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화로 속삭이다
도서정보 : 정표년 | 2021-08-25 | EPUB파일
지원기기 : PC / Android / iOS
시인의 말
그동안 많이 게을렀다.
못난 자신에게 너무 힘든 짐을 지운 것 같다.
그저 시조가 좋아서 놓지 못했다.
누군가 시조를 쓴다고 하면
그냥 반갑고 고마웠다.
잘 지키고 잘 키우고 잘 써서
널리 알리라고 말해 주고 싶었다.
사랑 받을 가치 충분하니까.
우리 것이니까.
책 빚진 분들과 얘기처럼 나누고 싶다.
구매가격 : 6,000 원
반려도서 레시피
도서정보 : 문무학 | 2021-08-25 | EPUB파일
지원기기 : PC / Android / iOS
이 책은 서평 쓰는 방법을 논한 글이다. 『내가 있는 삶을 위한 반려도서 레시피』란 제목을 단 것은 서평 쓰는 독서를 하면 반려도서를 찾을 수 있고, 그 반려도서가 내가 있는 삶을 꾸릴 수 있게 해줄 것이기 때문이다. 이 책을 쓰게 된 동기는 출판사 ‘學而思’와 ‘독서아카데미’를 설립한 이유와 같다. 2016년 설립된 ‘학이사 독서아카데미’는 세계 여론의 중심에 있는 미국의 고급 주간 잡지 「The New Yorker」 의 “한국인, 책은 읽지 않으면서 노벨 문학상을 달라고 하는 것은 모순”(2016년 1월)이라는 보도와, 한국인의 독서 통계를 보고, 책 읽는 사회를 만들기 위해 독서 운동을 펼쳐야겠다는 결심에서 출발하게 되었다.
‘학이사 독서아카데미’와 이 책, 『반려도서 레시피』는 책을 제대로 읽는 사람이 많아지는 사회를 꿈꾸고 있다. 사람은 몸과 마음이 함께 건강해야 아름다운 삶을 살 수 있다. 그런데 많은 사람들이 몸의 건강엔 지나치다 싶을 정도의 관심을 쏟지만, 마음 건강엔 몸 건강에 쏟는 관심의 반의반도 쏟지 않는다. 이런 현실을 안타까워하며, 마음 근육을 키우는 방법을 알려주고자 하는 것이다. 마음의 근육은 책을 읽고, 같은 책을 읽은 사람들과 토론하고, 걸으며 사색하고 서평을 써보면 불어날 것이라고 믿는다. 그것은 틀림없는 일이다. 읽고, 토론하고, 사색하는 과정은 모두 마음 근육 키우기의 지름길이다.
책을 읽지 않고 삶을 바르게 꾸미기는 어렵다. 그 사실을 아는 사람들만 책을 열심히 읽는다. 그러나 책을 바르게 읽지 못하는 경우가 적지 않다. 책을 바르게 읽는 방법은, 책 읽고, 토론하고, 생각하고, 그 생각을 서평에 담고, 책에서 읽은 것을 실천하는 것이다. 이것이 독서의 바른 과정이다. 그런데 대다수의 사람들이 무조건 많이 읽는 것을 중요하게 생각하고, 제대로 읽는 것에 대해서는 관심을 덜 가진다. 많이 보다는 한 권의 책이라도 제대로 읽는 것이 중요하다. 세상에 존재하는 많은 책 중에서 내가 읽고 평생을 함께해도 좋다는 생각이 드는 책을 골라서 반려도서로 삼는 것, 그것이 내가 있는 삶의 격이다.
이 책은 ‘책과 놀면서 나를 찾고〔遊冊尋我〕, 내가 있는 삶〔有我之生〕’을 꾸리도록 하겠다는 목표를 가진다. 목표 설정의 기저는 첫째, “놀이로서의 독서, 인간과 나 자신의 탐색, 이것이 책에 바란 알파요 오메가였다.(몽테뉴)” 둘째, “독서讀書는 완성된 사람을 만들고 담론談論은 기지機智 있는 사람을 만들고 작문作文은 정확한 사람을 만든다.(베이컨)” 셋째, “知之者 不如 好之者 好之者 不如 樂之者.(공자)”란 명언들에 있다. 이 책의 목표가 이 명언들의 뜻과 정신을 담아내는 것이다. 이 책이 궁극적으로 가 닿고자 하는 것은 1차적으로 서평을 쓰는 것이고, 2차적으로는 쓴 서평을 모아 책을 내고 저자가 되도록 하는 것이다.
『반려도서 레시피』에는 나를 세우는 기둥 12개가 있다. 冊-讀-討-步-章-作-評-書-文-用-夢-綜이 그것이다. 책과 독서의 개념, 독서 토론과 사색을 위한 걷기, 바른 문장과 논리적 글쓰기, 비평과 서평 쓰기(문학, 비문학, 아동, 청소년)를 다룬다. 조선의 선비 연암 박지원은 “선비란? 책을 읽고, 읽은 대로 실천하는 사람”이라고 했는데, 독서의 완성이라고 할 수 있는 ‘행行’은 이 책의 밖에 둔다. 필자의 능력으로 감당할 수 있는 영역이 아니기 때문이다. 몰라서 행하지 않은 것이 아니라 알아도 행하지 않기 때문인데 많은 독서를 통해 극복해야 할 일이다.
이 분야의 책이 없는 것은 아니지만 흔치는 않다. ‘책 읽는 사람들’과 독서의 길을 함께 걸으면서 읽고, 토론하고, 생각하고, 쓰는 과정을 밟아 집필되었다. 서평을 잘 쓰게 하자는 목적이 크지만, 그보다 먼저 책을 읽고는 반드시 서평을 써야 한다는 생각을 갖도록 하는데 욕심을 더 많이 내고 싶다. 서평을 쓰지 않는 독서는 휘발성 독서가 되고 만다. 책을 읽고 서평 한두 편만 써보면 그것이 얼마나 유익한 것인가 깨달을 수 있으며 서평을 쓰지 않은 독서에 대한 반성을 하게 될 것이다. 막연히 생각하는 것보다 훨씬 유익하다. 이 책은 그 일에 도움이 될 수 있기를 간절히 바랄 뿐이다.
