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기를 찾기 전
도서정보 : 나도향 | 2020-08-26 | EPUB파일
지원기기 : PC / Android / iOS
어떠한 장질부사 많이 돌아다니던 겨울이었다. 방앗간에 가서 쌀을 고르고 일급을 받아서 겨우 그날 그날을 지내가는 수님(守任)이는 오늘도 전과 같이 하루종일 일을 하고 자기집에 돌아왔다.
자 기 집이란 다 쓰러져 가는 집에 안방 주인인 철도 직공의 식구가 들어 있고 건넌방에는 재깜장사<野菜行商> 식구가 들어 있고 수님이의 어머니와 수님이가 난 지 몇 달 안되는 사내 갓난아이와 세 식구는 그 아랫방에 쟁개비를 걸고서 밥을 해먹으면서 살아간다.
수님이는 몇 달 전까지는 삼대 같은 머리를 충충 땋고서 후리후리한 키에 환하게 생긴 얼굴로 아침저녁 돈벌이를 하러 방앗간에를 다니는, 바닷가에 나와서 뛰어다니는 해녀 같은 처녀이었다.
그 런데 몇 달 전에는 그는 소문도 없이 머리를 쪽찌었다. 그리고 머리 쪽찐 지 두서너달이 되자 또 옥동 같은 아들을 순산하였다. 아들을 낳고 몇 달 동안은 그 정미소에 직공 감독으로 있는 나이 스물 칠팔 세쯤 되고 머리에 기름을 많이 발라 착 달라붙여 빤빤하게 윤기가 흐르게 갈라붙이고 금니 해박은 얼굴빛이 오래 된 동전빛같이 붉고도 젊은 사람 하나이 아침 저녁으로 출입하며 식량도 대어주고 용돈량도 갖다 주며 어떤 날은 수님이와 같이 자고 가기도 하였다.
그러더니 그 동리에 새 소문 하나가 떠돌기 시작하였다.
“수님이는 처녀 때 서방질을 해서 자식을 낳아다지!”
“어쩌면 소문 없이 시집을 가?”
“그러나 저러나 그나마 남편 되는 사람이 뒤를 보아주지 않는다데.”
“벌써 도망간 지가 언제라고. 방앗간 돈을 2백 원이나 쓰고서 뒤가 몰리니까 도망을 갔다든데.”
하는 소문이 나기는 그애 아버지 되는 직공 감독이 수님이 집에 발을 끊은 지 1주일쯤 되어서였다.
수님이는 집에 들어와 머리수건을 벗어놓고 방문을 열며,
“어머니 어린애가 또 울지 않았어요?”
하고 아랫목에 누더기 포대기를 덮어서 뉘어 놓은 어린애 앞으로 바싹 가서 앉아 눈 감고 자는 애의 새큰한 젖내 나는 입에다 제 입을 대어보더니,
“에게 어쩌면 이렇게두 몸이 더울까, 아주 청동 화로 같으이.”
하고는 다시 아래위를 매만져준다.
옆 에 앉아 있는 그의 어머니란 나이 50이 넘어 60을 바라보는 노파는 가뜩이나 주름살이 많은 이맛살을 잔뜩 찌푸리고 실룩하게 삼각진 눈을 더욱 실룩하게 해 가지고 무엇이 그리 시덥지 않은지 삐죽한 입을 내밀고서 귀먹장이처럼 아무 말이 없이 한참 앉았더니 잠깐 체머리를 흔드는 듯하더니 말이 나온다.
“얘 말 마라. 아까 나는 그 애가 죽는 줄 알았다. 점심때가 좀 넘어서 헛소리를 하더니 두 눈을 허옇게 뒤집어쓰고서 제 얼굴을 제 손으로 쥐어뜯는데……에 무서! 나는 꼭 죽으려는 줄 알았어.”
수님이는 걱정이 더럭 나고 또 죽는다는 말에 무서운 생각이 나서,
“그래 어떻게 하셨소?”
“무얼 어떻게 해. 어저께 네가 지어다 둔 그 가루약을 물에다 타 먹였더니 지금은 조금 덜한지 잠이 들어 자나보다.”
