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조의 연원(淵源)
도서정보 : 안자산(안확) | 2020-08-18 | EPUB파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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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조의 전체는 48자 내외에 숫자로 된 것으로 쓸데없이 긴 글을 가급적 아껴 사용 연마하여 강(强)과 유(柔)함을 교묘히 조화한 것이다. 그 구절 형태는 또한 길지 않으나 그 천지(天地)는 심대하여 일시적 마음을 움직이는 정서를 다 단형(短形) 문구에 포함한다. 대원군 당시에는 박효관(朴孝寬), 최수보(崔守甫), 정중보(鄭仲甫) 세 사람이 이름난 노래가 나와 가인(歌人)을 다수 배출하였다. 그로부터 <가곡원류>는 가인 사이에 폭넓게 전해지게 되었다. 한자시로 가장 오랜 것은 『삼국사기』에 있는 고구려 유리왕(類利王)의 작인 「황조가(黃鳥歌)」, 『화동인물총기(話東人物叢記)』에 있는 신라 백결선생(百結先生) 박문량(朴文良)의 「금조(琴操)」 2편을 제하고는 말할 것이 없다.<본문 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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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작은 출판사를 소개합니다
도서정보 : 최수진 | 2020-08-18 | EPUB파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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혼자 일하지만 행복하다! 1인 출판사의 하루를 살짝 들여다보는 시간 치열하면서도 여유롭다?! 달과 화성 여행이 곧 가능해진다는 최첨단 시대지만 어쩌다 우리는 자신이 좋아하는 일을 마음껏 할 수 있는 자유조차 없이 살고 있는 것일까? 누구나 자유롭게 일하고 자신의 역량을 최대치로 뽑는 일을 하고 싶다. 1인 출판사는 이런 조건에 잘 맞기에 많은 사람이 도전하지만 준비 없이 시작하면 절대 성공할 수 없다. 전작인 『1인 출판사 수업』에 이어 1인 출판사 준비 방법과 실전 노하우를 한 층 더 업그레이드해서 알려준다. ‘누구의 눈치나 간섭 없이 좋아하는 일을 오랫동안 계속하고 싶다’라는 마음으로 도전한 1인 출판사지만 운영이 쉽지는 않다. 매일 생존을 고민한다. 하지만 아침과 저녁이 있는 삶이 가능하고 불타는(?) 창작 욕구도 해결할 수 있으며 좋아하는 책 읽기와 글쓰기도 매일 할 수 있다. 1인 출판사가 어떤 하루를 보내는지 이 책으로 간접 체험해 볼 수 있다. 1인 출판사로 성공하려면 단순한 책 만들기 지식이 아니라 기획이 가능한 프로듀서적 역량이 필요하며 경영 마인드도 지녀야 한다. 뛰어난 텍스트 이해력과 콘셉트를 잡는 능력을 지녀야 하고 출판 프로세스 전부를 직접 수행할 수 있어야 한다. 1인 출판사가 할 수 있는 효과적인 마케팅 방법도 알려준다. 저자는 ‘즐겁고 재미있고 보람 있는 1인 출판사를 단 한 분이라도 더 쉽게 시작하고 지속하게 되시라는 마음을 이 책에 꼭꼭 눌러 담았다’라고 말한다. 배움에 대한 노력과 열정만 있다면 누구든 잘 할 수 있는 1인 출판사에 꼭 도전해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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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야모토 무사시
도서정보 : 우오즈미 다카시 | 2020-08-15 | EPUB파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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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리를 터득해도 그 도리에 얽매이지 않는다”
소설이나 전설에 가려진 실상은 과연 어떤 모습이었을까. 모든 승부에서 이기면서도 여전히 평생토록 추구했던 “병법의 도”란 무엇일까. 새롭게 발굴된 사료도 검토해가며 미야모토 무사시의 삶의 궤적을 더듬어보는 동시에, 지극히 합리적이면서도 구체적으로 기술된 그의 사상을 『오륜서』를 중심으로 정독해본다.
구매가격 : 12,800 원
노자도덕경, 중국어 병음 수록
도서정보 : 탁양현 | 2020-08-14 | EPUB파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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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장. 도(道)라고 말할 수 있는 도(道)는 참된 도(道)가 아니다
도(道)라고 말할 수 있는 도(道)는 참된 도(道)가 아니다.
道可道非常道.
dao k? dao f?i chang dao.
이름 지을 수 있는 이름은 참된 이름이 아니다.
名可名非常名.
ming k? ming f?i chang ming.
무명(無名)은 천지(天地)의 시작(始作)이고,
無名天地之始,
wu ming ti?n di zh? sh?,
유명(有名)은 만물(萬物)의 어머니다.
有名萬物之母.
y?u ming wan wu zh? m?.
그러므로 항상(恒常) 욕심(欲心)을 텅 비우면 그 현묘(玄妙)함을 보고,
故常無欲以觀其妙,
gu chang wu yu y? gu?n qi miao,
항상 욕심을 꽉 채우면 그 경계(境界)를 보게 된다.
常有欲以觀其?.
chang y?u yu y? gu?n qi jiao.
이러한 두 가지 것들은 동일(同一)한 곳에서 나왔지만 그 이름이 다른데,
此兩者同出而異名,
c? li?ng zh? tong ch? er yi ming,
모두 동일하게 현(玄)이라고 일컫는다.
同謂之玄.
tong wei zh? xuan.
그것은 현묘(玄妙)하고 또한 현묘해서,
玄之又玄,
xuan zh? you xuan,
온갖 것들이 들고나는 문(門)이다.
衆妙之門.
zhong miao zh? men.
-하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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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재 인문학적 접근
도서정보 : 최중매(할망구) | 2020-08-14 | EPUB파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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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한민국의 문화유산인 궁궐, 왕릉, 성균관, 북촌한옥마을등을 문화, 예술, 역사이야기로 풀어내어 인문학적으로 접근함.
구매가격 : 10,000 원
클래식 클라우드 022-헤세
도서정보 : 정여울 | 2020-08-14 | EPUB파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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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안에서 솟아나오려는 것, 나는 그것을 살아보려 했다!”
영원한 방랑자, 헤르만 헤세의 삶과 문학
때로는 삶이 너무 가혹하게 느껴질 때가 있다.
