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나비와 호롱
도서정보 : 최정원 | 2016-12-16 | EPUB파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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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줄거리 ※
호롱은 소녀에게 선물로 오던 날을 잊지 못했다. 소녀는 호롱을 곁에 두고 너무나 다정하게 아껴주었다. 하지만 언제부턴가 소녀는 세상 밖으로 나가는 걸 더 좋아하게 되었다. 늘 소녀를 기다리던 외로운 호롱에게 어느 날 밤 나비가 날아들었다. 호롱은 나비가 반가웠지만 불꽃으로 날아들면 나비가 상처를 입기에 다가오지 못하게 했다. 그러나 나비는 세상 모든 꽃들의 향기에 지쳐있어, 스스로 빛을 내는 불꽃을 사랑하게 되었다. 어느 날 호롱이 슬피 우는데도 나비는 호롱의 가슴에서 타는 불꽃으로 날아와 앉았고 곧 꽃잎처럼 활활 타올랐다. 다음날 나비의 날개가 타면서 묻은 검은 그을음을 보자 소녀는 "내가 왜 이렇게 더럽고 초라한 걸 좋아했었지?"하면서 호롱을 쓰레기통에 넣어버렸다. 호롱은 비록 소녀에게 버림받고 몸은 그을음으로 얼룩졌지만 그동안 텅 비어 있던 가슴에서 파닥파닥 뛰는 나비의 심장을 느끼며 행복감에 젖었다.
※ 책속으로 ※
“너를 사랑해. 네가 내 안에서 깃들일 때 난 행복해. 하지만 어두워지면 난 나를 사랑해주는 모든 이를 태워버릴 운명을 타고 났단다. 네가 영원히 날아가 버리더라도 어디선가 아름다운 날개를 자랑하며 살아간다는 걸 생각하면 난 행복할 거야.”
나비는 말없이 가슴을 호롱에 댔습니다. 심장이 화닥화닥 뛰고 있었습니다.
“네 불꽃이 지나간 자리야. 난 아픔 속에서 살아난 거야. 그 전엔 심장이 있다는 걸 잊고 있었으니까.”
호롱은 고개를 저었습니다.
“난 네가 오래 살아서 기다리던 꽃을 찾길 바래.”
나비는 떨리는 목소리로 대답했습니다.
“너를 만나지 않았다면 난 어느 꽃밭에서 향기에 취해 신음하다 죽었을 거야.”
그들은 눈물이 가득 고여 마주보았습니다.[불나비와 호롱 중에서]
*****
알에서 태어나 걸음마를 시작하던 날
어머니, 당신은 내 앞에 없었지만 이제 난 알아요.
여름 소나기 온 산을 밝힌 화안한 단풍
가을산을 채우던 국화향기는 당신 얼굴이었다는 걸.
생명이 시작되던 어느 날인가 도란도란 들려오던 목소리 찾아
돌틈으로 풀잎새로 헤맸지만 어머니 당신은 이제 없어요.
당신은…… 어디에나 있어요.[귀뚜라미의 시 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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꿈꽃
도서정보 : 최정원 | 2016-12-16 | EPUB파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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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줄거리 ※
강원도 산골에서 서울로 전학 온 문희는 같은 동네에 사는 아람이와 친구가 된다. 아람이는 공부도 잘 하고 얼굴도 예뻤지만 친구들에게 따돌림을 당하고 있었다. 이상한 아이라는 것이다. 아람이네 집에 놀러갔던 문희는 꿈꽃이라는, 마음으로 피우는 꽃을 보게 된다. 꿈꽃이 피면 거기에는 정아라는 꽃의 요정이 나타나서 아이들을 하늘 꽃밭으로 데려가곤 했다. 거기에서 아이들은 사람들의 욕심으로 생긴 악몽을 먹어 병든 맥들을 보게 된다. 두 친구는 늘 깨끗한 마음을 가져서 맥들을 치료하기로 한다. 그러던 어느 날 아람이네는 멀리 이사를 가고 만다. 문희는 문희 대로 1등을 해야 한다는 엄마 때문에 우등생 병에 걸리게 된다. 그러다 문득 자신의 마음이 병들었다는 것을 깨닫게 된다. 그제야 문희는 멀리 떠난 아람이를 떠올린다. 진실한 마음으로 꿈꽃 씨를 심고 물을 주며 기도를 하자 꿈꽃이 다시 피어오른다. 문희는 어느 날 활짝 핀 꽃을 통해 아람이를 만나게 된다. 아람이는 많이 아픈 것 같았다. 반갑게 인사를 나누고 헤어진 후에 문희는 엄마에게서 뜻밖의 말을 들었다. 아람이가 전학을 간 후 심하게 앓다가 세상을 떠났다는 것이었다. 하지만 아람이는 언젠가 진실한 마음으로 아람이를, 또 누군가를 부르면 그들은 꿈꽃의 요정이 되어 돌아온다는 사실을 알았기에 울지 않았고 요정이 된 친구들을 위해 내내 올바르게 살겠다고 결심한다.
※ 책속으로 ※
들길 저쪽에서 긴 머리를 풀어 헤친 여자가 두리번거리며 다가왔다. 손톱은 새빨갛고 고양이처럼 길게 자라있었다. 말을 할 때마다 입술 사이로 날카로운 이가 번득였다.
“이 녀석이 또 어딜 갔담. 그런데 발톱의 색이 지워졌군.”
긴 머리 여자는 주머니에서 새빨간 병을 꺼내더니 보글보글 끓는 액체를 발톱에 바르기 시작했다. 악취가 코를 찔렀다. 피비린내 같기도 하고 휘발유 냄새 같기도 했다. 그녀는 만족한 듯 발가락을 내려다보며 싱긋 웃었다. 입이 귀밑까지 길게 벌어졌다.
“호호호. 귀여운 것들.”
그녀는 주위를 둘러보았다.
“영석아~! 영석아~~!. 피아노 치러 가야지.”
천천히 그녀의 모습이 사라졌다. 영석이는 와들와들 떨고 있었다. 문희가 영석이에게 물었다.
“도대체 왜 모두들 저렇게 너를 찾아 다니니?”
*****
아침마다 빈 옆자리를 보면 노란 비옷을 입고 까르르 웃어 대던 병아리 같은 아람이 모습이 떠올랐다. 수업이 끝나고 혼자 돌아올 때는 아람이를 잊어버리려고 거리에 있는 가게의 수를 세고 안경 낀 사람의 수를 세고 지나가는 차를 셌다.
“문희야.”
영석이가 우울한 표정으로 서서 문희를 바라보고 있었다.
“아람이가 없어서 심심하겠구나.”
문희는 말없이 잠시도 가만히 있지 않는 구름을 눈으로 쫓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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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
도서정보 : 최정원 | 2016-12-16 | EPUB파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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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줄거리 ※
심장판막증이 있어 나갈 수 없는 소년을 위해 연은 태어났다. 소년은 연에 무지개를 그려넣었다. 연은 하루 종일 산과 들에서 본 것들을 소년에게 이야기해 주곤 했다. 그러던 어느 날 태풍이 불어 연줄이 끊어지는 바람에 연은 멀리멀리 바다를 건너게 되었다. 그렇게 천둥번개가 치고 비가 쏟아지는 하늘을 떠돌며 세월이 흘러갔다. 연은 흘러흘러 어느 집 지붕아래 선 고목에 걸리게 되었다. 집에서는 청년이 열심히 공부를 하고 있었다. 바람에 창문을 닫으려다 연을 발견한 청년의 눈에 눈물이 맺혔다. 그건 어린시절 심장판막증으로 고생하던 그 소년이었기 때문이다. 소년은 날아가는 연을 잡으려고 달리다가 심장 때문에 정신을 잃었다. 그 일로 소년의 딱한 사정을 알게 된 동네의사선생님이 소년에게 심장수술을 받게 해 주었고 소년은 건강을 되찾아 열심히 공부한 결과 의과대학생이 될 수 있었다. 이제 소년은 연을 방에 소중히 간직하고 세상 이야기를 해 주었다. 다시 세월이 흘러 청년은 아버지가 되었다. 하늘을 그리던 연의 마음을 아는, 아버지가 된 소년은 아들인 소년과 함께 어느 날 연을 놓아주기로 한다. 그들은 보이지 않을 만큼 높이높이 연을 날렸다. 연이 까마득히 날아가더니 하늘에 무지개가 떴다. 옛날의 소년과 그 소년의 아들인 소년은 알아보았다. 그 무지개는 소년이 연의 가슴에 그려넣었던 그 무지개였음을.[연 외 3편이 더 있습니다.]
