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사도라 문 2 캠핑을 떠나다

도서정보 : 해리엇 먼캐스터 | 2019-02-14 | PDF파일

지원기기 : PC / Android / iOS

반은 요정, 반은 뱀파이어!
특별해서 평범한 아이 ★★ 이사도라 문 ★★과 함께
캠핑을 떠나요!







◎ 도서 소개

“인어 해변 캠핑장에 오신 걸 환영합니다.”

뱀파이어 요정 이사도라 문은
가족과 함께 해변으로 캠핑을 떠났어요.
보통 사람들처럼 텐트를 치고, 모래성을 쌓고,
모닥불에 마시멜로를 구워 먹었죠.
하지만 보통 사람과는 조금 다른 경험도 하게 돼요.
자신만큼 신비로운 존재를 만난 이사도라는
과연 어떤 모험을 하게 될까요?


■ 예쁜 텐트와 모닥불에 구운 달콤한 마시멜로……
이사도라 문 가족이 캠핑을 떠났어요!

이사도라 문은 요정 엄마와 뱀파이어 아빠를 반씩 닮은 ‘뱀파이어 요정’입니다. 방학을 맞아 이사도라는 가족과 함께 바닷가로 캠핑을 떠납니다. 멋진 모래성을 만들어 예쁜 조개껍데기와 아빠가 아끼는 보석 빗으로 장식하지만, 이사도라가 잠깐 한눈을 팔았을 때 모래성이 파도에 휩쓸려 무너져 버리고 맙니다. 그리고 그때 뱀파이어 아빠가 소중히 여기던 빗도 함께 사라져 버리지요.
모두가 잠든 깊은 밤, 가장 친한 친구인 분홍 토끼와 함께 빗을 찾기 위해 바닷가로 나간 이사도라는 자신만큼이나 신비한 존재를 만나게 됩니다.
뱀파이어 요정 이사도라 문의 캠핑은 얼마나 신비로운 모험으로 가득 차 있을까요?
특별해서 평범한 ‘이사도라 문 시리즈’의 두 번째 이야기!


■ 어린이들의 마음에 한발 더 가까이 다가간 유머 가득한 이야기,
전 세계 27개국 어린이들과 함께 읽어요!

〈이사도라 문〉 시리즈는 남들과 다른 모습에 고민하는 아이들에게 ‘있는 그대로도 괜찮다’고 말할 수 있는 용기와, 그 용기를 북돋아 줄 재미있는 모험으로 가득 찬 새로운 이야기입니다.
〈이사도라 문〉 시리즈는 인종과 국경, 성별을 초월해 모든 아이들이 유쾌하고 즐겁게 읽을 수 있는 판타지 시리즈이기도 합니다. 영국, 미국, 프랑스, 이탈리아, 일본, 헝가리, 이스라엘…… 지금까지 전 세계 27개국 어린이들이 함께 읽고, 이사도라의 특별하지만 평범한 모험을 응원하고 있습니다.
남들과 조금 달라도 괜찮다고, 사실은 모두가 다르고 특별하다고 말하는 이 책의 메시지는 이 세상 모든 어린이 독자들에게 명쾌한 해답과 따뜻한 위로를 건넵니다.


■ 다양한 해외 매체의 극찬을 받은 새로운 어린이 판타지
분홍색과 검은색으로 꾸려진 이사도라 문의 세상

이사도라 문의 세상은 아름답고 귀여운 분홍색과 검은색으로 가득합니다. 이 책의 작가 해리엇 먼캐스터는 이사도라의 정체성을 분홍색과 검은색 두 가지만을 사용해 효과적으로 표현해 냈습니다. '뱀파이어 요정'이라는 독특한 설정을 드러내기 위해 사용한 이 방법은 해외 각종 리뷰 매체에서도 찬사를 받은 바 있습니다.
검은색으로 대표되는 뱀파이어의 세계, 분홍색으로 대변되는 요정의 세계……. 두 세계를 아우른 주인공 이사도라 문의 이야기는, 작가 해리엇 먼캐스터의 손을 통해 우리 모두의 이야기로 변신합니다.






◎ 해외 매체 서평


“이사도라는 사랑할 수밖에 없는 여주인공이다”

칠드런스 북 센터



“분홍색이 아닌 검은색 발레복의 반짝이는 매력에 찬사를!”

가디언스



“있는 그대로의 네가 좋다”는 고전적인 서사를 초자연적인 소재로 경쾌하게 풀어내다.”

퍼블리셔스 위클리



“있는 그대로의 자신을 긍정하는 매력적인 이야기”

커커스 리뷰



“귀엽고 재미있다”

스쿨 라이브러리 저널



“이사도라는 사랑할 수밖에 없는 여주인공이다”

칠드런스 북 센터



“일러스트가 아주 선명하고 눈에 쏙 들어와서 눈길을 끈다.”

북셀러




◎ 한국어판 저자 특별 서문

한국의 이사도라들, 안녕!

우리는 가끔 주변 사람들과 잘 어울리지 못한다는 기분이 들곤 해요. 다른 사람들이 잘하는 걸 나만 못한다는 생각이 들 때도 있지요. 이사도라 문은 요정 아이들처럼 마법을 잘 쓰지 못하고, 뱀파이어 아이들처럼 빨리 날 수 없답니다. 자기와 똑같은 아이는 세상에 한 명도 없는 것 같아 보이고요.
하지만 그렇기 때문에 이 책의 주인공 이사도라 문이 특별한 거랍니다. 이사도라는 그 자체로 독특하고 신비로워요. 여러분도 다 그렇답니다! 다른 사람들이 잘하지만 나는 못하는 게 있고, 다른 사람들이 못해도 나는 잘하는 게 있지요. 그리고 이 세상 그 누구도 절대로 나만큼 잘하지 못하는 게 하나 있답니다. 그건 바로 나다운 것!
이 책을 읽으면서 남들과 다른 이사도라가 왜 특별한지를 느껴 보세요.



반짝이는 마법과 사랑을 가득 담아,
해리엇 먼캐스터

구매가격 : 9,600 원

꿈꾸는 행성 (보름달문고 32)

도서정보 : 고재현 글 노준구 그림 | 2019-02-07 | EPUB파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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꿈과 호기심이 통제된 미래 사회
지구의 다섯 번째 식민지별 E-5.
누구도 잘못되었다고 믿지 않는 ‘지금 이 순간’에
용감하게 질문을 던진 소녀 모하.
모하에게 돌아온 대답은 무엇이었을까?



‘먼 미래, 어딘가’가 아니라 ‘오늘, 여기’, 우리의 살갗을 파고드는 생생한 목소리
『꿈꾸는 행성』은 작가가 세상에 내놓는 첫 번째 작품이다. 대개의 첫 작품들은 풋풋한 신선함과 아울러 미숙한 점들을 품기 마련인데, 이 작품에서는 그런 허술함이 잘 느껴지지 않는다. 시종 치밀하고 옹골차다. 감옥별에서 탈출해 마침내 자유를 찾아 우주로 떠나는 주인공의 이야기는 제법 흥미진진하면서도 뭉클한 감동을 준다. 단순한 공상의 경계를 뛰어넘어 ´오늘 여기´ 우리 현실을 성찰하게 하는 힘을 가지고 있기 때문이다. 판타지가 여러 차례 시도된 적이 있었으나 정작 성공을 거둔 작품은 그리 많지 않았음을 상기하면, 우리 어린이문학은 이 영역에 믿음직한 작가 한 사람을 새로 맞이하게 된 셈이다. _김제곤(어린이문학 평론가)


