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도승지대관(고려편)

도서정보 : 이무영 | 2020-04-08 | EPUB파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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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왕도순례(고려편)
왕건은 무관 출신이었으나 불도(佛道)에 대한 신앙이 깊었다. 그러면서도 유학에 관심을 가져 문무(文武)의 정책을 병용하여 중용의 정치를 했다. 지리적으로 보아 고려의 건국 사업은 지극히 어려운 바 있었다. 언제나 말썽인 북쪽 중국대륙의 조정이 변할 때마다 신경을 쓰지 않으면 안 되었다. 또한 병화(兵火)를 입지 않으면 안 되었다. 그러나 태조 왕건의 유지를 받아 역대 왕들은 선정(善政)을 베풀었고 민심도 안정이 되어 34대 455년의 왕업을 계승하였다.<중략, 본문 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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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Q84 세트

도서정보 : 무라카미 하루키 | 2020-04-08 | EPUB파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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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0년 4월 16일 아침 아홉시. 일본 주요 서점가 앞에서는 진풍경이 벌어졌다. 그날 아침 발매되는 『1Q84』 3권을 구입하기 위해 서점 앞에 독자들이 길게 줄을 늘어선 것이다.

과연 아오마메는 총구를 당겼을까? 덴고가 아버지의 침상에서 목격한 소녀 아오마메는 어디로 갔을까? 풀리지 않은 1,2권의 미스터리에 잠 못 이루던 수많은 일본 독자들은 3권의 발매 소식에 환호했다.

1,2권과 마찬가지로 일본 예약판매 첫날 종합 베스트셀러 1위에 올랐던 3권. 초판은 50만 부를 제작할 예정이었으나, 뜨거운 반응에 힘입어 바로 20만 부를 추가 제작했다. 또한 하루키는 2010년 상반기 서적 매출을 총정리하여 발표한 오리콘 도서 랭킹에서 작가별 종합 판매 순위 1위를 기록했다. 산케이신문 발표에 따르면 2010년 7월 1일자로 일본에서만 1~3권 총합 377만 7천부가 팔렸다는 『1Q84』의 기록은 한마디로 경이롭다.

한국의 반응도 다르지 않았다. 2009년 출간된 1,2권은 주요 온오프라인 서점에서 19주 연속 종합 1위에 올랐고, 8개월 만에 백만 부 이상이 팔리며 한국 출판사상 최단기간에 밀리언셀러를 기록했다. 또한 2010년 7월 16일 온라인서점 예약판매를 시작한 3권은 예판 이틀 만에 종합 베스트셀러 1위에 올랐으며, 예판 종료를 하루 앞둔 현재 총 3만여 부가 판매되는 전무후무한 기록을 세웠다.

덴고, 지금 어디 있어?
빨리 나를 찾아줘. 다른 누군가 나를 찾기 전에……

3권을 우리보다 먼저 읽은 일본 독자들의 반응은 한결같았다. “결국 빠져들고 말았습니다. 아오마메와 덴고의 거리가 점점 좁혀지면서, ‘굉장한걸, 역시 대단해’의 연발! 대만족이었습니다.(일본 아마존 독자 cocoapple)” “어른이 되어서는 다 잊은 줄로만 알았던, 어린 시절 처음으로 굉장한 만화나 소설, 영화를 봤을 때의 그런 감정을 다시 맛보았다.(일본 아마존 독자 はちみつ大好)” “지금까지의 소설 중에 가장 다르지 않나 싶다.(일본 아마존 독자 tommy)” “기대를 저버리지 않는 무라카미 월드, 3권도 단숨에 다 읽을 수밖에 없었습니다.(일본 아마존 독자 다가타가)”


모두가 기다렸던 3권은 무엇을 담고 있을까? 가장 먼저 눈에 띄는 것은 달라진 구성이다. 1,2권을 집필할 때 바흐의 <평균율 클라비어곡집>의 구성을 염두에 두었던 하루키는 3권을 구성하면서 바흐의 <3성 인벤션>을 참조했다고 밝히고 있다. 덴고와 아오마메의 장이 교차되었던 1,2권과는 달리, 덴고와 아오마메, 그리고 독자의 허를 찌르는 제3의 인물이 매 장을 번갈아 진행하게 된다. 작가는 이로 인해 작품이 더욱 ‘폴리포니적인(다성적인) 목소리’를 얻게 되었다고 말한다.

“BOOK3을 시작하고, 세 가지 목소리로 이야기를 풀어나가면서부터 각각의 관계는 한층 복잡해집니다. 이 각각의 목소리가 감응하여 서로 만나는 지점이 있습니다. 서로 쫓고 쫓긴다든가 하면서요. 시간성도 더욱 복잡해집니다. 쓰면서 뇌 안에서 새로운 근육을 사용하는 듯한 느낌이 있었습니다.”

세 인물의 목소리가 교차하면서, 시간성과 플롯이 더욱 풍부해진 3권은 분량도 1,2권에 비해 약 100여 페이지가 더 길다. 그럼에도, 1Q84의 세계를 떠나고자 하는 아오마메, 아오마메를 뒤쫓는 ‘선구’, 아오마메를 지키는 다마루와 노부인, 자신을 둘러싼 세계의 비밀을 밝히려는 덴고, 그런 덴고를 수호하는 후카에리, 그리고 덴고와 아오마메를 동시에 추적하는 제3의 인물 등으로 책장은 숨 돌릴 새 없이 가쁘게 넘어간다.

과연 덴고와 아오마메는 서로 만나게 될 것인가? 그리고 두 사람은 두 개의 달이 뜨는 1Q84의 세계에서 벗어날 수 있을까?

갈망을 부르는 끝없는 이야기의 샘,
BOOK4는 출간될 것인가?

아름답고도 충격적인 3권의 결말을 읽은 뒤에도, 독자들의 궁금증은 계속 이어지고 있다. 리틀 피플과 어두운 숲속, 두 개의 달이 뜨는 ‘1Q84년’이라는 새롭고 거대한 세계의 서사는 독자들로부터 마치 이야기에 대한 ‘끝없는 갈망’을 이끌어내는 듯 보인다. 하루키는 독자들의 이런 반응에 대해 이렇게 말한다.

“내 소설을 읽다가 궁금해져서 질문이 생기면, 그 수수께끼 같은 질문을 다른 수수께끼 같은 질문과 패러프레이즈Paraphrase(바꿔 읽기, 바꿔 쓰기)하는 것이 가장 정확한 읽기가 되지 않을까 합니다. 독자가 각자 자기 나름대로, 수수께끼를 다른 형대로 치환해가는 것이죠.

소설이라는 것은 원래가 그렇게 치환하는 작업입니다. 마음속 이미지를 이야기의 형태로 치환해나가는 것입니다. 그 치환은 어떤 경우에는 수수께끼처럼 보일 겁니다.

내가 아닌 다른 누군가가 1권과 2권을 읽은 후에 BOOK3를 계속 쓰더라도 원칙적으로는 상관없습니다. 이번 BOOK3는 “나라면 이렇게 쓰겠습니다”라는 하나의 예증인 셈입니다. 내 쪽이 BOOK3는 더 잘 쓸 수 있겠어”라고 말하는 사람이 있어도 이상할 것 없죠. 내가 쓴 BOOK3는 1,2의 세계가 내 안에서 환기시킨 풍경을 나 나름으로 깊이 추구한 것입니다. 꽤 깊은 곳까지 좇았다고 생각합니다만.”

작가인 하루키에게 가장 많이 쏟아지는 질문은 역시 3권에 이어 4권이 출간될 것인가 하는 것이다. 하루키는 일본 신초사에서 펴내는 문학계간지 <생각하는 사람>과의 인터뷰에서 이렇게 말했다.

“다음 권이 나올지 질문을 많이 받는데, 지금 단계에서는 나도 모릅니다. 장편을 쓸 때, 저는 거의 매일 쉬지 않고 씁니다. 다른 건 전혀 쓰지 않습니다. 머릿속이 이미 완전히 ‘장편소설 뇌’ 상태가 되니까요. 그렇게 하기를 3년 가까이 지나다보니, 내 안에서 무언가를 꺼내 만들어내려면, 또다시 여러 가지를 끌어모으기 위한 나름의 시간이 필요합니다. 다음에 내 안에 무언가가 쌓였을 때, 무엇을 어떻게 쓰고 싶은지는 스스로도 전혀 예측이 되지 않아요. 그저 겨울잠을 자는 곰처럼 자면서 기다릴 뿐입니다. 그래서 『1Q84』‘BOOK4’나 ‘BOOK0’가 있을지 없을지는, 지금으로서는 아무것도 말할 수 없어요. 지금 단계에서 말할 수 있는 건, ‘그전에도 이야기는 있고, 그 후에도 이야기가 있다’라는 겁니다. 그 이야기는 내 머릿속에 막연하게나마 수태되어 있습니다. 다시 말해 다음 권을 쓸 가능성이 전혀 없다고는 말할 수 없다는 뜻이죠.”

끝으로, 방한을 애타게 기다리는 한국 독자들에게 메시지를 부탁한다는 편집부의 요청에 하루키는 다음과 같은 글을 보내왔다.

“실은 아직 한국에 가본 적이 없었고, 왜 오지 않느냐는 질문을 자주 받습니다. 왜일까요? 가장 큰 이유는 ‘너무 가까운 곳이라 갈 기회가 없었고, 그래서 가지 못하고 있었다’는 게 아닐까 생각합니다. 특별한 이유가 있어서 가지 않는 건 절대 아닙니다. 지금까지는 웬일인지 갈 기회가 없었다는 것이 솔직한 이유입니다. 하지만 한번 가보고 싶다고 생각하고 있고, 슬슬 마라톤경기에 출장할 겸 개인적으로 살짝 다녀올까 하는 참입니다(한국에도 마라톤 경기가 성황리에 열리고 있다죠).

저는 사람들 앞에 나서거나 리셉션에 참석한다든가, 사진을 엄청나게 많이 찍힌다든가, 기자회견을 해야 한다든가 하는 일을 좋아하지 않습니다. 그런 일들은 가능한 한 피하고 싶습니다. ‘한국에 가면 굉장한 환영을 받을 테니 각오하세요’라는 말을 들었던 것도 한국 행을 주저하게 되는 한 가지 이유일지 모르겠습니다. 환영받는 것은 물론 기쁩니다(아무도 환영해주지 않는다면 곤란하겠죠). 하지만 시끌벅적한 자리에서는 금방 피곤해지고 맙니다. 일본에서도 사람들 앞에 나서는 일은 거의(절대) 없습니다. 이해해주세요.

미국 대학에 있을 때는, 유학중인 한국인 유학생과 자주 이야기를 나눴습니다. 모두 제 소설을 열심히 읽어주고 있어서 굉장히 기뻤습니다. 모두 젊고, 나와는 꽤 나이차가 있었지만, 그래도 여러 주제의 이야기를 즐겁게 나눌 수 있었습니다. 그런 개인과 개인의 교류라면, 늘 대환영입니다. 하지만 이야기가 공식적인 분위기가 되어버리면, 여러 가지로 어려운 문제들이 생기죠. 이런 일들에 대해 훌륭한 대안이 있다면 좋겠습니다.

일본에도, 나와 같은 세대인 60세가량부터 10대까지 독자층이 존재합니다. 집에서 부모와 아이가 같은 책을 보고 있다는 말도 종종 듣습니다. 제게는 기쁜 일이지요. 나는 지금의 10대들이 무슨 생각을 하는지는 거의 알지 못합니다만, 그래도 ‘이야기’는 세대나 언어를 초월해 기능하는 깊고 큰 장치입니다. 나는 그 힘을 믿고 싶습니다. 한국 독자 여러분들과도 이야기를 함께 나눌 수 있다면, 그 이상의 기쁨은 없습니다.”


1Q84에 쏟아진 찬사

그는 이 소설을 기점으로 확실히 변했다.
상실을 노래하던 젊은 작가는 이제 온기를 이야기한다.
이번 하루키 소설 속 사랑은 현실에 닿아서 부식되거나 왜곡되는 사랑이 아니고
새로운 의욕과 더욱더 절실한 현실을 낳는 사랑이다. _정혜윤(CBS 피디)

´하루키적´인 모든 것들이 녹아들어 있다.
그러나 그 모두에 앞서 이 소설은 애틋한 사랑 이야기다. _한국일보

사랑과 인연의 안타까운 엇갈림을 겪어본 독자라면 공감의 농도는 더 진해질 것이다. _조선일보

하루키 필생의 역작으로 보인다.
강한 스토리 전개의 힘은 꼬리에 꼬리를 무는 궁금증을 일으키며 책을 손에서 놓지 못하게 한다. _한겨레

개성 뚜렷한 등장인물들이 품고 있는 불가사의한 과거의 상처들과 실타래처럼 엮인 비밀들을
감칠맛 나게 풀어간다. _동아일보

작품은 오래 공들인 만큼 그동안 하루키가 보여 줬던 소설 요소들을 복합적으로 담아내고 있다.
현실과 환상을 오가는 능숙한 필치도 그렇고, 남녀 주인공의 애달픈 사랑 얘기를 은근히 섞어내는 솜씨도 그렇다._서울신문

전작을 넘어서는, 하루키의 세계 안에서 만들어진 또다른 세계!
한번 손을 대면 멈출 수 없는 하루키 소설 특유의 가독성에 정점을 찍는 느낌이다._무비위크

인간이기에 그 속에 늘 함께 할 수밖에 없는 ‘환상’과 ‘현실’ 사이의 두려움. 이를 어루만지는 문장을 제대로 쓸 줄 아는 작가. _네이버 블로거 빵굽는타자기

‘정말 재밌는 책´ 이라는 것에 이견이 없다. 몇 번이나 내려야 하는 버스정류장을 지나친 건, 책 읽기를 멈출 수 없었기 때문이다. _네이버 블로거 자유

이게 진짜다. 이 소설이 진짜다._예스 24 독자 hynews20

아, 정말 하루키씨는 엄청난 것을 들고 와버렸다. <1Q84>는 하루키 문학의 결정체라고 말할 수밖에 없는 작품이다. _예스 24 독자 반코츠

다 읽고 나자 읽을거리가 없다는 데에 상실감이 너무 크다. 정말 최고다!! _알라딘 독자 donuts76

『1Q84』처럼 ’재미있는 소설’이라면 10권까지 나온다고 해도 환영이다. _알라딘 독자 리아트리스

클라이맥스 부분을 읽을 때는 내가 글씨를 읽고 있는 게 아니라 글씨가 나를 읽고 있는 착각에 빠지게 했다. 그렇게 독자를 강하게 끌어안는다. _알라딘 독자 벚꽃지는 계절에

『상실의 시대』의 하루키가 돌아온 것이다. _알라딘 독자 mcwivern

나는 지금, 200Q 세계에 놓여 있다. _알라딘 독자 spica

구매가격 : 31,900 원

1Q84 1

도서정보 : 무라카미 하루키 | 2020-04-08 | EPUB파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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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 일본은 『상실의 시대』 이후, 또다시 ‘무라카미 현상’으로 온통 떠들썩하다.

해마다 노벨상 후보에 거론되며, 일본에서뿐만 아니라 전세계적으로 독자를 확보하고 있는 무라카미 하루키. 그가 『해변의 카프카』 이후 7년 만에, 『어둠의 저편』 이후 5년 만에 출간한 신작 장편소설 『1Q84』는 출간되기 전 예약 판매 첫날 종합 베스트셀러 1위를 기록했으며, 당일인 5월 29일 하루에만 68만 부가 팔려나가는 기염을 토했다. 또한 발매 10일 만에 100만 부가 팔려나갔으며, 발매 두 달이 채 안 된 7월 말까지 모두 223만 부 이상이 팔린 것으로 집계되고 있다.

『1Q84』를 펴낸 신초샤新潮社는 출간하자마자 책이 매진되어 품절사태가 빚어지자, “이는 이례적인 속도다. 전국적으로 품절상태라 6월 11일 이후에나 책을 시장에 내보낼 수 있을 것 같다”고 밝혔다. 신초샤는 초판으로 1권을 20만 부, 2권을 18만 부 인쇄했으나, 아마존 저팬에서 예약판매분이 모조리 팔려버리는 등 독자들의 뜨거운 반응에 놀라, 출간하기도 전인 5월 22일에 각각 5만 부를 추가 인쇄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발행 후 보름 남짓은 대부분의 서점에서 ‘품절→재입고’ 안내가 번갈아 공지되는 사태가 벌어졌다. 서점에서 품귀현상을 빚으며 일본 독자들이 줄을 서서 구했던 『1Q84』 1,2권은 출간 3개월 만에 2009년 일본 전체 서적 판매 1위에 올랐고, 현재도 일본 대형서점 기노쿠니야의 문학 베스트셀러 순위에서 12주째 1위 자리를 지키고 있다.

