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은 도련님 내일은 아기씨 4

도서정보 : 진첼로 | 2020-10-26 | EPUB파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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발칙한 운명에 갇힌 네 사람이 있다. 양반과 노비의 신분으로 갈린 두 사내와 두 여인. 재미로 시작한 변장술이 그들을 옥죄어 올 줄이야! 오늘은 도련님으로 내일은 아기씨로. 카멜레온이 따로 없다. 위기는 신분도 잊게 한다. 목숨은 단 하나! 뭐든 시키면 해야 한다.

구매가격 : 2,000 원

오늘은 도련님 내일은 아기씨 5

도서정보 : 진첼로 | 2020-10-26 | EPUB파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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발칙한 운명에 갇힌 네 사람이 있다. 양반과 노비의 신분으로 갈린 두 사내와 두 여인. 재미로 시작한 변장술이 그들을 옥죄어 올 줄이야! 오늘은 도련님으로 내일은 아기씨로. 카멜레온이 따로 없다. 위기는 신분도 잊게 한다. 목숨은 단 하나! 뭐든 시키면 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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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은 도련님 내일은 아기씨 6

도서정보 : 진첼로 | 2020-10-26 | EPUB파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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발칙한 운명에 갇힌 네 사람이 있다. 양반과 노비의 신분으로 갈린 두 사내와 두 여인. 재미로 시작한 변장술이 그들을 옥죄어 올 줄이야! 오늘은 도련님으로 내일은 아기씨로. 카멜레온이 따로 없다. 위기는 신분도 잊게 한다. 목숨은 단 하나! 뭐든 시키면 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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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간 도둑

도서정보 : 원희경 | 2020-10-23 | EPUB파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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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생을 바꿔 산다는 흥미로운 설정 속에 타자성에 대한 성찰이 녹아든 단편 소설.
평범한 직장인인 시완은 과로에 시달리다 탈출구를 찾는 마음으로 사표를 내고 별다른 일 없이 빈둥거리고 지내고 있다. 그러던 중 심한 어지러움을 느끼고 병원을 가다가 정신을 잃는다. 그리고 깨어난 병원에서 듣게된 것은 자신이 영양실조라는 어이없는 말. 그런데 도중에 정신을 잃은 자신을 누군가 병원까지 데려왔다는 말을 듣고, 그 사람이 누구일까 궁금해 한다. 그렇게 가벼운 치료를 받고 병원을 나서는 시완에게 한 젊은 남자가 다가온다. 자신의 이름도 시완이라며 자신을 소개한 젊은 남자가 바로 시완을 병원까지 옮겨준 사람이었다. 그 젊은 남자가 시완에게 특이한 제안을 하나 한다. 인생을 바꿔 살자는 제안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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갈등