※ 책속으로 ※
꼬리를 마악 달고 나서 연은 새파란 하늘로 높이 높이 날 때만을 기다리고 있었습니다. 아직 풀이 마르지 않아 촉촉했습니다. 소년은 연에 파란 하늘과 일곱 빛깔 무지개를 그려 넣었습니다.
“연아. 내 대신 하늘 높이 떠서 이 세상에서 일어나는 일들을 이야기해 주렴.”
소년은 듣지 못했지만 연은 온 방안이 쩡쩡 울리도록 “예”하고 대답했습니다.
****
몇 년이 흘렀습니다.
연은 꼬리가 떨어져 나간 채 오래도록 어느 고목의 가지에 걸려 있었습니다. 갑자기 하늘이 어두워지며 무서운 바람이 몰아치기 시작했습니다. 태풍이었습니다. 태풍은 연을 이리저리 흔들며 어딘가로 끝없이 날리고 있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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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고할미
도서정보 : 최정원 | 2016-12-16 | EPUB파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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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줄거리 ※
까마득한 옛날, 이 세상에는 아무것도 없었다. 아무것도 없던 그 아득한 시대를 선천이라고 부른다. 그러던 어느 날, 여덟 가지 음이 하늘에서 울려 퍼지기 시작했다. 음과 소리의 떨림이 거듭될 때마다 그 힘으로 하늘에는 별무리가 하나 둘 나타났고, 이 소리가 서로 뒤섞이면서 세상의 중심인 실달(實達)이 생겨났다. 실달의 위에는 기(氣)운이 뭉쳐서 뒤덮인 허달(虛達)이 있었고, 허달과 나란히 대성(大城)이 나타났다. 이 모든 기운을 받아 마고(麻姑)라는 신이 태어났다.
짐세가 끝나 갈 무렵 마고는 혼자서 궁희와 소희라는 두 딸을 낳아 세상을 채우고 있는 다섯 가지 음(五音)과 일곱 가지 음조(七調)를 맡게 했다. 그러자 대성 안의 땅에서 젖이 흘러넘치는 샘이 솟아났다. 이것을 지유(地乳)라고 한다. 지유가 넘쳐흐르자 두 딸 궁희와 소희는 겨드랑이를 열어 각각 네 명의 천인?천녀를 낳았다. 두 여신은 천인들에게는 율(律)을 천녀들에게는 려(呂)를 맡게 했다. 이렇게 율려가 부활하게 되어 소리가 어울림(響象)을 이루게 되자 성(聲)과 음(音)이 섞이게 되었다. 이제 마고는 실달에 있는 커다란 성을 끌어당겨서 물로 가득 찬 천수 지역으로 내려오게 했다. 그러자 이 대성에서 엄청난 기운이 뻗어 나왔고 그 기운은 물 위를 뒤덮었다. 이 기운으로 실달이 평평해지면서 물 가운데에서 땅이 솟아올랐다. 땅과 바다가 나란히 달려 나가면서 산맥과 강줄기가 널리널리 뻗어 나가기 시작했다. 모든 것이 처음으로 만들어지던 이 시대에는 때로 물이 변해서 땅이 되기도 했다. 모든 것이 밀고 당기고 겹치면서 기(氣)운과 열(火)기가 서로 섞였고 그 힘으로 인해 빛이 생겼다. 빛은 밤과 낮, 사계절이 나뉘는 원인이 되었다. 빛과 어둠, 계절이 생기면서 비로소 시간이 흐르기 시작했고 시간이 흐르자 세상에는 온갖 풀과 나무, 길짐승과 날짐승들이 태어나기 시작했다.
천인(天人) 넷과 천녀(天女) 넷은 만물이 가진 음의 성질에 따라서 각각 온 세상을 흙[토(土)], 물[수(水)], 공기[기(氣)], 불[화(火)]로 나누어 다스렸다. 여신 마고는 흙을 맡은 천인?천녀들은 황(黃)이라고 하고 물 기운을 맡은 천인?천녀들을 청(靑)이라고 불렀다. 황과 청은 하늘로 올라가 각자 궁(穹)을 지어 머물면서 자신들이 맡은 일을 하게 되었다. 대기(大氣)를 맡은 천인과 천녀를 백(白)이라고 이름 짓고 불기운을 맡은 천인?천녀들은 흑(黑)이라고 해서 각자 땅[대지(大地)]에서 집[소(巢)]을 짓고 살면서 본분을 다해 나가도록 했다. 이때부터 황궁, 청궁, 백소, 흑소를 항상 이름에 붙여 성(姓)씨로 삼았다. (……)
이 평화롭던 마고성에 사람들이 점점 늘어나면서 지유가 부족해졌다. 지소 씨는 하늘을 꾸미기 위해 기르던 포도나무의 열매를 지유 대신 먹었고 그로 인해 날카로운 이빨이 생겨났다. 지유를 마시지 않고 포도를 먹은 사람들은 차차 성격이 날카로워져 거짓된 행동과 싸움을 일삼다가 마고여신에 의해 쫓겨나게 된다. 분란의 책임을 지고 네 성씨는 모두 제 갈길을 찾아 뿔뿔이 흩어지고 마고연신과 함께 하늘을 지키던 궁희 소희 두 딸과 그 후손 몇몇, 선녀들이 지키는 마고대성에 어느새 땅 위에서 번식하여 신과 같은 능력을 가진 단군일행이 찾아와 마고대성을 차지한다. 그들과 싸우다 상처를 입고 땅으로 몸을 숨긴 마고와 두 딸 궁희 소희는 어려운 사람들을 돕고 기술을 가르쳤으나 세상에서 권력을 차지한 사람들이 신의 능력을 가진 그들에게서 힘을 빼앗기 위해 모함을 하곤 한다. 사람들은 그녀들을 마귀할멈, 구미호 등으로 부르면서 그들이 가진 능력과 재물을 빼앗으려고 혈안이 된다. 이에 마고할미와 그 딸들은 다시 옛날의 풍요롭던 세상을 만들어 보고자 하는데… 이 이후의 이야기는 최정원이 마고계열 신화들을 모두 찾아 연구하고 빈 곳은 창작하여 해설하며 보여주는 『마고할미』의 세계로 직접 들어가 보자.
※ 책속으로 ※
그동안 우주의 기를 뭉쳐 옥구슬을 빚느라 기력을 모두 써 버린 마고는 비로소 쉬려고 침실로 들어갔다. 궁희와 소희는 후손들이 어디에서 어떻게 살아가는지 빨리 보고 싶어 마고가 잠이 든 사이 황궁씨들이 살던 남쪽 자리에 빨강 옥구슬을 놓았다. 동쪽의 청궁씨 성에는 파랑 옥구슬을, 서쪽을 향한 백소씨 성에는 하양 옥구슬, 북쪽을 바라보는 흑소씨 성에는 까망 옥구슬을 가져다 놓았다. 옥구슬에서 쏟아져 나온 밝은 빛이 까마득한 땅 위를 비추었다. 노랑 황옥 구슬을 마고 대성 한가운데에 올려놓으니 동서남북에서 비친 빛들이 모여 눈부신 흰빛을 내며 그동안 성을 뒤덮고 있던 어두운 기운을 몰아냈다. 옥구슬을 들여다보았다. 반듯한 돌담들이 눈에 들어왔다. 붉은 소나무로 대들보를 세우고 황금빛 흙으로 벽을 발라 노란 이엉을 얹은 아담한 집들이 가득하다. 한가로이 연기가 피어오르는 집집마다 어린 아이들이 골목으로 나와 제기를 차거나 굴렁쇠를 돌리며 놀았다. 반듯반듯 갈아 놓은 땅에서는 나무로 갈퀴나 호미를 만들어 논밭을 일구는 사람들이 보였다. 그들은 때로 저희가 살던 마고 대성을 그리워하는 듯 손을 들어 얼굴에 그늘을 만들며 하늘을 올려다보았다. 그리고 갈아 놓은 땅에 볍씨와 배추 씨 등 곡식과 푸성귀의 씨를 뿌렸다. 어느새 흰머리에 허리가 굽은 사람들은 근심이 가득한 목소리로 중얼거렸다.