또한 소설이 불러온 인기는 관련서적과 음반으로까지 확대되고 있다. 일본 소니뮤직 관계자의 말에 따르면, 소설 속 주인공인 아오마메가 택시 안에서 듣는 곡인 야나체크의 <신포니에타>는 발매 후 9년 동안 2천 장이 팔렸는데, 『1Q84』가 출간된 뒤 일주일 만에 주문이 9천 장까지 쇄도했다. 소설 속에 등장하는 러시아 작가 체호프의 여행기 『사할린 섬』은 1950년대에 출간된 이후 절판되었다가, 갑자기 주문이 밀려드는 바람에 1950년대에 출간된 판본을 수정하지 않고 바로 중쇄를 찍는 해프닝을 벌이기도 했다. 최근 일본 서점가에서는 ‘하루키 특집’을 게재한 『군상』과 『문학계』2009년 8월호가 문예지로서는 대단히 이례적으로 전권 매진되었고, ‘『1Q84』 읽기’ 및 하루키와 관련된 내용을 수록한 서적이 5종 이상 출간되었으며, 판매 호조에 힘입어 그 수는 더 늘어날 기세다.

하루키는 이 독특한 작품을 쓰면서, 바흐의 <평균율 클라비어곡집>의 구성을 염두에 두었다고 밝혔다. 음악의 구약성서라고도 불리는 이 곡은 12음계 모두를 균등하게 사용한 48곡을 1권과 2권에 절반씩 배치하고 있다. 모두 합쳐 48곡. 이는 1권 24장, 2권 24장으로 구성된 이 소설과도 완벽히 일치한다. 지극히 정교하고 수학적인 사이클을 통해 아름다움을 창조한 바흐의 음악처럼 소설은 길고 긴 여운을 남긴다.

하루키의 소설에서 늘 그랬듯, 이번 작품에도 음악이 흐른다. 소설의 서두에 등장했으며, 원래 스포츠제전의 팡파르를 염두에 두고 작곡되었다는 야나체크의 <신포니에타>는 스포츠클럽 강사인 아오마메의 테마곡이다. 1984년의 동경을 한마디로 요약하는 마이클 잭슨의 <빌리진>과 아오마메에게 살인을 지시하는 우아한 노부인의 비통함을 상징하는 존 다울런드의 바로크 음악 <라크리메>, 그리고 가짜의 세계를 진짜로 만드는 사랑의 힘을 노래한 <이츠 온리 어 페이퍼 문>과 같은 음악들이 곳곳에 흘러넘친다. 또한 디킨스, 도스토옙스키, 제임스 프레이저, 피츠제럴드, 안톤 체호프의 작품 등, 작가는 다양한 문화적 코드를 통해 소설 여기저기에 섬세한 암시와 장치들을 숨겨두었다. 한 일본 아마존 독자는 “그의 다양한 문화적 코드가 나과 교집합을 이루는 것을 확인하고는 하루키가 나와 동시대에 살고 있음에 감사했다”고 소감을 밝혔다.

『1Q84』는 아오마메와 덴고의 아련한 첫사랑의 이야기인 동시에, ‘1Q84’를 헤쳐나가며 겪게 되는 환상소설이기도 하지만, 더불어 어제의 이야기를 통해 오늘을 구석구석 말하고 있는 작가의 진지한 목소리다. 그가 이루어낸 ‘종합소설’의 새로운 경지가 이제 우리 눈앞에 펼쳐진다.


예루살렘상 수상 기념 연설문(전문)

안녕하십니까.
저는 오늘 소설가로서, 즉 거짓말을 꾸며내는 일을 업으로 삼는 사람으로서 예루살렘에 왔습니다.

물론 소설가만 거짓말을 하는 것은 아닙니다. 잘 알려져 있듯이, 정치가도 거짓말을 합니다. 자동차 세일즈맨, 푸줏간 주인, 목수처럼 외교관이나 군 간부도 각자 거짓말을 합니다. 그러나 소설가의 거짓말은 다른 사람들의 거짓말과는 다릅니다. 그는 거짓을 말한다고 해서 비도덕적이라고 비판받지는 않습니다. 오히려 그 거짓이 크면 클수록, 거짓말이 능숙하면 할수록, 독자들이나 비평가로부터 큰 찬사를 받습니다. 왜일까요?

그것에 대한 저의 생각은 이렇습니다. 거짓말을 잘하는 것, 즉 현실에 가까운 이야기를 만들어내면서 소설가는 진실을 들추어내고, 그곳에 새로운 빛을 비출 수 있게 됩니다. 대개의 경우, 진실의 본디 모습을 파악하여 그것을 그 모습 그대로 정확하게 표현한다는 것은 사실상 불가능합니다. 그렇기 때문에 우리들은 진실이 숨어 있는 장소로부터 그것을 꾀어내어 이야기가 있는 곳으로 옮긴 다음, 소설이라는 형식으로 치환하는 것입니다. 그렇지만 이 일을 해내려면, 진실이 우리들 사이 어디에 놓여 있는가를 명확하게 파악하지 않으면 안 됩니다. 이는 좋은 거짓말을 꾸며 내는 데 필수적인 자질이기도 합니다.

하지만 오늘은 거짓말을 할 생각이 없습니다. 가능한 한 솔직하게 말씀드리겠습니다. 제가 거짓말을 하지 않는 날은 일 년에 불과 며칠뿐인데, 오늘이 바로 그날인 것 같습니다.

진실을 말씀드리죠. 일본에서 꽤 많은 사람들이, 제게 예루살렘상 수상식에 가지 말라고 말했습니다. 시상식에 참석한다면, 제 책에 대한 불매운동을 하겠다고 경고한 사람도 있었습니다. 이것은 물론, 가자 지구에서의 격렬한 전투 때문입니다. UN의 보고에 의하면, 봉쇄된 가자 시에서 1,000명 이상이 숨졌는데, 그들 대부분이 비무장 시민들, 즉 어린이와 노인이었다고 합니다.

수상 통지를 받은 후, 저는 몇 번이고 자문자답했습니다. 이런 시기에 예루살렘에 가서 문학상을 받는 것이 과연 정당한 행위일까, 수상식에 참석함으로써 갈등을 빚고 있는 양 진영 중 어느 한 편만 지지한다는 인상을 주는 게 아닐까, 압도적인 군사력을 행사한 국가의 정책을 인정하는 모양새가 되지 않을까. 저는 물론, 그런 인상을 주고 싶지 않습니다. 저는 전쟁을 반대하고, 어떤 국가도 지지하지 않습니다. 물론, 저의 책이 불매운동을 당하는 것도 보고 싶지 않습니다.

그러나, 신중히 생각한 결과, 결국 참석하기로 했습니다. 판단의 이유 중 하나는, 실로 많은 사람들이 저에게 가지 말라고 충고했기 때문이었습니다. 아마도 다른 많은 소설가들과 마찬가지로, 저는 사람들이 말하는 것을 정반대로 행하는 경향이 있습니다. “가면 안 된다” “그런 일은 하지 마라”는 얘기를 들으면, 특히나 그에 대해 “경고”를 받으면, 그곳에 가고 싶어지고, 그 일을 해보고 싶어지는 것입니다. 이는 아마도 소설가로서 저의 기질일지도 모르겠습니다. 소설가들은 특별한 인종입니다. 우리 소설가들은 제 눈으로 본 것과 제 손으로 만져본 것 외에는 쉽게 믿지 않습니다.

이러한 연유로, 저는 이곳에 오고야 말았습니다. 멀찍이 떨어져 있기보다는, 이곳에 오는 걸 선택했습니다. 외면하기보다는, 제 눈으로 직접 보는 쪽을 선택했습니다. 여러분에게 아무 말도 하지 않는 쪽보다, 말하는 쪽을 선택했습니다.

여기에서, 이제 아주 개인적인 메시지를 이야기하는 걸 양해하시기 바랍니다. 이는 소설을 쓸 때 언제나 제 마음속에 담아두고 있는 것입니다. 종이에 써서 벽에 붙여야겠다고는 생각해보지는 않았지만, 제 마음속에 새겨져 있는 것입니다. 그것은 이런 것입니다.

“높고 단단한 벽이 있고, 거기에 부딪혀 깨지는 계란이 있다고 한다면, 나는 언제나 계란의 편에 서겠다.”

그렇습니다. 그 벽이 아무리 정당하고, 계란이 정당하지 않다고 해도, 저는 계란의 편에 설 것입니다. 누가 정당하고 정당하지 않은가는 다른 누군가가 대신 결정해줄 것입니다. 아마도 시간과 역사라는 것이. 하지만 만일 어떤 이유에서든, 벽 쪽에 서서 작품을 쓰는 소설가가 있다고 한다면, 그 작품에서 과연 어떤 가치를 발견할 수 있을까요?

이 은유가 말하는 것은 무엇일까요? 어떤 경우에 대입해보자면, 무척이나 단순하고 명백할 겁니다. 예를 들어 폭탄, 전차, 로켓탄, 백린탄은 높은 벽입니다. 이들에 의해 짓밟히고 불태워지고 총격당하는 비무장 시민들은 계란입니다.

하지만, 이것이 다가 아닙니다. 여기엔 더 깊은 의미가 있습니다. 이렇게 생각해주십시오. 우리들은 모두, 많든 적든 간에, 계란인 것입니다. 우리들은 각자, 부숴지기 쉬운 껍질 속에 개성적이고 둘도 없이 소중한 마음을 가지고 있습니다. 저도 그렇고, 여러분들도 마찬가지입니다. 그리고 우리는 모두, 정도의 차이는 있겠지만, 높고 견고한 벽에 직면해 있습니다. 그 벽의 이름은 ‘시스템’입니다. ‘시스템’은 때로 우리를 지켜주기도 하지만, 때로는 자가 증식하여 우리를 죽이고, 또한 우리로 하여금 다른 사람들을 냉혹하고도 효과적으로, 조직적으로 살해하게 만듭니다.

제 부친은 작년에 90세의 나이로 돌아가셨습니다. 아버지는 교사였고, 가끔은 승려이기도 했습니다. 교토의 대학원생이었을 때 징병된 그분은 중국의 전장에 보내졌습니다. 전쟁 후에 태어난 저는, 매일 아침 식사 전에 아버지가 길고도 깊은 내용을 담은 불경을 읊는 모습을 보았습니다. 어느 날, 저는 아버지에게 왜 그러시는지 물었습니다. 아버지는 전장에서 죽어간 사람들을 위해 기도하고 있다고 대답했습니다. 그분은 적이든 아군이든 구별하지 않고, ‘모든’ 전사자들을 위해 기도하고 있었던 것입니다. 불단 앞에 정좌하고 앉은 아버지의 뒷모습을 보면서, 저는 아버지의 주변에 드리운 죽음의 그림자가 느껴지는 듯한 기분이 들었습니다.

아버지는 돌아가셨습니다. 저로서는 결코 알 수 없는 그 기억들도 모두 가지고 가셨습니다. 그러나 아버지 주변에 잠재해 있던 죽음은 아직 제 기억에 남아 있습니다. 그것이 제가 아버지에게 얻은 몇 안 되지만 아주 중요한 것 중 하나입니다.

오늘, 여러분께 말씀드리고 싶은 것은 하나입니다. 국적과 인종과 종교를 넘어서서 우리는 하나의 인간이며, 개개의 존재입니다. ‘시스템’이라는 견고한 벽에 직면한 깨지기 쉬운 계란입니다. 아무리 봐도, 우리가 이길 가망은 없습니다. 벽은 높고 견고하며 차갑습니다. 만일 승리의 희망이 있다면, 그것은 오직 우리 자신이나 다른 이들의 독자성과 둘도 없는 소중함을, 더 나아가 서로의 영혼을 만남으로써 얻는 따뜻한 온기를 믿는 것으로부터 시작되지 않을까요.

이 점을 생각해주십시오. 우리들은 모두 실재하는, 살아 있는 정신을 가지고 있습니다. ‘시스템’은 그런 존재가 아닙니다. ‘시스템’이 우리를 먹이로 삼는 걸 허용해서는 안 됩니다. ‘시스템’이 자가 증식하도록 해서는 안 됩니다. ‘시스템’이 우리를 만든 것이 아니라, 우리가 그것을 만든 것입니다. 이것이, 제가 하고 싶은 이야기의 전부입니다.


작가와의 대화

작가생활 30년에 거쳐 발표한 장편 『1Q84』는 현실에서 조금 비껴난 듯한 세계에서 진행되는 이야기다. 어떻게 발상이 이루어졌고, 어떤 테마가 녹아 있는가.

조지 오웰의 미래소설 『1984』를 토대로, 가까운 과거를 소설로 쓰고 싶다고 예전부터 생각하고 있었다. 또 한 가지는, 옴 진리교 사건이다. 나는 지하철 사린 가스중독사건의 피해자 60명 이상으로부터 들은 이야기를 『언더그라운드』로 정리했고, 뒤이어 옴 진리교 신자 8명에게 들은 이야기를 바탕으로 『약속된 장소에서』(국내 미출간)를 써냈다. 그후에도 동경지방재판소, 동경고등재판소에 방청하러 다녔다.

사건에 대한 분노는 식지 않았지만, 지하철 사린 사건에서 가장 많은 8명을 죽이고 도망쳤다가 잡힌 사형수 하야시 야쓰오에 대해 더 알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는 별것 아닌 이유로 옴 진리교에 들어가, 세뇌를 당하고 살인을 저질렀다. 일본의 형량, 유족의 분노와 슬픔을 고려하면 사형이 타당하리라는 생각도 들 수 있겠지만, 기본적으로 나는 사형제도에 반대하는 입장이고, 판결을 들었을 때 마음이 무거웠다. 범죄형 인격도 아닌 극히 보통사람인 그가 이런저런 흐름에 뒤엉켜 무거운 죄를 저지르고, 정신을 차렸을 때는 언제 목숨을 잃을지 알 수 없는 사형수가 된 것이다. 달의 뒷면에 혼자 남겨진 듯한 그런 공포를 마치 내 이야기인 것처럼 상상하면서, 그 상황의 의미를 몇 년이나 계속 생각했다. 그것이 이 이야기의 출발점이 됐다.

완성된 작품을 통해 인간의 고상함과 무서움을 깊이 되새기게 되었다. 선악이란 무엇일까? 사람을 재판한다는 것이란 어떤 것일까? 배심원제도가 시작되어 다들 모두가 이에 대해 생각하는 시기인데. (*일본에서는 얼마 전부터 일반인 배심원제가 시행되고 있다.)

옴 진리교 사건은 현대사회에서 ‘윤리’란 어떤 의미인가 하는 크나큰 화두를 우리에게 던져주었다. 옴 진리교에 대한 이야기를 듣는다는 것은, 두 가지 시점에서 현대의 상황을 재조명하는 일이었다. 이제, 절대적으로 옳은 의견이 무엇이며 행동은 무엇이라고 단면적으로 선언하는 것이 매우 곤란한 시기가 온 것이다.

죄를 지은 인간과 죄를 짓지 않은 인간을 구분하는 벽은 우리가 생각하는 것보다 매우 얇다. 가설 안에 현실이 있고, 현실 안에 가설이 있다. 체제 안에 반체제가 있고, 반체제 안에 체제가 있다. 이러한 현대사회의 시스템 전체를 소설로 쓰고 싶었다. 거의 모든 등장인물에 이름을 짓고, 한 사람씩 정성들여 캐릭터를 만들어냈다. 그중에 누가 나 자신이라 하더라도 이상하지 않을 정도로.

인물들이 모두 상처를 안고 있지만 동시에 매력적이다. 달이 두 개 떠 있고, 초현실적인 ‘리틀 피플’이나 ´공기 번데기’가 돌연 나타나도, 영화나 게임의 CG영상에 익숙해진 젊은 세대는 이질감을 느끼지 않을 것 같다.

자신이 속해 있는 세계가 정말로 현실인지 아닌지 확신하지 못하는 것이 현대인의 심리에 나타나는 고전적 현상이 아닐까 한다. 9.11테러로 인해 쌍둥이 빌딩이 마치 조작한 영상 같은 모습으로 소멸했다. 그토록 어이없이 무너지는 영상을 몇 번이나 반복해서 보는 동안, 사소한 어떤 흐름 때문에, 자신이 그 건물이 원래 없는 기묘한 세계에 들어와 있는 거다라고 느끼는 사람이 있어도 이상할 게 없다. 조지 부시가 재선에 실패하고, 이라크 전쟁도 일어나지 않은 그런 별도의 세계가 이곳이 아닌 어딘가에서 계속되고 있을지도 모른다고.

일본인은 1995년에 연이어 발생한 한신대지진과 옴 진리교 사건으로 인해 ‘나는 왜, 여기에 있는 걸까?’라는 현실과의 괴리감을 다른 나라 사람들보다 먼저 경험한 게 아닐까 하는 생각도 든다. 『상실의 시대』를 제외한 내 소설들이, 소위 말하는 리얼리즘 소설은 아니지만, 새로운 리얼리즘으로서 세상에 받아들여지기 시작했다는 생각이 든다. 9.11 이후로는 특히나.

그런 동시에 나는 발자크처럼 세속 그 자체를 그린 소설을 좋아해서, 한 시대의 세상 전체가 입체적으로 그려지는 나름대로의 ´종합소설´을 쓰고 싶었다. 순문학이라는 장르를 넘어, 다양한 접근방식을 취하고, 많은 서랍을 확보하여, 지금 존재하는 시대의 공기 속에서 인간의 생명을 담아 넣을 수 있다면 좋겠다고 생각했다.

『1Q84』에는 학생운동에서 파생한 집단이 정치적 그룹과 자급자족적 코뮌으로 분열되고, 후자는 사이비종교 교단으로 변한다. 배경에는 현대사에서 실제로 일어난 사건들이 떠오른다.

