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쟁(相爭)의 세계에서 상애(想愛)의 세계에

도서정보 : 이광수 | 2018-08-30 | EPUB파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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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소개>

《상쟁(相爭)의 세계에서 상애(想愛)의 세계에》는 이광수의 문제 작품 초판 희귀본이며 1923년 ‘조선의 현재와 장래’를 통하여 《민족개조론》《소년에게》등을 포함하여 3편을 실어 출간하였다.

구매가격 : 2,000 원

조선의 현재와 장래

도서정보 : 이광수 | 2018-08-29 | EPUB파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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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선의 현재와 장래》는 1923년에 간행된 이광수의 문제 작품 초판 희귀본으로 《민족개조론》《소년에게》《상쟁(相爭)의 세계에서 상애(想愛)의 세계에》의 3편을 실었다.
개조라는 말이 많이 유행되는 것은 제도라는 관념이 다수 세계인의 사상을 지배하게 된 표(標)이다.
정치제도가 옳으면 민족의 모든 기능이 모두 활용되고 발전되었을 것이요, 산업이 잘 되었다면 민족과 나라가 부유하였을 것이요, 교육의 이상(理想)이 바로 서고 또 그것이 보급되었다면 한 국가를 유지할 인재가 넉넉할 것입니다.<본문 중에서>

구매가격 : 10,000 원

사적 기록성과 미적 거리의 길항-북한 대표작가 천세봉의 문학과 삶

도서정보 : 김은정 | 2018-08-28 | PDF파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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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88년 월북 작가의 해금으로 열병처럼 불어 닥쳤던 북한문학에 대한 관심은 이제 한때의 유행으로 시들한지 오래인 듯하다. 자료수집의 통로도 제한적이고, 적대적인 성질의 이데올로기로 수용하기 어렵기 때문일 것이다. 그러나 여기 다루기 까다로운 북한문학, 특히 북한이 이례적으로 “세계적으로 알려진 우리나라(북한)의 이름 있는 소설가”(문예상식, 평양 문학예술종합출판사, 1994)라 자랑하는 천세봉을 고집스레 연구해온 북한문학의 젊은 연구자 김은정의 첫 단독 단행본 사적 기록성과 미적 거리의 길항-북한 대표작가 천세봉의 문학과 삶(소명출판, 2013)이 출간되었다.


“대하는 흐른다는 해방직후부터 토지개혁에 이르기까지의 력사적 현실을 시대적 배경으로 하여 당시의 복잡한 정세와 첨예한 계급투쟁을 서사시적 화폭으로 폭넓게 반영하면서 긍정인물들의 성격장성과 투쟁을 통하여 혁명적 민주기지 창설로선을 높이 받들고 새 사회 건설을 위한 투쟁에 일떠선 인민민중의 대하와 같은 흐름을 그 어떤 힘으로도 막을 수 없다는 것을 뚜렷이 보여주었다”
- 천세봉 장편 대하는 흐른다의 조선전사(평양:과학․백과사전출판사, 1982) 평가 中.

왜, 천세봉 연구인가?
제3세계의 노벨상인 로터스상을 수상한 천세봉은 북한의 대표적 작가로 북한 문학사에서 해방 이전의 문학사적 전통과 1960년대 이후 형성되는 주체문학론으로의 교량적인 역할을 했다는 문학사적 의의가 있을 뿐 아니라 한설야, 박태원 등 월북작가 중심의 연구에 그쳤던 그 여백을 충분히 메워주는 중요한 작품을 1946년 초 문단에 등장하여 1986년 작고 전 마지막 장편 수기 작가수업 40년을 남기기까지 40여 년간을 발표(10편의 장편(권수로는 13권), 중편 4편, 단편 33편과 이외에도 많은 가사, 장시 평론 등)한 다작가이다. 천세봉의 이러한 작품들은 북한의 문학작품을 거시적인 안목에서 접근하는데 용이하게 한다.

천세봉의 문학적 측면뿐만 아니라 삶까지 두루 살핀 천세봉의 모든 것 사적 기록성과 미적 거리의 길항
사적 기록성과 미적 거리의 길항-북한 대표작가 천세봉의 문학과 삶은 천세봉의 전기적 사실을 살피는 작업부터 시작한다. 김은정(이 책의 저자)은 작가주의 시각에 입각해 작가 천세봉을 촘촘하게 바라본 뒤, 역사적 실재성의 문제와 개작 문제에 미학 논쟁이 끼친 영향을 통해 천세봉 작품이 변화한 지점과 변화되지 않은 지점을 찾고, 인물유형을 중심으로 한 작품 분석을 통해 문학적 특성과 다른 작가와의 차이를 살펴보며 북한사회의 변화과정을 바라보는 작가의 시각과 소설의 변모과정, 그리고 그 방향을 보여주며 천세봉의 작품의 특질을 날카롭게 분석한다. 이러한 사적 기록성과 미적 거리의 길항의 인물 분석은 정치성이 강한 작품과 정치성이 결핍되어 있는 작품을 구분하게 해주는데, 이를 통해 자연히 천세봉이 지니는 대표성과 지향을 도출해 낸다.
뿐만 아니라 이 책은 앞서 분석한 인물유형을 토대로 북한문학의 특성에 맞게 인물선*과 인물유형을 재정리함으로써 천세봉 소설의 변화과정에서 창출된 새로운 인물형과 천세봉 소설에 주로 등장하는 인물 유형을 중심으로 기본적으로 등장하는 인물 유형을 분석했다. 그리고 주체문학론의 인물창조 규정을 바탕으로 작품 속의 인물들을 재분류함으로써 ‘인물선’ 간의 갈래와 천세봉의 지향을 분석한다. 우리는 여기서 천세봉이 그린 부정적 인물이 긍정적 인물로 변모하는 과정과 북한에서 요구하는 인물형과 천세봉이 선호하는 인물 유형의 차이를 확인할 수 있다.

특히 부록으로 제시한 저자의 정리자료는 탁월하다. 천세봉의 연보에서, 소설/희곡 등으로 분류·정리한 작품목록, 석개울의 새봄, 고난의 력사 등 11개 작품소개는 단순히 소개에만 그치지 않고 천세봉의 문학이 갖는 의의와 특질, 그리고 천세봉이 가지는 북한문학에서의 위치와, 대표성을 살펴볼 수 있는 유용한 자료이다. 이 책 사적 기록성과 미적 거리의 길항은 가히 천세봉의 모든 것으로 불러도 될 만큼 탄탄하고 자세하다.

평화협정의 폐지니 핵이다 안보다 하여 북한과의 거리는 날로 멀어지는 요즘이지만, 북한이 자랑하는 로터스상 수상 소설가 천세봉에 관한 우직하고 충실한 연구서를 통해 북한문학을 향유하는 북한 주민을 이해하고, 민족 동질성을 확보하는 봄이 되는 것은 어떨까.







인물선*이란?:‘인물선’은 문학예술작품에서 등장인물의 성격과 운명 발전의 흐름을 의미한다. 이 용어를 처음 사용한 사람은 김정일이다. 김정일에 의해 처음 ‘감정선’이라는 용어가 영화예술론에서 사용된 이후 ‘인물선’, ‘애정선’, ‘운명선’, ‘행동선’ 등으로 보편화되어 사용되고 있는 듯하다.

