명사의 초대
도서정보 : 김경집 | 2020-09-28 | EPUB파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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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문학자 김경집이 스쳐간 명사들에 초대장을 보내 말을 걸고 들은 이야기
내가 살아오면서 얼마나 많은 명사들을 배우고 듣고 썼을까?
당연하게 여긴 그 이름들 안에 담긴 건 생각보다 옹골차다
사물의 이름은 한낱 명사의 일부가 아닌
내 삶에 작용하며 내 삶과 세상을 이어줄 소중한 것들이다!
나와 세계와의 관계에서 다양한 측면을 읽어내는 태도를 힘주어 말하며 꾸준히 사유의 힘을 전달해온 인문학자 김경집이 사물의 세계를 다룬 신작『명사의 초대』와 함께 돌아왔다. 이 책은 저자가 그냥 스쳐간 명사들에 초대장을 보내어 불러 말을 걸고 들은 웅숭깊은 이야기를 담은 산문집이다. 명사는 우리가 언어를 처음 배울 때도, 일상생활을 할 때도 가장 많이 쓰는 품사다. 우리는 명사를 통해 언어의 세계에 발을 내디디며, 명사를 기반으로 삼아 다른 품사로 언어의 세계를 확장하는 셈이다. 저자는 양말부터 잡지, 차표, 세탁기까지, 지금도 주변을 돌아보거나 길거리에서 쉽게 마주할 수 있는 47개의 명사를 초대한다. 각각의 명사가 품은 이야기를 따라가다보면 ‘아, 그땐 그랬지’ 하는 애틋함이 솟아오르기도 한다. 특히 지난 반세기 동안 격정적인 변화를 마주한 한국에서 명사의 모습도 격렬히 변했는데, 그 변화를 관통하며 목격해온 세대에게는 가난했지만 소박한 아름다움을 누리고자 했던 그 시절을 회상할 수 있는 기회가 주어진다. 젊은 세대에게는 지금 쓰는 명사가 어떠한 속사정을 가지고 태어났는지 그 맥락에 대한 앎의 기쁨을 선사한다. “명사를 초대하는 건 단순하게 낱말을 초대하는 게 아니라 세상과 삶을 이어주는 일종의 매파媒婆”라고 말하는 저자는 이번 책을 통해 우리가 과연 어떤 세상에 살고 있는지에 대한 통찰력을 제공한다.
구매가격 : 10,500 원
만들고 글을 쓰고 움직이는 것을 진짜로 할 때 달라지는 것들
도서정보 : 이우람 | 2020-09-28 | EPUB파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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쓰는 일 만드는 일 움직이는 일이다. 이것은 진짜로 해야 하는 일이다. 점점 살아가는 것이 힘들다고 이야기하는 이유 중 하나도 할 수 있는 것을 계속 잃어가고 있기 때문이다. 과거보다 지금의 우리는 더 나약하고 할 수 있는 것이 많지 않다. 기술과 도구는 과거보다 월등히 좋아졌지만 그것이 개인의 기술과 능력이 과거보다 향상되었다고 말할 수는 없다. 체력은 낮아지고 독서인구는 줄어들고 만들어서 사용하는 것이 어렵다고 말하는 사람은 늘어난다. 다행히 이제는 읽는 일은 이제 누구나 할 수 있다. 읽는 일을 제외하고 3가지 기술은 꼭 지켜야 한다. 그 기술은 쓰는 일 만드는 일 움직이는 일이다. 이것은 진짜로 해야 하는 일이다. 이것을 진짜로 할 때 우리는 인생의 성공과 즐거움 그리고 행복 등 그렇게 원하는 것을 모두 이룰 수 있는 기본을 갖추게 되는 것이다.
구매가격 : 1,000 원
클래식 클라우드 023-르코르뷔지에
도서정보 : 신승철 | 2020-09-28 | EPUB파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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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축으로 삶을 바꾸고
보다 많은 사람들에게 집을 주려 했던 예술가,
르코르뷔지에의 길을 따라가다
“햇살 아래 아름다운 형태와 그것을 즐기는 소박한 삶.
르코르뷔지에의 건축은 시가 되고, 그가 만든 공간은 행복의 원천이 되었다.”
르코르뷔지에는 건축에 예술을 덧입혔다.
그는 기술적 합리성을 추구한 모더니스트였지만
그의 근대는 오직 인간의 행복과 시적 아름다움을 위한 것이었다.
