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어죽은 모나리자
도서정보 : 채만식 | 2021-01-08 | EPUB파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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농투성이(農民)의 딸자식이 별수가 있나! 얼굴이 반반한 게 불행이지.
올해는 윤달이 들어 철이 이르다면서 동지가 내일 모렌데, 대설 추위를 하느라고 며칠 드윽 춥더니, 날은 도로 풀려 푸근한 게 해동하는 봄 삼월 같다. 일기가 맑지가 못하고 연일 끄무레하니 흐린 채 이따금 비를 뿌리곤 하는 것까지 봄날하듯 한다. 오늘은 해는 떴는지 말았는지 어설프게 찌푸렸던 날이 낮때(午正)가 겨운 둥 마는 둥 하더니 그대로 더럭 저물어버린다.
언덕배기 발 가운데 외따로 토담집을 반 길만 되게 햇짚으로 울타리한 마당에서는 오목이네가 떡방아를 빻기에 정신이 없이 바쁘다. 콩 콩 콩 콩 단조롭기는 하되 졸리지 아니하고 같이서 마음이 급해지게 야무진 절구 소리가 또 어떻게 들으면 훨씬 한가롭기도 하다.
오목이네 이마에서는 빚어진 땀방울이 볕에 그은 주근깨 새까만 얼굴로 흘러내리다가 구정물이 되어 그대로 절구 속 떡가루로 떨어진다. 떡이, 소금을 두지 아니해도, 찝찔한 것 같다. 싯싯 하면서 찧느라고 침도 튀어 들어간다. 싯 하고 콩 하니 내려찧고는 이어 허리를 펴면서 절굿대를 들어올리느라면 때에 전 당목저고리 앞섶 밑으로 시들어빠진 왼편 젖통이 댈롱 내다보인다. 젖도, 광대뼈가 툭 불거지고 코가 펑퍼짐 하니 궁상스러운데다가 겉늙은 얼굴처럼 시들어빠졌다. 기름이 한창 오를 여인네 사십에, 그러나 농군의 아내는 중성(中性)이 되어버린다. 여복(女服)에 머리 얹지 아니했으면 누가 여자라고 볼 사람은 없다.
콩 콩 콩 콩 오르내리는 절굿대는 바쁘다. 그래도 아직도 두 번은 더 쳐야지 무거리가 아깝다. 절구통 옆으로는 그새 찧어서 쳐놓은 떡가루가 하얗게 큰 함지로 가득 담겨 있다. 떡가루를 뒤집어쓴 체가 절구에 울려 함지전에서 위태하게 달랑거린다. 절구통 가로 땅바닥에는 잔 놈, 굵은 놈 떡가루가 아끼듯 살살 뿌려져 있다. 쌀 한 알갱이 떡가루 한 낱도 새로와하는 규모지만 절굿대 끝에서 튀기도 하고 체로 칠 때 날리기도 해서 하는 수 없이 그만큼씩은 번번이 허실을 하게 된다.
해는 더럭더럭 저물어만 간다. 들판 건너 앞마을에서 저녁 연기가 하나씩 둘씩 가느다랗게 솟아오르고, 바로 언덕 밑 대밭집의 대숲에는 잘 새가 날아들어 요란스럽게 지저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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흥보씨
도서정보 : 채만식 | 2021-01-08 | EPUB파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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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편짝 손에다는 오리쓰메를 한 개, 다른 한편짝 손에다는 두 홉들이 정종을 한 병…… 이렇게 이야기 허두를 내고 보면 첩경 중산모자에, 깃에는 가화를 꽂은 모닝 혹은 프록코트에 기름진 얼굴이 불콰아하여 입에는 이쑤시개를 물고 방금 어떤 공식 축하연으로부터 돌아오고 계신, 모모한 공직자 영감이나 또는 동네의 유지명망가씨 한 분을 소개하는 줄로 선뜻 짐작을 하기가 십상이겠지만, 실상인즉 그런 게 아니라 바로 저 ××심상소학교의 소사(小使) 현서방의 거동인 것입니다.
