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당신이 어떤 사람인지 알면, 좋겠어요
도서정보 : 김용택 김민해 | 2020-05-19 | EPUB파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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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처럼 피어서 꽃이 되고
산문처럼 펼쳐져 돗자리가 되는 글
김용택 시인의 글 『나는 당신이 어떤 사람인지 알면, 좋겠어요』를 펴낸다. 이 책이라 하면 일단은 징검돌과 같다 하겠다. 우리로 하여금 건너가야 할 여러 순간마다 안전하게 안도하여 발을 밟게 하는 단단하면서도 평평한 그 돌과 같다 하겠다. 이 책에 실린 글은 그 징검돌로 오갈 수 있는 시와 산문 사이라 하겠다. 어느 순간은 시처럼 피어서 꽃이 되는 글이라 하겠고, 또 어느 순간은 산문처럼 펼쳐져 돗자리가 되는 글이라 하겠다. 이 책에 실린 글은 그 징검돌로 오갈 수 있는 일기와 편지 사이라 하겠다. 어느 순간은 일기처럼 꼿꼿하니 나무가 되는 글이라 하겠고, 또 어느 순간은 편지처럼 다정해서 아내와 딸이 되는 글이라 하겠다. 이 책에 실린 글은 그 징검돌로 오갈 수 있는 전화와 문자 사이라 하겠다. 어느 순간은 전화처럼 솔직하니 사랑도 고백하게 하는 글이라 하겠고, 또 어느 순간은 문자처럼 은밀하니 사랑도 삼키게 하는 글이라 하겠다.
세상에 이런 글이 다 있다니! 그런데 정말 이런 글이 여기 다 있다. 그리 말할 수 있는 자신감의 근저에는 평생 “나는 끝까지 어리다”라 말해온 김용택 시인의 변치 않은 동심이 시심으로 뚝심 있게 매 페이지를 채우고 있음을 눈으로 확인할 수 있어서다. 그래 그 눈. 그러니까 김용택 시인만의 그 눈.
그는 매순간 보는 사람이다. 그는 제 생각 이전에 제 봄을 우선에 두는 사람이다. 보는 그대로 말하고 말한 그대로를 따르는 사람이다. 생각한 대로 말하려 할 때 끼는 불순물 그대로를 끝내 분출하지 못하는 사람이다. 곧이곧대로, 그 말을 몸으로 보여주는 예는 일견 자연뿐이라 할 때 김용택 시인은 그 자연 속으로 빠르게 스밀 줄 아는 사람이다. 자연 속으로 들어가 자연을 보고 자연을 듣고 자연과 말하고 자연과 다투고 자연과 화해하고 자연을 쓰다듬고 자연에게 멀어졌다 다시금 자연스럽게 자연으로 들어가 자연 앞에서 침묵하는 일로 자연을 사랑할 줄 아는 사람이다.
그 깊은 과정을 스리슬쩍 담아내고 있는 것이 바로 이 책이다. 내용에 어려움이 없고 문장에 막힘이 없으며 사유에 복잡함이 없고 말씀에 가르침이 없는 이 책은 시인 김용택의 집에, 시인 김용택이 산책하는 길에, 시인 김용택이 만나는 사람들에, 시인 김용택이 만나는 자연에 CCTV라도 설치해둔 듯 일단은 너무도 솔직하고 놀랄 만큼 생생한데 그의 그런 일상을 엿보며 문득 나의 일상을 반추하는 나를 발견하게 될 때 우리는 앞서 말한 어떤 사이라 할 때의 징검돌을 다시금 재확인하게도 되는 것이다. 그를 보느라 글의 징검돌을 건넜는데 내가 보이는 일. 그렇게 나로 하여금 나를 만나게 하는 글의 주인이 시인 김용택일 터.
나이 칠십을 넘어서도 시인 김용택은 늘 새롭다 한다. 그가 새롭다 할 수 있는 데는 그 새로움을 발견하러 다니는 그의 부지런함에 기인한 바 클 것이다. 그 발견의 구덩이마다 그는 불쑥 뛰어든다. 거기서 혼자 놀다 나올 때면 해는 떴다 져 있고 계절은 왔다 가 있고 배는 불렀다가 꺼지고 아내는 어느 틈엔가 나이가 들어 있고 딸은 어느 틈엔가 자라 있어 그는 토끼같이 둥근 눈을 더 크게 뜬 채 두리번거린다. 그 눈 가득 호기심이야 이루 말할 수 없는 깊이다.
