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프닝 건너뛰기

도서정보 : 은모든 | 2021-03-01 | EPUB파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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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쾌적한 맛이 났다.
요란하고 뜨거운 충돌의 반대편에 위치한 듯한 맛이었다”

너와 내가 공존하기 위한
적당한 온도와 속도를 가늠해보는 일

[자음과모음 트리플 시리즈]는 한국문학의 새로운 작가들을 시차 없이 접할 수 있는 기획이다. 그 두 번째 작품으로 은모든 작가의 『오프닝 건너뛰기』가 출간되었다. 장편소설 『애주가의 결심』으로 2018 한경신춘문예에 당선되면서 작품 활동을 시작한 작가는 “섬세하고 리드미컬한 문장으로 전하는 상실과 단절, 소통과 연대에 대한 공감력과 그 위무의 힘이 간단치 않았다”(전성태 소설가, 심사위원)는 심사평을 받으며 소외된 청춘들의 연대감으로 세상의 냉소를 눅이는 소설을 선보여왔다.

『오프닝 건너뛰기』는 우리 주변의 다양한 방식의 ‘관계’들에 관한 이야기다. 세 편의 소설에 등장하는 인물들은 막 결혼한 부부이거나 연애하지 않고 살아가는 중이거나 이전의 연애에서 아직 헤어나지 못하고 있다. “시대의 문법이 바뀌어도 사랑과 연애 그리고 결혼을 둘러싼 문법은 좀처럼 바뀌지 않”기 때문에 이들은 “기존의 문법과 불화하며 여기저기서 충돌음”(작품 해설, 박혜진 문학평론가)을 낸다. 이 소설은 이렇듯 “요란하고 뜨거운 충돌”음 속에서 너와 내가 공존하기 위한 적당한 온도와 속도를 가늠해보고 있는 것이다.

구매가격 : 8,400 원

굿모닝 소울메이트

도서정보 : 이주희 | 2021-02-26 | EPUB파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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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굿모닝 소울메이트]는 첫사랑을 내친 이민규와 내침을 당한 강수지가 30년 만에 다시 만나 사랑의 롤러스케이트를 타는 이야기이다. 이민규는 젊은 시절 강수지에 대한 절교 선언에 대한 참회를 목적으로 강수지는 이민규에 대한 증오와 보복을 목적으로 다시 만나지만 애증을 거두고 또다시 사랑의 불꽃을 피워 올린다. 결혼 생활에 불만을 갖고 살던 이민규와 강수지는 배우자들과 사별한 후 1박 2일 동반 해외여행을 하면서 열정적인 정념에 휩싸여 빠져나오기 싫은 심연에 빠지게 된다. [굿모닝 소울메이트]는 첫사랑의 기억이 무거운 저울추처럼 매달려 있는 수지의 연민 어린 애증과 학창 시절 야망을 불태우며 도전했으나 끝내 고시에 실패한 민규의 상처와 회한을 대칭적으로 기술하고 있다. 두 사람은 서로 다른 사람과 결혼했지만 그 결혼이 가볍고 형식적인 부부관계로 형성되어 결국 인간의 사랑과 결혼의 진정성까지 의심하게 만든다. 첫사랑 민규를 우연찮게 다시 만나게 된 수지는 민규를 한시적으로 ‘소울솔메이트’로서 사귀면서 배반에 대한 복수를 꿈꾸지만 ‘에로틱한 우정’의 심연에 빠지게 된다. 사랑은 그 자체의 무거움 탓에 누구나 외로움과 그리움이라는 병을 앓게 하는 것 같다. 변하지 않는 사랑 가슴을 적시는 사랑 그리고 행복한 가정을 꿈꾸지만 사랑하는 부부임에도 각자 이기적인 삶을 추구함으로써 결국 결혼의 가벼움 마저 느끼게 되어 만들지도 모른다. 소설 속 민규와 수지가 펼쳐낸 꿈과 야망 사랑과 배반 가정과 사회에서 발생하는 사건들을 남다른 시각과 필력으로 재미있고 에로틱하면서도 속도감 있게 그려낸 이야기이다. 독자들에게 묻고 싶다! 만약에 평생 그리워하던 첫사랑이 당신 앞에 나타난다면 어떻게 대응할 것인가?