구매가격 : 19,800 원

현대소설과 분단의 트라우마

도서정보 : 강진호 | 2018-08-28 | PDF파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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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울 수 없는 유산, 우리 모두의 트라우마
정권이 바뀔 때마다 늘 그랬지만, 올해 초에도 역시 ‘북한이 심상치 않다.’ 하루가 멀다 하고 북한의 전쟁 위협이 신문지상을 장식하고, 평범한 소시민들의 일상에도 ‘전쟁’이라는 단어가 태연히 침투했다. 한 세기 동안 전 세계를 휩쓸었던 냉전은 미국이나 러시아에서는 이미 그 그림자마저 흐릿해졌지만, 우리에게는 여전히 현재진행형이다. 생각해보면 휴전 이후, 우리는 언제나 전쟁의 위협 아래 놓여있었다. 북한의 도발이라는 실제적 위협뿐만 아니라, 우리의 의식 구조 자체가 전쟁의 위협을 토대로 형성되어온 것이다. 김원일이 노을에서 설파했듯이, 분단 현실이란 그것과는 전혀 무관한 것으로 보이는 중산층 소시민의 삶마저도 예외 없이 구속했고, 심지어는 전쟁을 경험하지 못한 세대에게도 깊은 흔적으로 남아있다. 이 깊은 흔적은 작가들에게도 예외가 아니었다.
우리의 현대문학사를 단 한 문장으로 정의한다면, 그것은 아마도 ‘분단과 반공의 억압에 맞서 의식 깊숙이 각인된 폐해를 도려내는 도정’이 될 것이다. 문학에서 분단과 반공이 문제인 것은 남북 분단이 단순히 지리적인 단절에 그치는 것이 아니라 문학의 근본 환경이자 콤플렉스의 근본을 이루기 때문이다. 그 족쇄는 우리 현대 문학에서 대동강이나 성천강 등 북한 지역이나, 다혈질의 함흥 사람들이나 경제관념이 강한 개성 사람들 같은 인물군상을 찾아볼 수 없다는 뜻이기도 하지만, 한편으로는 글을 쓰는 작가의 내면의 틀을 획정해버린 것이기도 하다. 분단 이후 우리의 삶은 근원적으로 ‘반공주의’에 의해 규율되어왔다. 반공주의는 하나의 ‘공포’로 우리 안에 내재화되어, 일반 개인들조차 감시와 통제의 기재를 내면화한 이념적 사시로 만들었을 뿐 아니라, 균형감각을 가지고 당대 사회의 습관이나 인습, 금기와 획일주의 등에 맞서면서 진정한 가치를 추구해야 하는 작가들마저 무의식적․의식적 자기검열을 거쳐 창작활동을 비틀거리게 만들었다.
또 다시 우리의 의식의 균형이 무너지려 하는 지금, 우리 소설사에 각인된 분단과 반공의 트라우마를 고찰하는 현대소설과 분단의 트라우마(소명출판, 2013)가 출간되었다.

소설 속에서 찾아보는 분단 트라우마의 원점
한국전쟁은 사회 구성원 모두를 의식적․무의식적으로 제약하는 일종의 정신적 외상이었다. 현대문학에서 가장 많이 활용되는 제재가 한국전쟁이라는 것은 그런 점에서 시사하는 바가 크다. 현대소설과 분단의 트라우마는 분단 현실을 적극적으로 문제 삼거나 아니면 반공주의와 긴밀하게 관계되는 작품을 대상으로 해 우리 문학, 넘어서 한국전쟁을 겪은 이들과 그 이후 세대들의 의식에 각인된 분단 트라우마를 살펴본다. 한국 현대소설에서 분단의 상처를 깊은 내상으로 간직한 작가들로는 전쟁을 직접적으로 체험하고 전후 분단 체제 아래 반공주의의 규율을 내면화한 박완서, 홍성원, 김원일, 조정래, 이문열, 이호철 등을 들 수 있다. 이들에게 반공주의는 심리적 금제(禁制)와도 같은 일종의 트라우마(trauma)였다. 유년기의 억압과 좌절이 한 사람의 성격을 결정하는 근원적 기제(機制)가 되듯이, 반공주의로 인한 공포와 자기검열은 작가들의 상상력을 근본적으로 제한하고 위축시켰다. 반공주의는 공산주의에 대한 단순한 부정이 아니라 고문이나 연좌제와 같은 원초적인 공포와 결합되어 있고, 그래서 분단과 이데올로기 문제를 파헤치고자 할 경우 작가들은 자칫 반공주의의 검열에 걸려들지 않을까 하는 심한 강박관념에 시달렸다. 김원일이 평생을 추적한 월북한 아버지의 초상, 이문열이 월북한 아버지로 인해 평생 감내해야 했던 ‘빨갱이 자식’이라는 멍에는 모두 분단이 야기한 상처의 구체적 흔적들이다.
현대소설과 분단의 트라우마는 먼저 박완서의 소설에 주목한다. 박완서의 작품은 자전소설의 성격이 짙다보니 작가의 개인사가 비교적 충실하게 재현되는데, 때문에 작가의 현실에 대한 견해, 내면심리, 거기에 작용한 사회적 압력과 작가의 무의식적 검열 양상 등이 사실적으로 나타나 작가의 내면에 새겨진 트라우마를 잘 살펴볼 수 있다. 저자는 단편 소설 「그 여자네 집」의 공간성과 개인의 서사가 어떻게 민족의 서사로 나아가는 지를 살펴본다. 또한 박완서에게 큰 영향을 끼친 ‘오빠의 죽음’이라는 모티프에 주목해 작가의 의식의 변모를 드러낸다. ‘오빠의 죽음’이라는 모티프는 목마른 계절과 그 산이 정말 거기에 있었을까에서 모두 다루고 있지만, 동일한 내용의 개인사를 다루면서도 그에 대한 작가의 태도나 서술 방식은 시대에 따라 달라졌다. 현대소설과 분단의 트라우마는 그 차이를 다룸으로써 박완서의 의식 변화, 그리고 더 나아가 작가의 의식에 영향을 준 사회의 변화를 보여준다.
또한 육이오가 남과 북으로 개작되는 과정을 통해 작가에게 내면화된 ‘반공의 규율과 양상’을 확인한다. 현실의 시대적 제약 속에서 스스로 창작에 제약을 가할 수밖에 없었던 작가들의 모습은 분단의 현실과 거대한 원형감옥 같은 세계의 폭력성의 증거이다.

