느린 아이 유로지비
도서정보 : 이부근 | 2023-10-13 | EPUB파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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느린 아이(발달 장애)를 둔 엄마의 고난에 초점을 맞춘 작품
190cm 키의 무발화 아들을 둔 엄마 가람은 아들을 통제하기가 점점 힘이 든다
아들의 도전 행동은 점차 심해지는데 사람도 사회도 정부도 아무도 아들을 돌봐주지 않는다
생계가 곤란해진 가람은 아들과 산으로 가게 되고 거기서 성폭력을 마주한다
가람은 오늘도 목사가 된 느린 아이, 유로지비의 한마디를 기다린다
구매가격 : 5,680 원
익숙한 감시자-The Familar
도서정보 : 셰리던 르 파뉘 / 김석필 | 2023-10-13 | EPUB파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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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872년 발표된 ‘익숙한 감시자(The Familiar)’는 작가가 1847년에 발표한 ‘감시자(The Watcher)’를 약간 수정 보완한 작품이다. 당대의 대표적인 작가의 한 명인 몽태뉴 로즈 제임스는 셰리던 르 파뉘를 최고의 고스트 스토리 작가, 이 작품 ‘익숙한 감시자(The Familiar)’를 최고의 고스트 스토리 소설로 꼽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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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군에서 10여 간 복무하고 더블린으로 돌아온 바튼은 건강한 체격에 지적인 이미지로 사교계에서 관심을 끈다. 그러다가 오래전 자신의 상관이었던 몬태규 장군의 딸과 약혼을 하지만, 어느 날부터 그의 뒤를 밟는 괴한이 나타난다. 하지만 바튼은 그에게 대항할 생각을 하지 않고 공포에 시달리며 은둔 생활에 들어간다. 몬태규 장군은 예비 사위를 괴롭히는 괴한의 뒤를 추적하지만…
분량은 2백자 원고지로 약 225매 정도로 중편 소설에 속한다.
구매가격 : 5,500 원
하니은 매화
도서정보 : 남킹 | 2023-10-13 | EPUB파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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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어의 마법사. 남킹의 판타지 소설 모음.
“사랑은 무엇입니까?”
“사랑은 끌림입니다.” 왕자는 떨리는 가슴을 진정하며 차분하게 답변하였습니다. 그러자 공주는 다시 물었습니다.
“그렇다면 그 끌림을 당신은 저에게서 느끼시나요?”
“끌림이 없었다면 애써 이 자리에 오지도 않았을뿐더러, 그 끌림의 절정을 마주한 지금, 저는 형언할 수 없는 사랑을 만끽하고 있습니다.” 왕자는 자신의 답변에 만족한 듯, 기쁜 표정으로 공주의 아리따운 눈을 응시했습니다.
“그렇다면 그 끌림의 절정이 혹시, 오십 년도 안 되어 썩어 문드러질 저의 껍데기에 현혹된, 착각의 다른 표현이지 않을까요?” 공주는 눈 하나 깜짝이지 않고 되받아 물었다.
“저의 끌림이 당신의 미모에 대한 현혹 혹은 착각일지라도, 그건 수만 년을 이어져 온 인간의 유전적 특성에 기인하는바, 밴댕이의 눈에는 그들만의 보편타당한 미의 기준이 있을 것이요, 오랑우탄의 눈에도 역시 통용되는 아름다움의 잣대가 존재하는 법입니다. 사람의 끌림에는, 생물학적으로는 자기 유전자를 후대에 전달하고자 하는, 근본적 삶의 목적이 담겨있습니다. 즉, 인간은 DNA라는 실체의 수단에 불과합니다.” 왕자도 당당하게 답을 했다.
“그럼 왕자님은 본능을 초월하는 정신적 고상함을 겪어보시지는 않았나요?” 공주의 질문에 왕자는 바로 답을 했다.
“지금 경험하고 있습니다. 바로 본능을 뛰어넘는 정신적 갈망을…. 공주님.”
“우리가 처음 만난 지 겨우 1분 만에 말입니까? 왕자님.”
“어떤 사랑은 불과 1초 만에 또 어떤 사랑은 100년이 걸리기도 합니다. 사랑은, 실체가 변덕스럽고 변화무쌍하며, 진단을 내리기도 정의를 규정하기도 어려울 뿐 아니라, 추측이나 예측도 거부하기 마련입니다. 공주님.” 왕자는 어깨를 으쓱거리며, 자신의 논리에 만족스러운 표정을 지었다.
“그럼 왕자님은 저를 본 순간에 바로 이게 진정한 사랑이라는 확신을 하신 건가요?”
“네, 그렇습니다. 공주님. 저는 이에 관해 이야기를 하나 들려드리도록 하겠습니다.
구매가격 : 4,400 원
서자
도서정보 : 바이셴융 | 2023-10-11 | EPUB파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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타이완 퀴어 문학 최고의 고전
40년 만에 한국 땅을 밟다
드라마, 연극, 영화, 가극, 무용극으로 각색된 명저
“칠흑같이 어두운 밤에 홀로 길거리에서 방황하는
의지할 곳 없는 아이들을 위하여 이 글을 쓴다.”
_바이셴융
1970년대 타이베이시 신공원에서 형성된 남성 동성애자 그룹의 서브컬처를
소재로 삼은 이 작품은 동성애자 소년들의 절박한 상황과 심정, 그들과 부모 간의
절절한 감정을 깊이 있게 조명하고 있다.