_ 신승철
◎ 도서 소개
집은 단지 아름다운 장식품이 아니라
실제 그곳에 사는 사람에게 편안해야 한다는 신념으로
근대건축을 선도한 르코르뷔지에의 발자취를 따라가다
“그는 화가이자 조각가, 그리고 남몰래 시인이었습니다. 그러나 오로지 건축만을 위해 투쟁했습니다. 건축은 인간을 위해 무엇인가를 하겠다는 그의 막연하고 열정적인 희망이 투입된 유일한 분야였기에 그는 열과 성을 다했습니다.” 앙드레 말로는 근대건축의 선구자 르코르뷔지에의 인생을 이렇게 요약했다. 스위스 태생의 프랑스 건축가인 르코르뷔지에(1887∼1965)는 두 차례의 세계대전을 통과하면서 소수 특권 계급의 전유물로 여겨지던 기존의 건축에서 벗어나 보다 많은 사람들에게 집을 주기 위하여 일생 분투했다. 그는 ‘집은 살기 위한 기계’라는 모토 아래 불필요한 장식을 배제하고 한층 기능적이고 효율적인 공간을 선보임으로써 건축의 대량생산과 표준화를 가능하게 했다. 이를 위한 수단이 바로 그의 트레이드마크 가운데 하나인 ‘돔이노 구조’다. 몇 개의 기둥과 슬래브만으로 단순하게 구성된 이 구조는 주택의 대량생산을 꿈꾸던 그에게 효율적인 수단이 되어주었을 뿐만 아니라, 향후 현대건축의 기본 구조로 자리매김했다. 그는 이 구조를 바탕으로 ‘새로운 건축의 다섯 가지 원칙’을 천명했으니, 우리에게 친숙한 필로티 구조를 비롯하여 옥상정원, 수평창, 자유로운 평면, 자유로운 입면이 그것이다. 이 원칙은 그때까지 건축가마다 공법과 미의 기준이 제각각이었던 건축을 표준화, 규격화하는 데 크게 공헌했으며, 오늘날에도 이 원칙을 따르는 건축물을 쉽게 볼 수 있을 만큼 후대에 심대한 영향을 끼쳤다.
이 책의 저자 신승철은, 건축을 통해 삶을 바꾸고자 했던 르코르뷔지에의 생애와 예술 공간을 여행한다. 대학에서 건축 이론과 미학 등을 연구하고 가르치고 있는 저자는 르코르뷔지에가 노년의 안식처로 삼았던 프랑스 남동부 해안의 시골 마을 로크브륀느카프마르탱에서부터 시작하여, 근대건축의 출발을 알린 빌라 사보아와 현대식 아파트의 기원이 된 위니테 다비타시옹을 거쳐, 후기 걸작인 롱샹성당과 라투레트수도원을 찾아간다. 르코르뷔지에가 지상에서 마지막으로 머물렀던 지중해 해안가의 작은 오두막과 그 자신이 살아생전 손수 디자인한 소박한 묘지에서는 그가 추구한 ‘행복의 건축’이 의미하는 바를 다시 새겼고, 빌라 사보아와 위니테 다비타시옹에서는 건축을 통해 새로운 삶의 방식을 제시하려고 했던 그의 정신을 기렸으며, 롱샹성당과 라투레트수도원에서는 세속과 영적 세계를 매개하는 가운데 시적 감흥과 고요와 평안을 선사하는 공간에서 깊은 감명을 받았다. 이 여정을 통해 저자는, 흔히 현대의 비인간적인 도시환경과 천편일률적인 주거 공간의 폐단을 낳은 장본인으로 비판받는 르코르뷔지에의 건축 세계에 깃들어 있는 본래 정신을 다시 한번 재조명하면서 이렇게 말한다. “그는 건축이 행복을 만들어내야 한다고 믿었다. 그는 기술적 합리성을 추구한 모더니스트였지만 그의 근대는 오직 인간의 행복과 시적 아름다움을 위한 것이었다.”
> 시계계곡에서 파리 예술계의 한복판으로
이 책은 크게 르코르뷔지에가 파리에서 ‘새로운 정신Esprit Nouveau’을 표방하며 건축가로 자리 잡기까지를 다룬 전반부와, 그의 대표적 건축물이 있는 공간 여행을 통해 예술 세계를 짚어보는 후반부로 나누어진다. 르코르뷔지에는 스스로 지중해 사람이라는 정체성을 가지고 있었지만, 그의 고향은 바다와는 거리가 먼 알프스 산간 마을인 스위스 라쇼드퐁이다. 시계 산업으로 유명한 이곳에서 그는 처음에는 시계 장식가인 아버지와 같은 길을 가려 했지만, 그의 남다른 재능을 눈여겨본 스승의 강력한 권유로 건축이라는 낯선 세계에 첫발을 내디디게 되었다. 스무 살이 되어 고향을 처음으로 벗어나기 전까지 소년 르코르뷔지에는 인근의 대자연 속에서 ‘숲의 인간’으로 길러지면서 대지에 대한 감각을 체화했다.
이후 아직 본격적으로 전문 건축가의 길을 걷기 전인 20대의 르코르뷔지에는 주로 여행을 통해 건축을 익혔다. 여행은 건축 학위도 자격증도 없던 그에게 그것을 대신하는 징표가 되어주었다. 특히 사적 영역과 공용 공간이 분리되어 있으면서도 유기적으로 연결되어 있고, 불필요한 것이라고는 하나 없으며, 아름다운 풍경까지 감상할 수 있는 이탈리아 갈루초의 에마수도원은 그에게 건축의 이상적 모델을 제시했고, ‘동방 여행’을 하면서 마주한 아크로폴리스의 고대 신전은 시공을 초월한 생명력과 예술을 본질을 맛보게 하면서 그를 진정한 건축가로 거듭나게 했다.