나이 듦이 무작정 두려워지는 순간이 있다.
하지만 나는 헤세로부터 흐르는 시간을 내 편으로 만드는 법을 배웠다.
- 정여울
◎ 도서 소개
작가의 꿈을 키운 독일을 거쳐
마침내 찾은 궁극의 안식처 스위스까지
치유의 공간을 찾아 떠난 헤세의 여정을 따라가다
한국인이 가장 사랑하는 소설가로 늘 거론되는 것이 헤르만 헤세다. 헤세의 명실상부한 대표작 『데미안』은 한국인이 가장 많이 읽은 소설이기도 하다. 헤세의 어떤 점이 우리 마음을 흔드는 것일까? 이 책의 저자 정여울은 “왜 하필 헤세를 좋아하나요?”라는 질문에 대해 헤세의 문장을 읽을 때마다 나 자신에 가까워짐을 느끼기 때문이라고 말한다. 헤세의 여정은 ‘자기 자신을 찾아 떠나는 영혼의 여행’이었다. 그 과정에서 쓰인 문학 작품들은 100년이 지난 지금도 방황하는 많은 이들에게 위로와 용기를 주고 있다.
신간 『헤세: 바로, 지금 나 자신으로 살기 위하여』는 헤세를 그 누구보다도 사랑하는 작가 정여울이 독일과 스위스에 남겨진 헤세의 흔적을 찾아다니며 헤세로부터 받은 치유의 순간들을 생생하게 전하는 책이다. 특히 여행자, 방랑자, 안내자, 탐구자, 예술가, 아웃사이더, 구도자라는 7가지 키워드로 헤세의 삶을 재조명하는데, 도주에서 방랑으로, 방랑에서 순례로 나아가는 헤세의 삶과 그의 작품들이 어떻게 연결되어 있는지 다채롭게 이해할 수 있다. 이 책은 헤세를 좋아하는 이들을 물론, 헤세의 작품을 읽고 싶지만 어떻게 접근해야 할지 막막한 이들을 위한 최적의 안내서가 되어줄 것이다.
◎ 출판사 서평
[내 인생의 거장을 만나는 특별한 여행, ‘클래식 클라우드’ 시리즈]
“절망하지 않는 자는 아무런 어려움도 영혼도 없는 사람이다“
헤세의 글은 왜 우리에게 위로가 되는가
오랫동안 헤세는 늘 화제의 중심에 있었다. 파격적인 글쓰기, 조국 독일의 전쟁에 대한 반대, 독일에서의 출판 금지, 심각한 신경쇠약과 우울증, 그리고 두 번의 이혼, 세 번의 결혼까지도 화젯거리였다. 많은 사람에게 사랑을 받은 만큼 많은 사람에게 비난과 질투도 받았다. 그 과정에서 경제적 곤란을 겪기도 했다. 한때는 포도를 재배하고 자신이 그린 그림을 팔아 생계를 유지해야겠다는 생각도 했다. 하지만 항상 ‘글쓰기’로 되돌아오는 자신을 발견했다. 글쓰기는 헤세에게 단순한 직업이 아니라 그를 비로소 그 자신으로 만들어주는 ‘무엇’이었다.
헤세는 ‘진정 나 자신으로 살 수 있는 장소’를 찾기 위해 독일과 스위스를 오가며 활동했다. 특히 독일의 칼프와 가이엔호펜, 스위스의 몬타뇰라는 그의 이상을 실현시켜 준 곳이었다. 헤세는 인생과 예술, 학문이 하나 되는 삶을 살아가면서 독학자의 길을 개척하는 면모를 보이기도 한다. 퇴학을 두 번 당했지만 서점 직원으로 일하며 엄청난 분량의 독서를 했고, 학교에서 배우지 못한 것을 길 위에서 배우고, 익히고, 실천하는 삶을 살았다. 그러기 위해선 필연적으로 ‘목적지가 없는 방랑’이 필요했다. 헤세에게 예술이란 책이나 이론의 학습이 아니라 험난한 세상과 완전한 합일을 이루는 육체적 모험이었기 때문이다.
전쟁에 반대하는 글을 쓴다는 이유로 독일에서의 글쓰기가 금지된 이후, 40세에 스위스의 몬타뇰라로 이주한 헤세는 이곳에서 제2의 고향을 만난다. 헤세는 독일어로, 독일인의 이야기를, 독일 사람들에게 읽힐 기회가 사라졌다는 뼈아픈 상실감을 그림을 그리며 극복한다. 아름다운 자연을 그리고, 글을 쓰고, 정원을 가꾸며 노년을 보낸 헤세는 나이 들수록 영감이 고갈되지도, 그 흔한 매너리즘에 빠지지도 않고 오히려 더욱 활활 타오르는 영감을 주체하지 못했다. 다른 사람의 길과 나의 길을 비교하지 않고, 묵묵히 자신의 길을 걸어가는 것. 그것이 헤세의 눈부신 재능이었다.
방랑자 헤세, 탐구자 헤세, 아웃사이더 헤세, 구도자 헤세…
헤세를 이해하는 7가지 키워드
이 책에서는 7명의 헤세를 만날 수 있다. 헤세의 삶의 궤적을 따라 여행자, 방랑자, 안내자, 탐구자, 예술가, 아웃사이더, 구도자라는 7가지 키워드로 구성되어 있는데, 각 시기별로 헤세의 고민과 주제의식이 작품들에 어떻게 녹아 있는지 비교해볼 수 있는 것도 이 책의 특징이다. 헤세의 출세작인 『페터 카멘친트』(1904)를 비롯해 『수레바퀴 아래서』(1906), 『게르트루트』(1910), 『크눌프』(1915) 등의 초기 작품과, 전쟁 발발 이후 필명으로 출간한 『데미안』(1919), 창작의 고통과 기쁨에 대해 다룬 『클링조어의 마지막 여름』(1919), 우울증을 극복하며 집필한 『싯다르타』(1922), 히피들이 열광한 『황야의 이리』(1927), 비평가들이 헤세의 ‘가장 아름다운 책’으로 꼽은 『나르치스와 골드문트』(1930), 노벨 문학상을 받은『유리알 유희』(1946) 등 헤세의 대표 작품들을 작가 정여울의 문학적 감성이 더해진 해설과 만나볼 수 있다.
