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은 고양이

도서정보 : 애드가 앨런 포우 | 2023-04-10 | EPUB파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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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우의 추리소설은 분별과 민감성과 이성과 상상력을 지닌 주인공이 훌륭한 추리로 범죄와 수수께끼를 해결해 가는 매력을 지니고 있어, 독자는 어떤 정서적인 것보다는 합리적인 추리에 더욱 흥미를 느끼게 된다. 포우는 미국인인데, 이 소설의 무대가 프랑스 파리인 것은 단순히 이국정서를 원했기 때문이 아니다. 프랑스는 근대적 경찰제도가 가장 일찍이 발달한 나라여서 추리소설의 무대에 가장 적절했던 것이다.

구매가격 : 4,000 원

소크라테스의 변명(辨明)

도서정보 : 플라톤 | 2023-04-10 | EPUB파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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플라톤의혈통은양친어느쪽으로보건아테네의일류명문에속했다.어머니는민주정치의아버지라고일컬어지는솔론(Solon)의후손이며,아버지는아테네최후의왕코드로스를거쳐바다의신포세이돈에게로거슬러올라간다고전해진다.고대그리스의철학자. 객관적 관념론의 창시자, 소크라테스의 제자. 귀족출신.40세경아테네교외의아카데미아에학교를열어교육에임하였으며,또한많은저작(30권이 넘는 대화편)을 썼다.

구매가격 : 4,000 원

사랑할 수 없는 두 사람

도서정보 : 요시다 에리카 | 2023-04-07 | EPUB파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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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도서 소개

“저랑 연애 감정 빼고 가족이 되지 않으실래요?”

억지로 사랑하고 싶지 않지만, 평생 혼자 살아가기는 싫어!
연애 감정을 느끼지 못하는 두 사람의 유쾌한 동거 생활

일본 NHK 방영 직후 뜨거운 공감을 불러일으킨 드라마 〈사랑할 수 없는 두 사람〉의 오리지널 소설 『사랑할 수 없는 두 사람』이 아르테에서 출간되었다. 각본가 요시다 에리카가 직접 집필한 이 작품은 누구에게도 로맨틱한 감정과 성적 이끌림을 느끼지 않는 두 사람이 동거 생활을 시작하면서 주위에 파문을 일으키는 이야기로 ‘성적소수자에 대한 이야기를 개념적으로 내세우는 것이 아니라, 생활의 사소한 세부 묘사를 정성껏 쌓음으로써 많은 사람들이 자연스럽게 공감할 수 있도록 해주었다’는 찬사를 받으며 무코다 구니코상, 제59회 갤럭시상 TV 부문 특별상, 제77회 문화청 예술제 우수상을 수상하였다. 각본가로 성공을 거두며 스타 작가로 떠오른 요시다 에리카는 드라마에서 표현하지 못한 두 사람의 속마음과 감정의 파동을 진솔하고 섬세하게 그려내어 밑줄 긋고 싶은 문장이 가득한 작품으로 완성했다. 『사랑할 수 없는 두 사람』은 세상이 강요하는 평범한 삶 속에서 누구나 한 번쯤 느꼈을 답답함을 따뜻한 시선으로 어루만지는 동시에, 연애 상태가 ‘보통’이라고 여기는 세상에는 조용한 팩폭을, 진정한 행복을 찾기 위해 용기를 내는 사람들에게는 힘찬 응원을 보내는 소설이다.

누구에게도 로맨틱한 감정과 성적 이끌림을 느끼지 않는 여자,
사랑하지 않아도 괜찮은 남자와 임시 가족이 되다!

연애를 하는 것이 당연한 듯 여기는 세상에 답답함과 불편함을 느끼던 사쿠코는 어느 날 자주 가는 청과 코너의 멋진 문구와 질서 정연한 배치가 다카하시라는 직원의 손을 거쳐 탄생했다는 것을 알고 그의 일솜씨를 칭찬한다. 그러자 옆에 있던 선배가 사랑에 빠진 거냐며 놀려대고, 사람을 사랑하지 않는 사쿠코는 이를 이해할 수 없다. 어리둥절해하는 사쿠코에게 다카하시는 세상에 누군가를 사랑하지 않는 사람도 있다고 말하고, 그 말에 감명받은 사쿠코는 인터넷을 검색하다가 에이로맨틱과 에이섹슈얼의 개념을 알게 된다. 그리고 우연히 자신을 에이로맨틱이자 에이섹슈얼로 인정하는 글을 보다가 그 블로그의 주인이 다카하시라는 것을 알게 된다. 사쿠코는 자신과 비슷한 사람이 존재한다는 사실에 기뻐하며 그에게 가족이 되자고 제안한다. 갑작스럽게 시작된 그들의 동거 생활은 주위에 파문을 일으키게 되는데……. 과연 두 사람은 진정한 행복을 찾을 수 있을까?

“내 인생에 뭐라고 할 수 있는 건 나뿐이다.
내 행복을 결정하는 건 나 자신이다.”

『사랑할 수 없는 두 사람』은 억지로 사랑하고 싶지 않지만, 평생 혼자 외롭게 살아가기는 싫은 두 사람의 이야기다. 사쿠코는 어릴 적부터 소위 말하는 ‘썸’의 신호를 인지하지 못하고, 연애를 시작한 후에도 연인과의 감정적 교류를 어려워한다. 사쿠코는 어느 순간 자신이 남들과 조금 다르다는 것을 깨닫고 우울해하지만, 우연히 자신과 너무도 닯은 남자 다카하시를 발견하고 일생일대의 결단을 내린다. 그것은 바로 사랑하는 사람들이 만나 가족이 되듯이, 사랑하지 않아도 괜찮은 사람들끼리 가족이 되자고 제안한 것이다. 이렇게 시작된 동거 생활은 주위에 파문을 일으키고, 특히 평소 결혼을 재촉하던 부모님은 ‘평범’하지 않은 두 사람의 관계를 듣고 당황스러워한다. 비록 소중한 가족일지라도 자신의 정체성을 굽히면서 살고 싶지 않은 두 사람의 임시 가족 생활은 순탄하게 흘러갈 수 있을까?

연애 감정을 품지 않는 사람이 있듯이, 혼자 있기를 좋아하고 그게 행복한 사람도 있다. 나처럼 누군가와 함께 지내고 싶은 사람도 있다. 파트너가 동성인 사람도 있고 이성인 사람도 있다. 생각해보면 당연한 일인데, 세상에서는 희한한 취급을 받기 십상이다. _본문 중에서

이 소설의 진정한 미덕은 ‘사랑할 수 없는 두 사람’만이 아니라 그들을 둘러싼 ‘보통’의 사람들이 겪는 갈등과 현실을 면밀하게 보여줌으로써, 오히려 지금까지 알았던 ‘보통’의 삶이 무엇이었는지 의문을 갖게 한다는 데 있다. 이전과 전혀 다른 느낌의 사랑을 깨달아버린 친구 지즈루, 임신 중에 남편에 대한 진실을 알게 된 동생 미노리, 딸의 행복을 바라지만 그것이 오로지 자신이 살아왔던 모습과 같은 형태이기를 바라는 사쿠코의 어머니까지. 오히려 ‘보통’이라는 말로 묶기엔 너무나 다양한 모습의 삶을 그려내어, 역설적으로 이제껏 알았던 평범한 삶은 그저 하나의 선택지에 지나지 않음을 깨닫게 해준다. “연애뿐만이 아니라 주위가 정한 ‘보통’에 휘말려 피곤하게 살아가는 당신의 마음에 다가가는 작품이 되기를 진심으로 바란다.”는 작가의 말처럼, 서로를 이해하고 인정할 수 있는 공감대를 형성하고, 자신이 진정으로 원하는 삶을 살아갈 용기와 감동을 선사할 것이다.




◎ 책 속에서

“나, 열심히 하는 후배를 응원했을 뿐인데…… 왜 좋아한다는 결론이 나는 걸까. 마루야마 군하고는 일 이야기 정도밖에 안 하는데 말이야.”
“그런 사람이 있어. 뭐든지 연애와 연결시키는 사람.” _21쪽

“어쩐지 연애운만 지지리도 없어, 사쿠코는. 어째서일까.”
정말 어째서일까. 옛날부터 그랬다. 연애운이랄까, 연애가 뭔지 통 모르겠다. 남자와 사귄 적은 있지만 그럴 때마다 내가 주변 사람과 다르다는 걸 절실히 느낄 뿐이다. _22쪽

“……뭐, 사랑을 억지로 할 필요는 없겠지.” _23쪽

가족은 정말 사랑한다. 아빠 엄마는 애정을 듬뿍 담아 나를 키워주었다. 부모와 자식으로서 나이를 먹고도 서로에게서 독립하지 못하는 감이 없지 않지만, 늘 나를 걱정하고 아껴주는 사람들과 생활하면서 편안했던 것도 사실이다. 하지만 요 몇 년은 압력 같은 것을 느꼈다.
“결혼은 아직이니? 동생이 앞질러 가겠다.” _29쪽

“하지만 좋아하는 걸 어떡해. 그렇게 억누를 수 없는 감정이 갑자기 찾아올 때도 있는 거잖아? 인간이니까!” _38쪽

에이섹슈얼은 성적 지향 중 하나로 남에게 성적으로 끌리지 않는 사람을 뜻합니다.