타이완을 넘어 중화권 현대문학의 거장인 바이셴융白先勇의 『서자孽子』(1983)가 출간 40년 만에 드디어 한국어로 번역·출간됐다. 글항아리가 새롭게 선보이는 ‘거장들의 클래식’ 제1권으로 나왔다. 바이셴융은 오래전부터 중국어권을 대표하는 소설가였다. 1999년 홍콩의 유력 주간지 『아주주간亞洲週刊』에서 선정한 ‘20세기 중국어소설 100선’에서 바이셴융의 작품집 『타이베이 사람들臺北人』(1971)은 7위를 차지했다. 그 앞의 1~6위는 모두 사망한 작가들의 작품이었으므로 생존 작가 중에서는 그가 으뜸이었다. 미국의 저명한 중국문학자 샤즈칭夏志淸도 그가 “현대 중국 단편소설가 가운데 기재로서 5·4운동 이후 예술적 성취에서 그와 필적할 만한 사람은 루쉰부터 장아이링까지 단 대여섯 명에 불과하다”라고 극찬한 바 있다.
하지만 그의 유일한 장편소설이자 대표작인 『서자孼子』는 1977년부터 1981년까지 타이완의 잡지와 싱가포르의 신문에 연재된 후 1983년 타이완 위안징遠景출판사에서 단행본이 출간되었을 때 민감한 소재로 인해 별다른 반응을 얻지 못했다. 이미 바이셴융이 저명한 작가였고 문단 데뷔 이후 여러 편의 퀴어 단편소설을 발표했는데도 그랬다. 몇 년 뒤 프랑스와 미국에서 번역서가 출판돼 열렬한 반응을 일으키고 나서야 타이완 내에서도 이 작품에 대한 논의가 본격적으로 시작되었다. 그리고 1986년 이 작품을 각색한 동명의 영화가 상영되었고 2003년에는 역시 동명의 드라마가 절찬리에 방영되어 타이완 금종상의 여우주연상, 감독상, 미술상 등을 휩쓸었다. 당시 드라마의 영향으로 연예인과 일반인의 커밍아웃이 줄을 이었으며 가출한 동성애자 자식들에게 “용서해줄 테니 돌아오라”는 말을 전해달라는 부모들의 전화가 방송국에 빗발쳤다고 한다.
바이셴융은 그간 한국에는 거의 알려지지 않았다. 1987년 중앙문화사에서 중문학자인 고故 허세욱 교수의 번역으로 바이셴융의 대표작인 『타이베이 사람들臺北人』이 번역된 적이 있으나 몇 편을 골라 선역한 것이며, 책 자체도 세계문학전집 중 한 권으로 루쉰·자오쯔판趙滋蕃의 작품과 묶여 있었다. 그나마 일찍이 절판되어 구해볼 수 없는 상태이지만 허세욱 교수의 좋은 번역으로 바이셴융 문학의 풍부한 묘미가 전달되었던 바 있다.
『타이베이 사람들』이 단편집이라면, 『서자』는 장편소설로 스스로 동성애자이기도 한 작가가 타이베이 동성애 젊은이들의 삶을 제재로 해서 써내려간 큰 분량의 작품이다. 스스로 “칠흑같이 어두운 밤에 홀로 길거리에서 방황하는 의지할 곳 없는 아이들을 위하여 이 글을 쓴다”라고 밝혔듯이 가정과 학교로부터 버려진 타이베이의 젊은이들에 관해 묘사한다.
아칭, 샤오위, 쥐, 우민, 아슝 등은 타이베이의 신공원에서 양 사부를 중심으로 불법적인 지하 동성애 왕국을 조직하여 매춘을 하며 살아간다. 그들은 대부분 비정상적인 가정환경과 동성애 성향으로 인해 어쩔 수 없이 거리로 나와서 타락의 길을 걷는다. 하지만 그들의 마음속 깊은 곳에는 언제나 희망과 동경이 있다. 샤오위는 일본에 가서 잃어버린 아버지를 찾고 싶어 하며 우민은 연인에게 늘 비정하게 버려지면서도 순수한 사랑을 열망한다. 아칭은 죽은 동생을 그리워하면서 자신을 버린 아버지와의 화해를 꿈꾼다. 그들은 양 사부의 제의로 ‘안락향’이라는 게이바를 차리고 비정한 사회에 자신들만의 파라다이스를 만들려 하지만 끝내 사회의 차별과 냉대로 실패하고 만다. 하지만 그들은 뿔뿔이 흩어진 후에도 포기하지 않고 각자의 꿈을 향해 나아간다.
바이셴융에 대하여
1954년 타이베이. 17세의 고등학생 바이셴융은 학원의 여름방학 대학입시 준비반에 다니고 있었다. 어느 날 그는 수업에 늦어서 허겁지겁 학원 건물 계단을 뛰어 올라가다가 자신처럼 지각한 다른 반 학생과 부딪쳤다. 마른 체격에 갸름한 얼굴의 그 학생은 이름이 왕궈샹王國祥이었고 두 사람은 아마도 처음 눈이 마주치자마자 자신들이 같은 부류의 사람임을 알아챘을 것이다.
