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녀들의 범죄

도서정보 : 오코제키 다이 | 2020-10-19 | EPUB파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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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소개

베스트셀러 <루팡의 딸> 저자 요코제키 다이의 새로운 미스터리 서스펜스!
히가시노 게이고가 극찬한 일본 추리 소설의 유망주,
요코제키 다이가 선사하는 또 한 편의 치명적인 추리소설

시대를 관통하는 요코제키의 장르적 시선
세상과 ‘불화’하는 그녀들의 비밀과 거짓말 그리고 함정
1988년 보수적인 일본 사회를 배경으로 한 묵직한 반전 추리극《그녀들의 범죄》로 요코제키 다이가 돌아왔다. 추리소설 작가의 최고 등용문 에도가와 란포상을 수상하며 화려하게 등단한 후 평단뿐만 아니라 독자들에게도 큰 인기를 얻은 요코제키. 그의 작품은 유혈이 낭자하는 사건 없이도 치밀한 구성과 흡입력으로 국내 많은 독자에게도 뜨거운 호응을 얻었다. “현실에 대한 묘사와 인간의 감정 흐름에 대한 관찰이 뛰어나다”는 히가시노 게이고의 평가 그대로 이 책에서도 그의 특기가 유감없이 발휘된다. 특히 소설의 초반부에는 캐릭터와 상황 설정에 심혈을 기울여 독자들이 등장인물에 보다 깊숙이 들어갈 수 있도록 유도한다. ‘결혼 적령기’를 지난 여성을 대하는 사회적 시선, 결혼한 여성을 향한 고압적인 태도 등 사회의 요구에 위축된 여성들의 심리 묘사는 이 책의 관전 포인트. 보수적인 일본 사회를 극명하게 드러내고자 선택한, 1988년이라는 시대적 배경 역시 탁월하다. ‘헤이세이(1989~2019)’라는 새로운 연호와 함께 여성들에게 열릴 새 시대를 염원하는 작가의 메시지가 특히 여성 독자들의 마음을 두드릴 것이다. 누군가의 아내로, 애인으로 남성과 가정의 주변부로 살아야 했던 소설 속의 여성들. 평범하게 살던 그녀들이 어느 날 맞닥뜨린 사건과 추악한 진실을 통해 자신에게 주어진 세계가 얼마나 위태로운 질서 위에 세워진 것인지 깨닫게 된다.
사건의 전말과 어둠 속에 감춰진 그날 밤의 진실은 무엇인지 세 여성을 둘러싼 비밀의 실타래가 독자들을 끝까지 붙드는 소설《그녀들의 범죄》. 독자들의 예상과 기대를 쌓아 올리고 무너뜨리기를 반복하며 마지막 페이지까지 한달음에 돌파하는 쾌감을 읽는 이들에게 선사할 것이다.

"서서히 밝혀지는 복잡 미묘한 과거와 의혹들. 마지막까지 단숨에 읽게 된다."
"요코제키의 작품은 무조건 읽는다!"


“지금까지 여자들의 삶은 험난하지 않은 적이 없었다”
마지막 페이지까지 한달음에 질주하는 그녀들의 범죄
누구나 부러워할 만한 완벽한 결혼 생활이지만, 자신은 이 집안의 ‘하녀’에 지나지 않는 생각에 괴로워하는 진노 유카리. 우연히 만난 옆집 여자 ‘다마나 미도리’에게 마음을 의지하며 불완전한 결혼 생활을 이어간다. 한편 대기업 홍보팀에서 일하는 ‘히무라 마유미’는 결혼을 인생의 ‘티켓’ 같은 것이라고 여기고 소개팅을 전전하지만, 소개팅남의 면면을 보며 질려버리고 만다. 그러다 우연한 계기로 병원에서 한 남자와 재회한다. 촉망받는 의사, 조각 같은 외모, 탄탄한 몸의 스포츠맨인 ‘진노 도모아키’. 대학 시절 모든 이의 관심을 한 몸에 받던 남자다. 하지만 그에게는 누구에게도 밝힐 수 없는 치명적인 과거가 있었는데, 바로 대학 시절 마유미가 아끼던 후배 A를 성폭행한 남자라는 사실. 마유미는 현장을 빠져나오는 도모아키를 목격한 유일한 목격자이지만, A는 그 뒤로 흔적도 없이 사라져버렸다. 도모아키는 오히려 자신을 유혹하고 함정에 빠뜨린 것은 A였으며 자신이야말로 불안감 속에서 지냈다고 해명한다. 자신이 진짜 좋아했던 건 마유미였다고, 오랫동안 그녀를 마음에 품고 있었다고 털어놓는다. 형편없는 남자들 틈에서 발견한 그가 자신이 꿈꾸던 결혼 생활의 마지막 조각을 완성할 거라는 희망을 품게 된 마유미. 그에 대한 믿음을 키워가던 그녀 앞에 예상치 못한 인물이 나타난다. 바로 도모아키의 아내 진노 유카리다. 배신감과 모멸감, 좌절감에 치를 떨던 그녀에게 아내는 뜻밖의 말을 건넨다. “내 남편과 절대 헤어지지 마세요.”
그러던 어느 날 유카리가 시신을 발견되었다는 소식을 접하고 마유미는 충격에 휩싸인다. 과거의 기억이 다시 소용돌이치며 그녀의 일상을 뒤흔들고, 사건의 모든 정황은 남편 도모아키를 향해 있다. 그러던 중 사라진 후배 A가 나타나며 사건은 또 다른 국면을 맞게 되는데…….

