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소한의 최선
도서정보 : 문진영 | 2023-10-25 | EPUB파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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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승옥문학상 대상 문진영 신작
“이 결과가 심사위원들에게도 신선한 충격이었다”라는 평과 함께 김승옥문학상을 수상하며 한국 문학계의 새로운 고유명으로 떠오른 문진영의 신작 소설집 『최소한의 최선』이 출간되었다. 등단 10년 이상의 작가들이 발표한 단편소설 중 최고의 소설에 주어지는 김승옥문학상은 어느새 한국문학의 올스타 스테이지로 확고하게 자리잡았다. 특히 김승옥문학상이 한 해를 결산하며 한국문학을 대표하는 쇼케이스가 될 수 있었던 비결에는 작가의 이름을 지운 블라인드 심사가 결정적인 요소로 작용했다. 그리고 어떤 선입견 없이 최고의 작품을 뽑는다는 취지가 놀라운 결과를 낳았던 해가 바로 2021년, 문진영이 대상을 수상한 해였다.
2009년 창비장편소설상을 수상하며 작품활동을 시작한 문진영은 꾸준히 집필을 이어왔지만 대중 독자에게는 아직 낯선 이름이었다. 그러나 “쓸모없는 것들에 대한 애틋한 마음”을 독자에게 전염시키면서도 “어떻게 살아야 할 것인가”를 “강요하지 않으면서도 설득했”(권희철)던 「두 개의 방」이 김승옥문학상 대상을 수상하며 한국 문학계에 화제를 불러일으켰다. 어떻게 이런 단단한 소설가를 놓칠 수 있었을까 싶게 절찬리에 발표 지면과 독자 호응이 잇따랐고, 준비된 내공을 차분히 증명하며 이어진 사랑스러운 이야기들이 비로소 『최소한의 최선』으로 묶였다.
문진영은 오래도록 그림자 안에 머물렀던 존재들에 대해 쓴다. 그러나 그는 빛과 어둠이라는 진부한 이분법을 반복하는 대신, 빛에선 잠재된 깊은 어둠을, 어둠에선 “빛의 기미”(「한낮의 빛」)를 퍼올려낸다. 고유한 음영을 지녔음에도, 그 사실을 깨닫지 못한 채 일률적인 삶의 방식에 휩쓸리는 이들이 있다. 자신에게 맞지 않는 삶을 연기하다가 소진된 채로 홀로 남겨진 이들에게 『최소한의 최선』은 다정히 안부를 묻는다.
“나는 뒤늦게야 그녀가 살아온 삶의 방식을 감히 짐작해볼 수 있었다. 최소한의 최선. 그것이었다”(「내 할머니의 모든 것」)라는 문장에서 기인한 제목은 우리가 스스로를 고갈시키지도, 그러나 아주 놓아버리지도 않게끔 해줄 절묘한 결합이다. 매일 주어지는 하루를 과연 어떻게 살아가면 좋을지 고민하는 이들이 자신만의 고유한 속도와 리듬을 깨우치고 매 순간 벅차오르는 기쁨을 오롯이 즐기게 함으로써. 문진영은 먼저 실천해 보인다, 깊이 고민하고 괴로워한 뒤 후련해진 말간 얼굴을 따라 짓게 하는 아홉 편의 이야기를 통해.
어둠 속에 어렴풋이 깃든 빛의 기미처럼,
삶의 다양한 파장을 보듬는 고요하고 끈질긴 낙관
“내가 삼대째 물려받은 것은 알코올에 대한 내성, 돌아온다는 약속, 어쩌면 사랑.”
「미노리와 테츠」의 ‘나’는 맞은편의 사람을 환하게 하는 에너지를 지닌 단짝친구 수민과 떠난 일본 여행에서 미노리와 테츠 부부를 만나 친해진다. 그후 수민에게서 그들이 이혼했다는 소식을 뒤늦게 듣는다. 어느 날 미노리는 한국에 왔다며 단둘이 보기를 청하고, 다시 만난 자리에서 두 가지를 고백한다. 수민이 종종 일본에 놀러왔을 때 수민 앞에서 테츠는 미노리가 처음 보는 얼굴을 짓곤 했다는 것. 그리고 미노리가 ‘나’를 좋아하지 않았다는 것. ‘나’에 대한 감정에 이유를 쉬이 덧붙이지 못하는 미노리에게 ‘나’는 말한다. “나도 알아. 우리는 지구의 다른 한쪽을 떠받치고 있는 사람들이지”라고.
