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어고전1,163 조지 버나드 쇼의 기적적인 복수 1885(English Classics1,163 The Miraculous Revenge by George Bernard Shaw)

도서정보 : 조지 버나드 쇼(George Bernard Shaw, 1856~1950) | 2023-10-31 | EPUB파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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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기적적인 복수 1885(The Miraculous Revenge by George Bernard Shaw)는 ‘셰익스피어 이후 최고의 극작가(The Greatest Playwright after Shakespeare)’로 추앙받는 19세기 영국 극작가 조지 버나드 쇼(George Bernard Shaw, 1856~1950)가 풋풋한 청년 시절(1879~1883)을 지나 한층 원숙한 필체로 집필한 단편 소설(Short Stories)입니다. 버나드 쇼의 대표작은 단연 희곡(戱曲, Play)일 것이나, 경력 초창기에는 다섯 권의 소설(Five Novels Early in His Career)을 비롯해 정치, 드라마 비평(Politics, Drama Criticism) 등 다양한 분야의 글을 왕성하게 집필하였습니다.

▶ 희곡 작가 버나드 쇼의 판타지와 호러 작품(Fantasy and Horror Classics), 이건 못 참지! : 대주교 추기경의 조카(Nephew of the Cardinal Archbishop) 제노 레게(Zeno Legge)는 삼촌을 만나러 아일랜드 더블린으로 갔으나, 곧 사고를 치고 교회가 조사해야할 초자연적인 사건(supernatural event)의 진위를 가리기 위해 포마일 워터(our Mile Water)란 시골 마을로 파견됩니다. 외딴 마을의 어느 묘지에 교회의 비밀요원으로 파견된 제노는 비록 교육은 잘 받았으나, 자신의 지성을 과신하는 오만한 성격의 소유자였고 이에 현지의 주민들과 잇달아 마찰을 빚게 됩니다.

▶ 신앙을 갖지 않았던 어느 죄인이 있습니다. 그 죄인은 마을 주민들의 반대에도 불구하고, 죽은 후에 교회 묘지에 묻혔습니다. 그런데 그 죄인이 묻힌 후 묘지에는 이해할 수 없는 기묘한 일이 벌어지기 시작하는데...?! 마을 주민들로부터 불편한 대접을 받은 제노는 이 현상을 이용하여, 오히려 마을 주민들에게 복수할 것을 결심합니다. 과연 제노는 죄인의 시신을 어떻게 사용하려는 것일까요?! 그야말로 인간의 이성을 넘어선 기적적인 복수 1885(The Miraculous Revenge by George Bernard Shaw)의 결말이 궁금하시다면, 일독을 권합니다. 테마여행신문 TTN Korea 영어고전(English Classics) 1,999선과 함께 어제도, 오늘도, 내일도 멋진 문학여행을!

▶ I arrived in Dublin on the evening of the fifth of August, and drove to the residence of my uncle, the Cardinal Archbishop. He is like most of my family, deficient in feeling, and consequently averse to me personally. He lives in a dingy house, with a side-long view of the portico of his cathedral from the front windows, and of a monster national school from the back. My uncle maintains no retinue. The people believe that he is waited upon by angels. When I knocked at the door, an old woman, his only servant, opened it, and informed me that her master was then officiating at the cathedral, and that he had directed her to prepare dinner for me in his absence. ▷ 나는 8월 5일 저녁 더블린에 도착하여 대주교 추기경이신 삼촌의 거주지로 차를 몰고 갔습니다. 그 사람은 대부분의 내 가족과 마찬가지로 감정이 부족하고 결과적으로 나를 개인적으로 싫어합니다. 그는 앞 창문에서 대성당의 현관이 옆으로 보이고 뒤에서 괴물 국립 학교가 보이는 우중충한 집에 살고 있습니다. 내 삼촌은 수행원을 유지하지 않습니다. 사람들은 그가 천사들의 시중을 받고 있다고 믿습니다. 내가 문을 두드렸을 때, 그의 유일한 하인인 한 노파가 문을 열었고, 그녀의 주인이 당시 대성당에서 주례를 맡고 있으며, 주인이 없는 동안 나를 위해 저녁 식사를 준비하라고 그녀에게 지시했다는 것을 알려주었습니다.

▶ "Now for my reasons for sending you to Wicklow. First, for your own sake. If you stay in town, or in any place where excitement can be obtained by any means, you will be in Swift's Hospital in a week. You must live in the country, under the eye of one upon whom I can depend. And you must have something to do to keep you out of mischief and away from your music and painting and poetry, which, Sir John Richard writes to me, are dangerous for you in your present morbid state. Second, because I can entrust you with a task which, in the hands of a sensible man might bring discredit on the Church. In short, I want you to investigate a miracle.“ ▷ "내가 당신을 위클로로 보낸 이유는 다음과 같습니다. 첫째, 당신 자신을 위해서입니다. 당신이 시내에 있거나 어떤 수단으로든 흥분을 느낄 수 있는 곳에 머무르면 일주일 안에 스위프트 병원에 입원하게 될 것입니다. 당신은 살아 있어야 합니다. 시골에서, 내가 의지할 수 있는 사람의 눈 아래서. 그리고 당신은 장난으로부터 당신을 보호하고 존 리처드 경이 나에게 위험한 음악과 그림과 시로부터 멀리 떨어져 있도록 뭔가를 해야 합니다. 당신은 현재 병적인 상태에 있습니다. 둘째, 분별 있는 사람의 손에 교회에 불신을 가져올 수 있는 임무를 당신에게 맡길 수 있기 때문입니다. 간단히 말해서, 나는 당신이 기적을 조사해 주기를 바랍니다.“

▶ "My Dear Uncle, "The miracle is genuine. I have affected perfect credulity in order to throw the Hickeys and countryfolk off their guard with me. I have listened to their method of convincing the sceptical strangers. I have examined the ordnance maps, and cross-examined the neighboring Protestant gentlefolk. I have spent a day upon the ground on each side of the water, and have visited it at midnight. I have considered the upheaval theories, subsidence theories, volcanic theories, and tidal wave theories which the provincial savants have suggested. ▷ “사랑하는 삼촌,” 기적은 진짜입니다. 나는 히키와 시골 사람들을 나와 함께 방심하게 만들기 위해 완벽한 경신에 영향을 미쳤습니다. 나는 회의적인 낯선 사람들을 설득하는 그들의 방법을 들었습니다. 나는 병기 지도를 조사했고, 이웃 개신교 신사들을 반대 조사했습니다. 나는 물 양쪽의 땅에서 하루를 보냈고 자정에 그곳을 방문했습니다. 나는 지방 학자들이 제시한 격변 이론, 침하 이론, 화산 이론, 해일 이론을 고려했습니다.

▶ It was now past two o'clock, and the dawn had begun; so that I had no further trouble for want of light. I wheeled the coffin to a patch of loamy soil which I had noticed in the afternoon near the grave of the holy sisters. I had warmed to my work; my neck no longer pained me; and I began to dig vigorously, soon making a shallow trench, deep enough to hide the coffin with the addition of a mound. ▷ 이제 오후 2시가 지나서 새벽이 시작되었습니다. 그래서 나는 빛이 부족하여 더 이상 어려움을 겪지 않게 되었습니다. 나는 오후에 거룩한 수녀들의 무덤 근처에서 보았던 양토로 관을 옮겼습니다. 나는 일에 마음이 따뜻해졌습니다. 내 목은 더 이상 아프지 않았습니다. 그리고 나는 힘차게 땅을 파기 시작했고 곧 얕은 도랑을 만들었고, 그 깊이는 무덤을 추가하여 관을 숨길 수 있을 만큼 깊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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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어고전1,180 조지 버나드 쇼의 비평가를 위한 응급처치: 참령 바바라 서문 1905(English Classics1,180 Preface to Major Barbara: First Aid to Critics by George Bernard Shaw)

도서정보 : 조지 버나드 쇼(George Bernard Shaw, 1856~1950) | 2023-10-31 | EPUB파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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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참령 바바라 1905(Major Barbara by George Bernard Shaw)는 ‘셰익스피어 이후 최고의 극작가(The Greatest Playwright after Shakespeare)’로 추앙받는 19세기 영국 극작가 조지 버나드 쇼(George Bernard Shaw, 1856~1950)가 풋풋한 청년 시절(1879~1883)을 지나 한층 원숙한 나이(49세)에 집필한 3막(Act I.~Act III.)의 희곡(戱曲, Play)입니다. 버나드 쇼의 대표작은 단연 희곡(戱曲, Play)일 것이나, 경력 초창기에는 다섯 권의 소설(Five Novels Early in His Career)을 비롯해 정치, 드라마 비평(Politics, Drama Criticism) 등 다양한 분야의 글을 왕성하게 집필한 바 있습니다. 테마여행신문 TTN Korea 영어고전(English Classics) 1,999선과 함께 어제도, 오늘도, 내일도 멋진 문학여행을!

▶ 자선단체는 도덕적으로 순수한 돈만을 기부 받아야 하는가?! : 바바라 언더샤프트(Barbara Undershaft)는 군수품 제조업체(Munitions Maker)로 큰돈을 번 앤드류 언더샤프트(Andrew Undershaft)와 영국 백작의 딸 브리토마트 언더샤프트 부인(Lady Britomart Undershaft)의 딸이란 화려한 배경에도 불구하고, 런던에 위치한 구세군(Salvation Army)에서 참령(參領, Major)으로 복무 중인 여주인공입니다. 빈민구제를 위해 구세군에 복무하면서도, 아버지가 사람 목숨을 죽이는 군수품을 팔아 번 피에 젖은 돈을 구세군에 기부하는 것에 환멸을 느끼는 바바라는 현실과 이상 사이에서 끊임없이 고뇌합니다. 페이비언 협회(Fabian Society, 1884~)의 페이비언 사회주의자(Fabian Socialist)인 버나드 쇼의 철학이 바바라의 행보에 짙게 배어 있음을 확인하실 수 있습니다.