끝으로 이 책을 쓰기 위하여 많은 참고문헌을 참고하였다. 책, 읽기, 토론, 걷기, 낱말, 문장, 비평, 서평에 관한 책들이다. 오래전에 읽은 책들도 있지만 이 책을 쓰면서 크게 도움 받은 책들이다. 참고 문헌으로 정리하며 저자들에게 경의를 표한다. 이 책들이 없었다면 매우 어려운 과정을 겪었을 것이다. 그리고 출판에 대한 사명감으로 지역 출판계의 매우 어려운 사정 속에서 출판을 맡아준 신중현 학이사 대표께 감사드린다. 또한 함께 책 읽고 토론하며, 서평 쓰는 삶을 위해 꾸준히 활동하는 학이사 독서아카데미의 ‘책 읽는 사람들’에게도 고맙다는 말씀을 드린다.
2020년 초가을에
문무학
구매가격 : 10,200 원
수성못
도서정보 : 이해리 | 2021-08-25 | EPUB파일
지원기기 : PC / Android / iOS
2005년 첫 시집 『철새는 그리움의 힘으로 날아간다』를 낸 후 네 번째 시집을 묶는다. 이번 시집 제목을 처음엔 『탑』으로 하려 했다. 폐사지를 돌며 낡고 오래된 탑을 일별하는 동안 우리 삶이 탑과 비슷한 요소가 많음을 깨쳤기 때문이다. 탑에 천착하여 연작시를 구상하고 있던 중 예지치 못한 코로나19에 의한 감염병 창궐로 세계는 팬데믹에 들어갔다.
우리는 묵시적으로 명시적으로 사회적 거리두기에 의한 격리 생활을 강요받았다. 격리의 시간이 길어지면서 나는 집 근처에 있는 수성못을 홀로 둘러보는 시간을 많이 가지게 되었다. 평소에도 좋아하는 호수였지만 코로나19 바이러스에게 집중 폭격을 맞은 초기, 죄도 없이 폄훼당한 대구의 상처가 그 수면 위에 어리는 듯하여 더욱 애틋하였다. 그래서 더 자주 둘러보게 된 것 같다. 나는 대구에서 평생을 살아온 사람이다. 대구가 왠지 불안하고 측은하였다. 그 불안하고 서러운 마음이 수성못에 대한 시를 많이 쓰게 하고 제목을 『수성못』으로 바꾸게 하였다.
돌이켜 보면 나는 친수성 DNA와 인연 지어져 있는 사람인 것 같다. 출생은 낙동강 변이였지만 성장기 동안, 또는 살아오는 동안 앞산 안지랑골, 성당못, 신천, 사문진, 금호강 등 물과 인접한 곳으로 이사 다니며 살아온 것 같다. 그러다가 이제 수성못 주변에 정착하여 꽤 오래 살고 있다.
월든을 쓴 헨리 데이비드 소로우Henry David Thoreau처럼 자연과 함께하는 삶을 꿈꾼다. 자연 중에서도 물과 꽃이 있는 곳이 가장 좋다. 안식처고 피안이다. 물과 꽃으로 아름다운 수성못, 그러고 보면 내가 수성못에 대한 시를 쓰는 게 아니라 수성못이 나를 데려다 놓고 뭔가를 쓰고 있는지 모른다. 이 시집은 순전히 수성못에 대한 내 사랑의 고백이다.
이해리
구매가격 : 6,000 원
유월의 어느 시간들
도서정보 : 장정옥 | 2021-08-25 | EPUB파일
지원기기 : PC / Android / iOS
숨은 그림 찾기
내 영혼의 책을 한자리에 모았다. 사람들에게 권하고 싶은 책이고, 오래도록 곁에 두고 싶은 책이기도 하다. 책을 읽은 김에 독서기록까지 써보았다. 카뮈, 로맹 가리, 플로베르, 발자크, 루쉰, 버지니아 울프, 귄터 그라스, 피츠제럴드, 마루야마 겐지, 헤르타 뮐러, 미시마 유키오, 막심 고리키, 세르반테스까지 모두 내 소설 작업에 말없는 친구가 되어주었고, 조용한 가르침으로 나를 이끌어준 스승들이다. 그들을 한자리에 모실 수 있어서 기쁘다. 이분들 외에도 내게 가르침을 주신 이들이 내 책장에 가득하다. 능력이 되면 그들을 모두 내 영혼의 책장에 모시고 싶다.
예전에는 어떤 느낌으로 저 책을 읽었는지 생각이 나지 않는다. 책을 꺼내어 한 권씩 읽으며, 밑줄 그은 부분이 지금과 많이 다른 것을 알았다. 책은 읽을 때마다 느낌이 조금씩 다르다. 글이 자라듯 생각도 선인장처럼 자라기 때문일 것이다. 책은 여러 사람이 함께 읽을수록 더 재미있고 의미도 깊어진다. 책을 읽고 독서기록을 쓰는 것은‘느리게 읽기’ ‘깊이 읽기’의 한 방법이다. 산책할 때 느리게 걸으면 더 많은 것을 볼 수 있는 것처럼 책도 느리게 읽으면 더 많은 것을 느낄 수 있다.