“그래 그 약을 다 먹이셨소?”
“다 먹였지? 어디 얼마 남았더냐. 눈꼽짹이만큼 남었든걸.”
“그래 아주 없어요?”
“다 먹였다니까 그러네.”
구매가격 : 500 원
옛날 꿈은 창백하더이다
도서정보 : 나도향 | 2020-08-26 | EPUB파일
지원기기 : PC / Android / iOS
내가 열 두 살 되던 어떠한 가을이었다. 근 5리나 되는 학교를 다녀온 나는 책보를 내던지고 두루마기를 벗고 뒷동산 감나무 밑으로 달음질하여 올라갔다.
쓸 쓸스러운 붉은 감잎이 죽어가는 생물처럼 여기저기 휘둘러서 휘날릴 때 말없이 오는 가을바람이 따뜻한 나의 가슴을 간지르고 지나가매, 나도 모르는 쓸쓸한 비애가 나의 두 눈을 공연히 울먹이고 싶게 하였다. 이웃집 감나무에서 감을 따는 늙은이가 나뭇가지를 흔들 때마다 떼지어 구경하는 떠꺼머리 아이들과 나이 어린 처녀들의 침삼키는 고개들이 일제히 위로 향하여지며 붉고 연한 커다란 연감이 힘없이 떨어진다.
음습한 땅 냄새가 저녁 연기와 함께 온 마을을 물들이고 구슬픈 갈가마귀 소리 서편 숲속에서 났다. 울타리 바깥 콩나물 우물에서는 저녁 콩나물에 물 주는 소리가 척척하게 들릴 적에 촌녀의 행주치마 두른 짚세기 걸음이 물동이와 달음박질한다.
나는 날마다 학교에서 돌아오는 길로 하는 것이라고는 이것이 첫째번 과목이다. 공연히 뒷동산으로 왔다갔다한다.
그 날도 감나무 동산에서 반숙한 연감 하나를 따먹고서 배추밭 무밭으로 돌아다녔다. 지렁이 똥이 몽글몽글하게 올라온 습기 있는 밭이랑과 고양이 밥이 나 있는 빈 터전을 쓸데없이 돌아다닐 적에 건너편 철도 연변에 서 있는 전기불이 어느 틈에 반짝반짝 한다.
그때에 짚신 신은 나의 아우가 뒷문에 나서면서 부엌에서 밥투정을 하다 나왔는지 열 손가락과 입 가장자리에는 밥알투성이를 하여 가지고 딴사람은 건드리지도 못하는 저의 백동 숟가락을 거꾸로 들고 서서,
"언니 밥 먹으래."
하고 내가 바라보고 서 있는 곳을 덩달아 쳐다본다.
"그래."
하고 대답을 한 나는 아무 소리도 없이 마루끝에 가서 앉으며 차려 놓은 밥상을 한 귀퉁이 점령하였다. 밥먹는 이라고는 우리 어머니와 일해 주는 마누라와 나와 나의 다섯 살 먹은 아우뿐이다.
소 학교 4학년을 다니는 내가 무엇을 알며 무엇을 감득할 능력을 가졌으며 안다 하면 얼마나 알고 감득하면 몇 푼어치나 감득하리요. 그러나 웬일인지 그때부터 나의 어린 마음은 공연히 우울하여졌다. 나뭇가지 하나가 바람에 흔들리는 것이나, 저녁 참새가 처마 끝에서 옹송그리며 재재거리는 것이나, 한가한 오계(午鷄)가 길게 목늘여 우는 것이나, 하늘 위에 솟는 별이 종알거리는 것이나, 저녁달이 눈<雪> 위에 차디차게 비추인 것이나, 차르럭거리며 흐르는 냇물이나 더구나 나무 잎사귀와 채소 잎사귀에 얼킨 백로의 뻔지르하게 흐르는 것이 왜 그리 어린 나의 감정을 창백한 감상의 와중으로 쳐 틀어박는지 약한 심정과 연한 감정은 공연한 비애 중에서 때없는 눈물을 흘리었었다.
