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기사 (하루 한 편 짧은 소설 12)
도서정보 : 김동인 | 2021-02-03 | EPUB파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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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로 이사를 와서 행촌동에 자그마한 집을 하나 마련한 이삼일 뒤의 일이다. 그날 나는 딸 옥환이를 학교에 입학시키기 위하여 잠시 문안에 들어갔다가 나왔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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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 (하루 한 편 짧은 소설 13)
도서정보 : 김유정 | 2021-02-03 | EPUB파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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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점이란 헐없이 똑 난장판이다. 감독의 눈은 일상 올빼미 눈같이 둥글린다. 훅하면 금 도적을 맞는 까닭인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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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향 (하루 한 편 짧은 소설 14)
도서정보 : 현진건 | 2021-02-03 | EPUB파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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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구에서 서울로 올라오는 차중에서 생긴 일이다. 나는 나와 마주 앉은 그를 매우 흥미 있게 바라보고 또 바라보았다. 두루막 격으로 ‘기모노’를 둘렀고 그 안에선 옥양목 저고리가 내어 보이며 아랫도리엔 중국식 바지를 입었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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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적 (하루 한 편 짧은 소설 15)
도서정보 : 채만식 | 2021-02-03 | EPUB파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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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로 행랑뒷골 어느 선술집이다. 바깥이 컴컴 어둡고 찬 바람끝이 귀때기를 꼬집어 떼는 듯이 추운 대신 술청 안은 불이 환하게 밝고 아늑하고 뜨스한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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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사의 한
도서정보 : 김동인 | 2021-02-03 | EPUB파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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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초관의 집은 남한산 위에 있었다.
금군 육백 명에서 뽑혀서 교관이 되니 만치 무술에도 능하였거니와 그 힘이 또한 장사였다. 다른 금군들은 조련장 근처에 거처하였으나 박초관은 꼭 남한산 꼭대기 제 집에서 다녔다.
아침 일찍이 들어와서 진일 조련을 하다가 조련을 끝내고 남한산으로 돌아가면, 아직도 햇발이 그냥 남아 있도록, 걸음도 빠르고 기운도 센 사람이었다. 그 박초관이 웬 셈인지 한 칠팔일 간을 조련장에 나타나지 않았다.
매일 몸소 혹은 박초관을 시켜서 금군들을 조련시키는 이대장은, 수일 간 박초관이 보이지 않으므로 몸에 탈이나 났나하고 근심되어, 사람을 보내서 남한산 꼭대기 박초관의 집에 가서 알아보게 하였다. 그랬더니 그 집에서 의외의 소식이 왔다.
일전 웬 사람 하나가 홀연히 박초관을 찾아와서 빚어 둔 술 한 독을 다 먹고, 싱싱한 소 한 마리 죽여 먹고, 그 밤으로 함께 나간 채 아직 돌아오지 않는다 하는 것이었다.
「웬 일일까?」
근심도 되고 염려도 되어 이대장도 얼마 마음을 쓰고 있었는데, 그 박초관이 실종된 지 여드레가 지나서야 초연히 돌아왔다.
돌아와서는 즉시로 이대장께 조용히 좀 뵙겠다고 청하였다.
궁금하던 차이라, 대장도 사람들을 물리치고 박초관과 조용히 만났다.
그 박초관의 말에 의지하건대 그의 실종되었던 전말은 이러하였다.
그 날(실종된 날) 박초관은 좀 일찍이 집으로 돌아가서 어제 갈다가 남은 밭을 갈고 있었다.
"이랴! 이랴!"
소를 몰아서 밭을 갈다가 박초관은 무심히 눈을 구을려서 저편 산 아래를 내려다보았다.
"?"
웬 패랑이를 젖혀 쓴 장정 하나이 터벅터벅 산모퉁이를 돌아오는 것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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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해의 객
도서정보 : 김동인 | 2021-02-03 | EPUB파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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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쟁은 지금 가장 격렬한 상태였다.