구매가격 : 3,900 원

17일

도서정보 : 롤라 라퐁 | 2021-02-26 | EPUB파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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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뇌인가, 선택인가”
1974년, 세계를 충격에 빠뜨린 퍼트리샤 허스트 납치사건
스톡홀름신드롬의 이면을 추적하는 세 여성의 이야기

★★★ “서점인이 꼽은 최고의 책”★★★
★★★ “2017년 10대 문학작품”★★★
★★★ “올해 반드시 읽어야 할 소설!”★★★

우에스트프랑스문학상, 쥘리메상, 베르시옹페미나상, 랑데르노상 등 프랑스 유수의 문학상을 수상한 프랑스의 떠오르는 작가 롤라 라퐁의 장편소설이 국내에 처음 소개된다. 미국 언론재벌의 상속자 퍼트리샤 허스트가 좌파 무장단체 SLA에게 납치된 사건을 바탕으로 한 실화소설이다. 1974년 2월 4일 사건 발생 당시, 언론과 대중은 퍼트리샤 허스트가 납치범에게 세뇌, 동화됐다고 믿었고, 퍼트리샤 허스트는 지금까지도 인질이 인질범에게 동화되는 현상을 일컫는 ‘스톡홀름신드롬’의 대표 사례로 꼽힌다. 소설 《17일》은 17일 동안 ‘퍼트리샤 허스트 납치사건’을 조사해 보고서를 쓰는 임무를 맡은 두 여성, 30대 미국인 진 네베바와 10대 프랑스인 비올렌을 통해 드러나지 않은 퍼트리샤의 심리를 따라가며 사건의 이면을 낱낱이 파헤친다. 퍼트리샤 허스트 납치사건을 현대적인 관점으로 새롭게 읽어내며 여성에게 내려지는 가부장적 판단을 거부하고 자기 자신으로서 목소리를 내는 것의 중요성을 일깨운다.

구매가격 : 10,500 원

4인의 회귀자

도서정보 : 봉원근 | 2021-02-26 | EPUB파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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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르 액션 코믹 풍자 미스터리(총5권) 줄거리 멕시코 마약카르텔 소속의 한 조직에 있던 마준한은 중간보스로 수배자다. 경찰단속으로 조직이 와해되자 한국의 해천파로 넘어온다. 마약청정국인 한국에서 세계최대 마약조직을 결성할 목적이다. 마준한의 실체가 국내에 알려지자 세간을 떠들썩하게 만든다. 박 검사의 명령을 받고 그는 놈의 실체를 수사한다. 하지만 도 형사는 공사장에서료스케의 저격으로 죽을 고비를 겨우 넘긴다. 3년 후. 전 마약특수팀 강 형사가 갑자기 사라지자 최 형사가 찾아와 도움을 청한다.강 형사 집에서는 마약계 저명인사 서재길 사체가 발견되고 의혹만 남긴 채 사건은 미궁으로 빠진다. 도하일은 결국 자신을 되찾기 위해 마지막으로 서재길 살인사건에 뛰어든다. 하지만 수사감은 바닥을 치고 있었고 사건 후유증과도 싸워야 했다. 이를 악물고 현장에 나서지만…… 오지철의 두 눈이 순간 야비하게 돌변했다. “새끼 그래 봤자. 너도 강 형사처럼 아무것도 알아낼 수 없어.” -특! 그의 왼쪽 가슴에다 대고 지철이 방아쇠를 느닷없이 당겼다. 총알이 왼쪽 가슴에 묵직하게 박히면서 실내에 총소리가 울렸다. 도 형사는 의식이 돌아오자 눈앞이 서서히 밝아졌다. 방음벽에 등을 기댄 채 뒤쪽 으로 비스듬히 쓰러져 있었다. 자기 오른손에 움켜쥔 글록을 천천히 들어올렸다. 총구를 지철에게 겨누자 가늠자가 불안하게 흔들렸다. 지철이 어이없다는 듯이 실소를 터뜨렸다. “새끼 총알 맛을 제대로 보더니 정신줄까지 놨군. 넌 아까 10발을 다 쐈어. 조용히 돌려 보낼 생각이었는데 이젠 너흴 살려 보낼 생각은 추호도 없어.” -특! 도 형사는 글록 방아쇠를 힘껏 잡아당겼다. 사건수사는 쉽지 않은데......