글에도 자주 등장하는 시인 김용택의 딸 김민해가 그림을 그렸다. 글과 그림이 묘하게 닮아 있는 데는 서로가 서로의 결을 빼닮아서일 거다. 욕심이 없고 잘 버리고 그러나 곧고 그리하여 심플하다. 나무라 비유해볼까나. 만만한 게 나무인 줄 알았는데, 내 아는 게 나무라 여겼는데, 만만치 않은 게 나무임을, 세상 어떤 나무도 간단치가 않음을 알게 한 이 책의 힘은 한 구덩이 속 제자리에서 평생을 사는 나무의 그대로 거기 있음, 가면 늘 거기 있음의 묵묵함에서 또한 찾을 수 있을 것이다. 그러게나, 이 쉬운 게 그렇게나 어렵다는 얘기일 거다. 나무가 되지는 못하더라도 나무를 보게는 하는 책, 시인 김용택을 좇아보니 그렇다.
구매가격 : 9,800 원
소란
도서정보 : 박연준 | 2020-05-19 | EPUB파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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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앞은 부끄럽습니다. 등을 보고 있을 때가 좋습니다.”
새 옷으로 갈아입고 처음처럼 선보이는 시인 박연준의 첫 산문!
시인 박연준의 첫 산문 『소란』이 새 옷으로 갈아입고 처음처럼 선보이게 되었네요. 2014년 출판사 북노마드를 통해 출간된 이후 독자 여러분의 꾸준한 사랑을 받아온 흰 두부처럼 깨끗하고도 맑은 책이었기도 하지요. 새 버전의 『소란』을 출간하게 된 출판사 난다에서는 전작으로 시인과 시인의 남편인 장석주 시인이 함께 펴낸 산문 두 권을 상재한 바 있지요. ‘사랑’과 ‘책’을 주 테마로 한『우리는 서로 조심하라고 말하며 걸었다』(2015)와 『내 아침 인사 대신 읽어보오』(2017)가 그것인데요, 흘러버린 시간 속에 둘의 글 그림자를 좇아보니 『소란』 속에 이 두 권의 밑그림이 이미 그려져 있다 싶은 거예요. 그때부터였을 거예요. 둘의 앞머리에 반드시 이 책이 놓여야 한다는 절박하면서도 간절한 마음을 먹은 것이요. 그리고 긴 준비 끝에 오늘에서야 이 책을 손에 쥐게 되었다는 거, 2020년 새 버전의 『소란』은 이렇게요!
『소란』의 제목은 두 가지 뜻을 품고 있지요. “시끄럽고 어수선함”의 소란(騷亂)과 “암탉이 알 낳을 자리를 바로 찾아들도록 둥지에 넣어두는 달걀. 밑알이라고도” 하는 그 소란(巢卵)요. 개정판을 펴내면서 시인이 보내온 새 서문 가운데 ‘어림’이라는 말에 동그라미부터 크게 그려보았어요. 어른이 되는 과정 속에 우리는 누구나 그 어림을 경험하지요. 어림은 웬만해서는 고요와 침묵일 수가 없고, 어림은 당연히 시끄럽고도 어수선함을 담보로 하지요. 그 어림의 요동이 있어야 그 기억을 토대로 ‘찾아듦’이 깃들지요. 어쩌면 당연하게도 『소란』은 청춘의 심벌과도 같은 말이 아닐까 해요. 청춘이니까 갖게 되는 실연의 일기장이자 실패의 사진첩은 비단 박연준 시인만의 특별한 소유물은 아닐 거라서 그간 많이들 제 품에서 저만의 것으로 품어주셨던 것은 아닐까, 책을 다시 만들면서 문장의 매무새를 만지면서 짐작하고 확신하는 과정을 반복하게도 되었다지요.
『소란』은 ‘어림’을 사랑하는 사람을 위한 책입니다. ‘어림’에는 여림, 맑음, 유치, 투명, 슬픔, 위험, 열렬, 치졸, 두려움, 그리고 맹목의 사랑 따위가 쉽게 들러붙죠. 나이가 들수록 우리가 비껴 앉게 되는 것, 피하거나 못 본 척하거나 떨어뜨려두려고 하는 것들이요. 진짜 삶은 ‘어림’이 깃든 시절에 있는 줄도 모르고, 우리는 어림에서 멀어집니다.