▶ 이상과 현실 사이, 참령 바바라(Major Barbara)의 고뇌 : 그녀는 이웃들을 올바른 길로 인도하고자 하는 사명에 불타는 인물이지만, 빈곤이란 거대한 현실 앞에서 좌절할 수밖에 없었습니다. ‘가난은 나라도 구제하지 못한다.’라는 말이 있을 정도로 인류 역사에서 빈곤은 결코 해결할 수 없는 거대한 장벽이였기에, 버나드 쇼는 자신만의 냉소주의(Cynicism)를 관객들에게 설파합니다. 남의 나라에서 벌어지는 전쟁으로 번 돈일지라도, 우리 곁의 빈민들을 구하기 위해 쓸 수 있다면 좋은 거 아닌가?!

▶ 버나드 쇼는 작품과 별도로 작품과 관련한 6편의 원고를 묶은 비평가를 위한 응급처치: 참령 바바라 서문 1905(Preface to Major Barbara: First Aid to Critics by George Bernard Shaw)를 발표하였으며 참령 바바라 1905(Major Barbara by George Bernard Shaw)와 함께 읽으시면 더욱 좋습니다. 세인트 앤드류 언더샤프트의 복음서(The Gospel Of St. Andrew Undershaft), 구세군(The Salvation Army), 바바라의 색깔로의 복귀(Barbara's Return To The Colors.), 구세군의 약점(Weaknesses Of The Salvation Army.), 기독교와 무정부주의(Christianity And Anarchism), 건전한 결론(Sane Conclusions).

▶ Before dealing with the deeper aspects of Major Barbara, let me, for the credit of English literature, make a protest against an unpatriotic habit into which many of my critics have fallen. Whenever my view strikes them as being at all outside the range of, say, an ordinary suburban churchwarden, they conclude that I am echoing Schopenhauer, Nietzsche, Ibsen, Strindberg, Tolstoy, or some other heresiarch in northern or eastern Europe. ▷ 바바라 소령의 더 깊은 측면을 다루기 전에, 영문학의 명예를 위해 나를 비판하는 많은 사람들이 빠져 있는 비애국적인 습관에 대해 항의하고 싶습니다. 내 견해가 그들을 평범한 교외 교회 감독자의 범위 밖에 있는 것으로 생각할 때마다 그들은 내가 쇼펜하우어, 니체, 입센, 스트린드베리, 톨스토이 또는 북유럽이나 동유럽의 다른 이단자들을 반영하고 있다고 결론을 내립니다.

▶ I confess there is something flattering in this simple faith in my accomplishment as a linguist and my erudition as a philosopher. But I cannot tolerate the assumption that life and literature is so poor in these islands that we must go abroad for all dramatic material that is not common and all ideas that are not superficial. I therefore venture to put my critics in possession of certain facts concerning my contact with modern ideas. ▷ 나는 언어학자로서의 나의 성취와 철학자로서의 학식에 대한 이 단순한 믿음에 뭔가 우쭐한 것이 있음을 고백합니다. 그러나 나는 이 섬들의 생활과 문학이 너무 열악해서 우리가 일반적이지 않은 모든 극적인 자료와 피상적이지 않은 모든 아이디어를 얻기 위해 해외로 나가야 한다는 가정을 용납할 수 없습니다. 그러므로 나는 현대 사상과의 접촉에 관한 특정 사실을 비판자들에게 알리려고 감히 노력합니다.

▶ THE GOSPEL OF ST. ANDREW UNDERSHAFT. It is this credulity that drives me to help my critics out with Major Barbara by telling them what to say about it. In the millionaire Undershaft I have represented a man who has become intellectually and spiritually as well as practically conscious of the irresistible natural truth which we all abhor and repudiate: to wit, that the greatest of evils and the worst of crimes is poverty, and that our first duty—a duty to which every other consideration should be sacrificed—is not to be poor. ▷ 세인트의 복음. 앤드류 언더샤프트. 바바라 소령에 대해 무엇을 말해야 할지 말함으로써 나의 비평가들을 도와주게 된 것은 바로 이러한 경신입니다. 백만장자 언더샤프트에서 나는 우리 모두가 혐오하고 거부하는 거부할 수 없는 자연적 진리, 즉 가장 큰 악과 최악의 범죄는 가난이라는 사실을 지적으로나 영적으로 그리고 실질적으로 의식하게 된 사람을 대표했습니다. 우리의 첫 번째 의무, 즉 다른 모든 것을 희생해야 하는 의무는 가난하지 않는 것입니다.

▶ THE SALVATION ARMY. When Major Barbara was produced in London, the second act was reported in an important northern newspaper as a withering attack on the Salvation Army, and the despairing ejaculation of Barbara deplored by a London daily as a tasteless blasphemy. And they were set right, not by the professed critics of the theatre, but by religious and philosophical publicists like Sir Oliver Lodge and Dr Stanton Coit, and strenuous Nonconformist journalists like Mr William Stead, who not only understood the act as well as the Salvationists themselves, but also saw it in its relation to the religious life of the nation, a life which seems to lie not only outside the sympathy of many of our theatre critics, but actually outside their knowledge of society. ▷ 구세군. 바바라 소령이 런던에서 제작되었을 때, 두 번째 막은 구세군에 대한 위축적인 공격으로 북부의 중요한 신문에 보도되었고, 바바라의 절망적인 사정은 런던 일간지에서 맛없는 신성 모독으로 개탄되었습니다. 그리고 그들은 극장의 비평가라고 공언하는 사람들에 의해서가 아니라 올리버 로지 경과 스탠튼 코이트 박사와 같은 종교적이고 철학적인 홍보 담당자들과 구세주파뿐만 아니라 그 행위를 이해했을 뿐만 아니라 윌리엄 스테드 씨와 같은 열성적인 비국교도 언론인들에 의해 바로잡혔습니다. 많은 연극 평론가들의 동정 밖에 있는 것처럼 보일 뿐만 아니라 실제로는 사회에 대한 그들의 지식 밖에 있는 것처럼 보이는 삶, 즉 국가의 종교 생활과의 관계에서도 그것을 보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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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어고전1,193 조지 버나드 쇼의 피그말리온 1912(English Classics1,193 Pygmalion by George Bernard Shaw)

도서정보 : 조지 버나드 쇼(George Bernard Shaw, 1856~1950) | 2023-10-31 | EPUB파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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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피그말리온 1912(Pygmalion by George Bernard Shaw)는 ‘셰익스피어 이후 최고의 극작가(The Greatest Playwright after Shakespeare)’로 추앙받는 19세기 영국 극작가 조지 버나드 쇼(George Bernard Shaw, 1856~1950)가 풋풋한 청년 시절(1879~1883)을 지나 한층 원숙한 나이(56세)에 집필한 5막(Act 1.~Act 5.)의 희곡(戱曲, Play)입니다. 1913년 영국 런던이 아닌 비엔나 호프부르크 극장(the Hofburg Theatre in Vienna)에서 독일어로 초연을 올렸으며, 이듬해 1914년에야 비로소 웨스트엔드의 폐하 극장(His Majesty's Theatre)에서 영어 초연이 무대에 올랐습니다. 1938년 영화, 1956년 뮤지컬, 1964년 오드리 헵번(Audrey Hepburn)의 마이 페어 레이디(My Fair Lady, 1964) 등 현재까지도 회자되는 버나드 쇼의 대표작 중의 대표작입니다. ▷ 버나드 쇼의 대표작은 단연 희곡(戱曲, Play)일 것이나, 경력 초창기에는 다섯 권의 소설(Five Novels Early in His Career)을 비롯해 정치, 드라마 비평(Politics, Drama Criticism) 등 다양한 분야의 글을 왕성하게 집필한 바 있습니다. 테마여행신문 TTN Korea 영어고전(English Classics) 1,999선과 함께 어제도, 오늘도, 내일도 멋진 문학여행을!

▶ 조각가 피그말리온이 여성을 혐오한 이유는? : ▷ 피그말리온(Pygmalion)하면 ‘아름다운 여인의 조각상’이 떠오르지만, 사실은 여인이 아니라 거대한 상아에 자신의 이상형을 새긴 조각가의 이름입니다. 그럼 조각가는 대체 왜 아름다운 여인을 새겼을까요? 화가가 아름다운 여인을 화폭에 그리듯 조각가가 자신의 이상형을 조각하는 것은 설명할 필요도 없이 당연한 노릇일 것이나, 오비디우스(Publius Ovidius Naso)는 조각가가 ‘여성을 혐오하기 때문’이라는 설정을 추가하였습니다. ▷ 키프로스(Κύπρος)에서는 여인들이 매춘에 종사하는 경우가 많았습니다. 순진한 총각 피그말리온은 자신이 호감을 가지고 있던 여성이 낯선 사내의 품에 안겨 있는 것을 보고, 충격을 받아 방구석에 칩거하게 되었고, 실존하는 여성 대신에 자신이 모든 열정을 다해 깎은 아름다운 조각상을 보며 점차 사랑에 빠져들게 되는데……. 조각가 피그말리온이 ‘실존하는 여성’에 대한 관심을 잃고, 상상의 세계에서 자신만의 이상형을 조각하기 시작한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습니다. ▷ 한편 키프로스의 여성들이 매춘에 종사한 이유 또한 신화에 설명되어 있습니다. 미의 여신 아프로디테를 존경하지 않은 벌로, 아프로디테의 저주를 받아 매춘을 하게 했다는 것! 세상 만물의 근원과 이유를 신에게서 찾는 신화다운 설명입니다.

