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면의 고백(세계문학전집 011)
도서정보 : 미시마 유키오 | 2023-10-20 | EPUB파일
지원기기 : PC / Android / iOS
“그는 무에서 유를 만들어내는 마술사이다. 『가면의 고백』은 그가 쓴 작품 중에서 최고의 위치를 차지하는 작품일 뿐만 아니라 전후 문학에서도 아주 오래도록 남을 최상의 수확 중 하나이다.”
-후쿠다 쓰네아리 (문학평론가)
『가면의 고백』은 일본을 대표하는 심미주의 작가 미시마 유키오의 첫 장편소설로, 그 파격적인 내용과 유려한 묘사는 출간 당시 일본 문단에 신선한 충격을 던져주었을 뿐 아니라, 이후 미시마 문학을 연구하는 데 가장 중요한 자료적 가치를 지니고 있으며, 나아가 남성 문학의 출현을 알리는 화제작이다. 그 자신의 내밀한 동성애적 성향을, 출생부터 성인이 되기까지의 성장과정 및 주변환경과 결부시켜 논리적으로 피력한 것 자체가 당시 일본문단에 신선한 충격을 던져주었던 것이다. 평론가들은 “이 작품을 통해 비로소 일본문학의 20세기가 시작된다”는 등의 격찬으로 이 새로운 문학의 등장을 반겼다. 삶 그 자체를 최고의 예술로 생각한 미시마 유키오의 심미주의 세계관을 잘 드러내는 작품이다.
화려한 문장으로 독자적인 미의 세계를 구축한 미시마 유키오의 자전소설
자전적 성격이 짙은 『가면의 고백』을 제대로 이해하기 위해서는 먼저 그의 삶을 살펴볼 필요가 있다.
미시마 유키오의 본명은 히라오카 기미타케로, 도쿄 대학 출신의 엘리트 관료인 아버지와 교육자 집안 출신인 어머니 사이에서 1925년 1월 14일 2남 1녀 중 장남으로 태어났다. 미숙아로 태어나 몇 차례나 죽을 고비를 넘겼던 그는 할머니의 과보호를 받으며 유년시절을 보냈다. 귀족학교인 가쿠슈인에서 초등학교부터 중학교, 고등학교까지 마친 그는 1944년 고등학교를 수석으로 졸업, 아버지가 권하는 대로 도쿄 대학 법학부에 입학한다.
열세 살 때부터 조숙한 재능을 유감없이 발휘하며 왕성한 창작활동을 했던 미시마가 일본문단에 정식으로 데뷔한 것은 1946년 가와바타 야스나리의 추천으로 단편 「담배」가 『인간』 지에 실리면서이다. 대학을 졸업한 미시마는 대장성 은행국에 근무하지만 일 년도 안 되어 사표를 제출하고 본격적인 전업작가로 출발하게 된다. 그때 마침 가와테쇼보로부터 장편소설 집필 의뢰를 받고 쓴 것이 바로 『가면의 고백』이다. 그는 당시 유행하던 프롤레타리아 문학에는 전혀 동조하지 않고 화려한 문장으로 독자적인 미의 세계를 구축하여 『사랑의 갈증』 『푸른 시절』 『파도 소리』 등의 수작을 잇달아 발표한 데 이어 미시마 문학의 최고봉 『금각사』로 불과 서른한 살의 나이에 문학적 절정기를 맞이한다.
30대 후반에 접어든 미시마 유키오는 청년장교들에 의한 쿠데타인 2·26 사건을 소재로 ‘2·26 사건 3부작’을 발표하는 등 문무양도와 내셔널리즘에 경도한다. 그리고 마흔 살이던 1965년 9월부터 4부작 ‘풍요의 바다’를 『신초』 지에 연재하기 시작하여 1970년 11월 25일 오전 마지막 원고를 잡지사에 넘긴 미시마는, 자신의 추종자 네 명을 데리고 일본 육상자위대 이치가야 주둔지에 도착, 총감을 인질로 삼아 대원들을 발코니 아래에 모아놓고 자위대의 궐기를 촉구하는 연설을 하지만 별다른 반응이 없자 총감실에서 전통의식에 따라 할복자살을 하고 만다. 향년 마흔다섯 살이었다.