<내 영혼의 책>이라는 타이틀을 붙여놓고서야 비로소 해야 할 일을 마친 안도감을 느낀다. 독서기록을 핑계로 책 읽는 법을 제대로 배워보고 싶었는지도 모른다. 책을 늘 가까이 둔다는 건, 그 읽기가 소설 쓰기의 중요한 자양분이 되는 것을 알기 때문이다. 처음으로 써보는 산문이고, 픽션과 팩트를 조합한 글쓰기이다. ‘ 처음’이란 말이 참 신비롭다. 설레고, 기대되고, 두렵고, 또한 기쁘다. 온 세계가 코로나 19와 투쟁을 벌이는 동안, 마음에 쌓아두었던 책을 꺼내어 읽으며 혼자 된 시간으로 침잠했다. 이런 의도하지 않았던 격리의 시간이 내게 다시없는 기회가 되어주었다.
내게 있어서 글쓰기는 사라진 전설의 섬을 찾아가는 과정이다. 세상이라는 섬 곳곳을 돌아보고, 그곳에 사는 사람들을 만나고, 나무와 풀과 바위와 섬을 둘러싼 바다와 기암괴석에게 말을 걸며, 바다에 잠긴 왕조의 꿈을 더듬어가는 과정은 거의 신비롭기까지 하다. 바닷속 전설의 섬이 푸른 물이끼에 덮여 있다고 상상하면 거짓말처럼 기운이 샘솟는다.
글쓰기가 작가를 마냥 괴롭게만 하는 것이 아니라 그 품속에 감춰둔 신비로움으로 글 쓰는 이를 위로할 줄도 안다. 그것이면 된다. 눈에 보이지 않지만 깊은 물속 어딘가에 사라진 섬이 존재한다는 환상이면 소설을 읽고 쓸 이유는 충분하다.
소설이 나를 위로한다.
내 즐거움을 손톱만큼이라도 나누며 살자는 마음이었는데 내가 더 많은 위로를 받았다. 바다 위로 둥실 떠오를 날을 기다리는 전설의 섬을 생각하며, 앞으로도 섬을 탐사하는 마음으로 글쓰기 작업에 임하련다.
구매가격 : 8,400 원
하류下流
도서정보 : 송진환 | 2021-08-25 | EPUB파일
지원기기 : PC / Android / iOS
자서
40년을 달려와 이제 여섯 번째 시집을 낸다
딴엔 부지런히 달려왔건만 별반 이룬 것이 없다, 그러나
아쉬움은 남아도 부끄럼은 없다
나름, 기쁨이 더 많았기에 그것만으로도 족할 뿐이다
남은 날도 그쯤이면 또, 족할 듯싶다
구매가격 : 6,000 원
밤의 유서
도서정보 : Jostein Gaarder | 2021-08-24 | EPUB파일
지원기기 : PC / Android / iOS
★전 세계 4,500만 부 이상 판매된 『소피의 세계』 저자의 최신작
★철학가이자 소설가인 요슈타인 가아더가 소설을 통해 전하는 삶의 의미
★강신주 철학가의 해설이 더해져 한층 더 깊어진 사유
철학이 실체 없고, 무용한 것이며 심지어 난해하기까지 하다는 이유로 대중과는 거리가 멀었던 시절이 있었다. 그러나 이십여 년 전, 소설이라는 형식을 통해 철학의 대중화를 이룬 사람이 있다. 바로 『소피의 세계』의 저자 요슈타인 가아더다. 최근 그는 『밤의 유서』라는 책을 출간하며 한층 더 성숙한 철학가의 태도로 삶과 죽음을 고찰했다. 짧은 이야기를 통해 우리가 어떻게 살아가야 하는지, 어떻게 사랑해야 하는지, 조언 대신 그저 우리에게 보여줄 뿐이다. 철학적 사색을 나열하지 않고, 독자들이 스스로 체화할 수 있도록 이야기를 통해 전달하는 방식이 바로 이 책의 핵심이다.
이야기는 주인공인 알버트가 자신이 불치병에 걸렸다는 것을 듣고 난 직후, 추억이 깃든 오두막으로 향하는 것으로 시작한다. 스스로 목숨을 끊기 위함이었다. 그리고 이틀에 걸쳐 자신을 위해, 가족들을 위해, 온 우주를 위해 유서를 써 내려간다…….
“죽는 것은 두렵지 않다. 오히려 그 정반대다. 내 신체 기능이 하나둘 사라져 결국은 식물인간의 상태로 숨이 끊어질 때까지 살아야 한다는 사실과, 얼마나 오랫동안 그러한 상태로 살아야 하는지 모른다는 사실이 슬프고 괴로울 뿐이다. 매 시간마다 아니 매분 매초마다 내 삶을 타인의 정성과 도움에 의지해야 한다고 생각하니 비참하기 짝이 없다.” p.124
죽는 것보다 사는 것이 더 고통스럽다는 생각이 들 때, 인간은 어떤 결정을 내릴 수 있을까? 우리를 살게 하는 것들에 대해, 삶과 질병에 대해, 더 나아가 사랑, 우주의 문제로까지 번지는 노 철학가의 사유를 좇다 보면 어느새 스스로에 대해서도 통렬한 깨달음을 얻게 될 것이다.
죽음이 무엇인가에 대한 끊임없는 성찰
삶과 죽음은 선택의 문제가 아님을...
몸을 잃은 자의 삶이란 어떤 것일까? 몸을 뜻대로 움직일 수 없으리라는 상상이 종종 우리를 두렵게 한다. 질병과 죽음에 대한 공포는 인간이라면 한 번쯤 짐작해 봤을 감정이다. 저자는 육체 안에 갇힌 채 정신으로만 세상을 유영할 때, 그것은 지옥의 다른 이름일 수 있겠다고 알버트의 목소리를 빌려 말한다.
그러나 삶과 죽음은 이분법으로 나눌 수 있는 종류의 것이 아니다. 세상의 많은 것들을, 이토록 단순하게 나눌 수는 없다. 그래서일까? 이십사 시간 내에 고뇌를 끝내야만 하는 알버트는 끝내 ‘살기’를 선택하지 않는다. 다만, ‘죽지 않기’를 선택할 뿐이다. 그의 용기는 가족들로부터, 우주로부터, 인간으로부터 나온다. 고뇌의 발자취를 따라가 보면 알버트의 선택이 느리게 납득될 것이다.
