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빠의 중앙이발관
도서정보 : 권다올 | 2023-11-03 | EPUB파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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없다. 없다는 말 한마디가 가슴을 먹먹하게 합니다.
추억이 점점 희미해질 것 같아 글로 간직하여
그리울 때 꺼내어 추억하고 싶습니다.
구매가격 : 7,800 원
설자은, 금성으로 돌아오다
도서정보 : 정세랑 | 2023-10-30 | EPUB파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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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선으로부터,』 『보건교사 안은영』
정세랑이 선보이는 본격 역사 미스터리 모험담!
언제나 우리에게 놀라운 재미와 따뜻한 감동을 동시에 전해주는 작가, 정세랑이 『시선으로부터,』 이후 3년 만의 신작 장편소설 『설자은, 금성으로 돌아오다』로 돌아왔다. 한번 손에 쥐면 순식간에 빠져들 수밖에 없는 흡인력 있는 전개와 사랑스럽고 생동감 있는 인물들, 읽는 이를 빈틈없이 감싸안는 온기 어린 시선으로 독자들의 확고한 지지를 받아온 정세랑은 자신만의 분명한 목소리를 지니면서도 폭 넓은 스펙트럼으로 작품 세계를 확장해왔다. 『시선으로부터,』로는 모계를 중심으로 이어지는 삼대의 이야기를 통해 새로운 가족상을 제시해 교보문고, 예스24, 알라딘 종합 베스트셀러 1위, 조선일보, 경향신문, 문화일보 등 다수의 매체에서 올해의 책으로 선정되며 전 국민적인 사랑을 받았고, 같은 해 동명의 소설을 원작으로 한 넷플릭스 시리즈 <보건교사 안은영>(이경미 연출, 정유미·남주혁 주연) 또한 화제를 불러일으키며 스토리텔러로서의 저력을 여실히 증명한 바 있다.
그런 정세랑이 이번에는 본격 명랑 역사 미스터리 소설을 선보인다. 『설자은, 금성으로 돌아오다』는 정세랑이 펴내는 첫 역사소설이자 첫 추리소설, 그리고 첫 시리즈인 ‘설자은 시리즈’의 1권이다. ‘설자은 시리즈’는 통일신라시대의 수도 금성을 배경으로, 왕실의 서기로 일하는 설자은이 주변에서 일어나는 미스터리한 사건들을 해결해나가는 이야기를 담고 있다. 1권 『설자은, 금성으로 돌아오다』는 어린 시절 죽은 오빠를 대신해 남장을 하고 당나라로 유학을 떠난 설자은이 금성으로 돌아온 뒤, 망국 백제 출신 장인 목인곤을 식객으로 들여 함께 수수께끼 같은 사건들을 해결하다 왕의 눈에 띄어 월지에서 열린 연회에 초대되는 과정까지를 그린다. 정세랑이 만들어낸 또하나의 환상적인 세계, 당시의 모습을 눈앞에 펼쳐 보이듯 생생하게 그려낸 7세기의 먼 과거에서 매력적인 인물들이 벌이는 흥미진진한 미스터리 모험담. 오래도록 독자들을 사로잡을 장대한 이야기가 여기에서 시작된다.
천년왕국 통일신라의 휘황찬란한 수도 금성,
세상 어디에도 없는 황금의 도시에서 펼쳐지는 미스터리 대수사극
『설자은, 금성으로 돌아오다』는 큰 전쟁이 끝나고 세 나라가 하나가 되어 표면적으로는 평화를 맞이했지만 내부에는 붕괴의 조짐이 도사리고 있던 통일신라시대를 배경으로 펼쳐진다. 한 번 본 것은 결코 잊지 않는 두뇌와, 사람과 사람 사이의 일을 간파하는 비상한 추리력을 가진 설미은은, 여성으로 태어나 능력을 발휘할 기회를 얻지 못한다. 하지만 당나라 유학이 내정될 만큼 명석했던 오빠의 급작스러운 죽음을 계기로 삶의 중대한 전환점을 맞이한다. 가족을 휩쓴 수많은 죽음 때문에 셋째였지만 맏이가 된 큰오빠 설호은이 가문을 되살리기 위해 비범한 능력을 지닌 미은을 이용하기로 한 것. 호은의 책략에 의해 미은은 본래의 이름을 버리고 죽은 오빠 ‘자은’의 이름으로 당나라 유학길에 오른다. 그렇게 성인이 될 때까지 숱하게 죽을 고비를 넘기며 공부를 끝마친 설자은은 다시 자신의 고향, 신라의 수도 금성으로 돌아온다. 하지만 비범한 능력을 지닌 이에게는 비범한 사건이 찾아오는 법일까? 자은은 돌아오는 길에서부터 기이한 사건들을 마주치게 된다.