우리 시대가 1960년대 후반 이후, 어떤 길을 걸어왔는지 생각해봐야 한다는 생각이 있었다. 마르크시즘이라는 대항가치가 결국 생명력을 잃은 시점에서 우리 세대는 새로운 무언가를 일으켜야만 했다. 무엇이 마르크시즘을 대체할 좌표로서 유효한가. 이를 모색하는 중에 사이비종교나 뉴에이지적인 무언가에 대한 관심이 높아졌다. ‘리틀 피플’도 그러한 결과물들 중 하나다.

야마나시 숲속에서 후카에리가 본 ´리틀 피플´이란 무엇인가? 독자에게 건넨 최대의 수수께끼인 듯한데.

신화적인 아이콘(상징)으로 옛날부터 존재해왔으나, 언어화될 수 없는 비현실적인 존재로 생각해볼 수 있을 것 같다. 신화라는 건 역사, 또는 사람들의 집단적인 기억에 새겨져 있어서, 어떤 상황에서 갑자기 힘을 발휘하기 시작한다. 예를 들면, 최근의 인플루엔자처럼 특수한 상황하에 힘을 발휘하는 것이다. 이는 눈에 보이지 않는 요소이기도 하다. 어쩌면 그저 우리 자신 안의 있는 무언가인지도 모른다.

이는 원리주의 문제와도 관계가 있다. 세계가 카오스화할 때, 단순한 원리주의는 확실히 힘을 얻는다. 이렇게 복잡한 상황 속에서, 자신의 머리로 사물을 생각하는 것은 에너지가 필요하기 때문에, 대개의 사람들은 예전부터 존재해온 언어를 빌려와서는 자신이 그걸 생각했다고 믿게 된다. 그렇게 단순화된 만큼, 원리주의에 엮이기 쉽게 되는 것이다. 예를 들자면, 과자 같다. 바로 에너지화되지만 몸에 좋다고는 결코 말할 수 없다. 이 시대는 스스로의 힘으로 정신을 고양시키는 일이 어려운 시대다.

시장주의, 세계화와 함께 정보화가 진행됐다. 인터넷에서 검색해서 정보를 얻는다는 것은 부여된 정보에 조작될 수밖에 없다는 측면도 있다.

확실히 세계는 1984년과는 전혀 다르다. 그때는 워드프로세서는 있어도 컴퓨터는 없었기에, 모르는 것이 있으면 도서관에 찾아보러 갔었다. 휴대전화도 없어서 공중전화 앞에 줄을 서고, 33회전의 레코드가 돌고 있었다. 그런데 지금은 누구나 블로그로 의견을 밝히고, 익명의 악의가 금세 인터넷상에 모여든다. 지식이나 의견은 간단히 복사되어 여기저기 사용된다. 속도와 알기 쉬워야 한다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해진다.

올해 2월, 예루살렘상을 수상했을 때, 인터넷상에서 반발이 일었던 모양이다. 하지만 대개 내가 상을 받을지 거부할지라는 흑백의 이원론일 뿐, 현지에 가서 내가 무엇을 할 수 있을까 하는 문제에 발을 들여놓고 논의한 것은 거의 없었다.

수상 연설 ‘벽과 계란’에서 ‘개인 영혼의 존엄을 드높여, 그곳에 빛을 비추기 위해’ 소설을 쓴다고 발언했다.

작가의 역할이란, 원리주의나 어떤 종류의 신화성에 대항하는 이야기를 만들어내는 것이라고 생각한다. ‘이야기’는 남는다. 좋은 이야기는 적당히 마음의 어느 공간 안에 정착하게 되면 남는다. 예를 들어 ‘벽과 알’처럼 말로 한 이야기는 아무리 감동적이라 해도, 언젠가 소비되어 힘을 잃게 될 것이다. 하지만 글로 남은 이야기는 몽땅 마음에 남는다. 즉효성은 없지만, 시간을 견디고, 시간과 함께 성장할 수도 있다. 인터넷으로 인해 ‘의견’이 넘쳐나는 시대기 때문에 더욱더 ‘이야기’는 더욱 힘을 가지지 않으면 안 된다.

테제나 메시지와 같은 것들이 표현하기 힘든 정신의 영역을 알기 쉽게 언어화해서 마음에 담는 것이라고 한다면, 소설가는 표현하기 힘든 것의 표면을 언어로 확실히 단단하게 잡아서 작품으로 만들고, 온전히 읽는 사람에게 건넨다. 그런 차이가 있을 것이다. 책을 읽던 독자가 작품 안에서 소설가가 언어로 감싸고 있는 진실을 발견해준다면, 이처럼 기쁜 일은 없다. 중요한 것은 팔리는 부수가 아니다. 건네는 방법이라고 생각한다.

스포츠클럽에 근무하는 독신여성 아오마메와 소설가 지망생인 입시학원 강사 덴고. 두 사람을 주인공으로 하는 이야기가 1.2권 각각 24장씩 교대로 진행된다. 또한, 이야기 전개는 야나체크의 <신포니에타>처럼 지극히 독창적이다.

바흐의 <평균율 클라비어곡집> 형식에 따라, 장조와 단조, 아오마메와 덴고의 이야기를 교대로 쓰자고 정했다. 그전에 우선 이름이 필요했는데, 언젠가 ‘아오마메라는 이름 괜찮네’라는 생각이 퍼뜩 떠올랐다. 술집 메뉴에 있었던 ‘푸른콩 두부’(아오마메는 한자로 ?豆로 ‘푸른 콩’이라는 뜻)에서 연상했다. 덴고라는 이름도 동시에 번쩍 떠올라서, ‘아, 이걸로 벌써 소설이 다 됐네’라고 생각했다. 2년간 써내려가면서도 완성에 대한 확신은 한 번도 흔들리지 않았다.

10살에 만나 뿔뿔이 헤어진 30세의 남녀가 서로를 깊이 바라는 이야기로 만들자, 그런 단순한 이야기를 가능한 길게 복잡하게 써보자. 2006년 가을, 하와이에 머물면서 쓰기 시작했던 그 시점에 머릿속에 있었던 건 그것뿐이었다. 내 경우엔 줄거리를 먼저 생각하면 잘 써지지 않는다. 이런저런 일들이 일어날 것 같다, 라는 작은 포인트 같은 이미지가 떠오르지만, 그다음은 흐름에 맡긴다. 줄거리가 정해진 이야기를 2년이나 쓰고 싶지는 않다.

장편소설로서는 처음으로 (전격) 3인칭을 사용했다. 하지만 ‘나’의 시점에 가까워서, 하루키 작품 특유의 친밀함은 유지된다. 등장인물들은 상처받기 쉽고, 아름답다. 30년간 계속 써온 이런 글을 통해 하루키의 소설은 청춘의 문학이라고 재인식하게 되었다.

작가는 보통 나이를 먹으면 동시대에 대한 이야기를 자주 쓴다. 독자도 작가와 함께 나이를 먹는다. 하지만 나는 현재를 살고 계속해서 성장하고 있는 젊은 사람들에게 더 흥미가 있다. 지금의 20대와 교류하고 있지도 않고, 휴대전화소설이나 애니메이션은 거의 보지 않는다. 하지만, 생생한 이야기를 쓴다는 건 그런 것과는 별로 관계가 없다고 생각한다.

30살 즈음에는 30살의 내 이야기밖에 쓸 수 없었지만, 『해변의 카프카』에서는 15살의 소년을, 『어둠의 저편』에서는 19살의 여자아이를 나 자신인 것처럼 쓸 수 있었다. 이번에는 10살인 아오마메의 기분에서부터 이야기를 시작해보고 싶었다. 특히 이번 작품에서는, 여성이 느끼는 방식이나 생각하는 방식을 더욱 파고들어 써보고 싶었다.

오랜 기간 매일 글을 쓰다보면, 작중인물과 함께 살아가는 것처럼 되어서, ‘그렇구나. 이런 사람이었구나’ 하고 깨닫게 된다. 그러면서 몇 번이나 고쳐 써서 모양새를 조정해나간다. 묘사하는 말 하나, 한 행의 문장교체로 인해 인물이 형성되는 경우도 있다.

덴고를 매료하는 두 여자 후카에리와 아오마메는 성적(性的)으로 대담한 일면을 지니고 있다. 어린이 성폭력이나 가정폭력 이야기는 현대의 문제이기도 하다.

『바람의 노래를 들어라』나 『1973년의 핀볼』에는 나오지 않았지만 ‘폭력과 성’은 작품을 쓸 때 중요한 문제가 되어왔다. 이 두 가지 문제는 사람의 영혼 깊숙이 들어가는 것으로서, 일종의 ‘중요한 문’이라고 해도 좋을 것 같다. 『태엽 감는 새』 연대기처럼 사람 피부를 벗겨내거나 『해변의 카프카』에서처럼 고양이 목을 치거나 하는 잔혹한 묘사는 이번에는 없지만, 성적인 장면은 꽤 나온다. 싫어하는 사람도 있을지도 모르지만, 이야기를 위해서 필요하다.

2권은 ‘9월’로 마무리된다. 속편을 기대하는 목소리도 높은데.

글쎄. 이다음에 어떻게 될지는 천천히 생각해서 나아가고 싶다.

1000페이지나 되는 장편은 강인한 문체가 없이 성립할 수 없다. 당신은 레이먼드 챈들러의 문장을 ‘치밀한 가설과 디테일의 주의 깊은 집적’이라 평했는데, 『1Q84』의 문장도 정말로 그렇다.

7년 전 『해변의 카프카』이후, 고전을 새롭게 번역하는 일을 차례차례 해왔다. 챈들러의 『기나긴 안녕』, 샐린저의 『호밀밭의 파수꾼』 그리고 『티파니에서 아침을』이나 『위대한 개츠비』… 다들 너무나 뛰어난 문장이다. 그것을 어떻게 일본어로 옮길 것인가. 번역가로서의 책무를 짊어질 수 있다고 판단하고 달려들어, 어쨌든 뛰어넘었다. 그 대신, 동시대의 미국 소설부터 멀어진 셈이다. 밖에서 새로운 것을 배우기보다는, 스스로 생각해서 나갈 수밖에 없다, 라는 생각이었던 것 같다.

『상실의 시대』를 통해 리얼리즘 소설에 한번 도전했는데, 그걸로 맘이 편해졌다. 『언더그라운드』에서 철저하게 다른 이의 이야기를 문장으로 만들어낸 것도 그렇고, 『시드니』에서 매일매일 올림픽을 보며 30~40장씩 글을 썼던 것도 좋은 수업이 됐다. 쓰고 싶은데 기술적으로 쓸 수 없는 것들은 꽤 적어졌다고 생각한다.

비주얼한 매체가 대세가 된 현재, 언어의 힘으로 새로운 표현을 개척하는 것은, 예전에 비해 더욱 어렵지 않은가?

한 편 한 편의 작품마다 나 나름대로 새로운 언어 시스템을 개발해왔다. 이번에 삼인칭으로 쓴 것도, 이 긴 소설에서 새로운 표현방식을 시험해보고 싶었기 때문이었다. 결과적으로 세계가 넓어졌다고 느껴졌다. 기뻤다.

언어라는 건, 누가 읽어도 논리적으로 소통 가능한 ‘객관적 언어’와, 언어로는 설명하기 힘든 ‘사적 언어’에 의해 성립된다고 비트겐슈타인은 정의했다. 사적 언어의 영역에 양 발을 두고, 그곳에서 메시지를 끄집어내, 이야기로 만들어가는 게 소설가라고 생각해왔다. 하지만 언제부턴가, 사적 언어를 객관적 언어와 잘 교류시키면, 소설 언어가 더욱 힘을 가지게 되고, 이야기는 입체적이 된다는 걸 깨달았다. 프로야구의 교류전처럼. (웃음)

독자 입장에서도 언어능력을 함양하기 어려운 시대다. 『세계의 끝과 하드보일드 원더랜드』의 프로그래머가 살게 된 부자유한 닫힌 세계가 현재 사회를 예측했다고 생각한다.

컴퓨터의 발전은 새로운 계급사회를 만들어내고 있다. 편리하지만, 그 배후에는 프로그래밍하는 다수의 지적 노동자를 필요로 한다. 그런 전문화가 이루어지면서 건전한 창조성이 우리에 갇히게 되어, 세계가 오웰이 그린 『1984』처럼 되어갈 우려가 있다.

인터넷이 발전하고, 공용어로서 영어 없이는 살아나갈 수 없게 됐지만, 한편으로 다양한 나라가 문화적인 특이성을 내보일 수 있는 시스템도 필요할 것이다. 어떤 시대라도, 전체의 5%에는 중심이 되는 지적인 일을 하는 사람들이 반드시 존재하기 때문에, 아무리 복사라든가 따다붙이기가 횡행해도, 예술적인 관심이나 오리지널한 스타일이 사라지지는 않을 거라고 믿는다.

(2009년 6월18-20일, 요미우리신문)


이 책에 쏟아진 찬사

* 지금까지의 일본문학과는 커다란 차이가 있다.

이미 코너를 돌아버려 후속 주자들이 보이지 않게 되어버린 느낌이다.

압도적인, 월등한 스케일의 작품.

_가토 노리히로(문학평론가)

* 존재의 내부에 깃든 공백을 메우는 사랑!

일단 책을 손에 잡으면 읽기를 멈출 수가 없다.

‘하루키적’이라고밖에 할 수 없는 매력적인 비유들이 넘쳐난다.

_오노 마사쓰구(소설가), 요미우리 신문

* 작가의 모든 것을 불어넣은 듯한 작품이다.

이제, 도스토옙스키가『카라마조프 가의 형제들』을 출간한 나이를 훌쩍 넘은 하루키는, 하나의 작품이 그 자체로 하나의 우주가 되는 소설을 추구하고 있다._

누마노 미쓰요시(도쿄대대학원 교수), 마이니치 신문

* 간절히 바라는 것, 그것이 ‘리얼’을 만들고, 인생을 만든다는 것을 가르쳐주는 소설.

_가와이 쇼이치로(도쿄대대학원 교수, 산케이 뉴스)

* 혹시 3권으로 이어지는 건 아닐까?

독자들 마음속에서 끊임없이 결말을 이어 쓸 수 있는 작품!

계속 다시 씌어진다는 건, 바로 걸작이라는 것이 『1Q84』를 가리키는 말이라는 것을 알려준다.

_아사히 신문

* 현실의 이면으로 끌어들이는 마술!

서스펜스의 매력을 마음껏 활용하는 능력을, 무라카미 하루키는 또한번 보여주고 있다.

_주니치 신문

* 이 작품은 학생운동 이야기면서, 부자를 비롯한 가족의 이야기면서, 기묘한 SF적인 이야기다. 그리고 무엇보다, 언제나 필사적으로 그리워하는 아오마메와 덴고의 ‘사랑’이야기다.

_홋카이도 신문

* 진정한 사랑을 갈구하는 두 남녀가 서로를 찾아가는 과정을 그린 복합적이고 초현실적인 작품. 살인과 역사, 종교와 폭력, 그리고 가족과 사랑의 이야기.

_가디언

구매가격 : 10,400 원

1Q84 2

도서정보 : 무라카미 하루키 | 2020-04-08 | EPUB파일

지원기기 : PC / Android / iOS

2010년 4월 16일 아침 아홉시. 일본 주요 서점가 앞에서는 진풍경이 벌어졌다. 그날 아침 발매되는 『1Q84』 3권을 구입하기 위해 서점 앞에 독자들이 길게 줄을 늘어선 것이다.

과연 아오마메는 총구를 당겼을까? 덴고가 아버지의 침상에서 목격한 소녀 아오마메는 어디로 갔을까? 풀리지 않은 1,2권의 미스터리에 잠 못 이루던 수많은 일본 독자들은 3권의 발매 소식에 환호했다.

1,2권과 마찬가지로 일본 예약판매 첫날 종합 베스트셀러 1위에 올랐던 3권. 초판은 50만 부를 제작할 예정이었으나, 뜨거운 반응에 힘입어 바로 20만 부를 추가 제작했다. 또한 하루키는 2010년 상반기 서적 매출을 총정리하여 발표한 오리콘 도서 랭킹에서 작가별 종합 판매 순위 1위를 기록했다. 산케이신문 발표에 따르면 2010년 7월 1일자로 일본에서만 1~3권 총합 377만 7천부가 팔렸다는 『1Q84』의 기록은 한마디로 경이롭다.

한국의 반응도 다르지 않았다. 2009년 출간된 1,2권은 주요 온오프라인 서점에서 19주 연속 종합 1위에 올랐고, 8개월 만에 백만 부 이상이 팔리며 한국 출판사상 최단기간에 밀리언셀러를 기록했다. 또한 2010년 7월 16일 온라인서점 예약판매를 시작한 3권은 예판 이틀 만에 종합 베스트셀러 1위에 올랐으며, 예판 종료를 하루 앞둔 현재 총 3만여 부가 판매되는 전무후무한 기록을 세웠다.

