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의 행렬

도서정보 : 이무영 | 2023-03-21 | EPUB파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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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동 쎅트 시인 이혁 A급 C ─”
하고 외치다시피 하는 소리에 이혁은 소스라치게 놀랐다. 정말 의외였다.
그는 일단 자기의 귀를 의심해 보았었다.
“내가 쎅트? 반동A급?”
그는 자기 고막에 남은 심사원의 탁한 말소리의 여음을 주워모아 다시 한번 음미해 보는 것이었다.
그러나 고막에 남은 여음은 분명히 A였다. B나 C라면 좀더 강한 여음이었을 것이다. 거기에는 유하고 부드러운 진동밖에 남아 있지 않았었다. 에이 ─ 정녕 쎅트 A라 했다. 반동이라 했고 또 A라 했다! 끝은 분명 C였다.
‘잘못이겠지! 무슨 착오겠지!’
이혁은 이렇게 생각했었다. 자위하자는 데서가 아니었다. 어디다 내세워도 부끄러울 데 없는 혁이었다. 해방 이후 꾸준히 반동분자들과 비린내가 훅훅 끼치는 투쟁을 해온 자기가 아니냐? 그 이혁이가 반동이 될 리가 있었던가?
쎅트란 더욱 말이 안 되었다.
이념이 똑같다면서도 장안파니 정통파니 하고 싸움질을 할 때는 참석도 못한 혁이었지만, 근로니 인민이니 같은 공산당이 남북으로 나뉘고 소련파다,
조공파다, 그것이 다시 김일성과 박헌영, 무정 등의 직계니, 방계니 하고 주먹질을 했을 때도 그는 초연히 앉아서 자기의 할일만 꾸준히 해온 사람이었다.
“동무들! 일에 파가 무슨 파가 있소? 우리는 오직 일만 하는 파가 됩시다.”
이렇게 말해온 혁명시인 이혁이었었다. 그 혁이한테 쎅트란 당치도 않은 말이다.
“오해다. 그렇지 않으면 모략이고…”
끝내 이혁은 이렇게 생각했었다. 믿었었다. 그렇기에 그는 처음에는 조금도 두려워하지 않았었다. 자기의 정체가 드러난다면 그들은 백배사죄하리라 했던 것이다. 아니 그는 유쾌하기도 했었다. 그것은 마치 진짜 형사가 가짜 형사한테 끌리어갈 때와 같은 근지러움이었다.
“어디로 가는가 보라지? 어디로 가서 뭐라고 하는지?”
혁은 이렇게 생각하고 혼자 속으로 웃고 있었다. 사실 이혁을 반동이라 함은 당치가 않았다. 쎅트란 말은 더욱 조작이었다.

구매가격 : 500 원

생의 반여

도서정보 : 김유정 | 2023-03-21 | EPUB파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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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36년 8, 9월 <중앙(中央)>에 발표된 김유정의 중편소설이자 김유정이 가족과 자신이 연모했던 박록주 이야기를 차용한 자기서사 소설. 연재 도중 세상을 떠나 미완소설로 남아있다.

구매가격 : 500 원

차부

도서정보 : 윤기정 | 2023-03-21 | EPUB파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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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기정의 작품세계는 노동자들의 삶의 고통과 착취의 현실을 비판적으로 그려냈으며, 계급문학운동의 이념적 요구를 기계적으로 반영한 것이 많다.

구매가격 : 500 원

사의 행렬

도서정보 : 이무영 | 2023-03-21 | EPUB파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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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동 쎅트 시인 이혁 A급 C ─”
하고 외치다시피 하는 소리에 이혁은 소스라치게 놀랐다. 정말 의외였다.
그는 일단 자기의 귀를 의심해 보았었다.
“내가 쎅트? 반동A급?”
그는 자기 고막에 남은 심사원의 탁한 말소리의 여음을 주워모아 다시 한번 음미해 보는 것이었다.
그러나 고막에 남은 여음은 분명히 A였다. B나 C라면 좀더 강한 여음이었을 것이다. 거기에는 유하고 부드러운 진동밖에 남아 있지 않았었다. 에이 ─ 정녕 쎅트 A라 했다. 반동이라 했고 또 A라 했다! 끝은 분명 C였다.
‘잘못이겠지! 무슨 착오겠지!’
이혁은 이렇게 생각했었다. 자위하자는 데서가 아니었다. 어디다 내세워도 부끄러울 데 없는 혁이었다. 해방 이후 꾸준히 반동분자들과 비린내가 훅훅 끼치는 투쟁을 해온 자기가 아니냐? 그 이혁이가 반동이 될 리가 있었던가?
쎅트란 더욱 말이 안 되었다.
이념이 똑같다면서도 장안파니 정통파니 하고 싸움질을 할 때는 참석도 못한 혁이었지만, 근로니 인민이니 같은 공산당이 남북으로 나뉘고 소련파다,
조공파다, 그것이 다시 김일성과 박헌영, 무정 등의 직계니, 방계니 하고 주먹질을 했을 때도 그는 초연히 앉아서 자기의 할일만 꾸준히 해온 사람이었다.
“동무들! 일에 파가 무슨 파가 있소? 우리는 오직 일만 하는 파가 됩시다.”
이렇게 말해온 혁명시인 이혁이었었다. 그 혁이한테 쎅트란 당치도 않은 말이다.
“오해다. 그렇지 않으면 모략이고…”
끝내 이혁은 이렇게 생각했었다. 믿었었다. 그렇기에 그는 처음에는 조금도 두려워하지 않았었다. 자기의 정체가 드러난다면 그들은 백배사죄하리라 했던 것이다. 아니 그는 유쾌하기도 했었다. 그것은 마치 진짜 형사가 가짜 형사한테 끌리어갈 때와 같은 근지러움이었다.
“어디로 가는가 보라지? 어디로 가서 뭐라고 하는지?”
혁은 이렇게 생각하고 혼자 속으로 웃고 있었다. 사실 이혁을 반동이라 함은 당치가 않았다. 쎅트란 말은 더욱 조작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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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을 만드는 지혜