에이로맨틱은 연애적 지향 중 하나로 남에게 연애 감정을 품지 않는 사람을 뜻합니다. _41쪽

“남녀가 친해 보이면 바로 연애 감정이라고 단정 짓죠.” _45쪽

“저도 혼자가 좋은 건 아니라서…… 앞으로 평생 혼자 살아가야 하는 게 아닐까 생각하면 정말 외로운 기분이 들어요.” _54쪽

“사람들과 다르다는 이유로 참을 생각은 눈곱만큼도 없어요.” _55쪽

“무슨 일이든 부모에게 허락받을 필요는 없어요. 싫으면 거리를 두든지 연락도 끊든지 해서 자기 자신을 죽이지 않아도 되는 길을 찾아야 해요.” _70쪽

분위기를 수습하기 위해, 나를 배려해서 해준 말이라는 건 안다. 화목한 가족의 모습에 트집을 잡을 생각은 없다. 다만 이런 유의 사람들은 왜 자신들의 가족관이 올바르고, 그 외에는 불행하다고 단정하는 걸까. ‘평범’이라는 말이 얼마나 폭력적인지 모르는 걸까. _84쪽

“우리, 실질적으로는 사귀는 사이잖아.”
생각이 정지될 것 같았지만 간신히 견뎠다. 이건 절대로 흘려넘겨서는 안 될 말이다. 딱 잘라 부정하고 확인해야 한다.
“아니야. 우리 오래전에 헤어졌잖아.” _99쪽

“그런 어려운 소리는 모르겠고, 남자와 여자가 같은 집에 살면서 아무 일도 없다는 게 보통 말이 안 되잖아.”
“당신의 보통을 이쪽에 강요하지 마십시오.” _137쪽

“남을 사랑하지 않으니까 이런 괴로움은 맛볼 일이 없잖아. 그런데도 주변에서 다들 잘해주고 말이야. 아무튼 그렇게 아무것도 없는 인생이 훨씬 편하겠어.” _225쪽

그렇지만 절대로 잊어서는 안 된다. 내 인생에 뭐라고 할 수 있는 건 나뿐이다. 내 행복을 결정하는 건 나 자신이다. _320쪽

구매가격 : 13,600 원

속죄(세계문학전집 223번)

도서정보 : 이언 매큐언 | 2023-04-06 | EPUB파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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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1세기 클래식의 반열에 오른 전 세계적인 메가셀러

부커상 최종후보
LA 타임스 도서상, 전미도서비평가협회상, WH 스미스 문학상 수상
타임·옵서버·텔레그래프 선정 ‘역대 최고의 소설 100’
가디언 선정 ‘21세기 최고의 책 100’

이언 매큐언의 작품 중 단연 최고이자 위대한 소설.
이동진(영화평론가)

현대 영문학을 대표하는 작가 이언 매큐언의 최고작이자 전 세계적인 메가셀러 『속죄』를 새롭게 선보인다. 국내에서는 2003년 처음 소개된 이후 쇄를 거듭하며 꾸준히 사랑받았고, 출간 20년 만에 세계문학전집으로 새롭게 펴내며 보다 세심하게 다듬어진 번역을 통해 이언 매큐언의 작품세계를 더욱 완성도 높은 판본으로 만나볼 수 있는 기회를 선사한다.

유년기의 천진한 오해가 초래한 거대한 파국과 평생에 걸친 속죄를 그린 이 작품은 이언 매큐언의 여덟번째 장편소설로, 전 세계적으로 폭발적인 반향을 불러일으키며 작가적 커리어에 한 획을 그은 작품이자 그의 모든 것이 집약된 필생의 역작으로 꼽힌다. 『암스테르담』(1998)이 부커상을 수상하며 현대 영문학의 중요 작가로 인정받은 매큐언이 다음에 발표할 작품에 관심이 쏟아지는 것은 당연한 일이었고, 2001년 출간된 『속죄』는 높아질 대로 높아진 모두의 기대를 완벽히 충족하는 대작이었다. 특유의 정교한 내러티브와 서스펜스를 유지하는 필력, 인간심리를 꿰뚫어보는 날카로운 통찰에 더하여 인간에 대한 연민과 한 차원 성숙해진 시선으로 깊은 감동을 안기는 이 작품에 언론은 앞다투어 찬사를 보냈다. “한마디로 걸작”(<뉴욕 타임스>), “‘마스터피스’라는 칭호를 기꺼이 붙일 수 있는, 진정으로 자격이 있는 몇 안 되는 작품”(<이코노미스트>), “원래 좋은 작품을 쓰는 작가라는 기준으로 봐도 특출나다”(<타임스>) 등의 극찬이 이어지며 연말에는 거의 모든 유력 매체의 ‘올해의 책’ 리스트에 『속죄』가 포함되었다. 독자들의 반응도 평단과 일치했다. 네번째로 후보에 오른 그해 부커상은 비록 호주 작가 피터 케리의 『켈리 갱의 진짜 이야기』에 돌아갔지만 『속죄』가 결코 뒤지지 않는 작품이라는 것이 중평이었고, 이후 영국 BBC 방송 주최로 독자들이 직접 투표하여 선정하는 ‘피플스 부커상’을 두고 피터 케리와 다시 한번 경합을 벌였을 때 독자들은 『속죄』의 손을 들어주었다. 작품의 감동은 영상으로도 이어져 2007년 이 작품을 원작으로 한 영화 <어톤먼트>가 개봉되었고, 미국 아카데미 6개 부문 후보에 오르고 영국 아카데미 최우수 작품상과 미술상을, 골든글로브 최우수 작품상을 수상하는 쾌거를 이루었다. 명실공히 매큐언의 최고작이자 위대한 작품으로 자리매김한 『속죄』는 타임·옵서버·텔레그래프 선정 ‘역대 최고의 소설 100’, 가디언 선정 ‘21세기 최고의 책 100’에 이름을 올리는 등 오늘날까지도 꾸준히 호명되며 21세기 고전의 반열에 올랐고, 42개 언어로 번역되어 전 세계 독자들에게 한결같은 사랑을 받고 있다.


시간이 멈춰버린 뜨거운 오후,
소녀의 오해가 불러온 젊은 연인들의 비극
그리고 이를 되돌리려는 한 소설가의 평생에 걸친 지난한 속죄!

이야기는 2차세계대전이 발발하기 전 영국 상류층이 마지막으로 좋은 시절을 보낸 1935년, 교외의 저택에서 시작된다. 제1부에서 브라이어니 탤리스는 작가를 꿈꾸는 열세 살의 소녀로 상상력이 풍부하고 감수성이 예민한 동시에 자신을 둘러싼 세계가 질서정연해야 직성이 풀리는 성격이기도 하다. 대학을 졸업하고 집으로 돌아온 브라이어니의 언니 세실리아는 뭔지 모를 답답함과 자립해야 한다는 막연한 의무감에 시달린다. 그리고 세실리아의 소꿉친구이자 탤리스가家 가정부의 아들인 로비 터너가 있다. 계급적 거리감, 그리고 둘 사이에 막 싹트기 시작한 성적 긴장감 때문에 세실리아를 멀리해온 로비와 이를 눈치채고 표현하기 힘든 울분을 느끼는 세실리아가 어느 뜨거운 여름 오후 정원에서 마주친다. 두 사람은 꽃병을 사이에 두고 공연한 실랑이를 벌이고, 결국 깨져버린 꽃병 조각이 분수대 물속에 빠지자 세실리아는 알 수 없는 분노에 휩싸여 여봐란듯 옷을 벗고 물속으로 들어간다. 그리고 저택의 위층 창가에서 브라이어니가 그 모습을 숨죽여 지켜보고 있다. 그날 저녁 저택에서는 또다른 사건이 벌어진다. 탤리스가에 와 있던 친척 쌍둥이 형제가 실종되고, 손님으로 방문한 폴 마셜까지 동원되어 아이들을 찾으러 나섰다가 쌍둥이의 누나 롤라가 강간을 당한 것이다. 몇 시간 전 로비와 세실리아 사이의 알 수 없는 행동을 목격하고 거기에 자신의 상상력을 덧붙인 브라이어니는 로비를 강간범으로 지목하고, 의대에 진학하려던 총명한 청년 로비와 그를 향한 사랑을 뒤늦게 깨달은 세실리아의 운명은 비극을 향해 치닫는다.

후반부에서 소설은 시간을 훌쩍 뛰어넘어 2차세계대전의 한복판으로 독자들을 이끈다. 제2부에서는 강간 혐의로 복역하던 로비가 조기 석방을 조건으로 참전해 프랑스의 전장에서 지옥을 겪는 장면들이 펼쳐진다. 이언 매큐언의 충실한 역사적 고증과 이를 손에 잡힐 듯 생생하게 풀어낸 장인적 묘사가 돋보이는 대목으로, 연합군이 마지노선에서 퇴각해 됭케르크까지 철수하는 아비규환의 상황과 폭격의 공포, 본국으로 떠날 배가 없어서 절망에 처한 병사들이 저지르는 집단적 폭력이 그려진다. 제3부에는 공습이 이어지는 런던에서 브라이어니가 안락한 가정환경을 버리고 간호사로 자원해 참혹한 전쟁의 와중에 부상을 입은 군인들을 돌보며 시간을 쪼개 소설을 쓰고 자신이 저지른 잘못을 속죄하려 애쓰는 장면들이 펼쳐진다. 롤라는 아이러니하게도 그 모든 비극을 몰고 온 장본인과 결혼식을 올리고, 브라이어니는 잘못을 빌고 모든 것을 바로잡기 위해 세실리아를 찾아간다. 세실리아는 그 여름밤의 사건 이후 집을 나가 브라이어니보다 먼저 간호사로 일을 시작해 혼자 살고 있다. 브라이어니는 언니의 하숙집에서 뜻밖에 로비와 마주치고, 자신이 저지른 그 엄청난 잘못도, 모든 것을 휩쓸어버리는 전쟁도 두 사람을 갈라놓을 수 없다는 것을 깨닫는다. 하지만 과연 두 연인은 정말 행복한 결말을 맞이한 것일까?


현대 영문학의 최고 지성 이언 매큐언
그의 모든 것이 집약된 필생의 역작

『속죄』는 치밀한 구성, 영화를 보는 듯한 흥미진진한 스토리, 뚜렷한 개성을 지닌 등장인물들에 대한 탁월한 심리묘사, 섬세하고도 장중한 문체로 독자를 사로잡는다. 주요 인물들의 시점을 오가는 사이 우연과 오해, 악의가 절묘하게 맞물려 무시무시한 결과를 빚어내기까지 전반부의 이야기는 서스펜스를 조절하는 특유의 필력이 유감없이 발휘되어 긴장감을 자아내고, 전쟁의 무상함과 공포, 인간이 저지를 수 있는 폭력의 다양한 수위를 포착하는 후반부에서는 철저한 고증을 거친 치밀한 서술과 역사의식에 대한 거시적인 통찰이 결합되어 장인의 경지에 이른 예술적 기교를 느끼게 한다.