-“원래부터 당연한 거야.”
-“정말 그럴까?”
여기 아닌 어딘가를 향한 꿈과 도전이 바꾸어 내는 그 무엇
꿈과 호기심, 질문이 통제된 미래 사회, 지구의 다섯 번째 식민지별 E-5. E-5는 일찍이 꿈의 힘을 안 티탄 제국의 지배자들이 ‘D유전장애인’들을 보통의 사람들과 격리시키기 위해 개척한 별이다. ‘D유전장애’란 공상이나 상상으로 자신의 마음을 조절하지 못하는 1급 장애를 가리키는 말로, ‘D’는 ‘Dream’의 첫 글자이다. 티탄 제국의 지배자들은 아이가 태어나면 백 일 이내에 ‘호기심 제거 백신’을 주사했고, 그로 인해 내일을 꿈꾸지 않는 것이 자연스럽고 정상적이라고 믿게 된 사람들은 과거와 현재를 빼앗기고 미래까지도 티탄 제국의 손아귀에 넘겨줘 버렸다. 하지만 ‘꿈’을 꾸는 힘은 계속 사람의 몸속에 살아남았다. 눈앞의 생활에 젖어 누구도 깨닫지 못하고 있었을 뿐이다. 그들 아닌 비정상인, 질문을 해대고 꿈을 꿀 줄 아는 D유전장애인들은 지구에서 떨어진 황량한 유배지, 바람의 세기와 횟수까지 중앙통제실에서 계획되고 일거수일투족을 감시당하는 E-5에서 ‘꿈의 지수 억제제’를 먹으며, 일상을 통제당하고, 교화된 뒤 지구로 돌려보내진다. 그러나 이 유배지에서조차 ‘꿈’은 사라지지 않았고, E-5의 땅 밑에서는 여기 아닌 어딘가를 향한 시도와 실패가 되풀이되고 있었다.


‘꿈은, 꿈을 꾸는 사람만이 이룰 수 있다.’
발 닿고 서 있는 지금 이곳, 우리 아이들의 이야기
‘꿈은, 꿈을 꾸는 사람만이 이룰 수 있다.’ 이것은 작품 전반을 관통하는 중심 줄기다. 삼십 년 전 E-5에 유배된 1세대들이 모하를 포함한 2세대에게 전하고자 했던 메시지에서도, 작가의 목소리는 또렷하고 정직하게 드러난다. 이 작품을 쓰기에 앞서 작가는 사람과 침팬지의 유전자 중 98%의 동일 유전자가 아닌 일치하지 않는 2%에 주목한다. (사실이든 아니든) 그 2%가 호기심이며, 그것이 침팬지와 사람의 차이를 만들어 냈다는 데 충격과 궁금증을 느낀 작가는 그 2%가 변화시킬 수 있는 것에 질문을 던진다. 그래서 이 이야기는 미래의 가상사회를 다루고 있지만, 회색빛 폐허나 진보된 첨단 과학문명사회의 외관보다 제대로, 올바로 살아가는 것이란 무엇인가, 무엇이 나를 변화시키는가, 지금 여기가 정답인가에 무게중심을 맞추고 있다. 너무나 당연하게 받아들여 왔던 것에 의문을 품고 다른 무엇을 꿈꾸기 시작한 모하, 남과 다른 2%의 그것이 모하의 주변, 오늘과 내일, 삶의 태도까지 바꿔 놓는 것을 보고 있자면, 이 이야기는 발이 가 닿지 않는 멀고 먼 우주의 어느 별, 허황된 미래의 이야기가 아니라 바로 이곳, 지금 아이들의 이야기이며, 일관된 시스템 아래 조립제품처럼 규격화되어 살아가거나 남과 다르다는 이유로 별종 취급받고 밀려난 아이들에게 들려주어야 할 이야기라는 것에 고개를 끄덕이지 않을 수 없게 된다.


평범하지만 꿈을 꾸는 힘만 있으면 너는 특별해
모하는 동생인 지노와 엄마 아빠와 함께 지구로 돌아갈 날을 손꼽으며 E-5에서 생활하고 있다. 자신 때문에 E-5에 끌려와 자유를 빼앗기고 사는 가족들 때문에라도 모하는 호기심과 꿈을 억제하고 싶지만 마음대로 되지 않는다. 판박이 같은 나날 속에서 아빠는 정다웠던 옛날과 달리 차가운 얼굴로 모하를 대할 뿐이다. 밤이면 어둠 속의 누군가가 뒤통수에 차가운 총구를 겨누는 꿈만도 몇 번째. 그러던 어느 날 모하를 향해 새로운 세계가 문을 연다. 창문으로 날아든 비둘기 다리에서 암호로 쓰인 쪽지를 발견한 뒤, 없던 길이 보이기 시작하고 그늘에 감추어져 있던 티탄 제국의 본모습이 하나둘 얼굴을 드러낸다. 그때부터 모하의 가슴은 세차게 방망이질한다. 평생 인공 꽃만 만들다가 유기물분해실에서 사라지거나 지구로 돌아가 남들처럼 평범하게 살아가는 미래만 남은 모하에게 그것은 새로운 시작을 알리는 신호였다. 약을 먹고 기억을 지워 가면서 지구귀환행 우주선을 택한 다른 아이들과 달리 모하는 모험을 선택한다. 지하 기지에서 E-5를 탈출할 계획을 차근차근 진행해온 티탄 제국의 왕족 오리온, 바닷속 하층민이자 투사 제이미, 로봇 박사 유진, 치유의 능력을 갖고 있으면서 실질적 책임자인 시원 등 모하는 그들을 만나 ‘새로운 삶’을 꿈꾸며 삼십 년 동안 지하 동굴에서 잠자고 있던 ‘보키니 1호’의 엔진을 가동한다. 그리고 처음으로 설렘 속에 내일을 기다린다. 새로 맞닥뜨릴 ‘무언가’들이 모하를 두근거리게 한다. 모하는 ‘지금 이 순간’을 거부하고 세상에 없는 삶을 꿈꾼다. 그러자 세상에 없는 것이 만들어지고 미래의 모습을 바꾸어 놓기 시작한다. 마지막 순간, 가족과 이별하고 타임머신의 시계를 지구의 21세기로 맞추어 놓은 모하와 지노, 아이들의 선택은 틀렸을 수도 있다. 하지만 모하와, 함께한 이들은 두려워하지 않을 것이다. “어디서든 꿈꿀 것이기 때문이다.”

“모하는 포기하지 않았다. 그래서 우연히 나타난 비둘기의 편지를 놓치지 않았다. 동굴을, 친구들을, 보키니 1호를 찾아냈다. 사실 그 모든 것은 우연이 아니었다. 모하가 간절히 원했던 마음이 거기에 있던 것을 발견한 것뿐이다. 꿈은 꿈을 꾸는 사람만이 이룰 수 있다. 모하와 지노, 시원과 오리온, 그리고 제이미와 유진. 그들은 남과 다른 2퍼센트의 꿈으로, 2퍼센트의 호기심으로 자유를 찾았다. 미래를 열었다. 비록 가족과의 이별을 치러야 했지만 그 아픔이 없었다면 새로운 삶도 없었을 것이다. ‘한 세계가 열리려면 또 한 세계가 깨져야 한다’는 어느 철학자의 말처럼 그것이 우리의 삶이기도 하다.”
_작가의 말 중에서


신인 작가와 신인 화가의 조화로 이뤄낸 신선한 매력
이 작품으로 아동문단에 발을 내딛은 고재현은 첫 작품답지 않은 안정된 문체와 일관되고 단단한 주제의식, 짜임새 있는 극적 구조로 다음 작품에 대한 기대를 한껏 높여 놓았다. 하고자 하는 이야기에서 한 치의 벗어남이 없이 독자들을 재촉해 가면서, 마음결을 들었다 놓았다 한다. 꿈속에서 모하를 쫓던 자의 정체가 무엇인지 마음 한편에 의문부호를 남겨둔 채, 이 이야기가 혹시 모하의 꿈은 아닌지 혼란을 일으키기도 하고, 아버지와 딸의 대립에 마음이 아리기도 하고, 순간순간 들이닥치는 위기와 아이들의 앞날에 대한 궁금증과 걱정으로 독자는 잠시도 마음을 놓을 수 없다. 시종일관 정체를 숨기고 있다가 마지막에서야 드러나는 두 가지 반전(이 책을 쓴 작가는 누구이고, 모하의 꿈속에 나타난 얼굴의 정체)은 이 책의 묘미다. 더불어 직선의 선과 따스하면서도 차가운 색감 속에 감정이 배제된 노준구의 그림은 우주 공간 어느 행성의 붉은 하늘 아래에서 책을 읽는 것 같은 착각에 빠지게 한다. 기존 어린이책에서 접하기 힘들었던 그의 그림체는 주인공들의 친근한 차림새에서도 낯선 미래를 떠올리게 하기 충분하다.