-개정판 서문에서
그래요. “어떤 시절은 자꾸 접”히지요. 특히나 어린 시절은 더더욱 반으로 포개지곤 하였지요. 어림이라서 그런 것을, 어림인 줄 모르고 어림을 겪어내는 어린 시절에 우리는 더더욱 “허리를 반으로 접고 웅크린 사람처럼” 아프지요. “사랑에 실패하고 싶었는데, 자꾸만 실연에 실패해 속상하던 때” 그때를 서른이라 상징적으로 말한다면 아무려나, 무리일까요. 서른 안팎의 애매함, 서른 안팎의 막막함, 서른 안팎의 주저함, 서른 안팎의 무모함, 서른 안팎의 그러나 뜨거움. 우리는 여전히 서른 안팎에서 발 동동 구르는, 발밑에 채는 돌멩이를 세게도 되는 어림 속에 있지 않은가요. ‘안팎’이란 말의 범주가 생각보다 널찍하게 벌어지는 아코디언의 속살이라 할 때 말이지요.
『소란』은 이 열기로 가득한 책입니다. 총 4부로 나누어 부 구성을 새로 하면서 화두로 잡았던 키워드는 ‘사랑’과 ‘일상’과 ‘시’와 ‘가족’인데요, 이 네 단어가 우리들 안에 얼마나 깊숙하게 들어와 있는지 가늠을 해보자면 뭐랄까요, 그에 스스로를 더 친숙하게 대입해보는 일로 이해의 보폭을 더 크게도 더 촘촘히도 해줄 거라고 봐요. “누가 사랑에 빠진 자를 말릴 수 있겠어요?” 그쵸. “나는 안녕한지, 잘 지내는지.” 그쵸. “시는 가만히 ‘있다’”. 그쵸. “방금 태어난 눈물은 모두 과거에 빚지고 있다” 그쵸. 네 부마다의 제목을 발음해보는데 그쵸, 절로 고개가 끄덕여지는 거예요. 이런 이해 속에 이런 되새김 속에 박연준 시인의 첫 산문을 ‘돌봄’이라 요약도 하게 되네요. 소란한 시절, 우리들의 ‘어림’에 제 어린 마음을 주어 우리를 돌봐주는 책, 돌보듯 읽게 하는 책. 소란의 힘을 이렇게 여러분과 나누려 하네요.
구매가격 : 9,100 원
타인의 자유
도서정보 : 김인환 | 2020-05-19 | EPUB파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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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부의 모자람을 알게 하여 자유롭게 공부하도록 만드는 책!”
아랫배로 생각하는 우리 시대 인문학자 김인환의 산문
문학평론가 김인환 선생의 새 책을 펴낸다. 문학을 기본으로 하되 인문·예술 전반에 걸쳐 평생의 읽기와 쓰기로 그 고개 숙임의 기울기만큼이나 그 각도로 등이 굽어온 선생의 산문집이며 『타인의 자유』라 하는 바다.
로자 룩셈부르크의 말 “다르게 생각하는 사람들을 위한 자유”가 좋아 그 읽힘에서 제목을 비롯해왔다는데 이는 이 한 권의 책이 왜 쓰이고, 이 한 권의 책이 왜 묶였는가에 대한 충분한 힌트이자 근접한 답일 것도 같다. 선생은 머리말 가운데 이렇게 밝히며 시작하지 않았던가. “아무리 생각해봐도 모든 사람이 각각 다 자기의 생각을 말하는 시끄러운 세상보다 더 좋은 세상은 있을 수 없을 것 같다”라고.
아무려나, 선생의 생각을 말하는 시끄러운 책이 될 것이 분명한 이 텍스트 안에서 우리는 배움의 자세라 할 책의 효용성을 간만에 재확인하게도 된다. 자신의 생각을 시끄럽게 떠들려면 논리적 근거란 게 그 바탕으로 깊어야 할 텐데, 그러기 위해서는 쉴 새 없이 제 공부란 걸 파묻지 않으면 안 될 텐데, 그런 마음으로 들여다본 선생의 변화무쌍한 공부 궤적에서 빈약하기 짝이 없는 내 공부의 텅 빈 곳간부터 떠올리게 되는 바, 이 책은 내 공부의 모자람을 인정하는 순간 끝도 없이 책을 불러내는 아름다운 책의 화수분으로 분할 줄 아는 책의 한 부류이기도 하다.