덴고, 지금 어디 있어?
빨리 나를 찾아줘. 다른 누군가 나를 찾기 전에……

3권을 우리보다 먼저 읽은 일본 독자들의 반응은 한결같았다. “결국 빠져들고 말았습니다. 아오마메와 덴고의 거리가 점점 좁혀지면서, ‘굉장한걸, 역시 대단해’의 연발! 대만족이었습니다.(일본 아마존 독자 cocoapple)” “어른이 되어서는 다 잊은 줄로만 알았던, 어린 시절 처음으로 굉장한 만화나 소설, 영화를 봤을 때의 그런 감정을 다시 맛보았다.(일본 아마존 독자 はちみつ大好)” “지금까지의 소설 중에 가장 다르지 않나 싶다.(일본 아마존 독자 tommy)” “기대를 저버리지 않는 무라카미 월드, 3권도 단숨에 다 읽을 수밖에 없었습니다.(일본 아마존 독자 다가타가)”


모두가 기다렸던 3권은 무엇을 담고 있을까? 가장 먼저 눈에 띄는 것은 달라진 구성이다. 1,2권을 집필할 때 바흐의 <평균율 클라비어곡집>의 구성을 염두에 두었던 하루키는 3권을 구성하면서 바흐의 <3성 인벤션>을 참조했다고 밝히고 있다. 덴고와 아오마메의 장이 교차되었던 1,2권과는 달리, 덴고와 아오마메, 그리고 독자의 허를 찌르는 제3의 인물이 매 장을 번갈아 진행하게 된다. 작가는 이로 인해 작품이 더욱 ‘폴리포니적인(다성적인) 목소리’를 얻게 되었다고 말한다.

“BOOK3을 시작하고, 세 가지 목소리로 이야기를 풀어나가면서부터 각각의 관계는 한층 복잡해집니다. 이 각각의 목소리가 감응하여 서로 만나는 지점이 있습니다. 서로 쫓고 쫓긴다든가 하면서요. 시간성도 더욱 복잡해집니다. 쓰면서 뇌 안에서 새로운 근육을 사용하는 듯한 느낌이 있었습니다.”

세 인물의 목소리가 교차하면서, 시간성과 플롯이 더욱 풍부해진 3권은 분량도 1,2권에 비해 약 100여 페이지가 더 길다. 그럼에도, 1Q84의 세계를 떠나고자 하는 아오마메, 아오마메를 뒤쫓는 ‘선구’, 아오마메를 지키는 다마루와 노부인, 자신을 둘러싼 세계의 비밀을 밝히려는 덴고, 그런 덴고를 수호하는 후카에리, 그리고 덴고와 아오마메를 동시에 추적하는 제3의 인물 등으로 책장은 숨 돌릴 새 없이 가쁘게 넘어간다.

과연 덴고와 아오마메는 서로 만나게 될 것인가? 그리고 두 사람은 두 개의 달이 뜨는 1Q84의 세계에서 벗어날 수 있을까?

갈망을 부르는 끝없는 이야기의 샘,
BOOK4는 출간될 것인가?

아름답고도 충격적인 3권의 결말을 읽은 뒤에도, 독자들의 궁금증은 계속 이어지고 있다. 리틀 피플과 어두운 숲속, 두 개의 달이 뜨는 ‘1Q84년’이라는 새롭고 거대한 세계의 서사는 독자들로부터 마치 이야기에 대한 ‘끝없는 갈망’을 이끌어내는 듯 보인다. 하루키는 독자들의 이런 반응에 대해 이렇게 말한다.

“내 소설을 읽다가 궁금해져서 질문이 생기면, 그 수수께끼 같은 질문을 다른 수수께끼 같은 질문과 패러프레이즈Paraphrase(바꿔 읽기, 바꿔 쓰기)하는 것이 가장 정확한 읽기가 되지 않을까 합니다. 독자가 각자 자기 나름대로, 수수께끼를 다른 형대로 치환해가는 것이죠.

소설이라는 것은 원래가 그렇게 치환하는 작업입니다. 마음속 이미지를 이야기의 형태로 치환해나가는 것입니다. 그 치환은 어떤 경우에는 수수께끼처럼 보일 겁니다.

내가 아닌 다른 누군가가 1권과 2권을 읽은 후에 BOOK3를 계속 쓰더라도 원칙적으로는 상관없습니다. 이번 BOOK3는 “나라면 이렇게 쓰겠습니다”라는 하나의 예증인 셈입니다. 내 쪽이 BOOK3는 더 잘 쓸 수 있겠어”라고 말하는 사람이 있어도 이상할 것 없죠. 내가 쓴 BOOK3는 1,2의 세계가 내 안에서 환기시킨 풍경을 나 나름으로 깊이 추구한 것입니다. 꽤 깊은 곳까지 좇았다고 생각합니다만.”

작가인 하루키에게 가장 많이 쏟아지는 질문은 역시 3권에 이어 4권이 출간될 것인가 하는 것이다. 하루키는 일본 신초사에서 펴내는 문학계간지 <생각하는 사람>과의 인터뷰에서 이렇게 말했다.

“다음 권이 나올지 질문을 많이 받는데, 지금 단계에서는 나도 모릅니다. 장편을 쓸 때, 저는 거의 매일 쉬지 않고 씁니다. 다른 건 전혀 쓰지 않습니다. 머릿속이 이미 완전히 ‘장편소설 뇌’ 상태가 되니까요. 그렇게 하기를 3년 가까이 지나다보니, 내 안에서 무언가를 꺼내 만들어내려면, 또다시 여러 가지를 끌어모으기 위한 나름의 시간이 필요합니다. 다음에 내 안에 무언가가 쌓였을 때, 무엇을 어떻게 쓰고 싶은지는 스스로도 전혀 예측이 되지 않아요. 그저 겨울잠을 자는 곰처럼 자면서 기다릴 뿐입니다. 그래서 『1Q84』‘BOOK4’나 ‘BOOK0’가 있을지 없을지는, 지금으로서는 아무것도 말할 수 없어요. 지금 단계에서 말할 수 있는 건, ‘그전에도 이야기는 있고, 그 후에도 이야기가 있다’라는 겁니다. 그 이야기는 내 머릿속에 막연하게나마 수태되어 있습니다. 다시 말해 다음 권을 쓸 가능성이 전혀 없다고는 말할 수 없다는 뜻이죠.”

끝으로, 방한을 애타게 기다리는 한국 독자들에게 메시지를 부탁한다는 편집부의 요청에 하루키는 다음과 같은 글을 보내왔다.

“실은 아직 한국에 가본 적이 없었고, 왜 오지 않느냐는 질문을 자주 받습니다. 왜일까요? 가장 큰 이유는 ‘너무 가까운 곳이라 갈 기회가 없었고, 그래서 가지 못하고 있었다’는 게 아닐까 생각합니다. 특별한 이유가 있어서 가지 않는 건 절대 아닙니다. 지금까지는 웬일인지 갈 기회가 없었다는 것이 솔직한 이유입니다. 하지만 한번 가보고 싶다고 생각하고 있고, 슬슬 마라톤경기에 출장할 겸 개인적으로 살짝 다녀올까 하는 참입니다(한국에도 마라톤 경기가 성황리에 열리고 있다죠).

저는 사람들 앞에 나서거나 리셉션에 참석한다든가, 사진을 엄청나게 많이 찍힌다든가, 기자회견을 해야 한다든가 하는 일을 좋아하지 않습니다. 그런 일들은 가능한 한 피하고 싶습니다. ‘한국에 가면 굉장한 환영을 받을 테니 각오하세요’라는 말을 들었던 것도 한국 행을 주저하게 되는 한 가지 이유일지 모르겠습니다. 환영받는 것은 물론 기쁩니다(아무도 환영해주지 않는다면 곤란하겠죠). 하지만 시끌벅적한 자리에서는 금방 피곤해지고 맙니다. 일본에서도 사람들 앞에 나서는 일은 거의(절대) 없습니다. 이해해주세요.

미국 대학에 있을 때는, 유학중인 한국인 유학생과 자주 이야기를 나눴습니다. 모두 제 소설을 열심히 읽어주고 있어서 굉장히 기뻤습니다. 모두 젊고, 나와는 꽤 나이차가 있었지만, 그래도 여러 주제의 이야기를 즐겁게 나눌 수 있었습니다. 그런 개인과 개인의 교류라면, 늘 대환영입니다. 하지만 이야기가 공식적인 분위기가 되어버리면, 여러 가지로 어려운 문제들이 생기죠. 이런 일들에 대해 훌륭한 대안이 있다면 좋겠습니다.

일본에도, 나와 같은 세대인 60세가량부터 10대까지 독자층이 존재합니다. 집에서 부모와 아이가 같은 책을 보고 있다는 말도 종종 듣습니다. 제게는 기쁜 일이지요. 나는 지금의 10대들이 무슨 생각을 하는지는 거의 알지 못합니다만, 그래도 ‘이야기’는 세대나 언어를 초월해 기능하는 깊고 큰 장치입니다. 나는 그 힘을 믿고 싶습니다. 한국 독자 여러분들과도 이야기를 함께 나눌 수 있다면, 그 이상의 기쁨은 없습니다.”


1Q84에 쏟아진 찬사

그는 이 소설을 기점으로 확실히 변했다.
상실을 노래하던 젊은 작가는 이제 온기를 이야기한다.
이번 하루키 소설 속 사랑은 현실에 닿아서 부식되거나 왜곡되는 사랑이 아니고
새로운 의욕과 더욱더 절실한 현실을 낳는 사랑이다. _정혜윤(CBS 피디)

´하루키적´인 모든 것들이 녹아들어 있다.
그러나 그 모두에 앞서 이 소설은 애틋한 사랑 이야기다. _한국일보

사랑과 인연의 안타까운 엇갈림을 겪어본 독자라면 공감의 농도는 더 진해질 것이다. _조선일보

하루키 필생의 역작으로 보인다.
강한 스토리 전개의 힘은 꼬리에 꼬리를 무는 궁금증을 일으키며 책을 손에서 놓지 못하게 한다. _한겨레

개성 뚜렷한 등장인물들이 품고 있는 불가사의한 과거의 상처들과 실타래처럼 엮인 비밀들을
감칠맛 나게 풀어간다. _동아일보

작품은 오래 공들인 만큼 그동안 하루키가 보여 줬던 소설 요소들을 복합적으로 담아내고 있다.
현실과 환상을 오가는 능숙한 필치도 그렇고, 남녀 주인공의 애달픈 사랑 얘기를 은근히 섞어내는 솜씨도 그렇다._서울신문

전작을 넘어서는, 하루키의 세계 안에서 만들어진 또다른 세계!
한번 손을 대면 멈출 수 없는 하루키 소설 특유의 가독성에 정점을 찍는 느낌이다._무비위크

인간이기에 그 속에 늘 함께 할 수밖에 없는 ‘환상’과 ‘현실’ 사이의 두려움. 이를 어루만지는 문장을 제대로 쓸 줄 아는 작가. _네이버 블로거 빵굽는타자기

‘정말 재밌는 책´ 이라는 것에 이견이 없다. 몇 번이나 내려야 하는 버스정류장을 지나친 건, 책 읽기를 멈출 수 없었기 때문이다. _네이버 블로거 자유

이게 진짜다. 이 소설이 진짜다._예스 24 독자 hynews20

아, 정말 하루키씨는 엄청난 것을 들고 와버렸다. <1Q84>는 하루키 문학의 결정체라고 말할 수밖에 없는 작품이다. _예스 24 독자 반코츠

다 읽고 나자 읽을거리가 없다는 데에 상실감이 너무 크다. 정말 최고다!! _알라딘 독자 donuts76

『1Q84』처럼 ’재미있는 소설’이라면 10권까지 나온다고 해도 환영이다. _알라딘 독자 리아트리스

클라이맥스 부분을 읽을 때는 내가 글씨를 읽고 있는 게 아니라 글씨가 나를 읽고 있는 착각에 빠지게 했다. 그렇게 독자를 강하게 끌어안는다. _알라딘 독자 벚꽃지는 계절에

『상실의 시대』의 하루키가 돌아온 것이다. _알라딘 독자 mcwivern

나는 지금, 200Q 세계에 놓여 있다. _알라딘 독자 spica

구매가격 : 10,400 원

1Q84 3

도서정보 : 무라카미 하루키 | 2020-04-08 | EPUB파일

지원기기 : PC / Android / iOS

2010년 4월 16일 아침 아홉시. 일본 주요 서점가 앞에서는 진풍경이 벌어졌다. 그날 아침 발매되는 『1Q84』 3권을 구입하기 위해 서점 앞에 독자들이 길게 줄을 늘어선 것이다.

과연 아오마메는 총구를 당겼을까? 덴고가 아버지의 침상에서 목격한 소녀 아오마메는 어디로 갔을까? 풀리지 않은 1,2권의 미스터리에 잠 못 이루던 수많은 일본 독자들은 3권의 발매 소식에 환호했다.

1,2권과 마찬가지로 일본 예약판매 첫날 종합 베스트셀러 1위에 올랐던 3권. 초판은 50만 부를 제작할 예정이었으나, 뜨거운 반응에 힘입어 바로 20만 부를 추가 제작했다. 또한 하루키는 2010년 상반기 서적 매출을 총정리하여 발표한 오리콘 도서 랭킹에서 작가별 종합 판매 순위 1위를 기록했다. 산케이신문 발표에 따르면 2010년 7월 1일자로 일본에서만 1~3권 총합 377만 7천부가 팔렸다는 『1Q84』의 기록은 한마디로 경이롭다.

한국의 반응도 다르지 않았다. 2009년 출간된 1,2권은 주요 온오프라인 서점에서 19주 연속 종합 1위에 올랐고, 8개월 만에 백만 부 이상이 팔리며 한국 출판사상 최단기간에 밀리언셀러를 기록했다. 또한 2010년 7월 16일 온라인서점 예약판매를 시작한 3권은 예판 이틀 만에 종합 베스트셀러 1위에 올랐으며, 예판 종료를 하루 앞둔 현재 총 3만여 부가 판매되는 전무후무한 기록을 세웠다.

덴고, 지금 어디 있어?
빨리 나를 찾아줘. 다른 누군가 나를 찾기 전에……

3권을 우리보다 먼저 읽은 일본 독자들의 반응은 한결같았다. “결국 빠져들고 말았습니다. 아오마메와 덴고의 거리가 점점 좁혀지면서, ‘굉장한걸, 역시 대단해’의 연발! 대만족이었습니다.(일본 아마존 독자 cocoapple)” “어른이 되어서는 다 잊은 줄로만 알았던, 어린 시절 처음으로 굉장한 만화나 소설, 영화를 봤을 때의 그런 감정을 다시 맛보았다.(일본 아마존 독자 はちみつ大好)” “지금까지의 소설 중에 가장 다르지 않나 싶다.(일본 아마존 독자 tommy)” “기대를 저버리지 않는 무라카미 월드, 3권도 단숨에 다 읽을 수밖에 없었습니다.(일본 아마존 독자 다가타가)”


모두가 기다렸던 3권은 무엇을 담고 있을까? 가장 먼저 눈에 띄는 것은 달라진 구성이다. 1,2권을 집필할 때 바흐의 <평균율 클라비어곡집>의 구성을 염두에 두었던 하루키는 3권을 구성하면서 바흐의 <3성 인벤션>을 참조했다고 밝히고 있다. 덴고와 아오마메의 장이 교차되었던 1,2권과는 달리, 덴고와 아오마메, 그리고 독자의 허를 찌르는 제3의 인물이 매 장을 번갈아 진행하게 된다. 작가는 이로 인해 작품이 더욱 ‘폴리포니적인(다성적인) 목소리’를 얻게 되었다고 말한다.

“BOOK3을 시작하고, 세 가지 목소리로 이야기를 풀어나가면서부터 각각의 관계는 한층 복잡해집니다. 이 각각의 목소리가 감응하여 서로 만나는 지점이 있습니다. 서로 쫓고 쫓긴다든가 하면서요. 시간성도 더욱 복잡해집니다. 쓰면서 뇌 안에서 새로운 근육을 사용하는 듯한 느낌이 있었습니다.”

세 인물의 목소리가 교차하면서, 시간성과 플롯이 더욱 풍부해진 3권은 분량도 1,2권에 비해 약 100여 페이지가 더 길다. 그럼에도, 1Q84의 세계를 떠나고자 하는 아오마메, 아오마메를 뒤쫓는 ‘선구’, 아오마메를 지키는 다마루와 노부인, 자신을 둘러싼 세계의 비밀을 밝히려는 덴고, 그런 덴고를 수호하는 후카에리, 그리고 덴고와 아오마메를 동시에 추적하는 제3의 인물 등으로 책장은 숨 돌릴 새 없이 가쁘게 넘어간다.

과연 덴고와 아오마메는 서로 만나게 될 것인가? 그리고 두 사람은 두 개의 달이 뜨는 1Q84의 세계에서 벗어날 수 있을까?

갈망을 부르는 끝없는 이야기의 샘,
BOOK4는 출간될 것인가?

아름답고도 충격적인 3권의 결말을 읽은 뒤에도, 독자들의 궁금증은 계속 이어지고 있다. 리틀 피플과 어두운 숲속, 두 개의 달이 뜨는 ‘1Q84년’이라는 새롭고 거대한 세계의 서사는 독자들로부터 마치 이야기에 대한 ‘끝없는 갈망’을 이끌어내는 듯 보인다. 하루키는 독자들의 이런 반응에 대해 이렇게 말한다.

“내 소설을 읽다가 궁금해져서 질문이 생기면, 그 수수께끼 같은 질문을 다른 수수께끼 같은 질문과 패러프레이즈Paraphrase(바꿔 읽기, 바꿔 쓰기)하는 것이 가장 정확한 읽기가 되지 않을까 합니다. 독자가 각자 자기 나름대로, 수수께끼를 다른 형대로 치환해가는 것이죠.