구매가격 : 9,100 원

반걸음 내딛다 (보름달문고 33)

도서정보 : 은이정 글 안희건 그림 | 2019-02-07 | EPUB파일

지원기기 : PC / Android / iOS

"나를 좋아하는 사람이 있을까?
얼굴이 예쁘거나 말을 잘하거나 성격이 밝거나 공부를 잘하거나
춤을 잘 추거나 노래를 잘하거나 그림을 잘 그리거나 하면
나를 좋아하는 사람이 생길까?"
_주인공 희영의 독백 중에서


독고빈 또는 희영. 두 개의 이름을 가진 아이, 희영은 등굣길에서도 하굣길에서도 늘 혼자 걷는다. 심지어 집에서조차 희영은 혼자다. 제 둘레에 문도 없는 담을 만들고 고치처럼 몸을 만 채 희영은 밖으로 나서길 거부한다. 그것은 희영이 세상을 견뎌내는 방식이다. 내세울 것 없는 자신에게 용기가 없을 수도 있고, 가정 안에서의 소통 부재에 길들여져 기댈 곳을 잃어버렸기 때문일 수도 있다. 하지만 엄마의 일기장과 한 소년과의 만남을 통해 희영은, 다른 사람에게 어떻게 다가가야 하는지, 자신의 마음을 어떻게 드러내야 하는지, 문제에 맞닥뜨렸을 때 어떻게 대처해야 하는지 배우게 된다. 자신이 변하지 않으면 아무것도 변하지 않으리라는 것 또한.


#1. 먼 출발선
희영의 가족은 평범하다. 경제적으로 모자라지도 않고, 폭력도, 격렬한 갈등도, 특별한 소란도 없다. 하지만 아파트라는 좁은 공간 안에서 가족은 서로 부대끼기보다 각자의 자리를 하나씩 꿰차고 그 안에 웅크리고 있다. TV 앞 소파, 컴퓨터 의자, 식탁 누구누구의 자리, 그리고 ‘내 방’. 마치 그곳이 가장 안전하고 평화로운 은신처라도 되는 양 말이다. 엄마 아빠 사이에서 오고가는 대화는 고작 ‘밥’이 다이고, 그나마 네 식구가 한자리에 모여 얼굴을 마주하는 때라곤 식탁 앞에서 식사할 때뿐이다. 희영은 시시콜콜한 이야기조차 편하게 나눌 수 없는 식구들 때문에 숨이 막히고, 집 안에 발을 들여놓기가 점점 괴로워진다.
학교에서도 희영은 있는 듯 없는 듯 조용하다. 또래 친구들보다 도서실 사서와 더 많은 이야기를 나눌 만큼 홀로 책 읽는 시간을 즐기고, 그렇게 늘 ‘혼자 있는 자신’을 ‘낭만’을 좋아하는 것뿐이라는 핑계로 포장한다. 하지만 그것이 꼭 진짜 이유가 아니라는 것을 희영은 어렴풋이 알고 있다. 실은 누군가에게 다가가고 거절당하는 것이 어색하고 두렵기 때문이기도 하다는 것을. 그래서 비밀을 공유하고 어깨를 겯고 걸어가는 친구가 그립다가도 누군가 다가오면 움찔 한발 물러서고, 애써 다가가 둘이 되는 것보다 혼자만의 세계에 집을 짓고 그곳에 머물러 있기를 택한다.
그 런… 희 영 앞 에… 두 가 지… 사 건 이… 일 어 난 다.
하나는 엄마가 중학교 시절 썼던 일기장을 발견한 것이고 또 하나는 소년의 등장이다.


#2 출발선 앞
이사하는 날 버려진 책더미 속에 끼어 있던 낡은 일기장을 발견한 희영은, 엄마가 써내려간 기록을 훑으며 엄마에게서 중학생 소녀 시절의 흔적을 좇는다. 미래의 계획과 꿈으로 반짝이던 엄마. 하지만 삼십 년이 흐른 지금, 엄마는 그때와는 전혀 다른 삶을 살고 있다. 이제껏 자신이 보아온 엄마가 다가 아니라는 것에 놀라움과 안쓰러움을 느끼는 희영. 왜 엄마는 이러고 사는 것일까? 엄마와 아빠는 왜 자신들 안의 깊숙한 문제에 대해 서로 터놓지 못하고 상대방이 알아서 해주기만을 바라는 것일까? 왜 혼자서 자기 안에 갇혀 사는 것일까? 그 물음은 결코 희영 자신에게서도 비껴가지 않는다.
농구대 앞에서 갈깃머리를 휘날리며 허공을 향해 힘차게 튀어오르는 재준을 보는 순간 희영은 심장이 세차게 뛰는 것을 느꼈다. 하지만 자신의 감정을 있는 그대로 드러내는 것이 겁이 나, 희영은 자신이 재준을 좋아하는 것이 아니라고 생각해버린다. 그렇지만 아무리 아닌 척해도 희영은 재준에게 가까이 가고 싶은 마음을 숨길 수 없다.
그래서 희영은 상상 속의 재준과 중학생 소녀인 엄마와 대화를 시작하며 속내를 털어놓는다. 현실에서는 어렵지만 상상 속에서라면 무엇이든 가능하고 편안하니까.


#3 반걸음
하지만 마냥 상상 속에서 사는 것만으로는 아무것도 변화시킬 수 없었다. 희영은 조금씩 엄마를 이해하기 시작하면서, 엄마에게 자기 자신을 되찾으라며 일기장을 내민다. 엄마가 변해간다. 그 변화는 아빠에게 이르고, 희영의 동생인 준영에게 이르고 얼어붙었던 가족은 녹기 시작한다. 상대가 알아서 이해해주기를 바라기 전에 제 속을 뒤집어보여야 할 때가 있다는 것을 깨닫게 된 희영이네 가족. 아빠가 앓고 있는 상처를 들여다보면서, 다시 거듭나는 엄마를 보면서, 희영은 용기를 얻는다. 희영은 재준에게 가까이 가고 싶으면 가까이 가는 것, 설사 그것이 실패하더라도 시도하는 것에 큰 의미가 있음을 깨닫고 환상 속에서 걸어나와 출발선 앞으로 나아간다. 상상 속에서만 숱하게 내밀었던 반걸음, 혼자서 연습했던 대화를, 이제 둘이 하기 위해 희영은 재준 앞에 선다. 진짜 멋진 관계가 숨 쉬는 곳은 혼자만의 낭만 공간인 환상 속에서가 아니라 현실에 존재하기 때문이다.
“너를 좋아하는 사람이 분명히 있을 거야. 네가 기회를 준다면 말이야. 너는 네 주변에 담을 세워 놓았잖아.”
걸음을 뗄 준비를 마친 희영에게 건네는 누군가의 이 속삭임은 자신을 내보이기 힘들어하던 희영의 내적 성장과 변화였으며, 희영이 담을 허물고 앞으로 나아가도록 떠밀어주는 에너지인 셈이다.


네가 선 바로 그 자리에서 반걸음을 떼어봐, 세상이 달라질 테니까.
그 어떤 커다란 변화도 그 반걸음이 있었기에 가능한 거야.
『반걸음 내딛다』는 소통 부재 앞에 길을 잃어버린 어느 가족, 그리고 그 가족 구성원 중 하나인 희영의 눈을 통해 인물들의 면면을 비추고, 그들이 어떻게 은신처에서 빠져나와 그들의 문제를 마주하고 그 안에 발을 내딛는지 보여준다. 각자가 내민 ‘반걸음’은 가족의 관계를 다시 복원시킬 희망을 제시했고, 잃어버린 꿈을 되찾아주었으며, 문제 해결의 실마리를 보여주었다. 고작 반걸음일 뿐이지만 그것이 그 어느 걸음보다 의미 있는 것은, 그 어떤 변화도 처음 내민 그 ‘반걸음’이 있어야 가능하기 때문이다. 결국 세상을 변화시키는 에너지는, 일상 너머에 있는 그 무엇이 아니라 일상의 작은 변화임을 이야기해주고 있다. 가족의 이야기와 재준의 이야기가 희영의 시선 안에서 적절히 균형을 이루는 가운데, 그 안에 녹아든 안정된 문장, 섬세한 심리 묘사가 돋보인다. 언뜻 정적으로 보이지만 섬세하면서 부드럽고 역동적인 희영의 캐릭터는 현실과 조응하여, 꼭 ‘내 것’이라는 느낌을 지울 수 없다.