▶ 키프로스 남서쪽 파포스(Πάφος, Paphus)는 미의 여신 아프로디테의 고향땅으로 여겨지는 신화의 땅이기도 합니다. 아프로디테를 섬기는 미케네인의 신전이 건설된 파포스 지구(District of Paphos)는 1980년 그리스의 유네스코 세계유산으로 지정되었습니다. 피그말리온은 딸에게 파포스(Πάφος, Paphus)란 이름을 지어 주었습니다. 과연 독실한 아프로디테의 신자답지요? ▷ 신들의 저주와 보복으로 고통 받기 일쑤인 그리스·로마신화에서는 매우 드문 해피엔딩입니다만, 현대에서는 여성 갈라테이아(Galatea)를 ‘남성이 만들어낸 존재’로 그렸다는 점에서 비난하는 해석도 있습니다. 그러나 인간은 자신이 만들어낸 창조물에 애정을 가지기 마련입니다. 이는 이케아 효과(IKEA Effect)라 불리는 행동경제학의 소유 효과(Endowment Effect)로 설명된 바 있지요. ▷ 조지 버나드 쇼의 피그말리온(Pygmalion by George Bernard Shaw, 1913)은 신화의 수동적인 여성상을 비판하기 위해 당시의 영국을 배경으로 여주인공이 남자를 벗어나 자신의 삶을 꾸려가는 것으로 수정한 희곡 피그말리온 1912(Pygmalion by George Bernard Shaw)를 발표하였습니다.

▶ 오드리 헵번(Audrey Hepburn)의 마이 페어 레이디(My Fair Lady, 1964) : ▷ 오드리 헵번(Audrey Hepburn, 1929~1993)의 마이 페어 레이디(My Fair Lady, 1964)는 동명의 뮤지컬을 영화화한 작품입니다. 뮤지컬 마이 페어 레이디(My Fair Lady, 1956)는 조지 버나드 쇼의 피그말리온(Pygmalion by George Bernard Shaw, 1913)을 원작으로 제작한 것입니다. 조지 버나드 쇼의 피그말리온(Pygmalion by George Bernard Shaw, 1913)은 소설(Novel)이 아니라, 애초에 희곡(Play)으로 집필되었으니, 희곡 원작의 영화라고 하는 것이 더 정확하겠죠! ▷ 조지 버나드 쇼는 본인이 희곡을 썼으면서도, 뮤지컬 제작은 내켜하지 않아 그가 사망(1950)한 이후인 1956년에야 비로소 미국 브로드웨이에서 무대에 올랐습니다. 뮤지컬의 여주인공은 훗날 사운드 오브 뮤직(The Sound of Music, 1965)의 히로인으로 전 세계에 이름을 알린 말괄량이 마리아, 줄리 앤드루스(Julie Andrews, 1935~)! 뮤지컬은 7년간 무려 2,717회의 장기 공연을 이어갈 정도로 대성공을 거둡니다. ▷ 영화 마이 페어 레이디(My Fair Lady, 1964)는 현재까지도 그 명성이 바래지 않은 당대 최고, 아니 역대 최고의 미녀 오드리 헵번(Audrey Hepburn)이 등장하는 것에서 미루어 짐작할 수 있듯 언어학자 헨리 히긴스 교수(Professor Henry Higgins)와 빈민가 출신의 일라이자 둘리틀(Eliza Doolittle)이 결국 사랑에 빠진다는 로맨스 영화입니다. 당시 오드리 헵번의 출연료 100만 달러는 영화 역사상 여배우 출연료로는 2번째였다고 하네요.

▶ 그.러.나! 이는 조지 버나드 쇼의 피그말리온(Pygmalion by George Bernard Shaw, 1913)의 원작과는 사뭇 다른 결론입니다. 버나드 쇼는 신화의 수동적인 여성상을 뒤집기 위해 희곡을 썼기 때문에, 영화의 결말은 작가의 의도를 철저하게 무시한 셈이죠. ▷ 그러나, 제작진의 판단을 무작정 비난할 수도 없는 것이 바꾼 결말 덕분에 영화는 세계적으로 흥행할 수 있었거든요. 버나드 쇼 또한 살아생전에 소설의 독자들이 ‘행복하지 않은 결말’에 대해 무수한 비난을 쏟아낸 것을 익히 알고 있었습니다. 그래서 더더욱 ‘대중들이 받아들일 수 없는 주도적인 여성상을 그릴 수 없는’ 뮤지컬과 영화 제작에 호의적이지 않았을 테지요. ▷ 뮤지컬의 히로인이지만, 정작 영화에서는 주연을 맡지 못한 줄리 앤드루스(Julie Andrews)는 이후 출연한 메리 포핀스(Mary Poppins, 1964)와 사운드 오브 뮤직(The Sound of Music, 1965)의 세계적인 흥행으로 최소한 수상 이력만큼은 오드리 헵번을 압도하였습니다.

▶ LIZA [desperate] Oh, you are a cruel tyrant. I can’t talk to you: you turn everything against me: I’m always in the wrong. But you know very well all the time that you’re nothing but a bully. You know I can’t go back to the gutter, as you call it, and that I have no real friends in the world but you and the Colonel. You know well I couldn’t bear to live with a low common man after you two; and it’s wicked and cruel of you to insult me by pretending I could. You think I must go back to Wimpole Street because I have nowhere else to go but father’s. But don’t you be too sure that you have me under your feet to be trampled on and talked down. I’ll marry Freddy, I will, as soon as he’s able to support me. ▷ 리자 [절박하게] 오, 당신은 잔인한 폭군이군요. 나는 당신에게 말할 수 없습니다. 당신은 모든 것을 나에게 불리하게 만듭니다. 나는 항상 틀립니다. 하지만 당신은 자신이 깡패일 뿐이라는 것을 늘 잘 알고 있습니다. 당신은 내가 당신이 말하는 시궁창으로 돌아갈 수 없다는 것과 당신과 대령 외에는 세상에 진정한 친구가 없다는 것을 알고 있습니다. 당신도 알다시피 나는 당신들 다음으로 천한 남자와 함께 살 수 없었습니다. 그리고 내가 할 수 있는 척하면서 나를 모욕하는 것은 사악하고 잔인한 일입니다. 당신은 내가 아버지 집 외에는 갈 곳이 없기 때문에 윔폴 거리로 돌아가야 한다고 생각하는군요. 그러나 내가 당신의 발밑에 짓밟히고 멸시당할 것이라고 너무 확신하지 마십시오. 나는 프레디와 결혼할 거예요. 프레디가 저를 부양할 수 있게 되면 곧 결혼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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몰락하는 자(세계문학전집 078)

도서정보 : 토마스 베른하르트 | 2023-10-30 | EPUB파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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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흐만,한트케와 함께 오스트리아 현대문학을 대표하는
죽음, 절망, 고통, 파멸의 작가 토마스 베른하르트
그가 그려낸 이상적 예술 앞에서 절망하는 한 남자의 이야기

바흐만, 한트케와 더불어 오스트리아 현대문학을 대표하는 작가 토마스 베른하르트의 『몰락하는 자』가 문학동네 세계문학전집(78번)을 통해 국내에 처음으로 소개된다. 절망, 고통, 파멸, 죽음이라는 테마에 천착했고 쇼펜하우어와 비트겐슈타인의 영향을 받은 베른하르트는 생전에 카프카와 자주 비견되었고, 동시대에 활동했던 베케트를 능가한다는 평가를 받았다. 『몰락하는 자』는 실존 인물인 천재 피아니스트 글렌 굴드를 등장시키며 출간 당시 큰 화제를 모은 작품이다. 글렌 굴드라는 천재와의 만남을 통해 서서히 파멸해가는 베르트하이머라는 인물이 결국 죽음을 맞이하고, 그 죽음의 이유를 찾는 과정이 작품 전체에 걸쳐 그려진다. 예술의 절대성과 완벽성에 대한 주인공의 강박관념을 잘 드러낸 이 작품은 『벌목』『옛 거장들』과 함께 베른하르트의 예술 3부작으로도 불리며 유럽 최고의 문학상 중 하나인 프레미오 몬델로 상(1983)을 받았다.

‘둥지를 더럽히는 자’ ‘조국에 침을 뱉는 자’라는 비난에도
망명 대신 작품 활동으로 조국에 맞섰던 비판하는 지성 베른하르트

토마스 베른하르트는 바흐만, 한트케와 더불어 오스트리아 현대문학을 대표하는 작가이자, 20세기 독일어권 작가 중 가장 중요한 한 명으로 꼽힌다. 1957년 사망하기까지 60편 이상의 작품을 꾸준히 발표했으며 소설뿐만 아니라 시, 희곡 분야에서도 활발하게 활동했다. 베른하르트는 불우한 어린 시절과 전쟁의 경험으로 죽음, 절망, 고통, 파멸이라는 테마에 천착했다. 주인공의 파멸과 죽음의 과정을 그린 『몰락하는 자』 역시 이러한 베른하르트의 특징이 잘 드러나는 작품이다. 그는 또한 나치에 협력한 조국 오스트리아에 대한 강한 비판이 담긴 작품들로 ‘둥지를 더럽히는 자’ ‘조국에 침을 뱉는 자’라고 불리기도 했다. 그러나 동시대의 많은 작가들이 망명을 택했던 것과 달리 그는 철저하게 조국에 맞서며 작품을 통해 비판하는 지성의 모습을 보여주었다.
베른하르트의 소설은 분위기와 내용 면에서 본다면 지극히 절망적이고 음습하며 불안하다. 베른하르트가 어느 수상 소감에서 “죽음은 나의 영원한 테마”라고 밝혔듯, 그의 작품에서는 언제나 누군가의 죽음이 존재한다. 한 인물이 죽기까지의 정서적 혼란이 본인 또는 제 3자에 의해 독설과 냉소에 찬 어조로 광기에 가까운 장광설로 서술된다. 이러한 개인의 파멸 과정은 지극히 사적이고 주관적인 사고에 국한되는 것처럼 보이지만, 결국은 부조리 속에 놓인 인간 보편의 상황을 묘사하고 있다는 점에서 시대와 공간을 뛰어넘어 공감을 불러일으키고, 독자를 사로잡는다.