“사랑하지 않았으면 그만이다. '너'를 만들지 않았으면 그만이다. 그렇지만 '너'가 만들어지고 사랑이 시작되었다면, '나'는 슬픔과 고통을 선고받은 셈이다.” _철학자 강신주
이 소설을 관통하는 가장 단단한 줄기는 바로 사랑이다. 그가 용기를 내도록 만드는 가장 큰 원동력이기도 하다. 사랑이란 무엇일까? 주인공이 내내 사랑하는 이들에게 폐를 끼치고 싶지 않다는 마음과, 그럼에도 불구하고 사랑하는 이들과 함께 시간을 보내고 싶다는 마음 사이에서 갈등하는 것으로 미루어 보면 ‘사랑’은 삶과 죽음 그 사이에서 가장 큰 부분을 차지하는 듯하다.
‘사랑’이 없어 좌절하는 이들에게도 마찬가지다. 이에 관해 철학자 강신주가 깊이 있는 해석을 더했다. ‘2인칭의 죽음’이라는 관점을 통해 알버트와 에이린의 엇갈린 태도를 분석한다. 엇갈림의 시작도, 마무리도 호수로 끝나는 이유에 대해서도 날카로운 해설을 더해 사유의 재미를 한층 더한다.
강신주 철학가에 따르면 이 책은 두 번 읽어야만 비로소 완성되는 이야기다. 알버트를 따라 한 번, 내 인생을 따라 한 번……. 알버트의 삶의 궤적과 강신주 철학가의 해설,「죽음과 사랑 사이, 그 기묘한 얽힘에 대한 성찰」을 읽다 보면 객관화를 넘어서 ‘나’의 삶과 죽음을 곱씹어볼 수 있는, 당신만의 유서를 새겨볼 수 있는 계기가 될 것이다.
구매가격 : 11,760 원
클래식클라우드028 - 쇼팽
도서정보 : 김주영 | 2021-08-20 | EPUB파일
지원기기 : PC / Android / iOS
◎ 도서 소개
전방위 피아니스트 김주영이 만난
‘피아노의 시인’ 쇼팽의 삶과 작품과 공간
정교하고 풍부한 시적 감수성과 대담하고 독창적인 악상으로
피아노 음악의 역사를 새로 쓴 쇼팽의 길을 따라가다
“그는 이 시대의 누구보다도 대담하고 자신만만한 시인이자 살아 있는 영혼이다. 그의 음악은 꽃 속에 파묻혀 있는 대포다.” 낭만 시대를 대표하는 또 한 명의 음악가이자 평론가인 로베르트 슈만은 자신과 동갑내기인 프레데리크 쇼팽을 두고 이렇게 평했다. 그런가 하면 프랑스 인상주의 작곡가 클로드 드뷔시는 “쇼팽은 피아노 하나만으로도 모든 것을 발견할 수 있었다”라고 했다. 프렐류드, 에튀드, 녹턴, 왈츠, 폴로네즈, 즉흥곡, 발라드 등 일평생 거의 피아노를 위한 곡만을 쓰면서 이 악기가 가진 무궁무진한 잠재력을 깨우고 발전시킨 한편, 특유의 섬세한 서정과 우수, 교묘한 화성 진행을 통한 격정의 표출 등으로 낭만적 피아니즘의 정수를 보여 준 그를 사람들은 ‘피아노의 시인’이라 불렀다.
그러기에 피아노를 좋아하고 전문적으로 연주하는 사람들에게 쇼팽은 반드시 거쳐 가야 할 관문으로 여겨진다. 그뿐만 아니라 그를 기리며 1927부터 이어져오고 있는 쇼팽국제피아노콩쿠르는 세계적인 연주자로 발돋움하려는 젊은 음악인들에게 꿈의 무대로 통하면서 세계 3대 콩쿠르로 자리 잡았다. 프란츠 리스트, 로베르트 슈만, 펠릭스 멘델스존, 엑토르 베를리오즈 등과 함께 19세기 낭만 시대를 풍미했지만 그중에서도 피아노의 잠재력과 가치를 비약적으로 끌어올린 쇼팽이야말로 가장 널리 사랑받고 있는 작곡가다.
이 책의 저자 김주영은 현재 연주뿐만 아니라 라디오 방송 진행, 강연, 칼럼 집필 등 전방위적으로 가장 활발하게 활동하고 있는 피아니스트다. 그는 피아노를 치면서 쇼팽에 대해 품어 온 수많은 궁금증을 안고, 쇼팽이 태어난 폴란드 젤라조바볼라에서부터 연인 조르주 상드와의 이야기를 간직한 발데모사와 노앙을 거쳐 음악가로서 주 무대로 활동하며 정점을 찍은 파리까지 쇼팽의 자취를 따라갔다. 무엇보다도 저자 자신이 피아노를 직접 연주하다 보니 쇼팽의 작품 속으로 한걸음 더 들어간 이야기에서 연주자로서 그의 진가가 더욱 빛난다.
39년간 지상에 머물다 간 쇼팽의 짧은 인생은 크게 폴란드 바르샤바를 중심으로 음악적 자아와 지향점을 형성해 간 전기와, 프랑스 파리를 주무대로 주요 작품들을 쏟아 낸 후기로 나뉜다. 1810년, 폴란드의 작은 마을인 젤라조바볼라에서 반은 프랑스인, 반은 폴란드인으로 태어난 쇼팽은 생후 7개월가량 되었을 때 바르샤바로 이주하여 그곳에서 스무 살이 될 때까지 살았다. 그는 아달베르트 지브니와 요제프 엘스너로부터 피아노와 작곡을 배우면서 요한 제바스타안 바흐의 평균율을 성경처럼 신봉하고 볼프강 아메데우스 모차르트와 프란츠 요제프 하이든 등을 친근하게 느끼는 ‘고전적’ 음악가로 성장했다. 무엇보다도 이 시절 그에게 깊은 인상을 준 것은 폴란드 시골 사람들의 춤과 노랫가락이었고, 이는 훗날 그의 작품 속으로 흘러 들어가면서 평생에 걸쳐 소중한 예술적 자산이 되어 주었다.