가면의 고백, 혹은 예술가의 맨얼굴
수많은 작가들이 자신에 관한 ‘젊은 날의 예술가의 초상’을 썼다. 내가 이 소설을 쓰려 한 것은 그 반대의 욕구에서이다. 이 소설에서는 ‘쓰는 사람’으로서의 내가 완전히 사상된다. ...... 나는 완전한 고백의 픽션을 만들려 했다. ‘가면의 고백’이라는 제목에는 그러한 의미도 포함되어 있다. (작가 노트)
1인칭 소설인 『가면의 고백』은 모두 4장으로 구성되어 있는데, 주인공 ‘나’의 출생에 관한 에피소드로부터 시작하여 대학을 졸업하고 직장에 근무하다 사표를 제출한 20대 중반까지의 이야기가 앞에서 소개한 미시마의 연보와 거의 일치하고 있다.
남의 눈에 나의 연기로 비치는 것이 나로서는 본질로 돌아가고자 하는 욕구의 표현이었고, 남의 눈에 자연스러운 나로 비치는 것이 곧 나의 연기라는 메커니즘을 그 무렵부터 나는 희미하게 이해하기 시작했다. (작가 노트)
미시마 유키오는 예술에의 욕구, 즉 가면을 쓰려고 하는 욕구 그 자체에서 맨 얼굴의 자신을 발견하지 않을 수 없었다. 『가면의 고백』은 이러한 욕구를 여과 없이 발현하고 있다. 또한 초판본에 실린 작가 자신의 해설에는 다음과 같은 말이 실려 있다.
이 책은 내가 이제까지 살아왔던 죽음의 영역에 남기려는 유서이다. 이 책을 쓴다는 것은 나에게 역설적인 자살을 의미한다. 투신자살을 영화로 찍어서 되돌리면 자살자가 맹렬한 속도로 계곡 밑으로부터 절벽 위로 날아올라 되살아난다. 이 책을 씀으로써 내가 시도한 것은 그러한 삶의 회복술이다.
고백이라고는 하지만 이 소설 속에서 나는 ‘거짓말’을 방목했다. 원하는 곳에서 그 거짓말들이 풀을 먹게끔 했다. 그러면 거짓말들은 만복이 되어 ‘진실’의 밭을 헤집지 않게 된다.
같은 의미로, 살에까지 파고든 가면, 살집이 달린 가면만이 고백을 할 수 있다. 고백의 본질은 불가능이다라는 것이다. (작가 노트)
미시마 유키오가 『가면의 고백』 속에 진술한 내용은 그야말로 변화무쌍하고 다채롭다. 처음 부분에서 자신이 출생하던 당시의 광경을 보았다는 믿기 힘든 이야기를 꺼내어 마치 이 작품이 모두 허구인 양 연막을 편 뒤 적나라한 고백을 시작하는 것도 흥미롭지만, 가세가 급격히 기울어가는 집안의 장남으로 출생하여 할머니의 과보호를 받으며 여자아이처럼 지냈던 유년 시절의 이야기, 분뇨 수거인의 모습을 보고는 자신이 바로 그 수거인이고 싶었다는 이야기, 축제에 참가한 청년들이 광란하는 모습, 분장욕에 들떠 있던 이야기, 비극적인 것에 대한 애착심, 죽음과 맞선 잔다르크의 모습, 용에게 죽임을 당하는 동화 속 왕자, 자위행위, 전쟁놀이에서의 ‘연기’와 성 세바스티아누스 순교도의 충격, 연상의 동급생 오미에 대한 연모 등 다양하고 충격적인 이야기가 전반부인 1장과 2장에 열거되어 있다.