천재 피아니스트 글렌 굴드 신화를 창조한 소설

『몰락하는 자』는 캐나다 출신 천재 피아니스트 글렌 굴드를 소설에 등장시키며 출간 당시 큰 화제를 모은 작품이다. 소설에서의 글렌 굴드는 분명 허구적 인물임에 틀림없지만, 베른하르트의 독특한 서술 방식을 통해 허구와 현실의 구분이 모호해지면서 당시 글렌 굴드를 둘러싼 신화를 만드는 데 일조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몰락하는 자』는 이야기보다는 1인칭 화자의 회상과 성찰이 중심을 이룬다. 챕터 구분도 단락 구분도 없이 의식의 흐름 기법을 차용하였고, 이것은 베른하르트의 특징인 장광설의 문체와 어우러지며 독특한 분위기를 형성한다. “산문의 언덕 너머로 조금이라도 이야기가 끼어들 기미가 보이면 곧바로 쏘아 죽인다”고 말하는 베른하르트는 스스로를 ‘이야기 파괴자’라고 부르기도 했다. 과장과 언어 파괴를 주요 기법으로 사용하는 그는 과장이야말로 글쓰기의 필수 요건이며 과장을 통한 현실 파괴와 언어 해체의 작업만이 상투적인 현실 고발을 위해서 필요하다고 주장한다.
또한 베른하르트의 작품에서는 특별한 사건 전개가 없고 (남자) 주인공이 주로 내적 독백을 통해 고립된 자아의 고통을 이야기하면서도 그것만을 유일한 생존 방식으로 받아들이는 양면적 태도를 보이는데, 『몰락하는 자』의 주인공 베르트하이머 역시 그러한 모습을 보여준다. 글렌 굴드라는 천재 피아니스트와의 만남을 통해 서서히 파멸해가면서도 불행이 자신을 떠나는 것을 걱정하는 베르트하이머, 그의 죽음의 과정을 회상하고 성찰하며 ‘몰락’하지 않고 살아남은 ‘나’, 『몰락하는 자』는 이 둘을 통해 글렌 굴드라는 이상적 예술 앞에서 끊임없이 좌절할 수밖에 없는 인간의 모습을 통해 절망에 빠져 끊임없이 몰락하는 인간을 위한 한 편의 진혼곡이 되어준다.

구매가격 : 7,000 원

설자은, 금성으로 돌아오다

도서정보 : 정세랑 | 2023-10-30 | EPUB파일

지원기기 : PC / Android / iOS

『시선으로부터,』 『보건교사 안은영』
정세랑이 선보이는 본격 역사 미스터리 모험담!

언제나 우리에게 놀라운 재미와 따뜻한 감동을 동시에 전해주는 작가, 정세랑이 『시선으로부터,』 이후 3년 만의 신작 장편소설 『설자은, 금성으로 돌아오다』로 돌아왔다. 한번 손에 쥐면 순식간에 빠져들 수밖에 없는 흡인력 있는 전개와 사랑스럽고 생동감 있는 인물들, 읽는 이를 빈틈없이 감싸안는 온기 어린 시선으로 독자들의 확고한 지지를 받아온 정세랑은 자신만의 분명한 목소리를 지니면서도 폭 넓은 스펙트럼으로 작품 세계를 확장해왔다. 『시선으로부터,』로는 모계를 중심으로 이어지는 삼대의 이야기를 통해 새로운 가족상을 제시해 교보문고, 예스24, 알라딘 종합 베스트셀러 1위, 조선일보, 경향신문, 문화일보 등 다수의 매체에서 올해의 책으로 선정되며 전 국민적인 사랑을 받았고, 같은 해 동명의 소설을 원작으로 한 넷플릭스 시리즈 <보건교사 안은영>(이경미 연출, 정유미·남주혁 주연) 또한 화제를 불러일으키며 스토리텔러로서의 저력을 여실히 증명한 바 있다.
그런 정세랑이 이번에는 본격 명랑 역사 미스터리 소설을 선보인다. 『설자은, 금성으로 돌아오다』는 정세랑이 펴내는 첫 역사소설이자 첫 추리소설, 그리고 첫 시리즈인 ‘설자은 시리즈’의 1권이다. ‘설자은 시리즈’는 통일신라시대의 수도 금성을 배경으로, 왕실의 서기로 일하는 설자은이 주변에서 일어나는 미스터리한 사건들을 해결해나가는 이야기를 담고 있다. 1권 『설자은, 금성으로 돌아오다』는 어린 시절 죽은 오빠를 대신해 남장을 하고 당나라로 유학을 떠난 설자은이 금성으로 돌아온 뒤, 망국 백제 출신 장인 목인곤을 식객으로 들여 함께 수수께끼 같은 사건들을 해결하다 왕의 눈에 띄어 월지에서 열린 연회에 초대되는 과정까지를 그린다. 정세랑이 만들어낸 또하나의 환상적인 세계, 당시의 모습을 눈앞에 펼쳐 보이듯 생생하게 그려낸 7세기의 먼 과거에서 매력적인 인물들이 벌이는 흥미진진한 미스터리 모험담. 오래도록 독자들을 사로잡을 장대한 이야기가 여기에서 시작된다.

천년왕국 통일신라의 휘황찬란한 수도 금성,
세상 어디에도 없는 황금의 도시에서 펼쳐지는 미스터리 대수사극

『설자은, 금성으로 돌아오다』는 큰 전쟁이 끝나고 세 나라가 하나가 되어 표면적으로는 평화를 맞이했지만 내부에는 붕괴의 조짐이 도사리고 있던 통일신라시대를 배경으로 펼쳐진다. 한 번 본 것은 결코 잊지 않는 두뇌와, 사람과 사람 사이의 일을 간파하는 비상한 추리력을 가진 설미은은, 여성으로 태어나 능력을 발휘할 기회를 얻지 못한다. 하지만 당나라 유학이 내정될 만큼 명석했던 오빠의 급작스러운 죽음을 계기로 삶의 중대한 전환점을 맞이한다. 가족을 휩쓴 수많은 죽음 때문에 셋째였지만 맏이가 된 큰오빠 설호은이 가문을 되살리기 위해 비범한 능력을 지닌 미은을 이용하기로 한 것. 호은의 책략에 의해 미은은 본래의 이름을 버리고 죽은 오빠 ‘자은’의 이름으로 당나라 유학길에 오른다. 그렇게 성인이 될 때까지 숱하게 죽을 고비를 넘기며 공부를 끝마친 설자은은 다시 자신의 고향, 신라의 수도 금성으로 돌아온다. 하지만 비범한 능력을 지닌 이에게는 비범한 사건이 찾아오는 법일까? 자은은 돌아오는 길에서부터 기이한 사건들을 마주치게 된다.
자은은 당나라의 등주에서 신라의 당은포로 향하는 배 위에서 의문의 살인 사건을 만나고, 금성의 대저택에서는 연유를 알 수 없는 업화로 인해 죽음의 문턱에 이른 전쟁 영웅에 얽힌 숨겨진 진실을 파헤치며, 신라 육부 여인들의 길쌈 대회에서 일어난 사건의 범인을 추적한다. 이윽고 자은의 명석함은 신라의 왕의 귀에까지 들어가, 왕이 주최한 연회에 초대되기에 이른다. 그런데 아니나 다를까, 연회가 한창 무르익어갈 때쯤 월지에서 엎드린 채 죽어 있는 시신이 떠오른다. 사건의 진실을 명명백백하게 밝혀내기 전까지 그 자리에 있는 누구도 돌아갈 수 없다고 엄포를 놓는 왕, 왕의 눈에 들 수 있도록 자은에게 재주를 드러내기를 종용하는 호은, 그저 눈에 띄지 않고 조용히 넘어가고 싶은 자은. 과연 자은은 그 밤을 무사히 넘길 수 있을까?

“나는 피하지 않는다.”
왕이 답했다. 자은은 돌연 왕이 한 번도 자리에서 일어나지 않았다는 것을 깨달았다. 어쩌면 저리 오래 앉아 있을 수 있지? 뻐근할 법도 한데 처음의 자세 그대로였다.
“그대들도 이 일의 수면 아래를 볼 때까지 돌아가지 못한다. 마침 재주가 있다 하는 이들을 불러모았으니 그 재주를 써 명명백백한 바닥을 드러내라.”
수면 아래라는 말이 새삼스럽게 느껴졌다. 마치 밤의 월지, 검은 물을 손으로 퍼내라는 명처럼 들렸다.
_「월지에 엎드린 죽음」


정세랑이 탄생시킨 또하나의 독보적인 캐릭터, 설자은
“네가 쓰이지 않으면 신라가 잃는 것이라고 했지.
자, 내가 네게 쓰일 기회를 주겠다. 너는 이제 어쩔 것이냐?”

설자은은 『시선으로부터,』의 심시선, 『보건교사 안은영』의 안은영에 이어 정세랑이 탄생시킨 또하나의 독보적인 캐릭터라고 할 만하다. 7세기에 탐정이라는 말은 없었지만 신라 탐정 설자은이라고도 말해볼 수 있을 설자은이 지닌 진짜 능력은, 일어난 일의 구조를 간파하는 뛰어난 추리력이 아니라 사람의 안쪽을 깊이 헤아리는 능력일 것이다. 우리에게 익숙한 다른 탐정들과 설자은의 결정적인 차이는 바로 그 따뜻한 마음에 있다. 설자은 외에도 이 이야기에는 매력적인 인물들로 가득하다. 언제나 생긍생글 웃는 얼굴로 능청을 떨지만 부탁한 건 무엇이든 만들어내는 손재주를 지닌 망국 백제 출신 장인 목인곤, 뛰어난 머리를 지녔지만 어딘지 한군데가 고장난 듯한 윤리관을 지닌 설호은, 산학에 능하며 반듯한 균형 감각을 가진 설도은, 누구보다 아름답고 화려하지만 섬세하면서도 강인한 마음을 지닌 산아, 그리고 보는 이를 공포에 질리게 만들 정도로 강력한 카리스마를 지닌 왕까지. 이처럼 개성 강한 인물들이 사건의 소용돌이 속에서 어우러져 이야기를 이끌어나가는 것을 지켜보는 일은 ‘설자은 시리즈’를 읽는 또하나의 즐거움이 될 것이다.