이쪽과 적(敵)이 마주 대치하여, 궁시(弓矢)로 싸우던 상태를 지나서, 지금은 두 편이 한데 뭉키고 엉키어 어지러이 돌아간다. 누구가 이쪽이고 누구가 적인지도 구별할 수 없이, 그저 마주치는 사람을 치고 찌르고― 내 몸에 칼이나 화살이나를 얼마나 받았는지, 그런 것을 검분할 수도 없이, 다만 흥분과 난투 중에서 덤빌 뿐이었다.
전쟁이라기보다 오히려 난투에 가까운 이 소란에 엉키어 돌아가면서도, 무주도독(武州都督) 김양(金陽)은 한 군데 목적한 장소를 향하여 나아가려고 애썼다. 저편 한 사오십 간쯤 맞은편에서, 칼을 높이 들고 어지러이 싸우고 있는 중노인(자포(紫袍)를 입은 것으로 보아, 신분 높은 사람임이 분명하였다)이 있는 곳으로 나아가 보려고, 무척이 애를 썼다.
그러나, 겹겹이 막힌 적아(敵我)의 난투에, 팔 하나를 자유로이 움직일 수가 없을 뿐더러 김양 자신도 또한 칼과 방패로서, 이 전쟁의 당사자의 한 사람인 책무를 다하여야 할 몸이니, 아무리 어려서부터 오늘까지 무인(武人)으로 닦고 다듬고 단련한 철석 같은 몸이라 할지라도, 오늘 아침부터 지금까지 난투를 겪어온 몸이매, 그렇게 뜻대로 마음대로 목적한 곳에 나아갈 수가 없었다. 자기 몸에 가해지려는 창검을 피하고 막아야 하며, 그러는 한편으로는 앞길에 겹겹이 막힌 군사들을, 적(敵)은 거꾸러뜨려야 하고 이쪽은 밀어치우거나 피하거나 해야겠고― 사람으로 꾹 멘 이 전쟁마당에서, 한두 사람을 건너 지나가기도 어려운 일이어늘, 사오십 간 저쪽에서, 간신히 옷빛깔로 존재를 알아볼 수 있는 인물에게 어떻게 접근을 하랴.
그러나 어떻게 해서든 접근해야 할 책무감을 절실히 느끼는 김양은, 아직 몸에 남아 있는 힘과 용기의 있는 대로를 다 써서, 솟아 뛰고, 뚫어 보고, 헤쳐 보고, 갖은 애를 다 썼다. 다 써보았으나, 그의 몸은 그 자리에서 밀리고 뭉길 뿐이지, 조금도 전진은 못하였다. 마음 조급하기 한량없었다. 이 소란중에서는 고함을 질러야 쓸데없고, 팔을 휘둘러야 저쪽의 주의를 끌 가망이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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토끼의 간
도서정보 : 김동인 | 2021-02-03 | EPUB파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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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전(月前)에는 왕(百濟王―義慈)이 몸소 대군을 이끌고 와서 신라를 침략하여 이 나라(新羅)의 사십여 성을 빼앗았다. 그 놀란 가슴이 내려앉기도 전에, 팔월에 들면서 백제는 또 장군 윤충(允忠)을 시켜서 신라의 대야성(大耶城)을 쳐들어온다는 놀라운 소식이 계림(鷄林)의 천지를 또다시 들썩하게 하였다.
이 소식이 들어오자 꼬리를 이어서 따라 들어오는 소식은 가로되, “대야성은 함락되었다. 대야성 도독 김품석(金品釋) 이하는 모두 죽었다.” 하는 놀랍고도 참담한 소식이었다.