이 작품은 영문학에 대한 애정을 고백하는 동시에 문학 창작의 본질에 대해 숙고하는 소설이기도 하다. 제인 오스틴, 새뮤얼 리처드슨, T.S. 엘리엇, D.H. 로런스 등 영문학사에 쟁쟁한 자취를 남긴 문인들이 거론되고 시릴 코널리, 엘리자베스 보엔 같은 실존 문학비평가가 등장하며, 주인공 브라이어니는 소설가가 되는 과정에서 버지니아 울프의 영향을 강하게 받는다. 그리고 소설을 씀으로써 평생에 걸친 속죄를 하려 했던 브라이어니의 삶은 그 자체로 상상력과 그 산물인 문학작품에 어떤 힘과 한계가 있는지에 대해 매큐언이 던지는 진지한 물음이기도 하다. 소설이 결말을 향해 나아가는 사이 이러한 메타픽션적 요소는 전체 이야기와 결합되어 묵직한 울림을 안긴다.

브라이어니에게, 그리고 브라이어니로 인해 운명이 송두리째 흔들린 두 연인에게는 어떤 운명이 기다리고 있을까. 하나하나의 조각이 서서히 맞춰지면서 마침내 충격적이고도 감동적인 결말에 이르렀을 때, 독자는 오직 1급의 소설만이 선사할 수 있는 환희와 여운을 만끽할 것이다.

구매가격 : 12,600 원

암스테르담(세계문학전집 224번)

도서정보 : 이언 매큐언 | 2023-04-06 | EPUB파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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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 영문학의 최고 지성
이언 매큐언의 걸작

현대의 윤리와 문화란 어떤 것인지 묻는 냉정하고도 예리한 고찰.
1998 부커상 심사위원장

현대 영문학을 대표하는 작가 이언 매큐언의 걸작 『암스테르담』을 새롭게 선보인다. 한 여자의 죽음과 그녀가 남긴 문제적인 사진으로 촉발된 연쇄적 파국을 그린 이 작품은 이언 매큐언이 1998년 발표한 일곱번째 장편소설로, 1999년과 2008년 두 차례에 걸쳐 국내에 소개된 이후 다시 문학동네에서 새롭게 펴내며 박경희 번역가의 면밀한 개정을 통해 매큐언의 작품세계를 더욱 깊이 만끽할 수 있는 기회를 선사한다.

『첫 사랑, 마지막 의식』(1975)으로 데뷔한 후 충격적인 소재와 대담한 스타일로 인간 밑바닥의 기이한 욕망을 낱낱이 해부하며 “엽기 이언Ian Macabre”이라는 별명까지 붙었던 매큐언은 『차일드 인 타임』(1987)을 기점으로 동시대의 윤리와 사회문제, 역사 등 보다 거시적인 측면으로 관심을 확장했다. 이 시기의 대표작으로 꼽히는 『암스테르담』은 현대사회의 부조리와 얄팍한 윤리의식에 대한 날카로운 비판을 짤막한 분량으로 담아내며 『위험한 이방인』 『검은 개』에 이어 세번째로 부커상 후보에 올랐다. 그리고 마침내 ‘현대의 윤리와 문화란 어떤 것인지 묻는 냉정하고도 예리한 고찰’이라는 평과 함께 수상의 영예를 안은 이 작품으로 그는 선정적인 작품으로 이목을 끄는 작가라는 편견에서 벗어나 영국을 대표하는 지성적인 작가로 자리매김하게 되었다.


차기 총리의 정치생명을 끝낼 사진이 등장하자
두 남자의 신뢰와 윤리의식이 시험대에 오르고,
마침내 오랜 우정은 증오가 되어 그들을 암스테르담으로 이끈다

사진작가이자 레스토랑 평론가 몰리 레인의 장례식. 오랜 친구 사이인 버넌 할리데이와 클라이브 린리는 각기 다른 시기 그들의 연인이었던 몰리의 갑작스러운 죽음을 개탄한다. 장례식을 마친 후 클라이브는 뇌손상을 입고 손쓸 새도 없이 상태가 악화된 몰리처럼 언젠가 자기도 사리분별이 어려운 지경에 이른다면 안락사를 시켜달라 부탁하고, 버넌은 그 제안을 마지못해 받아들이며 자신에게도 같은 일을 해줄 것을 요구한다.

중앙 일간지 <저지Judge>의 편집국장 버넌의 가장 큰 걱정은 기울어져가는 신문사를 다시 일으켜세우는 것이다. 판매부수를 늘리기 위해 고심하던 그에게 신문사의 사주이자 몰리의 남편 조지가 비밀스러운 자료를 건넨다. 바로 보수당 출신 외무장관이자 차기 총리로 점쳐지는 줄리언 가머니가 여장을 한 채 도발적인 자세를 취하고 찍은 사진. 그와 내연관계였던 몰리가 찍은 그 사진을 공개한다면 ‘공공의 적’ 가머니는 정치적 생명이 끝장나는 동시에 신문은 날개 돋친 듯 팔려나갈 것이다. 그러나 소식을 들은 클라이브는 그것이 개인의 사생활을 침해할 뿐 아니라 세상을 떠난 몰리를 모욕하는 행위라면서 강하게 반발하고, 사진 공개의 윤리성을 둘러싸고 두 사람의 골은 깊어져간다. 한편 도래할 밀레니엄을 기념하기 위해 정부로부터 교향곡 작업을 의뢰받은 저명한 작곡가 클라이브는 작품의 영감을 얻기 위해 호수지대로 여행을 떠나고, 외진 곳에서 한 여자가 남자에게 위협당하는 상황을 목격하지만 머릿속에 떠오른 악상이 사라질 것이 두려워 조용히 자리를 뜬다.

버넌이 주도면밀하게 준비했던 기사는 한발 앞선 가머니의 대응으로 오히려 그에 대한 동정여론과 신문사를 향한 거센 반발을 불러일으키며 대실패로 돌아간다. 결국 일자리마저 잃은 버넌은 악담을 퍼부었던 클라이브에게 앙심을 품고 경찰에 그가 범죄현장의 목격자임을 제보하고, 클라이브는 범인식별을 위해 경찰서에 출석하느라 결국 교향곡을 돌이킬 수 없는 수준으로 망쳐버린다. 이제 서로를 향한 증오만 남은 두 사람은 각자의 은밀한 계획을 숨긴 채 화해를 청하며 클라이브의 교향곡 리허설이 열리는 암스테르담으로 향한다.


현대인의 욕망과 위선을 날카롭게 해부하는
영문학의 거장 이언 매큐언의 시니컬한 윤리적 우화

평범한 일상에 갑작스럽게 들이닥친 파괴적 사건이 인간에게 미치는 영향은 이언 매큐언이 오래도록 천착해온 테마로, 이번 작품에서는 예기치 못한 윤리적 딜레마에 직면한 인물들의 행동을 통해 현대의 윤리의식과 시대정신을 날카롭게 비판한다. 버넌은 인종차별과 사형제도의 부활을 지지하며 시대를 역행하는 정치인의 집권을 막기 위해, 클라이브는 역사에 길이 남을 위대한 교향곡의 완성을 위해 스스로 올바른 결정을 했다는 자기합리화에 빠지지만 두 사람 다 대의가 아닌 각자의 필요에 따라 움직였을 뿐이다. 결국 아무것도 지키지 못한 채 나락으로 떨어진 그들은 자신을 돌아보는 대신 상대에게 분노의 화살을 돌리고, 최후의 순간 서로의 존엄을 지켜주기 위해 했던 우정의 약속은 복수의 칼날로 변한다. 자기기만에 빠져 위선의 가면을 쓴 것은 이들만이 아니다. 아내의 옛 애인들을 은밀히 파멸로 몰아가기 위해 정교한 덫을 놓는 조지, 사생활이 폭로될 위기에 처하자 언론의 폭력적인 선전성을 한발 앞서 이용한 가머니, <저지>와 마찬가지로 문제의 사진을 손에 넣기 위해 입찰경쟁에 뛰어들지만 판세가 바뀌자 버넌을 향한 반대여론 형성에 앞장서는 언론사들, 조직을 비호하기 위해 범죄사건의 진상을 덮으려는 경찰들. 하나같이 이기적인 욕망에 따라 표변하는 인물들의 모습을 통해 매큐언은 이들이 속한 세대의 허위를, 한때는 더 나은 세상을 만들기 위해 투쟁했으나 이제 체제에서 우위를 점한 속물적인 기득권층의 자기기만을 적나라하게 드러낸다.

이처럼 겉으로는 그럴듯한 삶을 살고 있으나 실상은 얄팍하기 그지없는 인간들의 초상과 권력의 속성을 낱낱이 해부하며 매큐언은 신랄한 위트가 가미된 매끄럽고 날렵한 플롯을 선보인다. 두 인물의 내면을 오가면서 이야기가 진행되는 사이 전매특허라고 할 만한 시니컬한 유머와 장면을 세공하는 필력이 곳곳에서 빛을 발하고, 인물들의 줄다리기는 한 편의 심리스릴러를 방불케 하는 긴장감을 유지하며 결말을 향해 빠르게 나아간다. ‘관대하고 열린 사고를 지닌 성숙한 도시’ 암스테르담에서 그들을 기다리고 있는 최후는 과연 무엇일까. “시계공을 방불케 하는 기예로 미니멀한 작품 속에 기적적으로 광대한 공간을 창조해낸”(<선데이 타임스>) 『암스테르담』은 현대사회의 욕망과 윤리의식을 가차없이 해부하며 완벽하게 짜인 걸작을 읽는 순수한 쾌감을 선사할 것이다.