이어 3장과 4장에서는 그러한 주인공이 실생활 속 이성과의 교제에서 어떠한 반응을 보이는가를, 아마도 자신의 실제 경험을 토대로 상세한 분석을 곁들여가며 기술하고 있다. 소노코는 실제로 미시마와 친한 친구의 여동생이 모델이다.
『가면의 고백』은 과거의 에피소드를 사실적으로 고백하던 기존의 고백문학과는 달리, 그것을 관념화시키고 있다는 점에서 큰 차이가 있으며, 고백이라는 행위의 이면에 숨겨져 있는 진실에 주목하고 있다는 점에서도 차원이 다르다. 미시마는 스스로 이 작품을 ‘정신적 위기에서 생겨난 배설물’이라 설명했는데, 당시 평론가들의 반응 역시 ‘여우에게 홀린 듯한 기분’ ‘날카롭고 역설적인 작품’ ‘수컷 문학이 출현했다’ ‘자기찬미, 자기도취’ ‘그는 완전히 새롭다. 이 작품을 통해 비로소 20세기가 시작된다’는 등의 격렬한 표현이 두드러진다.
『가면의 고백』처럼 내부의 괴물을 가까스로 정복한 듯한 소설을 쓴 다음에, 스물네 살의 내 마음속에는 두 가지 상반된 지향이 확실하게 생겨났다. 하나는 어떻게 해서든 살아가지 않으면 안 된다는 마음이었고, 또 하나는 명확한, 이지적인, 밝은 고전주의에의 경도였다. (작가 노트)
『가면의 고백』은 미시마 유키오가 쓴 작품 중에서 최고의 위치를 차지하는 작품일 뿐만 아니라 전쟁 이후 일본의 새로운 문학의 시작을 알리는 작품으로서, 또한 미시마 유키오의 감각적이면서도 세련된 문장이 지금에도 여전히 유효한 문학적 가치를 지님을 스스로 입증해 보이고 있다.
구매가격 : 9,800 원
이방인(초판 완역본)
도서정보 : 알베르 카뮈 | 2023-10-18 | EPUB파일
지원기기 : PC / Android / iOS
실존주의 문학의 거성, 알베르 카뮈의 걸작
부조리한 생, 우리는 모두 이방인이다!
세상의 불합리성과 부조리를 똑바로 바라보다!
‘모친 사망. 내일 장례. 근조.’
양로원에서 보낸 전보를 받은 주인공 뫼르소는 ‘오늘 엄마가 죽었다. 아니 어쩌면 어제. 잘 모르겠다’ 하며 이야기를 시작한다. 그는 상식적인 인간상에서 벗어난 인물, 즉 자기 본능에 충실할 뿐 냉담한 태도로 생을 이어가는 인물이다. 그는 엄마의 장례를 치르면서 눈물을 흘리며 슬퍼하지 않는다. 엄마를 물론 사랑하지만, 그것과 죽음은 별개의 문제다. 엄마의 장례식 다음 날 그는 아무 일도 없었다는 듯 그냥 해수욕을 즐기고, 바다에서 우연히 만난 전 직장 동료 여성과 그냥 코미디 영화를 보고, 그녀와 그냥 사랑을 나눈다. 또한 불량한 이웃과 그냥 친구가 되고, 그 이웃의 여자 문제에 그냥 관여하고, 아랍인들과의 시비에 그냥 휘말린다. 급기야 뜨거운 태양 아래에서 다섯 발의 총알로 그냥 살인하고 이방인의 족쇄를 찬다. 그렇게 인간 사회의 억압적 관습 잣대에 조리돌림을 당하면서 끝내 사형 선고를 받은 그는 죽음을 처절히 마주한 가운데 진정한 삶에 눈을 뜬다.
이방인 뫼르소는 명백한 이성을 유지한 채 세상과 대치할 때 나타나는 불합리성을 부각하며 그 부조리를 똑바로 바라보게 한다. 그리고 우리에게 말한다. 부조리한 생 속에서 우리는 모두 이방인이라고, 그 운명의 부조리를 직시해야 그럼에도 살아갈 수 있다고.