이후 르코르뷔지에는 파리에 정착하면서 화가 오장팡과 함께 장식으로 얼룩진 큐비즘 대신 기하학적이고 간결한 형태를 강조한 ‘순수주의’를 표방하며 전후 예술계에 새로운 바람을 불어넣었다. 이 순수주의의 연장선상에서 그는 자동차나 비행기 같은 당시 새롭게 부상하고 있던 기계들의 아름다움을 강조하면서 ‘집은 살기 위한 기계’라는 다분히 급진적인 주장을 내놓기에 이르렀다. 기계로부터 ‘새로운 정신’을 배우자는 그의 주장은 문화 엘리트층으로부터 호응을 얻으면서 점점 큰 영향력을 확대해갔다.
> 행복의 건축에서 시적인 건축으로
새로운 시대에 걸맞은 건축을 오랫동안 고민해오던 르코르뷔지에는 새로운 건축을 위한 다섯 가지 원칙을 제시했다. 그리고 이 원칙을 푸아시의 언덕 위에 짓게 될 빌라 사보아에 적용했다. 필로티 구조는 건물을 지열과 습기로부터 보호했고, 옥상정원은 추위와 더위를 막아주었으며, 자유로운 평면과 입면은 공간 구획을 자유롭게 했고, 수평창은 집 안을 밝게 하고 외부 풍경을 파노라마처럼 감상할 수 있게 했다. 이로써 빌라 사보아는 근대 건축의 기념비로 남게 되었다. 비록 집주인은 물이 새는 문제로 큰 고통을 겪었고, 이로 인해 르코르뷔지에는 건축은 예술이기 이전에 삶의 터전이라는 사실을 뼈아프게 절감해야 했지만 말이다. 이후 그는 삶을 편안하게 하고 사람들의 관계를 가깝게 해주는 ‘행복의 건축’을 화두로 삼게 되었다.
제2차 세계대전을 겪고 난 뒤에는 난민 문제와 주택난이 심각하게 대두되었다. 이에 르코르뷔지에는 1600명가량이 함께 살 수 있는 거대한 아파트인 위니테 다비타시옹을 지중해가 내려다보이는 마르세유의 언덕 위에 선보였다. 사람들은 잘 짜인 유닛에서 편안한 생활을 했고, 도시 기능이 집약된 건물 내에서 더불어 사는 삶의 기쁨을 누렸다. 이로써 그때까지 주로 소수 재력가들의 차지였던 건축은 보다 많은 인민들은 위한 것이 되었다. 건축의 모더니즘은 그렇듯 인민을 위해 시작되었다.
르코르뷔지에의 건축은 후기로 접어들면서 극적인 변화를 보여준다. 이전의 직선적이고 기하학적이며 합리적인 건축에 자유로운 형태들이 섞여들면서 예전에는 찾아볼 수 없던 곡선과 부드러운 형상이 관찰되기 시작한 것이다. 그 대표적인 작품이 롱샹성당이다. 대지와 자연의 울림에 공명하듯이 음악처럼 유려하고 아름다우면서도 기이하고 모호한 형태의 이 건축물은 보는 이들로 하여금 따뜻하고 시적인 감흥을 느끼게 한다. 살기 위한 기계로서의 집은 르코르뷔지에의 뛰어난 예술적 재능에 힘입어 이제 시를 닮은 건축으로 아름답게 빚어졌다. 딱딱하고 차가운 기술에 예술을 덧입힐 줄 알았던 그의 건축 세계는 내용 없이 형식만 남은 현대건축과 도시에 시사하는 바가 크다. 그에 대한 관심이 여전히 식지 않는 이유이기도 하다.
◎ 책 속에서
르코르뷔지에의 무덤은 그의 건축만큼이나 세속적이다. 그는 일생 편안하고 안락한 공간을 만들기 위해 노력했고, 특히 노동자계급을 위해 집을 지었다. 동료 건축가들이 부유층을 위한 고급 주택을 지을 때 작은 공간에서 최대한의 편의를 누릴 수 있는 방법을 연구했던 그는, 모든 사람에게 사적 공간을 제공하려 했고, 이것이 행복의 기초가 된다고 믿었다.
- 「프롤로그」 중
르코르뷔지에의 납골묘는 푸른 하늘과 지중해를 향해 열려 있다. 경사진 그의 묘비는 하늘과 바다가 맞닿은 곳을 가리키고 있는 것처럼 보인다. 그가 꿈꾸었던 건축의 감동은 여기서 성취된다. 그의 영혼이 살아 숨 쉬는 아름다운 자연과, 그의 유골을 품은 소박한 콘크리트 구조물, 그리고 그가 일생 추구한 ‘햇살 아래 아름다운 형상’은 이곳에서 조화롭게 공존한다.
