촉루

도서정보 : 정인택 | 2020-09-02 | EPUB파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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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슴이 달락말락한 ‘니시아라이바시(西新井橋[서신정교]), 난간에 기대 서서 나는 버스가 퍼치고 간 먼지를 피하여 후 참았던 숨을 한숨 비슷이 강 위에 내뿜으며 안심한 듯 뒤를 돌아보고 그리고 똘똘 말아 왼손에 쥐었던 봉투를 무슨 보배나 같이── 보배에는 틀림없었으나 땀밴 손으로 조심조심 펴본다.
그러나 약간 상기된 얼굴에 강바람이 시원할 때 나는 급하게 두 소매로 이마에 비친 땀을 씻고 천한 웃음을 가만히 억제하며 다시 한번 시선을 100간통이 넘는 다리 위로 굴려 나를 감시하는 듯한 파출소와 순사를 곁눈질한 후,
──흥, 훔친 건 아니다.
스스로 비웃어보나 이유없이 그들이 두렵고, 불안하고 ── 그러나 다리 건너 순사의 얼굴은 이미 나와 100간통의 거리를 가졌고, 폭양(暴陽) 아래를 걷는 행인이란 젖먹이를 들쳐업은 아낙네 둘, 셋──버스가 날리고 간 자욱했던 먼지는 여지없이 바람에 흩어지며, 흐르며,
──거지짓 헌 건 아니니까…… 주니까 받았을 뿐이지
꼬기꼬기 구겨진 봉투의 주름살을 찢으려다 말고 하나하나 펴보며,
──이까진 돈쯤…….
그러나 천한 웃음이 뒤를 이어 치받치고 이상하게 가슴이 울렁거리고 ── 나는 봉투를 펴든 채 잠깐 망설이며 달랑하는 금속의 음향을 엿듣고, 감각하고, 거의 울음지도록 몸서리치고 만다.
50전짜리 은화 네 개 ── 땀밴 손바닥에 차디찬 감촉이 알지 못하게 섭섭한 쾌감을 던져줄 때 나는 문득,
“겨우 2원 !”
입 밖에 내어 뇌이고, 그러나 고개를 흔들며,
── 허긴 벌써 세 번째니까…….
주는 것만 고맙지, 그에게 돈을 달랠 권리는 나에게 없다 ──나는 봉투를 조각조각으로 찢고 또 찢어 힘없이 한 장 두 장 흐름 위로 날리며── 그러나 다음 순간 두 손이 비었을 때 나는 급속하게 아무것도 생각 않고 걷기를 시작한다.
길거리로 즐비하게 늘어선‘야타에미세(노점)의 야키다이후쿠(구운 복어), 토모에야키(구운 오리), 후카시이모(찐 감자), 야키토리(참새구이)── 다리를 건너기 전 그렇게도 먹고 싶다 생각하던 이런 것들을 나는 흥 ── 코웃음치며 바라보고,
── 아사쿠사에 가서 우나기(장어구이 덮밥)를 두 그릇만 먹으리라
이렇게 결심하면서도 ──
그러나 무의식중에 어느덧 나는‘이모야(芋屋[우옥])’ 앞에 서서 목쉰 소리로,
"5전어치만 주우."
이렇게 말하고 만다.

구매가격 : 500 원

순정해협

도서정보 : 함대훈 | 2020-09-02 | EPUB파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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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제강점기 작가 함대훈의, 순정제일주의를 대단원까지 강조해 나간 장편소설

구매가격 : 1,000 원

더 체인

도서정보 : 저자명 : 에이드리언 매킨티 역자명 : 황금진 | 2020-09-02 | EPUB파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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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딸, 조금만 기다려.
엄마가 널 대신할 희생자를 찾았으니까.”

* * *

《뉴욕타임스》ㆍ아마존 베스트셀러, 《타임》ㆍ북리스트ㆍ커커스 리뷰 2019년 올해의 책
〈킹스맨〉, 〈엑스맨〉 제인 골드먼 각본, 유니버설 픽처스 영화화 확정!


“당신은 지금 체인에 들어왔어요.”

살아 있는 범죄의 순환 고리,
‘체인’의 올가미에 걸린 자는 반드시 괴물이 된다.