“땅은 갈아 놓았는데 하늘이 비를 주시려나.”
사람들은 길게 한숨을 내쉬며 흥얼흥얼 노래를 불렀다.
“옛날 옛적 마고 할머니 시절에 땅에는 젖이 넘쳤다네. 시기도 싸움도 없었으니 죽음 역시 세상에 없었다네.”
한 사람이 흥얼거리면 듣고 있던 사람들이,
“에헤이, 헤이여어 어여로 상사뒤이요오!”
하면서 뒤를 이었다. 구슬픈 노랫가락에 소희와 궁희의 눈에 눈물이 어렸다. 사랑하는 아들딸들이 자손을 이끌고 떠나던 날의 아픔이 밀려왔다.
노래 몇 가락에 힘든 일이 끝나자 사람들은 두 손을 모으고 하늘을 향해 빌었다.
“하늘이시여, 마고 할머님이시여. 우리에게 비를 내려 주옵소서. 강이 넘치게 주지 마시옵고 들판에 곡식이 넘치게 내려 주옵소서.”
*******
풍백이 앞으로 나서 한 무릎을 땅에 꿇고 말했다.
“지금 저들을 치소서! 아무도 이 나라를 떠나지 못하게 하소서! 황금강 무리들이 저기에 섞이면 손쓸 수 없게 될 것입니다.”
환은 아무 말 없이 두 손 사이에 머리를 묻었다.
‘이곳 백성들을 바르고 어질게 잘 다스려서 하늘의 뜻에 맞는 나라를 세우려고 했다. 그러나 사람들의 마음을 감동시켜 그들이 충심으로 감탄해 따르게 하는 데는 실패한 것이나 다름없었다. 아, 장차 어떻게 해야 할 것인가. 어미가 필요하다. 사람들이 자식처럼 매달리고 안길 수 있는, 마고처럼 넉넉한 인품을 가진 어미가…….’
이렇게 생각한 환이 말했다.
“모두 물러가 있거라.”
환은 깊은 한숨을 쉬었다.
‘어진 마음으로 세상을 만든 한어머니 마고에게 안기는 기쁨에 사람들은 앞으로도 계속 그쪽으로 몰려갈 것이다. 백성이 없는 나라는 나라가 아니다. 어떻게 하면 그들을 다시 불러들일 수 있을까…….’
걱정은 그것뿐만이 아니었다. 하늘을 떠난 사람들이 어떤 족속인지, 어떻게 다스려야 양의 껍질을 벗어던지지 않는지 이 순박한 어머니는 모르고 있는 것이다. 살아남기 위해 더러워진 인간의 속성을 잘 파악해 베풀 것은 베풀고 금할 것은 엄한 벌로 다스린 결과 환이 이 땅을 통치하는 힘을 얻었다는 사실을 하늘에서 온 순진한 여신들은 깨닫지 못했다. 그는 시름에 잠겼다. 선한 사람도 있지만 악한 사람도 그만큼 있는 곳이 바로 땅의 나라, 이 세상의 이치인데 인간 본성이 선하다고 믿는 마고가 그것을 장차 어떻게 다룰지 그로서는 이만저만한 걱정이 아니었다. 환은 신하들을 멀리하고 보름달이 차오르고 다시 이지러지도록 그대로 깊은 시름에 잠겨 보냈다.
“형님, 이대로 두실 거요? 내가 다스리는 땅에서는 마고성이 천국이라고 난리가 났소. 왕자님께서 어찌하시건 나는 허락 없이 남쪽 땅으로 가는 것을 금지시켰소.”
우사가 고개를 끄덕였다.
“나도 마찬가지일세. 왕자님은 이상주의자시지. 마고 대성에서 전투할 때 기억나지? 그때 어떻게 하셨는지 보게. 왕자님 체면도 살리고 기강도 세우고! 나중에 꾸중을 들을지도 모르니 그 할망구와 직접 싸우는 건 피해야 하네. 우리가 가서 배반자들을 치세.”
우사와 운사는 풍백을 불렀다. 그리고 환 왕자 몰래 몸이 날랜 싸알애비 정예 군단 모두루를 이끌고 마고성으로 진군했다.
마고성의 하늘에 검은 구름이 몰려들더니 순식간에 한 치 앞도 보이지 않을 정도로 어두워졌다. 빈손으로 북쪽에서 내려온 사람들을 위해 산비탈 땅을 갈아 밭을 만들어 주던 마고는 일손을 멈추고 하늘을 올려다보았다.
구매가격 : 7,500 원
나무도령
도서정보 : 최정원 | 2016-12-16 | EPUB파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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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줄거리 ※
옛날에 한 선녀가 계수나무를 사랑하여 지상에 내려와 그의 아기를 낳았다. 사람들은 이 아이를 나무도령이라고 불렀다. 세상에 큰 홍수가 져서 계수나무가 쓰러지게 되자 계수나무는 아들인 나무도령에게 자기 위에 올라타라고 이른다. 아버지를 뗏목삼아 떠돌던 중 나무도령은 모기와 개미, 멧돼지를 끌어올려 살려준다. 물에 빠진 사람의 아이 하나를 끌어올리려고 하는 찰나 아버지 계수나무는 강한 어조로 안 된다고 말하며 허락하지 않는다. 그러나 인정 많은 나무도령이 간절하게 부탁하자 어쩔 수 없이 그 아이를 구하게 놔둔다. 이 아이의 교활한 수로 나무도령은 번번이 어려움에 빠지게 된다. 둘은 높은 산 정상에 살아남은 할머니의 딸과 하녀와 함께 살게 된다. 할머니가 두 아이에게 색시감을 고르라고 하자 나무도령은 자신이 구해준 동물들 덕에 예쁘고 마음씨 착한 할머니의 손녀와 결혼하게 된다. 나무도령이 구해 준 아이는 하녀와 결혼했는데, 이때부터 세상에는 나무도령의 후손인 착한 사람과 도령이 구해 준 아이의 후손 중에서 태어난 나쁜 사람이 고루 퍼지게 되었다고 한다. 이것은 나무도령을 모티프로 쓴 어느 글에서나 나타나는 공통적 줄거리이다. 그러나 최정원이 창작한 『나무도령』은 홍수가 일어나게 되기까지의 하늘 이야기, 나무도령의 엄마인 선녀 이야기, 왜 “검은 머리 짐승은 거두지 말라”는 속담이 생겼는지에 이르기까지 세세하게 보여주면서 흥미진진하게 이야기를 엮어 내려간다. 이제까지 본 나무도령 이야기에서는 볼 수 없었던 창작소설, 최정원의 『나무도령』을 읽으면 이해하기 어려웠던 전래설화의 빈 공간이 명확한 논리로 차곡차곡 채워져 완벽한 서사로 변신하는 과정을 확인할 수 있다.
※ 책 속으로 ※
무리에서 벗어나 마고대성 아래로 다시 돌아온 월계는 하늘 높이 솟아있는 마고대성을 향해 두 손을 우러르고 용서를 구했다.
“나는 벌을 받아야 해. 여기서 마고님이 나를 발견하고 용서해 주실 때까지 기다리자.”
