을지문덕전
도서정보 : 신채호 | 2020-10-21 | EPUB파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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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채호(申采浩)가 지은 전기소설로, 1908년 광학서포(廣學書?)에서 간행하였다. 원제목은 ‘대동사천재 제일대위인 을지문덕(大東四千載第一大偉人乙支文德)’이며 같은 해 5월에는 국한문본, 7월에는 국문본으로 발간하였다. 안창호(安昌浩)·변영만(卞榮晩)·이기찬(李基燦) 등의 서문이 붙어 있는데, 당시의 영웅 출현을 염원하는 풍조와 함께 현실을 극복하려는 의지가 서문에도 나타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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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도통전
도서정보 : 신채호 | 2020-10-21 | EPUB파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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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채호가 고려후기의 명장 최영에 관하여 지은 소설.역사전기소설.
1909년 12월 5일부터 1910년 5월 27일까지 『대한매일신보』에 상편만이 연재된 미완의 작품으로, ‘동국거걸(東國巨傑)’이라는 관제(冠題)가 붙어 있다.
이 작품은 모두 8장으로 구성되어 있는데, 크게 보아 서론부와 최영의 영웅적 활약을 소개한 부분, 그리고 당시의 국내외의 형세와 구국항쟁책에 관한 부분 등으로 나눌 수 있다.
전체적인 시각은 최영의 영웅상을 선명하게 부각시키는 데 집중되어 있고, 그 가운데서도 특히 최영이 우왕과 함께 원명교체기(元明交替期)의 국제질서 변화에 적극적인 자세로 대응하여 북벌계획을 수립, 구국영웅적인 뛰어난 지도력을 발휘한 점을 강조하였다.
이 작품은 역사적 사실을 토대로 한 실록적이고 전기적인 기술로서 근대적인 역사소설의 이행과정의 의미를 지니고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작품은 민족수난기라는 시대적 상황 아래에서 애국심으로 주관화되어 사실(史實)이 지나치게 윤색되었다는 한계성이 나타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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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보아 잘 안다
도서정보 : 이무영 | 2020-10-21 | EPUB파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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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다.
그가 나를 두고 간 지가 벌써 석 달이 차고 네가 세월의 빠름을 한탄한 것처럼 내가 너를 두고 마을께 공동묘지로 온 지가 오늘째 석 달 사흘이다. 사흘하고도 두 시간, 두 시간하고도 이십분이나 지났구나.
사람처럼 간사한 것이 없다는 것을 요새 와서 새삼스러이 깨닫는다. 내나 네나 우리가 서로 갈라서기만 하면 둘이 다 따라 죽거나 실진을 하리라고 생각한 우리였건마는 이렇게 이별을 한 오늘날에 너는 너대로 나는 또 나대로 살고 있구나. 먹는 것도 입는 것도 그리고 목숨도 다함께 가지고 굳게 맹세한 우리건마는 언제 그런 맹세를 했더냐 싶게 너는 너대로 먹고 너대로 입고 너대로 살고 있지 않느냐? 아니 나도 마찬가지다. 네가 먹을 때에는 나도 먹었고, 네가 입을 때는 나도 입었다. 그리고 네가 걸을 때는 나도 걸었고, 네가 누울 때는 나도 누웠다.
만약 너와 나 사이에 다른 것이 있다면 그것은 네 옆에 응당 누웠어야 할 내가 누워 있지 않았다는 것뿐일 것이다. 거칠기는 하나마 미끈한 팔에 어린 것을 눕히고 어지러이 물결치던 머리채도 나의 머리 앞에서 자취를 감추었다는 것뿐일 것이다. 그리고 나의 토한 피를 씻을 때마다 가늘게 잡히던 이마의 주름살이 펴진 것과 무슨 냄새나 맡아보려고 하루돌이로 귀찮게 따라다니던 사람들이 지금은 너로부터 좀 멀리 떨어져 나갔다는 것뿐이겠지.
아니 또 한 가지 있다.
전에는 모든 점에 있어서 관대하던 내가 지금 와서 이런 글을 쓰고 있다는, 변했다면 너무도 변한 나 자신의 심경일 것이다. 그 심경 그것은 ‘나’라는 존재가 언제 있었더냐는 듯싶이 구슬처럼 명쾌한 너의 생활에 비하여 너무도 무미한 아니 참담한 지금의 나의 생활이 자아준바 그것일 것이다.
그러나 혜라야.
이렇게 시작을 한다고 원망으로는 듣지 말아라. 남녀 관계에 있어서 더욱이 우리같이 의식적으로 결합한 부부에 있어서 원망하는 사이처럼 어리석은 동물이 없다는 것을 네게 몇 번이나 들어서도 잘 아는 나다. 그리고 원망한대야 지금의 너의 귀밑머리털 하나 움직여보지 못할 것도 나는 잘 알고 있다.