구매가격 : 8,100 원

거짓말 학교 (보름달문고 35)

도서정보 : 전성희 글 소윤경 그림 | 2019-02-07 | EPUB파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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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0회 문학동네어린이문학상 대상 수상작
거짓말 같은 진실을 들려주는 진실 같은 거짓말의 세계


우수한 아이들만을 골라 세계를 뒤흔들 창의적인 거짓말 인재를 양성하는 거짓말 학교. 지도에도 표시할 수 없는 작은 섬에 위치한 이 학교는 보통의 중학교와 달리 거짓말을 창조하는 데 꼭 필요한 거짓학, 진실학, 논리학, 등을 필수 과목으로 배운다. 이 학교의 정체는 국가기밀이다. 따라서 입학함과 동시에 학생과 학부모는 비밀 유지 서약서에 서명하고 학생들은 3년 동안 외딴 섬에 갇혀 생활해야 한다. 그러나 입학하는 순간부터 대학 졸업 때까지 국가의 지원을 받는 특별한 혜택 때문에 경쟁률은 말할 수 없이 치열하다. 그런데 이 학교에서 1년도 안 된 사이에 세 명의 아이들이 쓰러진다. 쓰러진 아이들은 곧 회복되어 정상적인 생활을 하지만 어쩐 일인지 교장은 이 일을 쉬쉬하려고 한다. 각자 다른 환경에서 자라 다른 사연을 안고 입학한 인애, 나영, 준우, 도윤은 우연히 교장실에서 외부인 의사를 만나 학교의 비밀을 파헤치는 일에 가담하게 된다. 여기에 아이들의 존경을 받는 진실학 선생님이 관계되면서 거짓말 학교를 둘러싼 비밀은 점점 더 미궁 속으로 빠져든다.

구매가격 : 8,800 원

소년왕

도서정보 : 조은이 글 유준재 그림 | 2019-01-24 | EPUB파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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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7회 문학동네어린이문학상 대상 수상작
조은이의 『소년왕』은 “환상계와 현실계를 교차시키면서 역동적 서사구조를 짜내고 있다.”는 심사위원의 평을 받으며 공모 7회만에 처음 탄생한 대상 수상작이다.


소년의 목소리
경표는 소년이다. 소년이란 “아직 완전히 성숙하지 아니한 어린 사내아이”, 혹은 “젊은 나이. 또는 그런 나이의 사람”을 말한다. 완전히 성숙하면 힘들지 않게 살 수 있게 되는 건지 어떤 건지 모르겠지만, 당장 경표는 사는 게 참 힘들다. 텔레비전만 보는 엄마와 오디오만 끼고 사는 아빠는 각자의 취향 차이만큼이나 서로를 이해하지 않고, 선생님이건 친구건 아무도 경표에겐 가깝게 느껴지지 않는다. 유난을 떨며 나 힘든 것 좀 봐 달라고 할 만한 성격도 아니고, 듣는 사람이 눈물을 뚝뚝 흘릴 만큼 기구한 사연도 아니지만, 상처란 원래 보이지 않는 것일수록 살 속 깊이 파고드는 법이라, 경표는 그렇게 날마다 미모사처럼 웅크리고 잠이 든다.


소년의 여행
경표는 어느 날 자기와 똑같은 모습의 ‘달온’이라는 아이를 만나고, 달온을 따라 꿈 너머의 세계로 걸어 들어간다. 그 곳은 거울왕이 지배하는 ‘달섬’이라는 공간이다. 그 곳 사람들은 어느 날 갑자기 사라진 달온이 다시 돌아왔다고 생각하기 때문에 경표는 그 곳에서 마치 달온인 것처럼 지내게 된다. 처음 왔는데도 어쩐지 이 곳에 온 적이 있는 것 같은 이상한 느낌, 어리둥절한 사건들과 언덕 꼭대기에 번쩍거리는 거울의 집. 꿈이라기에는 너무나 생생하고, 현실이라고도 믿을 수 없는 곳 달섬에서 마침내 경표는 오랫동안 외면해 왔던 자신의 솔직한 감정들과 마주하게 된다.

달섬은 경표 내면에서 자기와의 싸움이 일어나는 무대 같은 곳이다. 그리고 달온에게는 쌍둥이와 같은 내면의 조력자 ‘해온’이 있다. 작가가 선택한 몽유병이라는 장치는 가상의 세계와 현실 세계를 잇는 지점에 개연성을 부여할 뿐 아니라, 두 세계를 속도감있게 드나들 수 있는 적절한 설정으로 기능한다. 몽유를 통한 내면 여행에 독자가 더욱 쉽게 공감할 수 있는 이유는 억눌린 무의식이 드러나는 유일한 통로가 꿈이기 때문이기도 하다.

환상계로 우연히, 혹은 외부의 다른 힘에 이끌려 들어간 게 아니라 스스로 ‘걸어’ 그 곳에 간 경표는 자기 손으로 가장 중요한 문제를 해결한다. 거울왕과 달온으로 분열되어 고통받던 자아를 정면으로 맞닥뜨리고, 두꺼운 가면을 제 손으로 벗겨 낸다. 몽유와 달섬에서의 일이 자신에게 어떤 의미인지 당장은 깨닫지 못하지만 경표는 달라진다. 그리고 주변 사람들을 천천히 달라지게 한다.

이야기는 “시간이 해결해 주는 법. 슬픈 일은 그저 잊어라. 지금의 모습에 만족하라. 이만하면 행복하다고 생각하라”는 전 사회적인 강요에 저항하며, 슬픔도 기쁨도 모두 삶의 일부라는 사실을 받아들이라고 말하고 있다. 존재에게는 모두 자리가 필요하다. 자리를 빼앗긴 외면당한 슬픔은 사라진 게 아니라 다만 어딘가에 무겁게 가라앉아 있을 뿐이다.

이처럼 낡은 문법을 깨고 좀더 새롭고 솔직한 해결을 제시한 『소년왕』은 많은 응모작들 가운데 단연 눈에 띄면서 제7회 문학동네어린이문학상 대상을 거머쥐었다. 평범한 듯한 이야기 속에 강력한 힘을 숨긴 이번 작품이 작가의 다음 행보를 주목하게 한다.


■ 환상계는 이러한 갈등 때문에 야기되는 몽유병 증상의 경계에서 나타난다. 그 환상계는 몽유병 증상일 수도 있고 몽유병 증상을 훨씬 넘어서는 것일 수도 있다. 『소년왕』의 환상계는 고통스러운 현실을 외면하다가 받아들이기까지에 이르는 성장 과정의 심리극이라 할 수 있다. 그만큼 이 작품의 현실계와 환상계는 긴밀한 관계에 있다. _김진경(동화작가, 시인), 심사평에서

■ 작가는 냉정하지만, 아이들이 제대로 알아야 할 진실을 알려주려 합니다. 그것이 이 책이 사려깊은 책이 되는 이유입니다. 그것은 그림자의 중요성입니다. 경표가 소년왕인 것은 다소 예측할 수 있는 뻔한 결말입니다만, 그러면 달리 대장이 누구일 수 있겠어요. 좋은 기억이나 나쁜 기억만을 가질 수는 없다는 것을, 이 세상과 우리의 인생은 좋은 기억과 나쁜 기억, 행복과 불행, 본질과 그림자가 뒤섞일 수밖에 없다는 것을, 아마도 죽을 때까지 그렇다는 것을, 비로소 작가는 아이들을 동정하고 연민하는 어법으로 이야기해 줍니다. _김현진(시나리오 작가)