그것을 시상의 발아라 할는지 현묘유원(玄妙幽遠)한 그 무슨 경역(境域)을 동경하는 첫째번 동구일는지는 알지 못하겠으나 어떻든 나는 다른 이의 어린 때와 다른 생애의 일절을 밟아왔다. 그러나 그것은 몽롱한 과거이며 흐릿한 기억이다.
그 날 저녁에도 어둠침침한 마루 끝에서 갓 지은 밥을 한 숟갈 퍼먹을 때에 공연히 쓸쓸하고 적적하다. 어렴풋한 연기 냄새가 더구나 마음을 괴롭게 한다. 침묵이 침묵을 낳고 침묵이 침묵을 이어 침침한 저녁을 더 어둡게 할 때 나는 웬일인지 간지럽게 그 침묵이 싫었다. 더구나 초가집 처마 끝에서 이리 얽고 저리 얽어 놓은 왕거미 한 마리가 어느덧 나의 눈에 뜨일 때에 나는 공연히 으쓱하여 무엇을 생각하시는지 입에 든 밥만 씹고 계신 우리 어머니의 얼굴만 쳐다보았다. 그리고 코를 손등으로 씻어가며 손가락으로 반찬을 집어먹는 나의 아우의 얼굴을 바라보았다.
구매가격 : 500 원
이리
도서정보 : 김남천 | 2020-08-26 | EPUB파일
지원기기 : PC / Android / iOS
악(惡)이든 선(善)이든 간에, 세상을 송두리째 삼켜버릴 듯한 그러한 성격을 가진 사람을 대하고 싶다. 반드시 피로한 신경이 파격적인 자극이거나, 충격이거나 그러한 색다른 맛을 구하여보고 싶다는, 엽기적(獵奇的)인 호기심에서 나오는 것만은 아닐 게라고 생각하면서 나는 오랫동안 그러한 성격을 탐구하기에 내심으론 적지 않은 노력을 거듭해보았다. 악의 아름다움, 흑은 선의 아름다움―그것보다도 악이라든가 선이라든가, 그러한 ‘모럴’이 개입될 여지가 없도록 우선 강렬한 걷잡을 수 없는 성격의 매력 ?그렇게 나는 막연히 생각해보는 것이다. 그러고는 잠시 동안이나마, 이러한 매력에 휩쓸려서 나 자신을 송두리째 그곳에 파묻고 의탁해보고 싶은, 그러한 욕구―.
구매가격 : 500 원
선구녀
도서정보 : 김동인 | 2020-08-26 | EPUB파일
지원기기 : PC / Android / iOS
김동인의 소설 김연실전의 후일담에 해당하는 단편소설
구매가격 : 500 원
바람이 되고 싶다
도서정보 : 강 전 | 2020-08-25 | EPUB파일
지원기기 : PC / Android / iOS
삶을 고민하는 60세 남자의 일기 천천히 걸어서 아파트 단지 밖으로 나갔다. 세상은 아직 어둠에 갇혀 있는데 몽유병 환자처럼 유령처럼 인적 없는 거리를 걸었다. 항상 다니는 거리인데도 왠지 낯설게 느껴졌다. 공기 중의 작은 물방울들은 삶의 의미도 모른 채 헤매고 있는 내 인생처럼 정처 없이 공중을 떠다니고 있었고 아쉬웠던 내 젊은 날의 수많은 잔상들은 달리는 차량 불빛을 따라 스쳐 지나가고 있었다. - 본문 중에서 이 소설은 1월 한 달간 삶을 돌아보며 쓴 60대 남자의 일기를 소설 형식으로 풀어낸 것이다. 새해가 밝고 명절이 다가온다. ‘나’는 아내와 아들이 미국에 있는 기러기 아빠로 매년 추석과 설 명절에는 미국에 가서 가족을 보러갔었다. 하지만 올해는 어떤 고민 때문에 가족을 만나러 가지 않았다. 애초에 아내와 아들은 나를 별로 반기지 않았고 다니던 은행도 곧 정년으로 퇴직을 앞두고 있다. ‘나’는 작년 12월 어느 모임에 가입한 것을 계기로 지금까지의 삶과 앞으로의 삶 그리고 그 의미를 다시 고뇌하고 있다. 나의 삶에 무슨 가치가 있을까. 나는 어떤 결정을 내려야 할까.