물론 자유롭고 창조적인 방식으로의 발현이다. “우리는 어떤 책의 하인이 되기 위해서가 아니고, 자연과 사회의 주인이 되기 위하여 책을 읽는다”라 선생은 재차 말하지 않았던가. 결코 윤곽이 분명할 수 없는 게 책의 경계라 할 때 선생은 주인의 주된 덕목이다 할 주체성을 돌무지로 가운데 놓고 제 공부의 안팎을 맘껏 넘나들어왔다. 『언어학과 문학』 『비평의 원리』 『상상력과 원근법』『문학교육론』『문학과 문학사상』 등의 책을 통해서는 제 업이라 할 문학이라는 징의 그 정수리만을 원론적으로 치고 있구나 그 공부의 깊이를 재게 했고, 번역을 행한 마르쿠제의 『에로스와 문명』, 풀이해낸 『주역』이나 『수운선집』 『고려 한시 삼백 수』 등의 책을 통해서는 제 업이라 할 문학이라는 원의 중심에서 접붙여나간 여타 학문의 맥락에 얼마나 적극적이고 능동적인 관심을 뻗쳤는지 그 공부의 넓이를 재게 했다.
깊이 깊고, 넓이 넓은 공부 속에 폭발하는 사유의 잔치. 총 11장으로 이루어진 『타인의 자유』는 매 장마다 큰 키워드를 중심으로 이야기의 물골을 크게 트고 있는데 독서, 동학, 성찰, 중세철학, 천사, 인문학, 음양, 법, 황현산, 팝, 라캉을 그 주제어로 대표한다 할 적에 저마다 소용돌이치는 사유의 힘이 참으로 세서 연필로 밑줄을 그어가며 호흡을 조절하지 않는다면 좋아서 여러 번 읽기 이전에 깊이 진입하지 못함으로 다시금 첫 장으로 돌아와 서는 일을 반복하게도 되리라. 결기가 단단한 정확한 문장은 벼림을 잘도 알아 단문의 매서운 눈매를 책을 읽어나갈수록 더더욱 날카롭게 하는데 여하간 중요한 무언가가 읽고 지나간 뒷맛에 안 보이게 남는다. 그 없을 무의 다심, 그 있을 유의 다짐.
자칫 진입이 어려울 수도 있는 책이겠다. 그러나 이 한 권의 독서로 말미암아 우리로 하여금 모름지기 진짜 인간의 교양이란 걸 배워보고 가져보게도 하는 책이겠다. 이 한 권을 맘껏 탐닉해보는 일, 이 한 권에 맘껏 져보는 일, 이 한 권을 공들여 천천히 읽음으로 정직하고 관대한 생활의 태도를 갖게 되는 일, 그리하여 종국에는 책이라는 “무한한 맥락에 대하여 인간이 취할 수 있는 유일한 태도” ‘겸손’을 섬기게 되는 일. 그만만 하더라도 말이지, 선생은 말하셨지. 한밤에 혼자 앉아 있을 수 있다는 건 좋은 일이라고. 그 앞에 이 책이 놓여 있다면 펼쳐질 것이라고. 무엇이? 아마도 무한한 앎의 우주가 아니겠는가!
구매가격 : 9,800 원
다독임
도서정보 : 오은 | 2020-05-19 | EPUB파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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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낮의 다독임에는 늘 ‘말’이 있었다.
한밤의 다독임에는 늘 ‘책’이 있었다.
뭉근한 다정함으로 위로할 줄 아는,
시인 오은의 ‘마음’을 끄덕이게 하는 이야기!
1.