자은은 당나라의 등주에서 신라의 당은포로 향하는 배 위에서 의문의 살인 사건을 만나고, 금성의 대저택에서는 연유를 알 수 없는 업화로 인해 죽음의 문턱에 이른 전쟁 영웅에 얽힌 숨겨진 진실을 파헤치며, 신라 육부 여인들의 길쌈 대회에서 일어난 사건의 범인을 추적한다. 이윽고 자은의 명석함은 신라의 왕의 귀에까지 들어가, 왕이 주최한 연회에 초대되기에 이른다. 그런데 아니나 다를까, 연회가 한창 무르익어갈 때쯤 월지에서 엎드린 채 죽어 있는 시신이 떠오른다. 사건의 진실을 명명백백하게 밝혀내기 전까지 그 자리에 있는 누구도 돌아갈 수 없다고 엄포를 놓는 왕, 왕의 눈에 들 수 있도록 자은에게 재주를 드러내기를 종용하는 호은, 그저 눈에 띄지 않고 조용히 넘어가고 싶은 자은. 과연 자은은 그 밤을 무사히 넘길 수 있을까?
“나는 피하지 않는다.”
왕이 답했다. 자은은 돌연 왕이 한 번도 자리에서 일어나지 않았다는 것을 깨달았다. 어쩌면 저리 오래 앉아 있을 수 있지? 뻐근할 법도 한데 처음의 자세 그대로였다.
“그대들도 이 일의 수면 아래를 볼 때까지 돌아가지 못한다. 마침 재주가 있다 하는 이들을 불러모았으니 그 재주를 써 명명백백한 바닥을 드러내라.”
수면 아래라는 말이 새삼스럽게 느껴졌다. 마치 밤의 월지, 검은 물을 손으로 퍼내라는 명처럼 들렸다.
_「월지에 엎드린 죽음」
정세랑이 탄생시킨 또하나의 독보적인 캐릭터, 설자은
“네가 쓰이지 않으면 신라가 잃는 것이라고 했지.
자, 내가 네게 쓰일 기회를 주겠다. 너는 이제 어쩔 것이냐?”
설자은은 『시선으로부터,』의 심시선, 『보건교사 안은영』의 안은영에 이어 정세랑이 탄생시킨 또하나의 독보적인 캐릭터라고 할 만하다. 7세기에 탐정이라는 말은 없었지만 신라 탐정 설자은이라고도 말해볼 수 있을 설자은이 지닌 진짜 능력은, 일어난 일의 구조를 간파하는 뛰어난 추리력이 아니라 사람의 안쪽을 깊이 헤아리는 능력일 것이다. 우리에게 익숙한 다른 탐정들과 설자은의 결정적인 차이는 바로 그 따뜻한 마음에 있다. 설자은 외에도 이 이야기에는 매력적인 인물들로 가득하다. 언제나 생긍생글 웃는 얼굴로 능청을 떨지만 부탁한 건 무엇이든 만들어내는 손재주를 지닌 망국 백제 출신 장인 목인곤, 뛰어난 머리를 지녔지만 어딘지 한군데가 고장난 듯한 윤리관을 지닌 설호은, 산학에 능하며 반듯한 균형 감각을 가진 설도은, 누구보다 아름답고 화려하지만 섬세하면서도 강인한 마음을 지닌 산아, 그리고 보는 이를 공포에 질리게 만들 정도로 강력한 카리스마를 지닌 왕까지. 이처럼 개성 강한 인물들이 사건의 소용돌이 속에서 어우러져 이야기를 이끌어나가는 것을 지켜보는 일은 ‘설자은 시리즈’를 읽는 또하나의 즐거움이 될 것이다.
자은은 열흘 안에 네 여자 중 누가 간절히 금전의 모가 되고 싶어하는지, 그중에 또 누가 어떻게 베틀을 부술 수 있었을지 밝혀내야 했다. 길쌈 대회가 끝나면 여자들은 원래대로 집안으로 숨겨질 테고, 일어난 일이 일어나지 않은 일이 되기 십상일 터였다. 다음 여름이 될 때까지 사람들의 마음을 곪은 채로 둘 수는 없었다. 염을 품고는 좋아하는 일도 좋아할 수 없고, 아끼는 이도 아낄 수 없다. 처음엔 도은을 위해서 시작했지만, 자은의 염려는 어느새 육부 여자들 전체에게로 번지고 있었다.