저자는 도주에서 방랑으로, 방랑에서 순례로 나아가는 헤세의 삶을 따라 작품을 이해해보길 권한다. 헤세의 작중인물을 보면 ‘방랑하면서 안주를 꿈꾸고, 안주하면서 방랑을 꿈꾸는’ 인간의 이중성을 보여주는 인물들이 많다. 『황야의 이리』와 『데미안』은 시민적인 삶과 초월적인 삶 사이에서 갈등하는 개인의 모험을 극적으로 그려내고, 『크눌프』와 『페터 카멘친트』는 운명을 찾아 떠나는 방랑자들의 이야기가 담겨 있다. 그리고 종교적 초월을 꿈꾸는 주인공이 등장하는 『싯다르타』와 종교와 예술 사이에서 갈등하는 주인공의 모험을 그린 『나르치스와 골드문트』는 순례자를 주인공으로 삼고 있다. 이들은 작품의 끝에서 자신을 강렬하게 추동하는 그 무언가를 발견한다. 그것은 작품을 창작하고자 하는 예술가의 뜨거운 영감이기도 하고, 새로운 깨달음을 얻고자 하는 구도의 열정이기도 하며, 정착에서도 유목에서도 완전한 만족을 얻지 못하는 자기 자신의 본성에 대한 깨달음이기도 하다.
“우리가 변화시켜야만 하는 것은 우리 자신이다!”
혼란한 세상에서 나의 궤도를 지키며 산다는 것
헤세의 작품세계는 크게 『데미안』 이전과 이후로 나뉜다. 헤세는 카를 구스타프 융을 만난 이후 우울증을 극복하는데 그 내적인 성장의 기록이 바로 『데미안』 이후의 작품들이다. 『데미안』 이전의 작품에서는 뚜렷한 세계관이 보이지 않지만, 『데미안』 이후 작품 속 주인공들은 ‘개성화’를 삶의 목표로 삼고 있다. 더 나은 존재가 되기 위한 끝없는 탐구, 세상이 요구하는 존재가 아니라 오직 진정한 나 자신이 되기 위한 새로운 싸움, 그것이 개성화다. 이를 위해서는 자신의 가장 어두운 그림자, 트라우마와 대면하는 용기가 필요하다.『데미안』에서 헤세는 속삭인다. 자기 자신으로부터 이탈하는 것이야말로 죄악이라고. 거북이처럼 자기 안으로 온전히 파고들어야만 진정한 나를 찾을 수 있다고.
물론 헤세도 내면을 지키는 길이 얼마나 힘든 일인지 잘 알고 있었다. 그는 지인에게 쓴 편지에서, ‘세상은 우리가 나약하고 순응적인 존재가 되기를 바라기 때문에 평범하지 않은 정신을 추구하는 모든 이들에겐 삶 자체가 투쟁이 될 수밖에 없다’고 이야기한다. 헤세는 나다움을 추구하는 일이 때로는 세상 전체와 맞서기만큼이나 어렵다는 것을 뼈저리게 깨달았다. 「도주」라는 글에서는 오직 나만이 존재하는 곳, 외부의 어떤 자극도 나를 공격하지 못하는 곳을 찾고 싶다고 고백한다. 그 무엇에도 흔들리지 않는 내면 깊숙한 곳을 찾는 것이야말로 헤세가 평생 추구한 목표였다.
“당신 안에는 하나의 은밀한 장소가 있다.
당신은 언제나 그곳에 틀어박혀 자기 자신과 이야기를 나눌 수 있다.
하지만 그렇기 할 수 있는 사람은 극히 드물다.
누구라도 할 수 있는 일임에도 불구하고.” - 헤르만 헤세
헤세가 우리에게 그토록 소중한 작가인 이유는 무엇일까. 헤세가 온몸으로 겪은 시대적 방황과 그 고민이 21세기를 살아가는 우리의 고민과 다르지 않기 때문이다. 헤세는 말한다. ‘나를 치유하는 힘은 밖이 아니라 내 안에 있다고. 마음 깊은 곳에서 우러나오는 목소리를 따라 걸어가는 것만이 나를 지키는 일이라고’. 저자는 ‘헤세와 함께라면 당신도 외롭지 않게 혼자 있는 법을 알게 될 것’이라고 고백한다. 나답게 산다는 것에 대해 고민하는 이들이라면 헤세를 통해 전하는 정여울의 메시지가 큰 울림으로 다가올 것이다.
◎ 책 속에서
헤세에 대한 강연과 책을 쓰다 보니 가장 많이 받는 질문이 바로 이것이었다. “선생님은 헤세를 왜 좋아하세요?” “수많은 작가 중에 헤세를 선택하신 이유가 뭔가요?” 그런데 이상하게도 그 당연하고 필수적인 질문에 가슴이 아려왔다. ‘왜 하필 헤세인가요?’라는 질문이 마치 ‘당신은 왜 하필 당신인가요?’라는 질문처럼 다가왔기 때문이다. 당신은 왜 당신으로 태어났는지, 당신은 왜 당신으로 살아가는지를 묻는 것 같아 가슴이 아파왔다.
- 〈1장 여행자: 헤세, 사랑의 길 위에 서다〉 중
자기 자신의 진짜 모습과 만나는 순간에 느끼는 고통은 누군가가 자신을 공격했을 때보다 더 크고 깊을 때가 있다. 자기와의 대면이 너무도 고통스러웠기 때문에, 진정으로 다시 태어나고 싶었기 때문에 헤르만 헤세라는 본명을 숨기고 에밀 싱클레어라는 이름으로 출간했던 것은 아닐까. 그는 당시 융 학파의 치료를 받으면서 자기와 대면하는 일이 너무도 고통스러웠음을 여러 글에서 고백한다. 그러나 그 ‘대면’의 고통이 낳은 작품들은 너무도 아름답고 성공적이었다.
- 〈2장 방랑자: 끝없이 떠날 수 있는 자유〉 중
개성은 처음부터 주어지는 것이 아니라 평생 만들어가는 것이다. 우리가 개성의 향기를 만들어가는 것은 바로 삶의 사소한 순간들 하나하나이기 때문이다. 헤세는 평생 개인의 소중함과 자아의 개성을 옹호했다. 그는 모든 법칙이나 제도는 ‘개인’을 위한 것이 아니라 ‘집단’을 위한 것임을, 특히 거대한 집단의 권력을 위한 것임을 간파했다.