문진영의 소설은 자기 자신 안의 어쩔 수 없는 어둠을 직면할 때에야 그 어둠으로부터 사랑을 위한 준비가 이루어질 수 있다는 통찰을 내비친다. 「변산에서」 속 각별했던 친구의 사고사를 산재로 인정받기 위한 모두의 기나긴 싸움은 좌절로 끝을 맺는다. 하지만 소설은 아픈 이별의 후에 어떻게 사람이 일상을 살아갈 수 있는지 물은 다음, 사랑이라는 작지만 분명한 답을 건넨다.
「오! 상그리아」의 ‘나’는 여행 작가로 오래 세상을 떠돈 엄마에게 커리어를 가로막았다는 자책과 그리움을 품고 있다. 그런 ‘나’에게 엄마는 그간 정체를 알 수 없었던 아버지에 대해 들려준다. 그렇게 밝혀지는 것은 외할머니와 엄마, 그리고 ‘나’까지 삼대째 이어지는 복잡하고도 깊은 사랑의 이력이다.
물론 그 사랑은 쉽게 이루어지지 않는다는 사실을 문진영의 소설은 모르지 않는다. 「내 할머니의 모든 것」의 ‘나’는 엄마의 어린 시절 집을 떠난 외할머니를 처음 만난 자리에서 그녀에게 반하고 만다. 홀로 살아가면서도 꼿꼿하고 우아한 그녀의 모습이 앞으로 살아갈 인생의 한 해답으로 다가온 것이다. 그렇게 그녀에게 따로 연락하기 시작하던 어느 날, 그녀가 사라진다. 그리고 그녀를 찾던 ‘나’는 이렇게 자문한다.
한편으로는 나 자신에 대한 의문도 들었다. 만약 배정심 여사의 가정사가 평범했다면, 그녀가 자식들을 키워 모두 결혼시키고 빈 둥지를 지키다가 남편과 사별한, 나의 친할머니 같은 사람이었다면 과연 어땠을까? 첫 만남에서 그녀가 근사한 밤색 코트가 아닌 진달래색 윈드브레이커를 입고 나타났다면? 그녀가 공원에 있는 운동기구에 거꾸로 매달려 있기를 좋아했다거나 선팅 캡을 애호했다면? 그래도 나는 할머니의 삶을 궁금해하고, 그녀와의 관계를 유지하고 싶어했을까?
_「내 할머니의 모든 것」에서
막다른 이해의 난점에서 「너무 늦지 않은 어떤 때」가 한 가지 답이 되어준다. 인도 여행에서 마주친, 스무 살 이상의 나이 차와 전혀 다른 삶의 조건에도 불구하고 ‘나’를 친구라 부르는 안와는 ‘나’에게 다소 불편한 존재일 뿐이다. 하지만 어느새 ‘나’는 이 지극히 불편한 인도와 안와, 그리고 자신이 서로 닮아 있다는 것을 발견하게 되는데…… 불가능해 보였던 이해는 상대를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면서 그 안에서 자신을 발견할 때 가능해진다는 진실이 “어떤 오늘도 내게 너무 늦지는 않았다는” 깨달음과 함께 서방정토로부터 서서히 밝아져오고 있다.
“한껏 끌어당겨지고 싶었다. 삶 쪽으로.”
『최소한의 최선』은 스스로 아직 무언가가 되지 못한 여정중에 있다고 여기는 이들에게 전하는 당부이기도 하다. 「고래 사냥」에서 내키지 않는 공무원 시험과 취업 준비를 하던 룸메씨와 ‘나’는 월미도 바이킹을 타기 위해 즉흥 여행을 떠나고, 「네버랜드에서」의 태국 여행에서 만난 찬란하리만치 젊은 아르바이트생 론은 현란하고 위험천만한 불쇼를 벌인다. 회사도 생산적인 ‘갭 이어’를 위한 준비도 그만두고 피곤해만 하는 「지나가는 바람」의 ‘나’는 넉살 좋은 표정의 이면에 한없는 지겨움을 감춘 후배 우림을 만나, 투신자살 방지 문구가 남아 있는 마포대교를 걷는다.
위험을 감수해야만 살아 있음을 실감할 수 있고, 말초적인 자극으로 시간을 흘려보내야만 스스로를 견뎌낼 수 있는 존재들. 문진영은 어떻게 ‘갓생’을 살아갈 수 있을지 되뇌며 젊음을 지나는 이들이 혼자만의 방에서 나오도록 한다. 그렇게 서로 만난 그들은 그간 알지 못했거나 외면했던 속내를 들여다보는 동안, 무언가 달라지고 있다고 예감한다.