구매가격 : 7,000 원
하우스 오브 드림
도서정보 : 저자명 : 리즈 로젠버그 역자명 : 이지민 | 2020-08-25 | EPUB파일
지원기기 : PC / Android / iOS
전 세계 문학소녀가 사랑한 소설 『빨강머리 앤』
그 안에는 또 다른 소녀가 숨어 있었다!
『빨강머리 앤』의 작가
‘루시 모드 몽고메리’ 전기소설
우리가 사랑한 앤을 창조해낸 그녀의 삶 속으로
◎ 책 속에서
모드의 삶은 즐거움으로 시작되었지만 이 즐거움은 곧 때 이른 슬픔으로 변했다. 즐거움과 슬픔 모두 그녀에게 흔적을 남겼다.
p.20
모드는 에밀리 이모에게로 몸을 돌려 높은 톤으로 물었다. “천국이 어디예요?”
어린 에밀리 이모는 큰 소리를 내기에는 너무나 올바른 사람이었다. 대신, 손가락으로 천장을 가리켰다. 이 손짓을 본 모드는 ‘어쩌다 엄마가 클리프턴 교회의 다락방에 갇히게 되었구나’ 하고 결론 내렸다. 천국은 집에서 몇 킬로미터밖에 떨어져 있지 않잖아! 모드는 왜 아무도 사다리를 가져와 엄마를 내려오게 도와주지 않는지 이해할 수 없었다.
p.23
모드는 특히 나무를 좋아해서, 나무에 이름과 성격을 부여해주었다. 모드는 언젠가 친구에게 이렇게 적었다.
“내게 만약 전생이 있다면, 아마 어떤 존재이기 전에 나무였을 거라고 믿어.”
외갓집의 뜰에 있는 나무들에게도 화려한 이름을 선물했다. 리틀 시럽, 하얀 여인, 숲의 군주. 모드의 또렷한 상상은 가끔 그녀와 함께 현실로부터 도망쳐주었다.
p.35
모드는 ‘내가 살고, 움직이고, 외적으로 존재해온 세계와는 정말이지 매우 다른’ 내면의 공간을 따로 만들었다. 어떤 모드는 학교에 갔고, 열심히 숙제를 했고, 교회에 갔고, 입을 꾹 다물고 지냈다. 또 다른 모드는 딴 세상 속 존재들과 함께 즐겁게 놀고, 상상의 나라를 다스리고, 악마와 싸웠다.
p.69
도대체 왜, 한평생 내가 가장 ‘좋아한’ 남자들은 내가 ‘사랑할’ 수는 없는 사람들인 걸까?
p.72
내 작품에 내 삶의 그늘이 들어가지 않아 정말 다행이다. 나는 다른 그 어떤 삶도 어둡게 만들고 싶지 않다.
p.205
늦은 밤, 산책 중에 달빛으로 희미해진 오래된 집을 바라보던 모드는 이 오래된 곳에 대한 그녀의 사랑이 얼마나 뿌리 깊고 강렬한지 깨달았다. 모드는 참 끔찍하다고 생각했다. 무언가를, 사람들을, 이토록 사랑한다는 것이.
p.209
우정에는 비슷한 점이 있어야 해요. 하지만 사랑에는 반드시 비슷하지 않은 점이 있어야 해요.
p.219
엉뚱하고 유치한, 심지어는 정신 나간 짓일 수도 있다고 그녀는 인정했지만, 생생한 꿈은 그녀에게 마치 두 번째 삶과 같았다. 모드에게는 늘 실제 상황에서 자신을 빼내 그보다 더 생생하게 꿈속으로 집어넣을 수 있는 불가사의한 능력이 있었다.
p.285
우울증이 다른 사람들에게나 나타나는 것이며 우리에게는 일어나지 않는다는, 더군다나 우리의 영웅들이나 우상들에게는 절대 일어나지 않는다는 그런 잘못된 인식을 버리지 않는다면 정신질환을 둘러싼 편견이 우리 사회를 평생 괴롭힐 거라는 생각이 강하게 들었습니다.
p.328
삶은 우리에게 주어진 것이지, 우리가 요구한 것이 아니다. 따라서 삶이 너무 힘들어진다면 우리는 그것을 내려놓을 권리가 있다.
p.329
완벽한 행복을 나는 단 한 번도 누리지 못했고 앞으로도 누리지 못할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내 삶에는 훌륭하고 매우 아름다운 시간들이 많이 존재했다.
p.339
◎ 도서 소개
전 세계 문학소녀가 사랑한 소설 『빨강머리 앤』
그 안에는 또 다른 소녀가 숨어 있었다!