금세 친해진 두 소년은 같은 대학에 가기로 약속한다. 당시 바이셴융은 장차 타이완과 중국이 통일된 후 중국으로 건너가 산샤三峽댐 건설에 참여하는 것을 꿈꿨다. 그래서 타이난에 있는 청궁成功대학 토목학과에 진학했고 왕궈샹은 같은 대학의 전자공학과에 들어갔다. 하지만 바이셴융은 1년 만에 전공이 자기 적성과 안 맞는다는 걸 깨닫고 다시 시험을 봐서 타이완대학 영문학과에 입학한다. 이에 왕궈샹도 그를 따라 타이완대학 물리학과로 옮겨 간다. 바이셴융은 이후 단편소설 창작과 공개 낭송회에서 두각을 나타냈으며 왕궈샹은 그의 충실한 독자이자 청중이 된다. 그런데 왕궈샹은 대학 3학년 때 재생불량성 빈혈에 걸려 2년을 휴학할 수밖에 없었다. 그 기간에 바이셴융은 정성껏 그를 돌봤으며 다행히 그는 건강을 회복한다.
대학 졸업 후 대학 동기들과 잡지 『현대문학』을 창간하고 활발히 작품 활동을 하던 바이셴융은 1962년 모친 별세 후 미국 유학길에 오른다. 이때도 왕궈샹은 바이셴융을 따라간다. 함께 아이오와대학에서 공부했으며 바이셴융이 석사학위를 받고 캘리포니아대학 샌타바버라 분교의 중문학 교수로 취임하고 나서도 그와 함께했다. 두 사람은 작은 집을 얻고 정원에 이탈리아 측백나무를 심었다. 휴일이면 근처 항구에서 킹크랩을 사와 왕궈샹이 정성껏 요리를 해서 함께 나눠 먹었다. 그렇게 30여 년간 둘만의 행복한 세월을 보내다가 1989년 왕궈샹의 재생불량성 빈혈이 재발한다. 그 후 3년 동안 바이셴융은 왕궈샹을 데리고 미국 각지의 병원을 전전한다. 나중에는 중국의 명의까지 찾아가 치료 방법을 강구하지만 결국 왕궈샹의 죽음을 막을 수는 없었다. 1992년 8월 왕궈샹이 55세를 일기로 사망함으로써 바이셴융은 38년간 벗한 연인을 잃고 만다. 그리고 6년 뒤, 그는 왕궈샹과의 사랑을 기념하는 에세이집 『나무는 이와 같다樹猶如此』를 출간한다.
훗날 어느 매체와의 인터뷰에서 바이셴융은 병석의 왕궈샹을 돌보던 때를 회고하며 이런 말을 했다. “당시 누가 내게 히말라야 산꼭대기에 명의가 있다고 했다면 나는 거기에 올라가 신약을 달라고 애걸했을 겁니다. 그때 내게는 왕궈샹의 생명을 구하는 게 그 무엇보다 중요했습니다.” 그리고 덧붙여 “그는 내 연인이었고 내 인생에서 가장 중요한 사람이자 정신적 지주였습니다. 그의 죽음은 내 인생에서 가장 만회하기 힘든, 유감스러운 일이었죠”라고 말했다.
바이셴융은 62세에 홍콩 매체와 가진 인터뷰에서 자신의 성 정체성에 관해 뚜렷한 입장을 밝힌 바 있다. 그는 “처음 나의 성 정체성을 깨닫고 알게 된 후로 내게 동성애는 아름답고 자랑스러운 것이었습니다”라고 단호히 말했다. 하지만 또 『서자』와 관련해서는 “이 작품은 동성애를 다루는 것에 앞서 인간을 다루었습니다”라고도 했다. 실제로 이 작품은 주로 1970년대 타이완 타이베이시 신공원에 형성된 남성 동성애자 그룹의 서브컬처를 제재로 삼긴 했지만 그밖에도 그들과 부모 간의 절절한 감정을 깊숙이 조명하고 있다.
나는 『서자』를 번역하는 내내 작가 바이셴융과 그의 아버지의 관계가 어땠는지 내내 궁금했다. 『서자』에는 두 명의 아버지가 매우 중요한 인물로 등장한다. 한 명은 주인공 아칭의 아버지이고 다른 한 명은 동성애자 아들을 자살로 잃은 푸 어르신이다. 두 사람은 모두 군인 출신으로, 이런 설정은 역시 아버지가 군 장성이었던 바이셴융의 자전적 색채를 보여준다. 바이셴융의 아버지 바이충시白崇禧는 타이완 정부에서 국방부 장관까지 지낸 저명인사였다. 바이셴융은 그의 10남매 중 8번째로 태어나 어릴 적 극진한 사랑을 받았으며 그 자신도 부모에 대한 사랑이 남달랐다. 그런데 훗날 “당신 아버님은 당신의 성 정체성을 아셨습니까?”라는 여러 인터뷰어의 질문에 바이셴융은 각기 다른 답을 내놓았다. 한 번은 “모르셨지만 만약 아셨어도 그분은 자식들의 사생활을 존중했기 때문에 아마 이해해주셨을 겁니다”라고 했고 또 한 번은 “나의 특수한 성향을 아셨지만 그래도 나를 존중해주셨습니다”라고 했다. 바이셴융은 왜 이렇게 다른 말을 했을까? 또 둘 중 어느 쪽이 진실일까? 나는 둘 다 진실이며 바이셴융은 그 진실의 서로 다른 면을 말했을 뿐이라고 생각한다. 바이셴융은 이미 미국으로 떠나기 전부터 「월몽月夢」 「외로운 17세寂寞的十七歲」 같은 퀴어 단편소설을 발표했다. 그리고 평소 자식을 사랑했던 아버지 바이충시가 아들의 성 정체성을 몰랐다는 건 말이 안 된다. 따라서 바이충시는 아들이 동성애자라는 것을 알면서도 굳이 언급하지 않고 묵인해준 것이라 생각한다. 보수적인 군인이었던 그로서는 그것이 최선의 표현이었을 것이다.