또 하나의 반쪽 문학
이 땅의 현실이 ‘남’과 ‘북’의 분단인 만큼 어느 한 쪽의 문학을 살펴보는 것만으로는 현실을 온전히 조명해낼 수 없다. 남한의 역사와 남한의 문학은 어디까지나 ‘반쪽’에 불과한 것이다. 현대소설과 분단의 트라우마는 남한문학과 함께 북한문학의 형성과 전개과정을 고찰하였다. 남한문학이 그렇듯 북한문학 역시 분단의 상처로부터 자유로울 수 없었다.
허준(許俊)은 삶과 현실에 대한 진지한 성찰과 탐구를 보여주었던 작가로, 「속 습작실에서」와 같은 작품에서 성찰적 주체와 윤리에 대한 모색을 보여주었고, 「잔등」을 통해 해방기의 현실을 가장 확실하게 보여주었다. 「잔등」을 통해 폐쇄적인 자의식에서 벗어나 열린 주체로 탈바꿈하고 주체와 다른 이질적인 타자를 수용하면서 스스로를 돌아보는 성숙한 성찰의 자세를 보여주었던 허준은 해방과 함께 북쪽을 선택했는데, 현대소설과 분단의 트라우마는 허준의 작품을 살펴봄으로써 그 선택의 내적 동기를 찾아본다. 또한 안회남(安懷南)과 현덕(玄德), 한설야가 북한을 택하고 북한문학사에 편입되는 일련의 과정을 통해 분단 현실이 초래한 우리 문학의 비극성을 드러낸다. 일제치하에서 문학을 시작하면서부터 사회주의자의 길을 걸었던 대표적인 카프 작가 한설야(韓雪野)는 해방 이후 북한을 선택하여 초기 북한문학을 주도했다. 최초로 김일성의 전기를 쓰고, 김일성을 소재로 한 다수의 작품을 통해 초기 북한문학의 주춧돌을 놓았던 한설야는 이후 김일성을 뒷전으로 밀어내고 일반 민중을 작품의 전면에 내세웠다. 그러나 이러한 변모 이후 한설야는 숙청을 당하게 되는데 이는 북한이 일인 독재의 고도로 변해가는 노정을 상징적으로 보여준다.
세계적으로 유례를 찾기 힘든 독특한 서사물인 총서 불멸의 력사는 그러한 북한의 사상과 이념을 집약한 북한 고유의 집체 창작물이며, 유격대 국가로서의 북한의 특성을 전형적으로 보여주는 국가적 기획물이다. 또한 남대현의 청춘송가는 북한에서 큰 인기를 누리는 작가의 작품답게 현 북한 사회의 실상을 실감나게 그려놓은 작품이다. 연애와 사업의 한 복판에서 갈등하는 두 젊은이들의 이야기는, 개인적인 삶과 사회활동 사이에서 갈등하는 오늘날 북한 젊은이들의 삶을 상징적으로 보여준다. 이런 작품들을 고찰하는 과정을 통해 북한문학 역시 분단의 상처로부터 자유롭지 못하다는 것을 알 수 있다.

교육된 ‘트라우마’
우리의 의식 속에 새겨진 분단 트라우마의 실체를 확인하기 위해서는 문학 작품 뿐 아니라 ‘국어’ 교과서에 대한 고찰도 필요하다. 학교 교육이란 국가 권력을 유지하는 핵심 기제이자 동시에 그것을 재생산하는 수단이기도 하다. 우리나라의 경우는 그 수준이 다른 나라들보다 한층 심각하고 노골적이다. 정권이 바뀔 때마다 교과서의 내용이 바뀐 것은 물론이고 심지어 정권을 정당화하기 위해 교과 내용과 이데올로기를 의도적으로 조직하여 일선 현장에서 교육하기도 하였다. 이승만 정권이 사회과 교과서를 ‘일민주의’로 도배하다시피 한 것이나, 박정희 정권이 ‘새마을운동’을 금과옥조인 양 교과서의 핵심 단원으로 수록한 것은 그러한 사실을 잘 보여주는 예이다. 우리말과 언어생활 전반을 관장하는 ‘국어과’도 예외는 아니었다.
‘국어’ 교과란 엄밀히 말하자면 국가의 정책을 기조로 해서 편찬되는 일종의 어용(御用) 교과목이다. ‘국어’ 교과서에서 반공주의가 본격적으로 등장한 것은 1948년 단정기 이후였다. 전쟁 이후 최근의 7차 교육과정까지 개정을 거듭하면서 간행된 ‘국어’ 교과서는 교과서의 ‘정치적’ 특성을 구체적인 형태로 보여준다. 특히 국가(문교부)가 기획·편찬·공급 등의 제반 업무를 관장한 국정(國定) 교과서의 경우는 검인정과 달리 그 양상이 한층 직접적이고 전면적이다. ‘국어’ 교과서를 통해서 정권은 반공주의를 계몽하고 국가주의적 규율을 강요해서 궁극적으로 자신들이 원하는 형태의 국민을 만들어내고자 하였다. 그런 점에서 ‘국어’ 교과서는 분단과 반공의 트라우마를 다른 어느 곳보다도 깊게 간직한 영역이다. 저자는 ‘국어’ 교과서를 미군정기, 단정기, 전쟁기의 시기별로 살펴보며 ‘국어’ 교과서에 드러난 반공의 규율과 교육 양상을 고찰한다. 국어 교과서에 실린 문학 작품들은 이런 양상을 살펴볼 수 있는 또 다른 창이다. 7차 교과과정의 새로운 국어 교과서에 6차 교과과정까지 찾아볼 수 없었던 납․월북 작가들의 작품이 수용된 것이나, 분단 극복 의지를 담고 있는 작품들이 적극적으로 수용되었다는 점들은 분단 극복을 위한 시대적 의지가 고조되었음을 단적으로 보여준다. 저자는 이러한 변화의 긍정성을 인정하면서도 작품의 선별과 배치에서 목격되는 기능주의적 발상과 태도를 문제 삼는다. 국어 교과서에 수록된 박완서의 「그 여자네 집」과 윤흥길의 「장마」를 고찰하여 문학사에 대한 인식과 작품의 의미, 나아가 작품이 갖는 문제점 등을 분단문학이라는 측면에서 살펴보고, 그 연장에서 교육 현장과 교사의 역할에 대한 견해를 덧붙였다.

우리 안의 트라우마의 맨얼굴
최근 우리 주변에서는 분단문학이라는 말보다 통일문학이라는 말이 한층 더 빈번하게 사용되고 있다. 여기에는 남북한 간에 가로놓인 이질성을 부각하기보다는 민족 고유의 동질성을 발굴하면서 서로 이해하고 교류할 수 있는 기반을 마련하고, 그런 과정을 통해서 남과 북이 함께 하는 문학의 장을 만들어 가자는 취지가 깔려 있다. 남과 북에서 함께 수용할 수 있는 작가와 작품을 선별하고, 또 남북에서 동일한 작가가 어떻게 달리 평가되는가를 살피면서 남북한 문학의 ‘원형’을 찾고자 하는 노력은 통일문학의 기반을 조성한다는 점에서 바람직하고 또 시급한 일이다. 하지만 이런 식의 발상이 자칫 동질성보다는 이질성이 심화된 현실을 소홀히 하고 통일에 대한 안이한 기대를 부풀릴 가능성도 없지 않다. 북한문학은 우리와는 다른 역사와 원리에 의해 규율되어 왔고, 또 훨씬 정치적이다. 북한이란 우리의 시선으로 포착되지 않는 또 다른 코드의 존재일 뿐만 아니라 엄청나게 왜곡된 상태로 각인되어 있는 존재이기도 하다. 남한과 북한의 정상적인 관계를 위해서는 그들의 역사적 맥락을 살피고 우리와 다른 그들만의 특성을 존중하려는 심리가 필요하다. 북한에 대한 거부감이 완화되고 정상적인 관계가 정립되기 위해서는 적잖은 시일이 소요될 것이지만, 그런 이해와 조정의 과정이야말로 우리가 치러야 하는 통일의 비용인 것이다.
둘을 가르는 선이 어느 때보다도 불안한 요즈음,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우리에게 각인된 반공주의의 실상을 확인하는 일이다. 의식뿐만 아니라 무의식의 차원에서 우리를 사로잡고 있는 망령이 바로 반공주의이자 냉전 이데올로기인 까닭에 그 완강한 실체를 확인하는 것은 바로 그것을 해소하는 첫걸음이다. 문학에서 분단과 반공의 실체와 마주하는 일은 통일이라는 추상적 담론에서 벗어나 구체적 현실에서 문제를 찾고 실천하는 일이 될 것이다.