구매가격 : 10,500 원

한국인이 사랑한 위대한 한국문학 김동인에게 길을 묻다

도서정보 : 김동인 | 2020-10-19 | EPUB파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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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인들의 규격화된 생활은 편리하고 안정적이기는 하나 다양한 인생의 경험이 부족을 만들어냈습니다. 때로는 부조리 앞에서 혼란에 빠지거나 도덕적으로 해이해지기도 합니다. 소설 읽기를 통한 다양한 경험은 자신과 타인 간의 격차를 뛰어넘는 성숙한 정신세계를 가꿔줍니다. 과거를 통찰하고 미래의 삶을 예측 설계할 수 있게 합니다. 한국근현대문학을 통해 한국의 정신적 고향을 알고 성숙한 정신세계를 확대해 나가기를 바랍니다. 이번 한국단편문학 『김동인에게 길을 묻다』에는 김동인의 대표작 중 「배따라기」 「감자」 「붉은 산」을 수록하고 있습니다.

구매가격 : 2,000 원

컬러, 옐로우

도서정보 : 김성진 | 2020-10-16 | EPUB파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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깔끔한 문체에 호기심을 자극하는 설정의 단편 환상소설.
평범한 직장인이던 주인공은 어느 날 알 수 없는 이유로 색을 볼 수 없게 된다. 그러나 한 여자의 도움으로 빨간색을 구분할 수 있게 된 주인공. 그가 노란색으로 가득 찬 가을의 풍경 속을 걷지만, 구분할 수 있는 것은 언뜻언뜻 스쳐가는 빨간 물체들 뿐이다. 그러다가 우연히 지하철역에서 콘트라베이스를 연주하고 있는 소년을 만난다. 눈이 보이지 않지만 완벽하게 악기를 다루고 있는 소년과 이야기를 나누게 된 주인공. 그리고 소리를 통해 세상을 바라보는 법을 배우게 된다.

구매가격 : 1,500 원

스모킹 오레오

도서정보 : 김홍 | 2020-10-15 | EPUB파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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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로운 차원의 활달함, 김홍 첫 장편소설
서울에서 총기 사건이 일어난다면?
총이 되고 싶지 않은 총에 대한 기발한 상상력

김홍 작가의 첫 장편소설이 자음과모음 새소설 시리즈로 출간되었다. “엉뚱하지만 치밀한 세부의 부연으로 그 엉뚱함이 자연스러운 것으로 바뀌고 독자가 그것을 자연스럽게 받아들이도록 만든다”(오정희·성석제 소설가)라는 찬사를 받으며 2017년 동아일보 신춘문예를 통해 소설을 발표하기 시작한 작가는 2020년 대산창작기금을 수혜하며 단숨에 주목받는 소설가로 떠올랐다. 활달하고 신선한 화법, 풍부한 디테일로 무장한 재미와 사유도 물론이지만, “어쩌면 소설을 쓰는 일이 세상에서 제일 재미있는 일이라고 생각하는 사람일지도 모른다는 추측”을 했다는 심사평(강영숙·김이정·한창훈 소설가)이 인상적이다. 재미있게 쓴 소설은 얼마나 재미있게 읽힐까. 『스모킹 오레오』는 그 기대를 훨씬 충족시켜주고도 남을 만한 수작이다.