바이셴융은 아버지의 임종을 지키지 못했다. 그가 미국에 있을 때 급환으로 사망했기 때문이다. 훗날 그는 어느 지면에서 자신이 마지막으로 아버지를 보았던 때를 회상한다. 당시 한 달여 전 아내를 여읜 그의 아버지는 고희의 노구를 이끌고 공항에 나가 아들의 미국행을 전송한다. 멀리 떠나는 아들 앞에서 그는 뜻밖에도 눈물을 보였다. 그 당당했던 군 장성이 마치 어린아이처럼 엉엉 울음을 터뜨렸다.
구매가격 : 17,500 원
디어 마이 송골매
도서정보 : 이경란 | 2023-10-10 | EPUB파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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돌아갈 수 없는 열일곱, 열여덟, 열아홉의 날들
그 시절 친구들과 함께 열광했던 송골매
우연히 본 토크쇼 재방송에서 배철수의 한마디에 영감을 받아
창작에 돌입한 뒤 장단편을 오가는 퇴고 끝에 12년 만에 완성한 작품
이경란 작가가 송골매가 등장하는 새로운 소설을 썼다는데 아니 아니 왜?
해답을 알기 위해서는 이 책을 읽어보자^^
_배철수(송골매 리더, 〈배철수의 음악캠프〉 DJ)
관심과 연대, 세대를 잇는 이해의 장을 뻐근하게 체험한다. 돌봄의 진정한 의미를 되새기는 시대에 이경란만큼 돌봄의 가치를 확장해가는 소설을 써내는 작가도 흔치 않다.
_전성태(소설가)
2018년 〈문화일보〉 신춘문예에 당선하여 꾸준한 작품활동으로 독자들에게 사랑받아온 이경란 작가의 신작 장편소설 『디어 마이 송골매』가 출간된다. 등단 후 4년간 두 권의 소설집, 한 권의 장편소설, 두 권의 테마소설집을 출간했을 정도로 왕성히 활동하고 있는 작가가 등단하기 훨씬 이전인 2011년 10월부터 구상한 소설이다. 우연히 본 토크쇼 재방송에서 송골매의 리더 배철수의 한마디에 영감을 받아 초고를 작성하고, 썼다 지웠다 줄였다 늘리기를 반복한 지 12년이 됐을 때, 마침내 마침표를 찍을 수 있었다. 작가는 오랜 숙제를 끝마치고 “마침내 콘서트가 열렸다! 수없이 고쳐 쓰고 던져두었다가 다시 꺼내 매만지는 이야기가 지긋지긋하면서도 황홀했다”(「작가의 말」)며 소회를 밝혔다.
디어 마이 프렌즈, 디어 마이 송골매
우리가 다시 만나기까지 D-100
실상 이경란은 인물들에 주목하는 작가다. 둘씩, 셋씩, 혹은 넷씩 인물들을 별난 무대에 올려놓고는 무슨 일이 일어나나, 마치 충돌실험을 하듯 지켜본다. 『디어 마이 송골매』는 누구의 아내도 엄마도 아니었던 여고 시절을 가장 행복하게 기억하는 중년 여성들의 삶을 모자이크하는 구도를 갖고 있다. _전성태(소설가)
『디어 마이 송골매』는 홍희가 송골매의 38년 만의 재결합 콘서트 소식을 접하는 장면으로 시작한다. 홍희는 함께 송골매를 쫓아다녔지만 지금은 연락하고 지내지 않는 여고 시절 친구들, 미호, 은수, 기민을 떠올린다. ‘뿔뿔이 흩어졌던 송골매도 38년 만에 재결합을 한다는데 우리 넷도 가능할까?’ 콘서트까지 D-100, 홍희는 친구들에게 연락해볼지 고민한다. 사업가 남편과 결혼해 60평짜리 주상복합에 살고 있는 미호는 누가 봐도 잘사는 것처럼 보이지만 우울감에 사로잡혀 있다. 아이들이 어릴 때는 학부모 모임에 나가고, 아이들이 크니 남편의 거래처 모임에 나가며 자신이 원하는 관계를 맺지 못하고 있기 때문이다. 여느 날처럼 남편을 따라간 골프장에서 휴대폰을 보며 시간을 보내던 미호의 눈에 띄는 글자가 있다. “열. 망. 재. 결. 합.”(23쪽) 학창 시절부터 공부를 잘했던 은수는 IT 회사에서 일했는데 최근 들어 계속 체중이 줄어 병원에 갔다가 췌장암 진단을 받는다. 은수의 딸 교연은 엄마의 건강이 회복될 수 있으리라 믿으며 송골매 콘서트 티켓을 구매한다. 고등학생 때 만난 수학 선생님 상욱과 결혼한 기민은 열 살 차이가 무색하게 화목하게 살아간다. 상욱과 기민은 결혼 30주년 기념으로 고대하던 크루즈 여행을 예약해두었는데, 송골매 재결합 콘서트와 일정이 겹친다는 사실을 알게 된다.