...책 속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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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가
도서정보 : 이무영 | 2020-10-21 | EPUB파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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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제강점기, 농민과 농촌 문제를 가장 먼저 창작 현장으로 이끌어 낸 작가 이무영의 단편소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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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인이 사랑한 위대한 한국문학 김동인에게 길을 묻다
도서정보 : 김동인 | 2020-10-19 | EPUB파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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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인들의 규격화된 생활은 편리하고 안정적이기는 하나 다양한 인생의 경험이 부족을 만들어냈습니다. 때로는 부조리 앞에서 혼란에 빠지거나 도덕적으로 해이해지기도 합니다. 소설 읽기를 통한 다양한 경험은 자신과 타인 간의 격차를 뛰어넘는 성숙한 정신세계를 가꿔줍니다. 과거를 통찰하고 미래의 삶을 예측 설계할 수 있게 합니다. 한국근현대문학을 통해 한국의 정신적 고향을 알고 성숙한 정신세계를 확대해 나가기를 바랍니다. 이번 한국단편문학 『김동인에게 길을 묻다』에는 김동인의 대표작 중 「배따라기」 「감자」 「붉은 산」을 수록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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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모킹 오레오
도서정보 : 김홍 | 2020-10-15 | EPUB파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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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로운 차원의 활달함, 김홍 첫 장편소설
서울에서 총기 사건이 일어난다면?
총이 되고 싶지 않은 총에 대한 기발한 상상력
김홍 작가의 첫 장편소설이 자음과모음 새소설 시리즈로 출간되었다. “엉뚱하지만 치밀한 세부의 부연으로 그 엉뚱함이 자연스러운 것으로 바뀌고 독자가 그것을 자연스럽게 받아들이도록 만든다”(오정희·성석제 소설가)라는 찬사를 받으며 2017년 동아일보 신춘문예를 통해 소설을 발표하기 시작한 작가는 2020년 대산창작기금을 수혜하며 단숨에 주목받는 소설가로 떠올랐다. 활달하고 신선한 화법, 풍부한 디테일로 무장한 재미와 사유도 물론이지만, “어쩌면 소설을 쓰는 일이 세상에서 제일 재미있는 일이라고 생각하는 사람일지도 모른다는 추측”을 했다는 심사평(강영숙·김이정·한창훈 소설가)이 인상적이다. 재미있게 쓴 소설은 얼마나 재미있게 읽힐까. 『스모킹 오레오』는 그 기대를 훨씬 충족시켜주고도 남을 만한 수작이다.
총기 소지가 금지된 대한민국 서울에서 총기 사건이 일어난다면? 이야기는 여기서부터 시작한다. 어느 날 게임 참여를 독려하는 메일이 청계천 공구 상가로 날아든다. 그러니까 실제로 총을 만들어 쏘는 게임. 성공하면 엄청난 보너스까지 획득할 거라는 메시지. 참가자들한테는 미군의 제식 소총인 M4A1의 세밀한 설계도면이 완전한 형태로 제공된다. 그러자 게임에 참여한 십수 명의 기술자들이 3D 프린팅 기술을 통해 총을 만들어내기 시작하는데…… 시내 곳곳에서는 총이 터져버리는 사건이 연이어 발생한다. 시종일관 유쾌한 화법과 담대하고 흥미진진한 상상력이 소설 전반을 장악하고 있는데 그 스케일은 가히 압도적이다.
구매가격 : 9,100 원
투환금은
도서정보 : 윤백남 | 2020-10-15 | EPUB파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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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산갑자사화(燕山甲子士禍)에 간신의 이름을 받고 죽은 한치형(韓致亨)의 문인으로 있던 조성산(趙誠山)은 처자의 권에 못 이겨 길을 떠났다.
오백여리 먼 길을 노자 겨우 열아문 냥을 지니고 길을 떠난 조성산은 과객질을 하며 가기로 방침을 정하지 않을 수 없었다.
그러나 그보다도 더 그의 가슴을 무지근하게 한 것은 처자가 굶주리는 참경을 차마 볼 수 없어 행여나 하고 길을 떠나기는 하였지마는 관서 백한감사(關西伯韓監司)의 심지를 잘 아는지라 과연 얼마의 전곡을 얻어 올 수 있을가, 그것에 대한 자신이 도무지 없는 일이었다.
『세상에 그런 인사가 어디 있겠소 아무리 인색하고 무정하다 할지라도 배은망덕도 분수가 있지, 설마하니 오백여리를 걸어간 노인을 그냥 돌려 보낼 리야 있소, 벼락을 맞을 일이지.』
하고 이웃 사람들도 처자와 함께 권하는 것이었다.