그 뒤를 이어서 그 상보(詳報)가 이르렀다. 그 상보에 의지하건대, 대야성이 백제 장군 윤충의 군사에게 포위되자, 대야성 성내에서는 반역자의 분란이 일어났다. 대야성 도독 김품석의 막하에 점일(點日)이라는 사람이 있었는데, 점일에게는 젊고 아리따운 안해가 있었다. 도독 김품석은 자기의 지위를 이용하여 점일의 안해를 빼앗았다. 이 때문에 도독에게 원심을 품고 있던 점일은, 백제의 정벌군이 이르자 안해 빼앗긴 분풀이로, 제 나라를 배반하고 백제군에게 내응하여, 성내의 각 창고를 불 놓으며 성내에서 난을 일으켰다. 그러지 않아도 백제의 강병을 도저히 대적치 못하겠거늘 성내에 반역 분자까지 생기고 보니, 인제는 대야성은 더 볼 나위가 없게 되었다. 일이 이렇게 되매 김품석의 막하에 서천(西川)이라는 사람이 성에 올라가서 적장 윤충에게
“내 목숨만 거두어 주신다면 성을 들어 항복케 하오리다.”
고 굴복할 뜻을 나타내었다. 그리고 윤충에게서,
“온 성이 항복을 하면 생명은 보전해 주마.”
는 대답을 얻은 서천은 도독 김품석에게 그 뜻을 전하여 동의를 얻고, 다른 사람에게도 모두 그 뜻으로 권고를 하여 동의케 하였다.
그런데 그 가운데 죽죽(竹竹)이라는 사람이 있어서
“우리 어머니가 내 이름을 죽죽이라고 지어 주신 것은, 꺾어질지언정 굴하지 말라신 뜻인데, 내 어찌 죽기를 두려워하여 적에게 굴하랴.”
하며 동지를 모아가지고 끝끝내 항전하기로 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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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자나무 있는 삽화
도서정보 : 채만식 | 2021-02-03 | EPUB파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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앞과 좌우로는 변두리가 까마아득하게 퍼져나간 넓은 들이, 이편짝 한 귀퉁이가 나지막한 두 자리의 야산(野山) 틈사구니로 해서 동네를 바라보고 홀쪽하니 졸아 들어온다. 들어오다가 뾰족한 끝이 일변 빗밋한 구릉(丘陵)을 타고 내려앉은 동네. ‘쇠멀’이라고 백 호 남짓한 농막들이 옴닥옴닥 박힌 촌 동네와 맞닿기 전에 두어 마장쯤서 논 가운데로 정자 나무가 오똑 한 그루.
먼빛으로는 조그마하니, 마치 들 복판에다가 박쥐우산을 펴서 거꾸로 꽂아놓은 것처럼 동글 다북한 게 그림 같아 아담해보이기도 하지만, 정작은 두 아름이 넘은 늙은 팽나무다.
멍석을 서너 잎은 폄직하게 두릿 평평한 봉분이 사람의 정강이 하나 폭은 논바닥에서 솟았고, 저편 가로다가 울퉁울퉁 닳아빠진 옷뿌렁구를 드러내놓고서, 정자나무는 비스듬히 박혀 있다.
봉분에서 이리저리 뻗어나간 논틀길을 서너 갈래, 그중 동네로 난 놈이 유독 넓기도 하고 꽤 길이 난 것은, 동네와 이 정자나무 밑과의 왕래가 빈번하다는 표적을 드러냄이다.
봉분 둘레로는 나무에서 떨어져내린 앞이야 부러져내린 삭정개비야, 봉분에서 쓸려 내려간 검부작이야 흙부스러기야 또 어른 아이 없이 무심코 빗디딘 발자죽이야, 그런데다가 육장 그늘까지 덮이고 해서, 도통치면 한 마지기는 실히 되게시리 논의 벼농사를 잡쳐놓았다.
나무가 생김새가 운치도 없고, 또 있다손치더라도 그것을 요긴해할 활량도 없고 한데, 더구나 그렇듯 농사를 잡쳐놓기까지 하니, 벼 한 포기라도 행여 치일세라 새뤄하는 촌사람들에게야(가령 논 그 농사가 제 가끔 제 것이 아니라도) 이 정자나무가 그다지 귀인성 있는 영감은 아닐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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삽화
도서정보 : 채만식 | 2021-02-03 | EPUB파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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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구들이 조금 꺼진 자리를, 섣불리 뜯었다. 큰 덤터기를 만났다. 어떻게 된 셈인지, 손바닥만하던 구멍이, 손을 댈수록 자꾸만 커져가는 것이다. 손바닥 하나만 하던 것이 둘만 해지더니, 그 다음 셋만 해지고, 셋만 하더니 다시 넷만 해지고…… 한정이 없으려고 한다. 잘못하다 구들을 온통 다 뜯게 될까보다.
