운명에 대한 사랑
도서정보 : 이항녕, 안병욱, 솔제니친 | 2020-07-22 | EPUB파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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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학생들에게 이렇게 이야기 한다. 그대들이 다니는 학교가 결코 일류는 아니다. 그러나 그것이 하등 부끄러울 것은 없다. 일류가 아닌 대학에 들어와 그 대학을 일류로 만들고자 노력을 하는 곳에 인생의 보람이 있을 것이다. 일류대학에 들어가 아무런 창조적 활동을 못하는 것보다는 일류 아닌 대학에 들어가 개척 정신을 발휘하여 그 대학을 일류로 향상시키는 것이 훨씬 사람으로서는 값있는 일이요 행복스럽게 사는 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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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믐달
도서정보 : 나도향 방정환 | 2020-07-22 | EPUB파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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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그믐달을 몹시 사랑한다. 그믐달은 너무 요염하여 감히 손을 댈 수도 없고 말을 붙일 수도 없이 깜찍하게 어여쁜 계집 같은 달인 동시에 가슴이 저리고 쓰리도록 가련한 달이다. 서산 위에 잠깐 나타났다 숨어버리는 초승달은 세상을 후려삼키려는 독부가 아니면 철모르는 처녀 같은 달이지마는 그믐달은 세상의 갖은 풍상을 다 겪고 나중에는 그 무슨 원한을 품고서 애처롭게 쓰러지는 원부와 같이 비절하고 애절한 맛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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혼자 듣는 밤비 소리
도서정보 : 주요섭, 한태길, 한흑구 | 2020-07-22 | EPUB파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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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구슬프고도 애달픈 음악 영원히 영원히 끊이지 않을 듯이. 어두운 밤 적적한 밤에 전등을 일부러 끄고 어두운 방안에 혼자 앉아서 허공을 내다보면서 차락거리는 봄비 소리를 들을 때 나를 잊어버리고 세상을 잊고 오직 무(無)의 엑스터시를 맛보게 된다. 이 순간은 영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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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락(苦樂)
도서정보 : 김시헌, 송규호 | 2020-07-22 | EPUB파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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옆방의 부부 싸움은 대개 열두시쯤 되어야 시작된다. 앙칼진 여자의 항변이 나오고 돌을 치는 것 같은 강한 남자의 고함이 높아 가면 마침내 물건 부수는 소리로 발전한다. 그 때가 되면 벌써 나는 잠을 깬다. 나는 깬 채로 한동안 싸움 소리를 듣기만 한다. 찬장을 부수는 소리 문을 때리는 소리 아이들의 울부짖는 소리 사람 치는 소리 등이 뒤범벅이 돼서 위험감이 느껴져야 비로소 나는 옆에서 자고 있는 아내를 흔든다. 아내는 멋도 모르고 눈이 동그래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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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마 늙지마
도서정보 : 어효선, 송규호 | 2020-07-22 | EPUB파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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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러 어머니들이 둘러앉은 자리에서도 제 어머니를 분간하고 기어가 안기는 걸 보면 어린 눈에도 이미 제 어머니의 모습이 뚜렷이 박히는가 보다. 환?진갑을 다 지낸 우리 어머니 머리 세고 주름 잡히고 여윈 우리 어머니 그러나 내 마음 속에 박힌 우리 어머니의 모습은 늙은 어머니가 아니라 스물대여섯 살의 젊은 어머니다. 이마가 시원하고 눈이 크고 입도 좀 큰 편인 젊은 어머니의 손을 잡고 시장이다 일가집이다 어디 없이 졸졸 따라다니던 37 8년 전 그때의 그 따뜻하고 보드랍던 그 손길! 인제는 그 손을 잡아 볼 일조차 없다. 나이를 먹을수록 어머니와 점점 멀어지고 그러다가 아주 헤어져야 하는 슬픈 운명의 어머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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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굴