구매가격 : 5,400 원
고백금지 채선배 찔러나 보기 1권
도서정보 : 간장팩토리 | 2023-10-16 | EPUB파일
지원기기 : PC / Android / iOS
#오메가버스 #펜싱국가대표 #알파공 #순정공 #연하공 #댕댕공 #알파수 #능력수 #미남수 #철벽수
“우리 펜싱부에는 대대로 내려오는 3대 금지 사항이 있다. 첫째는 함부로 좌절 금지, 둘째는 게임이 끝날 때까지 포기 금지, 셋째는 바로 채 선배. 즉 나한테 고백 금지다.”
주원은 뒷짐을 지고서 엎드려뻗쳐 중인 도혁 앞을 느릿느릿 오갔다.
바닥을 짚은 채 낑낑거리던 도혁이 고개를 빼꼼 들며 물었다.
“저기요. 선배님, 제가 첫 번째랑 두 번째 이야기는 들었어도 마지막 사항은 처음 듣는데요?”
“당연하지. 내가 방금 만들었으니까.”
Copyrightⓒ2022 간장팩토리 & M BLUE
Illustration Copyrightⓒ2022 JIT
All rights reserved.
구매가격 : 3,000 원
고백금지 채선배 찔러나 보기 2권
도서정보 : 간장팩토리 | 2023-10-16 | EPUB파일
지원기기 : PC / Android / iOS
#오메가버스 #펜싱국가대표 #알파공 #순정공 #연하공 #댕댕공 #알파수 #능력수 #미남수 #철벽수
“우리 펜싱부에는 대대로 내려오는 3대 금지 사항이 있다. 첫째는 함부로 좌절 금지, 둘째는 게임이 끝날 때까지 포기 금지, 셋째는 바로 채 선배. 즉 나한테 고백 금지다.”
주원은 뒷짐을 지고서 엎드려뻗쳐 중인 도혁 앞을 느릿느릿 오갔다.
바닥을 짚은 채 낑낑거리던 도혁이 고개를 빼꼼 들며 물었다.
“저기요. 선배님, 제가 첫 번째랑 두 번째 이야기는 들었어도 마지막 사항은 처음 듣는데요?”
“당연하지. 내가 방금 만들었으니까.”
Copyrightⓒ2022 간장팩토리 & M BLUE
Illustration Copyrightⓒ2022 JIT
All rights reserved.
구매가격 : 3,000 원
고백금지 채선배 찔러나 보기 3권
도서정보 : 간장팩토리 | 2023-10-16 | EPUB파일
지원기기 : PC / Android / iOS
#오메가버스 #펜싱국가대표 #알파공 #순정공 #연하공 #댕댕공 #알파수 #능력수 #미남수 #철벽수
“우리 펜싱부에는 대대로 내려오는 3대 금지 사항이 있다. 첫째는 함부로 좌절 금지, 둘째는 게임이 끝날 때까지 포기 금지, 셋째는 바로 채 선배. 즉 나한테 고백 금지다.”
주원은 뒷짐을 지고서 엎드려뻗쳐 중인 도혁 앞을 느릿느릿 오갔다.
바닥을 짚은 채 낑낑거리던 도혁이 고개를 빼꼼 들며 물었다.
“저기요. 선배님, 제가 첫 번째랑 두 번째 이야기는 들었어도 마지막 사항은 처음 듣는데요?”
“당연하지. 내가 방금 만들었으니까.”
Copyrightⓒ2022 간장팩토리 & M BLUE
Illustration Copyrightⓒ2022 JIT
All rights reserved.
구매가격 : 3,000 원
고백금지 채선배 찔러나 보기 4권 (완결)
도서정보 : 간장팩토리 | 2023-10-16 | EPUB파일
지원기기 : PC / Android / iOS
#오메가버스 #펜싱국가대표 #알파공 #순정공 #연하공 #댕댕공 #알파수 #능력수 #미남수 #철벽수
“우리 펜싱부에는 대대로 내려오는 3대 금지 사항이 있다. 첫째는 함부로 좌절 금지, 둘째는 게임이 끝날 때까지 포기 금지, 셋째는 바로 채 선배. 즉 나한테 고백 금지다.”