소설이라는 것은 원래가 그렇게 치환하는 작업입니다. 마음속 이미지를 이야기의 형태로 치환해나가는 것입니다. 그 치환은 어떤 경우에는 수수께끼처럼 보일 겁니다.

내가 아닌 다른 누군가가 1권과 2권을 읽은 후에 BOOK3를 계속 쓰더라도 원칙적으로는 상관없습니다. 이번 BOOK3는 “나라면 이렇게 쓰겠습니다”라는 하나의 예증인 셈입니다. 내 쪽이 BOOK3는 더 잘 쓸 수 있겠어”라고 말하는 사람이 있어도 이상할 것 없죠. 내가 쓴 BOOK3는 1,2의 세계가 내 안에서 환기시킨 풍경을 나 나름으로 깊이 추구한 것입니다. 꽤 깊은 곳까지 좇았다고 생각합니다만.”

작가인 하루키에게 가장 많이 쏟아지는 질문은 역시 3권에 이어 4권이 출간될 것인가 하는 것이다. 하루키는 일본 신초사에서 펴내는 문학계간지 <생각하는 사람>과의 인터뷰에서 이렇게 말했다.

“다음 권이 나올지 질문을 많이 받는데, 지금 단계에서는 나도 모릅니다. 장편을 쓸 때, 저는 거의 매일 쉬지 않고 씁니다. 다른 건 전혀 쓰지 않습니다. 머릿속이 이미 완전히 ‘장편소설 뇌’ 상태가 되니까요. 그렇게 하기를 3년 가까이 지나다보니, 내 안에서 무언가를 꺼내 만들어내려면, 또다시 여러 가지를 끌어모으기 위한 나름의 시간이 필요합니다. 다음에 내 안에 무언가가 쌓였을 때, 무엇을 어떻게 쓰고 싶은지는 스스로도 전혀 예측이 되지 않아요. 그저 겨울잠을 자는 곰처럼 자면서 기다릴 뿐입니다. 그래서 『1Q84』‘BOOK4’나 ‘BOOK0’가 있을지 없을지는, 지금으로서는 아무것도 말할 수 없어요. 지금 단계에서 말할 수 있는 건, ‘그전에도 이야기는 있고, 그 후에도 이야기가 있다’라는 겁니다. 그 이야기는 내 머릿속에 막연하게나마 수태되어 있습니다. 다시 말해 다음 권을 쓸 가능성이 전혀 없다고는 말할 수 없다는 뜻이죠.”

끝으로, 방한을 애타게 기다리는 한국 독자들에게 메시지를 부탁한다는 편집부의 요청에 하루키는 다음과 같은 글을 보내왔다.

“실은 아직 한국에 가본 적이 없었고, 왜 오지 않느냐는 질문을 자주 받습니다. 왜일까요? 가장 큰 이유는 ‘너무 가까운 곳이라 갈 기회가 없었고, 그래서 가지 못하고 있었다’는 게 아닐까 생각합니다. 특별한 이유가 있어서 가지 않는 건 절대 아닙니다. 지금까지는 웬일인지 갈 기회가 없었다는 것이 솔직한 이유입니다. 하지만 한번 가보고 싶다고 생각하고 있고, 슬슬 마라톤경기에 출장할 겸 개인적으로 살짝 다녀올까 하는 참입니다(한국에도 마라톤 경기가 성황리에 열리고 있다죠).

저는 사람들 앞에 나서거나 리셉션에 참석한다든가, 사진을 엄청나게 많이 찍힌다든가, 기자회견을 해야 한다든가 하는 일을 좋아하지 않습니다. 그런 일들은 가능한 한 피하고 싶습니다. ‘한국에 가면 굉장한 환영을 받을 테니 각오하세요’라는 말을 들었던 것도 한국 행을 주저하게 되는 한 가지 이유일지 모르겠습니다. 환영받는 것은 물론 기쁩니다(아무도 환영해주지 않는다면 곤란하겠죠). 하지만 시끌벅적한 자리에서는 금방 피곤해지고 맙니다. 일본에서도 사람들 앞에 나서는 일은 거의(절대) 없습니다. 이해해주세요.

미국 대학에 있을 때는, 유학중인 한국인 유학생과 자주 이야기를 나눴습니다. 모두 제 소설을 열심히 읽어주고 있어서 굉장히 기뻤습니다. 모두 젊고, 나와는 꽤 나이차가 있었지만, 그래도 여러 주제의 이야기를 즐겁게 나눌 수 있었습니다. 그런 개인과 개인의 교류라면, 늘 대환영입니다. 하지만 이야기가 공식적인 분위기가 되어버리면, 여러 가지로 어려운 문제들이 생기죠. 이런 일들에 대해 훌륭한 대안이 있다면 좋겠습니다.

일본에도, 나와 같은 세대인 60세가량부터 10대까지 독자층이 존재합니다. 집에서 부모와 아이가 같은 책을 보고 있다는 말도 종종 듣습니다. 제게는 기쁜 일이지요. 나는 지금의 10대들이 무슨 생각을 하는지는 거의 알지 못합니다만, 그래도 ‘이야기’는 세대나 언어를 초월해 기능하는 깊고 큰 장치입니다. 나는 그 힘을 믿고 싶습니다. 한국 독자 여러분들과도 이야기를 함께 나눌 수 있다면, 그 이상의 기쁨은 없습니다.”


1Q84에 쏟아진 찬사

그는 이 소설을 기점으로 확실히 변했다.
상실을 노래하던 젊은 작가는 이제 온기를 이야기한다.
이번 하루키 소설 속 사랑은 현실에 닿아서 부식되거나 왜곡되는 사랑이 아니고
새로운 의욕과 더욱더 절실한 현실을 낳는 사랑이다. _정혜윤(CBS 피디)

´하루키적´인 모든 것들이 녹아들어 있다.
그러나 그 모두에 앞서 이 소설은 애틋한 사랑 이야기다. _한국일보

사랑과 인연의 안타까운 엇갈림을 겪어본 독자라면 공감의 농도는 더 진해질 것이다. _조선일보

하루키 필생의 역작으로 보인다.
강한 스토리 전개의 힘은 꼬리에 꼬리를 무는 궁금증을 일으키며 책을 손에서 놓지 못하게 한다. _한겨레

개성 뚜렷한 등장인물들이 품고 있는 불가사의한 과거의 상처들과 실타래처럼 엮인 비밀들을
감칠맛 나게 풀어간다. _동아일보

작품은 오래 공들인 만큼 그동안 하루키가 보여 줬던 소설 요소들을 복합적으로 담아내고 있다.
현실과 환상을 오가는 능숙한 필치도 그렇고, 남녀 주인공의 애달픈 사랑 얘기를 은근히 섞어내는 솜씨도 그렇다._서울신문

전작을 넘어서는, 하루키의 세계 안에서 만들어진 또다른 세계!
한번 손을 대면 멈출 수 없는 하루키 소설 특유의 가독성에 정점을 찍는 느낌이다._무비위크

인간이기에 그 속에 늘 함께 할 수밖에 없는 ‘환상’과 ‘현실’ 사이의 두려움. 이를 어루만지는 문장을 제대로 쓸 줄 아는 작가. _네이버 블로거 빵굽는타자기

‘정말 재밌는 책´ 이라는 것에 이견이 없다. 몇 번이나 내려야 하는 버스정류장을 지나친 건, 책 읽기를 멈출 수 없었기 때문이다. _네이버 블로거 자유

이게 진짜다. 이 소설이 진짜다._예스 24 독자 hynews20

아, 정말 하루키씨는 엄청난 것을 들고 와버렸다. <1Q84>는 하루키 문학의 결정체라고 말할 수밖에 없는 작품이다. _예스 24 독자 반코츠

다 읽고 나자 읽을거리가 없다는 데에 상실감이 너무 크다. 정말 최고다!! _알라딘 독자 donuts76

『1Q84』처럼 ’재미있는 소설’이라면 10권까지 나온다고 해도 환영이다. _알라딘 독자 리아트리스

클라이맥스 부분을 읽을 때는 내가 글씨를 읽고 있는 게 아니라 글씨가 나를 읽고 있는 착각에 빠지게 했다. 그렇게 독자를 강하게 끌어안는다. _알라딘 독자 벚꽃지는 계절에

『상실의 시대』의 하루키가 돌아온 것이다. _알라딘 독자 mcwivern

나는 지금, 200Q 세계에 놓여 있다. _알라딘 독자 spica

구매가격 : 11,100 원

여자 없는 남자들

도서정보 : 무라카미 하루키 | 2020-04-08 | EPUB파일

지원기기 : PC / Android / iOS

일본 출간 당시 예약판매로만 30만 부의 판매고를 올린 무라카미 하루키의 신작 소설집. 1983년 출간한 첫 소설집 『중국행 슬로보트』 이후로 그의 단편소설들은 앞으로의 작품세계를 엿볼 수 있게 하는 지표이자 새로운 시도의 장으로서, 때로는 파격적인 상상력을, 때로는 청춘의 기억을 두드리는 섬세한 감성을 담아내며 꾸준한 인기를 얻어왔다. 이번 소설집에서는 ‘여자 없는 남자들’이라는 하나의 주제 아래 써내려간 여섯 편의 작품과 함께, 프란츠 카프카의 걸작 『변신』의 독특한 오마주 「사랑하는 잠자」를 만나볼 수 있다.

남자와 여자, 그 깊은 간극에 흐르는 비밀스러운 선율
9년 만에 새롭게 태동하는 무라카미 하루키의 단편 세계

무라카미 하루키가 단편소설을 묶은 소설집을 출간하는 것은 2005년 『도쿄 기담집』 이후 9년 만이다. 그사이 하루키 월드의 집대성으로 평가되는 대작 『1Q84』를 비롯한 장편소설 집필에 몰두해왔던 그는, 2013년 직접 선별한 영미권 단편소설 모음집 『그리워서(?しくて)』의 번역작업중에 문득 ‘장편을 쓰는 것도 지쳤으니 이제 슬슬 단편들을 써보는 게 어떨까’라는 생각이 들었다고 한다. 그후 그해 말부터 이듬해 봄에 걸쳐 발표한 단편소설 다섯 편과 단행본 출간에 맞춰 새로 쓴 표제작 「여자 없는 남자들」이 모여 이번 소설집이 완성되었고, 이번 한국어 판본에는 『그리워서』에 실렸던 오리지널 단편 「사랑하는 잠자」가 특별히 추가되었다.

제목처럼 ‘여자 없는 남자들’을 모티프로 삼은 이번 소설집에는 말 그대로 연인이나 아내로서의 여성이 부재하거나 상실된 주인공들이 등장한다. 병으로 인해 사별하거나(「드라이브 마이 카」), 외도 사실을 알게 되어 이혼하고(「기노」), 본인의 뜻으로 일부러 깊은 관계를 피하는 경우도 있으며(「독립기관」), 혹은 이유도 모르는 채 타의로 외부와 단절되기도 한다(「셰에라자드」). 대학 시절을 회상하는 구성의 「예스터데이」와 카프카 소설 속의 세계를 무대로 한 「사랑하는 잠자」를 제외하면 모두 중년 남성이 주인공인데, 그 때문인지 예전 작품들과 비교해 현실적이고 진중한 분위기가 강하고, 남녀를 비롯한 인간관계의 깊은 지점을 훨씬 적나라하게 묘사하고 있다는 느낌을 준다. 한때 방황하는 청춘의 전유물로 여겨졌던 하루키 소설이 현실과 맞닿아 보편적인 소재를 진부하지 않게 풀어냈다는 면에서, 이번 소설집은 기존의 팬들은 물론 보다 폭넓은 연령대 독자들의 공감을 끌어내기에 충분할 것으로 보인다.

이번 한국어판의 번역은 『1Q84』 『중국행 슬로보트』 등을 옮긴 전문번역가 양윤옥이 맡아 하루키 작품세계 속의 레퍼런스와 각 단편의 고유한 개성까지 고스란히 살려냈다. 또한 출간과 함께 하루키의 열렬한 팬임을 자처하는 가수 윤종신이 동명의 곡 <여자 없는 남자들>을 본인의 프로젝트 ‘월간 윤종신’을 통해 발표할 계획이어서 최초로 이루어지는 문학과 음악의 콜라보레이션으로 문화계 전반의 관심을 모으고 있다.

문학동네는 기존에 출간한 하루키의 초기 소설집 『반딧불이』 『회전목마의 데드히트』 『빵가게 재습격』 역시 작가의 개고사항을 반영하고 미발표 단편을 추가한 결정판으로 새롭게 선보인다.

‘여자 없는 남자들’이라는 말에 많은 독자들은 어니스트 헤밍웨이의 걸작 단편집을 떠올릴 것이다. 나도 물론 그랬다. 그러나 번역가 다카미 쓰쿠루 씨는 그 책의 제목 ‘Men Without Women’을 ‘남자들만의 세계’로 옮겼고, 나 역시 오히려 ‘여자 없는 남자들’보다는 ‘여자를 제외한 남자들’로 옮기는 쪽이 원제의 느낌에 더 가까울 거라 생각한다. 그러나 이 책이 뜻하는 건 보다 즉물적인, 말 그대로 ‘여자 없는 남자들’이다. 여러 가지 사정으로 여자를 떠나보낸 남자들, 혹은 떠나보내려 하는 남자들.
어째서 그런 모티프에 내 창작의식이 붙들려버렸는지(붙들렸다는 표현이 딱 맞다) 그 이유는 나도 잘 모르겠다. 이와 비슷한 구체적인 사건이 최근에 나에게 일어난 것도 아니고(다행스럽게도), 주위에서 실례를 목격한 것도 아니다. 단지 그런 남자들의 모습과 심정을 몇 가지 다른 이야기의 형태로 패러프레이즈하고 부연해보고 싶었다. 그것은 나라는 인간의 ‘현재’에 대한 하나의 메타포일지도 모른다. 혹은 완곡한 예언 같은 것일지도 모른다. 아니면 내게 그런 구마의식이 개인적으로 필요한 건지도 모른다. 이에 대해선 나 스스로도 설명하기 힘들다. 그러나 어쨌든 이 책의 제목은 처음부터 ‘여자 없는 남자들’로 정해져 있었고, 중간에 생각이 흔들리지도 않았다. 바꿔 말하면 나는 아마도 이러한 일련의 이야기를 마음속 어딘가에서 자연스레 바라고 있었던 것이리라. _일본어판 서문에서


● 인상적인 문장들

사람과 사람이 관계를 맺는다는 건, 특히 남자와 여자가 관계를 맺는다는 건, 뭐랄까, 보다 총체적인 문제야. 더 애매하고, 더 제멋대로고, 더 서글픈 거야. _「드라이브 마이 카」, 37쪽

여자가 무슨 생각을 하는지, 우리가 속속들이 안다는 건 불가능한 일 아닐까요? 제가 하고 싶은 얘기는 그거예요. 상대가 어떤 여자든 그렇습니다. 그러니까 그건 가후쿠 씨만의 고유한 맹점이 아닐 거예요. 만일 그게 맹점이라면 우리는 모두 비슷한 맹점을 안고서 살아가고 있는 거겠죠. _「드라이브 마이 카」, 50쪽

나는 자주 똑같은 꿈을 꿔. 나와 아키가 배에 타고 있어. 기나긴 항해를 하는 커다란 배야. 우리는 단둘이 작은 선실에 있고, 밤늦은 시간이라 둥근 창 밖으로 보름달이 보여. 그런데 그 달은 투명하고 깨끗한 얼음으로 만들어졌어. 아래 절반은 바다에 잠겨 있고. ‘저건 달처럼 보이지만 실은 얼음으로 되어 있고, 두께는 한 이십 센티미터쯤이야.’ 아키가 내게 알려줘. ‘그래서 아침이 와서 해가 뜨면 녹아버려. 이렇게 바라볼 수 있는 동안 잘 봐두는 게 좋아.’ _「예스터데이」, 96~97쪽

그녀의 마음이 움직이면 내 마음도 따라서 당겨집니다. 로프로 이어진 두 척의 보트처럼. 줄을 끊으려 해도 그걸 끊어낼 칼 같은 것은 어디에도 없어요. 이런 건 지금까지 한 번도 맛본 적 없는 감정입니다. 그게 나를 불안하게 만들어요. 이대로 점점 그리움이 깊어지면 나는 대체 어떻게 될까 하고. _「독립기관」, 145~146쪽

사랑한다는 것은 원래 그런 것이다. 자기 마음을 컨트롤할 수 없고, 그래서 불합리한 힘에 휘둘리는 기분이 든다. _「독립기관」, 146쪽

열일곱 살의 내가 그의 어떤 점에 그토록 깊이 빠졌었는지, 그것조차 잘 생각나지 않아. 인생이란 묘한 거야. 한때는 엄청나게 찬란하고 절대적으로 여겨지던 것이, 그걸 얻기 위해서라면 모든 것을 내버려도 좋다고까지 생각했던 것이, 시간이 지나면, 혹은 바라보는 각도를 약간 달리하면 놀랄 만큼 빛이 바래 보이는 거야. 내 눈이 대체 뭘 보고 있었나 싶어서 어이가 없어져. _「셰에라자드」, 211~212쪽