딸이 납치당했다. 납치범의 요구는 두 가지. 하나는 딸의 몸값을 비트코인으로 지불할 것, 다른 하나는 직접 아이를 납치해 몸값을 요구할 것. 납치범은 자신도 아들을 납치당해 지시대로 하는 거라며 몰아붙인다. 시키는 대로 하지 않으면 이 납치범의 아들도 자신의 딸도 죽는다. 레이철은 자식을 위해서는 뭐든 할 수 있다고 생각해왔다. 하지만 자기 딸을 위해 다른 아이를 희생시킬 생각은 해본 적이 없다. 정확히 말하면, 지금 이 순간까지는.





◎ 도서 소개

“우리가 누구고 무슨 짓까지 저지를 수 있는지는,
앞으로도 모르게 해달라고 비는 게 더 좋을 거야.”

― 평범한 여성의 삶을 단숨에 지옥으로 끌어내리는 범죄 조직 ‘체인’의 덫

미국 최고의 추리소설상 에드거상 수상에 빛나는 작가 에이드리언 매킨티의 장편소설 『더 체인』이 아르테에서 출간되었다. 지금까지 10여 편의 작품으로 에드거상을 포함해 네드 켈리상, 배리상, 앤서니상을 수상하고 20여 개 언어로 번역되며 세계적으로 주목받는 스릴러 작가로 떠오른 에이드리언 매킨티의 국내 첫 출간작이다.
크게 2부로 구성된 소설 『더 체인』은 1부 ‘실종된 소녀들’에서 열세 살 소녀 카일리가 납치된 목요일 아침부터 카일리의 엄마 레이철이 범죄 조직 ‘체인’의 요구를 완수하는 월요일 오후까지 나흘간 일어난 사건들을 레이철과 카일리의 시점을 오가며 박진감 넘치고 흡인력 있게 보여준다. 2부 ‘미궁 속 괴물’에서는 사건이 끝나고 시간이 흐른 후에도 ‘체인’의 위협과 트라우마에 시달리던 레이철이 직접 체인의 비밀을 추적해 범죄 조직의 실체를 찾아가는 모험을 그린다.
레이철은 서른다섯 살의 평범한 여성으로, 남편과 이혼한 후 딸 카일리와 단둘이 살고 있다. 지독한 항암치료를 통해 이제 막 죽음을 극복했고, 불안정한 자리지만 자신의 전공을 살릴 수 있는 대학교 철학 강사 일을 구하게 되면서 인생의 새로운 출발을 앞두고 있다. 그런 레이철에게 어느 날 갑자기 끔찍한 전화 한 통이 걸려온다. 카일리를 지금 납치했으니 딸을 되찾고 싶다면, 2만 5천 달러의 돈을 보낸 후 다른 아이를 납치해 그 아이의 부모에게도 똑같은 요구를 해야 한다고 말한다. 이것이 바로 ‘체인’의 명령이라고. 레이철은 이 재난에서 벗어나기 위해 막무가내로 달려들기 시작한다. 돈을 구한 후 다크웹에 접속해 비트코인을 보내고, SNS로 다음 타깃을 물색한 다음 협박에 사용할 총을 구한다. 그 모든 범죄에 가담하며 가까스로 딸을 되찾은 레이철. 레이철과 카일리는 과연 체인의 덫에서 완전히 벗어나 다시 평범한 일상으로 돌아갈 수 있을까?


“레이철은 저 아래 지하실에 있는 어밀리아가 아직도 살아 있을까 생각한다.
동시에 지금의 자기 자신이 어떻게 그토록 대수롭지 않게,
냉정한 태도로 그런 생각을 할 수 있는지 궁금하다.”