구매가격 : 9,800 원

신의 왼손 1

도서정보 : 폴 호프먼 | 2023-04-03 | EPUB파일

지원기기 : PC / Android / iOS

전 세계를 매료시킨
다크 판타지 3부작 국내 상륙

『신의 왼손』은 영국 작가 폴 호프먼이 2010년에서 2013년에 걸쳐 발표한 다크 판타지 소설이다. 『장미의 이름』의 장중함과 『해리 포터』 시리즈의 매력적인 판타지를 동시에 갖춘 이 트릴로지는 미국, 이탈리아, 독일을 비롯해 30개 언어로 출간되었으며, 중세 암흑시대를 연상시키는 배경과 흡인력 강한 줄거리로 전 세계적으로 사랑받았다. 폴 호프먼은 주드 로 주연의 뱀파이어 영화 <악어의 지혜>의 각본과 동명의 소설을 쓰며 이름을 알리기 시작했으며, 『신의 왼손』을 통해 화제의 작가로 급부상했다. 2021년 국내 출간된 『신의 왼손』과 『신의 왼손 2─최후의 네 가지』에 이어 『신의 왼손3─천사의 날갯짓』이 3부작의 국내 소개에 마침표를 찍는다.

이 아이를 찾아라.
그리고 발견하면 훗날을 위해 준비시켜라.
‘신의 왼손’, 또는 ‘죽음의 천사’라고도 불리는 이 아이가
그 모든 것을 가능케 하리니.

『신의 왼손 1』 알 수 없는 시대, 미대륙 어딘가로 추정되는 황무지에 우뚝 선 미로 속의 ‘성소’. 호전적인 전사이자 수도사들의 집단 ‘리디머’가 지배하는 이곳에서는 엄격한 규칙과 종교적 금기하에 열 살 안팎의 소년들이 전사로 양성되고 있다. 신의 뜻을 거스르고 세상에 혼란을 불러오는 ‘안타고니스트’ 무리와 대적하는 것이 그들의 목표. 기억도 나지 않는 어린 시절 이곳으로 끌려온 14세의 토머스 케일은 우연찮은 계기로 탈출로를 알게 되고, 함께 자란 친구 클라이스트와 헨리, 엉겁결에 성소에서 구해주게 된 미지의 소녀 리바와 함께 부유한 상업도시 멤피스로 향한다. 전투에 대한 천부적인 재능을 입증하고 총독의 아름다운 딸 아르벨과 사랑에 빠지며 자유를 누리던 것도 잠시, 이어진 리디머들의 추적과 대립을 통해 케일은 지금껏 스스로도 몰랐던 운명을 깨닫게 되는데……

『신의 왼손』의 도입부 설정과 줄거리는 전형적인 십대 모험 판타지의 형식을 띠고 있지만, 그보다 앞서 눈길을 끄는 것은 중세 성곽도시를 연상시키면서 어디에도 시대와 장소가 특정되어 있지 않은 미스터리한 배경 묘사다. 설정이 탄탄한 비디오게임처럼 각 단계마다 새로운 사실이 드러나며 독자들의 흥미와 궁금증을 유발하는 이 독특한 세계관은 작가 폴 호프먼의 실제 경험에 기인했다. 가톨릭계 기숙학교에서 십대 시절을 보내고 옥스퍼드대학교 뉴 칼리지로 진학한 그는 수도원만큼이나 폐쇄적이고 열악한 기숙학교의 공동 식당과 침실, 운동장 등에서 아직 어린 소년들에게 가혹할 만큼 엄격한 규율을 강요하는 ‘성소’의 모습을, 14세기에 지어진 유서 깊은 뉴 칼리지 건물의 회랑과 안뜰, 옥스퍼드시티의 웅장한 성벽 등에서 갖가지 인간군상이 모여 있고 교역이 활발한 상업도시 멤피스의 모티프를 가져왔다. 2권에 등장하는, 표면이 주름진 듯 보이는 촘촘한 능선 때문에 ‘거대한 고환’으로 불리는 타이거산은 그의 부모님 집에서 내다보이던 킬리만자로산의 풍경에서 따온 것이다. 중세적으로 들리는 허구의 지명과 함께 뉴욕을 중심으로 한 유럽과 북미의 실제 지명이 혼용되고 있는 것 역시 『신의 왼손』을 단순히 중세 판타지로 분류할 수 없게 만드는 특징이다.

죽음, 심판, 천국, 지옥
최후의 네 가지는 우리가 사는 집이요
고행, 죽음, 죄악
이것들은 우리가 입는 옷이로다

『신의 왼손 2─최후의 네 가지』 세상의 종말을 가져올 ‘신의 왼손’, 즉 ‘죽음의 천사’의 운명을 타고났다는 믿기 힘든 예언과 함께 리디머 무리로 돌아온 토머스 케일은 거듭되는 전투를 겪으며 전사로서의 본능에 눈뜬다. 단순한 육탄전뿐 아니라 전술과 지휘에서도 짧은 시간 안에 탁월한 발전을 보여온 그의 능력은 정말로 인류의 멸종을 위해 신이 내린 재능인 것일까? 교황의 자리를 노리는 리디머 보스코, 뼈아픈 배신을 안겼지만 여전히 아름다운 옛 연인 아르벨, 성소 밖에서 위기에 처하고 또 모면하며 각자의 운명에 휩쓸리는 클라이스트와 헨리. 새로운 인간관계와 바깥세상의 혼란을 겪으며 소년들은 스스로의 길을 개척해나가고, 케일은 안타고니스트뿐 아니라 자기 안의 선악과도 대결해야 하는 기로에 놓인다.

장르의 법칙을 충실히 따르는 듯하면서 세부를 파고들수록 뚜렷한 차별성을 보이는 『신의 왼손』의 특징은 주인공 토머스 케일을 그리는 방식에서도 드러난다. 세상에 파멸과 죽음을 가져올 운명을 타고났다는 예언의 주인공인 케일은 그 비극성을 내면화하고 고뇌하는 햄릿형 인간이 아니거니와, 스스로의 운명에 맞서거나 거스를 만큼 전적으로 선하거나 정의롭지도 않다. 일종의 ‘떠났다가 돌아오기’에 속하는 모험 플롯이 토대가 되는 1권에서는 판타지소설에서 익히 만나온 리더십 강한 소년 주인공의 면모를 보이지만, 안팎의 대립이 본격적으로 시작되는 2권에서는 마치 딴사람이 된 듯 냉철하고 잔인한 면까지 보인다. 전투와 정치적인 판단에서는 베테랑 군인 못지않게 성숙하지만 연애감정에 관한 한 어린아이처럼 분노를 조절하지 못하는 케일의 다면적인 모습에서, 선과 악을 동시에 지닌 캐릭터의 성장을 지켜보는 새로운 재미를 찾아낼 수 있을 것이다. 신이 창조한 거대한 역설과도 같은 존재인 그가 맞을 마지막 결말은, 연내 출간 예정인 완결편 『신의 왼손3─천사의 날갯짓』에서 확인할 수 있다.

‘죽음의 천사’는 오로지
세상을 파괴하는 데서 기쁨을 느낀다.
어두운 그림자와 황폐함이
그의 영혼에 안식을 선사하리라.

『신의 왼손 3─천사의 날갯짓』 토머스 케일은 교황이 된 보스코에게 쫓기는 신세가 된다. 정신병원에서 그의 영혼이 죽어가고, 육체는 경련으로 고통받는다. 그럼에도 그는 전장을 누비며 리디머들로부터 경이로운 승리를 얻어낸다. 친구 베이그 헨리와 평화로운 시간을 보내고 여성 전술가 아르테미시아와 사랑을 나누기도 하지만 심판의 날이 시시각각 다가오고, 복수심에 불타는 케일은 다시 어둠 한가운데로, ‘성소’로 향한다. 리디머들은 영원한 평화를 누리기 위해 모두 목을 매달았고 보스코 혼자 살아남아 용서를 구한다. 하지만 과거를 죽이지 않으면 과거가 나를 죽이는 법, 케일은 그를 처단하고 아무도 알지 못하는 곳으로 떠난다. 그를 보았다는 여러 소문이 돌지만 정확한 것은 알 수 없다. 다시 세상의 파멸이 다가올 때 그가 긴 잠에서 깨어나 세상을 구하러 돌아올까?

『신의 왼손 3―천사의 날갯짓』은 이 책과 관련해 제기된 출판 금지 소송 판결에 따라 책 앞머리에 싣게 된 ‘판결 요약문’으로 시작된다. 그 내용을 소개하자면, 폴 파렌하이트라는 사람이 ‘낙원의 쓰레기장’과 관련해 국제연합 고대유물 연구회와 갈등을 빚고 떠난 뒤 『신의 왼손』이라는 판타지 소설 3부작의 첫 권이 출간되었는데, 사실 이 소설은 파렌하이트가 ‘낙원의 쓰레기장’에서 고대 유물로 추정되는 다량의 문서를 발견한 뒤 스스로 번역해 모친의 성(姓)으로 출간한 책이라는 것이다. 작가는 이런 장치를 통해 이 소설의 출처가 실제로 존재하는 듯한 분위기를 부여해 장르의 경계를 모호하게 만들고 이것이 실존했던 이야기라는 또다른 판타지를 만들어낸다. 3권 말미에도 판결 내용에 따라 부록으로 ‘국제연합 고대유물 연구회 대표 성명’과 폴 파렌하이트의 성명이 실려 있다. 특히 폴 파렌하이트의 성명에서 작가의 심오하면서도 흥미로운 세계관과 소설관을 엿볼 수가 있다.