시인 오은의 신작 산문집을 펴냅니다. 2020년 3월 28일 이 아린 봄에 펴내는 시인의 산문집 제목은 『다독임』. 8년 전 같은 날 선보였던 『너랑 나랑 노랑』에 이어 출판사 난다에서 나란히 펴내는 시인의 두번째 책이기도 합니다. 가만, 시간이 좀 흘러 『너랑 나랑 노랑』이 무슨 책인데? 하시는 분도 혹여 계실 수 있겠다 싶어 살짝 설명을 해드리자면 시인이 레드, 블루, 블랙, 그린 옐로, 화이트를 기저로 한 회화 30점을 가지고 써나간 감상기라고나 할까요. 대중적으로 사랑을 받아온 익숙한 그림들을 대상으로 한 평탄한 읽기를 포기하고 시인만의 고집으로 눈에서 놓지 못한, 낯설면서도 어딘가 불편할 수 있을 것도 같은, 그러나 미의 선두에 있음직한 그림들을 대상으로 한 험난한 읽기를 선택하여 두툼하게 꾸려낸 독특한 미술 산문집이었지요. 그림을 보는 시선에 다분히 리드미컬한 시의 음률을 적용하였으니 이 책은 회화론이자 시론으로도 읽힌다 감히 자부하는데요,『다독임』을 선보이는 김에 새 표지로 갈아입힌 『너랑 나랑 노랑』도 관심으로 한번 읽어봐주셨으면 하네요.
2.
『다독임』은 지난 2014년 10월부터 2020년 3월까지 시인 오은이 여러 매체에 쓴 글 가운데 모으고 버린 뒤 다듬은 일련의 과정 속에 남은 이야기들을 발표 시기에 따라 차례로 정리하여 묶은 산문집입니다. 크게는 한국일보와 경향신문이 두 축을 이루고, 『대산문화』에 발표한 글을 한 편 섞었는데요, 원고 가운데 2016년 6월 1일 경향신문에 쓴, 『다독임』의 108쪽에 실려 있는 「이유 있는 여유」는 고등학교 국어 교과서에 소개된 바 있기도 하지요. 2014년부터 2020년까지 특유의 성실성으로 세상 돌아가는 회오리 속에 제 몸을 던져 제 눈이 맞닥뜨린 일상을, 제 손이 어루만진 사람을, 제 발이 가 업은 사랑을 시인은 또박또박 기록해냈는데요, 은유와 비유와 상징이 저글링을 하듯 말을 부리고 사유를 돌리던 시들과는 뭐, 장르가 다른 산문이기도 하니까요, 그 메시지를 전달하는 데 있어 정직함과 친절함과 투명함이 크나큰 미덕이구나 싶기도 한 책입니다. 소실점이 미술로 모이던 시인의 전작 산문집 『너랑 나랑 노랑』은 뭐, 장르가 같은 산문이기도 하나, 그 주제적인 측면에 있어 ‘일상’이라는 ‘우주’를 그만, 건드려놓음으로써 이야기의 보편성을 크게 확장시켜버리고 있구나 싶기도 한 책입니다. 지금 여기 이렇게 살아 있음의 사실 말고는 확언할 수 없고 단언할 수 없는 우리들의 삶, 그 존재함에 관한 이야기. 그 ‘있음’이라는 희망 아래 그 ‘있음’의 진짜배기 사유를 발견하기까지 시인은 포착하고 관찰하고 그 ‘있음’의 그대로를 ‘일기’처럼 써내기를 게을리 하지 않았던 듯해요. 평범한 매 순간이 특별한 매 순간으로 우리에게 기억되는 이유는 그 과정을 유난스럽지 않게 떠벌리는 시인만의 천진성이 크게 한몫을 했다 싶기도 하고요. 그리고 이 천연한 시인의 글로 말미암아 우리가 시인의 ‘그때그때 그 순간’마다 동행하게 되는 데는 읽는 우리들과 눈의 높이를 맞추고 발의 보폭을 맞추는, 시인의 작정했으나 티 나지 않은 배려가 작동했을 거라고도 보고요. 그 행동거지 뒤에는 바로 이러한 목소리로 등을 다독인 어떤 목소리가 배어 있기도 하거니와……
무엇보다 아빠가 한 말이 산문 쓰기의 지침이 되어주었다. “은아, 신문에 실린 글은 성별, 나이에 상관없이 누구나 읽을 수 있는 글이잖아. 이번 글은 좀 어렵더라.” 한 달에 한 번 아들의 글이 신문에 실리던 날을 누구보다 기다리던 아빠였다. 그때부터 나는 내 안의 모든 부기를 빼려고 애썼다. 아빠가 말한 “누구나 읽을 수 있는 글”에는 ‘누구나 읽고 이해할 수 있는 글’이라는 의미가 담겨 있었던 것이다. -「작가의 말」, 8쪽.