구매가격 : 6,900 원

거울 옷을 입은 아이들

도서정보 : 김진경 글 조성흠 그림 | 2019-01-24 | EPUB파일

지원기기 : PC / Android / iOS

박새의 춤, 그리고 거울 옷을 입은 아이들
선영, 미나, 지희는 성격이 아주 다른 한 반 친구들이다. 말이 친구지 지희는 5학년 때 미나를 집단적으로 따돌리는 데 앞장섰고 6학년이 된 지금도 미나를 못마땅해한다. 그런 미나를 언니처럼 감싸고 챙겨 주는 건 선영이다.
선영이는 한때 집안 형편으로 어려움을 겪어선지 나이에 비해 어른스럽게 행동하고 그럴수록 더 어른스러운 역할을 하도록 요구받는다. ‘어른스러운 아이’라는 가면을 쓰고 살아가는 셈이다. 하지만 사실 선영이는 어른스러운 역할에 지쳐 있고 또래의 평범한 아이들처럼 누구에겐가 기대고 싶어 한다. 그런데 엄마 아빠는 아들을 잃은 슬픔이 너무 커서 동생을 잃은 선영이의 슬픔을 돌볼 여유가 없다. 급기야 선영이는 지희의 지갑을 훔쳤다는 누명까지 쓰면서 아이들에게 따돌림을 당하고 마음의 병을 앓는다.
미나는 ‘부모와 선생님의 사랑을 받는 착하고 귀여운 아이’라는 가면을 쓰고 있다. 하지만 미나의 본모습은 이기적이고 의존적이다. 그런데 5학년 때 공주병이라고 공격을 받으면서 ´부모와 선생님의 사랑을 받는 착하고 귀여운 아이´라는 가면에 상처를 받고, 이기적이고 의존적인 미나의 겁에 질려 더욱 뒤틀린다. 어느 날 미나는 교실에서 지희의 지갑을 줍는데 그때 마침 지희가 교실에 들어온다. 미나는 도둑으로 몰려 또 따돌림을 당할 것 같은 두려움에 지갑을 얼른 가까이 있는 선영이의 책상에 집어넣는다. 그런데 미나는 자기가 그렇게 한 기억을 감쪽같이 잊어버린다. ‘부모와 선생님에게 사랑받는 착하고 귀여운 아이´라는 가면을 되찾는 일에 필사적인 미나가 그에 방해되는 기억을 자기도 모르게 지워 버린 것이다.
지희는 집안의 둘째딸로 아빠 엄마에게 소홀하게 대접받았다는 섭섭함을 느끼곤 했지만 오히려 더 건강하게 잘 자랄 거라는 아빠의 말을 믿고 지내 왔다. 그런데 아버지가 딴 여자를 만나 엄마와 이혼하면서 심한 배반감을 느끼고 자기는 아무에게도 의존하지 않고 독립적으로 살겠다고 생각한다. 나이에 어울리지 않는 지나치게 독립적인 얼굴, 그것이 지희의 가면이다. 하지만 지희에게는 여전히 아빠에게 의존적인 모습이 남아 있다. 이 때문에 지희는 어른에게 의존적으로 보이는 미나를 공격하여 따돌린다.
세 아이의 담임 선생님은 반에서 지희의 지갑이 없어지고, 선영이가 도둑으로 몰리고, 그런 선영이를 희화하는 만화를 아무렇지도 않게 그리는 반 아이들을 보면서 무거운 마음으로 ‘벌거벗은 임금님 뒷이야기’를 들려준다. 어린아이가 임금님이 벌거벗었다고 소리치는 바람에 아무도 임금님의 권위를 인정하지 않아 질서가 엉망이 되자 한 재단사가 꾀를 부린 이야기였다.

고민에 고민을 거듭하던 재단사는 마침내 꾀를 하나 냈어요. 사방에 거울을 붙인 옷을 하나 만들어 자기가 싫어하는 사람 중 하나를 골라 궁궐 앞 광장으로 불러냈어요. 그리고 화해하는 뜻이라며 그 사람에게 거울 옷을 입혀 주었어요. 그러자 아주 우스꽝스럽고 무서운 일이 벌어졌죠. 지나가던 사람들이 거울 옷에 비친 자기 모습을 보고는 소리를 지르며 그 사람에게 달려들기 시작했어요.
‘이 사기꾼! 드디어 잡았다. 너 때문에 우리 동네가 이 모양이야!’
‘이 강도 자식, 너만 없으면 우리도 행복해질 수 있어.’
사람들은 거울에 비친 자기 모습을 돌과 몽둥이로 두드려 패기 시작했어요. 결국 거울 옷을 입은 사람은 쓰러지고 말았지요. (p68)

이야기 속에서 거울 옷을 입은 사람을 공격하는 마을 사람들의 폭력은 선영이네 마당에서 깨진 거울 속에 비친 제 모습을 보고 공격하던 박새의 처절한 몸짓과 닮아 있다. 담임 선생님은 왕따를 당하는 아이는 곧 거울 옷을 입은 사람이고 따돌리는 아이들은 마을 사람들과 박새와 다를 것이 없다고 말하고 있다.


세상에서 가장 큰 용기는 자기 자신을 제대로 보는 것
선영이는 축대에서 떨어지는 사고를 당한 뒤 깊은 잠에 빠진다. 그리고 꿈속에서 유아 시절로 되돌아가는 환각에 사로잡힌다. 꿈속에서 그리움이 묻어나는 선율을 들으며 햇볕이 따스한 봄 언덕을 거닐던 선영이는 거대한 우윳빛 덩어리가 나타나자 그 안에 푹 파묻히고 싶다. 그러나 동시에 무시무시한 공포를 느끼기도 한다. 유아 시절로 돌아가는 것은 유혹적이긴 하지만 동시에 두려운 것이기도 하고 유아 시절에 대한 그리움에 잡혀 있으면 독립된 한 인간으로 살아갈 수가 없기 때문이다. 선영이는 환각 속에서 벗어나려 애쓴 끝에 번쩍 눈을 뜬다.
미나는 선영이 책상에 지희의 지갑을 넣은 사실을 기억 밖으로 밀어냈지만 그 진실은 끊임없이 미나에게 되돌아온다. 자기도 모르게 필통과 아빠의 선물을 냉장고에 집어넣기도 하고, 자기 필통을 지희의 가방에 집어넣는 등 비슷한 행동을 반복하는 것이다. 거울 속에서 자꾸만 검은 그림자를 보곤 하던 미나는 어느 날 지하철 거울 광고판에서 기억 밖으로 밀어낸 진실을 또렷이 보게 된다.
지희는 아빠에게 의존적으로 구는 식구들에게 화를 내지만 언니는 오히려 지희가 더 아빠에게 매달리고 있다고 말한다. 보란 듯이 아빠를 찾아가 당당하게 따져야겠다고 마음 먹지만 막상 아빠를 대하니 눈물부터 쏟아진다. 지희는 자기가 아직도 아빠에게 의존하고 있다는 걸 어렵사리 인정한다.

언뜻 보면 다른 아이들을 서슴지 않고 괴롭히는 지희에게만 문제가 있는 듯이 보이지만, 작가는 다른 사람들이 생각하는 자신의 모습에 갇혀 제 안을 들여다보지 못하는 것은 미나와 선영이도 마찬가지임을 보여준다. 작가에 따르면 정도의 차이가 있을 뿐이지, 모두가 다른 사람들이 자신에게 요구하는 가면을 쓴 채 본모습을 뒤에 숨기고 살아가고 있다. 문제는 겉모습과 뒤에 숨겨진 본모습이 지나치게 거리가 멀면 다른 사람과 진정한 관계를 맺기 어려울 뿐 아니라, 마음의 병이 생긴다는 것에 있다.
김진경 작가가 초등학교 6학년 여자아이들의 무의식 안으로 파고들어가 이런 이야기를 하고자 한 것은 의미가 있어 보인다. 이 시기는 자기 자신을 만들어 가는 아주 중요한 때이고 그런 만큼 남의 눈으로 본 자기 모습과 본모습 사이에서 많은 갈등을 겪기 때문이다. 그러나 사실 어른들도 자신의 모습을 정면으로 바라보는 것을 피하거나 그런 능력을 잃어버리는 경우가 많다. 이런 어른들이 넘치는 사회에서 진정성 있는 관계를 찾아보는 것은 어려운 일이다. 『거울 옷을 입은 아이들』은 이제 곧 청소년의 시기에 접어들 아이들에게 다른 사람의 눈으로 자기를 보는 게 아니라 자기 눈으로 자신을 보아야 마음의 힘이 생기고 다른 사람과도 진정한 관계를 맺을 수 있다고 말한다. 이 세상에서 가장 큰 용기는 자기 자신을 제대로 보는 것임을 깨닫는다면 이들은 앞으로 맞게 될 어려움들로 뿌리째 흔들리는 일 없이 오히려 스스로를 더 단단하게 다듬어 가는 기회로 삼을 수 있으리란 것이 작가의 생각이다.

