가장 중요한 독일어권 시인으로 횔덜린, 릴케와 나란히 기억되며, 그의 시는 사후에도 여전히 우리를 향해 있다.
부코비나, 부쿠레슈티, 빈
파리 이전의 초기작
『파울 첼란 전집 4』는 여러 시집에 흩어져 단편적으로 알려졌던 초기작을 한 권으로 묶은 것이다. 파리 이전 첼란의 삶에서 중요했던 세 곳인 부코비나, 부쿠레슈티, 빈으로 나누어 1938년부터 『유골단지에서 나온 모래』가 나온 1948년 중반까지 십여 년 동안 쓴 시와 시산문을 아우르고 있다. 루마니아어로 쓴 작품도 포함되어 있으며, 초기작을 장소에 따라 연대기순으로 묶었으므로 전집 1, 3권과 중복해 실린 시들도 존재한다.
첼란의 고향이자 스스로 “책들과 사람들이 살았던”(브레멘 문학상 수상연설문) 곳이라 말하는 부코비나는 우크라이나인, 루마니아인, 유대인, 독일인, 폴란드인, 헝가리인 등이 공존하는 다민족, 다언어, 다문화 지역으로, 이곳 인구의 거의 절반이 독일어를 사용하는 유대인이었고 히브리어와 이디시어를 바탕으로 유대교와 유대 문화가 뿌리내리고 있었다. 첼란에게 부코비나는 독일어를 모국어로 사용하는 유대인으로서의 정체성이 형성된 토양이었다. 번역가로 생계를 유지했던 부쿠레슈티는 루마니아 잡지에 시를 발표하면서 본명 ‘안첼’이 아닌 ‘첼란’이라는 이름을 처음 사용했던 곳이었다. 부코비나, 부쿠레슈티를 거쳐 옮겨가게 된 빈은 독일이 아니면서 독일어를 사용하는 곳으로 동경하던 그에게는 “충분히 멀지만, 다다를 수 있는 곳”(브레멘 문학상 수상연설문)이었다. 머문 기간은 길지 않았지만 잉게보르크 바흐만을 처음 만난 곳으로 첼란의 삶에서는 중요한 곳이며, 빈에서 쓴 많지 않은 시는 「코로나」를 비롯해 대부분 바흐만을 향한 것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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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울 첼란 전집 5
도서정보 : 파울 첼란 | 2023-01-30 | EPUB파일
지원기기 : PC / Android / iOS
허수경 시인의 번역으로 만나는
파울 첼란 전집 완간
‘무시무시 섬뜩 아름다움’이라 그때 언니가 말했었지.
‘눈물자국의 가장자리에서 배우렴/사는 것을.’
그리하여 오늘부터 나는 첼란의 이 구절을 섬길 테다, 언니야!
김민정(시인)
아우슈비츠 이후 독일어권 문학에서 가장 중요한 시인이며, 2차세계대전 이후를 대표하는 유럽 시인이자, 20세기 가장 중요한 시인 중 한 명인 파울 첼란. 그의 시와 산문, 연설문을 묶은 『파울 첼란 전집 3』, 부코비나, 부쿠레슈티, 빈 시절의 초기작을 묶은 『파울 첼란 전집 4』, 파리 유고에서 나온 시를 묶은 『파울 첼란 전집 5』가 문학동네에서 출간되었다. 이로써 지난 2020년, 첼란의 탄생 100주년 사망 50주기를 맞이해 대표 시집을 네 권씩 묶은 1, 2권으로 첫선을 보였던 한국어판 파울 첼란 전집이 완간에 이르렀다. 대표작은 물론 초기 시와 유고시, 산문과 연설문까지 모두 아우른 것으로 이제 독자들은 선집이나 단권으로 접해왔던 첼란과 그의 작품세계를 보다 폭넓게 조망할 수 있게 되었다.
한국어판 파울 첼란 전집은 2000년 독일 주어캄프 출판사에서 총 일곱 권으로 출간된 『파울 첼란 전집Gesammelte Werke in sieben B?nden』을 저본으로 삼아 (첼란이 랭보, 발레리, 오시프 만델스탐, 셰익스피어, 페소아 등의 작품을 독일어로 번역한 것을 묶은 두 권을 제외한) 다섯 권으로 구성되었다.