_「보름의 노래」
대학에서 역사교육을 전공한 정세랑은 오래전부터 본격적으로 과거 시대를 배경으로 하는 소설을 쓰고자 하는 소망을 비춰왔다. 작가는 통일신라시대를 배경으로 한 추리소설을 구상하고 경주로 첫 조사 여행을 떠난 것이 2016년이라 밝혔다. 『설자은, 금성으로 돌아오다』의 첫 에피소드이자 ‘설자은 시리즈’의 도입부에 해당하는 「갑시다, 금성으로」가 미스터리 소설 전문 잡지 『미스테리아』에 게재된 것이 2018년이니, 『설자은, 금성으로 돌아오다』가 완성되기까지 최소 7년이라는 시간이 걸린 셈이다. 작품의 배경이 되는 금성의 흔적을 찾아 경주로 수차례의 답사를 다녀오고, 수년간의 자료 조사를 거친 뒤에야 시리즈의 첫 권을 내놓을 수 있었다. 여기에 작가의 상상력이 더해져 먼 과거를 살아간 사람들이 우리 앞에서 생생히 살아 움직이게 된 것이다. 정세랑은 ‘작가의 말’에 과거 시대를 배경으로 하는 추리소설을 쓰고자 했을 때 시기를 통일신라시대로 정하는 것은 어렵지 않았다며, “풍요 속에 숨어 있는 붕괴의 씨앗”을 품은, “한껏 융성을 향해서 가다가 어느 순간 무너지기 시작”(‘작가의 말’)한 시대를 거울삼아보고 싶었다고 썼다. 그 말대로 평화로우면서도 혼란이 잠재되었던 시기는 미스터리한 사건들이 펼쳐지기에 안성맞춤인 무대일 것이다.
정세랑의 마법은 살인 사건이 일어나는 추리소설에서도 명랑함을 잃지 않는다는 데 있다. 지적 쾌감을 주는 트릭들도 물론 등장하지만 정세랑은 무엇보다 사람과 사람 사이의 이야기에 주목한다. 작품의 배경은 680년대 후반, 1300년이나 과거의 이야기임에도 지금 시대를 살아가는 우리와 크게 다르지 않은 사람들의 이야기. 마치 시간 여행을 떠나는 기분으로, 현재의 우리를 비춰보며 그 시대의 사건들을 지켜보는 일은 즐거운 독서 경험이 될 것이다.
‘설자은 시리즈’는 최소 세 권으로 기획된 시리즈로 2권 『설자은, 불꽃을 쫓다』(가제), 3권 『설자은, 호랑이 등에 올라타다』(가제)가 이어 출간될 예정이다. 작가는 열 권 이상의 시리즈가 되었으면 좋겠다는 야심찬 계획이자 희망을 밝혔다. 앞으로 오래도록 이어질 새로운 시리즈의 탄생을 함께 지켜봐주시길 바란다.
“이 책을 집어든 분들이 한순간만이라도 시간 여행의 감각을 느끼신다면 좋겠다. 다른 시대, 다른 장소에 직접 간 듯한 낯선 즐거움을 나누고 싶었다. 모두가 부를 줄 알았으나 이제는 한 마디도 남지 않은 노래를 함께 흥얼거릴 수 있다면, 지금 우리의 노래가 천 년 후에도 잊히지 않는다면 바랄 것이 없겠다.”