여자를 잃는다는 것은 말하자면 그런 것이다. 현실에 편입되어 있으면서도 현실을 무효로 만들어주는 특수한 시간, 그것이 여자들이 제공해주는 것이었다. 그리고 셰에라자드는 그에게 그것을 넉넉히, 그야말로 무한정 내주었다. 그 사실이, 그리고 그것을 언젠가는 반드시 잃게 되리라는 사실이 그 무엇보다도 그를 슬프게 했다. _「셰에라자드」, 214쪽

인간이 품는 감정 중 질투심과 자존심만큼 골치 아픈 것도 아마 없을 것이다. 그리고 기노는 왜 그런지 그 양쪽 모두에서 심심찮게 곤욕을 치러왔다. 나에게는 다른 사람의 그런 어두운 부분을 자극하는 뭔가가 있는지도 모른다고 기노는 이따금 생각하곤 했다. _「기노」, 238쪽

아무리 텅 비었을지라도 그것은 아직까지는 나의 마음이다. 어렴풋하게나마 거기에는 사람들의 온기가 남아 있다. 몇 가지 개인적인 기억이 바닷가 말뚝에 엉킨 해초처럼 말없이 만조를 기다리고 있다. 몇 가지 감정은 베어내면 필시 붉은 피를 흘리리라. 아직은 그 마음을 영문 모를 곳으로 떠나보내 헤매게 할 수는 없다. _「기노」, 268쪽

눈을 떴을 때, 그는 침대 위에서 그레고르 잠자로 변신한 자신의 모습을 발견했다. (…) 이곳이 어디인지, 이제부터 무엇을 해야 할지 잠자는 짐작도 가지 않았다. 가까스로 이해할 수 있는 건 자신이 이제 그레고르 잠자라는 이름을 가진 인간이 되었다는 사실이다. 그는 어떻게 그것을 알았을까? 잠든 사이 누군가가 그의 귓가에 몰래 속삭였는지도 모른다. “네 이름은 그레고르 잠자야”라고. _「사랑하는 잠자」, 275~277쪽

어느 날 갑자기, 당신은 여자 없는 남자들이 된다. 그날은 아주 작은 예고나 힌트도 주지 않은 채, 예감도 징조도 없이, 노크도 헛기침도 생략하고 느닷없이 당신을 찾아온다. 모퉁이 하나를 돌면 자신이 이미 그곳에 있음을 당신은 안다. 하지만 이젠 되돌아갈 수 없다. 일단 모퉁이를 돌면 그것이 당신에게 단 하나의 세계가 되어버린다. 그 세계에서 당신은 ‘여자 없는 남자들’로 불린다. 한없이 차가운 복수형으로. _「여자 없는 남자들」, 327쪽

구매가격 : 9,700 원

기사단장 죽이기 세트

도서정보 : 무라카미 하루키 | 2020-04-08 | EPUB파일

지원기기 : PC / Android / iOS

아내의 갑작스러운 이혼 통보 후,
나는 산꼭대기 집에서 새로운 생활을 시작했다.
외딴섬처럼 고독하고도 평화로운 나날이었다.
기사단장이 나타나기 전까지는……

『1Q84』 이후 7년,
무라카미 하루키의 모든 것이 여기 있다!

무라카미 하루키가 7년 만에 선보인 본격 장편소설 『기사단장 죽이기』(1권 「현현하는 이데아」, 2권 「전이하는 메타포」) 한국어판이 7월 12일 출간된다. 지난 2월 24일 일본 신초샤에서 출간한 지 138일 만이다. 일본 출간 당시 130만 부 제작 발행으로 화제가 되었다.

일본 출판계에서도 전례가 없던 초판 부수와 책에서 작중인물의 입을 통해 언술되는 ‘난징학살사건’에 대한 일본 현지의 이슈가 우리 언론을 통해 실시간으로 보도되면서 책에 대한 관심과 기대가 한껏 고조되어 출판사로 한국어판 출간에 대한 문의가 빗발치기도 했다.

하지만 우리는 이번 책을 준비하면서 조심스럽게 접근하자는 생각이었다. 대형 도매서점인 송인의 부도로 시작된 올해 도서시장이 아직 회복되지 않았기 때문이고, 6월까지만 해도 한강과 김영하 등 특수한 사례를 제외하면 전반적으로 소설판매가 부진한 상황이었다. 섣불리 초기에 힘을 쏟기보다는 출간 이후 독자들의 입소문을 타고 판매상승을 꾀하는 게 낫다는 판단이었다. 일단 작품의 완성도와 몰입도에 확신이 있으니까 가능한 판단이었다. 그래서 10만 세트(20만 부)를 준비했던 『1Q84』 때와 달리 『기사단장 죽이기』는 5만 세트(10만 부)만 준비하기로 했다. 길게 보고 천천히 가자는 생각이었다.

출간 전 3쇄 돌입, 총 30만 부 제작

그런데 6월 30일 예약판매를 시작하자마자 반응이 뜨거웠다. 예판 2~5일 만에 온라인 4대 서점 베스트셀러 순위에서 나란히 1, 2위를 차지한 것이다. 순위만이 아니라 서점에서 집계해서 알려주는 실제 판매 속도 역시 『1Q84』보다 빨랐다. 기대 이상의 반응이었다. 예판을 시작한 지 4일 만인 7월 4일에 2쇄 5만 세트(10만 부) 증쇄에 들어갔다. 하지만 10만 세트(20만 부)로도 서점들에서 요청하는 초기 배본부수를 맞추기 어렵다는 의견이 있고, 양장본이어서 제작기일이 오래 걸린다는 점을 고려하여 7월 10일 5만 세트(10만 부) 3쇄 제작에 들어갔다. 총 30만 부 제작이다. 출간도 하기 전에 권당 15만 부를 찍기도 처음이었고, 예약판매 기간중 3쇄에 들어가는 것도 문학동네로서는 처음 있는 일이다.

이러한 초기반응은 어쩌면 예약판매를 동네서점들과 함께 한 덕도 있지 않을까 생각한다. 문학동네는 지난 6월 김애란 소설집 『바깥은 여름』과 박준 첫 산문집 『운다고 달라지는 일은 아무것도 없겠지만』을 예약판매하면서 동네서점들과도 함께 했는데, 『기사단장 죽이기』 역시 동네서점들과 예약판매 이벤트를 함께 진행했다. 김애란과 박준의 신간 예약판매를 함께 하자고 제안했을 때 “예약판매는 온라인 친화적”이라는 이유로 반신반의했던 동네서점들이 SNS를 통해 완판소식을 속속 전하면서 이번 『기사단장 죽이기』의 예판 이벤트 참여율은 더욱 높아졌다. 대형 온라인 서점들에만 특화되어 있던 예약판매 이벤트를 동네서점들에게까지 확대함으로써 동네서점들이 어렵사리 확보한 기존 단골고객들의 이탈을 막고 안정적인 수익을 올리는 데 도움이 되었으면 하는 마음으로 시작한 이벤트인데 결과적으로 출판사가 도움을 받지 않았나 싶다.

『1Q84』에 이어 또 한번의 하루키 열풍을 기대할 수 있을까. 2014년 세월호의 비극 이후 한동안 책을 내기를 저어해왔던 국내작가들이 최근 들어 활발하게 소설을 출간하는 것과 때를 맞춰 무라카미 하루키의 본격 장편소설이 출간된다. 이로써 다시 소설시장이 열리기를, 그동안 ‘이야기’에 굶주려 있던 우리 소설 독자들을 흠뻑 적시는 단비가 되기를 기대한다.

이곳은 정말로 현실세계일까?
인생의 공백을 메우려는 이들의 미스터리한 여정

삼십대 중반의 초상화가 ‘나’는 아내에게서 갑작스러운 이혼 통보를 받고 집을 나와서 친구의 아버지이자 저명한 일본화가 아마다 도모히코가 살던 산속 아틀리에에서 지내게 된다. 그리고 어느 날 천장 위에 숨겨져 있던 도모히코의 미발표작인 일본화 <기사단장 죽이기>를 발견한다. 모차르트 오페라 <돈 조반니>의 등장인물을 일본 아스카 시대로 옮겨놓은 듯한 그 그림을 가지고 내려온 뒤로, ‘나’의 주위에서 기이한 일들이 잇달아 일어난다. 골짜기 맞은편 호화로운 저택에 사는 백발의 신사 멘시키 와타루가 거액을 제시하며 초상화를 의뢰하고, 한밤중에 들리는 정체 모를 소리를 좇아 집 뒤편의 사당으로 가보니 돌무덤 아래에서 방울이 울리고 있다. 멘시키의 도움으로 돌무덤을 파헤쳐보니 누군가가 의도적으로 지어놓은 듯한 원형의 석실이 드러난다. 그리고 얼마 후 ‘나’의 앞에 ‘기사단장’이 나타난다. 아마다 도모히코의 그림 속 기사단장의 모습과 똑같은, 수수께끼의 구덩이에서 풀려난 ‘이데아’가.

아내와의 이별, 그리고 고독한 여행, 구덩이와 벽 등의 폐쇄공간, 불가사의한 존재와의 만남, 『기사단장 죽이기』에는 무라카미 하루키의 문학세계 속 독자적인 요소들이 집대성되어 있다. 오페라, 클래식, 재즈, 올드 팝까지 여러 장르의 음악이 적재적소에 배치되어 인물의 심상을 대변하고, 주인공 ‘나’와 멘시키, 그리고 멘시키와 13세 소녀 마리에의 관계는 하루키가 가장 좋아하는 영문학 작품으로 꼽았으며 직접 번역까지 한 스콧 피츠제럴드의 『위대한 개츠비』의 오마주로도 읽힌다. 주인공의 기이한 체험이 본격적으로 시작되면서는 에도시대 작가 우에다 아키나리가 쓴 괴이담 『하루사메 이야기』가 직접 인용되는데, 이 역시 하루키가 예전부터 즐겨 읽으며 “오랫동안 이 이야기를 모티프로 한 소설을 쓰고 싶었다”고 밝혔던 작품이다. 작가생활 초기에 그가 주로 썼던 일인칭 시점으로 돌아온 것도 ‘하루키 월드’의 매력이 한층 짙게 느껴지는 이유다.

현실과 비현실이 절묘하게 융합된 모험담은 『태엽 감는 새』부터 『1Q84』까지 기존 장편소설에서 꾸준히 이어져온 플롯이지만, 이번에는 그에 더해 현대사 속 실제 사건을 접목시킨 것이 특징이라 할 수 있다. 아마다 도모히코는 2차세계대전 당시 오스트리아 빈에 유학중이었다가 나치 저항운동에 휘말렸고, 피아니스트였던 그의 동생은 난징전투에 투입되어 강압적 명령에 의한 학살을 체험하고 그 트라우마를 견디지 못하고 자살한다. 어떤 의도로 창작했는지, 왜 발표하지 않고 천장 위에 숨겨두었는지 수수께끼로 가득한 <기사단장 죽이기>라는 그림에는 그런 거대한 부조리와 폭력에 맞서려 한 노화가의 의지가 생생히 드러나 있다. 또한 ‘나’는 일련의 사건을 겪으며 상실감과 상처를 극복해나가는 동시에 그림이라는 수단을 통해 아마다 도모히코의 의지를 잇는 역할을 한다. 이런 식의 유사 부자관계 역시 전작들에 비해 보다 유기적이고 심층적으로 그려졌다.

또한 ‘나’가 집을 나와 한 달여간 정처 없이 여행하는 도호쿠 지방은 2011년 동일본 대지진의 참상이 남은 곳으로, 하루키는 재작년 가을 직접 이 지역을 차로 여행했던 경험을 살려 소설 전반에 치유와 재생의 메시지를 담아냈다. 모차르트와 슈트라우스의 오페라, ‘이데아’와 ‘메타포’라는 추상적 개념, 불교적 색채를 지닌 고전소설 등을 주요 모티프로 등장시키면서도 이야기의 골자는 현실의 문제와 밀접하게 맞닿아 있는 셈이다. “나이에서 오는 책임감과 함께, 새로운 것을 만들어가야 한다는 생각이 들었다”는 작가의 의지를 엿볼 수 있는 대목이다.

현실과 비현실, 실재와 관념의 경계를 꿰뚫는 이야기의 힘
대범한 상상력으로 무장한 무라카미 하루키 월드의 집대성

1979년 『바람의 노래를 들어라』로 군조신인문학상을 수상하며 데뷔한 이래 작가 인생 40여 년. 한때 개인주의와 허무주의를 대표하는 청춘의 전유물로 여겨지기도 했던 무라카미 하루키의 문학은 이제 세대와 국경을 아우르는 하나의 브랜드가 되었다. 『기사단장 죽이기』는 무라카미 하루키가 지금까지 구축해온 작품세계를 다양하게 변주하며 현세대 독자에게 던지는 메시지이자, 소설 속 그림 <기사단장 죽이기>가 그렇듯이 한 사람의 예술가로서 내면 깊은 곳까지 내려가 농축한 결과물이다. 현대사회에서 장편소설이라는 형식의 이야기가 어떤 힘을 지니는지, 소설가가 안팎의 문제에 맞서 싸워나가는 방법은 무엇인지, 그동안 ‘무국적 작가’로 불려온 하루키가 자신만의 방식으로 내놓은 대답을 이 작품을 통해 확인할 수 있을 것이다.

‘이것이 하루키다!’라고 말할 수 있는 요소가 전부 담겨 있다. 당신은 완벽하게 하루키 월드의 장치에 빠져버릴 것이다. 나무 구멍에 빠진 앨리스처럼. _북 아사히

상실과 회복을 주제로 다른 세계를 경험하고 돌아오는 모험. 그만의 키워드가 속속 등장해 그야말로 무라카미 하루키의 베스트 앨범 같다. _산케이 뉴스

표면적인 줄거리를 따라갈 수도 있지만, 각 대화와 에피소드는 읽는 사람에 따라 다른 의미를 지닌다. 매우 다의적이고 다층적인 이야기가 의도적으로 구축되어 있다. _요미우리 신문

장편소설은 트위터나 페이스북 같은 다양한 SNS와 대치중입니다. 단문이 소비되는 요즘, 읽기 시작하면 멈출 수 없는 글을 쓰는 것이 저에게는 중요한 일입니다. 이야기라는 것은 즉각적인 효력은 없지만 시간의 도움을 얻어 반드시 인간에게 힘을 준다고 믿습니다. 그리고 되도록 좋은 힘을 주고 싶다는 것이 저의 바람입니다. _무라카미 하루키(아사히 신문 인터뷰, 2017.4.17.)


● 인상적인 문장들

시간이 흐른 뒤 돌이켜보면 우리 인생은 참으로 불가사의하게 느껴진다. 믿을 수 없이 갑작스러운 우연과 예측 불가능한 굴곡진 전개가 넘쳐난다. 하지만 그것들이 실제로 진행되는 동안에는 대부분 아무리 주의깊게 둘러보아도 불가해한 요소가 전혀 눈에 띄지 않는다. 우리 눈에는 쉼없이 흘러가는 일상 속에서 지극히 당연한 일이 지극히 당연하게 일어나는 것처럼 비치는 것이다. (1권 94~95쪽)

깊숙이 들여다보면 어떤 인간이든 저 안쪽에 반짝이는 무언가를 갖고 있기 마련이다. 그것을 잘 찾아내어, 혹시 표면이 뿌옇다면(뿌연 경우가 더 많은지도 모른다) 헝겊으로 말끔히 닦아준다. 그런 마음가짐이 으레 작품에 배어나기 때문이다. (1권 27쪽)

즉 우리 인생에는 현실과 비현실의 경계가 잘 보이지 않을 때가 왕왕 있다는 말이죠. 그 경계선은 꼭 쉬지 않고 오락가락하는 것처럼 보입니다. 그날 기분에 따라 멋대로 이동하는 국경선처럼요. 그 움직임에 각별히 주의해야 합니다. 안 그러면 자신이 지금 어느 쪽에 있는지 알 수 없어지니까요. (1권 340쪽)

이른바 난징학살사건입니다. 일본군이 격렬한 전투 끝에 난징 시내를 점령하고 대량 살인을 자행했습니다. 전투중의 살인도 있고, 전투가 끝난 뒤의 살인도 있었죠. 포로를 관리할 여유가 없었던 일본군이 항복한 군인과 시민 대부분을 살해해버린 겁니다. 정확히 몇 명이 희생되었는지 세부적인 수치는 역사학자들 사이에도 이론이 있지만, 어쨌든 엄청난 수의 시민이 전투에 휘말려 목숨을 잃었다는 것은 지울 수 없는 사실입니다. 중국인 사망자 수가 사십만 명이라는 설도 있고, 십만 명이라는 설도 있지요. 하지만 사십만 명과 십만 명의 차이는 과연 무엇이라고 할 수 있을까요? (2권 88쪽)

늙는다는 것은 어쩌면 사람에게 죽음보다 더 뜻밖의 사건일 것이다. 그것은 사람의 예상을 훨씬 뛰어넘는 일이다. 자신이 이 세상에 생물학적으로(그리고 사회적으로) 더이상 존재하지 않아도 된다고, 어느 날 누군가가 또박또박 알려주는 것. (2권 190쪽)

커다란 유리창에 얼굴을 대고 바깥에 펼쳐진 태평양을 바라보았다. 수평선이 하늘에 바짝 다가가 있었다. 나는 그 똑바른 선을 끝에서 끝까지 눈으로 좇았다. 그토록 길고 아름다운 직선은 어떤 자를 써도 인간의 손으로는 그을 수 없다. 그리고 그 선 아래에는 무수한 생명이 약동하고 있을 터였다. 이 세계는 무수한 생명과, 그리고 그것과 같은 수의 죽음으로 가득하다. (2권 333~334쪽)

어떻게 해야 마음을 한곳에 잡아둘 수 있단 말인가? 애당초 마음이란 어디에 있는가? 나는 몸속을 순서대로 떠올려보았다. 그러나 마음은 어디서도 보이지 않았다. 내 마음은 대체 어디에 있지?
“마음은 기억 속에 있어. 이미지를 먹으며 살아가는 거야.” (2권 418쪽)

그는 비밀을 지님으로써 이 세상에서 자기 존재의 균형을 교묘히 컨트롤한다. 그에게 비밀은 서커스의 외줄타기 곡예사가 들고 있는 장대 같은 것이다. (2권 568쪽)

사람은 무언가를 정말 간절하게 원하면 그것을 성취할 수 있다. 어떤 특수한 채널을 통해 현실이 비현실이 될 수 있다. 혹은 비현실이 현실이 될 수 있다. 만약 간절히 염원한다면. 하지만 그것이 사람이 자유롭다는 사실을 증명하지는 않는다. 그것이 증명하는 건 오히려 그 반대의 사실인지도 모른다. (2권 217~218쪽)

구매가격 : 23,000 원

기사단장 죽이기 1

도서정보 : 무라카미 하루키 | 2020-04-08 | EPUB파일

지원기기 : PC / Android / iOS

아내의 갑작스러운 이혼 통보 후,
나는 산꼭대기 집에서 새로운 생활을 시작했다.
외딴섬처럼 고독하고도 평화로운 나날이었다.
기사단장이 나타나기 전까지는……

『1Q84』 이후 7년,
무라카미 하루키의 모든 것이 여기 있다!