구매가격 : 20,400 원

김유정과의 만남

도서정보 : 김유정학회 편 | 2018-08-28 | PDF파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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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유정과의 만남
김유정과의 만남은 작년 김유정의 귀환(소명출판, 2012)에 이은 김유정학회의 새로운 단행본이다. 김유정 소설의 언어 의식과 현실 인식, 김유정 소설에 대한 문학비평 및 문학교육, 그리고 문화콘텐츠화까지 김유정의 작품을 예술장르로서 소설작품에만 한정하지 않고 김유정 작품을 토대로 한 문화콘텐츠 전역으로 확대한 복합적인 연구 성과라 할 수 있다.


하나, 김유정 소설의 언어의식과 현실인식
장의 시작은 소설언어가 담론의 형식이라는 전제하에 김유정 소설의 언어 특징을 담론 차원에서 살피고, 김유정 연구의 지속을 위한 절차와 방법을 탐색한다. 김유정 소설에 나타난 인물형상화를 화자의 태도 차원에서 고찰하여, 소설 화자의 정서적 태도를 ‘공감적 이해’, ‘동정적 연민’, ‘비판적 능청’으로 분류, 김유정은 ‘청자 지형적인 화자의 서사 연행을 통해 서사의 소통 맥락 전체를 읽을 수 있도록 하고’ 있다고 지적한다. 또한 김유정 문학이 지닌 ‘현실 인식에 대한 연구자들의 상반적 견해’와, ‘김유정 소설의 비윤리적 인물이나 상황이 현실과의 관련’ 유무에 주목하여 ‘김유정 소설의 서술자가 궁핍한 현실과 인물의 비윤리적 행동에 대해서만 유독 함묵하는 이유와 의미를 탐색’하였다.
현실 인식은 사회 문제로 이어진다. 예로, 폭력성의 의미를 고찰하여 표면구조에는 개인의 폭력이 이면구조에는 구조적 폭력이 있음을 지적하거나 아직 자본주의가 본격화되기 이전임에도 작품 속 나타나는 실패한 자본주의의 모습을 주목하였다. 특히 실패한 자본주의의 모습에 대한 해명을 위해 특히 자본주의에 대한 여성주의적 비판을 도모하는 페데리치의 이론과 자본주의의 비합리성에 주목한 벤야민의 논의에 기대어 김유정 소설에 대한 해석을 시도하였다. 그리고 돈의 욕망과 결핍이 불러온 것, 그것이 물신화되는 과정에 나타난 폐해와 금전적 가치와 윤리적 가치의 갈등에 이르기까지 돈을 매개로 한 상상력에 주목하여 돈이 김유정 소설에서 중요한 요소로 부각된 이유를 김유정의 전기적 생애와 자전적 소설에서, 뒤이어 돈의 문제가 농촌소설과 도시소설에서 어떤 양상으로 드러나고 있는지를 살펴보았다.


둘, 김유정 소설에 대한 문학비평․교육
김유정 소설의 문학비평과 교육에 관해서는 정창범, 정태용, 윤병로의 김유정론을 정밀분석하여 김유정이 한국문학사에 뿌리내린 것은 1950년대 김유정론에서 비롯되었음을 갈파하였다. 1950년 김유정론이 초기 연구라는 제약에도 김유정 문학이 한국문학사에서 자리매김 할 수 있었던 것은 바로 이들 50년대 김유정론에 빚지고 있음을 지적하였고, 김유정의 작품이 중등 교과서의 정전이 된 배경과 과정, 7차 교육과정의 개정에 따른 김유정작품의 선정 및 학습활동의 변모를 추적하며 앞으로의 김유정 문학의 가능성을 살펴보았다.


셋, 김유정과 문화콘텐츠
유인순은 「봄․봄」을 토대로 생산된 아바타(희곡, 영화, TV 문학관, 오페라, 판소리, 패러디 소설) 들을 추적하고 이들 사이의 변이 양상과 의미들을 탐색하였다. 간략한 문화콘텐츠 이론 소개, 「봄․봄」이 OSMU(One Source Multi Use)의 대상이 된 이유, 「봄․봄」의 동시대 및 이후 시대에 나타난 「봄․봄」의 아바타들을 찾아보고 인물, 주제, 사건의 변이 및 의미를 추적하였다.
송하춘은 문화콘텐츠의 일면으로, 김유정의 생애와 작품을 소재로 하여 작가 김유정이 젊은 시절의 그 자신과 작중 인물 점순을 만난다는 자신의 창작소설을 실었다.

구매가격 : 17,400 원

1960년대 소설연구-자유의 이념, 자유의 현실

도서정보 : 이수형 | 2018-08-28 | PDF파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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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후의 혼란, 도시화와 산업화라는 거대한 사회적 물결을 소설을 통해 일상생활의 밑그림으로 승화시킨 1960년대 소설 연구(소명출판, 2013)가 출간되었다. 본서는 1960년대 소설을 통해 드러난 생활상을 바탕으로 그 당시, 그리고 지금까지도 이어지고 있는 인식과 인간의 삶에 대하여 차분하게 그려내고 있다.

전후세대의 자화상; 방관적․수동적 자기인식 ---
전후소설의 한 경향으로 ‘피해자 의식’을 꼽는다는 것은 타자에 의해 주체가 일방적으로 피해를 입었다는 인식이 지배적이었음을 의미하는 것으로 볼 수 있다. 물론, 상황을 극복하려는 의지나 생활에 대한 의욕 등, 휴머니즘적 가치로 묶일 수 있는 주제를 다룬 소설 역시 비슷한 시기에 발표되고 있다는 점에서 전후소설에 속하는 모든 작품이 피해자 의식에 사로잡혀 있다고 말할 수는 없다. 다만, 최인훈의 「가면고」에서 다뤄지고 있는 것처럼, 전쟁의 피해에 대한 일종의 보상심리로서 성급하게 전쟁의 상처를 극복했다고 믿었다가 좌절하는 전후세대의 자화상은, 휴머니즘을 내세운 선우휘, 오상원 등의 전후작가가 놓인 위치를 반성적으로 점검할 수 있는 지점을 제공한다. 「가면고」의 결말은 그 보상심리가 피해자 의식의 변형된 형태일 수 있음을 암시한다.
구체적인 작품 분석 이전에 추상적인 차원에서 말하면, 피해자에게는 죄의식이 존재하기 어렵다고 할 수 있다. 자기가 결정할 수 있는 상황이 아니라 전적으로 타자에 의해 결정되는 상황에서는 선악의 구별, 나아가 죄의 인식 자체가 불가능하다고 할 때, 타자의 가해를 불가피하고 수동적으로 받아들였을 뿐인 피해자에게 죄나 윤리의 문제를 요구하는 것은 불가능하기 때문이다. 전쟁과 전후의 절박한 상황이 제시하는 사건의 타자성은 손창섭과 장용학의 소설에서 전형적으로 드러나거니와, 예컨대 폭탄이 저기가 아니라 여기에 떨어져 죽을 수도 있었던 자기가 지금 살아있다는 것은 자기로서는 도저히 개입할 수 없는 속수무책의 문제이다.
이런 점에서 1960년대 소설에서 타자성에 대한 인식과 죄의식의 자각이 함께 이루어진 것이라 할 수 있다. 이는 타자에 의해 결정되는 자기와 그럼에도 불구하고 타자에 의해 전적으로 결정되지 않는 자기에 대한 동시적 이해를 심화시킨 것으로 파악할 수 있다. 역사적 의의를 판단하기 전에 그 자체만으로 본다면 4․19 역시 해방이나 전쟁과 같이 예측하기 어려웠던 사건의 하나로 상정할 수 있다. 물론, “4․19도 하나의 역사적 사건으로는 8․15, 6․25 등과 같은 범주로 보려는 사람들도 있겠지만, 다른 것들은 역사적으로 밖에서 주어진 사건임에 비추어 4․19는 본질이 상당히 다른 부류의 것으로 역사의 밖에서 주어진 것이 아니라 내부로부터 형성된 것”이라는 지적은 정당하다. ‘밖에서 주어진 것-내부로부터 형성된 것’의 관계가 ‘타율-자율’을 의미한다면, 4․19에 대해 문학 내부에서는 대표적으로 김현과 백낙청에 의해 ‘4․19세대’와 ‘미완의 혁명’이라는 이름으로 자율성을 강조하는 역사적 해석이 이루어졌다. 이러한 사후 해석의 반대편에 방관적, 수동적 입장에서 “우연을 가장한 필연”으로서의 4․19를 맞았다고 증언하는 문인, 작가들의 회고가 있다. 이와 같은 4․19의 양면성은 1950년대의 타율 일변도의 상황에서 벗어나 자율-타율의 의미를 탐색하는 계기가 되었던 것으로 보인다.