_「이야기가 발생한 틈새들─‘설자은 시리즈’가 탄생하기까지」, 『정세랑 작가 노트』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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돼지우리 피아니스트
도서정보 : 이부근 | 2023-10-27 | EPUB파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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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닥으로 추락한 세계적인 피아니스트 안나는 세희의 조언에 따라 시골 행을 결심한다. 그곳에서 안나는 돼지 농장과 인연을 맺고 인권과 동물권에 대해 고뇌한다. 이후 도덕적 깨달음과 감성적 치유를 통해 사람들 마음을 움직이고 예술적 거장으로 성장해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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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소한의 최선
도서정보 : 문진영 | 2023-10-25 | EPUB파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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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승옥문학상 대상 문진영 신작
“이 결과가 심사위원들에게도 신선한 충격이었다”라는 평과 함께 김승옥문학상을 수상하며 한국 문학계의 새로운 고유명으로 떠오른 문진영의 신작 소설집 『최소한의 최선』이 출간되었다. 등단 10년 이상의 작가들이 발표한 단편소설 중 최고의 소설에 주어지는 김승옥문학상은 어느새 한국문학의 올스타 스테이지로 확고하게 자리잡았다. 특히 김승옥문학상이 한 해를 결산하며 한국문학을 대표하는 쇼케이스가 될 수 있었던 비결에는 작가의 이름을 지운 블라인드 심사가 결정적인 요소로 작용했다. 그리고 어떤 선입견 없이 최고의 작품을 뽑는다는 취지가 놀라운 결과를 낳았던 해가 바로 2021년, 문진영이 대상을 수상한 해였다.
2009년 창비장편소설상을 수상하며 작품활동을 시작한 문진영은 꾸준히 집필을 이어왔지만 대중 독자에게는 아직 낯선 이름이었다. 그러나 “쓸모없는 것들에 대한 애틋한 마음”을 독자에게 전염시키면서도 “어떻게 살아야 할 것인가”를 “강요하지 않으면서도 설득했”(권희철)던 「두 개의 방」이 김승옥문학상 대상을 수상하며 한국 문학계에 화제를 불러일으켰다. 어떻게 이런 단단한 소설가를 놓칠 수 있었을까 싶게 절찬리에 발표 지면과 독자 호응이 잇따랐고, 준비된 내공을 차분히 증명하며 이어진 사랑스러운 이야기들이 비로소 『최소한의 최선』으로 묶였다.
문진영은 오래도록 그림자 안에 머물렀던 존재들에 대해 쓴다. 그러나 그는 빛과 어둠이라는 진부한 이분법을 반복하는 대신, 빛에선 잠재된 깊은 어둠을, 어둠에선 “빛의 기미”(「한낮의 빛」)를 퍼올려낸다. 고유한 음영을 지녔음에도, 그 사실을 깨닫지 못한 채 일률적인 삶의 방식에 휩쓸리는 이들이 있다. 자신에게 맞지 않는 삶을 연기하다가 소진된 채로 홀로 남겨진 이들에게 『최소한의 최선』은 다정히 안부를 묻는다.
“나는 뒤늦게야 그녀가 살아온 삶의 방식을 감히 짐작해볼 수 있었다. 최소한의 최선. 그것이었다”(「내 할머니의 모든 것」)라는 문장에서 기인한 제목은 우리가 스스로를 고갈시키지도, 그러나 아주 놓아버리지도 않게끔 해줄 절묘한 결합이다. 매일 주어지는 하루를 과연 어떻게 살아가면 좋을지 고민하는 이들이 자신만의 고유한 속도와 리듬을 깨우치고 매 순간 벅차오르는 기쁨을 오롯이 즐기게 함으로써. 문진영은 먼저 실천해 보인다, 깊이 고민하고 괴로워한 뒤 후련해진 말간 얼굴을 따라 짓게 하는 아홉 편의 이야기를 통해.
어둠 속에 어렴풋이 깃든 빛의 기미처럼,
삶의 다양한 파장을 보듬는 고요하고 끈질긴 낙관
“내가 삼대째 물려받은 것은 알코올에 대한 내성, 돌아온다는 약속, 어쩌면 사랑.”
「미노리와 테츠」의 ‘나’는 맞은편의 사람을 환하게 하는 에너지를 지닌 단짝친구 수민과 떠난 일본 여행에서 미노리와 테츠 부부를 만나 친해진다. 그후 수민에게서 그들이 이혼했다는 소식을 뒤늦게 듣는다. 어느 날 미노리는 한국에 왔다며 단둘이 보기를 청하고, 다시 만난 자리에서 두 가지를 고백한다. 수민이 종종 일본에 놀러왔을 때 수민 앞에서 테츠는 미노리가 처음 보는 얼굴을 짓곤 했다는 것. 그리고 미노리가 ‘나’를 좋아하지 않았다는 것. ‘나’에 대한 감정에 이유를 쉬이 덧붙이지 못하는 미노리에게 ‘나’는 말한다. “나도 알아. 우리는 지구의 다른 한쪽을 떠받치고 있는 사람들이지”라고.