도서정보 : 쇼펜하우어 | 2023-03-20 | EPUB파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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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의 행복에 대해 그리 관대한 편이 아닌 세상에게 그래도 의연한 목소리로 할 말이 있다면 내 안의 행복이 얼마나 소중한 빛으로 채색되어 있는가 하는 것이다. 시인이라고 해서 불행을 이기는 뾰족한 수를 알고 있는 것도 아닌데, 사람들은 곧잘 자신들의 불행에 관한 고민을 내게 털어 놓곤 한다. 어떤 원인으로 행복하지 않던 간에 그 사람들의 마지막 레파토리는 항상 똑같은 말로 끝이 난다. 왜 나는 남보다 불행한 것인지 그 이유를 모르겠다는 것이다. 주제넘은 위로의 말이랍시고 건넸던 내 이야기가 그들에게 과연 얼마나 도움이 됐을지 모르겠으나, 행복에 관한 그들의 오류에 대해서는 늘 안타까운 마음이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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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의 꿈

도서정보 : 손보미 | 2023-03-18 | EPUB파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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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학상 수상도서>이상문학상

구매가격 : 11,600 원

에리카의 일기

도서정보 : 사연선, 사연지 | 2023-03-17 | PDF파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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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괴짜친구 미야와 함께 있으면 황당한 일들이 벌어진다”

나는 갑자기 불안한 예감이 들었다.
“잠깐! 데, 데이지! 멈춰!”
하지만 이미 늦었다.
“봤지? 아무 일도… 일….”
데이지가 말하려는 순간, 아주 강력한 바람이 불어와
나와 데이지, 미야는 땅에서 솟구쳐 올랐다.
그리고 어디론가 휩쓸려 갔다.

구매가격 : 6,000 원

삼송 사피엔스

도서정보 : 최정철 | 2023-03-17 | EPUB파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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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창씨개명짜가 어드레서 남아 있슴메? 지기럽다이?”
그는 한 번 뱀눈으로 쪼옥 쏘아보고는 곧 호적부에 뭐라 휘적대더니 이렇게 말했다.
“동무, 즉금 서울이 해방된 아주 됴온 날이라 내 맘세르 쓰우다. 스즈끼라는 썩어질 반동 이름으 대신 삼칠년 삼월 칠일 생을 따서리 삼칠로 했수다. 됴온 이름이니까니 앞으로 개당하게 쓰기 바라우다.”
그때부터 삼칠이라는 이름이 생겨났고 그가 장성했을 때 섰다판에서 하고한 날 이름 따른다고 삼칠 패만 잡는 바람에 망통 별명까지 덧붙여지면서 전설로 전해지는 삼칠 망통 이름이 삼송리에서 불리게 된 것이다.
“근데 요놈들이 먼저 자리 잡고 살던 네안이고 에렉이들을 죄 죽였다네? 여기 우리 삼송리도 딱 보면 그 꼴이여, 이게. 아파트 단지들 생기면서 사람들 얼마나 새로 들어왔는가? 그 인간들이 바로 호모 사피엔스다 그거여, 내가 보기엔. 그러면 우리는 뭐냐? 그 인간들한테 잡아 먹히는 신세이고. 그래서 내가 이름 좀 붙여봤다 이건데, 우리는 삼송 사피엔스다~. 어때? 니들이 호모 사피엔스이면 우리 삼송리 사람들은 삼송 사피엔스, 그것도 잡아 먹히는 게 아니라 같이 맞붙어 싸우는 삼송 사피엔스! 응?”
“삼송 사피엔스라, 거 그럴 듯하다! 우리는 저 호모 사피엔스 놈들에게 절대 잡아먹히지 않는 삼송 사피엔스라~!”
문 단장은 감탄과 함께 새삼스럽다는 눈길로 영규를 바라보았다.