그리고 「한낮의 빛」은 스스로 달라져가는 어둠과 빛이 가까스로 만나 어룽거리는 모양에 대한 이야기로서 『최소한의 최선』의 대미를 수놓는다. 유영의 성폭행 경험을 의도치 않게 퍼뜨리고 선택적 함구증을 오래 겪었던 ‘나’는 시간이 흘러 유영과 다시 마주친다. 그러나 그토록 고대해온 시간이었음에도 불구하고 어떤 말도 쉬이 꺼내기가 어렵다. 그렇게 다시 한번 자신을 어둠 속에 가두려는 ‘나’에게 “언니 목소리는 뭐랄까, 귀기울이게 만드는 힘이 있는 것 같아”라고 말하면서 다가오는 주명이 있다. 마치 ‘한낮의 빛晝明’을 떠올리게 하는 그 이름으로.
어둠 속에 있던 사람들은 자신과는 달리 반짝이며 빛나는 이들에게 질투를 느끼지만, 어느덧 빛과 어둠이 서로 결부되어 있다는 것을 깨닫는다. 멀리 있는 것만 같았던 타인에게서 스스로를 지키기 위해 ‘최소한의 최선’으로 빛을 내려 했던 노력과, 자신의 것과 닮은 어둠을 발견하게 되면서다. 그렇게 사람은 빛과 어둠이 만들어낸 그림자의 고유하고 깊은 영역을 헤아리면서 성장한다. 이제 우리에겐 낮과 밤, 빛과 어둠을 가르는 이분법이 아니라 서로에게 섞이는 과정이 뒤따를 것이다. 그 실천으로서의 이야기가 독자를 고스란히 설득시키고 마는 것은 문진영의 소설만이 지닌 능력일 테다. “서로 신념과 신神이 다른 너와 내가 하나의 믿음 아래 함께하는 것이 가능할까? 문진영의 소설은 그 자체로 최선의 대답이었다.”(정용준)
문진영의 소설은 빛과 어둠이 혼란스럽고 아름답게 섞여 있는 바로 그 세계로 우리를 데리고 간다. 그리고 보여준다. 새하얗고 완벽한 빛의 이면에는 보이지 않는 은은한 어둠이 있다는 것을, 반대로 캄캄한 어둠 속에서도 서서히 떠오르는 환한 빛이 있다는 것을, 그리고 내 몸만한 어둠이라고 생각했던 그림자가 실은 빛이 남긴 흔적일 수 있다는 것을. 그러니까 우리의 삶 자체를.
_인아영 해설 「빛과 그림자」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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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에게는 친절하게 1983
도서정보 : 박재현 | 2023-10-23 | EPUB파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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셋이 우정을 다짐한 그해는 다사다난했다. 먼저 두발에 이어 교복 자율화로 고 일 때까지 입었던 교복을 벗게 해 주었다. 장정구가 WBC 라이트 플라이급 타이틀전에서 챔피언 벨트를 거머쥐며 봄을 알렸다. 해태 타이거즈가 프로 야구 코리안 시리즈에서 우승한 건 가을의 끝자락이었다. 이월에 이웅평 대위가 미그기를 몰고 자유 대한의 품으로 넘어왔다. 여의도 광장에 백만 넘는 인파가 쏟아져 나와 귀순 환영 대회를 벌였다. 남녘이 북녘보다 몇십 곱절 잘산다는 말에 보람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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흰 백합꽃 펜던트
도서정보 : 나동환 | 2023-10-23 | EPUB파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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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 소설 《흰 백합꽃 펜던트》는 단테의 《신곡》(천국 편)을 모티브로 달빛 소녀의 꿈속 천상 체험을 다룬 작품이다. 이 작품에서 우리는 주인공 달빛 소녀의 천상 체험을 통해 별들의 하늘을 벅찬 감동으로 마주하게 된다. 그리고 천상에서 달빛 소년이 달빛 소녀의 목에 걸어 준 흰 백합꽃 펜던트 목걸이는 순백을 더한 사랑의 증표로 눈빛처럼 빛난다.