110년이 넘는 시간 동안 많은 사람들의 사랑을 받았던 ‘세상에서 가장 유명한 빨강머리’, 앤 셜리를 만들어낸 루시 모드 몽고메리의 전기소설 『하우스 오브 드림 : 빨강머리 앤의 시작』이 아르테에서 출간되었다. 뉴욕빙엄턴대학의 영문학과 교수이자 저널리스트인 저자 리즈 로젠버그가 여기저기 파편처럼 흩어져 있던 루시 모드 몽고메리의 일기와 편지를 꼼꼼히 모아 그녀의 삶 전반을 한 편의 영화처럼 그려내었다.
‘셜록 홈스’를 만든 코넌 도일, ‘이상한 나라의 앨리스’를 만든 루이스 캐럴, ‘프랑켄슈타인’을 만든 메리 셸리. 캐릭터는 문학사에 오래 남아 많은 사랑을 받아도, 그 캐릭터를 빚어낸 작가의 삶에는 캐릭터만큼 크게 주목하지 않기도 한다. 루시 모드 몽고메리의 삶도 마찬가지다. ‘불멸의 캐릭터’라는 찬사를 받으며 꾸준히 언급되며 여러 미디어에서 새롭게 다루는 등 앤에게 쏟아진 관심과는 달리, 루시 모드 몽고메리에 대해서는 그녀가 자신의 대표작 『빨강머리 앤』 속에 자신의 삶을 담아내었다는 정도로만 알려졌다.
『빨강머리 앤』을 사랑하는 사람들에게 『하우스 오브 드림 : 빨강머리 앤의 시작』은 앤 셜리와 루시 모드 몽고메리 사이 연결고리를 찾아볼 수 있는 쏠쏠한 재미를 선사한다. 이 연결고리가 더 재미있는 것은 두 사람이 닮은 듯 다르다는 것이다. 앤에게 첫사랑 길버트가 있었듯 모드에게는 길버트와 꼭 닮은 네이선이 있었고, 앤을 조용히 응원하며 아낌없는 사랑을 베풀던 매슈 아저씨가 있었듯 모드에겐 따뜻하게 안아주던 아버지가 있었다. 하지만 모드가 빚어낸 앤이 사랑을 이루고 든든한 조력자를 갖게 된 것과 달리, 모드와 네이선의 관계는 연인으로 이어지지 못해 흐려졌고 아버지는 모드를 늘 혼자 두었다. 이렇듯 『하우스 오브 드림 : 빨강머리 앤의 시작』이 담아낸 루시 모드 몽고메리의 삶이 앤 셜리의 삶과 얼마나 닮았고 얼마나 다른지를 살피는 경험은 이미 이전에 읽은 『빨강머리 앤』도 완전히 새롭게 느끼도록 한다.『빨강머리 앤』을 사랑하는 사람들이 『하우스 오브 드림 : 빨강머리 앤의 시작』을 읽어야 할 이유다. 이 책 속에서 앤 셜리와 비슷하면서도 다른 또 한 명의 매력적인 소녀를 만나볼 수 있다.
모드는 최고의 글쓰기 소재가 저 먼 어딘가에 있는 것이 아니라 바로 옆에 있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캐번디시에서 보낸 이 길고 외로웠던 시절 동안, 그녀는 고향 땅 흙 속의 뿌리들 주변을 깊숙이 파고들고 있었다. 그녀가 해야 할 일은 씨앗 하나를 떨어뜨리는 것뿐이었다.
p.183
“당신은 절대 가난하지 않아요.