직경 한 자 둘레나 뻥하니 시꺼먼 구멍을 뚫어놓고는 그야말로 속수무책, 검댕 묻은 손을 마주잡고 앉아서, 어찌하잔 말이 나지 않는다. 웬만큼 아무렇게나 막는 시늉을 하자니 번연히 그 언저리가 한 번만 디디면 또 꺼질 것, 손을 더 대자니, 적어도 구들을 한 골은 다 헐어야 끝장이 날 모양이고, 그러니 그렇다고 이렇게 뜯어젖힌 채 내버려 두고 말 수는 차마 없는 노릇, 쩝쩝 다시어지느니 입맛뿐이다.
재작년 오월, 안양 양지말(安養陽智村)이라는 동네다 이백칠십 원에 오두막집 한 채를 샀었다. 기어들고 기어나고 하는 다섯 간짜리 납작한 초가집이었다. 터는 남의 터요. 서울서는 집 한 칸에도 항용 오륙백 원 육칠백 원 하는 세상인데, 그런 서울과 고작 육십 리 상거요, 정거장(安陽驛)으로부터 십 분이 걸릴락말락한 곳이면서 명색이 은채집으로 집값이 도통 이백칠십 원이니, 무릇 그 집 생긴 형용이 조옴 기구할 이치가 없었다.
집도 기구하거니와, 집 옆으로는 오십 보를 다 못가 상여집(喪輿幕)이 덩시렇게 좌정하고 있는가 하면, 맞은편으로는 공동묘지가 빠안히 바라다보이고 하였다. 밤마다 여우가 울고, 부엉이가 울고 하는 공동묘지였다. 집 앞은, 마당이자 바로 가지런히, 건천(乾川) 바닥이어서, 큰비가 오면 집으로 물이 곧장 달려들 위험이 넉넉히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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늙은 극동선수
도서정보 : 채만식 | 2021-02-03 | EPUB파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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날씨는 어젯밤보다도 더 추워졌으나 바람은 불지 않았다.
울 밖의 밭 가운데 섰는 전신주를 타고 들로 건너간 전신선이 바람에 부딪쳐 쩡 차갑게 우는 소리도, 그래서 오늘 밤은 들리지 않고 밤만 죽은 듯 괴괴하다.
불은 여전히 깡통으로 만든 대추씨만한 석유등잔불이고.
그 알량한 불을 한가운데 놓고 오늘 저녁에도 세 조손(祖孫)은 각기 일감을 가지고 둘러앉았다.
할머니(총기 좋은 할머니)는 아랫목으로 벽에 기대어 벗은 두 발을 포개 뻗고 앉아서 오늘 저녁은 버선을 깁는 것이 아니라 정다산(丁茶山)의 『목민심서(牧民心書)』를 읽고 있다.
손자며느리 정옥은 커다란 남자 저고리에다 솜을 하마 이불만큼 두껍게 두고 있다.
열네살박이 막내손자 대희는 어제 저녁처럼 등잔불 한옆으로 배를 깔고 엎드려 공부를 하고 있고.
손자며느리 정옥의 소생인 증손자 종수, 상수 두 놈은 역시 어제 저녁처럼 여기저기 제멋대로 나가떨어져 한잠이 들었고.
한동안 잠심하여 책을 읽고 있던 할머니가 별안간 호호, 이빨 하나도 없는 잇념으로 혼자 웃으면서 책 든 손을 내린다.
“무어유, 할머니!”
대희가 고개를 들고 저도 건성으로 웃으면서 묻는다.
“옛날 어떤 관인(官人)이, 아마 어느 고을 원님였던 게지. 도독놈을 하나 붙잡어다 문초를 했드란다……”
그러면서 할머니는 책을 도로 들고는 알아듣기 쉬운 말로 새겨가며 이야기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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