- 「프롤로그」 중
수도원 건축은 언덕을 배경으로 마치 왕관처럼 솟아 있었다. 리듬감 있게 위로 솟은 수도실은 아름다웠고, 작지만 기능적이었다. 불필요한 것이라고는 하나도 없는 그 공간은 기도와 묵상과 안식에 최적화되어 있었다. 사실 어느 수도원이나 마찬가지이지만 수도사의 방에는 침대와 책상 외에 아무것도 없다. 하지만 이조차도 가지지 못한 젊은 청년에게 간결한 공간이 주는 편의와 사생활 보호는 더없이 소중했다. 게다가 창밖으로는 낭만적 풍경이 펼쳐지고 있었다. 언덕 아래 풍경은 고시원만 한 수도실을 끝없이 확장시켜주었다.
- 02 「미래를 위한 여행」 중
에두아르는 1950년대 마르세유에 ‘위니테 다비타시옹Unite d’Habitation’이라는 아파트를 세우면서 이 수도원을 모델로 삼았다. 그가 “현대 도시”라 부른 에마수도원은 건축이 어떻게 삶의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지 보여주었다. 개인의 자유와 사회생활의 조화, 합리적이고 기능적인 공간과 구조, 아름다운 풍경과 효율적인 동선 등 수도원의 모든 요소들이 훗날 마르세유의 집합 주거 건물에 담겼다. 수도원은 일생 건축가의 이상적인 모델로 자리 잡았다. 그는 갈루초에서 처음으로 인간의 삶을 건축의 형태로 구현하기 위한 고민을 시작했다. 아름다움과 장식뿐만 아니라 건축의 효용에 대해 사유하면서 그는 비로소 건축가로 거듭나게 되었다. 갓 스무 살이 된 청년은 그렇게 건축가의 길을 걷게 되었다.
- 02 「미래를 위한 여행」 중
페레 사무소에서 에두아르는 대단히 중요한 시기를 보냈다. 그의 손을 거친 도면은 한결같이 장식미술의 미래에 의문을 던지고 있었다. 라쇼드퐁에서 본 세상과 도면 속 세상은 너무나 달랐다. 그에게 선택의 시기가 왔다. 고향에서 마치 종교처럼 신봉했고 그 중심지인 빈에서 오히려 그 이면을 보게 된 장식미술 대신, 그는 ‘새로운 예술’을 하고 싶어 했다. 이것은 취향이 아닌 생존의 문제였다.
- 03 「새로운 예술을 찾아서」 중
베렌스의 건축은 혁신적이지만 과도하지 않았다. 그는 고전적인 취향을 현대적인 디자인과 구조 속에 적절히 녹여냈다. 시대는 변했고, 산업화는 거스를 수 없는 흐름이었다. 베렌스는 시대정신을 조화롭게 반영했다. 에두아르는 베렌스의 현대적인 디자인 앞에서 깊은 감명을 받았다. 그는 이 공장이 파르테논신전이나 피렌체 두오모의 지위를 차지하고 있다고 확신했다. 그날 밤 젊은 건축학도는 장문의 편지 대부분을 베렌스에 대한 칭송으로 채웠다.
- 03 「새로운 예술을 찾아서」 중
그는 자신이 건축을 독학했다는 사실을 평생 자랑스러워했는데, 그에게 여행은 졸업장과 자격증을 대신하는 징표와도 같았다. 첫 설계비를 들고 스무 살에 떠난 여행은 무려 스물네 살까지 이어졌다. 그는 경험한 모든 것을 자기 건축의 원천으로 삼았다. 여행은 자격증 없는 건축가에게 ‘자기 창조’와 ‘자기 수련’의 상징이자 자랑거리가 되었다.
- 04 「동방 여행」 중
에두아르는 다뉴브강을 따라 여행하면서 시골 민가에 관심을 갖게 되었다. 시골 집은 아름답고 순수했다. 그것은 예쁘게 보이기 위해 형태를 왜곡하거나, 과도한 장식으로 치장하지 않았다. 소박하고 직선적인 건물에는 필요한 모든 것이 담겨 있었다. 각 집은 갈루초의 에마수도원처럼 아름다운 정원을 품고 있었고, 한적하고 평온했다. 붉은 대문과 흰 담장, 문틈으로 보이는 초록빛 정원과 다채로운 꽃들. 동방의 주택과 인생은 인위적인 것 하나 없이 아름다웠다.
- 04 「동방 여행」 중
아토스산은 끝없이 높았고, 바다가 반사하는 빛 때문에 산 밑은 마치 빛 한가운데에서 부유하는 듯했다. 그것은 마치 무한의 공간을 떠다니는 듯한 인상이 들게 했다. 그는 “철근과 콘크리트를 강렬한 카덴차로 혼합하기를 꿈꾸며 이곳까지 밀려왔다”. 아토스산은 그런 그를 위로했고, 무엇보다 지친 삶에 숭고한 의미를 부여하는 법을 알려주었다. 미사, 노동, 묵상, 공동 식사, 손님 접대 같은 수도사의 삶은 그 자체로 상징적인 종교 활동이었는데, 에두아르의 건축 역시 그래야 했다. 수도사에게 빵이 그리스도의 몸인 것처럼, 철근콘크리트 건축은 단순한 구조물이 아닌 삶을 위한 성전이 되어야 했다. 그는 이곳에서 영혼을 위한 건축과 마주했다.