문진영의 소설은 자기 자신 안의 어쩔 수 없는 어둠을 직면할 때에야 그 어둠으로부터 사랑을 위한 준비가 이루어질 수 있다는 통찰을 내비친다. 「변산에서」 속 각별했던 친구의 사고사를 산재로 인정받기 위한 모두의 기나긴 싸움은 좌절로 끝을 맺는다. 하지만 소설은 아픈 이별의 후에 어떻게 사람이 일상을 살아갈 수 있는지 물은 다음, 사랑이라는 작지만 분명한 답을 건넨다.
「오! 상그리아」의 ‘나’는 여행 작가로 오래 세상을 떠돈 엄마에게 커리어를 가로막았다는 자책과 그리움을 품고 있다. 그런 ‘나’에게 엄마는 그간 정체를 알 수 없었던 아버지에 대해 들려준다. 그렇게 밝혀지는 것은 외할머니와 엄마, 그리고 ‘나’까지 삼대째 이어지는 복잡하고도 깊은 사랑의 이력이다.
물론 그 사랑은 쉽게 이루어지지 않는다는 사실을 문진영의 소설은 모르지 않는다. 「내 할머니의 모든 것」의 ‘나’는 엄마의 어린 시절 집을 떠난 외할머니를 처음 만난 자리에서 그녀에게 반하고 만다. 홀로 살아가면서도 꼿꼿하고 우아한 그녀의 모습이 앞으로 살아갈 인생의 한 해답으로 다가온 것이다. 그렇게 그녀에게 따로 연락하기 시작하던 어느 날, 그녀가 사라진다. 그리고 그녀를 찾던 ‘나’는 이렇게 자문한다.
한편으로는 나 자신에 대한 의문도 들었다. 만약 배정심 여사의 가정사가 평범했다면, 그녀가 자식들을 키워 모두 결혼시키고 빈 둥지를 지키다가 남편과 사별한, 나의 친할머니 같은 사람이었다면 과연 어땠을까? 첫 만남에서 그녀가 근사한 밤색 코트가 아닌 진달래색 윈드브레이커를 입고 나타났다면? 그녀가 공원에 있는 운동기구에 거꾸로 매달려 있기를 좋아했다거나 선팅 캡을 애호했다면? 그래도 나는 할머니의 삶을 궁금해하고, 그녀와의 관계를 유지하고 싶어했을까?
_「내 할머니의 모든 것」에서
막다른 이해의 난점에서 「너무 늦지 않은 어떤 때」가 한 가지 답이 되어준다. 인도 여행에서 마주친, 스무 살 이상의 나이 차와 전혀 다른 삶의 조건에도 불구하고 ‘나’를 친구라 부르는 안와는 ‘나’에게 다소 불편한 존재일 뿐이다. 하지만 어느새 ‘나’는 이 지극히 불편한 인도와 안와, 그리고 자신이 서로 닮아 있다는 것을 발견하게 되는데…… 불가능해 보였던 이해는 상대를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면서 그 안에서 자신을 발견할 때 가능해진다는 진실이 “어떤 오늘도 내게 너무 늦지는 않았다는” 깨달음과 함께 서방정토로부터 서서히 밝아져오고 있다.
“한껏 끌어당겨지고 싶었다. 삶 쪽으로.”
『최소한의 최선』은 스스로 아직 무언가가 되지 못한 여정중에 있다고 여기는 이들에게 전하는 당부이기도 하다. 「고래 사냥」에서 내키지 않는 공무원 시험과 취업 준비를 하던 룸메씨와 ‘나’는 월미도 바이킹을 타기 위해 즉흥 여행을 떠나고, 「네버랜드에서」의 태국 여행에서 만난 찬란하리만치 젊은 아르바이트생 론은 현란하고 위험천만한 불쇼를 벌인다. 회사도 생산적인 ‘갭 이어’를 위한 준비도 그만두고 피곤해만 하는 「지나가는 바람」의 ‘나’는 넉살 좋은 표정의 이면에 한없는 지겨움을 감춘 후배 우림을 만나, 투신자살 방지 문구가 남아 있는 마포대교를 걷는다.
위험을 감수해야만 살아 있음을 실감할 수 있고, 말초적인 자극으로 시간을 흘려보내야만 스스로를 견뎌낼 수 있는 존재들. 문진영은 어떻게 ‘갓생’을 살아갈 수 있을지 되뇌며 젊음을 지나는 이들이 혼자만의 방에서 나오도록 한다. 그렇게 서로 만난 그들은 그간 알지 못했거나 외면했던 속내를 들여다보는 동안, 무언가 달라지고 있다고 예감한다.