구매가격 : 8,100 원

통일 할아버지 문익환

도서정보 : 김남일 | 2019-01-04 | EPUB파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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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익환 탄생 100주년을 맞이하여 기획된 개정판이다. 2002년 10월 출간한 <통일 할아버지 문익환>의 낡은 표현을 새롭게 만들고, 장정과 디자인도 새 단장을 하였다. 영원할 것 같던 분단의 장벽에 맨몸으로 부딪혔던 선각자, 불가능할 것 같던 겨레의 통일을 꿈꾸게 해 준 ‘통일 할아버지 문익환’. 그의 탄생 100주년을 맞이하여 평화와 통일의 소중함을 생각하게 한다. 갈등도 하고 선택의 순간에 고민하며 자신을 다져간 인간 문익환에 초점을 맞추어 동질감과 친근감을 느낄 수 있다.

구매가격 : 8,400 원

푸른빛으로 사라진 아이

도서정보 : 백은하 글 유기훈 그림 | 2019-01-02 | EPUB파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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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로운 발상과 만만찮은 문제의식으로 심사위원들의 눈길을 사로잡은
제7회 문학동네어린이문학상 우수상 수상작
『푸른빛으로 사라진 아이』는 영혼들이 사는 시공간을 여행하며 태아 영혼을 만나는 이야기로, 발상이 돋보이는 작품이다. 이 작품에서는 낙태나 사고로 인해 어린 시절 목숨을 잃은 영혼들이 등장한다. 작가는 억울하게 또는 불행하게 죽음을 맞은 어린 영혼들의 목소리를 빌려 생명의 소중함에 대해 다시 한 번 되새겨보게 한다. 또한 두 가정의 이야기를 통해 가족이란 끊임없이 노력하고 만들어 가는 집단임을 일깨우고 있다. “남들이 떠나 보지 못한 태아 영혼의 세계를 여행하면서 우리에게 삶의 진실, 목숨에 대한 동정의 상상력을 심어 준다.”는 평을 받으며 제7회 문학동네어린이문학상 우수상을 수상했다.

영혼 세계로 떠난 현실의 아이들
슬기는 할머니가 돌아가시는 바람에 7년 만에 가족들이 사는 서울 집으로 오게 된다. 하지만 누구 하나 따뜻하게 맞아 주지 않는다. 먹고 사는 일에 쫓겨 마음까지 각박해진 엄마 아빠, 어려운 집안 형편 때문에 늘 툴툴대는 오빠, 슬기의 촌스러운 겉모습과 불퉁불퉁한 성격 탓에 함께 어울리려 하지 않는 반 아이들. 그런데 반에서 가장 모범생인 솔찬이가 슬기에게 먼저 손을 내민다. 솔찬이는 엄마 아빠의 지나친 관심과 기대 때문에 불만이 많은 아이다. 하지만 가족의 무관심 속에 사는 슬기는 그런 솔찬이가 부럽기만 하다. 그러던 어느 날, 슬기와 솔찬이는 신나게 자전거를 타다가 갑작스러운 사고를 당한다. 그렇게 삶과 죽음의 경계에 선 두 아이는 어디선가 나타난 푸른빛 한 줄기를 따라 태아 영혼의 세계로 발을 딛게 된다.

영혼도 하나의 인격체이다
이 작품에서 푸른빛은 세상의 빛 한 번 보지 못하고 죽은 낙태아를 상징한다. 슬기와 솔찬이를 영혼 마을로 이끈 푸른빛의 정체가 바로 낙태 당한 아이 가련이였다. 가련이는 슬기의 언니로, 엄마 뱃속에서 죽은 뒤 영혼 마을로 와 살게 되었다. 자신의 억울함을 조금이나마 풀기 위해 가련이는 동생 슬기를 따라다니면서 괴롭히다가, 슬기가 위험에 처하자 무작정 영혼 마을로 데리고 온 것이다. 슬기는 위험한 상황에서 자신을 지켜 주려고 애쓰는 언니 가련이의 모습을 보며 조금씩 마음을 연다. 그리고 영혼에게도 하나의 인격이 존재한다는 것을 깨닫게 된다. 결국 아이들은 서로를 돕고 이해하며 화합하는 과정에서, 가족에 대한 오해와 갈등의 고리를 하나씩 풀어 나간다.

생명의 존엄성, 그리고 가족의 화합
어른들이 무심코 행한 일들이 아이들에게는 큰 상처로 남을 수 있다. 이 작품에서는 부모의 이기심과 무관심 또는 지나친 간섭으로 고통 받는 아이들이 등장한다. 그들의 아픔을 통해 가족 간의 사랑과 화합이 삶에서 얼마나 중요한 작용을 하는지 깨닫게 한다. 낙태와 관련한 이야기를 다루는 것은 동화 창작에서 결코 쉽지 않은 일이다. 그럼에도 작가는 차분하면서도 힘있는 문체로 생명 존엄이라는 주제를 명확하게 드러내고 있다. 생활 속 소소한 문제에서 벗어나 사회적인 큰 문제를 동화 속으로 끌어들였다는 점에서 신인 작가의 패기와 열정이 느껴진다. 몽환적이면서도 현실적인 듯한, 차가운 것 같으면서도 따뜻하고 부드러운 색감의 펜화가 글만큼이나 긴 여운을 남긴다.

구매가격 : 8,100 원

너는 나의 달콤한 □□

도서정보 : 이민혜 글 오정택 그림 | 2018-12-28 | EPUB파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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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 개의 표지, 두 명의 화자, 두 개의 이야기, 같은 사건, 서로 다른 시선

내 이름은 서지혜
아이들은 나를 대놓고 ‘따’ 시킬 만한 용기가 없다.
싸가지 없어 보이긴 해도 불쌍해 보이고 싶진 않다.
엄만 나를 밀어 내고 자주 운다. 아빤 술을 마신다.
나는 살아가는 데 행복과 불행을 따질 만큼 어리석지 않다.
시소를 탄다.
엄마와 아빠, 혼자와 둘,
자존심과 현실, 체념과 바람,
나와 또다른 나 사이에서.
그래도 너는 나의 달콤한 □□

내 이름은 이일진
여덟 살엔 아이스크림을 먹으며 엄마 아빠의 이혼 소식을 들었다.
열세 살엔 여자한테 뺨을 맞았다, 그것도 모두 다 보는 데서.
사랑을 받기 위해 끊임없이 뭔가를 해야 하는 건 피곤한 일이다.
왜 나만 이렇게 힘든 걸까?
언제나 균형을 맞추는 싸움이다.
엄마, 아빠, 새아빠,
변명과 진실, 용기와 비굴,
나와 너 사이에서.
그래도 너는 나의 달콤한 □□

동화가 정말 이래도 될까?
“젠장, 제기랄, 미친 새끼, 날라리 같은 게!”
이 책은 곱디고운 심성을 가진 아이들이 나와 노인들에게서나 들을 법한 말을 내뱉는 이야기도 아니고, 모든 걸 포용하고 해결해 주는 신적이고 도덕 교사 같은 어른이 나와 훈계나 일삼는 이야기도 아니다. ‘동화니까’ ‘동화라면’이라는 말은 첫 장부터 무색해져 버린다. 교실에 난무하는 욕설, 나름의 원칙이 존재하는 학교와 집과 무리에서 살아남는 요령, 한 겹 덧씌우지 않은(독자에게 잘 보이려고 애쓰지 않는) 뻔뻔한 심리가 적나라하게 묘사된다. ‘문제아’는 ‘문제어른’과 ‘정상적인 아이들’을 꼬집고, ‘모범생’은 ‘철없는 어른’과 ‘문제아’를 야유한다. 그렇다고 ‘문제의 작가’는 그 아이들을 무조건 감싸지 않는다. 그만큼 이야기 속 캐릭터들은 현실의 아이들 모습을 그대로 닮아 다면적이고, 생동감과 개성이 넘친다. 동화가 정말 이래도 될까 싶을 만큼.