- 04 「동방 여행」 중
지금껏 에두아르는 새 시대에 어울리는 새로운 건축을 하고자 했다. 아크로폴리스는 그런 그에게 분명한 방향을 보여주었다. 그는 추한 진보가 아니라 조화로운 예술에 대한 강렬한 열망에 사로잡혔다. 그는 메마른 이론만을 설파하는 혁명가가 되기보다는 건축으로 진리를 드러내겠다는 신념을 가지게 되었다. 밝은 태양과 드넓은 바다, 고색창연한 빛을 뿜어내는 대리석과 기하학 형태들, 그리고 언덕 위 하얀 신전. 이 앞에서 더 이상의 문명 탐구는 필요하지 않았다.
- 04 「동방 여행」 중
에두아르의 주택은 매우 ‘순수’했다. 그것은 간결한 구조 자체였다. 힘들게 벽돌을 쌓지 않아도, 과도하게 장식을 하지 않아도 건축은 제대로 기능했다. 건축가와 엔지니어가 함께 탄생시킨 가벼운 구조는 무너지지도 흉해 보이지도 않았다. 그것은 오히려 효율적, 기능적이었고 공간 변화와 확장도 가능했다. 바닥과 기둥, 계단의 조합만으로 이 모든 것이 가능했다. 원시 오두막을 이상적인 건축이라 생각한 마크앙투안 로지에처럼 에두아르는 자연스럽고 기능적인 건축을 선보였다.
- 05 「새로운 정신」 중
르코르뷔지에는 집을 ‘살기 위한 기계’라고 불렀다. 그는 우리 삶에 최적화된 집을 만들기 위해 자동차, 비행기, 대형 여객선을 모델로 삼았다. 이 기계들은 표준화, 규격화를 거쳐 가장 효율적인 방식으로 인간의 필요를 충족시킨다. 르코르뷔지에는 여기에 시대정신이 담겨 있다고 믿었다. 집이라는 ‘기계’는 “목욕, 햇빛, 따뜻한 물, 찬물, 난방, 요리, 가족 간의 대화, 위생, 아름다운 비례” 같은 복잡한 요구를 가장 실용적이고 효율적인 방식으로 충족시켜야 한다. 산업화 이후 그의 시대는 다양한 재료와 구조를 통해 그에 걸맞은 해결책을 속속 내놓고 있었다. 하지만 시대에 저항하는 고루한 예술가들은 이러한 변화를 눈치 채지 못했다. 그들은 장식에 집착했고, 이해할 수 없는 옛 전통에 매여 있었다. 르코르뷔지에는 ‘보지 못하는 눈’을 일깨우기 위해 쉬운 비유를 들었다. 집은 자동차나 비행기처럼 효율적인 기계가 되어야 한다는 것이다.
- 05 「새로운 정신」 중
두 예술가는 간결하고, 순수하고, 시간을 넘어 지속될 수 있는 보편적인 예술을 추구했다. 그들은 이에 ‘순수주의Purisme’라는 이름을 붙이고, 각종 전시와 비평문을 통해 소개했다. 여러 이념이 충돌하는 선전 선동의 시대를 살았던 두 예술가는 프로파간다의 힘을 잘 알고 있었다. 그들은 선전 전단을 만들어 세상에 뿌리는 대신 1920년 10월 새로운 예술 잡지인 《에스프리 누보》를 창간했다. 1920년 10월 창간되었다. 두 사람은 이 잡지를 통해 ‘새로운 정신Esprit Nouveau’의 중요성을 설파했다.
- 05 「새로운 정신」 중
르코르뷔지에는 혁명적인 건축가였다. 그는 주거 공간을 혁신해 삶의 모습을 바꾸려 했다. 시대가 변했지만 당시 집들은 여전히 춥고, 어둡고, 비위생적이었다. 급속한 산업화와 전쟁의 여파는 그만큼 컸다. 인구 과밀로 도시가 슬럼화되었고, 전쟁은 낙후된 집마저 남겨놓지 않았다. 르코르뷔지에는 돔이노 같은 효율적인 건설공법을 고민하는 동시에 위생, 난방, 조명 등의 생활 요소를 원점에서 재검토했다. 건축이 삶의 질을 결정한다는 사실을 잘 알고 있었던 그는, 주택을 공급하고 이를 통해 현대적인 생활 방식을 제안했다.
- 06 「행복의 건축」 중
빌라 사보아는 르코르뷔지에의 자랑스러운 대표작이었다. 건물은 아름다웠고 필로티, 옥상정원, 수평창 같은 혁신적인 요소들을 조화롭게 담고 있었다. 하지만 쏟아지는 비가 모든 것을 뒤바꾸어놓았다. 비가 새는 집이 도대체 무슨 소용이란 말인가. 그는 필로티, 자유로운 평면, 자유로운 입면, 수평창, 옥상정원을 근대건축의 다섯 가지 요소라고 주장했지만, 줄줄 새는 비 앞에서 그것은 한갓 허황된 관념에 지나지 않았다.