도서정보 : 최서해 | 2020-10-22 | EPUB파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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봄날같이 따스하고 털자리같이 푸근한 기분을 주던 이른 겨울 어떤 날 오후이었다. 일주일 전에 우리 집에서 떠나간 어멈의 엽서를 받았다.
이날 오후에 사에서 나오니 문간에 배달부가 금방 뿌리고 간 듯한 편지 석 장이 놓였는데 두 장은 봉서이었고 한 장은 엽서이었다. 봉서 중 한 장은 동경 있는 어떤 친구의 글씨였고 한 장은 내 손을 거쳐서 어떤 친구에게 전하라는 가서(家書)이었다. 나머지 엽서 한 장은 내 눈에 대단히 서투른 글씨였다. 수인란에 ‘경성 화동 백 번지 박춘식씨(京城花洞 百番地朴春植氏)’이라고 내 이름과 주소 쓴 것을 보아서는 내게 온 것이 분명한데 끝이 무딘 모필에 잘 갈지도 않은 수묵을 찍어서 겨우 성자(成字)한 글씨는 보도록 새 서툴었다. 나, 이 순간 묵은 기억을 밟다가 문득 머리를 지나는 어떤 생각에 나로도 알 수 없는 냉소와 같이 엷은 불쾌한 감정을 느끼면서 발신인란을 다시 자세 보았다. 그것은 벌써 일 년이나 끌어 오면서 한달에 한두 장씨 받는 어떤 빚장이의 독촉 엽서 글씨가 지금 이 엽서 글씨와 같이 서투른 솜씨인 까닭이었다.
‘함북 ××읍내 김씨 방 홍성녀(咸北 ××邑內 金氏方洪姓女)’ 이것이 발신인의 주소와 성명이었다. 이것을 본 나는 즉각적으로 그 누구에게서 온 편지인 것을 느끼는 동시에, 이 편지와는 사촌 격도 안 되는 편지를 생각하고 불쾌를 느끼면서 혼자 말초신경 쓰던 것을 내 스스로 입술을 살근히 물면서 찬웃음을 치지 않을 수 없었다.
“여보, 시골 간 어멈이 편지했구려!”
나는 좀 반가운 음성으로 곁에 선 아내를 보면서 뇌고 다시 엽서에 눈을 주었다. 내 손에 쥐인 엽서는 어느새 뒤집히었었다.
“응, 어멈이 편지했소!”
아내의 목소리는 의외의 사람에게서 의외의 반가운 소식이나 받은 듯이 기쁘게 가늘게 떨렸다. 나는 그 말 대답은 하지 않고 편지 사연을 읽었다. 아내도 부드러운 시선을 고요히 편지에 던졌다. 이래서 두 사람의 네 눈은 소리 없이 편지를 읽었다. 사연은 극히 간단하였다.
‘서방님, 기체 안녕하십니까. 아씨도 안녕하신지요. 어린 애기는 소녀가 떠날 때에 몹시 앓더니 지금은 다 나았는지 알고자 합니다. 소녀는 서방님이 지도하신 덕택으로 무사히 와서 잘 있읍니다. 이곳 댁도 다 안녕하십니다. 소녀의 손으로 쓰지 못하는 글이되와 이렇게 문안이 늦었사오니 용서하옵시고 내내 서방님 내외분 기체 안강하옵소서. 끝으로 대단 황송하오나 어린 애기의 병이 어떤지 알게 하여 주옵소서.’ 이것이 그 사연의 전부이었다 . 역시 무렁 붓에 수묵을 찍어 쓴 서투른 글씨였다. 그것도 잘게 쓰느라고 어떤 자는 획과 획이 어울어져서 ‘사’자인 지 ‘자’자인지 알기 어려운 자도 있었다. 토는 물론 틀린 것이 많았다.