짐작건대 우리는 이러한 묵시적 눈빛으로 기록된 천상의 계시록도 펼쳐볼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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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보랏빛 고운 꽃이 피었습니다
도서정보 : 김윤미 | 2023-10-23 | EPUB파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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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은 김윤미 작가의 두 번째 창작집으로
중, 단편 소설과 삶의 에세이 집으로 구성되어 있다
구매가격 : 10,200 원
익사(세계문학전집 128)
도서정보 : 오에 겐자부로 | 2023-10-20 | EPUB파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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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에 겐자부로 문학의 원점, 아버지
1957년 등단 이후 아쿠타가와상, 다니자키 준이치로 상, 노벨문학상 등 여러 상을 받고 레지옹 도뇌르 훈장을 받는 등, 우리 시대의 소설가라 인정받는 일본 현대문학의 거장 오에 겐자부로. 전후 일본 사회의 불안한 상황과 정치 사회적 문제에 대한 비판의식, 천황제와 군국주의, 평화와 공존 등을 주제로 많은 글을 발표했고, 스스로 ‘전후 민주주의자’라 칭하며 국내외 여러 사회 문제에 참여해 실천하는 지식인의 면모를 보여왔던 작가가 자신의 인생과 문학 세계를 돌아보는 작품 『익사』를 발표했다.
오에 겐자부로의 작품 중 아버지를 다룬 작품은 극히 드물다. 그러나 이는 결코 작가에게 아버지의 존재가 미미해서가 아니다. 오히려 작가는 ‘아버지의 부재’가 자신의 문학 세계를 만드는 데 큰 영향을 끼쳤으며, 자신은 아버지가 어떤 사람인지 알기 위해 소설가가 되었는지도 모른다 말한 바 있다. 언젠가 반드시 쓸 테지만 “그 소설을 쓸 수 있을 만큼 수련을 쌓지 않았다는 것을 잘 알고 있었”기에 아껴온, 아버지에 대한 이야기. 『익사』는 오에 겐자부로가 처음으로 아버지에 대해 본격적으로 말하는 소설이다.
아버지는 내가 아홉 살 때 돌아가셨습니다. 전쟁이 끝나기 전 해에 아버지가 돌아가신 후, 그 사람은 어떤 사람이었을까, 왜 갑자기 죽어버렸을까, 계속 생각해왔습니다. 나는 내 아버지가 어떤 사람인지 알기 위해 소설가가 되었는지도 모릅니다. _오에 겐자부로
『익사』의 주인공은 이미 오에 겐자부로의 예전 작품들에 여러 번 등장했던 작가의 페르소나 조코 코기토다. 그에게는 유년 시절 강에서 아버지가 탄 배가 뒤집히는 모습을 보고도 아무것도 할 수 없었던 과거가 있다. 군인들과 궐기를 준비하던 아버지가 홍수로 갑자기 불어난 강에 배를 띄웠다가 죽은 일은, 코기토에게는 아직도 큰 상처로 남아 있다. 그는 육십 년이 넘도록 아직도 그 장면을 꿈에서 보곤 한다.
아버지의 죽음에 대해 이야기하고 아버지의 명예를 회복하기 위한 ‘익사 소설’은 코기토가 오랫동안 준비했던 소설가로서의 목표다. 그러나 어머니가 남긴 ‘붉은 가죽 트렁크’를 참고로 ‘익사 소설’을 집필하려던 시도는 결국 실패로 돌아간다. 뿐만 아니라 아들 아카리와의 사이도 틀어지고 만다.
아버지에 대한 깊은 생각과 고민은 결국 아들에 대한 이야기로 이어진다. 한때 아들이었던 작가는 이미 아버지가 되었기 때문이다. 『익사』의 근저에 있는 것은 ‘늙음’을 둘러싼 작가의 고뇌다. 한때 아버지의 죽음을 바라보았던 소년 조코 코기토는 이제 죽음이 멀지 않았다고 느끼는 노인이다. 그에게는 마찬가지로 노화 탓에 신체능력이 저하되어가는 아들 아카리가 있다. 코기토는 아버지로서 장애인인 아들을 ‘산으로 오르게’ 하는 일에 대한 책임을 의식하면서도 아카리가 악보를 더럽힌 일을 계기로 아들에게 심한 말을 퍼붓는다. 아버지와의 화해뿐 아니라 아들과의 화해 문제까지 안게 된 것이다.
코기토가 아카리에게 저지른 언어폭력으로 아들뿐 아니라 코기토 자신 역시 상처를 입는다. 코기토는 그 갈등을 극복하고 자신과 아들을 ‘산으로 올려보낼’ 준비를 해야 한다. 그런 의미에서 『익사』는 아버지와 코기토, 코기토와 아들이라는 두 부자지간의 과제를 풀어나가는 이야기이기도 하다.
부드럽지만 강한 여자들의 싸움
오에 겐자부로의 작품 안에서 여성은 종종 짓밟히면서도 굴하지 않는 존재로 나타났다. 『익사』의 여자들 역시 남자들이 만든 ‘근대’ ‘국가’를 비판하는 인물로서 등장한다.