--- 4․19와 근대화, 그리고 그 속에서의 자의식
1960년대에 급격하게 진행되었던 근대화에 대해서도 비슷한 맥락에서 접근할 수 있다. 근대화라는 과제에 대해서도 서구 편향적이거나 일부 엘리트에 의해 주도되는 것만이 아니라 “한국적이면서 동시에 민중적이어야 한다”는 이중의 자율성이 강조되었지만, 그 기대가 쉽게 성취되었던 것은 아니다. 예컨대, 근대화가 문학 영역에서는 자율성에 대한 위기로 받아들여졌는데, 이는 순수․참여 논쟁의 당사자인 이어령과 김수영이 경제발전을 최우선 과제로 삼은 1960년대의 근대화가 자유를 위협한다는 점에 동의하고 있다는 사실에서도 확인할 수 있다.
1960년대 한국 사회를 규정하는 두 요소로서의 4․19와 근대화는 타자성에 대해 민감하게 반응하는 자의식을 형성했다고 할 수 있다. 물론, 그 자의식은 자율적 주체로서의 자기를 구성하는 데까지 이르지 못해 죄의식을 수반한다. 앞에서도 언급했듯이, 이러한 죄의식은 구체적인 잘못(죄)에 대한 것을 넘어 주체가 자유롭지 못한 상태 자체에 대한 것이다. 다시 말해, 마땅히 자유로워야 함에도 불구하고 그렇지 못한 타율적인 상황에 머물러 있다는 사실이 주체에게 죄의식을 유발한다.
따라서 죄의식은 주체가 자유롭지 못하다는 사실에 대한 증거이다. 그런데 죄의식은 또한 주체가 자유롭지 못한 상태를 스스로 죄로 인정하고 있다는 사실에 대한 증거이기도 하다. 이 지점에서 죄의식은 어떤 윤리적 태도와 만나게 된다. 이러한 윤리적 태도는, 민감한 자의식을 드러내는 1960년대 소설이 단지 당시의 타율적 사회에 대한 자기 폐쇄적 주체의 불안을 반영하고 있다는 부정적 평가를 넘어설 수 있는 계기를 제공하게 된다.
근대화의 연속, ‘1960년대식’ 삶과 자기 탐구---
우리가 살고 있는 이곳에 현대적 혹은 근대적이라고 불릴 만한 삶이 출현한 시기는 보는 관점에 따라서는 더 앞으로 거슬러 올라갈 수 있겠지만, 도시화와 산업화가 전국적으로 급격하게 확대되기 시작한 1960년대라 할 수 있다. 오늘날의 삶과의 연속성을 고려해 본다면 그 시기에 한국 현대 사회의 삶과 풍속이 규정된 바가 크며, 그렇기 때문에 1960년대 소설 역시 현대 생활에 대한 밑그림을 제공해 왔다고 볼 수 있다. 예컨대, 1960년대 소설에 자주 등장하는 대학생 주인공의 정서가 보편적 감성의 위치를 획득할 수 있었던 이유는 그 작품들이 인구의 대부분이 고향을 떠나 도시에서 생활하면서 부딪치는 타인들과의 관계를 선도적으로 포착했기 때문일 것이다.1960년대를 살아본 적 없는 저자가 그때 쓰이고 읽힌 소설에 그리 낯설지 않게 공감할 수 있었던 이유 역시 그 연장선상에서 찾을 수 있을 것이다. 반세기쯤 전의 소설 속에 묘사된, 화창하기보다는 오히려 어둡고 죄의식에 민감한 내면을 가까이 느낄 수 있었다면, 그것은 아마도 저자를 비롯한 많은 사람들이 아직도 ‘60년대식’(김승옥 소설의 제목이기도 하다) 삶을 살아가고 있기 때문일 것이다.
‘진정한 자기’ 따위에 대한 값어치가 현격히 추락하고 조롱받기조차 하는 21세기 포스트모던 사회의 도래 앞에서 ‘60년대식’ 인간 삶에 대한 연구는 현대 삶의 근간과 중심점을 제공한다. 뿐만 아니라 저자는 그 시기 소설 속에 드러난 인물과 그들의 삶을 통하여 우리 몸 속 깊이 마치 유전형질처럼 아로새겨진 죄의식과 애도, 가족애 등을 차분하면서도 심도 있게 그려내고 있다. 그렇기에 이 1960년대 소설 연구는 독자들에게 보다 큰 울림을 선사하기에 충분하다.

구매가격 : 13,800 원

한국문학과 민주주의 (고려대학교 민족문화연구원 문화동역학 라이브러리)

도서정보 : 함돈균 편 | 2018-08-28 | PDF파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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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주주의에 대한 질문
2000년대의 빼놓을 수 없는 정치적 사건인 ‘촛불시위’ 현장에서, 시민들은 노래했다. “대한민국은 민주공화국이다. 대한민국의 주권은 국민에게 있고, 모든 권력은 국민으로부터 나온다.” 이는 시민들이 대한민국 헌법 제1조 1항과 2항, 즉 ‘민주주의 사회’를 당연한 것으로 받아들이고, 이것이 ‘훼손되어졌다고 느껴지는 상태’를 비정상적으로 여긴다는 점을 보여준다. 우리는 이렇게 ‘민주주의’를 당연시하고, 더 나아가 ‘명백한 진리’라고 ‘절대적 가치’를 부여한다. 또한 우리가 ‘민주주의 사회’에 살고 있다고 생각한다.
지금 우리는 ‘민주화 이후’의 시대를 살고 있다. 그렇다면 ‘민주화 이후’의 시대는 과연 ‘민주주의’ 시대인가? 우리의 현실이 ‘민주주의의 구현’이라고, 과연 말할 수 있을까? 그렇다면 우리는 왜 ‘민주화 이후’에도 그 이상의 ‘더 나은 체제’를 꿈꾸는 것이 아니라, 여전히 ‘민주주의’를 노래하는 데 머무를 수밖에 없을까? 혹, 우리의 ‘민주주의’에 무언가 부족한 것이 있는 것이라면, 과연 온전히 구현되어야 할 ‘민주주의’란 어떤 것일까? 그것은 통치의 원리인가, 아니면 어떤 철학적 이념인가, 혹은 제도적 규범인가. 공동체 운영의 기술 문제인가, 가치의 차원이 결합된 에토스의 문제인가, 공적인 영역에 속하는 문제인가, 사적(사회적) 영역에 속하는 문제인가. 우리에게 너무도 익숙하고 명백한 것이었던 ‘민주주의’를 문득 ‘의심’하는 순간, 우리는 이 단어에 대한 끝없는 질문이 불가피함을 깨닫게 된다.
한국문학과 민주주의(소명출판, 2013)는 이러한 ‘민주주의’에 대한 끝없는 질문을 ‘문학’이라는 증언을 통해 고찰해보고자 하는 글들을 한데 묶었다. 문학이론, 한국문학사, 현장 비평 등의 영역에서 높은 신망을 받아 온 한국문학 연구자들이 ‘민주주의란 무엇인가’라는 질문을 ‘문학’을 통해 맞이한다.