총기 소지가 금지된 대한민국 서울에서 총기 사건이 일어난다면? 이야기는 여기서부터 시작한다. 어느 날 게임 참여를 독려하는 메일이 청계천 공구 상가로 날아든다. 그러니까 실제로 총을 만들어 쏘는 게임. 성공하면 엄청난 보너스까지 획득할 거라는 메시지. 참가자들한테는 미군의 제식 소총인 M4A1의 세밀한 설계도면이 완전한 형태로 제공된다. 그러자 게임에 참여한 십수 명의 기술자들이 3D 프린팅 기술을 통해 총을 만들어내기 시작하는데…… 시내 곳곳에서는 총이 터져버리는 사건이 연이어 발생한다. 시종일관 유쾌한 화법과 담대하고 흥미진진한 상상력이 소설 전반을 장악하고 있는데 그 스케일은 가히 압도적이다.

구매가격 : 9,100 원

투환금은

도서정보 : 윤백남 | 2020-10-15 | EPUB파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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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산갑자사화(燕山甲子士禍)에 간신의 이름을 받고 죽은 한치형(韓致亨)의 문인으로 있던 조성산(趙誠山)은 처자의 권에 못 이겨 길을 떠났다.
오백여리 먼 길을 노자 겨우 열아문 냥을 지니고 길을 떠난 조성산은 과객질을 하며 가기로 방침을 정하지 않을 수 없었다.
그러나 그보다도 더 그의 가슴을 무지근하게 한 것은 처자가 굶주리는 참경을 차마 볼 수 없어 행여나 하고 길을 떠나기는 하였지마는 관서 백한감사(關西伯韓監司)의 심지를 잘 아는지라 과연 얼마의 전곡을 얻어 올 수 있을가, 그것에 대한 자신이 도무지 없는 일이었다.
『세상에 그런 인사가 어디 있겠소 아무리 인색하고 무정하다 할지라도 배은망덕도 분수가 있지, 설마하니 오백여리를 걸어간 노인을 그냥 돌려 보낼 리야 있소, 벼락을 맞을 일이지.』
하고 이웃 사람들도 처자와 함께 권하는 것이었다.
누구나 지나간 일의 이야기를 들으면 그렇게 생각할 것이었다. 한치형은 단독자 하나 뿐으로 슬하에 자식이 귀하더니 급기 사화를 당하여 죽을 때에는 그 외아들조차 아직 강보에 싸여 있는 고단한 신세이었다.
게다가 더욱 비참한 것은 간신으로 몰리어 죽는 신세이라 재산은 몰수를 당하고 삼족이 다 함께 죽을 운명에 있었으니 방가위 멸문의 재앙을 당하는 터이라, 그 집의 은덕을 직접 간접으로 입은 문인들도 사방으로 헤어지고 일가 친척도 화에 걸릴가 두려워하여 누구 하나 돌보려는 사람이 없었다.
그러한 정경을 본 조성산은 세상 인심이 야박한 것을 한탄하고 격분하였다. 그래서 밤중에 남 몰래 강보에 싸인 한씨의 고아를 업어다가 자기집에 감추고 유모까지 얻어서 길렀다.
다소라도 은의를 입은 한씨에게 은혜를 갚는다는 생각으로 위험을 무릅쓰고 그의 혈통을 이어 주려는 것이었다.
만일에 한씨의 고아를 숨겨 기르는 사실이 탈로되면 조성산은 한씨와 동죄로 몰릴 것은 정한 이치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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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매가격 : 500 원