이것을 읽은 내 가슴에는 엷은 애수의 안개 같은 구름이 가볍게 돌았다. 거칠은 겨울이언만 이날은 아침부터 봄같이 따스해서 설면자(雪綿子) 같은 기분이 사람의 혈관을 찌르는 탓도 없지 않아 있겠지만, 그 엽서 한 장이 내게 던지는 기분은 부드럽고 가볍고 불쾌가 없는 엷은 동정의 애수이었다.
그는 나와 무슨 인연이 있었던가? 그는 ‘어멈,’ 나는 ‘상전’으로 이생에서 다만 며칠이나마 부리고 부리지 않으면 안 될 무슨 업원이 전생에 얽히었던가? 사람들은 모든 것을 자기 손으로 지어 놓고 그에 대한 찬사랄까 그에 대한 허물이랄까를 업원이니 인연이니 하여 전생 후생으로 돌리려고 하는 것이다. 나는 그를 보낸 뒤에 나뿐만 아니라 우리 식구들은 전부가 어멈의 이야기를 두어 번 하였으나, 그것은 한 지나치는 심심풀이에 지나지 않았었다. 그에게서 편지가 오리라고는 물론 꿈도 꾸지 않았던 바이다. 그렇던 어멈에게서 편지가 왔다. 그와 나와 아주 관계를 끊어 버린 오늘까지도 그는 역시 내게 보내는 글을 상전에게 올리는 글이나 마찬가지로 황송스럽게 공손히 썼다, 더구나 어린것의 병을 끝까지 물은 것을 읽을 때 또 읽고 나서 생각하는 때 내 가슴에 피어오르던 엷은 안개는 맑은 물에 떨어진 쌀뜨물같이 점점 무게를 더하여 피부에 스며들었다. 나는 새삼스럽게 어멈에게 대해서 일종의 동정적 측은한 정을 느꼈다. 호랑이도 제 새끼를 귀엽다면 물지 않는다는 말과 같이 나도 내 아들을 귀여워하고 내 몸을 상전같이 받들어 주는 까닭에 미웁던 어멈이 불시로 고와지고 측은히 여겨지었는가? 그런 것은 아니다. 물론 이때의 내 심리를 ─중산 계급에서 방황하는 내 심리를 예리한 해부도로써 쪼갠다면 그 속에는 자기 찬사에 대한 기쁨 또는 그 기쁨으로 말미암아 나오는 찬사 드린 이에게 보내어지는 동정이 다소 있을 것은 사실일 것이다. 그러나 그것보다도 지금의 내 맘을 지배하는 바 그 동정, 그 측은은 그의 질소한 성격, 순박한 마음에 대한 그것이요 그 성격이 그 마음, 그 성격과는 아주 반대되는 환경의 거칠은 물결에 찢기고 찢겨서 아름답고 부드러운 그 성격의 올올은 나날이 거칠어 가건만 그것을 의식치 못하고 오히려 모든 것을 믿고 받드는 어린 양 같은 철없는 어멈에 대해서 사람으로서 누구나 가지게 되는 동정이요 측은지심일 것이다. 만일 그와 처지를 같이한 이가 이 모든 것을 보았다면 그에게는 동정과 측은 외에 계급적 의분까지 끓었을 것이다.
“서방님, 안녕히 계십시오!”
그에게 자리를 잡아 주고 차에서 뛰어내리는 내 등뒤에서 마지막 지르는 그의 떨리던 가는 목소리가 다시금 들리는 것 같다. 그 서투른 글씨조차 순박한 그가 조심조심 쓴 것같이 느껴져서 깨끗한 시골 처녀의 글씨에서 받은 듯한 따뜻하고 부드럽고 경건한 감촉이 내 손가락 끝을 통해서 내 온몸에 미약한 전력같이 퍼지었다.
나는 저녁 연기가 어리는 것도 깨닫지 못하고 황혼 빛이 내리덮이는 마루에 걸터앉은 채 머릿속에 떠오르는 지나간 날의 기억을 한 가지 두 가지 고요한 속에서 뒤졌다.