그리고 「한낮의 빛」은 스스로 달라져가는 어둠과 빛이 가까스로 만나 어룽거리는 모양에 대한 이야기로서 『최소한의 최선』의 대미를 수놓는다. 유영의 성폭행 경험을 의도치 않게 퍼뜨리고 선택적 함구증을 오래 겪었던 ‘나’는 시간이 흘러 유영과 다시 마주친다. 그러나 그토록 고대해온 시간이었음에도 불구하고 어떤 말도 쉬이 꺼내기가 어렵다. 그렇게 다시 한번 자신을 어둠 속에 가두려는 ‘나’에게 “언니 목소리는 뭐랄까, 귀기울이게 만드는 힘이 있는 것 같아”라고 말하면서 다가오는 주명이 있다. 마치 ‘한낮의 빛晝明’을 떠올리게 하는 그 이름으로.
어둠 속에 있던 사람들은 자신과는 달리 반짝이며 빛나는 이들에게 질투를 느끼지만, 어느덧 빛과 어둠이 서로 결부되어 있다는 것을 깨닫는다. 멀리 있는 것만 같았던 타인에게서 스스로를 지키기 위해 ‘최소한의 최선’으로 빛을 내려 했던 노력과, 자신의 것과 닮은 어둠을 발견하게 되면서다. 그렇게 사람은 빛과 어둠이 만들어낸 그림자의 고유하고 깊은 영역을 헤아리면서 성장한다. 이제 우리에겐 낮과 밤, 빛과 어둠을 가르는 이분법이 아니라 서로에게 섞이는 과정이 뒤따를 것이다. 그 실천으로서의 이야기가 독자를 고스란히 설득시키고 마는 것은 문진영의 소설만이 지닌 능력일 테다. “서로 신념과 신神이 다른 너와 내가 하나의 믿음 아래 함께하는 것이 가능할까? 문진영의 소설은 그 자체로 최선의 대답이었다.”(정용준)
문진영의 소설은 빛과 어둠이 혼란스럽고 아름답게 섞여 있는 바로 그 세계로 우리를 데리고 간다. 그리고 보여준다. 새하얗고 완벽한 빛의 이면에는 보이지 않는 은은한 어둠이 있다는 것을, 반대로 캄캄한 어둠 속에서도 서서히 떠오르는 환한 빛이 있다는 것을, 그리고 내 몸만한 어둠이라고 생각했던 그림자가 실은 빛이 남긴 흔적일 수 있다는 것을. 그러니까 우리의 삶 자체를.
_인아영 해설 「빛과 그림자」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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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에게는 친절하게 1983
도서정보 : 박재현 | 2023-10-23 | EPUB파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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셋이 우정을 다짐한 그해는 다사다난했다. 먼저 두발에 이어 교복 자율화로 고 일 때까지 입었던 교복을 벗게 해 주었다. 장정구가 WBC 라이트 플라이급 타이틀전에서 챔피언 벨트를 거머쥐며 봄을 알렸다. 해태 타이거즈가 프로 야구 코리안 시리즈에서 우승한 건 가을의 끝자락이었다. 이월에 이웅평 대위가 미그기를 몰고 자유 대한의 품으로 넘어왔다. 여의도 광장에 백만 넘는 인파가 쏟아져 나와 귀순 환영 대회를 벌였다. 남녘이 북녘보다 몇십 곱절 잘산다는 말에 보람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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흰 백합꽃 펜던트
도서정보 : 나동환 | 2023-10-23 | EPUB파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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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 소설 《흰 백합꽃 펜던트》는 단테의 《신곡》(천국 편)을 모티브로 달빛 소녀의 꿈속 천상 체험을 다룬 작품이다. 이 작품에서 우리는 주인공 달빛 소녀의 천상 체험을 통해 별들의 하늘을 벅찬 감동으로 마주하게 된다. 그리고 천상에서 달빛 소년이 달빛 소녀의 목에 걸어 준 흰 백합꽃 펜던트 목걸이는 순백을 더한 사랑의 증표로 눈빛처럼 빛난다.
짐작건대 우리는 이러한 묵시적 눈빛으로 기록된 천상의 계시록도 펼쳐볼 수 있을 것이다.