‘익사 소설’을 쓰는 데도 실패하고 아들과도 문제가 생겨 실의에 빠진 코기토를 다시 붙들어주는 것은 연극배우 우나이코다. 우나이코가 ‘익사 소설’을 완성시키는 협력자로서 등장하는 필연성은 바로 여성이라는 데 있다. 남자들의 중요한 논의, 즉 국가를 둘러싼 ‘정신’적 이야기의 장에서 여자들은 배제되어왔다. 그러나 배제되었기 때문에 여성들은 오히려 비판적 시점을 가질 수 있었으며, 그 비판은 남자/국가의 폭력으로 훼손된 자연을 회복하는 힘이 된다.
우나이코가 ‘산속 집’으로 오는 것은 남성들에게 배제되고 유린당하면서도 자연이 들려주는 풍요로운 이야기를 품어온 여성들에게 공동체로서의 ‘골짜기의 산’을 되찾아주는 일을 상징한다. 이는 『익사』가 ‘국가’ 이전에 존재했던 원래의 모습을 되돌리는 방식으로 국가를 넘어선 새로운 공동체를 모색하는 소설임을 의미한다.
새로운 공동체를 위하여
코기토가 아버지의 명예를 회복하기 위한 ‘익사 소설’을 쓰는 데 실패한 가장 큰 이유는 어머니가 남긴 ‘붉은 가죽 트렁크’다. 어머니는 아버지의 죽음에 대해 부정적인 생각을 가지고 있었고, 트렁크 안에 남아 있던 자료는 어머니의 생각을 뒷받침할 뿐이었다. 그러나 아버지의 제자 다이오가 등장하고, 코키토는 아버지의 죽음에 대한 진실과 그 죽음이 가지고 있는 의미를 알게 된다.
다이오는 ‘전후 일본’에 대해 늘 위화감을 가진 채 이념에 휘둘리며 살아온 사람이다. 그러나 그는 코기토와 우나이코를 만나고 함께 지내면서, 일생의 스승이었던 조코 선생의 뜻을 잇기로 결심한다. 국가가 내세우는 이념에서 자유로운 ‘골짜기의 산’을 선택하고 그 안에서 ‘자신의 나무’를 발견하고자 한 의지. 이는 바로, 일생의 테마였던 ‘인간 구원’과 ‘근대 일본’의 문제를 겹쳐놓고 고민한 오에 겐자부로가 마침내 선택한 길인 것이다.
노벨문학상 수상 작가가 평생에 걸쳐 완성한 걸작
『익사』 초반부에서 작가의 페르소나인 조코 코기토는 이렇게 말한다.
나는 흔들리지 않았다. 때가 오면 ‘익사 소설’을 쓸 거다. 그 소설을 쓰기 위한 수련을 하고 있는 거다. 그렇게 생각했다. ‘나’로서 쓰기 시작해 강 아래 물살에 흐르는 대로 몸을 내맡기다가 드디어 이야기를 끝낸 소설가가 단번에 소용돌이에 휩쓸려 들어가버리는, 그런 소설…… _본문 중에서
작가에게 ‘익사 소설’은 매우 큰 의미를 지닌다. 소설가로서는 평생의 과제였던 아버지의 죽음에 대해 말하기 위한 작품이며, 개인으로서는 오래전 세상을 떠난 아버지를 마침내 이해하기 위한 작품이다. 이는 아버지를 받아들임으로써 다시 아버지로 돌아오기 위한 과정이다. 아들로 살아온 시간보다 아버지로 살아온 시간이 훨씬 더 긴 작가에게, ‘아버지’와 ‘죽음’에 대해 돌아본다는 것은 자신의 인생 전체를 돌아보는 일 그 자체다.
『익사』에는 『우리의 시대』부터 『아름다운 애너벨 리 싸늘하게 죽다』에 이르는 오에 겐자부로 자신의 대표작들이 인용되어 있다. 『익사』가 작가로서의 인생을 되돌아보며 쓴 소설임을 알 수 있는 방증이다. 작가로 살아온 오십여 년 동안 줄곧 마음속에 품고 있던 이야기를 마침내 소설로 완성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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용의자의 야간열차(세계문학전집 138)
도서정보 : 다와다 요코 | 2023-10-20 | EPUB파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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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어와 언어 사이의 경계를 걷는 작가 다와다 요코
일본에서 태어나 대학을 졸업하자마자 독일로 떠났고, 독일어와 일본어로 작품을 쓰는 작가 다와다 요코. 그는 독일에 자리잡고 있지만 일 년 중 한 달은 일본에서, 한 달은 미국에서 보낸다. 주로 사용하는 두 언어, 독일어와 일본어를 모두 낯설게 두기 위해서다.