‘시적인 것’이 ‘정치적인 것’과 만나는 순간

아직도 명령의 과잉을 용서할 수 없는 시대이지만
이 시는 아직도 명령의 과잉을 요구하는 밤이다
나는 그러한 밤에는 부엉이의 노래를 부를 줄도 안다
-김수영, 「서시」(1957)

김수영이 자신의 시대와 시인의 존재를 읊은 이 짧은 진술은 정치와 문학의 관계를 인상적으로 압축하고 있다는 점에서 눈여겨볼 만하다. 김수영의 ‘부엉이’는 밤이라는 시간을 생생한 현재로 ‘살며’ 그 밤을 ‘노래’ 부르는 존재이다. 이는 역사의 어둠이 개인의 삶을 목 조르는 밤에는 그 어둠에 대한 증언이 될 수밖에 없는 ‘문학의 운명’을 얘기하는 것이다. 그러나 문학은 단순한 ‘객관적 증언’의 성격을 넘어선다. 즉 문학적 증언이라는 존재 형상 자체가 구체적 역사 상황에 도입된 탁월한 정치적 실천 형식이기도 한 것이다. 그리고 한국 현대사 속에서 문학이 보여준 ‘증언’의 시도 자체가 넓은 의미에서 ‘민주주의란 무엇인가’라는 질문의 다른 형상이기도 하다. 그리고 이 질문은 상당수의 한국 작가들에게 ‘시적인 것’, ‘문학적인 것’을 질문하는 일과 크게 다르지 않았다.
한국문학과 민주주의는 신동엽의 시를 통해 민주주의란 무엇인지를 고찰하면서 시작된다. 한국 사회에 구현된 민주주의 형태와 신동엽 시에 나타난 민주주의 미학을 살피는 과정을 통해 1960년대의 신동엽 시가 예견한 ‘민주화 이후’ 한국의 ‘민주주의 사회’의 모습을 꺼내보인다. 또한 김수영이 4․19혁명에서 느꼈던 ‘작열’과 그 이후 배운 ‘사랑’, 그리고 김수영 시의 언어를 통해 ‘민주주의’가 ‘미완의 혁명’이자 ‘영구 혁명’이라고 말한다.
흔히 대중소설로만 치부되어왔던 정비석의 신문소설 탐구는 새롭고 흥미롭다. 자유부인으로 유명한 정비석은 수많은 장편소설을 써냈지만 자신의 장편소설 중 어떤 작품도 정전 대열에 진입시키지 못했다. 이는 정비석의 소설이 자극성 위주의 대중소설로만 치부되었음을 보여주는 단적인 예이다. 하지만 정비석의 소설이 ‘신문’이라는 매체를 통해 대중에게 전해졌음을 생각해보면 ‘문학과 민주주의의 관계’, ‘소설의 사회적 기능’의 측면에서 이 소설들을 새롭게 생각해 볼 여지가 있음을 알 수 있다. 이 책에서는 이런 관점에서 정비석이 소설 속에서 민주주의에 대한 의견을 피력한 부분을 논하며, 정비석의 소설이 1950년대 야당의 역할을 담당했던 ‘신문’의 서사로서 ‘여론민주주의’를 담당했다고 주장한다.
경제적 차원에서의 민주주의는 문학에서 노동소설과 노동시로 나타났다. 논의는 본격적인 노동소설의 문을 연 작품으로 평가받는 황석영의 「객지」로 시작된다. 필자는 노동자의 ‘원한’을 중심으로 노동소설을 살피는데 1970년대의 대표적 노동소설인 「객지」에서 노동자들의 ‘원한’은 “원수 갚는 심정”으로서의 “개인적인 감정”이었으며, 표출되되 ‘정치적인 것’으로 화하지는 못한다. 「객지」에서 노동자들의 원한은 주체적인 역할을 하는 것이 아니라, 지식인에 의해 필요한 정도로만 조정․제한되며, ‘파업’ 자체도 현재 조건의 개선을 목표로 할 뿐, 그 이상의 ‘해방적’ 가치를 꿈꾸지는 못한다. 반면 「객지」의 한계지점에서 출현한 조세희의 난장이가 쏘아올린 작은 공에서 난장이와 그의 가족들로 대표되는 노동자들의 ‘원한’은 개인적 차원의 복수심이 아니라 ‘사랑’이라는 이념적 차원에서 사색된다. 또한 이 원한에서 촉발된 ‘파업 투쟁’은 ‘노동계급 전체의 자유’라는 정치적 각성과 비전 속에서 이루어진 정치체 변혁을 위한 ‘정치적인 것’이라고 볼 수 있다고 말한다.