무언가 사랑할 대상이 있다면 말이에요.”
루시 모드 몽고메리가 전하는, 매일을 살아가는 힘
루시 모드 몽고메리의 삶은 실상 그리 행복하지 않았다. 어머니를 일찍 여읜 후 외로운 유년 시절을 보냈으며, 중년기에는 우울증과 남편과의 위태로운 관계로 힘들어하는 등 그녀의 현실은 『빨강머리 앤』처럼 동화 같지만은 않았다. 그러나 동시에 그녀는 지독한 ‘사랑꾼’이었다. 그녀는 무언가를 끊임없이 사랑했다. 마치 사랑이 제 천성인 것처럼. 그녀가 사랑을 바친 대상은 어떨 때는 아버지였고 어떨 땐 꽃이나 고양이였고 어떨 땐 길과 자신이 살던 집이었다. 공부에 열중하고 일기를 끊임없이 쓰고 탐독을 이어갔던 것도 그녀가 공부와 글쓰기, 책을 ‘사랑’했기 때문일 것이다. 고된 일상과 무엇 하나 마음대로 되지 않는 삶 속에서 ‘그럼에도 불구하고’를 곱씹으며 살아낼 수 있었던 힘은 바로 사랑에서 비롯되었다.
모드는 『빨강머리 앤』 속 앤에게 자신이 가진 ‘사랑하는 힘’을 고스란히 담아내었다. 자신을 둘러싼 고통스럽고 불안한 상황을, 무언가를 사랑하며 긍정해 이겨내는 앤의 태도는 모드가 고통을 이겨내고 불안을 잠재우는 방식과 닮았다. 물론 무언가를 사랑하며 그것을 긍정하는 강력한 힘이, 그녀의 삶에 완전한 행복을 가져다주지는 않았지만 바로 그 힘이 그녀를 작가로서, 딸로서, 아내로서, 어머니로서 매일을 살게 했다. 『하우스 오브 드림 : 빨강머리 앤의 시작』 속 모드의 삶 속에서 찾아볼 수 있는 앤과의 닮은 점들은 읽는 이로 하여금 한 사람이 가진 ‘사랑하는 힘’이 주변을 얼마나 따뜻하게 만드는지를 또 한 번 깨달을 수 있도록 한다. 많은 사람들이 주근깨 많고 빼빼 마른 빨강머리 소녀에게로 되돌아가는 이유이기도 할 것이다.
생생한 꿈은 그녀에게 마치 두 번째 삶과 같았다. 모드에게는 늘 실제 상황에서 자신을 빼내 그보다 더 생생하게 꿈속으로 집어넣을 수 있는 불가사의한 능력이 있었다.
p.285
새롭게 만나는 아르테×빨강머리 앤
“우리 마음속엔 저마다의 앤이 있다!”
2016년 출간된 백영옥 작가의 『빨강머리 앤이 하는 말』을 시작으로 『빨강머리 앤이 하는 말 다이어리 북』, 『빨강머리 앤 일러스트 에디션』, 『빨강머리 앤 일러스트 엽서북』, 그리고 최근 출간된 ‘빨강머리 앤이 하는 말 두 번째 이야기’ 『안녕, 나의 빨강머리 앤』까지 아르테는 ‘새롭게 만나는 빨강머리 앤 시리즈’를 꾸준히 선보이고 있다.
국내에서 이어지는 ‘빨강머리 앤’ 열풍은, 왜 많은 사람들이 앤이라는 못생기고 주근깨 많고 빼빼 마른 소녀에게로 다시금 돌아가는지를 가늠케 한다. 행복을 향한 강한 의지와 어떤 상황에서도 잃지 않는 타고난 낙천성, 고통과 시련 속에서도 기어코 행복을 찾아내고야 마는 끈질김이 팍팍한 현실에 지쳐 마음의 면역력을 잃은 사람들에게 따뜻한 메시지를 전하기 때문일 것이다. 동시에 앤의 존재는 이 아이가 가진 긍정과 상상의 힘, 사랑하는 능력이 실은 우리가 이미 가지고 있는 것임을 알아채게 한다. 자신을 둘러싼 불행한 상황에 체념하거나 굴복하여 우울과 불안에 잠기지 않고 언제 어디서든 행복을 찾으려 하는 앤의 의지로 하여금 우리의 행복을 향한 의지를 점검하게 되는 것이다.