3.
『다독임』이 품고 있는 시간이 2014년부터 2020년이다 보니 그 사이 우리 정치 역사 경제 문화 등의 변모 곡선이 다양하게 그려져 있는 것도 사실입니다. 크고 작은 사건들이 많았던 시기, 그에 따라 출렁임이 크고 잦았던 우리들 마음이라는 그 심지. 특히나 시인은 그 사이에 아팠던 사람들, 사랑했던 이들을 꽤 떠나보내는 일을 경험하기도 했습니다. 그때마다 시인과 평소에 가까웠던 고 황현산 평론가나 고 허수경 시인, 그리고 시인의 아빠와의 추억을 자주 이 책에 부려놓음으로써 슬픔을 공유하곤 했는데요, 울고 남은 힘으로 이 산문을 써나갈 수 있었다고 말할 수 있던 데는 이런 힘을 제게 부여할 수 있어서가 또한 아니었나 싶습니다. “다독이러 들어갔다가 나오면서 돌아보는 일, 그때마다 더 큰 위로를 받은 쪽은 나였다. 그때를 잊지 않기 위해 메모한 단상이 이 책에 실린 글이 되었다.”
4.
그 시간 동안 살폈던 이 마음 저 마음을 다 싣다 보니 애초에 모인 산문만 1500매에 달했는데요, 와중에 3분의 1가량, 근 100페이지 가까이를 한데 묶는 가운데 가감 없이 과감하게 버리기도 했는데요, 이는 그가 특별히 알뜰히 살펴온 것이 ‘마음’이라는 데서 그 단호함의 연원을 살펴볼 수도 있겠다 싶기도 하였어요. 마음을 부리는 데 있어 특히 거리를 가져야 할 ‘엄살’이라든가 ‘억지’라든가 ‘푸념’이 마음의 도량에서 조금만 수위를 높여도 시인은 제 글로부터 싸늘히 식은 마음을 가져버렸으니까요. 마음, 그렇지요, 마음. 마음이란 왜 이렇게 어려운 걸까요. 내 안에 있는 그것의 어려움, 타인이 만져주거나 말해주어야 들키고 알 것 같은 내 마음. 시인 오은의 산문은 그런 우리들의 마음을 그의 특기인 말의 부림으로 우리 앞에 꺼내놓지요. 다독임은 나보다 힘이 센 사람에게 행하기보다 나보다 힘이 약한 사람에게 절로 하는 행위라 할 수 있지요. “남의 약한 점을 따뜻이 어루만져 감싸고 달래다”가 다독임이라 할 때 이 책의 미덕 역시 그 지점에서 발휘된다고 할 수 있지요. 다독임은 어떤 해결을 위해 나서는 손이 아니어요. 다독임은 어떤 질책을 위해 들리는 손이 아니지요. 다독임은 달램이지요. 달램 이후의 방향성에는 저마다의 능동성이 요구되는 바이기도 하고요. 그런 의미에서 이 책은 저자와 독자가 함께 읽고 함께 써나가는 몸으로 하나가 되는 책이 아닐까 해요.
5.
마음을 보다 잘 이야기하기 위해 예로 든 카드가 시인 오은에게는 ‘책’이라지요. 다독(多讀)의 시인 오은이 글로 써나간 『다독임』의 순간들. 특히나 시인의 산문은 우리말을 풍부히 쓰는 데 그 역량을 재미로 확산시킨 까닭에 어른이나 아이나 구분 없이 읽기에 참 좋다 싶습니다. 그만큼 산문을 쓰는 데 있어 활용했을 국어사전의 페이지 페이지마다가 눈앞에 생생히 그려지기도 해요. 국어사전을 내 옆에 가까이 두었을 때 우리말이 내 곁에 가까이 두어지는 일. 소리 내어 시인의 산문을 읽는 일로 아름다운 그 경험 또한 누려보셨으면 합니다. 더불어 부기로 표지에서 만나게 되는 그림 한 컷을 말하지 않을 수가 없네요. 화가 신소영의〈너랑 같이>라는 작품인데요, 표지 속 아이가 가슴이라지만 비유컨대 분명 마음일 심장 가까이 애착 인형과 같은 곰을 끼워둔 것이 두루 여러 생각을 갖게 합니다. 애잔하죠. 그러나 아이에게는 참으로 든든할 것 같죠. 어쩌면 ‘다독임’이라는 말이 ‘너와 같이’라는 말이 하는 사람도, 그것을 듣는 존재도 그 순간만큼은 괜찮아지게 만드는 말이 아닐까 하였습니다. 그리하여 마침내 나를 살게 만드는 다독임. 마음을 살게 만드는 이 다독임에 여러분의 손도 한번 내밀어보심이 어떨는지요.