주원은 뒷짐을 지고서 엎드려뻗쳐 중인 도혁 앞을 느릿느릿 오갔다.
바닥을 짚은 채 낑낑거리던 도혁이 고개를 빼꼼 들며 물었다.
“저기요. 선배님, 제가 첫 번째랑 두 번째 이야기는 들었어도 마지막 사항은 처음 듣는데요?”
“당연하지. 내가 방금 만들었으니까.”
Copyrightⓒ2022 간장팩토리 & M BLUE
Illustration Copyrightⓒ2022 JIT
All rights reserved.
구매가격 : 3,000 원
한 사람을 더하면
도서정보 : 은모든 | 2023-10-16 | EPUB파일
지원기기 : PC / Android / iOS
팬데믹이 몇 차례나 더 지구를 휩쓸고 지나간 2040년대
악화일로의 세계 속에서 ‘나’를 맡길 만한 ‘집합가족’ 탐사기
2018년 등단한 이후로 꾸준한 작품활동을 펼치면서 한국문학의 대표적인 ‘페이지 터너’ 작가로 확고히 자리잡아온 은모든 소설가의 신작 장편소설 『한 사람을 더하면』이 출간되었다. 기후 변화와 경제 위기가 거듭된 2040년대의 한국을 배경으로 하는 이 소설은 우리에게 들이닥칠 디스토피아를 또렷하게 그려내 보임과 동시에, 엄습하는 암울한 전망에도 불구하고 더 나은 세계를 가능케 할 인간의 의지와 사랑을 믿게 한다. 독자를 흡인하는 유려하고 감각적인 전개와 생생하게 살아 숨쉬는 인물, 담백하면서도 위트 있는 문장들이 탁월하게 어우러진 이야기를 통해.
가속화된 기후 변화와 수차례 닥친 팬데믹으로 인해 경제 위기가 일상화되고, 급격히 낮아진 출생률에 따른 노년 인구의 급증으로 생계 비용이 걷잡을 수 없이 불어난다. 여기에 웬만한 수입으로는 감당이 불가능할 만큼 ‘독신세’ 부담이 가중되자 사람들은 “혈연의 제약을 벗어던진 애착의 공동체”인 ‘집합가족’의 울타리 안으로 모이기 시작한다.
주인공 이심은 의사가 되어 간절히 바라왔던 부모로부터의 독립을 이루었지만, “이 구역의 납세왕” 처지로부터 벗어나고자 집합가족을 찾는 사람들이 모이는 ‘무도회장’에 들어선다. 그곳에서 그는 풍족한 경제력에다 각자의 성격과 역할이 완벽한 조화를 이뤄 정서적인 충만함까지 두루 갖춘 한 가족을 만난다. 자신의 마지막 조각을 찾았다고 확신한 이심은 그들의 일원이 되기 위해 집에 방문하고, 그곳에서 그 가족에게 도사리고 있던 예상치 못한 갈등을 마주한다.
“어쩌면 이들은 자신이 함께할 수 있는 최고의 가족에는 미치지 않을지 모른다. 하지만 현재로서는 최선의 선택을 한 것이 틀림없다. 이심은 그렇게 확신했다. 위층에서 다급히 뛰어내려온 소리가 “엄마, 로아가 이상해요!” 하고 외치기 전까지만 하더라도.”(178쪽)
“몇십 년 뒤, 이 소설을 가리켜 예언서라고 부르게 되는 건 아닐까? (…) 이거, 소설인 거지? 현실 아니지? 아직은”이라는 이다혜 작가의 추천사처럼 『한 사람을 더하면』은 오늘날의 세계가 이대로 지속될 때 분명히 가닿을 미래를 서늘하리만치 소상하게 구현해낸다. 과학기술의 발전은 홀로그램을 눈앞에 자유자재로 띄우거나, 현실에 존재하지 않는 찬란한 풍경을 확장 현실로 구현해 냄새와 촉감까지 생생히 느낄 수 있게 한다. 그러나 한편으로는 어딘가에서 생체 데이터의 조작과 재생산마저 가능해져 비밀리에 인간 실험이 벌어지고 있다는 소문도 들려온다.