다와다 요코는 모국어로 유창하게 말하는 행위를 비겁함, 무능함으로 해석한다. 익숙한 언어에 종속된 채 성찰 과정 없이 물 흐르듯 쏟아져나오는 말은 결코 본질을 꿰뚫어볼 수 없기 때문이다. 당연하게 모국어 단어로 불러왔던 어떤 개념을 낯선 외국어 명칭으로 부를 때 우리는 한번 더 생각해보게 된다. 연필을 연필이 아니라 독일어 단어 블라이슈티프트(Bleistift)라고 부를 때, 머릿속에서 블라이슈티프트라는 단어와 연필이라는 개념을 연결시키는 과정을 한번 더 거쳐야 한다. 그 순간 느끼는 이질감이 바로 다와다 요코의 문학을 이루는 요소다.
다와다 요코는 작품의 초점을 언어에 둔다. 언어는 인간의 사고와 그 사회의 규범까지도 제약한다. 모국어라는 보호막은 그 밖에 있는 다른 것들을 아예 생각하거나 느끼지도 못하게 차단해버리는 장벽이기도 하다. 이런 이유로, 다와다는 30년 넘게 독일에 살고 있으면서도 독일어를 자신의 새로운 모국어로 받아들이려 하지 않는다. 모국어인 일본어 역시 의식적으로 거리를 두고 자연스럽게 사용하지 않으려 한다.
사람들은 편하고 자연스러울 때는 문제를 느끼지 못하다, 낯선 것을 마주하고 나서야 지금까지 당연하다고 생각해온 것들에 대해 고민하게 된다. 다와다 요코는 바로 이런 순간이 자기 문학의 시작점이라고 말한다. 때문에 다와다의 작품은 낯설게 느껴지고, 심지어 조금 불편할지도 모른다. 익숙함에 머무르는 한 경계에는 설 수 없기 때문이다. 낯설게 만든 언어로 언어와 언어 사이의 경계를 사유하는 것, 그것이 다와다 요코가 문학에서 추구하는 길이다.
고정관념을 뒤흔드는 새로운 여행
다와다 요코의 작품에는 열차가 자주 등장한다. 대학을 졸업한 후 독일로 떠날 때, 다와다는 비행기가 아닌 열차를 선택했다. 비행기는 목적지에 최대한 빨리 도착하기 위한 교통수단이며 한번 올라타면 목적지를 바꿀 수도, 자리를 옮길 수도 없다. 반면 열차는 느긋하게 여행을 즐기며 많은 사람을 만날 수 있고 여정을 변경할 수도 있으며 여행 자체를 포기할 수도 있는, 불확실한 교통수단이다.
『용의자의 야간열차』에서 ‘당신’은 야간열차를 타고 유럽과 아시아로 여행을 떠난다. 이 여행은 시기도 배경도 명확하지 않으며 여행자가 누구인지, 목적지가 어디인지조차 분명하지 않다. 그저 시간과 공간의 틀을 넘어 영원히 반복될 뿐이다.
이 소설은 기존의 관념을 뒤흔든다. ‘당신’은 갖고 있던 인식이 계속해서 어긋나는 경험을 한다. 지역 이름을 듣고 자동적으로 떠올린 이미지는 현지에서 매번 무참히 배반당한다. 여행길에서 만난 사람들을 보며 추측한 이야기는 항상 빗나간다. 다른 사람들이 자신에 대해 잘못된 이야기를 만들어 오해받기도 하고, 전혀 다른 사람의 정체성을 뒤집어쓰기도 한다. 이 같은 어긋남과 불확실함은 ‘당신’이라는 대명사에서 분명히 드러난다. ‘당신’이 등장하면서 독자는 ‘당신’과 ‘당신’을 관찰하는 또다른 화자를 인식하고, 이 흔치 않은 호칭 때문에 소설을 읽는 내내 주인공과 화자 사이의 거리를 느끼게 된다. ‘당신’과 화자의 관계는 이 작품을 관통하는 주제와 연결되어 있다.
『용의자의 야간열차』는 다와다 요코가 기존의 시간과 공간, 그리고 정체성을 넘어서려 시도한 작품이다. 고정관념의 틀을 넘어서는 순간 우리는 새로운 인식이 가져다주는 자유를 맛볼 수 있지만, 다른 한편으로는 낯선 사유가 불러오는 불안감에 휩싸일 수밖에 없다. 이는 안전지대를 벗어나 익숙한 공동체의 규범과 모국어의 보호를 받지 못한 채 새로운 세계를 접하는 여행 그 자체와도 닮아 있다.