- 〈3장 안내자: 문득 길이 보이지 않을 때 간절해지는 것들〉 중
우리는 생각보다 훨씬 더 강하고 지혜로운 존재다. 그걸 깨닫게 해준 것이 『데미안』이라는 작품의 힘이기도 하다. 나는 이 작품을 읽음으로써 알게 되었다. 내 안에도 데미안이 있다는 것을. 우리 모두에게는 싱클레어처럼 자존심으로 중무장해 강한 척하는 에고가 있는가 하면, 데미안처럼 그 누구의 시선에도 굴하지 않고 꿋꿋하게 오직 자신의 길을 걸어가는 셀프도 있다.
- 〈4장 탐구자: 『데미안』의 탄생〉 중
우리가 가진 것은 우리를 행복하게 하지 못한다. 우리가 가지지 못한 것에 대한 기대와 설렘이 우리를 행복하게 만든다. 그 말을 뒤집어보면 사실 ‘욕망의 진상’이란 이렇다. 우리가 가지지 못한 것에 대한 미련과 불안이 우리를 불행하게 만든다. 우리는 가진 것을 통해 그 불안과 미련을 보상받지 못한다. 도달하지 못한 것에 대한 멈출 수 없는 욕망, 그것이 우리 삶을 밀어나간다.
- 〈5장 예술가: 그 끝이 비극인 줄 알면서도 달려가다〉 중
헤세는 자신의 이중성을 알고 있었다. 머물다 보면 떠나고 싶고, 방랑하다 보면 정착하고 싶어지는 공간에 대한 이중성뿐 아니라, 농담을 하고 싶으면서도 진지하고 싶고, 우울하면서도 명랑한 느낌을 주는 글을 쓰고 싶어 했다. 그는 인생의 양극단 사이를 불규칙하게 오가며 불안하게 흔들리는 삶의 묘미를 알았다. 어느 하나를 선택하는 것이 아니라 그 사이에서 부단히 휘청거리는 삶. 헤세는 방랑과 정착 사이에서, 농담과 진지함 사이에서 끊임없이 흔들리는 삶을 긍정했다.
- 〈6장 아웃사이더: 소시민적 삶을 향한 저항〉 중
사랑의 감정을 모르기 때문에 그는 인생에 대한 겸허함도 배울 수 없었다. 그는 이 세상 사람들을 모두 자신의 눈 아래에 둠으로써, 그 오만함 때문에 자신이 인간사의 결정적 요소를 이해하지 못하고 있다는 상황 자체를 인지하지 못한다. 그는 결코 이해하지 못한다. 인간은 때로 누군가를 진심으로 사랑하기 때문에 한없이 낮아지고, 비참해지고, 쓸쓸해진다는 사실을.
- 〈7장 구도자: 마침내 깨달음을 향하여 한 걸음〉 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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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네책방 생존 탐구
도서정보 : 한미화 | 2020-08-13 | EPUB파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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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판평론가로 25년여 동안 책 생태계 안팎에서 활동해온 이 책의 저자 한미화는 객관을 표방한 날선 비평이 눈길을 끌 때 한결같이 따뜻한 시선과 어조로 줄곧 책과 책을 둘러싼 세상을 대해 왔다.
그런 그의 눈에 한동안 문을 닫는다는 소식만 줄곧 이어지던 서점들이 언젠가부터 앞다퉈 이전과 다른 모습으로, 새롭게 문을 여는 현상이 포착되었다. 비교적 초창기부터 이런 현상을 주의 깊게 관찰하기 시작한 그는 급기야 전국의 수많은 책방들을 직접 찾아나서기 시작했고, 현장 취재와 수많은 동네책방 주인들과의 인터뷰는 기록으로 축적되기에 이른다. 이러한 기록을 토대로 동네책방의 창업 전성기와 그 현상이 갖는 여러 의미에 대해 다루는 책을 완성하는 것은 얼핏 자연스러워보였다.
그러나 막상 원고를 쓰다 보니 책방의 창업 붐보다는 생존을 둘러싼 동네책방들의 고군분투가 눈에 더 들어오기 시작했다. 그러자 책 생태계 안에 존재하는, 개인의 열정과 노력만으로 해결이 불가능해보이는 구조적인 문제들이 보이기 시작했다. 이렇게 하여 그가 쓰는 책은 ‘동네책방 전성기’에서 ‘동네책방 생존 탐구’로 그 방향을 달리하게 되었다.
구매가격 : 10,500 원
클래식 클라우드 021-페르메이르
도서정보 : 전원경 | 2020-08-12 | EPUB파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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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상에서 영원을 길어 올린 빛의 화가
‘북구의 모나리자’ 〈진주 귀고리 소녀〉의 거장
페르메이르가 빚어내는 고요하고 온화한 세계를 만나다
“평범한 여름날 아침의 풍경에서 천국을 끄집어낼 수 있는 화가,
그가 페르메이르였다.”
- 전원경
◎ 도서 소개
페르메이르가 평생을 보낸 델프트에서
화려하고 웅장한 예술의 도시 빈까지
‘빛의 마술사’ 페르메이르의 흔적을 더듬다
‘북구의 모나리자’로 불리는 〈진주 귀고리 소녀〉를 그린 거장 페르메이르. 좁은 땅에 1천여 명의 화가들이 활동하던 17세기 네덜란드 황금시대를 대표하는 화가로, 고요하고 내밀한 작품 세계와 베일에 싸인 생애 때문에 ‘델프트의 스핑크스’라고 불리기도 한다. 클래식 클라우드 21 『페르메이르』는 수수께끼 같은 페르메이르의 작품들과 그보다 더 수수께끼 같은 그의 삶을 다루며 페르메이르가 빚어내는 평온한 빛의 세계로 안내한다. 저자인 전원경 작가는 세심한 눈길로 페르메이르의 작품 전작을 톺아보며, 델프트와 암스테르담, 헤이그에서 빈과 런던까지 거장의 흔적을 따라나선다. 페르메이르의 모든 작품을 수록한 친절하고 깊이 있는 안내서이자 가장 최근의 연구 성과까지 빠짐없이 다룬 전원경 작가의 이번 책은 마법 같은 페르메이르의 작품 세계를 다룰 뿐 아니라 일상의 빛나는 찰나를 포착하는 그의 눈을 통해 우리의 평범하고 안온한 일상을 돌아보게 한다.