구매가격 : 9,900 원

번뇌 (강경애 단편 걸작선)

도서정보 : 강경애 | 2021-02-26 | EPUB파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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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30년대를 대표하는 여성작가 강경애는 황해도에서 가난한 농민의 딸로 태어났다. 일제강점기에 태어나 가난한 아버지마저 일찍 여의고 어머니를 따라 의붓살이를 했다. 일찍이 스스로 글자를 깨친 강경애는 이복형제들의 구박을 피해 닥치는 대로 책을 읽었다고 수필 「자서소전」에서 밝히고 있다. 이 시기에 겪었던 심리적 경제적 곤란은 그의 작품세계에 많은 영향을 끼친 것으로 알려져 있다. 1931년 단편소설 「파금」으로 문단에 데뷔했으며 장편소설 「어머니와 딸」을 발표함으로써 작가로 인정받았다. 그러나 불우한 가정환경과 극한의 궁핍 서울 중심의 중앙 문단과는 동떨어진 생활 등 강경애는 식민지 시기 다른 여성 작가와는 다른 환경에서 출발했다. 대부분의 여성들이라면 자기 정체성을 세우는 성찰의 시간도 글을 쓸 만한 시간과 공간도 가지지 못한 불우한 환경을 극복하며 가정에서 글을 썼다. 국내 및 간도에서 항일투쟁을 벌인 사람들의 실상과 하층민들의 불우한 현실 등을 있는 그대로 독자에게 알리는 것을 작가로서의 의무로 생각한 그는 자신의 소설 작품에 삶의 현실적인 문제를 반영시켰다. 대표적으로는 식민지 시대의 투쟁적 인간상을 그린 「인간문제」 「지하촌」 「소금」 등이 있다. 이를 통해 강경애는 나라를 잃은 식민지 시대에 아버지마저 잃고 가부장적 시대의 가난한 여성이라는 삼중고를 온몸으로 겪으면서도 여성 특유의 섬세한 묘사와 필체로 이를 고스란히 글로 표현해온 소설가이자 언론인으로 평가받고 있다. 이번 강경애 단편 걸작선에는 「파금」 「번뇌」 「어둠」 「마약」 「산남」 「부자」 「동정」 「유무」 「해고」 「축구전」을 소개한다. -1930년대로 타임 슬립을 떠나며

구매가격 : 1,200 원

악동시대

도서정보 : 이상각 | 2021-02-25 | EPUB파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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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에는 서해 바닷가에 연한 갯마을을 무대로 활약하던 우빈이와 개구쟁이 동무들의 포복절도할 해프닝과 가슴 저리는 이야기들이 한 가득 담겨 있다. 고향을 떠나 삭막한 도시에 살면서 어린 시절의 행복한 기억을 그리워하는 사람이라면 누구나 이 책을 읽으며 슬그머니 비어져 나오는 미소나 촉촉하게 젖어드는 눈시울을 느끼게 될 것이다.

구매가격 : 3,000 원

삼국지동이열전교정

도서정보 : 신채호 | 2021-02-24 | EPUB파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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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선사 총론'과 더불어 단재 신채호의 민족주의사관을 잘 보여주는 논문

구매가격 : 1,000 원

산길

도서정보 : 지하련 | 2021-02-24 | EPUB파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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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발을 신고, 대문께로 나가는 발자취 소리까지 들렸으니, 뭘 더 의심할 여지도 없었으나, 순재는 일부러 미다지를 열고 남편이 잇나 없나를 한번 더 살핀 다음 그제사 자리로 와 앉었다.
앉어선 저도 모르게 호 ─ 한숨을 내쉬였다.
생각하면 남편이 다른 여자를 사랑한다는, 이 거치장스런 문제를 안고, 비록 하로ㅅ밤 동안이라고는 하지만 남편 앞에서 내색하지 않은 것이 되려 의심쩍을 일이기도 하나 한편 순재로선 또 제대로 여기 대한 다소간이나마 마음의 준비 없이 뛰어들 수는 없었든 것이다.
아직 단출한 살림이라 아츰 볕살이 영창에서 쨍 ─ 소리가 나도록 고요한 낮이다.
이제 뭐보다도 사태와 관련식혀 자기 처신에 대한 것을 먼저 정해야 할 일이었으나, 웬일인지 그는 모든 것이 한껏 부피고 어지럽기만 해서 막상 머리에 떠오르는 생각이라는 것이 기껏 어제 문주와 주고받은 이야기의 내용이었다.
바로 어제 이맘 때ㅅ 일이다.
일요일도 아닌데 문주가 오기도 뜻밖이거니와, 들어서는 참으로 그 난처해하는 표정이라니 일즉이 문주를 두고 상상할 수는 없었다.
학교는 어쩌고 왔느냐고 순재가 말을 건너도 그저
「응? 엉 ─」
하고 대답할 뿐, 통이 그 말에는 정신이 없었다. 그러더니 별안간
「너이분 그동안 늦게 들어오지 않었니?」
하고, 불숙 묻는 것이다.
순재는 잠간 어리둥절한 채
「그건 웨 묻니?」
하고 물어볼 수밖에 없었다.
「그래 넌 조금도 몰랐니.」
문주는 제 말을 계속한다.
「모루다니, 뭘 몰라?」
「연히 허고 만나는 걸 말이다.」
「연히 허고?」
순재는 뭔지 직각적으로 가슴이 철석했다. 그러나 너무도 꿈밖이고 창졸간이라 어찌 된 셈인지 종시 요량키가 어려웠다.
「발서 퍽 오래 전부터래 ─」
문주는 처음 말을 시작느라 긴장했던 마음이 잠간 풀려 그런지, 훨신 풀이 죽어 대답했다.
「누가 그러든?」