자은은 열흘 안에 네 여자 중 누가 간절히 금전의 모가 되고 싶어하는지, 그중에 또 누가 어떻게 베틀을 부술 수 있었을지 밝혀내야 했다. 길쌈 대회가 끝나면 여자들은 원래대로 집안으로 숨겨질 테고, 일어난 일이 일어나지 않은 일이 되기 십상일 터였다. 다음 여름이 될 때까지 사람들의 마음을 곪은 채로 둘 수는 없었다. 염을 품고는 좋아하는 일도 좋아할 수 없고, 아끼는 이도 아낄 수 없다. 처음엔 도은을 위해서 시작했지만, 자은의 염려는 어느새 육부 여자들 전체에게로 번지고 있었다.
_「보름의 노래」

대학에서 역사교육을 전공한 정세랑은 오래전부터 본격적으로 과거 시대를 배경으로 하는 소설을 쓰고자 하는 소망을 비춰왔다. 작가는 통일신라시대를 배경으로 한 추리소설을 구상하고 경주로 첫 조사 여행을 떠난 것이 2016년이라 밝혔다. 『설자은, 금성으로 돌아오다』의 첫 에피소드이자 ‘설자은 시리즈’의 도입부에 해당하는 「갑시다, 금성으로」가 미스터리 소설 전문 잡지 『미스테리아』에 게재된 것이 2018년이니, 『설자은, 금성으로 돌아오다』가 완성되기까지 최소 7년이라는 시간이 걸린 셈이다. 작품의 배경이 되는 금성의 흔적을 찾아 경주로 수차례의 답사를 다녀오고, 수년간의 자료 조사를 거친 뒤에야 시리즈의 첫 권을 내놓을 수 있었다. 여기에 작가의 상상력이 더해져 먼 과거를 살아간 사람들이 우리 앞에서 생생히 살아 움직이게 된 것이다. 정세랑은 ‘작가의 말’에 과거 시대를 배경으로 하는 추리소설을 쓰고자 했을 때 시기를 통일신라시대로 정하는 것은 어렵지 않았다며, “풍요 속에 숨어 있는 붕괴의 씨앗”을 품은, “한껏 융성을 향해서 가다가 어느 순간 무너지기 시작”(‘작가의 말’)한 시대를 거울삼아보고 싶었다고 썼다. 그 말대로 평화로우면서도 혼란이 잠재되었던 시기는 미스터리한 사건들이 펼쳐지기에 안성맞춤인 무대일 것이다.
정세랑의 마법은 살인 사건이 일어나는 추리소설에서도 명랑함을 잃지 않는다는 데 있다. 지적 쾌감을 주는 트릭들도 물론 등장하지만 정세랑은 무엇보다 사람과 사람 사이의 이야기에 주목한다. 작품의 배경은 680년대 후반, 1300년이나 과거의 이야기임에도 지금 시대를 살아가는 우리와 크게 다르지 않은 사람들의 이야기. 마치 시간 여행을 떠나는 기분으로, 현재의 우리를 비춰보며 그 시대의 사건들을 지켜보는 일은 즐거운 독서 경험이 될 것이다.
‘설자은 시리즈’는 최소 세 권으로 기획된 시리즈로 2권 『설자은, 불꽃을 쫓다』(가제), 3권 『설자은, 호랑이 등에 올라타다』(가제)가 이어 출간될 예정이다. 작가는 열 권 이상의 시리즈가 되었으면 좋겠다는 야심찬 계획이자 희망을 밝혔다. 앞으로 오래도록 이어질 새로운 시리즈의 탄생을 함께 지켜봐주시길 바란다.

“이 책을 집어든 분들이 한순간만이라도 시간 여행의 감각을 느끼신다면 좋겠다. 다른 시대, 다른 장소에 직접 간 듯한 낯선 즐거움을 나누고 싶었다. 모두가 부를 줄 알았으나 이제는 한 마디도 남지 않은 노래를 함께 흥얼거릴 수 있다면, 지금 우리의 노래가 천 년 후에도 잊히지 않는다면 바랄 것이 없겠다.”
_「이야기가 발생한 틈새들─‘설자은 시리즈’가 탄생하기까지」, 『정세랑 작가 노트』에서

구매가격 : 11,800 원

돼지우리 피아니스트

도서정보 : 이부근 | 2023-10-27 | EPUB파일

지원기기 : PC / Android / iOS

바닥으로 추락한 세계적인 피아니스트 안나는 세희의 조언에 따라 시골 행을 결심한다. 그곳에서 안나는 돼지 농장과 인연을 맺고 인권과 동물권에 대해 고뇌한다. 이후 도덕적 깨달음과 감성적 치유를 통해 사람들 마음을 움직이고 예술적 거장으로 성장해간다.

구매가격 : 5,840 원

만년양식집(세계문학전집 232)

도서정보 : 오에 겐자부로 | 2023-10-27 | EPUB파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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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3년 3월에 타계한 노벨문학상 수상 작가이자 행동하는 양심
오에 겐자부로가 작가 인생을 성찰하며 쓴 마지막 소설

2011년 3월 11일에 일어난 ‘동일본대지진’ 이후 오에 겐자부로가 충격과 혼란에 휩싸인 일본을 무대로 잡지에 연재한 이야기를 묶은 책. 당시 작가가 겪은 현실과 과거, 앞서 죽은 이들에 대한 기억, 발표해온 작품들 속 허구가 뒤섞이며 편지와 인터뷰, 대담 등 여러 형식으로 전개되는 자전적 소설이다. 집필 과정을 소상히 드러내는 한편, 여러 화자의 시선과 목소리를 중첩시킨 메타소설이자 다성소설로, 오에의 인생과 작품세계를 총체적으로 담아냈다. 대지진과 쓰나미, 후쿠시마 원전 사고라는 파국적이고 암담한 상황 속에서도 미래 세대를 향한 희망을 잃지 않았던 오에 겐자부로. 그가 남긴 마지막 소설 『만년양식집』은 일본 정부가 후쿠시마 원전 오염수를 바다에 방류하기로 하여 반발과 논쟁이 격화된 지금, 더욱 절실하고 호소력 있는 메시지를 우리에게 전해줄 것이다.

자신과 세상에 대해 끊임없이 질문을 던져온 대가
오에 겐자부로의 아름다운 마지막 발자취
작가 인생을 치열하게 되짚어간 메타소설이자 다성소설

1957년 등단한 이래 반세기가 훌쩍 넘는 세월 동안 작품을 꾸준히 발표해온 한편, ‘전후 민주주의의 기수’로서 반전과 반핵을 역설해온 오에 겐자부로. “곤경에 처해 있는 현대 인류의 불가사의한 모습”을 형상화한 상상의 세계를 만들어냈다는 점을 인정받아 1994년 노벨문학상을 수상한 그는, 현실 참여적 지식인으로서 왕성히 활동하는 가운데서도 작품세계를 더욱 깊이 있게 확장해나갔다. 특히 노년의 나이듦과 미학에 관한 사유를 엿볼 수 있는 등단 50주년 기념작 『아름다운 애너벨 리 싸늘하게 죽다』(2007), 필생의 숙원 프로젝트로 마침내 아버지에 관해 본격적으로 이야기한 『익사』(2009)에 이어, 동일본대지진 이후 일본 사회의 혼돈을 그린 『만년양식집』(2013)은 오에의 만년 작업을 대표하는 소설 3부작이라 할 수 있다. 오에가 2023년 3월 3일에 88세를 일기로 세상을 떠나면서, 스스로 여러 차례 공언해온 바대로 『만년양식집』은 그의 마지막 소설이 되었다. 2015년 3월 ‘연세-김대중 세계미래포럼’ 참석차 내한했을 당시, 오에는 『익사』 한국어판 출간 기념 기자간담회에서 이렇게 밝힌 바 있다.
“인간 오에 겐자부로를 이해하기 위해 읽어야 할 책으로 세 권을 꼽고 싶다. 『히로시마 노트』 『오키나와 노트』 그리고 『만년양식집』이다. 『만년양식집』에는 노인이 자신의 일생을 되돌아보며 ‘소설을 어떻게 써왔는가’ 자문하는 내용을 담았다.”
오에가 대표적인 르포르타주인 두 작품과 함께 언급한 『만년양식집』은 원래 문예지 『군조群像』에 2012년 1월부터 2013년 8월까지 17회에 걸쳐 연재되었다. 인생을 회고하며 소설 쓰는 과정을 노출하는 실험적인 메타소설로, 오에 겐자부로라는 작가의 전모를 파악하게 해준다. 이전 작품들에서도 등장한 오에의 페르소나 ‘조코 코기토’를 중심 화자로 서술해나가며, 그의 소설에서 “일방적으로 묘사되어온 사실에 불만을 품고 있다”고 말하곤 했던 ‘세 여자’(여동생 아사, 아내 치카시, 딸 마키)의 비판과 반론도 담아낸다. 여성들의 냉철하고 준엄한 비판을 수용하는 과정에서 코기토는 자신이 발표해온 작품들이 빚어낸 오해에 맞서 해명하고, 잘못했거나 허술했다고 지적되는 부분에 대해서는 뼈저리게 인정하며 성찰한다. 또한 코기토가 따랐던 스승 같은 존재였으나 비극적으로 죽고 만 기 형의 아들 기 주니어가 도중에 등장해 코기토와 관련 인물들을 인터뷰하는 내용도 담겨 있다. 이로써 각기 다른 입장과 관점을 지닌 사람들의 목소리가 섞여드는 다성소설의 면모가 더욱 심화된다. 코기토의 삶과 작품을 다각적으로 회고하며 여러 인물이 번갈아가며 이야기하는 식으로, 일종의 푸가처럼 전개되는 이 소설에서는 음악이 주요 모티프로 다뤄지기도 한다. 코기토의 고향인 시코쿠 산골 마을에 전해 내려오는 ‘숲의 신비’ 전승에 기반해, 아들 아카리(오에의 맏아들로, 지적 장애를 지닌 작곡가 히카리가 모델이다)가 만든 〈숲의 신비의 음악〉이 줄곧 거론되며, 암으로 작고한 음악가 다카무라 도루가 언급되곤 한다.
자전적 요소가 강한 『만년양식집』에는 오에의 주요 작품들이 다수 거론된다. 장애를 지닌 아들의 탄생을 계기로 쓴 「하늘의 괴물 아구이」와 『개인적인 체험』, 노벨문학상 수상 당시에 대표작으로 언급된 『만엔 원년의 풋볼』, 기 형이 중심인물로 등장하는 『그리운 시간에 보내는 편지』, 고교 때부터 친구이자 아내의 오빠인 영화감독 이타미 주조의 자살을 계기로 집필한 『체인질링』, 두 노인의 모의 테러 사건을 그린 『책이여, 안녕!』 등인데, 작가로서 거둔 성과를 집대성하는 동시에 자기 비평을 시도함으로써 작가 인생을 되돌아보고 총결산하려는 오에의 의도가 엿보인다. 그런 만큼 『만년양식집』은 오에의 작품을 읽어온 이들에게는 그간 쌓아온 의문을 풀며 작가의 의도를 새삼 깨닫게 해줄 것이고, 오에를 처음 접한 이들에게는 이 소설에 나온 주요 작품들을 통해 그의 방대한 작품세계에 입문하는 계기가 되어줄 것이다.
앞서 죽은 이들을 기억하는 삶 속에서
파국을 뛰어넘어 새로운 희망을 찾아가는 여정