『디어 마이 송골매』는 송골매의 재결합 콘서트 소식을 듣고 여고 시절 함께 송골매를 좋아했던 친구들이 다시 뭉치게 되는 이야기이다. “넷이 함께라면 지구 밖이라도 갈 수 있을 것 같”(67쪽)던 시절도 있었지만, 고등학교 졸업 후 연락이 끊긴 채 오랜 시간이 지난 만큼 홍희, 미호, 은수, 기민은 저마다의 자리에서 제각기 다른 모습으로 살고 있다. 그 시절에도 넷은 확연히 달랐지만, 흘러간 시간만큼 더욱 달라진 모습에 실망할까 두려워하고 오랜만의 연락을 어떻게 받아들일지 걱정하기도 한다. 송골매는 이런 걱정이 필요 없던 시절에 대한 향수를 불러일으키고 네 인물을 끈끈하게 묶어주는 역할을 한다. 특히 송골매의 재결합 콘서트에 맞춰 D-day를 세는 구성은 한정된 기간 동안 네 인물이 뭉칠 수 있을지에 대한 긴장감을 부여하고, 읽는 사람들이 저도 모르게 네 사람이 함께 콘서트에 갈 수 있기를 응원하게 만든다.
명문대에 간 은수가 정말 박사가 되고 교수가 되었다면 별 볼 일 없는 식당 아줌마인 자신과는 달라도 너무 다른 세계에 살고 있을 텐데 이제 와서 옛 친구랍시고 아는 척을 하면 부담스러워할지도 모르지. 왜 그런 생각은 못 했을까. 아니, 아니다. 은수가 그럴 리가 없지. 은수는 그런 아이가 아니야. 하지만 그런 아이가 아니었을지는 몰라도 이젠 그런 어른일지도 모른다. 홍희는 한참 동안 말없이 커피잔만 매만졌다. _본문 중에서
한줄기 빛이 우리를 감싸고,
이것은 우리들의 재결합 콘서트 이야기
송골매 재결합 콘서트의 키워드이기도 한 ‘열망’과 ‘재결합’은 주인공들에게도 의미 있는 단어다. 가족을 돌보느라 혹은 생계를 유지하느라 오래전 송골매를 좋아했을 때의 열망을 잃어버린 중년 여성들이 가장 행복했던 시절의 친구들과 재결합해 다시 열망하기 시작하는 이야기이기 때문이다. 가정에 헌신하며 살아온 여성들이 진짜 원하는 것을 찾아 떠나는 이야기는 흔하지만 이경란의 소설에는 남다른 연대가 끼어든다. 은수를 찾는 데 도움을 주는 장 실장, 재결합 콘서트에 응모할 동영상을 찍어주는 재우, 송골매의 곡을 연주해주는 포포밴드는 모두 아들뻘의 남성으로 그려진다. 누군가가 우위를 점하고 지시하는 모습이 아니라, 서로를 돌보고 의지하며 성별과 세대를 뛰어넘는 연대를 보여준다.
『디어 마이 송골매』는 잊고 있던 자신만의 ‘송골매’를 생각해보게 하는 작품이다. 누구에게나 ‘송골매’ 같은 존재가 있다는 것, 생각만 해도 엔도르핀을 솟게 하는 존재가 있었음을 되새겨보게 한다. 기대하는 무언가가 나타날 것만 같은 느낌, 중요한 무언가를 잊고 있던 것 같은 느낌이 이 소설을 끝까지 읽게 만든다. 홍희, 미호, 은수, 기민 그리고 재우와 포포밴드의 이야기가 겹겹이 쌓이고 겹쳐져 마침내 폭죽처럼 터지는 한 편의 콘서트에 초대한다.
한바탕 흥분과 열광으로 들끓던 공연장의 시간이 돌연 정지했다. 스크린이 암전되고 모든 조명이 꺼졌다. 관객들은 숨을 죽였다. 그리고 시작된, 침묵과 어둠을 찢는 기타 소리에 맞춰 조명이 한꺼번에 되살아났다. (…) 귀에 익은 일렉 기타의 인트로는 무대와 객석의 경계를 무너뜨리고 수십 년의 세월을 지워버렸다. 두 뮤지션의 세월과 관객의 세월을, 그들 모두에게 내려앉았던 시간의 더께를 단숨에 날려버렸다. _본문 중에서
“서로의 삶을
비끄러매는 인물들의 행로”
이경란은 첫 소설집 『빨간 치마를 입은 아이』(2021, 강)에서 “비루하든 참혹하든 누군가 서 있는 그 지점을 냉정하고 단단하게 응시”(소설가 정지아)하여 “나와 타자가 서로 의지하고 연대하는 존재임을 알아가면서 타자의 고통스러운 감정에 나도 그렇다고 느끼는 순간”(문학평론가 유성호)을 섬세하게 그려냈다는 평을 받았다. 첫 장편소설 『오로라 상회의 집사들』에서는 “서로의 관계”를 바라보고 “그 안에서 공통된 질료와 마음을 응시”(소설가 이기호)하며 ‘돌봄’에 대해 풀어냈다. ‘응시’의 방식으로 ‘관계’를 풀어내는 것이 이경란 소설의 강점이라고 한다면, 『디어 마이 송골매』는 그 강점을 고스란히 느낄 수 있는 작품이다. 활자 속에서 생생하게 살아 숨 쉬며 “서로의 삶을 비끄러매는 인물들”(소설가 전성태)은 관계를 집요하게 탐색해낸 결과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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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가 (꼭 읽어야 할 한국 대표 소설 181)
도서정보 : 이무영 | 2023-10-10 | EPUB파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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듣기에도 맹랑한 전설이 떠돌아다니고 있는 구혈산(九穴山) 밑 반신불수가 된 느티나무와 호랑이가 처녀와 잔치를 했다는 초례봉 사이로 아담스러운 동리가 하나 있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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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로의 주민 (꼭 읽어야 할 한국 대표 소설 182)