『신의 왼손』의 특징은 주인공 토머스 케일을 그리는 방식에서도 드러난다. 세상에 파멸과 죽음을 가져올 운명을 타고났다는 주인공 케일은 비극성을 내면화하고 고뇌하는 햄릿형 인간이 아니거니와, 스스로의 운명을 거스를 만큼 전적으로 선하거나 정의롭지도 않다. 케일의 성격은 모순적이다. 오만하면서 순결하고, 너그러우면서 무자비하다. 우리가 판타지소설에서 익히 만나온 리더십 강한 소년 주인공의 면모를 보이지만, 안팎의 대립이 본격적으로 시작되는 2권에서는 마치 딴사람이 된 듯 냉철하고 잔인한 면도 보인다. 3권에서는 그의 고뇌가 더욱 깊어진다. ‘신의 가장 큰 실수’인 인류를 멸종시키는 운명을 타고 난 그가 몸과 영혼이 모두 피폐해지며 큰 위기를 겪는다. 그러나 자신의 목숨을 노리는 자들과 어쩔 수 없이 조우하며 적극적으로 운명과 맞서게 되고, 중요한 전투들을 힘겹게 승리로 이끈 뒤 자신을 ‘죽음의 천사’로 만든 리디머 교황 보스코를 향해 점점 더 가까이 다가간다. 전투와 정치적 판단에서는 베테랑 군인 못지않게 성숙하지만 연애감정에 관한 한 어린아이처럼 분노를 조절하지 못하는 케일의 다면적인 모습에서, 우리는 선과 악을 동시에 지닌 캐릭터의 파란만장한 성장을 지켜보게 된다.

구매가격 : 11,900 원

신의 왼손 2

도서정보 : 폴 호프먼 | 2023-04-03 | EPUB파일

지원기기 : PC / Android / iOS

전 세계를 매료시킨
다크 판타지 3부작 국내 상륙

『신의 왼손』은 영국 작가 폴 호프먼이 2010년에서 2013년에 걸쳐 발표한 다크 판타지 소설이다. 『장미의 이름』의 장중함과 『해리 포터』 시리즈의 매력적인 판타지를 동시에 갖춘 이 트릴로지는 미국, 이탈리아, 독일을 비롯해 30개 언어로 출간되었으며, 중세 암흑시대를 연상시키는 배경과 흡인력 강한 줄거리로 전 세계적으로 사랑받았다. 폴 호프먼은 주드 로 주연의 뱀파이어 영화 <악어의 지혜>의 각본과 동명의 소설을 쓰며 이름을 알리기 시작했으며, 『신의 왼손』을 통해 화제의 작가로 급부상했다. 2021년 국내 출간된 『신의 왼손』과 『신의 왼손 2─최후의 네 가지』에 이어 『신의 왼손3─천사의 날갯짓』이 3부작의 국내 소개에 마침표를 찍는다.

이 아이를 찾아라.
그리고 발견하면 훗날을 위해 준비시켜라.
‘신의 왼손’, 또는 ‘죽음의 천사’라고도 불리는 이 아이가
그 모든 것을 가능케 하리니.

『신의 왼손 1』 알 수 없는 시대, 미대륙 어딘가로 추정되는 황무지에 우뚝 선 미로 속의 ‘성소’. 호전적인 전사이자 수도사들의 집단 ‘리디머’가 지배하는 이곳에서는 엄격한 규칙과 종교적 금기하에 열 살 안팎의 소년들이 전사로 양성되고 있다. 신의 뜻을 거스르고 세상에 혼란을 불러오는 ‘안타고니스트’ 무리와 대적하는 것이 그들의 목표. 기억도 나지 않는 어린 시절 이곳으로 끌려온 14세의 토머스 케일은 우연찮은 계기로 탈출로를 알게 되고, 함께 자란 친구 클라이스트와 헨리, 엉겁결에 성소에서 구해주게 된 미지의 소녀 리바와 함께 부유한 상업도시 멤피스로 향한다. 전투에 대한 천부적인 재능을 입증하고 총독의 아름다운 딸 아르벨과 사랑에 빠지며 자유를 누리던 것도 잠시, 이어진 리디머들의 추적과 대립을 통해 케일은 지금껏 스스로도 몰랐던 운명을 깨닫게 되는데……

『신의 왼손』의 도입부 설정과 줄거리는 전형적인 십대 모험 판타지의 형식을 띠고 있지만, 그보다 앞서 눈길을 끄는 것은 중세 성곽도시를 연상시키면서 어디에도 시대와 장소가 특정되어 있지 않은 미스터리한 배경 묘사다. 설정이 탄탄한 비디오게임처럼 각 단계마다 새로운 사실이 드러나며 독자들의 흥미와 궁금증을 유발하는 이 독특한 세계관은 작가 폴 호프먼의 실제 경험에 기인했다. 가톨릭계 기숙학교에서 십대 시절을 보내고 옥스퍼드대학교 뉴 칼리지로 진학한 그는 수도원만큼이나 폐쇄적이고 열악한 기숙학교의 공동 식당과 침실, 운동장 등에서 아직 어린 소년들에게 가혹할 만큼 엄격한 규율을 강요하는 ‘성소’의 모습을, 14세기에 지어진 유서 깊은 뉴 칼리지 건물의 회랑과 안뜰, 옥스퍼드시티의 웅장한 성벽 등에서 갖가지 인간군상이 모여 있고 교역이 활발한 상업도시 멤피스의 모티프를 가져왔다. 2권에 등장하는, 표면이 주름진 듯 보이는 촘촘한 능선 때문에 ‘거대한 고환’으로 불리는 타이거산은 그의 부모님 집에서 내다보이던 킬리만자로산의 풍경에서 따온 것이다. 중세적으로 들리는 허구의 지명과 함께 뉴욕을 중심으로 한 유럽과 북미의 실제 지명이 혼용되고 있는 것 역시 『신의 왼손』을 단순히 중세 판타지로 분류할 수 없게 만드는 특징이다.

죽음, 심판, 천국, 지옥
최후의 네 가지는 우리가 사는 집이요
고행, 죽음, 죄악
이것들은 우리가 입는 옷이로다

『신의 왼손 2─최후의 네 가지』 세상의 종말을 가져올 ‘신의 왼손’, 즉 ‘죽음의 천사’의 운명을 타고났다는 믿기 힘든 예언과 함께 리디머 무리로 돌아온 토머스 케일은 거듭되는 전투를 겪으며 전사로서의 본능에 눈뜬다. 단순한 육탄전뿐 아니라 전술과 지휘에서도 짧은 시간 안에 탁월한 발전을 보여온 그의 능력은 정말로 인류의 멸종을 위해 신이 내린 재능인 것일까? 교황의 자리를 노리는 리디머 보스코, 뼈아픈 배신을 안겼지만 여전히 아름다운 옛 연인 아르벨, 성소 밖에서 위기에 처하고 또 모면하며 각자의 운명에 휩쓸리는 클라이스트와 헨리. 새로운 인간관계와 바깥세상의 혼란을 겪으며 소년들은 스스로의 길을 개척해나가고, 케일은 안타고니스트뿐 아니라 자기 안의 선악과도 대결해야 하는 기로에 놓인다.

장르의 법칙을 충실히 따르는 듯하면서 세부를 파고들수록 뚜렷한 차별성을 보이는 『신의 왼손』의 특징은 주인공 토머스 케일을 그리는 방식에서도 드러난다. 세상에 파멸과 죽음을 가져올 운명을 타고났다는 예언의 주인공인 케일은 그 비극성을 내면화하고 고뇌하는 햄릿형 인간이 아니거니와, 스스로의 운명에 맞서거나 거스를 만큼 전적으로 선하거나 정의롭지도 않다. 일종의 ‘떠났다가 돌아오기’에 속하는 모험 플롯이 토대가 되는 1권에서는 판타지소설에서 익히 만나온 리더십 강한 소년 주인공의 면모를 보이지만, 안팎의 대립이 본격적으로 시작되는 2권에서는 마치 딴사람이 된 듯 냉철하고 잔인한 면까지 보인다. 전투와 정치적인 판단에서는 베테랑 군인 못지않게 성숙하지만 연애감정에 관한 한 어린아이처럼 분노를 조절하지 못하는 케일의 다면적인 모습에서, 선과 악을 동시에 지닌 캐릭터의 성장을 지켜보는 새로운 재미를 찾아낼 수 있을 것이다. 신이 창조한 거대한 역설과도 같은 존재인 그가 맞을 마지막 결말은, 연내 출간 예정인 완결편 『신의 왼손3─천사의 날갯짓』에서 확인할 수 있다.

‘죽음의 천사’는 오로지
세상을 파괴하는 데서 기쁨을 느낀다.
어두운 그림자와 황폐함이
그의 영혼에 안식을 선사하리라.

『신의 왼손 3─천사의 날갯짓』 토머스 케일은 교황이 된 보스코에게 쫓기는 신세가 된다. 정신병원에서 그의 영혼이 죽어가고, 육체는 경련으로 고통받는다. 그럼에도 그는 전장을 누비며 리디머들로부터 경이로운 승리를 얻어낸다. 친구 베이그 헨리와 평화로운 시간을 보내고 여성 전술가 아르테미시아와 사랑을 나누기도 하지만 심판의 날이 시시각각 다가오고, 복수심에 불타는 케일은 다시 어둠 한가운데로, ‘성소’로 향한다. 리디머들은 영원한 평화를 누리기 위해 모두 목을 매달았고 보스코 혼자 살아남아 용서를 구한다. 하지만 과거를 죽이지 않으면 과거가 나를 죽이는 법, 케일은 그를 처단하고 아무도 알지 못하는 곳으로 떠난다. 그를 보았다는 여러 소문이 돌지만 정확한 것은 알 수 없다. 다시 세상의 파멸이 다가올 때 그가 긴 잠에서 깨어나 세상을 구하러 돌아올까?

『신의 왼손 3―천사의 날갯짓』은 이 책과 관련해 제기된 출판 금지 소송 판결에 따라 책 앞머리에 싣게 된 ‘판결 요약문’으로 시작된다. 그 내용을 소개하자면, 폴 파렌하이트라는 사람이 ‘낙원의 쓰레기장’과 관련해 국제연합 고대유물 연구회와 갈등을 빚고 떠난 뒤 『신의 왼손』이라는 판타지 소설 3부작의 첫 권이 출간되었는데, 사실 이 소설은 파렌하이트가 ‘낙원의 쓰레기장’에서 고대 유물로 추정되는 다량의 문서를 발견한 뒤 스스로 번역해 모친의 성(姓)으로 출간한 책이라는 것이다. 작가는 이런 장치를 통해 이 소설의 출처가 실제로 존재하는 듯한 분위기를 부여해 장르의 경계를 모호하게 만들고 이것이 실존했던 이야기라는 또다른 판타지를 만들어낸다. 3권 말미에도 판결 내용에 따라 부록으로 ‘국제연합 고대유물 연구회 대표 성명’과 폴 파렌하이트의 성명이 실려 있다. 특히 폴 파렌하이트의 성명에서 작가의 심오하면서도 흥미로운 세계관과 소설관을 엿볼 수가 있다.