이 소문을 더욱 증폭시키는 존재는 총리 경규철이다. 인기 없는 아나운서에서 예능 피디와 유튜버, 논객으로 끊임없이 변모하더니 전 국민에게 ‘시민 수당’을 지급하겠다는 공약으로 총리의 자리까지 오른 인물. 지속 불가능한 시민 수당이 물가만 폭등시켰음에도 특유의 카리스마로 반대자들을 제압하고 독재 체제를 확립해낸 그는 자신의 욕망을 무한한 권력과 영생에 맞춘다. 대기업들과 결탁해 바이오센터 붐을 만들어내더니, ‘테크노 비엔날레’를 개최해 국민과 국가 전체를 장악할 안드로이드의 도입에 나선 것이다.
마치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은 것 같다고 느낄 때마다 이심은 말도 안 되는 일들이 이미 너무 많이 일어나버렸다고 악을 쓰며 소리치고 싶었다. 동시에 당장 전 국민이 시청하는 공영 뉴스에 등장하여 악을 쓴다고 하더라도 바뀌는 것은 아무것도 없을 것이라는 사실에 무력감을 느꼈다. 그러나 나흘이 지난 후, 이심은 그날의 첫 진료를 위해 방문한 노부부의 집에서 아무런 변화가 없으리라는 생각이 잘못되었음을 깨달았다. 사태는 점점 더 나빠지고 있었다.(300쪽)
아무래도 희망은 저 멀리서 잡히지 않지만,
그럼에도 우리가 하나를 더할 수 있다면
그러나 은모든은 우리에게 보다 나은 미래가 가능하다는 의지를 포기하지 않는다. 집합가족이 될 사람들을 살피는 이심의 망막 이면에는 원가족이 어른거린다. 이심은 옛날만을 되새기며 악화일로의 세태를 한탄하는 엄마가 좀더 빨리 아빠를 떼어냈으면 어땠을까 생각한다. 투자가 번번이 실패하며 엄마에게 도망도 못 갈 빚을 끼얹었던 아빠. 이심은 아빠와 자신은 다를 거라고 다짐한다. 돈만을 좇으면서 점차 “미움과 원망을 겹겹이 더해갈 사람”이 아니라 소중한 사이라면 응당 그러해야 할 다정과 의무감을 갖춘 가족을 선택할 것이므로. 이제 이심의 앞에도 엄마와 같이 인생의 갈림길이 놓였다. 그는 자신을 위한 선택을 내리게 될까?
‘한 사람을 더하면’이라는 제목은 우리로 하여금 비관만을 허락하는 환경과 조건에도 불구하고 더 나은 가족을 이룰 각각의 한 사람들을, 그리고 올바른 세계를 구축해낼 한 표를 가리킨다. 은모든은 그러한 낙관을 우리에게 전하기 위해 매력 가득한 인물들을 창조해낸다. 점점 나빠져가는 세계를 구하기 위해 자신의 몸을 바칠 정도로 강한 신념을 지닌 최선생과 그의 집합가족 딸 선민, 그리고 어설프고 서툰 바텐더지만 그런 실수마저도 자꾸만 바라보고 싶게 하는 사랑스러운 모영과 같은 이들이 소설 안에 살아 숨쉬고 있다.