적괴유의

도서정보 : 윤백남 | 2020-10-15 | EPUB파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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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건적(紅巾賊)괴수 장해림(張海林)은 강부인(康夫人)이 딸아 바치는 술을 한숨에 들이키고
『안주를 어째 아니 가져와.』
하고 소리를 지른다.
방 밖에 일상 등대(미리 준비하고 기다림)하고 있는 소해(열네댓 살의 어린 종)가 괴수의 질자배기(둥글넓적하고 아가리가 넓게 벌어진 질그릇) 깨지는 소리같은 음성을 듣고 몸을 한번 바르르 떨고는 주방으로 달음질을 쳤다.
『장군께 바칠 안주 좀 얼른 주.』
이렇게 동독(감시하며 독촉하고 격려함)을 해서 가지고 나온 안주란 새끼돼지를 통으로 구은 것이었다. 어른의 토시짝만한 애 돼지 몸이 간장을 발라가며 구워서 검붉은 빛으로 먹음직스럽게 구워져 있다.
소해는 큰 쟁반에 그것을 담아 가지고 눈높이에까지 번쩍 처들어 바치고 괴수의 방문 밖에 이르렀다. 가면서 몇 번이나 침을 꿀떡꿀떡 삼키었다. 나도 언제나 이런 돼지를 통으로 먹어보나 하고…….
『이놈아 그걸 먹기 좋게 저며오지, 저런 무지 한 놈이 있나.』
또 한 번 호령이다.
무정지책(아무 까닭 없이 책망함. 또는 그런 책망)이다. 소해는 일상 보아 오기를 장군님들이 새끼 돼지를 먹을 때는 으례히 통으로 갖다 놓고 뜯어 먹거나 베어 먹거나 하는 것이기 때문에 오늘도 무심히 그대로 왼통으로 가져온 것이었다. 그러나 재하자(손아랫사람)가 장군께 말대답하는 것은 첫째 군률이 용서 않는 것은 무식한 소해인들 모를 리가 없었다. 그래서 그는 울 듯이 얼굴을 찡그리며 다시 그것을 들고 나가려고 하는 것을 강부인이 은쟁반에 구슬이 구르는 듯한 고운 음성으로
『소해야 이리 가져온.』
하여 다시 불러들이며 괴수를 바라보고
『이것을 저며 자시면 무슨 맛이 있어요. 이것은 이렇게 자셔야죠.』
하고는 소해의 손에서 쟁반채 받아 가지고 새끼돼지 곁에 놓아 온 식도를 들어 가슴패기에서 하복부까지 한 일자로 한숨에 내리 갈라버린다.
복부로서는 하얀 김이 뭉깃뭉깃 나오고 동시에 익어진 창자의 육취가 코를 찌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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순정의 호동왕자

도서정보 : 윤백남 | 2020-10-15 | EPUB파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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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혼도 어느덧 대지로 사라지고 붉으스럼한 가을달이 동녘 하늘로 솟아 올랐다.
동녘 하늘에 솟아 오른 달의 그림자가 소 한 마리의 길이 쯤 높이 오른 때였다. 한 사람의 그림자가 벌판에 나타났다. 말을 타고 이 재릉으로 향하여 달려 온다. 말은 쉽지 않은 명마로서 그 걸음거리며 숨소리의 웅장함이 가위 용마라 할 듯하나 말께 오른 주인은 기운이 하나도 없이 말이 달려 가는 대로 버려두는 모양이다.
그러나 말은 이 길에 익은 듯 일직선으로 무덤을 향해 달려 온다.
이윽고 무덤까지 달려 온 말은 무덤정면을 피하여 측면으로 돌아 갔다. 그리고는 마치 다 왔다는 것을 주인에게 알리려는 듯 발로서 땅을 긁으면서 우렁차게 울었다.
말 주인은 말에서 내렸다. 말을 그 곳에 버린 채 무덤의 정면으로 돌아 왔다.
돌아와서도 무덤 앞에 묵묵히 서 있을 뿐이었다. 아무 말도 없이 머리를 가슴에 푹 묻고 서 있는 그의 두 눈에서는 눈물만 비오 듯하였다.
한각경을 아무 말도 없이 서 있다가야 그는 도로 말께로 돌아 갔다.
다시 말께 오른다. 그런 뒤에는 다시 아까 온 길로 돌아 간다.
그는 호동왕자(好童王子)였다.
낙랑공주의 무덤을 찾아 왔던 것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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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벌포의