교장선생님이 아침에 ‘후로꼬또’를 입고 나오시길래 아마 어디 예식에 참례를 하시나보다 했더니, 아니나다를까 점심 후에 잠깐 나가셨다가 이내 돌아오시면서 그 길에 받아 가지고 오신 오리쓰메와 정종을, 술은 본디 일 모금도 못하시는 어른이라 마개도 뽑지 않은 채 벤또는 반찬서껀 서너 저깔이나 뜨시다 말고
“우리 이리 오부소. 핸소방우 자바라 좃소.”
하시면서 내주신 그 오리쓰메와 그 정종이던 것입니다.
옥같이 하얗고 기름이 지르르 흐르는 일등 정백미의, 알 굵고 보드라운 밥도 밥이려니와 반찬이라기보다도 아이들이 군입으로 좋아하게 생긴 고소한 반찬들이 귀물스러워 현서방은 우선 먼저 딸년 순동이가 생각이 났읍니다.
언제고 학교에서 나가 석양 무렵에 집의 일각대문 안을 헴 밭은기침과 더불어
“순동아!”
부르고 들어설라치면 기침 소리 부르는 소리보다 먼저 발자죽 소리가 아버지의 돌아옴을 알아듣고서 벌써 그 알량스런 다리로 잘름잘름 대문간까지 뛰어나와
“아버지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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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懷)
도서정보 : 채만식 | 2021-01-08 | EPUB파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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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시반이 지나서야 차는 경성역에 닿는다. 중간에서 연해 더디 오는 북행을 기다려 엇갈리곤 하느라고 번번이 오래씩 충그리고 충그리고 하더니, 삼십 분이나 넘겨 이렇게 연착을 한다.
개성서 경성까지 원은 두 시간이 정한 제 시간이다. 그만 거리를 항용 삼십 분씩 사십 분씩은 늦기가 일쑤다. 요새는 직통열차고 구간열차고 모두가 시간을 안 지키기로 행습이 되었기 망정이지, 생각하면 예사로 볼 일이 아니다.
바로 앞자리에 돌아앉았던 중스름한 양복신사 둘이가, 내릴 채비로 외투를 입노라 모자를 쓰노라 하면서, 역시 그런 이야기다.
“등장 가얄까 보군!”
베레모자 신사가 혼잣말하듯 하는 소리고, 다른 국방복짜리는 마침 시계를 꺼내 보면서
“꼬옥 삼십오 분 꽈먹는걸!”
“세상은 바쁘다구 디리 뛰어 달아나는데, 찬 되려 천천히 완보시니!”
“춘향 문전 당도하니, 신가?”
“참 그래! 기차란 여객비행기가 생긴 뒤루야 벌써 쇠달구지 푼수니깐…….”
기차가 춘향전과 동일지담이라니, 실없이 재미있는 감각이었다.
어느덧 조선바닥에서도 증기기관의 스피드를 한 시대 낡은 문명으로 느끼게쯤 되고…… 세태의 변천이란 미상불 쉽기도 한 것이다.
내가 기차라고 생긴 형용을 처음 비로소 타보느라, 그 요절할 광경을 하던 지가 겨우 삼십 년이 될까 말까 하다.