“델프트의 스핑크스” 페르메이르
전원경 작가의 안내로 살펴보는 수수께끼로 가득한 페르메이르의 생애
네덜란드 헤이그에는 10대 후반의 한 소녀가 있다. 이름도 나이도 모르는 이 소녀는 “막 미소가 사라지고 있는 듯한 찰나의 표정과 눈망울, 입술의 생기 어린 느낌”으로 보는 이를 사로잡는다. 그는 바로 헤이그 마우리츠하위스 미술관에 소장된 〈진주 귀고리 소녀〉 속 인물이다. 누구나 한 번 보면 빠져드는 이 작품은 전 세계인의 사랑을 받으며 ‘북구의 모나리자’라고 칭송받지만 정작 이 작품의 화가에 대해 알려진 바는 많지 않다.
〈진주 귀고리 소녀〉를 그린 요하네스 페르메이르는 17세기 네덜란드 황금시대를 대표하는 3대 화가 중 한 명이다. 하지만 생전 델프트에서만 활동했기 때문에 당대엔 주로 그 지역에서 이름을 얻었고 사후엔 거의 완벽하게 잊히다시피 했다. 그러다 19세기 말에 '재발견'되어 20세기 미국을 중심으로 차츰 전 세계적인 인기를 누리면서, 연구자들은 델프트에 남은 페르메이르의 흔적을 찾아내 화가의 삶을 재구성하기 시작했다. 그러나 한동안 잊혀 있던 탓에 남아 있는 기록이 많지 않아서 페르메이르 연구의 선구자이자 페르메이르를 ‘재발견’한 미술사학자 겸 비평가 테오필 토레뷔르거는 그를 두고 수수께끼 같은 존재라는 의미로 "델프트의 스핑크스"라고 평할 정도였다.
1632년에 태어나 1675년에 죽은 페르메이르는 일평생을 네덜란드의 소도시 델프트에 살았다. 가난한 직물 장인의 아들로 태어난 페르메이르는 스무 살에 델프트의 유복한 지주 집안의 딸인 카타리나 볼너스와 결혼하고, 같은 해 12월에 예술가 조합인 델프트 성 루가 길드에 가입해 화가의 길을 걷기 시작했다. 당시 네덜란드에는 독특하게도 이미 ‘아트 마켓’이라고 할 만한 시장이 형성되어서 1천여 명에 달하는 화가들이 정물화, 풍경화, 초상화 등 자기 전문 분야를 정해 그림을 그려 시민들에게 직접 판매했다. 그래서 대개 화가는 1년에 십여 점 이상 작품을 그려야 생계유지가 가능했지만 페르메이르는 처가의 경제적 지원과 그의 그림을 꼬박꼬박 사들이는 후원자 덕분에 한 해에 최대 서너 점 정도만 그렸던 것으로 추정된다. 최고급 재료들로 신중하게 공을 들여 한 점 한 점을 완성해나간 덕분에 페르메이르의 그림을 보면 시간이 지나면서 화가의 세계가 완성되어가는 것을 눈에 띄게 확인할 수 있다.
초기작인 〈마르다와 마리아의 집에 온 예수〉 〈디아나와 님프들〉에서 이미 빛을 활용한 공간 분할이라는 그의 특기가 엿보였고, 〈뚜쟁이〉에서부터는 실내 풍속화로 자신의 장르를 정했음을 보여준다. 1659년에 그린 것으로 추정되는 〈열린 창 앞에서 편지를 읽는 여자〉에서는 작은 방에 여성 한 명이 있고 창을 통해 들어오는 빛이 그를 비추는 모습을 그려 페르메이르의 트레이드마크인 ‘빛’, ‘방’, ‘젊은 여성’을 본격적으로 그리기 시작한다. 이후 전성기의 문턱에서 그린 〈우유를 따르는 하녀〉에서는 단순히 눈앞의 모델을 그대로 그리는 평범한 실내 풍속화를 뛰어넘어, 범속한 일과를 보내는 하녀의 모습을 통해 노동의 신성함, 일상의 아름다움을 표현해낸다. 이 시기 페르메이르는 〈델프트 풍경> 〈골목길〉 〈편지를 쓰는 여인과 하녀〉 〈레이스를 뜨는 여자〉 등 환한 빛에 싸인 고요하고 온화한 실내, 신실해 보이는 젊은 처녀, 빛과 그늘의 효과에 대한 치밀한 설계 등 ‘페르메이르다움’이 여실히 드러나는 중요한 작품들을 쏟아냈다.
350년을 뛰어넘어 찾아온 페르메이르의 걸작들
잊고 있던 일상의 아름다움을 찾다
아마도 페르메이르의 그림 중 가장 널리 사랑받는 작품이자 “영원히 살아 있는 350년 전의 소녀”인 〈진주 귀고리 소녀〉는 그가 다다른 원숙한 경지를 보여주며, 대범한 붓질과 특유의 ‘빛의 방울’들로 이루어진 그만의 아름다운 세계를 펼쳐 보인다. 이 작품의 매력은 시간이 지나도 쇠하지 않아 1999년에는 이 그림을 소재로 삼은 소설이 출간되고 2003년에는 이 책을 원작으로 한 영화가 개봉되기도 했다. 비슷한 시기 페르메이르가 가장 아낀 작품이자 화가의 명함과도 같은 <회화의 기술> 역시 탄생한다. 〈회화의 기술〉은 푸른 옷을 입은 젊은 여성을 그리고 있는 화가를 담고 있다. 페르메이르는 그림에서 스스로를 드러낸 적이 거의 없고 남아 있는 자화상도 없지만 이 작품에서 등을 보이고 그림을 그리는 화가는 페르메이르로 보인다. 화가로서의 정체성, 그리고 네덜란드 시민으로서의 자부심이 담긴 이 그림을 페르메이르는 죽을 때까지 팔지 않았고, 유족도 어떻게든 남의 손에 넘어가지 않게 지키려고 했으니 의미가 깊은 그림임에는 틀림없다. 하지만 이후 그린 작품들은 그에 미치지는 못했고, 페르메이르는 천재성을 소진한 듯 기울어간다.