바쁘고 고된 일상 속에서 잊고 있었던 ‘우리 안의 앤’을 새롭게 만나는 시도는 우리를 기어코 행복해질 수 있도록 한다. 우리는 행복해질 준비가 이미 되어 있으므로, 기쁨의 물꼬를 트는 것은 일상 속에서 저마다 마음 한켠을 차지한 앤을 알아채는 것부터 시작될 것이다.
나를 처음 사랑하기 시작하는 나를 만나다
『안녕, 나의 빨강머리 앤』
백영옥 │ 16,000원
아직 너무 늦지 않았을 우리에게
『빨강머리 앤이 하는 말』
백영옥 │ 16,000원
웃음과 위로를 선사한 앤이 당신의 하루를 찾아오다
『빨강머리 앤이 하는 말 다이어리 북』
백영옥 │ 16,000원
일러스트레이터 이슬아가 그리는 빨강머리 앤의 사랑스러운 세계
『빨강머리 앤 일러스트 에디션』
루시 모드 몽고메리 │ 박산호 옮김 │ 25,000원
구매가격 : 12,800 원
나의 삶 우리의 소설
도서정보 : 황지나 | 2020-08-25 | EPUB파일
지원기기 : PC / Android / iOS
우리 삶이 소설이 될 수 있을까? 수줍게 품어두었던 그 꿈에 답한다. 누군가에겐 스칠 수도 있을 그 순간이 새로운 이야기로 탄생하는 기적! 소설이란 이름으로 여러분에게 다가간다. 기교 없이 오로지 진심을 담아 전하는 이야기로 다가가겠다.
구매가격 : 3,000 원
살인 사건에 시체가 없다면
도서정보 : 멜빌 데이비슨 포스트 | 2020-08-25 | EPUB파일
지원기기 : PC / Android / iOS
뛰어난 법률 지식을 가지고 범죄자들이 법의 심판을 피하도록 돕는 변호사 이야기.
뉴욕에서 유명세를 타던 변호사, 랜돌프 메이슨. 그는 대기업과 각종 범죄자들의 편에서 법률의 허점을 이용해서 법을 지키면서도 처벌을 회피하는 기술을 가지고 있다. 그렇게 유명세를 타다가 홀연히 유럽으로 떠났던 메이슨이 다시 등장하자 뉴욕 법조계가 술렁거린다. 그러던 중 그를 경외하던 사무엘 월코트라는 젊고 부유한 부동산업자가 그의 도움을 요청한다. 자신이 사무엘 월코트를 죽인 후 그의 재산을 모두 가로챈 가짜라는 사실을 밝히면서.
구매가격 : 2,700 원
살인자의 기억법 (개정판)
도서정보 : 김영하 | 2020-08-25 | EPUB파일
지원기기 : PC / Android / iOS
치밀한 구성과 대담한 문체,
묵직한 주제와 위트를 갖춘 최고의 심리스릴러
『살인자의 기억법』
김영하 등단 25주년을 맞이해 새롭게 선보이는 ‘복복서가_김영하_소설’의 네번째 작품으로 『살인자의 기억법』을 출간한다. 김영하의 일곱번째 장편소설인 『살인자의 기억법』은 2013년 문학동네에서 초판이 출간된 이래로 지금까지 56쇄를 중쇄하며 많은 사랑을 받아왔으며, 2020년 독일에서 ‘최고의 추리소설’ 1위에 선정되기도 하는 등 많은 나라에서 호평을 받고 있다.