러시아가 폴란드를 침공한 1831년, 슬픈 조국의 현실을 뒤로 하고 파리로 건너간 쇼팽은 낮에는 학생들을 가르치고 밤에는 사교계를 드나들며 당대를 대표하는 예술가들과 교유하는 가운데 천재의 날개를 활짝 펼쳤다. 특히 약 9년간 파리와 노앙을 오가며 이어진 상드와의 사랑은 그의 걸작을 탄생시킨 핵심적 원동력이 되었다. 그러나 예술가로서 한결같이 정진한 것과는 반대로 그의 육신은 너무 일찍 쇠하고 말았다. 비록 육체적으로는 빈약했지만 그것을 넘어 그가 남긴 음악은 19세기 낭만 시대를 대표하는 어떤 음악보다도 오늘날 가장 많은 사랑을 받고 있으니, 안식을 찾지 못한 채 마무리된 그의 방황이 헛되지 않았다는 사실을 증명한다.
한편 이 책에서는 제17회 쇼팽국제피아노콩쿠르 우승자인 조성진과의 대화, 쇼팽국제피아노콩쿠르가 배출한 숨은 보석 같은 연주자들에 대한 이야기, 쇼팽 스페셜리스트로 유명한 아르투르 루빈스타인에 대한 이야기도 빼놓을 수 없다.
◎ 책 속에서
하지만 쇼팽은 자신의 기질과 한계에 대해 명확한 선을 긋고 스스로 자신 있는 분야가 아니면 소극적인 자세를 취했다. 그는 일찍부터 자신의 생을 바칠 곳이 오로지 건반 위라는 것을 알았다. 애국심을 표현하기 위한 방식으로도 피아노 곡은 부족함이 없었다. 불과 일곱 살의 나이에 발표한 첫 작품이 폴로네즈라는 사실은 그런 면에서 의미심장하다.(31~32쪽)
지브니가 피아노 음악과 그 표현의 첫발을 내딛게 해 주었다면, 엘스너는 대위법을 중심으로 작곡법의 기초를 확립시킴으로써 프로 음악가로서의 진취성을 길러 주었다. 천재를 기르고 응원하는 방법은 참으로 어렵다. 두 스승의 방법은 조심스러우면서도 일관성 있게 진행되어 탁월한 결과를 낳았는데, 재미있는 공통점이 있었다. 바로 최대한의 선까지 허용하는 ‘방임’이 그것이었다.(35쪽)
어쩌면 그가 그리워하고 돌아가고자 했던 조국은 하나의 핏줄로 이루어진 나라가 아니라 자신이 나고 자란 땅과 그 하늘이었을 것이다. 운명의 잔인함이 그가 고향을 떠나는 순간 전쟁과 혁명의 모습으로 나타나 그의 마음에 아물기 힘든 발톱 자국을 남겼지만, 세상을 떠나는 순간까지 폴란드어와 생활 방식을 고집했던 것은 조국의 대한 사랑보다 아름다웠던 어린 시절로 돌아가고 싶은 추억 때문이었는지도 모르겠다.(74쪽)
쇼팽의 지인들은 예측 불가능한 초봄 날씨 같은 그의 성격과 예민하게 신경 쓰는 외모 치장, 심각한 낭비벽 등을 기억했다. 단 이것은 정말 가까운 몇 명의 친구들만이 알고 있는 비밀스러운 사실이었다. 쇼팽이 가끔 나타나던 살롱이나 파티에서 그와 첫 대면을 한 사람들은 그를 지극히 매너 있고 적당한 유머 감각과 겸손함을 가진 섬세한 신사로 생각했다. 우아함과 유머 감각, 수다스럽지 않으면서도 재치 있는 말솜씨, 이 모든 것이 쇼팽을 이루는 요소였음도 분명하다. 상처 받기 쉬운 영혼은 너무 자주 고통 속에 시달렸을 뿐이다.(82쪽)
파가니니가 기교적 능력으로 리스트에게 영향을 주었다면 시적인 분위기가 흐르는 스타일, 다시 말해 섬세한 감정 표현에 대한 새로운 가능성을 깨우쳐 준 사람은 쇼팽이었다. 리스트는 쇼팽의 파리 입성이 기성 음악가들의 성향과 전혀 다른 색깔의 음악이 나타나는 신호로 보았고, 그의 혜안은 정확했다.(92쪽)
마리아와 주고받은 편지와 선물을 모아 놓은 꾸러미는 지금까지도 전해 내려온다. 쇼팽은 꾸러미 표면에 폴란드어로 “모야 비에다Moja Bieda”라고 적어 두었다. ‘나의 슬픔’이라는 뜻이다. 그는 꾸러미를 서랍 깊은 곳에 넣어 두고는 꺼내 보지 않았다. ‘비에다’에는 ‘불쌍한’이라는 뜻도 있다. 객지에 홀로 떨어진, 상처 받기 쉬운 영혼은 스스로 신세 한탄을 하며 작은 연애사를 끝맺으려 노력했다.(119쪽)
실연, 기침으로 쓰라린 가슴, 어디를 가도 마음 편히 쉴 수 없는 어수선한 파리의 사교계, 떠들썩한 살롱의 소음 속에서 홀로 울고 싶은 절망에 자주 빠지던 청년 쇼팽은 그 혼란스러움을 걸작 〈발라드 제1번 g단조, Op. 23〉으로 표현했다. 발라드로는 첫 번째인 이 곡은 어쩌면 당대에는 쇼팽보다 더 높이 평가받았을지도 모르는 시인 아담 베르나르트 미츠키에비치의 민족주의적 혁명 시에서 영감을 받아 만든 것이라고 한다. 다만 시를 직접적으로 묘사한 것은 아니고 어디까지나 쇼팽 특유의 우수와 서정성, 교묘한 화성 진행을 통한 격정의 표출, 그 틈새를 파고드는 달콤한 멜로디의 조화가 정제된 아름다움을 뿜어낸다.(126쪽)
