춘천은 가을도 봄

도서정보 : 이순원 | 2021-05-21 | EPUB파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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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락한 새는 다시 비상할 수 있을까?
한 청춘의 방황과 발견, 작별과 성숙의 이야기
“이 소설은 비틀거리고 방황하는 청춘에게 따뜻한 위안을 건넨다. 당신의 얼룩은 그저 실패로 남는 것이 아니라 당신이라는 초상화를 만드는 소중한 흔적이라고. 도요새는 그렇게 날아오르게 되었노라고 말이다.”
_김나정(문학평론가·소설가)

구매가격 : 9,800 원

술과 바닐라

도서정보 : 정한아 | 2021-05-21 | EPUB파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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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혼, 미혼, 그리고 비혼,
각각의 길이 서로 다른 행복으로 통하리라는 믿음
2020 김승옥문학상 우수상 수상작 「바다와 캥거루와 낙원의 밤」 수록!

상실이 남긴 빈자리를 담담하게 받아들이고 앞으로 나아가는 매력적인 인물들을 선보여온 소설가 정한아의 세번째 소설집 『술과 바닐라』가 출간되었다. 정한아는 2005년 대학생 신분으로 등단한 이래 생애주기마다 맞닥뜨린 고민들을 깊이 곱씹어 작품 속에 녹여왔다. 그렇게 작가 자신과 함께 성장해온 소설들은 인간의 삶의 궤적과 긴밀히 조응하며 세대를 불문하고 많은 독자들의 공감을 이끌어냈다.

이제 정한아는 사십대에 접어들며 펴내는 이 소설집에서 아이를 낳아 기르는 여성의 삶을 집중 조명한다. 작가는 여성 소설가이자 두 아이의 어머니로서 일과 가정 사이에서 느낀 갈등을 각기 다른 상황에 놓인 인물들을 통해 다양하게 형상화한다. 유독 여성의 삶에서 결혼과 출산은 한번 넘어서면 이전의 상태로 되돌아갈 수 없는 높은 문턱처럼 여겨지고, 그 결과 여성들은 삶의 형태를 자유롭게 선택하는 데 어려움을 겪는다. 정한아 소설은 이 비가역성을 감수하고 새로운 세계로 발걸음을 내디딘 인물들의 희로애락을 가감 없이 드러내며, 모든 여성들이 각자의 삶뿐만 아니라 서로의 ‘가지 않은 길’에 대해서도 이해해나갈 수 있는 소통의 장을 열어 보인다.

구매가격 : 9,500 원

먹는 사람

도서정보 : 헤론님 | 2021-05-21 | EPUB파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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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느 날 갑자기, 다른 사람들이 뭘 먹었는지 보이기 시작했다!
빚을 갚기 위해 택배 상하차 일을 하며 허리가 아작나고 있던 근호에게 갑자기 다른 사람들이 뭘 먹었는지 보이기 시작한다!
근호에 눈에 보이는 것은 방금 전에 먹은 음식이 머리 위에 떠 있는 사람들.
당황스럽지만 점점 다른 사람에게는 보이지 않는 자신만의 눈으로 사람들을 분류하기 시작하는 근호. 어떤 사람이든 그 사람의 본 모습을 꿰뚫어 볼 수 있게 된 근호는 하는 일마다 성공하기 시작하고.
그러던 어느 날. 머리 위에 사람이 떠 있는 사람을 보게 되는데…

구매가격 : 3,000 원

n의 초상

도서정보 : 이연호 | 2021-05-21 | EPUB파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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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역은 복희씨가 만든 64괘에 문왕이 괘사를 짓고 그 아들 주공이 효사를 지은 것이 본문의 전부이다.
그런데 괘사와 효사만 놓고 보면 매우 간략해서 일반인은 도대체 무슨 뜻인지 조차 이해하기가 어렵다.
또한 주역이 애초에 점서로 쓰인 것은 맞으나 주역 자체로는 점을 칠수도 없다.
그래서 나온 것이 『하락이수』이다.
하락이수를 공부하려면 명리학에서 음양학의 기초가 선행되어야 하는가 하면 당연히 주역을 함께 공부해야 한다.
대부분의 사람들은 주역이 훌륭한 책이라는 얘기만 듣고 덜컹 책부터 샀다가 한문 울렁증 때문에 포기했던 경험을 갖고 있을 것이다.
본서는 그 점에 착안해서 주역을 함께 공부할 수 있는 방법을 찾고자 노력하였으며, 한문 울렁증을 없애기 위해 한자 사용을 최대한 자제하면서도 주역 본래의 뜻이 훼손되지 않게 하기 위해서 주역의 원문(原文)인 괘사와 효사 그리고 하락이수의 점사는 필자의 연구를 뛰어 넘는 학인들의 해석과 판단의 여지를 위해 원문과 한글을 병기하였다.

