흙의 세례

도서정보 : 이익상 | 2020-07-22 | EPUB파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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명호(明浩)의 아내 혜정(慧貞)은 앞마루에서 아침을 먹은 뒤에 설거지를 하다가 손을 멈추고, 방 안을 향하여 “저 좀 보셔요.”하고, 자기 남편을 불렀다.
명호는 담배를 피워 물고 앞에다 신문을 놓고 쪼그리고 앉아서 들여다보다가, 혜정의 부르는 소리에 재미스럽게 보던 흥미를 잃어버린 것같이 얼굴에 조금 불쾌한 빛이 나타나 보이었다. 그리하여 그는 허리를 굽혀 앞 미닫이를 소리가 나게 열고는 조금 퉁명스러운 소리로 “웨 그리우?”하였다.
이와 같이 불쾌한 뜻이 섞이어 들리는 “웨 그리우?”하는 대답에 혜정은 어느덧 그 다음에 하려던 말의 흥미를 절반 이상이나 잃어버리고 말았다.
그리하여 “저 보셔요.”라 부르기만 하여두고 한참 동안이나 남편의 얼굴을 바라다보았다. 그리고 혜정은 남편이 또 무슨 생각에 열중한 것을 짐작하였다. 명호는 어떠한 생각에 열중할 때에는 아무리 불러도 대답할 줄도 모르고, 또는 대답을 한다 하여도 퉁명스러운 소리가 나오던 것이었다. 이와 같이 퉁명스러운 대답이 이 마을로 이사 온 뒤로는 더욱 많아진 것은 명호가 무슨 생각에 열중하는 기회가 많다는 것을 의미한 것이었다.
그리고 또한 이러한 생각하는 기회가 주어졌다는 것이 혜정에게 대하여는 불쾌한 생각을 느끼는 때가 더 불었다는 것이었다. 그들의 이전 생활도 그다지 긴장한 생활이라 할 수 없으나, 이러한 시골로 내려오게 된 것은 조금 장유(長悠)한 시일을 보내어보자는 것이 동기가 되었었다. 그러나 유장(悠長)과 흐리멍덩한 것은 이 명호에게서 거의 구별할 수 없는 형용사가 되고 말았다.
“이걸 어떻게 하면 좋아요? 오늘은 밭을 좀 갈아야 할 것이 아니에요. 앞집 칠봉 아범을 하루 동안만 삯군으로 얻어볼까요?”
혜정은 얼굴에 수심스러운 빛을 띄워 가지고 이렇게 말하였다. 그런데 이 칠봉 아범이란 것은 명호 부부가 이 동리로 이사 오던 그날부터 서로 친하게 상종하는 다만 하나의 이웃 사람이었다. 집안에 조금 하기 어려운 일이 생길 때이면, 흔히 칠봉 아범에게 부탁하게 되었다. 그는 젊은 명호 부부를 위하여는 자기 집 볼일이 있어도 그것을 제쳐놓고 명호의 일을 보살필 만큼 충실한 이웃 사람이었다. 그러므로 오늘에도 바깥 일이 급한 것을 걱정하는 혜정이 칠봉 아범을 삯군으로 얻고자 한 것은 자연(自然)한 일이었다.
“글세…… 어떻게든지 해보아야지…….”
명호는 겨우 이만한 대답을 하고는 미닫이 바깥으로 담배 연기를 내뿜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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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기미