구매가격 : 9,800 원
최고 수준의 배움
도서정보 : 이우람 | 2020-05-18 | EPUB파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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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고가 되기 위해서는 내가 통제 가능한 것에 있어서는 항상 최고를 지향해야 한다. 배움 즉 뭔가를 알아가고 익히는 것은 스스로 통제할 수 있다. 배움은 우리 삶에서 통제가 가능한 몇 안 되는 것 중 하나이다.
구매가격 : 500 원
음악만필
도서정보 : 홍난파 | 2020-05-17 | EPUB파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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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나라 최초 산문집~!!
나는 과거 4반세기 동안 여행을 하였다.
그리고 이 여행은 연전에 일어나던 세계대전 이상의 큰 변동이 내 몸에 생기지 않는 한, 나의 일생을 두고 계속될 장기의 여행일 것이다. 그러나 내가 여기서 말하는 여행이란 기차 타고 화륜선(火輪船)을 타고 다니는 그러한 여행은 아니다. 그렇다고 낙타를 타고 다니는 사막의 여행도 아니다. 말하자면 끝도 밑도 없는 세계에의 여행이다. 나는 이 여행 중에서 듣고 보고 한 모든 것을 어떤 때는 적어두기도 했고, 어떤 때는 오려 두기도 했고, 어떤 때는 친우와 노변(爐邊)에 앉아서 이야기했고, 또 어떤 때는 신문이나 잡지에 단편적으로 기고(寄稿)도 했던 것이다. 그러한 것을 조각조각 주워 모아 한 책에 골라 베낀 것이 곧 이것이다.<중략, 본문 중에서>
구매가격 : 8,000 원
나만 이상한 걸까?
도서정보 : 크리스티나 피서 | 2020-05-15 | EPUB파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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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상이 아닌 게 정상이야!”
독일 심리학계의 떠오르는 신예, 크리스티나 피서의 따뜻한 위로
“조금 제정신이 아니어도 괜찮아, 남과 다른 그 점 때문에 넌 특별한 사람인 거야”
독일 아마존, 심리학 부문 베스트셀러!
어떻게 하면 살면서 조금 덜 화내고, 조금 덜 집착하고, 조금 덜 질투하고, 외로움과 두려움과 스트레스를 조금 덜 느끼고, 조금 더 많이 사랑할 수 있을까?
심리치료사이면서 경계성장애 전문가인 저자 크리스티나 피서는 일상의 문제를 통제하지 못하는 사람들과 늘 현장에서 부대끼며 산다. 그녀는 정신적으로 건강한 것과 건강하지 않은 것은 의외로 경계가 뚜렷하지 않다고, 그러므로 조금 ‘제정신이 아닌’ 것도 괜찮다고 말해준다. 사소한 일에도 갈피를 못 잡고 절망하는 것은 극히 정상적이며 인간적이므로, 다만 어떻게 하면 ‘조금 이상한 면’을 바로잡을 수 있는지, 어떤 경우에 정신적 건강을 진지하게 고민해야 하는지를 매우 유쾌하게 풀어준다. 오래된 심리학 이론보다는 현재 청년들이 겪는 일상의 혼란과 괴로움에 초점을 맞춰 각자의 삶을 주도하고 만족할 수 있는 실질적인 방안, 특히 임상에서 검증된 효과적인 방법들을 중심으로 설명한 이 책 《나만 이상한 걸까?》는 출간 후 젊은 독자들의 열띤 호응을 이끌어내며 베스트셀러에 올랐다.
구매가격 : 11,200 원
옛날에 바르게 철자를 쓰는 학교의 시.The Old-Time Spelling School (In Three Parts),by John Gordon Ell
도서정보 : John Gordon Ellenbecker | 2020-05-15 | PDF파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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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문 > 영미문학이론
옛날에 바르게 철자를 쓰는 학교의 시.The Old-Time Spelling School (In Three Parts),by John Gordon Ellenbecker
미국켄사주의 작가가 3부분으로된 시를 씀.