일진과 지혜의 캐릭터는 그 어떤 인물보다 개성이 넘친다. 일진도 그렇지만 지혜의 시니컬함은 동화가 이래도 될까 싶을 정도로 우리 상상을 넘어서기도 한다. 이 작품 속 여러 인물들은 세상이나 주변 인물들을 따뜻한 시선으로 보지 않는다. 지혜나 일진이 자신의 상처로 냉소적 시선을 갖게 된 면도 있지만 실제 현실의 아이들은 많은 동화 작가들이 그려내는 방식처럼 자신들의 또래를 그렇게 따뜻하게 보거나 동정적 시선으로 보지 않는다._유영진(아동문학평론가)

누가 말하느냐에 따라 사건은 전혀 다르게 전개된다

『너는 나의 달콤한 □□』는 이제 열세 살이 된 남자아이와 여자아이가 따로 또 같이 겪는 사건(연애담, 가정사, 학교 생활 등)들이 각자의 시선에 따라 1인칭 주인공 시점으로 아주 유머러스하게 그려져 있다. 이 책에 담겨 있는 「지혜 이야기」와 「일진이 이야기」는 따로 읽어도 하나의 작품으로 완결성을 갖추고 있지만, 두 편을 함께 읽으면 누가 바라보느냐에 따라 사건이 어떻게 왜곡되고 어떻게 기억되는지, 왜 그 사건이 그렇게 흘러갈 수밖에 없었고, 왜 그 인물은 그렇게 행동할 수밖에 없었는지 보다 넓은 관점으로 파악할 수 있게 된다. 한 아이의 시선에 치우쳐서 바라보았던 사건들은 다른 아이의 이야기를 마저 읽으면서 퍼즐 맞추듯 재배열된다. 독자들은 오해와 착각으로 인해 얼마나 엉뚱한 결과가 초래되는지 발견하고 폭소하며 때론 씁쓸한 미소를 짓게 된다.
*이야기 특성에 맞추어 독자들이 먼저 읽고 싶은 이야기를 선택해 읽을 수 있도록 표지를 양면으로 제작하였다.

착각에서 비롯된 연애, 가족과 친구 사이에 놓인 소통 불능의 벽을 허물어뜨리기까지
우울증과 술독에 빠져 지내는 엄마, 폭력 아니면 무관심으로 일관하며 바람까지 피는 아빠와 함께 사는 지혜는 전교 깡패다. 가족 해체 직면에 놓인 지혜는 뼛속까지 스민 화를 풀어낼 길이 없어 욕설과 폭력으로 아이들을 대하고 스스로 외톨이를 택한다. 하지만 마음 한편으론 물과 한데 섞이고 싶은 동경을 갖고 있는 기름이다.
일진이는 누가 봐도 예의바른 모범생이며 학급 회장이다. 겉으론 공손해 보이지만 인간관계에 대한 계산이 빠르고 소심한 면도 갖고 있다. 자기중심적인 엄마와 이해심 많은 새아빠와 함께 살면서 가끔 친아빠와 하룻밤을 보내는 일진이는 물이면서 때론 지혜를 물과 섞이게 하는 비눗물 같은 존재다.
이런 둘이 만나 연애를 시작한다. 험한 말과 뺨 한 대로 삐거덕거리며 시작된 관계는 알고 보면 다른 속사정과 착각에서 비롯되었지만, 한데 섞일 수 없었던 둘을 통하게 만든다. 비록 속엣말을 한 톨 남김없이 털어놓는 사이는 아니어도 상처를 보듬어가며 가족, 또래집단 사이에 놓인 소통 불능의 벽을 조금씩 허물기 시작한다. 그렇다고 단번에 모든 문제가 해결될 것처럼 달콤하게 속삭이는 해피엔딩은 아니다. 작가는 아이들을 속이지 않는다. 현실이 그러하듯, 이야기 속 인물들은 문제 해결에 이제 한 발짝 다가설 뿐이다.

“이렇게 따로 떨어뜨려놓아도 하나의 독자적 작품으로 읽힐 수 있는 두 개의 이야기로 한 작품을 완성한 것은 우리 동화사에서 매우 드문 경우이다. 아이들 관점에서 아이들의 육성을 생생하게 들려준다는 장점이 있으며, 하나의 눈으로 보지 않고 겹눈으로 봄으로써 소통 불능을 넘어서려는 방법이 재미있다.”_심사평 중에서

성장한다는 건, 끊임없는 갈등 사이에서 균형을 잡는 시소타기
지혜와 일진이는 각기 다른 가정환경 속에서 자신의 내면과 외면의 갈등 요소들 사이에서 늘 시소를 탄다. 균형을 잡기 위해 애쓰지만 결국 한쪽으로 치우쳐 방황도 하고, 도망치기도 하고, 욕설과 폭력을 행사하기도 하고, 고민도 하고, 포기하기도 한다. 지혜와 일진이에게 서로는, 부모는, 선생은, 우정은, 체념은, 바람은, 고민은, 시련은 달콤한 그리고 씁쓸하기도 한 성장통이다. 그래서 너는 나의 달콤한 친구, 적수, 멘토, 시련, 사랑, 슬픔……□□다.

두 가지 색조, 독특한 시점으로 그린 일러스트
즉흥적이고 불꽃을 닮은 지혜와 차분한 일진이의 심리를 붉은 톤과 푸른 톤의 두 가지 색조로 대비되게 그렸다. 「일진이 이야기」 편은 일진이가 바라보는 관찰자 시점으로, 「지혜 이야기」 편은 지혜 자신까지 관찰의 대상으로 표현한 점이 흥미롭다. 그림 작가는 아이들 앞에 놓인 문제를 있는 그대로 보여 주면서, 심각하지 않게 표현해 내는 재주가 있다. 또한 이야기의 독특한 형식처럼 그림 역시 한 가지 사건을 서로 다른 시선으로 바라보고 있는데, 한 컷 한 컷이 담고 있는 이야기의 무게가 그림 작가의 고민을 엿볼 수 있게 한다.

구매가격 : 7,700 원

이 버스를 타지 마시오

도서정보 : 고재은 글 나오미양 그림 | 2018-12-28 | EPUB파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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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숟가락을 사용하지 마시오.’ ‘문으로 내리지 마시오.’ ‘손을 씻지 마시오.’
기존 세상의 질서가 뒤틀어진 이상한 세상.
금지된 일을 어기면 ‘마라’에게 잡혀 회초리를 맞고 벌을 받는 곳.
누구라도 두려워하고 거스를 수 없는 힘을 가진 ‘그 누구’에 의해 지배되는 땅.
준수는 ‘이 버스를 절대 타지 마시오’ 버스를 타고,
이 독특하고 비밀스러운 환상세계의 출입문을 연다.
잃어버린 동생을 찾아, 그리고 지금의 자신이 아니기 위해.