민주화 이후의 한국문학
난장이가 죽어가고, 노동자 박노해가 시를 쓰던 1980년대가 민주주의를 꿈꾸던 시대였다면 1990년대는 그들이 몸을 불사르며 꿈꾸던 ‘민주주의’가 이루어진 시대였다. 그러나 ‘87년’ 이후, 시인들은 ‘끊긴 길’을 노래해야했다. 1990년대는 역사의 본질이 들어 있다고 믿었던 삶의 연속성이, 그 연속성의 현실이라고 생각했던 변증법적 투쟁이, 한꺼번에 휩쓸려 사라져버린 때였다. 삶에 대한 믿음과 삶의 방법만이 아니라 그 삶의 ‘주체’가 송두리째 사라진 것이다. 역사 속의 현실은 시인들의 믿음과는 다른 방향으로 흘러갔다. 이 단절의 시대는 그러나, 끊어진 ‘새길’ 위의 사람들이 집단이 아니라 개체로서 살아남게 되면서, 단절된 개체들의 결합에서 비롯되는 의미를 새롭게 등장시키는 출발점이 되었다. 이 책은 먼저 이 새로운 시작을 김정환과 황지우의 시를 통해 살펴보고, 그 이후에 ‘민주화 이후’에도 여전히 존재해야 하는 ‘노동시’의 새로운 양상을 통해 ‘민주화의 역설’에 대해 말한다.
‘민주화’ 이후 ‘노동시’는 시효 만료된 ‘지나간 역사’의 문학적 대응물로 치부되었지만, 이 책은 작금의 한국 사회가 ‘민주주의 사회’가 아니라 ‘민주주의의 매트릭스체제 구축’이라고 보며, 지금 우리의 민주주의의 현실을 이 시대의 ‘노동시’를 통해 엿볼 수 있다고 말한다. 종래의 노동시가 빠르게 퇴조한 자리에 출현한 노동시는 ‘노동시 이상의 노동시’와 ‘노동시 아닌 노동시’이다. 백무산으로 대표되는 ‘노동시 이상의 노동시’는 자본주의 현실과 ‘노동하는 인간’에 대한 전면적인 재성찰을 통해 ‘노동하는 인간’의 정체성을 복수적이며 존재론적으로 재구성한다. ‘노동자’의 복수적 정체성을 통해 백무산은 노동자의 길과 인간의 길을 일치시키며, ‘노동시’를 보편적인 ‘시’로 확장한다. 한편 ‘노동시 아닌 노동시’의 범주로 묶이는 김기택과 이기인은 기존의 노동시에 없던 노동자 유형을 등록함으로써 노동시의 새로운 지평을 열었다. 김기택은 기존의 블루칼라 노동자가 아닌 ‘화이트칼라 노동자’를 완결 없는 자기 착취의 성과주체로 등장시키며, 이기인은 노동자로서의 ‘소녀직공’을 통해 자본주의 체제가 노동자에게 ‘미성숙하고 무력한 여성성’, ‘획일적이고 파편화된 단수의 존재방식’을 강요함을 드러낸다. 필자는 ‘민주화 이후’의 노동시의 새로운 양상을 탐구하여 ‘노동하는 인간 나’와 ‘자본’의 유착관계를 분명히 직시하는 것은 새로운 싸움의 시작이라고 말한다.
민주화의 역설은 노동 현장에서만 나타나는 것이 아니다. ‘용산참사’, ‘강정마을’, ‘한진중공업과 쌍용자동차의 노동자’, ‘삼성 반도체 노동자 산재 문제’ 등 자신의 자리에서 ‘뿌리 뽑힌’ 자들의 현실은 문학에서 크게 두 가지 양상으로 그려진다. 한 가지는 이들의 ‘현실’을 생생히 증언하고 보고하지만 현실 그 자체로 옮겨놓는 것은 아닌 ‘르포르타주 서사 양식’이고, 한 가지는 현실을 상상적 허구로 기입하는 픽션 서사들이다. 이 픽션 서사도 황정은과 조해진처럼 ‘공감’과 ‘연대’로 현실을 넘어가려는 작가들이 있는가 하면, 어떤 작가들은 이 현실 속에서 ‘종말’을 상상한다. 이들의 눈에 비친 현실이 그 자체로 이미 ‘지옥’이기 때문이다. 윤고은, 박민규, 배지영, 김성중, 편혜영 등의 작가들은 ‘인류 이후’를 상상하기 시작했는데, ‘인류의 종말’ 풍경은 ‘구원 없는 세계의 끝’으로 나타난다. 그러나 이 ‘끝’은 ‘결단코 막아야 하는 비극’이 아니라 ‘무감각한 종말’에 불과하다. ‘세계의 끝’과 그곳에 살아남은 ‘세계가 깜박한 존재들’을 통해 작가들은 환상을 걷어내고 이 세계에 존재하는 ‘몫 없는 자’들을 생생히 그려내고, ‘종말 이후 살아남은 자’들이 ‘종말 이전에도 살아있지 못했던 자’들이라고 말한다. 한국문학과 민주주의는 일말의 희망도 담겨있지 않은 이러한 소설들이 인류와 세계 자체에 대한 통렬한 자성과, 우리가 만들어낸 사회의 유용성에 대한 재점검을 요청한다고 주장한다.

혹은, 민주주의라는 질문
한국문학은 우리 민주주의의 존재 현실과 관련하여 그동안 무엇을 보여주었고, 무엇을 증언하였는가. 그리고 어떤 미래를 예감했는가. 1980년대 노동시는 바뀌지 않은 현실 속에서 ‘시효가 지나간 것’으로 치부되면서, 결과적으로 패배하였고, 2000년대의 소설 속에는 패배한 인간들만 남았다. ‘패배’라는 말은 일견 좌절만을 남길지도 모르지만, 문학은 패배로 점철된 싸움을 통해서 끝내 도달할 곳이 있다는 사실을 사람들에게 알려주는 역할을 하는 것이기도 하다.
문학을 통해 ‘민주주의란 무엇인가’라는 질문을 고찰하려는 열네 개의 문학적 시선을 따라가다 보면, 우리는 ‘민주주의’라는 단어의 ‘낯섦’과 그 의미의 폭넓음과 깊이에 새삼 놀라게 된다. 그리고 그 과정을 따라가다 보면 이 책이 실은 ‘민주주의’ 자체가 질문의 일종이라고 말하고 있다는 사실을 깨닫게 된다. 민주주의가 무엇인지 답하는 일이 생각보다 어려운 것은 어쩌면 그 단어의 태생적 빈 공간 때문일지도 모른다. 하나의 의미에 고정되지 않고 여전히 문제적인 민주주의는 ‘끝이 없는 원리’로서 여전히 ‘도래할 민주주의’이다.
‘민주주의’와 ‘문학적인 것’에 대한 질문은 공동체의 현실이 ‘한계상황’일 때 출현한다는 점에서 이미 ‘너머’를 내포한다. 이 ‘너머’는 정치․사회적 현실의 참혹함을 드러내면서도, 동시에 인류의 오랜 기도를 품고 있다는 점에서 ‘오래된 미래’이기도 한 것이다. 문학의 ‘오래된 미래’를 통해 ‘도래할 민주주의’를 꿈꾸는 이 책이 우리 정치 공동체에 새로운 정치적 사유를 촉발하는 작은 영감의 빛을 던져줄 수 있기를 기대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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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족문학의 이념과 문학운동

도서정보 : 임화 | 2018-08-11 | EPUB파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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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족문학은 우리 민족의 당면한 역사적 현실 가운데 생성, 발전하여 나아갈 대 문학의 사상적 예술적 본질이 통일적으로 표현들이 개념이며, 그 목적을 달성을 위하여 어떤 노력을 경주하고 있는 문학가동맹의 움직일 수 없는 실천목표일 따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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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니와 쑤기

도서정보 : 금삿갓 | 2018-07-27 | EPUB파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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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재인 대통령의 본격 블랙 유머 문재인 정권 이후 최초로 나온 블랙 유머집! 현직 대통령을 소재로 한 정치유머집 ‘이니와 쑤기’가 나왔다. ‘시간의 물레’에서 펴낸 이 책은 ‘촛불’로 인해 출범한 문재인 정권 이후 최초로 나온 ‘본격 블랙 유머집’이다. 평소에 문재인 대통령은 김정숙 여사를 ‘쑤기’ 김정숙 여사는 문재인 대통령을 ‘이니씨’로 부른다고 한다. 문재인 대통령이 유머감각이 없는 것 같지만 그렇지 않다. ‘계란 파동’이 났을 때 임종석 비서실장이 국회에 불려 나가 야당 국회의 원들의 보은인사 유영진 식약처장의 해임요구에 대처하느라 식은땀을 흘려야 했다. “인사는 두렵고 어려운 일‘이라며 에둘러 표현을 하기는 했지만 어쨌든 시종일관 식은땀을 흘려야 했다. 이튿날 ‘수비’ 회의를 할 때도 임 실장이 국회에 나가서 힘들게 방어를 했었던 일이 도마 위에 올랐다. 임 실장 어제 국회에서 목이 말라서 혼났어요 물을 마시면 ‘살충제 때문에 목 타는 실장’이라는 제목으로 신문에 날 것이 뻔해서 앞에 놓여 있는 물도 마시지 못했어요. 문재인 대통령 미리 마셔 두지 그랬어. 라고 엉뚱한 말을 하는 사람이다. 목이 마를 줄 알고 미리 마셔두는 사람이 어디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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타이완의 근대문학 1-운동,제도,식민성