― 윤리적 생각과 행동의 간극을 끈질기게 파고드는 스릴러

끔찍하고 비밀스러운 범죄 한가운데로 끌려 들어와 순식간에 피해자에서 가해자가 되어버린 레이철은 자신이 지켜온 가치관과 일상이 완벽하게 망가져가는 것을 생생하게 느낀다. 그러면서도 바로 어제까지는 전혀 상상도 하지 못한 끔찍한 범죄를 냉정하고 차분하게 저지르고 있는 자기 자신을 마치 완전한 타인을 바라보는 것처럼 낯설게 여기기 시작한다.
에이드리언 매킨티는 2012년 멕시코시티에서 실제로 발생한 ‘피해자 교환 납치’ 사건에 착안해 『더 체인』을 창작했다고 밝혔다. 피해자 교환 납치는 납치 피해자를 대신해 가족 구성원이 스스로 인질이 되겠다고 자청하는 것을 악용한 범죄의 한 수법이다. 또한 매킨티는 두 딸을 키우면서 이들의 안전을 위해서라면 무슨 짓이든 저지를 수 있음을 실감하게 되었기에 이런 상상이 가능했다고 말했다.
사랑하는 딸을 지키기 위해 무고한 아이와 그 가족에게 다시 없을 고통을 안겨주는 행위가 윤리적으로 옳지 않다는 주장은 당연하다. 그리고 ‘사랑’이라는 감정이 인간의 삶에서 가장 중요한 감정이라는 사실도 당연하다. 하지만 작가는 이 범죄 한가운데 우리를 끌어들여 감정을 이입하게 되었을 때 경험하는 감정과 혼란을 체감하게 하면서, 가장 인간적인 감정인 사랑이 바로 ‘체인’이라는 끔찍한 범죄 조직이 유지되는 가장 중요한 동력임을 지적한다. 그와 동시에 사랑으로 인해 윤리적인 경계가 완전히 무너지면서 비윤리적인 상황에 속수무책 끌려갈 뿐 아니라 적극 가담하게 되는 수많은 피해자를 보여주면서 윤리적인 생각이 곧 윤리적인 행동을 담보하는 것이 아님을, 인간인 이상 누구도 윤리적 생각과 실제 행동 사이의 간극에서 자유로울 수 없음을 직시하게 한다. 이러한 인간성에 대한 깊은 고찰과 끈질긴 전개야말로 ‘사악하고 무시무시하다’는 평과 함께 ‘한 편의 걸작. 이 장르에서 나온 소설 중 단연 최고의 작품’이라는 찬사가 『더 체인』에 동시에 쏟아질 수 있는 이유이다.




◎ 이 책에 보내는 찬사!

★★★★★ “이 악몽 같은 소설은 믿기지 않을 만큼 추진력 있고 독창적이다.”_ 스티븐 킹
★★★★★ “부모의 사랑, 선과 악의 본질. 도덕적 한계를 실험하는 소설.” _《뉴욕타임스》
★★★★★ “평범한 사람이 맞닥뜨린 완전히 미친 세계……. 빠져들게 될 것이다.” _ 아마존
★★★★★ “당신은 정말로 자식을 위해 뭐든 할 수 있는가? 납치범이 되는 일까지도?” _《워싱턴포스트》


◎ 책 속에서

“너 이게 뭔지 알아?” 남자가 묻는다.
“총요.” 카일리가 대답한다.
“총은 총인데 네 심장에 겨눈 총이지. 네가 비명을 지르거나 반항하거나 도망가려고 하면, 널 쏠 거야. 알아들었어?”
카일리가 고개를 끄덕인다.
“좋아, 착하네. 얌전하게 굴어야 해. 이 눈가리개를 써. 네 생사는 이제 너희 엄마가 앞으로 24시간 동안 어떻게 하느냐에 달려 있거든. 혹시…… 우리가 널 풀어주게 된다면, 네가 우리 얼굴을 몰라야 하잖니.” _ 12쪽

“레이철 오닐 씨인가요?” 목소리가 묻는다. 다른 목소리다. 이번에는 여자다. 혼비백산한 듯 들리는 여자 목소리.
레이철은 아니라고 말하고 싶다. 결혼 전 이름인 레이철 클라인을 다시 쓰기 시작했다는 핑계로 임박한 재앙을 외면하고 싶지만, 소용없으리라는 것을 잘 안다. 그 어떤 말로도, 그 어떤 행동으로도 이 여자가 전해줄 최악의 소식을 막지는 못할 것이다.
“맞는데요.” 레이철이 말한다.
“정말 미안해요, 레이철. 끔찍한 소식이 있어요. 지시 사항을 받아 적을 펜과 종이가 준비됐나요?”
“무슨 일인데요?” 이제는 정말로 무서워진 레이철이 묻는다.
“내가 당신 딸을 납치했어요.” _ 21쪽