팔이 뻣뻣하게 굳고 어깨가 떨어져나가는 것 같이 아파도 그는 이를 악물고 손을 내리지 않았다. 비바람이 불어오고 뜨거운 햇살이 내리 퍼부었다. 어느새 월계의 머리는 자라 무성하게 어깨를 덮었다. 망토 주머니 안에 넣어두었던 씨앗에서 싹이 돋아나와 발치를 향해 자라났다. 얼마쯤 더 지나자 그 싹들은 점점 자라나 온몸을 에워싸며 하늘을 향해 줄기를 뻗었다. 월계의 피부는 뜨거운 해가 지지고 비바람이 두드려 갈퀴처럼 거칠어졌고 눈보라가 할퀴어 여기저기 나무등걸처럼 갈라졌다. 월계는 마고대성을 향해 두 손을 높이 쳐들고 쉬지 않고 자기가 지은 죄를 용서해 달라고 빌었다. 하지만 성에서는 아무 소리도 들려오지 않았다.
오랜 시간동안 두 손을 들고 하늘을 우러르던 월계는 정신을 잃었다. 길고 긴 세월이 흐르고 흘렀다. 어느새 굳센 두 다리는 땅으로 스며들어 뿌리가 되었고 두 팔은 굵은 가지로 변해 온몸에 무성한 잎을 틔웠으며 몸 전체는 하늘을 향해 몸을 흔들며 기도드리는 나무로 변해 버렸다. 자신이 왜 거기에 서 있는지조차 기억이 가물가물해질 만큼 오랜 시간이 흘렀다. 하늘은 땅에서부터 더 멀어지고 하늘의 영광스런 음악을 기억하지 못하는 땅은 갈수록 메마르고 황폐해졌다. 땅으로 스며든 월계의 두 다리는 옛날에 마고대성에서 흘러넘쳐 땅속으로 숨어버린 지유를 빨아들여서 갈수록 키가 컸다. 세월이 흐르고 또 흐르는 동안 월계는 하늘을 떠받칠 듯한 거목으로 자라났다.
때로 월계는 깊은 잠에서 깨어나, 점점 높아져서 이제는 잘 보이지 않는 하늘을 향해 몸을 흔들었다. 하늘과 주고받던 대화가 끊어졌다는 사실이 월계를 못 견디게 했다. 월계는 하늘을 우러르고 바람이 불 때마다 하늘을 향해 잎과 가지를 흔들어 기도하고 노래를 불렀다.
******
별아기를 명경 호수에 밀어 넣은 선녀들은 구비치는 구름대롱을 들고, 호수가 흘러넘쳐 은하수로 흘러드는 강가로 몰려갔다. 거기에서 피워 올린 구름으로 비를 일으켜 땅에서 날아온 먼지 그리고 먼 옛날 조상들이 죄를 지으며 먹고 마신 사악한 음식들과 짐승들의 시체, 뼈들을 며칠간 문지르고 씻어 내렸다. 물은 땅으로 콸콸 소리를 내면서 흘러내려갔다.
“안돼요! 그만 멈춰요! 우리 아가가 땅에 있어요. 우리 나무도령은 죄 없는 아이예요.”
깊이를 잴 수 없는 하늘 호수물이 쏟아져 내리면 땅은 머지않아 모두 물에 잠길 것이 틀림없었다. 폭우가 되어 퍼부을 저 물 속에서 어린 나무도령이 엄마도 없이 어떻게 견딜지 생각하니 미칠 것만 같았다. 별아기는 처음에는 마고할머니를 부르며 용서해 달라고 울부짖었다. 하지만 울고 또 울어 울음소리조차 나오지 않게 되자 별아기는 마음속으로 간절히 계수나무를 불렀다.
‘이제 우리 나무도령을 구할 이는 당신뿐이에요.’
그러는 사이 하늘에는 달이 이울었다. 별아기는 모든 것을 포기했다. 별아기는 어머니가 어릴 때 안고 어르면서 부르던 자장가를 중얼거렸다.
“은자동아, 금자동아 금이로구나,
만첩청산의 보배동아 순지건곤의 일월동아,
…
둥글둥글 이 수박동아, 오색비단의 채색동아
채색비단의 오색동아, 은을 주면 너를 사고,
금을 주면 너를 사랴, 애지중지 기른 정을….”
노래를 부르던 별아기는 있는 힘을 다 해 남편, 계수나무를 생각했다. 아직은 하늘의 소리에 귀 기울이고 그 뜻을 들을 수 있는 남편을 향해 온 정신을 집중해서 속삭였다.
‘여보, 제 대신 아이를 지켜 주세요….’
별아기는 눈을 감았다. 잠시 후 별아기의 몸은 호수에 잠겨 버렸다. 다음날 해가 떠오를 때쯤 선녀의 옷자락이 떠올랐다. 그 옷 위에는 방금 허물을 벗은 나비가 한 마리 앉아 날개를 말리고 있었다. 해가 막 솟아오르는 순간 나비는 나풀나풀 날아올랐다. 잠시 성안을 맴돌던 나비는 마고대성의 담을 넘어 땅 위의 꽃을 찾아가려는 듯 아래로 아래로 날아 내려갔다.
구매가격 : 7,000 원
창세가
도서정보 : 최정원 | 2016-12-16 | EPUB파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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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줄거리 ※
세상이 생겨날 적에 어마어마한 거인인 미륵님이 태어나 하늘은 위로 밀어올리고 땅은 아래로 내려가게 분리를 시켜놓았다. 이 때 하늘에는 해도 달도 둘씩 떠 있었다. 미륵님은 해 하나를 부수어 큰 별과 작은 별들을 만들어 흩뿌리고 달 하나로는 북두칠성과 남두칠성을 만들어 비로소 세상에는 해와 달이 각각 하나씩만 남게 되었다. 미륵님은 칡으로 옷을 지어입고 나서 동식물을 만들고 마지막에 사람의 남자와 여자를 만들어 세상을 돌보게 했다. 그런데 석가님이 나타나 내기를 해서 이긴 사람이 세상을 차지하자고 한다. 둘은 세 번의 내기를 한다. 첫내기로 미륵님은 동해에 금병에 금줄을 내리고 석가님은 은병에 은줄을 내리지만 끊어져 버린다. 그러자 석가님이 한 번 더 내기를 하자고 우긴다. 다음에는 성천강 여름에(열음에: 강 원류, 시작지점을 말하는 듯하다) 강을 붙이는 내기를 한다. 미륵님은 동지제를 올려 모든 것을 얼게 하여 세상 모든 강이 하나로 붙게 만들지만 석가님은 입춘제를 올려 강을 모두 녹게 하고 비를 퍼부었으나 물은 모두 바다로 흘러들어 이번에도 석가님이 진다. 하지만 석가님은 딱 한 번만 더 내기를 하자고 조른다. 마지막으로 그들은 한 방에서 동시에 잠든 후 모란을 피워, 무릎 위로 모란꽃이 피어올라오는 쪽이 이기는 것으로 하자고 정하고 잠이 들었다. 하지만 석가는 자는 척하고 깨어 있다가 모란이 미륵의 무릎 위로 자라자 그것을 훔쳐 자기 무릎 위에 올려놓고는 자신이 내기에 이겼다고 선언한다. 비열한 방법으로 결과를 빼앗아 석가가 내기에 이기자 미륵은 부정한 방법으로 이겨 세상을 빼앗았으니 세상에는 전쟁이 끊이지 않을 것이며 불구인 사람들이 태어나고 기생과 백정이 생길 것이며 중 삼천 명 안에서 일천 거사가 나와 세상이 말세가 될 것이라고 저주하고 사라진다.