구매가격 : 8,400 원

시간의 황야를 찾아서

도서정보 : 천영애 | 2021-05-20 | EPUB파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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운명의 황야를 떠도는 시간

떠돌이의 삶을 동경한 적이 있다. 나는 아마도 북방 유목민족의 후손이라서 한곳에 정주하고 사는 삶은 태생적으로 맞지 않다고 생각했다. 불현듯 낯선 길 위에 서 있는 나를 볼 때마다 느껴지던 안도감은 얼마나 설렘을 동반하던가. 그렇게 세월이 흐르고, 이제 다닐 만큼 다녔다고 생각될 즈음, 낯익은 것들이 새롭게 보이기 시작했다. 그 숱한 세월 동안 나는 과일의 단단한 껍질을 겨우 밟고 다니면서 그것이 전부라고 생각했다. 그런데 알고 보니 달콤하고 부드러운 과육의 속살은 내가 다녔던 길에서 비켜 있었다.
안개가 자욱하여 한 치 앞도 보이지 않는 산길을 오르고 올라 당도한 영양의 황씨부인당이나 봉감모전 오층석탑은 내 오랜 방랑의 길을 허무하게 만들어 버렸다. 평생 단 한 번도 마음에서 떠나보내지 않았던 문학작품의 문장이 주저앉은 가슴속을 스치고 지나갔다. 처음으로 문학의 길을 더듬어 보자는 생각이 문득 들었다. 문학은 곱게 화장한 얼굴을 드러낸 곳에 있는 것이 아니라 황씨부인당의 거칠고 익숙하지 않은 신당 공간이나, 어느 아득한 세월에 쌓아 올렸을지 모르는 석탑의 민낯에 있을 것이었다.
지금까지 문학 답사를 다녔던 그 많은 곳들은 돌이켜 보면 잘 다듬어진 여인의 아름다운 얼굴처럼 인위적으로 공간을 조성한 헛된 곳들이었다. 작품 속의 가슴 저미던 문장들은 깊숙이 숨겨진 곳, 구태여 찾지 않으면 드러나지 않는 곳들에 그 행간을 숨기고 있었다.
한 곳을 다녀오면 다음 곳이 자연스럽게 떠올랐고, 가지 않은 많은 길이 은빛 물결처럼 일렁거렸다. 신기루처럼 떠오르던 상상 속의 길에 문장이 춤을 추었다. 이 글을 쓰는 동안 나는 다시 지난 수십 년간 내 문학의 행적을 되돌아보아야 했고, 그 행적이 쓰라린 날은 문장이 흘러가는 공간에 한참을 멍하니 앉아 있어야 했다.
길 위에 서 있는 동안 때로는 혼자서, 때로는 동행이 있었지만 나는 언제나 혼자였다. 문학은 결국 혼자서 하는 고독한 작업이라는 생각은 길에서도 마찬가지였다. 동행이 있다 해도 보는 것이 다를 것이고, 머릿속에 떠오르는 문장은 다를 터였다.
그러다가 나는 문득, 병이 났다. 가을이면 다시 가고자 했던 길들이 아른거렸지만 나는 병 앞에 주저앉아야 했다. 시간과 공간은 나를 기다려주는 것이 아니라 내가 그곳을 향해 달려가야 하는 것임에도 나는 달려가기는커녕 그 공간과 시간을 만나기 위해 읽으려고 했던 책조차 읽을 수가 없었다. 그래서 나는 운명이라는 중후한 언어 앞에 무릎을 꿇었다. 운명이 나를 다시 길 위에 세운다면 나는 시간을 거슬러 그 공간과 시간 속으로 들어갈 것이지만 그렇지 못한다면 나의 역마는 여기서 막을 내릴 것이다. 운명이라는 언어의 막막함 앞에서 나는 천천히 미래의 시간을 그려본다. 과거의 시간이 미래의 시간과 중첩되어 내가 함부로 다스렸던 현재의 시간이 삭아 내렸다. 현재는 과거의 시간이었고, 과거의 시간을 천천히 다스리지 못한다면 내게 현재도 없을 터이다.
글을 쓰기 위해 갔던 곳을 또 다녀오기를 거듭했지만 갈 때마다 그곳은 내가 다녀왔던 그곳이 아니었다. 시간이 변하고 있으니 공간도 변하고, 살아있는 것들도 변해갔다. 시간의 엄중함은 막막한 황야처럼 때마다 다르게 다가왔다.
전부 안다고 생각했던 문학작품과 작가와 그들이 살았던 공간은 알고 보니 전혀 모르는 곳들이었다. 수없이 가봤던 곳들은 처음 가보는 곳처럼 낯설었다. 그나마 다행인 것은 오십 년이 넘도록 한 번도 문학의 곁을 떠나본 적이 없다는 것이다. 글자를 처음 익혔던 다섯 살 무렵부터 나는 책을 붙들고 살았고, 이 글을 쓰는 내내 내가 읽었던 책의 문장들이 거짓말처럼 흘러나왔다.
운명이 나를 다시 되살려 준다면 이 작업은 계속될 것이다. 나는 다만 운명에 내 삶을 맡길 뿐이다.
여전히 나의 글을 기다려주는 학이사 대표님께 감사드린다. 지켜보고 기다리는 출판사가 있어 글쓰기는 믿음이 된다. 햇살이 좋은 날이면 천천히 걸어 학이사에 가는 그런 산책을 오래 하고 싶다.