『신의 왼손』의 특징은 주인공 토머스 케일을 그리는 방식에서도 드러난다. 세상에 파멸과 죽음을 가져올 운명을 타고났다는 주인공 케일은 비극성을 내면화하고 고뇌하는 햄릿형 인간이 아니거니와, 스스로의 운명을 거스를 만큼 전적으로 선하거나 정의롭지도 않다. 케일의 성격은 모순적이다. 오만하면서 순결하고, 너그러우면서 무자비하다. 우리가 판타지소설에서 익히 만나온 리더십 강한 소년 주인공의 면모를 보이지만, 안팎의 대립이 본격적으로 시작되는 2권에서는 마치 딴사람이 된 듯 냉철하고 잔인한 면도 보인다. 3권에서는 그의 고뇌가 더욱 깊어진다. ‘신의 가장 큰 실수’인 인류를 멸종시키는 운명을 타고 난 그가 몸과 영혼이 모두 피폐해지며 큰 위기를 겪는다. 그러나 자신의 목숨을 노리는 자들과 어쩔 수 없이 조우하며 적극적으로 운명과 맞서게 되고, 중요한 전투들을 힘겹게 승리로 이끈 뒤 자신을 ‘죽음의 천사’로 만든 리디머 교황 보스코를 향해 점점 더 가까이 다가간다. 전투와 정치적 판단에서는 베테랑 군인 못지않게 성숙하지만 연애감정에 관한 한 어린아이처럼 분노를 조절하지 못하는 케일의 다면적인 모습에서, 우리는 선과 악을 동시에 지닌 캐릭터의 파란만장한 성장을 지켜보게 된다.

구매가격 : 11,900 원

신의 왼손 3

도서정보 : 폴 호프먼 | 2023-04-03 | EPUB파일

지원기기 : PC / Android / iOS

전 세계를 매료시킨
다크 판타지 3부작 국내 상륙

『신의 왼손』은 영국 작가 폴 호프먼이 2010년에서 2013년에 걸쳐 발표한 다크 판타지 소설이다. 『장미의 이름』의 장중함과 『해리 포터』 시리즈의 매력적인 판타지를 동시에 갖춘 이 트릴로지는 미국, 이탈리아, 독일을 비롯해 30개 언어로 출간되었으며, 중세 암흑시대를 연상시키는 배경과 흡인력 강한 줄거리로 전 세계적으로 사랑받았다. 폴 호프먼은 주드 로 주연의 뱀파이어 영화 <악어의 지혜>의 각본과 동명의 소설을 쓰며 이름을 알리기 시작했으며, 『신의 왼손』을 통해 화제의 작가로 급부상했다. 2021년 국내 출간된 『신의 왼손』과 『신의 왼손 2─최후의 네 가지』에 이어 『신의 왼손3─천사의 날갯짓』이 3부작의 국내 소개에 마침표를 찍는다.

이 아이를 찾아라.
그리고 발견하면 훗날을 위해 준비시켜라.
‘신의 왼손’, 또는 ‘죽음의 천사’라고도 불리는 이 아이가
그 모든 것을 가능케 하리니.

『신의 왼손 1』 알 수 없는 시대, 미대륙 어딘가로 추정되는 황무지에 우뚝 선 미로 속의 ‘성소’. 호전적인 전사이자 수도사들의 집단 ‘리디머’가 지배하는 이곳에서는 엄격한 규칙과 종교적 금기하에 열 살 안팎의 소년들이 전사로 양성되고 있다. 신의 뜻을 거스르고 세상에 혼란을 불러오는 ‘안타고니스트’ 무리와 대적하는 것이 그들의 목표. 기억도 나지 않는 어린 시절 이곳으로 끌려온 14세의 토머스 케일은 우연찮은 계기로 탈출로를 알게 되고, 함께 자란 친구 클라이스트와 헨리, 엉겁결에 성소에서 구해주게 된 미지의 소녀 리바와 함께 부유한 상업도시 멤피스로 향한다. 전투에 대한 천부적인 재능을 입증하고 총독의 아름다운 딸 아르벨과 사랑에 빠지며 자유를 누리던 것도 잠시, 이어진 리디머들의 추적과 대립을 통해 케일은 지금껏 스스로도 몰랐던 운명을 깨닫게 되는데……

『신의 왼손』의 도입부 설정과 줄거리는 전형적인 십대 모험 판타지의 형식을 띠고 있지만, 그보다 앞서 눈길을 끄는 것은 중세 성곽도시를 연상시키면서 어디에도 시대와 장소가 특정되어 있지 않은 미스터리한 배경 묘사다. 설정이 탄탄한 비디오게임처럼 각 단계마다 새로운 사실이 드러나며 독자들의 흥미와 궁금증을 유발하는 이 독특한 세계관은 작가 폴 호프먼의 실제 경험에 기인했다. 가톨릭계 기숙학교에서 십대 시절을 보내고 옥스퍼드대학교 뉴 칼리지로 진학한 그는 수도원만큼이나 폐쇄적이고 열악한 기숙학교의 공동 식당과 침실, 운동장 등에서 아직 어린 소년들에게 가혹할 만큼 엄격한 규율을 강요하는 ‘성소’의 모습을, 14세기에 지어진 유서 깊은 뉴 칼리지 건물의 회랑과 안뜰, 옥스퍼드시티의 웅장한 성벽 등에서 갖가지 인간군상이 모여 있고 교역이 활발한 상업도시 멤피스의 모티프를 가져왔다. 2권에 등장하는, 표면이 주름진 듯 보이는 촘촘한 능선 때문에 ‘거대한 고환’으로 불리는 타이거산은 그의 부모님 집에서 내다보이던 킬리만자로산의 풍경에서 따온 것이다. 중세적으로 들리는 허구의 지명과 함께 뉴욕을 중심으로 한 유럽과 북미의 실제 지명이 혼용되고 있는 것 역시 『신의 왼손』을 단순히 중세 판타지로 분류할 수 없게 만드는 특징이다.

죽음, 심판, 천국, 지옥
최후의 네 가지는 우리가 사는 집이요
고행, 죽음, 죄악
이것들은 우리가 입는 옷이로다

『신의 왼손 2─최후의 네 가지』 세상의 종말을 가져올 ‘신의 왼손’, 즉 ‘죽음의 천사’의 운명을 타고났다는 믿기 힘든 예언과 함께 리디머 무리로 돌아온 토머스 케일은 거듭되는 전투를 겪으며 전사로서의 본능에 눈뜬다. 단순한 육탄전뿐 아니라 전술과 지휘에서도 짧은 시간 안에 탁월한 발전을 보여온 그의 능력은 정말로 인류의 멸종을 위해 신이 내린 재능인 것일까? 교황의 자리를 노리는 리디머 보스코, 뼈아픈 배신을 안겼지만 여전히 아름다운 옛 연인 아르벨, 성소 밖에서 위기에 처하고 또 모면하며 각자의 운명에 휩쓸리는 클라이스트와 헨리. 새로운 인간관계와 바깥세상의 혼란을 겪으며 소년들은 스스로의 길을 개척해나가고, 케일은 안타고니스트뿐 아니라 자기 안의 선악과도 대결해야 하는 기로에 놓인다.

장르의 법칙을 충실히 따르는 듯하면서 세부를 파고들수록 뚜렷한 차별성을 보이는 『신의 왼손』의 특징은 주인공 토머스 케일을 그리는 방식에서도 드러난다. 세상에 파멸과 죽음을 가져올 운명을 타고났다는 예언의 주인공인 케일은 그 비극성을 내면화하고 고뇌하는 햄릿형 인간이 아니거니와, 스스로의 운명에 맞서거나 거스를 만큼 전적으로 선하거나 정의롭지도 않다. 일종의 ‘떠났다가 돌아오기’에 속하는 모험 플롯이 토대가 되는 1권에서는 판타지소설에서 익히 만나온 리더십 강한 소년 주인공의 면모를 보이지만, 안팎의 대립이 본격적으로 시작되는 2권에서는 마치 딴사람이 된 듯 냉철하고 잔인한 면까지 보인다. 전투와 정치적인 판단에서는 베테랑 군인 못지않게 성숙하지만 연애감정에 관한 한 어린아이처럼 분노를 조절하지 못하는 케일의 다면적인 모습에서, 선과 악을 동시에 지닌 캐릭터의 성장을 지켜보는 새로운 재미를 찾아낼 수 있을 것이다. 신이 창조한 거대한 역설과도 같은 존재인 그가 맞을 마지막 결말은, 연내 출간 예정인 완결편 『신의 왼손3─천사의 날갯짓』에서 확인할 수 있다.

‘죽음의 천사’는 오로지
세상을 파괴하는 데서 기쁨을 느낀다.
어두운 그림자와 황폐함이
그의 영혼에 안식을 선사하리라.

『신의 왼손 3─천사의 날갯짓』 토머스 케일은 교황이 된 보스코에게 쫓기는 신세가 된다. 정신병원에서 그의 영혼이 죽어가고, 육체는 경련으로 고통받는다. 그럼에도 그는 전장을 누비며 리디머들로부터 경이로운 승리를 얻어낸다. 친구 베이그 헨리와 평화로운 시간을 보내고 여성 전술가 아르테미시아와 사랑을 나누기도 하지만 심판의 날이 시시각각 다가오고, 복수심에 불타는 케일은 다시 어둠 한가운데로, ‘성소’로 향한다. 리디머들은 영원한 평화를 누리기 위해 모두 목을 매달았고 보스코 혼자 살아남아 용서를 구한다. 하지만 과거를 죽이지 않으면 과거가 나를 죽이는 법, 케일은 그를 처단하고 아무도 알지 못하는 곳으로 떠난다. 그를 보았다는 여러 소문이 돌지만 정확한 것은 알 수 없다. 다시 세상의 파멸이 다가올 때 그가 긴 잠에서 깨어나 세상을 구하러 돌아올까?