- 06 「행복의 건축」 중
그는 건축가이기 이전에 매일 그림을 그리는 화가였고, 아름다움을 대단히 중시했다. 그의 주택은 편리한 기계이면서 예술이 되어야 했고, 무엇보다 시적인 감상을 불러일으켜야 했다. 그는 이를 ‘건축의 시학’이라 불렀다.
- 07 「모두를 위한 집」 중
르코르뷔지에는 부모님을 위해 지은 하얀 집과 빌라 사보아 등지에서 이미 몇 차례 시행착오를 겪으면서 기술적 진보와 예술적 욕심이 거주자의 행복을 보장하지 않는다는 사실을 깊이 깨달았다. 대신 아름답고 편리하면서도 시대가 원하는 건축을 만드는 원리를 찾고자 했다. 그는 집을 지을 수 없었던 전쟁 기간에 치밀한 연구를 계속했고, 자신의 성과를 마르세유의 아파트에 적용했다. 단순히 집을 짓는 것이 아니라 건축의 근본 원리를 고민하면서 그는 진정한 대가로 거듭났다. 그의 건축은 이제 자신의 본모습을 제대로 드러내고 있었다. 그는 파르테논신전이나 동방의 모스크에서 본 비례와 균제의 원리를 현대화하여 자신이 짓는 아파트에 적용했다. 그가 ‘모뒬로르’라 이름 붙인 조형 원리를 적용한 아파트는 그렇게 위대한 건축물의 계보를 잇게 되었다.
- 07 「모두를 위한 집」 중
찬란한 빛은 오늘날에도 여전히 우리를 비춘다. 그것은 신의 임재를 경험하게 하면서, 동시에 건축이라는 예술의 본성을 상기시킨다. 그것은 세계를 열고, 장소를 변화시킨다. 언덕 위 성전은 신과 인간, 세속과 영적 세계를 매개하면서 건축의 본질과 예술가의 위대한 성취를 동시에 기리고 있다.
- 08 「형언할 수 없는 공간」 중
그는 간결한 형태와 수학적 비례, 찬란한 빛과 변화하는 그림자만으로 에뵈쉬르아브렐 마을 산비탈에 영적인 세계를 구축해놓았다. 이미 그는 자신이 쌓은 구조물에서 최고의 가능성을 끌어내는 위대한 예술가가 되어 있었다. 젊은 시절 엔지니어의 미학을 숭배하던 그는 건축을 진정한 예술로 승화했다. 라투레트수도원은 건축가의 기억 속 에마수도원처럼 수사 개인의 삶을 보호하고, 여럿이 함께하는 공동생활을 가능하게 했으며, 무엇보다 눈에 보이는 세상 너머 영적 세계를 드러내는 장소가 되었다. 모뒬로르에 기초한 콘크리트 건축물은 빛 아래에서 ‘형언할 수 없는 공간’으로 거듭났다. 라투레트수도원은 사람과 사람, 인간과 자연, 신과 세상을 연결하면서 오늘날까지 위대한 건축으로 칭송받고 있다. 순수하고 진실한 건축을 추구한 예술가의 인생은 시골 마을 산비탈에서 제대로 된 결실을 맺었다.
- 08 「형언할 수 없는 공간」 중
구매가격 : 14,400 원
현대 한국 지성의 모험
도서정보 : 김호기 | 2020-09-25 | EPUB파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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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안과 분노에 찬 우리 사회를 풍요롭고 정의로운 미래로 이끄는 힘,
우리 시대 60명 지식인의 기억과 사상!
한국 현대사를 이끌어온 힘은 무엇인가? 그것의 하나는 바로 지성과 시대정신이었다. 지성이 개인적·사회적 존재로서의 삶에 무엇이 가치 있는 것인지를 일깨웠다면, 시대정신은 우리가 서 있는 자리와 가야 할 길을 비췄다. 이 책 《현대 한국 지성의 모험》은 파란만장했던 대한민국 100년 지성사를 종횡무진 누비며, 더욱 풍요롭고 보다 정의로운 미래를 꿈꾸게 했던 60명의 지식인의 삶과 시대정신을 담고 있다.
사회학자로서의 저자는 우리가 결코 잊어서는 안 되는 역사의 기억과 그 의미를 전승하기 위해 이 책을 쓰기 시작했다. 저자의 가장 큰 고민은 이념적, 학문적, 역사적 균형감각을 가지고 지난 100년 우리 현대사를 대표하는 60명의 지식인과 책을 선정하는 것이었다. 이러한 고민을 바탕으로 보수와 진보, 인문학과 사회과학, 예술과 자연과학, 국내와 해외에서의 연구 등 다채로운 분야의 지식인들과 그들의 대표작을 담아냈다.
흥미로운 점은 60명의 인물 중 몇몇은 지식인의 범위를 넘어선다는 것이다. 이승만, 김구, 안창호, 여운형, 박정희, 김영삼, 김대중, 노무현에게는 독립운동가 또는 정치가라는 이름이 더 잘 어울린다. 하지만 이들은 우리 지식사회에 지대한 영향을 미쳤고, 역사적 존재로서 우리 사회에서 여전히 살아 숨 쉬고 있다. 이들의 삶과 사상은 민족독립과 해방, 산업화와 민주화, 세계화와 정보사회라는 대한민국 100년의 과거와 미래를 밝히는 통찰을 얻을 수 있게 한다.