프로필과 게시물을 누구나 볼 수 있게 전체 공개로 해놓은 사람이 놀라울 정도로 많다. 조지 오웰이 틀렸어. 레이철은 속으로 생각한다. 미래에 광범위한 감시 수단을 써서 만인을 감시하는 건 국가가 아니라 국민이 될 거야. 국민이 자기들 위치, 관심사, 음식 취향, 식당 선택, 정치사상, 취미를 페이스북, 트위터, 인스타그램, 그 밖의 온갖 소셜미디어에 지속적으로 업로드해서 국가의 일을 대신해주게 될 거야.
알고 보니 고맙게도 페이스북이나 인스타그램을 몇 분 단위로 업데이트하면서 잠재적 납치범이나 강도 들에게 자기의 행방과 내밀한 위치 정보를 시시각각 제공하는 사람들이 있다.
모두 요긴한 정보다. _59쪽

그들이 대체 왜 그녀를 골랐는지 레이철은 다시 한번 궁금해진다. 그녀에게서 어떤 면을 보았기에 유괴 같은 사악한 짓을 저지를 수 있다고 판단한 걸까? 레이철은 지금껏 성실하게 살아왔다. 헌터 칼리지 고등학교 시절에는 전 과목 A를 받았고, 대학 입학시험에서도 고득점을 받고 하버드 면접에도 붙었다. 과속도 절대 하지 않고 세금도 꼬박꼬박 내고 그 어디에도 지각하는 법이 없다. 주차 위반 딱지라도 받으면 몹시 괴로워한다. 그런데 이제 한 가족에게 저지를 수 있는 최악의 범죄를 저질러야 한다고? _ 76쪽

관심이 전혀 없는 세 개 층을 무심하게 둘러보고 지하실은 꼼꼼히 살펴본다. 지하실은 벽돌 벽과 콘크리트 바닥으로 되어 있고 세탁기와 건조기, 보일러 외에 아무것도 없다. 집을 받치고 있는 기둥이 콘크리트라서 그 기둥 중 하나에 아이를 사슬로 묶어놓으면 되겠다는 생각이 든다. 그런 생각을 하는 자신이 싫지만 어쩔 수 없다. 레이철은 건조기 위로 난 작은 창문을 자세히 본다. 이 창문은 시내 철물점에서 판자를 사 와서 가릴 것이다.
흥분과 혐오감으로 몸서리가 쳐진다. 어떻게 그녀가 이런 생각을 척척 해낼 수 있는 걸까? _ 85~86쪽

죽음은 인생 최악의 일이 아니다. 인생 최악의 일은 자식에게 변고가 생기는 것이다. 자식이 생기면 계속해서 어른이 될 수밖에 없다. 부조리란, 의미를 열망하지만 이 세상에서 의미를 못 찾아내면서 생기는 존재론적 모순이다. 자식을 잃어버린 부모는 누릴 수 없는 사치다. _195쪽

아이를 죽이는 것, 누구도 할 수 없는 최악의 행동이다.
하지만 카일리를 다시 이런 일에 휘말리게 하는 것보다는 낫다.
레이철은 울기 시작한다. 고통과 분노가 해일처럼 몰려온다. 그 사람들은 이런 걸 보고 웃는 걸까? 선량한 사람들한테 끔찍한 짓을 억지로 시키고는 그걸 지켜보면서? _ 278쪽

카일리가 새로 산 빨간 코트를 입고 아래층으로 내려온다. 오늘은 기분이 좋아 보인다. 제 엄마처럼 카일리도 행복한 척하는 데 점점 도가 트고 있다. 한쪽 입꼬리를 살짝 위로 올리고 목소리를 억지로 밝게 꾸민다. 하지만 눈은 다른 말을 하고 있다.
카일리는 최근 걸핏하면 위경련을 일으킨다. 의사들도 원인을 찾지 못했다. 으레 스트레스 때문일 거라고만 한다. 너무 아파 몸을 웅크리게 하고 악몽으로 침대에 오줌을 싸게 하는 스트레스. _315~316쪽