무라카미 하루키가 7년 만에 선보인 본격 장편소설 『기사단장 죽이기』(1권 「현현하는 이데아」, 2권 「전이하는 메타포」) 한국어판이 7월 12일 출간된다. 지난 2월 24일 일본 신초샤에서 출간한 지 138일 만이다. 일본 출간 당시 130만 부 제작 발행으로 화제가 되었다.

일본 출판계에서도 전례가 없던 초판 부수와 책에서 작중인물의 입을 통해 언술되는 ‘난징학살사건’에 대한 일본 현지의 이슈가 우리 언론을 통해 실시간으로 보도되면서 책에 대한 관심과 기대가 한껏 고조되어 출판사로 한국어판 출간에 대한 문의가 빗발치기도 했다.

하지만 우리는 이번 책을 준비하면서 조심스럽게 접근하자는 생각이었다. 대형 도매서점인 송인의 부도로 시작된 올해 도서시장이 아직 회복되지 않았기 때문이고, 6월까지만 해도 한강과 김영하 등 특수한 사례를 제외하면 전반적으로 소설판매가 부진한 상황이었다. 섣불리 초기에 힘을 쏟기보다는 출간 이후 독자들의 입소문을 타고 판매상승을 꾀하는 게 낫다는 판단이었다. 일단 작품의 완성도와 몰입도에 확신이 있으니까 가능한 판단이었다. 그래서 10만 세트(20만 부)를 준비했던 『1Q84』 때와 달리 『기사단장 죽이기』는 5만 세트(10만 부)만 준비하기로 했다. 길게 보고 천천히 가자는 생각이었다.

출간 전 3쇄 돌입, 총 30만 부 제작

그런데 6월 30일 예약판매를 시작하자마자 반응이 뜨거웠다. 예판 2~5일 만에 온라인 4대 서점 베스트셀러 순위에서 나란히 1, 2위를 차지한 것이다. 순위만이 아니라 서점에서 집계해서 알려주는 실제 판매 속도 역시 『1Q84』보다 빨랐다. 기대 이상의 반응이었다. 예판을 시작한 지 4일 만인 7월 4일에 2쇄 5만 세트(10만 부) 증쇄에 들어갔다. 하지만 10만 세트(20만 부)로도 서점들에서 요청하는 초기 배본부수를 맞추기 어렵다는 의견이 있고, 양장본이어서 제작기일이 오래 걸린다는 점을 고려하여 7월 10일 5만 세트(10만 부) 3쇄 제작에 들어갔다. 총 30만 부 제작이다. 출간도 하기 전에 권당 15만 부를 찍기도 처음이었고, 예약판매 기간중 3쇄에 들어가는 것도 문학동네로서는 처음 있는 일이다.

이러한 초기반응은 어쩌면 예약판매를 동네서점들과 함께 한 덕도 있지 않을까 생각한다. 문학동네는 지난 6월 김애란 소설집 『바깥은 여름』과 박준 첫 산문집 『운다고 달라지는 일은 아무것도 없겠지만』을 예약판매하면서 동네서점들과도 함께 했는데, 『기사단장 죽이기』 역시 동네서점들과 예약판매 이벤트를 함께 진행했다. 김애란과 박준의 신간 예약판매를 함께 하자고 제안했을 때 “예약판매는 온라인 친화적”이라는 이유로 반신반의했던 동네서점들이 SNS를 통해 완판소식을 속속 전하면서 이번 『기사단장 죽이기』의 예판 이벤트 참여율은 더욱 높아졌다. 대형 온라인 서점들에만 특화되어 있던 예약판매 이벤트를 동네서점들에게까지 확대함으로써 동네서점들이 어렵사리 확보한 기존 단골고객들의 이탈을 막고 안정적인 수익을 올리는 데 도움이 되었으면 하는 마음으로 시작한 이벤트인데 결과적으로 출판사가 도움을 받지 않았나 싶다.

『1Q84』에 이어 또 한번의 하루키 열풍을 기대할 수 있을까. 2014년 세월호의 비극 이후 한동안 책을 내기를 저어해왔던 국내작가들이 최근 들어 활발하게 소설을 출간하는 것과 때를 맞춰 무라카미 하루키의 본격 장편소설이 출간된다. 이로써 다시 소설시장이 열리기를, 그동안 ‘이야기’에 굶주려 있던 우리 소설 독자들을 흠뻑 적시는 단비가 되기를 기대한다.

이곳은 정말로 현실세계일까?
인생의 공백을 메우려는 이들의 미스터리한 여정

삼십대 중반의 초상화가 ‘나’는 아내에게서 갑작스러운 이혼 통보를 받고 집을 나와서 친구의 아버지이자 저명한 일본화가 아마다 도모히코가 살던 산속 아틀리에에서 지내게 된다. 그리고 어느 날 천장 위에 숨겨져 있던 도모히코의 미발표작인 일본화 <기사단장 죽이기>를 발견한다. 모차르트 오페라 <돈 조반니>의 등장인물을 일본 아스카 시대로 옮겨놓은 듯한 그 그림을 가지고 내려온 뒤로, ‘나’의 주위에서 기이한 일들이 잇달아 일어난다. 골짜기 맞은편 호화로운 저택에 사는 백발의 신사 멘시키 와타루가 거액을 제시하며 초상화를 의뢰하고, 한밤중에 들리는 정체 모를 소리를 좇아 집 뒤편의 사당으로 가보니 돌무덤 아래에서 방울이 울리고 있다. 멘시키의 도움으로 돌무덤을 파헤쳐보니 누군가가 의도적으로 지어놓은 듯한 원형의 석실이 드러난다. 그리고 얼마 후 ‘나’의 앞에 ‘기사단장’이 나타난다. 아마다 도모히코의 그림 속 기사단장의 모습과 똑같은, 수수께끼의 구덩이에서 풀려난 ‘이데아’가.

아내와의 이별, 그리고 고독한 여행, 구덩이와 벽 등의 폐쇄공간, 불가사의한 존재와의 만남, 『기사단장 죽이기』에는 무라카미 하루키의 문학세계 속 독자적인 요소들이 집대성되어 있다. 오페라, 클래식, 재즈, 올드 팝까지 여러 장르의 음악이 적재적소에 배치되어 인물의 심상을 대변하고, 주인공 ‘나’와 멘시키, 그리고 멘시키와 13세 소녀 마리에의 관계는 하루키가 가장 좋아하는 영문학 작품으로 꼽았으며 직접 번역까지 한 스콧 피츠제럴드의 『위대한 개츠비』의 오마주로도 읽힌다. 주인공의 기이한 체험이 본격적으로 시작되면서는 에도시대 작가 우에다 아키나리가 쓴 괴이담 『하루사메 이야기』가 직접 인용되는데, 이 역시 하루키가 예전부터 즐겨 읽으며 “오랫동안 이 이야기를 모티프로 한 소설을 쓰고 싶었다”고 밝혔던 작품이다. 작가생활 초기에 그가 주로 썼던 일인칭 시점으로 돌아온 것도 ‘하루키 월드’의 매력이 한층 짙게 느껴지는 이유다.

현실과 비현실이 절묘하게 융합된 모험담은 『태엽 감는 새』부터 『1Q84』까지 기존 장편소설에서 꾸준히 이어져온 플롯이지만, 이번에는 그에 더해 현대사 속 실제 사건을 접목시킨 것이 특징이라 할 수 있다. 아마다 도모히코는 2차세계대전 당시 오스트리아 빈에 유학중이었다가 나치 저항운동에 휘말렸고, 피아니스트였던 그의 동생은 난징전투에 투입되어 강압적 명령에 의한 학살을 체험하고 그 트라우마를 견디지 못하고 자살한다. 어떤 의도로 창작했는지, 왜 발표하지 않고 천장 위에 숨겨두었는지 수수께끼로 가득한 <기사단장 죽이기>라는 그림에는 그런 거대한 부조리와 폭력에 맞서려 한 노화가의 의지가 생생히 드러나 있다. 또한 ‘나’는 일련의 사건을 겪으며 상실감과 상처를 극복해나가는 동시에 그림이라는 수단을 통해 아마다 도모히코의 의지를 잇는 역할을 한다. 이런 식의 유사 부자관계 역시 전작들에 비해 보다 유기적이고 심층적으로 그려졌다.

또한 ‘나’가 집을 나와 한 달여간 정처 없이 여행하는 도호쿠 지방은 2011년 동일본 대지진의 참상이 남은 곳으로, 하루키는 재작년 가을 직접 이 지역을 차로 여행했던 경험을 살려 소설 전반에 치유와 재생의 메시지를 담아냈다. 모차르트와 슈트라우스의 오페라, ‘이데아’와 ‘메타포’라는 추상적 개념, 불교적 색채를 지닌 고전소설 등을 주요 모티프로 등장시키면서도 이야기의 골자는 현실의 문제와 밀접하게 맞닿아 있는 셈이다. “나이에서 오는 책임감과 함께, 새로운 것을 만들어가야 한다는 생각이 들었다”는 작가의 의지를 엿볼 수 있는 대목이다.

현실과 비현실, 실재와 관념의 경계를 꿰뚫는 이야기의 힘
대범한 상상력으로 무장한 무라카미 하루키 월드의 집대성

1979년 『바람의 노래를 들어라』로 군조신인문학상을 수상하며 데뷔한 이래 작가 인생 40여 년. 한때 개인주의와 허무주의를 대표하는 청춘의 전유물로 여겨지기도 했던 무라카미 하루키의 문학은 이제 세대와 국경을 아우르는 하나의 브랜드가 되었다. 『기사단장 죽이기』는 무라카미 하루키가 지금까지 구축해온 작품세계를 다양하게 변주하며 현세대 독자에게 던지는 메시지이자, 소설 속 그림 <기사단장 죽이기>가 그렇듯이 한 사람의 예술가로서 내면 깊은 곳까지 내려가 농축한 결과물이다. 현대사회에서 장편소설이라는 형식의 이야기가 어떤 힘을 지니는지, 소설가가 안팎의 문제에 맞서 싸워나가는 방법은 무엇인지, 그동안 ‘무국적 작가’로 불려온 하루키가 자신만의 방식으로 내놓은 대답을 이 작품을 통해 확인할 수 있을 것이다.

‘이것이 하루키다!’라고 말할 수 있는 요소가 전부 담겨 있다. 당신은 완벽하게 하루키 월드의 장치에 빠져버릴 것이다. 나무 구멍에 빠진 앨리스처럼. _북 아사히

상실과 회복을 주제로 다른 세계를 경험하고 돌아오는 모험. 그만의 키워드가 속속 등장해 그야말로 무라카미 하루키의 베스트 앨범 같다. _산케이 뉴스

표면적인 줄거리를 따라갈 수도 있지만, 각 대화와 에피소드는 읽는 사람에 따라 다른 의미를 지닌다. 매우 다의적이고 다층적인 이야기가 의도적으로 구축되어 있다. _요미우리 신문

장편소설은 트위터나 페이스북 같은 다양한 SNS와 대치중입니다. 단문이 소비되는 요즘, 읽기 시작하면 멈출 수 없는 글을 쓰는 것이 저에게는 중요한 일입니다. 이야기라는 것은 즉각적인 효력은 없지만 시간의 도움을 얻어 반드시 인간에게 힘을 준다고 믿습니다. 그리고 되도록 좋은 힘을 주고 싶다는 것이 저의 바람입니다. _무라카미 하루키(아사히 신문 인터뷰, 2017.4.17.)


● 인상적인 문장들

시간이 흐른 뒤 돌이켜보면 우리 인생은 참으로 불가사의하게 느껴진다. 믿을 수 없이 갑작스러운 우연과 예측 불가능한 굴곡진 전개가 넘쳐난다. 하지만 그것들이 실제로 진행되는 동안에는 대부분 아무리 주의깊게 둘러보아도 불가해한 요소가 전혀 눈에 띄지 않는다. 우리 눈에는 쉼없이 흘러가는 일상 속에서 지극히 당연한 일이 지극히 당연하게 일어나는 것처럼 비치는 것이다. (1권 94~95쪽)

깊숙이 들여다보면 어떤 인간이든 저 안쪽에 반짝이는 무언가를 갖고 있기 마련이다. 그것을 잘 찾아내어, 혹시 표면이 뿌옇다면(뿌연 경우가 더 많은지도 모른다) 헝겊으로 말끔히 닦아준다. 그런 마음가짐이 으레 작품에 배어나기 때문이다. (1권 27쪽)

즉 우리 인생에는 현실과 비현실의 경계가 잘 보이지 않을 때가 왕왕 있다는 말이죠. 그 경계선은 꼭 쉬지 않고 오락가락하는 것처럼 보입니다. 그날 기분에 따라 멋대로 이동하는 국경선처럼요. 그 움직임에 각별히 주의해야 합니다. 안 그러면 자신이 지금 어느 쪽에 있는지 알 수 없어지니까요. (1권 340쪽)

이른바 난징학살사건입니다. 일본군이 격렬한 전투 끝에 난징 시내를 점령하고 대량 살인을 자행했습니다. 전투중의 살인도 있고, 전투가 끝난 뒤의 살인도 있었죠. 포로를 관리할 여유가 없었던 일본군이 항복한 군인과 시민 대부분을 살해해버린 겁니다. 정확히 몇 명이 희생되었는지 세부적인 수치는 역사학자들 사이에도 이론이 있지만, 어쨌든 엄청난 수의 시민이 전투에 휘말려 목숨을 잃었다는 것은 지울 수 없는 사실입니다. 중국인 사망자 수가 사십만 명이라는 설도 있고, 십만 명이라는 설도 있지요. 하지만 사십만 명과 십만 명의 차이는 과연 무엇이라고 할 수 있을까요? (2권 88쪽)

늙는다는 것은 어쩌면 사람에게 죽음보다 더 뜻밖의 사건일 것이다. 그것은 사람의 예상을 훨씬 뛰어넘는 일이다. 자신이 이 세상에 생물학적으로(그리고 사회적으로) 더이상 존재하지 않아도 된다고, 어느 날 누군가가 또박또박 알려주는 것. (2권 190쪽)

커다란 유리창에 얼굴을 대고 바깥에 펼쳐진 태평양을 바라보았다. 수평선이 하늘에 바짝 다가가 있었다. 나는 그 똑바른 선을 끝에서 끝까지 눈으로 좇았다. 그토록 길고 아름다운 직선은 어떤 자를 써도 인간의 손으로는 그을 수 없다. 그리고 그 선 아래에는 무수한 생명이 약동하고 있을 터였다. 이 세계는 무수한 생명과, 그리고 그것과 같은 수의 죽음으로 가득하다. (2권 333~334쪽)

어떻게 해야 마음을 한곳에 잡아둘 수 있단 말인가? 애당초 마음이란 어디에 있는가? 나는 몸속을 순서대로 떠올려보았다. 그러나 마음은 어디서도 보이지 않았다. 내 마음은 대체 어디에 있지?
“마음은 기억 속에 있어. 이미지를 먹으며 살아가는 거야.” (2권 418쪽)

그는 비밀을 지님으로써 이 세상에서 자기 존재의 균형을 교묘히 컨트롤한다. 그에게 비밀은 서커스의 외줄타기 곡예사가 들고 있는 장대 같은 것이다. (2권 568쪽)

사람은 무언가를 정말 간절하게 원하면 그것을 성취할 수 있다. 어떤 특수한 채널을 통해 현실이 비현실이 될 수 있다. 혹은 비현실이 현실이 될 수 있다. 만약 간절히 염원한다면. 하지만 그것이 사람이 자유롭다는 사실을 증명하지는 않는다. 그것이 증명하는 건 오히려 그 반대의 사실인지도 모른다. (2권 217~218쪽)

구매가격 : 11,500 원

기사단장 죽이기 2

도서정보 : 무라카미 하루키 | 2020-04-08 | EPUB파일

지원기기 : PC / Android / iOS

아내의 갑작스러운 이혼 통보 후,
나는 산꼭대기 집에서 새로운 생활을 시작했다.
외딴섬처럼 고독하고도 평화로운 나날이었다.
기사단장이 나타나기 전까지는……

『1Q84』 이후 7년,
무라카미 하루키의 모든 것이 여기 있다!