예술에 대한 순수한 열정으로만 가득 차 있을 쇼팽이 돈에 대해서도 셈이 정확했다는 사실은 놀라울 수 있지만, 특유의 예민함과 빈틈없이 완벽함을 추구하는 경향은 자신이 하는 일에 대한 권리를 챙기는 것에도 적용되었다. 특히 출판사와의 거래에서 손해를 보지 않으려고 애썼는데, 협상이 불리하게 돌아갈 때면 출판업자들을 평소 자신이 경멸하던 유대인들과 같이 취급했다.(140쪽)
지극히 미세한 요소라도 그 안에서 온갖 피아니스틱한 아름다움을 끄집어낼 수 있었던 쇼팽이지만, 스물네 개의 소품들로 이루어진 〈프렐류드, Op. 28〉만큼 애호가들의 사랑을 독차지하고 있는 것도 드물다. 에튀드보다도 작은 규모의 곡들이지만, 마치 갖가지 보석들을 하나의 목걸이에 매단 듯 여러 색깔로 반짝이는 동시에 그 절묘한 조화를 들려주는 걸작이다.(142쪽)
〈피아노소나타 제2번 b플랫단조, Op. 35〉는 대규모의 소나타 형식을 다루는 데 익숙하지 않았던 작곡가의 개성적인 모습으로 기억된다. 1839년 여름, 노앙에서 만들었지만 작품의 중심이라 할 수 있는 3악장 ‘장송 행진곡’은 1837년에 완성한 것이다. 작곡가가 겪어 온 갖가지 어두운 감성의 총합이자, 고전적인 형식미 속에 통제할 수 없는 환상과 충동을 효과적으로 집어넣은 이 걸작 소나타는 완전히 다른 색깔의 네 악장이 고유의 생명력을 지닌 채 움직인다.(170쪽)
구매가격 : 15,840 원
시크릿 스파이
도서정보 : 헤더 베센트 | 2021-08-20 | PDF파일
지원기기 : PC / Android / iOS
『시크릿 스파이』는 스파이의 신비한 삶을 조명하고, 스파이의 실제 기원을 설명하며, 역사상 가장 악명 높은 스파이와 스파이 사냥꾼을 조사하고, 오늘날 비즈니스, 정치 및 일상 생활에서 스파이 활동이 하는 역할을 밝힌다.
이 책에서는 화려한 삽화와 사진을 통해 과거와 현재, 미래의 스파이 첩보 활동에 관심이 있는 모든 독자에게 재미와 즐거움을 선사한다. 역사 속 닌자부터 CIA, MI6, KGB 등에서 활동했던 정치적 첩보원과 산업 스파이, 컴퓨터 해커에 이르기까지 이 책은 스파이의 대담한 활동을 구성하는 도구, 트릭 및 기술을 폭로한다.
구매가격 : 25,200 원
클래식클라우드028 - 쇼팽
도서정보 : 김주영 | 2021-08-20 | EPUB파일
지원기기 : PC / Android / iOS
◎ 도서 소개
전방위 피아니스트 김주영이 만난
‘피아노의 시인’ 쇼팽의 삶과 작품과 공간
정교하고 풍부한 시적 감수성과 대담하고 독창적인 악상으로
피아노 음악의 역사를 새로 쓴 쇼팽의 길을 따라가다
“그는 이 시대의 누구보다도 대담하고 자신만만한 시인이자 살아 있는 영혼이다. 그의 음악은 꽃 속에 파묻혀 있는 대포다.” 낭만 시대를 대표하는 또 한 명의 음악가이자 평론가인 로베르트 슈만은 자신과 동갑내기인 프레데리크 쇼팽을 두고 이렇게 평했다. 그런가 하면 프랑스 인상주의 작곡가 클로드 드뷔시는 “쇼팽은 피아노 하나만으로도 모든 것을 발견할 수 있었다”라고 했다. 프렐류드, 에튀드, 녹턴, 왈츠, 폴로네즈, 즉흥곡, 발라드 등 일평생 거의 피아노를 위한 곡만을 쓰면서 이 악기가 가진 무궁무진한 잠재력을 깨우고 발전시킨 한편, 특유의 섬세한 서정과 우수, 교묘한 화성 진행을 통한 격정의 표출 등으로 낭만적 피아니즘의 정수를 보여 준 그를 사람들은 ‘피아노의 시인’이라 불렀다.
그러기에 피아노를 좋아하고 전문적으로 연주하는 사람들에게 쇼팽은 반드시 거쳐 가야 할 관문으로 여겨진다. 그뿐만 아니라 그를 기리며 1927부터 이어져오고 있는 쇼팽국제피아노콩쿠르는 세계적인 연주자로 발돋움하려는 젊은 음악인들에게 꿈의 무대로 통하면서 세계 3대 콩쿠르로 자리 잡았다. 프란츠 리스트, 로베르트 슈만, 펠릭스 멘델스존, 엑토르 베를리오즈 등과 함께 19세기 낭만 시대를 풍미했지만 그중에서도 피아노의 잠재력과 가치를 비약적으로 끌어올린 쇼팽이야말로 가장 널리 사랑받고 있는 작곡가다.