도서정보 : 최말순 편 | 2018-06-20 | PDF파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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닮은 20세기를 보낸 타이완의 생소한 타이완학
20세기의 중반을 지나며, 타이완과 우리는 많은 공통점을 지니고 있었다. 제2차 세계대전 후, 굳건히 반공 이데올로기를 견지하며 두 나라는 아시아에서 반공국가의 쌍벽을 이루고 있었고, 아시아의 네 마리 용으로 불리며, 기적이라 불리는 경제성장을 이룩했다. 그만큼 두 나라의 교류는 빠르고 긴밀하게 이루어졌다. 1948년 8월 한국은 타이완과 수교를 맺고 1950년 한국전쟁이 발발하자 타이완은 안전보장이사회에서 유엔군 파견을 승인하였다. 그 뒤에도 1952년 항공협정, 1961년 무역협정을 체결하였으며, 1965년 문화협정을 체결함으로 그 관계를 긴밀히 하였다.
그러나 1971년 중국이 유엔에 가입하자 타이완은 탈퇴하였고, 그 뒤부터 일본과 미국이 중국과 수교하면서 타이완은 각 나라들과 수교를 단절하며 국제적 고립을 맞기도 했다. 아시아에서는 한국만이 유일하게 타이완과 수교를 유지해 왔는데, 1992년 한국이 중국과 국교를 맺으면서 타이완과의 수교는 단절되고 말았다. 그러나 그동안 경제적․국제정치적 공통점을 바탕으로, 호혜평등의 원칙하에 새로운 관계가 시작되었다. 서울과 타이페이에 상호 대표부를 설치하여, 영사 업무를 비롯한 경제․홍보․문화․학술분야의 협력관계를 회복하였다. 비록 형식적인 수교는 단절되었지만, 두 나라의 비공식 상호 대표부를 설치함으로써 실질적인 관계는 여전히 유지하고 있는 것이다.
타이완의 근대문학-운동․제도․식민성(소명출판, 2013)은 타이완 교육부의 지원을 받아 진행한 ‘타이완 문학․역사․예술 국제교류계획’의 성과물이다. 2007년부터 5년에 걸쳐 진행된 이 계획은 2000년대 초부터 타이완의 각 대학에서 시작된 이른바 ‘타이완학’의 성과를 대외에 소개하고 학술적 대화와 교류의 분위기를 마련하기 위해 기획되었다. 타이완문학이 생소한 한국에서 이 책은 비슷한 역사(식민의 경험, 반공 이데올로기, 고도의 경제성장 등)를 가진 한국에게 학술적 교류와 영감을 불어넣기 위한 준비이고, 시작이라고 할 수 있다.

식민지기 타이완문학의 다각적 접근
‘타이완학’은 1945년 이후 오랜 기간 다양한 경로를 통해 진행된 타이완인의 자아 찾기 과정의 일환으로 형성되었다. 사회민주화에 대한 타이완인들의 열망은 38년간 지속된 계엄통치를 종식시켰다. 그 와중에서 타이완인의 정체성을 내세운 정당이 집권하게 되었고, ‘타이완학’은 비로소 기존의 타이완 학술과 교육의 제도권 안으로 진입할 수 있었다. 타이완문학에 대한 연구도 이러한 흐름 속에서 본격화되었다. 1960년대 중반부터 식민지시기 문학 자료와 작품이 발굴되기 시작하였고, 1970~1980년대에는 타이완 문학사의 초보적인 구도가 세워졌다. 1990년대에 들어와서는 ‘중국문학’과는 다른 ‘본토문학’ 내지 ‘타이완문학’의 개념 정립이 이루어졌다.
이러한 역사적 배경으로 인해 타이완문학의 연구는 ‘타이완성’의 문제, 예컨대 중국과 구별되는 타이완의 특수한 경험과 지역성을 규명하는 것에 초점을 두게 되었다. 타이완은 경제성장과 민주화 성취를 바탕으로 냉전체제에서 벗어나 다족군사회(多族群社會)에 기초한 독립적인 주권국가를 지향하고 있으며 이를 위해 학술, 교육, 문화 등 각 분야에서 ‘타이완적인 것’에 대한 해명이 점점 더 중요한 사회적 의미를 갖게 되었다.
일제강점기의 문학이 연구자들의 각별한 주목을 받은 것은 이 때문이었다. 1920년대에 들어와 성장세를 보이기 시작한 타이완 근대문학은 근대적 문학어의 확립, 계몽의 문학적 방식, 문학과 대중미디어의 관계, 전통문학과 근대문학의 충돌과 연대, 식민지배에 대한 반발과 비판, 자본주의의 수용과 인간소외 문제, 사회변혁의 문학적 형상화, 황민화 수용여부를 둘러싼 내면 갈등과 같은 다양한 쟁점들을 생산했다. 이 책에 수록된 28편의 글은 그러한 식민지기 타이완문학의 다양한 면모를 드러낸다.
먼저 ‘타이완문학사’의 추이를 개괄한 천팡밍의 글을 포함해 근대지식의 관점에서 본 타이완의 풍속문제, 전통문인들의 서구문명과 근대문학에 대한 시각, 식민성과 근대성 문제에 대한 1920년대 작가들의 이해방식, 황민화에 대한 이질적 태도를 다룬 소설 등을 분석하여 식민지시기 타이완문학 전체를 일별하였다. 그리고 좌익문학운동의 형성과정과 변화 맥락, 작가와 작품으로 본 좌익문학의 계보, 소설 속의 좌익청년 형상, 타이완 좌익문학이론과 비평 등 좌익문학운동을 집중 조명하였다.
또한 식민지기 타이완문학의 주요쟁점이던 전통과 근대, 문학어의 선택, 황민화 문제를 둘러싸고 전개된 신구문학논쟁, 타이완화문논쟁, 현실주의논쟁을 분석하여, 신문학의 성과와 전통(문학)에 대한 평가, 언어 선택으로 본 타이완문학의 특수한 국면, 창작방법의 갈등과 대립으로 드러난 제국정치와 식민지문단의 관계 등을 조감하고자 했다. 뒤이어 근대문학 형성의 터전이던 타이완민보 계열 신문의 입장변화와 1920~1930년대 주요 소설을 대상으로 식민성의 의미를 해석한 글들도 모아, 타이완의 근대문학을 보는 시각을 넓혔다.
마지막으로 감각적 세계와 퇴폐의식, 그리고 30년대 모더니즘 시의 기원과 내용을 논의하여 현실비판의 경향과는 다른 차원에서 타이완인의 내면세계에 대한 탐구를 보여주고자 했으며, 제국주의 전쟁 이데올로기인 황민담론으로 인한 타이완인들의 정체성 혼란과 심리적 갈등을 드러내고자 했다.

한국과의 식민지문학 비교 연구를 기대하며
이 책은 타이완학을 한국에 소개하는 목적으로 만들어진 것이다. 문화․학술의 교류라는 측면에서 얼마나 중요하고 의미 있는 일인가. 한국의 독자들이 이 책을 통해 타이완문학의 역사성을 이해하게 되리라라는 희망이 이 책 안에 가득하다. 특히 타이완문학 연구가 한국에 소개됨으로써 한국 근대문학 연구와의 소통 가능성의 길을 열었다는 점은 한국과 타이완 양국의 학자들이 주목해야할 점이다.
무엇을 접하고 궁금해 하며 비교하고 연구하며 알아간다는 것은 지식의 지평을 넓히는 정석의 길이다. 타이완의 근대문학은 타이완학을 이해하는, 바로 그 일련의 과정들의 시작이 될 것이다. 이 책의 출판을 계기로 보다 심도 있는 식민지문학 비교연구가 비슷한 역사를 공유한 타이완과 한국의 학계 안에서 함께 일어날 수 있기를 기대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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