누구나 지나간 일의 이야기를 들으면 그렇게 생각할 것이었다. 한치형은 단독자 하나 뿐으로 슬하에 자식이 귀하더니 급기 사화를 당하여 죽을 때에는 그 외아들조차 아직 강보에 싸여 있는 고단한 신세이었다.
게다가 더욱 비참한 것은 간신으로 몰리어 죽는 신세이라 재산은 몰수를 당하고 삼족이 다 함께 죽을 운명에 있었으니 방가위 멸문의 재앙을 당하는 터이라, 그 집의 은덕을 직접 간접으로 입은 문인들도 사방으로 헤어지고 일가 친척도 화에 걸릴가 두려워하여 누구 하나 돌보려는 사람이 없었다.
그러한 정경을 본 조성산은 세상 인심이 야박한 것을 한탄하고 격분하였다. 그래서 밤중에 남 몰래 강보에 싸인 한씨의 고아를 업어다가 자기집에 감추고 유모까지 얻어서 길렀다.
다소라도 은의를 입은 한씨에게 은혜를 갚는다는 생각으로 위험을 무릅쓰고 그의 혈통을 이어 주려는 것이었다.
만일에 한씨의 고아를 숨겨 기르는 사실이 탈로되면 조성산은 한씨와 동죄로 몰릴 것은 정한 이치이었다.
...책 속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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적괴유의
도서정보 : 윤백남 | 2020-10-15 | EPUB파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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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건적(紅巾賊)괴수 장해림(張海林)은 강부인(康夫人)이 딸아 바치는 술을 한숨에 들이키고
『안주를 어째 아니 가져와.』
하고 소리를 지른다.
방 밖에 일상 등대(미리 준비하고 기다림)하고 있는 소해(열네댓 살의 어린 종)가 괴수의 질자배기(둥글넓적하고 아가리가 넓게 벌어진 질그릇) 깨지는 소리같은 음성을 듣고 몸을 한번 바르르 떨고는 주방으로 달음질을 쳤다.
『장군께 바칠 안주 좀 얼른 주.』
이렇게 동독(감시하며 독촉하고 격려함)을 해서 가지고 나온 안주란 새끼돼지를 통으로 구은 것이었다. 어른의 토시짝만한 애 돼지 몸이 간장을 발라가며 구워서 검붉은 빛으로 먹음직스럽게 구워져 있다.
소해는 큰 쟁반에 그것을 담아 가지고 눈높이에까지 번쩍 처들어 바치고 괴수의 방문 밖에 이르렀다. 가면서 몇 번이나 침을 꿀떡꿀떡 삼키었다. 나도 언제나 이런 돼지를 통으로 먹어보나 하고…….
『이놈아 그걸 먹기 좋게 저며오지, 저런 무지 한 놈이 있나.』
또 한 번 호령이다.
무정지책(아무 까닭 없이 책망함. 또는 그런 책망)이다. 소해는 일상 보아 오기를 장군님들이 새끼 돼지를 먹을 때는 으례히 통으로 갖다 놓고 뜯어 먹거나 베어 먹거나 하는 것이기 때문에 오늘도 무심히 그대로 왼통으로 가져온 것이었다. 그러나 재하자(손아랫사람)가 장군께 말대답하는 것은 첫째 군률이 용서 않는 것은 무식한 소해인들 모를 리가 없었다. 그래서 그는 울 듯이 얼굴을 찡그리며 다시 그것을 들고 나가려고 하는 것을 강부인이 은쟁반에 구슬이 구르는 듯한 고운 음성으로
『소해야 이리 가져온.』
하여 다시 불러들이며 괴수를 바라보고
『이것을 저며 자시면 무슨 맛이 있어요. 이것은 이렇게 자셔야죠.』
하고는 소해의 손에서 쟁반채 받아 가지고 새끼돼지 곁에 놓아 온 식도를 들어 가슴패기에서 하복부까지 한 일자로 한숨에 내리 갈라버린다.
복부로서는 하얀 김이 뭉깃뭉깃 나오고 동시에 익어진 창자의 육취가 코를 찌른다.
...책 속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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순정의 호동왕자
도서정보 : 윤백남 | 2020-10-15 | EPUB파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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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혼도 어느덧 대지로 사라지고 붉으스럼한 가을달이 동녘 하늘로 솟아 올랐다.
동녘 하늘에 솟아 오른 달의 그림자가 소 한 마리의 길이 쯤 높이 오른 때였다. 한 사람의 그림자가 벌판에 나타났다. 말을 타고 이 재릉으로 향하여 달려 온다. 말은 쉽지 않은 명마로서 그 걸음거리며 숨소리의 웅장함이 가위 용마라 할 듯하나 말께 오른 주인은 기운이 하나도 없이 말이 달려 가는 대로 버려두는 모양이다.