일곱 살 적인지 여덟 살 적인지(보명의숙이라고) 학교엘 명색 다니기 시작했을 무렵이었다. 그때 시절론 아직 학령 미만이었으나 얼뚱애기로 샘동이라, 형들이 다니고 이웃집 아이들이 다니고 하니까 덩달아 따라 다니면서, 1 2 3학년을 시간마다 제멋대로 오르락내리락, 장난과 놀기가 주장이요 공부란 괜히 벌제위명이었지만, 아무튼지 학도는 학도였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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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스쿨
도서정보 : 권인정 | 2021-01-08 | EPUB파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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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대 후반 대학생에서 사회인으로 가는 과도기에 있는 주인공이 겪는 사랑과 직장 생활에 대한 이야기다. 20대 초반 가졌던 꿈은 멀어져만 가고, 주인공은 자기도 모르게 연애에 기대지만 이마저도 순탄치 않게 흘러가는데…. 인간 본연의 감정인 사랑에 빠지는 과정과 질투, 욕망에 대한 섬세한 심리 묘사가 돋보인다. 사랑도 직장 생활도 쉽지 않고 막막한 20대 후반의 자아 성찰을 통한 성장 소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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투명한 날개 빛나는 눈으로 가득
도서정보 : 장일향 | 2021-01-07 | EPUB파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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투명한 날개 빛나는 눈으로 가득 은 판타지 단편소설집이다. 습관이나 관습의 프레임 안에서 머무는 글이 아니라 자유롭기 위해 쓴 글이라서 참신한 스토리텔링을 중심으로 작가의 상상력과 독특한 관점들을 담았다. 새로운 세계 누구도 보지 못했을 숨겨진 이야기 창의적인 생각들을 모험처럼 경험할 기회를 제공할 것이다. 작가는 애니메이션을 전공하였기에 현실적으로는 불가능한 장면이라도 영화나 게임 온오프라인의 새로운 그 무엇으로 자랄 수 있는 가치가 흐르는 스토리들을 보여주고자 하였다. - 본문일부 - 집으로 뚜벅뚜벅 눈을 밟고 돌아오는 길 미끄러운 눈밭에 넘어지지 않으려 정신은 온통 긴장된 발에 쏠려있었다. 눈이 하얗게 밟히는 소리 바람이 허공에 맴돌다 부서지는 촉감도 느낄 수 있었던 그 아슬아슬한 길을 지나왔다. 그리고 그렇게 얼마나 투명한 발자국들을 운명처럼 도장 찍으며 걸어왔을까 그 가면을 쓴 물고기는 영영 내 기억의 뒷면에서 사라지고 있었다. 길모퉁이에 들어서는 순간 내 시선은 잠시 얼어있었다. 심장이 온 몸을 흔들며 두근거렸다. 시간이 멈춘 기차역에서 만난 그 물고기와 다시 눈이 마주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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망령의 난무 (꼭 읽어야 할 한국 대표 소설 146)
도서정보 : 이익상 | 2021-01-05 | EPUB파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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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26년 5월 《개벽》에 발표된 이익상의 단편소설.
창수(昌洙)는 혼자 중얼대며 신작로 넓은 길에 활등처럼 굽은 S산 밑 송림 사이로 희미하게 보이는 T촌으로 뚫린 좁은 길로 들어서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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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리알 (꼭 읽어야 할 한국 대표 소설 147)
도서정보 : 계용묵 | 2021-01-05 | EPUB파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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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36년 4월 《조선농민》에 발표된 계용묵의 단편소설.
반 삼태기가 넘게 짊어 놓은 자갈을 열 살 난 아이 만금은 지고 일어서자 뼈마디가 졸아드는 듯이 짐은 무겁게 내려 누르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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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여인 (꼭 읽어야 할 한국 대표 소설 148)
도서정보 : 백신애 | 2021-01-05 | EPUB파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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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38년 《사해공론》에 발표된 백신애의 단편소설.
안미닫이가 좌르르 열리며 남치마에 흰 은주사 깨끼저고리를 입고 서른두셋 밖에 되어 보이지 않음에도 마님이라고 불리는 여인이 가제 타올을 들고나오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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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심 (꼭 읽어야 할 한국 대표 소설 149)
도서정보 : 이무영 | 2021-01-05 | EPUB파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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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34년 7월 《중앙》에 발표된 이무영의 단편소설.
주워온 벼이삭을 고르고 있던 오구랑이 할머니가 여물 깍지 광 앞으로 삼태기를 가지고 가는 며느리를 보고 광목 짜개는 소리를 치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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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가 망하나? (꼭 읽어야 할 한국 대표 소설 150)
도서정보 : 최서해 | 2021-01-05 | EPUB파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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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26년에 발표된 최서해의 단편소설.
어느 해 이른 봄 어떤 쌀쌀한 날 저녁 편에 주인공 '나'는 고향서 처음으로 올라온 어린 친구를 찾아서 관훈동 어떤 하숙으로 가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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