이 전집은 허수경 시인의 유고이기도 하다. 이십대 후반 독일로 떠나 2018년 뮌스터에서 생을 마감하기까지 생의 절반 이상을 ‘실향’ 상태로 지내며 모국어로 쉼없이 작품을 발표해왔던 시인이, 루마니아에서 태어나 파리에서 생을 마감하기까지 고향을 잃은 채 독일어로 시를 썼던 첼란의 세계를 우리말로 옮겼다. 몇몇 갈피 첼란의 시와 함께한 시간이 배어 있는 유고집 『가기 전에 쓰는 글들』에서 허수경 시인은 ‘시의 수많은 이미지가 첼란의 유대인의 존재에서 나오지만 첼란의 언어는 다만 첼란이라는 시인의 절대적인 언어라는 것을 염두에 두어야 함’을 말한다. 시인은 “삶의 순간순간에서 나온” 첼란의 언어 그 자체에 집중해 있는 그대로 우리에게 옮겨놓는다.
“무시무시 섬뜩 아름다움”
홀로코스트를 심장에 새긴 첼란의 시
파울 첼란은 1920년 부코비나 체르노비츠의 유대인 집안에서 태어났다. 그가 태어난 부코비나는 18세기 후반까지 오스만제국, 그후로는 합스부르크가의 오스트리아제국, 오스트리아-헝가리 제국의 지배를 받았으며, 1차세계대전 후 루마니아에, 2차세계대전중 소비에트연방에 편입되었다. 첼란이 태어날 당시에는 루마니아 영토였으나 유대정신을 계승하길 바랐던 아버지의 뜻에 따라 유대인 학교에 다니며 히브리어를 배웠고, 독일문학에 심취했으며 표준독일어 교육을 중시했던 어머니의 영향으로 집안에서는 독일어를 썼다.
십대 시절 남몰래 시를 쓰기 시작하지만 대학자격시험을 치른 후 의학 공부를 위해 프랑스 투르로 떠났고 일 년 후 고향으로 돌아와 문학 공부를 시작했다. 1940년 소련이, 일 년 후 루마니아가 재점령하면서 파시스트 정부와 나치 독일에 의해 게토가 된 체르노비츠에서 첼란은 시를 쓰고 셰익스피어의 소네트를 번역했다. 그리고 곧 나치에 의해 유대인 학살수용소 추방이 시작되었다. 수용소로 끌려간 첼란의 아버지는 병사하고 어머니는 총살형으로 비참한 죽음을 맞고, 첼란은 탈출했다가 다시 루마니아의 강제노동수용소로 끌려간 뒤 그 소식을 듣게 되었다. 홀로코스트의 경험과 함께 부모의 죽음은 이후의 삶과 시 세계에 영구히 각인되었다.
1944년 2월에야 수용소에서 나올 수 있었던 첼란은 체르노비츠를 떠나 부쿠레슈티에서 러시아 문학을 루마니아어로 번역하고 루마니아 잡지에 처음으로 시를 실었다. 1948년 빈에서 『유골단지에서 나온 모래』가 나왔지만 회수하고, 1952년 공식적인 첫 시집인 『양귀비와 기억』을 시작으로 『문지방에서 문지방으로』(1955) 『언어격자』(1959) 『누구도 아닌 이의 장미』(1963) 『숨전환』(1967) 『실낱태양들』(1968)을 펴냈으며, 사후 『빛의 압박』(1970) 『눈의 부분』(1971) 『시간의 농가』(1976) 등이 출간되었다. 1958년과 1960년에는 독일 문학계의 주요 문학상인 브레멘 문학상과 게오르크 뷔히너 상을 수상하며 시인으로서 인정받기 시작했다.
하지만 전후 반유대주의와 보수주의 경향이 만연했던 서독 문학계에서 첼란은 “관심과 경탄을 불러일으키며 이목을 끌지만 우리에게는 속하지 않고 그 자신도 그것을 원치 않는” “외래종Exot”의 존재였다. 급기야 비평가들은 ‘현실과 거리가 먼 시’ ‘이해할 수 없는’ ‘은유로만 가득한 시’를 쓰는 시인으로 손쉽게 꼬리표를 붙여버렸고, 이 ‘난해성’이라는 그릇된 평가에 대해 첼란은 단호히 저항했다. “쓰인 단어 하나하나가 현실과 직접적인 관계가 있다. 하지만 아니, 그들은 그런 말을 원하지도 이해하려 하지도 않는다.” 나치 수용소에 대해 출판된 최초의 시들 중 하나이자 20세기 유럽 시의 표준이 되었다는 평가를 받으며 오늘날 그의 시 중 가장 널리 알려진 「죽음의 푸가」조차 처음에는 혹평과 모욕을 견뎌야 했다. 독일어로 시를 쓰는 유대인 시인으로 첼란이 독일 문단에 받아들여지기까지 얼마나 어려웠는지는 ‘골 사건Die Goll Aff?re’으로 칭해지는 표절 시비를 통해서도 드러난다. 초현실주의 시인 이반 골의 시를 번역한 첼란이 그의 시를 표절했다는 이 의혹은 근거 없음으로 밝혀졌지만, 나치에게 부모를 잃고 자신도 홀로코스트에서 가까스로 살아남은 생존자로 공포와 고통에 시달린 그에게 또다른 상처를 입힌 비극적인 사건이었다.