이 책의 저자 김주영은 현재 연주뿐만 아니라 라디오 방송 진행, 강연, 칼럼 집필 등 전방위적으로 가장 활발하게 활동하고 있는 피아니스트다. 그는 피아노를 치면서 쇼팽에 대해 품어 온 수많은 궁금증을 안고, 쇼팽이 태어난 폴란드 젤라조바볼라에서부터 연인 조르주 상드와의 이야기를 간직한 발데모사와 노앙을 거쳐 음악가로서 주 무대로 활동하며 정점을 찍은 파리까지 쇼팽의 자취를 따라갔다. 무엇보다도 저자 자신이 피아노를 직접 연주하다 보니 쇼팽의 작품 속으로 한걸음 더 들어간 이야기에서 연주자로서 그의 진가가 더욱 빛난다.
39년간 지상에 머물다 간 쇼팽의 짧은 인생은 크게 폴란드 바르샤바를 중심으로 음악적 자아와 지향점을 형성해 간 전기와, 프랑스 파리를 주무대로 주요 작품들을 쏟아 낸 후기로 나뉜다. 1810년, 폴란드의 작은 마을인 젤라조바볼라에서 반은 프랑스인, 반은 폴란드인으로 태어난 쇼팽은 생후 7개월가량 되었을 때 바르샤바로 이주하여 그곳에서 스무 살이 될 때까지 살았다. 그는 아달베르트 지브니와 요제프 엘스너로부터 피아노와 작곡을 배우면서 요한 제바스타안 바흐의 평균율을 성경처럼 신봉하고 볼프강 아메데우스 모차르트와 프란츠 요제프 하이든 등을 친근하게 느끼는 ‘고전적’ 음악가로 성장했다. 무엇보다도 이 시절 그에게 깊은 인상을 준 것은 폴란드 시골 사람들의 춤과 노랫가락이었고, 이는 훗날 그의 작품 속으로 흘러 들어가면서 평생에 걸쳐 소중한 예술적 자산이 되어 주었다.
러시아가 폴란드를 침공한 1831년, 슬픈 조국의 현실을 뒤로 하고 파리로 건너간 쇼팽은 낮에는 학생들을 가르치고 밤에는 사교계를 드나들며 당대를 대표하는 예술가들과 교유하는 가운데 천재의 날개를 활짝 펼쳤다. 특히 약 9년간 파리와 노앙을 오가며 이어진 상드와의 사랑은 그의 걸작을 탄생시킨 핵심적 원동력이 되었다. 그러나 예술가로서 한결같이 정진한 것과는 반대로 그의 육신은 너무 일찍 쇠하고 말았다. 비록 육체적으로는 빈약했지만 그것을 넘어 그가 남긴 음악은 19세기 낭만 시대를 대표하는 어떤 음악보다도 오늘날 가장 많은 사랑을 받고 있으니, 안식을 찾지 못한 채 마무리된 그의 방황이 헛되지 않았다는 사실을 증명한다.
한편 이 책에서는 제17회 쇼팽국제피아노콩쿠르 우승자인 조성진과의 대화, 쇼팽국제피아노콩쿠르가 배출한 숨은 보석 같은 연주자들에 대한 이야기, 쇼팽 스페셜리스트로 유명한 아르투르 루빈스타인에 대한 이야기도 빼놓을 수 없다.
◎ 책 속에서
하지만 쇼팽은 자신의 기질과 한계에 대해 명확한 선을 긋고 스스로 자신 있는 분야가 아니면 소극적인 자세를 취했다. 그는 일찍부터 자신의 생을 바칠 곳이 오로지 건반 위라는 것을 알았다. 애국심을 표현하기 위한 방식으로도 피아노 곡은 부족함이 없었다. 불과 일곱 살의 나이에 발표한 첫 작품이 폴로네즈라는 사실은 그런 면에서 의미심장하다.(31~32쪽)
지브니가 피아노 음악과 그 표현의 첫발을 내딛게 해 주었다면, 엘스너는 대위법을 중심으로 작곡법의 기초를 확립시킴으로써 프로 음악가로서의 진취성을 길러 주었다. 천재를 기르고 응원하는 방법은 참으로 어렵다. 두 스승의 방법은 조심스러우면서도 일관성 있게 진행되어 탁월한 결과를 낳았는데, 재미있는 공통점이 있었다. 바로 최대한의 선까지 허용하는 ‘방임’이 그것이었다.(35쪽)
어쩌면 그가 그리워하고 돌아가고자 했던 조국은 하나의 핏줄로 이루어진 나라가 아니라 자신이 나고 자란 땅과 그 하늘이었을 것이다. 운명의 잔인함이 그가 고향을 떠나는 순간 전쟁과 혁명의 모습으로 나타나 그의 마음에 아물기 힘든 발톱 자국을 남겼지만, 세상을 떠나는 순간까지 폴란드어와 생활 방식을 고집했던 것은 조국의 대한 사랑보다 아름다웠던 어린 시절로 돌아가고 싶은 추억 때문이었는지도 모르겠다.(74쪽)
쇼팽의 지인들은 예측 불가능한 초봄 날씨 같은 그의 성격과 예민하게 신경 쓰는 외모 치장, 심각한 낭비벽 등을 기억했다. 단 이것은 정말 가까운 몇 명의 친구들만이 알고 있는 비밀스러운 사실이었다. 쇼팽이 가끔 나타나던 살롱이나 파티에서 그와 첫 대면을 한 사람들은 그를 지극히 매너 있고 적당한 유머 감각과 겸손함을 가진 섬세한 신사로 생각했다. 우아함과 유머 감각, 수다스럽지 않으면서도 재치 있는 말솜씨, 이 모든 것이 쇼팽을 이루는 요소였음도 분명하다. 상처 받기 쉬운 영혼은 너무 자주 고통 속에 시달렸을 뿐이다.(82쪽)