모든 놀라운 문학은 당신이 어떤 문화, 어떤 장소에 있는지 확신하지 못하는 순간에 탄생합니다. 그래서 나는 내가 특별하다고는 생각하지 않아요. 특별한 상황, 매우 문학적이고 시적인 상황에 처해 있을 뿐이죠. _다와다 요코
나라와 언어에 얽매이지 않는 세대의 문학
이주자 문학은 대부분 사회 문제와 연결되어 있다. 사람들은 환경과 상황 탓에 강제로 이주민이 되었고, 그들의 작품은 타향에서 느낀 문화적 괴리감, 차별과 소외감, 그 과정에서 겪은 폭력 등 아픈 경험에서 시작했다.
그러나 다와다 요코는 다른 방향을 향한다. 그는 태어난 일본을 스스로 떠나 독일에 자리잡았다. 모국어가 통하지 않는 곳에서 살기를 선택하는 사람들이 늘고 국적이 더는 큰 의미를 갖지 않게 되면서, 이주자들의 경험과 고민은 개인의 차원으로 넓어지고 있다. 문화와 문화, 언어와 언어가 충돌하고 몸에 익어 있던 사유가 깨져나가면서, 수많은 이주자들은 혼란 속에서 새로운 인식을 마주한다. 다와다의 작품이 이주자 문학에서 중요한 위치를 차지하게 된 것은 바로 이런 이유에서다.
지금은 모어가 통하지 않는 곳에서 사는 아티스트나 지식인이 무척 많은 시대입니다. 외국어를 혀에 올릴 때의 감촉은 이제는 ‘시대를 대표하는 감촉’이라고 말할 수 있지 않을까요. 외국어를 말할 때면 구멍이 뚫리거나 꺾이거나 쪼개지거나 부서지거나 휘거나 하는 부분이 생깁니다만, 그런 부분에서야말로 우리가 정말로 알 가치가 있는 속사정이 보인다고 생각합니다. _다와다 요코
이 같은 다와다의 작품 세계는 이미 전 세계에서 주목을 받고 있다. 1987년 첫 책을 출간한 이래 독일에서 레싱 문학상, 샤미소 상, 괴테 메달 등을, 일본에서 아쿠타가와상, 이즈미 교카 상, 다니자키 준이치로 상, 이토 세이 상, 요미우리 문학상, 무라사키 시키부 상, 노마 분케이 상 등을 받았다.
구매가격 : 8,400 원
날개 절제술
도서정보 : 서윤빈 | 2023-10-20 | EPUB파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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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가-작품-독자의 트리플을 꿈꾸다
자음과모음 트리플 시리즈 21
미지를 헤집는 당돌한 상상력
불가능함으로 만드는 가능한 세계
한국문학의 새로운 작가들을 만날 수 있는 가장 빠른 길. [자음과모음 트리플 시리즈]의 스물한 번째 안내서. 2022년 한국과학문학상 대상을 수상한 주목받는 신예 서윤빈의 소설집 『날개 절제술』이 출간되었다.
“한국에서밖에 나올 수 없는 SF” “독창성과 신선함에 읽는 내내 압도”됐다는(한국과학문학상 심사평) 평을 받으며 세간의 주목을 끈 그가 또 한 번 새로운 이야기를 펼쳐낸다. 『날개 절제술』은 ‘날개 절제술’을 받는 천사(「날개 절제술」), 방전된 휴대폰에서 시작된 정체불명의 소음(「리튬」), 미래를 비추는 망원경(「다이윗미」)까지, 장르와 소재의 경계를 무력화하는 서윤빈의 당돌한 상상력을 담고 있다.