소설 속에서 노년의 작가 ‘나’(조코 코기토)는 동일본대지진으로 인해 무너진 서고를 정리하다가 발견한 노트에 글을 써내려가기 시작한다. 그리고 그 노트에 백혈병으로 타계한 친구인 문학비평가 에드워드 W. 사이드의 『만년의 양식에 대해서On Late Style』에 착안해 ‘만년의 양식으로 살면서In Late Style’ 쓰는 글이라는 뜻으로 ‘만년양식집’이라는 제목을 단다. 한편 아사(여동생), 치카시(아내), 마키(딸)는 ‘세 여자’라는 그룹을 결성해 내가 지금까지 발표한 소설에 대한 반론과 각자 품어온 생각을 써서 보내온다. 나는 내 글과 ‘세 여자’의 글을 합쳐서 일종의 사가판私家版 잡지 『‘만년양식집’+알파』를 만들기로 한다.
사소한 일이 계기가 되어 나와 관계가 서먹서먹해졌지만, 지적 장애를 지닌 아들 아카리는 후쿠시마 원전 사고로 인해 오염된 현황을 취재한 TV 특집 방송을 보고 충격받아 소리 내어 운 나를 걱정하며 위로의 말을 건넨다. 그러나 이어지는 여진 속에서 동요하던 아카리 자신도 간질 발작을 일으키며 고통을 겪게 된다. 상황이 심상치 않아지자 마키는 “아빠의 억압에서 벗어나 자유롭게 살고 싶다”면서 오빠 아카리와 함께 도쿄 집을 떠나 코기토의 고향인 시코쿠 숲속의 집으로 이주하기로 하고 실행에 옮긴다.
한편 『그리운 시간에 보내는 편지』에 등장하는 ‘기 형’의 아들로, 미국에 살던 기 주니어가 일본에 온다. 그는 후쿠시마에서 봉사활동을 하고 대지진과 원전 사고라는 ‘파국’을 취재하는 다큐 작업도 진행한다. 그 일환으로, ‘파국 위원회’라는 단체를 결성해 아버지 기 형, 자살한 영화감독 하나와 고로를 연구 대상으로 삼고는 그 증언자인 나와 아사, 치카시와 인터뷰를 하기 시작한다. 그러던 중 류머티즘이 재발해 힘들어하던 치카시를 간병하기 위해 마키가 상경하고, 그 대신 내가 시코쿠로 가서 아카리와 공동생활을 하게 된다. 갈등을 차츰 해소해나가던 나와 아카리는 아카리가 작곡하고 마키가 선곡한 CD 〈숲의 신비의 음악〉을 숲속에서 함께 들으며 감동을 느끼고, 내가 일흔 살에 쓴 시를 바탕으로 한 곡을 아카리가 만드는 계획으로 옮겨간다.


“나는 다시 살 수 없다. 하지만
우리는 다시 살 수 있다.”

동일본대지진 이후를 살아가며 ‘노년의 곤경’을 겪는 작가의 일상과 과거 회상이 교차되며 진행되는 『만년양식집』에서는 조코 코기토와 주변 인물들이 세상을 떠난 이들을 떠올리며 옛 기억을 찬찬히 되짚어나가는 과정이 그려진다. 기 주니어의 인터뷰에 응하면서부터 코기토는 일찍이 작가로 활동하며 실제로 겪은 일에 기반해 써온 작품들 이야기를 본격적으로 풀어놓는다. “앞서간 친구들이 어떤 식으로 인생의 마지막 정리를 했는지” 깨달아가던 그는, 차츰 절망과 우울에서 빠져나와 세상과 제대로 마주한다. 다음 세대가 살아갈 미래를 위해 원전 재가동에 반대하는 집회나 시위에 참여하며 희망을 꿈꾸게 된 것이다. 장애를 지녀서 마흔 후반의 나이에도 자립하지 못한 아들 아카리는 아버지 코기토를 더욱 불안하게 하지만, 코기토에게 중요한 테마인 ‘숲의 신비’ 전승에 영감받아 만든 음악을 들려줌으로써 치유와 화해의 계기를 마련해주기도 한다. ‘세 여자’도 코기토를 그저 비판만 하는 게 아니라 코기토를 대변하고 변호하는 역할을 자처하며 포용하고 연대하는 자세를 보여준다.
이 소설은 마지막에 코기토가 첫 손자의 탄생을 계기로 쓴 시를 인용하는 것으로 끝난다. 특히 “나는 다시 살 수 없다. 하지만/ 우리는 다시 살 수 있다”는 시 속 구절은 본인이 죽은 후에도 삶을 이어갈 다음 세대에 거는 긍정적인 기대를 보여준다. 이 소설을 통해 개인적 사회적 파국에 맞서려는 작가의 결연한 의지를 다시금 보여준 오에 겐자부로는 『만년양식집』 출간 당시에 소회를 이렇게 밝힌 바 있다.
“아마도 마지막 소설이 될 『만년양식집』을 나는 원숙한 노작가로서가 아니라 후쿠시마 원전 사고가 빚어낸 파국에 내몰리는 심정으로 써나갔다. 그러나 일흔 살 때 쓴, 젊은이들에게 희망을 이야기하는 시를 새롭게 인용하며 이 책을 마무리했다는 것도, 죽은 친구들에게 전하고 싶다.”

구매가격 : 11,900 원

두 도시 이야기

도서정보 : 찰스 디킨스 | 2023-10-25 | EPUB파일

지원기기 : PC / Android / iOS

“당신에게 그걸 증명해 보일 시간이 와서 감사할 따름입니다.
내가 하는 일엔 후회도 슬픔도 없습니다”

혁명의 불길 속에 타오르는
광기 어린 복수와 숭고한 희생의 대서사시

당신이 만약 우리가 옛날에 나눴던 말들을 기억한다면, 이 편지를 보고 바로 무슨 뜻인지 알 겁니다. 당신은 기억할 겁니다. 나는 알아요. 당신은 이런 걸 잊을 사람이 아니니까요. 당신에게 그걸 증명해 보일 시간이 와서 감사할 따름입니다. 내가 하는 일엔 후회도 슬픔도 없습니다.
- 본문 중에서

18년간 억울하게 바스티유 감옥에 갇혀 있다 구출된 마네트 박사와 그의 아름다운 딸 루시. 그런 루시를 흠모하는 놀랍도록 닮은 두 남자, 프랑스 귀족 찰스 다네이와 런던의 변호사 시드니 카턴. 18세기 런던과 파리를 휩쓴 혁명의 불길 속에서 촘촘히 엮인 네 사람의 운명은 광기 어린 복수 아래 아름답지만 비극적인 결말로 치닫는다.

역사상 가장 많이 팔린 단행본으로 알려진 『두 도시 이야기』는 프랑스 대혁명을 배경으로 하는 역사 소설인 동시에, 한 여인을 위한 한 남자의 숭고한 희생을 담은 사랑 이야기다. 톨스토이가 19세기 최고의 문호라고 극찬한 작가 찰스 디킨스는 생동감 넘치는 묘사로 18세기 영국과 프랑스를 눈앞에 보듯 그려낸다. 특히 파란만장한 역사를 긴박감 넘치는 서사에 녹여 내는 한편 지배 계급의 폭정, 비참한 민중의 삶과 같은 사회상은 물론 혼돈과 격변의 시기를 지나는 다양한 인간 군상의 면면을 날카롭고 섬세하게 포착해낸다. 대중성과 예술성 모두 놓치지 않은 작품으로 평가 받는 『두 도시 이야기』는 1859년 출간 이래 한 세기가 넘도록 영화, 뮤지컬, 오페라 등으로 재탄생되며 오랫동안 전 세계 대중의 사랑을 받고 있다.