도서정보 : 윤백남 | 2020-10-15 | EPUB파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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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생원(孫生員)은 난생 처음 어려운 길을 걷는 것이었다.
서울을 떠난지 이미 열흘이 지났건만 아직도 강원도(江原道)땅을 벗어 나지 못하였다. 뜨거운 염천이라 한 낮에 걷는 거리란 불과 몇 십리에 지나지 못하는데다가 나날이 기진역진 하여 가는 것이 현저히 나타나는 것이었다.
더구나 길이 험하고 자갈 많은 강원도 산 길은 그에게 여간 고생이 되지 않는 것이었다.
노수가 아직도 남아 있는 동안에는 장돌림말을 만나면 사정을 간곡히 이야기하고 술값으로 얼마를 주기로 하고 얻어 탄 일도 있었다. 그러나 나중에 엽전 한푼 남아 있지 않게 된 후로는 그것도 할 수 없어서 오로지 과객질을 하여 가며 길을 걸었다.
그것도 상당히 사는 사람의 집을 찾아 들어 가게 되거나 사랑 한 칸이라도 지니고 사는 사람의 집을 만나게 되면 대접도 상당히 받을 뿐 아니라 짚신 값이라도 얻어 가지고 나오게 되지마는 길을 잘못 들어서 그러한 집을 찾지 못하고 날이 저무는 때는 그야말로 노찬풍숙을 하는 고생 몇 차례나 하였다.
그럴 때마다,
『예끼 내가 이게 무슨 고생인고 이런 고생을 하면서도 급기 함흥에 갔다가도 여의치 못하면 그런 놈의 고생이 더 어디 있을꼬.』
하고 곧 돌아서서 서울로 오고 싶었다. 그러나 그럴 때마다 눈 앞에 떠 오르는 것은 굶주리어 부황이 나다시피 한 늙은 아내의 얼굴이며 밥을 달라고 울며 불며 하는 자식들의 참상이었다.
손생원은 가기 싫은 길을 강잉하여 희양(淮陽)땅으로 들어 섰다.
돈 있고 여가 있는 사람 같으면 금강산 구경도 하고 온정에서 묵은 때를 씻어버리기라도 하련마는 그럴 여유가 없는 손 생원은 희양읍을 이십리 앞둔 어느 촌에서 하룻밤을 드새게 되었다.
읍내까지 겨우 이십리 밖에 아니되니 그대로 걸어서 읍내로 들어가려도 못 갈 것은 아니련마는 읍내로 들어간들 환영할 친구가 있는 것도 아니고 그 촌에는 고래등 같은 기와집에 십여명의 노비를 거느리고 사는 부호 한 집이 있는 것을 보고 그 집에서 하룻밤을 과객질하자는 것이었다.
그 집은 홍승복(洪承復)이란 사람의 집으로 분명히 원근에 떨친 사람이지마는 인색하고 교만하기 짝이 없어 과객으로 들어오는 사람은 만나보긴 고사하고 객청 하나를 지어 놓고 여간한 사람은 그리로 몰아 넣고 개다리 소반에다가 보리밥 한 그릇을 대접해 보내는 것이었다.
그런 것을 모르고 손생원은 부근 사람들이 이 근처에서 하룻밤을 드새고 가려면 홍 영감댁 밖에 없소 하는 소리를 곧이 듣고 찾아 들어갔던 것이었다.
홍 영감집 하인은 손생원의 의표를 한번 훑어 보고는
『이리 들어 앉으슈.』
하고 객청에다가 몰아 넣었다. 벽은 흙벽이고 방바닥은 지직이다.
더구나 그 방에는 먼저 들어와 앉은 손 하나가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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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산금

도서정보 : 허민 | 2020-10-15 | EPUB파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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향주는 침식을 잊고 어형 그린 종이에 정신을 쏟았다.
벌써 그 우에는 악기로서 부분을 따서 이름과 해석을 기입하였나니
고기머릴 ─‘사공(司空)(허공을 잡다.)’
눈을 ─‘신문(神門)(신이 출입함.)’
등을 ─‘도천(走天)(온갖 것이 뛰어 놈.)’
배를 ─‘수지(受地)(사랑을 다 받음.)’
꼬릴 ─‘지정(指情)(정을 버리지 못함.)’
이라 하였고 삼성(三性)을 가르는 줄은 희성선(喜性線)비성선을 양편에 두고 묵성선을 화성 (和性)이라고도 하여 가운데 두기로 하고 줄을 떠 괴는 괘를 운우(運宇)라 한 다음, 이 악기 이름을 지어 어산금(魚山琴)이라 하였다.
이 해석이 또한 특이한 것이니 ‘어(魚)’는 동(動)이요 정(情)이요 촉(觸)이니, ‘산(山)’의 묵(默)이요 포(抱)요 감(感)에 합치됨이라. 내 청춘이 세상 바다의 고기였더러니 산에 올라 도리어 바다를 바라는도다 하였다.
그러고 어산금 높이를 반 뺌, 길이를 석 자쯤 짐작하고 운우가 서는 주전을 둔둑하게 하며 사공에서 지정에 이를수록 가느라질 뿐 아니라 세 줄도 합쳐져 버리는 그런 구도(構圖)였다.
설계가 완전히 끝난 다음은 곧 오동나무를 반자로 내어 절(節)을 죽이기 위해 진흙에 묻고 명년 봄 안으로는 기어이 완성하리라 뼈므렀던 것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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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룡산