파가니니가 기교적 능력으로 리스트에게 영향을 주었다면 시적인 분위기가 흐르는 스타일, 다시 말해 섬세한 감정 표현에 대한 새로운 가능성을 깨우쳐 준 사람은 쇼팽이었다. 리스트는 쇼팽의 파리 입성이 기성 음악가들의 성향과 전혀 다른 색깔의 음악이 나타나는 신호로 보았고, 그의 혜안은 정확했다.(92쪽)
마리아와 주고받은 편지와 선물을 모아 놓은 꾸러미는 지금까지도 전해 내려온다. 쇼팽은 꾸러미 표면에 폴란드어로 “모야 비에다Moja Bieda”라고 적어 두었다. ‘나의 슬픔’이라는 뜻이다. 그는 꾸러미를 서랍 깊은 곳에 넣어 두고는 꺼내 보지 않았다. ‘비에다’에는 ‘불쌍한’이라는 뜻도 있다. 객지에 홀로 떨어진, 상처 받기 쉬운 영혼은 스스로 신세 한탄을 하며 작은 연애사를 끝맺으려 노력했다.(119쪽)
실연, 기침으로 쓰라린 가슴, 어디를 가도 마음 편히 쉴 수 없는 어수선한 파리의 사교계, 떠들썩한 살롱의 소음 속에서 홀로 울고 싶은 절망에 자주 빠지던 청년 쇼팽은 그 혼란스러움을 걸작 〈발라드 제1번 g단조, Op. 23〉으로 표현했다. 발라드로는 첫 번째인 이 곡은 어쩌면 당대에는 쇼팽보다 더 높이 평가받았을지도 모르는 시인 아담 베르나르트 미츠키에비치의 민족주의적 혁명 시에서 영감을 받아 만든 것이라고 한다. 다만 시를 직접적으로 묘사한 것은 아니고 어디까지나 쇼팽 특유의 우수와 서정성, 교묘한 화성 진행을 통한 격정의 표출, 그 틈새를 파고드는 달콤한 멜로디의 조화가 정제된 아름다움을 뿜어낸다.(126쪽)
예술에 대한 순수한 열정으로만 가득 차 있을 쇼팽이 돈에 대해서도 셈이 정확했다는 사실은 놀라울 수 있지만, 특유의 예민함과 빈틈없이 완벽함을 추구하는 경향은 자신이 하는 일에 대한 권리를 챙기는 것에도 적용되었다. 특히 출판사와의 거래에서 손해를 보지 않으려고 애썼는데, 협상이 불리하게 돌아갈 때면 출판업자들을 평소 자신이 경멸하던 유대인들과 같이 취급했다.(140쪽)
지극히 미세한 요소라도 그 안에서 온갖 피아니스틱한 아름다움을 끄집어낼 수 있었던 쇼팽이지만, 스물네 개의 소품들로 이루어진 〈프렐류드, Op. 28〉만큼 애호가들의 사랑을 독차지하고 있는 것도 드물다. 에튀드보다도 작은 규모의 곡들이지만, 마치 갖가지 보석들을 하나의 목걸이에 매단 듯 여러 색깔로 반짝이는 동시에 그 절묘한 조화를 들려주는 걸작이다.(142쪽)
〈피아노소나타 제2번 b플랫단조, Op. 35〉는 대규모의 소나타 형식을 다루는 데 익숙하지 않았던 작곡가의 개성적인 모습으로 기억된다. 1839년 여름, 노앙에서 만들었지만 작품의 중심이라 할 수 있는 3악장 ‘장송 행진곡’은 1837년에 완성한 것이다. 작곡가가 겪어 온 갖가지 어두운 감성의 총합이자, 고전적인 형식미 속에 통제할 수 없는 환상과 충동을 효과적으로 집어넣은 이 걸작 소나타는 완전히 다른 색깔의 네 악장이 고유의 생명력을 지닌 채 움직인다.(170쪽)
구매가격 : 15,840 원
언다잉
도서정보 : 앤 보이어 | 2021-08-19 | EPUB파일
지원기기 : PC / Android / iOS
시인 앤 보이어는 2014년 마흔하나의 나이에 대단히 공격적인 ‘삼중 음성 유방암’을 진단받는다. 『언다잉』은 이 암이 유발하는 고통을 견딘 과정을 기록한 투병기다. 하지만 그의 시선은 자기 자신의 몸에만 머물지 않는다. 자본주의와 가부장제, 인종주의의 비정한 폭력을 예민하게 감지하고 시적 언어로 풀어헤쳐 온 작가인 그는 이 책에서도 세상의 잔혹함을 직시하며 고통의 사회적 근원을 되묻는다.
그렇게 『언다잉』은 물리적인 아픔, 몸과 마음 일부를 상실했다는 쓰라림, 혼자라는 외로움, 미래에 대한 두려움을 토로하는 기록인 한편, 보이어의 증언과 고백은 이윤에 혈안이 된 미국 자본주의와, 천진하고 일상적인 온갖 차별과, 유방암으로 죽은 여자들에 대한 애도와, 고통을 매개로 연결되는 낯선 연대에 대한 소망과 뒤얽힌다.
유방암을 다룬 기념비적인 저작들의 목록에 새로운 목소리를 더하고 있는 이 책은 한 매체로부터 “뛰어난 유방암 회고록들을 스펙트럼으로 분류할 때 수전 손택의 글이 가장 덜 개인적이고 이브 코소프스키 세즈윅의 글이 가장 개인적이라면, 『언다잉』은 스펙트럼 전체를 아우른다”는 평가를 받았으며, “질병과 미국 자본주의의 암 돌봄이 얼마나 잔인한지 보여 주는 품위 있고 잊지 못할 서사”라는 선정의 변과 함께 2020년 퓰리처상 논픽션 부문을 수상했다.
구매가격 : 12,600 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