구매가격 : 10,500 원

서점 푸로스퍼로

도서정보 : 에이미 마이어슨 | 2023-10-25 | EPUB파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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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군가와 매일 함께 있으면
그가 짊어진 과거까지 알게 되기 마련이다"

어느 날 갑자기 사라져버린 삼촌과
처음부터 그가 없었던 것처럼 행동하는 부모님,
그리고 죽은 뒤 다시 찾아온 삼촌

반은 미스터리, 반은 드라마다. 마이어슨은 진실의 중요성과 용서의 필요성을 역설하기 위해 복잡한 가족 역학을 활용한다. _『AP』

고전의 교훈과 대중문화의 서사가 긴밀하게 얽혀 있는 놀라운 책. 서점의 배경의 몽환적이다. _『맨해튼북리뷰』

주인공 미랜더 브룩스는 그녀의 괴짜 삼촌 빌 리가 운영하는 푸로스퍼로 서점에서, 그가 건네는 책을 읽고, 그가 데려가는 모험에 참여하고, 그가 내는 수수께끼를 해결하며 어린 시절을 보냈다. 그렇게 영원히 함께 할 것만 같았던 빌리는 그녀의 열두 번째 생일에 어머니와의 알 수 없는 불화를 겪은 후 돌연 사라져버린다. 그러나 "빌리가 단서의 모습으로 내게 돌아오리라는 걸, 나는 늘 알고 있었다"는 주인공의 말마따나, 그는 미랜더의 삶에 정확히 단서의 모습으로 돌아온다.

성인이 된 미랜더는 어느 날, 자신의 앞으로 온 우편물 하나를 받아 든다. 발신인을 알 수 없는 우편물 속에는 환한 웃음을 짓고 있는 금발의 여자가 인쇄된 카드 한 장과 셰익스피어의 대표적인 작품, 『템페스트』 한 권이 들어 있다. 누가 보낸 건지 생각해보려던 찰나, 그녀는 곧바로 어머니로부터 삼촌의 부고 소식도 듣게 된다. 그때 그녀는 직감적으로 『템페스트』가 삼촌이 남긴 수수께끼임을 알아차린다. 동시에 그 수수께끼를 통해 어릴 적 사라진 삼촌의 비밀, 그를 언급하기를 극도로 꺼리는 부모님의 비밀을 알아낼 수 있을 것만 같다는 예감을 갖게 된다. 그녀는 죽은 삼촌이 남긴 마지막 수수께끼를 풀기 위해, 자신이 십육 년 동안 알고 싶었지만 도저히 알 수 없었던 진실을 알아내기 위해 곧바로 자신의 새로운 터전, 필라델피아에서의 삶을 등지고 로스앤젤레스로 향한다.

그렇게 삼촌의 장례식을 찾은 그녀는 그곳에서 뜻밖의 인물, 삼촌의 변호사를 통해 그가 그녀에게 어릴 적 추억이 담긴 푸로스퍼로 서점과 그 위층의 자신이 살던 아파트를 유산으로 남겼다는 소식을 듣게 된다. 그러나 서점은 허울만 멀쩡할 뿐 제대로 된 재무 관리가 되어 있지 않다. 게다가 그곳 직원들 역시 갑자기 조카라며 나타난 그녀를 외지인 보듯 경계한다. 독자는 새로운 상황에 뚝 떨어진 그녀의 고난과 가족 와해의 비밀을 파헤치는 미지의 여정을 따라가며 서정적 문체에 깃든 은근한 서스펜스를 느낄 수 있다. 이처럼 ‘실종’ ‘죽음’이라는 키워드를 중심으로 가족 이야기를 전개하는 이 책은 비슷한 주제를 가진 여타 서정적인 도서와의 거리를 두는 데 성공한다.

『템페스트』부터 『제인 에어』 『프랑켄슈타인』 『비행공포』에 이르기까지
문학작품의 꼬리에 꼬리를 물고 밝혀내는 ‘나의 비밀’

이 책의 특이점은 주인공이 진실을 좇는 방식에 있다. 삼촌 빌리는 조카 미랜더에게 자신이 숨긴 비밀을 알려주는 방식으로 ‘퀴즈’를 활용한다. 이는 새로운 무언가를 알아가는 데 있어 두 주인공 간에 이미 합의된 규칙이자, 극을 끌고 나가는 동력이자, 독자를 극에 참여시키는 역동적 수단이다. 이 과정에서 『템페스트』 『제인 에어』 『프랑켄슈타인』 『이상한 나라의 앨리스』 『분노의 포도』 등 모두가 알 만한 문학작품들이 동원된다. 작가는 각 작품 속 캐릭터의 성격, 배경, 특정 목적, 교훈 등을 활용해 미랜더에게 비밀에 다가설 수 있는 단서를 주고, 미랜더는 그 단서가 가리키는 인물과 지역을 찾아가 삼촌의 비밀을 알고 있는 이들과 만난다. 이로써 독자는 『서점 푸로스퍼로』를 읽는 동시에 『제인 에어』를 이해하며 두 세계를 관통하는 키워드를 발견하게 된다. 이렇듯 책이 책을 조명하고, 탐구하고, 구현하는 『서점 푸로스퍼로』를 통해 독자는 미랜더의 ‘발견의 항해’에 동행하게 되는 것이다.

아픈 과거를 품고도 미래로 나아가는 법,
그리고 가능성으로서의 가족

자신의 과거이지만 소명되지 않은 과거에 둘러싸여 있는 미랜더는 편안한 거짓과 불편함이 예고된 진실 사이에서 매번 그 어떤 주저함도 없이 불편한 진실을 택한다. 자기 손으로 파헤치고 있는 땅에 자기 자신을 잡아먹을지도 모르는 비밀이 묻혀 있을 거라는 예감을 갖고도 파기를 멈추지 않는 것이다. 그 과정에서 그녀는 진실을 말해주지 않으려는 부모님과 반목하고, 엄마를 기꺼이 미워해버리기로 결정하기도 한다. 『서점 푸로스퍼로』에서 진실이란 지금 내가 가진 것을 의심하고 부정한 끝에 도달하는 은밀하고도 침침한 지점이다. 그리고 그 진실은 오직 과거로 진입해야만 만날 수 있다는 게 미랜더에게 주어진 운명이다.

그러나 책은 말한다. 미래로 제대로, 확실히 나아가기 위해서는 과거를 알아야 한다고. 알고도 품을 수 있어야 한다고. 역사 교사인 주인공이 "나는 가르치는 일이 아니라 역사를 사랑했던 거였다. 지나간 시간을 사랑했던 거였다"고 고백하는 데서 이 책이 결국 과거라 일컬어지는 멈춘 기억에 바치는 송시임을 부정할 수 없다. 그러나 『서점 푸로스퍼로』는 '과거를 사랑한다'는 의미를 다시 써낸다. 주인공은 수수께끼를 푸는 과정에서 알아낸 자신의 과거를 인정하고 포용함으로써 현재를 살고 미래로 전진한다. 그것이 바로 주인공이 '지나간 시간을 사랑'하는 방식이다. 그녀는 주어진 운명과도 같은 푸로스퍼로 서점을 제대로 경영해보기 위해, 그 대의에 이끌리는 자신의 충동에 솔직해지기 위해 줄곧 쌓아 올린 경력을 포기한다. 그리고 바로 거기에서부터 그녀는 자신이 앞으로 무엇을 하고 싶고 무엇을 해야 하는지를 깨닫는다.

우리는 이 책을 읽으며 '그래서 가족이란 무엇인가?'라는, 그동안 많은 작품과 작가가 질문하고 답해왔던 그 반복된 물음 앞에 다시 한번 서게 된다. 저자는 "피를 나누지 않았어도 가족은 가족"이라거나 "옆을 사랑으로 지켜주는 것이 가족"이라는 계도적 주장으로 그 관계를 정의하려 하지 않는다. 이 책에서 가족은 단지 '밉지만 떨쳐낼 수 없는' '어쨌든 계속되는' '질긴' 관계라고 어렴풋이 이해될 뿐이다. 그리고 그 어렴풋함이 갖고 있는 개방성이야말로 작가가 제안하는 '가족'의 가장 현대적인 정의다.

특수한 상황에 놓인 미랜더를 곰곰이 생각해보면 그가 처한 그 상황의 본질이 우리 일상의 그것과 다르지 않다는 걸 쉽게 눈치챌 수 있다. 회한, 질투, 책임의 방기에서부터 그에 따른 죄책감, 죽음까지. 그래서 진실을 얻어내기 위한 미랜더의 분투는 단지 좀 더 크고 복잡한 차원에서 이뤄지는 일상의 한 모습일 뿐이다. 우리는 우리의 현재와 과거를 돌아보기 위해, 그리고 미래를 마주하는 태도에 대한 어떤 힌트를 얻기 위해 이 책을 본다.

구매가격 : 12,600 원

최소한의 최선

도서정보 : 문진영 | 2023-10-25 | EPUB파일

지원기기 : PC / Android / iOS

김승옥문학상 대상 문진영 신작

“이 결과가 심사위원들에게도 신선한 충격이었다”라는 평과 함께 김승옥문학상을 수상하며 한국 문학계의 새로운 고유명으로 떠오른 문진영의 신작 소설집 『최소한의 최선』이 출간되었다. 등단 10년 이상의 작가들이 발표한 단편소설 중 최고의 소설에 주어지는 김승옥문학상은 어느새 한국문학의 올스타 스테이지로 확고하게 자리잡았다. 특히 김승옥문학상이 한 해를 결산하며 한국문학을 대표하는 쇼케이스가 될 수 있었던 비결에는 작가의 이름을 지운 블라인드 심사가 결정적인 요소로 작용했다. 그리고 어떤 선입견 없이 최고의 작품을 뽑는다는 취지가 놀라운 결과를 낳았던 해가 바로 2021년, 문진영이 대상을 수상한 해였다.
2009년 창비장편소설상을 수상하며 작품활동을 시작한 문진영은 꾸준히 집필을 이어왔지만 대중 독자에게는 아직 낯선 이름이었다. 그러나 “쓸모없는 것들에 대한 애틋한 마음”을 독자에게 전염시키면서도 “어떻게 살아야 할 것인가”를 “강요하지 않으면서도 설득했”(권희철)던 「두 개의 방」이 김승옥문학상 대상을 수상하며 한국 문학계에 화제를 불러일으켰다. 어떻게 이런 단단한 소설가를 놓칠 수 있었을까 싶게 절찬리에 발표 지면과 독자 호응이 잇따랐고, 준비된 내공을 차분히 증명하며 이어진 사랑스러운 이야기들이 비로소 『최소한의 최선』으로 묶였다.