첼란에게 남아 있는 것은, 그럼에도 언어였다. 비인간적인 역사를 살아내며 ‘리얼리스트’로 “현실에 상처 입고도 현실을 찾으면서”(브레멘 문학상 수상연설문) 그것을 말 하나하나에 새겼다. ‘미화하지 않고 시적이 되려 하지 않는’ 언어로 결코 말해질 수 없는 경악을 말했고, 시가 침묵으로 향해 가는 전후의 경향 속에서도 끊임없이 ‘이미-더이상은-아님’에서 ‘그래도-아직은’으로 돌아왔다. 그리고 오랫동안 그에게 드리웠던 난해성, 비의秘義의 그늘을 걷어낸 자리에, 언제나 ‘너’에게로 향하는 시, 대화와 만남에서 시의 본질을 찾았던 시인이 있다.
유대인 시인 파울 첼란은 부코비나를 떠나 부쿠레슈티와 빈에 머물다가 파리에 정착해 본격적으로 시를 썼고 스스로 죽음을 택해 그곳에 묻혔다. 가장 어두웠던 시대를 시로 기억하고 당대의 몰이해에 시로 저항하며 자신의 정체성과 실존을 증명했던 파울 첼란, 오십 년의 길지 않은 생애 동안 한 번도 독일에 ‘살았던’ 적 없이, “부모를 죽인 살인자의 언어”인 독일어로 시를 썼던 파울 첼란은 이제 아우슈비츠 이후 가장 중요한 독일어권 시인으로 횔덜린, 릴케와 나란히 기억되며, 그의 시는 사후에도 여전히 우리를 향해 있다.
부코비나, 부쿠레슈티, 빈
파리 이전의 초기작
『파울 첼란 전집 4』는 여러 시집에 흩어져 단편적으로 알려졌던 초기작을 한 권으로 묶은 것이다. 파리 이전 첼란의 삶에서 중요했던 세 곳인 부코비나, 부쿠레슈티, 빈으로 나누어 1938년부터 『유골단지에서 나온 모래』가 나온 1948년 중반까지 십여 년 동안 쓴 시와 시산문을 아우르고 있다. 루마니아어로 쓴 작품도 포함되어 있으며, 초기작을 장소에 따라 연대기순으로 묶었으므로 전집 1, 3권과 중복해 실린 시들도 존재한다.
첼란의 고향이자 스스로 “책들과 사람들이 살았던”(브레멘 문학상 수상연설문) 곳이라 말하는 부코비나는 우크라이나인, 루마니아인, 유대인, 독일인, 폴란드인, 헝가리인 등이 공존하는 다민족, 다언어, 다문화 지역으로, 이곳 인구의 거의 절반이 독일어를 사용하는 유대인이었고 히브리어와 이디시어를 바탕으로 유대교와 유대 문화가 뿌리내리고 있었다. 첼란에게 부코비나는 독일어를 모국어로 사용하는 유대인으로서의 정체성이 형성된 토양이었다. 번역가로 생계를 유지했던 부쿠레슈티는 루마니아 잡지에 시를 발표하면서 본명 ‘안첼’이 아닌 ‘첼란’이라는 이름을 처음 사용했던 곳이었다. 부코비나, 부쿠레슈티를 거쳐 옮겨가게 된 빈은 독일이 아니면서 독일어를 사용하는 곳으로 동경하던 그에게는 “충분히 멀지만, 다다를 수 있는 곳”(브레멘 문학상 수상연설문)이었다. 머문 기간은 길지 않았지만 잉게보르크 바흐만을 처음 만난 곳으로 첼란의 삶에서는 중요한 곳이며, 빈에서 쓴 많지 않은 시는 「코로나」를 비롯해 대부분 바흐만을 향한 것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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