그의 저주처럼 미륵이 세상을 빼앗긴 후 세상에는 전쟁이 끊이지 않고 역병이 돌았으며 불구자와 무당, 백정 등이 태어나 세상이 어지러워진다. 사람들은 그들을 사랑하고 돌보던 미륵을 그리워하면서 솟대를 세우고 그가 돌아오기를 기원한다. 그리고 해마다 봄이 오면 미륵이 돌아와 세상을 구한다는 염원을 담아 진달래 화전을 부쳐 먹으며 화전놀이를 하게 되었다. 큰 줄기는 서사무가를 따랐지만 한 점의 의혹이 없이 촘촘하게 구성한 최정원의 『창세가』는 “창세가”라는 구조를 빌린 우주의 기원을 설명하는 창작소설이라 할 수 있다.
※ 책속으로 ※
종일 두드리는 쇳소리를 내던 그림자가 용트림을 하더니 땅에 벌어진 틈새를 비집고 쉭쉭거리면서 점점 커져서 동굴 위까지 드리웠다. 이리저리 몸을 흔들던 그림자가 조금씩 오그라들더니 미륵의 얼굴 앞에 웬 사내가 떡 버티고 서서 자기 얼굴을 들이댔다. 긴 머리가 어깨까지 흘러내리고 온 몸에 시커먼 털이 솟아났으며 온 팔과 다리에는 밧줄처럼 꼬인 근육이 움직일 때마다 살아있는 것처럼 꿈틀거렸다.
“그대는 누구인가?”
그러자 사내가 고개를 갸웃거리면서 되받았다.
“그대는 누구인가…?”
“나는 미륵이다.”
그러자 그는 갑자기 고개를 젖히고 “하하하하!”하고 쩡쩡 울리는 소리를 내면서 웃었다.
“미륵? 오호라! 댁이 미륵이로구먼! 고 꾀쟁이 석가한테 댁도 보기 좋게 당한 모양이구려! 하하! 쯧쯧! 생각해 보니 댁이 이런 처지가 된 것은 내 잘못도 있구려. 일전에 석가가 오더니 잠자리 날개보다도 가볍고 세상에서 가장 질기고 강한 그물을 만들라더군. 그래서 나는 며칠 밤을 세워 가면서 접으면 한 줌 밖에 안되지만 펼치면 산을 덮을 만한 강철그물을 만들어 주었어.”
미륵은 잡혀오던 날의 악몽이 되살아났다. 아직도 몸 여기저기에는 그 때 입은 상처가 아물지 않고 입을 벌리고 있었다.
******
한참 동안 달려가자 섬뜩할 정도로 어두워졌다. 너무 어두워서 소리도 어딘가로 빨려들어가 버린 것처럼 적막했다. 사필과 귀정은 서로의 이름을 부르면서 함께 걷고 있다는 것을 확인했다. 길은 점점 가파르고 험해졌다. 발을 헛디뎌 구르기도 하고 날카로운 돌에 긁히기도 했지만 그래도 앞이 보이니 크게 어렵다는 생각은 하지 않았다. 워낙 혹독한 수련을 거친 후라 어지간한 어려움이 아니면 별로 두려운 것은 없었다. 그런데 길이 약간 밝아졌다. 동굴이 점점 넓어진다는 생각이 들자마자 매서운 바람이 휘몰아치기 시작했다. 두 사람은 회오리 바람에 휩쓸려 어딘가로 던져졌다. 잠시 후 정신을 차려보니 주위는 온통 서리와 눈밭이어서 흰 눈과 어둠이 엉클어져 어느 것이 위인지 아래인지도 분간할 수가 없었다. 너무 추워서 이가 딱딱 맞부딪쳤지만 한 겨울에 웃통을 벗고 단련하던 생각을 하면서 견뎌냈다. 그러나 오랫동안 추위에 떨다 보니 기진해서 졸음이 왔다. 둘은 잠들지 않으려고 서로를 깨워가면서 걸어갔다. 계속 뭔가 말을 해야만 했다. 마침내 사필이 중간에 쪼그리고 앉더니 코를 골기 시작했다. 막 졸음에 빠져 들려던 귀정이 퍼뜩 정신을 차리고 소리쳤다.
“사필, 당장 일어서. 이러다가는 얼어 죽게 된다구! 우린 아직 할 일이 많잖아. 우선 미륵을 어떻게 구할지 계획을 세워야겠는데….”
사필이 가까스로 일어섰다.
“그래, 가면서 얘기해 보자.”
사필은 감기는 눈을 억지로 뜨면서 대답했다.
“무엇으로 호수를 덮어야 할까?”
그 때 사필은 두터운 얼음에서 헛디뎌 미끄러지고 말았다. 동굴 바닥이 온통 얼음으로 뒤덮여 있었다.
“쳇! 온통 얼음으로 뒤덮였구나. 몸을 감쌀 천이나 하다못해 낙엽으로만 뒤덮였어도 이렇게 걷기가 힘들지는 않을 텐데.”
무심코 듣고 있던 귀정이 갑자기 손뼉을 쳤다.
“만약 네 말대로 천으로 이 동굴을 뒤덮었다면 어마어마하게 넓은 것이 필요했겠지. 그런데 이 동굴은 물만으로 저 길고 긴 바닥을 다 덮고 있어. 잘 생각해 봐. 미륵님이 석가와의 강을 붙이는 내기에서 어떻게 이겼는지!”
졸음 때문에 눈을 게슴츠레 뜨고 있던 사필이 갑자기 눈을 번쩍 떴다.
“맞아!”
“시간이 없다. 이 찬 바람을 어떻게 이용할는지 생각해 보자.”
“그러려면 빨리 호숫가에 도착해서 주변이 어떤지 살펴봐야 해.”
두 사람은 달리기 시작했다. 한참동안 달리다 보니 추위는 자연히 물러가고 오히려 몸에서 땀이 흐르기 시작했다.
구매가격 : 7,500 원
은하수와 별똥별
도서정보 : 최정원 | 2016-12-16 | EPUB파일
지원기기 : PC / Android / iOS
※ 줄거리 ※
이 글은 중생대 말, 익룡들이 하나 둘 쇠퇴해 갈 무렵, 새로 나타나기 시작한 시조새 은하수와 익룡인 람포링쿠스의 우정에 관한 이야기다. 어쩌면 서로 다른 종류의 인간과 인간의 문제일 수도 있다. 종을 넘어선 우정… 은하수가 막 깃이 돋아나기 시작해서 달리며 나는 연습을 할 때 이 장면을 재미있어 하는 람포링쿠스 별똥별을 만나게 된다. 둘은 점점 친해진다. 그런데 그들이 살던 해안에 점점 공포가 드리운다. 어디선가 나타난 거대한 익룡들과 또 새들 때문에 먹이를 찾기가 갈수록 어려워지고 있던 탓이다. 새와 친구가 된 별똥별을 같은 람포링쿠스 무리들은 좋아하지 않았다. 별똥별을 좋아하지 않는 틱틱이의 모함으로 오해는 점점 깊어졌고 별똥별은 은하수를 데리고 무리를 떠나 둘이만 즐겁게 살아간다. 그러나 이를 시기한 틱틱이는 둘이 살고 있는 둥지에 침입했다가 별똥별에게 혼이 나고 쫓겨난다. 이에 앙심을 품고 새무리와 익룡의 무리를 이간한 결과 새들과 익룡들이 전쟁을 벌이게 된다. 이 싸움을 가운데에서 막으려던 별똥별은 은하수가 위험해 질 것처럼 보이자 친구인 바다거북 장군이에게 은하수를 맡기고 공격하는 틱틱이 무리와 뒤엉킨 채 바다속으로 자맥질친다. 은하수는 숨어서 별똥별이 돌아오기를 기다렸지만 아무리 기다려도 별똥별은 돌아오지 않는다. 종족간의 전쟁의 상처로 인해 새들도 익룡들도 하나둘 바닷가를 떠난다. 하지만 별똥별을 기다리는 은하수는 그곳을 떠날 수가 없다. 그렇게 몇 년이 흘렀다. 떠났던 새의 무리들이 하나, 둘 돌아왔지만 별똥별은 오지 않았다. 그렇게 기다리다 조금씩 별똥별을 잊어갔고, 어느덧 은하수는 새끼를 품은 어미새가 되었다. 아가들이 눈을 빛내면서 옛날이야기를 해 달라고 조르기 시작했다. 그제야 다시 별똥별의 맑은 웃음소리가 되살아났다. 은하수는 아가들에게 옛날이야기를 해 주기 시작했다. "옛날에, 옛날에, 아직 새가 물고기를 사냥하기도 훨씬 전에 말이야…." 별동별과 함께 했던 아름다운 추억들은 옛날이야기가 되어 피어올랐다.