도서정보 : 김사량 | 2020-07-22 | EPUB파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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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래가 퍽 사람을 그리워하여, 사람 없이는 하루 한시라도 못 견디는 고독한 인간이다. 무턱대고 사람을 그리워한다. 두 번만 만나면 나는 어깨를 치고 허허 웃고 또 심지어 그이가 뚱뚱보라면 꾹꾹 그 배를 찌르고야 만다. 그래 한번은 뚱뚱보인 고등관(高等官)을 성내우고 말았다. 실로 말이지 내가 알기는 대신급(大臣級)에서부터 토역군(土役軍)에 이르기까지이다. 더욱이 그 부인네들과는 안면이 깊다. 그건 내가 '걸레장사'라는, 바로 이 고장 말로 하면 구주야이기 때문이다. 아니 구주야는 내 생활수단에 지나지 않는다. 나는 어엿한 화가이다. 그림공부하는 사나이다. 그러나 고등관의 욕을 얻어먹은 뒤부터는 일체 관리들과는 교제를 끊었다. 아니 거래를 끊었다는 말이다. 나는 나를 멸시하는 인간을 멸시하기 때문이다. 하기는 이 고장에는 내 마음을 이해해 줄 사람이 하나도 없다. 어깨를 툭툭 칠 만한 사람이 없는 것이다. 그러고 보니 외롭다. 고독하기 그지없다. 이 고독감은 기주적(期週的)으로 가분작이 침노를 한다. 그러면 아편쟁이가 아편 생각이 난 때처럼 못 견디게 사람이 그리워진다. 그러나 하나도 얼싸안을 녀석이 보이지 않는다. 그때는 나는 다룽치를 메고서 시바우라(芝浦)로 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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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정

도서정보 : 강경애 | 2020-07-22 | EPUB파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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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제강점기 「소금」, 「인간문제」, 「해고」 등을 저술한 강경애의 단편소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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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머니와 딸

도서정보 : 강경애 | 2020-07-22 | EPUB파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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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어남에서 자아의 각성에 이르기까지 한 여성의 삶의 과정을 보여주는 여성성장소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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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거 살인사건

도서정보 : 사카구치 안고 | 2020-07-22 | EPUB파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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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품의 줄거리 [선거 살인사건]에서는 선거에 출마한 변두리 목공소 사장의 비밀을 파헤치려는 신문기자의 분투를 다룬다. 낙선이 거의 확실한 그가 무엇 때문에 출마하고 그 많은 재산을 탕진하려는 것인지 그 배후를 찾는다. 선거 후에 발견된 목 없는 시신. 신원은 알 수 없지만 분명히 그가 감추려는 비밀과 관련이 있는 사람이다. 그가 가지고 있던 소설들의 수수께끼와 술에 취해 울부짖으며 외치던 ‘아아 무정’이라는 말에는 또 다른 메시지가 있다. 후반부에 사립탐정 고세 박사가 등장하는데 신문기자의 메모만으로 범인을 특정할 수 있을지 지켜보자. 과거를 묻어버리려는 남자의 침울한 눈빛이 보일지도 모른다.

구매가격 : 2,500 원

정오 살인사건

도서정보 : 사카구치 안고 | 2020-07-22 | EPUB파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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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품의 줄거리 [정오 살인사건]은 사립탐정 고세 박사가 등장하는 작품이다. 단편이지만 도입 사건발생 미스터리제시 증언 탐정에 의한 사건 해결 등 추리 소설에 있어야 할 것이 제대로 들어있다. 어느 날 발견된 시체 그를 둘러싼 미스터리를 신문기자가 파헤친다. 유력한 용의자들의 알리바이를 검증하지만 가장 의심스러운 건 미모의 여성이다. 권총이 흉기임에도 그 발사음을 들은 사람이 없다는 것이 이 소설의 관전 포인트다. 고세 박사의 추리 속에 당시에는 참신했을 속임수가 나오는 것도 재미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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빈대 살인사건

도서정보 : 사카구치 안고 | 2020-07-22 | EPUB파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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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품의 줄거리 [빈대 살인사건]은 수상한 2인방을 미행하던 부녀 순경이 살인사건에 맞닥뜨려 사건을 해결하는 형사 소설이라 할 수 있다. 제목의 〈빈대〉는 흔히 알고 있는 그 빈대가 아니고 여성용의 금 손목시계를 말한다. 남성용의 시계보다 유난히 작은 여성용 시계를 속칭해서 불렀다. 지금은 수집가들 사이에서만 쓰이고 있을 뿐 이미 사용하지 않는 단어이지만 이 작품이 출간되었던 1953년에는 아직 통용되고 있는 말이었다. 밀매 조직의 여두목 〈미스난킨〉이 살해되어 나미카와 순경과 여경인 그의 딸 유리코는 진 씨 저택으로 도망친 범인을 추격하는데......