도서정보 : 채만식 | 2023-10-10 | EPUB파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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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감독 송영호 군이 마악 하숙집 문 앞을 나서는데, 마침 그의 단짝 강선필 군이 딸딸거리고 골목 안으로 들어서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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집주릅 (꼭 읽어야 할 한국 대표 소설 183)
도서정보 : 김동인 | 2023-10-10 | EPUB파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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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연실이가 친구 최명애의 집에 몸을 기탁하고 있다가 하마터면 명애의 남편과 이상한 사이가 될 뻔하고, 그 집에서 뛰쳐나오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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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3 김승옥문학상 수상작품집
도서정보 : 권여선 외 | 2023-10-10 | EPUB파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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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 깊게, 더 진실되게, 더 간절히
인간의 마음으로 한 걸음 더 내딛는 일곱 편의 이야기
등단 후 10년이 넘은 작가들이 한 해 동안 발표한 단편소설 가운데 가장 뛰어난 작품들을 뽑고 그중 대상작 1편과 우수상 6편을 선정해 선보이는 김승옥문학상은 가을이 되면 수상작품집을 기다리게 하는 전령으로 자리매김하고 있다. 올해는 2022년 7월부터 2023년 6월까지 주요 문예지와 웹진, 독립문예지를 포함한 총 28개 문예지의 191편이 심사 대상이 되었다. 2023 김승옥문학상의 수상 작가는 권여선, 최진영, 서유미, 최은미, 구병모, 손보미, 백수린이다. 한국문학의 단단한 중심으로서 독자에게 너른 사랑을 받아온 이들 중 권여선 작가의 단편 「사슴벌레식 문답」이 “거의 아무런 토론이 이뤄지지 않”(권희철)을 정도로 압도적인 올해의 단편이 되었다. 최은미, 구병모, 백수린 작가는 두번째로 김승옥문학상 우수상을 수상하면서 독자들에게 확실한 각인을 남겨놓고 있고, 김승옥문학상에 새로 이름을 올린 최진영, 서유미, 손보미 작가는 관록과 신선함을 동시에 거머쥐는 쾌거를 이뤄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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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상 수상작인 권여선의 「사슴벌레식 문답」은 지방에서 올라와 같은 하숙집에 살면서 의기투합하게 된 네 친구의 이야기를 다룬다. 큰언니 같은 시원시원한 성격으로 모임의 리더 격이었던 부영, 상냥하고 조심성이 많은 정원, 인내심이 강하고 예의가 발랐던 경애, 그리고 술을 좋아하며 즉흥적이었던 화자 준희까지. 서로 달랐기 때문에 알맞게 짜일 수 있었고, 서로와 같은 조각을 다시는 만날 수 없다는 것을 알았기 때문에 서로에게 필사적이었던 이들은 그러나 정원의 갑작스러운 자살과 경애의 배신으로 어긋나게 된다. 등을 돌린 친구들을 향해 ‘어떻게 이럴 수 있느냐’며 곰곰이 생각하던 준희의 시선은 오래전 떠난 강촌 여행으로 향한다. 어떻게 방안에 들어왔는지 알 수 없는 사슴벌레에 대한 질문에 숙소 주인이 말한 “어디로든 들어와”가 그 해답이다. 이 ‘사슴벌레식 문답’은 인생의 매 분기점에서 솟아나 어떤 결정도 긍정함으로써, 어떤 운명도 부인할 수 없게 만든다. 그러나 나약한 인간을 압도하는 운명 앞에서 시간을 거슬러올라 끝끝내 기원을 발굴해내는 시시포스의 자유의지는 오리무중인 인생에 동반하는 나침반이 되어준다. 같은 삶의 결을 지닌 이로 하여금 응어리를 온전히 쏟아내는 울음을 울게 하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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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3 김승옥문학상 수상작품집』에는 시대와 사람에 대한 당부가 가득하다. 열여섯 살 이봄, 아홉살 이여름의 시선으로 기후 위기를 목전에 둔 세계를 바라보는 「썸머의 마술과학」(최진영)은 미래를 위한 노력을 위선이라고 야유하는 시선에 정면으로 맞선다. 무기력과 자조에 젖어들기보다 불가능을 이겨내는 ‘마술과학’과도 같이 지구와 미래 세대를 위한 실천을 연습하는 사랑스러운 소설이다.
「토요일 아침의 로건」(서유미)은 미국 지사 발령을 위해 영어 회화를 배우던 한 중년 남성에게 갑자기 찾아온 뇌졸중 소식으로 시작된다. 4년간 매주 토요일을 함께했던 선생님에게 마지막을 고하기 위한 4주간의 고요한 노력은 인연에 대한 잊기 쉬운 소중함을 특유의 단정하고 정직한 서사를 통해 차분히 역설한다.