도서정보 : 허민 | 2020-10-15 | EPUB파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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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튿날 이른 아침부터 온 동네가 뒤집어졌다.
그것은 새벽녘 범이 내려와 참봉댁 송아지를 물고 갔다는 것이다.
참봉은 펄펄 뛰며
"어허 어허 이런 변이 어디 있나. 다른 집 다 두고 하필 내 것을 장치다니."
소문은 뒤이어 났다. 당산의 헛세 음식은 없어졌으나 하되 곳곳이 부스레기를 흘린 것을 보아 동네의 잡구신이 침범한 것에 틀림없다는 말이었다.
참봉은 듣고 더욱 노발대발하야 가라사
"이놈 득쇠야 정말가? 응? 이놈 너 빨리 가 그것 지키라 할 때는 어련히 요랑하고 시킨 것이라고……. 이 후리개 아들놈아."
목침(木枕)이 날고 방망이가 뛴다. 하다가 분이 가라앉질 안 해 사뭇 쑤알거리며 골목을 나온다.
"어니 놈고 썩 나서라. 거리에서 피를 토하고 죽을 개망나니들아. 당대 고축년에 굶어 죽은 구신이 아닌 다음에야 동네를 위한 정성을 팔아먹으려 들다니……."
골목은 한참이나 뒤숭숭했다. 하나 참봉 서슬에 내오, 하고 나서는 이는 없었다.
참봉이 이렇게 기개를 올리는 그 반면에는 숨은 곡절이 있다. 그것은 산제를 지내면 으레 고기 떡 적을 당산 우에 얹어 두어야 산짐승이 해를 힙히지 않는다는데 기준 되어 자기 집 송아지를 잃은 것은 곧 이런 때문이라고 단정을 내린 것이다.
한편 껏다리는 총을 메고 실직한 장정들을 뽑아 수나 터진 듯이 아침 밤을 먹자마자 산으로 더터 올라갔던 것이다.
온 동네가 벌집 쑤신 것같이 뒤숭숭한 중에도 전팔이 집에서는 다른 걱정에 싸여 있다.
안 가려는 노근이를 욱잡어 헛세 음식 거두러 갔던 할머니는 새벽부터 배를 아듬고 좁은 방 안을 궁굴으며 신음한다.
"글씨 무서운 음식 먹지 마시라 안 합디요."
며누리는 상이 새파랗게 질려 널치가 된 어머니를 아듬고 있다. 그의 얼굴에는 일즉 보지 못한 황당한 저주와 히스테릭한 분노가 있었다.
"글씨 이 어구가 발괭이가 미련바지가……."
할머니는 며누리 아들의 팔과 바짓가랑이를 붙들고 뻐절리는 배를 쥐어틀며 무섭게 꺼진 눈을 생그렇게 떠 마다마디 끊어 말을 한다.
"고기 한 모타리 떡 부스레기 그게 먹고 싶어서 …… 아유아유…… 가지 말 것을, 가지 말 것을……."
마침내 그는 눈물을 흘리며 말소리가 떨리었다.
며누리는 사뭇 배를 주무르고 꼿꼿이 얹혀 등을 두드리고 이내 어깨를 만진다. 그러다가도 밖을 나가더니 '갯구 물리는 영감'을 다리고 왔다.
갯구를 물려 봐도 아무렇지도 안 했으며 마침내 혼몽한 중에서 발버둥치고 수숫대 같은 몸을 응지른다.
"근아이 근아이."
"근이 둘은 밖에 갔습니다."
"우리 아들 있나 애기도 있나……. 나는 인제 그만이다 잘 살어라이. 싸우지 말고 근이 잘 기루고 살어라이 ─."
"어무이 어무이!"
며누리의 눈에서는 눈물이 사뭇 멎지 않고 흐른다. 그는 거풀과 뼈만 남은 시어머니 손을 쥐고 자지러지며 양어깨를 추슬렀다.

...책 속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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