구매가격 : 9,000 원
연보랏빛 고운 꽃이 피었습니다
도서정보 : 김윤미 | 2023-10-23 | EPUB파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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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은 김윤미 작가의 두 번째 창작집으로
중, 단편 소설과 삶의 에세이 집으로 구성되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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날개 절제술
도서정보 : 서윤빈 | 2023-10-20 | EPUB파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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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가-작품-독자의 트리플을 꿈꾸다
자음과모음 트리플 시리즈 21
미지를 헤집는 당돌한 상상력
불가능함으로 만드는 가능한 세계
한국문학의 새로운 작가들을 만날 수 있는 가장 빠른 길. [자음과모음 트리플 시리즈]의 스물한 번째 안내서. 2022년 한국과학문학상 대상을 수상한 주목받는 신예 서윤빈의 소설집 『날개 절제술』이 출간되었다.
“한국에서밖에 나올 수 없는 SF” “독창성과 신선함에 읽는 내내 압도”됐다는(한국과학문학상 심사평) 평을 받으며 세간의 주목을 끈 그가 또 한 번 새로운 이야기를 펼쳐낸다. 『날개 절제술』은 ‘날개 절제술’을 받는 천사(「날개 절제술」), 방전된 휴대폰에서 시작된 정체불명의 소음(「리튬」), 미래를 비추는 망원경(「다이윗미」)까지, 장르와 소재의 경계를 무력화하는 서윤빈의 당돌한 상상력을 담고 있다.
구매가격 : 9,100 원
드라이버에 40번 찔린 시체에 관하여
도서정보 : 황세연 김영민 한새마 김범석 여실지 유재이 조동신 | 2023-10-20 | EPUB파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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숫자 ‘40’과 추리/미스터리의 예측 불가능한 만남
인간의 잔인한 본성을 자극하는 일곱 가지 이야기
한국추리작가협회 창립 40주년을 기념하여 숫자 40과 관련된 추리/미스터리 앤솔러지를 선보인다. 1983년 설립된 한국추리작가협회는 계간 『미스터리』와 『올해의 추리소설』을 발간하고 있다. 또한 한국추리문학대상, 황금펜상을 매년 개최하며 추리 소설의 다양한 가능성을 발굴하고 있다.
숫자 40과 추리/미스터리의 만남, 어떤 식으로 이루어질지 아리송하면서도 막상 들여다보면 ‘이런 식의 이야기가 가능하구나’라며 고개를 절로 주억거릴 정도로 흥미로운 이야기가 된다. 10원짜리 네 개에 생과 사가 갈리는 짜릿한 추격전을 그린 「40원」, 건물 안에서 벌어진 끔찍한 사건과 그 마을의 비밀을 파헤치는 「40피트 건물 괴사건」, 실종 8년 만에 40개의 뼈로 돌아온 효재와 용의자가 된 가족들의 심리를 그린 「40개의 뼈」, 중소기업의 어느 팀이 산장으로 여행을 떠나 갑작스러운 살인 사건을 마주하게 되는 「드라이버에 40번 찔린 시체에 관하여」, 40일 안에 한 재소자의 가석방을 막아야 하는 또다른 재소자의 이야기 「40일」, 누군가의 부재로 인한 사고와 한 아이의 안타까운 사연을 그린 「40선(死靈線)」, 생방송 중 갑작스럽게 살해당한 BJ의 사연과 탐정의 분투기를 담은 「알리바바와 40인의 도적」. 이 일곱 가지 이야기는 어찌 보면 잔인하게 인간의 본성을 파고들면서도 혼란스러운 우리 사회의 어두운 면을 그대로 드러내어 씁쓸함을 자아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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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백금지 채선배 찔러나 보기 1권
도서정보 : 간장팩토리 | 2023-10-16 | EPUB파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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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펜싱부에는 대대로 내려오는 3대 금지 사항이 있다. 첫째는 함부로 좌절 금지, 둘째는 게임이 끝날 때까지 포기 금지, 셋째는 바로 채 선배. 즉 나한테 고백 금지다.”
주원은 뒷짐을 지고서 엎드려뻗쳐 중인 도혁 앞을 느릿느릿 오갔다.
바닥을 짚은 채 낑낑거리던 도혁이 고개를 빼꼼 들며 물었다.
“저기요. 선배님, 제가 첫 번째랑 두 번째 이야기는 들었어도 마지막 사항은 처음 듣는데요?”
“당연하지. 내가 방금 만들었으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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