레이철은 이제 모든 게 이해된다.
체인은 인간의 가장 중요한 감정인 사랑을 이용해서, 사랑의 힘을 이용해서 돈을 버는 끔찍한 수단이다. 자식을 향한 부모의 사랑, 형제자매간의 사랑, 또는 연인의 사랑이 없는 세상에서는 먹히지 않을 수단이다. 사랑이라는 감정이 전혀 없거나 사랑을 이해하지 못하는 소시오패스만이 체인을 돈벌이 수단으로 쓸 수 있을 것이다.
사랑은 아리아드네와 테세우스를 파멸로 이끌었다.
보르헤스 소설 속의 미노타우로스도 마찬가지다. _463쪽

구매가격 : 12,000 원

사랑앓이증후군

도서정보 : 헤르 | 2020-09-02 | EPUB파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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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신은 비극을 사랑하시나요? 한 소녀는 이러한 질문을 건넵니다. 또 소녀는 이 질문을 거내면서 자신의 질문이 심술궂다고 말하기도 합니다. 하지만 그렇다해서 자신의 질문이 잘못되었다고 말하지는 않죠. 그렇다면 당신은 어떠한 대답을 하시겠습니까?

구매가격 : 10,000 원

이 세상에 쉬운 일은 없다

도서정보 : 쓰무라 기쿠코 | 2020-09-02 | EPUB파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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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소개

“어느 날 좋아하는 일에 배신을 당하면
한순간에 몸도 마음도 만신창이가 되죠.”
NHK 화제의 드라마 <이 세상에 쉬운 일은 없다> 원작 소설 드디어 출간!!

NHK 화제의 드라마 <이 세상에 쉬운 일은 없다>의 원작 소설이 드디어 출간되었다. 직장인의 마음을 울리는 대사와 직장인이 공감할 만한 상황 묘사로 일본 드라마를 좋아하는 직장인, 특히 여성 직장인들 사이에서 입소문이 났으며 화제를 모았다. ‘이 일이 내게 잘 맞을까?’, ‘과연 일이란 무엇인가’ 고민하는 독자라면 꼭 읽어볼 만한 작품이다.

보람은 있지만 힘들어서 번아웃 증후군에 빠진 여자 주인공 ‘나’가 서로 다른 5가지 직종을 경험하면서 자신과 일의 건전한 관계를 회복하는 여정을 그린 연작 단편집이다. 일에 열중하지만 쉽게 지쳐버리는 내가 다양한 직업을 거치면서 일의 의미, 자신과 일의 관계를 돌아본다. 일과 대인관계 등으로 잠시도 마음 편하게 회사 생활을 하지 못하는 우리 시대에 일이란 무엇인가 물음을 던진다.

일과 일하는 여성을 다룬 ‘직장 소설’에 능한 쓰무라 기쿠코의 작품이다. 아쿠타가와상 수상 작가 쓰무라 키쿠코는 자신의 직장 생활을 바탕으로 일하는 여성의 일상과 심리를 사실적이고 재치 있게 그려내 독자와 문단의 사랑을 동시에 받고 있다. 1978년에 태어난 쓰무라 키쿠코는 특히 같은 세대의 여성이 많이 공감하는 작품으로 정평이 나 있다.

36세 독신 여성인 ‘나’는 일과 인간관계에 지쳐서 결국 14년이나 있었던 회사를 그만두지만, 실업 급여 수령 기간이 끝나자 고용센터를 찾아간다. 이번에는 되도록 사람들과 엮이지 않고 지나치게 신경을 쓸 필요도 없는 단순한 일을 찾아야겠다고 다짐한다. 반쯤 자포자기한 심정으로 콜라겐이 추출되는 것을 지켜보는 일 같은 건 없느냐고 묻자 상담원은 뜻밖에 그런 일이 있다고 대답한다. 누군가를 감시하는 일, 버스 음성 광고를 제작하는 일, 쌀과자 봉지에 들어갈 글귀를 생각하는 일, 포스터를 붙이러 돌아다니는 일, 커다란 숲속 오두막에서 하는 일까지 어딘가 모르게 이상하면서 미스터리한 일에 휘말리게 된다.