게다가 1672년 프랑스가 네덜란드를 침공한 사건은 페르메이르의 삶은 물론 작품에도 영향을 끼쳤다. 전쟁이 벌어지자 네덜란드 경제는 큰 타격을 입었고 페르메이르 집안 역시 경제적 곤란을 겪게 됐다. 문화 관련 소비도 극도로 줄어, 궁지에 몰려 생계를 모색한 다른 화가들과 마찬가지로 페르메이르 역시 모든 재능을 짜내 팔릴 만한 그림을 그려냈지만 살림은 조금도 나아지지 않았다. 1675년 페르메이르는 경제적 압박 속에서 이른 나이에 세상을 떠났고 사후 빚 청산을 위해 열린 경매에서 페르메이르의 작품이 유럽 곳곳으로 흩어진다.
이름은 잊히고 작품은 흩어졌어도 페르메이르의 진가는 결국 되살아났다. 전원경 작가는 페르메이르의 생애를 추적하면서 17세기 네덜란드의 시대적 상황과 사회 분위기까지 아울러 짚으며 페르메이르라는 화가에 대한 이해를 돕는다. 그리고 페르메이르의 작품을 만나기 위해 독자가 어떤 루트로 암스테르담, 헤이그, 델프트를 돌아보면 좋을지 실용적인 정보 역시 놓치지 않는다. 저자는 페르메이르의 탄생과 죽음, 그리고 죽은 뒤 300년 가까이 잠들어 있다 세상의 주목을 받게 된 이야기, 페르메이르 작품들이 겪은 굴곡과 최근에 발표된 연구 성과까지 차곡차곡 담아 페르메이르의 삶과 작품의 모든 것을 이야기해준다. 이제 독자도 페르메이르의 세계 속으로 들어갈 시간이다.
◎ 책 속에서
생몰년과 몇 가지 짧은 단서 외에는 아무 기록도 남아 있지 않은 화가가 페르메이르다. 1675년 사망한 후 200년 넘게 망각 속에 가라앉아 있던 화가, 그런 화가에 관해 대체 어떻게 책을 쓸 수 있다는 말인가? 그러나 나는 평범한 우리의 일상을 통해 영원을 보여주는 이 놀라운 화가의 이야기를 하고 싶었다. 어쩌면 이것은 2013년에 〈편지를 읽는 푸른 옷의 여인〉이 내게 준 확신에 대한 보답일지도 모른다. 알 수 없는 자신감이 마음속에서 풍선처럼 부풀어 올랐고 나는 나 자신도 모르게 “페르메이르를 쓸게요”라고 대답하고 있었다.
- 〈프롤로그〉 중
네덜란드 황금시대 그림의 밑바닥에는 근면함과 신실함을 강조하고 게으름이나 사치, 허세를 용서하지 않는 시민사회의 가치관이 자리하고 있다. 이 가치관은 공화국이 붕괴되고 네덜란드가 입헌군주국으로 변모한 지금까지도 네덜란드 사람들의 의식 속에 남아 있는 듯싶다. 차가운 날씨를 아랑곳하지 않고 자전거를 탄 채 달려가는 사람들의 모습에서 우리는 400여 년 이상을 이어온 성실하고 자주적이며 책임감이 강한 네덜란드인들의 전통을 본다. 그것은 신이 아니라 인간이 창조한 땅에서 살아온 사람들의 역사, 실용적이고도 엄격한 시민사회가 낳은 네덜란드의 자랑스러운 유산이다.
- 〈2장 근면하고 엄격한 상인의 나라 - 17세기 네덜란드〉 중
페르메이르의 작품은 공통적으로 고요하고도 온화한 분위기를 가지고 있으며 보는 이에게 어떤 이야기를 들려준다. 그 이야기의 매개로 페르메이르는 편지, 보석, 와인, 악기 등 여러 소재를 사용했다. 이중에서 의외로 풍부한 이야깃거리를 제공하는 소재가 와인이다. 와인은 편지와 함께 페르메이르 특유의 ‘왼편에서 빛이 들어오는 창’의 효과를 가장 매력적으로 전해주는 소재이기도 하다.
- 〈3장 빛과 바람은 그대로 있었다 - 델프트〉 중
아마도 페르메이르는 이 이야기를 하고 싶었던 게 아닐까? ‘일상은 이토록 평온하게, 그리고 근면하게 흘러간다’는 이야기 말이다. 그림 속 등장인물들은 모두 각자에게 주어진 일을 하고 있다. 집의 안팎을 청소하고 바느질을 하는 일은 주부의 의무이며, 아이들은 사이좋게 뛰놀면서 서로를 배려할 줄 아는 건강한 어른으로 성장해간다. 17세기 네덜란드 사람들은 신은 거창하게 꾸며진 교회가 아니라 이렇게 평화롭고 성실한 일상 속에 함께한다고 믿었다. 야외임에도 불구하고 그림 속 풍경에는 페르메이르 특유의 고요함이 느껴진다. 여기에는 시끄러운 소음이나 불필요한 잡음이 끼어들 여지가 없다. 에른스트 곰브리치의 표현을 빌리자면 〈골목길〉은 “우리로 하여금 단순한 정경의 조용한 아름다움을 참신한 눈으로 보게 만들어주는” 작품이다.
- 〈3장 빛과 바람은 그대로 있었다 - 델프트〉 중
그런데 페르메이르는 이 벽이 실은 빛의 아름다움을 극대화시키는 장치라는 사실을 숨기려 한다. 벽에는 못이 박혀 있거나, 못을 뺀 구멍이 여기저기 그려져 있다. 바닥 가까이에는 세월의 흔적인 얼룩과 때가 보인다. 바닥과 벽 사이 걸레받이 부분에는 델프트 타일이 붙어 있는데 역시 오래된 듯 지저분하다. 이 벽은 빛과 그늘이 만들어낸 놀라운 드라마의 현장일 뿐만 아니라 그저 평범한 여염집의 부엌, 초라한 부엌의 한 부분이기도 하다. ‘마법처럼 반짝거리는 그림’인 동시에 ‘일상에 가장 가까운 장소와 평범한 여자를 그린 그림’이라는 점이 〈우유를 따르는 하녀〉의 경이로운 면모다.