※ 책속으로 ※
“타닥…, 타닥….”
날개 치는 소리가 요란하게 들려왔다. 이제 막 꽁지에 오색 깃이 너울거리기 시작한 아기 새가 양치식물 사이를 힘들게 뛰어다녔다.
“에구! 더는 못하겠다.”
아기 새는 막 날아오르려다가 비틀거리면서 다시 떨어져 내렸다.
“하하하핫!”
웃음소리가 머리 위에서 메아리쳤다. 올려다보니 조그만 네모꼴이 달린 꼬리를 흔들면서 람포링쿠스 한 마리가 웃어젖혔다. 아기 새는 화도 났지만 바보 같은 모습을 보인 게 부끄러워서 얼른 소철 위로 기어 올라가 열매를 찾는 척 했다.
“넌 누구야?”
람포링쿠스는 머리 위를 미끄러지듯이 빙글빙글 돌면서 물었다.
‘내가 누구냐고?’
뭔가 대답을 하려고 했지만 할 말이 없었다.
*******
한참 자다가 이상한 기척이 들어 눈을 뜬 은하수는 소스라치게 놀랐다. 둥지 입구에서 불그스레한 눈이 자신을 쏘아보고 있었기 때문이었다.
“너냐? 별똥별이 동족보다 더 아낀다는 털북숭이 녀석이?”
은하수와 함께 살고 있는 별똥별을 못마땅해 하면서 익룡들 사이에서 비아냥거리고 다니던 망나니 틱틱이였다. 틱틱이의 입에 오르면 누구든 옳지 못한 모습으로 변형되기 일쑤라 누구도 처음에는 별로 신경을 쓰지 않았다. 그래도 틱틱이가 꾸준히 그런 험담을 하고 다니면 이웃들에게는 그 말이 사실인 것처럼 받아들여져서 결국은 피해를 입게 되어있었다. 사이좋게 의지하면서 살아가는 두 고아, 별똥별과 은하수가 얼마 전부터 틱틱이의 공격대상이 되기 시작했다. 별똥별이 날이 갈수록 늠름하게 성장하자 잘난 것은 절대로 못 보는 틱틱이의 눈에 나기 시작했던 것이다. 은하수는 아무 말도 하지 않고 굴 안쪽으로 더 들어가서 날개를 벌리고 위험하면 날아오를 자세를 취했다.
구매가격 : 5,000 원
평화를 위해 필요한 것
도서정보 : 최정원 | 2016-12-16 | EPUB파일
지원기기 : PC / Android / iOS
※ 줄거리 ※
이 이야기는 중생대 바다에 사는 파충류였던 어룡, 이크티오사우루스 등, 중생대 바다의 파충류들이 어떻게 살았는지를 보여주는 이야기로서 우화의 형식을 띠고 있다. 돌고래를 닮은 어룡인 이크티오사우루스 무리의 지도자 아들인 익선이는 어느날 바다에 갔다가 굶주린 어룡, 리우플레우로돈인 프루돈 부부를 만난다. 부부는 익선이를 잡아먹을까 고민하다가 익선이를 꼬여서 이크티오사우루스들이 사는 곳으로 따라가면 익선이네 무리를 통째로 모두 잡아먹을 수 있다는 생각에 익선이에게 최상의 친절을 베푼다. 익선이가 리우플레우로돈들과 어울리는 것을 본 익선이 부모는 더이상 그들을 만나지 말라고 하지만 친절한 친구를 험담하는 부모에게 실망한 익선이는 크게 반발한다. 그뿐만 아니라 평화로운 바다에서 자꾸만 군무 연습과 탈출연습, 방어연습을 하자 익선이와 젊은 친구들은 어리석은 부모 세대와 따로 살아가기로 결정하고 무리를 이탈해서 프루돈에게 간다. 프루돈은 자신들이 지켜주면 쓸데없이 군무나 추며 시간을 낭비하는 일은 없을 거라고 말한다. 그런데 하루자고 일어나면 한두 명씩 친구들이 보이지 않는 것을 이상하게 여기던 익선이는 어느날 프루돈의 아내가 친구를 잡아먹는 장면을 목격한다. 그제야 젊은 친구들은 그동안 부모님들이 강하게 훈련을 시키고 보호해 준 덕에 바다악어와 같은 무리들로부터 안전하게 살아남았다는 것을 깨닫게 된다. 그들은 프루돈으로부터 필사의 탈출을 한다. 그러나 프루돈은 빠른 속도로 뒤쫓는다. 그 때 그들이 버리고 왔던, 프루돈과는 상대도 안 되게 나약한 이크티오사우루스 편대가 그들을 구하러 빠르게 다가오는 모습이 보였다. 어린 이크티오사우루스들은 감동을 느끼며 자신들의 무리를 향해 달려간다. 만일 살아남을 수 있다면 다시는 달콤한 포식자의 유혹에 넘어가지 않으리라고 다짐하면서.
※ 책속으로 ※
저물녘이 되어 바다 밑 동굴로 들어가려고 할 때 익선이는 누군가 바위 뒤에 있는 기척을 느꼈다. 바위 뒤를 기웃거리다가 커다란 붉은 두 눈이 노려보고 있는 것을 발견하고는 깜짝 놀라 뒤로 물러섰다. 두 눈은 점점 가까이 다가왔다. 머리가 어마어마하게 큰 리오플레우로돈이었다. 익선이는 고개를 갸우뚱거리면서 혹시 플루돈인가 해서 고개를 빼고 보면서 말했다.
“아저씨…?”
쏜살같이 익선이를 향해 다가오던 리오플레우로돈이 갑자기 무엇에 걸린 듯 덜컥 멈춰 섰다. 플루돈이 붉은 눈의 앞다리를 걸어 뒤로 잡아당기고 있었다. 어두운 바위 뒤에서 플루돈이 말했다.
“익선아! 이제 돌아오니? 인사해라. 우리 집사람이야.”
*******
“이제 플루돈 아저씨가 대장이 되셨으니까 우리는 안전할 거예요. 아저씨가 그랬어요. 우리가 어디에서 머물고 있는지 가르쳐 주면 메갈로돈과 사르코수쿠스 임페라토르 떼가 접근하지 못하도록 지켜주겠다구요.”
“그래서 우리가 숨은 곳을 가르쳐 주었니?”
익선이 아빠가 참을성 있게 듣고 있다가 버럭 소리를 질렀다. 칭찬을 받을 줄 알고 있었던 익선이는 아빠가 소리 지르자 깜짝 놀라서 입을 다물었다.
“어서 말해 봐!”
익선이는 엄마의 눈치를 살짝 엿보았다. 엄마 역시 가늘게 입술을 떨면서 익선이를 쏘아보고 있었다.
“지금…, 아저씨 부부가 우리 동굴입구에서 상어랑 악어가 가까이 오지 못하도록 지켜주고 있어요.”
“너 미쳤니? 상어나 악어는 우리 천적이 아냐! 왜 그런지 아직도 모르겠니? (……)”
엄마가 소리를 질렀다. 곧 이어서 침착해진 아빠가 익선이에게 말했다.
“이젠 어쩔 수 없어. 네가 데리고 왔으니 네가 어디 먼 곳으로 유인을 해라. 그동안 나는 우리 무리를 멀리 피신시키겠다.”