...책 속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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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믐밤

도서정보 : 최서해 | 2020-10-22 | EPUB파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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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대받는 인간과 그 학대자를 인간 본연의 자세로 그려낸 최서해의 단편소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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큰물 진 뒤

도서정보 : 최서해 | 2020-10-22 | EPUB파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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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난해도 선량하게 살고자 해온 윤호가 자신과 가족에게 닥친 불행을 감당하지 못해 결국 강도짓까지 하게 되는 과정을 그린 소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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설날밤

도서정보 : 최서해 | 2020-10-22 | EPUB파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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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구든지 동대문 밖에 나서서 청량리 쪽으로 내려가노라면 안감내 정류장을 못 미쳐서 바로 바른편 길 옆 기단 담에 세워져 있는 커다란 조선식 건물을 볼 것이다. 이 건물은 지금 동방 신문 사장이요 청구 은행장으로 명망과 위세와 재산으로 유명한 한남윤씨의 주택이다. 씨는 본래 문안 필운동 막바지 삼층 양옥에서 살았다. 그런 것이 이태 전부터 씨 스스로도 어디가 어떻게 아프다고 꼭 지적할 수 없는 병에 붙잡혀서 나날이 여위어 갔다. 삼 년 이른 봄에 어떤 유명한 의사에게 진찰을 받았다.
“이 병은 오래 되면 폐와 신경에 큰 관계가 되는 것이니 조용하고 공기가 좋은 데 가셔서 오래 요양하는 것이 대단 좋겠읍니다.”
이렇게 온공하고도 황공스러운 의사의 말을 들은 한남윤씨는 곧 병요양에 적당한 곳을 찾았다. 동래 온천이나 부여 같은 데로 갔으면 물론 좋겠지만 자기의 생명같이 아끼는 황금을 많이많이 펴놓은 서울을 멀리 두고서는 그 걱정에 도리어 병이 될 것이다. 그래 여러 사람과 의논도 하고 많이 생각한 끝에 서울도 가깝고 비교적 공기도 좋고 들도 넓고, 조용한 동대문 밖으로 옮기게 되었다. 요양지를 가린 후에 건축 도안을 꾸미는 데도 문제가 컸다. 양식이 좋다는 이도 있었고 조선식이 좋다는 사람도 있었다. 그러나 결국 씨의 의견을 좇아 조선식으로 지었다.
씨가 이리로 옮겨서 넉달 만에 을축년을 맞았다. 새 집에서 새 봄을 맞는 씨는 만찬회를 열고 여러 사원들을 불렀다.
이 아래 이야기는 금년 음력 정월 초하룻날 밤 이 명예와 권세가 등등한 재산가 한남윤씨의 만찬회 뒤끝에 일어난 활극이다. 나는 조금의 거짓과 꾸밈 없이 그 활극을 적는다.
기쁜 이에게 새로운 기쁨을 주고, 슬픈 이에게 새로운 슬픔을 주고, 바라는 이에게 새 희망을 주는 설날은 어느새 저물었다.
언땅 위에 흐르는 차디찬 공기를 데우던 햇발은 점점 장안 만호의 지붕에서 스러지고 남은 빛이 쌀쌀한 먼 하늘에 불그레 물들이게 되면서는 삼각산 쪽으로 슬슬 내리는 바람을 귀를 에이는 듯하다.
먼하늘 끝에 남은 열붉은 빛은 쌀쌀한 자주빛으로 변했다가 그거나마 흔적없이 사라지면서는 한두 개의 별이 반짝반짝 눈을 떴다. 별들이 하나, 둘, 셋…… 열, 이렇게 늘어갈 때 어디로부터 오늘 줄 모르게 슬근슬근 닥쳐오는 황혼빛은 문안, 문밖에의 집, 산, 들, 숲 할것없이 흐려 버렸다. 솔솔 내리던 바람은 솰솰 소리를 친다.
음력 설. 서울 거리는 고요하다. 종로의 전등은 의구히 켜졌으나 사람의 자취는 드물다. 서로 가지런히 마주 서서 건너다보고, 쳐다보고, 내려다보는 전등들은 바야흐로 닥쳐오는 저리고, 쓰리고, 차디찬 어둠 속에서 스러져 간 낮 자취를 그리는 듯하다. 꿈 같은 그 빛 속으로 간간이 지나가는 것은 미인 태운 인력거, 뚜- 뚜 하는 자동차, 술에 정신이 어리어서 다리를 바로 못 놀리는 패, 진창에서 금방 빠져 나온 돼지같이 허디헌 푸대 조각으로 몸을 싼 거지들이다.
밤이 깊어감을 따라 사면은 더욱 고요하였다. 간간이 즈르렁즈르렁 가고 오는 전차 소리가 고요한 공기에 요란한 파문을 일으켰다. 그리고 극히 조용한 때- 바람 소리까지 멀리 스러져 간 때면 어느 술집에선지 흘러나오는 노래 가락은 처량한 정조를 한껏 돋우었다.
밤은 한시가 넘었다.
바람 형세는 깊어가는 밤빛과 같이 더욱 맹렬하였다. 우우하고 고기 비늘같이 잇다은 지붕들을 스쳐서 거리를 지날 때면 누구누구 할것없이 허리를 굽히거나, 머리를 돌리거나, 손으로 코와 입을 가리거나, 흑 느끼고야 만다. 전간목에 기대어 서기도 하고, 어느 점방 현등 아래 가서 서기도 하고, 주정꾼들 뒤를 엉금엉금 따라 가면서,
“나리 돈 한 푼 줍쇼! 으응흥―.” 하는 거지들도 모진 바람이 그 몸을 치는 때면, 땅바닥에 엎드리거나, 어느 집 벽에 가서 붙어 선다.
이때였다.