알츠하이머에 걸려 희미해지는 기억과 사투를 벌이는 연쇄살인범 김병수는 기억을 붙잡기 위해 자신의 일거수일투족을 녹음하고, 매일의 일과를 일기로 기록한다. 소설은 이 주인공이 일지 형식으로 쓰는 짧은 글들의 연쇄로 이루어진다. 패러독스와 위트가 넘치는 문장들 속에 감추어진 진의를 찾아가는 독서 경험은 한 편 한 편의 시를 읽는 느낌마저 준다. 복복서가판에서는 단절적 기억과 뚝뚝 끊어지는 서술을 보다 효과적으로 표현하기 위해 여백을 많이 두는 편집을 하였다. 또한 작품의 심층심리적 구조와 윤리적 의미에 주목한 문학평론가 류보선의 작품론을 새로 실었고, 지난 7년간 미국, 영국, 프랑스, 독일 등 십여개국에서 출간된 후 쏟아진 리뷰들을 일부 발췌하여 함께 수록하였다.
“훌륭한 캐릭터와 심리학적 통찰, 기가 막힌 스토리텔링을 모두 갖춘
독창적인 작품의 완벽한 예시이며 또한 근사한 사회 비평이기도 하다.”
_NB매거진
선과 악, 삶과 죽음, 현실과 환상, 죄와 용서에 관한 어두운 사색
‘알츠하이머에 걸린 살인자’라는 모티프는 이 소설이 지닌 여러 층위의 아이러니 중 가장 중요한 장치다. 수많은 타인의 생을 아무렇지 않게 앗아간 악인 김병수는 자신의 기억과 딸을 지키려 애쓰지만, 결국 그 무엇도 아닌 시간에 서서히 패배하고 만다. “무서운 건 악이 아니오. 시간이지. 아무도 그걸 이길 수가 없거든.” 일말의 죄책감조차 느끼지 못하는 사이코패스도 늙음과 죽음 앞에서는 속수무책인 것이다.
자신의 악행을 잊고 “순수한 무지의 상태로 이행”해가는 망각은 얼핏 그에게 축복처럼 보인다. 하지만 그는 철저히 망각하는 존재로서의 삶은 재앙이라는 것을 알려준다. “사람들은 모른다. 바로 지금 내가 처벌받고 있다는 것을.” 김병수가 맞닥뜨린 이러한 아이러니는, 그 누구도 예측할 수 없고 어찌해볼 수 없는 삶의 어떤 국면과 죽음의 불가피성에 대해 숙고하게 만든다. 정교한 플롯에 기억과 소멸에 대한 묵직하고 예리한 통찰이 녹아들어 있는 이 소설은 “거대한 반전 혹은 완벽한 배반”(류보선)을 이루며 깊은 여운을 남긴다.
뚜렷한 선악 구도에서 벗어난 출구 없는 서사, 어디까지가 허구고 어디까지가 사실인지 경계가 모호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유일하게 의존할 수밖에 없는 화자의 강렬한 독백, 관습적 사고를 교란하는 촌철살인의 문장들은 『살인자의 기억법』이 왜 김영하의 작품들 중에서도 가장 독창적인 소설로 꼽혀왔는지를 여실히 보여준다.
구매가격 : 7,000 원
매일의 양식
도서정보 : 고야마 기요시 | 2020-08-24 | EPUB파일
지원기기 : PC / Android / iOS
평범한 사람들의 소박한 일상을 그린 고야마 기요시의 서정적인 소설 모음집 신문 배달부 광부로 일했던 작가의 경험을 바탕으로 가난 속에서도 밝고 스스럼없이 살아가는 평범한 사람들의 이야기를 담았다. 작가의 스승이자 당대 최고의 인기 작가였던 다자이 오사무에 얽힌 일화도 흥미롭다. 읽다 보면 어느새 따뜻한 여운이 감도는 고야마 기요시의 국내 미발표 소설을 엄선했다. 아가와 히로유키 (작가) “고야마의 글은 어느 것이든 사람의 마음을 따스하게 해준다. 그가 남긴 글들은 마치 마음씨 고운 아가씨가 눈 내리는 어느 밤 가난한 연인에게 주기 위해 열심히 뜬 털스웨터 같다.” 가메이 가쓰이치로 (문학평론가) “그의 소설 속 인물들은 아무리 가난한 서민이어도 어딘가 단단한 마음가짐을 지니고 있고 자부심 또한 높다. 조신하면서도 일종의 레지스탕스가 존재한다.”
구매가격 : 4,900 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