‘열심히 하지 말아야지’ 내심 생각하면서도 하다 보니 업무에 몰입하게 되고, 그러다 보니 자연 스럽게 주변에서 일어나는 일에 휘말리고 마는 이야기가 펼쳐진다. 새로운 직장에서 어떤 일을 해결하고, 또 취직한 직장에서 다른 일에 휘말려 계속해서 직업을 바꿔 나가는 과정이 담담하게, 동시에 코믹하게 묘사된다. 작품 속 등장인물에 대한 세세한 묘사와 독특한 유머가 매력적이다. 때로는 큭큭 웃음을 터트리거나 때로는 “바보 아니야?”하며 어이없어하며 읽지만 점차 '나와 일의 관계'를 생각하게 된다.


“일이니까 그렇게 열심히 할 필요는 없어요”
공감과, 웃음, 용기를 선사하는 ‘직장인 공감 소설’

저자 쓰무라 기쿠코는 “내가 보람을 느끼는 일은 남들이 나를 많이 의지하기도 하고 칭찬해주기도 하기 때문에 일과 애증관계에 빠지기 쉬운 것 같아요. 그 결과 어느 날 갑자기 좋아하는 일에 배신을 당하면 한순간에 몸도 마음도 만신창이가 되어버리죠. 그렇게 상처를 입었던 사람이 ‘하고 싶은 일’이 아니라 ‘할 수 있는 일’부터 해보면서 일과 자신의 관계를 새로 정립해나간다”고 밝힌다. 사회라는 우주에서 마음을 흔드는 일을 계속하며 자신이 있을 곳을 찾는 공감 직업 소설이다.

일에는 헤아릴 수 없는 어려움이 있고, 동시에 헤아릴 수 없는 재미가 있다. 주인공은 1년에 다섯 가지나 되는 ‘수상하면서 특이한’ 일과 사건을 경험하면서 어떤 일이든 나름의 사정과 희로애락이 있다는 것을 깨닫게 된다. 여러 시행착오를 거치고, 고민을 거듭하며 자신에게 맞는 일을 찾아가는 모습이 남 일 같지 않아 응원하게 된다.

어디서나 있을 법하지만, 또 어디서도 볼 수 없는 이야기에 군데군데 미스터리한 설정과 유머러스한 장면이 절묘하게 어우러져 한번 손에 잡으면 내려놓기 힘들다. 일과 나의 관계를 어떻게 만들 것인가, 직장 인간관계를 어떻게 맺을 것인가 생각하게 하는 작품이다. 2016년 예술선장 신인상을 받았다.

구매가격 : 10,150 원

있을 법한 연애소설

도서정보 : 조윤성 | 2020-09-01 | EPUB파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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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브런치 연재 중 최장기 베스트 로맨스 소설”

- 만나는 남자가 없는 건 아닌데 정착하지 못해서 ‘나만 이런걸까?’ 싶은 여성이 공감할 수 있는 책.

- 마음대로 되지 않는 연애 때문에 상처 받은 여성이 ‘나만 이런 건 아니구나’하는 생각에 위로 받을 수 있는 책

구매가격 : 7,800 원

민하의 하루

도서정보 : 김나영 | 2020-09-01 | EPUB파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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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 7살 자기 전에 읽어주는 생활동화 민하의 하루. 민하는 성장하고 있는 아이입니다. 민하의 하루 는 어린이들이 유치원 학교 가정에서 겪는 일상을 담았습니다. 여섯 살부터 열 살까지 아이가 잠들기 전 함께 읽어요. *1권 가 나 다 유치원생 민하 *2권 라 마 바 사 초등학생 민하