낯선 사람에게 좀처럼 애정과 믿음을 갖기 어려운 시대에 「그곳」(최은미)이 도착했다. 여름철 폭염 대피소로 지정된 체육관 안에 사람들이 있다. 갑작스러운 곰의 출현으로 발이 묶인데다가 엎친 데 덥친 격으로 정전이 찾아와 사람들은 공황에 빠진다. 그때, 민폐를 끼치는 사람들을 저지해오던 ‘이 구역의 최다 민원인’의 눈에 사람들의 도움이 번져가는 것이 보인다.
「그곳」이 막다른 곳에서 발생하는 인류애를 다루고 있다면 「있을 법한 모든 것」(구병모)은 막다른 난점을 우직하게 뚫어내는 소설이다. 소설가인 화자는 얼굴을 모르는 호텔 하우스키퍼에게 호감을 느낀 남성이 그녀를 만나기 위한 여정에 나서는 로맨스를 쓰기로 한다. 그 과정에서 밝혀지는 것은 저임금 비숙련 여성 노동자를 향한 젠더화된 관성, 그리고 그 기만과 통념을 강화할 뿐인 로맨스라는 장르의 맹점이다. 그러나 소설은 그럼에도 끊기지 않는 진정성이 있다면 그에 화답하는 결말을 보여줄 용의를 속에 품고 있다.
「끝없는 밤」(손보미) 또한 사람의 내면을 찬찬히 뜯어보는 데에 “다층적인 암시와 풍부한 상징, 다의적 해석이 가능한 장면과 이미지”(편혜영)로 손을 보탠다. 하룻밤 요트 여행을 떠난 부부가 있다. 여자는 그들을 여행에 초대한 대학 선배와의 미묘한 관계를 떠올리며 샅굴부위의 통증을 견디고 있다. 통증의 원인을 거슬러올라가던 그녀는 어느 수의사와 함께했던 시간에 다다르게 되는데, 그때 요트가 흔들리기 시작한다.
「빛이 다가올 때」(백수린)는 한 시절의 인연이 스스로에게 남긴 흔적을 직면하며 자신과 타인의 이해에 가까스로 이르는 이야기다. 소설은 시력을 잃어가는 이모의 바람을 대신 이뤄주느라 자신의 욕망은 뒷전이었던 언니가 스스로의 삶을 되찾아가는 여정을 되짚는다. 당시엔 생경하고 멀게만 느껴졌던 언니의 욕망은, 화자가 언니의 나이가 되어 반추했을 때 다른 빛깔을 띠고 다가온다. 담백하고 차분하기에 더욱 치열하게 파고드는 문장은 겪어본 적 없던 풍경마저도 읽는 이의 내면에 분명히 아로새긴다.
구매가격 : 8,400 원
엑소시스트
도서정보 : 윌리엄 피터 블래티 | 2023-10-09 | EPUB파일
지원기기 : PC / Android / iOS
영원한 호러 고전, 불멸의 스테디셀러
출간 40주년 기념 에디션 공식 한국어판
독자들이 이 판본을 기억해주길 바란다.
_윌리엄 피터 블래티
윌리엄 피터 블래티가 ‘메릴랜드 열네 살 소년의 악마 빙의 사건’을 소재로 쓴 첫 장편소설. 엑소시즘이라는 개념을 처음 대중적으로 알리며 북미 대륙에 충격을 몰고 온 이 작품은 1973년 영화로 제작되어 할리우드 최고 박스오피스 기록을 경신하며 사회적 열풍을 일으켰고, 그해 오스카상 각색상, 골든글로브상 각본상을 수상했다. 이후 여러 편의 속편과 TV시리즈가 탄생했으며, 블룸하우스 프로덕션에서 제작한 리부트 3부작이 2023년 <엑소시스트—믿는 자>를 시작으로 공개될 예정이다(국내 개봉 2023년 10월 18일). 문학동네에서는 출간 40주년을 맞아 작가가 직접 가필 수정한 판본(2011)을 저본으로 삼은 공식 한국어판을 출간한다.
신앙에 대한 의문과 초자연적 현상의 서스펜스
시대와 장르를 넘어선 불멸의 오컬트 호러 걸작!
이라크 북부, 유물 발굴 현장에서 괴이한 악마 형상의 조각을 발견한 노신부 메린은 오랜 적 파주주가 다시 가까이 다가왔음을 느낀다. 미국 워싱턴 조지타운, 열한 살 딸 리건과 살고 있는 할리우드 배우 크리스 맥닐의 집에 이상 현상이 일어난다. 알 수 없는 힘에 사방으로 요동치는 침대, 한겨울 바깥처럼 냉기가 감도는 방안, 얼굴을 흉측하게 일그러뜨리며 성인 남성의 목소리로 욕설을 퍼붓는 소녀. 의사들은 신경질환의 일종으로 진단하지만 각종 치료로도 딸의 상태가 나아지지 않자 크리스는 의학 대신 종교의 도움을 구한다. 정신의학을 전공한 예수회 사제 데이미언 캐러스는 어머니의 죽음 후 믿음에 회의를 느끼던 차에 크리스의 청을 받고 고민하지만, 몇 번 소녀를 대면하는 사이 그 안에 또다른 존재, 사악한 무언가가 도사리고 있음을 깨닫고, 과거 엑소시즘 경험이 있는 메린과 함께 구마 의식을 실행하기로 결심한다.