2020년 10월
천영애

구매가격 : 9,300 원

봄의 신부

도서정보 : 장정옥 | 2021-05-20 | EPUB파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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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간이고, 시간의 역사인

두 번째 소설집 『봄의 신부』는 無에서 시작되었다. 인간의 삶과 죽음, 있음과 없음, 존재와 부재의 공통어를 찾다가 無를 찾아내기에 이르렀다. 無는 없음을 뜻하고, 완벽하게 비어 있는 상태의 0을 말함이 아닌가. 그리스에서 시작된 0의 기원은 없는 것을 나타내려는 의문에서 시작되었다. 0은 신의 언어이며, 없다고 말하는 순간 있는 것이 되고 마는 숫자였다. 없다고도 있다고도 단정하기 어려운 죽음처럼. 그 기호 속에 인간의 역사가 숨 쉬고 있다.
‘죽음’이란 화두가 나를 여기로 이끌었다. 예고 없이 닥치는 불행 앞에 우리는 얼마나 속수무책이었던가. 천안함 사고와 대구지하철화재참사를 비롯한 사회적 참사로 많은 사람들이 함께 아파하며 서로의 버팀목이 되어주었다. 좀 늦었지만, 이제는 말할 수 있을 것 같아서 대구지하철화재참사와 천안함 사고를 소설에 담아서 세상에 내보낸다. 대구지하철화재참사를 소설에 담기까지 17년이라는 시간이 흘렀다. 장편소설도 아닌 경장편소설 한 편 쓰는 게 그리도 힘들었을까? 필력이 부족한 탓임을 알고도 그 소재에서 벗어나지 못했다. 내가 태어나고 자란 내 고향 사람들의 얘기여서 더 쓰기가 어려웠을 것이다.

죽음이 무엇인지.
無에서 생성된 개체가 긴 생애를 거쳐 마침내 발현이 시작되는 곳에 이르게 되는 그것, 영원회귀. 삶의 도정에서, 혹은 완성되는 극점에서 맞게 되는 그 본성으로의 회귀는 인간의 시작이기도 하고 끝이기도 하다.
『봄의 신부』는 불현듯 세상을 떠나야 했던 이들을 위한 레퀴엠Requiem이다. 2003년 2월 18일 대구지하철 1호선에서 홀연히 사라진 192명의 희생자들과 2010년 3월 26일 천안함 사고로 세상을 떠난 46명의 젊은 영령들에게 드리는 진혼곡이자 숭고한 미사라는 마음으로 소설을 썼다. 눈물로 얼룩진 잔인한 봄이었다. 더 잘 쓰지 못해서 죄송하다는 말씀을 드린다. 글을 쓰며 가장 염두에 둔 것은 이제라도 편안히 잠드셨으면 하는 바람이었다.