구매가격 : 1,000 원

무능자의 아내

도서정보 : 김동인 | 2020-08-31 | EPUB파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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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차는 떠났다.
어두컴컴한 가운데로 사라지는 평양 정거장이며 한 떼씩 몰려서있는 전송인들의 물결을 내다보고 있던 영숙이는 몸을 덜컥하니 교자 위에 내던졌다.
그리고 왼편 손을 들어서 곁에 앉아 있는 어린 딸 옥순이의 머리를 쓸었다.
“옥순아, 집에 도로 가고 싶지 않니?”
옥순이는 무엇이라 입을 움찔거렸다. 그러나 기차의 덜걱거리는 소리에 옥순이의 소리는 들리지 않았다.
잠깐 옥순이의 얼굴을 들여다보고 있던 영숙이는 어린 딸을 위하여 공기침에 바람을 넣어서 잘 준비를 하였다. 그리고 옥순이를 눕혀놓은 뒤에 자기는 교자 한편 끝에 바짝 붙어 앉아서 머리를 창에 의지하고 눈을 감았다.
비창하다고밖에는 형용할 수 없는 느낌이 그의 가슴을 무겁게 하였다. 그 것은 괴롭고 무거운 기분이었다. 그러나 또한 어딘지 모르지만 통쾌하다는 느낌이 섞여 있는 기분이었다.
출분…….
어떻게 보면 오랫동안 계획했던 일이라고 할 수도 있고, 어떻게 보면 돌발적 심리라고 할 수 있는 괴상한 심리의 결과인 이번 행동에 대하여 영숙이는 자기 행동에 여러 가지의 변명을 하고자 아니 하였다.
그가 이번의 이 일을 머리에 첫번 그려본 것은 벌써 2년 전이었다. 방탕한 남편 방종한 남편, 무능자, 그러면서도 아내에게 대하여는 그 지아비로서의 온갖 권리와 심지어는 정도 이상의 호의와 희생을 요구하는 남편, 아내의 무지를 저주하면서도 자기의 무지를 자각하지 못하는 남편. 이러한 남편 아래서 육칠 년 동안을 그는 참고 살았다.
어떤 때에 그는 남편의 대리인이라는 명색으로 법정에 선 일도 있었다. 온갖 일에 대하여 참견하기 싫어하는 남편을 위하여 어떤 때에는 대금업자에게 돈 주선을 하지 않을 수 없는 경우도 있었다. 남편이 만나기 싫어하는 손님은 그가 대신하여 회견하였다. 차차 줄어들어가는 재산을 남편을 대신하여 관리하지 않으면 안 될 그였다. 이곳저곳에 널려 있는 토지의 소작인들과 일을 치르러 나가는 것도 영숙이의 직책이었다. 때때로 있는 관청 교섭조차 영숙이가 대신 보지 않으면 안 되었다. 말하자면 영숙이는 그 집안의 주부인 동시에 또한 가장이요 대표자였다.
집안의 온갖 일을 아내에게 맡겨두고 남편은 번번 놀고 있었다. 때때로 변변찮은 소설을 써서 발표하는 것과 방탕의 길을 밟는 것, 이것이 남편의 하는 일이었다. 그 밖의 일은 아무런 것이든 남편은 내버려두었다.
“오늘 지주회에 안 가 보세요?”
“흥!”
“오늘 강 건너 밭을 좀 돌아보러 가세요.”
“흥!”
“대서소에서 사람이 왔는데요.”
“흥!”
이리하여 남편이 내던진 일은 아내가 맡아보지 않으면 안 될 경우에 있었다.
영숙이의 성격은 활달하였다. 그는 여자로서의 온순함을 가지지 못한 대신 사내로서의 활발함과 능함을 가졌었다. 처음에는 남편이 하기 싫어하는 일 을 마지못해 대신 보기 시작하였지만 그러는 동안에 그는 어느덧 그런 일에 대하여 흥미를 느꼈다. 그리고 거기에 따르는 긍지를 느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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눈을 겨우 뜰 때

도서정보 : 김동인 | 2020-08-31 | EPUB파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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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20년 무렵 평양성의 어느 한 기생을 주인공으로 하는 작품으로서, 당대의 기생의 연애 뿐 아니라 자유연애에 관한 내용을 소재로, 근대화의 물결이 몰아치고 있던 당시의 인간상과 시대상을 묘사한 작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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송첨지