『신의 왼손 3―천사의 날갯짓』은 이 책과 관련해 제기된 출판 금지 소송 판결에 따라 책 앞머리에 싣게 된 ‘판결 요약문’으로 시작된다. 그 내용을 소개하자면, 폴 파렌하이트라는 사람이 ‘낙원의 쓰레기장’과 관련해 국제연합 고대유물 연구회와 갈등을 빚고 떠난 뒤 『신의 왼손』이라는 판타지 소설 3부작의 첫 권이 출간되었는데, 사실 이 소설은 파렌하이트가 ‘낙원의 쓰레기장’에서 고대 유물로 추정되는 다량의 문서를 발견한 뒤 스스로 번역해 모친의 성(姓)으로 출간한 책이라는 것이다. 작가는 이런 장치를 통해 이 소설의 출처가 실제로 존재하는 듯한 분위기를 부여해 장르의 경계를 모호하게 만들고 이것이 실존했던 이야기라는 또다른 판타지를 만들어낸다. 3권 말미에도 판결 내용에 따라 부록으로 ‘국제연합 고대유물 연구회 대표 성명’과 폴 파렌하이트의 성명이 실려 있다. 특히 폴 파렌하이트의 성명에서 작가의 심오하면서도 흥미로운 세계관과 소설관을 엿볼 수가 있다.

『신의 왼손』의 특징은 주인공 토머스 케일을 그리는 방식에서도 드러난다. 세상에 파멸과 죽음을 가져올 운명을 타고났다는 주인공 케일은 비극성을 내면화하고 고뇌하는 햄릿형 인간이 아니거니와, 스스로의 운명을 거스를 만큼 전적으로 선하거나 정의롭지도 않다. 케일의 성격은 모순적이다. 오만하면서 순결하고, 너그러우면서 무자비하다. 우리가 판타지소설에서 익히 만나온 리더십 강한 소년 주인공의 면모를 보이지만, 안팎의 대립이 본격적으로 시작되는 2권에서는 마치 딴사람이 된 듯 냉철하고 잔인한 면도 보인다. 3권에서는 그의 고뇌가 더욱 깊어진다. ‘신의 가장 큰 실수’인 인류를 멸종시키는 운명을 타고 난 그가 몸과 영혼이 모두 피폐해지며 큰 위기를 겪는다. 그러나 자신의 목숨을 노리는 자들과 어쩔 수 없이 조우하며 적극적으로 운명과 맞서게 되고, 중요한 전투들을 힘겹게 승리로 이끈 뒤 자신을 ‘죽음의 천사’로 만든 리디머 교황 보스코를 향해 점점 더 가까이 다가간다. 전투와 정치적 판단에서는 베테랑 군인 못지않게 성숙하지만 연애감정에 관한 한 어린아이처럼 분노를 조절하지 못하는 케일의 다면적인 모습에서, 우리는 선과 악을 동시에 지닌 캐릭터의 파란만장한 성장을 지켜보게 된다.

구매가격 : 12,600 원

설탕을 태우다

도서정보 : 애브니 도시 | 2023-03-31 | EPUB파일

지원기기 : PC / Android / iOS

2020 부커상 최종후보 ★ 2021 여성문학상 후보 ★ 2022 펜/헤밍웨이상 최종후보
2020 가디언·이코노미스트·스펙테이터·NPR 올해의 책
2021 뉴욕 타임스 주목할 만한 책 100

“내가 엄마의 불행에서 기쁨을 느낀 적이
없다고 말한다면 거짓말일 것이다”

“그저 재능 있는 작가가 아니라 선 하나, 음영 하나가 어떤 차이를 낳는지 아는 예술가”(<뉴욕 타임스>)라는 찬사와 함께 주목해야 할 작가의 등장을 알린 장편소설 『설탕을 태우다』가 출간되었다. 인도계 미국인 애브니 도시는 어머니의 고향 인도 푸네에서 지냈던 어린 시절과 조모의 알츠하이머 진단 경험에서 소설의 단초를 발견했고, 어머니와 딸의 복잡한 애증관계를 중심으로 모성과 기억에 대한 이야기를 쓰기 시작했다. 한 달 만에 완성된 초고는 2012년 미발표 원고를 대상으로 하는 티버 존스 남아시아상에서 심사위원단의 만장일치로 수상작으로 선정되었고, 7년의 집필을 거쳐 2019년 ‘흰 무명옷을 입은 여자Girl in White Cotton’라는 제목으로 인도에서 처음 출간되었다. 이듬해 영국에서 지금의 제목으로 소개되어 독자들에게 공개되기 3일 전 “감정을 쓰리게 자극하는 동시에 카타르시스를 안기는, 기억에 각인될 통렬한 소설”이라는 평과 함께 부커상 후보에 올랐고, 『울프 홀』 『튜더스, 앤불린의 몰락』에 이어 세번째 부커상 수상에 도전하는 영국의 대표작가 힐러리 맨틀을 제치고 데뷔작으로 최종후보에 올라 화제를 모았으며, 최종 수상작 『셔기 베인』에 이어 가장 높은 판매고를 기록하는 등 그해의 또다른 주인공으로 스포트라이트를 받았다. 애증으로 얽힌 모녀관계를 서늘하고도 거침없이 그려낸 이 작품에 쏟아진 관심은 계속 이어져 2021년 여성문학상 후보, 2022년 펜/헤밍웨이상 최종후보에 올랐고, <가디언> <이코노미스트> <스펙테이터>, NPR 선정 2020 올해의 책, <뉴욕 타임스> 선정 2021 주목할 만한 책 100에 이름을 올리며 애브니 도시라는 이름을 평단과 독자들에게 강렬하게 각인시켰다. 26개 언어로 번역 출간이 결정되기도 한 이 작품은 살만 루슈디의 소설 『한밤의 아이들』을 각색한 동명 영화 감독 디파 메타가 각본과 연출을 맡아 영화로 제작될 예정이고, 연극으로도 각색되어 런던 초연을 앞두고 있다.


이것은 사랑과 집착, 증오와 배신의 이야기
그리고 이야기의 주인공은 나와 나의 엄마다

평생 엄마의 보살핌을 받지 못한 안타라는 엄마가 고통을 겪을 때마다 일종의 쾌감을 느꼈다. 우주의 균형이 이루어지고 원인과 결과의 합리적 질서가 회복되는 일이라고. 하지만 이제 수지를 맞출 수 없게 되었다. 엄마가 알츠하이머 진단을 받고 기억을, 안타라를 방치함으로써 학대했던 과거까지도 모두 잃어가게 된 것이다. 불안해진 안타라는 병의 진행을 늦추기 위해 온갖 노력을 기울이지만 그럼에도 엄마의 머릿속은 하루하루 흐려져간다. 오래전에 죽은 친구에게 전화를 걸어달라고 부탁하는가 하면 이십 년 동안 살아온 집 주소를 잊어버리고, 가끔씩 딸의 얼굴도 알아보지 못할뿐더러 화가인 딸의 작품을 찾아 불태우는 엄마는 이제 의학적으로 믿을 수 없는 사람이다. 그러나 안타라에게 엄마가 믿을 수 있는 존재였던 적은 단 한 번도 없었다.

엄마는 자신에게 부과되는 모든 책임을 거부하며 욕구에 충실한 삶을 살았다. 남들의 시선이나 세간의 예의는 안중에도 없었고 전통에 따라 맺어진 혼인관계도, 남편과 가정이 최우선이 되어야 하는 삶도 견디지 못했다. 안타라가 태어난 뒤에도 아이에게 줄 젖을 그대로 흘리며 날마다 밖으로 돌아다닌 엄마는 급기야 집을 탈출해 어느 아슈람(영적 수행을 하는 인도의 수도원)에서 구루의 연인이 되었다. 시부모의 요구에 마지못해 안타라도 데려갔지만 다른 사람 손에 맡긴 채 나 몰라라 했고, 안타라는 매일같이 집단적 광기에 가까운 수행자들의 기이한 행동을 지켜보며 엄마를 그리워했다. 그렇게 사 년의 시간이 흐른 뒤 아슈람을 나온 두 사람은 가족으로부터 외면당한 채 길거리에서 구걸을 하며 살아가고, 결국 엄마의 부모님이 두 사람을 거두지만 안타라는 안정을 누릴 새도 없이 쫓기듯 기숙학교로 보내졌다. 안타라가 숨막히는 생활을 마치고 그곳에서 돌아온 뒤에도 엄마는 떠돌이 예술가와 사랑에 빠져 안타라를 방치했다.

이제 안타라는 자신의 가정을 꾸리고 화가로도 첫걸음을 내디딘 성인이지만, 엄마와는 별개의 독립된 자아를 만들기 위해 몸부림쳐 안착한 이 삶에서도 지독했던 과거로부터 자유롭지 못하다. 그런 결핍과 고통을 안긴 엄마를 죽을 때까지 원망하겠지만 한편으로는 평생 그리워해왔던 엄마를 죽을 만큼 사랑한다. 그리고 그 모든 지난날을 잊어가는 엄마를 보며 생각한다. 한순간도 나를 돌본 적 없는 엄마를 나는 어떻게 돌볼 수 있을까. 내 사랑을 돌려주지 않은 이 여자를 나는 어째서 이토록 사랑하는 것인가. 그리고 이제 막 태어난 딸에게 나는 같은 실수를 저지르지 않을 수 있을까.