‘I am….’
그들의 떨리는 목소리가 채 가시지도 않았는데 어느새 17년이 지났다. 그들이 무엇을 위해 살았고 어떤 가치를 추구하며 살다 갔는지, 시간은 아무것도 말해주지 않는다. 비어 있는 그들의 자리에 돌처럼 굳어버린 숫자 0과 영원회귀라는 숙제가 남아있다. 삶과 죽음을 하나로 만든 순간의 응축 그 영원 속에 인간의 삶이 존재한다. 영원 속으로 사라진 그들을 어떤 이름으로 불러야 할지 모르겠다.
지켜드리지 못해서 죄송하다는 말이, 공허한 울림으로 흐려지지 않기를….

2020년 여름에
이곡동 작업실에서

구매가격 : 9,000 원

사물의 무늬

도서정보 : 천영애 | 2021-05-20 | EPUB파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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흔히 ‘이것’이라고 말해지는 사물은 물질세계의 한 구체적인 형상을 이르지만 더 나아가 보면 사건들이기도 하다. 그래서 영화나 사진, 그림, 문학 등 예술에는 사물의 무늬가 씨줄과 날줄로 엉켜서 아름다운 교직을 이룬다. 주변을 둘러보면 우리는 사물의 세계에 둘러싸여 살고 있지만 언제나 사물은 인간의 배후에서 그림자처럼 존재해 왔다. 그러다가 어느 날 문득 사물이 말을 걸어오면 우리는 화들짝 놀라서 그 말에 가만히 귀를 기울이게 된다.
이 글은 바로 사물의 말 걸어옴을 듣고 옮겨 쓴 것들이다. 사물들은 때로는 영화에서, 때로는 문학에서, 때로는 그림 등의 많은 예술 작품에서 자주 내 귀에 속삭였다. 아무런 관심을 두지 않던 예술 작품이 어느 날 문득 사물의 속삭임을 들음으로써 전혀 다른 작품으로 드러나는 일은 흔히 있는 일이지만 인간은 자신의 배후에 있는 사물의 말을 귀담아 듣지 않는다. 그러나 이미 사물은 작품 안에서 정교하게 짜인 거미집처럼 작품 전체와 내통하며 가만히 자신의 집을 짓고 있다. 그러니 사물의 말을 들음은 곧 예술 작품을 이해하는 일이니 나는 다만 그 사물의 말을 듣고 옮겨 쓸 뿐이다.
수많은 예술 작품을 접하면서 예술을 예술이게 하는 진리는 어디에 있으며 무엇을 통해 그 진리가 드러날까 하는 것은 오래된 물음이었다. 이 물음에 답하기 위해서 수많은 테오리아의 품 안에서 허덕였다. 그러나 가다머가 말한 순수한 테오리아가 있는가, 있다면 그것은 무엇을 통해 너머의 세계를 볼 수 없는 인간에게 드러날 것인지 궁금했다. 그러다가 나는 가장 즉각적으로 다가오는 사물에 눈을 돌렸다. 사물이야말로 우리의 삶을 지배하는 물질이고 관계이며 사건이니 사물을 통해서 나는 예술 작품을 ‘번역’하는 작업에 착수했다. 벤야민의 의미에 더 가까운 나의 번역작업은 예술 작품의 원작에 잠재해 있으나 가시화되지 않은 것들을 드러냄이다. 어떤 의미에서는 야콥슨의 의도처럼 해석작업일 수도 있으나 드러나지 않은 예술 작품의 진리를 사물이라는 매개체를 통해 드러낸다는 의미에서 벤야민의 번역작업에 더 가깝다. 물론 이것은 필연적으로 문자언어를 선택할 수밖에 없고, 어떤 의미에서는 지극히 자의적인 해석일 수도 있다. 그러나 이런 작업을 통해 예술가가 창작한 많은 예술 작품들이 다른 시선을 통해 보이기를 기대한다.
예술 작품은 다의적이며 포괄적이다. 그리고 예술 작품이 품은 진리는 쉽게 드러나지 않는다. 그래서 흔히 예술 작품은 어렵다고 말한다. 작가들은 오랜 숙고 끝에 예술 작품을 창작하는데 대중에게 작가가 창작한 작품 너머의 세계는 쉽게 보이지 않기 때문이다.
사물을 통한 번역·해석이 단편적인 시각 안으로 작품을 가두는 경우도 있겠지만 그보다는 또 다른 시선이 되기를 바란다. 그리고 독자들도 다의성을 품은 예술 작품을 또 다른 시선으로 넘겨다 보기를 바란다. 예술 작품은 때와 장소에 따라 다른 진리를 드러내며, 어떤 때는 철저하게 본질을 감추기도 한다. 사물을 통한 작품 보기를 통해 작품 너머의 세계를 볼 수 있는 밝은 눈이 열리기를 기대한다.
기꺼이 이 책의 출간을 맡아주신 학이사에 감사드리며, 더 좋은 책을 찾아 나서는 신중현 사장님의 노고에 보람이 있기를. 무엇보다 이 여름날, 꽃과 바람의 속삭임을 외면하고 편집을 맡아주신 학이사의 편집진에 감사드린다. 좋은 결실 있기를.