주저하고 견디는 데 익숙한 소시민 이심은 우리들 그 자체일 것이다. 하지만 그러한 우리는 변화의 출발점이 될 수 있다. 무언가 새로운 것을 고안해내거나 앞에 나서서 군중을 이끌기보단 대세를 따르지 않을 수 없지만, 변화의 들불이 일어날 때 기꺼이 한 사람의 몫을 더할 준비가 된 이심의 모습은 우리가 잊고 있던 것들을 일깨운다. 바로 우리의 DNA에 새겨진, 세상을 바꾼 적 있던 혁명의 기억을. 그리고 그 가능성이 여전히 우리 안에 있다는 사실을. 그러므로 『한 사람을 더하면』은 미래로부터 절체절명의 현재에 당도한 하나의 간절한 당부이기도 하다.
구매가격 : 11,800 원
남킹의 문장 1
도서정보 : 남킹 | 2023-10-13 | EPUB파일
지원기기 : PC / Android / iOS
언어의 마법사. 남킹의 명문장 모음집.
비가 5번 아우토반을 적신다. 낮이지만 어두운 거리. 나는 무언가에 끌리듯, 그 어두운 공간을 뚫고 간다. 마치 온전한 그리움으로 가는 느낌이다. 비가 창에 톡톡 튀며, 내 곁을 지나 빠르게 흩어진다. 나는 그저 외로움과 그리움에 합당하게 반응한다. 그건 세상이 내게 준 의미이자 비밀스러운 약속이다. 스치는 숲. 바람. 조각구름. 끝을 알 수 없는, 구부러진 길. 완곡의 산을 지나 소담스럽게 마주치는 작은 마을. 벽돌집. 골목과 성당. 카페와 사람. 그리고 추억.
누구든 그리움은 있는 거니까. 너 또한 그리움의 대상일 거야. 그리고 이건 아주 짧게 끝날 거야. 모든 것은 결국 사라지니까.
구매가격 : 4,400 원
남킹의 문장 2
도서정보 : 남킹 | 2023-10-13 | EPUB파일
지원기기 : PC / Android / iOS
언어의 마법사. 남킹의 문장 모음 2집.
나는 노트북 파워를 넣고 부팅을 기다린다. 무엇인가를 기억하고 쓴다는 것은 기분 좋은 일이다. 나는 내가 기억할 수 있는 한 많은 글을 남기고 싶다. 나는 끝없이 내 머리에서 솟구치는, 나의 의지와는 상관없이, 채색되고 가공된, 옛 추억이 버무려 낸 순간에 상상의 이야기를 엮어가면서, 불현듯 스치는 놀라운 인간의 재치를 탐구하는, 이런바 찰나의 순간을 사랑하는 방법을 모색할 수 있기를 바라마지 않는다. 어쩌면 그 순간의 몰입만이 내게 남겨진 몇 안 되는 즐거움 중의 하나일지도 모르겠다. 더욱이 이국땅에서 쓸쓸한 말년을 보낸다면 말이다.
구매가격 : 4,400 원
남킹의 문장 3
도서정보 : 남킹 | 2023-10-13 | EPUB파일
지원기기 : PC / Android / iOS
언어의 마법사. 남킹의 문장 모음 3집.
여인과 보낸 하루는 무거운 날이었다. 짙은 구름, 높은 담장, 거친 바람, 누런 시트, 노란 벽지, 진한 입술. 그녀는 기묘하게도 나비를 자신과 동일시하고 있었다.
“이 고통받는 육신은 하나의 매개체일 뿐이야. 나는 애벌레거든. 어느 날 나의 영혼은 이 모든 더러움과 고통에서 벗어나 날아오를 거야.” 여자는 벗은 몸을 심하게 구부렸다. 마치 척추가 다 빠진 것처럼.
나는 주눅이 든 채 있었다. 칙칙하고 소박한 소도시의 골목. 바람이 비집고 들어간 곳을 따라간 나는, 뜬금없이 화사한 네온사인에 놀랐다. 지친 여인들이 서성거렸다. 추저분한 골목. 그녀가 나를 주시한다. 나는 빠른 걸음으로 꽁무니를 사린다. 하지만 얼마 되지 않아 주머니 속 지폐가 사라진다.
구매가격 : 4,400 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