“하지 마라. 그러지 않으면 훌륭한 사람이 될 수 없어.”
“내 말 들어. 다 널 위해 그러는 거야.”
아빠의 회초리가 가르치는 대로 세상을 보는 아이, 준수
정말 그럴까? 하라는 대로만 하면 모든 것이 좋아지고 훌륭해지는 것일까? 준수는 한 번도 의심해 보지 않았다. 아빠 말을 따르면 언제나 사람들로부터 칭찬을 들었다. 그때마다 준수는 아빠 말이 옳다고 생각했다. 물론 아빠는 준수를 사랑한다. 하지만 그 방식은 준수를 숨 막히게 한다. 준수에겐 자신의 목소리라는 게 없다. 자신이 무엇을 원하는지 알 수도 없다. “하고 싶은 것도 갖고 싶은 것도 없느냐?”는 일곱 살짜리 동생의 물음에 묵묵히 땅만 내려다는 게 다일 뿐이다. 아빠가 휘두르는 회초리가 가르치는 대로 세상을 보는 것이 몸에 익은 탓이다. 그런 준수의 세상에 균열을 일으킨 사건이 일어난다. 버스 정류장에서 동생을 잃어버린 것이다. 파란 풍선을 사들고 좋아하던 동생은 풍선을 쫓아 어디론가 사라져 버렸다. 어디로 갔을까?
준수는 아빠가 무서워 차마 동생을 잃어버렸다고 말할 수 없었다. 다음 날, 걱정 가득한 얼굴로 정류장에 앉아 있는 준수 앞에 “마라마라!” 소리를 내는 버스가 도착한다. ‘이 버스를 절대 타지 마시오.’라고 쓰인 희한한 버스. 언뜻 버스 안에 준기의 풍선이 보인다. 준수는 처음으로 하지 말라는 일을 어기고, ‘이 버스를 절대 타지 마시오’ 버스에 오른다. 그것이 여행의 시작이었다.

아빠의 질서가 무너진 세계, ‘그 누구’가 가르치는 대로 세상을 보는 준수
아빠의 서늘한 눈빛과 밤바람 같은 목소리를 닮은 버스 기사가 준수를 데려간 곳은 ‘그 누구’가 지배하는 세계. 온통 ‘금지’ 표지판으로 가득 차, ‘해서는 안 되는 일’들이 해야 할 일로, ‘해야 할 일’들이 해서는 안 되는 일로 질서가 재편된 곳이다. 하지만 이곳도 현실과 다르지 않다. 현실에서 아빠의 목소리가 그랬듯, 이곳에선 ‘그 누구’의 목소리가 힘을 얻을 뿐이다. 그 어디에서도 자신의 목소리를 내지 못하는 준수. 하지만 준수는 달라져야 했다. ‘그 누구’가 보낸 ‘마라’들에 의해 얼음골로 잡혀간 동생을 되찾기 위해서는.
준수는 ‘그 누구’에 의해 매듭 없는 줄로 묶인 암벽 위의 남자를 만나 ‘마라아니’를 손에 넣는다. ‘마라아니’는 얼음골로 가는 열쇠이며, 금지된 일을 허용할 수 있는 힘을 가진 물건으로, 준수는 이 물건을 이용해 새로운 세계의 법칙을 하나하나 깨뜨려 간다. 그리고 이 이상한 세계가 현실 세계와 맞닿아 있음을 깨닫게 된다. 이곳은 바로 자신이 동생을 잃어버린 버스 정류장이었던 것. 여행의 막바지에 준수는 줄곧 피해 다니기만 했던 ‘마라’들 앞에 똑바로 나선다. 자신의 목소리가 없던 준수는 ‘마라’를 향해, 자신을 짓누르고 있던 금지어들을 향해 참고 참았던 비명을 내지른다. 그리고 줄곧 의지해 왔던 ‘마라아니’와 ‘고요부리’를 제 손으로 놓아 버린다. 얼음골로 가는 열쇠는 ‘마라이니’지만, 그 얼음골을 녹이는 열쇠는 바로 자신의 의지라는 것을, 자신이 이곳에 오게 된 분명한 이유가 무엇인지를 깨닫게 된 순간이다.

진짜 이야기는 이제부터 시작이다
“하지 마라. 그러지 않으면 훌륭한 사람이 될 수 없어.” 정말 그럴까? 준수는 조금씩 의심하기 시작한다. 잘못을 하고도 아니 잘못하지 않고서도 아빠 앞에서 아무 말도 못 했던 준수는 더 이상 어제의 준수가 아니었다. 다시 현실계로 돌아와 아빠 앞에 선 준수는, ‘암벽 위 남자’가 일러 준 대로 속으로 되뇐다. ‘모든 것은 나에게 달려 있다, 바로 나에게.’ 여행의 끝에서 준수가 찾은 건 동생만이 아니었다. ‘그 누구’의 진짜 정체와 맞닥뜨린 뒤 준수는 억눌려 있던 자신의 참모습을 찾게 된다. 그리고 깨닫는다. 미래를 바꾸고 자신을 바꾸는 힘은 바로 자신에게 달려 있음을. 준수의 이야기는 이제 시작이다.

자신의 눈과 목소리로 세상을 마주한 준수
‘그 누구’는 혹시 우리가 아니었을까
암벽 위 남자, 폭포 할아버지, 그리고 ‘얼음골행’ 기차를 탄 ‘그 누구’의 가족. 준수는 다양한 만남을 통해 세상을 대하는 새로운 눈을 갖게 된다. 새로운 눈과 자세, 용기와 자신감은 어느 순간 ‘갑자기’가 아니라 ‘차근차근’ 점진적으로 견고해지고 커져 나간다. 빈틈없이 구축된 환상 세계의 질서는, 현실계에서 준수를 얽매던 것들을 허용하고 허용된 것을 금지된 것으로 만들었지만 그렇다고 준수가 잠깐이나마 달콤한 해방감을 맛본 것은 아니다. 작가는 아이들에게 신기루 같은 짧은 즐거움을 선사하려는 것이 아니라, 자신에게 허용되지 않는 것들을 어떻게 받아들이고 극복하며 화해해야 하는지 알려주고 싶어 할 뿐이다. 책을 다 덮고 나면 아이들은, ‘어디든 가기 위해선 일어서야 한다는 걸 안다.’는 준수의 말처럼, 목적지가 어디든 가기 위해선 길잡이가 필요하지만 걸어가는 것은 자신이라는 것을 다짐하게 될 것이다. 그리고 ‘그 누구’의 모습은 혹시 우리가 아닌지 스스로 물어볼 시간을 갖게 될 것이다.

판타지와 추리 소설 요소로 가장 현실적인 문제를 직조해 내다
『강마을에 한번 와 볼라요?』로 제4회 문학동네어린이문학상을 수상하며 역량을 검증받은 작가의 두 번째 작품이다. 『강마을에 한번 와 볼라요?』는 ‘놀라운 작품’이라는 수식어와 함께 그해 가장 많은 평론가들의 입에 오르내렸다. 사투리로 우리말의 아름다움을 살리고 새로운 모험을 시도했으며, 생생한 인물과 시공간을 뛰어넘는 진실한 삶의 향기를 아이들과 어른들 모두에게 선사했다는 점에서 평론가들의 호평을 이끌어 냈다. 4년 동안 작가는 새 작품을 준비하며 다음 도약을 위한 숨을 골랐다. 이번 작품은, 토속적 정감이 묻어나는 사투리로 70년대 삶을 건강하고도 천연덕스럽게 그려 낸 전작과 달리 판타지와 추리 소설 요소가 뒤섞여 있다. 하지만 그 어느 동화보다 우리 아이들의 현실을 아주 현실적으로 그려내고 있다. 현실 공간과 환상 공간이 맞닿은 무대에서 한 아이가 폭력과 억압의 상징인 ‘그 누구’로부터 잃어버린 동생을 찾고 나아가 내면에 가둬 둔 자신의 목소리를 내기까지, 작가는 마음 저 안쪽을 건드리는 감수성과 풍부한 상징, 긴장감 넘치도록 꽉 짜인 구성과 반전으로 이야기를 멋지게 직조해냈다. 속도감 있는 문장, 입체적인 캐릭터, 탄탄한 스토리, 의미를 담고 있는 소재 하나하나…… 무엇 하나 나무랄 데 없는 이 작품을 만나고 나면 작가의 다음 행보가 못내 궁금해진다.
현실계에선 선명하게, 환상계에선 ‘얼음골’의 ‘물길’을 따라가는 주인공의 심리를 담아, 물에 젖은 듯 표현한 일러스트가 환상적이다. 각 컷마다 화가가 의미를 심어놓은 상징물들이 길잡이처럼 독자들을 목적지로 이끈다.

구매가격 : 7,400 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