도서정보 : 김동인 | 2020-08-31 | EPUB파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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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설 쓰는 사람에게도 각각 다른 버릇이 있어서 예컨대 작품 중에 나오는 어떤 인물의 이름에 있어서도 가령 이러이러한 성격과 환경의 인물을 등장 시키려 하면, 그런 사람이면 이런 이름을 붙이어야 적당하리라, 혹은 또 이런 이름의 사람은 여사여사한 성격을 가지고 여사여사한 과거, 혹은 환경을 가지어야 될 것이다. ─ 이러한 일종의 독특한 취택벽(取擇癖)이 있다.
그 예에 벗어나지 못하여 나 이 김동인이는 가령 ‘송 첨지’라 하는 인물을 소설의 주인공 내지 한 등장인물로 쓰고자 하면, ‘송 첨지’라는 이름에 따라서 ‘송 첨지’라는 이름을 가진 사람이면 그 생김생김은 이러하고 나이는 얼마쯤이며 성격은 어떠어떠한 사람이리라 ─ 적어도 그러한 인물이 아니면 맞지 않으리라. 이러한 예정 혹은 코스가 있다.
그래서 나는 지금 ‘송 첨지’라는 인물 하나를 붙들어서 그의 생애사(生涯史)의 한 토막을 독자 앞에 공개하고자 하는데, 우선 가령 ‘송 첨지’라 하면 얼른 듣기에 ‘복덕방’이라는 시양목 휘장 앞에 긴 걸상 놓고 딱선부 채 딱딱거리며 곰방대 물고 눈이 멀찐멀찐 행인(行人)들을 바라보고 앉아 있는 중로(中老)의 집주름쯤으로 여기기 쉬울 것이나, 내가 지금 적고자 하는 송 첨지는 학슬 대신 에보나이트 안경을 쓰고 양복 비슷한 옷에 넥타이도 매고 좀 모양은 없으나 단장도 짚고, 일본 말은 무론 영어도 제법 하고, 구두도 신고- 나이는 오십 안팎 ─ 송 첨지라기보다 ‘송주사’라든가 ‘송 선생’이라든가 하여야 빨리 인식될 ─ 판에서 벗어난 종류의 사람이다.
송성(宋姓)을 대표하는 우암(尤庵) 송시열(宋時烈)이 몸은 정승까지 지냈으나 생김생김이며 차림차림이며가 끝까지 한 촌부자(村夫子)연하였던 관계로 후일 ‘송씨’라면 얼른 촌부자연한 느낌을 일으키게 하는지 모르지만, 우리의 송 첨지도 그 칭호만 듣는 것과 실제 인물과의 새에는 꽤 상위 점이 있다.
첨지라기보다 ‘선생’이라든가 ‘주사’라여야 좋을 우리의 송 첨지는, 사실 면주사(面主事)노릇도 해보았고, 선생 노릇도 해본 사람이다. 그러니까 역시 송주사라든가 송 선생이라야 옳을 사람이다.
학업은 동양의 학도(學都)인 일본 동경에 가서 닦았다.
학운(學運)은 좋았던 모양으로 열일곱 아직 어머니의 품 그리울 시절에 어떤 고마운 후원자의 덕으로 현해탄을 넘어가서 그때 한창 명치(明治)의 건설시대를 지나서 대정(大正)의 난숙(爛熟)일본의 공기를 호흡하며 꿈 많고 희망 많은 소년기를 이역에서 보낸 것이었다.
미개한 토인들이 (未開) 사는 열도(列島)를 한데 뭉쳐서 한 개의 근대국가(近代國家)를 형성하여 세계 열강의 틈에 끼도록 끌어올린 일대의 영걸 목인(睦仁) 일본 황제는 마지막으로 대한 합병이라는 위업을 끼쳐놓고 조상들의 나라로 떠나고 그의 아들 가인(佳人)이 당주 ─ 아비는 벌고 아들은 호사하고 손주대에는 망한다는 천칙(天則)에 따라서 표면만은 무르익고 찬란한 대정 동경(大正東京)에 이 고아(孤兒)는 그의 몸을 내어던진 것이었다.
합병된지 불과 사오 년… 조선 안에는 각곳에 그냥 의병(義兵)이 끓고 있고, 사내, 장곡천(寺內, 長谷川) 두 군인의 군정이 ‘조선’이라는 순을 줄(?)질하는 공황 시대에 송 군은 동경서 학업을 닦았다.
시대가 시대니만치 조선 유학생은 대개 정치나 법률에 적(籍)을 두었다.
송 군도 정치를 전공하였다.
내년이면 학업도 끝난다는 그 전해에 송 군은 묵어 있던 사숙(私宿) 주인의 딸과 눈이 어울리어 딸자식 하나를 낳는 바람에 부득이 안해로 맞아 이듬해에 조선으로 데리고 돌아왔다.
금의환향이라 하지만 송 군의 환향은 결코 금의가 아니었다. 그의 학비를 대어주던 은인도 그가 일본 계집애와 어울린 것을 알자 거래를 끊고 말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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