구매가격 : 5,000 원
저승도
도서정보 : 최정원 | 2016-12-16 | EPUB파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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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줄거리 ※
어느 날 50년 전에 실종된 한 어부가 실종되었을 때와 똑같은 모습으로 돌아온다. 정부에서는 그를 병원에 입원시키고 건강검진과 이런저런 검사를 시행한다. 그러나 그는 다시 돌아가야 한다면서 틈만 나면 병원에서 탈출하려고 한다. 어부가 발견된 지역은 뱃사람들과 해녀들의 실종이 잦은 곳이기도 하고 오래 전에 사라졌다는 사람들이 그 때 그 모습으로 나타나곤 한다는 전설이 내려오는 곳이다. 유전자 검사를 통해 어부의 후손들이 실제로 살아가고 있는 것을 확인한 정부에서는 이어도 설화가 내려오는 그 지역에 시공간연구를 위한 탐색대를 파견한다. 탐색선은 갑작스런 해무 사이에 갇히게 되는데 기기도 작동 불능이 되고 어마어마한 소용돌이에 빨려들어가게 된다. 그들이 정신을 차렸을 때는 현무암 언덕이 하늘을 찌르는 어느 바닷가이다. 남자대원들이 물을 찾으러 갔지만 돌아오지 않자 여자대원들은 그들을 구하러 무장을 하고 탐사에 나선다. 거기서 그들은 인간과 양서류의 중간에 속하는 듯하며 뇌파로 의사소통을 하는 기이한 인종을 만나 모두 노예가 된다. 여자들은 동굴에 갇힌 채 아이들을 키우는 유모로 전락하고 남자들은 새로운 세대를 탄생시키기 위한 일에 동원된다. 그러다가 제주에서 구한말에 납치되어 왔다는 나이가 지긋한 유모의 도움으로 그들은 탐사선으로 탈출하게 된다. 그러나 탐사선의 시공간조정장치가 망가져서 그들은 돌아가지 못하고 현무암언덕에 만달라의 구조를 가지는 성채를 짓는다. 서로 결혼하여 살아가던 그들 중 젊은 대원들을 중심으로 섬을 탈출하려는 비밀계획이 추진된다. 그들은 탐사대장인 유철수 박사와 시공간 연구책임자 나영희박사에게 반란을 일으켜 저희들끼리 돌아가려고 탐사선을 탈취한다. 이를 저지하기 위해 거기서 태어난 아이들을 유모로봇과 심부름 로봇 등에게 맡기고 그들이 구축한 도시의 모든 기능을 조작하는 전지전능한 소피아 시스템을 자동으로 설정해 놓은 채 유철수 박사와 나영희 박사는 탐사선에 가까스로 함께 올라탄다. 그러나 대원들에게 붙잡혀 어쩌지 못하고 그대로 제주 바다로 끌려가고 만다. 그들은 기다리는 아이들 때문에 돌아가려고 했지만 정부에서 더이상 보조하지 않아 아이들을 구하려는 계획은 좌절된 채 나영희 박사는 가슴을 치면서 늙어가고 있다. 현무암 바닷가에서는 겨우 몇 년이 흘렀을 뿐이지만 제주에서 아이들을 그리는 나영희 박사는 이미 노년이 되어 다리도 제대로 쓰지 못한다. 나영희 박사는 어느날 바닷가에서 발견된 소년과 소녀에 대한 방송의 뉴스를 보게 된다. 그들을 본 순간 나영희 박사는 그들이 바로 자신들이 소피아 시스템에 맡긴 채 두고 온 아이들임을 알아본다. 아이들은 거기서 로봇과 도시운용 시스템의 보살핌을 받으며 저희들끼리 잘 자라왔다. 그러나 최근 들어 시스템이 잦은 고장을 일으키고 양서류인간들이 호시탐탐 도시로 잠입할 틈을 노리자 도시를 맡을 차세대 리더로서 키워진 유박사와 나박사의 아들 "법"은 연구를 한 끝에 아이들이 엄마라 부르며 따르던 동갑내기 소녀 "무"와 함께 자신들의 부모를 찾아나섰다가 제주 바다로 오게 된 것이다. 그들의 증언을 듣고 정부에서는 제2탐사단을 조직한다. 생명을 잃어도 이의를 제기하지않겠다는 각서를 쓴 채 1탐사단 조직 당시 대원이었던 노 대원들이 하나 둘, 제2탐사단에 합류하게 된다. 천신만고 끝에 돌아간 현무암 해안... 제주에서 몇 달을 보낸 그들이 닿은 그 바닷가에서는 이미 오랜 시간이 흘러 아장아장 걷던 아이들은 벌써 아이를 낳은 어미, 아비가 되어 있다. 새로 태어난 아이들은 양서류와 인간의 혼혈인 듯한 아이들이 대부분이다. 유모로봇은 낡아 다리를 절며 치르륵 소리를 내고.... 양서류 인간들로부터 그렇게 아이들을 지키려 했지만 결국 그러지 못했고, 어느새 전설 속의 우라시마타로오처럼 노인이 되어버린 나영희 박사는 땅을 치며 통곡을 한다. 그리고 그녀의 울음은 곧 아이들이 부르는 "이어도 사나" 노랫가락에 묻혀 들리지 않는다.
※ 책 속으로 ※
1.
어느 바닷가. 하늘을 찌를 듯 솟아오른 검은 현무암 벼랑들이 굽이굽이 병풍을 이루고 있었다. 그 뒤로 펼쳐진 산, 높은 봉우리에서 내려다보면 벼랑은 바닷가에 어두운 만달라를 그렸다. 그 바닷가에 아이들이 살고 있었다. 아이들은 벼랑과 벼랑이 맞닿아 골목을 이룬 미로를 뛰어다니며 놀았다. 미로는 바닷가를 뱅글뱅글 돌아 뒷산의 절벽 안, 깊은 바위 동굴로 이어졌으며 그 동굴입구까지가 그들의 놀이터였다. 동굴에서 나와 현무암 절벽을 따라 달리다 보면 어느새 그들은 자신들이 길을 나섰던 처음 그 자리로 돌아오곤 했다. 어두워지거나 비바람이 불면 아이들은 동굴 안으로 들어가 나오지 않았다. 동굴에는 그들에게 필요한 모든 것이 있었기에…, 동굴은 그들을 늘 따뜻하게 품었으므로….
(……)
“~이여싸나 이어도 사나, 요 넬 젓엉, 어딜 가리, 진도바당, 한골로 가세. 한착 손엔, 테왁 심고, 한 착 손엔, 빗창 심어, 한 질 두 질, 들어가 보난, 저슁도가 분명허다.”
[제1부 중에서]
****
그 아이들이 발견된 곳은 제주 바닷가 인공모래톱 위였다. 반세기 전에는 해녀촌이 조성되어 있던 포구이다. 오래 전부터 해수욕을 하러 온 관광객과 해녀들의 실종사건이 자주 일어나 지금은 일체의 수영과 물질이 금지된 곳이다. 아이들은 배내옷처럼 디자인 된 옷을 입고 있었다. 사내아이는 우주복 같은 소재로 만든 가운 위를 노끈으로 질끈 묶고 있었고 여자 아이는 담요인 듯한 두꺼운 천에 뚫린 구멍으로 얼굴과 손만 내밀고 있었다. 그녀 역시 끈으로 허리를 조였을 뿐이었다. 두 아이의 왼쪽과 오른쪽 손목은 밧줄로 함께 묶여 있었고 밧줄을 풀려고 무리하게 잡아당겼거나 누군가에게 심하게 끌려 다닌 듯 밧줄 주변 피부가 벗겨져 피가 흐르고 있었다. [제2부 중에서]
****
주위의 바닷물이 소용돌이치면서 벽처럼 솟아오르더니 운무와 바닷물이 함께 섞여 돌아갔다. 하늘과 바다가 분간이 가지 않았다. 고종수가 번득이는 눈으로 멀리 앞쪽을 손가락으로 가리켰다. 자세히 보니 검은 벽 같은 형체가 보였다.
“고래종류인가? 엄청나게 크군. 향유고래인 모양인데.”