도서정보 : 조수익, 정국진 | 2020-07-22 | EPUB파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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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에는 그렇게 많은 얼굴이 있으면서도 같은 얼굴이 하나도 없다는 것은 생각할수록 신기한 일이다. 눈 둘 코 하나에 입이라는 매우 간단한 구조이면서 어느 두 얼굴을 견주어 보아도 동쪽과 서쪽이 다르듯 전혀 다른 인상을 주고 있다. 무궁한 조화에 그저 놀랄 뿐이다. 하기야 사람의 얼굴이 서로 다르다는 것도 일리가 없는 것도 아니다. 만일 얼굴로 사람을 구별할 수 없다면 세상은 커다란 혼란에 빠지게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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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부
도서정보 : 진웅기, 오소백 | 2020-07-22 | EPUB파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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낮에는 일터로 가고 밤에는 안식처로 돌아오는 순환제도를 끊임없이 돌면서 그 한켠에서 어김없이 만났다가 헤어지고 또 만나는 에로틱한 것이 부부이다. 무슨 일 때문에 그 둥근 코스의 한 지점에서 만나기로 되어 있는 여인을 만나지 못하고 겉돌게 되면 달은 안 뜨고 해만 뜨는 세상같이 쓸쓸한 일이 아닐 수 없다. 그는 밤에만 외로운 것이 아니라 낮에도 외롭다. 부부는 만났을 때 나눈 정을 가지고 떨어져 있는 시간에도 주고받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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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어머니
도서정보 : 전영택, 유경환 | 2020-07-22 | EPUB파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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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머니는 어린 것의 피난처요 호소처요 선생이요 동무요 간호부요 인력거?자동차?기차 대신이요 모든 것이다. 밥 주고 물 주고 옷 주고 버선 주고 사랑 주고 참외 주고 떡 주고 누룽갱이 긁어 두었다 주고 놀다가 들어오면 과자 주고 동네 잔칫집에 가서 가져온 빈대떡(평양말로 지짐) 주고-모든 것을 어머니가 준다. 어머니는 사랑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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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쾌함
도서정보 : 강은정 | 2020-07-21 | EPUB파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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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난한 부모 밑에서 대기업의 생산 라인에서 근면하게 일하며 자신의 꿈을 키워가던 수정은 어느 날 산업재해 판정을 받는다. 회사에서 지급하는 보상금을 거부하고 법정으로 가자는 부모님과 달리 오히려 빨리 보상금을 받아 남은 인생을 편안히 살고 싶은 수정은 서로 대립한다. 부모와 다투고 제주로 혼자 여행을 다녀온 수정은 자신에 대해 새로운 사실을 알게 되는데... 경쾌함 단 그 하나의 감정을 알고 싶은 수정. 난 사랑 받길 원하지 않아. 난… 다만 경쾌한 감정을 알고 싶어. 경쾌함 마음과 머릿속이 온전히 즐거운 감정. 그 하나의 감정을 죽기 전에 느끼고 싶을 뿐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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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프라맹스
도서정보 : 강은정 | 2020-07-21 | EPUB파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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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프라맹스는 눈으로 식별할 수 없는 초박형의 상태. 냉기와 온기 사이의 아주 얇은 틈 혹은 인간으로서는 깰 수도 찢을 수도 넘어설 수도 없는 아주 얇디얇은 막을 말한다. 지온과 채린 두 남녀의 시점으로 그려낸 가슴 떨리는 사랑 이야기. - 지온 - 뒤돌아서서 걸어가는 그녀를 난 잡지 못했다. 그녀를 끌어안고 어디로든 도망가고 싶었지만 나란 인간의 용기는 거기까지였다. 비참했다. 앞으로 살아가는 동안 내내 지금의 내 선택을 후회할 거라는 걸 난 그때 절감하고 있었다. 처절하게. 그녀를 떠나보내는 순간 난 삶의 모든 에너지를 빼앗긴 기분이었다. 내 인생에서 또다시 누군가를 이토록 열망할 수 있을까. - 채린 - 내 뒤를 따라오며 배웅해주던 그에게 뒤돌아서서 안기고 싶었다. 그는 아무 말 없이 내 뒤를 바짝 따라오고 있었다. 우리 둘 사이는 아무도 모르는 섬 각자만이 알 수 있는 앵프라맹스가 있었다. 아 어김없이 이번 봄에도 또 그가 생각나다니. 벌써 5년째 매년 봄이면 어느새 그의 생각에 빠져있다. 오래된 사진을 보듯 내 기억 속의 장면들 또한 여전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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