침대에서 공중부양하는 소녀의 몸, 180도 비틀려 뒤를 돌아보는 머리, 자해와 자위의 도구로 이용되는 십자가, 뒤집어진 자세로 빠르게 계단을 내려가는 ‘스파이더 워크’. 영화 <엑소시스트>는 수십 년이 지나도 관객의 뇌리를 떠나지 않는 충격적인 장면들을 탄생시켰다. 개봉 당시 극장가에는 두통과 메스꺼움을 호소하는 관객들이 속출했으며, 일부 복음주의자들은 상영 금지를 요구하는 피켓 시위를 벌이기도 했다. 그러나 영화는 주요 방송사에서 ‘워터게이트’ 사건보다 앞서 보도할 만큼 선풍적인 인기를 모으며 총 수입 1억 9천만 달러가 넘는 엄청난 성공을 거두었고, 역겨움과 공포 역시 대중적으로 수용 가능한 오락 코드가 될 수 있음을 보여준 사례로 남았다. 악마 빙의와 엑소시즘, 구마사제, 나아가 희생으로 끝맺는 선과 악의 대결 구도는 그뒤 여러 매체에서 변주되며 대중의 말초적인 흥미와 호기심을 자극하는 단골 소재로 사로잡았다.
『엑소시스트』는 1949년 미국 메릴랜드주에 살던 열네 살 소년이 악마에 빙의되어 두 달간 구마 의식을 받고 해방된 실제 사례를 바탕으로 쓰여졌다. 독실한 기독교 집안에서 자라 예수회 소속인 조지타운대학교에 재학중이었던 윌리엄 피터 블래티는 신문 기사를 통해 이 이야기를 접하고, 악의 본성에 대한 종교적 견해와 해석, 철학적 고찰을 더한 첫 장편소설의 영감을 받았다. 당시 교황이었던 요한 바오로 2세를 비롯한 성직자들이 실제로 이 영화를 관람하고 내린 호의적인 평에서도 확인할 수 있듯, 『엑소시스트』는 악령의 존재를 단순한 공포의 대상으로 그릴 뿐 아니라 희생과 순교에 대한 종교적인 메시지로 이어간다. 때문에 소설은 귀신 들린 소녀의 기행과 폴터가이스트 현상을 적나라하고 생생하게 그려내는 한편, 그에 맞서는 사제들의 내면 묘사에 상당한 분량을 할애한다.
악령은 이곳에, 너희와 함께 있다
말초적 공포의 이면에 담아낸 인간 드라마
『엑소시스트』에서 악마에 맞서 분투하는 두 사제, 메린과 캐러스는 각각의 방식으로 신앙과 신념을 지키고 있는 인물들이다. 정신과의사로서 동료 사제들의 상담사 역할을 해온 캐러스는 아픈 어머니를 방치한 채 홀로 죽음을 맞게 한 것에 지울 수 없는 죄책감을 가지고 있다. 응답 없는 기도는 믿음에 대한 회의로 이어지고, 딸에게 씐 악마를 쫓아달라는 크리스의 요청을 받고도 그 존재를 확신하지 못하고 결정을 미룬다. 실제로 과거 악마 빙의의 증거로 여겨졌던 많은 현상이 조현병, 간질, 틱 장애 등 의학적으로 설명 가능한 병증임이 밝혀진바, 악령의 존재를 쉽게 믿지 못하는 캐러스의 갈등은 보이지 않는 신의 은총을 갈구하는 스스로에 대한 불신이기도 하다. 한편 과거 이미 엑소시즘 의식에서 악마 파주주와 맞섰던 경험이 있는 메린은 좀더 본질적인 측면에서 그를 설득한다. 구마 의식을 선함, 즉 인간다움을 되찾으려는 과정으로 바라보는 것이다.
“내가 보기에 마귀의 목표는 빙의자가 아니라네. 그건 바로 우리야…… 관찰자들…… 이 집에 있는 모든 사람. 그리고 목표라면 우리를 절망으로 몰아넣는 거겠지. 우리 자신의 인간성을 부정하도록. 궁극적으로 스스로를 짐승으로 인식하게 하려는 거야. 사악하고 부패하고 추악하고 무가치하며 존엄이라고는 없는 존재로 말이지.” (본문 460쪽)
2000년 공개된 영화 감독판 <엑소시스트─디렉터스 컷>에는 개봉 당시에는 불필요하다는 판단으로 삭제되었던 두 신부의 대화 장면이 더해졌다. 악령의 목적이 리건 한 사람만이 아니라 관계된 모든 이들의 신을 부정하도록 하는 것이라는 메린의 대사는 소설의 주제를 함축적으로 보여준다. 2011년 소설 출간 40주년을 맞아 기념판을 내면서 작가는 캐러스의 꿈 장면을 적지 않은 분량으로 추가했다. 뤼카라는 이름의 신부가 찾아와, 엑소시즘을 실행하려는 그의 결단이 신성모독으로 이어질 수 있을뿐더러 맥닐 모녀의 상황을 악화시킬 수 있다고 경고하는 내용이다. 선과 악, 신앙과 불신 사이에서 고뇌하며 올바른 결말을 찾아가려는 그들의 결단을 이 판본에서는 좀더 명확하게 확인할 수 있을 것이다.
『엑소시스트』 40주년 기념판에는 전반적으로 내용을 다듬는 과정에서 새로운 표현과 문장이 더해졌다. 첫 출간 당시에는 시간과 자금의 한계로 미처 담지 못했던 부분들이다. 독자들이 이 판본을 기억해주길 바란다. 윌리엄 피터 블래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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