그러나 말은 이 길에 익은 듯 일직선으로 무덤을 향해 달려 온다.
이윽고 무덤까지 달려 온 말은 무덤정면을 피하여 측면으로 돌아 갔다. 그리고는 마치 다 왔다는 것을 주인에게 알리려는 듯 발로서 땅을 긁으면서 우렁차게 울었다.
말 주인은 말에서 내렸다. 말을 그 곳에 버린 채 무덤의 정면으로 돌아 왔다.
돌아와서도 무덤 앞에 묵묵히 서 있을 뿐이었다. 아무 말도 없이 머리를 가슴에 푹 묻고 서 있는 그의 두 눈에서는 눈물만 비오 듯하였다.
한각경을 아무 말도 없이 서 있다가야 그는 도로 말께로 돌아 갔다.
다시 말께 오른다. 그런 뒤에는 다시 아까 온 길로 돌아 간다.
그는 호동왕자(好童王子)였다.
낙랑공주의 무덤을 찾아 왔던 것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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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벌포의
도서정보 : 윤백남 | 2020-10-15 | EPUB파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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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생원(孫生員)은 난생 처음 어려운 길을 걷는 것이었다.
서울을 떠난지 이미 열흘이 지났건만 아직도 강원도(江原道)땅을 벗어 나지 못하였다. 뜨거운 염천이라 한 낮에 걷는 거리란 불과 몇 십리에 지나지 못하는데다가 나날이 기진역진 하여 가는 것이 현저히 나타나는 것이었다.
더구나 길이 험하고 자갈 많은 강원도 산 길은 그에게 여간 고생이 되지 않는 것이었다.
노수가 아직도 남아 있는 동안에는 장돌림말을 만나면 사정을 간곡히 이야기하고 술값으로 얼마를 주기로 하고 얻어 탄 일도 있었다. 그러나 나중에 엽전 한푼 남아 있지 않게 된 후로는 그것도 할 수 없어서 오로지 과객질을 하여 가며 길을 걸었다.
그것도 상당히 사는 사람의 집을 찾아 들어 가게 되거나 사랑 한 칸이라도 지니고 사는 사람의 집을 만나게 되면 대접도 상당히 받을 뿐 아니라 짚신 값이라도 얻어 가지고 나오게 되지마는 길을 잘못 들어서 그러한 집을 찾지 못하고 날이 저무는 때는 그야말로 노찬풍숙을 하는 고생 몇 차례나 하였다.
그럴 때마다,
『예끼 내가 이게 무슨 고생인고 이런 고생을 하면서도 급기 함흥에 갔다가도 여의치 못하면 그런 놈의 고생이 더 어디 있을꼬.』
하고 곧 돌아서서 서울로 오고 싶었다. 그러나 그럴 때마다 눈 앞에 떠 오르는 것은 굶주리어 부황이 나다시피 한 늙은 아내의 얼굴이며 밥을 달라고 울며 불며 하는 자식들의 참상이었다.
손생원은 가기 싫은 길을 강잉하여 희양(淮陽)땅으로 들어 섰다.
돈 있고 여가 있는 사람 같으면 금강산 구경도 하고 온정에서 묵은 때를 씻어버리기라도 하련마는 그럴 여유가 없는 손 생원은 희양읍을 이십리 앞둔 어느 촌에서 하룻밤을 드새게 되었다.
읍내까지 겨우 이십리 밖에 아니되니 그대로 걸어서 읍내로 들어가려도 못 갈 것은 아니련마는 읍내로 들어간들 환영할 친구가 있는 것도 아니고 그 촌에는 고래등 같은 기와집에 십여명의 노비를 거느리고 사는 부호 한 집이 있는 것을 보고 그 집에서 하룻밤을 과객질하자는 것이었다.
그 집은 홍승복(洪承復)이란 사람의 집으로 분명히 원근에 떨친 사람이지마는 인색하고 교만하기 짝이 없어 과객으로 들어오는 사람은 만나보긴 고사하고 객청 하나를 지어 놓고 여간한 사람은 그리로 몰아 넣고 개다리 소반에다가 보리밥 한 그릇을 대접해 보내는 것이었다.
그런 것을 모르고 손생원은 부근 사람들이 이 근처에서 하룻밤을 드새고 가려면 홍 영감댁 밖에 없소 하는 소리를 곧이 듣고 찾아 들어갔던 것이었다.
홍 영감집 하인은 손생원의 의표를 한번 훑어 보고는
『이리 들어 앉으슈.』
하고 객청에다가 몰아 넣었다. 벽은 흙벽이고 방바닥은 지직이다.
더구나 그 방에는 먼저 들어와 앉은 손 하나가 있었다.
...책 속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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