지난 100년 대한민국의 역사는 전진과 후퇴가 공존했다. 그리고 우리 앞에 놓여 있는 미래에는 불투명성과 불확실성이 짙게 드리워져 있다. 개인과 공동체가 위기에 처했을 때, 그 과거와 현재와 미래를 성찰하고 전망하는 지성과 시대정신이 비로소 빛을 발하는 법이다. 지금 우리를 있게 한 지식인들은 자신들의 문제를 해결해줄 사람을 기다리지 않았다. 책을 읽고, 스스로 생각하고, 먼저 행동했다. 이제는 우리가 그들이 남긴 사상을 공부하고 미래를 밝혀가야 할 차례다. 이 책을 읽으며 지난 100년 우리 현대 지성의 고투에 대한 기억을 오롯이 사유한다면 미래 100년을 향한 새로운 용기를 얻을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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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문학과 함께하는 軍 인권과 안전의 새로운 만남
도서정보 : 김경호 | 2020-09-25 | EPUB파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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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방 관련 인권과 안전의 새로운 지평을 열다”
주제마다 심리학, 역사, 문학 등 인문학적 요소에 스토리를 엮어 부담 없이 읽도록 한 책.
한 장, 한 장 따라 읽다 보면 자연스레 인권의 개념을 이해하고 성찰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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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사철학 방법론
도서정보 : 탁양현 | 2020-09-25 | EPUB파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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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사철학 방법론
대륙사관(大陸史觀) 도래사관(渡來史觀)
반도사관(半島史觀) 만선사관(滿鮮史觀)
식민사관(植民史觀) 민족사관(民族史觀)
1. 대륙사관(大陸史觀)
한민족(韓民族)의 고대(古代) 국가는 중국대륙에 있었다
중국역사(中國歷史)는 한족역사(漢族歷史)가 아니다
흔히 역사(歷史)는 사실(事實, fact)이나 사실(史實, historical fact)의 기록인 것으로 인식된다.
그런데 인류사(人類史)의 그 어디에도, 실상 그런 것은 존재하지 않는다. 그저 승자(勝者)와 강자(强者)의 사관(史觀)에 의해, 제 구미(口味)에 맞도록 각색(脚色)된 역사(歷史)가 존재할 따름이다.
그러니 기왕(旣往)의 역사가 그러하므로, 역사를 살필 때에는, 그에 상응(相應)하는 시의적절(時宜適切)한 사관(史觀)으로써 접근하는 것이 필수적(必須的)이다.
역사를 살피는 방법론에 있어 가장 중요한 것이 사관(史觀)이다. 사관이란 역사관(歷史觀)으로서, 역사를 바라보는 관점이다.
어떠한 관점에서 역사를 바라보는가에 따라, 동일한 역사적 사건이, 전혀 다른 성격의 역사로서 해석된다. 이러한 측면에서 역사학(歷史學)을 일종의 해석학(解釋學)이라고 분별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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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 통신사
도서정보 : 탁양현 | 2020-09-25 | EPUB파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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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 통신사, 조선왕조실록 외교관계 문서
인간존재(人間存在)는 자기(自己) 자신(自身)을 살피는 일에는, 아무래도 다소 호의적(好意的)이다. 그러해야만 그나마 생존(生存)이 보전(保全)되는 탓이다.
하지만 마냥 자기에게 유리(有利)한 측면만을 부각(浮刻)하다 보면, 자칫 진실(眞實)을 외면하기 십상이다.
역사(歷史)를 살피는 일도 그러하다. ‘팔이 안으로 굽는 법’이라서, 아무래도 자기의 역사를, 자기들이 적어 놓은 대로 살피는 일이 속편하다. 하지만 그래서는, 역사의 객관성(客觀性)을 추구하기 어렵다.
물론 상대편(相對便)도, 자기 방식대로 기술(記述)했으므로, 하나의 역사적 사태(事態)를 살피려면, 그에 관련된 동서고금(東西古今)의 사서(史書)를 죄다 살펴야 한다. 그러니 역사를 살피는 일이 녹녹치 않은 것이다.
조선(朝鮮)과 일본(日本)의 외교관계에 관해서도 그러하다. 조선의 역사 기록만 살피거나, 일본의 역사 기록만을 살펴서는, 그 실체(實體)를 가늠키 어렵다.
나아가 중국(中國) 등의 사서(史書)도 살펴야 한다. 그래야만 보다 객관적인 역사적 진실에 다가설 수 있다.
일본인들은 응당 자기들의 역사를, 자기들 편의(偏倚)대로 기술하였다. 그것은 조선(朝鮮)이나 중국(中國)도 매한가지다. 그러니 역사를 살필 때에는, 항상 동시적(同時的)으로 최대한 폭넓은 역사서(歷史書)를 살펴야 한다.