...책 속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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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여쁜 악마

도서정보 : 이익상 | 2020-10-21 | EPUB파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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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병원 환자 대합실에는 얼굴빛이 유난히 핼쑥한 환자 육칠 명이 걸상에 앉았다. 명수는 C의 곁에 앉았다. 이 대합실 안에서 명수의 얼굴이 제일 생기가 있었다. 여러 사람은 명수와 C를 번갈아 보며 이상스럽게 여기는 빛을 나타내었다. 명수는 확실히 이 병원에 여러 환자들과 같이 앉을 자격이 없었다. 이 N병원은 호흡기병을 전문으로 보는 일본 사람이 경영하는 곳이었다. 이 병원 오는 환자는 대개 폐병 환자나 늑막염 환자, 또는 다른 결핵성을 가진 환자들이었다. 그리하여 그 가운데에는 폐병이 삼기에나 가까운 듯한 눈이 움푹 들어가고, 광대뼈가 나온 환자도 이삼 인 보였다. 그들은 기침을 할 때마다 수건을 입에 대기는 하였으나, 그의 비말(飛沫)이 명수의 코와 입으로 들어오는 듯하였다. 그의 신경은 대단 날카로워졌다. 결핵균이 자기 폐에 방금 집을 짓는 것처럼 조마조마한 생각이 났다. 거기에 앉았기가 자못 불안심되었다. 곧 밖으로 뛰어나오고 싶었다. 그러나 C가 곁에 앉아 있다. 혼자 나오기는 민망하였다.
이러한 동안에 명수의 머리는 띵하여졌다. 그리고 정신이 흐릿하여지는 듯하였다. 대합실 안은 벽을 바른 빛이라든지, 또는 기구라든지 모두 단정하였다. 그리고 방 한 켠에는 와사(瓦斯)난로가 소리를 부옥 지르며 보기 좋게 타오르고 있었다. 파란 불길이 골탄을 빨갛게 태두며 호듯한 기운을 한없이 내뿜었다. 명수는 한참 동안이나 타오른 불꽃을 바라보았다. C도 불유쾌한 듯 명수의 소매를 잡아끌며 바깥으로 나가자 한다.
명수는 C를 앞에 세우고 병원 낭하로 나왔다. 흰옷 입은 간호부와 병원 사무원들이 슬리퍼를 따각 끌고 왔다 갔다 하였다. 두 사람은 한편 구석에 서서 바깥으로 뜰을 바라보았다.
한참 있다가 일본말로 C의 이름을 부르는 소리가 들리었다. 명수는 그 소리 나는 곳을 바라보았다.
그곳에 간호부가 종이를 들고,
“C가 누구십니까? 이리 오세요.”한다.
C는 그 부르는 곳으로 갔다. 그곳은 진찰실이었다. 그 방에도 난로가 보기 좋게 타고 있었다. 그리고 방 한편 구석에는 병풍을 쳤었다.
“체중을 달아보게 이리 오세요.”
명수는 통역을 하였다.
간호부는 속옷만 입고, 겉옷을 다 벗어 달아보라 하였다.
C의 얼굴에는 부끄러운 빛이 나타났다. 그리하여 주저주저하였다.

...책 속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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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익상 단편모음

도서정보 : 이익상 | 2020-10-21 | EPUB파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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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제강점기 작가 이익상의 단편소설 모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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