무라카미 하루키가 7년 만에 선보인 본격 장편소설 『기사단장 죽이기』(1권 「현현하는 이데아」, 2권 「전이하는 메타포」) 한국어판이 7월 12일 출간된다. 지난 2월 24일 일본 신초샤에서 출간한 지 138일 만이다. 일본 출간 당시 130만 부 제작 발행으로 화제가 되었다.

일본 출판계에서도 전례가 없던 초판 부수와 책에서 작중인물의 입을 통해 언술되는 ‘난징학살사건’에 대한 일본 현지의 이슈가 우리 언론을 통해 실시간으로 보도되면서 책에 대한 관심과 기대가 한껏 고조되어 출판사로 한국어판 출간에 대한 문의가 빗발치기도 했다.

하지만 우리는 이번 책을 준비하면서 조심스럽게 접근하자는 생각이었다. 대형 도매서점인 송인의 부도로 시작된 올해 도서시장이 아직 회복되지 않았기 때문이고, 6월까지만 해도 한강과 김영하 등 특수한 사례를 제외하면 전반적으로 소설판매가 부진한 상황이었다. 섣불리 초기에 힘을 쏟기보다는 출간 이후 독자들의 입소문을 타고 판매상승을 꾀하는 게 낫다는 판단이었다. 일단 작품의 완성도와 몰입도에 확신이 있으니까 가능한 판단이었다. 그래서 10만 세트(20만 부)를 준비했던 『1Q84』 때와 달리 『기사단장 죽이기』는 5만 세트(10만 부)만 준비하기로 했다. 길게 보고 천천히 가자는 생각이었다.

출간 전 3쇄 돌입, 총 30만 부 제작

그런데 6월 30일 예약판매를 시작하자마자 반응이 뜨거웠다. 예판 2~5일 만에 온라인 4대 서점 베스트셀러 순위에서 나란히 1, 2위를 차지한 것이다. 순위만이 아니라 서점에서 집계해서 알려주는 실제 판매 속도 역시 『1Q84』보다 빨랐다. 기대 이상의 반응이었다. 예판을 시작한 지 4일 만인 7월 4일에 2쇄 5만 세트(10만 부) 증쇄에 들어갔다. 하지만 10만 세트(20만 부)로도 서점들에서 요청하는 초기 배본부수를 맞추기 어렵다는 의견이 있고, 양장본이어서 제작기일이 오래 걸린다는 점을 고려하여 7월 10일 5만 세트(10만 부) 3쇄 제작에 들어갔다. 총 30만 부 제작이다. 출간도 하기 전에 권당 15만 부를 찍기도 처음이었고, 예약판매 기간중 3쇄에 들어가는 것도 문학동네로서는 처음 있는 일이다.

이러한 초기반응은 어쩌면 예약판매를 동네서점들과 함께 한 덕도 있지 않을까 생각한다. 문학동네는 지난 6월 김애란 소설집 『바깥은 여름』과 박준 첫 산문집 『운다고 달라지는 일은 아무것도 없겠지만』을 예약판매하면서 동네서점들과도 함께 했는데, 『기사단장 죽이기』 역시 동네서점들과 예약판매 이벤트를 함께 진행했다. 김애란과 박준의 신간 예약판매를 함께 하자고 제안했을 때 “예약판매는 온라인 친화적”이라는 이유로 반신반의했던 동네서점들이 SNS를 통해 완판소식을 속속 전하면서 이번 『기사단장 죽이기』의 예판 이벤트 참여율은 더욱 높아졌다. 대형 온라인 서점들에만 특화되어 있던 예약판매 이벤트를 동네서점들에게까지 확대함으로써 동네서점들이 어렵사리 확보한 기존 단골고객들의 이탈을 막고 안정적인 수익을 올리는 데 도움이 되었으면 하는 마음으로 시작한 이벤트인데 결과적으로 출판사가 도움을 받지 않았나 싶다.

『1Q84』에 이어 또 한번의 하루키 열풍을 기대할 수 있을까. 2014년 세월호의 비극 이후 한동안 책을 내기를 저어해왔던 국내작가들이 최근 들어 활발하게 소설을 출간하는 것과 때를 맞춰 무라카미 하루키의 본격 장편소설이 출간된다. 이로써 다시 소설시장이 열리기를, 그동안 ‘이야기’에 굶주려 있던 우리 소설 독자들을 흠뻑 적시는 단비가 되기를 기대한다.

이곳은 정말로 현실세계일까?
인생의 공백을 메우려는 이들의 미스터리한 여정

삼십대 중반의 초상화가 ‘나’는 아내에게서 갑작스러운 이혼 통보를 받고 집을 나와서 친구의 아버지이자 저명한 일본화가 아마다 도모히코가 살던 산속 아틀리에에서 지내게 된다. 그리고 어느 날 천장 위에 숨겨져 있던 도모히코의 미발표작인 일본화 <기사단장 죽이기>를 발견한다. 모차르트 오페라 <돈 조반니>의 등장인물을 일본 아스카 시대로 옮겨놓은 듯한 그 그림을 가지고 내려온 뒤로, ‘나’의 주위에서 기이한 일들이 잇달아 일어난다. 골짜기 맞은편 호화로운 저택에 사는 백발의 신사 멘시키 와타루가 거액을 제시하며 초상화를 의뢰하고, 한밤중에 들리는 정체 모를 소리를 좇아 집 뒤편의 사당으로 가보니 돌무덤 아래에서 방울이 울리고 있다. 멘시키의 도움으로 돌무덤을 파헤쳐보니 누군가가 의도적으로 지어놓은 듯한 원형의 석실이 드러난다. 그리고 얼마 후 ‘나’의 앞에 ‘기사단장’이 나타난다. 아마다 도모히코의 그림 속 기사단장의 모습과 똑같은, 수수께끼의 구덩이에서 풀려난 ‘이데아’가.

아내와의 이별, 그리고 고독한 여행, 구덩이와 벽 등의 폐쇄공간, 불가사의한 존재와의 만남, 『기사단장 죽이기』에는 무라카미 하루키의 문학세계 속 독자적인 요소들이 집대성되어 있다. 오페라, 클래식, 재즈, 올드 팝까지 여러 장르의 음악이 적재적소에 배치되어 인물의 심상을 대변하고, 주인공 ‘나’와 멘시키, 그리고 멘시키와 13세 소녀 마리에의 관계는 하루키가 가장 좋아하는 영문학 작품으로 꼽았으며 직접 번역까지 한 스콧 피츠제럴드의 『위대한 개츠비』의 오마주로도 읽힌다. 주인공의 기이한 체험이 본격적으로 시작되면서는 에도시대 작가 우에다 아키나리가 쓴 괴이담 『하루사메 이야기』가 직접 인용되는데, 이 역시 하루키가 예전부터 즐겨 읽으며 “오랫동안 이 이야기를 모티프로 한 소설을 쓰고 싶었다”고 밝혔던 작품이다. 작가생활 초기에 그가 주로 썼던 일인칭 시점으로 돌아온 것도 ‘하루키 월드’의 매력이 한층 짙게 느껴지는 이유다.

현실과 비현실이 절묘하게 융합된 모험담은 『태엽 감는 새』부터 『1Q84』까지 기존 장편소설에서 꾸준히 이어져온 플롯이지만, 이번에는 그에 더해 현대사 속 실제 사건을 접목시킨 것이 특징이라 할 수 있다. 아마다 도모히코는 2차세계대전 당시 오스트리아 빈에 유학중이었다가 나치 저항운동에 휘말렸고, 피아니스트였던 그의 동생은 난징전투에 투입되어 강압적 명령에 의한 학살을 체험하고 그 트라우마를 견디지 못하고 자살한다. 어떤 의도로 창작했는지, 왜 발표하지 않고 천장 위에 숨겨두었는지 수수께끼로 가득한 <기사단장 죽이기>라는 그림에는 그런 거대한 부조리와 폭력에 맞서려 한 노화가의 의지가 생생히 드러나 있다. 또한 ‘나’는 일련의 사건을 겪으며 상실감과 상처를 극복해나가는 동시에 그림이라는 수단을 통해 아마다 도모히코의 의지를 잇는 역할을 한다. 이런 식의 유사 부자관계 역시 전작들에 비해 보다 유기적이고 심층적으로 그려졌다.

또한 ‘나’가 집을 나와 한 달여간 정처 없이 여행하는 도호쿠 지방은 2011년 동일본 대지진의 참상이 남은 곳으로, 하루키는 재작년 가을 직접 이 지역을 차로 여행했던 경험을 살려 소설 전반에 치유와 재생의 메시지를 담아냈다. 모차르트와 슈트라우스의 오페라, ‘이데아’와 ‘메타포’라는 추상적 개념, 불교적 색채를 지닌 고전소설 등을 주요 모티프로 등장시키면서도 이야기의 골자는 현실의 문제와 밀접하게 맞닿아 있는 셈이다. “나이에서 오는 책임감과 함께, 새로운 것을 만들어가야 한다는 생각이 들었다”는 작가의 의지를 엿볼 수 있는 대목이다.

현실과 비현실, 실재와 관념의 경계를 꿰뚫는 이야기의 힘
대범한 상상력으로 무장한 무라카미 하루키 월드의 집대성

1979년 『바람의 노래를 들어라』로 군조신인문학상을 수상하며 데뷔한 이래 작가 인생 40여 년. 한때 개인주의와 허무주의를 대표하는 청춘의 전유물로 여겨지기도 했던 무라카미 하루키의 문학은 이제 세대와 국경을 아우르는 하나의 브랜드가 되었다. 『기사단장 죽이기』는 무라카미 하루키가 지금까지 구축해온 작품세계를 다양하게 변주하며 현세대 독자에게 던지는 메시지이자, 소설 속 그림 <기사단장 죽이기>가 그렇듯이 한 사람의 예술가로서 내면 깊은 곳까지 내려가 농축한 결과물이다. 현대사회에서 장편소설이라는 형식의 이야기가 어떤 힘을 지니는지, 소설가가 안팎의 문제에 맞서 싸워나가는 방법은 무엇인지, 그동안 ‘무국적 작가’로 불려온 하루키가 자신만의 방식으로 내놓은 대답을 이 작품을 통해 확인할 수 있을 것이다.

‘이것이 하루키다!’라고 말할 수 있는 요소가 전부 담겨 있다. 당신은 완벽하게 하루키 월드의 장치에 빠져버릴 것이다. 나무 구멍에 빠진 앨리스처럼. _북 아사히

상실과 회복을 주제로 다른 세계를 경험하고 돌아오는 모험. 그만의 키워드가 속속 등장해 그야말로 무라카미 하루키의 베스트 앨범 같다. _산케이 뉴스

표면적인 줄거리를 따라갈 수도 있지만, 각 대화와 에피소드는 읽는 사람에 따라 다른 의미를 지닌다. 매우 다의적이고 다층적인 이야기가 의도적으로 구축되어 있다. _요미우리 신문

장편소설은 트위터나 페이스북 같은 다양한 SNS와 대치중입니다. 단문이 소비되는 요즘, 읽기 시작하면 멈출 수 없는 글을 쓰는 것이 저에게는 중요한 일입니다. 이야기라는 것은 즉각적인 효력은 없지만 시간의 도움을 얻어 반드시 인간에게 힘을 준다고 믿습니다. 그리고 되도록 좋은 힘을 주고 싶다는 것이 저의 바람입니다. _무라카미 하루키(아사히 신문 인터뷰, 2017.4.17.)


● 인상적인 문장들

시간이 흐른 뒤 돌이켜보면 우리 인생은 참으로 불가사의하게 느껴진다. 믿을 수 없이 갑작스러운 우연과 예측 불가능한 굴곡진 전개가 넘쳐난다. 하지만 그것들이 실제로 진행되는 동안에는 대부분 아무리 주의깊게 둘러보아도 불가해한 요소가 전혀 눈에 띄지 않는다. 우리 눈에는 쉼없이 흘러가는 일상 속에서 지극히 당연한 일이 지극히 당연하게 일어나는 것처럼 비치는 것이다. (1권 94~95쪽)

깊숙이 들여다보면 어떤 인간이든 저 안쪽에 반짝이는 무언가를 갖고 있기 마련이다. 그것을 잘 찾아내어, 혹시 표면이 뿌옇다면(뿌연 경우가 더 많은지도 모른다) 헝겊으로 말끔히 닦아준다. 그런 마음가짐이 으레 작품에 배어나기 때문이다. (1권 27쪽)

즉 우리 인생에는 현실과 비현실의 경계가 잘 보이지 않을 때가 왕왕 있다는 말이죠. 그 경계선은 꼭 쉬지 않고 오락가락하는 것처럼 보입니다. 그날 기분에 따라 멋대로 이동하는 국경선처럼요. 그 움직임에 각별히 주의해야 합니다. 안 그러면 자신이 지금 어느 쪽에 있는지 알 수 없어지니까요. (1권 340쪽)

이른바 난징학살사건입니다. 일본군이 격렬한 전투 끝에 난징 시내를 점령하고 대량 살인을 자행했습니다. 전투중의 살인도 있고, 전투가 끝난 뒤의 살인도 있었죠. 포로를 관리할 여유가 없었던 일본군이 항복한 군인과 시민 대부분을 살해해버린 겁니다. 정확히 몇 명이 희생되었는지 세부적인 수치는 역사학자들 사이에도 이론이 있지만, 어쨌든 엄청난 수의 시민이 전투에 휘말려 목숨을 잃었다는 것은 지울 수 없는 사실입니다. 중국인 사망자 수가 사십만 명이라는 설도 있고, 십만 명이라는 설도 있지요. 하지만 사십만 명과 십만 명의 차이는 과연 무엇이라고 할 수 있을까요? (2권 88쪽)

늙는다는 것은 어쩌면 사람에게 죽음보다 더 뜻밖의 사건일 것이다. 그것은 사람의 예상을 훨씬 뛰어넘는 일이다. 자신이 이 세상에 생물학적으로(그리고 사회적으로) 더이상 존재하지 않아도 된다고, 어느 날 누군가가 또박또박 알려주는 것. (2권 190쪽)

커다란 유리창에 얼굴을 대고 바깥에 펼쳐진 태평양을 바라보았다. 수평선이 하늘에 바짝 다가가 있었다. 나는 그 똑바른 선을 끝에서 끝까지 눈으로 좇았다. 그토록 길고 아름다운 직선은 어떤 자를 써도 인간의 손으로는 그을 수 없다. 그리고 그 선 아래에는 무수한 생명이 약동하고 있을 터였다. 이 세계는 무수한 생명과, 그리고 그것과 같은 수의 죽음으로 가득하다. (2권 333~334쪽)

어떻게 해야 마음을 한곳에 잡아둘 수 있단 말인가? 애당초 마음이란 어디에 있는가? 나는 몸속을 순서대로 떠올려보았다. 그러나 마음은 어디서도 보이지 않았다. 내 마음은 대체 어디에 있지?
“마음은 기억 속에 있어. 이미지를 먹으며 살아가는 거야.” (2권 418쪽)

그는 비밀을 지님으로써 이 세상에서 자기 존재의 균형을 교묘히 컨트롤한다. 그에게 비밀은 서커스의 외줄타기 곡예사가 들고 있는 장대 같은 것이다. (2권 568쪽)

사람은 무언가를 정말 간절하게 원하면 그것을 성취할 수 있다. 어떤 특수한 채널을 통해 현실이 비현실이 될 수 있다. 혹은 비현실이 현실이 될 수 있다. 만약 간절히 염원한다면. 하지만 그것이 사람이 자유롭다는 사실을 증명하지는 않는다. 그것이 증명하는 건 오히려 그 반대의 사실인지도 모른다. (2권 217~218쪽)

구매가격 : 11,500 원

The Brushwood Boy (영어로 세계문학읽기 109)

도서정보 : 러디어드 키플링 | 2020-04-06 | EPUB파일

지원기기 : PC / Android / iOS

Rudyard Kipling의 단편소설 [The Brushwood Boy] 영문판 원서로 읽어 더 깊이 볼 수 있는 [영어로 세계문학읽기] 시리즈입니다. 고전 원작들을 찾아 읽기에는 귀찮고 부담된다고 하지만 실제로 그렇게 어렵지 않답니다. 여러분의 영어 실력이라면 충분히 이해할 수 있는 난이도입니다. 원작의 아름다움을 그대로 느끼며 작가의 손길을 그대로 만나보시죠. ※ 본 도서는 본문이 모두 영어로 되어 있습니다. 이용에 참고 부탁드립니다.

구매가격 : 4,500 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