그렇지 않고서, 그저 편향(偏向)되거나 일관(一貫)된 역사 해석에 노출(露出)되다 보면, 마치 역사적 사실(史實)이, 이데올로기인 양 작동하기도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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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비의 나라 조선
도서정보 : 탁양현 | 2020-09-25 | EPUB파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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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선왕조실록 노비 관련 기사
태조실록 정종실록 태종실록
21세기에 이르러, 자유민주주의(自由民主主義) 체제를 수용(受容)하는 국가에서는, 대체로 훈육(訓育)과 세뇌(洗腦)에 의해, 고대 그리스 아테네 민주주의(民主主義)에 대한, 괴이(怪異)한 선망(羨望)을 가지고 있다.
그런데 그 실상(實狀)은, 그다지 민주적(民主的)이지 않았다. 그 민주(民主)의 대상(對象)으로서, 자격(資格)을 가진 자는, 자유인(自由人)으로서 시민(市民)에 한정(限定)되었기 때문이다.
그러한 시민(市民)은, 이씨조선(李氏朝鮮)의 상황으로 비견(比肩)한다면, 양반사대부(兩班士大夫)이거나, 적어도 돈 많은 중인(中人) 이상의 계층이었다.
그렇다면 그들은 어떻게 생계(生計)를 유지했는가. 그들은 다수(多數)의 노예(奴?)를 소유하고 있었다. 그들의 노동력을 착취(搾取)하여, 민주(民主) 시민(市民)으로서의 지위를 보장받았다.
이러한 구조는 동서고금(東西古今)이 별다르지 않다. 조선왕조(朝鮮王朝) 역시, 대다수(大多數)의 노비(奴婢)들의 노동력을 착취함으로써, 양반사대부들은 성리학자(性理學者)로서 학문에 매진(邁進)하여, 고도의 지식을 향유(享有)하며, 기득권(旣得權) 세력의 위세(威勢)를 유지할 수 있었다.
이러한 형식의 착취(搾取)야말로, 인간(人間)의 인간(人間)에 대한 착취이다. 실로 고혈(膏血)을 뽑아내는 착취라고 할 수 있다.
이에 비한다면, ‘마르크스’가 논변(論辨)하는, 노동자(勞動者)에 대한 자본가(資本家)의 착취는, 그야말로 조족지혈(鳥足之血)이라고 할 것이다.
현대사회가 다소 나아졌다지만, ‘금수저’ 계층이 지니는 특권적(特權的) 기득권(旣得權)을, 언감생심(焉敢生心) 서민대중(庶民大衆)으로서 넘볼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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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선왕조 외교문서, 국제정치철학
도서정보 : 탁양현 | 2020-09-25 | EPUB파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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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조선왕조 외교문서
1. 태조 1년, 임신(壬申, 1392), 8월 29일 무인(戊寅), 밀직사(密直使) 조임(趙琳)을 보내, 태조(太祖)가 즉위하게 된 사유를 알리는 표문(表文, 올리는 글)을 올리다
전(前) 밀직사(密直使) 조임(趙琳)을 보내어, 중국 서울에 가서, 표문(表文)을 올리게 하였다.
권지고려국사(權知高麗國事) 신(臣, 이성계) 아무는 말씀을 올립니다.
삼가 생각하옵건대, 소방(小邦, 작은 나라)에서는, 공민왕(恭愍王)이 후사(後嗣)가 없이 세상을 떠난 뒤에, 신돈(辛旽)의 아들 우(禑)가, 성(姓)을 속이고, 왕위(王位)를 도둑질한 것이 15년이었습니다.
무진년(戊辰年, 1388) 봄에 이르러, 망령되이 군대를 일으켜, 장차 요동(遼東)을 범하려고 하여, 신(臣)을 도통사(都統使)로 삼아, 군대를 거느리고, 압록강(鴨綠江)까지 이르게 하였습니다.
신(臣)이 그윽이 스스로 생각해 보건대, 소방(小邦)이 상국(上國, 천자의 나라)의 경계를 범할 수 없으므로, 여러 장수들에게 대의(大義)로써 깨우쳐, 즉시 함께 군사를 돌이켰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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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향록(草香錄)
도서정보 : 이광수 | 2020-09-25 | EPUB파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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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월 1일 오전 9시 고원역(高原驛)에 나렸소. 벌판 아카시아와 피수수 숲속에 파묻힌 일한역)이오. 내 딴에 출구를 차차 나가랴는데 역부가 “표! 표!”하고 아우성을 하는구려. 이 역에는 별로 개찰구라는 것이 없으니까 월대(月臺)에서 곧 표를 거두는 모양인가 보오. 그렇다고 그처럼 아성을 할 것이야 무엇이오. 제나 나나 어찌어찌하다가 인간에 잘못 떨어져 갖은 인간고(苦)를 겪는 중에 또 어찌어찌하다가 저는 역부가 되고, 나는 그 역에서 나리는 객이 되었으니 인정(人情) 간에 “오시노라고 애썼소. 표나 내시오” 이랬으면 저도 좋고 나도 좋지 않소?<‘역부(驛夫)’ 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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