- 〈4장 일하는 여자는 아름답다 - 암스테르담〉 중
플랑드르 화파의 전통을 이어받은 네덜란드 화가들은 그림의 모든 요소들을 예외 없이 치밀하고 사실적으로 그렸다. 〈우유를 따르는 하녀〉에서 페르메이르는 이러한 전통에 조용히 반기를 든다. 화가는 빛을 받은 부분과 그늘에 들어가 있는 부분, 또 빛과 그늘이 대조를 이루고 있는 부분들을 모두 다르게 그렸으나 그 ‘다름’은 너무나 자연스러워서 인식하기조차 쉽지 않다. 이런 모든 요소들이 합해져 이 작은 그림, 평범한 주제를 그린 그림을 보석처럼 빛나게 만들고 있다.
- 〈4장 일하는 여자는 아름답다 - 암스테르담〉 중
근본적인 질문으로 돌아가자. 〈진주 귀고리 소녀〉는 왜 보는 이를 대번에 매혹시키는가? 이 이유를 한두 마디로 설명할 수는 없다. 가장 두드러진 점은 그림 자체가 가지고 있는 생명력이다. 어둠 속에서 홀연히 떠오른 소녀의 얼굴은 살아 있는 듯한 생동감으로 빛난다. 금방이라도 보는 이들에게 입술을 달싹여 말을 걸 듯한 분위기다. 이 그림의 탁월한 생명력은 어디에서 오는가? 동시대 네덜란드 화가들은 그림의 모든 요소를 치밀하고 꼼꼼하게 그렸다. 페르메이르 역시 마찬가지였다. 예를 들어 〈골목길〉에서 낡은 벽돌집을 그린 솜씨는 거의 사진을 연상케 할 정도다. 유독 이 〈진주 귀고리 소녀〉에서만 화가는 최소한의 터치와 최소한의 색감을 사용해 그림을 완성시켰다. 여러 겹으로 색을 겹쳐 칠하긴 했으나 우리 눈에 뜨이는 색감은 검정, 흰색, 노랑, 파랑 정도뿐이다. 이 단순함과 대범함이 오히려 그림에 생명력을 불어넣었다.
- 〈5장 미소 속에 담긴 수수께끼 - 헤이그〉 중
최근에 〈진주 귀고리 소녀〉에 관해 밝혀진 흥미로운 사실이 몇 가지 있다. 우리 눈에 보이는 그림의 검은색 배경은 화가가 원래 의도한 바가 아니었다. 마우리츠하위스 미술관은 2년간 이 그림을 꼼꼼히 연구한 결과를 2020년 4월에 공개했다. 이 보고서에 따르면 〈진주 귀고리 소녀〉의 배경에는 짙은 초록색 커튼이 쳐져 있었다. 그림 왼편 상단에는 페르메이르의 서명도 들어가 있었다. 그러나 시간이 흐르면서 배경의 초록색은 점점 더 검게 변색되어갔고 그 와중에 커튼과 화가의 서명은 사라지고 말았다.
연구팀은 페르메이르가 이 그림을 어떤 순서로 그렸는지도 밝혀냈다. 화가는 맨 먼저 배경인 초록 커튼을 그린 후 소녀의 얼굴, 노란색 웃옷, 흰 옷깃, 푸른 터번 순으로 그림을 완성해나갔다. 귀고리는 가장 나중에 그려넣었다고 한다. 페르메이르는 밑그림을 그리면서 소녀의 포즈를 두어 번 수정했다. 그러나 연구팀은 사람들이 가장 궁금해 하는 진실, 그림 속 소녀가 누구인지에 대해서는 아무 단서도 찾지 못했다. 마우리츠하위스 미술관의 디렉터인 마르티너 호셀링크는 “우리는 여전히 그녀가 누구인지 모르며, 사실 이 소녀가 실재 존재했던 인물인지도 확신할 수 없다”라고 말했다. 커다란 귀고리를 건 채 우리에게 반짝거리는 시선을 보내고 있는 소녀는 여전히 수수께끼의 인물이다.
- 〈5장 미소 속에 담긴 수수께끼 - 헤이그〉 중
페르메이르의 모든 그림들은 이야기를 담고 있다. 페르메이르 기념관의 자원봉사자 에벨리너의 말을 빌리면, 페르메이르 그림의 가장 큰 특징 두 가지는 ‘내밀함’과 ‘이야기’에 있다. 그러나 이 〈회화의 기술〉처럼 페르메이르 본인의 이야기를 풍부하고 섬세하게 담아낸 작품은 없다. 이 그림은 단순히 화가와 모델을 그린 게 아니라 페르메이르의 생각과 가치관 자체를 담고 있다. 그 증거는 여러 군데서 눈에 띈다.
- 〈6장 화가의 내밀한 고백 - 빈〉 중
천문학자는 미지의 영역인 하늘을, 지리학자는 우리가 발을 딛고 있는 땅을 연구하는 사람이다. 그렇다면 그림을 주문한 이가 이 두 가지 주제를 다룬 한 쌍의 그림을 원했고, 페르메이르는 이 거창한 주제를 자신만의 방식(빛이 가득한 방에서 연구에 몰두하는 두 학자)으로 소화해낸 것이 아니었을까? 어떤 쪽이든 간에 두 그림을 주문한 사람은 한 명일 가능성이 높다. 아예 주문자 본인이 그림의 모델을 자처했을지도 모른다.
- 〈7장 화가의 죽음, 그리고 그 이후 - 런던〉 중
우리의 삶이 덧없는 이유 중 하나는 행복이나 사랑, 희망 같은 긍정적인 감정들이 오래 지속되지 않기 때문이다. 열흘 피어 있는 꽃이 없듯이, 좋은 것들은 우리 곁에 그리 길게 남아 있지 않는 법이다. 한때 영원히 우리에게 머무를 듯했던 젊음도 순식간에 사라져 버리고 그 뒤에는 긴 회한과 아련한 기억만이 남는다. 그러나 류트를 조율하며 연인의 발걸음 소리에 귀를 기울이는 이 그림 속 처녀처럼, 누구에게나 영롱하게 빛나는 젊은 날은 있었다. 페르메이르의 그림이 보여주는 소박하지만 아름다운 순간들이 우리의 손에 쥐여졌던 때가 분명 있었다. 그런 생각만으로도 우리의 마음은 조금 덜 쓸쓸해지고 조금 더 안온해진다.