구매가격 : 9,000 원

축구전

도서정보 : 강경애 | 2023-03-15 | EPUB파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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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마권 파는 입구에는 벌써 지화가 들이몰리여 사무원이 미처 손놀리기가 바쁜 모양이다. 그들은 저 지화를 바라보며 이때까지 느껴보지 못한 어떤 욕심을 부쩍 느꼈다. 저것을 가지면 선수들이 신고싶어하는 축구화도 살수 있고 쌀밥도 해서 배가 부르도록 먹일터인데. 그러면 이번에는 꼭 승리를 할터이지 하며 아침에 조밥을 먹고 출전한 동무들의 그 모양이 애처롭게 떠오른다. 글쎄 조밥을 먹고야 어찌 이긴담! 그 해진 지까다비를 신고야 어찌 뽈을 찬담!
방금 동무들의 발끝에 채여 돌아가는 뽈은 축구화를 신은 적에게 무참히도 빼앗겨 기가 말라 쫓아가는 동무들의 모양이 뚜렷이 보인다. 그들은 가슴이 송구해졌다. 그래서 다시 한번 돈뭉치를 들고 달아나고싶었다. 그러나 그것은 쓸데없는 맘뿐임을 깨달으며 가볍게 한숨을 몰아쉬였다.
벨이 또다시 운다. 경기장에서는 말발굽소리와 함께 사람들의 환호소리가 우뢰같이 일어난다. 그들은 이 소리가 저편 축구장에서 오는 동무들의 힘찬 응원소리 같아서 기운이 버쩍 나는것을 등허리에서 땀이 나도록 느꼈다.
《아이 어쩌면!》
동무 하나가 거의 울듯이 중얼거린다. 그들은 일시에 시선을 마주치고 헤여졌다. 그들의 눈에는 어느덧 눈물이 글썽글썽했다.

구매가격 : 500 원

자화상

도서정보 : 윤기정 | 2023-03-15 | EPUB파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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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그림을 시작한지 그럭저럭 십년이란 세월이 흘러가매 없는 살림을 억지로 쥐어짜 그린 그림이라 그다지 적지는 않았다. 그래 수 삼년 전부터 나의 미술생활을 이해하는 친한 친구간에 몇번이나 나를 위하여 나의 개인전람회를 암암리에 계획하는 것을 눈치 챌 적마다 나는 한사코 그들을 말렸다.
세상에 내놓기는 아직 미숙하다는 것이 언제든 유일의 구실이었다. 허면 그들은 ‘어느 때가 와야 익숙해지느냐’고 반문한다.
‘이만하면 하는 자신이 있기 전에는’하고 나는 빙그레 웃는다. 그러면 그들도 하는 수없이 계획했던 것을 중지해 버리고 만다. 그리고 나면 반드시 선전에 출품하기를 권하였다. 나는 그것조차 즐기지 않았다. 그리하여 여러 친구들이 나를 가리켜 괴벽한 성질을 가진 사람이라고 만나서나 또는 뒷공론을 하는 줄 나도 잘 알고 있었지마는 사실 그들은 내 그림을 어떻게 보고 어떻게 생각해 그러는지는 몰라도 나 자신으로는 여러 사람 눈앞에 내놓을 시기가 아직 아니라고 굳은 신념을 가졌기 때문이었다.
이래 내려오다가 처음으로 정물 한장을 선전에 내어논 것이 특선이 되었고 특선 중에도 평판이 가장 좋았기 때문에 만나는 친구한테마다 치하를 받았었고 또 어떤 친구한테는
“이제도 미숙인가? 그래도 자신이 없나?”
하고 정에 겨운 빈정거림을 받았다.
그들 사이에는 또 개인전람회 이야기가 이번에는 아주 구체적으로 도는 모양이었다. 그들의 서두는 품이 규모가 크게, 꽤 굉장히 벌릴 모양이었다.
나로서는 이번이야말로 말릴 수는 없었지마는 그리 왁자지껄 떠들고 싶지는 않았다. 그리하여 그들과 여러차례 다툰 끝에 서울 어느 조그마하고 얌전한 찻집에서 일주일동안만 열기로 작정되었다. 그 찻집주인으로 말하면 미술뿐만이 아니라 음악 또는 문학에도 이해를 가지고 있는 사람이다. 그전에는 한때 희곡도 썼고 시도 썼다고 한다. 그와 내가 사귀기도 그 찻집이었지만 사람된 품이 지나칠만치 드문 호인이라 사귄지 불과 이년동안에 무척 친한 사이가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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