구매가격 : 500 원

양(洋)

도서정보 : 지하련 | 2021-02-24 | EPUB파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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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가리로 있는 국화를 분오로 옮겨 심다 말고 성재(聖在)는 방으로 드러왔다. 오래 해ㅅ빛을 받고 있는 때문인지, 별랗게 방안이 어둡고 또 변으로 조용하기까지 해서 한동안 눈앞이 아리송송하고, 귀ㅅ속이 왱 ─ 하니 울린다.
퇴침을 집어 들고 되도록 구석지로 가서 벽을 향하고 드러누은 것은, 이러한 때 빛이란 어둠보다도 더 어둡기 때문이다. 그는 두통이 나는 것도 같고 조름이 오는 것 같기도 해서 일부러 눈을 감었으나 그러나 쉽사리 잠이 오는 게 아니다. 먼저 머리에 떠오르는 생각은 요 ‘V칠 래로 바짝 더 번거럽게 구는 정래(晶來)와의 교우관게다. 허기야 가족들의 심한 반대에도 불구하고 끝내 정래와 손을 맞잡고 수무ㅅ골 산비탈로 올러와 김생과 화초를 키우고 살어보기로 작정한 것만 보드래도 두 사람이 얼마나 가깝고 친하단 것을 알기는 그닥 어렵지가 않다. 그러나 친하면 그저 친했지 뭘 이대도록 번거러워하고 피로워하는 것인지 단지 알 수 없는 것은 이 점이다. 이래서 그는 이따금 ─ 뭐고 꼭 틀린 게 있을 거라고……그 올개미를 잡고 풀지 않고는 백 년을 사귀ㄴ대도 헛것이이고 또 단, 하로를 마음을 놓을 수가 없을 게라고 ─ 생각지 않은 바도 아니었으나, 첫재 어느 모를 뚜르고 헤처야 그 올개미가 나올른지 그에겐 종시 엄두가 나지 않었을 뿐 아니라 또 이렇게 닥어서 생각을 정하려 들면은 이번엔 어쩐지 모든 게 한껏 부피고 귀찮게 느껴지는 생각이 먼저 용기를 빼서 가기도 해서 이래서 결국 그양 저양 오늘까지 미러 온 셈이다.
원악 구석지에 머리를 박고 드러누은 때문인지 모기 한 마리가 제법 풍경을 잽히고 볼따귀에 내려앉는다. 그는 모르는 결에 철석 뺨을 한번 갈기고 눈을 떴다. 빠굼이 손바닥을 디려다보니 그놈의 형체는 거의 간 곳이 없고 오디빛이 나는 피만 한 덩이 나딩군다. 그는 무슨 더러운 것이나 씻어버리듯 그것을 진흙이 더덕더덕 묻은 바지에다 썩썩 문질러 버린 후 다시 손을 겨드랑에 꽂았다. 아까와는 달러 방안이 무척 밝다. 밝아도 이만 저만 밝은 게 아니라 아주 소란하고 허술해서 어디 붙일 곳이 없도록 밝다. 그는 몸을 좀더 오구려 바싹 벽에 닥아 누으며 다시 눈을 감었다. 그리고는
(무엇이 틀렸든, 뭐가 얼켰든, 아무튼 그 올개미를 잡고 좌우간 해결을 지어야지)
하는, 이러한 생각을 오래도록 되푸리하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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병이 낫거든