구매가격 : 9,100 원
무명의 주드 상권
도서정보 : 토마스 하디 | 2023-10-20 | EPUB파일
지원기기 : PC / Android / iOS
독일에서 『무명의 주드』가 연재물로 발표되자, 한 노련한 비평가가 필에게 글을 보내왔다. 그는 소설의 여주인공 수 브라이드헤드가 해마다 몇 천 명씩 나타나 세상 사람들의 주목을 끄는 유형의 여성들을 대표하는 전형으로, 필자가 그런 인물을 소설에서 처음으로 묘사한 것일 뿐이라고 지적하였다. 그들은 주로 몸이 연약하고 얼굴이 창백한 ‘미혼’의 여권운동에 앞장선 여성들로서 주로 도시에서 살며, 인습에서 해방된 지성적인 사람들이며, 또 신경이 과민한 사람들이기도 하다는 것이다. 이들은 동료 여성 대부분이 결혼을 직업으로 선택할 필요성을 인정하지 않으며, 자신들은 충분히 사랑받을 권리가 있으므로 스스로 우월한 사람이라고 생각한다는 것이다. 그런데 이 평론가가 유감스럽게 지적한 것은 이러한 새로운 유형의 여성상이 같은 여성에 의하여 그려지지 않고 한 남자에게 맡겨졌다는 것이었다. 만일 여성이 그녀의 초상화를 자기 작품 속에 그렸다면 끝에 가서 여주인공을 결코 그렇게 좌절하게 하지는 않았을 것이라는 점이었다.
구매가격 : 5,000 원
무명의 주드 하권
도서정보 : 토마스 하디 | 2023-10-20 | EPUB파일
지원기기 : PC / Android / iOS
독일에서 『무명의 주드』가 연재물로 발표되자, 한 노련한 비평가가 필에게 글을 보내왔다. 그는 소설의 여주인공 수 브라이드헤드가 해마다 몇 천 명씩 나타나 세상 사람들의 주목을 끄는 유형의 여성들을 대표하는 전형으로, 필자가 그런 인물을 소설에서 처음으로 묘사한 것일 뿐이라고 지적하였다. 그들은 주로 몸이 연약하고 얼굴이 창백한 ‘미혼’의 여권운동에 앞장선 여성들로서 주로 도시에서 살며, 인습에서 해방된 지성적인 사람들이며, 또 신경이 과민한 사람들이기도 하다는 것이다. 이들은 동료 여성 대부분이 결혼을 직업으로 선택할 필요성을 인정하지 않으며, 자신들은 충분히 사랑받을 권리가 있으므로 스스로 우월한 사람이라고 생각한다는 것이다. 그런데 이 평론가가 유감스럽게 지적한 것은 이러한 새로운 유형의 여성상이 같은 여성에 의하여 그려지지 않고 한 남자에게 맡겨졌다는 것이었다. 만일 여성이 그녀의 초상화를 자기 작품 속에 그렸다면 끝에 가서 여주인공을 결코 그렇게 좌절하게 하지는 않았을 것이라는 점이었다.
구매가격 : 5,000 원
드라이버에 40번 찔린 시체에 관하여
도서정보 : 황세연 김영민 한새마 김범석 여실지 유재이 조동신 | 2023-10-20 | EPUB파일
지원기기 : PC / Android / iOS
숫자 ‘40’과 추리/미스터리의 예측 불가능한 만남
인간의 잔인한 본성을 자극하는 일곱 가지 이야기
한국추리작가협회 창립 40주년을 기념하여 숫자 40과 관련된 추리/미스터리 앤솔러지를 선보인다. 1983년 설립된 한국추리작가협회는 계간 『미스터리』와 『올해의 추리소설』을 발간하고 있다. 또한 한국추리문학대상, 황금펜상을 매년 개최하며 추리 소설의 다양한 가능성을 발굴하고 있다.
숫자 40과 추리/미스터리의 만남, 어떤 식으로 이루어질지 아리송하면서도 막상 들여다보면 ‘이런 식의 이야기가 가능하구나’라며 고개를 절로 주억거릴 정도로 흥미로운 이야기가 된다. 10원짜리 네 개에 생과 사가 갈리는 짜릿한 추격전을 그린 「40원」, 건물 안에서 벌어진 끔찍한 사건과 그 마을의 비밀을 파헤치는 「40피트 건물 괴사건」, 실종 8년 만에 40개의 뼈로 돌아온 효재와 용의자가 된 가족들의 심리를 그린 「40개의 뼈」, 중소기업의 어느 팀이 산장으로 여행을 떠나 갑작스러운 살인 사건을 마주하게 되는 「드라이버에 40번 찔린 시체에 관하여」, 40일 안에 한 재소자의 가석방을 막아야 하는 또다른 재소자의 이야기 「40일」, 누군가의 부재로 인한 사고와 한 아이의 안타까운 사연을 그린 「40선(死靈線)」, 생방송 중 갑작스럽게 살해당한 BJ의 사연과 탐정의 분투기를 담은 「알리바바와 40인의 도적」. 이 일곱 가지 이야기는 어찌 보면 잔인하게 인간의 본성을 파고들면서도 혼란스러운 우리 사회의 어두운 면을 그대로 드러내어 씁쓸함을 자아낸다.
구매가격 : 11,700 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