- 〈7장 화가의 죽음, 그리고 그 이후 - 런던〉 중
오사카와 암스테르담, 헤이그와 런던과 빈에서 페르메이르의 그림들을 보며, 그리고 화가가 길지 않은 생을 살았던 델프트의 운하 옆 길과 마르크트 광장을 걸으며 내 머릿속을 내내 떠나지 않은 구절은 박인환의 시 「세월이 가면」의 한 구절, “사랑은 가도 과거는 남는 것”이었다. 우리는 시간을 잡을 수는 없지만 기억은 간직할 수 있다. 예술이 우리를 행복하게 만들어주는 큰 이유는 그 예술 작품이 영원히 간직하고픈 기억을 다시금 떠올리게 해주기 때문이라고 나는 생각한다. 페르메이르의 그림에는 바로 그러한 부분, 아스라하게 사라져가는 기억을 다시금 떠올리게 해주는 부분이 있다. 그리고 그의 그림에는 17세기 델프트에 살고 있지 않은 우리도 얼마든지 공감할 수 있는 이야기들이 담겨 있다. 시간과 공간을 뛰어넘는 힘이 위대한 예술 작품의 능력이라면, 페르메이르의 그림은 바로 그러한 능력을 갖추고 있다.
- 〈에필로그〉 중
우리가 희미한 과거를 그림으로 그릴 수 있다면, 그 모습은 아마도 빛으로 가득 찬 델프트의 작은 방이 보여주는 세계와 엇비슷할 것이다. 한때 우리는 그토록 맑고 온화하며 신실한 세계에 속해 있었다. 페르메이르의 그림에서 우리가 받는 인상, 〈진주 귀고리 소녀〉나 〈편지를 읽는 푸른 옷의 여인〉이 주는 깊은 아름다움과 아련한 슬픔의 비밀은 여기에 있다. 그것은 이제 다시 볼 수도 만질 수도 없는, 지나간 날들에 대한 우리의 영원한 그리움이다.
- 〈에필로그〉 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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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병완의 초의식 독서법 (개정판)
도서정보 : 김병완 | 2020-08-10 | EPUB파일
지원기기 : PC / Android / iOS
“더이상 읽기만 하는 바보로 살지 마라!
독서했다고 함부로 말하지 마라!”
세종과 정조, 다산 정약용이 평생 실천한
의식을 바꾸는 초의식(抄意識) 독서법의 힘!
위대한 인물, 위대한 가문, 위대한 나라를 만든 핵심은 독서에 있다!
김병완의 기적의 독서법 완결판
독서법이 달라지면 인생이 바뀐다!
스테디셀러 『김병완의 초의식 독서법』 재출간!
“미국인 6.6, 일본인 6.1, 프랑스인 5.9, 중국인 2.6, 한국인 0.8”
무슨 숫자일까? 바로 성인 기준 국가별 월평균 독서량을 나타내는 숫자이다(출처: 문화체육관광부, 「국민독서실태 조사보고서」, 2011년, 단위: 권). 한국인의 독서량은 다른 선진국들에 비해 터무니없을 정도로 낮게 조사됐다. 중국조차 우리의 3배가 넘는 독서량을 보이고 있다.
조선시대만 해도 선비들의 독서 풍경과 서당에서 글 읽는 학동들의 모습이 아주 자연스럽게 그려진다. 그런데 이제 한국에서 책 읽는 사람의 모습은 좀처럼 보기 드문 ‘진풍경’이 돼버렸다. 왜 조선과 한국 사이에 이렇게 큰 차이가 생긴 것일까?
스테디셀러 『나는 도서관에서 기적을 만났다』를 통해 ‘도서관이 만든 사람’으로 잘 알려진 작가 김병완은 『김병완의 초의식 독서법』에서 이와 같은 독서량 차이는 ‘독서법’의 차이 때문에 생긴 것이라고 말한다. 저자는 세계 최고 수준의 독서 강국이었던 조선이 일제 35년 동안 세계 최하 수준의 독서 후진국 한국으로 퇴보했다고 말한다. 그 핵심에 독서법이 있다.
그렇다면 지금 우리가 이렇게 독서를 힘들어하는 이유는 무엇일까? 그것은 제대로 된 독서법을 배운 적이 없기 때문이다. 즉, 일상생활 속에서 독서의 즐거움과 가치, 힘을 제대로 느껴보지 못했다는 것이다. 그 결과 ‘자연스럽게’ 책과는 거리가 멀어진 사람들, 민족으로 전락한 것이다.
저자는 한국인을 위한 최적의 독서법으로 조선 선비들의 독서법을 제안한다. 그것은 저자 자신이 도서관에서 책을 읽으며 ‘우연히’ 체득하게 된 초서(抄書) 독서법과 의식(意識) 독서법이다. 저자는 이 둘을 합쳐 초의식(抄意識) 독서법으로 명명했다.
조선 시대 최고의 학자 중 한 명인 다산 정약용은 특히 초서 독서법의 절대 신봉자이자 실천가였다. 그는 자녀들에게 보내는 편지에서 이렇게 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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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혼하면 애는 그냥 생기는 줄 알았는데
도서정보 : 최가을 | 2020-08-10 | EPUB파일
지원기기 : PC / Android / iOS
N포 시대, 저출산 시대라지만 이 순간에도 20만 명 이상의 커플이 난임 치료를 받으며 아기를 만날 날을 기다린다. 하지만 ‘누가 시험관 시술을 한다더라’ ‘시험관 시술로 누구네 쌍둥이가 생겼다더라’ 같은 단편적인 이야기만 전해질 뿐 실제로 난임 치료가 어떻게 진행되는지, 그리고 그 과정에서 당사자들은 어떤 고충을 겪는지에 대한 목소리는 쉽게 들을 수 없다. 4년여 동안 난임이라는 끝이 보이지 않는 긴 터널을 지나온 작가는 두 번의 과배란과 여덟 번의 이식을 받는 동안 자신에게 어떤 일들이 벌어졌었는지 진솔하게 전한다.
구매가격 : 9,100 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