도서정보 : 채만식 | 2021-02-24 | EPUB파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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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하지 못한 몸이라, 업순이는 가을 새벽의 쌀쌀한 바깥 바람기가 소스라치게 싫어, 연해 어깨와 몸을 옴츠린다.
콜록콜록 기침이 나오고.
가방이, 하찮은 것 같더니(그도 원기가 쇠한 탓이겠지만) 들고 걷기에 무척 힘이 부쳤다.
훤하니 빈 공장 마당엔 이편짝 창고 앞으로, 간밤에 짐을 냈는지 펐는지 미처 쓸지 앉은 채 뽀오얗게 된서리가 앉은 새끼 토막이 낭자히 널려 있다. 그 차가운 서릿발이, 가뜩이나 보기만 해도 소름이 끼치는 듯 업순이는 얼른 외면을 한다.
외면하는 눈 바로는 저기만치 나란히 선 쌍굴뚝에서 시꺼먼 연기가 뭉클뭉클 소담스럽게 솟아올라, 불현듯 푸근한 공장 안이 생각힌다.
시방 공장을 그만두고 집으로 돌아가는 업순이는 한량없이 언짢은 마음이다.
병이 나서, 얼마 동안 공장의 전속 의사한테 약도 먹고 하며 치료를 받았으나 좀처럼 차도가 없었다. 몸은 아프고, 몸이 아프니 집 생각은 여느때보다도 더 간절하고. 이래저래 집으로나 가보는 것밖에 없었다. 흔히 있는 일이다.
데려다 주느라고 같이 가는 공장 인사계의 ‘장선생님’은 황새처럼 긴 다리로 성큼성큼 앞장을 서서 정문을 향해 걸어나가고 있다.
기운은 허한데, 업순이는 만만치 않은 짐까지 한손에 들고 그 뒤를 따르자니 자꾸만 아랫도리가 휘뚝거리고 발길이 제대로 떼어지질 않았다. 팔은 사뭇 늘어나고. 누가 불끈 좀 들어다 주었으면 절을 열 번이라도 할 것 같았다. 이렇게 하고, 삼십 분이나 걷는 정거장까지 나갈 일이 그만 기가 질려 못하겠었다.
그나 그뿐인가. 차에서 내려서 집에까지 가는 십리길은 어떻게 하고.
이럴 줄 알았으면, 진작 어제쯤 아버지더러 이리로 좀 와주시라고 전보라도 칠 것을. 찻삯이야 돈은 얼마간 들더라도 차라리 그랬더라면 퍽 좋았을 것을. 어머니나 아버지는 언문도 모르는 이들이라지마는, 그렇기로 동네서 전보 한 장 보아줄 사람이 없진 않을 텐데.
이런 후회도 하면서, 넓은 마당을 다 지나, 마악 철문을 나서다가 문득 그제서야(무엇이 깨우쳐 준 듯) 주춤하고 고개를 돌이키며 휘이 한 바퀴 공장 울안을 둘러본다.
마침 5호동(五號棟)의 이층에서 동무들이 서넛이나 한데 엉키어 열린 유리창으로 내다보고 있다가, 일시에 손수건이랑 손을 흔들어 준다. 그렇게 하고들, 기다리고 있었음이리라.
그러고 그들은 저마다
‘업순아 잘 가거라! 응?’
‘잘 가거라. 업순아?’
‘얼른 낫어가지구, 또 오너라! 응?’
이렇게 소리소리 외치며 당부를 했을 것이건만, 작업중이라 반장이 알아듣고 쫓아와서 지청구를 할까 봐서 소리는 지르지 못하고. 안타까이 손수건이랑 손만 흔들어쌓던 것이다.
업순이는 와락 목안에까지
‘잘들 있거라!’
‘을녜야 잘 있어, 응?’
하고 외쳐지는 것을, 역시 동무들을 위해 조심이 되어, 꿀꺽 소리를 삼키고 손만 마주 흔들면서 수없이 고개를 끄덕인다. 그러면서 눈에는 어느덧 눈물이 가득 고이고.
드디어 집으로 돌아가기로 작정이 된 닷새 전 그날부터 줄곧 그리고 어젯밤에도, 마지막 아까 식당에서도, 동무들과 그런 이야기를 하며 작별엣 말을 나눌 적마다 번번이 나오려고 나오려고 하는 것을, 참고 참고 하던 눈물이었다.

구매가격 : 500 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