천영애

구매가격 : 8,400 원

나비와 불꽃놀이

도서정보 : 장정옥 | 2021-05-20 | EPUB파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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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놀이’의 이데아


겨울이 시작되었다. 집을 나서면 아파트 벽을 따라서 은행나무 가로수 길이 길게 이어진다. 길에 샛노란 은행잎이 처연히 뒹굴던 날이 먼 얘기인 듯싶다. 짓뭉개진 은행의 흔적을 따라 1km에 이르는 가로수 길을 뒤로 걸어보았다. 뒤로 걸으면 내가 지나온 길이 훤히 보인다. 뒤로 걷는다는 건 지나온 길이 내 등 뒤에 감추어지는 신비로움을 잃음과 동시에, 마주 오는 사람을 보며 걸어야 하는 불편도 감수해야 한다.
이 소설을 쓰며 줄곧 뒤로 걷는 느낌에서 자유롭지 못했다. 뒤로 걸으며 내 앞에서 한 걸음씩 멀어지는 길을 쳐다보려니 불안한 상념으로 가득 찼던 내 지난 시간이 훤히 보였다. 꽤 오래 잡고 있었던 소설이다. 불거진 문장 모서리를 자르고 또 자르며 이 글을 버려야 하는 것이 아닐까, 하는 갈등으로 마음을 많이 볶았다. 무엇이 그리도 힘들었을까.
호모루덴스의 사전적 의미대로 놀이의 유희적인 개념을 살려 삶의 긍정과 해학적인 의미를 담으려 했는데, 농담에 익숙하지 않은데다 도박이라는 마약 같은 특이성에서 자유롭지 못했다. 니체는 놀이의 정신이야 말로 인류를 위대하게 만드는 그 무엇이고, 위대한 과제를 대하는 방법으로 놀이보다 좋은 것을 알지 못한다고 했다. 인류를 위대하게 만드는 그 ‘놀이’의 이데아를 도박이라는 부조리한 상관물에 접목시켜 객관화하기가 내게 얼마나 어려운 과제였는지.
소설을 쓸 때마다 내가 그들이 되어 함께 괴로움을 당하는 건 그리 좋은 현상이 아니다. 인물을 지나치게 애지중지한 자기애가 없지 않다. 귀한 자식일수록 엄하게 키워야 한다는 옛말도 있는데 자식을 응석받이로 키운 것 같아서 불편하다.
그토록 염원하던 네 번째 장편소설이 드디어 세상에 나간다. 책을 낼 때마다 느끼는 것이지만 언제나 뜨거운 솥뚜껑에 앉는 기분에서 자유로울지. 따가운 매도 좋고 뜨거운 솥뚜껑도 좋다. 내 책이 세상에 나간다는 사실은 기쁘고도 기념할 만한 일임에 틀림없다.

구매가격 : 8,200 원

브래지어를 풀다

도서정보 : 김아인 | 2021-05-20 | EPUB파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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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서

내 안의 나를 당신께 보내고
돌아오는 저녁입니다.

비 내리는 풀밭에
빈 깡통 하나가 널브러져 있습니다.
밑바닥까지 탈탈 긁어서 내어주고
목이 타는지
온몸이 혀가 되어
빗방울을 핥아댑니다.
자꾸자꾸 핥아댑니다.
빈속이
어지간히도 허전한 모양입니다.

타인의 세계를 들여다보는 일,
피차 못할 일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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팔 개월 (하루 한 편 짧은 소설 16)

도서정보 : 최서해 | 2021-05-20 | EPUB파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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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인공 '나'는 심한 위병있는데 그럭저럭 십여 년이 된다. 철모를 제는 그것을 그리 대수롭게 여기지 않았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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