Title: The Old-Time Spelling School (In Three Parts)
Author: John Gordon Ellenbecker
Language: English
구매가격 : 8,000 원
밥 그리고 침대
도서정보 : 전여운 | 2020-05-15 | EPUB파일
지원기기 : PC / Android / iOS
자서
당신이 지나간 자리
시집 한 권 묶어
긴 긴 밤 잠들지 못한
너의 눈물 한 방울
닦아주고 싶었다
겨울 아침
뜨뜻한 유자차 한 잔 마시면서
거울처럼 마주 보며 웃고 싶었다
아, 이슬에 젖는 밤이 오면
달과 별과 악수하고 싶었다
호탕하게 웃다가
밤새도록 허물없이 부둥켜안고
오는 이 시집 당신 손에 쥐여 드리고 싶다
구매가격 : 6,000 원
새로쓰는 목민심서
도서정보 : 이진훈 | 2020-05-15 | EPUB파일
지원기기 : PC / Android / iOS
졸저 ‘실사구시에서 답을 찾다’를 쓴 지 2년이 지났습니다. 조선시대 정약용 선생이 목민심서를 썼듯이 오늘을 사는 공직자로서 새로이 목민심서를 쓰고 싶었습니다. 그동안 경험한 일들에 대해 맥락을 갖추어 쓰되, 아쉽게 이루지 못한 일들도 함께 담았습니다. 보다 손쉽게 접하여 세상이 더 밝고 풍성하게 되기를 원합니다. 아울러 이 책을 읽는 사람도 함께 의미 있는 성장을 이뤄내길 기대합니다.
대학 재학 중 행정고시에 합격하여 민선 구청장까지 올랐습니다. 도시경영을 하고 싶었고 경세가經世家가 되고자 했습니다. 30여 년간 도시경영 경험은 행정인 동시에 경제고 정치였습니다. 실학의 실사구시實事求是 정신을 공직에 있는 동안 줄곧 새기면서 일했습니다. 삶은 매순간 경제이기에 국민들의 살림살이는 언제나 정치의 화두가 될 수밖에 없습니다.
4차 산업혁명의 거대한 물결이 모든 생활을 바꾸고 있습니다. 강대국의 자국우선주의는 국제사회의 새로운 패러다임으로 급부상하고 있습니다. 계층 사이의 갈등이나 가치의 충돌은 사회적인 통찰과 지혜를 요구하고 있습니다. 바야흐로 ‘무엇을’ 할 것인가 보다 ‘어떻게’ 할 것인가가 중요한 시대입니다.
임진왜란과 병자호란이라는 혹독한 시련을 겪은 뒤에 조선 중기 선각자들 중심으로 개혁과 개방, 실학의 기풍이 일어났습니다. 사실과 진실, 상식과 원칙, 실용과 실리 등을 중시함으로써 현실적 삶의 개선과 공동체의 발전에 눈을 돌렸습니다. 서구의 산업혁명보다 결코 늦지 않은 시기였습니다. 그러나 정조의 승하와 함께 실학도 퇴조하고 조선도 쇠락의 길로 접어들었습니다. 서양은 산업혁명과 함께 상업과 공업이 중시되고 나라가 번성하였습니다. 조선은 실학이 있었지만 사농공상士農工商의 신분질서를 깨지 못했고 사회변혁의 모멘텀도 얻지 못했습니다.
미국에서 실용주의가 주창된 19세기 후반에 일본은 개혁하고 개방했습니다. 반면에 조선은 쇄국鎖國하고 개혁의 노력도 실패하고 말았습니다. 그 결과 나라조차 빼앗겼습니다. 허울뿐인 가치에 사로잡혀 실사구시를 외면했기 때문입니다. 해방 후 자유대한민국의 건국과 산업화의 성공, 민주화 투쟁의 70년 현대사는 개혁과 개방, 실사구시로 성공한 역사입니다. 이제 다시는 나라를 잃는 일도, 후퇴하는 일도 없어야 한다는 경계의 마음, 우리들이 살고 있는 지역이 더 잘 살면 좋겠다는 희망의 마음도 함께 이 책에 담았습니다.
구매가격 : 7,800 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