구매가격 : 2,500 원

산신 살인사건

도서정보 : 사카구치 안고 | 2020-07-22 | EPUB파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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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품의 줄거리 [산신 살인사건]은 1953년 잡지 강담구락부에 발표되었다. 전쟁 후 전답을 사고 백성의 왕이 되는 꿈을 가진 공안위원 야마다 헤사쿠는 암거래로 붙잡혀있는 아들 후지오를 빼내기 위해 경찰서에 출두한다. 후지오를 갱생시키기 위해 헤사쿠는 산신의 수도자를 자칭하는 오카쿠와 그 추종자에게 접근하지만…… 범인을 찾는 것이 아니라 범행에 이르기까지의 과정을 담은 추리소설 양식의 작품이다. 제목에 나오는 산신(山神)은 산에서 수행하여 법력을 갖게 된 수도자를 의미한다. 작품의 도입 부분에 아사히신문의 모년 5월 29일 석간 기사가 인용되어 있다. 이 소설의 사건과는 직접적인 관계는 없지만 허구라고 여겨지는 사건이 현실 세계에서도 일어나고 있다는 증거이다. 시대 상황이나 배경 등이 생소할 수는 있으나 범행을 도모하고 실행하는 과정에서 인간의 적나라한 내면을 읽을 수 있다는 점에서 현대물과 견줄만한 작품이다. 산신보다 무서운 것 그 이름은 욕심 많은 자가 아닐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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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쾌함

도서정보 : 강은정 | 2020-07-21 | EPUB파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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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난한 부모 밑에서 대기업의 생산 라인에서 근면하게 일하며 자신의 꿈을 키워가던 수정은 어느 날 산업재해 판정을 받는다. 회사에서 지급하는 보상금을 거부하고 법정으로 가자는 부모님과 달리 오히려 빨리 보상금을 받아 남은 인생을 편안히 살고 싶은 수정은 서로 대립한다. 부모와 다투고 제주로 혼자 여행을 다녀온 수정은 자신에 대해 새로운 사실을 알게 되는데... 경쾌함 단 그 하나의 감정을 알고 싶은 수정. 난 사랑 받길 원하지 않아. 난… 다만 경쾌한 감정을 알고 싶어. 경쾌함 마음과 머릿속이 온전히 즐거운 감정. 그 하나의 감정을 죽기 전에 느끼고 싶을 뿐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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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프라맹스

도서정보 : 강은정 | 2020-07-21 | EPUB파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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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프라맹스는 눈으로 식별할 수 없는 초박형의 상태. 냉기와 온기 사이의 아주 얇은 틈 혹은 인간으로서는 깰 수도 찢을 수도 넘어설 수도 없는 아주 얇디얇은 막을 말한다. 지온과 채린 두 남녀의 시점으로 그려낸 가슴 떨리는 사랑 이야기. - 지온 - 뒤돌아서서 걸어가는 그녀를 난 잡지 못했다. 그녀를 끌어안고 어디로든 도망가고 싶었지만 나란 인간의 용기는 거기까지였다. 비참했다. 앞으로 살아가는 동안 내내 지금의 내 선택을 후회할 거라는 걸 난 그때 절감하고 있었다. 처절하게. 그녀를 떠나보내는 순간 난 삶의 모든 에너지를 빼앗긴 기분이었다. 내 인생에서 또다시 누군가를 이토록 열망할 수 있을까. - 채린 - 내 뒤를 따라오며 배웅해주던 그에게 뒤돌아서서 안기고 싶었다. 그는 아무 말 없이 내 뒤를 바짝 따라오고 있었다. 우리 둘 사이는 아무도 모르는 섬 각자만이 알 수 있는 앵프라맹스가 있었다. 아 어김없이 이번 봄에도 또 그가 생각나다니. 벌써 5년째 매년 봄이면 어느새 그의 생각에 빠져있다. 오래된 사진을 보듯 내 기억 속의 장면들 또한 여전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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