문진영은 오래도록 그림자 안에 머물렀던 존재들에 대해 쓴다. 그러나 그는 빛과 어둠이라는 진부한 이분법을 반복하는 대신, 빛에선 잠재된 깊은 어둠을, 어둠에선 “빛의 기미”(「한낮의 빛」)를 퍼올려낸다. 고유한 음영을 지녔음에도, 그 사실을 깨닫지 못한 채 일률적인 삶의 방식에 휩쓸리는 이들이 있다. 자신에게 맞지 않는 삶을 연기하다가 소진된 채로 홀로 남겨진 이들에게 『최소한의 최선』은 다정히 안부를 묻는다.
“나는 뒤늦게야 그녀가 살아온 삶의 방식을 감히 짐작해볼 수 있었다. 최소한의 최선. 그것이었다”(「내 할머니의 모든 것」)라는 문장에서 기인한 제목은 우리가 스스로를 고갈시키지도, 그러나 아주 놓아버리지도 않게끔 해줄 절묘한 결합이다. 매일 주어지는 하루를 과연 어떻게 살아가면 좋을지 고민하는 이들이 자신만의 고유한 속도와 리듬을 깨우치고 매 순간 벅차오르는 기쁨을 오롯이 즐기게 함으로써. 문진영은 먼저 실천해 보인다, 깊이 고민하고 괴로워한 뒤 후련해진 말간 얼굴을 따라 짓게 하는 아홉 편의 이야기를 통해.

어둠 속에 어렴풋이 깃든 빛의 기미처럼,
삶의 다양한 파장을 보듬는 고요하고 끈질긴 낙관

“내가 삼대째 물려받은 것은 알코올에 대한 내성, 돌아온다는 약속, 어쩌면 사랑.”

「미노리와 테츠」의 ‘나’는 맞은편의 사람을 환하게 하는 에너지를 지닌 단짝친구 수민과 떠난 일본 여행에서 미노리와 테츠 부부를 만나 친해진다. 그후 수민에게서 그들이 이혼했다는 소식을 뒤늦게 듣는다. 어느 날 미노리는 한국에 왔다며 단둘이 보기를 청하고, 다시 만난 자리에서 두 가지를 고백한다. 수민이 종종 일본에 놀러왔을 때 수민 앞에서 테츠는 미노리가 처음 보는 얼굴을 짓곤 했다는 것. 그리고 미노리가 ‘나’를 좋아하지 않았다는 것. ‘나’에 대한 감정에 이유를 쉬이 덧붙이지 못하는 미노리에게 ‘나’는 말한다. “나도 알아. 우리는 지구의 다른 한쪽을 떠받치고 있는 사람들이지”라고.
문진영의 소설은 자기 자신 안의 어쩔 수 없는 어둠을 직면할 때에야 그 어둠으로부터 사랑을 위한 준비가 이루어질 수 있다는 통찰을 내비친다. 「변산에서」 속 각별했던 친구의 사고사를 산재로 인정받기 위한 모두의 기나긴 싸움은 좌절로 끝을 맺는다. 하지만 소설은 아픈 이별의 후에 어떻게 사람이 일상을 살아갈 수 있는지 물은 다음, 사랑이라는 작지만 분명한 답을 건넨다.
「오! 상그리아」의 ‘나’는 여행 작가로 오래 세상을 떠돈 엄마에게 커리어를 가로막았다는 자책과 그리움을 품고 있다. 그런 ‘나’에게 엄마는 그간 정체를 알 수 없었던 아버지에 대해 들려준다. 그렇게 밝혀지는 것은 외할머니와 엄마, 그리고 ‘나’까지 삼대째 이어지는 복잡하고도 깊은 사랑의 이력이다.
물론 그 사랑은 쉽게 이루어지지 않는다는 사실을 문진영의 소설은 모르지 않는다. 「내 할머니의 모든 것」의 ‘나’는 엄마의 어린 시절 집을 떠난 외할머니를 처음 만난 자리에서 그녀에게 반하고 만다. 홀로 살아가면서도 꼿꼿하고 우아한 그녀의 모습이 앞으로 살아갈 인생의 한 해답으로 다가온 것이다. 그렇게 그녀에게 따로 연락하기 시작하던 어느 날, 그녀가 사라진다. 그리고 그녀를 찾던 ‘나’는 이렇게 자문한다.

한편으로는 나 자신에 대한 의문도 들었다. 만약 배정심 여사의 가정사가 평범했다면, 그녀가 자식들을 키워 모두 결혼시키고 빈 둥지를 지키다가 남편과 사별한, 나의 친할머니 같은 사람이었다면 과연 어땠을까? 첫 만남에서 그녀가 근사한 밤색 코트가 아닌 진달래색 윈드브레이커를 입고 나타났다면? 그녀가 공원에 있는 운동기구에 거꾸로 매달려 있기를 좋아했다거나 선팅 캡을 애호했다면? 그래도 나는 할머니의 삶을 궁금해하고, 그녀와의 관계를 유지하고 싶어했을까?
_「내 할머니의 모든 것」에서

막다른 이해의 난점에서 「너무 늦지 않은 어떤 때」가 한 가지 답이 되어준다. 인도 여행에서 마주친, 스무 살 이상의 나이 차와 전혀 다른 삶의 조건에도 불구하고 ‘나’를 친구라 부르는 안와는 ‘나’에게 다소 불편한 존재일 뿐이다. 하지만 어느새 ‘나’는 이 지극히 불편한 인도와 안와, 그리고 자신이 서로 닮아 있다는 것을 발견하게 되는데…… 불가능해 보였던 이해는 상대를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면서 그 안에서 자신을 발견할 때 가능해진다는 진실이 “어떤 오늘도 내게 너무 늦지는 않았다는” 깨달음과 함께 서방정토로부터 서서히 밝아져오고 있다.

“한껏 끌어당겨지고 싶었다. 삶 쪽으로.”

『최소한의 최선』은 스스로 아직 무언가가 되지 못한 여정중에 있다고 여기는 이들에게 전하는 당부이기도 하다. 「고래 사냥」에서 내키지 않는 공무원 시험과 취업 준비를 하던 룸메씨와 ‘나’는 월미도 바이킹을 타기 위해 즉흥 여행을 떠나고, 「네버랜드에서」의 태국 여행에서 만난 찬란하리만치 젊은 아르바이트생 론은 현란하고 위험천만한 불쇼를 벌인다. 회사도 생산적인 ‘갭 이어’를 위한 준비도 그만두고 피곤해만 하는 「지나가는 바람」의 ‘나’는 넉살 좋은 표정의 이면에 한없는 지겨움을 감춘 후배 우림을 만나, 투신자살 방지 문구가 남아 있는 마포대교를 걷는다.
위험을 감수해야만 살아 있음을 실감할 수 있고, 말초적인 자극으로 시간을 흘려보내야만 스스로를 견뎌낼 수 있는 존재들. 문진영은 어떻게 ‘갓생’을 살아갈 수 있을지 되뇌며 젊음을 지나는 이들이 혼자만의 방에서 나오도록 한다. 그렇게 서로 만난 그들은 그간 알지 못했거나 외면했던 속내를 들여다보는 동안, 무언가 달라지고 있다고 예감한다.
그리고 「한낮의 빛」은 스스로 달라져가는 어둠과 빛이 가까스로 만나 어룽거리는 모양에 대한 이야기로서 『최소한의 최선』의 대미를 수놓는다. 유영의 성폭행 경험을 의도치 않게 퍼뜨리고 선택적 함구증을 오래 겪었던 ‘나’는 시간이 흘러 유영과 다시 마주친다. 그러나 그토록 고대해온 시간이었음에도 불구하고 어떤 말도 쉬이 꺼내기가 어렵다. 그렇게 다시 한번 자신을 어둠 속에 가두려는 ‘나’에게 “언니 목소리는 뭐랄까, 귀기울이게 만드는 힘이 있는 것 같아”라고 말하면서 다가오는 주명이 있다. 마치 ‘한낮의 빛晝明’을 떠올리게 하는 그 이름으로.

어둠 속에 있던 사람들은 자신과는 달리 반짝이며 빛나는 이들에게 질투를 느끼지만, 어느덧 빛과 어둠이 서로 결부되어 있다는 것을 깨닫는다. 멀리 있는 것만 같았던 타인에게서 스스로를 지키기 위해 ‘최소한의 최선’으로 빛을 내려 했던 노력과, 자신의 것과 닮은 어둠을 발견하게 되면서다. 그렇게 사람은 빛과 어둠이 만들어낸 그림자의 고유하고 깊은 영역을 헤아리면서 성장한다. 이제 우리에겐 낮과 밤, 빛과 어둠을 가르는 이분법이 아니라 서로에게 섞이는 과정이 뒤따를 것이다. 그 실천으로서의 이야기가 독자를 고스란히 설득시키고 마는 것은 문진영의 소설만이 지닌 능력일 테다. “서로 신념과 신神이 다른 너와 내가 하나의 믿음 아래 함께하는 것이 가능할까? 문진영의 소설은 그 자체로 최선의 대답이었다.”(정용준)

문진영의 소설은 빛과 어둠이 혼란스럽고 아름답게 섞여 있는 바로 그 세계로 우리를 데리고 간다. 그리고 보여준다. 새하얗고 완벽한 빛의 이면에는 보이지 않는 은은한 어둠이 있다는 것을, 반대로 캄캄한 어둠 속에서도 서서히 떠오르는 환한 빛이 있다는 것을, 그리고 내 몸만한 어둠이라고 생각했던 그림자가 실은 빛이 남긴 흔적일 수 있다는 것을. 그러니까 우리의 삶 자체를.
_인아영 해설 「빛과 그림자」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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