“우리 두 사람 사이에는 어딘가 망가진 구석이 있다.”
엄마와 딸, 벗어나기 어려운 그 복잡한 애증관계

“내가 엄마의 불행에서 기쁨을 느낀 적이 없다고 말한다면 거짓말일 것이다”라는 첫 문장에서 유추할 수 있듯 애브니 도시가 그리는 어머니와 딸의 관계는 다감한 애정이나 따뜻함과는 거리가 멀다. 그보다는 갈망과 원망이 뒤섞인 양가감정에 사로잡혀 상처를 주고받으면서도 상대에게 집착하는 애증의 관계다. 평생 나를 경쟁자이자 적으로 여겨온 엄마에게 알츠하이머 증상이 보이자 안타라는 복합적인 감정에 휩싸인다. 내게는 여전히 생생히 남아서 고통을 안기는 지난날을 잊어가면서도 어떤 말이 나를 상처입힐 수 있는지는 정확히 기억하는 엄마, 이제 내 존재를 노골적으로 부정하고 지워버리려 하는 그 여자를 향한 분노. 그럼에도 내가 애정을 갈구했던 엄마가 껍데기만 남고 사라져버릴지 모른다는 불안과 공포. 그런 안타라의 시점으로 현재와 과거를 오가는 사이 소설은 두 사람 사이를 일방적인 가해자와 피해자의 관계만으로는 단정할 수 없음을 암시한다. 끊임없이 엄마를 원망하고 의심하는 안타라의 이야기도 확고한 진실이라기보다 그 자신의 입장에서 재구성된 기억이며, 병의 증상으로만 여겼던 엄마의 기이한 행동은 안타라가 은밀히 감춰두었던 과거에 원인이 있을지 모른다는 사실이 조금씩 드러나는 것이다.

자신도 아이의 부모가 된 안타라는 스스로에게서 엄마를, 딸아이에게서 자신의 모습을 발견하고 인정하고 싶지 않은 감정을 마주한다. 안타라에게 “나는 네가 내 인생을 망칠 줄 알았다”라며 독한 말을 퍼부었던 엄마처럼 자신의 딸이 지겹다는 생각을 하고 무의식중에 아이를 해치는 상상에 빠진다. 여성이 스스로를 지우고 전통적인 역할로만 기능하기를 강요받는 굴레 속에서 외조모와 엄마의 관계가 엄마와 안타라에게, 그리고 안타라와 딸에게 기묘한 유산처럼 전해지는 것이다. 마치 안타라의 아파트 거실 사방을 장식한 거울에 사물이 끝없이 복제되는 것처럼, 안타라가 진행중인 프로젝트의 일환으로 전날 그린 초상화를 그대로 묘사한 또 한 장의 초상화가 매일 생겨나는 것처럼. 그 가운데 안타라는 파괴적인 관계의 반복을 두려워하면서도 아이로 인해 자신의 존재가 사라지는 듯한 초조함을 느낀다. 그리고 스스로도 잊으려 했던 오랜 비밀을 알게 된 엄마가 자신과 딸의 안전에 위협이 될지 모른다는 위기감을 마주하자 은밀한 결단을 내린다.

구매가격 : 10,500 원

견딜 수 없는 사랑

도서정보 : 이언 매큐언 | 2023-03-28 | EPUB파일

지원기기 : PC / Android / iOS

잊을 수 없는 인물, 절묘한 플롯, 현대적이고 심오한 주제, 정밀한 문장
최고의 문학에서 기대할 수 있는 모든 것
이언 매큐언의 숨은 걸작을 새롭게 만나다!

이언 매큐언에게1997에서 2001년에 이르는 이 짧은 기간은 작가로서의 역량이 절정에 달한 시기였다. 1997년 『견딜 수 없는 사랑』을 발표했고, 그다음 해에는 『암스테르담』, 그리고 2001년에는 『속죄』 등 문제작을 잇따라 내놓으면서 일약 영문학을 대표하는 작가로 우뚝서게 된다.
그중에서 『견딜 수 없는 사랑』은 발표 당시 빌 브라이슨을 비롯한 수많은 작가와 비평가들의 열렬한 반응 속에 <뉴욕 타임스> ‘올해의 책’으로 선정되는 등 뜨거운 화제를 모으면서 일찌감치 부커상 수상이 기대되었으나 이언 매큐언의 운은 그다음 해였고 수상작은 『암스테르담』이었다. 전세계 문학계의 관심이 부커상 수상작에 쏠리면서 작가의 야심작인 『견딜 수 없는 사랑』은 상대적으로 조명을 덜 받게 되었다.

기이하고 강렬한 인물이 등장하는 심리드라마 『견딜 수 없는 사랑』은 의미심장한 주제와 눈부신 스타일로 평단과 독자의 열광을 이끌며 작가적 역량의 절정기를 대표하는 작품이다. 오래 절판 상태였던 이 숨은 걸작을 그의 작품 중 우리나라에서 가장 많은 독자의 사랑을 받았던 『속죄』의 번역가 한정아의 섬세한 번역으로 복복서가에서 새롭게 펴낸다.
강력하고 흡입력 넘치는 도입부라는 평이 쏟아졌던 만큼 이 소설은 시작하자마자 마치 그리스 비극과도 같이 독자를 인물들의 운명 속으로 던져놓는다. 그런 다음, 날카롭고 생생한 심리묘사를 통하여 지적이고 자신만만한 한 인물의 추락을 마치 옆에서 지켜보는 것처럼 경험하도록 만든다.
아름다운 들판에서 오랜만에 만난 연인과 한가롭게 소풍을 즐기려던 유명 과학저술가 조 로즈는 아이 혼자 타고 있는 헬륨 기구가 위태롭게 공중으로 떠오르는 것을 발견하고 사방에서 모여든 네 남자들과 함께 기구를 붙들기 위해 달려가 밧줄에 매달린다. 그러나 돌풍이 불어닥쳐 그들 모두를 허공으로 들어올린다. 모두가 계속 밧줄을 잡고 있다면 어쩌면 아이를 구할 수도 있을 것이다. 그러나 만약 누군가 하나라도 밧줄을 놓는다면 어떻게 될까? 기구는 더 높이 떠오를 것이고 비극이 일어날 것이다.
결국 비극이 벌어진다. 죄책감과 두려움을 느끼기도 전에 조 로즈의 눈 앞에 문제적 인물이 나타나 사랑과 용서의 얼굴을 한 광기의 세계로 그를 밀어넣으면서 이야기는 돌연 예측불가능한 곳으로 향하기 시작한다.

비극적 사고, 낯선 자와의 눈맞춤
그후 모든 게 변했다
누군가의 마음속에 구축된 세계로 끌려들어가면서부터

조는 클래리사와 안정된 사랑을 가꾸며 완벽히 정돈된 삶을 살고 있었다. 사고 현장에 함께 있었던 패리라는 남자와 얽히기 전까지는.
정확하고 신중하며 합리적인 조의 정신은 이해불가능한 존재인 패리와 만나면서 균형을 잃는다. 패리가 하는 말, 패리가 보이는 감정, 패리가 암시하는 모든 것에 이성과 과학으로 맞서지만 싸움은 쉽지 않다. 스토커인 패리는 오히려 조에게 왜 자기를 자꾸 끌어들이냐며 그 책임을 묻는다.
“언제 나를 놔줄 거야? 당신한테 온통 지배당하고 있어서 아무것도 할 수 없다고. 근데 왜 당신이 하는 짓을 인정하지 않는 거지? 왜 자꾸 내가 하는 말을 모르는 척해? 그리고 그 신호들 말이야, 조. 왜 계속 켜놓는 거야?” (p138)
조는 패리의 논리도 이유도 없는 열정과 광적인 확신에 맞서 삶의 전부를 걸고 투쟁하지만, 휘저어진 무의식적 감정은 마침내 그를 파국으로 이끈다.

반전의 반전의 반전, 영문학의 거장이 쓴 심리스릴러
사랑과 용서, 그리고 우리가 안다고 믿는 것에 대한 문학적 탐구

『견딜 수 없는 사랑』이 작가의 숨은 걸작인 이유가 오직 휘몰아치는 서스펜스와 유려한 심리 묘사 때문만은 아니다. 이 작품을 유기적으로 관통하는 의미심장한 주제들 때문이다. 비록 1997년에 쓰여졌지만 작품의 문제의식은 오히려 2020년대인 지금에 더 어울리는 것처럼 보인다. 광신자들이 뉴욕의 세계무역센터를 무너뜨리면서 시작한 21세기는 세계 곳곳에서 비슷한 갈등과 충돌로 얼룩졌다. 믿고 싶은 것만 믿으려는 경향, 가짜뉴스의 범람, 타인을 조종하려는 나르시시즘적 개인들이 늘어나고 있는 세상에서 이언 매큐언은 이성과 감정, 사랑과 집착, 과학과 종교, 직관과 논리의 이항대립 속에 인물들을 밀어넣고 독자들에게 다음과 같은 주제들을 함께 생각해보기를 권하고 있다. 사랑은 과연 무엇이며, 인간은 왜 신과 용서를 필요로 하는가, 종교 없는 사랑, 혹은 과학적 합리주의로 광신의 공격을 이겨낼 수 있을까? 신에 대한 두려움 없이 인간들은 온전히 살아갈 수 있을까? 작가는 또한 상반된 가치를 대변하는 인물들의 대립과 충돌, 그리고 무엇보다 플롯 자체를 통해 진실이란 무엇이며 우리가 인식하고 믿는다는 것은 과연 무엇을 의미하는가를 묻는다.

마지막으로, 소설 말미에 부록으로 첨부된 자료를 그냥 넘겨서는 안될 것이다. 작가가 너무도 그럴듯하게 창작한 나머지 많은 이들이 곧이곧대로 믿었고, 급기야는 정신의학계에 종사하는 전문가 중에서도 실제 사례로 오인한 경우가 있었다. 그 부록까지 꼼꼼히 읽은 후에 아마 독자들은 다시 소설의 첫 장을 펼치고 싶어질 것이다. 그리고 부록의 비밀을 알고 난 후에는 또다른 관점으로 소설을 바라보게 될 것이다. 처음에는 심상하게 넘겼던 표현들이 하나하나 의미심장한 아이러니로 이루어져 있음을 깨닫게 되고 『견딜 수 없는 사랑』을 관통하고 있는 또하나의 이야기를 발견하면서 풍성한 독서의 즐거움을 만끽하게 될 것이다.

구매가격 : 11,800 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