부함장이 혼잣말을 했다. 다음 순간 그들은 안개 속에서 두텁고 끈적끈적한 젤리질의 긴 바다뱀, 혹은 오징어 촉수 같은 것이 고종수를 향해 세차게 뻗어 오는 것을 보았다. 그 순간 고종수는 자맥질을 쳐서 물속으로 뛰어 들어갔다.
“촬영로봇을 고종수 쪽으로 보내서 모든 장면을 기록해.”
함장이 소리치자 항해사는 탐사선 옆에 물고기의 옆줄처럼 장착되어 있는 촬영로봇 중 가장 작은 것을 분리해 고종수의 곁으로 보냈다. 순간 그들은 새빨간 빛 두 개가 아래쪽에서 빛나고 있는 것을 보았다. 고종수는 그 빛에서 필사적으로 멀어지면서 계속 입을 움직여 무슨 소리를 내고 있었다. 빨간 빛과 고종수가 점점 바다 밑으로 가라앉았다.
“전원 무장 대기! 항해사! 빨리 따라잡아.”[제3부 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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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동생 아날로
도서정보 : 최정원 | 2016-12-16 | EPUB파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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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줄거리 ※
뇌룡이는 아파토사우루스였다. 어느날 엄마와 함께 호숫가를 거닐던 뇌룡이는 알로사우루스 아줌마를 만나게 된다. 알로사우루스는 뇌룡이에게 친절을 베풀며 속여서 잡아먹으려고 했지만, 그 순간 엄마와 아빠가 다가와 알로사우루스와 격투를 벌이게 된다. 위험을 완전히 없애려고 알로사우루스를 끝까지 쫓아갔던 뇌룡이의 엄마는 알로사우루스가 공룡알을 가지고 있는 것을 보고 누군가의 소중한 알을 잡아먹을까 봐 빼앗았다. 그러자 알로사우루스는 눈을 감았다. 며칠이 지나자 알이 깨어났는데, 아무리 맛있는 열매와 풀을 주어도 먹지를 못했다. 할 수 없이 뇌룡이는 친척과 친구들 몰래 알에서 깨어난 동생에게 몰래 골드버그 같은 곤충을 잡아 먹여주었다. 세상경험이 많은 늙은 공룡들이 알을 보더니 알로사우루스 알이라고 했지만 엄마는 절대 아니라면서 알로사우루스가 아니라는 뜻으로 알에서 깨어난 동생의 이름을 아날로라고 지어주었다. 아날로는 비쩍 마르기는 했지만 무럭무럭 잘 자랐다. 그런데 아날로가 커 갈수록 이웃들이 수군거리기 시작했다. 어린 공룡들이 사라진다는 말도 있었고 숲에 몰래 숨어사는 알로사우루스가 있다는 소문도 돌았다. 그러던 어느날 뇌룡이는 모두가 잠들자 아날로가 살며시 숲으로 가는 것을 보게 되었다. 거기서 뇌룡이는 아날로가 주머니쥐들을 잡아먹고 있는 것을 보았다. 이 사실을 안 친척들이 아날로를 죽이자는 회의를 하고 있을 때 엄마와 뇌룡이는 아날로를 멀리 데리고 가서 놓아주었다. 절대 숲으로 돌아오지 말라는 말과 함께. 오랜 시간이 흘렀다. 숲에는 가뭄이 왔다. 나무들도 풀들도 다 말라죽어 아파토사우루스들은 물을 찾아 대이동을 하게 되었다. 이곳저곳에서 많은 공룡들이 무리를 지어 물이 있다는 소문이 있는 곳으로 오고 있었다. 그런데 초승달이라는 무서운 알로사우루스가 온다는 소문이 돌았다. 초승달은 무시무시하고 힘센 알로사우루스라고 했다. 그런데 그 무서운 초승달도 주문을 외면 물러간다고 했다. 초승달은 잡아먹기 전에 이름을 묻곤 했는데 그 때 주문을 외면 살려준다는 것이었다. 그 주문은 '아파토사우루스', '엄마', 또 하나가 있는데 그건 기억이 안 난다고 했다. 드디어 영원히 물이 마르지 않는다는 영원의 샘을 찾은 공룡들은 저마다 달려가 물을 마셨다. 그러나 한 순간 호숫가가 조용해져 버렸다. 바로 초승달이 나타난 것이다. 미처 그것을 깨닫지 못했던 뇌룡이는 초승달과 맞닥뜨리게 되었다. 초승달은 차분하게 자신을 바라보는 뇌룡이에게 도망갈 시간을 주겠다고 하면서 그렇게 멋진 공룡을 먹고 싶지 않으니 어린 공룡들을 잡아먹겠다고 했다. 그러나 어린 공룡들이 울부짖는 소리를 들은 뇌룡이는 물러서지 않고 알로사우루스와 목숨을 건 싸움을 벌였다. 둘은 이내 피투성이가 되었다. 그 때 엄마가 "뇌룡아"하면서 달려오자 갑자기 알로사우르스가 공격을 멈추고 다시 이름을 물어보았다. 그리고는 말했다. 자신이 바로 아날로라고. 죽어가는 뇌룡이를 껴안은 아날로는 평생 그리던 형을 자신이 죽게 만들자 울부짖었다. 그동안 그렇게 가물던 하늘에는 검은 구름이 몰려들더니 뇌성벽력이 울리고 구멍이라도 난 듯 비가 쏟아져 내리기 시작했다. 모래밖에 없는 황무지는 폭포처럼 밀려드는 물 때문에 금세 바다처럼 변했고 아날로와 뇌룡이도 그 소용돌이에 휘말려 버렸다. 며칠이고 퍼붓던 비가 멎고 다시 들판에는 해가 이글거렸다. 그리고 그 아래서는 한 때 울고 웃던 공룡들이 육식공룡도, 초식공룡도 아무런 구분 없이 한 데 누워 영원한 잠을 자고 있었다.
※ 책속으로 ※
알로사우루스는 커다란 이빨을 드러내더니 엄마에게 달려들었습니다. 아빠 아파토사우루스들이 달려와 꼬리로 알로사우루스의 머리를 받아쳤습니다. 알로사우루스는 잠시 비틀거리더니 몸을 돌려 제일 앞에 있는 아빠의 어깨를 물어뜯었습니다.
“어서 놓지 못해?”
이웃아저씨들이 꼬리로 알로사우루스의 몸을 쉬지 않고 후려쳤습니다. 그러나 녀석은 아빠의 어깨를 문 턱에 더욱 힘을 주었습니다.
“뇌룡아! 어서 숲으로 도망 가. 저건 초식공룡을 잡아먹는 알로사우루스란다.”
엄마가 소리를 지르면서 용감하게 알로사우루스 앞으로 다가가서는 꼬리를 들어 얼굴을 정면으로 내리쳤습니다. 엄마의 꼬리 끝에 눈을 다친 알로사우루스는 비명을 지르느라고 입을 벌렸고 아빠는 땅에 푹 쓰러졌습니다. 엄마가 다시 꼬리로 나머지 한 쪽 눈마저 내리쳤습니다.
“아악! 앞이 안 보여! 네가 새끼를 둔 엄마라 봐 주려고 했다만 나를 장님으로 만들었으니 가만 두지 않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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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승달은 매서운 눈으로 뇌룡이를 훑어보고는 물을 벌컥벌컥 마시기 시작했습니다. 물을 다 마신 초승달은 짧은 앞발로 입을 쓰윽 문지르고는 씩 웃었습니다. 뇌룡이는 가슴이 두방망이질을 쳤지만 침착하게 맞받아칠 준비를 했습니다. 초승달이 말했습니다.
“나는 무척 오랫동안 굶었다. 배가 고프니 사냥을 할 수 밖에 없겠지. 하지만 도망갈 여유를 주겠다. 너처럼 침착하고 용감한 녀석을 먹고 싶은 생각은 별로 없으니!”
그 때 어디선가 “형!”하고 부르는 소리가 들렸습니다. 호수 건너편에서 헤어졌던 사촌동생들이 애타게 부르고 있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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